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 대한 구원은 사랑을 통해서, 그리고 사랑 안에서 실현된다."
그때 나는 이 세상에 남길 것이 하나도 없는 사람이라도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며(그것이 비록 아주 짧은 순간이라고 해도) 여전히 더 말할 나위없는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극단적으로 소외된 상황에서 자기 자신을 적극적으로 표현할 수 없을 때, 주어진 고통을 올바르게 명예롭게 견디는 것만이 자기가할 수 있는 일의 전부일 때, 사람은 그가 간직하고 있던 사랑하는사람의 모습을 생각하는 것으로 충족감을 느낄 수 있다. 내 생애처음으로 나는 다음과 같은 말의 의미를 이해하게 되었다.
‘천사들은 한없는 영광 속에서 영원한 묵상에 잠겨 있나니.‘ - P78

 수용소에서의 체험을 통해 나는 수용소에서도 사람이 자기 행동의 선택권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 이것을 입증해 주는 예(이런 이야기는 종종 영웅적인 성격을 띠게 되는데) 즉 무감각 증세를 극복하고, 불안감을 제압한 경우는 얼마든지 많이 있다. 가혹한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를 받는 그런 환경에서도 인간은 정신적 독립과 영적인 자유의 자취를간직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강제수용소에 있었던 우리들은 수용소에도 막사를 지나가면서 다른 사람들을 위로하거나 마지막 남은 빵을 나누어 주었던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다. 물론 그런 사람이 아주 극소수였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것만 가지고도 다음과 같은 진리가 옳다는 것을 입증하기에 충분하다. 그 진리란 인간에게 모든것을 빼앗아갈 수 있어도 단 한 가지. 마지막 남은 인간의 자유,
주어진 환경에서 자신의 태도를 결정하고, 자기 자신의 길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만은 빼앗아갈 수 없다는 것이다.
- P120

 당시 모든 것 중에서 가장 절망적이었던 것은 자기가 얼마나오랫동안 수용소 생활을 해야 하는지를 알지 못하는 것이었다고 이구동성으로 얘기한다. 우리는 언제 석방되는지를 몰랐다.(내가있던 수용소에서는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조차 무의미한 짓이라고생각했다). 실제로 수형 기간은 불확실했으며, 끝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한 저명한 연구전문 심리학자는 강제수용소의 이런 삶을 ‘일시적인 삶‘ provisional existence 이라고 부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한마디 더 붙이자면 ‘끝을 알 수 없는 일시적인 삶‘ 이라고할 수 있을 것이다.
- P127

평범하고 의욕 없는 사람들에게는 비스마르크의 이 말을 들려 주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인생이란 치과의사 앞에 있는 것과 같다. 그 앞에 앉을 때마다 최악의 통증이 곧 찾아올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러다 보면 어느새 통증이 끝나 있는 것이다."
강제수용소에 있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언가를 성취할 수있는 인생의 진정한 기회는 자기들에게 다시 오지 않을 것이라고믿었다. 그러나 실제는 그렇지 않았다. 그곳에도 기회가 있고, 도전이 있었다. 삶의 지침을 들려 놓았던 그런 경험의 승리를 정신적인 승리로 만들 수도 있었고, 그와는 반대로 그런 도전을 무시하고, 다른 대부분의 수감자들처럼 무의미하게 보낼 수도 있었다.
- P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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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부터 남부는 제도의 변화 덕분에 한층 더 빠른 성장이 가능한 체질로 개선되기 시작했다. 이내 미국 남부에서 완전히 뿌리가 뽑힌착취적 제도는 독립 이전 보츠와나의 식민지제도와는 그 형태가 달랐다. 그런 제도의 몰락을 초래한 결정적 분기점 역시 형태가 달랐지만,
공통점도 적지 않았다. 1940년대부터 남부에서 차별정책과 착취적 제도에 시달렸던 로자 파크스 같은 사람들이 훨씬 더 짜임새 있는 저항을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와 동시에 미국 대법원과 연방 정부도 남부의 착취적 제도 개혁에 체계적으로 간섭하기 시작했다. 따라서 남부의 변화를 초래한 결정적 분기점의 핵심 요소는 남부에 사는 흑인이 힘을 키우고 남부 엘리트층이 절대적인 지배력을 행사하던 시절이 막을 내렸다는 사실이었다.
- P585

1976년 9월에 결정적 분기점이 마련된다. 마오쩌둥이 숨을 거둔 것이다. 그때까지 중국공산당은 마오쩌둥의 손아귀에 있었고, 대약진운동과 문화대혁명 역시 대체로 그가 주도한 일이었다. 그런 마오쩌둥이사라지자 이번에는 본격적인 권력 공백이 생겼고 변화에 대해 다른 생각과 신념을 지닌 이들 사이에 권력 암투가 벌어졌다. 
•••••
그도 그럴 것이 중국 인민은 시급히 삶의 질을 높여줄 필요가 있었고, 마오쩌둥 정권과 문화대혁명을 거치면서 공산당에 맞설 만한 실질적인 반대 세력은 모조리 뿌리 뽑힌 뒤였다.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문화대혁명뿐 아니라 마오쩌등의 다른 제도적 유산도 대부분 부인할 필요가 있었다. 이들도 결국 포용적 경제제도를 향해 성큼 다가가지 않는 한 경제성장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따라서 경제를 개혁하고 시장의 힘 및 인센티브의 역할을장려하고자 했다. 사유재산의 범위를 확대하고, 사회 및 행정에서 공산당의 역할을 축소하고, 계급투쟁 등의 개념을 척결하길 원했다. 덩샤오핑 진영은 해외 투자와 국제무역에도 개방적이었고 세계경제에 중국을통합하는 한층 더 적극적인 정책을 추구하고자 했다. 하지만 여전히 한계가 있었고, 진정한 의미에서 포용적인 제도를 구축하고 경제에 대한공산당의 장악력을 크게 축소하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할 일이었다.
- P5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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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수용소에 있었던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

이 책은 어떤 객관적인 사실이나 사건에 대한 보고서가 아니다.
개인적인 체험, 즉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시시때때로 겪었던 개인적인 체험에 관한 기록이다. 생존자 중 한 사람이 들려 주는 강제수용소 안에서의 이야기이다.
- P25

이 수용소에서 저 수용소로 몇 년 동안 끌려다니다 보면 결국치열한 생존 경쟁 속에서 양심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사람들만 살아남게 마련이다. 그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각오가 되어 있는 사람들이었다. 자기 목숨을 구하기 위해 잔혹한 폭력과 도둑질은 물론 심지어는 친구까지도 팔아넘겼다. 운이 아주 좋아서였든 아니면 기적이었든 살아 돌아온 우리들은 알고 있다. 우리 중에서 정말로 괜찮은 사람들은 살아 돌아오지 못했다는 것을 ….
- P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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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련에서는 공산체제가 초반에는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룩하는 듯했지만, 곧 맥이 빠지는가 싶더니 이내 정체 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마오쩌둥 정권하의 중국이나 크메르루즈하의 캄보디아, 북한에서는 그 결과가 더 참담했다. 모두 공산주의 경제제도 때문에 경제가 몰락하거나 기아를 초래한 사례들이다.
공산주의 경제제도를 지탱하는 것은 착취적 정치제도다. 소수 공산당이 모든 권력을 틀어쥐고 권력 집행에 대한 견제 수단도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형식만 다를 뿐 공산주의 착취제도는 하나같이 인민의 삶에 짐바브웨와 시에라리온의 착취적 제도와 다를 바 없는 영향을 준다.
- P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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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 수사님, 악은 수많은 얼굴로 다가옵니다. 사실 사람인 우리가그것을 식별하는 것은 은총에 의지할 뿐입니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도 있어요. 우리가 사랑하려고 할 때 그 모든 사랑을 무의미하게느껴지게 만드는 모든 폭력, 모든 설득, 모든 수사는 악입니다. 너 한사람이 무슨 소용이야, 네가 좀 애쓴다고 누가 바뀌겠어, 네가 사랑한들 아는 사람 하나도 없어.…… 속삭이는 모든 것을 경계해야 합니다.
어쩌면 옥사덕이나 남미 로메로의 피살이나 유신 혹은 광주 학살 같은것은 아직 난이도가 높은 것은 아닐지도 모르죠. 이제 악은 다른 얼굴로 우리에게 달려듭니다. 소리 없는 풀 모기처럼 우리를 각개격파하러옵니다. 그들이 우리에게 원하는 것은 단 한 가지입니다. 그것은 무의미입니다."
- P239

제가 드렸던 약속을 저는 잊지 않고 있습니다. 죽는 날까지 요한신부님을 위해 기도하겠다는 그 약속 말입니다. 저의 아이를 신부로 키우겠다는 것도요. 제 기도는 먼지보다 미약할지 모르지만어느 날 신부님의 소망이 이루어질 힘이 먼지 하나의 무게만큼 딱 모자랄 때 제 기도가 신부님께 보탬이 될 거라 믿을 뿐입니다.
- P307

"믿을 수 없었습니다. 뚜껑을 열자 침착하고 공포에 사로잡혀 있는,
그러나 너무도 위대한 사람들이 조용히 우리를 바라보았습니다. 통역이 그제야 승선해 물었지요. 죽거나 다치거나 위독한 사람이 있냐고요.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한 사람도 잃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을 때, 아니 오히려 다섯 명의 새 생명이 태어났다는 것을 알았을 때 저는 말문이 막혀 어떤 소리도 낼 수 없었습니다. 장정도 있지만 연약한 아이도있고 노인도 있는 그를 모두가 차고 딱딱한 철판 위에서 화장실도 없고 먹을 것 하나 없이, 물 한 방울 없이 어떻게 그 사흘간의 항해를 견렸는지 저는 지금도 알지 못합니다.
영하 20도의 눈보라 치는 항구를 떠나 사흘 만에 도착한 그 나라의남쪽 항구는 영상 1도, 생명과도 같이 보드라운 바람이 불고 있었습니다. 더욱 놀라웠던 것은 거제도의 주민들이 우리 배가 도착한다는 소식을 듣고 일제히 주먹밥을 준비해 부두에 나와 있었다는 것입니다.
맑고 신선한 이 나라의 물도 함께 말입니다. 우리 선원들은 그 광경을보았습니다. 저는 생각했지요. 예수라는 이름도 없고 교회도 없고 심지어 십자가도 없는 이곳에서 진정한 크리스마스가 펼쳐지고 있다고말이지요."
- P341

"사랑은 가시지 않아요. 사랑은 가실 줄을 모르는 거니까."
슬픔도 희석되고 실은 아픔도 아팠다는 사실만 남고 잘 기억되지않지만, 사랑은 남아 있다는 것을 나는 이제 안다. 사랑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젊음아 거기 남아 있어라, 하고 어느 시인이 노래했듯이나는 그렇게 말하고 싶었다. 사랑아, 언제까지나 거기 남아 있어라.
그때 종소리가 울렸다. 하늘에서 푸른 밧줄로 엮은 사다리가 쏟아져내리는 것처럼 종소리는 울렸다. 나는 걸음을 재촉했다. 이제 열 살이된 요한이의 첫 영성체 선물로 줄 목록을 생각하면서 말이다.
- P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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