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세상에 귀한 거라곤 없으면서 버리기도 쉽지 않은 건, 내 눈앞에서만 없어지는 게아니라 아주 없어지길 바라기 때문이에요. 가끔 아궁이가 있는 집이라면 패 땔 수도 있을 텐데 하는 생각도 해보죠. 그것도 생각뿐이지 요즈음 물건들은 그렇게 쉽게 재도 안 되는 것들이잖아요. 생때 같은 목숨도 하루아침에 간데없는 세상에 물건들의 목숨은 왜 그렇게 질긴지, 물건들이 미운 건 아마 그 질김 때문일 거예요. 생각만 해도 타지도 썩지도 않을 물건들한테 치여죽을 것처럼 숨이답답해지네요. 죽는 건 하나도 안 무서운데 죽을 것 같은 느낌은왜 그렇게 싫은지 모르겠어요.

여직껏 꿋꿋하게 잘 버티기에 그냥저냥 극복한 줄 알았더니 이제 와서 웬 약한 소리냐구요? 형님 보시기에도 제가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아 보입디까? 아무렇지 않지 않은 사람이 아무렇지도 않아 보였다면 그게 얼마나 눈물겨운 노력의 결과였는지는 한 번도생각해본 적 없으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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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삶의 꽤 많은 영역에서 이와 비슷한 현상이 나타난다. 소득, 관광, 민주주의, 교육, 보건 의료, 전기 보급의 수준을 나타내는 여러 도표가 전해주는 이야기는 한결같다. 한마디로, 세상은 더 이상 예전처럼 둘로 나뉘지 않는다. 오늘날에는 다수가 중간에 속한다. 서양과 그 외,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부자와 빈자사이에 간극이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간극을 암시하는 이쪽또는 저쪽이라는 단순한 분류는 쓰지 않는 게 옳다.

사실충실성은 지금 저 이야기는 간극을 말한다는 걸 알아보는 것이고, 그런 이야기는 별개의 두 집단이 서로 간극을 두고 존재하는 그림을 가정한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이다. 현실은 그렇게 극과극으로 갈리지 않는다. 사람들이 간극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그 곳에 사실은 인구 대다수가 존재한다.
간극 본능을 억제하려면 다수를 보라.

사실충실성은 지금 저 뉴스는 부정적 면을 보도한다는 걸 알아보는 것이고, 나쁜 소식은 좋은 소식보다 우리에게 전달될 확률이 훨씬 높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이다. 어떤 상황이 점점 좋아져도 그것은 뉴스가 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주변 세계에 대해 항상 지나치게 부정적 인상을 받기 쉽고, 이것이 대단한 스트레스가 된다.
부정 본능을 억제하려면 나쁜 소식을 예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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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서커스를 그토록 좋아하는가

나는 서커스가 정말 좋다.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돌아가니톱을 공중에 던졌다가 받는 모습이나, 줄타기 곡예사가 줄 위에서 공중제비를 연달아 열 번 도는 모습이 좋다. 불가능해 보이행위가 선사하는 장관, 경이로움, 즐거움이 정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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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는 거의 1세기 반에 걸쳐, 인류 문명에서 가장 좋은 측면과 가장 나쁜 측면을 모두 보여주었다. 석유는 은혜가 되기도 했고 무거운 짐이 되기도 했다. 산업사회의 기초가 되는 에너지원 중에서도 석유는 가장 크고 많은 문제를 야기했다. 석유가 가진 중심적 역할, 전략적 특성,지리적 분포,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공급 위기, 그리고 석유를 손에 넣음으로써 얻게 되는 보상에 따른 불가피하고 불가항력적인 유혹 등에서 비롯한 것이다. 석유의 역사는 승리의 파노라마와 비극적이고 값비싼 희생을 치른 오류의 연속으로 점철되어 있다. 그것은 또한 인간성의 고귀한면과 비열한 면을 모두 보여준 하나의 무대였다. 창조성 · 헌신 · 기업가정신 · 독창성 · 기술 혁신이 탐욕·부패 · 맹목적인 정치적 야심·폭력 등과 함께 존재했다. 석유는 물질세계를 지배할 힘을 부여했다. 석유는 농약이나 연료로 형태를 바꾸어 인류의 의식주를 풍요롭게 해주었다. 또한 세계 정치와 경제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투쟁을 불러일으킴으로써 인류는 많은 피를 흘렸다. 석유를 손에 넣어 부와 권력을 차지하려는 치열한싸움은 석유가 중심적 위치를 유지하는 한 계속될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 문명의 모든 측면은 석유의 현대적이고 매혹적인 연금술에의해 변화되어왔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지금이 바로 석유의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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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근처

초는 한 갑에 백이십원, 만수향은 백원이라고 한다. 나는 시치미 딱 떼고 이백원만 내주고 일부러 핸드백을 소리나게 닫았다.
"이십원 더 주셔얍지요."
"아저씨도 괜히 그러셔, 이런 초는 백원이면 어디서나 살 수 있는 건데."

그 시대를 보는 눈이 관대해졌다는 건 그만큼 무관심해졌다는
의미도 된다는 것을 나는 비로소 알았다.

 나는 늘 피곤했지만 육체적인 노동 끝에 이는 쾌적한 피로가 아니라 불쾌한 조음에 맞춰 서투르게 몸을 흔들어댄 것 같은 허망한 피로였고, 몸의 피로라기보다는 마음의 피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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