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도네시아, 인도, 남아메리카 등을 포함한 세계 곳곳에서 거대도시들과 대도시들은 초고속 대규모 도시화로 인한 문제들과 씨름해왔다. 개발도상국의 거대도시들은 지난 30년 동안 연평균 9.5퍼센트의 경제성장률을 주도한 중국 도시들의 기적을 부러운 시선으로바라본다. 지금까지 중국에서 약 10억 명이 빈곤 상태에서 벗어났다.
아프리카의 여러 기반시설 사업에 중국의 자금이 쏟아지고 있다. 인류사를 통틀어 가장 빠르게 도시화가 진행되고 있는 대륙인 아프리카에서는 중국의 청사진이 최고의 모범답안으로 자리 잡았다. 아프리카의 통치자들은 자국의 난잡한 거대도시들을 아프리카판 상하이로 탈바꿈시키려는 꿈을 품고 있다. 아프리카 대륙 곳곳에는 마치 중국 도시의 교외에서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은 주택단지들이 있다. 그리고 중국 자금을 바탕으로 중국 건축가들이 건설한 경제특구 Special Economic Zones, 즉 라고스의 레키와 에코 애틀랜틱 같은 도시 안의 첨단 기술도시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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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급작스러운 경제적 전환과 도시화는 그 방대한 규모뿐 아니라 연출의 측면에서도 세계사의 유일무이한 현상이다. 그러나 민주적 정치제도, 사유재산권, 법치 등에 따라 운영되는 나라들이 중국과 동일한 방식의 대규모 도시화를 무대에 올릴 수는 없다. 중앙 권력이약하고 부패가 만연한 나라들은 도시화를 체계적으로 시도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 마련이다.
- P635

메데인의 성공 비결은 도시 빈민들을 향한 태도의 변화, 그리고 신축 기반시설의 비용을 부담하는 문제에 대한 태도의 변화였다. 본인의 삶과 본인이 속한 동네에 대한 주인의식을 심어준 점도 성공 비결이었다. 메데인의 성공담은 향후 30년간 과열 성장 문제로 씨름할 아프리카의 도시들이 반드시 배워야 할 교훈이다. 아프리카는 앞으로 몇 년 뒤 도시 인구가 농촌 인구를 넘어서는 마지막 대륙이 될 것이고, 아프리카의 거대도시들은 중국이 물 쓰듯 투입한 자원의 일부분만으로 많은 일을 처리해야 할 것이다. 아프리카의 도시들은 투자자본과 기반시설이 부족하지만, 인구가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증가하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는 엄청난 인적 에너지와 독창성이 가장 귀중한 자산일 것이다.
- P639

라고스에서 비공식 도시의 난잡함은 종종 빈곤과 치욕의 징후로 치부된다. 그러나 난잡함은 특히 고속성장하는 도시가 포용해야 할요소다. 난잡함은 발전하는 도시의 역동적 특성이다. 난잡함을 규제하고 공식화의 틀 안에 가두려는 시도는 창의성의 숨통을 조일 우려가 있다. 메데인과 도쿄는 빈민들이 공동체를 형성하는 데 필요한 조건과 기반시설을 마련함으로써, 그리고 비공식 정착지를 도시에 편입하고 그곳의 사회적 자본에 투자함으로써,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다시 말해 두 도시는 비공식 경제와 정착지를 문제의 일부분으로 여기는 대신 초 도시화를 관리하는 해법의 필수요소로 바라봤다. 주거 안정성과 더불어 기본적인 공공 서비스를 제공하는 작업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주변부의 장소들을 기능적인 자산으로 탈바꿈시키는 과정에서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다.  - P645

앞으로 도시는 변화할 것이다. 그러나 도시의 변화는 이상론이 아니라 필요의 산물일 것이다. 도시는 복원력이 있다. 적응력을 갖춘 체계이기도 하다. 우리가 에너지 가격 상승을 유발하는 자원 위기나 생태적 재난에 직면할 때, 도시들은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변화할 것이다. 승용차와 승합차와 화물차가 줄어들면 도시 지역은 더 조밀해지고 도시 지역의 거리는 더 분주해질 것이다. 즉, 도시 지역은 지금까지의 역사에서 대체로 지니고 있던 모습으로 되돌아갈 것이다.
- P648

인류라는 생물종의 생존 여부는 우리의 기나긴 도시 방랑기의 다음 장에 달려 있다. 이야기는 번쩍거리는 세계적 도시들에서 펼쳐지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가 겪는 문제에 대한 디지털식 해답을 모색하는 기술형 관료들이나 고고한 위치에서 도시를 개조하는 기본계획 입안자들에 의해 결정되지도 않을 것이다. 이야기는 개발도상국들의 거대도시들과 급성장 중인 대도시들에 거주하는 수십억 명의 직접 체험을 통해 쓰일 것이다. 지난 5,000년에 걸쳐 수많은 도시 사람들이 그랬듯이, 앞으로 인류의 대부분은 비공식 정착지에서 생활하고 자작형경제 부문에서 일할 것이다. 인류는 도시를 건설해 유지하고, 독창성과 임기응변의 재능을 발휘해 살아남고, 환경 변화에 대처하는 사람들이다. 에너지가 고갈되고 기온이 더 올라가면서 도시의 환경이 더 혹독해질 때, 인류는 즉석에서 해결책을 찾아낼 것이다.
만약 역사가 일종의 안내자라면 역사는 그들이 성공을 거두리라고 말할 것이다.
- P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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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그날은 산보가 가당치 않은 날씨였다. 우리는 오전 중 한 시간쯤 잎이 진 관목 사이를 서성거린 터였다. 그러나 점심을 마친 무렵부터(리드 부인은 손님이 없을 때는 일찌감치 식사를 하였다.) 차가운 겨울바람이 컴컴한 구름과 더불어 몸에 스미는 비를 몰고 왔기 때문에 그 이상 집 밖에서 바람을 쉰다는 것은 불가능하였다.
나는 그것이 기뻤다. 오랫동안 산보하는 것이 나는 싫었다. 특히 쌀쌀한 오후의 산보가 그랬다. 손발이 온통 얼어붙고, 유모인 베시의 잔소리에 속은 상하고 또 일라이자.
존, 조지아나에 비해서 체력이 떨어진다는 생각에 기가 죽은 채 썰렁한 황혼 녘에 집으로 돌아오는 것은 정말 끔찍한 일이었다.
- P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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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혈통의 중산층과 하류층 가정이 도시를 떠나고 생긴 빈자리는 새로운 이주자들이 차지했다. 2차 대이주Second Great Migration 기간에 500만 명 이상의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이 남부의 농촌을 떠나 동북부, 중서부, 서부 등지의 도시로 향했다. 미국의 백인들은 완전히 교외 사람들이 되었고, 미국의 흑인들은 80퍼센트가 도시에 살게 되었다. 흑인들이 이주할 무렵 도시는 위기로 치닫고 있었다. 오래된 재고주택의 상당수는 고층건물과 고속도로 건설사업을 추진하려고 철거될 예정이었다. 이전의 비좁은 빈민가에는 공영주택이 들어서고 있었다. 그런 곳에서는 주택담보대출과 보험의 혜택을 입기 힘들었다. 산업시설이 사람들과 함께 도시를 떠나버렸기 때문에 일자리도 부족했다. 영국과 프랑스와 네덜란드를 비롯한 여러 다른 나라의 사정도 비슷했다. 기존의 중산층과 노동자층 공동체가 건강에 더 좋은 교외와 위성도시, 신규 계획도시로 집단 이주함에 따라 쇠락해진 도심은 이주자 공동체의 본거지가 되었다.
- P559

저밀도형 도시 팽창 현상과 자동차 중심의 도시들과 그에 따른 일상적 생활방식은 저렴한 유가의 산물이자 저렴한 유가에 철저히 의존하고 있다. 따라서 무한히 지속되는 결과는 아니다. 그러나 현대 도시는 자동차 의존성 때문에 유독성 스모그와 환경 붕괴,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주범으로 전락했다.
- P592

거대도시와 거대도시권역은 세계에서 가장 비옥한 경작지들을 대규모로 잠식하고 있기도 하다. 도시화가 진행되면 삼림 벌채와 생물자원 손실을 통해 방대한 양의 탄소가 배출되기 마련이다. 특히 생물다양성 고밀도지역과 비옥한 농경지대에서 도시화가 이루어지면 어마어마한 양의 탄소가 배출될 수밖에 없다. 도시는 주변 지역의 기상패턴과 기후를 바꿔버린다. 사방으로 뻗은 도로망은 토착 생물종과 지형에 막대한 피해를 입힌다. 게다가 도시의 생태학적 범위는 전기와 식량, 물과 연료가 절실한 도시 자체의 면적보다 훨씬 넓다. 런던이라는 대도시를 지탱하는 데 필요한 토지의 양, 즉 런던의 생태학적범위는 런던 면적의 125배나 된다.
- P599

로스앤젤레스의 거대한 간선도로 패문에 살쾡이들과 퓨마들의 유전자 이동이 가로막혀 있다. 오늘날, 벤투라 고속도로 Ventura Freeway, 인근에 서식하는 살쾡이들은 도로건너편의 살쾡이들과 유전학적 차이가 있다. 넓게 팽창한 도시 안에 갇혀버린 살쾡이 무리 내부의 근친교배가 흔해졌기 때문이다. 지구의 보물인 생물다양성 고밀도지역들로 도시가 침투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멸종위기 동물들은 로스앤젤레스 살쾡이들과 똑같은 운명을 맞이할 것이고, 그 동물들의 활동 범위와 유전자 공급원은 지구에서 가장 위험한 침입종인 호모 우르바누스 Homo urbanus(도시 인류- 옮긴이)에 의해 축소될 것이다.
- P600

역사를 통틀어, 위로부터의 질서를 강제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밑바닥에서부터 도시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에 대한 깊은 불신을 품어왔다. 그들이 보기에 엄격히 통제되지 않는 도시는 붕괴할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라고스의 활발한 비공식 경제는 그들의 염려를 불식시키는 사례다. 비공식 경제의 역동성은 대규모 도시화의 시대에 세계곳곳의 거대도시들이 발전할 수 있는 비결을 보여주기도 한다. 거대도시들의 발전은 비공식 정착지들과 비공식 부문을 사회 문제적 차원이 아닌, 재능과 독창성의 보고로 바라볼 때 가능하다.
- P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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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모터사이클다이어리
훤칠한 키에 영화배우 뺨치게 잘생긴 의대생, 에르네스토 게바라 데 라 세르나(Ernesto Guevara dela Serna), 1952년 1월 4일, 의대졸업을 2년 앞둔 그가 친구의 낡은노튼(Norton) 오토바이에 몸을신고 여행길에 올랐다.
두 사람의 모험은 장장6개월 동안 이어졌다.
더욱 중요한 사실은 의대생의 인생과 세상이 바뀌는 대장정이 이 여행을 계기로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 P11

펠릭스 로드리게스는 테란에게 체가 처형된것이 아니라 작전 중에 사망한 것처럼보이도록 조준을 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체는 죽기 직전에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날 죽이러 왔다는 거 안다.
그렇게 끝이 났다.
쏴라, 동지, 사람 한 명죽이는 것뿐이다.
1967년 10월 9일,
체 게바라는 39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몇 년 후 체 게바라의유해가 쿠바로돌아왔고 1997년10월 17일, 최고의 예우를 갖춰 산타클라라시에 새로 지은 영묘에 모셔졌다. 그의 투쟁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 중 하나였다.
- P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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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웠어...… 그만하면 가벼웠지…… 라고 박차돌은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박차돌은 오호세를 시켜서 누이를 때려죽인 것이 아니라, 죽음으로 가는 누이를 부축해서 인도해준 것이라고 생각하려 애썼다. 그 생각은 믿기에 낯설었으나, 차츰 마음속에 편안히 자리 잡았다. 누이의 목숨을 끊어줌으로써 누이는 죽고 자신은 살아서 누이와 함께 이승과 저승에 바쳐야 할 고난의 몫을 나누어 감당한 것이라는 생각에 박차돌은 혼자서 안도했다.
- P285

배가 포구에 다가가자 신임 별장은 이물 쪽에 서서 손차양을 올려서 섬을 살폈다. 포구에서는 마을의 풍헌들이 섬 주민들을데리고 나와 깃발을 흔들고 징을 때려서 신임 별장을 맞고 있었다. 흑산 수군진 군사들도 선착장에 도열했다. 문풍세는 언덕 위에 새로 들어선 서당 건물을 눈여겨 살폈다.
배가 선착장에 닿자 징 소리가 높아졌다. 문풍세의 수탉이 마을 쪽을 향해 길게 울었다.
- P3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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