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뇌를 이해하려는 노력은 아주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다. 대표적인 실험이 1870년대 독일 생리학자 구스타프 프리츠(GustavTheodor Fritsch)와 에두아르트 히치히(EduardHitzig)의 뇌 전기자극 실험이다. 두 독일 과학자는 뇌 특정 영역을 전기로 자극함으로써 뇌가 근육 운동을 조절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증명했다. 이들은 인간이 아닌 개를 대상으로 실험했다. 개의 두개골을 열고 뇌 피질을 노출한 후 전극을 사용해 뇌의 다양한 부분에 전기자극을 가했다. 자극한 뇌 위치에 따라 다리, 얼굴, 목 등의 움직임이 다르게 나타나는 것을 확인했다. 이 실험을 통해 뇌의 특정 부위(운동피질)가 신체 특정 부위를 제어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로 인해서 뇌의 각부분이 특정 기능에 특화되어 있다는 개념도 확고해졌다. - P83
뉴럴링크가 개발한 BCI는 운동피질에 있는 뉴런의 전기 신호를 기록하고 컴퓨터로 신호를 전송한 후 그것을 해석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알다시피 운동피질은 사고에 관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알렉스는 어떻게 생각만으로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을까? 프리츠와 히치히의 연구 결과에서 알 수 있듯이 운동피질은 신체가 움직일 수 있도록 명령하는 곳이다. 그러니까 칩이 뉴런으로부터 받는 뇌파는 몸을 움직일 때 필요한 여러 가지 명령어들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텔레파시 칩은 알렉스의 생각을 읽어서 컴퓨터를 조종하는 것이 아니라 손가락으로 마우스를 움직이고자 하는 명령을 기록해 이용하는 셈이다. - P85
칭화대학 연구진은 중국 서우두의과대학 부속 쉔우병원 연구진과 함께 교통사고로 14년동안 침대에 누워 지내고 있던 사지 마비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2024년 1월 29일 쉔우병원은 실험에 참여한 환자가 오른손에 공기압력 장갑을 끼고 생각만으로 물잔을 들어 물을 마신 후 다시 물잔을 내려놓는 모습을 공개했다. 환자는 전해 10월 24일 뇌와 두개골 사이 경막외 공간에 동전 크기의 칩 두 개를 이식받았다. 환자 뇌에 삽입한 칩은 NEO (NeuralElectronic Opportunity)라고 불린다. 쉔우병원 자오궈광 원장은 두 개의 프로세서는 각각 4개의 접점을 가지고 있으며, 환자의 오른손에 신경을 전달하는뇌 영역에 총 8개의 접점이 배치되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수술 전에 MRI로 ㅓ뇌 기능을 측정해 오른손을 움직일 때나 움직이려고 할 때 활성화한 뇌 영역을 찾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뉴럴링크 기술과 달리 두개골에 칩을 장착할 수 있어 신경 조직을 파괴하지 않고도 신호 품질을 보장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근거리 무선 전원 공급 및 신호 전송 방식을 채택해서 별도의 배터리가 필요 없는 것도 큰 장점으로 꼽았다. - P89
이 턱뼈 화석은 1790년대에 옥스퍼드셔(Oxfordshire)에 있는 한 광산에서 발견된 거였다. 끝부분만 보존된 턱뼈였지만 크기가 어른 손바닥 두 개만한 큰 화석이었다. 턱뼈 한쪽에는 날카로운 이빨들이 들쑥날쑥 솟아 있었다. 퀴비에는 이것이 도마뱀의 아래턱과 비슷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퀴비에는 이 화석이 거대한 파충류의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것을 당시옥스퍼드대학의 지질학 교수 윌리엄 버클랜드(William Buckland)에게 귀띔해줬다. 그동안 학계에서 보고된 적이 없었던 새로운 종류의 동물이었다. 퀴비에로부터 중요한 힌트를 얻은 버클랜드는 이때부터 이 거대 파충류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대학의 인기 강사였던 버클랜드는 하루하루가 바쁜 사람이었다. 그의 연구 속도는 더딜 수밖에 없었다. 1824년이 돼서야 버클랜드는 자신의 연구 결과를 학계에 보고할 수있었다. 그는 이 파충류에게 ‘큰 도마뱀‘이란 뜻의 그리스어 ‘메갈로사우루스(Megalosaurus)‘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메갈로사우루스는 학계에 최초로 이름을 붙여준 공룡이었다. 메갈로사우루스를 시작으로 한 공룡 연구가 2024년 200주년을 맞이했다. - P119
하지만 당시 그 누구도 메갈로사우루스와 이구아노돈을 공룡이라 부르지 않았다. 공룡 자체를 아무도 모르던 시절이었다. 메갈로사우루스와 이구아노돈이 좀 특별한 파충류임을 처음 알아차린 사람은 생물학자이자 고생물학자였던 리처드 오웬(Richard Owen)이었다. 1842년 오웬은 당시 영국 왕립 외과 의과대학(Royal College of Surgeonsof England)의 교수였다. 그는 메갈로사우루스와 이구아노돈의 다리 구조가일반적인 파충류보다는 포유류와 무척 비슷하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도마뱀이나 악어와 같은 파충류는 다리가 몸의 옆으로 뻗어 있다. 땅을 향해 내리누르는 몸무게를 지지하기가 힘든 구조다. 반면에 메갈로사우루스와 이구아노돈은 포유류처럼 다리가 몸의 밑으로 뻗어 있었다. 거대한 몸을 잘 지지할 수 있는 구조였다. 오웬은 메갈로사우루스와 이구아노돈을 묶어서 새로운 파충류 무리를 보고했다. 그는 파충류 무리에게 그리스어로 ‘무서울 정도로 큰 도마뱀‘이란 뜻의 ‘다이노소어 (dinosaur)‘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메갈로사우루스, 이구아노돈이란 두 동물 모두 몸집이 커서 붙여진 이름이었다. 19세기 말쯤에 ‘다이노소어‘는 일본에서 한자로 ‘恐(두려울 공)‘, ‘龍(용 룡)‘으로 번역됐다. ‘공룡‘이라는 이름은 이렇게 만들어졌다. - P120
1975년에 로버트 파커는 더 파격적인 주장을 했다. 오늘날의 포유류와 조류처럼 과거에 살았던 공룡 또한 항온동물이었다는 내용이다. 그는 공룡의 뱃속에 혈관 구조인 하버스관(haversian canal)이 발달했음을 알아냈다. 하버스관은 빠르게 성장하는 항온동물에서 관찰되는 특징이다. 빠른 성장은 곧 먹이 활동을 많이 했음을 의미한다. 변온동물은 몸을 작동시키는데필요한 대부분의 에너지를 햇볕에서 받기 때문에 먹이 활동을 자주 할 필요가 없다. 뒤이어 공룡이 사회성이 있는 동물이었음을 보여주는 화석 증거들이발견됐다. 1978년 몬태나주에서는 초식 공룡의 집단 산란지가 발견됐다. 공룡들이 주기적으로 모여서 안전하게 둥지를 만들고 새끼를 키웠던 곳이었다. 둥지 속에서 발견된 새끼 공룡들은 다리가 연약해 걷지는 못했던 모양이었다. 하지만 이들의 이빨은 닳아 있었다. 발견된 화석들을 토대로 당시 몬태나대학의 연구원이었던 존 호너(John Homer)는 새끼 공룡들이 둥지 속에서 지내며 부모가 가져다주는 먹이를 받아먹었을 것으로 해석했다. 공룡이 새끼를 돌보았다는 최초의 증거였으며, 이는 새끼를 적극적으로 돌보는 오늘날의 항온동물과 비슷한 습성이었다. 1979년 호너는 이 공룡에게 ‘좋은 어미 도마뱀‘이란 뜻의 그리스어 마이아사우라(Maizsaura)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오스트롬과 바커, 그리고 호너의 연구 결과는 그동안의 공룡에 대한인식을 뒤엎어버렸다. 공룡은 더 이상 변하는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굼뜬 ‘진화의 실패작‘이 아니었다. 공룡은 활동적이었고 사회성을 보였으며, 새끼도 돌볼 줄 아는 성공적인 동물들이었다. 이러한 인식 변화 덕분에 학계 내에서는 다시 공룡이 중요한 연구 주제로 취급받게 됐다. 데이노니쿠스의 발견을 시작으로 공룡연구가 다시 활기를 찾게 된 시기를 ‘공룡 르네상스 ‘라고 한다. - P128
1980년 이탈리아 중부에 있는 도시 구비오(Gubbio)에서 지질 조사를 하고 있던 지질학자 월터 알바레즈(Walter Alvarez)는 중생대 지층과 포유류의 시대인 신생대 때 만들어진 지층 사이에서 얇고 하얀 진흙층을발견했다. 이 진흙층 안에는 이리듐(iridium)이라는 원소가 다량 들어 있었다. 이리듐은 지상에서 거의 찾아볼 수 없으며, 주로 소행성에서 발견되는 희귀한 원소다. 알바레즈는 자신의 아버지인 물리학자 루이스 알바레즈(Luis Alvarez)와함께 이것을 연구했고, 중생대 지층과 신생대 지층 사이의 이리듐층을 소행성의 잔해물로 해석했다. 중생대가 끝날 무렵에 커다란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했고, 이때의 충돌로 인해 지구 환경이 급변하면서 공룡이 멸종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리듐 진흙층은 북아메리카와 유럽, 그리고 남아메리카에서만 발견된다. 그래서 알바레즈 부자는 소행성이 충돌한 지점이 이 일대와 가까운 지역이었을 거라고 보았다. 운석 충돌설이 세상에 나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소행성이 충돌했던 지점이 발견됐다. 멕시코의 석유회사 페멕스(Permex)가 석유를 찾던 중 멕시코의 유카탄 (Yucatan) 반도에서 지름이 200km, 깊이가 1m나 되는 운석공(crater,운석구덩이)을 찾았다. 운석공 주변으로는 소행성 충돌로 인해 지구 표면의 암석이 녹았다가 빠르게 식어 만들어진 텍타이트(tektite)라는 암석들이 발견됐다. 연대 측정한 결과 텍타이트가 만들어진 시기는 약 6600만 년 전이었다. 중생대가 끝나는 시기와 맞아떨어졌다. 이젠 공룡 시대가 소행성 충돌로 인해 끝났다는 게 정설이다. 운석공의 크기를 통해 추정한 소행성은 지름이 약 10km로, 에베레스트산만 한 크기였다. 공룡 시대를 끝낸 소행성을 칙술루브 소행성 (Chicxulub asteroid)이라고 부르는데, 운석공이 발견된 지역 근처 마을에서 따온 이름이다. 칙술루브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했을 때 발생한 에너지는 히로시마 원폭 10억 개와 맞먹었다. 충돌지점의 온도는 태양의 표면만큼이나 높아졌다. 이 엄청난 에너지로 인해 소행성은 증발했고, 이때 발생한 대량의 먼지가 대기로 올라가는 바람에 햇빛이 20년 동안 가려졌다. 가려진 햇빛으로 인해 식물이 광합성을 하지 못해 죽었고, 그 뒤를 이어 초식 공룡과 육식 공룡도 차례로 죽었다. 이때 자취를 감춘 건 공룡뿐만이 아니다. 생태계가 붕괴되는 바람에 다양한 생물들이 피해를 봤다. 하늘을나는 파충류인 익룡 (Pterosauria)과 다양한 해양 파충류뿐만 아니라 일부 거북과 악어, 원시 포유류 등 당시 생물의 75%가 이때 멸종했다. 지구 역사상 가장 짧은 기간에 일어난 대량멸종 사건이었다. - P130
2022년 벨기에 왕립 자연사 박물관의 연구팀은 아주놀라운 연구 결과를 보고했다. 익룡과 공룡 깃털의 세부적인 구조가 서로 매우 비슷하다는 점이었다. 두 동물은 모두 억센 털처럼 생긴 원시 깃털, 그리고 깃대를 중심으로 얇은 가지들이 갈라져 있는 복잡한 깃털을 갖고 있었다. 지금까지 동물 중에는 익룡과 공룡만 깃털이 확인됐다. 연구팀은 더 나아가 익룡과 공룡의 깃털 화석을 주사전자현미경(scanning electron microscope)으로 촬영했다. 줄임말로 SEM이라고 부르는 이 기기는 성능이 아주 뛰어난 현미경으로, 모기 더듬이에 난 털도 촬영이 가능할정도다. 아무튼 SEM을 이용해 연구팀은 익룡과 공룡의 깃털 화석에서 똑같이 생긴 멜라노솜(melanosome)을 찾았다. 멜라노솜은 색소를 만드는 세포 속 작은 기관이다. 익룡과 공룡의 깃털은 겉모습뿐만 아니라 미세구조도 똑같았다. 그래서 연구팀은 이 두 동물의 깃털이 같은 조상 동물로부터 물려받았을 것으로 결론지었다. 벨기에 연구팀의 주장이 맞는다면 깃털은 적어도 2억 4700만년 전, 그러니까 익룡과 공룡의 조상 동물이 등장했던 시기부터 있었을 것이다. 조류는 약 7200만 년 전에 처음 등장했다. 깃털이 조류보다도 훨씬 오래됐다는 얘기다. SEM으로 촬영한 멜라노솜으로 학자들은 요즘 공룡의 색깔도 복원할수 있다. 멜라노솜은 오늘날 살아 있는 동물도 갖고 있다. 멜라노솜의 모양을 관찰하면 피부나 깃털이 어떤 색이었는지를 추정할 수 있다. 소시지처럼 길쭉한 멜라노솜은 검은색에서 회색 계열의 색을 만든다. 단팥빵처럼 둥근모양의 멜라노솜은 적갈색에서 황색 계열의 색을 만든다. 각각의 멜라노솜밀도를 관찰하면 공룡의 피부와 깃털 색을 복원할 수 있다. 이런 멜라노솜의흔적을 ‘물감‘ 화석이라고 부르는 학자들도 있다. 공룡 세계의 색을 가져올수 있게 된 것이다. - P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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