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래?" 아버지가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 어머니는 고개를 갸웃대다 알수 없는 불길함을 털어내려는 듯 부드럽게 답했다. "아무것도 아니야." 그러곤 다시 아버지와 입술을 포겠다. 바람은 ‘아무것도 아닐리 없는 그들의 사연을 가늠하며, 여름의 미래를 예감하며, 이미 지나온 자리로 다시 돌아가 두 사람의 머리를 가만 쓰다듬었다. 두사람은 서로의 숨결에 정신이 팔려 아무것도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바람은 아무래도 좋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계절을 계절이게 하려 딴 데로 떠날 차비를 했다. 하늘은 높고, 매미의 매끈한 눈동자 위로 시시각각 모양을 바꾸는 뭉게구름이 지나갔다. 산이 꾸는 꿈속에서, 매미들은 소리 죽여 노래했다. 그때 우리는 그걸 원했어. 그때 우리는 그게 필요했어. 그때 우리는 그걸 하지 않을 수없었어. 그때 우리는 그걸 했어. 그때 우린 그걸 한번 더 했어. 그때 우린 그걸 계속했어. 그리고 우리는 그게 몹시, ‘좋았어.‘ 바아흐로 진짜 여름이 시작되려는 참이었다. - P352
".....…일부러 숨긴 거는 아니야." "응, 알아요. 그러니까 엄마, 언젠가 이 아이가 태어나면 제 머리에 형 손바닥이 한번 올라온 적이 있었다고 말해주세요." 왜 지금이냐고, 조금만 참다 갖지 그러셨느냐고, 그런 말은 하지않았다. 오래전, 아무도 모르게 원망하고 서운해했던 기억도 굳이헤집어내지 않았다. 이제 그런 것은 하나도 중요하지 않았다. 정말이지 하나도 중요할 리 없었다. 어머니는 대답 대신 내 손을 꼭 잡았다. 나는 잠에 취한 사람처럼 느리고 아둔하게 말했다. "아빠." "응?" "그리고 엄마." "그래." 그러곤 남아 있는 힘을 가까스로 짜내 말했다. "보고 싶을 거예요." - P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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