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어떤 동물이 있다면, 나는 그 동물을 무척 두려워하게 될 것이다.
개미가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는 생각은 잘못이다.
목이 잘린 개미는 특별한 냄새를 발한다. 고통의 냄새인 것이다. 개미의 몸 안에서 무슨 일인가가 벌어지지 않는다면 그런 냄새가 생길 리 없다. 개미에게 전기적인 신경 감응은 없지만, 화학적인 신경 감응은 있는 것이다. 개미는 자기 몸의 일부가 떨어져 나가면 고통을 느낀다. 제 나름의 방식으로 고통을 느끼는 것인데, 그 방식은 우리가 고통을 느끼는방식과 사뭇 다르다. 하지만 고통을 느낀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 P206

의산의해(儀山媛海), 질풍노도(疾風怒濤).
모두 한데 뒤섞여서, 어지러이 흩어졌다 가지런히 정렬하고,
치달리고, 돌아가고, 달아나고, 덤벼들고, 흩어지고, 모여들고,
쑤석거려 시비 걸고, 밀었다가 당겼다가, 뛰어오르고, 주저앉고, 일어나서 추스르고, 욕지거리, 맞대거리, 뜨거운 김 내뿜으며 울부짖듯 악을 쓴다. 도처에 살기가 어려 있다. 서로 맞서서힘을 겨루고 칼싸움하듯 위턱을 휘두른다. 살아 있는 몸뚱이,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 몸뚱이를 가리지 않고 짓밟으며 내달린다. 불개미 한 마리마다 성난 난쟁이개미가 적어도 세 마리씩은 달라붙어 있다. 그러나 불개미들의 덩치가 세 배는 더 크니까, 거의 대등한 전력으로 싸움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드잡이 싸움, 냄새의 아우성, 엷은 안개처럼 뿜어지는 씁쓸한 페로몬.
- P212

이따금 어떤 터무니없는 생각이 떠오를 때가 있습니다.
그 도래 도시들을 바라보면서 저는 이런 생각을 하곤 합니다. 혹시 이게 우리의 도시는 아닐까? 혹시 우리는 어떤 어항 안에 갇혀 있고 다른 거대한 존재가 우리를 감시하고 있는것은 아닐까? 혹시 누군가가 무대 장치를 만들어 아담과 이브를 넣어 놓고, 실험용 흰쥐를 관찰하듯 <구경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혹시 성경에서 말하는 에덴동산에서의 추방은, 단지 갇혀있던 어항이 바뀐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혹시 노아의 대홍수라는 것도 기껏해야 신이 조심성이 없거나 호기심이 많아서 그저 물 한 컵 쏟은 걸 가지고 그러는것이 아닐까?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하시겠지요? 글쎄요...…. 개미집과 우리가 사는 지구가 차이가 있다면, 개미들은 유리벽 안에 갇혀 있고 우리는 물리적인 힘, 즉 지구의 인력에 의해 갇혀 있다는 점뿐입니다.
합니다.
제 개미들은 갇혀만 있는 것이 아니라, 어항의 주둥이를막고 있는 판지를 베어 내고, 벌써 몇 마리는 도망을 쳤습니다. 우리는 어떻습니까? 우리도 중력을 벗어나는 로켓을 쏘아 올리고 있습니다. - P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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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노벨상 수상 연설문에서 윌리엄 포크너는 말했었다.
"문학은 인간이 어떻게 극복하고 살아가는가를 가르친다."
그렇다. 문학은 삶의 용기를, 사랑을, 인간다운 삶을 가르친다. 문학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치열한 삶을, 그들의 투쟁을, 그리고 그들의 승리를 나는 배우고 가르쳤다. 문학의 힘이 단지 허상이아니라는 걸 증명하기 위해서도 나는 다시 일어날 것이다.
- P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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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보다 아름다운 것이 무엇이 있을까? 구부슴한 테두리 선은 맵시좋게 다듬어져 있고, 몸매에 구현된 공기 역학의 원리가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하다. 몸의 구석구석이 정교하게 고안된 차체와 같아서, 공기역학의 원리에 맞게 오목오목 들어간 자리에 다리 하나하나가 완벽하게 박혀 있다. 몸마디 하나하나가 경이로운 기계 장치이다. 몸마디를 감싸고 있는 판들은, 컴퓨터의 도움을 받아 어떤 디자이너가 마름질한 것처럼 사개가 꼭 들어맞는다. 그것들은 삐걱거리는 일이 없고마찰을 일으키는 일도 없다. 세모진 머리는 공기를 헤쳐 나아가기에 알맞고, 구부러진 긴 다리가 땅바닥에 닿을 듯 말 듯한 몸을 사뿐하게받치고 있다. 마치 이탈리아의 스포츠카를 보는 듯하다.
발톱은 천장에서도 붙어 다닐 수 있게 되어 있고, 눈은 180도의 넓은시야를 가지고 있다. 더듬이는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는 수천 가지의정보를 감지하며, 그 끄트머리는 망치 구실을 한다. 배에는 화학 물질을 저장할 수 있는 주머니나 자루나 샘들이 가득하다. 위턱으로는 물건을 자르고 구멍을 내며 붙잡을 수도 있다. 몸 안에 그물처럼 퍼져있는 관들을 통해 후각 정보를 방출한다.
- P153

개미 세 마리가 완전 소통을 실행하려고 세모꼴을 이루며앉아 있다. 그럼으로써 그들은 자신들이 겪은 일들을 길게 늘어놓지 않고도 순식간에 모든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그들은 마치 조사 활동을 더 잘하기 위하여 한 몸뚱이가 셋으로 나뉜 것처럼 보였다.
그들이 더듬이를 결합하자 생각들이 순환하면서 융합하기시작한다. 아무 문제 없이 일이 잘되어 간다. 각각의 뇌수는하나의 트랜지스터가 되어, 자신이 받아들인 전기 신호를 증폭시켜 다른 뇌수에 전하고 있다. 그렇게 결합된 세 개미의 정신은 그들의 능력을 단순히 합쳐 놓은 것보다 뛰어나다.
- P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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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나 오게, 아무나 오게."
나는 지금 외국에서 이 글을 쓰고 있다. 밖에서 접하는 나라안 소식이 하나같이 다 어둡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충격적인 것은 어린 자식 셋을 데리고 동반 자살한 어머니에 관한 기사다.
무정한 모정에 대한 비난이 혹독하지만, 아마도 두고 가는 자식들도 결국은 자신처럼 ‘안‘ 의 세계에 들어가지 못하리라는 절망감이 죽기 싫다고 아우성치는 아이를 밀치고 세 살짜리 어린아이까지 안고 뛰어내리게 했는지도 모른다. 돈 많고 힘 있는 사람끼리 모여 동그랗게 금 그어 놓고 아무도 못 들어오게 밀쳐내며 사는 이 세상에 자식들을 두고 가기가 너무나 무서웠는지도 모른다.
까마득하게 잊고 있었던 작품 중에서 유독 "아무나 오게, 아무나 오게" 라는 말이 기억에 남는 이유는 그 말이 주는 너그러움이,
따뜻함이, 그리고 그 아름다움이 낯선 세상에 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 P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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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불리한 처지에 놓인 곤충들> 중에서 가장 먼저 예로 들 수 있는것이 흰개미이다. 땅거죽 위에 모습을 드러낸 지 1억 5천만 년 가까이된 곤충으로서 나무를 쏟아 먹고 사는 이 종은 불운하게도 종의 영속성을 유지할 만한 수단을 찾아내지 못했다. 포식자는 너무나 많은데,
그들에게 저항하기 위한 천연적인 수단이 마땅치 않았다.
흰개미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많은 흰개미들이 죽어 갔고, 살아남은 자들은 궁지에 몰릴 대로 몰리다가 하나의 독창적인 해결책을 찾아내게 되었다. 그것은 이제부터는 혼자 싸우지 말고 똘똘 뭉쳐 집단을 만들자. 혼자 도망가려고 애쓸게 아니라 스무 마리가 모여 함께 맞서면 우리의 천적들이 우리를 공격하기가 한결 어려워질 것이다〉라는 것이었다. 그럼으로써 흰개미가 사회 조직이라고 하는 복잡성을 띤 생존 방법의 길을 열었던 것이다. 그 방법은 가장 확실한 생존 방법의 하나였다.
이 곤충은 작은 세포들이 모인 것처럼 살아가기 시작했다. 처음엔 가족 단위의 사회를 이루었다. 알을 낳는 어머니 흰개미 주위에 모두가모여 살았다. 그러다가 가족이 촌락이 되고 촌락이 커져 도시가 되었다. 모래와 흙 반죽으로 이루어진 그들의 도시가 곧 지구의 모든 표면에 솟아오르게 되었다.
- P100

인간과 마찬가지로 개미는 사회성을 타고난다. 새끼 개미는 너무 약해서 자신을 가두고 있는 고치를 혼자서 깨뜨릴 수가 없다. 사람의 아기도 혼자서 걷거나 영양을 섭취할 수 없다.
개미와 인간은 둘 다 주위의 도움을 받아야만 살 수 있는 종이며, 살아가는 방법을 혼자서 터득할 줄도 모르고 터득할 수도 없다.
어른에게 의존해야 한다는 것은 분명히 하나의 약점이다. 그러나 그 의존성이 또 다른 진화를 가져온다. 지식 추구가 그것이다. 어린 개체들에게 살아남을 수 있는 능력이 없는 터에, 생존 능력을 지닌 성숙한개체들이 곁에 있으니, 어린 개체들이 처음부터 성숙한 개체들에게서 지식을 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 P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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