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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 위의 권력, 미식 경제학 - 음식이 바꾼 부와 권력의 결정적 순간들
쑤친 지음, 김가경 옮김 / 이든서재 / 2025년 6월
평점 :

<북유럽 서평 카페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음식은 생명의 존속과 번영을 위해 모든 생명체에겐 필수적이다. 유사 이래 근현대에 들어오기 전까지 인류는 '음식 부족'이라는 커다란 적을 만났다. 특히 고대에는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 부유한 곳을 침략하거나 전쟁도 불사하는 등 생존 투쟁의 성격이 강할 지경이다. 과학 발전으로 먹거리가 풍부해지고, 또 먹거리 걱정이 없으니 문화 발전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 문명 발달에 기여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이 책 『식탁 위의 권력, 미식 경제학』은 인류가 더 나은 음식을 먹기 위해 문명을 발전시켜 왔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저자 쑤친은 "음식은 단순한 생존 수단이 아니고, 인간의 감정, 윤리, 사상, 정치, 경제까지 모두 녹아 있다고 말한다. 먹기 위해 인간은 두 발로 일어서고, 땅을 개척하고, 이동하고, 때로는 전쟁까지 불사했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역사의 결정적 순간마다 음식은 늘 그 중심에 있었다고 설명한다. 저자 쑤친은 깊이 있는 미식가이자 경제학 탐구자이다. 베이징대학교에서 금융학을 전공하고, 15년간 금융 투자 분야에서 활약하며 자산관리 규모 최대 1조 위안을 달성했다. 단순한 경제학자가 아니라고 자신을 소개하고 있다. '단순한'이 아닌 이유로는 저자가 ‘동파육’이라는 음식의 유래가 된 중국 북송 시대의 시인이자 미식가 소동파의 후손이라는 점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자신은 ‘한 끼의 위대함’을 아는 진정한 미식가라고도 밝힌다. 표제어 밑에 「음식이 바꾼 부와 권력의 결정적 순간들」이라는 부제를 갖고 있는 이 책은 음식과 식욕이 우리 인류의 역사를 어떻게 바꿔 왔는지를 살펴본다. "세계사의 중요한 순간, 언제나 권력의 최우선에 음식이 있었다"는 문장은 집필 취지를 잘 설명해주고 있다. 중국은 세계 1위의 '미식의 나라'라고 한다. 많은 인구와 오랜 역사를 거쳐오면서 음식의 종류는 물론 더 좋은 맛을 내는 방법, 재료의 특성을 최대한 살리는 먹음직한 요리 개발 등으로 '요리 1위 나라'로서의 기반을 탄탄하게 다져 온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일 터다.
55만 년 전, 베이징 저우커우뎬(周口店)의 베이징 원인 한 무리가 사냥을 나갔다가 천둥과 번개로 인해 나무가 쪼개지면서 발생한 산불을 발견하게 된다. 이때 제때 도망치지 못한 많은 동물이 불에 타 죽는 참혹한 상황이 벌어졌다. 바로 이때 인류의 식탐이 터지고 말았다. 동물들이 모두 도망가는 바람에 빈손으로 돌아가야 할 위기의 상황에 고심하던 배고픈 사냥꾼 무리는 벼락을 맞아 시커멓게 타버린 동물들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지금껏 한 번도 맡아보지 못한 육류의 향에 매료되어 버렸다.(p.41)

이 책은 모두 6장(章)으로 이뤄져 있다. 1장 〈진화의 선택〉, 2장 〈수요와 공급의 힘〉, 3장 〈High risk High return〉, 4장 〈화폐 전쟁〉, 5장 〈은이 촉발한 디플레이션 위기〉, 6장 〈감자와 산업혁명〉 등이다. 「씹고 뜯고 맛보는 먹보 인류의 미식 여행」이라는 제목의 〈서문〉에서 저자는 전국시대 고자(告子)는 '식욕과 성욕은 타고난 본성'이라는 단 한마디의 말로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를 설명했다고 전한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식욕이 성욕 앞에 놓여 있다'는 점을 주목한다. 본디 '식욕'은 인간의 여러 욕망 중 억누를 수 없는 가장 강한 본능이기 때문이라고 풀이한다.
〈서문〉에 따르면 태초에 '식량'을 구하기 위한 인간의 행위는 인류 진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고, 인간과 동물을 구분 짓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식량에 대한 인간의 열망은 무의식적으로 인류가 일어서서 걷도록 만들었으며, 음식을 조리하기 위해 불을 사용하게 되면서 인류 최초 기술의 발전을 이루게 되었다. 또한 음식을 더 많이 저장하려는 열망은 인간으로 하여금 농업 혁명을 일으키게 했다. 최선을 다해 먹거리를 지켜내기 위하여 인간은 언어와 문자를 탄생시켰으며, 여기서 더 나아가 '재산권'이라는 개념을 만들언 내고 심지어 전쟁을 일으키기도 했다.
저자는 공자의 말도 한마디 보탠다. "공자가 음식을 대할 때 미학적이고 정교해야 한다고 말한 것은 매일 먹는 끼니에도 정성을 다하는 삶의 태도를 표현한 것"(p.10)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의 제자 맹자는 "물고기도 내가 얻고자 하는 바이고, 곰 발바닥 또한 내가 얻고자 하는 바이지만, 두 가지를 함께 얻을 수 없다면 물고기를 포기하고 곰 발 바닥을 취할 것이다.(魚,我所欲也 ; 熊掌, 亦我所欲也)"라고 했다. 이는 "생(生) 또한 내가 바라는 바이고, 의(義) 또한 내가 바라는 바지만, 두가지를 함게 얻을 수 없다면 생을 버리고 의를 취할 것이다."라는 말로 '의'를 당시 귀한 식재료인 곰 발바닥에 비유해 그 중요성을 강조했다. 요컨대 맹자는 어떤 상황에서는 자기 목숨보다 의리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이런 비유를 든 것 같다."라고 풀이하고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우리가 매일 접하는 음식이 어떻게 인간을 ‘직립보행’으로 이끌었으며, 문명을 개척하고 세계의 산업을 발전시키고 시장을 움직이며, 역사를 바꾸었는지 때론 짜릿하게, 때론 달콤하게 풀어낸다. 맛있는 역사, 화끈한 지식, 감칠맛 나는 음식의 이야기를 인류 번영의 역사와 함께 다루고 있다. 이에 따라 경제도 음식처럼 흥미롭고 맛있게 배울 수 있다고 강조한다. 벼락과 천둥이 인류의 식탐에 불을 지피고, 후추 한 알이 무역 전쟁을 일으키며, 감자 한 덩이가 인류를 구조하는 이야기들이 끊임없이 식탁 위를 종횡무진한다. 저자는 이런 흥미로운 사례들을 통해 우리를 맛있는 경제학의 세계로 안내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는 점을 주저없이 밝히고 있다. 음식과 경제의 절묘한 조합, 그리고 인류의 식욕이 만들어 낸 경제 흐름을 알고 싶다면 이 책을 한 장씩 읽어내려가면 된다. 경제의 시선으로 살핀 음식의 세계사를 담은 이 책을 펼치는 순간, 앞으로 식탁 위의 식자재들은 더 이상 평범한 하나의 재료가 아닌, 세계를 군림한 위대한 권력으로 보일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는 흔히 역사적 순간을 위대한 전쟁, 혁신적인 발명, 정치적 결정으로 기억하지만, 사실 그 모든 순간에는 ‘먹보 인류’가 있었다고 저자는 역설한다. 맛있는 음식을 향한 인간의 끊임없는 열망이야말로 인류 역사를 움직인 숨은 원동력 중 하나라는 주장이다. 이 책을 펼치면 문화와 역사, 경제 논리가 촘촘하게 연결된 흥미로운 음식 이야기가 가득하다. 앞서 ‘먹보 인류’는 단순한 식탐자가 아닌, 때로는 문명을 발전시키고, 경제를 뒤흔들며, 심지어 전쟁까지 좌우했다. 인간이 수많은 동물 중에서 특별한 존재가 된 것 역시 더 맛있는 것을 찾아 끝없이 탐구하고, 이를 위해 무역로를 개척하고, 새로운 요리를 개발하며, 때론 혁명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먹고 마시는 것은 단순한 생존을 넘어 우리의 생활방식과 사회 구조, 경제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음식이 없었다면 대항해 시대도, 산업혁명도, 심지어 미국의 독립 전쟁도 지금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을 것이다.
이 책은 앞서 〈서문〉 제목으로 언급한 ‘먹보 인류’가 어떻게 세상을 변화시켜 왔는지를 경제학적 관점에서 분석하며,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지나치는 음식 속에 얼마나 많은 역사와 경제 논리가 숨어 있는지 흥미롭게 제시한다.

경제학은 변화의 법칙을 설명하는 도구다. 이 책을 통해 음식과 경제가 어떻게 연결되는지 깨닫고, 나아가 경제적 사고방식을 길러 더 현명한 선택을 하는 법까지 배워보자. 어쩌면 경제학과 미식사(美食史)를 함께 아우르는 이 책을 통해 지식 욕구는 물론 미식에 대한 영감도 얻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이 세계사를 뒤흔들었다면 쉽게 믿을 독자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지금도 지구촌 일부에서는 굶어 죽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로 불평등한 지구촌이 되어 버렸지만, 예전에는 수확이 부족해 먹을 것이 없던 시절이라 전쟁까지 불사한다는 이야기는 설득력이 있지만, 다른 어떤 일이 인류 역사를 뒤흔들 만한 것이 있었는지 귀를 기울이면 이 책에 대한 믿음은 물론 세계 역사의 흐름을 먹거리가 주도했다는 사실도 이해될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제1장에서 인류가 먹거리를 찾아 한없이 떠돌던 시기를 지나 약 1만 2,000년 전,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해 전 세계 인류의 숫자가 300만 명을 넘어선 때를 저자는 주목한다. 책에 따르면 원시적인 수렵과 채집 방식은 불어난 인구의 식량 수요를 충족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먹고살기 위해서는 더 빨리, 더 멀리 이동해야 하며 이주 빈도 역시 더 잦아야 했다. 그러나 거주지를 자주 이동하는 것은 힘들고 위험천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변화무쌍한 기후변동이나 이동 중 맹수의 출몰로 많은 사람이 길 위에서 목숨을 잃었다. 적절한 거주지를 제때 찾을 수 있을지조차 장담할 수 없었다. 또 먹거리가 충분한 지역을 오랫동안 찾지 못하면 한 무리의 부족이 단체로 굶어 죽는 일도 빈번했다. 간혹 인간과 자연에 관련된 다큐멘터리를 보게 된다면 당시의 고된 이주 과정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먹고사는 문제에서 이주하는 것 외에 인류가 평온을 누릴 수 있는 좋은 방법은 없었을까? 당연히 방법을 찾았기에 현재 우리가 존재하는 것이다. 답은 '정착'이다.(p.50) 9,000년 전쯤 인류는 전환점을 맞이한다. 이주 생활로 고통받던 사람들은 갑자기이동을 멈추고 한곳에 정착하기로 한다. 육류와 식량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수급을 위해 동물을 길들이고 식물을 재배하기 시작한 것이다.

후추 한 알이 위대한 지리적 발견을 촉진하고, 사탕수수가 노예제를 만들었으며, 감자가 산업혁명을 가속했다는 사실은 놀랍고도 잘 알려진 이야기다. 심지어 두 강대국이 ‘대구’라는 생선을 두고 전쟁을 벌일 뻔했다는 사실도 있었다. 인간이 직립보행을 하게 된 이유도, 문명을 이루고 국가를 형성한 이유도 보다 맛있는 음식을 누구보다 빨리 차지하기 위한 결과였다고 자자는 주장한다. 바로 식탁 위의 절대 권력인 음식이 어떤 위대한 힘으로 인류를 이끌었는지 그 고단하고 장대한 과정을 담은 미식 교양서로서 이 책은 충분하다는 게 독자의 판단이다. 우리가 흔히 지나쳤던 음식의 역사적·경제적 의미를 흥미롭게 풀어내며, 먹보 인류가 어떻게 세계를 변화시켜 왔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제2장 세 번째 글 「향신료 시장의 서막-‘먹보 인류’의 무서운 식욕」에서 유럽 최고의 사치품이 된 향신료 '후추'에 대해 이야기한다. 책에 따르면 유럽 귀족들은 후추를 다른 향신료와 적절히 배합하여 장기간 복용하면 남녀 관계에서 놀라운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믿었다. 사치와 정신적 공허함으로 몸과 마음이 피폐해진 유럽 남성들에게 이것은 회춘의 영약이었다. 향신료는 강력한 심리적 위안을 제공하며 점점 더 많은 사람을 자신의 추종자로 사로잡았다. 당시 전염병이 창궐한 유럽에서는 많은 사람이 후추에 전염병을 예방하는 신기한 효능이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전염병을 예방하고 노화를 지연시키기 위해 향신료가 든 향료 상자를 몸에 지니고 다니는 것이 유행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혹세무민의 이상한 소문은 후추와 같은 향신료에 대한 유럽 수요를 더욱 자극했다. 수요 증가로 가격은 더욱 상승했고, 죽음을 두려워하는 부자들은 맹목적으로 향신료를 비축하기 시작했다. 설상가상으로 물건은 비쌀수록 소비자의 부와 지위를 과시할 수 잇다. 이것이 사치품과 희소품이 소유자에게 가져다주는 정신적 기쁨이며, 수백 년 동안 변하지 않은 사치품의 오랜 논리이기도 하다.(p.91~92)

사람들은 언제나 더 맛있는 것을 찾고, 더 많은 것을 가지려 했으며, 그 과정에서 경제와 사회는 끊임없이 변화해 왔다. 결국 우리가 좋아하는 음식 한 조각에도 경제학적 논리가 숨어 있고, 이 책은 그 퍼즐을 맞추는 역할을 한다. 미식이 단순한 취향이 아닌 세상을 바꾸는 힘이었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 책을 펼치면 ‘먹보 인류’의 식욕이 써 내려온 격변의 세계사가 펼쳐진다.
무엇보다 유럽인들은 그토록 신봉하는 『성경』에 감자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것을 발견하고는 일부 사람은 이 기괴하기 짝이 없는 작물이 틀림없이 지옥에서 왔다고 믿게 되었다. 민간에서는 감자를 먹으면 매독, 돌연사, 성적 광기가 일어난다는 소문이 돌았고, 이에 유럽인들은 오랫동안 감자를 거부해 왔다. 아메리카 대륙에서는 기아에 허덕인 페루인들을 구한 영웅 대접을 받던 감자가 유럽에서는 지옥에서 온 악마의 식물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감자의 생명은 끝이 난 것일까? 현재 전 세계인들이 감자를 섭취하고 있으니 이는 당연히 당연히 아닐 것이다. 이때 감자의 운명을 뒤집은 것은 바로 ‘전쟁’이었다.(p.244)
저자 : 쑤친(苏秦)
깊이 있는 미식가이자 경제학 탐구자. 베이징대학교에서 금융학을 전공하고, 15년간 금융 투자 분야에서 활약하며 자산관리 규모 최대 1조 위안을 달성했다. 그의 투자 분야는 디지털 뉴미디어 산업, 물류, 인공지능, 농업 등을 포함한다. 현재 퀀텀이코노미 금융경제연구원 원장으로, 7,500만 명이 참여한 금융·경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2010년에는 맥킨 글로벌 비즈니스 대회 우수상을 수상했다. 경제 지식을 흥미로운 방식으로 설명하는 데 관심이 많다. 그는 역사적 미식가 소동파의 후예로서, 이 책을 통해 음식과 경제의 흥미로운 연결고리를 풀어낸다. 우리가 먹는 것이 어떻게 세계 경제를 움직이는지 새로운 시각으로 조명한다. 주요 저서로 『초보 경제학』이 있다.
역자 : 김가경
덕성여자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중국 북경어언문화대학에서 수학했다. 국방대학교 국방사업관리학 석사를 취득하였으며 현재 대한민국 공군 소령으로 공군 본부에서 복무 중이다. 번역 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에서 출판기획 및 중국어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역서로는 『거침없이 빠져드는 역사 이야기 건축편』, 『사자는 쥐와 겨루지 않는다』, 『마음을 풍요롭게 하는 100가지 이야기』 등 다수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