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 생물학적 한계가 신이라는 존재로 인해 깨진 것이다.
신전결국 보이지 않는 것을 믿었던 인간은 세상을 지배하지만 보이는 것만 믿었던 다른 동물들은 철창 속에서 사는 신세로 전락해버린다.
이 차이가 바로 모든 동물들로부터 인간을 분리시킬 수 있었던 결정적인 차이였다.
그러니 신이 지금의 인간을 만든 것이 맞다.
그리고 그 신은 인간이 만든 것이다.
- P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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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왕에게 조공은 하나의 외교 전략이었어요. 당시 중국은 위진남북조 시대였습니다. 고구려 옆에는 북위와 북연, 두 나라가 있었고, 그 아래에는 송이 있었습니다. 고구려는 조공을이용해 모든 나라와 친선 관계를 도모했습니다. 당시 중국 대륙에 난립해 있는 여러 국가 사이에서 어느 한쪽에 서지 않고각 나라와 실리 외교를 했던 겁니다. 말이 쉽지, 절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북위와 송은 서로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 나라인데 그 사이에서 중립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게 얼마나 힘들었겠어요.
- P148

그렇다면 가성비를 삶의 문제에 대입시켜 보면 어떨까요?
자존심만 세우다가 손해만 보는 경우는 가성비가 낮은 선택입니다. 반면에 겉치레는 좀 덜하더라도 순이익이 발생하는경우는 가성비가 높은 선택이죠. 우리나라는 다른 사람의 시선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위기가 있기 때문에 가성비가 높은 선택을 하는 데 큰 용기가 필요합니다. 저 역시 남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남들에게 어떻게 보일지를 걱정하다가 정작제 삶에 도움이 되는 선택을 하지 못한 경우도 많았어요. 그래서 요즘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고민될 때 장수왕을 떠올리며 합리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합니다.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중요한 게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해주거든요.
- P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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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활자는 구텐베르크가 조폐국에서 일할 때 금화나 은화에 문양을 새기는 것을 보고 아이디어를 가져왔다고 알려져있고, 인쇄에 필요한 종이는 이미 중국에서 발명되어 있었습니다. 중국의 제지 기술이 세계 각지에 전해지면서 유럽에서고 편리하게 글자를도 종이를 만들어 사용했어요. 구텐베르크 인쇄기를 보면 새롭게 발명된 기술은 하나도 없습니다. 모두 이미 존재하고 있던 기술이었죠. 금속활자와 프레스기, 종이를 응용한 것이 구텐베르크의 인쇄술입니다. 알고 보면 창조가 아니라 조합이에요. 하지만, 달리 보면 조합을 통한 창조이기도 합니다.
창조라고 하면 사람들은 대부분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것을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미 있는 물건이나 기술의 새로운 쓸모를 발견하는 것도 창조예요. 구텐베르크가 금속활자를 최초로 발명하진 못했지만, 그의 인쇄기는 인쇄 역사뿐 아니라중세 유럽의 역사마저 바꿨습니다. 그 영향력은 실로 어마어마했어요.
- P109

저는 가끔 항복을 앞둔 원종의 마음이 어땠을까 생각해보곤 합니다. 자기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위기의 연속이었어요. ‘이제 고려는 끝났구나‘ 라는 자포자기의 심정이었다면 정말 고려는 끝났을지도 몰라요. 몽골제국에 편입되어 마치 섬과 같은 끄트머리 변방 땅으로 남았을 수도 있어요. 그러나 원종은 그게 끝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다 포기하고 될 대로 되라지 하고 내버려두는 것이 아니라 그 상황에서 자신이지켜야 하는 것, 얻어야 할 것을 빠르게 계산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가진 패를 이용해 그처럼 대담한 제안을 던졌지요. 그가 기지를 발휘한 덕분에 고려는 계속해서 자치구까로 남을 수 있었습니다. 이는 분명 원종의 외교적 성과였습니다. - P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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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래?"
아버지가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 어머니는 고개를 갸웃대다 알수 없는 불길함을 털어내려는 듯 부드럽게 답했다.
"아무것도 아니야."
그러곤 다시 아버지와 입술을 포겠다. 바람은 ‘아무것도 아닐리 없는 그들의 사연을 가늠하며, 여름의 미래를 예감하며, 이미 지나온 자리로 다시 돌아가 두 사람의 머리를 가만 쓰다듬었다. 두사람은 서로의 숨결에 정신이 팔려 아무것도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바람은 아무래도 좋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계절을 계절이게 하려 딴 데로 떠날 차비를 했다. 하늘은 높고, 매미의 매끈한 눈동자 위로 시시각각 모양을 바꾸는 뭉게구름이 지나갔다. 산이 꾸는 꿈속에서, 매미들은 소리 죽여 노래했다. 그때 우리는 그걸 원했어. 그때 우리는 그게 필요했어. 그때 우리는 그걸 하지 않을 수없었어. 그때 우리는 그걸 했어. 그때 우린 그걸 한번 더 했어. 그때 우린 그걸 계속했어. 그리고 우리는 그게 몹시,
‘좋았어.‘
바아흐로 진짜 여름이 시작되려는 참이었다.
- P352

".....…일부러 숨긴 거는 아니야."
"응, 알아요. 그러니까 엄마, 언젠가 이 아이가 태어나면 제 머리에 형 손바닥이 한번 올라온 적이 있었다고 말해주세요."
왜 지금이냐고, 조금만 참다 갖지 그러셨느냐고, 그런 말은 하지않았다. 오래전, 아무도 모르게 원망하고 서운해했던 기억도 굳이헤집어내지 않았다. 이제 그런 것은 하나도 중요하지 않았다. 정말이지 하나도 중요할 리 없었다. 어머니는 대답 대신 내 손을 꼭 잡았다. 나는 잠에 취한 사람처럼 느리고 아둔하게 말했다.
"아빠."
"응?"
"그리고 엄마."
"그래."
그러곤 남아 있는 힘을 가까스로 짜내 말했다.
"보고 싶을 거예요."
- P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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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묵은 숙소 근처에 강이 하나 있어.
아주 센 물소리를 가진 강이지.
아빠 말로는 그걸 화이트 노이즈라고 한대.
백색소음.
사람 몸에 좋은 소리라나봐.
한밤중 문을 열면 그런 게 쏟아져나와.
그리고 내 바로 가까이서무언가 그렇게 성실하고 활달하게 꿈틀대고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놓여.

나는 예전에 ‘행복‘이란 단어를 쓰면 멍청해지는 기분이었어.
그런데 요즘에는 그것도 용기란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나는 그걸 가지려고 해.
하느님이 그걸 선뜻 내줄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내가 그러기로 정했어.
그리고 내가 그걸 정말 갖게 되면
너에게도 조금 나눠줄게.
기대해.
안녕. - P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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