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비만이면 당신의 몸은 여러 측면에서 공식 기록이 된다. 당신의 몸은 지속적으로 뚜렷하게 대중에게 전시된다. 사람들은 당신의 몸에 대해 자신들이 추측한 이야기를 입힐 뿐이고 당신의 몸에 담긴 진실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그 진실이 무엇인가에는 상관없이. 뚱뚱하다는 건 피부색과 흡사하게 절대로 숨길 수 없는 특징으로 아무리 짙은 색 옷만 입고, 아무리 최선을 다해 가로줄 무늬 옷을 피해도별수 없다. 파티에서 벽에 기대어 사람들을 멍하니 바라보는 일에 점점더 능숙해지기도 한다. 혹은 파티에서 재담꾼이 되어야만 하는데, 그래야 사람들이 당신을 비웃거나 당신과 함께 웃느라 바빠서 그들이 속으로 끊임없이 생각하고 있을 당신의 체중 문제를 거론하지 않을 수 있기때문이다. 이 세상은 당신 같은 몸에는 어떤 인내심도 어떤 자비도 베풀지 않는다는 걸 인정하고 어떻게든 이 안에서 살아남는 법을 고안해야한다. 당신이 무슨 말과 행동을 하는지에 상관없이 오직 당신의 몸만이 가족과 친구들에게, 때론 낯선 사람들에게 공공 담론의 대상이 된다. 당신의 몸무게가 늘었을 때, 감량을 했을 때, 혹은 그대로 유지했을 때도 어느 누구나 당신 몸의 비평가가 될 수 있다. 사람들은 당신에게 비만의 위험성에 대한 각종 통계와 정보를 코앞에 들이미는데 마치 당신은 뚱뚱할 뿐만 아니라 멍청해서 당신 몸의 실체에 대해, 그 몸을 최대한 적대적으로 대하는 이 세상에 대해 무지하거나 착각에 빠져 있는 줄 아는 것 같다. 그 사람들은 언제나 당신에게 가장 유익한 것이 무엇인지 알기 때문에 이런 비평들은 항상 염려라는 말로 포장되곤 한다. 그들은 당신이 사람이라는 것을 잊는다. 당신은 곧 당신의 몸이고 결코 그 이상이 아니며 당신의 몸은 그보다 더 못한 것이 되어야만 한다. - P145
유행병이란 급속히 확산되는 전염성 질환을 말한다. 인류는 주기적으로 도래하는 전염성 질환의 행군을 막을 수가 없었다. 역사적으로 우리가 아는 수많은 유행병이 있으나 -홍역, 독감, 수두, 가래톳 페스트, 황열병, 말라리아, 콜레라-뉴스 보도에 따르면 이 가운데 어떤 것도 비만 유행병만큼 치명적이거나 만연해 있지 않다고 한다. 이 질병의 증상은 고열, 물집, 림프샘 비대, 발진이 아니라 출렁거리는 복부와 비대한 몸집이다. 비만인의 몸은 무절제와 타락과 나약함의 상징이다. 비만인의 몸은 대규모 감염이 진행되고 있는 현장이다. 이 몸은 의지력과 음식과 신진대사 사이의 전쟁이 벌어졌다가 폐허가 되어버린 전쟁터이며 당신이 최후의 패배자다. - P147
내가 사용하기를 거부하는 여성스러운 표현이 있다. 왜냐하면 내 몸이 사회에서 강요하는 여성스러운 몸에 대한 기준에 맞지 않으므로 내겐 그런 표현을 사용할 권리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는 누군가 나를 혹은 내가 누군가를 부드럽게 만지는 식의 온화한 애정 표현을 거부한다. 마치 나 같은 몸을 가진 사람에게는 그런 쾌락을 누릴 자격이 없다는 듯이. 학대는 사실 내가 스스로에게 허락하는 몇 안 되는 것 중 하나다. 나는 내게 매력이 있다는 것도 부정한다. 물론 내게도 매력적인 면이 있지만 그것을 겉으로 표현하지는 않는다. 내가 어떻게 감히 그런 것을 원할 수 있을까? 내가 어떻게 감히 내가 원하는 것을 고백할 수 있을까? 그리고 어떻게 감히 내가 원하는 것을 얻으려고 행동할 수 있을까? 나는 너무 많은 것을 스스로 금기시해왔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기를 깨고 뛰쳐나오려고 몸부림치는 수많은 욕망이 내 안에 있다. 거부함으로써 우리가 원하는 것을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둘 수는 있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그것이 거기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로스앤젤레스에서 내가 가장 사랑하는 친구와 호텔 방에서 와인을 마시고 있었다. 즐겁게 밀린 수다를 떨고 있는데 친구가 갑자기 내 손을 덥석 잡더니 엄지손톱에 매니큐어를 발라주겠다고 했다. 꼭 발라주고말겠다고 거의 협박조로 말했지만 나는 애매한 이유들을 대가며 거부하고 또 거부했다. 그러다 마침내 나는 굴복했고 내 손을 친구의 손에 맡겼고 친구는 사랑스러운 분홍색으로 내 손톱을 정성스럽게 칠해주었다. 호호 불었고, 마르게 놔두라고 했고, 두 번째 코팅을 했다. 그날 밤은 그렇게 흘렀다. 다음 날 나라 반대쪽으로 가는 비행기에 앉아서 내 손가락을 바라보았다. 최근에 언제 매니큐어를 칠한 손톱이라는 단순한 기쁨을 스스로에게 허락했는지 도통 기억나지 않았다. 내 손톱을 바라보는건 매우 기쁜 일이었는데 내 손톱은 적당히 길었고, 모양도 가지런했고, 내가 손톱을 물어뜯는 습관이 있지만 아직 물어뜯지 않았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나는 그만 자의식에 사로잡혔고 엄지를 손바닥에 바짝 붙였다. 마치 이 손가락을 숨겨야 한다는 듯이, 마치 나에게는 예쁠 자격이없다는 듯이, 나 자신에 대해 좋은 기분을 느끼면 안 된다는 듯이, 여성으로서 지켜야 하는 규범-여자란 아담한 몸을 가져야 하고 공간을 적게 차지해야 한다는-을 명백히 어기고 있기 때문에 나를 여성으로 인정하면 안 된다는 듯이 말이다. 비행기에 오르기 전에 친구는 비행기에서 먹으라고 감자칩 한 봉지를 사주겠다고 했었지만 나는 거부했다. 내가 말했다. "나 같은 사람은 공공장소에서 그런 음식 먹는 거 아니야." 그것은 내가 누군가에게 한 말 중에서 가장 솔직한 말이었다. 우리 우정의 깊이 덕분에 그런 고백까지 할 수 있었고, 그다음에는 내가 이런 끔찍한 서사에 나를 맞추고 내면화하고 있다는 사실에 부끄러워졌고, 내가 내 몸을 통제하지 못한다는 사실에 부끄러워졌고, 너무나 많은 것을 부정하고 살면서도 여전히 충분하지 않은 듯 수많은 것을 부정하는 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 P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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