초파리의 경우 두 유전자풀 간에 느슨한 평형 loose equilibrium 이 존재하는 듯하다. 선택이 잡종을 솎아냄에 따라 외부 유전자는 사라지지만,
두 종을 격리하는 보이지 않는 경계선의 어딘가에서 드문 커플들이 만나 짝짓기를 함으로써 좀 더 많은 외부 유전자들이 다시 침입한다. 르원틴과 버치는 다음과 같은 가설을 세웠다. "초파리의 급속한 적응을이끌어내고, 전혀 새로운 물리적 · 적응적 지형으로 영역을 넓히도록 허용한 원동력은 바로 유전자침입 introgression이다."
이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르원틴과 버치는 실험실에서 한 가지 실험을 수행했다. 그들은 두 종의 초파리를 채집하여 실험실에서 교배한후, 춥거나 (20℃) 따뜻하거나(250) 뜨거운 (31.5℃) 배양기에 넣었다.
르원틴과 버치는 두 집단을 각각의 온도에서 2년 동안 진화하게 했다. 그 결과 새로운 집단이 진화한 것을 목격했는데, 새로운 종은 격리된 각각의 종보다 적합성이 뛰어난 결합품종combined strain 이었다. 급격하고 현저한 유전적 변화가 있었던 것이다.
르원틴과 버치는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설사 본래의 잡종형성hybridization이 불리하더라도, 다른 종의 유전자가 유입됨으로써 적응적진화의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 단, 이러한 현상이 자연계에서 얼마나 자주 일어나는지는 별개의 문제이다." - P332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새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잡종형성은 극히 드물다고 생각되었다. 1965년 20세기 최고의 조류학자이자 진화학자 중한 명인 에른스트 마이어 Ernst Mayr는 이렇게 썼다. "무작위로 채집한 내표본들을 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나는 6만 마리 중 한 마리의 야생 새가 잡종일 것이라 추정한다." 마이어의 추정은 오래되고 잘 정립된 종에 대해서는 옳을지 모른다. 하지만 젊은 계통들 사이에서는 이종교배가 더 흔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는 젊은 계통 사이에서 다윈이 말한 종의 제조공장manufactory of species이 아직 가동되고 있음을 발견한다. 그리고그 과정은 진화에 중요한 역할을 할지도 모른다. 그랜트 부부는 이렇게 썼다. "잡종형성은 유전자변이는 물론 새로운 유전자조합을 만듦으로써 빠르고 중대한 진화적 변화가 일어나는 데 유리한 유전적 조건을창조한다."
- P3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