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물은 두 산 사이에서 쏟아져 나와, 바윗돌과 부딪치며 거세게 다툰다.
그 화들짝 놀란 듯한 파도, 분노를 일으킨 듯한 물결, 슬피 원망하는 듯한 여울물은 내달아 부딪치고 휘말려 곤두박질치며 울부짖고 고함치는듯하여, 항상 만리장성을 쳐부술 듯한 기세를 지니고 있다. 전거戰(전투용 수레) 만 채, 전기 (기마병) 만 대隊(대열隊列), 전포戰砲 만 문, 전고戰鼓 만개로도, 무너져 내려앉고 터져 나오며 짓누르는 저 강물의 소리를 비유하기에 부족하다.
백사장에는 거대한 바윗돌이 우뚝하게 늘어서 있고, 강둑에는 버드나무들이 어두컴컴하여 형체를 분간하기 힘들다. 흡사 물귀신들이 다투어나와 잘난 체 뽐내는 듯하고, 좌우에서 이무기들이 사람을 낚아채려고 애쓰는 듯하다. - P282

강물을 건널 적에 사람들이 모두 고개를 쳐들고 하늘을 보길래, 나는 그 사람들이 고개를 쳐들고 하늘을 향해 속으로 기도를 드리나 보다 하였다. 그런데 한참 있다가 안 사실이지만, 강을 건너는 사람이 물을 살펴보면 물이 소용돌이치고 용솟음치니, 몸은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는듯하고 눈길은 물살을 따라 흘러가는 듯하여, 곧 어지럼증이 나서 물에빠지게 된다. 그러니 저 사람들이 고개를 쳐든 것은 하늘에 기도를 드리는 것이 아니요, 물을 외면하고 보지 않으려는 짓일 뿐이었다. 또한 잠깐 재에 목숨이 왔다갔다 하는 판인데 어느 겨를에 속으로 목숨을 빌었겠는가.
이와 같이 위태로운데도, 강물 소리를 듣지 못하였다. "요동 벌판이 평평하고 드넓기 때문에 강물이 거세게 소리를 내지 않는 것이다" 라고 모두들 말하였다. 그러나 이는 강에 대해 잘 모르고 한 말이다. 요하가 소리를 내지 않은 적이 없건만, 단지 밤중에 건너지 않아서 그랬을 뿐이다. 낮에는 물을 살펴볼 수 있는 까닭에 눈이 오로지 위태로운 데로 쏠리어, 한창 벌벌 떨면서 두 눈이 있음을 도리어 우환으로 여기는 터에,
또 어디서 소리가 들렸겠는가? 그런데 지금 나는 밤중에 강을 건너기에눈으로 위태로움을 살펴보지 못하니, 위태로움이 오로지 듣는 데로 쏠리어 귀로 인해 한창 벌벌 떨면서 걱정을 금할 수 없었다.
나는 마침내 이제 도道를 깨달았도다! 마음을 차분히 다스린 사람에게는 귀와 눈이 누를 끼치지 못하지만, 제 귀와 눈만 믿는 사람에게는 보고 듣는 것이 자세하면 할수록 병폐가 되는 법이다.
- P284

소리와 빛깔은 나의 외부에 있는 사물이다. 이러한 외부의 사물이 항상 귀와 눈에 누를 끼쳐서, 사람이 올바르게 보고 듣는 것을 이와 같이 그르치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 하물며 사람이 이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은 강을 건너는 것보다 훨씬 더 위험할 뿐 아니라, 보고 듣는 것이 수시로 병폐가 됨에랴! 나는 장차 나의 산중으로 돌아가 대문 앞 계곡의 물소리를 다시 들으며 이와 같은 깨달음을 검증하고, 아울러 처신에 능란하여 제 귀와 눈의 총명함만 믿는 사람들에게도 경고하련다.
- P286

문득 보니 발(廉) 곁에서 제비가 지저귀는데, 이른바 ‘회여지지 지지위지지‘ 회汝知之 知之爲知之라 하기에, 나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리며,
••••••
회여지지 지지위지지 회汝知之 知之爲知之 : 『논어』에 나오는 말이다. 공자가 자로子路에게 말하기를
"너에게 아는 것이 무엇인지 가르쳐 주겠다.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
이것이 바로 아는 것이니라"(회汝知之乎 知之爲知之 不知爲不知 是知也)라고 하였는데, 원문의 음이 제비의 지저귀는 소리와 비슷하다 하여 제비의 울음소리를 묘사할 때 흔히 쓰인다.
*가르칠 회 - P330

하지만 지기를 잃은 쓰라림으로 말하자면 그렇지가 않네. 내가 다행히 눈을 지녔지만 누구와 더불어 나의 보는 것을 같이하겠는가? 내가 다행히 귀를 지녔지만 누구와 더불어 나의 듣는 것을 같이하겠는가? 내가 다행히 입을 지녔지만 누구와 더불어 나의 맛을 함께하겠는가? 내가 다행히 코를 지녔지만 누구와 더불어 나의 향내 맡음을 같이하겠는가? 내가 다행히 마음을 지녔지만 장차 누구와 더불어 나의 지혜와 깨달음을같이 하겠는가?
- P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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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곧 네 이름이긴 하지만, 너의 몸에 속한 것이 아니라 남의 입에달려 있는 것이다. 남이 부르기에 따라 좋게도 나쁘게도 되고, 영광스럽게도 치욕스럽게도 되며, 귀하게도 천하게도 되니, 그로 인해 기쁨과 증오의 감정이 마구 생겨나는 것이다. 기쁨과 증오의 감정이 일어나기 때문에, 유혹을 받기도 하고 기뻐하기도 하고 두려워하기도 하고, 더 나아가 공포에 떨기까지 한다. 이빨과 입술은 네 몸에 붙어 있는 것이지만,
씹고 뱉는 것은 남에게 달려 있는 셈이니, 네 몸에 언제쯤 내 이름이 돌아올 수 있을지 모르겠구나.
저 바람 소리에 비유해 보자. 바람은 본시 공허한 것인데, 나무에 부딪쳐 소리를 내고, 도리어 나무를 흔들어 댄다. 너는 일어나 나무를 살펴보아라. 나무가 가만히 있을 때 바람이 어디에 있더냐? 너의 몸에는 본시 이름이 없었으나 몸이 생겨남에 따라 이름이 생겨서, 네 몸을 칭칭 감고 너를 겁박하며 억류하는 것을 알지 못하는 것이다.
- P226

매탕梅宕(이덕무)이 전에 처마 사이에서 왕거미가 거미줄 치는 모습을 보고는, 기뻐하며 나에게 말하기를,
"절묘하더군요! 때로 머뭇거리는 모습은 마치 무슨 생각이 있는 듯하고, 때로 재빨리 움직이는 모습은 마치 무언가를 깨달은 듯하며, 파종한 보리를 발로 밟아주는 것 같기도 하고, 거문고 줄을 손가락으로 누르는것 같기도 합디다."
하더니, 지금 담헌이 풍무와 어우러져 연주하는 것을 보고서 나는 왕거미의 행동을 완전히 이해하게 되었다.
- P230

"무릇 물고기가 물속에서 놀지만 눈에 물이 보이지 않는 것은 어째서인가? 보이는 것이 모두 물이라서 물이 없는 거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지. 그런데 지금 낙서 자네의 책이 마룻대까지 가득하고 시렁에도 꽉 차서 앞뒤 좌우가 책 아닌 것이 없으니, 물고기가 물에 노는 거나 마찬가지일세. 
아무리 동생 董生에게서 학문에 전념하는 자세를 본받고 장군張君에게서 기억력을 빌리고 동방삭東方制에게서 암송하는 능력을 빌린다해도, 장차 스스로 깨달을 수는 없을 터이니 그래서야 되겠는가?"
그러자 낙서가 깜짝 놀라서 물었다.
"그렇다면 장차 어찌 해야겠습니까?"
"자네는 물건 찾는 사람을 보지 못했는가? 앞을 바라보면 뒤를 놓치고, 왼편을 돌아보면 바른편을 빠뜨리게 되지. 왜냐하면 방 한가운데 앉아 있어 제 몸과 물건이 서로 가리고, 제 눈과 공간이 너무 가까운 탓일세. 차라리 제 몸을 방 밖에 두고 들창에 구멍을 내서 엿보는 것이 낫지.
그렇게 하면 오로지 한쪽 눈만으로도 온 방 물건을 다 취해 볼 수 있다네"
- P238

그때 나는 과연 밥을 못 먹은 지 사흘이나 되었다. 행랑아범이 남의 집지붕을 이어주고 품삯을 받아, 그날 밤에야 비로소 밥을 지었다. 그런데어린아이가 밥투정을 부려 울면서 안 먹겠다고 하자, 행랑아범은 성이나서 사발을 엎어 개에게 주어 버리고는 아이에게 뒤져 버리라고 악담을 하였다.
이때 나는 겨우 밥을 얻어먹고 식곤증이 나서 누웠던 참이었다. 행랑아범에게 장괴애가 촉蜀 지방을 다스릴 적에 어린아이를 베어 죽인 고사를 비유로 들어 타이르고 나서, 또 말하기를,
"평소에 가르치지 않고서 도리어 꾸짖기만 하면, 커 갈수록 부자간의 은의恩義를 상하게 되는 법일세."
하였다. 그러면서 하늘을 쳐다보았더니, 은하수가 지붕 위에 드리웠고 별똥별은 서쪽으로 흐르며 흰 빛줄기를 공중에 남겼다.
- P246

들려오는 맹꽁이 울음소리는 눈 어둡고 귀먹은 원님 앞에 난민亂民들이 몰려와서 소송을 벌이는 듯했다. 매미 울음소리는 일과를 엄히 지키는 서당에서 시험일에 닥쳐 소리 내어 글을 외우는 듯했다. 닭 울음소리는 한 선비가 홀로 나서서 바른말 하는 것을 자기 소임으로 삼는 듯했다.
- P271

"통곡하기에 좋은 장소로다! 통곡할 만하구나!"
그러자 정 진사가 묻기를,
"이처럼 하늘과 땅 사이에 시야가 탁 트인 드넓은 곳을 만났는데, 갑자기 또 통곡을 생각하다니 왜 그러시오?"
하기에, 내가 말하였다.
"그렇기도 하오만, 꼭 그렇지만은 않소. 자고로 영웅은 울기를 잘하고미인은 눈물이 많은 법이오. 하지만 그들의 울음은 두어 줄기의 소리 없는 눈물이 옷깃 앞에 굴러 떨어지는 것에 지나지 않았으니, 그들의 울음소리가 천지에 가득 차서 종이나 경쇠에서 울려 나오는 듯했다는 말은듣지 못했소,
사람들은 인간의 일곱 가지 감정(情) 중에 오직 슬픔(哀)만이 통곡을유발하는 줄 알고, 일곱 가지 감정이 모두 통곡할 만한 줄은 모르오. 기쁨(喜)이 극에 달하면 통곡할 만하고, 노여움(怒)이 극에 달하면 통곡할 만하고, 즐거움(樂)이 극에 달하면 통곡할 만하고, 사랑(愛)이 극에 달하면통곡할 만하고, 미움(惡)이 극에 달하면 통곡할 만하고, 욕심(欲)이 극에 달하면 통곡할 만하다오.
그리고 억눌린 감정을 시원스레 풀어버리는 것은 울음소리보다 더 빠른 게 없으니, 통곡이란 천지에 있어서 격렬한 천둥에 비길 만하오. 극에달한 감정에서 우러나오고, 우러나온 것이 사리에 들어맞기만 하다면,
통곡이라 해서 웃음과 무엇이 다르리오?
- P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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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나가자, 그는 제게 말을 잇는 것이었어요.
"내 아들은 장차 당신이 사는 곳의 주인이 될 텐데, 이 아이가 후계자라는 확신이 설 때까지는 죽게 하고 싶지 않단말이야. 더욱이 이 애는 내 자식이니까 내 후손이 당당하게 그 집 재산의 주인 노릇을 하고, 내 아들이 그 집 애들에게 품삯을 주어 그들 조상의 땅을 갈게 하는 것을 보는 쾌감을 맛보고 싶단 말이야. 내가 이런 녀석을 참고 받아들이는 것도 오직 그런 생각이 있기 때문이지. 난 이 녀석 자체도 싫지만 이 녀석이 기억을 되살려 주기 때문에 더싫어. 그러나 아까 말한 그런 요량이 있으니까 문제없어.
저 녀석은 나한테 맡겨도 아무 탈 없을 거야. 당신네 주인이 제 자식 보살피는 것 못지않게 나도 이 애에게 잘해 줄테니까. 저 녀석한테 주려고 위층에 방을 잘 꾸며 놓았지.
저 녀석이 배우고 싶은 것을 가르쳐줄 가정교사도 20마일이나 떨어진 곳에서 한 주일에 세 번씩 오도록 약속해 두었고, 헤어튼에게도 저 애의 말에 순종하라고 일러놓았어.
사실 나는 저 녀석을 주위 사람들과는 달리 저 자신의 우수한 점과 신사적인 면을 유지하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춰놓았지, 그런데 애쓴 보람이 거의 없게 생겼으니 몹시 섭섭하군 내가 이 세상에서 바라는 복이 있었다면 그것은 저 녀석이 자랑할 만한 자식이 되었으면 하는 것뿐이었는데, 저렇게 허여멀건 얼굴에 울보라니 몹시 실망이야!"
- P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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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릇 귀가 몹시 먹어 들리지 않는 사람을 가리켜 ‘귀머거리다‘ 라고 하지 않고 ‘소곤대며 헐뜯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고 말한다. 눈이 흐려 보이지 않는 사람을 가리켜 ‘장님이다"라고 하지 않고 ‘남의 흠집을 살펴보지 않는다"고 말한다. 혀가 굳고 목소리가 막혀 말을 하지 못하는 사람을 가리켜 ‘벙어리다‘ 라고 하지 않고 ‘남 비평하기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또한 등이 굽고 가슴이 튀어나온 곱사등이를 가리켜 ‘아첨하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고 말하고, 혹이 주렁주렁 달린 혹부리를 가리켜 ‘중후함을 잃지 않는다‘고 말한다. 심지어 발가락이 넷인 사람이나 육손이, 절름발이나 앉은뱅이처럼 비록 몸은 병신이지만 덕德에는 아무런 손상이 없는 사람에 대해서도, 오히려 둘러내어 말할 것을 생각하고 곧바로 지적하여 말하기를 꺼린다. - P172

장차 배우고 묻기로 한다면 중국을 놓아 두고 어디로 가겠는가.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말하기를,
"지금 중국을 차지하고 있는 자들은 오랑캐들이다."
하면서 배우기를 부끄러워하여, 중국의 옛 법마저 싸잡아 비루하게 여긴다. 저 중국 사람들이 변발을 하고 오랑캐 옷을 입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저들이 의지하여 살고 있는 땅은 어찌 삼대三代(하, 은, 주) 이래 한漢, 당唐, 송宋, 명明의 중국 땅이 아니겠는가. 또한 그 땅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어찌 삼대 이래 한, 당, 송, 명의 예전 백성들이 아니겠는가. 진실로 그 법이 훌륭하고 제도가 아름답다면 장차 오랑캐에게라도 나아가 배워야 하는 법이다. 하물며 그 통이 매우 크고 마음 씀씀이가 정밀하며, 문물 제도가 원대하고 문장이 찬란한 점으로 말하면, 여전히 삼대 이래 한, 당, 송, 명의 고유한 옛 법을 보존하고 있음에랴.
우리를 저들과 비교해 본다면 진실로 한 치의 나은 점도 없다. 그럼에도 단지 한 줌의 상투를 가지고 스스로 천하에서 제일 낫다고 여기며,
"지금의 중국은 옛날의 중국이 아니다."
라고 말한다. 그 산천은 비린내 노린내가 난다고 탓하고, 그 백성은 개나 양이라고 욕하고, 그 언어는 오랑캐 말이라고 모함하면서, 중국 고유의 훌륭한 법과 아름다운 제도마저 배척해 버리고 만다. 그렇다면 장차 어디에서 본받아 행하겠는가?
- P188

옛날에 붕우朋友에 관해 말한 사람들은 붕우를 ‘제이第二의 나‘라 일컫기도 하고, 주선인 周旋人이라 일컫기도 했다. 이 때문에 한자를 만드는 자가 날개 우羽 자를 빌려 벗 朋 자를 만들었고, 손 수手 자를 겹쳐서 벗우友자를 만들었다. 붕우란 마치 새에게 두 날개가 있고 사람에게 두손이 있는 것과 같음을 말한 것이다.
- P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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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정말로 다양해서 유순한 아이든 까다로운 아이든
‘자신‘의 존재를 온몸으로 어필하고 있는 것 같아.
- P31

나는 엄마지만, 엄마가 되었지만
‘엄마‘가 아닌 나도 있다. - P67

좋은 점에만 그 사람다움이있는 게 아니라 이상한 점도 있는 내 모든 것이
‘나‘이기 때문에 이것이 ‘나만의 향기‘ 같은 게 아닐까? - P117

그렇게 생각하는 제 마음한쪽에서는 먹지 않는 나름의 이유랄까.
고집이라고할까.
그 아이안에 있는 그런 부분도
빛나 보이는 때가 있어요. - P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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