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상실증 환자들은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진실인가 아닌가를 이해하는 힘을 지니고 있다. 언이는 상실했지만 감수성이 특히 뛰어난 그들은 찡그린 얼굴, 꾸민 표정, 지나친 몸짓, 특히 부자연스러운 말투와 박자를 보고 그 말이 거짓이라는 걸 알아차린다. 따라서 언어상실증 환자들은 언어에 속지 않으며 현란하고 괴상한(그들의 눈에는 그렇게 비친다) 말장난과 거짓, 불성실을 간파하고 반응을 보인다.
그래서 대통령의 연설을 들으면서 폭소를 터뜨렸던 것이다.
지금까지 말했듯이 목소리의 표정과 음색에 대해서 뛰어난 감수성을 지닌 인어상실증 환자에게는 거짓말이 통하지 않는다. 그렇다.
면 언어상실증 환자와 정반대의 증상을 가진 환자의 경우에는 어떨까? 즉 단어를 이해하는 힘은 있지만 목소리의 표정과 음색에 대한 감각을 상실한 사람의 경우이다. 우리 병동에도 그런 환자가 몇 명 있었다. 전문적으로 말하면 그들은 언어 상실증이 아니라 일종의 인식불능증, 소위 음색인식불능증 환자이다. 말의 의미는 (나이가 문법구구조까지도)완벽하게 이해하지만 말투, 음색, 느낌, 음 전체의 성질 등 목소리의 표정은 파악하지 못하는 것이다. - P149

 고양 상태란, 단순히 건강하고 충실하고 만족스러운 기분을 뜻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지극히 불안하고 도를 지나친 상태가 되기도한다. 이 때문에 기행과 추악한 행위를 초래하는 일도 있다. 지나치게흥분한 환자는 통합과 억제를 잃은 상태, 어떤 종류의 과잉 상태에빠지게 된다. 그것은 충동과 이미지와 의지에 압도되는 상태이며 생리적인 광폭성에 사로잡힌(혹은 내몰린) 상태인 것이다.
이것은 성장과 생명 그 자체가 내포하고 있는 위험성이다. 성장은 지나치게 성장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고 생명은 생명과다‘가 될 수도있다. 모든 항진 상태는 왜곡되어 묘한 방향으로 나아가 기괴한 이상 상태가 될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면 과다운동증은 이상운동증(비정상적인동작과 무도병舞蹈病, 틱 증후군 등)이 될 가능성이 있다. 인지력의 항진은 ‘이상인지‘라고 부르며, 병적으로 항진한 감각의 도착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또한 항진상태의 격정은 폭력적 격정으로 변할 가능성이 있다. - P15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혼자 남게 된 나는 가슴이 죄어오는 것을 느꼈다. 이렇게 가슴 아픈 일이 있을까? 이렇게 기묘한 일이 있을까? 그의 인생이 망각의 세계에서 녹아내리고 있다고 생각하니 정말 어찌해야 할지 모를 지경이었다. 나는 다시 노트에 적었다. "그는 순간 속의 존재이다. 말하자면생각이나 공백이라는 우물에 갇혀서 완전히 고립되어 있는 것이다. 그에게 과거가 없다면 미래 또한 없다. 끊임없이 변동할 뿐 아무 의미
없는 순간순간에 매달려 있을 뿐이다." - P61

인간은 기억만으로 이루어진 존재는 아닙니다. 인간은 감정, 의지, 감수성을 갖고 있는 윤리적인 존재입니다. 신경심리학은 이런 것에 대해서 언급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심리학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이 영역에서 당신은 그의 마음에 영향을 미쳐 그를 변하게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P76

사물의 가장 중요한 측면은 그것이 너무도 단순하고 친숙하기 때문에우리의 눈길을 끌지 못한다(들 눈앞에 있기 때문에 별로 신경을 쓰지않는 것이다). 따라서 가장 기본적으로 탈구해야 하는 것은 그냥 스치 지나가는 법이다. -비트겐슈타인

비트겐슈타인이 인식론에 대해 쓴 이 구절은 생리학과 심리학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셔링턴이 ‘우리의 비밀스러운 감각 즉 제육감第六感‘이라고 부른 것에는 딱 들어맞는다. 제육감이란 근육, 힘줄, 관절 등 우리 몸의 움직이는 부분에 의해 전달되는 연속적이면서도 의식되지 않는 감각의 흐름을 말한다. 우리 몸의 위치,긴장, 움직임은 이 제육감을 통해서 끊임없이 감지되고 수정된다. 그러나 무의식중에 자동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우리는 그것을 느끼지 못할 뿐이다.
- P85

도대체 왜 그러시죠? 눈이 보이지 않는 겁니까. 아니면 술에 취한 겁니까?" 하고 물으면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 "고유감각이 없어졌습니다." 하고 대답할 수 있을까? 그 누구의 동정과 도움도 받을 수 없다는 것. 이것 또한 가혹한 시련이다. 그녀는 장애인이지만 그것이 겉으로는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는다. 그녀는 시각장애인도 아니고 신체가 마비되지도 않았다. 겉으로 나타나는 장애는 아무것도 없다. 따라서 종종 거짓말쟁이나 얼간이로 취급된다. 우리 사회에서는 밖으로 드러나지 않은 숨은 감각에 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누구나 같은 취급을 받는다. - P98

 단 하나라도 좋으니 무언가 돌파구를 얻기만 한다면 (단 하나의 동작이라도 좋고, 지각이라도 좋고, 충동이라도 좋고, 최초의 한마디라도 좋다. 헬렌 켈러에게 ‘물‘이라는 한 마디가 그 역할을 했듯이 말이다.) ‘무‘였던 세계가 ‘전부‘로 뒤바뀔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이 경우에는 충동이야말로 모든 것의 시작이라고 말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행동도 아니고, 반사운동도아닌 오직 충동이다. 충동이야말로 행동이나 반사운동보다 그 존재가 훨씬 명백하며 또한 좀더 신비적이다. - P11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793년에 제작된 다비드의 유화, 마라의 죽음을 본다. 욕조 속에서 피살된 자코뱅 혁명가 장 폴 마라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머리에는 터번처럼 생긴 수건을 두르고 있고 욕조 밖으로 늘어뜨려진 손은 펜을 쥐고 있다.
흰색과 청색 사이에 마라가 피를 흘리며 절명해 있다. 작을 작품 전체의 분위기는 차분하고 정적이다. 어디선가 레퀴엠이 들려오고 있는 것만 같다. 그를 찌른 칼은 화면 아래쪽에 배치되어 있다.
- P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결손‘이란 용어는 신경학에서 매우 자주 사용되는 단어로, 신경 기능의 장애나 불능을 가리키는 말이다. 예를 들면 이 말은 말소리상실, 언어상실, 기억상실, 시각상실, 정체성 상실, 몸을 자유롭게 움직이는 기능의 상실 그리고 그 밖의 많은 특정 기능의 결함이나 상실을 지칭할 때 쓰인다. 이러한 ‘기능 장애‘들(이것 역시 자주 사용되는 단어이다)에는 그것들 각각을 지칭하는 (우리들만의) 전문용어들이 있다. 소리못냄증, 운동성 실어증, 언어상실증, 읽기언어상실증, 행위상실증, 인식불능증, 기억상실, 조화운동불능증 같은 것이 바로 그런 용어들이다. 이것들은 모두 질병이나 부상 혹은 발달 장애로 인해 환자들이 특정 신경 혹은 정신 기능의 일부나 전부를 상실하는 것을 말한다.
- P1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중에 라시드가 그들을 내려놓고 비스를 타고 직장에 나간후, 라일라는 아지자가 손을 흔들면서 고아원 뒤뜰에 있는 담을따라 발을 질질 끌며 가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아지자가 말을 더듬던 것에 대해 생각했다. 아지자는 전에 단층에 대해 이야기하며, 지구의 아래쪽에서는 강력한 충돌이 있지만 우리가 표면해서 느끼는 건 약간의 흔들림일 뿐이라고 말했었다. 아지자도 그랬다. - P443

그녀는 앞에 있는 책상으로 돌아가면서, 전날 방에 저녁을 먹으며 다시 즐겼던 이름 짓기 놀이에 대해 생각한다. 그것은 라일라가 타리크와 아이들에게 그 소식을 전해준 후로 계속되는 밤의 의식이 되었다. 그들은 돌아가며 자기들이 지은 이름에 대한 이유를 낸다. 타리크는 모하마드라는 이름이 좋다고 한다. 최근에 비디오로 <수퍼맨>을 본 잘마이는 왜 아프간 소년의 이름이 클라크일 수 없는지 궁금해한다. 아지자는 아만이라는 이름이 좋다고 열을 올린다. 라일라는 오마르라는 이름이 좋다.
하지만 이 놀이에서는 남자 아이의 이름만이 거론된다. 딸의 이름은 라일라가 이어 지여놓았기 때문이다.
- P56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