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두려움보다 더 난해하고 딱히 뭐라고 정의내릴 수 없는 것이었다. 마비 상태, 즉 결단력과 이성과 자유의지가 잠들어버렸기 때문이다. 고음의 목소리와 위선자의 시선을 지녔고,우스꽝스러울 정도로 몸단장에 신경 쓰고 장식한 그 남자가 가난한사람이건 부자건, 친구건 적이건 모든 도미니카 사람들에게 주문을 걸듯 행사하던 활동 불능 상태였다. 날조된 연극의 유일한 관객이었던 안토니오 역시 그 순간 마비 상태가 되어 그런 빤한 거짓말을 잠자코 듣기만 했던 것이다.
총통을 구하기 위해 달려오는 칼리에들이나 군 경호원들이라고 확신한 그는 더 생각할 겨를도 없이 권총을 들어 발사했다. 그리고 아주 가까운 곳에서 그의 총알을 맞은 페드로 리비오 세데뇨의 신음 소리를 들었다. 마치 땅이 열린 것처럼 깊은 심연에서 사악한 존재가 그를 비웃는 소리 같았다.
개미는 어디에나 있다. 나무가 있는 곳이라면 개미집 주위에서 왔다갔다 하는 이 미물들을 밟지 않고는 세 발자국도 걸을 수 없다. 특히 봄이나 여름에는 싱크대에 설탕이나 음식 부스러기가 조금만 떨어져 있어도 금세 시커멓고 작은 개미들이 일렬로 줄지어 나타나서는 먹이를 가로채어 가버린다. 이처럼 작고 많고, 어디서나 우글거리는 개미는 그저 자연의 장식품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너무 평범하다.
개미가 이루어놓은 성과는 정말 놀랍다! 이 작은 생물체는 다섯 대륙에 성공적으로 정착했으며, 정복한 땅에 자리를 잡고 나면 이내 다른 동물들보다 우위를 차지한다. 생태학적으로 정말 놀라운 성공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이러한 이례적인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그것은 다름 아닌사회성 이라는 한 단어로 요약할 수 있다!
문명사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소중한 교훈은 개연성 높은 사태는 많아도 피할 길 없는 숙명적 사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문평은 스스로를 혁신할 수 있는 능력이 있고 또 실제로 그렇게 해 왔다. 서구가 당면하고 있는 중요한 문제는 외부의 도전 세력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자신의 내부적 쇠락 과정을 중단시키고 역전시킬 만한 능력이 과연 있는가 없는가이다. 서구는 갱생에 성공할 것인가 아니면 계속되는 내부의 부식으로경제적으로나 인구로나 더 활력 있는 다른 문명들에게 종속당하는 몰락의 과정이 가속화될 것인가?
더 거대한 충돌, 곧 범지구적으로 벌어지는 문명과 야만성의 ‘진짜‘ 충돌에서 종교, 예술, 문학, 철학, 과학, 기술윤리, 인간애를 풍요하게 발전시킨 세계의 거대한 문명들 역시 단결하게나 갈라설 것이다. 다가오는 세계에서 문명과 문명의 충돌은 세계 평화에 가장 큰 위협이 되며, 문명에 바탕을 둔 국제 질서만이 세계 대전을 막는 가장 확실한 방어 수단이다.
우라니아, 그녀는 부모에게서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했다. 그녀의이름은 어느 행성 혹은 광석을 생각나게 한다. 하지만 거울 속에 비친그녀는 반짝이는 피부에 검고 다소 슬퍼 보이는 큰 눈을 지닌 가날프고 세련된 모습이다. 우라니아! 이름과 얼마나 다른 모습인가. 다행스러운 것은 이제 아무도 그녀를 그렇게 부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신 우리, 이스 카브랄, 카브랄 부인 혹은 카브랄 박사라고 불렀다.
현대 세계에서는 교통망과 통신망이 발전하면서 이런한 연결망의 구축이 용이해졌으며 따라서 단층선 분쟁의 ‘국제화‘ 가 가능해졌다. 이민은 제3문명으로의 탈출구를 열어 놓았다. 통신 수단의 발전 덕분에 교전 당사자들은 자기들의 운명을 친족 집단들 에게 즉각적으로 알리고 도움을 요청할 수 있게 되었다. 세계가 전반적으로 가까워지면서 친족 집단들은 싸움을 벌이는 자기 편에게 정신적, 외교적, 금전적 물질적 지원을 보낼 수 있게 되었고 그렇게 안 하기가 훨씬 더 힘들어졌다. 그러한 지원을 제공하는국제적 연결망이 구축되었고 지원은 다시 분쟁을 지속시했다. 그래서 그린웨이(H.D.S Greenway)가 말하는 ‘친족국 증후군(kin-country syndrome)‘은 20세기 말 단층선 전쟁의 핵심적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