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담당관이 하는 일 중 특별한 것이 술 관리, 식사 때가 되면추위를 잊기 위해 반주로 소주 한 잔씩을 지급했다. 그게 현장 근로자에게 가당키나 하겠는가. 공사 기간은 하늘이 무너져도 반드시 맞춰야 한다. 한데 추운 날씨에 일만 하는 근로자들은 특별한 낙이 없으니 소주를 달라고 졸랐다. 이런 심리를 이용해 공사 하나하나의구간이 끝날 때마다 소주를 주기로 했다. 꽤 효과를 봤다. 세종기지는 순수 공사 기간 36일과 하역 등을 포함해 3개월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공사 속도가 빠른 건 이유가 있었다. 기초를 다져 미리 준비된주춧돌을 놓고 철골을 세운 다음 바닥, 벽체, 지붕을 조립하는 식으로 미리 만들어갔기 때문이다. 현지에서는 조립만 제대로 하면 끝이었다. 땅도 예상과 달리 쉽게 파였고 바위도 많지 않았다. 기초공사도 1만 파면 영구 동토라 더 팔 이유가 없었다. 국내에서 가져간 두께 1m 기초를 땅 1m를 파서 묻으면 그만이었다. 그만큼 치밀하게 준비한 덕분이다.
- P110

같은 극지라도 남극과 북극은 많이 다르다. 눈과 얼음으로 덮여 있는 혹독한 추위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이곳에 사는 생명의 흔적은 그 근원부터가 다르다. 남극 대륙은 1억 8,000만 년 전 거대 대륙(곤드와나 대륙)에서 떨어져 나온 땅덩어리 일부가 지구 남쪽으로 떠내려와 만들어졌다. 그 이후 내린 눈이 쌓인 채 다져지면서 대륙의98%가 평균 2,000m의 얼음으로 덮여 모든 육상 동식물이 멸종하고말았다. 이에 비해 육지와 얼음으로 연결된 북극은 남쪽에 있는 육상 동물의 이동이 가능하다. 그래서일까 남극에는 인류가 터전을 잡지 못했지만 북극에는 이누이트(에스키모) 이 살고 있다.
남극과 북극 가운데 어디가 더 추울까? 북극은 대부분 바다로 이루어져 열을 오래 잡아둘 수 있을 뿐 아니라 북극해로 흘러드는 멕시코 난류의 영향을 받지만 남극은 하나의 대륙으로 이루어져 열을 쉽게 방출하기 때문이다. 육지는 햇빛을받으면 빨리 데워지고 햇빛이 사라지면 빨리 식는다. 이와 달리 바다는 데워지고 식는 데 육지보다 시간이 더 오래 걸린다. 게다가 빙하로 뒤덮여있어 태양열을 90% 가까이 반사해버리기 때문이다. 어두운 색은 열을 흡수하는 반면 하랸색은 열을 반사하는 ‘알베도 효과‘가 작용한다. - P118

지구는 팽이처럼 자전을 한다. 팽이가 약간 기울어져 돌 듯 지구도 오른쪽으로 23.5도 기울어져서 돈다. 지구는 태양을 도는 위치에 따라 햇빛을 받는 면이 달라진다. 그 결과 지구에 계절의 변화가 생긴다. 중위도 지역은 겨울에 해가 늦게 뜨고 일찍 지고, 여름에는 해가 일찍 지고 늦게 진다. 북극과 남극은 여름에 낮이 계속되고(백야) 겨울에는 밤이 계속된다 (극야). 극지방에서 벗어나 북위 66.5도와 남위 66.5도보다 위도가 낮아지면 백야 현상과 극야 현상은 사라진다.
지구가 둥글어서 햇빛이 모든 곳을 구석구석 비추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극지는 태양 빛의 입사각 (광선이 평면에 입사할 때 그 평면의 수직선과 이루는 각)이 가장 큰 지역이다. 입사각이 클수록 태양빛은 바닥과 거의 평행하게 내리쬐므로 일조량이 적다. 또 태양광선이 지구 대기권을 통과해 극지에 도달하려면 훨씬 더 멀리 가야 한다. 극지가 추운 것도 이 때문이다.
- P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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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January
면도날 같은 미스트랄

새해는 점심으로 시작되었다.
새해를 맞는다는 설레임 그리고 한밤중의 축배와 입맞춤이 있지만 밤 열한시의 폭음과 성취하지 못한 결심들로 새해 전야는 언제나 참담한 시간일 뿐이다. 따라서 이곳에서 몇 킬로미터 떨어진라코스트 마을에 있는 식당 ‘르시미안‘ 의 주인이 단골들에게 핑크빛 샴페인을 곁들인 여섯 코스의 점심을 낸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우리는 그 점심이야말로 다가올 열두 달을 시작하는 더없이 반가운 방법이란 생각이 들었다.
- P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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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퍽퍽 하고 나무가 살갖을 때리는 소리를 들었다. 구둣발이 뼈에 닿는 소리를, 이에 닿는 소리를, 배를 차였을 때 차마 소리가 되어 나오지 못하는 신음을, 시멘트에 부딪힌 머리뼈가 으스러지는 숨죽인 소리를 부러진 갈비뼈 그 뾰족한 끝에 찔려 폐가 찢어져서 숨넘어갈 듯 피가 꾸르륵 솟는 소리를,
시퍼레진 입술에 접시처럼 휘둥그레진 눈으로 아이들은 느끼긴 했으나 이해할 수는 없는 무언가를 넋이 나가 바라보았다. 경찰들의 군더더기 없는 행동, 분노를 깊게 가라앉힌 심연, 냉철한, 흔들림 없는잔인함, 그 모든 것의 간결함.
그들은 병뚜껑을 열고 있었다.
아니면 수도꼭지를 잠그고 있었다.
오믈렛을 만들기 위해 달걀을 깨고 있었다.
- P421

그녀는 그의 감긴 눈에 입맞춤을 하고 일어섰다. 벨루타가 망고스틴나무에 기댄 채 멀어지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마른 장미를 머리에 꽂고 있었다.
그녀가 뒤돌아보며 다시 한번 말했다. "나알레이."
내일.
- P4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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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 몰은 선물을 자신의 고고 핸드백에 넣고 세상 밖으로 나갔다.
어려운 흥정을 하러. 우정을 협상하러.
불행하게도, 미완성으로 남을 우정, 불완전하게. 발 디딜 곳 없이 공중에 매달린 채, 빙글빙글 맴돌다 이야기가 되지 못할 우정, 이러한 이유로 예상보다 빨리 소피 몰은 ‘추억‘이 되었고, 한편 소피 몰의 ‘상실‘
은 더욱 굳건해지고 생생해졌다. 제철 과일처럼, 매년 계절이 돌아올때마다.
- P3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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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대한민국 국토의 최남단은 어디일까?
흔히 제주도 밑에 있는 마라도(북위 33도 6분)로 알고 있지만 실은 서울에서 1만 2,730km, 부산에서는 1만 2, 439km 떨어진 남극 장보고과학기지다. 남위 74도 37분에 위치해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남극과학기지인 세종과학기지는 서울에서 1만 7,240㎞ 떨어져 장보고과학기지보다 더 멀지만 남위 62도 13분에 있다. 남쪽으로는 장보고과학기지가 세종과학기지보다 훨씬 더 밑에 있다.
- P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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