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러: 원래 ‘팔꿈치로 슬쩍 옆구리를 찌르다‘라는 뜻인데요, 행동경제학에서는 ‘타인의 똑똑한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이라는 의미로 확장되었죠.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의 남자화장실 소변기 중앙에는 파리 한 마리가 그려져 있어요. 이게남자의 승리욕을 자극하나 봅니다. 이 표적을 맞히려다 보니 소변기 밖으로 튀는 소변량이 80퍼센트나 줄었다는군요. 이게 바로 넛지입니다. 금지나 명령이 아닌 부드러운 개입!
데닛: 그거 참 기발한 발상이네요. 예전에는 "한 발 앞으로"와 같은 명령조문구였다가 최근에는 "성숙한 시민은 머문 자리도 아름답습니다"와 같이 부드러워지긴 했는데, 그게 어디 문구가아름답다고 잘 지켜질 일인가요? 소변기에 파리 그림이라니 정말 참신해요. 설마 거기에 "파리를 조준하시오"라는 문구는 없었겠죠. 하하.
탈러: 이런 넛지들은 전문 용어로 ‘자유주의적 개입주의‘라 불립니다. 인간의 본성을 이용해 부드럽게 간섭하지만 여전히 개인에게 선택의 자유를 준다는 뜻이죠. 가령 학교 주변 도로에 "속도를 줄이시오"라고 명령하는 것은 넛지가 아니지만, 과속방지턱을 만들어놓는 것은 넛지입니다. 자기 차를 망가뜨리고싶은 운전자는 없잖아요. - P150

다윈이 <종의 기원> 초반부에서 비둘기사육사 개 육종사들의 입을 빌려 변이에 관해 얘기했던 것은그만한 문화적 배경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영국 사회에서는 육종이나 애완동물 품평회가 대유행이었습니다. 그래서 인공선택으로 만들어진 변이들에 대해 그야말로 누구나 관심이있었던 시대였죠 이런 사실을 배경에 깔고 다윈은 자연선택에의한 진화를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육종사들은 선택적 교배를 통해 몇 세대 만에도 자신들이 원하는 동물들을 만들어낼 수있는데, ‘하물며‘ 자연은 그 엄청난 세월 동안 이토록 정교하고 다양한 동식물들을 만들어낼 수 없겠는가?" 이 위대한 유비 - 저는 이것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하물며‘라고 합니다 - 만는 당대의 유행과 문화를 사려 깊게 활용한 경우라 볼 수 있습니다.  - P201

그는 <빈 서판》, 원문으로는 TheBlank Slate라고 하는 책에서 17세기의 철학자 로크 이후로 오늘날까지 맹위를 떨치고 있는 인간 본성에 관한 이른바 ‘백지‘ 이론을 본격적으로 비판했습니다. 그는 인지신경학, 행동유전학, 진화심리학이 밝혀낸 놀라운 반대 증거들에도 불구하고 많은지식인들이 ‘빈 서판‘, ‘고상한 야만인‘, ‘기계 속의 유령‘이라는세 가지 독단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여기서 ‘빈 서판‘이라는 말은 마음에는 타고난 특성이 없다는 것이고, ‘고상한 야만인‘이라는 말은 인간은 선하게 태어나지만 사회 속에서 타락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기계 속의 유령‘이라는 것은 우리 각자는 생물학적 제약 없이 자유로운 선택을 할 수 있는 영혼을 지니고 있다는 말입니다.
그가 이 세 가지 독단을 비판하는 요지는 이렇습니다. 우선지난 반세기 동안 ‘행동주의 behaviorism‘ - 인간의 마음을 블랙박스로 상정하고 자극과 반응의 관계만으로 이해하려던 사조-는 과학의 전 분야에서 축출되었다는 사실입니다. 둘째, 인간의 심성도 수렵 채집기의 진화적 적응 환경에 잘 적응한 것일 뿐 본래 선한 것도 악한 것도 아니라는 사실이 수많은 증거들에 의해 밝혀졌다고 이야기합니다. 마지막으로 그는 최근에 눈부신 발전을 보이고 있는 뇌과학을 언급하면서 이제는 뇌의 작용과 정신 활동을 분리하여 이해하기는 힘들다고 말합니다. - P209

핑커에 따르면 언어, 추론, 수리, 짝짓기 능력 등은 수렵 • 채집기에 우리를 옥죄었던 적응 문제들을 해결하게끔 자연선택에 의해 직접적으로 설계된 적응이고, 종교, 예술, 창의성, 유머 등은 다른 적응들의 부산물입니다. 그는 적응과 부산물의 차이를 다음과 같이 쉽게 설명합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딸기 치즈케이크를 좋아하는데 이것은 치즈 케이크를 좋아하게끔 미각이 진화했기 때문이 아니라, 달고 기름진 음식을 선호하면 생존과 번식에 유리했던 수렵 채집기의 적응 부산물이라는 것입니다.  - P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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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
La Peur

J.K. 위스망스에게

저녁 식사를 마친 뒤 우리는 갑판으로 올라갔다. 앞에는 지중해가 아무런 일렁임도 없이 펼쳐져 있었고, 커다란 달이 그 수면 위에 조용히 어른거렸다. 커다란 배는 별들이 흩뿌려진 하늘에 커다란 뱀 같은 검은연기를 토해 내며 미끄러져 갔다. 뒤쪽에는 육중한 배가 빠르게 나아가느라 스크루에 휘말려 요동친 바닷물이 하얀 거품을 일으키며 휘어졌다. 그 모습이 주위를 너무나 환하게 만들어서 마치 달빛이 부글거리는것 같았다. - P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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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의 마음에 있는 수많은 가능성 중 무엇을 끄집어내 내 것과 만나게 할 것인가는 전적으로 내 의지와 노력에 달렸다.
소설가 정아은

••••••

나와 아무리 맞지 않는 사람이라도 장점이 하나도 없을 수는 없다. 내가 애써 안 보고 싶을 뿐, 인정하고 싶지 않을 뿐이다. 누구나 자신의 장점을 발견해 주고 말해 주는 상대를 좋아한다. 누군가의 좋은 구석,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는 면모를 찾아 주는 일.
그것은 나에게도 타인에게도 이로운 일이다. - P153

그냥 하는 말이 아니었다. 진심으로 부럽다. 하지만 부러워한다고 가질 수 있는 성향, 성격이 아니라는 사실도 안다. 타고난 것을노력으로 이기기란 몹시 어려운 일이니까. 그것이 성격이든 재능이든. 다만 노력하는 건 내 성향을 인정하고 잘 가꾸는 일이라고예전부터 생각해 왔는데, 뒤통수를 치는 한마디를 읽었다. 마흔이넘은 나이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는 화가윤석남의 인터뷰. "예술이란 99퍼센트가 노력이라고 생각한다는 말, "내가 하고 싶은 거라 하는 건데 재능이 있거나 말거나 무슨 상관이야?"라는 이야기를 읽고서 나는 퍼뜩 정신을 차렸다. 내가 내 성격 바꾸고 싶어서 노력하는데, 그것이 가능하든 불가능하든 무슨 상관이야? 앞으로 누군가 내 마음에 태클을 걸어오면 속으로 읊조리겠다. ‘내가 하고 싶어서 하겠다는데 무슨 상관이야?" - P181

"하루를 산다"는 말, 예전에는 곱게 들리지 않았다. 고민 없는인생이구나, 걱정 없는 인생이구나, 미래를 준비하지 않는 인생이구나 싶어 혀를 찼다. 하나 지금의 나는 ‘잘 산 하루하루가 내일을 만든다는 진리를 몸소 깨치고 있다. 내일은 오늘을 잘 산 사람에게 오는 선물이니까. 내일의 나는 또 다른 모습이니까. - P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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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즐기지 않아요. 다만 해내야 한다고 생각해요. 오늘도 인터뷰하기 전에 사진부터 찍었잖아요. 아주 어색해요. 무대에서 노래하는 일이야말로 어색할 수 있지만, 지금은 누군가 ‘하나 둘 셋‘하면, 노래할 수 있게 트레이닝한 상태예요. 사진도 그래요. 초반에는 어쩔 줄 몰라 했던 때가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진 않죠. 제가빨리 적응해야 모두가 빨리 퇴근하고 좋잖아요. 잘해 봐야 저고, 못해 봐야 저니까요. 할 수 있는 한 잘해야죠."
이보다 더 프로페셔널하고 상대를 배려하는 태도가 있을까. 바둥거리는 모습마저 나로 인정하는 것, 그는 영민한 사람임이 틀림없다. 물론 나는 덕분에 조기 퇴근의 기쁨을 얻었다. - P75

알면서 참는 것. 지금은 분통이 터져도 그 인내를 언젠가 상대는 알게 된다. 영영 모를지라도 건건이 짚고 넘어가는 것만큼 미련한 짓이 없다. 말하고 싶은 욕망이 가득한 입을 닫고, 억지로라도 귀를 열어 음악이라도 하나 듣고 나면 내 안의 화가 언제 있었나는 듯이 달아나는 게 사람 마음이다. - P101

진심이 중요하지만 우리 관계에서 더 필요한 건태도, 사람을 대하는 태도다. 오랫동안 친밀했던사람들과 떨어져 지내다 보면, 그 사람의진심보다 나를 대했던 태도가 기억에 남는다.
태도는 진심을 읽어 내는 가장 중요한 거울이다.
소설가 한창훈 - P106

서로를 향한 한결같은 마음이란 건 존재하지 않는다. 변하기 마련인 마음을 붙잡고 서로를 토닥거리며 끌어당길 때, 우리의 첫마음은 흩어지지 않는다. 내가 알듯 그도 안다. 우리는 서로에게 마음을 써 봤으니까. - P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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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망인
Une veuve

사냥철 동안 반빌 성에서 일어난 일이다. 그해 가을은 비가 많이 오고 우중충했다. 붉은 낙엽들이 발밑에서 바스러지는 대신 소나기 때문에 바퀴 자국 밑에서 썩어 갔다.
나뭇잎들이 떨어져 헐벗은 숲은 마치 욕실처럼 축축했다. 비바람에 열매들이 거의 다 떨어진 키 큰 나무들 밑으로 들어가면 곰팡이 냄새, 떨어진 빗물이 뿜어내는 수증기, 물에 젖은 풀, 축축한 흙이 몸을 감쌌다. 사수들은 물기가 흥건한 그곳에서 몸을 굽혔고, 개들은 기운 없는 모습으로 꼬리를 낮추고 옆구리의 털을 찰싹 붙였다. 허리 부분을 착 감싸는 옷을 입은 젊은 여자 사냥꾼들은 매일 밤 빗속을 통과해 심신이 지쳐서 돌아왔다. - P169

의자 고치는 여자
La Rempailleuse

레옹 에니크에게베르트랑 후작 집에서 사냥이 시작된 날 저녁 식사가 끝나갈 무렵이었다. 사냥꾼 열한 명, 젊은 여자 여덟 명, 그리고 그 고장의 의사가 조명을 밝히고 과일과 꽃이 놓인 커다란 탁자 주위에 모여 앉았다.
사랑 이야기가 시작되었고, 곧 분위기가 열기를 띠어 갔다. 진정한 사랑이 일생에 한 번 찾아오는지 아니면 여러 번 찾아오는지를 놓고 끝없는 토론이 벌어졌다. 어떤 사람들은 진지한 사랑을 딱 한 번 한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또 어떤 사람들은 격렬한 사랑을 여러 번 한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대부분의 남자들은 열정이란 마치 질병처럼 한 존재에게 여러 번 찾아오며, 그 앞에 장애물이 있을 경우 그를 죽일 만큼 충격을 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관점에 이론의 여지는 없었지만, 관찰보다 서정적인 면을 중시하는 여자들은 진정한 사랑이란, 위대한 사랑이란 한 인간에게 딱 한 번 찾아온다고, 그 사랑은 마치 번개와도 같아서 그것에 타격받은 영혼은 녹초가 되고, 피폐해지고, 남김없이 불타오른 나머지 다른 어떤 감정도, 심지어 몽상조차도 그 자리에 다시 움틀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 P178

기발한 대책
Une ruse

나이 든 의사와 젊은 여자 환자가 불가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여자 환자는 예쁜 여자들이 흔히 겪는 여성 질환, 즉 빈혈, 신경증, 피로감으로 몸이 조금 불편했다. 연애결혼을 한 신혼부부들이 결혼하고 한달쯤 지나면 자주 겪는 피로감 말이다.
여자 환자는 긴 의자에 누워 이야기했다. "선생님, 저는 아내가 남편을 속이는 것을 절대 이해할 수 없어요. 남편을 사랑하지 않는다거나 약속이나 맹세를 지키지 않는 것은 받아들일 수 있어요! 하지만 어떻게 다른 남자에게 몸을 맡길 수 있어요? 어떻게 모든 사람들의 눈에 그것을숨길 수가 있어요? 어떻게 거짓말하고 배신하면서 사랑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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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여자가 얼굴을 찡그리며 물었다.
"왜 그런 가증스러운 이야기를 저에게 하시는거죠?"
그가 정중하게 대답했다.
"기회가 닿으면 부인을 도와 드리려고요" - P189

피에로
Pierrot

앙리 루종에게르페브르 부인은 리본을 달고 장식이 과한 모자를 쓰고 다니는 시골과부였다. 흉갑기병들과 스스럼없이 이야기를 나누고, 공공연히 으스대고, 붉게 튼 커다란 손을 실크 장갑 속에 감추듯 교양 없고 거드름 피우는 영혼을 요란스럽고 희극적인 외양 아래 감추는 여자였다.
그녀는 로즈라는 이름의 순박하고 선량한 시골 여자를 하녀로 데리고 있었다.
두 여자는 노르망디의 코 지방 중심 길가에 있는, 초록색 겉창이 달린 조그만 집에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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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라린 경험을 한 뒤, 살아 있는 다른 개들 생각에 숨이 막힌 그녀는남은 빵 조각을 들고 자리를 떴다. 걸어가면서 그 빵 조각을 먹었다.
로즈는 파란 앞치마자락으로 눈을 닦으며 그녀를 따라갔다. - P198

달빛
Claire de lune

쥘리 루베르 부인은 언니 앙리에트 레토레 부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스위스 여행에서 돌아오는 길이었다.
레토레 부부는 약 5주 전 여행을 떠났었고, 앙리에트는 남편 혼자 칼바도스에 있는 그들의 영지로 돌아가게 했다. 거기서 사업상 중요한 일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자신은 집에 돌아가는 길에 파리의 여동생 집에 들러 며칠 있기로 했다.
어둠이 내렸다. 루베르 부인은 석양에 물든 부르주아 가정의 자그마한 응접실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 그러나 주의가 산만해서인지 무슨 소리가 들릴 때마다 눈을 들어 주위를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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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우리는 사람을 사랑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사랑을 사랑하는 경우가 자주 있어. 그리고 그날 밤 언니의 진정한 애인은 달빛이었던것 같아"
- P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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