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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영화 속 편지 이야기
임복희 지음 / 오디세이북스 / 2025년 3월
평점 :

<리뷰어스 서평 카페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오페라(opera)는 'opus'(라틴어로 ‘작품’이라는 의미)의 복수형으로, 초기에는 오페라를 ‘fabola in musica’ ‘dramma in musica’ 또는 ‘dramma per musica(음악극)’라고 불렀다고 한다. 독자가 오페라에 대한 지식이 일천해 이 책 『오페라 영화 속 편지 이야기』를 읽기 전에 찾아본 『서양음악사』의 「오페라의 탄생」 부분에 대한 서술에 따른 것이다. 이후에 ‘opera in musica(음악작품)’로 불리다가, 오페라가 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오페라는 일반 연극처럼 의상·무대장치·조명 등을 갖춘 무대극이다. 등장인물들은 노래와 연기를 통해 이야기를 전개해나간다. 이야기의 줄거리는 주로 환상적이거나 복잡하고, 사랑·미움·질투·복수 같은 아주 격정적인 감정들이 표현된다. 오페라는 작곡가와 대본가의 공동 합작으로 만들어지며, 대본은 ‘리브레토(libretto)’(‘작은 책’이라는 의미)라고 부른다.
오페라의 탄생은 16세기 말 이탈리아의 문화적 상황과 상당히 관계가 깊다고 한다. 오페라가 이탈리아에서 탄생된 것이라고 독자에게는 읽힌다. 르네상스 운동의 중심지인 피렌체에 거주하고 있던 폴리치아노(Angelo Poliziano, 1454~1494)는 15세기 최고의 인문주의자로, 16세 때 이미 호메로스(기원전 8세기)의 〈일리아스(Ilias)〉를 라틴어로 번역하여 출판하기 시작했다. 메디치 가의 로렌초 공작의 적극적인 후원을 받았던 폴리치아노는 공작의 궁정에 머물면서 고대 그리스와 로마에 대한 풍부한 지식을 바탕으로 시와 극을 썼다.
비단 폴리치아노뿐만 아니라, 그 당시의 문인들은 인문주의의 영향을 받아 고대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특히 극작가들은 고대 그리스 비극이야말로 자신들의 극음악이 모방해야 할 모델이라고 보아, 그리스 신화 속에서 많은 소재를 발견했다. 그러나 그리스 극에서 음악이 차지했던 역할에 대해서는 당시의 학자들 간에도 의견차이를 보여, 합창만이 노래로 불려졌다는 주장과, 극 전체의 가사들이 모두 노래로 불려졌다는 주장이 있었다. 극 전체가 노래되었다는 주장은 다수의 그리스 비극을 편집했던 피렌체의 학자인 메이의 견해이기도 했다. 메이의 연구 결과는 서신교환을 통해 카메라타 멤버들에게 전해졌고, 이것이 바로크 시대 모노디 양식의 태동과 오페라 탄생의 시발점이 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카메라타의 멤버들이었던 작곡가이자 가수인 페리와 카치니, 그리고 시인인 리누치니가 모노디 양식으로 된 음악극(dramma per musica)을 시도했다. 직접적인 결과는 최초의 오페라들이라고 할 수 있는 〈다프네(Dafne)〉와 〈에우리디케(Euridice)〉의 탄생이었다. 〈다프네〉는 갈릴레이의 후원자이기도 했던 피렌체의 코르시 백작(Jacopo Corsi, 1561~1602)과 페리의 공동합작으로 작곡된 것이며, 이것은 극 전체에 음악이 붙여진 최초의 오페라로, 1598년에 코르시 백작의 궁정에서 초연되었다. 이 오페라에서 페리는 아폴론 역을 맡았다고 전해지는데, 불행히도 현재는 대본과 악보의 극히 일부분만이 남아 있다고 한다. 현존하는 것으로 최초의 오페라는 역시 리누치니 대본에 페리와 카치니가 함께 음악을 붙였던 〈에우리디케〉이다. 〈에우리디케〉는 1600년 프랑스 왕 앙리 4세(1589~1610 재위)와 메디치 가의 마리의 결혼 축제행사에 상연되었다. 원래는 페리 혼자 맡아서 작곡했던 작품이었다. 그러나 페리는 이 공연에 카치니의 제자들을 출연시켜야 했고, 카치니는 자신의 제자들이 맡은 역들은 자신이 작곡해야만 한다고 고집해 함께 참여하게 된 것이었다. 다음해에 페리와 카치니는 각자 독자적으로 작곡한 〈에우리디케〉를 출판했다.
오페라의 탄생 이후 가장 중요한 첫 오페라는 몬테베르디(Claudio Monteverdi, 1567~1643)의 〈오르페오〉이다. 〈오르페오〉는 몬테베르디가 만토바의 궁정에 고용되어 있던 당시, 공작의 결혼식을 축하하는 행사의 일환으로 공연되었던 작품이다. 대본은 몬테베르디와 함께 만토바 궁정에 고용되어 있던 시인 스트리조(Alessandro Striggio, 1573~1630)가 쓴 것으로, 원래 오르페오(그리스 어로는 오르페우스) 신화는 비극적인 종말로 끝난다. 그러나 이 오페라가 축복받는 신부와 신랑을 위해 작곡된만큼 해피엔딩으로 끝나도록 각색되었다. 몇몇 예외가 있기는 하지만, 이후 해피엔딩은 거의 관습화되어 19세기 말까지 지속되었다.
이처럼 초기 오페라 작곡가뿐만 아니라, 후대의 작곡가들도 그리스 신화인 오르페오의 소재를 매우 자주 사용했다. 어느 학자의 조사에 의하면, 17세기에만 해도 꽤 중요한 작곡가 중에서 이 신화를 오페라의 소재로 삼은 예는 스무 개가 넘는다고 한다. 작곡가들이 이 신화를 특별히 애호하는 데에는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 무엇보다도 오르페오는 음악의 신 아폴론의 아들이며, 아버지로부터 리라를 선물받았을 뿐만 아니라, 뛰어난 연주기술과 음악성도 함께 물려받았다.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케의 이야기를 보면 이 신화와 음악과의 연관성을 바로 알 수 있다.

이 책 『오페라 영화 속 편지 이야기』의 저자 임복희는 오페라 애호가이자 영화칼럼니스트이다. 저자는 책의 〈서문〉을 통해 "유려한 아리아의 선율을 타고 배달된 오페라 영화 속 편지 이야기가 삶에서 예술이 필요한 순간 오페라의 새롭고 무한한 매혹적 면모를 발견해 이에 다가서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집필 취지를 밝힌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오페라 영화 속 관련 역사적 사건 및 시대적 함의를 추적해 작품 내·외적 맥락을 심층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종합예술인 오페라의 놀라운 면모를 필름의 눈으로 응시한 12편의 오페라 영화 속 편지들이 스스로를 연기함으로써 스스로를 배달하며 비극에서는 치명적인 결말로, 희극에서는 웃음과 풍자로 서사를 이끌며 데리다의 우편엽서처럼 재구성되는 이야기를 담았다"(p.5)
저자가 선정한 오페라 영화는 오페라 극장 실황이 아닌 올로케이션으로 촬영한 동시에 아리아의 선율을 타고 흐르는 ‘편지 장면’이 극의 전환이나 결말에 중요한 장치로 작동한 필름들로 선정했다고 강조한다. 그 결과 셰익스피어, 뒤마 피스, 메리메, 푸시킨, 괴테, 사르두, 루터 롱, 보마르셰, 호프만스탈의 문학작품들이 베르디, 구노, 비제, 차이코프스키, 마스네, 푸치니, 모차르트, 로시니, 슈트라우스의 오페라들로 재탄생한 후 클로드 다나, 프랑코 제피렐리, 바바라 스위트, 프란체스코 로시, 페터 바이글, 브누아 자코, 프리데릭 미테랑, 장 피에르 포넬, 괴츠 프리드리히, 오토 쉥크 감독의 필름들과 조우했다. 그리고 오페라 영화마다 세계적인 명지휘자와 오케스트라의 연주에 오페라 가수들의 노래와 열연도 더해졌다.
맥베스의 편지쓰기와 맥베스 부인의 편지 읽기는 변증법적 공모과정을 보여주며 음모와 권력에의 욕망에 사로잡힌 두 인물을 결합해 비극의 절정으로 끌고가는 촉매가 된다. 베르디는 주된 모티브를 연속 내지 반복된 음악을 사용해 비극적 긴장감을 유지한다. 클로드 다나 감독은 11세기 스코트랜드에서 벌어진 권력을 향한 끝없는 탐욕이 빚어낸 비극적 파멸을 어둡고 스산한 분위기에 실어 시각적 효과를 한층 더한다.(p.31)

저자에 따르면 음악과 극이 결합된 오페라는 처음에는 ‘막간극(intermezzo)’에서 나왔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오페라인 자코포 페리(Jacopo Peri, 1561-1633)의 〈다프네〉(Dafne, 1598)는 초기 오페라의 소재로 자주 등장하는 신화와 목가적 요소를 결합한 이러한 막간극의 전형적 모습을 잘 보여준다. 르네상스 정신의 산물로 나온 오페라는 일정한 후원자를 전제로 이를 애호하는 귀족이나 학자들을 위해 공연이 이루어지다 17세기 오페라 극장 수가 늘어나면서 시민들의 삶에 유입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때부터 오페라는 그 형식은 화려한 무대장치로, 그 내용은 음악과 대사의 합일 등을 추구하며 발전했다. 앞서 독자가 언급한 대로 비슷한 설명이다. 17세기에 시작되어 18세기 절정을 이룬 이탈리아 오페라는 프랑스, 독일 등 유럽 전역으로 퍼지며 오페라 세리아, 오페라 부파, 오페라 코미크, 징슈필, 그랜드 오페라, 베르스모 오페라 등의 다양한 장르로 분화되었다.
이 책은 모두 12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비극 8편(1부)과 희극 4편(2부) 등 모두 12편의 오페라 영화를 부(part) 구분없이 12장에 담았다. 책의 차례는 비극과 희극 필름 순으로 한 후, 각각은 오페라가 초연된 순으로 했다고 저자는 밝힌다. 1부는 비극 오페라 영화 8편으로 마녀들의 예언이 담긴 편지가 음모와 권력에의 탐욕에 사로잡힌 맥베스와 맥베스 부인, 두 인물을 비극의 절정으로 몰고가는 클로드 다나의 〈베르디의 맥베스〉(1987), 코르티잔인 비올레타의 이별 편지를 통해 19세기 프랑스 사회의 시대적 인습을 고발하는 프랑코 제피렐리의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1982), 로렌스 수사 편지의 배달사고로 ‘비운의 연인들(star-crossed lovers)’이 되어버린 바바라 스위트의 〈구노의 로미오와 줄리엣〉(2002)이 담겼다.
"시간에 억류된 운명의 편지가 가져온 애달픈 사랑 이야기가 구노의 감미로우면서 비장한 매혹적 선율에 체코의 츠비코프성에서의 올로케이션 촬영으로 현장감을 더한 바바라 스위트 감독의 섬세한 연출로 로미오와 줄리엣을 한층 더 ‘비운의 연인들(star-crossed lovers)’로 만든다."

이어 위험하고 뜨거운 불가항력적 사랑과 질투에 눈이 먼 호세에게 전하는 미카엘라의 편지가 무력화되는 모습을 그리며 집시 카르멘의 무한한 자유에의 열정에 강렬함을 더한 프란체스코 로시의 〈비제의 카르멘〉(1984), 타치아나가 오네긴에게 보낸 격정적 연서, 그리고 그 이후 ‘엇갈린 사랑’이 가져온 오네긴의 후회와 절망을 한 편의 시처럼 그린 페터 바이글의 〈차이코프스키의 에브게니 오네긴〉(1988), 베르테르의 샤를로트를 향한 절절한 연모의 편지가 시적 드라마처럼 펼쳐지는 페터 바이글의 〈마스네의 베르테르〉(1985)이 눈에 띈다.
이와 함께 나폴레옹의 마렝고 전투가 일어난 사흘 후 단 하루 동안에 벌어진 예상 밖의 사건에 휘말린 카바라도시가 처형대에 서기 전 마지막 편지를 쓰며 비탄한 심정으로 아리아를 부르는 모습을 담은 브누아 자코의 〈푸치니의 토스카〉(2001), 핑커톤이 샤플레스에게 보낸 편지를 초초상에게 읽어주는 장면에 흐르는 자포니즘 속 ‘상상된 이국성’이 담긴 프리데릭 미테랑의 〈푸치니의 나비부인〉(1995)이 독자들의 시선을 끌어 모은다.
음악평론가 조셉 커만은 핑커톤이 탄 배가 나가사키 항으로 점점 들어올 때 ‘어느 갠 날’ 아리아의 음악을 반복하는 2막 1장의 ‘편지의 이중창’ 장면에 대해 “효과를 치밀하게 계산한 반주 및 전조(轉調) 등으로 음악이 극의 스토리 전개의 원천을 만들어 가고 있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프리데릭 미테랑 감독은 고문서에서 발견된 1904년도 청일전쟁 당시 나가사키의 모습을 튀니지 해변에 거의 그대로 재현해 오페라 무대를 항구 너머 수평선 저 멀리까지 확장시키며 황금빛 선율로 흐르는 ‘자포니즘’ 속 ‘상상된 이국성’에 대한 극 중 몰입도를 극대화한다.(p.167~168)

2부는 희극 오페라 영화 4편으로 수잔나의 대필 편지가 대변하는 사회적 메시지와 그 서사적 파장을 다룬 장 피에르 포넬의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1976), 로지나의 편지쓰기 제스처에 나타난 18세기 계몽주의 시대의 ‘에스프리(esprit)’를 담은 장 피에르 포넬의 〈로시니의 세비야의 이발사〉(1972), 팔스타프의 양다리 연애편지가 드러낸 가부장 사회의 부조리와 여성들의 연대를 그린 괴츠 프리드리히의 〈베르디의 팔스타프〉(1979), 즈덴카의 ‘침실 속임수(bed trick)’ 편지가 가져온 소동 이면의 20세기 초 빈 상류사회의 위선을 보여준 오토 쉥크의 〈슈트라우스의 아라벨라〉(1977)를 담았다. 또한 12편의 오페라마다 각 줄거리와 그 탄생 배경, 원작인 문학과의 비교 및 오페라 영화 속 역사적 사건과 시대적 함의를 다루어 파편으로 드러나 있거나 또는 전혀 드러나 있지 않은 작품의 내·외적 맥락을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세비야의 이발사〉에서 로지나는 그녀의 인생과 재산을 제멋대로 좌우하는 의사 바르톨로에게 거의 감금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기지를 발휘해 자신이 원하는 것을 관철하는 당차고 매력적인 여성인 동시에 돈 많은 귀족이 자신을 농락하는 것을 경계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기를 원하는 낭만주의자이기도 하다. 특히 이러한 로지나의 모습은 극 중 편지쓰기 행동을 통해 잘 드러난다. 로시니는 이를 기발하고 재미있는 음악으로 표현해 유쾌한 오페라 부파로 탄생시켰다. 장 피에르 포넬 감독은 출연진들이 펼치는 혼연일체의 절묘한 앙상블을 발랄하면서도 정교하게 표현한다.(p.204)
저자 : 임복희
이화여자대학교 학부에서 행정학과 및 법학과를 졸업했고, 연세대학교 일반대학원에서 법학 석사 및 박사학위(Ph. D. in Law)를, 미국 코네티컷로스쿨(University of Conneticut School of Law)에서 LL.M을 취득했다.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객원교수 등을 역임했다. 연세대학교 등에서 법과 인문학을 주제로 연구 및 강의하며 영상물등급위원회 위원, 거제시 입법평가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오페라 애호가이자 영화칼럼니스트이다.
박사학위 논문은 「외국판결의 승인 및 집행법제의 개선방안에 관한 연구」(2011)이며, 최근 연구논문으로는 「한국 법원의 종교 성지공간에 대한 이해: 성지 공간을 둘러싼 종교 간 갈등에 관한 두 판례들을 중심으로」(종교문화비평, 통권 제44호, 2023) 등이 있다. 저서로는 『세상을 바꾼 영화 속 인권 이야기: 필름의 눈으로 읽는 법과 삶』(오디세이북스, 2024) 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