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나가자, 그는 제게 말을 잇는 것이었어요.
"내 아들은 장차 당신이 사는 곳의 주인이 될 텐데, 이 아이가 후계자라는 확신이 설 때까지는 죽게 하고 싶지 않단말이야. 더욱이 이 애는 내 자식이니까 내 후손이 당당하게 그 집 재산의 주인 노릇을 하고, 내 아들이 그 집 애들에게 품삯을 주어 그들 조상의 땅을 갈게 하는 것을 보는 쾌감을 맛보고 싶단 말이야. 내가 이런 녀석을 참고 받아들이는 것도 오직 그런 생각이 있기 때문이지. 난 이 녀석 자체도 싫지만 이 녀석이 기억을 되살려 주기 때문에 더싫어. 그러나 아까 말한 그런 요량이 있으니까 문제없어.
저 녀석은 나한테 맡겨도 아무 탈 없을 거야. 당신네 주인이 제 자식 보살피는 것 못지않게 나도 이 애에게 잘해 줄테니까. 저 녀석한테 주려고 위층에 방을 잘 꾸며 놓았지.
저 녀석이 배우고 싶은 것을 가르쳐줄 가정교사도 20마일이나 떨어진 곳에서 한 주일에 세 번씩 오도록 약속해 두었고, 헤어튼에게도 저 애의 말에 순종하라고 일러놓았어.
사실 나는 저 녀석을 주위 사람들과는 달리 저 자신의 우수한 점과 신사적인 면을 유지하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춰놓았지, 그런데 애쓴 보람이 거의 없게 생겼으니 몹시 섭섭하군 내가 이 세상에서 바라는 복이 있었다면 그것은 저 녀석이 자랑할 만한 자식이 되었으면 하는 것뿐이었는데, 저렇게 허여멀건 얼굴에 울보라니 몹시 실망이야!"
- P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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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릇 귀가 몹시 먹어 들리지 않는 사람을 가리켜 ‘귀머거리다‘ 라고 하지 않고 ‘소곤대며 헐뜯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고 말한다. 눈이 흐려 보이지 않는 사람을 가리켜 ‘장님이다"라고 하지 않고 ‘남의 흠집을 살펴보지 않는다"고 말한다. 혀가 굳고 목소리가 막혀 말을 하지 못하는 사람을 가리켜 ‘벙어리다‘ 라고 하지 않고 ‘남 비평하기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또한 등이 굽고 가슴이 튀어나온 곱사등이를 가리켜 ‘아첨하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고 말하고, 혹이 주렁주렁 달린 혹부리를 가리켜 ‘중후함을 잃지 않는다‘고 말한다. 심지어 발가락이 넷인 사람이나 육손이, 절름발이나 앉은뱅이처럼 비록 몸은 병신이지만 덕德에는 아무런 손상이 없는 사람에 대해서도, 오히려 둘러내어 말할 것을 생각하고 곧바로 지적하여 말하기를 꺼린다. - P172

장차 배우고 묻기로 한다면 중국을 놓아 두고 어디로 가겠는가.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말하기를,
"지금 중국을 차지하고 있는 자들은 오랑캐들이다."
하면서 배우기를 부끄러워하여, 중국의 옛 법마저 싸잡아 비루하게 여긴다. 저 중국 사람들이 변발을 하고 오랑캐 옷을 입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저들이 의지하여 살고 있는 땅은 어찌 삼대三代(하, 은, 주) 이래 한漢, 당唐, 송宋, 명明의 중국 땅이 아니겠는가. 또한 그 땅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어찌 삼대 이래 한, 당, 송, 명의 예전 백성들이 아니겠는가. 진실로 그 법이 훌륭하고 제도가 아름답다면 장차 오랑캐에게라도 나아가 배워야 하는 법이다. 하물며 그 통이 매우 크고 마음 씀씀이가 정밀하며, 문물 제도가 원대하고 문장이 찬란한 점으로 말하면, 여전히 삼대 이래 한, 당, 송, 명의 고유한 옛 법을 보존하고 있음에랴.
우리를 저들과 비교해 본다면 진실로 한 치의 나은 점도 없다. 그럼에도 단지 한 줌의 상투를 가지고 스스로 천하에서 제일 낫다고 여기며,
"지금의 중국은 옛날의 중국이 아니다."
라고 말한다. 그 산천은 비린내 노린내가 난다고 탓하고, 그 백성은 개나 양이라고 욕하고, 그 언어는 오랑캐 말이라고 모함하면서, 중국 고유의 훌륭한 법과 아름다운 제도마저 배척해 버리고 만다. 그렇다면 장차 어디에서 본받아 행하겠는가?
- P188

옛날에 붕우朋友에 관해 말한 사람들은 붕우를 ‘제이第二의 나‘라 일컫기도 하고, 주선인 周旋人이라 일컫기도 했다. 이 때문에 한자를 만드는 자가 날개 우羽 자를 빌려 벗 朋 자를 만들었고, 손 수手 자를 겹쳐서 벗우友자를 만들었다. 붕우란 마치 새에게 두 날개가 있고 사람에게 두손이 있는 것과 같음을 말한 것이다.
- P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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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정말로 다양해서 유순한 아이든 까다로운 아이든
‘자신‘의 존재를 온몸으로 어필하고 있는 것 같아.
- P31

나는 엄마지만, 엄마가 되었지만
‘엄마‘가 아닌 나도 있다. - P67

좋은 점에만 그 사람다움이있는 게 아니라 이상한 점도 있는 내 모든 것이
‘나‘이기 때문에 이것이 ‘나만의 향기‘ 같은 게 아닐까? - P117

그렇게 생각하는 제 마음한쪽에서는 먹지 않는 나름의 이유랄까.
고집이라고할까.
그 아이안에 있는 그런 부분도
빛나 보이는 때가 있어요. - P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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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하게싫은 몇 개가 마치 장롱 뒤의 먼지처럼 조금씩 조금씩 쌓여가고 그렇게 청소기로빨아들일 수없을 정도로,
미움이 커진다.
- P33

‘이런 게 마음에 들지 않아‘
라는 타인의 불쾌감은,
"너는 이런 일로나를 화나게하지는 않겠지?"
라는 공기같은 협박.
- P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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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집에서 나와서 내가 맨 처음 해 보인 것은 이사벨라의 조그만 개를 매단 거였어. 그리고 이사벨라가 그 개를 풀어주라고 말했을 때, 내가 한 첫마디는 한 사람을 빼놓고는 그 집안 사람은 모조리 목을 매다는 게 소원이라는 것이었어. 그 예외인 한 사람을 아마 이사벨라는 자신으로 알았을 거야.
그러니 이 사람은 내가 아무리 잔인한 짓을 해도 예사로 생각했거든. 자기에게 소중한 사람만 다치지 않는다면, 아마 선천적으로 잔인한 짓을 좋아하는 모양이야! 저렇게 가엾고 노예 같은 비굴한 계집이 내 사랑을 받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는 게 그지없이 어리석고 어이없는 일 같지않아? 넬리, 내 평생에 이 사람처럼 비열한 인간은 처음 보았다고 당신 주인에게 말해 주고 싶어. 저런 사람은 린튼 집안의 수치야. 아무리 심한 짓을 해도 참고 여전히 창피하게 매달려 오는 통에 나로서는 정말로 골려줄 묘안이 떠오르질 않아서 때로는 더 시험해 보지도 못하고 그만두는 수밖에 없을 때가 있었어! 그러나 린튼에게는 오빠로서 그리고 치안 판사로서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해 줘.
나는 엄밀히 법률의 한계 내에서 그러는 것이니까. 지금까지는 이사벨라에게 이혼을 요구할 여지는 조금도 주지 않았어. 게다가 누가 우리를 떼어놓는대 봤자 이사벨라는 고마워하지도 않을 거야. 만약 나가고 싶다면 나갈 수도 있지, 골려주는 것도 재미는 있지만 옆에 있어서 귀찮은 일이 오히려 더 많으니까!" - P246

아씨의 일생은 조용한 꿈속에서 끝을 맺으신 거지요. 부디 저승에서도그렇게 살며시 눈을 뜨셨으면.."
"고통 속에 눈을 뜨라지!" 하고 그는 발을 구르며 걷잡을 수 없는 격정으로 발작을 일으키며 무시무시하게 외치는 것이었어요. "그래, 끝까지 거짓말쟁이였군! 어디로 갔지? 거기가 아니야, 천국이 아니라고, 없어진 것도 아냐. 그러면 어디로 간 거지? 아! 당신은 내 괴로움 같은 건 알바 아니라고 했지! 난 한 가지만 기도하겠어. 내 혀가 굳어질 때까지 되풀이하겠어, 캐서린 언쇼! 당신은 내가 살아 있는 동안은 편히 쉬지 못한다는 것을! 당신은 내가 당신을 죽였다고 했지. 그러면 귀신이 되어 나를 찾아오란 말이야! 죽은 사람은 죽인 사람에게 귀신이 되어 찾아온다면서? 난 유령이 지상을 돌아다닌다는 것을 알고 있어. 언제나 나와 함께 있어줘. 어떤 형체로든지, 차라리 나를 미치게 해줘! 제발 당신을 볼 수 없는 이 지옥 같은 세상에 나를 버리지만 말아줘. 아! 견딜 수가 없어! 내 생명인 당신 없이는 못 산단 말이야! 내 영혼인 당신 없이는 난 살 수 없단 말이야!"
- P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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