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릇 귀가 몹시 먹어 들리지 않는 사람을 가리켜 ‘귀머거리다‘ 라고 하지 않고 ‘소곤대며 헐뜯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고 말한다. 눈이 흐려 보이지 않는 사람을 가리켜 ‘장님이다"라고 하지 않고 ‘남의 흠집을 살펴보지 않는다"고 말한다. 혀가 굳고 목소리가 막혀 말을 하지 못하는 사람을 가리켜 ‘벙어리다‘ 라고 하지 않고 ‘남 비평하기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또한 등이 굽고 가슴이 튀어나온 곱사등이를 가리켜 ‘아첨하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고 말하고, 혹이 주렁주렁 달린 혹부리를 가리켜 ‘중후함을 잃지 않는다‘고 말한다. 심지어 발가락이 넷인 사람이나 육손이, 절름발이나 앉은뱅이처럼 비록 몸은 병신이지만 덕德에는 아무런 손상이 없는 사람에 대해서도, 오히려 둘러내어 말할 것을 생각하고 곧바로 지적하여 말하기를 꺼린다. - P172
장차 배우고 묻기로 한다면 중국을 놓아 두고 어디로 가겠는가.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말하기를, "지금 중국을 차지하고 있는 자들은 오랑캐들이다." 하면서 배우기를 부끄러워하여, 중국의 옛 법마저 싸잡아 비루하게 여긴다. 저 중국 사람들이 변발을 하고 오랑캐 옷을 입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저들이 의지하여 살고 있는 땅은 어찌 삼대三代(하, 은, 주) 이래 한漢, 당唐, 송宋, 명明의 중국 땅이 아니겠는가. 또한 그 땅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어찌 삼대 이래 한, 당, 송, 명의 예전 백성들이 아니겠는가. 진실로 그 법이 훌륭하고 제도가 아름답다면 장차 오랑캐에게라도 나아가 배워야 하는 법이다. 하물며 그 통이 매우 크고 마음 씀씀이가 정밀하며, 문물 제도가 원대하고 문장이 찬란한 점으로 말하면, 여전히 삼대 이래 한, 당, 송, 명의 고유한 옛 법을 보존하고 있음에랴. 우리를 저들과 비교해 본다면 진실로 한 치의 나은 점도 없다. 그럼에도 단지 한 줌의 상투를 가지고 스스로 천하에서 제일 낫다고 여기며, "지금의 중국은 옛날의 중국이 아니다." 라고 말한다. 그 산천은 비린내 노린내가 난다고 탓하고, 그 백성은 개나 양이라고 욕하고, 그 언어는 오랑캐 말이라고 모함하면서, 중국 고유의 훌륭한 법과 아름다운 제도마저 배척해 버리고 만다. 그렇다면 장차 어디에서 본받아 행하겠는가? - P188
옛날에 붕우朋友에 관해 말한 사람들은 붕우를 ‘제이第二의 나‘라 일컫기도 하고, 주선인 周旋人이라 일컫기도 했다. 이 때문에 한자를 만드는 자가 날개 우羽 자를 빌려 벗 朋 자를 만들었고, 손 수手 자를 겹쳐서 벗우友자를 만들었다. 붕우란 마치 새에게 두 날개가 있고 사람에게 두손이 있는 것과 같음을 말한 것이다. - P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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