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오다
김민 지음 / 책짓는크론쇼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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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에 맞서 평화, 정의, 애국 등 선(善)을 추구하는 한 소년의 성장을 담은 판타지 소설이다. 저자는 "마법처럼 찬란한 당신의 삶에 제비 날갯짓 같은 저주라도 닿을 수 없"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가능한 담백하게 서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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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오다
김민 지음 / 책짓는크론쇼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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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어스클럽 서평 카페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이 책 『신이 오다』는 주인공 ‘김신’이 마법을 접하고 이를 이용하여 친구들과 함께 지역 사회를 지키기 위해 나선다. 하지만 자신과 맞지 않는 마법 부작용(?)으로 의식 불명에 빠지고, 다행히 한 마법 학교 선생의 도움으로 어렵게 살아나 운명에 이끌리듯 입학한다. 표제어 '신이 오다'에서 이름 신을 '신(信)', 신(神)', 신(新)', 신(臣)' 등으로도 해석 가능하지만 어느 것으로 독자들이 해석해도 상관없다. 전생이 조선시대 신하였다는 점, 지금은 새로 태어나 정식으로 마법을 전수받는다는 점에서 신(新)'과도 맞아 떨어진다. 또 소설 내용에서 등장하는 '단군신화'로서의 신(神)과도 맥락이 통한다. 여기서 눈치 빠른 독자들은 판타지 소설이란 점을 알아챘겠지만 소년 김신의 성장기를 다룬 성장소설이기도 하다. 김신은 마법 반, 무예 반 친구들과 마법을 수련하고 교제하며 점차 실력을 키워 나간다. 

김신이 찾아간 곳은 신흥마법학교(新興魔法學校)이다. 일제강점기 이회영 독립지사가 사재를 털어 형제들과 함께 세운 '신흥무관학교'를 연상케 한다. 신흥마법학교는 일제하 독립운동을 주도했던 신영마법사회의 후신으로 생겨난 곳이다. 김신이 들어가 입학식을 했던 첫날 입학설명회에서 사회자가 신영 마법사회를 언급함으로써 전신의 실체가 드러난다. "저희 신흥마법학교는 신영 마법사회처럼 독립을 쟁취하고 국민들을 제대로 보호하기 위해서, 공격과 방어에 적합한 마법교육을 시행하고 있다"고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사회자는 이날 설명회에서 마법학교에서 가르치는 오래전에는 마법 학문으로 인식했지만, 과학 기술이 발전하면서 사장되거나 필요없는 경우에는 교과목에서 제외한다고 말한다. 이에 따라 신흥에서는 연금술, 천문학, 점성술, 마법 약, 약초학 등은 가르치지 않는다고도 밝힌다. 이들 학문이 과학 기술이 발전한 지금 사회에서는 필요 없게 되었다는 점을 강조하는 이유는 아마도 신흥 마법학교가 특별한 목적으로 특별한 임무를 완수하는 인재를 길러내기 위해 설립되었다는 점을 저자 김민은 강조하고 싶었던 듯하다.



첫날 사회자를 통해 신흥마법학교의 정체성을 부각시킨 저자는 다시 사회자를 통해 신입생들에게 당부하는 세 가지를 정확하게 주지시킨다. "첫째, 자신을 믿고 스스로 독려하기를 바랍니다. 배움을 시작하는 단계이므로 부족한 게 당연합니다. 차근차근 정진하다 보면, 자신만의 길을 찾을 수 있습니다. 둘째, 어려움이 닥쳤을 때 낙심해서 중도에 포기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일반 교과목을 함께 들어야 하므로 아주 힘들 수 있습니다. 이것은 단순히 여러분이 의무교육 대상이기 때문이 아닙니다. 학우가 있고 먼저 배운 선배가 있으며, 길을 안내하는 선생님이 있습니다. 서로 의지하며 함께 합시다. 셋째, 배움에 이르러 정의로움을 잃지 않길 바랍니다. 자신이 갈고닦은 힘에 도취해서 교만하면 안 됩니다. 옳고 그름은 힘 크기와 상간없이 변하지 않는 진리이기 때문입니다. 약자를 돕고 악을 멸하는 정의로운 마법사가 됩시다."(p.165)

이곳에서 교육과 훈련을 받은 주인공 김신은 흑마법사 와가타를 위협하는 존재로 성장하고, 긴장감을 느낀 와가타는 네즈미야를 시켜 총감독과 이진, 김신을 살해하려 한다. 이 대목부터는 한일 마법사들의 결전으로 이어진다. 흑마법사는 이에 마법사들은 도로 한복판에서, 학교와 마을에서, 신영 마법사회와 광화문 광장에서 흑마법사와 변절자들의 공격을 막아낸다. 하지만 더 큰 악을 끌어들이는 적은 아직 살아 있다. 그들은 누구인가? 도대체 무엇 때문인가? 이제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저자는 이곳에서 교육받는 마법사들은 조선 왕조의 신하였던 천사 이왕, 주인공 김신(信) 그리고 마법사회의 모토인 자신(新)을 뜻하는 중의적 표현으로서, 무지와 무의를 극복하는 새로움과 선의 추구를 뜻한다고 강조한다. ‘신’이 후손을 돕기 위해, 악을 정화하기 위해 우리에게 오고 있다고 말한다. 무지를 떨치고 일어서는 새로운 깨달음과 힘을 주기 위해서….


이 소설 작품은 김신의 성장소설이기도 하지만 시공간을 뛰어넘는 소설 배경과 활약하는 마법사, 그리고 저자의 상상력에서의 스토리가 정교하게 잘 꿰맞히려는 노력의 흔적이 곳곳에서 보인다. 저자의 집필 취지는 출판사 측의 소개글에 잘 나타나 있다. "우리는 누구나 살아가면서 악과 마주한다. 내가 아니라면 가족이, 친지가, 사회가 그리고 우리나라가 그렇다. 광복 80주년이 되었음에도 일본 제국주의의 잔재가 우리의 건강과 생명, 역사와 영토, 존엄과 긍지를 여전히 위협하며 맹위를 떨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소설은 판타지 소설이지만 '악'에 맞서서 '선'을 추구하는 한 소년의 성장기로 읽힌다. 소설에 등장하는 마법은 “평범하지 않은 일을 가능하게 하는 신념과 의지”를 상징하며, 선을 이루는 수단이자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들을 나타낸다. 반대로 적으로 등장하는 흑마법은 우리의 생명과 안녕을 위협하는 악한 세력이 펼치는 저주를 상징한다. 

그들이 보여주는 잔혹함을 통해 ‘우리가 그들에 대해 얼마나 무지했는가, 얼마나 가벼이 여겼는가’를 느낄 수 있다. 

악에 맞선 소년과 마법사들의 고군분투로부터는 무지의 탈피가 얼마나 많은 사람과 사회, 또 우리의 얼을 지켜낼 수 있는지를 엿볼 수 있다. 우리의 역사에는 지금으로부터 거슬러 올라가면 가까운 과거에 일제 강점기가 있다. 일본 군국주의자들이 아시아를 통틀어 그들이 지배하는 제국으로 만들려는 야욕을 품었다. 일본 군국주의는 한반도는 물론 중국을 넘어 동남아시아를 거쳐 인도 가까이 침략해 들어갔다. 특히 조선 왕조는 붕괴되고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했지만 독립운동가들의 희생과 남다른 애국심은 오늘날 우리가 다시 국토를 회복하고 후손들이 세계가 놀랄 만한 경제 대국으로 올라서는 받침돌이 되었다. 저자는 이 소설을 통해 애국지사들의 헌신과 희생의 결과물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말하고 싶은 의도가 있는 것으로 읽힌다.


허구를 곁들인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이 이야기가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여전히 소설 속 사연과 에피소드가 우리의 삶을 고스란히 대변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소설 속 주인공인 소년을 통해서 우리 미래 세대가 자신을 갈고닦음으로써 악에 대한 냉철한 분별력과 단호한 저항성을 가질 수 있기를 기대하는 저자의 마음이 오롯이 표현된다. 조선 왕조의 역사는 물론 대한민국의 역사마저 부정하려는 일부 사람들의 의식에 변화가 있기를 바라는 저자의 마음이 독자에게는 이해된다. 많은 부분이 민족의식과 애국심, 또 미래 사회에 대한 기대 등이 부각되지만 모두가 일정 부분에서는 뜻 있는 자의 희생과 헌신이 있다. 그들의 뜻을 저버리지 않는 일은 그들을 기억하고 그들이 무엇을 위해 목숨과 가족을 헌신짝처럼 버렸는지를 곰곰 생각해보면 저자의 마음이 이해가 간다. 세계화된 글로벌 시대에 갑자기 민족의식 고취라는 고리타분한 이야기를 꺼내는 저자의 의도는 분명히 우리 후손이 영광된 나라에서 살기를 바라는 저자의 마음도 하나의 보탬이 될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일본을 무조건 배척하지 않는다는 의미보다는 우리가 노력해서 부강한 나라 건설을 해야 한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저자는 판타지 마법사 등을 등장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또 폭력적인 부분도 굉장히 절제돼 있고, 배척하는 마음도 선과 악의 이분법으로 나눈 것은 명백한 사필귀정의 교훈적 의미도 포함한다. 시대에 따라 스스로를 다듬어 더욱 강하게 거듭나야 하는 게 세계 사회이다 보니 배움과 노력이 강조되는 것이라고 독자는 판단한다. 조금은 스토리나 구성이 싱거운 점이 있다. 그러나 저자의 깊은 의도를 더듬어 가다 보면 종교적 배려도 만날 수 있다. 실제 이 소설에서는 기독교 용어도 많이 인용되었다. 뒷 부분의 주(註)로 용어 해설을 따로 둘 정도로 많은 인용이 있다. 성장 소설이니만큼 청소년들의 흥미를 끌어내기 위한 '신조어' 사용도 서슴지 않았다. 신흥무관학교에서 실시하던 교육 과정과 노래 등을 인용한 것으로 저자의 의도는 더욱 뚜렷해진다.



"우리우리 배달나라에

우리우리 조상들이라

그네 가슴 끓던 피가 우리 핏줄에

좔좔좔 결치며 돈다"(p.508)


저자 : 김민


연구자가 천직이라고, 작가는 정년 후 노년에나 도전하리라 막연하게 기대했었다. 다닌 햇수만큼 정년이 남았을 무렵, 그저 먹고 살기 위해 쳇바퀴 돌 듯 근근이 버티고 있는 모습이 싫었다. 남은 세월을 열정 없이 소모할 자신이 없었다. 퇴사 후 요리사로 도전했지만, 오너보다 나이 많은 초보자는 받아주는 곳이 없었다. 투자 공부라는 명목으로 사지도 않을 주식의 적정 가격을 분석하기 일쑤였다. 시간을 허비하긴 마찬가지. 삶이 원하는 얼굴로 상냥히 다가오지 않는다는 위기감과 밥벌이에 대한 절박함이 찾아왔다. 문득 노년에 할 거 조금이라도 일찍 시작하자고 마음먹었고, 대학 시절부터 쓴 시와 단편소설 습작 경험에 기대어 작가의 문을 두드렸다. 2023년 12월부터 꼬박 1년간 『신이 오다』를 집필했다. 앞으로도 평생 계속 쓰겠다고, 우리 삶과 사회에 대해서 독자들과 꾸준히 소통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본명은 김영민이다. 1976년 충청북도 괴산군에서 2남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충북대학교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서울대학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2002년부터 정부 출연기관인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서 환경, 대체 수자원 분야 과학기술을 연구했다. 2019년 퇴사. 2020년 요리학교(Le Cordon Bleu 서울)에서 프랑스 요리 디플로마를 취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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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영화 속 편지 이야기
임복희 지음 / 오디세이북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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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엄혹한 시대적 배경 속에서 아름다운 선율과 함께 희�비극의 절정을 보여준 오페라 영화 12편을 살펴본다. 무대에서 펼쳐낸 오페라보다 세밀한 관찰력을 가진 필름의 눈으로 탐구한 오페라의 미적 탐구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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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영화 속 편지 이야기
임복희 지음 / 오디세이북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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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어스 서평 카페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오페라(opera)는 'opus'(라틴어로 ‘작품’이라는 의미)의 복수형으로, 초기에는 오페라를 ‘fabola in musica’ ‘dramma in musica’ 또는 ‘dramma per musica(음악극)’라고 불렀다고 한다. 독자가 오페라에 대한 지식이 일천해 이 책 『오페라 영화 속 편지 이야기』를 읽기 전에 찾아본 『서양음악사』의 「오페라의 탄생」 부분에 대한 서술에 따른 것이다. 이후에 ‘opera in musica(음악작품)’로 불리다가, 오페라가 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오페라는 일반 연극처럼 의상·무대장치·조명 등을 갖춘 무대극이다. 등장인물들은 노래와 연기를 통해 이야기를 전개해나간다. 이야기의 줄거리는 주로 환상적이거나 복잡하고, 사랑·미움·질투·복수 같은 아주 격정적인 감정들이 표현된다. 오페라는 작곡가와 대본가의 공동 합작으로 만들어지며, 대본은 ‘리브레토(libretto)’(‘작은 책’이라는 의미)라고 부른다.

오페라의 탄생은 16세기 말 이탈리아의 문화적 상황과 상당히 관계가 깊다고 한다. 오페라가 이탈리아에서 탄생된 것이라고 독자에게는 읽힌다. 르네상스 운동의 중심지인 피렌체에 거주하고 있던 폴리치아노(Angelo Poliziano, 1454~1494)는 15세기 최고의 인문주의자로, 16세 때 이미 호메로스(기원전 8세기)의 〈일리아스(Ilias)〉를 라틴어로 번역하여 출판하기 시작했다. 메디치 가의 로렌초 공작의 적극적인 후원을 받았던 폴리치아노는 공작의 궁정에 머물면서 고대 그리스와 로마에 대한 풍부한 지식을 바탕으로 시와 극을 썼다.

비단 폴리치아노뿐만 아니라, 그 당시의 문인들은 인문주의의 영향을 받아 고대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특히 극작가들은 고대 그리스 비극이야말로 자신들의 극음악이 모방해야 할 모델이라고 보아, 그리스 신화 속에서 많은 소재를 발견했다. 그러나 그리스 극에서 음악이 차지했던 역할에 대해서는 당시의 학자들 간에도 의견차이를 보여, 합창만이 노래로 불려졌다는 주장과, 극 전체의 가사들이 모두 노래로 불려졌다는 주장이 있었다. 극 전체가 노래되었다는 주장은 다수의 그리스 비극을 편집했던 피렌체의 학자인 메이의 견해이기도 했다. 메이의 연구 결과는 서신교환을 통해 카메라타 멤버들에게 전해졌고, 이것이 바로크 시대 모노디 양식의 태동과 오페라 탄생의 시발점이 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카메라타의 멤버들이었던 작곡가이자 가수인 페리와 카치니, 그리고 시인인 리누치니가 모노디 양식으로 된 음악극(dramma per musica)을 시도했다. 직접적인 결과는 최초의 오페라들이라고 할 수 있는 〈다프네(Dafne)〉와 〈에우리디케(Euridice)〉의 탄생이었다. 〈다프네〉는 갈릴레이의 후원자이기도 했던 피렌체의 코르시 백작(Jacopo Corsi, 1561~1602)과 페리의 공동합작으로 작곡된 것이며, 이것은 극 전체에 음악이 붙여진 최초의 오페라로, 1598년에 코르시 백작의 궁정에서 초연되었다. 이 오페라에서 페리는 아폴론 역을 맡았다고 전해지는데, 불행히도 현재는 대본과 악보의 극히 일부분만이 남아 있다고 한다. 현존하는 것으로 최초의 오페라는 역시 리누치니 대본에 페리와 카치니가 함께 음악을 붙였던 〈에우리디케〉이다. 〈에우리디케〉는 1600년 프랑스 왕 앙리 4세(1589~1610 재위)와 메디치 가의 마리의 결혼 축제행사에 상연되었다. 원래는 페리 혼자 맡아서 작곡했던 작품이었다. 그러나 페리는 이 공연에 카치니의 제자들을 출연시켜야 했고, 카치니는 자신의 제자들이 맡은 역들은 자신이 작곡해야만 한다고 고집해 함께 참여하게 된 것이었다. 다음해에 페리와 카치니는 각자 독자적으로 작곡한 〈에우리디케〉를 출판했다.

오페라의 탄생 이후 가장 중요한 첫 오페라는 몬테베르디(Claudio Monteverdi, 1567~1643)의 〈오르페오〉이다. 〈오르페오〉는 몬테베르디가 만토바의 궁정에 고용되어 있던 당시, 공작의 결혼식을 축하하는 행사의 일환으로 공연되었던 작품이다. 대본은 몬테베르디와 함께 만토바 궁정에 고용되어 있던 시인 스트리조(Alessandro Striggio, 1573~1630)가 쓴 것으로, 원래 오르페오(그리스 어로는 오르페우스) 신화는 비극적인 종말로 끝난다. 그러나 이 오페라가 축복받는 신부와 신랑을 위해 작곡된만큼 해피엔딩으로 끝나도록 각색되었다. 몇몇 예외가 있기는 하지만, 이후 해피엔딩은 거의 관습화되어 19세기 말까지 지속되었다.

이처럼 초기 오페라 작곡가뿐만 아니라, 후대의 작곡가들도 그리스 신화인 오르페오의 소재를 매우 자주 사용했다. 어느 학자의 조사에 의하면, 17세기에만 해도 꽤 중요한 작곡가 중에서 이 신화를 오페라의 소재로 삼은 예는 스무 개가 넘는다고 한다. 작곡가들이 이 신화를 특별히 애호하는 데에는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 무엇보다도 오르페오는 음악의 신 아폴론의 아들이며, 아버지로부터 리라를 선물받았을 뿐만 아니라, 뛰어난 연주기술과 음악성도 함께 물려받았다.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케의 이야기를 보면 이 신화와 음악과의 연관성을 바로 알 수 있다.


이 책 『오페라 영화 속 편지 이야기』의 저자 임복희는 오페라 애호가이자 영화칼럼니스트이다. 저자는 책의 〈서문〉을 통해 "유려한 아리아의 선율을 타고 배달된 오페라 영화 속 편지 이야기가 삶에서 예술이 필요한 순간 오페라의 새롭고 무한한 매혹적 면모를 발견해 이에 다가서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집필 취지를 밝힌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오페라 영화 속 관련 역사적 사건 및 시대적 함의를 추적해 작품 내·외적 맥락을 심층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종합예술인 오페라의 놀라운 면모를 필름의 눈으로 응시한 12편의 오페라 영화 속 편지들이 스스로를 연기함으로써 스스로를 배달하며 비극에서는 치명적인 결말로, 희극에서는 웃음과 풍자로 서사를 이끌며 데리다의 우편엽서처럼 재구성되는 이야기를 담았다"(p.5)

저자가 선정한 오페라 영화는 오페라 극장 실황이 아닌 올로케이션으로 촬영한 동시에 아리아의 선율을 타고 흐르는 ‘편지 장면’이 극의 전환이나 결말에 중요한 장치로 작동한 필름들로 선정했다고 강조한다. 그 결과 셰익스피어, 뒤마 피스, 메리메, 푸시킨, 괴테, 사르두, 루터 롱, 보마르셰, 호프만스탈의 문학작품들이 베르디, 구노, 비제, 차이코프스키, 마스네, 푸치니, 모차르트, 로시니, 슈트라우스의 오페라들로 재탄생한 후 클로드 다나, 프랑코 제피렐리, 바바라 스위트, 프란체스코 로시, 페터 바이글, 브누아 자코, 프리데릭 미테랑, 장 피에르 포넬, 괴츠 프리드리히, 오토 쉥크 감독의 필름들과 조우했다. 그리고 오페라 영화마다 세계적인 명지휘자와 오케스트라의 연주에 오페라 가수들의 노래와 열연도 더해졌다.


맥베스의 편지쓰기와 맥베스 부인의 편지 읽기는 변증법적 공모과정을 보여주며 음모와 권력에의 욕망에 사로잡힌 두 인물을 결합해 비극의 절정으로 끌고가는 촉매가 된다. 베르디는 주된 모티브를 연속 내지 반복된 음악을 사용해 비극적 긴장감을 유지한다. 클로드 다나 감독은 11세기 스코트랜드에서 벌어진 권력을 향한 끝없는 탐욕이 빚어낸 비극적 파멸을 어둡고 스산한 분위기에 실어 시각적 효과를 한층 더한다.(p.31)



저자에 따르면 음악과 극이 결합된 오페라는 처음에는 ‘막간극(intermezzo)’에서 나왔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오페라인 자코포 페리(Jacopo Peri, 1561-1633)의 〈다프네〉(Dafne, 1598)는 초기 오페라의 소재로 자주 등장하는 신화와 목가적 요소를 결합한 이러한 막간극의 전형적 모습을 잘 보여준다. 르네상스 정신의 산물로 나온 오페라는 일정한 후원자를 전제로 이를 애호하는 귀족이나 학자들을 위해 공연이 이루어지다 17세기 오페라 극장 수가 늘어나면서 시민들의 삶에 유입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때부터 오페라는 그 형식은 화려한 무대장치로, 그 내용은 음악과 대사의 합일 등을 추구하며 발전했다. 앞서 독자가 언급한 대로 비슷한 설명이다. 17세기에 시작되어 18세기 절정을 이룬 이탈리아 오페라는 프랑스, 독일 등 유럽 전역으로 퍼지며 오페라 세리아, 오페라 부파, 오페라 코미크, 징슈필, 그랜드 오페라, 베르스모 오페라 등의 다양한 장르로 분화되었다.

이 책은 모두 12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비극 8편(1부)과 희극 4편(2부) 등 모두 12편의 오페라 영화를 부(part) 구분없이 12장에 담았다. 책의 차례는 비극과 희극 필름 순으로 한 후, 각각은 오페라가 초연된 순으로 했다고 저자는 밝힌다. 1부는 비극 오페라 영화 8편으로 마녀들의 예언이 담긴 편지가 음모와 권력에의 탐욕에 사로잡힌 맥베스와 맥베스 부인, 두 인물을 비극의 절정으로 몰고가는 클로드 다나의 〈베르디의 맥베스〉(1987), 코르티잔인 비올레타의 이별 편지를 통해 19세기 프랑스 사회의 시대적 인습을 고발하는 프랑코 제피렐리의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1982), 로렌스 수사 편지의 배달사고로 ‘비운의 연인들(star-crossed lovers)’이 되어버린 바바라 스위트의 〈구노의 로미오와 줄리엣〉(2002)이 담겼다. 


"시간에 억류된 운명의 편지가 가져온 애달픈 사랑 이야기가 구노의 감미로우면서 비장한 매혹적 선율에 체코의 츠비코프성에서의 올로케이션 촬영으로 현장감을 더한 바바라 스위트 감독의 섬세한 연출로 로미오와 줄리엣을 한층 더 ‘비운의 연인들(star-crossed lovers)’로 만든다."


이어 위험하고 뜨거운 불가항력적 사랑과 질투에 눈이 먼 호세에게 전하는 미카엘라의 편지가 무력화되는 모습을 그리며 집시 카르멘의 무한한 자유에의 열정에 강렬함을 더한 프란체스코 로시의 〈비제의 카르멘〉(1984), 타치아나가 오네긴에게 보낸 격정적 연서, 그리고 그 이후 ‘엇갈린 사랑’이 가져온 오네긴의 후회와 절망을 한 편의 시처럼 그린 페터 바이글의 〈차이코프스키의 에브게니 오네긴〉(1988), 베르테르의 샤를로트를 향한 절절한 연모의 편지가 시적 드라마처럼 펼쳐지는 페터 바이글의 〈마스네의 베르테르〉(1985)이 눈에 띈다. 

이와 함께 나폴레옹의 마렝고 전투가 일어난 사흘 후 단 하루 동안에 벌어진 예상 밖의 사건에 휘말린 카바라도시가 처형대에 서기 전 마지막 편지를 쓰며 비탄한 심정으로 아리아를 부르는 모습을 담은 브누아 자코의 〈푸치니의 토스카〉(2001), 핑커톤이 샤플레스에게 보낸 편지를 초초상에게 읽어주는 장면에 흐르는 자포니즘 속 ‘상상된 이국성’이 담긴 프리데릭 미테랑의 〈푸치니의 나비부인〉(1995)이 독자들의 시선을 끌어 모은다.


음악평론가 조셉 커만은 핑커톤이 탄 배가 나가사키 항으로 점점 들어올 때 ‘어느 갠 날’ 아리아의 음악을 반복하는 2막 1장의 ‘편지의 이중창’ 장면에 대해 “효과를 치밀하게 계산한 반주 및 전조(轉調) 등으로 음악이 극의 스토리 전개의 원천을 만들어 가고 있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프리데릭 미테랑 감독은 고문서에서 발견된 1904년도 청일전쟁 당시 나가사키의 모습을 튀니지 해변에 거의 그대로 재현해 오페라 무대를 항구 너머 수평선 저 멀리까지 확장시키며 황금빛 선율로 흐르는 ‘자포니즘’ 속 ‘상상된 이국성’에 대한 극 중 몰입도를 극대화한다.(p.167~168)



2부는 희극 오페라 영화 4편으로 수잔나의 대필 편지가 대변하는 사회적 메시지와 그 서사적 파장을 다룬 장 피에르 포넬의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1976), 로지나의 편지쓰기 제스처에 나타난 18세기 계몽주의 시대의 ‘에스프리(esprit)’를 담은 장 피에르 포넬의 〈로시니의 세비야의 이발사〉(1972), 팔스타프의 양다리 연애편지가 드러낸 가부장 사회의 부조리와 여성들의 연대를 그린 괴츠 프리드리히의 〈베르디의 팔스타프〉(1979), 즈덴카의 ‘침실 속임수(bed trick)’ 편지가 가져온 소동 이면의 20세기 초 빈 상류사회의 위선을 보여준 오토 쉥크의 〈슈트라우스의 아라벨라〉(1977)를 담았다. 또한 12편의 오페라마다 각 줄거리와 그 탄생 배경, 원작인 문학과의 비교 및 오페라 영화 속 역사적 사건과 시대적 함의를 다루어 파편으로 드러나 있거나 또는 전혀 드러나 있지 않은 작품의 내·외적 맥락을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세비야의 이발사〉에서 로지나는 그녀의 인생과 재산을 제멋대로 좌우하는 의사 바르톨로에게 거의 감금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기지를 발휘해 자신이 원하는 것을 관철하는 당차고 매력적인 여성인 동시에 돈 많은 귀족이 자신을 농락하는 것을 경계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기를 원하는 낭만주의자이기도 하다. 특히 이러한 로지나의 모습은 극 중 편지쓰기 행동을 통해 잘 드러난다. 로시니는 이를 기발하고 재미있는 음악으로 표현해 유쾌한 오페라 부파로 탄생시켰다. 장 피에르 포넬 감독은 출연진들이 펼치는 혼연일체의 절묘한 앙상블을 발랄하면서도 정교하게 표현한다.(p.204)


저자 : 임복희


이화여자대학교 학부에서 행정학과 및 법학과를 졸업했고, 연세대학교 일반대학원에서 법학 석사 및 박사학위(Ph. D. in Law)를, 미국 코네티컷로스쿨(University of Conneticut School of Law)에서 LL.M을 취득했다.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객원교수 등을 역임했다. 연세대학교 등에서 법과 인문학을 주제로 연구 및 강의하며 영상물등급위원회 위원, 거제시 입법평가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오페라 애호가이자 영화칼럼니스트이다.

박사학위 논문은 「외국판결의 승인 및 집행법제의 개선방안에 관한 연구」(2011)이며, 최근 연구논문으로는 「한국 법원의 종교 성지공간에 대한 이해: 성지 공간을 둘러싼 종교 간 갈등에 관한 두 판례들을 중심으로」(종교문화비평, 통권 제44호, 2023) 등이 있다. 저서로는 『세상을 바꾼 영화 속 인권 이야기: 필름의 눈으로 읽는 법과 삶』(오디세이북스, 2024)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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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되살리는 남자 스토리콜렉터 120
데이비드 발다치 지음, 김지선 옮김 / 북로드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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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 책 『기억을 되살리는 남자』의 저자 데이비드 발다치는 이미 밀리언셀러 작가로 잘 알려진 명성 높은 중견 작가다. 특히 『기억을 되살리는 남자』는 저자 발디치의 〈데커 시리즈〉 일곱 번째 작품이다. 이 시리즈를 끌고 가는 주인공 '에이머스 데커'는 젊은 시절 프로 미식축구 선수로 뛰다가 머리를 다쳐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 왔다. 데커는 이 부상으로 뇌 구조가 바뀌어 감정을 느끼고 표현하는 법을 잃었다. 그러나 「과잉기억증후군」이라 불리는 이 병명 대신 아무것도 잊지 못하는 완벽한 기억력을 갖게 됐다. 이와 함께 공감각, 이를 테면 시신이 형광 파란색과 연동되는 특이한 증상도 지니게 됐다. 더 이상 미식축구를 하지 못하게 되었지만, 예사롭지 않은 병명의 특별한 능력으로 FBI 수사 자문 요원으로 새 삶을 살아간다. 

독자는 우선 생경한 단어 과잉기억증후군이라는 질환에 주목한다. 의학 공부를 해본 적이 없는 독자로서는 이 질환이 실재하는 것인지부터 궁금했다. 과잉기억증후군이란 병명은 처음 들어본 것 같다. 시사상식사전에 따르면 과잉기억증후군(hyperthymestic syndrome)은 학습 능력이나 암기력과는 관련 없이 자신에게 일어난 거의 모든 일을 기억하는 증상으로, 일종의 '기억장애'로 분류된다. 과잉기억증후군이란 결국 학습 능력이나 암기력과는 관련 없이 자신에게 일어난 거의 모든 일을 기억하는 증상을 말한다. 자신의 삶에서 겪은 모든 사건과 경험에 관한 기억을 과도하게 가지고 있는 상태로, 일종의 기억장애라고 의학계는 본다. 

이 병명이 새로 의하계에 받아들여진 지도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2006년 영국의 '질 프라이스'라는 여성이 최초로 과잉기억증후군 진단을 받았다. 프라이스는 14세가 된 어느 날부터 살아온 모든 날을 기억했다. 제임스 맥거프 미국 캘리포니아 어바인대 교수팀은 2006년 뇌과학 분야 학술지인 〈뉴로케이스〉에 질 프라이스의 사례를 연구한 결과를 게재하면서 「과잉기억증후군」 이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사용했다. 이에 따르면 프라이스는 학습·암기력 등 다른 인지 능력은 보통 수준이었으나, 일반인들이 과거의 기억을 뇌의 우전두엽에 저장하는데 반해 그녀는 우전두엽과 좌전두엽 모두에 저장하는 특징을 보였다고 한다. 

사건·사고 등을 통해 외부로부터 강력한 충격을 받아 뇌 저장장치에 이상을 보여 전혀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기억상실증후군(amnestic syndrome)은 우리들이 잘 알고 있다, 실제로 이런 환자가 자주 발생하는 데 비해 과잉기억증후군은 반대의 현상을 보인다는 점에서 특이하다. 기억상실증후군은 전반적인 지적 능력은 비교적 정상 범위에서 유지되는 반면에 다양한 의학적 원인 또는 심리적 요인에 의해 현저한 기억력 손상을 보인다. 이로 인해 직업적, 사회적 기능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하는 증후군이라고 알려져 있다.



이 소설의 주인공 데커는 살인사건을 수사하는 FBI 자문으로서 강점이자 특별한 능력을 가졌지만, 자주 데커에게 치명적인 저주가 되기도 한다. 지울 수 없는 아픈 기억을 여전히 과거와 똑같은 정도의 끔찍함으로 되살아나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는 '망각'에 대한 두려움을 본능적으로 갖고 있다. 상상력과 호기심으로 학습 효과를 극대화해 습득한 지식을 어느 날 잃어버린다면 주위 모든 것, 모든 사람이 두려움의 대상이 될 터이다. 이 두려움은 본능적 두려움이다. 죽을 고생을 해 얻은 지식은 대부분 삶에 도움이 되도록 사용하는데 기억저장 장치에서 이상이 생겨 기억을 송두리째 잃어버린다면 지금까지 얻은 지식과 시간이 모두 헛것이 되기 때문이다. 그리스 신화에서 판도라가 제우스의 명령을 어기고 상자를 열 때 모든 나쁜 것이 다 튀어 나가고, 황급히 뚜껑을 덮었을 때 마지막 남아 있는 것이 '희망'이었다. 이것 때문에 인간이 살 수 있다고 신화학자들은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희망 고문'이라는 신조어가 생긴 이후 남아 있던 것은 '희망'이 아니라 '망각'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사회 풍자성 비유지만 망각이 없으면 사람이 살 수 없다는 의미에서 중요성을 강조한 것처럼 들리기도 한다. 사람은 살면서 희로애락애오욕의 모든 감정을 겪는데 고통스러운 일과 슬픈 일을 잊지 못한다면 그야말로 기억이 저주가 될 것이다. 이 기억에서 헤어나오지 못한다면 사람이 살 수 없다는 이야기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꽤 '일리 있는' 이야기다. 

이 소설의 데커도 돌이킬 수 없는 몸과 마음의 상처를 지닌 채 살아간다. 키가 2미터에 육박하는 건장한 체격보다 남다른 특수한 기억력이 FBI에 자문역으로 살아가는 원동력이 되지만 데커는 '기억력의 저주'로 지울 수 없는 아픈 기억, 고통의 기억 등이 되살아나면 끔찍하리만큼 괴롭다. 남다른 기억력이 삶의 '저주'가 되는 순간이다. 이 남성의 단호하고도 숨가쁜 FBI 활약상을 따라가는 〈데커 시리즈〉는 2015년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를 처음 발표된 이래 전 세계 수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과잉기억증후군이라는 독특한 소재, 그런 소재에도 잠식되지 않는 강렬하고 입체적인 주인공, 냉혹하고 교묘하기 짝이 없는 살인마와의 아슬아슬한 두뇌 싸움 덕분에 시리즈 첫 번째 책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는 미국 최대 서평사이트 굿리즈에 4만 건의 리뷰가 올라올 정도로 신드롬적인 인기를 누렸다고 한다. 또 2015년 아마존의 모든 베스트셀러 중 최고의 베스트셀러로 선정되기도 했다는 것이 출판사 측 소개다. 이후 『사선을 걷는 남자』, 『진실에 갇힌 남자』, 『괴물이라 불린 남자』 등 6권의 시리즈에 이어 이번 출판된 『기억을 되살리는 남자』가 일곱 번째 저작이다.


이 『기억을 되살리는 남자』에서 오랜 친구가 조기 치매로 기억이 사라져가는 것을 괴로워하다 자살을 결행하는 것을 데커가 전화기 너머에서 마주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데커는 친구의 자살을 막지 못한 자책과 더불어 시카고 인지연구소로부터 날아든, 자신의 뇌에 새로운 이상 변화가 감지됐다는 소식을 듣는다. 마침 그를 남부 플로리다로 출동하게 한 새로운 살인사건은 한 공간에서 일어난 두 가지 살인사건이다. 도처에 수수께끼가 널려 있는 겹겹의 미로다. 데커가 최고의 기량을 발휘해야 할 사건임에도 모든 관심과 신경이 분산된 상태일뿐만 아니라 수사 파트너도 데커가 모르는 새 바뀌어 있다.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 '망각 없는 사람' 최대의 위기인 이 상황을 데커는 어떻게 돌파할까? 

수년 전 가족의 시신 앞에서 스스로 자살의 문턱까지 갔던 순간을 떠올리는 가운데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내면의 질문을 던지면서도 살인사건 해결과 진실 규명이란 사명을 위해 뚜벅뚜벅 냉철하게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은 그의 기나긴 애도기와 치유 과정과 맞물려 독자들로 하여금 깊은 감동을 끌어낸다. 이번 책에서 새 파트너로 등장하는 흑인 싱글맘 프레더리카 화이트와 티격태격하면서도 서로를 점점 이해하고 의지하게 되는 장면들도 인종 차별로 미국 사회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어처럼 저자의 탁월한 이야기는 조작, 협박, 위장, 비밀, 오래된 스캔들 등으로 복잡한 미로와 수많은 인물 관계도가 대단히 촘촘하게 직조된 미스터리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억을 되살리는 남자』는 시리즈 첫 작품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를 이미 기억하는 독자에게도, 새롭게 읽는 독자에게도 데이비드 발다치의 진면목을 확인시켜줄 것으로 기대된다. 한밤중 갑작스럽게 걸려온 전화기 너머로 옛 동료의 자살 소리을 듣게 된 데커. 데커는 저지하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뇌 이상 소식을 안은 채 살인 사건이 벌어진 플로리다로 향한다. 적이 많아보이는 연방 판사와 그녀의 경호원이 잔혹하게 살해된 현장을 본 데커는 기억 초능력을 총동원해 진실을 쫓지만, 이 사건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일지도 모른다.

걸려 온 전화는 오래전 수사 파트너였던 메리 랭커스터에게서 왔다. 조기 치매 진단을 받았던 그녀는 자신에게 딸이 있다는 사실을 잠시 까맣게 잊었다며, 데커가 이 모든 내용을 전화기 너머로 직접 듣는 가운데 총으로 자살하고 만다. 메리의 자살을 막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젖은 채 장례식에 다녀온 뒤, 데커는 인지연구소로부터 뇌에 새로운 이상 변화가 감지되었다는 검사 결과를 받는다. 두 아이를 키우는 흑인 싱글맘 프레더리카 화이트가 새 파트너로 등장한다.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메리의 자살 장면, 수년 전 살해된 딸과 아내를 따라 목숨을 끊으려 했으나 끝내 방아쇠를 당기지 못했던 자신의 과거, 뇌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에 대한 불안감에 잠길 새도 없이 FBI에서 새로운 임무가 날아든다.


플로리다에서 연방 판사와 그녀의 경호원이 동시에 살해된 사건에 데커는 파견되었다. 경호원은 판사의 집 서재에서 총 두 발을 맞아 죽었고, 판사는 위층 침실에서 칼에 최소 열 번 이상 찔려 살해되다. 판사의 시신 위에는 「레스 입사 로키토르(Res ipsa loquitor, 사실추정의 원칙)」라 쓰인 카드가 놓여 있고 눈은 검은 안대로 가려져 있되 앞을 볼 수 있게 구멍이 뚫려 있다. 처음엔 불공정한 판결에 불만을 가진 상투적인 복수극에 경호원이 희생된 것으로 보였으나 주변 상황을 파고들수록 단순한 사건이 아님이 드러난다. 게다가 남쪽 주에서 일어난 사건에 워싱턴 요원들인 그들이 파견된 이유도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고, 심지어 수사 중이던 플로리다의 FBI 요원 앤드루스는 그들이 온다는 소식을 듣지도 못했다. 

가장 먼저 용의선상에 오른 전 남편은 살인 추정 시각에 자기 집에서 사업상 줌 미팅 중이었다는 것을 아들이 확인해주었다. 곧잘 술에 취해 있는 아버지보다 더 의젓하게 구는 열일곱 살 아들은 고교 미식축구 선수여서 데커에게 과거의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 살해된 경호원의 목구멍에서 슬로바키아의 옛 지폐 다발이 쑤셔져 있는 것이 발견된다. 이것으로 판사가 아닌 경호원이 진짜 타깃이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데커 일행은 경호원이 소속된 보안업체인 「감마 프로텍션 서비스」를 방문한다. 이 업체 대표의 아버지이자 창립자가 슬로바키아 이민자라는 사실에 주목해, 더 자세한 조사를 하려 해도 기밀 보호를 이유로 쉽사리 진척되지 않는다. 살해된 경호원을 담당했다는 여성 상사는 불려오자마자 기절해 병원으로 옮겨진다. 설상가상으로 요원들이 병실에 도착하기 전에 경찰을 사칭한 이들이 그녀를 어디론가 데려가 버렸다. 판사가 일하던 법정을 방문해 조사한 결과 최근 판사는 신변 위협에 대한 보호를 요청한 적이 없고 「감마」에 서비스를 신청한 적도 없다. 병가를 낸 비서도 그새 사라졌다.

잠재적 유력 증인들이 실종되면서 사건 해결은 오리무중이다. 이런 와중에 데커는 메리의 자살과 자신을 연관시키는 온갖 생각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인지연구소의 검사 결과도 시시각각 불안감을 더한다. 자신의 최고 기량을 발휘해야만 할 복잡한 사건임에도 어떤 면에서 데커는 사건 해결에 조금도 관심이 없는 자신의 일부를 처음으로 발견한다. 파트너 화이트도 데커의 불안정한 낌새를 눈치채고, 그의 일반적이지 않은 협업 방식을 정면으로 비난한다. 유색인종에 여성이라는 불리한 조건을 딛고 FBI 조직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해온 그녀는 데커든 누구든 자신의 경력을 무너뜨릴지 모르는 상황을 극도로 경계한다. 


아버지와 어린 아들을 흑인 사회의 폭력성 탓에 잃어버린 화이트는 오래전부터 남몰래 공황장애에 시달리고 있다. 그 증상은 그녀를 늘 지지하면서 아이들을 대신 돌봐주는 어머니조차 알지 못한다. 데커는 옛 동료 재미슨과 통화하고서 위로와 응원을 받은 뒤 자신의 기억 클라우드를 제대로 가동시켜 본다. 살인 현장을 다시 조사해본 데커는 판사와 경호원이 고용관계가 아니라 연인이었을지 모른다고 추측한다. 또한 두 살인이 각각 다른 살인자에 의해 벌어지지 않았을까 의심하기 시작한다. 「감마 프로텍션 서비스」 대표가 창립자인 자기 아버지가 3년 전 바다에서 실종되었고 그것이 슬로바키아 지폐와 관련 있을 것 같다며 아버지의 종적을 조사하기 위한 자료들을 데커에게 넘긴다. 천천히, 속속 드러나는 전 세기의 비밀과 협박, 그리고 스캔들. 데커의 기억 초능력이 모든 이미지를 제자리에 들어맞게 재배치한 순간 밝혀지는 사소하고도 놀라운 진실들. 마치 게임의 ‘출발점’으로 온 것 같은 기분, 그러나 이것은 또 다른 게임의 ‘중간 지점’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데커와 화이트가 이 남쪽의 부유한 해변 도시에 파견된 진짜 이유도 밝혀질까? 과거의 긴 그림자는 이 사건에, 또 데커의 미래에 무엇을 가져올까?


“죽기 전에 섹스를 했나요?” 데커가 물었다.

“네. 제가 확인했어요. 범죄현장에서 만났을 때 말씀드렸듯, 나중에 확인했죠. 하지만 사실 제가 찾으려 했던 건 폭행의 흔적이었어요. 아무래도 살해당한 상황이니까요. 전신을 살펴봤어요. 팔, 다리, 그리고 목을 손으로 눌러서 생긴 멍, 특히 가슴에서 빨거나 물어뜯은 흔적, 안구와 구개의 점상출혈, 입술 안쪽과 귀 뒤의 멍 등, 일반적으로 성폭행의 영향을 받는 모든 부위를 확인했죠. 면봉과 폴리 카테터를 이용해 질 내부도 확인했고요. 그 부위는 물리적, 해부학적 구조 때문에 폭행 흔적을 탐지하기가 쉽지 않아서, 질 확대경과 자외선도 사용해 검사했어요. 그 모든 검사 결과 성폭행 가능성은 낮아 보였죠.”

“그래서, 명확한 성폭행 흔적을 찾아내지 못했기 때문에 그 방면으로는 거기서 중단했다는 겁니까?”

“맞아요. 전 폭행이 없었다는 걸 섹스가 없었다는 뜻으로 해석했어요.” 제이컵스가 민망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섣불리 그런 결론을 내리지 말았어야 했어요. 하지만 피해자의 폭력적인 죽음 때문에 제가 영향을 받은 것 같아요. 합의된 섹스가 그런 식으로 끝나는 경우는 절대 없으니까요. 적어도 저는 못 봤어요.”(pp.180-181)


데커의 과잉 기억 증후군은 형사에게는 엄청나게 유용한 도구였지만 때로는 무거운 짐이기도 했다. 전 세계에 그 증상으로 진단받은 사람이 100명도 안 된다는데, 그중 하나가 된 것이 썩 달가운 일은 아니었다.

과잉 기억 증후군을 가진 사람들은 개인적 사건이나 과거의 기억 같은, 대체로 자전적인 것들을 주로 기억했다. 가차 없는 기억의 물줄기 때문에 그 사람들은 과거에 머물러 살기 쉬웠다. 데커 역시 어느 정도는 분명히 그랬지만, 다른 점이 있었다. 데커가 듣거나 보거나 읽은 거의 모든 것은 영구적으로 머릿속에 입력됐고. 원하면 아무 때고 불러낼 수 있었다.(p.53)


저자 : 데이비드 발다치(David Baldacci) 


1960년 미국 버지니아주 리치먼드에서 태어났다. 버지니아 대학교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워싱턴에서 9년 동안 변호사로 일하다가 1996년, 3년에 걸쳐 틈틈이 쓴 소설 『앱솔루트 파워Absolute Power』를 처음으로 세상에 내놓았다. 이듬해 클린스 이스트우드가 직접 감독과 주연을 맡아 동명의 영화로 제작하여 박스오피스 1위에 올리기도 한 이 작품은, 출간과 동시에 베스트셀러가 됨으로써 화려한 데뷔를 넘어 장차 스릴러의 거장이 될 발다치의 운명을 전 세계에 내비쳤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발다치는 이후 27년간 무려 50편에 가까운 스릴러와 미스터리를 써냈고, 이렇게 출간한 소설들은 모두 베스트셀러가 되었으며 그중 몇몇 작품은 영화와 TV 시리즈로 영상화되기도 했다. 현재까지도 왕성한 집필 활동을 하고 있는 그가 매년 선보이는 신작들은 출간되는 족족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에 올라 오래도록 상위권을 지키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의 소설들은 80개국에서 45개 이상의 언어로 출간돼 전 세계에서 1억 5천만 부가 판매되었다.

발다치는 국제스릴러작가협회상과 ‘반스앤드노블’ 최고의 작가상을 수상한 것은 물론 ‘국제 범죄소설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리기도 한, 명실상부한 스릴러계 최고 거장이다. 대표작으로는 ‘데커’ 시리즈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 『괴물이라 불린 남자』, 『죽음을 선택한 남자』, 『폴른: 저주받은 자들의 도시』, 『진실에 갇힌 남자』, 『사선을 걷는 남자Walk the Wire』, 『롱 섀도Long Shadows』가 있으며, 이 밖에도 『심플리 라이즈Simply Lies』 등이 있다. 발다치의 신작 『6시 20분의 남자』는 ‘트래비스 디바인’이라는 미 육군 특수부대 출신의 월가 샐러리맨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로, 출간 즉시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으며 이후 11주간 연속 최상위권 유지라는 경탄스러운 성과를 이루었다. 이 성공으로 인해, 이제는 중견 작가가 된 발다치가 아직도 가장 뜨거운 화제의 작품을 발표하는 ‘현역의 거장’이라는 것이 다시 한번 증명되었음은 물론 후속작 『칼날The Edge』의 출간을 예고함으로써 발다치의 새로운 대표 프랜차이즈인 ‘6시 20분 남자’ 시리즈가 탄생하게 되었다.


역자 : 김지선


서강대학교에서 영어영문학을 전공하고 출판사 편집자를 거쳐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위대하고 찬란한 고대 로마』, 『품위 있고 매혹적인 고대 이집트』, 『대담하고 역동적인 바이킹』, 『기사도와 테러리즘』, 『런웨이 위의 자본주의』, 『페미니스트 유토피아』, 『북유럽 문화사』와 『살인자의 사랑법』, 『애프터 쉬즈 곤』, 『출구는 없다』, 『폴른: 저주받은 자들의 도시, 등 다양한 서스펜스 소설과 더불어 『엠마』, 『오만과 편견』 등의 고전소설을 한국어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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