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 대프니메이저

창조는 결코 끝나지 않았다. 왜냐하면 창조에는 시작이있어도 끝이 없기 때문이다. 우주는 새로운 장면, 새로운생물과 무생물, 새로운 세상을 만드느라 늘 분주하다.
임마누엘 칸트, 「천체의 일반 자연사」

1991년 1월 25일 아침 7시 30분, 피터 그랜트Peter Grant 와 로즈메리 그랜트 Rosemary Grant는 덫을 놓은 곳에서 몇 발자국 떨어진 돌무더기 위에앉아 있다. 피터는 방수처리가 된 노란색 노트를 펼쳐들며 말한다. "좋아. 오늘이 25일이야."
- P30

요컨대 다윈이 생각하는 다윈주의 Darwinism의 핵심은 ‘생물의 변화는 여러 세대를 거치며 일어나고, 변화의 주된 메커니즘을 자연선택이라고 부른다‘ 이다. 자연선택이라는 과정은 지금 이 순간 우리 주변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다윈이 ‘언제 어디서나 기회가 생길 때마다‘ 라고 강조한 것처럼 말이다. 자연선택은 까마득한 옛날에 일어난 창조의 순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그것은 뉴턴의 운동법칙처럼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지금에서 영원으로, 언제 어디서나 그렇게 진행된다. 그러나 자연선택의 작용과 반작용은 너무 느려서 우리의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 P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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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그들의 외양, 그들의 표정에 아무런 공감을 느끼질 못하였다. 그러나 그들을 본 많은 사람들이 그들이 매력 있고 미남이며 당당하다고 평하리라는 것을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았다.
한편 로체스터 씨를 험상궂고 침울하게 생겼다고 평하리라는 것도 상상하기가 어렵지 않았다. 나는 그들이 미소 지으며 소리 내어 웃는 것을 보았지만 아무런 가치도 없는 미소였다. 촛불의 불빛에도 그들의 미소와 같은 정도의 영혼은 있었다. 초인종 소리에도 그들의 웃음소리 정도의 의미는 깃들여 있었다. 나는 로체스터 씨가 미소 짓는 것을보았다. 엄한 표정이 누그러지고 눈은 반짝반짝하면서도 유순한 빛을 띠었고 꿰뚫어보는 듯한 영롱하면서도 다정한 눈빛이었다.  - P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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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복잡한 계로 생각하는 데서 나올 수 있는, 혹은 나올 법한 결과는 어떤 것일까?> 마틴은 이렇게 묻고, 다음과같이 설명했다. 첫 번째 결과는 모든 것에 대해서 책임을 느끼면서도 동시에 무력하게 느끼는 역설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른다. 말하자면, 힘을 부여받은 무력함의 상태다.
만일 우리가 자신의 건강에 대해서 부분적으로라도 책임을 느낀다면, 그런데 그 몸이 사회와 환경을 비롯하여 다른 복잡한 계들과 연결된 복잡한 계라는 사실을 이해한다면, 자신의 건강에 영향을 미칠지도 모르는 그 모든 요소를 다 통제한다는 건 너무나도 버거운 과업이 된다.
- P202

 그러나 질병이 정말로 무언가에 대한 벌이라면, 그것은 오직 살아 있는 데 대한 벌일 뿐이다.
어릴 때 내가 아버지에게 무엇이 암을 일으키느냐고 물었더니, 아버지는 한참 생각하다가 이렇게 대답했다. 「생명. 생명이 암을 일으킨단다.」 암의 역사를 쓴 싯다르타 무케르지의 책을 읽기 전까지, 나는 아버지의 저 대답을 교묘한 둘러댐으로만 여겼다. 무케르지는 책에서 생명이 암의 원인일 뿐 아니라 심지어 암이 곧 우리라고 주장했다.
〈그 타고난 분자적 핵심까지 속속들이, 암세포는 과잉 활동적이고, 생존 능력을 타고났고, 공격적이고, 생식력이 뛰어나고, 창의적인 우리 자신의 복사본이다. 그리고 그는 덧붙였다. 이것은 결코 은유가 아니다.) - P209

우리에게 주어진 것은 무엇일까? 무엇보다도 우리는 두려움을 갖게 된 것 같다. 그렇다면 이 두려움으로 무엇을할까? 내게 이 질문은 시민이 된다는 것과 어머니가 된다.
는 것 둘 다에 있어서 핵심적인 문제처럼 느껴진다. 어머니로서 우리는 어떻게 해서든 우리의 힘과 우리의 무력함을 조화시켜야만 한다. 우리는 아이를 어느 정도까지 보호할수 있다. 하지만 우리 자신을 전혀 취약하지 않게 만들 순없는 것처럼, 아이도 전혀 취약하지 않게 만들 순 없다. 도나 해러웨이가 말했듯이, 인생이란 취약성의 기간이다.
- P231

정원의 은유를 우리의 사회적 몸으로까지 확장하면, 우리는 자신을 정원 속의 정원으로 상상할 수 있다. 이때 바깥쪽 정원은 에덴이 아니고, 안락한 장미 정원도 아니다.
그 정원은 몸이라는 안쪽 정원, 그러니까 우리가 <좋고> <나쁜> 균류와 바이러스와 세균을 모두 품고 있는 곳 못지않게 이상하고 다양한 곳이다. 그 정원은 경계가 없고, 잘 손질되지도 않았으며, 열매와 가시를 모두 맺는다. 어쩌면 우리는 그것을 야생이라고 불러야 할지도 모른다. 혹은 공동체라는 말로 충분할지도 모른다. 우리가 사회적 몸을 무엇으로 여기기로 선택하든, 우리는 늘 서로의 환경이다.
면역은 공유된 공간이다. 우리가 함께 가꾸는 정원이다.
- P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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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는 모든 인생이여태까지 젊음이 흘러갔듯이 그렇게 조용히 흘러가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소. 눈을 감고 두 귀를 틀어막고 떠내려가면 가까운 개울 바닥에 솟아 있는 바위들도 보이지 않고 바위 밑에서 부딪치는 물소리도 들리지 않을 거요. 그러나 이것만은 알아두시오. 이 말만은 잘 새겨주시오. 언젠가는 바위가 많은 물길에 다다르게 될 거요. 인생의 모든 흐름이 소용돌이치고 왁자지껄해지고 물거품과 소음이 부서지는 곳으로 말이오. 길은 두 가지밖에 없소, 험한 바위 너설에 부딪혀 온통 바스러져 버리든가 그렇지 않으면 현재의 나처럼 커다란 파도에 실려 보다 평온한 물길로 나서게되든가.
- P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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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건이 일어났다가 내게서 떠나가버린 것이었다. 어쩌면 그것은 로맨스도 없고 흥미도 없는 평범한 사건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단조한 생활의 한 시간에 변화를 갖다 준 셈이었다. 나의 도움이 필요하였고 희구되었고 또 나는 그것을 부여하였다. 무슨 일을 했다는 것이 내게는 기뻤다. 극히 하찮고 순간적인 행위였지만 어쨌든 그것은 스스로 한 일이었고 또 나는 시키는 일만 하는 생활에 싫증이 나 있던 터였다.
게다가 그것은 새 얼굴이었고 흡사 기억의 화랑에 집어넣은 새 그림과 같았다. 이미 거기에 걸려 있는 딴 그림과는 전혀 다른 그림이었다.  - P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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