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저스의 또 다른 추론: 사슴과 엘크, 이들이 너무 많다는이 지역의 주된 포식자인 회색늑대가 전멸한 지 80년쯤 되었다. 이 시기는 판도의 줄기가 마지막으로 크게 번성했던 시기와 일치한다.
이 지역의 퓨마 개체군 역시 지난 세기에 급격히 수가 줄었는데 처음에는 1913년에서 1959년까지 거의 4,000마리의 생명을 앗아 간 포상금 프로그램 때문이었고, 이후에는 사냥꾼들에게 허가 없이 아무 때나 고양잇과의 큰 동물을 몇 마리든 마음대로 잡도록 허용했던 사냥규정 때문이었다. 포식자가 사시나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판도에서 북쪽으로, 옐로스톤국립공원의 크리스털강 지역까지 일직선으로 약 560km를 가 보면 도움이 된다.
옐로스톤국립공원에 널리 살던 회색늑대는 1926년을 마지막으로 전멸했다. 그 후 1990년대 중반 늑대 31마리를 국립공원에 다시 들여왔으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아 효과가 나타났다. 당시 옐로스톤국립공원에는 1만 8,000마리 정도의 엘크가 있었다. 항상 배가 고팠던 이들이 즐겨 먹는 간식 중 하나가 어린 사시나무 줄기의 잎이었다. 그러나 늑대 역시 항상 배가 고팠고 이들이 즐겨 먹는 간식 중 하나가 엘크였다. 늑대가 잘하는 일을 하기 시작하자, 엘크는 오랜 시간 한 장소에 머물면서 사시나무 숲 전체를 먹어 치우지 못하게 되었다. 오래지 않아 옐로스톤국립공원의 사시나무 숲은 크리스털강 주변처럼 번서하게 되었다.
- P154

므두셀라 Methuselah,
4,850 살로 지구에서 가장 나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 단일 나무이며, 이집트 최초의 피라미드가 세워질 무렵에 발아했다. 므두셀라가어디 있는지는 소수의 몇몇 사람만 알고 있으며 이들은 이 나무가 언약궤(Ark of the Covenant, 『구약성서』에 나오는 솔로몬 성전의 지성소, 즉 1년에 한번 대제사장만 들어갈 수 있는 곳에 안치되어 있던 거룩한 상자-옮긴이)라도 되는듯이 그곳의 위치를 보호해 왔다.
••••••
므두셀라의 표지판이 내려졌을 무렵 톰 할런Tom Harlan이라는 연륜연대학자(나무의 나이테를 통해 과거의 기후변화와 자연환경을 밝혀내는 학문을 연구하는 사람 옮긴이)가 므두셀라보다 훨씬 오래된 강털소나무를 확인했다고 말하고 다니기 시작했다. 할런을 아는 사람 중 누구도 그가 그런 주장을 지어냈을 거라고 믿는 사람은 없는 것 같았다. 그러나 이 애리조나대학의 연구가는 오래도록 자신의 발견을 발표하려고하지 않았고, 2013년 이 나무의 위치에 대한 비밀을 무덤까지 가져갔다.17 할런의 동료들이 의문에 싸인 이 나무에 대해 단서를 찾기 위해 그의 메모와 핵심 표존 모음을 샅샅이 뒤졌지만 아무 흔적도 나오지 않았다. 내 추측에는 할런이 므두셀라에게 숨 쉴 여유를 조금 더 주기 위해 이야기를 지어냈을 가능성이 있다.
- P159

일반적으로 히드라는 약 1.3cm 이상 크지 않으며 야생에서 그리오래 살지 못한다. 그래서 마르티네스는 히드라가 사실 영원히 살지못한다는 것을 입증하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여겼다. "1년 반 정도면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로부터 4년 뒤 내 생각이 틀렸다는 논문을 발표해야 했어요." 그가 내게 말했다.
히드라가 오래 살 수 있는 잠재적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줄기세포다. 히드라는 거의 전부 줄기세포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므로 마르티네스 실험실의 이 폴립은 더 많은 줄기세포를 지속적으로 만드는 데필요한 깨끗한 물과 이틀에 한 번씩 먹을 수 있는 약간의 브라인슈림 - P169

프 (brine shrimmy, 하등 갑각류인 풍년새우의 하나 옮긴이)만 확보할 수 있다면,
언제까지나 오래된 세포를 새로운 세포로 대체할 수 있다. 그리고 지금까지 기력이 쇠하는 어떠한 징후도 보이지 않은 채 계속 이렇게 해오고 있다.
그러나 줄기세포가 많이 공급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마르티네스가 히드라의 놀라운 장수를 탐구할 때에 핵심이 되는 것은 히드라 유전체가 세포의 스트레스에 대응하여 줄기세포에 어떤 지시를 내리는지, 그리고 세포 성장과 관련된 유전자의 발현을 언제 통제하는지이다. 24 이러한 연구 경로를 따라 마르티네스와 다른 히드라 연구가들은 히드라 불가리스의 중요한 줄기세포 조절자 FOXO3에 관심을 돌리게 되었다.
한 생명체가 특정 유전자로 뭔가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흥미가 생길 수 있다. 이런 생명체를 두 개 발견한다면 우연의 일치일 수도있다. 그러나 이런 생명체를 많이 발견하기 시작하고, 게다가 이들이 그 일을 할 때 쓰이는 유전자가 우리에게도 있는 유전자라면 이는 하나의 단서가 된다.
- P170

스트레스야말로 하나의 종이 장수 생물로 진화하는 데 꼭 필요하다. 단, 세포가 이러한 스트레스에 쓰러졌을 때 손쉽게 이를 재생할방법이 있는 경우에 한해서다. 모노라피스 쿠니는 이 점에서 유리했다. 이 해면은 줄기세포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비록 건물 철거용쇠뭉치를 미친 듯이 내려치는 것 같은 환경에서 존재했을 수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그들은 세포를 재생할 수 있는 내장 방식의 벽돌공장도 몸 안에 지니고 있었다.  - P181

마치 속도를 위해 만들어진 동물처럼 아무 결점이 없어 보이는 치타의 신체 설계에도 불구하고, 세상에서 가장 빠른 고양잇과 동물은 동물 왕국에서 속도가 차지하는 역할을 알고자 하는 생물학자에게 맨 먼저 하나의 문제를 제기한다. 동물의 신체 크기가 커지는 데따라 왜 절대속도가 늘어나지 않는가 하는 점이다. 집고양이가 시속48km로 달릴 수 있고 이보다 큰 스라소니가 시속 80km로 달릴 수 있으며 스라소니보다 큰 치타가 시속 96km로 달릴 수 있다면, 왜 치타보다 훨씬 큰 호랑이는 더 빠르게 달리지 못할까?
생태학자 미리암 히르트Myriam Hirt는 더 커다란 고양잇과 동물이 더 빨리 달릴 수도 있다고 믿는다. 적어도 이론상으로는 대체로 커다란 동물은 같은 과의 작은 동물에 비해 빠른 연축근육이 더 많아서이 근육에 공급되는 산소가 너무 빠르게 고갈되지만 않는다면 이를 이용하여 더 오랜 기간 속도를 높일 수 있다. 호랑이가 산소를 빠르게 재공급함으로써 빠른연축근육에 약물 투여 효과를 낼 수 있다면,
커다란 몸 크기에 비례하여 세상에서 가장 빠른 고양잇과 동물이 될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독일 에코넷랩 Eco NetLab의 히르트와 동료들은 현실 세계에서는 큰 몸집을 움직이는 데 필요한 연료가 이론상의 최대 속도에 도달하기 훨씬 오래전에 고갈된다는 이론을 세웠다. 이들의 이론에 따르면, 크고 힘차게 발걸음을 내디딜 정도로 몸집이 큰 것과 산소를 근육 운동으로 잘 전환할 만큼 몸집이 작은 것 사이에는 ‘최적의 접점‘이 있다.  - P194

다음번의 대멸종 사건(우리 인간으로 인한 멸종)이 일어났을 때, 치타가 여전히 해로운 돌연변이를 축적하는 과정에 있었는지, 아니면 매우 더딘 회복 과정에 놓여 있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우리가 아는것은 홍적세 개체군 병목현상의 결과로 나타난 종이, 측정 가능한거의 모든 점에서 유전체의 극심한 감소를 보인다는 점이다. 즉, 단일염기 변이의 부족, 미토콘드리아 DNA의 다양성 부족, 그리고 면역반응을 지원하는 세포 표면 단백질의 결핍 등을 보인다. 조직 적합성이라고도 알려진 마지막 범주의 유전적 단일성에 한 줄기 희망이 있다면, 그것은 거의 모든 치타가 형제자매인 것처럼 다른 치타의 피부이식을 매우 잘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어쩌면 그들의 생존을 위협했던 유전적 다양성의 부족 자체에 해답이 있을지 모른다. 기본적으로 근육 수축, 스트레스, 심폐 반응에 적응하도록 암호화된 치타의 속도유전자‘로만 한정되어 DNA 선택 범위가 좁았을 것이다. 빠른 치타끼리 교배하면 무리에게 실패를 안겨 줄 ‘유전적으로 느린 치타는 절대로 나올 수 없다. 그리하여 아주 느린 먹이를 잡는 데는 불필요했을지라도, 오랜 진화의 시간 동안 그런 속도를 유지함으로써 치타는 유전적 불리함을 상쇄할 진화적 초과 이득을 누렸을 것이다.
- P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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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고도는 생각보다 높았다. 세종기지가 남극대륙의 변두리라 하더라도오존 구멍은 세종기지를 포함하는 것은 물론 넓을 때는 남미 남단까지 뻗친다.
따라서 이 구멍으로 들어오는 자외선은 어마어마하다.
처음 이곳에 와서 그래도 남극이고 보지 못한 풍경이니까 폼도 잡고 사진도찍고 했다. 하루 종일 돌아다닌 다음에 기지에서 저녁을 먹는데 거의 막지 못했다. 이날 메뉴가 낙지볶음, 낙지볶음을 한 젓갈 떠서 입으로 가져가는 순간 눈물이 쏙 나왔다. 얼굴 전체에 일광 화상을 입었던 것이다. 매운 낙지볶음이 입술에닿기도 전에 입 주위부터 화끈거리더니 젓가락이 올라오던 관성으로 입안에 들어가자마자 이 화끈거림이 얼굴 전체로 번진 것이다. 더운밥도 그 더운 기운이얼굴에서는 쓰라리게 느껴졌다. 결국은 찬물에 밥 말아 먹고 말았다. 이 추운 날씨에 샤워도 찬물로 해야 했다. 화끈거려서 더운 김이 얼굴에 닿는 것조차 도저히 견딜 수 없었다.
- P101

앞에서 이곳 공기가 맑다고 했는데, 한 번 짚고 넘어가야겠다. 정말 맑다. 먼지 하나 없다. 공기도 좋다. 신선하다. 대기권 안의 공기 중 산소가 20퍼센트를가지한다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지만, 이곳에는 나무가 하나도 없기에 내가 숨쉬는 산소는 어디서 왔을까 상상해 볼 정도였다. 먼지가 있을 리 없다. 수증기가 많은 날만 아니면 흐린 날에도 멀리까지 잘 보인다. 너무나 잘 보여서 멀리 있는 것도 가까이 보인다. 그래서 조심해야 한다. 착각하기가 쉽다. 특히 조난되었을 경우 조심해야 한다고 한다. 사실 평범하게 넓기만 한 빙원에서는 착각이 잘 일어났다. 설상차로 달리고 달려도 같은 위치인 것 같았다. 저 너머에 뭔가가 있을 것같았지만 그 앞까지는 한참을 가야 했고, 그 앞에 가면 아까 봤던 위치는 다시 그만큼 멀어져 있는 것 같았다. 아마 사막 한가운데서도 이런 느낌일 것이다. 다만 사막의 모래가 하얀 눈으로 바뀌었다고 생각하면, 그리고 더위 대신 추위로 바뀌었다고 생각하면 그 착시현상은 별반 차이가 없을 것이다.
- P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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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이 남극이라는 것을 실감하고 싶었다. GPS 포인트로 찍히는 위도와 경도는 단지 숫자에 불과했다. 해가무척이나 길거나 또는 짧은 것을 느끼기까지 걸리는 기간이 너무 길었다. 그래서생각해 낸 것이 해시계, 사실 이곳에 와서 동서남북 방위를 일상적으로 느끼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분명 해는 동쪽에서 띠서 북쪽을 정중자오선을 지난 후에 서쪽으로 졌다. 미리 나침반을 준비해 와서 늘 확인하고 확인했지만 몸에 밸정도는 아니였다. 한낮에 해가 북쪽으로 떴지만 북쪽이라고 느껴지지 않았다. 북반구에 익숙한 우리는 북쪽 하면 뭔가 암울하고 춥고 어두운 느낌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또 남쪽하면 따뜻한 남쪽나라, 명랑하고 밝은 이미지다. 평생을 알게 모르게 몸에 밴 이 느낌이 단지 해가 북쪽에 있다는 이유로 쉽게 바뀌지는 않았다.
얼떨결에 말을 하다 보면 해가 있기 때문에 북쪽을 남쪽이라고 했고, 은연중 뭔가 이상하고 혼란스러웠다. 더구나 해가 길 때는 동쪽이라 하기도 뭐한 남쪽에가까운 기지 맨 뒤편에서 떴다가 서쪽으로 진다. 서쪽도 아니다. 남쪽이다. 남남서보다 좀더 남쪽으로 졌던 해는 바다 뒤로 노을을 이룬다. 그런데 이 노을이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라 점점 남쪽으로 가면서 점점 검붉은 노을이 되는 가 싶더니 또 남쪽을 지나 동쪽으로 이동한다. 이쯤 되면 노을이 노을이 아니다. 좀 전에 해질녘 노을은 노을이지만 여명이라고 하는 것이 더 옳다. 왜냐하면 조금 뒤에 다시 해가 뜨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바다 밑으로 떨어진 해는 노을을 남겼지만 이내 여명이란 이름으로 바뀌고 얼마 뒤 해가 뜬다. 해는 그저 바다 밑에서 잠시 몸을 식혔다 나올 뿐이다. 해가 뜨는 쪽이 동쪽, 해가 지는 쪽이 서쪽이란 상식을 몸으로 느끼기에는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겨울은 또 어떤가. 반대다. 해는 북쪽에 가까운 동쪽에서 떠서 잠시 얼굴을 보이는 듯하다 북쪽 가까운 서쪽으로 진다. 아니다. 그냥 북에서 떠서 북으로 진다.
- P72

반도를 완전히 돌아 포터 소만 안쪽으로 들어갔을 때 보인 광경, 아니, 저건또 뭐야. 우리 기지 쪽에 있는 만 안쪽같이 빙원이 바다로 흘러 빙벽을 이루고 있었다. 그 넓은 빙원 뒤로는 우뚝 솟은 삼각 봉우리가 있었다. 넓은 흰색의 얼음위에 고깔 모양으로 우뚝 솟아올라온 검은 바위산, 그 둘레는 빙하가 이 산에 부딪혀 돌아간 듯이 움푹 파여 있었다. 물론 그 속 깊이까지는 모르지만 겉으로는그렇게 보였다. 누구라도 이 광경을 봤다면 너무나 신기하고 너무나 감탄스러웠을 것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런 지형은 남극에서는 흔한 지형이었다. 과거 화산지대였던 곳이 빙하에 덮이면서 깎이고 깎여 나가는데 화산 자체는 우뚝 솟았기에 마지막에는 저런 형태로 남는다고 한다. 이런 지형을 누나탁(Nunatak)이라고 한다. 빙원 저 너머로는 많이 널려 있다고 했다.  - P77

멀리서 은은하게 쾅…,이번에는 저쪽에서 쾅…. 빙벽이 무너지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처음에는 너무 놀랐는데, 이 소리는 오히려 갑갑했던 고요함을 멀리 떨쳐 버리게 했다. 수천년 동안 쌓여 있었던 빙하가 소멸되는 소리였다. 수천년 전에 내렸던 눈이 다시 태어날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이기도 했다. 만일, 한 번만이라도 한데서 밤을새워 본 일이 있는 분이라면, 인간이 모두 잠든 깊은 밤중에는, 또 다른 신비로운 세계가 고독과 적막 속에 눈을 뜬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을 것입니다." 알퐁스 도데의 「별」.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인용을 해서 진부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그만큼 잘 묘사를 해서가 아닐까.
- P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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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네가 부끄럽게 여기는 것은 과연 후자이지 전자는 아니로구나.‘ 저자에서는 이익으로써 사귀고, 면전에서는 아첨으로써 사귀는법이다. 따라서 아무리 서로 좋아하는 사이라도 세 번 손을 내밀면 누구나 멀어지게 되고, 아무리 묵은 원한이 있다 해도 세 번 도와주면 누구나 친해지기 마련이야. 그러므로 이익으로써 사귀면 지속되기 어렵고, 아첨으로써 사귀면 오래갈 수가 없지.
대단한 사귐은 얼굴을 마주 대하지 않아도 되고, 두터운 벗은 서로 가까이 지내지 않아도 된다네. 다만 마음과 마음으로 사귀고, 그 사람의 덕을 보고 벗을 삼으면 되는 것이야. 이것이 바로 도의로써 사귄다는 것일세. 위로 천 년 전의 옛사람과 벗을 해도 사이가 먼 것이 아니요, 만 리나 떨어져 지내는 사람과 사귀어도 사이가 먼 것이 아니라네.
- P67

‘소매 넓은 옷을 입으면 몸에 익숙지 않고, 새 옷을 입으면 더러운 흙을 짊어질 수가 없소.‘
하며 사양한다네. 해마다 설날 아침이 되어야 비로소 갓과 허리띠와 옷과 신발을 갖추어 착용하고, 이웃 마을을 두루 찾아다니며 세배를 하지.
세배를 마치고 돌아오면 곧바로 헌 옷으로 갈아입고, 다시 삼태기를 메고 마을 안으로 들어간다.. 그러니 엄 행수와 같은 이는 이른바 ‘자신의 덕을 더러움으로 감추고 세속에 숨어 사는 위대한 은자‘ 가 아니겠는가?
- P69

그러니 선비로서 곤궁하게 산다고 해서 얼굴에까지 그 티가 드러나는것도 부끄러운 일이요, 출세했다 하여 몸짓에까지 그 티를 드러내는 것도 부끄러운 일이네. 엄 행수와 비교했을 때 부끄럽지 않을 사람은 거의드물 걸세. 그래서 나는 엄행수에 대하여 스승으로 모시겠노라고 한 것이지. 어찌 감히 벗으로 삼겠노라고 하겠는가? 때문에 나는 엄행수의 이름을 감히 부르지 못하고, 예덕선생‘ 이라 부르는 걸세."
- P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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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나쁜 세균이 있고, 좋은 세균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좋은 세균을 죽이지 않은 채 나쁜 세균만 죽이는것이 정말 힘들다는 점이다. 페니실린도, 리솔 소독제도 특별히 두 가지를 구별하지 않는다. 게다가 더 큰 문제는 결국 모든 세균이 나쁜세균 혹은 좋은 세균으로 나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하나의 세균이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으며 이는 꼭 우리 건강과 관련해서

연구자들은 실제로 찾고자 하는 것을 더 쉽게 찾기 위해, 흔히 필터를 이용하여 물에서 큰 오염 물질을 걸러낸다. 그런데 밴필드는 충동적으로 보일 수도 있는 엉뚱한 변덕을 부려 보았다. 일반적으로 물을 소독하는 수준 이상으로 계속 조밀한 필터를 이용해 정수한 것이다. 대다수 세균 연구자는 이렇게 하면 결국 모든 세균이 걸러져 애초의 목적을 이루지 못할 거라고 여기는 탓에 이 정도까지 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녀와 라이플 팀은 필터 막에 묻은 것을 긁어내어 유전자 배열 순서를 분석했고 그 결과 789 세트의 유전암호를 발견했다.
이는 이전까지 확인된 다른 어떤 것만큼이나 작은, 어쩌면 그보다 훨씬 작은 생명체와 관련 있었다. 이는 지구상에서 가장 작은 생물체의 완전히 새로운 세계였다.
- P97

이 모든 생물체가 생명의 나무 어디쯤에 위치하는지 판단하는 일은 쉽지 않은 것으로 판명되었다. 이들 생물체가 모두 알맞게 놓일만한 자리가 없었다. 정말 크고 넉넉한 여러 자리가 있어야 했는데,
가령 코끼리와 바위너구리를 한데 놓아 두고도 "으음, 완벽하게 잘맞는군."이라고 말할 정도로 말이다.
밴필드 팀은 기존의 7개 문에 새로운 생명체를 위한 자리를 찾아 주고, 나머지에 대해서는 완전히 새로운 28개의 문을 만들어 줘야 했다. DNA가 그만큼 달랐기 때문이다. 미생물학자 로라 허그 LauraHug는 나중에 이렇게 의견을 밝혔다. "포유류의 새로운 종을 발견한것과는 차원이 달랐어요. 말하자면 포유류라는 것이 존재하고 주변에 온통 널려 있는데도 우리가 전혀 알지 못했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같았죠."
- P98

그러나 반대쪽에서는 완전히 다른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이제껏 우리 행성에 살았던 것 가운데 가장 작은 생명체를 이미 발견했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 가능성은 1%의 몇백 분의 1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이제까지 우리는 대략 600만 종류의 미생물을 확인했다. 그러나 1조 개 종의 미생물이 있을 수 있다고 믿는 과학자들도 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 세상에 존재하는 개별적인 새 한 마리 한 마리가 모두 별개의 종이라고 상상해 보라. 자, 머릿속에 다 그렸나? 이제 그 수를 두 배로 늘려라. 그러면 얼추 비슷할 것이다.
- P100

각 부분의 목적이 무엇인지 명확해진다. 이와 마찬가지로 아주 기초적인 것만 있는 유전체에 유전자를 다시 하나씩 더해 가면 이들 유전자가 더 복잡한 생명체의 한 부분으로서 어떤 목적을 지니는지 분명해진다. 기본적인 것, 다시 말해 생명 유지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필수 요소에서 시작함으로써 저 신비한 다른 모든 DNA의 목적을 훨씬잘 이해할 수 있다고 연구자들은 믿고 있다.
모든 커다란 것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가장 작은 것에서 시작한다는 원리는 가장 작은 식물에서부터 가장 작은 곤충, 그리고 가장 작은 양서류와 가장 작은 포유류에 이르기까지 많은 집단을 살펴보는 데도 유용하다. 각 영역에서 가장 작은 이 생명 형태들은 다른 모든 것에 관해 뭔가 근본적인 것을 알려 줄 수 있다.
우리가 이들을 놓치지 않는다면.
- P109

아울러 에트루리아땃쥐는 우리가 다른 방식으로 사물을 볼 수있게 돕기도 한다. 굴을 파는 많은 동물이 그렇듯이 이 동물 역시 세계 최고의 시력을 갖지는 못했지만, 대신 귀뚜라미 등 먹이가 될 만한것을 알아보며 수염에 귀뚜라미가 스치는 느낌만으로도 30ms(ins는1,000분의 1초이다. 옮긴이) 만에 귀뚜라미를 공격할지 말지 판단한다. 이런 일이 가능하려면, 땃쥐의 뇌는 인간 뇌가 눈으로 수집한 영상을처리하는 속도만큼이나 빨리, 아니 그보다 훨씬 빨리 수염을 통해 형성한 먹이의 ‘영상‘을 처리해야 한다.
셰필드대학 로보틱스센터의 토니 프레스콧Tony Prescott에게 이는 단지 생물학 분야의 경이로운 위업만이 아니라 로봇 분야의 시험대이기도 했다.
세계와 상호작용하는 대다수 로봇은 간단한 카메라에서 레이저빔까지 시각 영역에 의존하는 일종의 인터페이스를 통해 상호작용을한다. 프레스콧은 로봇이 다른 방식으로 주변 세계를 일별하는 방법이 없을지 알아보는 데 관심을 두고 있었다. 그리하여 수염의 촉각으로 먹이를 빠르게 알아보는 땃쥐의 이상한 능력을 알게 되자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그 결과 나온 것이 ‘쉬루봇‘(Shrewbot, 땃쥐를 뜻하는shrew와 robot의 합성어-옮긴이)이었다. 이는 카메라가 없는 로봇으로, 18개수염의 뿌리에 자석이 있으며 이 자석의 움직임을 바탕으로 주변의지도를 그릴 수 있다. 미래에는 연기 가득한 방이나 막힌 파이프, 대기층이 두꺼운 행성, 또는 빛을 사용할 경우 동물 생활에 해를 끼칠수도 있는 깊은 해구 등 다른 감각기가 잘 작동하지 못하는 곳에서이 수염 로봇을 운용할 수 있을 것이다.  - P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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