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가라앉히려 애쓰면서 나는 심호흡을 하고 다시 노튼의 이름을 불러보았다. 그저 끔찍한 침묵만 흐를 뿐이었다.
여삼추 같은 1초가 흐르고, 2초가 흐르고…… 그리고…… 니야아아아아옹.
숲 밖으로 귀가 접힌 회색 머리가 얼굴을 내밀었다. 내가 노튼을 마지막으로 봤던 바로 그 장소였다. 그리고 이어 나머지 몸통도 모두 밖으로 나왔다. 노튼은 길에 서서 특유의 ‘왜 그러세요?‘ 하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나는 노튼에 대한 신념을 완전히 잃고 패닉 상태에 빠졌다.
는 사실을 들키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아주 잠깐 동안만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시장을 지나 걷기 시작했다. 별장 앞에 올 때까지 한 번도 쉬지 않았다. 뒤를 돌아볼 필요도 없었다.
노튼은 집으로 오는 내내 당연히 1.5미터 거리를 유지하면서 씩씩하게 걸어오고 있을 테니까.
- P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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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우어새의 경우, 미적 리모델링은 수컷의 구애용 구조물의 혁신이라는 형태로 나타났다. 그런 변화들이 모두 그렇듯, 혁신적인 구애용 구조물은 맨 처음에 우연히 시작되어 점진적으로 진화했을 것이다. 아마도 구에장소를 장식하는 과정에서, 바우어를 짓는 새들의 초기 조상들은 막대기 몇 개를 물어다 ‘녹색 잎이라는 표준 레퍼토리 위에 얹었을 것이다. 막대기를 배치하는 방식이 조금 바뀌어기본적인 가리개가 탄생했고, 이것은 암컷을 위한 ‘성적 학대의 피난처‘의 역할을 수행했을 것이다. 따라서 이 같은 막대기를 모으는새들은 암컷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이지은 바우어의 전구체 proto-bower가 그녀들에게 평가와 선택의 기회를확대해줬을 것이기 때문이다. 암컷에게 미적 구조물을 제공하는 것의 성적 이점은, 계속 증가하는 수컷 자손들에 의해 바우어 건축이 진화한다는 것이다.
- P308

배우자선택의 과학은 우리를 창의적인 길로 이끌었다. 오리와 마찬가지로, 바우어새는 ‘선택의 자유‘를 이해하는 전혀 새로운 방법을 우리에게 가르쳐줬다. 선택의 자유는 성적 자율성을 보장하며, 성적 자율성은 아름다움의 진화를 추동하는 원동력이다.
- P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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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추럴 캣>의 마지막 장에서는 고양이과 동물의 심리를 다루고 있다. 이 마지막 장에 ‘고양이를 관찰하고 확인하라‘ 는 대목이 있다. 만약 어떤 사람이 매일 저녁 여섯 시에 퇴근해 집에온다고 하자. 그가 제시간에 집에 도착하면 고양이는 편안한 장소에서 일부러 졸고 있다가 편안하고 조용히 고개를 들어 주인이 집에 온 것을 환영한다고 한다. 하지만 평소에는 여섯 시에집에 오다가 열한 시가 되어도 집에 오지 않으면, 고양이는 주인이 자기를 버리거나 포기한 건 아닌가 괴로워하면서 왔다갔다하고 있을 것이라고 한다. 이것은 고양이가 오천만 년을 이어온 정글의 본능을 물려받았기 때문이다. 고양이는 주인이 맹수에게 잡아먹혔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주인이 회사 동료와 술을 마시고 친구와 볼링이나 당구를 치러 갔는지 고양이로서는 알 수가 없는 것이다. 주인이 바닷가에서 고기를 잡다가 2톤이 넘는 거대한 짐승에게 잡아먹힌 거라고 고양이는 상상하고 있을 것이다.
- P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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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바우어의 디자인과 장식이 오로지 미적 기능만 수행한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그건 바우어새가 바우어에서 무슨행동을 하는지 관찰해보면 알 수 있다. 우리는 바우어가 구애를 위한 무대로 사용되는 것 외에는 아무런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는점을 잘 알고 있다. 그것은 소품이 갖춰진 무대로, 구애 시즌에 암컷에 의해 평가되는 공연만을 위해 만들어졌다.  - P295

일부다처제를 채택한 바우어새들은 모두 구애장소를 장식하며, 이러한 장식행동은 바우어가 존재하기 전에 진화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장식은 바우어새의 삶을 특징짓는 전형적 요소 중 하나로, 진화과정에서 어떤 바우어새 종도 이를 상실하지 않았다. 이는 장식이 암컷의 배우자선택에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를 다시 한 번 보여준다.
물론 장식의 내용과 방법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화했다. 수컷들이 수집하는 물건의 종류나 그것을 배치하는 방법은 종마다 다르게 진화해왔고, 때로는 한 종 내의 개체군 사이에서도 다르게 진화했다. 다양한 바우어새들이 장식물로 선택한 것은 열매에서 곰팡이까지, 꽃에서 깃털까지, 장과류에서 나비까지, 콩꼬투리에서 애벌레풍까지. 심지어 사탕 껍질에서 옷핀까지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다양하다. 진입로형 바우어를 짓는 바우어새 중에는, 바우어 내벽을 (식물을 씹어 만든) 파란색, 녹색, 까만색 물감으로 색칠하는 종까지 있다.
어떤 관점에서 보더라도, 이것은 엄청나게 광범위한 미적 패턴이다.
이러한 장식물과 재료들은 암컷의 짝짓기선호와 함께 공진화한 수컷의 미적 선호의 결과물이다. 오로지 암컷을 즐겁게 해주기 위해, 수컷은 자신만의 완전히 새로운 행동과 선호를 진화시켰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아름다움의 수호자인 암컷의 주목을 받기 위해 서로 경쟁하는 예술가로 거듭났다.
- P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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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파리에 간 고양이 이전 시대
이 책은 아주 특별한 고양이에 대한 책이다. 하긴, 어떤 고양이든 그 주인에게는 특별하겠지만 말이다.
고양이를 키운다는 것, 특히 갓 태어났을 때부터 키운다는 것은 아이를 키우는 것과 비슷하다. 먹이고, 가르치려 애쓰고, 알아듣기라도 하는 양 말을 걸기도 한다. 그리고 그 보답으로 상대에게 어느 정도 사랑받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상대의 강한 독립심이나 자아와 맞닥뜨릴 때면 몹시 상처받기도 한다. 아무튼, 고양이도 아이처럼 자신을 보호하려는 본능이 아주 강하다. 작고 연약하며 품에 안으면 정말 기분 끝내준다(안게 해준다면 말이다), 그리고 고양이는 매일매일 아주 정확하게 자기 페이스대로만 움직인다.
- P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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