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하여 의생학이라는 분야인데 말 그대로 자연을 흉내 내는 학문이다. 새로운 원천 기술의 보유가 국가 경쟁력의 첩경이 된 요즘, 늘 무無에서 새로운 기술을 창출하는 게 아니라 이미 수천만 년 동안 자연선택에 의해 갈고 닦인 자연의 발명품들을 우리 입맛에 맞도록 다듬어보자는 것이다. 성당흰개미의 집은 그 유명한 가우디 성당과 모습은 비슷할망정 성능은 훨씬 탁월하다. 이처럼 동물 사회의 가우디들이 만들어낸 기술에 관심을 기울여보자는 게 바로 내가 생각하는 의생학이다.  - P108

구달 박사 덕에 의인화 방식은 이제 동물의 행동을 연구하는 데 중요한 방법론으로 당당하게 자리를 잡았다.
이 책의 저자도 "다른 종의 경험을 평가하는데 한 종의 경험을활용하는 것은 야생 동물을 연구하는 많은 생물학자들에게 유용한도구" 라는 주장을 서슴없이 한다. 저자는 다른 동물의 행동과 감정을 해석하는 데 자신의 가치와 경험을 적용하는 것이 우리 인간만이 아니라는 걸 일깨워준다.  - P11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콜레라 사망률은 빈민들 사이에서 가장 높았다. 그들은 상한 음식을 먹었고 그마저도 거의 없었다. 그들은 작고 허술하고 난방도 잘 안 되는, 배설물로 가득한 집에서 살았다. 그들은 윗사람이 물려준 낡은 헌옷을 입었다.
제대로 못 먹고 제대로 못 자고 제대로 못 입었기 때문에 그들의 면역계는 약화되었고, 일찍 죽은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영국의 상류층들은 이 괴기한 불균형이 운명이라고 확신했다. 가난은 경제적, 사회적 문제가 아니라 영적 조건, 즉 죄에 대한 벌이라는 것이었다. 1832년 해부법이 통과되면서 사실상 가난은 죄가 되고 말았다. 이전에 죄질이 매우나쁜 범죄에만 가해졌던 징벌인 외과의사, 해부학자, 의대생에 의한 사후 해부는 이제 매장할 비용이 없는 빈민들의 운명이 된 것이다. 1834년 수정 구빈법이 올가미를 더 죄었는데, 일자리를 잃은 빈민에 대한 현금 자선을 법으로 금지하고 그들을 감옥과 같은 구빈원에 밀어 넣었다.
심지어 고아들과 노인들 그리고 장애인들에게도 그랬다.
- P71

오늘날 세계 인구 중 10억 명이 아직도 수도관이나 우물 덮개, 수원지등이 전혀 개선되지 않은 상태에서 살고 있다. 수십억 명의 사람들은 개선되기는 했지만 아직도 오염되고 불안한 식수원에 의존하고 있다. 20억 명은 대소변을 적절히 처리할 방법이 없다. 매년 전 세계에서 200만명에서 300만 명의 아이들이 물 때문에 콜레라를 비롯해 병에 걸려 죽어 간다. 이런 문제는 15년 동안 매년 100억에서 200억 달러를 들여야 고칠 수 있다. 이 비용은 미국인들이 매년 탄산음료를 마시는 데 쓰는610억 달러의 1/3보다 적다. 우리는 지금 멋들어진 집안 배관시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게 아니다. 지구상의 모든 사람들을 위한 기본적인수질 관리와 임시 변소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다.
- P7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편지 1
영국의 새빌 부인에게
상트페테르부르크, 17 XX년 12월 11일

그토록 불길하게 여기셨던 일이 별다른 탈 없이 시작되었다는 소식을 들으신다면 무척 기뻐하시겠지요. 어제 이곳에 도착했어요. 저의 첫임무는 바로, 제가 아주 잘 있을 뿐 아니라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할수 있다는 자신감이 점점 커진다는 소식을 전해 제 사랑하는 누이를 안심시키는 일입니다.
- P1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머리말
세상에서 가장 풍성한 만찬에당신을 초대합니다

취미 독서와 기획 독서

나는 책벌冊閥이다. 벌閥이란 본래 대문의 왼쪽 기둥을 일컫는 말이었지만, 족벌族閥, 파벌派閥, 학벌學閥, 재벌財閥 등의 단어에서 보듯이 주로 출신 · 이해 · 인연 따위로 함께 뭉치는 집단이나 세력을 뜻한다. 그래서인지 우리 사회에서 벌‘은 영 호감이 가지 않는 말로전락해버렸다. 학파學派는 전혀 어감이 나쁘지 않은데 학벌은 더러운 말이 되어버렸다. 이처럼 호의적이지 않은 분위기 속에서도 나는 스스로 책벌이라고 고백하는 것을 꺼리지 않는다. 책 일끼를 즐기며, 책 쓰기를 게을리하지 아니하고, 책 모으기에 열심인 사람이 비난받을 이유는 아무리 생각해도 없을 것 같아 당당히 고백한다. - P4

나는 독서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잘 모르는 분야의 책을 붙들고 씨름하는 게 훨씬 가치 있는 독서라고 생각한다. 모르는 분야의 책을 붙들었는데 술술 읽힐 리는 없을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책 한 권을 뗐는데 도대체 뭘 읽었는지 기억에 남는 게 하나도 없다. 하지만 기왕에 읽기 시작한 그 분야의 책을 두 권, 세 권째 읽을무렵이면 신기하게도 책장을 넘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이렇게 하다 보면 차츰 내 지식의 영역이 넓어지는 가슴 뿌듯함을 느끼게 된다.
- P7

진리의 행보는 우리가 애써 세운 학문의 구획을 자유로이 넘나들지만,
우리는 학문의 울타리 안에 갇혀 진리의 옆모습 또는 뒷모습만 보고 있다.
나는 이제 학문의 국경을 넘을 때 여권이나 비자를 검사하는 거추장스러운 입국 절차를 생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창의성에는 애당초 경계라는 게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 P64

《천재성의 비밀Insights of Genius: Imagery and Creativity in Science and Art》, 《아인슈타인, 피카소: 현대를 만든 두 천재Einstein, Picasso:Space, Time, and the Beauty that Causes Havoc) 등의 책을 쓴 과학사학자 아서 밀러는 창의성이란 통합적 사고와 상상력에서 나온다고 주장한다. 이 책의 저자는 다음 한마디로 창의성 논의에 종지부를 찍는다. "창의성도 훈련이다." 이어서 창의성을 함양하기 위해서 우선 제일 먼저 기초 체력을 길러야 한다는 그의 발언은 창의성이란 타고나는 게 아니라 길러지는 것이라는 그의 생각을 더욱 확고하게해준다.
- P66

지속가능성이란 이 지구가 우리 세대가 쓰고 난 다음 완전히 소멸하거나 원상태로 복구되는 것이 아니라, 그대로 우리 다음 세대가 이어받아 살아야 하는 곳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다음 세대의 행복권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개발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많은 학자들은 인간의 탐욕을 기반으로 하는 자본주의 체제 자체의 모순 때문에 우리에게 희망이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조나단 포리는 지속가능한 경제를 구축할 수 있는 창의력이 자본주의에 내재하고 있다고 확신한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지식의 한계를 뛰어넘어 새롭게 지각하고 생각하는 능력을 함양해야 한다는 데이비드 봄의 지적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데이비드 봄은 네트워크의 상호연결성을 연구하는 과학자이다. 사회 변화의 속도가 걷잡을 수 없이 빨라지는 요즈음 지나친 연결성은 변화의 폭을 증가시켜 우리사회를 자칫 감당할 수 없는 소용돌이로 몰아넣을 수 있다.
- P8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오브를 껴안으며 말했다. "우리는 영원히 친구야. 그리고 나는 언제라도 참깨 세상에 놀러 오고 싶을 거야. 여기는 모두가 다정하고 언제나 색이 밝아."
오브가 말했다. "나는 힘든 세상에서 절대 못 살아. 거기는 잿빛일 때가 너무 많아."
내가 말했다. "그렇지만 잿빛인 데에는 좋은 점도 있어, 잿빛인 날이 많기 때문에 푸르른 날을 더 아름답게 느낄 수 있어. 밝고 행복한 날만 계속될 수는 없어. 잿빛도 삶의 일부야."
"그래서 오로르는 참깨 세상에 오는 걸 좋아하지! 잿빛은 없으니까"
"그래, 맞아. 그렇지만 힘든 세상에는 잿빛이 있어서, 사람들한테 문제가 있어서, 내가 중요한 일을 할 수 있어!"
- P224

"나는 오로르니까요! 내가 하는 일은 뭐든 재밌어요. 내가 하는 일은 뭐든 모험이죠!"
"그래서 다음은?"
"또 오로르의 멋진 모험!"
"무슨 사건인데?"
"전혀 몰라요.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까 모험이죠!"
- P23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