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컷은 정수리의 좌우에 작고 까만 뿔깃feathery horn을 하나씩 보유하고 있지만, 수컷의 가장 놀라운 특징은 평상시에 은밀히 감춰져 있다. 즉, 횃대에 앉아 있을 때는 날개와 꽁지가 완전히 까맣지만, 일단 날개를 펼치면 날개깃의 안쪽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그런데 놀랍게도, 안쪽 것판의 색깔이 정수리 앞부분과 똑같은 황금색이다. 잠시 후 설명하겠지만, 비행할 때 날개에서 황금빛 광채를 뿜어내는 것은 구애하는 수컷의 핵심 레퍼토리 중 하나로, 너무 놀랍고 아름다워 숨이 막히게 하는 시각적 효과를 낸다.
- P170

시시각각으로 섬광을 뿜어내는 듯한 황금색 깃털이 유발하는 착시현상으로 인해 (종전에 인식할 수 없었던) 전혀 새로운 이미지가 생성되는 동안, 내 머릿속에서는 풍부하고 상세한 과학적 결론이 도출되었다. "흰목마나킨의 노래와 놀라울 만큼 비슷한 노랫소리는 황금날개마나킨이 통나무에 접근하면서 부르는 세레나데로구나!" 두종의 과시행동에서 나타나는 괄목할 만한 유사점은 일종의 상동행동behavioral homology 으로, 지금껏 아무도 짐작하지 못했던 공통조상에게 오래전에 물려받은 것이었다. 두 종은 다른 속屬에 속하는 데다가, 수컷들의 겉모습도 완전히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설마 이 두 종이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을 거라는 가설을 제기한 사람은 아무도없었다. 그러나 그들의 과시행동을 관찰한 직후, "흰목마나킨을 비롯한 코라피포속 Corapipo 마나킨들이 황금날개마나킨이 속한 레피도트릭스 Lepidothrix의 가까운 친척이다"라는 확신이 들었다.
- P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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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사적 방법을 통해 개별 종에 관한 정보를 수집한 후, 우리는 또 다른 과학적 방법을 이용하여 그것들을 비교·분석함으로써 복잡하고 종종 계층적인hierarchial 진화사를 밝혀낼 필요가 있다. 이런 일을 가능케 해주는 과학이 바로 계통학 phylogenetics 이다. 계통학에서 연구하는 계통발생phylogeny 이란 생물들 간의 진화적 관계에 관한 역사를 말하며, 다윈은 이를 거대한 생명의 나무Tree of Life라고 불렀다.
- P141

생식에 대한 수컷의 기여는 정자 제공이 전부다. 모든 양육을 도맡는 암컷은 수컷에게 아무것도 의존하지 않는다. 이러한 독립성은 그녀들에게 거의 전적인 성적 자율성을 부여했으며,
자유로운 배우자선택은 극단적인 선호의 진화를 이끌었다. 즉, 암컷들은 매우 높은 수준의 행동적 형태적 특성을 보유한 극소수의 수컷들만을 배우자로 선택하도록 진화했다. 그러니 나머지 수컷들은 짝짓기 게임에서 패배자가 될 수밖에 없다. 수컷 마나킨새에서 나타나는 미적 극단성aesthetic extremity 은 극단적인 미적 실패esthetic failure의 진화적 결과이며, 이는 강력한 ‘배우자선택에 의한 성선택‘에서 기인한다.
암컷 마나킨새들은 약 1,500만 년 동안 배우자를 선택해왔다.
그 장구한 세월 동안 그녀들이 선호한 특징들은 매우 다양한 형질과 행동들로 진화하여, 멕시코 남부에서부터 아르헨티나 북부까지 이르는 넓은 범위에 분포하는 54종의 화려한 마나킨새 그룹을 배출했다.  - P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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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응주의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아름다움의 가치는 금본위제와 마찬가지다. 아름다움 자체에는 아무런 내재적 가치가 없으며, 다른 외재적 가치, 즉 좋은 유전자‘나 ‘직접적인 이익‘을 표상할 때만 가치가 생긴다. 그와 대조적으로, 아름다움에 관한 다윈-피셔의 견해는 현대 화폐와 마찬가지다. 아름다움이 가치가 있는 것은, 오직 동물들이 아름다움의 가치를 인정하도록 진화했기 때문이다. 아름다움의 가치는 내재적이며, 자신을 위해 진화할 수 있다. 아름다움은 돈과 마찬가지로 사회적 장치이며, 랜드-커크패트릭의 영가설은 그 과정을 수학적으로 기술한 것이다.
- P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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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엄지가락으로 아내의 눈물을 지워주고 그러고 나서 껑충거리며 구뎅이로 들어간다.
"그 흙 속에 금이 있지요."
영식이 처가 너무 기뻐서 코다리에 고래등 같은 집까지 연상할 제 수재는 시원스레
"네, 한 포대에 오십 원씩 나와유-."하고 대답하고 오늘 밤에는 꼭 정녕코 꼭 달아나리라 생각하였다. 거짓말이란 오래 못 간다. 뽕이 나서 뼉따구도 못 추리기 전에 훨훨 벗어나는 게 상책이겠다.
- P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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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 나그네

밤이 깊어도 술꾼은 역시 들지 않는다. 메주 뜨는 냄새와 같이 쾨쾨한 냄새로 방 안은 괴괴하다. 웃간에서는 쥐들이 찍찍거린다. 홀어머니는 쪽 떨어진 화로를 끼고 앉아서 쓸쓸한 대로 곰곰 생각에 젖는다. 가뜩이나 침침한 반짝등불이 북쪽 지게문에 뚫린 구멍으로 새드는 바람에 반득이며 빛을 잃는다. 헌 버선 짝으로 구멍을 틀어막는다. 그리고 등잔 밑으로 반짇그릇을 끌어당기며 시름없이 바늘을 집어 든다.
- P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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