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거나 자제력은 내동댕이치고 내키는 대로 자유롭게 행동할 것. 동심으로 돌아갈 것. 긴짱하시리 정도는 허용 범위 안에 들지."
나는 현직 의사고, 게다가 대학 강사란 말이야." 다쓰로가얼굴을 찡그렸다.
하지만 내키는 대로 자연스럽게 행동하라는 충고는 마음에 와닿았다. 학생 시절에는 성격이 밝고 사람들 시선을 끄는 걸 아주좋아했다. 지금은 이상하리만큼 신중하다. 너무 빨리 브레이크를 밟아버렸다. 의사로서의 자각이라면 그럴듯하지만, 다른 말로 하면 겁쟁이가 된 것이다.
- P143

"바보 같은 소리, 성희롱이라고 난리칠 게 뻔하지."
"그럼, 책상 서랍 속에다 장난감 뱀을 몰래 숨겨둔다거나."
"간호사 센터에서 항의할 텐데."
"그런 행동을 1년 동안 계속해봐. 그럼 주위에서도 포기해.
성격이란 건 기득권이야. 저놈은 어쩔 수 없다고 손들게 만들면 이기는 거지."
다쓰로는 말없이 커피 잔을 입으로 가져갔다. 동의하진 않지만, 이해는 간다. 뻔뻔스러운 인간은 그 뻔뻔스러움을 주위 사람들에게 익숙해지게 만듦으로써, 점점 더 뻔뻔스럽게 변해간다. 이라부가 바로 그런 경우다.  - P151

차임벨이 울릴 때까지 교전은 계속되었다. 온몸에 풀투성이가 되어 정신없이 나뒹굴었다.
땀범벅이 되고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장난을 치면서 숨이 차다니, 실로 20년 만의 일이다.
마지막에 잔디 위에 큰 대 자로 뻗어 "으아~악" 하고 의미도 없는 소리를 질렀다. 웃고 싶기도 하고 울고 싶기도 했다. 왜 그런지 기분이 그랬다. - P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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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병의 여덟 가지 원칙
이른바 옛날에 용병을 잘하는 장수는 적으로 하여금 [적의] 전방과후방이 서로 따르지 못하게 하고, 대부대와 소부대가 서로 의지하지 못하게 하며, 신분이 귀한 자와 낮은 자가 서로 구원하지 못하게하고, 상급자와 하급자가 서로 [마음으로] 돕지 못하게 하며, 사졸들이 흩어지면 모일 수 없게 하고, 병사들이 모여도 결집하지 못하게하였다. 이익에 부합되면 행동하고 이익에 부합되지 않으면 멈추었다. 감히 묻건대 "적군이 정비된 대군으로 장차 공격해온다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대답하기를 "그들이 소중히 여기는 곳을 먼저 탈환하면 그들은 순종하게 될 것이다"라고 할 것이다. 용병의 정세파악은 신속함을 위주로 하여아 한다. 적이 [나의] 속도에 미치지 못하는 틈을 이용해 적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길을 거쳐 경계하지 않는 곳을 공격하는 것이다.
- P282

장군이 작전을 수립할 때 아랫사람이 속내를 쉽게 알지 못하도록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즉 전쟁을 앞둔 병사는 싸움에서 아무 생각없이 명령에 따라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손자는 병사들을 마치 리모컨 버튼에 따라 전진과 후진을 하는 장난감처럼 취급하였다. 만약 병사들이 전체 작전을 머릿속에 그리고 있으면 어떻게 될까? 아마 그 효용에 대해 생각해볼 것이고, 그렇게 싸워서 이길 수 있는지 주판알을 튕기모지 않을까.
만악 어느 병사가 자신을 적군에게 던지는 미끼라고 생각한다면 대열에서 이탈할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병사들 개개인이 모두 각자의 생각을 가지고 전쟁에 임한다면 명령에 반응하는 속도는 급격히 떨어질 것이다. 손자는 이 점을 경계하였다. 그래서 적지에 진입할 때 군대를 마치 양 떼를 모는 것처럼 변화무쌍하게 움직이라고한 것이다. 말하자면 용병은 사병들이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 P290

 그런데도 작위와 봉록과 돈이 아까워 적의 사정을 알려고 하지 않는 자는 어질지 못함의 극치이니 다른 사람의 장수가 될 수 없고, 주군을 보좌할 자격도 없으며 승리의 주인이 될 수도 없다. 그러므로 현명한 군주와 어진 장수가 군대를 움직여 적을 이기고 적보다 공을 이룰 수 있는 까닭은 [그들보다]먼저 [적진의 상황을] 알았기 때문이다. 먼저 안다는 것은 귀신에게 의존해서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이전에 있었던 일에서 유추할 수있는 것도 아니고 법도에 의해서 시험해볼 수 있는 것도 아니며, 반드시 사람에게 취해서 적의 상황을 알아내는 것이다.
- P324

 특히 군주가 가장 신경 써야 할 간첩은 반간이다.
반간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정보의 양은 다른 간첩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기 때문이다. 전쟁이 첩보전임을 누구보다 잘 알고있는 손자였기에 간첩의 활용이 용병의 요체임을 거듭 강조하고있는 것이다.
- P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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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히 전의를 상실했다. 아아, 이런 거구나, 몽롱한 상태로 생각했다. 무서워하지 않는 상대에게는 야쿠자 간판이 전혀 먹히질 않는 것이다. 바다표범을 위협해봐야 아무 소용 없듯이.
- P28

보조자 하루키가 고헤이의 어깨에 손을 얹고 타이밍을 쟀다.
"하나, 둘, 셋!" 그는 여느 때처럼 고헤이의 귓가에 대고 카운터를 세다가 "고우~!" 라고 외치며 어깨를 내리쳤다.
고헤이는 발을 구르며 점프대를 박차고 나간다. 온몸에 바람이 부딪쳐온다. 공중에 커다란 포물선을 그리며 당목에 양다리를 건다. 두 번째 스윙에서 허공으로 몸을 날린다. 머리부터 종이막을 뚫고 들어간다. 창호지가 소리를 내며 찢어진다. 거꾸로 매달린 건장한 사내가 눈앞에 나타난다. 캐처 우치다다.
- P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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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에 잠에서 깬 이노 세이지는 침대에서 몸을 뒤척였다. 얼굴을 덮고 있던 이불을 걷어내고 천장을 쳐다본다.
취침등이 켜진 상들리에에 처음 보는 스위치용 체인이 매달려있다. 아 참, 가즈미가 얘길 했었지, 조명을 바꿨다고..…... 체인끝에는 원추형 손잡이가 달려 있다. 그것도 뾰족한 끝 부분이아래로 향한 채.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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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아버지는 우리가 학교에 가는 것을 알아도 화를 내지는않을 것이다. 그리고 이따가 학교에서 돌아와도 특별히 그 얘기를 꺼내거나 하지 않을 것 같았다. 어쩌면 이미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 인정은 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방해도 하지 않는 것이다.
조금씩 조금씩 표 나지 않게 처리해나가는 건 인간관계의 지혜이다.
- P158

사흘 뒤, 우리 집은 어떻게 되는 걸까. 혼자 고민해봤자 뾰족한수도 없어서 지로도 춤을 추었다. 춤을 추다보니 이게 또 무지하게 즐거웠다.
국가는 없어도 좋지 않을까. 그런 생각까지 들었다.
- P221

아버지 뱃속에는 스스로도 어쩔 수 없는 벌레가 있어서 그게 날뛰기 시작하면 비위짱이 틀어져서 내가 나가 아니게 돼.
한마디로 바보야, 바보."
•••••
뱃속의 벌레… 아버지의 말이 귓가에 남아 있었다.
아버지는 이기지 못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칼날을 벼리고 저항에 나섰다. 이번에야말로 체포가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 P246

"지로, 전에도 말했지만 아버지를 따라하지 마라. 아버지는 약간 극단적이거든. 하지만 비겁한 어른은 되지 마. 제 이익으로만살아가는 그런 사람은 되지 말라고."
"응, 알았어…….
1
"이건 아니다 싶을 때는 철저히 싸워, 져도 좋으니까 싸워, 남하고 달라도 괜찮아. 고독을 두려워하지 마라. 이해해주는 사람은 반드시 있어." - P288

아카하치는 누구보다 자유를 사랑하였습니다. 힘으로 인간을 억압하는 것을 끝까지 허락하지 않은 영혼이 지금도 저 먼남쪽에서 바람을 보내오고 있습니다.

낭독을 마치고 지로는 차임벨을 눌렀다. 창문을 열자 정말로 남풍이 불어왔다.
아버지가 일으킨 바람일까나…. 지로는 그 바람을 가슴 가득 들이마셨다.
- P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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