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을 비롯한 극지에서 볼 수 있는 신비한 현상 중 하나가 오로라. 하늘이 불타듯이 붉게 되거나 초록색 커튼이 나타나거나 노란색띠가 하늘을 휘감는 것처럼 하다가 사라진다. 오로라는 우주에서 지구로 날려 오는 전기를 띤 태양풍 입자들이 지구자기장 안으로 끌려들어오면서 대기 성분과 부딪혀 나타나는 현상을 말한다. 남극 어디서나 오로라를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자기 남극점(남위 78도 30분, 동경 111도)을 중심으로 반경 2,500~3,500km의 원형지역에서 나타난다. 지자기 남극점이란 지구를 하나의 커다란 자석으로 볼 때 지구 중심에서 지구 자전축에 12도가량 기울어져 있다고생각되는 막대자석이 지구 남쪽 표면과 만나는 점이다. - P128
남극에 사는 모든 동물은 크릴(krill)을 먹고 산다. 남극대구, 남극빙어 등 어류에서부터 고래, 해표 같은 포유류와 펭귄, 가마우지, 도둑갈매기 같은 조류에 이르기까지 그렇다. 흰긴수염고래는 매일 엄청난 양의 크릴을 먹어치운다. 크릴은 남극 먹이사슬에서 대단히 중요하다. 크릴은 식물성 플랑크톤과 포식자를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남극과 북극을 취재한 국제신문 사진부 박수현 선임기자는 "다양한 포식자들이 단 한 종류의 먹잇감에 의존하는 현상은 지구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남극만의 특이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 P132
과학자들이 펭귄 깃털을 면밀히 조사한 결과 털에 아주 미세한 나노 구조가 있고 털이 몸에 젖지 않게 특별한 기름이 분비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런 연구 결과는 2015년 11월 23일 자 <사이언스데일리>에 실렸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학 가베퍼 교수는 펭귄이 나오는 자연 다큐멘터리를 보다가 물 밖으로 나온 펭귄 깃털에 얼음조각이 달라붙어 있지 않은 점을 신기하게 여겨 연구를 시작했다. 남극의 기온이라면 물 밖에 나오는 순간 금방 물방울이 얼어붙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아 호기심이 발동했다. 연구팀은 펭귄의 결빙방지 능력을 밝히고자 샌디에이고 시월드 수족관에서 얻은 펭귄 깃털을 주사전자현미경으로 관찰했다. 관찰 결과 깃털에 공기를 품고 있는 아주 미세한 구멍을 발견했다. 이 때문에 물이 달라붙지 못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렇게 물과 떨어지는 즉, 물과 섞이지않는 성질을 소수성(hydrophbic) 이라고 한다. 소수성 가운데 물과 섞이지 않는 정도가 더 강한 것을 초소수성이라고 한다. 초소수성 표면에는 물이 달라붙지 않고 공모양의 물방울이 만들어진다. - P156
남극과 북극을 덮고 있는 얼음은 1억 년 이상 내린 눈이 아래에서부터 차곡차곡 다져져서 만들어졌다. 눈이 굳어져 얼음이 만들어지다 보니 얼음 속에는 눈이 내릴 당시의 공기가 갇혀 있다. 빙하학자들은 시추공을 이용해 수백 m 아래에 있는 얼음을 캐내 얼음 속에갇혀 있는 공기를 뽑아낸다. 공기 속에 이산화탄소가 많으면 눈이 내렸을 당시 지구가 따뜻했다는 증거가 된다. 만약 화산재가 섞여 있다면 인근에서 대규모 화산 활동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지구상에서 원시 지구의 공기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곳은 극지의 빙하뿐이다. 결국 남극과 북극의 얼음은 지구 기후의 비밀을 간직한 ‘타임캡슐‘인셈이다. 빙하 코어를 통해 짧게는 계절 단위부터, 길게는 수십만 년까지 과거의 기후 변화나 대기 환경을 알아낼 수 있다. - P178
두 기지는 닮았지만 다른 점이 많다. 세종기지는 남위 62도의 비교적 저위도권 섬에 자리 잡아 육상 및 해양생태계 중심의 기후변화 연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와 달리 장보고기지는 남위 74도의 고위도권에 있어 빙하, 대기과학, 운석 연구뿐 아니라 빙저호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두 기지는 4,500km나 떨어져 있어 교류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 P183
빙저호는 암흑, 낮은 영양분, 높은 압력의 환경으로 호수의 물과 퇴적물이 기후 변화에 중요한 정보를 제공할 뿐 아니라 대기, 햇빛의 영향이 미치지 못한 채 수천만년간 격리된 상태로 존재한다. 만약 빙저호 탐사가 성공해 이곳에서 알려지지 않은 생명체가 발견된다면 세계적인 과학 업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 극지연구소가 인공위성으로 조사한 결과, 장보고기지 반경 400m 이내에 빙저호로 추정되는 얼음 밑 지형이 10여 기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정확하게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코리인루트 확보가 시급하다.
[빙저호(氷底湖Subglacial lake) 수백 m에서 수천 m 두께의 남극 빙하 하단부가 녹거나 얼지 않아 형성된 호수로 남극에만 존재. 빙저호는위에서 누르는 빙하의 거대한 하중이 만들어내는 열과 압력, 빙하 아래 얼음의 유동에 의한 마찰열, 지구 내부에서 기인한 열 때문에 원시호수에 빙하가 덮여서 형성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 P190
극지에 서식하는 생물은 왜 아무리 추워도 얼어 죽지 않을까. 과학자들은 이 같은 극지 생명의 저온 적응방식에 주목했다. 동물학자 아서 드브리스는 1969년 남극 경골어류에서 수분이 어는 것을막는 결빙방지단백질(antifreeze protein)‘을 발견했다. 바닷물 온도가어느 점 아래로 내려가면 눈에 보이지 않지만 아주 작은 얼음 결정이 물고기의 혈액이나 체액 안에 생긴다. 이 조그마한 얼음 알갱이를 방치하면 순식간에 얼음 덩어리로 커져 혈액이나 체액을 얼게 해다른 대사 가능이 마비되고 물고기는 죽고 만다. 하지만 극지 물고기는 얼음과 공존하는 수단의 하나로 결빙방지단백질을 생산한다. 결빙방지단백질은 얼음 결정 표면의 물 분자와 화학적 결합을 통해다른 액체 상태의 물 분자가 더는 고체 상태의 물 분자와 결합하지못하게 해 얼음의 성장을 막는 기능을 한다. 이런 결빙방지단백질은 극지 물고기 (남극빙어, 등가시치, 삼세기, 둑중개)를 시작으로 식물 미세조류(돌말) 세균 곰팡이 곤충 효모 등에서 발견됐다. - P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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