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야카와는 문득생각했습니다.
"그래, 시골에서살자.‘

- P4

친구를 배려하고 소중하게대하는 것이 자신에게 부담이 된다면,
그 배려와 ‘소중함‘은 조금 거짓이다.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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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셜은 절제되고 자기훈련이 잘된 사람들 가운데 하나였다. 이런 사람들은 자신의 내면 깊숙한 곳에서 동기부여와 보상을 받으며, 많은 사람들의 격려나 갈채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이들은 또 지독하리만치 혼자인 경우가 많다. 많은 사람들과 생각이나 감정을 공유하며 느낄 수 있는 해방감을 갖지 못한다. 이렇게 자족적인 성향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완성되지 않은 존재들이다. 그중 운이 좋은 사람들은 한 명 혹은 두 명 정도 영혼의 동반자를 만나 자신을 완성하기도한다. 그러나 보통 절대 두 명을 넘어서지는 않아서, 심장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두뇌는 친구에게만 연다.
- P220

2차 대전 당시 활약한 장군들 중에는 맥아더와 패튼처럼 드라마틱한 성격을 지닌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마셜과 아이젠하워를 비롯한 대부분의 장군들은 극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그들은 정확하고 치밀한 조직력을 지닌 사람들이었지, 화려한 쇼맨십을 자랑하는 유형은 아니었다. 마셜은 소리를 지르며 테이블을 쳐 대는 장군들을 경멸했다. 그는 또 단순하고 수수한 군복을 좋아했다. 오늘날 장군들이 즐겨 입는 장식적인 군복, 그러니까 자기 가슴이 무슨 광고판이라도 되는 것처럼 각종 훈장을 잔뜩 단 군복은 입지 않았다. 이 기간 동안 마셜은 엄청난 명성을 쌓았다. CBS 종군기자 에릭 세버레이드의 보도는 당시 분위기를 잘 보여 준다. "몸집이 크고 수수한 느낌을 주는 이 사내는 눈부신 지적 능력의 소유자인 동시에 비범한천재, 진실한 그리스도교 성인을 연상시킨다. 그가 내뿜는 제어된 힘의 분위기는 그 앞에 선 누구라도 약해지는 느낌을 받게 만든다. 임무에대한 그의 사심 없는 헌신은 공적 압박이나 사적 우정의 영향으로부터도 자유로웠다."  - P224

전기 작가들은 대부분 메리 앤(죠지엘리엇)이 어머니의 사랑을 받지 못해서 가슴 한가운데에 구멍이 생겼고, 평생 그 구멍을 채우려고 절박하게 몸부림쳤다는 데 동의한다. 그러나 일종의 자기도취적 성향도 작용을 한 것같다. 자신의 사랑에 대한 사랑, 자신의 숭고함에 대한 사랑, 자신의치열한 열정에 대한 사랑 말이다. 그녀는 자신을 주인공으로 드라마를만들고, 그 안에서 탐닉하고, 사람들의 관심을 즐기고, 자신의 감정적깊이를 음미하고, 자신이 중요하다는 느낌을 만끽했다. 스스로를 이 세상의 중심으로 여기는 사람들은 자기 자신의 끔찍한. 그러나 동시에 감칠맛나는 고통에 도취되는 경우가 간혹 있다. 자기 자신을 더 큰 우주의 일부이자, 더 긴 이야기의 한 부분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
 그녀는 훗날 이렇게 썼다. "시인이 된다는 것은 그 어떤 미묘한 차이도 놓치지 않고 재빨리 포착해 내는 영혼의 소유자가 되는 것이다. 재빨리 감지해 내는 영혼의 안목은 섬세하게 질서 지워진 다양한 감정의 화음 위에서 노니는 손일 뿐이다. 지식이 순식간에 감정의 일부로 녹아들고, 감정이 불현듯 지식이라는 오르간으로 되살려지는 곳이 시인의 영혼이다." 메리 앤은 그런 영혼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에게 감정과 행동과 생각은 모두 같은 것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의 열정을 쏟아부을 사람이 없었고, 그 열정을 규율하고 형태 잡으려는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았다.
- P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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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가슴속 분노는 신발 사내를 향한 것이 아니라 아버지를 향한 것이다. 여기 앉아서 줄담배를 피우며 자신이 태어난 집을 잃는 사람은 아버지여야 했다. 나는 낮선 사내에게 사과하고 싶다. 거절하자. 여름이면 떼를 지어 나타나는 쥐들을 고양이와 쥐약으로 잡고, 얼음이 차서 벽이 무너지는 일이 없도록 갈라진 벽의 틈을 콘크리트로 메우면서 할아버지가 평생 가꿔온 집을 지키기 위해 빌어. 얼마나 많은 돼지가 피로 마당을 적셨는가? 우리가 지켜보는가운데 정원에서 얼마나 많은 꽃이 피고 졌는가?
- P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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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분위기는 독일의 의료 선교사 알베르트 슈바이처가 아프리카 정글에 세운 병원에서 벌어진 일을 묘사한 것과 흡사하다. 그는 병원에서 일할 사람들로 이상주의자들은 뽑지 않았고, 세상에 자신이 얼마나많은 것을 주고 있는지를 과도하게 의식하는 사람들도 뽑지 않았다.
또 ‘뭔가 특별한 일을 하겠다‘고 나선 사람들도 고용하지 않았다. 그는 허튼 생각 없이 현실적인 태도로 해야 할 일을 꾸준히 할 사람들을 원했다. "비범한 일을 해내는 것이 아니라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한다고생각하고, 영웅심 없이 냉철한 열정으로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는 사람들이야말로 세상이 필요로 하는 영적 개척자들이다." - P172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시련을 더 큰 구도의 무언가와 연결할 줄 안다. 그들은 고통받는 다른 모든 사람들과의 연대 안에서 자신의 고통을 바라볼 줄 안다. 이를 통해 그들은 확실히 더 나은 사람이 된다. 차이를 만드는 것은 시련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경험하는가에있다. 프랭클린 루스벨트가 소아마비를 앓은 다음 더 심오하고 공감을불러일으키는 사람이 되어서 돌아온 것을 상기해 보자. 육체적, 사회적 시련을 거치면서 사람들은 외부인의 시각으로 볼 줄 알게 되고, 다른 사람들이 무엇을 견뎌 내며 살고 있는지를 깨닫게 되기도 한다.
- P175

이것은 커다란 성공을 거둔 겸손한 사람들 사이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성향이다. 그들이 특히 영리하거나 재능이 많은 것은 아니다.
자수성가한 백만장자들의 대학 평균 성적은 B학점을 간신히 넘기는정도다. 그러나 그들은 삶의 중대한 시점에 누군가로부터 뭔가를 하기에는 너무 모자라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 사람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노력하기 시작한다.
- P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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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와 그 여파는 퍼킨스에게 깊은 영향을 끼쳤다. 그때까지 그녀는 노동자와 빈민층의 권리를 증진하기 위한 로비를 벌여 왔지만, 관습에어긋나지 않는 평범한 삶의 궤적을 따라가고 있었다. 아마도 평범한 결혼 생활과 점잖은 일을 하며 사는 삶에서 많이 벗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화재를 목격한 후부터 그녀의 일은 단순한 직업이 아니라 천직이 되었다. 도덕적 분노가 삶의 궤적을 바꾼 것이다. 자신의 욕망과 자존심은 더 이상 핵심적인 요소가 아니게 되었고, 그녀가 추구하는 대의가 삶의 중심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상류사회의 행동방식에서 멀어졌고, 점잖은 개혁론자들이 빈민층을 돕는 방법에 대해 참을성을 잃었다. 지나치게 깔끔하게 구는 것도, 순수성을 유지하며 지저분한 현실에 발 담그지 않으려는 그들의 욕망도 참기 힘들어졌다. 퍼킨스는 단단해졌다. 그녀는 거칠고 혼란스러운 정치계에 온몸을 던졌다. 트라이앵글 공장에서 일하던 여성들에게 닥친 것과 같은 재난이 다시일어나는 것을 막을 수만 있다면 도덕적으로 위험한 행동도 취할 용의가 있었다. 결과를 얻기 위해서라면 타협을 하고 부패한 관리와 공조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녀는 이 대의를 위해 평생을 바쳤다. - P52

죄는 우리 정신 세계를 완성하는 데 꼭 필요한 요소다. 삶이라는 것이 도덕과 관련된 일이라는 걸 환기시켜 주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되에서 일어나는 화학작용에 따라 결정되는 것으로 환원하려 한다 해도,
일련의 집단이 하는 행동들을 빅 데이터에서 잡아 낼 수 있는 성향으로 환원하려 한다 해도, 죄‘를 ‘실수‘, ‘오류‘ 혹은 ‘약점‘ 등 도덕성과 상관없는 단어로 대체하려 한다 해도, 삶의 가장 본질적인 부분은 개인의 책임과 도덕적 선택의 문제라는 걸 부인할 수는 없다. 모든 것이 용감함과 비겁함, 정직과 기만, 연민과 냉정, 신뢰와 배신 사이에서 우리가 스스로 내리는 선택의 결과라는 뜻이다. 현대 문화가 죄를 ‘실수‘나 ‘무감각‘ 같은 단어로 대체하고, ‘덕‘, ‘인격‘, ‘악‘, ‘부도덕‘과 같은 단어를 아예 없애 버리려 한다 해도 우리 삶에서 도덕적인 요소가 없어지지는 않는다. 그저 피할 수 없는 삶의 도덕적 핵심을 피상적인 단어로 모호하게 만들었을 뿐이다. 우리 앞에 놓인 선택에 대해 덜 명확하게 생각하고 이야기하게 되었다는 의미이고, 따라서 일상 생활에 걸린 도덕적 문제들을 점점 더 백안시하게 되었다는 의미일 뿐이다.
- P109

죄는 악마적인 무언가가 아니다. 그저 일을 망치는 쪽으로 기우는 우리의 삐딱한 성향, 장기보다 단기적인 결과에, 상위보다 하위의 가치에 눈이 어두운 우리의 성향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죄를 반복적으로 짓게 되면 습관으로 굳어져 하위 가치의 노예로 전락하고 만다.
다시 말하면, 죄가 위험한 까닭은 죄가 죄를 먹고 자라는 악순환을 거듭하기 때문이다. 월요일에 한 작은 도덕적 타협이 화요일에는 더 큰도덕적 타협을 하기 쉽게 만든다. 자신을 속이는 사람은 얼마 지나지않아 스스로를 속이고 있는지 아닌지를 구분하기 힘들게 된다. 또 어떤사람은 자기연민의 죄에 빠지기도 한다. 자신은 당연히 희생자라고 여기는 감정은 분노나 욕심만큼이나 주변의 모든 것을 삼켜 버린다.
갑자기 큰 죄를 짓는 사람은 드물다. 큰 죄를 짓는 사람들은 일련의 문을 통과해 온 사람들이다. 분노 문제가 있는데도 내버려 두었을 수있고, 음주나 마약 문제가 있는데도 통제하지 않았을 수 있다. 동정이나 연민의 문제도 성찰해 보지 않았을 것이다. 타락은 타락을 낳고, 죄는 죄가 내리는 형벌이다.
- P111

당시 아이젠하워는 ‘블래키‘라는 말을 훈련시키는 데 정신이 팔려있었다. 그는 회고록에 이렇게 썼다.

블래키와의 경험 그리고 이전에 콜트 기지에서 이른바 능력 부족이라는 낙인이 찍힌 신병들과의 경험으로 인해 나는 지속적인 확신을 갖게 됐다. 우리가 뒤처지는 아이는 희망이 없다고, 민첩하지 못한 동물은 가치가 없다고, 한번 황량해진 땅은 복구하기 어렵다고 너무 쉽게 포기하는 경향이 있다는 확신 말이다. 이는 우리가자신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할 만큼 시간을 두고 노력을 기울이려 하지 않는 데 원인이 있다. 다루기 힘든 아이가 멋진 성인으로 자라고, 동물이 훈련에 반응하고, 황량한 땅이 다시 비옥해질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시간과 노력 말이다. - P126

이이젠하워가 인간적으로 성숙해지면서 무르익어 간 특징이 또 하나있었다. 바로 중용의 미덕이었다.
중용은 일반적으로 오해를 많이 받는 덕목이다. 먼저 무엇이 중용이 아닌지부터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하겠다. 중용은 단순히 두 가지 상반된 극단 사이의 중간 지점을 찾아서 기회주의적으로 자리를 잡는 것이아니다. 그렇다고 개성 없는 침착성을 말하는 것도 아니다. 상반된 열정 혹은 대립되는 생각들을 갖지 않는 온화한 성격을 말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중용은 피할 수 없는 갈등의 존재를 인식하는 데 바탕을 두고 있다. 세상이 조화롭게 구성되어 있다고 믿는다면 중용을 필요로하지 않는다. 자신이 가진 모든 특징들이 서로 쉽게 어울려 조화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면, 무엇을 제어하거나 조절할 필요 없이 마음껏 자아를 실현하고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도덕적 가치가 동일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고 생각할 경우, 혹은 모든 정치적 목적이 한길을 똑바로 감으로써 동시에 성취될 수 있다고 생각할 경우 중용은 필요 없다. 그저 진실이 있는 쪽을 향해서 가능한 한 빨리 돌진하면 되는것이다.」 - P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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