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더 나은 것, 더 많은 것의 소유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우리 영혼을 짓밟고 있다. 우리가 곧 원하지 않아서 내다 버리게 될것들을 추구하느라 말이다. 최악은 이렇게 물건에 의존하는 습성이 힘든 시기에 더 강해진다는 것이다. 불안할 때 견고한 뭔가에매달리는 것은 대응 기제가 되기 때문이다. 소유물은 우리가 세상을 통제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게 한다. 소유물은 우리에게 힘을 준다. 우리는 벌거벗은 원숭이, 허약한 종이므로 완력이 아니라뇌에 의지하여 세상을 지배했다. 그리고 물건으로 지배했다. 우리는 물건의 주인이 되었다. 이로 인해 우리는 더 강하고, 빠르고, 힘있고, 더 잘 방어되고, 더 효율적이고, 더 위험한 존재가 되었다.
- P416

유발 노아 하라리가『사피엔스』에서 말하듯이 우리는 과거에 이중의 현실에서 살았다.
"한편으로는 강, 나무, 사자라는 객관적 현실이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신, 국가, 기업이라는 상상의 현실이 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상상의 현실이 갈수록 강력해졌고, 그래서 오늘날에는 강, 나무,
사자의 생존 자체가 신, 국가, 기업 같은 가상의 실재들의 선처에 달려 있는 상황이다.
우리가 자연에 대한 우위를 정당화하는 것은 이런 가상의 만들어진 실재들을 통해서다. 결국 신, 국가, 기업이 하는 일이 바로 그것이다. 그것들이 우리에게 그렇게 해도 된다고 정당화한다. 그것들이 호모 사피엔스가 세상 전체를 소유한다는 믿음의 근거다.
자신이 공기를 소유하고 물을 소유하고 땅을 소유한다고 믿는종은 세상에 하나밖에 없다. 우리는 스스로에게 공간을 사고파는권리, 시간을 사고파는 권리를 부여했다. 실제로 이것은 전 세계경제의 근본 토대다. 우리가 몸담고 있는 차원을 우리가 소유할수 있다는 믿음 말이다. 그러나 위태롭게도 인간은 지구를 소유할뿐만 아니라 지구에 사는 모든 생명을 다 소유한다. 우리 인간만이 자신의 재량에 따라 다른 종들을 사고팔 권리가 있다는 믿음하에 행동한다. 우리에게는 생명 자체가 상품이다. 그리고 상품 교역의 속도가 걷잡을 수 없이 빨라진 지금, 생명 자체가 사라지고 있느 것은 널랄 일이 아니다. - P428

그러나 우리는 여러분의 부모보다 더 이전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유전적으로 여러분은 15만 세대 이전에 시작된 혈통이 지금까지 끊어지지 않고 이어진 결과이기 때문이다. 비나지르는 이 확률을 대략 10 45,000분의 1이라고 계산했다. 한 페이지에 다 적기에는 지나치게 긴 숫자이며 이 장에 담기에도 벅차다. 실제로 그것은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입자들의 수보다 더 클 뿐만 아니라, 각각의 입자가 하나의 우주라고 할 때 그 모든 우주의 입자를다 더한 것보다도 큰 숫자다. 다르게 표현하자면 여러분의 존재하는 확률은 "200만 명이 모여… 각자 면이 1조 개인 주사위를 던져 모두가 똑같은 면이 나올 확률과 똑같다. 즉, "사실상 제로"라는 뜻이다.
생각해 보자. 현실이라는 거대한 계획 아래, 여러분은 지구에 도착했다. 대재앙이 목전에 닥친 적시, 적소에 말이다.
사실 너무도 완벽하다. 할리우드도 이보다 나은 플롯은 생각해내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여러분,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이보다 더 장대하고 세심하고 놀라운 이야기는 결코 만나지 못할 것이다.
- P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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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런 데이터는 어떤 가치가 있을까?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이제 세계에서 가장 귀중한 자원은 석유가 아니라 데이터다. 2017년 일사분기에 아마존, 애플, 페이스북, 구글, 마이크로소프트는 총 250억 달러의 순이익을 올렸다. 아마존은 미국에서 이루어진 온라인 소비의 절반을 차지했다. 우리의 데이터가 귀중한 이유는 우리가 소비자로서 돈벌이의 표적이 되는 바탕이기 때문이다.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켜고 인터넷을 돌아다니기 시작하는 순간, 여러분은 눈에 보이지 않는 추적을 받는다. 이런 새로운 경제 모델은 하버드 경영 대학원 교수 쇼사나 주보프가 ‘감시자본주의‘라고 부르는 것이다. "여러분의 행동에 직접적인 영향을미치고 행동을 바꾸도록 하여 이윤을 얻고자 여러분의 일상(여러분의 현실)의 실시간 흐름에 접속하는 것을 판매하는 것이다. 이것은 새로운 수익 창출의 기회다. 여러분의 발길을 끌고 싶은 레스토랑, 여러분의 브레이크 패드를 고치고 싶은 서비스업체, 여러분을 사이렌처럼 유혹하려는 가게에게 이것은 기회의 우주로 들어가는 관문이다."
- P354

데이터는 우리가 사회를 나누고 조사하는 밑바탕이다. 『시민 신원 확인 Identifying Citizens」의 저자 데이비드 라이언은 확실하게 말한다. 우리는 왜 사람들을 데이터로 바꿀까? 그것은 "신원 확인이감시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신원 확인이 되면 시스템은 사람들을 몇몇 집단으로 나눠서 분석하고 분류하고, 이렇게 수집된 데이터에 따라 보상하거나 차별을 가할 수 있다.
- P365

미셸 푸코는 이 사실을 알고 이렇게 말했다. "규율은 자신의 모습을 감추고 힘을 행사한다. … 아울러 상대에게는 강압적으로 모습을 드러내도록 만든다. 그들에게 힘이 행사되고 있음은… 이렇게 그들의 모습이 계속해서 관찰된다는 사실에서 확인된다."  - P374

과학자들은 인간이 아닌 생명체들도 나름의 지능이 있다는 것을 이제 막 이해하기 시작했다. 그러므로 전 세계 곳곳에서 비인간 생명체들을 보호하려는 법적인 노력으로 인해 그들에게 점차 권리가부여되고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자연은 그 자체로 목소리를 낼 수는 없겠지만, 자연에 ‘권리‘를 부여함으로써 적어도 자연의 이익이 법정에서 방어될 수 있고 법적 지위를 가질 수 있다.
2018년 4월 5일, 콜롬비아 대법원의 역사적인 판결이 바로 그렇게 했다. 콜롬비아는 자국에 속한 아마존 분지의 지위를 독립적인 권리 주체가 되도록 바꾸어 사실상 인간과 똑같은 권리를 생태계에 부여했다. 오랜 세월 불법 채굴과 벌목, 마약 작물을 포함한 농경지 확장으로 몸살을 앓아 온 아마존은 자원을 강탈당하고 있었다. 2015년과 2016년에만 삼림 벌채가 44퍼센트 늘어70,074헥타르, 그러니까 뉴욕 시 크기의 땅이 파괴되었다. 아마존에 권리를 부여함으로써 열대 우림은 이제 법적 보호와 변호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 P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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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정신없이 바쁘게 돌아가는 제조 주기는 자연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다큐멘터리 「리버블루」에서 패션 디자이너이자 사회운동가 오르솔라 드 캐스트로는 이런 말을 한다. "중국에는 강물의 색을 보면 시즌에 ‘유행하는‘ 색깔을 알 수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어요." 그녀 뒤로 염료로 더럽혀진 강이 보인다. 강물은 푸른색이 아니라 마젠타 (자홍색)이다.
70억이 넘는 인구를 위해 이런 가파른 속도로 물건들을 만들고 홍보하고 운송하느라 어마이마한 앙의 전기와 에너지를 소모한결과, 지구의 날씨 패턴에 대단히 실질적이고 물리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패션‘을 통한 자본주의의 맹렬한 가속화가 말 그대로 계절을 바꾸고 있다는 사실은 여간 심각한 일이 아니다. 우리의 경제가 기후 변화의 원인이다. 경제학자들에게는 이것이 성장이고,
생태학자에게는 대대적인 파괴다.
- P289

대단한 위업이었고 오늘날까지도 그렇다. 두 사람은 백금 막대를 이용하여 경도를 측량하여 적도에서 북극까지 거리를 계산했다. 이것을 1,000만 미터로 규정했다. 그러니까 미터는 북극과 적도 사이의 거리의 1,000만분의 1로 정의된 것이다. 오늘날 우리는 위성 측정을 통해 그 정확한 거리가 10,002,290미터임을 알고 있다. 들랑브르와 메생은 불과 2킬로미터밖에 틀리지 않았다. 그들의 계산은 미터당 0.2 밀리미터(머리카락 두 가닥 굵기) 이내에 드는 정확성을 보였다.
••••••
아무리 정교한 예방책을 마련해도 충분히 안전하지 않았다. 비톨트 쿨라의 말을 인용하자. "언젠가 지진이나 대형 화재가 일어나 ‘미터없는 세상‘이 될 수도 있다고 상상하면 참으로 끔찍하다. 1961년에 도입된 새로운 규정은 ‘표준‘이라고 하는 개념 자체를 폐기했다. 오늘날 진정한 혹은 불변의 미터는 ‘진공에서 크립톤-86 원자가 방출하는 오렌지 빛 파장의 1,650,763.73 배에 해당하는 길이‘
로 정의된다. 적절한 과학 장비만 갖춘다면 세계 어디서든 이를 똑같이 재현할 수 있다."
- P303

양모 시장이 돈이 되자 더 많은 토지가 몰수되었다. 18세기 중후반부터 19세기에 들어설 때까지 수많은 오두막들이 불태워졌고 수천의 가족이 강제로 스코틀랜드 하이랜드에서 내쫓겼다. 이를
‘하이랜드 주민 축출‘이라 부른다. 대규모 이주가 일어났다. 대부분의 하이랜드 주민들은 공장 일을 얻으려고 로랜드로 향했고, 일자리를 찾아 배를 타고 미국이나 캐나다로 건너간 경우도 있었다.
이것은 도시화의 시작이었다. 땅을 빼앗겨 자신이 먹고 살 식량을 더는 키울 수 없게 된 사람들은 도시로 가서 공장 노동자가 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다. 1760년이면 산업 혁명이 시작되었고 기계들은 저렴한 노동력을 간절히 필요로 했다. 그리하여 이렇게 강제로 내쫓긴 것은 기회가 되었고, 더 많은 사람들이 시골을 떠났다. 1801년 잉글랜드와 웨일스에서는 인구의 65퍼센트가 시골지역에 살았지만, 정확히 100년 뒤에는 23퍼센트만이 시골에 계속 남아 있었다.
- P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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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아침 내내 암무는 쉴새없이 이야기를 했다. 암무는 라헬에게 질문을 던졌지만 대답할 여유는 주지 않았다. 라헬이 뭔가 말하려 하면, 암무는 새로운 생각이나 의문으로 그 말을 끊었다. 암무는 딸이 어떤 어른스러운 생각을 이야기할까봐, ‘얼어붙은 시간‘을 녹일까봐 두려워하는 것 같았다. 두려움이 그녀를 수다스럽게 했다. 계속 떠들어대면서 공포를 막아내고 있었다.
- P223

그녀는 자신의 딸이 그와 함께 있는 것을 저렇게나 편안해하다니 놀라웠다. 그녀를 완전히 배제한 또다른 작은 세계를 아이가 가진 듯하다는 사실도 놀라웠다. 어머니인 그녀도 전혀 끼어들 수 없는, 미소와 웃음으로 이루어진 감촉을 가진 세계. 암무는 이런 생각을 하며 자신이 미묘한 보랏빛 부러움을 느끼는 것을 막연하게나마 알아차렸다. 누굴 부러워하는 건지는 숙고할 수 없었다. 그 남자인지 자신의 딸인지. 혹은 손가락을 걸고 갑자기 미소를 짓는 그들의 세계인지.
- P245

더 자라면서 암무는 이 차갑고 계산적인 잔인함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터득했다. 부당함을 용서하지 않는 고결한 판단력을, 그리고 ‘누군가 큰 사람‘에게 평생 괴롭힘을 당해온 ‘누군가 작은 사람‘에게서 나타나기 마련인 고집스럽고  무모한 성격을 갖게 되었다. 그녀는 다툼이나 대립을 피하기 위한 그 어떤 일도 하지 않았다. 사실은 그러한 것을 찾아냈고, 어쩌면 즐기기까지 했다고도 할 수 있었다.
- P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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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자 대니얼 벨은 "산업화는 공장들이 들어서면서 시작된것이 아니라 노동의 측정을 통해 일어났다"고 예리하게 간파했다.
달리 말하면 세상을 바꾼 것은 증기 기관이나 다축 방적기의 발명보다는 시간에 대한 우리의 태도라는 것이다.  - P269

중세 시대에 방직공들에게 죽을 만큼 열심히 일하도록 장려하기란 어려웠다.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 이상으로 임금을 후하게줘도 딱히 쓸 데가 없었기 때문이다. 산업화로 인해 소비 사회가등장하면서 비로소 추가적인 임금은 더 호화로운 삶과 신분 상승의 기회를 약속했다. 그러나 시간은 항상 귀하게 여겨졌으며 사람들은 시간을 쉽게 포기하려 하지 않았다. 노동자들은 이를 위해 훈련을 받아야 했다.
‘시간을 엄수하는punctual‘ 이라는 말이 우리 어휘에 처음 들어온 시기는 17세기 말이다. 그전까지는 의미가 살짝 달라서 세세한 것에 까다롭게 집착한다는 뜻을 나타냈다. 하지만 시간을 지키는 것은 점차 미덕으로 추앙받았다. 
••••••
 앨빈 토플러가 『미래 쇼크 FutureShock』에서 썼듯이 "아이들은 행군하듯 걸었고, 지정된 자리에 앉았다. 종이 울려 시간이 바뀌었음을 알렸다. 학교라는 삶의 본질은 이리하여 산업 사회로 진입하기 위한 예비 거울 같은 것이 되었다. 오늘날 교육에서 가장 비판받는 특징들, 예컨대 엄격한 통제,
개성 말살, 엄격한 자리 배치, 집단 분류, 등급 매기기, 채점하기,
교사의 권위적 역할은 대중 교육을 그토록 효과적인 적응의 도구로 만든 바로 그 특징들이다."
- P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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