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이 다루는 분야는 가격, 이윤, 지대, 비용 등에 한정되지 않는다. 법, 도덕, 유행, 철학 등도 모두 경제학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들분야는 경제학을 뒷받침할 수도 있고, 또는 그것의 정체성에 손상을 줄수도 있다. 소스타인 베블런과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는 경제학의 정의또는 범위를 확장했고, 동료들이 더 넓은 사회 현상에 눈을 뜨도록 촉구했다. 경제학은 앨프리드 마셜이 생각했던 것만큼 쉬운 학문이 아니다. - P397
케인스주의자 Keynesian 란 어떤 사람을 의미할까? 다음 두 가지 기본명제를 따르는 사람을 말한다.
1.민간 경제 private economy 는 완전 고용에 도달하지 못할 수도 있다. 2. 정부 지출은 경제를 자극해 완전 고용과 불완전 고용의 틈을 메울수 있다.
어떤 정치가가 정부 지출을 통해 경기를 활성화할 수 있는 정부 프로그램을 지지하거나 소비 진작을 위해 세금 인하를 촉구할 경우 그는 이미 케인스주의자라고 할 수 있다. - P402
1차 세계대전 직후, 케인스는 영국 재무부 대표로 베르사유에서 개최된 파리강화회의 Paris Peace Conference‘에 참석한다. 이번에도 그는 공무원 생활에 싫증을 느끼는데, 이전과는 달리 지루한 업무 때문은 아니었다. 파리강화회의에서 그는 미국 대통령 우드로 윌슨Woodrow Wilson이영국 수상 로이드 조지 Lloyd George와 프랑스 수상 조르주 클레망소Georges Clemenceau의 협잡에 넘어가 패전국 독일에 터무니없는 전쟁 배상금을 물리는 것을 직접 목격했다. 이때 케인스는 이미 또 다른 전쟁을 예견하고 있었다. 이런 외교적 공포를 맨 정신으로 지켜보기 힘들었던 케인스는 재무부에 사표를 낸 뒤 서둘러 당시 기준으로 볼 때, 뿐만 아니라 블룸즈버리 그룹 기준으로도 가장 신랄하고 논쟁적인 《평화의 경제적 귀결 Economic Consequences of the Peace》이라는 글을 발표한다.그는 세계정세를 제대로 읽지 못하는 각국 지도자들의 무능함을 질타하면서 독일이 전쟁 배상금을 지불할 수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조심스럽게 피력했다. - P410
물론 자본가들은 특정 상품을 더 많이 생산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총체적인 공급 과잉은 아니다. 그런 과잉 상품은 제때에 소비자를 만나지 못할 경우 점차 가격이 떨어질 것이고, 따라서 얼마 지나지 않아 공급 과잉은 사라질 것이다. 이런 세이의 법칙을 믿는 사람에게 장기 실업이나 불황 같은 것은 턱도 없는 소리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장기 실업과 불황의 가능성을 믿는 사람들이 제정신이 아닌 사람들이다. 물론 케인스에게 정신병자는 정통파바보 멍청이들이었겠지만, 그렇다고 자신의 동료들을 매도할 수는 없었다. 대신 그는 그들에게 세이의 법칙을 한 번 의심해볼 것을 충고하면서그냥 어리석은 사람들이라고 혀를 찼다. 그렇다면 정통파 바보 멍청이들이 세이의 법칙에서 간과한 것은 무엇일까? 그들은 세이의 법칙에서 가정하는 생산자에서 소비자로, 소비자에서 생산자로 끊임없이 이어지는 경제의 주기적인 흐름에서 뭔가 중요한 누수가 있다는 것을 간과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그들은 가계저축을 간과했다. 그렇다면 왜 가계 저축이 중요한가? 세이의 법칙대로라면, 상품 생산은 생산자와 공급업자에게 소득을 발생시킨다. 그리고생산자와 공급업자, 즉 소비자들은 이렇게 벌어들인 소득을 그 상품을 구입하는 데 모두 지출한다. 그런데 그들이 벌어들인 소득의 일부를 지출하지 않고 저축한다면? 생산된 상품은 전부 판매되지 않고 창고에 쌓여갈 것이다. - P416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고전파 경제학에 대해 양면 공격을 시작했다. 첫째, 그는 저축과 투자가 자동적으로 연결된다고 보지 않았다. 가계와기업은 완전히 다른 이유에서 저축하고 투자한다. 가계는 습관적으로또는 자동차 구입이나 노후 대비 같은 특별한 목적을 위해 저축할 것이다. 반면 기업은 정치 상황, 확신, 기술, 환율, 또는 어느 팀이 프로야구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할 지에 따라 투자 계획을 바꿀 것이다. 이렇게 저축과 투자 목적이 다른 가계와 기업이 이자율 하나로 서로 조화를 이루기를 기대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만일 가계 저축이 기업의 투자를 초과하면, 상품의 공급 과잉 현상이 나타날 것이고, 기업은 이에 맞서 우선적으로 종업원들을 해고할 것이다. 그 결과 소비는 더욱 위축된다. 1997년과 1998년에 일본의 가계는 중앙은행이 단기 대출 금리를 0.5퍼센트 인하했음에도 불구하고 지출을 줄였다. 소득이 줄어들면, 저축은 투자 수준에 맞춰 떨어질 것이다. 하지만 완전 고용 상태에서는 반드시 그렇게 되지 않는다. 둘째, 케인스는 유동적이고 가변적인 임금과 물가에 대해서도 납득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물가가 상품의 수요와 공급에 따라 항상 적정 수준에서 오르락내리락 할 것이라고 말하는 정치가들이 있다면, 그들은 수리수리하면 올라가고, 마수리하면 떨어질 것이다"라고 주문을 외는 점술가나 마찬가지다. 독점 상황에서 상품의 수요와 공급이 저절로 조절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무지의 소치다. 고전파 경제학 이론에 따르면, 경기 침체가 닥치면 실질 임금은 떨어져야 한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명목 임금이 떨어지는 것을 납득하지 못할 것이라고 케인스는 생각했다.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경기가 후퇴하면 기업은 투자를 줄인다고 주장했다. 맞는 말이다. 그리고 저축은 결국 투자와 일치하게 된다. 그런데 왜 그렇게 될까? 그것은 고전파 경제학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투자가 늘어나기 때문이 아니라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으면서 저축할여력도 동시에 잃기 때문이다. 게다가 임금과 물가가 서로 조정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리기 때문에 경기 침체나 공황은 상당 기간 오래지속될 수 있다. 그리고 1930년대 초에 저축과 투자가 일치되는 현상이 일어났다. 즉, 저축도 없었고, 투자도 없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고전파 경제학의 화려한 쇼는 이렇게 막을 내렸다. - P419
+이것이 케인스의 유효수요이론이다. 유효수요란 실제로 물건을 살 수 있는 돈을 갖고 물건을 구매하려는 욕구, 즉 확실한 구매력이 뒷받침되는 수요를 말한다. 반대로, 구매력에관계없이 물건을 구입하고자 하는 것을 절대적 수요라고 한다. 또, 돈이 있어도 물자 통제때문에 물건을 손에 넣을 수 없다거나 가격이 비싸서 손을 댈 수 없지만 가격이 내려가면 구매하겠다거나, 소득이 증가하면 구매하겠다는 등 어떤 사정으로 표면에 나타나지 않은수요를 잠재 수요라 한다. 케인스의 유효수요이론은 그의 고용 이론의 기본으로 다음과같다. 첫째, 총고용량은 총유효수요에 의해 결정된다. 실업은 총유효수요의 부족 때문이다. 둘째, 고용이 증가하면 소득이 증가하고, 소득이 증가하면 소비도 증가하지만 소비가 증가하는 액은 소득이 증가하는 액보다 적다. 그러므로 고용의 증가를 유지하는 데 충분한 수요를 갖기 위해서는 소득과 그 소득에서 지출되는 소비와의 차액을 메우기 위한 신투자(투자의 증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 P421
그럼, 모델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완전 고용에 도달한 건강한 경제를 달성하려면, 가계는 충분히 소비해야 하고, 기업은 상품의 생산과 판매가 균형을 이루도록 충분히 투자를 해야 한다. 만약 사람들이 소득의 전부를 소비한다면(이 경우 한계소비성향MPC=1이 된다), 세이의 법칙에 의해 경제는 완전 고용에 도달할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소득의 일부를 저축하기 때문에 기업 투자가 이 부족한 부분을 메워야 한다. 이론적으로 볼 때, 사람들이 저축한 만큼 소비는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만일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생산이 판매를 초과할 것이고, 재고가 늘어날 것이며, 결국 고용주들은 종업원들을 해고할 것이다. 저축이 경기 침체의 주범으로 몰리는 순간이다. - P422
산업혁명을 전후로 자본주의에 대해 비판적이었던 논자들이 노동자들의 고혈을 빨아먹는 귀족들과 자본가들에게 날카로운 비판의 칼날을 들이댔다면, 케인스는 그와는 정반대였다. 그는 마음씨 착하고 순박한 이웃 할머니를 포함한 선의의 저축가들이 악덕 자본가들보다 경제에 더 큰 해를 입힌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이 해악은 단순한 해악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것은 또 다른 해악을 낳는다. ‘부패 rot‘가 온 동네에 악취를 풍기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 케인스의 승수이론multiplier이다. 승수 이론은 원래 그의 제자이자 뒤에 킹스 칼리지 경제학과에서 교직원으로같이 일하는 리처드 칸Richard Kahn 의 것이었다. 승수 이론의 핵심은 어떤 한 사람의 지출 변화가 시간이 지나면서 눈덩이처럼 불어나 결국에는 국가 지출 전체에 영향을 주는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는 데 있다. 여기에 메이너드 주식회사가 있다고 하자. 이 회사는 남성 화장실을 신축하기 위해 100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그 결과 국가 전체의 총지출은 이전에 비해 100달러 증가한다. 메이너드 주식회사는 이 돈의 일부를 배관공, 건축가, 실내장식가에게 임금으로 지급한다. 그럼, 배관공, 건축가, 실내장식가는 이 돈을 어떻게 할까? 그들은 일부는 지출하고 나머지는 저축할 것이다. 그들이 지출하는 돈은 식료품점 주인, 텔레비전 세일즈맨, 맥주집 주인에게 돌아갈 것이다. 한편, 이들도 각각 자신들이 벌어들인 수입의 일부는 지출하고, 나머지는 저축할 것이다. 이런 연쇄 반응이 계속해서 일어난다. 비록 처음에 메이너드 주식회사가 투자한 비용은 100달러이지만, 총수입은 300달러로 늘어날 수도 있다. 그렇게 된다면, 승수는 3이 된다. - P423
케인스는 경제학자들과 정치가들이 자신의 이런 적극적인 재정 정책fiscal policy을 공격해 올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미국과 영국의 재부무 관리들은 균형 예산balanced budget 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따라서케인스의 재정 정책을 따른 다는 것은 예산 적자, 즉 정부의 재정 적자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이에 케인스는 "그러면 어떤가?"라고 응수했다. 경기 침체기에 균형 예산 정책을 펴는 것은 그야말로 어리석은 짓이다. 왜냐하면 예산은 세입 tax revenues 과 세출 outlays 두 항목으로 되어 있기때문이다. 경기 침체로 인해 소득이 떨어지면, 정부는 세금을 삭감할 수있다. 한편, 경기 침체 상황에서도 정부가 균형 예산 정책을 기본 기조로 계속 유지하고자 한다면, 정부 지출을 줄이거나 세금을 인상하면 된다. 그러나 둘 다 승수 효과로 인해 경기 침체를 가속화할 것이다! 케인스는 경기 순환 전체로 보면 정부 예산은 균형을 이루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럼 이와 반대되는 상황, 즉 경기 호황을 상정해보자. 경기가호황인 경우 정부는 국민들로부터 더 많은 세금을 거둬들일 수 있고, 따라서 재정 흑자를 기록할 것이다. 그러나 경기 침체기에 정부는 재정적자를 감수해야만 한다. 그런데 미국과 영국의 재무부 바보 멍청이들은 당시 이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 P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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