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사람들 - 보이지 않는 곳에서 청와대를 받치는 사람들의 이야기
강승지 지음 / 페이지2(page2)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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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의 정권을 지나고, 스물다섯 번 계절이 바뀌었다. 이 책은 한 사람이 기억하는 청와대의 풍경과 사람들의 이야기다. 이곳에는 권력의 심장부로 대한민국의 영광과 오욕의 세월을 함께한 사람들이 있다. 직원들의 하루는 어떻게 보냈을까. 생생한 이야기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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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사람들 - 보이지 않는 곳에서 청와대를 받치는 사람들의 이야기
강승지 지음 / 페이지2(page2)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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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어스 서평 카페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이 책 『청와대 사람들』은 특별한 공간에서 보낸, 아주 보통의 날들에 대한 기록이다. 청와대는 보안상 인터넷과 카메라가 없는 2G 업무 폰을 써야 한다거나, 대통령 이름으로 된 연하장을 받는 것처럼 특별한 일기도 하다. 저자 강승지는 눈치 싸움와 조용한 동료애, 그리고 위로가 되는 점심시간처럼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을 평범한 직장인의 하루를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는 청와대에서 7년 넘게 근무했다고 한다. 정권이 세 번 바뀌는 동안 자리를 지키며, ‘무대 뒤의 사람들’을 매일 마주했다. 그리고 그 일상의 단면들을 기록해 두었다. 이 책 『청와대 사람들』은 정치의 무게 대신, ‘사람 냄새 나는 청와대’의 하루를 담은 따뜻하고 생생한 이야기다.

청와대는 단순한 ‘국가의 상징’이 아니다. 정치, 외교, 경호, 의전, 기록, 조경, 행사, 보안, 통신 등 수많은 기능이 복합적으로 작동하는 거대한 시스템이며, 그 안에는 이름 없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 누군가를 대신 빛나게 하고, 누군가의 뒤에서 균형을 맞추고, 누구도 주목하지 않는 곳에서 청와대를 만드는 사람들. 이 책은 그들에 대한 이야기다.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국정을 살피고 휴식과 잠을 자는 것도 청와대 안에서 모두 해결한다. 국가의 가장 중요한 업무를 책임지고 있는 대한민국 대통령은 청와대 밖으로 나다니는 것이 극도로 제한된다. 우선 보안 문제가 가장 크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움직이는 일은 수많은 경호원들이 따라 붙여서 경호 업무를 해야 하도록 법으로도 규정돼 있다. 자칫 경호가 시민들의 삶에 불편을 주기 때문이라는 말도 있지만, 보안 문제가 가장 중요한 요인일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맞을 듯하다. 

아무튼 청와대는 독자가 아직 한 번도 못 가본 곳이다. 과거에는 들어갈 일도, 들어갈 수도 없는 곳이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개방된 이후에는 청와대 내부가 궁금했다면 언제든 갈 수도 있었다. 그러나 국정을 담당하고 그를 돕는 사람들이 없는 청와대는 독자에게 그다지 큰 의미로 다가오지 않았다. 산책 겸이라면 근처에 그보다 좋은 공원도 많다.


이 책은 청와대 개방 이전의 시간을 담은 1부와 개방 이후의 변화를 기록한 2부로 구성되어 있다. 1, 2부 합쳐 여섯 개 장(章)으로 나뉘어 있다. 1장 「청와대로 출근합니다」, 2장 「청와대 사람들」, 3장 「점심이 온다, 청와대에도」, 4장 「청와대 직장인의 기쁨과 슬픔」, 5장 「개방된 청와대, 남겨진 사람들」, 6장 「청와대를 지켜온 것들」 등이다. 대통령과 함께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었던 이야기, 아름다운 샹들리에와 요리책이 있는 도서관, 온실과 잉어 연못 등 청와대 내부 공간의 디테일, 그리고 출입증을 벗고 마주한 개방 이후의 청와대까지. 각 장마다 청와대의 일상과 풍경을 보여주는 에피소드들이 촘촘히 담겨 있다.

저자는 세 번의 정권이 바뀌는 시간 동안 계속해서 청와대에 있었다. 그는 자신을 ‘대통령이 바뀌어도 남아 있는 가구 같은 존재’라 표현한다. 꽤 재밌는 표현이다. 수많은 사임과 임명이 반복되는 동안, 문고리와 의자처럼 청와대 안에 있는 바뀌지 않은 가구들처럼, 그는 많은 사람이 머물다 떠난 청와대 안에 마지막까지 남아 그동안 본 것을 기록했다.

청와대라는 배경 속에서 일상의 풍경이 조금 다른 결로 펼쳐지기도 한다. 아무래도 특별한 곳이라 보안 문제가 가장 중요 임무인 직원들이 가장 많겠지만 일상의 삶을 위한 사람들도 필요할 것 같다. 그들의 일상은 일반 시민들의 생활과는 다소 다를 것이란 짐작을 하기엔 어렵지 않다. 그러나 저자는 시민들의 일상처럼 이루어지는 청와대 직원들의 삶을 다루고 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딱딱하고 권위 있는 공간으로만 여겨졌던 청와대가 조금 덜 멀게 느껴질 것으로 독자는 기대한다. 이 책을 읽기로 하고서는 그동안 무관심했던 청와대의 역사와 구조, 그리고 대부분의 대통령이 청와대를 상주를 싫어한 것 같아 "왜 그랬을까?"에 대한 호기심을 위해서라도 독자가 개인적으로 공부를 했다. 아무래도 인터넷에 있는 백과사전을 중심으로 조금 익힐 수 있었다.

역사적 사실과 대통령의 근무 상황 등을 중심으로 기술한 사전(백과사전)을 찾아 사전(事前) 공부를 조금 했다. 다만 한 권의 백과사전으로는 혹시 잘못 기재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두 권 이상의 백과사전에서 공통적으로 게재한 부분을 중심으로 한두 개의 사실들을 소개한다.


1993년 2월 25일에 취임한 김영삼 대통령의 지시로 그 해 10월 구 본관이 전부 철거됐다. 현재는 '청와대 구 본관 터'라는 표식만 남아있다. 일제강점기에 북악산의 정기가 이어지는 능선을 끊기 위해 해당 건물이 지어졌다는 풍수적 해석에 따라, 벽돌과 기와는 기존 능선의 복원에 사용하고 가구와 집기는 보존하는 한편, 샹들리에와 승강기는 대통령이 사용하던 물건이라는 의미를 부여하지 못하도록 분해 후 재사용을 전제로 경매에 내놨다. 

김영삼 대통령은 철통같이 막힌 청와대 앞길과 인왕산을 시민들에게 개방하고 PC통신 하이텔에 '청와대 큰마당'을 개설했다고 한다. 1995년에는 CI를 도입하고 인터넷 홈페이지도 열었다.

대한민국 제20대 윤석열 대통령은 당선인 신분이던 2022년 3월 20일 기자회견에서 대통령 집무실 및 비서실을 서울 용산구로 이전하겠다고 발표하여 2022년 5월 10일 0시를 기해 대통령 집무실 겸 관저 기능이 해제됐다. 이날부터 청와대는 대통령실에 집무실 기능을 대한민국 대통령 관저에 관저 기능을 넘겨주고 개방되었다. 청와대는 미술관이자 역대 대통령들의 청와대 거주 역사를 다루는 박물관 같은 건물이 되었다. 그러나 21대 대통령 선거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당선된 후 일단은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을 임시로 쓰다가 청와대 보수공사가 끝나는 대로 청와대로 복귀하는 것으로 결정해 임기도 채 지나지 못해 다시 대통령 집무실 겸 관저로 쓰이게 되었다.

개방된 후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청와대는 중심에 위치한 본관, 영빈관, 춘추관, 녹지원, 무궁화동산, 칠궁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주목할 것은 각 건물의 모습이 각기 독특하다는 것으로 특히 한국을 대표하기 위해 한국 전통양식으로 지어 아름답다. 우선 중심부에 자리잡고 있는 본관은 청기와 지붕에 청와대를 대표하는 곳으로 푸른 색의 기와와 지붕 곡선이 아름답다. 청와대를 상징하는 청기와는 약 15만장을 한 개씩 구워서 100년 이상 견딜 수 있을 정도로 단단하다. 눈을 오른쪽으로 돌리면 춘추관이 보인다. 춘추관은 토기와로 만든 지붕이 전통적이다. 반면 본관 왼쪽에는 영빈관이 보인다. 영빈관은 외국 국빈들을 위한 장소로 18개의 돌기둥이 건물을 받치고 있어 웅장하다. 산책하기에 좋은 곳으로는 녹지원과 무궁화 동산있다. 녹지원은 역대 대통령들의 기념식수가 있는 곳으로 그 중에서도 약 310년 된 소나무가 유명하다. 무궁화 동산은 무궁화꽃을 비롯해 분수대, 봉황상이 있어 관광객들의 기념촬영 장소로 애용된다.


이승만 초대 대통령 때 경무대란 이름의 현재의 청와대가 대통령 관저로 쓰였다. 이승만 정부에서는 6·25 전쟁으로 관저의 보안 이외의 일엔 별 개조나 개축이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4·19 혁명으로 이승만이 하야한 후 윤보선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경무대라는 이름을 바꾸는 것을 두고 논의가 이루어졌다. 자유당 정권에 대한 반감의식 때문에 경무대라는 이름은 원성의 대상이 되었고, 당시 서울시사 편찬위원이던 김영상이 윤보선 대통령에게 경무대라는 이름을 바꾸지 말 것을 건의했지만, 윤보선 대통령의 의지는 확고해 김영상이 '화령대'와 '청와대'의 두 가지 안을 제시했다. 윤보선 대통령은 본관의 청기와 지붕에서 의미를 딴 '청와대'를 선택한 것이다. 그때 바뀐 이름이 65년 정도 지속되었다. '청와대(靑瓦臺)'란 명칭은 말 그대로 '푸른 기와집'을 의미한 것이다.

박정희 대통령 당시, 청와대라는 명칭을 '황와대'로 바꾸자는 의견이 제기되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청색보다는 황색이 대통령에 걸맞은 의미의 색이라며 논란이 일었지만, 박정희 대통령은 "이름을 또 바꿀 수는 없다"며 기존 이름을 고수하기로 했다고 전해진다. 또한 청와대를 'Blue House'라고 부르는 것에 대해서 영부인 육영수가 불쾌감을 표하여 청와대를 한국어의 발음대로, 'Chong Wa Dae'로 표기하게 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대통령 측근을 비롯한 청와대 직원들은 Blue House, 약칭 BH로 부르고 있다. 대통령의 지시를 'BH의 하명'이라고 부르기도 한 사실은 지난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 때 그렇게 호칭한다는 사실을 독자는 처음 알았다. 

전두환 시절에 청와대 구 본관을 다시 리모델링했다. 이후 노태우 시절이 되어서야 본관과 관저, 프레스센터인 춘추관을 신축해 2년 2개월간의 공사 끝에 1991년 9월 4일 오늘날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공사는 당시 이명박이 대표이사로 있던 현대건설이 맡았는데, 경복궁, 창덕궁 등 궁궐을 많이 참고했고,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 회장이 외국 유명 호텔들과도 비교해가며 직접 문고리 모양까지 고를 정도로 신경을 많이 썼다고 백과사전은 일치된 기록을 보인다. 청와대 관저를 신축하는 과정에서 150년 전에 새겨진 것으로 추정되는 천하제일복지(天下第一福地)라고 쓰인 표석이 발견되기도 했다.


관광공사는 무궁화가 피는 7-10월까지가 특히 아름답다고 기록하고 있다. 또 빼놓을 수 없는 관람 코스로 칠궁을 꼽고 있다. 칠궁은 조선시대 7개의 궁으로 전통가옥과 아담한 뜰이 볼만하다고 기록을 남겼다. 저자 강승지는 김장하 선생의 “이 세상은 평범한 사람들이 지탱하는 거야.”라는 말을 인용해 자신의 청와대 사람들의 기록에 힘이 되었다고 털어놓는다. 매일 아침, 누군가 가장 먼저 불을 켜고, 회의실을 정리하고, 식물을 돌보며 하루를 시작한다. 청와대도 그렇다. 조용히 자기 자리를 지키는 사람들. 국기를 다리고, 구내식당에서 요리를 하고, 매일 아침 연못 안 잉어의 수를 세는 사람들. 이 책은 그들에 대한 이야기다. 저자는 스포트라이트 뒤에 있는 그들의 얼굴을 차분히 비추며, 당연하게 여겨졌던 존재들의 무게를 되돌아보게 만든다.


그날 처음으로, 국기를 다리고 있던 사람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얼룩 없는 국기, 반듯하게 꽂힌 깃대, 우호적인 이미지. 이 모든 ‘당연한 모습’은 국기를 다리는 직원의 손끝에서 시작되고 있었다. 잘 준비된 국빈 환영 행사는 반듯하게 다려진 국기에서부터 출발하는 게 아닐까.

가끔 너무나 당연해서 보이지 않는 존재들이 있다.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는 사람들, ‘당연’을 만드는 사람들. 주름 없는 외교는 다림질에서부터 시작됐다.(p.44)

권위도 점심시간 앞에서는 잠시 멈춘다. 식당에 들어서면 직급과 관계없이 누구나 식판을 든다. 그때만큼은 비서관도, 보좌관도, 경호관도 그저 ‘배고파서 점심을 기다리는 사람’이었다.(p.81)

2022년 5월 9일, 떠나는 대통령이 마지막까지 집무실에 머물렀다. 하루 뒤, 5월 10일 오전 7시. 1호 청와대 관람객이 입장했다. 사람들이 우르르 쏟아져 들어왔다. ‘어서 오세요’가 붙은 포토존이 생겼고, 출입 금지였던 초소문이 활짝 열렸다. 단 하루 만에 청와대는 전혀 다른 성격의 공간이 되었다.(p.151)


저자 : 강승지


미술을 전공하고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일하다 청와대에 들어갔다. 그림을 보던 눈으로 청와대의 풍경을 읽고, 몸이 먼저 반응한 순간들을 기록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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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 만한 세상을 만들 것인가 : 흔들리는 세계의 질서 편 - 시대의 지성, 노엄 촘스키에게 묻다
노암 촘스키.C. J. 폴리크로니우 지음, 최유경 옮김 / 알토북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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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서평 카페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이 책 『어떻게 살 만한 세상을 만들 것인가』는 세계 패권국의 위치를 다른 누구에게도 내주기를 원하지 않는 미국의 정책 평가서처럼 읽힌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패권국의 위치에 올랐다. 6,000만~1억 명의 인구가 희생된 전쟁에 미국이 마침내 참전을 결정함으로써 독일과 일본이 일으킨 전쟁은 미국과 연합국의 승리로 끝났다. 종전 후 미국은 자연스럽게 세계 패권국의 위치로 올라섰지만, 너무 빨리 구 소련이 원자폭탄과 수소폭탄을 제조, 성공함으로써 미·소의 이른바 냉전 시대에 돌입했다. 이로 인해 세계는 민주주의와 사회주의 진영으로 갈려 40년 간 두 체제는 반목과 경쟁 체제를 유지해 간다. 

이 책은 노암 촘스키와 C. J. 폴리크로니우의 대담 형식으로 엮었다. 정치경제학자이자 저널리스트인 폴리크로니우의 질문에 대해 세계의 석학 촘스키의 답변 형태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현재 세계는 지구 위기, 러-우 전쟁, 중동 분쟁의 격화 등으로 '인류 역사상 가장 위험한 시기'라는 인식에 두 사람은 공감한다. 이에 따라 이 책은 크게 2개 부(part)로 나뉜다. 1부 〈시대의 경고/ 우리는 어디에 서 있는가〉와 2부 〈전쟁의 구조/ 전장과 세계 질서의 균열〉이다. 1부는 5개의 장(章)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1부는 「지금이 인류 역사상 가장 위험한 시기인 이유」, 「인류의 운명을 가르는 두 위협, 침묵 속에 묻히다」, 「미래는 바꿀 수 있다, 지금 행동한다면」, 「기후 위기 외면한 미국, 반복되는 무대응의 역사」, 「살 만한 세상은 여전히 가능한가」 등 주로 기후 위기의 세계를 짚어낸다. 또 2부는 「격화되는 전쟁, 위태로워지는 외교적 타협의 가능성」「우크라이나, 평화로 가는 길은 아직 닫히지 않았다」,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 우크라이나 전쟁」, 「교착의 전장, 그 뒤에 있는 미국의 첨단 무기들」, 「전쟁 장기화 속 나토 강화, 최악의 대응인가」, 「역사적 나토 정상회담, 미 군사 패권 더욱 강화」, 「미국, 전 세계 협상 촉구에 나서야 할 때」 등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의 원인과 전망 등을 다루고 있다. 

대담 진행자 폴리크로니우는 책의 〈서문〉에서 "기후 위기, 우크라이나 전쟁이 가져온 충격, 고조되는 핵전쟁의 위협 등 오늘날 가장 시급한 글로벌 문제들이 중심 주제임을 밝힌다. 이와 함께 새롭게 형성되고 있는 세계 질서 흐름과 그 안에서 부상하는 위험 지역을 다각도로 살펴본다고 설명한다.



이 책의 1부에서는 인류가 마주한 위기를 ‘서로 얽힌 복합 재난’으로 바라보며, 핵무기·기후·불평등이 어떻게 하나의 시스템 위기에 수렴하는지를 날카롭게 분석한다. 촘스키는 지금 이 순간이 인류 역사상 가장 위험한 시기라 말하며, 침묵 속에 묻히고 있는 기후 위기와 핵전쟁의 현실을 직시하라고 촉구한다. 하지만 그는 절망이 아닌, 행동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기술적 해법은 준비되어 있으며, 필요한 것은 정치적 의지와 시민의 압력이다. 2부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단순한 지역 분쟁이 아니라, 세계 질서를 뒤흔드는 구조적 위기로 바라본다. 나토의 확장과 미국의 패권 전략이 외교의 문을 닫았으며, 전장은 첨단 무기로 고착화되고 있다. 그럼에도 촘스키는 외교적 해법이 여전히 가능하며, 국제 사회가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한다. 『어떻게 살 만한 세상을 만들 것인가』는 단순한 위기의 나열이 아니라, 그 구조를 파헤치고 대안을 제시하는 이 시대의 지성적 좌표다.

폴리크로니우는 '절망을 넘어선 낙관'은 늘 노엄 촘스키 사상의 핵심에 있다고 말한다. 촘스키는 지금이 인류 역사상 가징 위험한 시기에는 공감하지만, 여전히 인류가 기후 재앙과 핵전쟁의 위기를 피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전한다. 95세의 촘스키가 일생 동안 흔들림 없이 지켜온 이 같은 신념을 바탕으로 인류가 더 나은 세상을 위한 행동이 필수적이라고 역설하고 있음을 독자들은 느낄 수 있을 것으로 폴리크로니우는 설명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기후 문제에 있어서 촘스키는 경제학자 로버트 폴린의 공헌을 높이 평가한다고 귀띔한다. 이 책에 기후 위기를 주제로 한 촘스키와 폴린의 대담도 수록되어 있다.

또한 이 심층 대담집에는 오늘날 가장 뜨거운 논쟁의 중심에 있는 인공지능(AI)에 대해서도 심도 있게 다루고 있다. 수십 년간 언어학의 거장으로서 인지과학, 심리학, 철학, 컴퓨터 과학 분야에 지대한 영향을 끼쳐온 촘스키의 AI에 대한 통찰은 특별한 가치를 지닌다고 폴리크로니우는 풀이하고 있다. 이 책은 촘스키와의 네 번째 대담집이라고 덧붙인다. 한편 이 책에 담긴 대다수 대담은 미국의 진보 성향 비영리 언론 매체인 〈트루스아웃(Truthout)〉에 게재되었음을 밝히고 있다.


책을 출판한 출판사 측 '소개글'에 따르면 ‘역사는 진보한다’라는 믿음은 여전히 유효할까? 과학은 눈부시게 발전하고 인류의 삶은 과거보다 풍요로워졌지만, 세계 곳곳에서는 여전히 죄 없는 이들이 굶주리고 총탄에 쓰러진다. 인공지능은 가진 자들의 도구가 되어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정치는 오히려 차별과 혐오를 조장하며 권력을 휘두른다. 문명의 빛 아래 드리운 이 어두운 그림자 속에서, 우리는 다시 묻는다.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그리고 어디로 가야 하는가. 세상에서 벌어지는 모든 부조리의 본질과 해결책은 과연 무엇일까? 탁월한 통찰을 가진 현자에게서 그 해답을 들을 수 있다면 인류의 미래에 대한 희망을 되찾을 수 있을까? 

이 책은 오늘의 세계를 뒤흔드는 핵심 문제들을 넓은 시야와 날카로운 통찰로 분석하며 더 빠르고 더 강력하게 행동을 촉구하는 취지에서 출판되었다고 이해할 수 있다. 

노엄 촘스키는 수십 년 동안 학자로서, 비판적 지성으로서 흔들림 없는 도덕적 명료성과 지적 용기의 대명사 역할을 해왔다. 그는 현존하는 학자 중 언론과 논문을 포함한 각종 매체에 가장 많이 인용되는 인물이자, 서구 사회에서 그 영향력을 실감하기 어려울 정도로 막강한 목소리를 지닌 지성이다. 

실제로 이 책에서 촘스키는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세계를 바꾸려는 이들에게 구체적인 행동 지침을 알려 준다. 『어떻게 살 만한 세상을 만들 것인가』는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분명히 제시하면서도, 변화를 실현하기 위해 지금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 구체적인 고민을 촉구한다. 파괴로 향하는 문명 앞에서 멈춰 서 본 적 있는 이에게 이 책은 어둠 속에서도 길을 밝히는 지적 등불이자, 더 나은 세상을 향한 사유의 지도가 되어 줄 것으로 독자는 기대한다. 1부 첫 장 「지금이 인류 역사상 가장 위험한 시기인 이유」의 인터뷰를 살펴본다.

먼저 책에서는 1장의 주된 내용을 〈편집자 주〉 형식으로 맨 앞에 배치했다. "지금 우리가 마주한 위기는 단순한 변화가 아닌 문명사적 전환의 신호다. 기후 위기, 전염병, 전쟁, 불평등은 모두 제각각이 아닌 하나로 연결된 복합 위기다. 그러나 진정한 위기는 이러한 현실을 더 이상 '이상한 일'로 여기지 않는 무감각이다. 이 장(章)은 바로 그 무감각에서 깨어나는 데서 출발한다."(p.14) 2023년 5월 27일 실시한 대담 내용을 압축적으로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 촘스키는 "기후 위기는 인류 역사상 유례없는 문제이며, 그 심각성은 해마다 더 커지고 있다. 앞으로 수십 년 안에 근본적인 대응을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되돌릴 수 없는 지점에 도달하게 될 가능성이 높고, 그 결과는 상상할 수 없는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 물론 이 모든 것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될 가능성은 충분히 현실적이며, 그에 따른 경고는 매우 타당하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한다. 

현대 인류는 ‘문명사적 전환기’에 서 있으며, 이미 그 위기의 한가운데 있다. 기후, 전염병, 전쟁, 불평등은 서로 얽혀 더 거대한 파도를 만들고 있으며, 이보다 더 큰 두려움은 이런 비극조차 ‘이제는 당연한 일’이라 여기는 무감각한 태도다. 핵무기는 여전히 인류를 위협하는 ‘다모클레스의 검*’이다. 조약 폐기와 군비 전략의 변화는 사회·정치·문화적 안전장치를 약화하고, 미국의 ‘패권주의’는 종말적 전쟁 가능성을 불러온다고 촘스키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는다.

또 유럽과 미국 내 극우 세력의 부상을 서구 쇠퇴의 징후로 해석하지만, 극우 정치의 확산은 결코 서구만의 현상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인도, 브라질, 이스라엘, 파키스탄, 필리핀 등 다양한 국가에서 극우 정치 세력이 부상하고 있다는 지적하고 있다. 촘스키의 답변은 '매우 복잡하게 얽힌' 문제임을 전제한다. 특정 국가의 고유한 정치·사회적 맥락에 기인하기도 한다. 인도에서는 모디 총리가 엄격한 인종차별적 힌두교 중심의 국가를 구축하려고 하면서 세속적 민주주의 체제가 무너지고 있다고 촘스키는 말한다. 더 광범위하고 구조적인 요인들로는 미국과 영국에서 시작되어 여러 방식으로 확산한 '신자유주의 정책'을 꼬집는다. 이로 인해 세계 많은 지역에서 불평등이 증가했다는 점을 제시하고 있다. 촘스키는 신자유주의가 본격화된 수십 년 동안 소득 하위 90%의 노동자와 중산층이 벌어들였을 몫 중 약 50조 달러가 상위 1%에 재분배된 것으로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를 강조한다. 신자유주의가 생산적 투자가 줄어들고 불로소득 경제로 바뀌게 했다는 것이다. 결국 '사회 질서의 붕괴'로 이어졌음을 이야기한다. 신자유주의 공격의 핵심 요소 중 하나는 공격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로부터 방어 수단을 빼앗는 것이라는 촘스키의 주장은 독자가 단번에 이해하기는 무리지만 민주주의의 위기 상황은 감지할 수 있다.

* 다모클레스의 검: 권력자들이 직면하는 절박한 위험을 상징(폴리크로니우 주)


2부 첫 장(章)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많은 대담 내용을 보여준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단순한 국지 분쟁이 아니다. 그 이면에는 패권 질서, 무기 산업, 외교 실패, 그리고 국제 언론의 편향된 시선이 있다. 이 장은 전쟁의 본질을 '누가 옳은가'가 아닌 '왜 이 전쟁이 가능했는가'라는 질문으로 접근한다. 전쟁을 읽는 방식이 곧 우리가 평화를 상징하는 분석이다."(p.140)

전쟁 초기, 미국 정부는 러시아가 빠르게 우크라이나를 장악할 것으로 예측하고 우크라이나 정부의 망명 계획까지 준비하고 있었다고 촘스키는 말한다. 하지만 러시아군의 예기치 못한 취약성 노출과 우크라이나의 예상 이상으로 강력한 방어력은 군사 전문가에게 큰 충격을 안겨 주었다. 또 주목할 점은 러시아가 미국과 과거 전쟁에서 활용했던 방식, 그리고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에서 적용한 전술을 채택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 전략은 통신망, 교통 체계, 에너지 공급 등 사회 핵심 인프라를 재래식 무기로 신속하게 파괴함으로써 적의 저항 능력을 조기에 무력화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밝힌다. 즉, 사회 기반 시설을 집중적으로 타격하여 전투 지속 능력을 초기에 붕괴시키는 방식이지만 러시아는 이를 따르지 않았다. 이후 워싱턴은 중대한 결정을 내린다. 러시아의 국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전쟁을 지속하도록 놓아두기로 한 것이라는 촘스키의 지적이다.(2022년 11월 16일 인터뷰 중에서)

예상대로 푸틴은 전쟁을 확장하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최근 수 주간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기반 시설을 체계적으로 타격하고, 동부 지역에 대한 군사 작전도 한충 강화하고 있다. 푸틴이 이제 미국·영국·이스라엘이 과거 채택해 온 전술, 즉 사회 기반 시설을 타격하는 전략으로 전환한 점은 분명히 규탄받을 만한 일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과거 서구 국가들이 이 전략을 실행했을 때는 국제 커뮤니티는 특별한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미국과 서구권이 시도한 위험한 모험이 궁극적으로 러시아의 전쟁 확대를 초래했다는 점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은 이미 오래전부터 예상된 결과라는 사실을 촘스키는 밝히고 있다.


"미국은 이 상황에서 여러 측면에서 상당한 이득을 얻고 있습니다. 지정학적으로 푸틴의 무모한 선택으로 인해 유럽이 워싱턴 쪽으로 더욱 가까워지고 있으며, 이는 실현 가능했던 전쟁 회피의 기회를 놓친 결과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이익의 수혜자는 일반 시민이 아닙니다. 실질적인 권력을 가진 집단들, 즉 석유·가스 산업, 이에 투자하는 금융 기관들, 방위 산업체, 농업 분야의 대기업, 그리고 전반적인 경제 시스템을 좌우하는 세력들이 직접적인 혜택을 누리고 있습니다. 이들은 급증하는 수익에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그 결과는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인류 사회를 더욱 빠르게 파멸로 이끌 수 있는 ‘밝은 전망’에 들떠 있는 셈이죠."(p.195~196)


"미국에 평화란 곧 자국이 정한 규범 기반 국제 질서를 따르는 것을 의미합니다. 다른 국가들 역시 제각기 자국 중심의 평화 기준을 내세웁니다. 그리고 세계의 대부분 국가는 그 틈에서 힘센 코끼리들이 밟고 지나가는 풀처럼 존재할 뿐입니다."(p.258) 

독자는 촘스키의 이 말에서 약한 나라와 가난한 나라의 운명이 비참하고 슬픈 현실에서 벗어나기는 요원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스스로 지킬 힘이 없는 나라는 지구상 어디에서 설 자리는 없다는 독자의 신조를 깊은 한탄 속으로 밀어넣는다. 


저자 : 노암 촘스키(Avram Noam Chomsky)


유대계 미국 언어학자이자 철학자, 인지과학자. 사회비평가이자 정치운동가로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러시아계 유대인 이민 2세로 태어났다.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에 진학한 뒤 언어학자 젤리그 해리스를 만나면서 언어학의 세계에 발을 디뎠다. 대학을 졸업하고 하버드 대학교의 특별연구원으로 있으면서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MIT에서 1958년(30세) 부교수, 1961년(33세) 종신교수, 1966년(38세) 석좌교수, 1976년(48세) ‘인스티튜트 프로페서Institute Professor(독립적인 학문기관으로 대우하는 교수)’가 된 그는 지금까지 논문 1,000여 편과 저서 100여 권을 발표했다. 현재는 MIT 언어학과 명예교수로 있다. 변형생성문법 이론의 창시자로서 20세기 언어학에 가장 중요한 공헌을 한 학자로 꼽힌다. 언어학뿐 아니라 철학, 사상사, 당대의 이슈, 국제문제와 미국의 외교정책 등 다양한 분야에 관해 글을 쓰고 강의해왔다. 노엄 촘스키는 언어학자이자 인지과학 혁명의 주역으로서 명성을 누리는 데 머물지 않았다. 젊은 시절부터 약자의 편에 서서 사회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왔다. 1967년 〈지식인의 책무〉를 발표하면서 세계 지식인들의 양심에 경종을 울린 그는, 여든 살을 넘긴 오늘날까지도 시대의 양심이자 행동하는 지식인으로서, 또한 세계 민중의 한 사람으로서 거대 다국적기업들이 주도하는 신자유주의 세계 질서와 미국의 제국주의, 자본의 언론 장악과 프로파간다를 신랄하게 파헤친다. 

주요 저서로는 《촘스키, 누가 무엇으로 세상을 지배하는가》 외에도 《미국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 《비밀, 거짓말 그리고 민주주의》, 《공공선을 위하여》, 《촘스키, 知의 향연》, 《촘스키, 사상의 향연》, 《촘스키, 고뇌의 땅 레바논에 서다》, 《촘스키, 러셀을 말하다》, 《촘스키와 푸코, 인간의 본성을 말하다》, 《숙명의 트라이앵글》, 《지식인의 책무》, 《여론조작》, 《통사 구조》, 《언어 이론의 논리적 구조》 등이 있다. 국내 번역된 저서로 『촘스키의 통사구조』『촘스키, 사상의 향연』『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불평등의 이유』『파멸 전야』등 다수가 있다.


저자 : C. J. 폴리크로니우(C.J. Polychroniou)


정치경제학자이자 저널리스트이다. 그의 주요 연구 관심사는 미국의 정치경제, 유럽 경제 통합, 세계화, 기후 변화 및 환경 경제학, 신자유주의 정치경제 프로젝트의 해체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진보매체인 《트루스아웃(Truthout)》의 주축멤버로 활동하며 다양한 저널, 잡지, 뉴스 웹사이트에 수많은 인터뷰를 기고하고 있다. 《촘스키, 절망의 시대에 희망을 말하다》(2017), 《기후 위기와 글로벌 그린 뉴딜》(노암 촘스키, 로버트 폴린 공저, 2020), 《벼랑 끝: 신자유주의, 팬데믹, 그리고 사회 변화의 절박한 필요성》(2021) 등 다수의 대담집과 인터뷰 모음집을 집필했다.


역자 : 최유경


이화여자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아이의 영재성을 키우는 부모: 영재에게 보이는 뚜렷한 특징, 그리고 양육법》, 《마리메꼬: In Patterns Marimekko》, 《뉴욕 최고의 퍼스널 쇼퍼가 알려주는 패션 테라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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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리즘적 쾌락주의
리프레시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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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이 소유하고, 더 높이 올라가며, 더 인정받고 싶은 욕망은 때론 삶의 추진력이 되지만, 끝없는 갈망은 결국 불안과 고통을 남긴다. 현대 사회는 단순함의 미니멀리즘과 욕심을 버리는 무소유 정신으로 아타락시아(평정함)를 추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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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리즘적 쾌락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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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어스 서평 카페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독자는 삶을 돌아보고 중심을 다시 세우고자 하는 이들에게, 이 책 『미니멀리즘적 쾌락주의』을 추천하고 싶다. 책 표제어 중 '쾌락주의'가 먼저 눈에 띈다. '쾌락'이란 단어는 감각적이고, 인간 본연의 욕망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미니멀리즘'이란 단어를 왜 수식어로 사용했을까? 먼저 용어의 의미 규정이 필요해 보인다. 쾌락(快樂)은 ① 유쾌하고 즐거움. 또는 그런 느낌 ② 심리 감성의 만족, 욕망의 충족에서 오는 유쾌하고 즐거운 감정이라고 국어사전은 풀이한다. 사전이기에 다소 절제되고, 적확한 표현을 사용하고 있지만 독자의 의견으로는 '극한의'라는 단어로 수식어를 쓰고 싶다. 쾌락은 단순한 즐거움이 아니라 극한의 즐거움이나 기쁨으로 규정되는 느낌이어서다. '극한'은 '끝'이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인간의 욕망은 이 극한의 즐거움을 추구하려는 본능과 잘 맞아 떨어진다.

하지만 왜 이 책은 '미니멀리즘적'이란 수식어가 필요했을까? 많은 최근 현대인들에게 급속히 확산되는 미니멀리즘(minimalism)은 지난 20세기에 대세를 이룬 적이 있다. 1960년대 후반 미국의 젊은 화가나 조각가들이 최소한의 색상을 사용해 기하학적인 뼈대만을 표현하는 단순한 형태의 미술을 추구했다. 미술비평가이자 미술가이기도 한 도널드 저드(Donald Judd, 1928∼1994)는 그의 작품에서 하나의 기본 단위 또는 모듈을 적게는 2번에서 많게는 120번까지 반복 표현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이러한 반복은 별다른 기교가 없으며 그저 하나 다음 다른 하나를 놓는 식이다. 그 단순한 형태는 다이내믹하고 불안정한 배열로 복잡하지도 장식적인 요소를 갖고 있지도 않는 ‘부분의 합’이라 할 수 있다고 백과사전은 풀이하고 있다. 이 용어는 ‘최소 한도의, 최소의, 극미(極微)의’라는 'minimal'에 ‘ism’을 덧붙인 ‘최소한주의’라는 의미라는 것은 웬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을 정도로 현대 사회의 주된 흐름을 이루고 있다. 미니멀리즘은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심미적 원칙에 기초를 두고 장식적인 기교나 각색을 최소화하고 사물의 근본만을 표현했을 때 진정한 리얼리티가 달성된다는 믿음에 근거하고 있다.


미니멀리즘은 앞서 언급한 쾌락주의와는 정반대의 의미로 이루어진 것인가? 형용 모순처럼 보이는 이 표제어에 대한 호기심이 이 책을 읽는 내내 독자의 독서욕을 자극했다. 욕망은 우리를 움직이게 만들지만, 동시에 지치게도 한다. 더 많이 소유하고, 더 높이 올라가며, 더 인정받고 싶은 마음은 삶의 추진력이 되지만, 그 끝없는 갈망은 결국 불안과 피로를 남긴다고 출판사 측의 소개글에도 나와 있다. '최소' '극소'의 개념인 미니멀리즘과 '최다' '극한'이란 개념의 쾌락과는 분명 어울리지 않은, 어찌 보면 모순적 조합이다.

출판사 소개글에 따르면 『미니멀리즘적 쾌락주의』는 이 시대의 끊임없는 욕망에 질문을 던진다. 고대 철학자 에피쿠로스의 철학을 바탕으로, ‘덜어낼수록 삶은 깊어진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이 책은 단순한 철학 해설서가 아니다. 그것은 ‘어떻게 살 것인가’를 철학적 언어로 안내하는 실천서이자, 현대를 위한 치유의 문장들로 구성된 삶의 재설계 도구다. 에피쿠로스는 쾌락을 최고의 선이라 말했지만, 그가 말한 쾌락은 감각적 향락이나 방종이 아니었다. 그것은 고통이 없는 상태, 영혼이 흔들리지 않는 평온의 상태, 즉 '아타락시아'였다. 이 책은 그 철학을 현대인의 언어로 재구성해, 오늘날 우리가 경험하는 수많은 불안과 비교, 과잉 자극에서 벗어나는 법을 보여준다.

저자 제이한은 에피쿠로스의 핵심 개념인 욕망의 3분법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생존에 필요한 자연적이고 필수적인 욕망, 자연스럽지만 없어도 되는 욕망, 그리고 부자연스럽고 해로운 욕망. 이 구분은 우리의 소비습관, 인간관계, SNS 사용, 사회적 야망까지 되돌아보게 만드는 강력한 인식의 틀이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욕망이 진짜 나의 필요가 아니라 사회의 기준과 타인의 시선에 의해 만들어진 것임을 뒤늦게 깨닫게 된다. 이 책은 ‘미니멀리즘’을 물질적 정리 그 이상으로 확장한다. 감정, 루틴, 관계까지 정리하고 재구성함으로써 삶의 주도권을 다시 자신에게 되돌리는 철학적 미니멀리즘. ‘무엇을 버릴 것인가’보다 ‘무엇을 남길 것인가’를 묻는 이 책은, 단순한 삶을 통해 진짜 자유와 기쁨에 도달하는 여정을 제안한다.


이 책에는 고대 그리스에 어원을 두고 있는 아타락시아(ataraxia)란 중요한 단어가 언급되고 있다. 아타락시아는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들이 말한 정신적 평정의 상태를 뜻한다. 데모크리토스, 에피쿠로스 등은 우주를 잘 인식하여 일체의 공포에서 해방되는 것에 의해 이것을 획득할 수 있다고 했으며, 현자가 이런 상태에 도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특히 에피쿠로스는 일체의 종교적 미신을 척결하고 이성의 인식에 입각한 곳에 아타락시아가 있다며, 이것을 쾌락이라고 불렀다. 회의론자인 피론 등은 모든 판단을 중지하고 모든 것에 무관심하게 되면 이러한 상태가 회득된다고 주장했다. 이것은 또 스토아 학파가 말한 아파테이아(그리스어 apatheia, 영어 apathy)와도 통한다. 

『철학사전』(2009)에는 스토아 학파에서는 모든 감각에서 야기된 격정과 욕망을 탈피하여 이성적인 냉정을 유지하는 것을 아파테이아라고 하고 이러한 상태에 이르도록 권장했다고 기술되어 있다. 그러나 모든 이러한 상태는 행동을 억누르고 정관(靜觀)에 가치를 두는 견해에 불과하다는 풀이도 덧붙이고 있다.

책에 따르면 삶의 본질은 단순하다. 햇살 좋은 날의 산책, 친구와 나누는 조용한 대화, 반복 가능한 소박한 루틴, 그리고 자기 욕망을 다룰 줄 아는 능력을 내포한다. 『미니멀리즘적 쾌락주의』는 이런 평범해 보이지만 강한 삶의 기술을 하나씩 펼쳐 보이며 독자에게 묻는다. 지금 내가 가진 것, 내가 바라는 것, 내가 선택한 삶의 리듬은 정말 나다운가? 책의 말미에는 ‘에피쿠로스와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철학 대담’이 수록되어 있다. 서로 다른 시대를 살았지만 공통적으로 단순하고 본질적인 삶을 추구한 두 사상가의 상상 대화를 통해, 독자는 철학이 삶의 기술이 될 수 있음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미니멀리즘적 쾌락주의』는 철학을 소개하는 책이 아니라, 철학으로 살아가게 만드는 책이다. 독자가 스스로 질문하게 만들고, 고요한 평온의 길로 발걸음을 옮기게 하는 책. 삶을 너무 복잡하게 만들어버린 이 시대에, 단순함이 주는 기쁨과 쾌락을 되찾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은 조용하지만 단단한 나침반이 되어줄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디지털 시대를 넘어 인공지능 시대로 불리우는 현대 사회는 불안하고 복잡하고 정신을 차릴 여유를 주지 않는다. 이런 시대에 인간은 과연 무엇을 위해 달리고 있을까? 더 많이 가지는 것이 성공이고, 더 자극적인 경험이 행복이라고 믿는 사회에서, 마음의 평온은 점점 더 멀어진다. 이 책은 바로 그런 삶의 경로에 의문을 던진다. 고대 철학자 에피쿠로스의 쾌락주의를 오늘날의 시선으로 재구성한 이 책은, 불필요한 욕망을 줄이고 내면의 평온을 회복하는 철학적 삶의 안내서다. 에피쿠로스는 오랜기간동안 오해받아온 철학자다라고 저자는 선언한다. 그가 말한 쾌락은 결코 방종이나 감각적 향락이 아니라는 저자의 설명이다. 오히려 고통이 없는 상태, 마음이 동요하지 않는 상태, 즉 '아타락시아'에 도달하는 것을 최고의 선이라 보았다는 것. 그는 절제된 삶을 통해 불필요한 욕망과 불안을 걷어내고, 단순하고 평온한 일상을 지향했다. 이 책은 그런 에피쿠로스의 철학을 미니멀리즘적 관점과 연결해 현대의 언어로 풀어내고 있다.

『미니멀리즘적 쾌락주의』는 단지 철학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독자의 일상에 적용 가능한 실천적 도구로서 기능한다. 책은 욕망을 세 가지로 분류하며, 각각이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자연적이고 필수적인 욕망은 충족되어야 하지만, 대부분의 고통은 자연적이지 않고 사회적으로 학습된 욕망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짚어낸다. 이 구분은 우리가 삶의 기준을 외부가 아닌 내부로 옮겨가는 데 매우 효과적인 철학적 도구다. 또한 이 책은 단순히 물건을 줄이는 미니멀리즘을 넘어서 감정, 관계, 루틴, 생각까지 포함한 깊이 있는 정리를 제안한다. 비우는 삶은 가난한 삶이 아니다. 오히려 끊임없이 더 가지려는 상태야말로 진짜 결핍이며, 그것은 욕망의 덫에 걸린 상태라고 책은 말한다. 진정한 자유는 더 많은 선택지가 있는것이 아니라, 선택하지 않아도 되는 내면의 힘에서 비롯된다는 그의 통찰은 오늘날 혼란 속의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SNS의 비교, 끝없는 업무, 소비에 지친 사람들에게 이 책은 지금 이 순간을 충분히 살도록 돕는 ‘덜어냄의 철학’을 제시한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단순한 절제나 무소유가 아닌, 자신에게 정말 필요한 것을 남기고 살아가는 방법을 배운다. 에피쿠로스는 말했다. “가장 즐겁게 사는 사람은 가장 적게 필요로 하는 사람이다.” 이 책은 그 문장을, 오늘의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다시 풀어내며 묻는다. 당신의 쾌락은 평온한가, 아니면 불안한가?

이 책은 모두 10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쾌락이라는 단어가 불편한 당신에게」, 2장 「고통을 피하는 것이 먼저다」, 3장 「욕망을 세 가지로 분류하라」, 4장 「덜어내야 보인다」, 5장 「마음의 평온, 아타락시아」, 6장 「함께 나누는 쾌락, 우정」, 7장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삶」, 8장 「단순한 삶이 주는 기쁨」, 9장 「쾌락을 지켜내는 기술」, 10장 「나만의 쾌락 철학을 세운다는 것」 등이다. 각 장의 제목만을 따라가다 보면 쾌락과 미니멀리즘은 서로 다른 개념의, 정반대의 개념이 아니다. 쾌락을 의미하는 '아타락시아'는 평온함, 평정의 의미로 절제라는 개념의 미니멀리즘은 잘 어울리는 철학적 이상이다. 또 독자는 이 책에서 법정 스님의 '무소유'의 개념과도 많은 부분이 일치한다는 점을 파악할 수 있었다. 

물건을 많이 가진다는 것은, 그만큼 나를 흔드는 요소도 많아진다는 것이다.

· 옷이 많아지면, 그날의 선택이 더 어려워진다.

· 책이 쌓이면, 읽지 못한 것들에 대한 죄책감이 생긴다.

· 전자기기가 늘어나면, 충전관리에 시간이 더 들어간다.

그 무엇보다, 그 모든 것들을 ‘유지’해야 한다는 부담이 끊임없이 뒤따른다. 여기서 중요한 건 ‘얼마나 갖고 있느냐’보다 ‘그것이 나에게 어떤 감정을 유발하느냐’이다. 물건은 도구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어느 순간 우리는 물건의 하인이 되어 살아간다. 그때부터 쾌락은 시작되지 않고, 불안이 생겨난다(p.65)


저자 : 제이한(J. Han)


광고 및 마케팅 업계에서 브랜드 전략과 소비자 심리를 연구하며 변화하는 트렌드를 분석해왔다. 다양한 분야의 책을 깊이 탐독했고, 특히 인문학과 자기계발에 관심을 두고 사유의 폭을 넓히고, 글쓰기를 통해 복잡한 개념을 명확하고 세련된 언어로 풀어내는데 강점을 지니며,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방법과 현실에 적용할 수 있는 통찰을 전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리프레시 기획팀에서 공저로 참여한 ‘군주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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