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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 독서와 기획 독서
나는 책벌冊閥이다. 벌閥이란 본래 대문의 왼쪽 기둥을 일컫는 말이었지만, 족벌族閥, 파벌派閥, 학벌學閥, 재벌財閥 등의 단어에서 보듯이 주로 출신 · 이해 · 인연 따위로 함께 뭉치는 집단이나 세력을 뜻한다. 그래서인지 우리 사회에서 벌‘은 영 호감이 가지 않는 말로전락해버렸다. 학파學派는 전혀 어감이 나쁘지 않은데 학벌은 더러운 말이 되어버렸다. 이처럼 호의적이지 않은 분위기 속에서도 나는 스스로 책벌이라고 고백하는 것을 꺼리지 않는다. 책 일끼를 즐기며, 책 쓰기를 게을리하지 아니하고, 책 모으기에 열심인 사람이 비난받을 이유는 아무리 생각해도 없을 것 같아 당당히 고백한다. - P4
나는 독서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잘 모르는 분야의 책을 붙들고 씨름하는 게 훨씬 가치 있는 독서라고 생각한다. 모르는 분야의 책을 붙들었는데 술술 읽힐 리는 없을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책 한 권을 뗐는데 도대체 뭘 읽었는지 기억에 남는 게 하나도 없다. 하지만 기왕에 읽기 시작한 그 분야의 책을 두 권, 세 권째 읽을무렵이면 신기하게도 책장을 넘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이렇게 하다 보면 차츰 내 지식의 영역이 넓어지는 가슴 뿌듯함을 느끼게 된다. - P7
진리의 행보는 우리가 애써 세운 학문의 구획을 자유로이 넘나들지만, 우리는 학문의 울타리 안에 갇혀 진리의 옆모습 또는 뒷모습만 보고 있다. 나는 이제 학문의 국경을 넘을 때 여권이나 비자를 검사하는 거추장스러운 입국 절차를 생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창의성에는 애당초 경계라는 게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 P64
《천재성의 비밀Insights of Genius: Imagery and Creativity in Science and Art》, 《아인슈타인, 피카소: 현대를 만든 두 천재Einstein, Picasso:Space, Time, and the Beauty that Causes Havoc) 등의 책을 쓴 과학사학자 아서 밀러는 창의성이란 통합적 사고와 상상력에서 나온다고 주장한다. 이 책의 저자는 다음 한마디로 창의성 논의에 종지부를 찍는다. "창의성도 훈련이다." 이어서 창의성을 함양하기 위해서 우선 제일 먼저 기초 체력을 길러야 한다는 그의 발언은 창의성이란 타고나는 게 아니라 길러지는 것이라는 그의 생각을 더욱 확고하게해준다. - P66
지속가능성이란 이 지구가 우리 세대가 쓰고 난 다음 완전히 소멸하거나 원상태로 복구되는 것이 아니라, 그대로 우리 다음 세대가 이어받아 살아야 하는 곳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다음 세대의 행복권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개발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많은 학자들은 인간의 탐욕을 기반으로 하는 자본주의 체제 자체의 모순 때문에 우리에게 희망이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조나단 포리는 지속가능한 경제를 구축할 수 있는 창의력이 자본주의에 내재하고 있다고 확신한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지식의 한계를 뛰어넘어 새롭게 지각하고 생각하는 능력을 함양해야 한다는 데이비드 봄의 지적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데이비드 봄은 네트워크의 상호연결성을 연구하는 과학자이다. 사회 변화의 속도가 걷잡을 수 없이 빨라지는 요즈음 지나친 연결성은 변화의 폭을 증가시켜 우리사회를 자칫 감당할 수 없는 소용돌이로 몰아넣을 수 있다. - P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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