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날 있잖아. 별것도 아닌 말 한마디에 가슴이 철렁하는 날, 그 때문에 실은 하루 종일 우울한 날, 갑자기 모든 가능성의 문이 닫히고 영원히 세상의 불빛 밖으로 쫓겨난 것 같은 날, 열심히 노력하면 어찌어찌 손에 잡힐 것 같은 소망들이 우수수 떨어져 내리고 누군가가 네 귀에 이런 말을 속삭이지……. "너무 애쓰지 마, 넌 안 돼. 그건 처음부터 너와는 전혀 다른 부류의 사람들에게 주어진 거야, 넌 아니구." 뭐 그런 날. - P11
위녕, 산다는 것도 그래. 걷는 것과 같아. 그냥 걸으면 돼. 그냥지금 이 순간을 살면 돼. 그 순간을 가장 충실하게, 그 순간을 가장의미 있게, 그 순간을 가장 어여쁘고 가장 선하고 재미있고 보람되게 만들면 돼. 평생을 의미 있고 어여쁘고 선하고 재미있고 보람되게 살 수는 없어. 그러나 10분은 의미 있고 어여쁘고 선하고 재미있고 보람되게 살 수 있다. 그래, 그 10분들이 바로 히말라야 산을 오르는 첫 번째 걸음이고 그것이 수억 개 모인 게 인생이야. 그러니 그냥 그렇게 지금을 살면 되는 것. - P27
명심해라, 이제 너도 어른이라는 것을, 어른이라는 것은 바로 어린 시절그토록 부모에게 받고자 했던 그것을 스스로에게 주는 사람이라는 것을. 그것이 애정이든 배려든 혹은 음식이든. 너는 무엇을 엄마에게 받고자 했으나 받지 못했니? 네 마음은 뜻밖에도 너의 질문에 많이 울먹거리게 될 것이고, 너는 오늘 밤 오래도록 네 안에 사는 어린아이와 대화해도 좋겠구나. 오늘 밤은 충분히 기니까. 그리고 그 안의 아이가 훌쩍 아름답게 자라날 만큼 깊으니까. - P30
만일 어떤 친구와 만나고 집으로 돌아와 거울을 보는데 네 뺨이 싱싱하게 보이고 눈이 반짝이면서 아름다워 보이고 ‘이 정도면 어디내놔도 괜찮지?‘ 하는 생각이 들고 왠지 책상에 앉아 차분히 일기라도 쓰거나 좋은 책을 읽고 싶어진다면, 그런 친구는 만나거라. 그런데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왠지 화가 나고 아이스크림, 짜장면, 라면, 불닭볶음, 이런 게 막 먹고 싶어지면서 오늘따라 내가 왜 이렇게 밉지, 하는 생각이 들거든 그 친구하고의 만남을 자제하거라. 이게 엄마가 네게 줄 수 있는 인생 선배로서의 가장 단순한 충고야. - P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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