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마네의 그림 속에선 평범한 옆집 사람들이 퇴폐적으로 놀아나고 있었습니다. 교훈이 될 만한 이야기는 전혀 떠오르지 않죠. 어제 점심때 퇴폐적으로 놀았던 기억만 떠오르게 하는 그림 앞에서 방탕했던 부르주아 남성들은 얼굴이 붉어졌고, 급기야 "이 그림은 쓰레기다!" 라는막말을 하기에 이릅니다. 이 ‘쓰레기 같은 그림은 어느새 시대의 거울이되어 당시 방탕한 남성들의 일상을 비추고 있었던 것입니다.
"현대의 생활, 즉 동시대 사람과 생활상을 그려야 해." 마네에게 수없이 얘기했을 보들레르의 한발 앞선 생각이 마네의 정신을 흔들어 깨운셈입니다. 그 결과, 풀밭 위에 퇴폐적으로 노니는 1860년대 부르주아들의 생활상을 풍자하는 그림으로 탄생하게 된 것입니다. 이렇게 미술은과거의 향수에서 벗어나 비로소 시대와 함께 호흡하기 시작합니다. 이것이 바로 마네가 발견한 미래로 가는 문‘ 입니다. 오늘날의 미술 작품이시대와 호흡하고 있는 이유이죠. 마네의 도발적 시도는 오늘날에 와서야 대중적 코드로 정착된 것입니다.
- P184

과거의 정신과 미래의 정신이 뒤섞여 혼란과 갈등을 흘뿌리던 19세기 예민한 감각을 지녔던 젊은 예술가들은 갓 태어난 시대정신을 한발앞서 포착합니다. 이들은 르네상스 미술에 뿌리를 두고 있는 획일화된 주제나 기법 등의 전통을 과감히 깨부숩니다. 대신 자신만의 관점으로새로운 미술 창조를 추구하죠. 이렇게 과거의 패러다임이 깨지고, 그 자리에 근대적 정신이 반영된 모더니즘 미술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합니다.
그렇다 해도 너무 빠른 것 아냐? 이런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프랑스혁명은 1789년, 마네가 <풀밭 위의 점심 식사>를 그린 건 1863년, 모네가 <인상, 해돋이>를 그린 건 1872년입니다. 100년도 채 되지 않아 미술이 완전히 새 옷으로 갈아입은 것입니다. 이렇게 미술이 재빨리 근대의 옷을 입게 된 것은 매우 강력한 촉매제가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바로 카메라입니다. 오늘날에는 모든 사람의 손에 들려 있는 이 카메라라는녀석이 19세기에는 회화를 종말시킬 괴물로 여겨졌습니다.
- P199

인상주의를 한 마디로 말하면 이렇습니다. 오직 빛이 보여주는 세상을 솔직하게 포착해 그린다.‘ 인상주의 이전에 고전주의 회화는 사물 고유의 색과 형이 있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것은 머릿속에 있는 관념적 색과 형을 그렸던 것이죠. 인상주의는 사실 우리눈에 보이는 사물의 고유한 색과 형은 없으며, ‘빛‘에 의해 시시각각 변화한다는 솔직한 시각의 반영입니다. 내 눈으로 본 것만 그리겠다‘는 사실주의가 한단계 진화한 사조라고 할 수 있죠.
인상주의 화가들은 사물의 색과 형을 보여주는 햇빛을 포착하기 위해 야외로 나가 그림을 그렸습니다. 햇빛의 변화로 시시각각 변하는 색과 형을 즉각반영하기 위해 물감을 섞지 않고 원색을 바로 썼으며, 붓질은 점찍 듯 짧고 빠르게 했습니다. 또한 인상주의는 사진 기술의 근간인 광학이 반영되었습니다.
1874년 최초의 인상주의 전이 초상 사진가 나다르의 스튜디오에서 열린 것은우연의 일치가 아닙니다. 나다르는 당시 파리에서 가장 인기 있는 초상 전문 사진가였습니다. 모네를 포함한 인상주의자들은 이런 사진가와 관계를 맺으며사진 제작의 원리(광학)를 알게 되었고, 자신의 회화 작업에 반영한 것입니다.
- P217

이런 노력과 연구에도 불구하고 모네는 뭔가 2퍼센트의 부족함을 느낍니다.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회화에 대한 독창적인 개념을 아직 그림으로 명확하게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갈증 때문이었습니다. 그는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그곳의 풍경은 단 하나가 아니더라!‘ 같은 곳의 풍경을 하루 종일 바라본 인내심의 대가인 모네는 깨달있습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날씨가 변하고 그것은 빛의 변화로 이어진다는 것, 빛이 변하면 풍경 속 만물의 색과 형태가 변한다는 것, 그러므로 무한한 시간만큼 그곳의 풍경도 무한히 다채롭게 그릴 수 있다는 것을요. 이것은 이제껏 풍경 화가들이 하나의 풍경에 하나의 그림만을 그리던 것과 전혀다른 개념이었습니다. 모네는 자신의 깨달음을 어떻게 작품으로 표현해야 할지 고민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연작‘이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립니다.
- P214

세잔이 본 자연은 보면 볼수록 분해되거나 쪼개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였죠. 보면 볼수록 모든 자연물의 색과 형태가 명료해지고또렷해짐을 느꼈습니다. 변화 속 불변의 발견입니다. 세잔은 매 순간 변하는 자연의 껍데기 속에서 변하지 않는 영원한 실체를 느낍니다. "영원한 인상주의를 만들고 싶다"는 그의 말은 바로 이것을 의미합니다. 이로써 세잔은 자연의 본질을 통찰해 그리겠다는 원대한 목표를 세웁니다.
즉, 사물이 지닌 본연의 ‘색‘과 ‘형태‘, 그 엑기스를 추출해 그리고자 했습니다. 그리고 이 엑기스를 추출하기 위해 오랫동안 보고 또 보며 탐구했습니다. 사과가 썩을 때까지 그렸다는 세잔의 일화는 유명합니다.
- P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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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시대는 자신만의 자세와 시선, 몸짓을 지니고 있다."
"그림을 배우려고 옛 거장들의 작품을 공부하는 것은 분명 훌륭한 일이지만, 만약 목표가 현재의 아름다움의 성격을 이해하는 것이라면 그것은불필요한 훈련일 뿐이다."

‘현대의 생활, 즉 동시대 사람들과 생활상을 그려라.‘ 이게 보들레르의 생각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는 마네의 미술에 고스란히 담깁니다.
- P178

15세기 르네상스 이후 서양 미술의 절대 법칙으로 군림해왔던 표현법이 있는데요. 바로 원근법입니다. 평평한 벽면과 캔버스를 3차원의 공간으로 만드는 신통한 아이디어였죠. 1,000년의 중세시대 동안 비현실적이었던 회화에 마치 실재 같은 가상공간을 탄생시키는 절정의 기술이었습니다. 이 필살기는 그림을 보는 사람의 몰입을 높여 그림속 주제를 더욱 생생히 느낄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마치 일반 영화를보다가 3D 아이맥스 영화를 보는 것처럼 말이죠. 그런데 마네가 본 우키요에에 원근법 따위는 없었습니다. 평평한 그림들이 마네에게 이렇게 말을 거는 듯했습니다. "그림을 어디에 그려? 평평한 종이, 천에 그리잖아. 거기에 뭐하러 3D 가짜 공간을 만들어? 그냥 평평하게 그리면되지!"
이뿐만이 아닙니다. 우키요에는 그리스로마 미술을 절대 진리로 여기며 르네상스 이후 500년간 이어져온 고전적인 화풍 또한 무시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화가들은 현실에는 없는 이상적인 미를 그리기 위해 철저히 이성적으로 계산해 그림을 그렸습니다. 여인의 살결은 붓질 하나보이지 않게, 드레스는 실제보다 더 빛나게 그렸죠. 마치 인간이 아닌 신이 그린 것 같은 절대적이고 이상적인 그림이었습니다.
- P181

하지만 마네가 본 우키요에는 이것들을 무시하고 있었습니다. 인물,
건물, 산 등 모든 사물에 뚜렷한 윤곽선이 있었고, 그 안은 순수한 원색이 채워져 있었습니다. 단순미가 강렬하게 드러났죠. 우키요에는 마치이렇게 마네에게 말을 거는 듯했습니다. "왜 사람을 그리는 데 수천 번붓질을 해야 하지? 윤곽선, 원색, 끝!"
- P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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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하면 아라비아 반도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이 바다의 습기가 공기 중의 습도에 영향을 미치고, 이는 열기가 초래하는 건조함과 기후의 혹독함을 감소시켜준다. 바다로부터의 습기로 인해서 아라비아 반도는 어느 정도 온화해지게 된 것이다.
사물의 본질에 대한 지식이 없는 계보학자들은 흑인이 노아의 아들인 함의 자손이며, 그들의 피부가 검게 된 것은 노아가 함을 저주했기 때문이고, 신의 노여움이 함의 자손들을 노예로 만든 것이라고 설명한다. 노아가 자기 아들 함을 저주한 것은 『토라에도 언급되어 있지만, 검은 피부에 대해서는 아무런 이야기도없다. 다만 그의 저주에는 함의 자손이 그 형제의 후손들의 노예가 되리라는 것만 포함되어 있다. 흑인들의 검은 피부를 함에게로 돌리는 것은 더위와 추위의본질, 또 그것이 기후와 그 기후조건 안에서 태어나는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의본질을 모르기 때문이다. 제1, 제2기후대의 주민들에게 공통적인 검은색 피부는 그들이 숨쉬며 살고 있는 공기, 즉 남쪽의 엄청나게 뜨거운 열기의 영향으로 형성된 공기 때문에 초래된 것이다. 그곳에서 태양은 짧은 간격을 두고 1년에 두번이나 정점에 올라가며, 1년 내내 태양은 높은 곳에 머무르고 있다. 따라서 태양광선도 많을 수밖에 없다. 그곳의 주민들은 매우 혹독한 여름을 지내야 하기때문에, 그들의 피부는 과도한 열기로 인해서 검은 색으로 변했다. 이와 비슷한현상이 북방의 제6, 제7기후대에서도 일어나는데, 이곳에서는 북방의 과도한 추위의 영향으로 생기는 공기의 구성으로 인해서 그런 현상이 발생한다. 태양은 언제나 벌판의 지평선 혹은 그 언저리에 머물고, 정상에 오르는 법이 결코 없으며 그 근처에도 가지 못한다. 따라서 이 지역에서 열기는 미약하고 추위는 사계절내내 혹심할 수밖에 없다. 그 결과 주민들의 피부색은 희게 되고 모발 색깔은 엷어지는 경향이 있다. 심한 추위가 가져오는 또 다른 영향은 푸른 눈, 주근깨 많은 피부, 금발 등이다.
- P89

계보학자들은 민족 간의 차이가 오로지 혈통 때문에 생긴다고 하는 그들의 신념 때문에 이러한 오류에 빠지게 된 것이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종족이나 민족 사이의 차이는 때로는 아랍인, 이스라엘인, 페르시아인처럼 상이한 혈통에 의해서 생기기도 하지만, 때로는 잔지인, 아비시니아인, 슬라브인, 수단인의경우처럼 지리적인 위치나 신체적인 특징에 의해서 비롯되기도 한다. 또 다른 측면에서는 아랍인들의 경우에서 볼 수 있듯이 혈통과 동시에 관습이나 눈에 띄는 특색에 의해서 생기기도 한다. 혹은 특정한 민족에게만 특유하게 존재하는 조건,
자질, 성격 가운데 어떤 것에 의해서도 생길 수 있다. 그러나 남방이나 북방의어떤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함과 같이 어떤 유명한 사람의 후손이라고 하면서, 그 조상이 지녔던 피부색, 특질, 신체적 특성을 공유하고 있다고 일반화시켜 말하는 것은 오류이다. 이는 인류와 지리적 환경, 이 양자의 진정한 본질을 무시했기 때문에 발생하는 오류인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것은 외적인 상황과 환경도 변화할 수밖에 없고, 그러한 변화가 후속 세대에게 영향을 준다는 사실도 무시한 것이다.
- P92

이처럼 음식이 여러 가지 방식으로 신체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볼 때, 공복(즉 음식이 없는 상태)도 마찬가지로 신체에 영향을 미치리라는 점은 의심할 수 없다. 왜냐하면 이 두 가지 반대현상은 동일한 패턴을 따르기 때문이다. 즉 음식이 신체의 근본적인 생존에 영향을 주는 것과 동일한 방식으로, 공복은 신체와 정신을 파괴하는 부패한 잉여물과 혼합물을 몸에서 제거함으로써 신체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신께서는 모든 것을 아신다!
- P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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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을 잠그는 순간, 나는 드디어 한 친구와의 통화연결에 성공한다. 친구는 "여보세요"라고 말한다. 나 역시 친구에게 "여보세요"라고 말한다. 곧이어 친구는 "누구세요?"라고 묻는다.
순간 나는 내가 누구에게 전화를 걸었는지 알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한번 더 "누구세요?" 묻는 친구의 목소리가 들린다. 당황한 나는 내 친구이거나, 선배이거나, 친구의 친구일지 모르는 사람에게 절박한 목소리로 되레 묻는다. "누구세요?" 경계하듯 저편에선 잠시 말이 없다. 그리하여, 행여 저편에서 수화기를 놓을까봐 조급해하며 내가 연이어 "누구세요?"
"누구셨죠?"를 울듯 묻고 있을 때, 각각의 방이 무덤처럼 조용했는지 어땠는지, 네 명의 여자가 모두 내 방으로 달려왔는지어땠는지 나는 기억할 수 없다. 다만 주의력이 좋은 여자였다.
면 누군가 한 명은 아침에 내가 화장실 앞에 처음으로 붙여놓은 ‘미안해요. 무서워서 그랬습니다‘라는 포스트잇을 보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그 순간 하고 있었다는 기억뿐이다.
- P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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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

자애롭고 자비로운 신의 이름으로!
오, 신이여, 우리들의 주(主)인 무함마드
그리고 그의 가족과 그의 주위에 계시던 분들께 기도 드리나이다!

애정으로 충만하신 신의 자비를 갈구하는 신의 종, 이븐 할둔- 신께서 그에게 성공을 주시기를!- 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신께 찬미를! 신은 힘이 있고 강하시다. 신의 손에는 제왕의 권위와 왕권이 들려 있노라. 신은 가장 아름다운 이름과 속성들을 가지고 계신다. 신은 은밀한 속삭임으로 말해지거나 언표되지 않은 어떠한 것도 모두 꿰뚫을 정도로 무한한 지식을 그리고 하늘과 지상의 어떠한 것도 신을 압도하거나 피할 수 없을 정도로,
끝없는 권력을 가지고 계신다.
- P5

 만약 역사가가 단순히 전해져오는 모양 그대로의 역사적인 정보를 믿기만 하고, 관습에서 비롯된 원리들, 정치의 근보적인 사실들, 문명이 지니는 특징, 혹은 인간의 사회조직을 지배하는 상황들에대해서 분명한 지식을 가지지 못하고 있다면, 아니 더 나아가서 아주 먼 고대의 자료들을 평가하는 그 당시의 혹은 비슷한 시기의 자료들과 비교하지 않는다면,
그는 진리의 길에서 벗어나서 실족하고 실수를 범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 P29

그런데 허위(虛僞)는 필연적으로 역사적 정보를 왜곡시킨다. 이러한 현상을 불가피하게 만드는 이유는 여러 가지이다. 그 첫번째 이유는 어떤 견해나 학파를 추종하는 당파성이다. 만약 사람이 공평한 마음으로 정보를 수용한다면, 그 정보가 마땅히 거쳐야 할 비판적인 검증을 할 것이며, 따라서 그것이 진실인지 허구인지를 분명히 할 것이다. 그렇지만 만약 그가 특정한 견해나 교파에 기우는 당파성으로 오염되어 있다면, 그는 자기가 만족스럽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서는한 순간의 주저도 없이 받아들일 것이다. 편견과 당파성은 비판적인 능력을 흐리게 하고 비판적인 검토를 배제하며, 그 결과는 오로지 거짓의 수용과 전달일 뿐이다.
역사적 정보 속에 허위가 불가피하게 들어오는 두번째 이유는 그러한 정보가전달자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데에 있다. 이것은 인격비판을 통해서 검증 - P61

할 수밖에 없다. 세번째 이유는 사건의 목적을 인식하지 못하는 데에 있다. 많은 전달자들은 그가 관찰한 것이나 구전을 통해서 알게 된 것들의 진정한 의미를 알지 못하고 정보를 전달할 때 자기 나름대로 추정하거나 상상하는 의미를 거기에 덧붙여 전달할 뿐이다. 그 결과는 거짓이다. 네번째 이유는 사물의 진실에 관한 근거 없는 추정이다. 이는 매우 흔한 현상이며, 대부분 전달자를 맹신하기 때문에 생긴다. 다섯번째 이유는 상황이 과연 진실과 얼마나 부합하는지를 잘 알지못하는 데에 있다. 상황은 때로 애매하고 인위적으로 왜곡되기도 하기 때문에,
비록 보고자가 자신이 보았던 대로 상황을 진술하더라도 그와 같은 인위적인 왜곡으로 인해서 사물의 진정한 모습을 보지 못하게 된다.
여섯번째 이유는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권력과 지위가 높은 인물들을 찬미하고칭찬하는 데에 있다. 그들은 상황을 미화하고 명성을 퍼뜨리기 때문에, 이러한방식으로 널리 유포된 정보는 진실하지 않다. 인간의 영혼은 칭찬을 갈구하고 현세와 거기서 얻을 수 있는 지위와 부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인다. 그러나 사람들은 대체로 덕성을 열망하지 않을 뿐 아니라, 미덕을 갖춘 사람들에 대해서 별다른 흥미도 느끼지 않는다. 허위가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일곱번째 이유 - 이것이야말로 앞에서 언급한 이유들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는 문명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상황들이 어떠한 성질을 가지고 있는가 하는 것에 무지한 데에 있다.
어떤 사건들(혹은 현상들)이 본질과 관련되어 생긴 것이냐 아니면 어떤 행위의결과이냐를 불문하고, 그것들은 본질이면 본질 나름대로 혹은 부수적, 우연적 상황들이면 또 그 나름대로의 고유한 성질을 가질 수밖에 없다. 만약 연구자들이 현존하는 세계에서 벌어지는 사건과 상황과 상태들의 고유한 성질을 안다면, 역사적 정보를 비판적으로 검토할 때 진실과 허위를 구별하는 데에 도움을 얻게 될 것이다. 이것은 비판적인 검토를 행할 때 다른 어느 것보다 더 효과적인 방법이다.
- P62

앞에서 언급했듯이 인류가 사회조직을 만들고 이 세상에 문명이 성립하게 되면, 사람들은 인간의 동물적 본성 속에 존재하는 공격성과 불의를 제어해야 할 필요를 느끼게 되고, 따라서 억제력을 발휘하고 서로를 공격하지 못하도록 떨어뜨려놓는 누군가를 필요로 하게 된다. 야수의 공격성에 대비하여 인간을 방어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무기는 인간 자신의 공격을 막아내기에는 충분하지 못하다.
왜냐하면 모든 인간이 그러한 무기를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간 상호간의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서는 무엇인가 다른 것이 필요한데, 그것은 외부로부터 주어질 수는 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인간 이외의 다른 모든 동물들은 인간의 지각과 영감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억제력을 발휘하는 사람은 인간들 가운데 누군가일 수밖에 없다. 그는 사람들을 제압하는 힘과 권위를 가져야하며, 그렇게 함으로써 누구도 서로에 대해서 공격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왕권이 가지는 의미이다.
- P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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