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니를 데리고 마을 어귀에 나와 기다리는 일은 연례행사가 됐다.
어니가 지금 신이 나서 어쩔 줄 모르는 이유는 조금 있으면, 몇 시간 후가 될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오늘 안으로, 트럭과 트레일러와 캠핑카가 이곳 아이오와주 엔도라로 줄지어 들어올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 트럭에 문어발, 저 트럭에 파란색과 빨간색 자동차를 매단회전놀이기구, 또 다른 트럭 두 대에는 대관람차를 나눠 싣고, 게임기계들도 줄줄이 따라올 것이다. 하지만 어니에게 무엇보다 중요한건 회전목마의 말들이 온다는 사실이다.
- P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지만 그때, 리스페너드 스트리트에 서 있을 때는 이런 걸몰랐어. 그때 우린 그냥 서서 그 붉은 벽돌 건물을 올려다보고있었고, 난 주드 때문에 두려워해야 할 필요 없는 척하고 있었고, 그는 그런 척하는 나를 봐주고 있었지. 주드가 저지를 수 있었던 그 모든 위험한 일들, 내 가슴을 찢어놓을 수도 있었던 그온갖 방법들은 이야깃거리인 과거 속에 있었고, 우리 뒤에 놓인시간은 무서웠지만 우리 앞에 놓인 시간은 그렇지 않았어.
옥상에서 뛰어내렸다고?" 난 주드 말을 되풀이했어. "도대체 그런 짓을 왜 했는데?"
"긴 이야기예요." 그는 심지어 싱긋 웃으며 말했어. "이야기해드릴게요."
"그러렴." 난 말했어.
그리고 그는 이야기를 시작했어.
- P42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서른여덟 살이 되고 한 달쯤 지난 어느 날, 윌럼은 자기가 유명해졌다는 걸 깨달았다. 처음에는 상상했던 것보다 덜 혼란스러웠다. 어떤 면에서 그는 늘 자신을 일종의 유명인이라고 생각했으니까. 그와 제이비 이야기다.  - P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잠들려고 애쓰면서 그는 왜 자기가 잭슨에게 빠졌는지 생각했다. 이유를 몰라서가 아니었다. 기억하기가 부끄럽기 때문이었다. 그는 친구들에게 의존하지 않는다는 걸, 자기 인생에 같히지 않았다는 걸, 나쁜 결정들일지언정 스스로 내릴 수 있고, 내릴 거라는 걸 증명하기 위해 잭슨과 어울리기 시작했다. 그나이쯤 되면 아마 만날 친구들은 이미 다 만났다. 친구들의 친구들도 만났다. 인생은 점점 더 작아졌다. 잭슨은 멍청하고 풋내기에다 잔인했고, 그가 높이 칠 수 있는, 시간을 보낼 가치가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그걸 알았다. 그리고 그게 바로 계속 그와 어울린 이유였다. 친구들을 당황시키려고, 친구들의 기대에 묶여 있지 않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 멍청하고, 멍청하고, 또 멍청한 짓이었다. 오만이었다. 그 때문에 고통받는 사람도 그 뿐이었다. - P402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아무리 많은 세월이지나도, 루크의 미소 짓는 얼굴이 순식간에 마법처럼 떠오르곤했다. 그는 두 사람이 사랑에 빠지고 있던 시절, 그가 너무 순진하고 너무 외롭고 너무 애정이 그리운 어린아이여서 아무것도 모른 채 유혹당하던 시절의 루크를 생각했다. 그는 온실로달려가고 있었다, 문을 열고 있었다, 꽃들의 온기와 향기가 그를 망토처럼 둘러쌌다. 그건 그가 그토록 소박하게 행복했던,
복잡할 것 전혀 없는 기쁨을 알았던 마지막 순간이었다. "우리꼬마 미남이 왔구나!" 루크는 외쳤다. "아, 주드 - 널 보니 너무 행복하다."
- P61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지만 이런 모든 일들을 겪고도, 그는 마음 한구석에서 늘 문 앞에 가서 문을 두드렸는데 꿈쩍도 하지 않는 날을 기다리고있었다. 그래도 딱히 개의치 않았다. 아무것도 금지되어 있지않고 모든 것이 제공되고 그 대가로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 공간에 있다는 것은 어딘가 무섭고 불안한 데가 있었다. 그는 자기가 줄 수 있는 건 주려고 했다. 물론 보잘것없다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해럴드가 너무도 흔쾌히 주는 것들 대답과 애정 - 에는 보답할 길이 없었다. - P197

 "주드에게." 해럴드의 편지는 이렇게 시작됐다. (필요 없긴해도) 아름다운 편지 고맙게 받았다. 그 편지에 쓰인 모든 말들다 고맙다. 네 말이 맞아. 그 머그는 내겐 정말 소중한 거야. 하지만 너는 더 소중해. 그러니 더 이상 자기를 고문하지 마라.
내가 다른 종류의 사람이라면, 이 모든 사고가 인생 일반에대한 은유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 같아. 물건들은 깨지고, 때로는 수리되고, 대부분의 경우엔 어떤 게 망가지더라도 삶이 스스로 변화하면서 그 상실을 보상해주지. 때로는 아주 근사한 방식으로 말이야.
사실, 어쩌면 나도 결국 그런 종류의 사람인지 몰라.
사랑을 담아, 해럴드.
- P199

 아이를 갖기 전에는 두려움을 모르지. 어쩌면 그래서 그게 더 굉장한 거라고 착각하게 되는지도몰라. 두려움 자체가 더 굉장한 거니까. 매일매일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얘를 정말 사랑해"가 아니라 "애는 괜찮나?"야. 세상이 하룻밤 사이에 공포의 장애물 경주로 바뀌지. 아이를 안고길을 건너려고 서 있으면 내 아이가, 어떤 아이든, 살아남기를 기대한다는 게 얼마나 얼토당토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곤 해. 공중에서 팔랑대는 늦은 봄날의 나비 -알지, 그 조그만 하얀 나비들- 가 생존하는 것처럼 불가능한 일로 보여. 유리 창문에서겨우 1밀리미터 정도 아슬아슬하게 떨어져서 용케 안 부딪치고날아다니는 그 나비들처럼..
- P243

지금은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지만, 언젠가는 알게될 거야. 내가 보기에, 우정의 오랜 요령은 너보다 더 나은 사람들 더 똑똑하다거나 멋진 사람들이 아니라 더 친절하고 더 아량 있고 더 관대한 사람들을 찾는 거야. 그리고 그 친구들이네게 가르쳐주는 것들에 감사하고, 친구들이 너에 대해 말해주는 것들, 아무리 나쁜 혹은 좋은 - 말이라도 경청하려고 하고, 그들을 믿으려고 노력하는 거지. 그게 제일 힘든 일이야. 하지만 가장 좋은 일이기도 해."
- P31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