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의 여신 - 사납고 거칠고 길들여지지 않은 여자들의 이야기
마거릿 애트우드 외 지음, 이수영 옮김 / 현대문학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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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복수의 여신』은 「사납고 거칠고 길들여지지 않은 여자들의 이야기」란 부제를 갖고 있다. 여전사들의 이야기인 듯 부제가 다소 거칠다. 그러나 전사들의 이야기란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이 책엔 영어권 세계 여성 문학인 15명의 앤솔러지 단편 소설집이다. 1973년에 설립된 영국 ‘비라고 출판사’ 50주년을 기념해 기획된 작품집이라고 한다. 이례적으로 출판사 이름이 앞 부분에 등장하는 이유는 '비라고'라는 출판사가 일반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여성과 소수자의 목소리가 더 많은 독자에게 닿기 바라는 마음으로 설립된 출판사다. ‘비라고(virago)’는 영웅적이고 호전적인 여성을 일컫지만, ‘말참견 잘하고 어디서나 문제를 일으키는 드센 여자’를 뜻하는 멸칭으로 주로 쓰인다고 한다. 멸칭(蔑稱)이란 사전적 의미로는 '경멸하여 일컬음', 또는 그렇게 부르는 말로 정의되지만 '비어', '속어' 등으로 쓰는 말이다. 이 책에도 「진짜 사나이」란 제목의 단편 소설이 '‘비라고’를 실제로 사용하는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또 ‘비라고’라는 사명(社名) 자체가 “현 상태에 대한 도전을 결코 멈추지 않겠다”라는 사명(使命)을 함의하고 있다고 책의 〈서문〉을 쓴 작가 산디 토츠비그(Sabdi Toksvig)는 설명하고 있다.

산디 토츠비그는 〈서문〉에서 지금은 작고한 위인 카르멘 칼릴이 세상에 페미니스트 출판사가 있어야겠다고 결정하고 '비라고'를 창립했다고 한다. 1973년으로 페미니즘 운동의 '두 번째 물결'이 세계 무대를 강타하고 있을 무렵이다. 여자들이 정치·사회적 변화를 요구했고 그에 따라 자신들의 삶을 보고자 했다. 그 삶이 여자들이 읽는 글 속에 반영되고 수호되고 기념되기를 원했다고 밝힌다. 토츠비그는 엄밀히 말해 비라고가 '영웅적이고 호전적인 여성'을 일컫지만 칭찬의 의미가 아닌 유사어를 일일이 열거하고 있다. 

수다쟁이(biddy), 개년(bitch), 무서운 아줌마(dragon), 입이 험한 여자(fishwife), 한을 품은 여자(fury), 잔혹녀(harpy), 할망구(harridan), 화냥년(hussy), 가십녀(muckraker), 잔소리꾼(scold), 악녀(she-devil), 요부(siren), 성질이 불 같은 여자(spitfire), 싸움닭(termagant), 사나운 여자(tygress), 독설가(vituperator), 구미호(vixen), 촌년(wench)······. 대단하다. 독자는 여성을 비하하는 단어들이 이렇게 다양하게 쓰이고 있음을 처음 알았다. 이 가운데 '화냥년'이란 단어에 주목해본다. 우리나라에서도 사용되던 여성비하어다. 조선시대 병자호란 당시 전쟁에 져 청나라로 끌려간 사람이 50만 명에 이르렀다는 충격적인 말과 함께 나중에 돈을 주고 다시 데려온 여자들을 '화냥년(還鄕女)'으로 손가락질 받았다는 말이다.

사실 한자어에서도 '여자(女)'가 들어간 한자가 좋게 보인 것은 '좋을 호(好)' 하나뿐이다. 독자가 아는 한자가 별로 없어서 제대로 판단한 것이라 할 수 없지만 아는 범위 내에서 열거해도 몇 개는 된다. '간음할 간(姦)' '간사할 간(奸)' '미워할 질(嫉)' '샘낼 투(妬)' '싫어할 혐(嫌)' 등 계집 녀(女)자가 붙으면 부정적이고 비도덕적 일을 표현하는 데 쓰인다. 좋을 호(好)도 사실은 자식을 안고 있는 모습을 본따 만든 글자로 여자의 할 일을 집안에서 아이 돌보는 역할로 국한시키는 듯하다. 이렇듯 여성은 수천 년, 어쩌면 수백만 년 동안 힘이 약하다(남성에 비해)는 이유로 바깥 생활은 금지해왔다. 구석기 시대나 그 이전부터 수렵 생활을 할 때는 공동 협력으로 먹이를 잡을 때 도움이 안 되어서 아이틀과 집을 지키라는 의미로 집에서 생활을 강요했을지 모를 일이다. 자연스럽게 외부 생활은 남자들이 도맡을 수밖에 없고 심지어는 시장으로 장 보는 것도 남자들이 대신한 경우가 아직도 중국의 일부 지역이나 튀르키예 등 여러 곳에서 풍습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책에는 현대 문학의 거장 마거릿 애트우드를 비롯해 앨리 스미스, 엠마 도노휴, 카밀라 샴지, 키분두 오누조, 헬렌 오이예미 등 다양한 국적과 인종, 성적 정체성과 문화를 가진 여성 작가들이 작품을 내놓았다. 그들은 ‘비라고’와 같이 여성을 대상화하고 비하하고 정의해온 멸칭들을 하나씩 선정해 자신들만의 언어로 전유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렇게 멸시와 편견의 언어를 비틀고 파괴하고 전복하는 열다섯 여성 작가의 릴레이 속에서 여성의 언어는 “세계의 절반이 아닌 그 세계 자체가 되고, 때로는 세계의 전부를 넘어서는 세계”가 되어간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여성해방운동, 페미니즘 차원에서 이 작품들은 기능하고 있다. 여성이 우선적으로 배려받는 줄 알았던 서구와 미국 등에서 여성 비하나 차별의 역사는 동양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이 책은 깨닫게 해준다. 여성 비하나 차별이 왜 이루어졌는지, 왜 차별받아도 어쩔 수 없이 참고 살아야 했는지는 여성해방운동 차원이 아닌 인류학이나 인류사에서 다뤄져야 할 것 같은 느낌도 든다. 한 지역뿐 아니라 인간이 사는 거의 모든 곳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니까.

2000년에 출간된 한 사회학사전에서는 미국에서 여성운동을 다룬 항목이 있다. 이에 따르면 1840년대 이후 1920년 여성참정권이 인정될 때까지 상당한 중요성을 갖는 것이었지만, 여성해방운동은 1960년대 중반에는 대중적인 관심에서는 크게 후퇴하였다. 그러나 1960년대 서구 페미니즘에 의해 부활된 여성운동은 여성해방운동을 들고 나왔다. 미국에서의 시민권운동의 경험은 여성의 종속적 위치에 대해 투쟁할 필요성을 촉진시켰다. 초기 여성운동과 달리 여성해방운동은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고' 각성된 여성의식을 모든 이론과 실천의 기초로 보게 되었다.

그리하여 그들의 억압의 성격을 분석하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투쟁을 선언하는 구체적인 정치활동에 강조를 두게 되었다. 이 운동은 다양하고 비위계적이며 조직이 허술하고 엄격한 원칙이 있는 것은 아니다. 지도자도 없고 여성해방에 대한 관심은 여러 형태를 띠고 있다. 그러나 공통점도 있는데, 그것은 모든 여성들이 한결같이 억압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것을 모든 남성들은 가지고 있지 않고 그것으로 득을 보고 있다고 생각한다.

보다 보수적인 페미니스트, 개혁주의자들은 법을 수단으로 생활을 변화시킬 수 있는 기존의 정치체계를 통해 일하는 것을 선호한다. 보다 급진적인 페미니스트들은 〈National Organization for Women〉과 같은 조직들이 현재 남성지배적인 지위체계의 모방에 불과하다고 주장함으로써 개혁주의적 집단을 비판하고 있다. 몇몇 급진주의자들이 사회주의적인 해결방식을 믿고 있지만, 많은 사람들은 사회의 기본적인 불평등이 계급보다는 성에 기초한 차별에 기인하며 주요한 변화들이 정치영역에서 이러한 차별을 수정하기 위하여 나타나야 한다고 보고 있다.

오늘날 같은 맥락으로 이어지는 페미니즘은 성별 고정관념을 해체할 방법을 모색하고 실현하기 위해 성별 관계의 구성을 분석한다고 한다. 여성해방운동이라고 표현될 때보다 진일보한 느낌이다. 이는 여성과 남성 같은 범주들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사유하고, 이 사유를 바탕으로 가부장적 위계에 맞서 싸우기 위함이다. 페미니스트들은 이를 통해 성별에 대한 사유를 확장하는 데 기여하고 '생물학이 사회적 운명을 결정짓는다'는 통념을 반박한다.

이들의 주장처럼 여성들이 경험하는 차별이 우연한 개인적 불행이 아니라 고유한 사회 문제의 배열 속에서 발생하는 체계적 억압의 결과일지도 모르겠다. 페미니스트의 활동은 가부장제와 여성억압 현상을 이해하는 지식을 생산해왔으며 여성의 사회적·문화적·경제적 지위를 상승시키고 성차별을 해소하는 데 기반이 되었다고 한다. 꾸준히 진화되어 왔다는 말로 이해된다. 오늘날 페미니즘은 각각 무엇에 중점을 두느냐, 여성·평등·정의·변화 등 개념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여러 이름으로 범주화된다. 대체로 자유주의 페미니즘,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즘, 사회주의 페미니즘, 급진 페미니즘, 에코페미니즘, 정신분석 페미니즘, 흑인 페미니즘, 레즈비언 페미니즘, 포스트모던 페미니즘, 퀴어 페미니즘 등이 주요한 페미니즘의 조류로 이야기된다는 말은 여전히 페미니즘은 사회의 중요 문제 중 하나인 채 진화하고 있다.

이 책의 〈서문〉은 첫 머리가 강렬하다. 무심코 읽었다간 된통 한 대 엊어맞은 느낌이 들 수도 있다. 뭐지? 소설집이나 사회풍자 혹은 범죄 스릴러 같은 제목이지만 부제가 책의 성격에 조금 다가선다면 〈서문〉은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이 책에 모인 탁월한 작가들의 합창이 이런 존재들의 진실을 말하고 분노를 풀어놓는다. 셰익스피어가 말했던 것처럼 이 이야기들이 그저 “잡음과 분노로 가득해 아무것도 의미하지 못하는” 것일까? 천만의 말씀. 여기 이야기들은 유머와 휴머니즘으로 숙성되었다.”고 토츠비그가 한 말은 책을 다 읽고도 다시 떠오르는 강한 충격을 준다. 

앞서 언급한 대로 이 책은 모두 15개의 단편 소설이 실려 있다. 이색적이라면 웹툰(만화)가 한편 실렸다는 점이다. 독자의 저급한 독서로서는 처음 본 형태이다. 산디 토츠비그의 지적처럼 여성을 대상화하고 비하하고 정의해온 멸칭이 하나씩 들어 있다. 「뜨개질하는 요물들-사이렌」 「진짜 사나이-비라고」 「보리수나무의 처녀귀신-추라일」 「가사 고용인 노동조합-테머건트」 「촌년-웬치」 「포르노 배우의 우월함-허시」 「약물대응팀-버튜피레이터」 「할망구의 정원-해러던」 「예지몽의 전사-워리어」 「의자 속 악령-쉬-데블」 「홀아비 염탐꾼-머크레이커」 「공군 지원 부대-스핏파이어」 「피압제자의 격분-퓨리」 「호랑이 엄마-타이그레스」 「용 부인의 비늘-드래건」 등이다. 

책의 역자 이수영은 "여성 혐오적 멸칭들이 다양한 구성과 문체를 통해 여성의 삶과 성적 정체성의 변화무쌍한 면모를 포괄하며 소수자의 힘을 드러낸다. 이 소설집은 온갖 주의 주장들의 경연장이 되어 인종 차별, 성청치, 계급 투쟁, 세대 갈등, 영웅주의, 테러리즘이 페미니즘의 감독하에 전개된다."(p.366~367)고 정리했다.

책의 첫 번째 작품은 현대 영미 문학의 거장 마거릿 애트우드의 「뜨개질하는 요물들」이다. 여성의 유혹을 상징하는 그리스 신화 속 ‘세이렌(siren)’이 화자로 등장해 “경계에 선 존재들”끼리 모여 뜨개질 모임을 결성하는 이야기다. 아름다운 여성의 얼굴에 어류의 몸을 한 세이렌, 오리 부리에 물갈퀴가 있고 알을 낳아 부화한 새끼를 젖으로 기르는 오리너구리, 그리고 삶과 죽음의 중간자적 존재 뱀파이어 등 그 어떤 표준이나 분류, 범주, 정의, 집단에 들지 못하는 이들이 모임의 일원으로 호명된다. 모임의 가입 자격을 두고 설전을 벌이는 와중에 이들은 각종 신화, 동화, 우화에 나오는 존재들, 특히 남성 중심의 이야기에서 희생자 혹은 피해자로 나오는 존재들을 소환하며 그들의 존재에 새로운 가치와 서사를 부여한다. 이 짧은 이야기 한 편이 하나의 비유이자 우화로서 상징적 의미가 크다.

시엔 레스터의 「진짜 사나이」는 여성으로 태어나 남자로 살아온 한 남장 여자의 수난기를 다뤘다. 19세기의 실존 인물 ‘샨도르 베이(Sandor Vay)’를 모티브로 삼았는데, 동성 간의 사랑과 그들의 심리가 섬세하게 그려진 작품이다. ‘비라고’가 남자같이 호전적인 여자를 지칭하는 동시에 과거 남성 중심 병리학의 관점에서 성도착자를 정의하는 용어임이 드러나는데, 이 글을 통해 과거 성소수자들이 어떻게 이해되고 다뤄졌는지 엿볼 수 있는 점도 흥미롭다.

카밀라 샴지의 「보리수나무의 처녀귀신」에서는 파키스탄의 여자 귀신 ‘추라일(churail)’이 등장한다. ‘추라일’은 남아시아 일대의 설화적 존재로, 아이를 낳다가 죽은 여자, 남편이나 시댁으로부터 학대당하다 죽은 여자, 한 번도 성적 만족을 얻지 못하고 죽은 여자 등 억울한 죽음을 맞은 여성의 넋을 이르는 말이다. 이 작품은 추라일이 된 어머니의 혼령을 피해 아버지와 함께 파키스탄에서 영국으로 이민 간 소녀의 성장 스토리를 토대로 가부장제의 억압뿐만 아니라 인간의 욕망과 불안 등을 치밀하게 그려냈다. 여기에 이민 사회에 대한 이슈나 기후위기 문제도 짚고 넘어간다.

이 밖에도 책은 정신없는 속도로 독자를 빨아들여, 우리는 레이첼 시퍼트의 「피압제자의 격분」에서 1942년 폴란드 여성들의 용맹한 항거에 직접 참여한 듯 전율하게 될 것이고, 클레어 코다의 「호랑이 엄마」에서 자녀 교육에 열성이었던 ‘타이거 맘’의 죽음을 함께 애도하게 될 것이며, 여성의 갱년기를 소재로 한 스텔라 더피의 「용 부인의 비늘」에서 ‘여성의 몸에 대한 자기이해’에 이르게 될 것이다.

저자 : 산디 토츠비그(Sandi Toksvig)

덴마크에서 태어나 아프리카, 아메리카에서 자라다가 열네 살에 영국으로 왔다. 코미디언이자 작가로 40년간 연극과 방송 활동을 하며 20권이 넘는 책을 썼다. 영국작가협회장을 역임하고 여성평등당을 창당하기도 했다. 국내에는 『불독 버턴 부인의 이야기』가 번역·출간되었다


저자 : 시엔 레스터(CN Lester)

음악가이자 작가, 트랜스/퀴어/페미니스트 교육가로 다양한 국제적 활동을 펼치며 예술 기획자 및 감독으로도 활동 중이다. 작곡가 바르바라 스트로치에 대한 학제 간 연구와 공연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음악과 젠더, 젠더와 섹슈얼리티의 역사에 대한 학문적 연구에도 관심을 두며 산문집 『트랜스 라이크 미: 우리 모두를 위한 대화Trans Like Me: Conversations for All of Us』로 비평적 찬사를 받았다.


저자 : 카밀라 샴지(Kamila Shamsie)

파키스탄 출신 영국 소설가. 1973년 카라치에서 태어났다. 1970년대 파키스탄에서는 여성에게 누군가의 아내 혹은 어머니로서의 역할만 기대했으나 샴지는 부유한 가정환경 속에서 작가인 어머니와 고모할머니의 지지를 받으며 소설가로서의 길을 밟을 수 있었다. 해밀튼 칼리지에서 문예창작과 학사, 매사추세츠대학교 애머스트캠퍼스의 시인 및 작가를 위한 MFA 프로그램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석사 시절 카슈미르 출신 시인 아가 샤히드 알리로부터 영향을 받았으며, 1998년 출간된 첫 소설 『바닷가 옆 도시에서In The City by the Sea』는 영국 ‘존 루엘린 라이스 상’의 최종후보작 명단에 올랐다. 이듬해 샴지는 이 작품으로 파키스탄 총리가 수여하는 문학상을 수상하였고 2000년에는 ‘21세기 오렌지 작가 21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어 발표한 『카르토그래피Kartography』(2002)는 세간의 폭넓은 호평을 이끌어내면서 영국 ‘존 루엘린 라이스 상’ 최종후보작으로 선정되었고, 『카르토그래피』와 더불어 『단절된 구절들Broken Verses』(2005)은 파키스탄 문학 아카데미로부터 ‘파트라스 보카리 상’을 수상했다. 그 밖에 『타버린 그림자Burnt Shadows』(2009)는 인종차별을 다룬 작품을 대상으로 하여 ‘블랙 퓰리처상’이라고도 불리는 ‘애니스필드 울프 도서상’을 수상하였으며 ‘여성문학상’ 최종후보작에 올랐고, 『모든 돌에 깃든 신A God in Every Stone』(2014)은 2015년 ‘월터 스콧 상’과 ‘베일리스 여성문학상’ 최종후보작으로 선정되었다. 최근작 『홈 파이어』는 시민으로서의 정체성과 종교 및 정치 간의 관계 그리고 이것이 개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 소설로, 2017년 ‘맨부커상’ 후보작에 올랐으며 2018년 ‘여성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역자 : 이수영

연세대학교 국문과와 같은 대학원 비교문학과를 졸업했다. 편집자, 기자, 전시 기획자로 일하며 『밴디트: 의적의 역사』 등 인문서로 번역을 시작했다. 지금은 문학 번역에 전념하고 있으며 소설 『클로리스』, 『XX』, 『비하인드 도어』, 에세이 『국경 너머의 키스』, 『마이 코리안 델리』, 여행기 『헤밍웨이의 집에는 고양이가 산다』, 『너의 시베리아』 등을 옮겼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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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결국 괜찮아진다
김유영 지음 / 북스고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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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당신은 결국 괜찮아진다』는 삶이 어렵고 힘들다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위로와 치유의 메시지다. 저자 김유영은 살아오는 동안 많은 시간을 '불행'을 겪었고, 그래서 자신은 불행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염세적이었다. 염세적이란 말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부정적이과 비관적이란 말과 같은 의미다. 스스로를 염세주의자라고 생각했던 이유다. 반대로 세상의 모든 일을 밝은 면만 보고 살아가는 사람은 낙관주의자라고 한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과 이를 바탕으로 힘든 상황을 극복하려는 것은 '긍정적'이다. 

우리의 일상을 돌이켜보면 늘 불행하거나 늘 행복한 경우는 별로 없는 것 같다. 같은 상황 아래서도 어떤 사람은 행복하다고, 어떤 사람은 불행하다고 느낀다. 실제 우리 삶 전체를 살펴봐도 늘 불행하거나 언제나 행복한 사람은 없다. 상황은 수시로 변하고, 시간은 모든 것을 변화시킨다. 삶이 무상(無常)하다고 느낀 것은 우리 모두다. 책의 저자는 철학자도 아니고, 그렇다고 우리 삶을 깊이 연구하는 인문학자도 아니다. 자신의 불행한 상황을 비관만 하다가 남들처럼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의지와 용기만으로 지금은 가난이 '부자'로 바뀌었고, 남에게 불쾌감만 주던 사람이 약자와 소외자들을 늘 위로하고 어루만지는 '행복 전도사'로서 변했다. 심리 상담을 하면서 글을 쓰는 작가이기도 하다. 

저자 김유영은 「당신은 무엇을 해도 될 사람이다」란 제목의 〈프롤로그〉를 통해 자신의 과거부터 털어놓는다. "나도 한때는 지독한 염세주의자였다. 원치 않은 세상에 태어나 불편부당함에 싸움질만 했다. 이기적이었고 옹졸했으며, 치졸했고 시샘도 많았다. 인내심과 끈기도 없어 잘 참지도 못하고 신경질과 화만 냈다. 외부의 시선에 위선을 떨었고 가식적이었다. 타인의 말을 듣기 전에 내 말이 앞섰고, 내 생각대로 해 버리는 못된 고집쟁이였다."(p.5~6)

어느 날 그는 스스로를 탄식하고 자책하다 결국 자신을 변화시키는 방법을 선택했다. 자신을 기만하며 살고 싶지 않았기에, 남들처럼 행복하게 살고 싶었기에···. 동기는 다소 약하지만 절실했다는 말로 독자에게는 읽힌다. 여전히 가진 것 없고 부족하지만 이젠 나누고 베풀기 좋아하고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을 좋아하는 '마음 부자'가 되었다고 자랑스럽게 말한다. 자신보다 약하고 힘없는 사람을 돕는다니 '마음 부자'란 말이 설득력을 갖는다.

저자의 일상은 책을 읽고 매일 글을 쓰며 심리적 안정과 치유와 더불어 성장과 성찰을 경험한 것을 지금은 작가와 심리상담사로 모두의 마음에 긍정 마법사의 기운을 전하며 사는 저자의 삶이 완전히 바뀌었을 것으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이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삶을 살고 있다는 말은 '마음 부자'고 '사람 부자'란 말이 잘 어울린다. 저자는 독자들에게 책을 통해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긍정적으로 열심히 살 것"을 주문한다. 그리고 자신이 바라고 꿈꾸는 인생을 만들어야 할 때가 '바로 지금'이라고 강조한다. 어디서나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는 말 "긍정적인 생각과 행동의 지속이 성공적인 삶과 인생을 만든다"는 저자의 말은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가슴에 와 닿는다. 

저자는 우리 삶에 대한 시선을 표현하는 여러 가지 단어들을 떠올려 풀이하며 책의 말머리를 잡는다. '낙관주의자'는 사전적 의미로, 삶과 인생의 밝은 면을 보고 긍정적인 태도로 살아가는 사람을 뜻한다. 여기에 한 가지 더해, 무작정 긍정만 하는 것이 아닌, 어려운 환경이나 스트레스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해결 방법을 찾는 사람을 '긍정주의자'라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에 따르면 긍정은 버겁고 힘든 상황에서 꼭 필요한 마음가짐이지만, 아쉽게도 가장 빨리 사라지는 마음의 자원이다. 부정적인 감정은 생각을 엉키게 하고 지친 몸은 생각을 멈추게 한다. 

긍정적인 사람으로 변화하고 싶다는 독자들에게 저자는 주문한다. 지금 내 마음의 상태는 어떤가? 세상을 희망차게 보려고 잠시 성찰하라고 말한다. 혹시나 극단적 비관주의나 부정적 편향에 빠져 있다면, 차분하게 차 한 잔 마시며 자신의 관점을 바꿔 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귀띔한다. 이러한 마음가짐은 누구나 훈련으로 키울 수 있는 것이지만 매일 꾸준히 지속 실천해야 한다. 이를 위해 매일 저녁 하루를 돌아보고 좋았던 일과 그 이유를 떠올려 볼 것을 권유한다. 바둑의 복기처럼 하루를 돌아보는 것도 좋고, 가족끼리 대화를 나누는 것도 좋다고 말한다.
어려운 현실을 냉철하게 바라보되, 미래에는 괜찮아질 것이고 결국에는 이겨내리라는 믿음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낙관주의가 자칫 자만심과 낭만으로 지나칠 수도 있지만 요즘 같은 힘든 시기엔 의도적으로라도 해보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힘들어 지쳐 포기하는 마음보다는 긍정적인 마음과 이겨낼 수 있다는 희망이 밝은 미래라는 선물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저자는 역설한다. "늦은 밤 문득 오늘 하루 어떻게 보냈는지, 내일은 잘 해낼 수 있을지, 앞으로는 잘 헤쳐 나갈 수 있을지 걱정이 들어 잠을 설친다. 때로는 성실하게 살아야 한다는 버거움에 나를 자책하기도 한다. 그런 당신에게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는 힘이 무너졌을 때 다시 일어서게 만드는 마음인 ‘긍정’을 처방한다." 출판사 측의 소개글에도 저자의 집필 취지가 그대로 반영돼 있다.
이 책 『당신은 결국 괜찮아진다』에는 삶이 버거운 독자들을 토닥이는 긍정의 문장이 빼곡하게 담겨 있다. 한 장에 하나, 긍정의 힘을 나눠주는 이 책은 자신의 삶을, 자신의 주변을 더 나아가 자신의 미래까지 사랑할 수 있도록 힘을 길러준다. 저자는 미래를 준비 중인 독자들에게 용기를, 바쁜 현실에 지쳐가는 독자들에게 쉼을, 이별에 슬퍼하는 독자들에게 새로운 시작을 건네는 글을 써 이 책에 담았다. 세상을 밝고 희망차게 바라보는 저자 김유영의 글은 한 자, 한 자에 독자들 모두가 삶을 사랑할 수 있으리란 기대가 담겨 있다.
이 책은 모두 4부 73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부 〈나는 나의 행복을 바라니까〉, 2부 〈사랑할 수 있는 용기〉, 3부 〈천천히 조금씩 꾸준하게〉, 4부 〈오늘을 열심히 살고자 하는 당신에게〉 등이다. 1부에는 오늘 하루를 밝게 볼 수 있는 힘,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는 힘을 담았다. 2부는 주변을 돌보고 사랑하는 방법을 담았고, 3부에서는 남들보다 느린 삶을 사는 독자들에게 묵묵히 걸어가는 속도의 값짐을 알려 준다. 4부에서는 매일을 잘 살고자 하는 당신에게 용기와 응원을 건넨다. 긍정주의자인 저자는 전한다. “자신을 믿고 최선을 다해 가 보자. 당신은 무엇을 해도 될 사람이다.”

1부 2장 「넘어지는 법」에는 유도의 낙법에 대해 비유적 표현으로 독자들을 격려하고 용기를 북돋아준다.

유도에서는 나가떨어지거나 넘어지는 때를 대비해 아무런 부상 없이 자기 몸을 안전하게 유지하며 넘어지는 낙법을 제일 먼저 배운다. 왜 낙법을 제일 먼저 배울까? 넘어지는 것을 몸에 충분히 익혀야(인생의 쓴맛을 먼저 알아야) 후리기, 업어치기, 메치기, 되치기(삶의 고난, 고행, 고통)를 당하는 그 자체에 신경을 덜 쓰기 때문이다. 오히려 두려움 없이 상대방을 공격하는 것에 집중할 수(좌절하지 않고 다시 일어나 잘 살아갈 수) 있다.

유도에서처럼 잘 넘어지는 법을 먼저 배워야 하지만, 어리석게도 넘어지지 않으려고만 안간힘을 쓰며 살아간다. 한 번 넘어지면 다시 일어서기 어렵다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사람은 누구나 넘어지는데 말이다. 넘어짐은 실패가 아닌데 말이다. 넘어지면 그냥 다시 얼어서면 되는데 말이다. 이제 넘어짐을 두려워하지 않기로 하자. 넘어지는 법을 배운 사람은 다음에 넘어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으니까. 넘어지지 않는 사람은 없고 다시 일어나는 사람만이 앞으로 나아가는 방법을 안다.(p.18~19)

1부 11장 「시선」도 좋다. 

사람마다 자신에게 처한 상황이나 일어난 일을 어떻게 받아들이냐는 천양지차다.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인생이 불행해지기도 행복해지기도 한다. 불운한 상황에서도 긍정적이고 희망차게 받아들여 충실하게 살아가는 이가 있는가 하면, 탓을 하고 푸념하면서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며 사는 이도 있다. 이러한 받아들임을 '인생관'이라 한다. 나 또한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수많은 경험이 쌓여 세상의 다양한 이치를 더 깊게 이해할 수 있었고, 이해하는 범위가 넓어지고 길어질수록 나만의 편견을 버리고 상황을 좀 더 명확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중략) 세상 그리고 삶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자. 그러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배우고 익혀서 성장하고 깨달아야 한다. 그러면 편견에서 멀어질 수 있다. 멀어진 이후에는 세상의 진짜 참모습을 허심탄회하게 마주할 수 있게 된다.(p.47~48)

4부 9장 「느슨함」에도 깨달음이 있다. 

마음의 여유는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편안하고 여유 있는 하루를 보냈다면 누군가 사고를 쳐도 웃으면서 넘어가지만, 지칠 정도로 아주 힘든 하루를 보내고 돌아온 날에는 화를 내고 엄격하게 대하며, 요구하는 것을 차갑게 거절한다. 코너에 몰릴수록, 마음의 체력이 약할수록 에너지를 끌어올리는 데 드는 비용도 증가하고 실패한다면 감당해야 할 부담도 커진다. 그래서 자신이 가진 잠재력도 보지 못하고 가능성을 발휘하지 못한 채 하루하루를 소모 당한다고 느끼면서 지낸다. 급기야 스스로 삶을 통제하거나 예측하지 못하고, 주도적으로 선택하지 못한 채 흘러가는 태도는 마음 에저지를 급속히 방전시킨다.

마음의 체력 저하는 열심히 최선을 다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현실에 대한 불안과 앞날에 대한 부정적 전망 그로 인해 마음의 가난함에서 오는 후유증이다. 여유로운 마음가짐으로 최선을 다했다면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겸손하게 칭찬해 주고 격려해 주는 믿음이 마음 체력을 곧바로 충전시켜 줄 것이다.(p.187~188)


저자 : 김유영


작가 겸 심리상담사인 그는 한때 염세주의자로 방황하다 삶과 사람 그리고 자연이 알려 주는 사랑의 본질적 의미를 깨달으며 긍정주의자로 탈바꿈하였다. 모든 것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오늘도 긍정의 희망을 전파하려 노력하는 따뜻한 감성의 소유자다. 검정고시로 학업을 마친 아쉬움으로 8년간 서점에 몸담았고, 그저 책이 좋아 서점을 창업하기도 했다. 시간이 흘러 현재는 세상을 읽고, 보고, 듣고, 느끼고, 돌아보고, 생각하며 17여 년 동안 매일 글을 쓰고 있다. 훗날 작은 카페를 운영하며 심리상담과 강연을 하며 지금까지 해 온 선한 나눔과 봉사를 실천하며 살고자 한다. 또한 가정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의 꿈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재단 설립에 노력하고 있다. 직장 생활과 강연 활동을 병행하고 있으며, 매칭 서비스 플랫폼 ‘숨고’에서 심리상담사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오늘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행복의 메시지를 전해 주기 위해 《쉼, 하세요》, 《마음이 향하는 시선을 쓰다》, 《나만의 쉼을 찾기로 했 나만습니다》, 《오늘만큼의 행복》, 《나라서 될 수 있는 하루》, 《나의 아름다운 내일에게》, 《좋은 사람이 되어 줄게》를 지었다.

- 인스타그램 @la_bella_t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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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에 읽는 인문학 필독서 50 필독서 시리즈 24
여르미 지음 / 센시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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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밀레니엄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인문학의 위기'라는 말이 처음 지적되기 시작했다. 이 말이 처음 나돌 때만 하더라도 이 말이 뜻하는 바를 잘 이해하지 못했다. 일제강점기부터 시달려온 '가난'이란 단어는 일제의 수탈으로 더욱 심화되었다. 한국전쟁(6·25 전쟁)을 거치면서 라는 가난은 마치 숙명처럼 받아들여졌다. 간신히 미국이 보내준 원조물자에 의해 입에 풀칠할 정도였다. 식량으로는 밀가루였다. 밀가루에 의지해 수제비를 쑤어 먹었고, 이후 일본을 통해 들어온 '라면'이 대용식이 되었다. 그나마 라면은 60년대 들어 제조법을 들여와 우리 기업이 만들어 판매해서 국가 살림에도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가난은 먹을 것이 해소된다 해서 끝나는 것은 아니다. 다행히 경제발전 5개년 계획이라는 정책이 수립되면서 60년대 처음으로 경제 발전을 나라가 주도한다. 아무것도 없는 전쟁의 폐허 위에 시작해 경제 부흥을 이끈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당시 정부는 우리 민족의 근면성에 크게 기대를 걸었던 것으로 보인다. 정책적으로 기업에게 각종 편의를 제공해주는 방식으로 경제를 부흥시키기 위해 온 국민이 힘을 합칠 것을 호소했다. 다행히 가난에 지친 국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돈 되는 일에 뛰어들었다. 부작용도 많았지만 경제 발전은 서서히 이루어졌다. 경공업에서 중화학공업으로 변모돼 갔다. 부작용이 없을 리 없다. 그러나 강력한 정부 정책은 민주화와 노동 환경 개선은 후순위로 밀렸다. 

박정희 정부는 경제 부흥을 위한 '잘 살기 운동'에 국민이 한뜻으로 매진해야 한다는 이유를 내세워 민주화 요구와 환경 보존, 노동자 권익 옹호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많은 인재들이 민주화 요구를 했다는 이유로 감옥가고 일부는 극형을 받기도 했다. 소득 재분배나 환경 보호는 아예 신경 쓰지도 않은 문제였다. 환경부와 노동부는 아예 정부 조직에서 빠졌다. 대신 차관급의 환경청, 노동청으로 대신했다. 이렇게 국민들은 기업주와 노동자, 지배층과 피지배층으로 갈라지기 시작했다. 국제 사회 일각에서 주장하는 환경론은 개발론에 밀려 발붙이기도 힘들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산업화는 예상 외로 호재까지 겹쳐 순조롭게 진행됐다. 마침내 세기말에 들어 해외여행 자유화와 민주 정부도 들어섰다. 경제 수준도 엄청나게 달라졌다. 80년대 마이카 시대를 거쳐 90년대 해외여행 자유화는 마치 선진국에 들어선 것 같은 분위기였다.

그러나 지나친 잔치였을까? 외화 낭비가 심해졌다. 무역하고 대금 결제해야 할 외환보유고에 구멍이 나기 시작했다. 수십 년 동안 국민들의 피와 땀으로 이루어진 경제 발전의 허상이 드러난 듯했다. 학교에서 배웠던 IMF라는 생소한 자금 지원은 가혹한 자본주의 논리의 경제 수탈이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고스란히 몫은 국민들에게 돌아갔다. 다행히 다시 한 번 허리때를 졸라매면 극복할 수 있다는 민주 정부 지도자의 말을 믿고 너도나도 팔을 걷어붙였다. 이른바 '금 모으기 운동'도 자발적으로 시작됐다. 마치 일제 강점기 때 '국채보상운동' 같은 캠페인이 벌어진 것이다.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불과 3년도 안 돼 IMF도 '졸업'했다. 이미 유치 확정된 월드컵은 국민의 힘을 한데 모으는 또 다른 기회가 되기도 했다. 월드컵 4강 신화로 얻은 것은 '자신감'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이때쯤 '인문학의 위기'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고 본다. 일부 뜻있는 학자들의 주장이었지만 쉽게 받아들여졌다. 당연하다는 반응이었다. 워낙 가난해 배고픔을 벗어나야 했고, 식량난 해소와 함께 주거난도 해결 문제로 떠올랐다. 뿐만 아니라 자녀 교육은 다른 모든 걸 희생해서라도 꼭 필요하다는 국민들의 의식은 옳았다. 부모 세대들은 사회에서 박사보다 기술자를 원했고 대학 졸업자보다 기능공이 필요했다는 사실을. 이때 대학을 다녔던 사람들은 대부분 이과생이다. '대부분'이란 말이 다소 과장됐다고 볼 수 있지만 정부 정책으로 사회에서 당장 도움이 될 공대와 이과 과목 이수자들이 절실했기에 모집 정원부터가 터무니없이 차이 났다. 때문에 힘들었던 과정에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정책이지만 인문학 문제가 불거지자 '터질 게 터진다'는 느낌으로 다소 덜 당황했던 듯 싶다.

이 책 『마흔에 읽는 인문학 필독서 50』은 이런 '위기'를 극복하는 하나의 돌파구를 뚫는 역할을 대신한다는 의지로 집필됐다. 책의 저자 여르미가 출판사의 의뢰를 받아 집필했다는 집필 취지를 밝힘에 따라 이 책의 성격을 가늠할 수 있다.

저자 여르미는 〈프롤로그〉를 통해 "모든 사람이 꼭 인문학 책을 읽을 필요는 없다."는 전제를 달지만 '왜 인문학이 필요한가?'에 대한 나름의 이유로 답변하고 있다. 저자는 삶의 어느 시기, 힘든 때가 오면 반드시 인문학 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모두가 비슷한 방향을 향해 달리던 20대, 무엇이든 해내고 싶은 의욕과 용기가 넘치던 30대를 지나 마흔을 맞이할 무렵이 바로 인문학을 읽을 때라는 주장이다. 40대가 되면 오늘은 어제와 똑같이 반복되고, 내일에 대한 막연한 불안이 불쑥 찾아오고, 번아웃을 호소하기도 한다는 점을 들고 있다. 저자는 보건복지부의 조사를 인용하며 "공황장애와 조울증 진료를 받은 환자 중에 40대의 비율이 가장 높다"는 점을 설명한다. 이 책의 표제어에 '마흔'이라는 단어가 포함된 이유이다.

저자는 자칭 ‘뼛속까지 이과 머리’라는 16년 차 치과의사로 3년째 네이버 도서 인플루언서 1위를 기록하고 있는 블로그 ‘여르미 도서관’의 운영자다. 치대 공부를 모두 마치고서 한창 마음이 분주하던 무렵 ‘이게 내가 진정으로 원했던 삶인가? 대체 왜 나는 불행한 걸까?’ 하는 의문에 휩싸였다. 사회가 시키는 대로 뚜벅뚜벅 잘 따라왔으나 어느 순간 삶의 방향성을 잃은 것 같고 삶의 의미를 찾고자 방황하던 그때, 자신보다 먼저 고민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해답을 훔쳐 보고 싶어 저자는 책을 읽기 시작했다고 털어놓는다. 그리고 비로소 모든 책이 인문학으로 통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밝힌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인문학의 미덕은 무엇보다 다른 삶이 존재한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데 있다. 저자는 “세상에 당연한 길, 당연한 삶, 당연한 현실은 없다”며 “지금 이 자리에서 더 나은 삶을 선택하고 열어젖힐 수 있도록 인문학은 다양한 대안을 제시하고 용기를 북돋아 준다”고 강조한다. 그렇기에 인문학을 읽는다는 것은 ‘행복해질 자유를 얻는 일’이라고 강조한다. ‘내가 정말 제대로 걸어가고 있는지’ 되묻고 싶고, ‘이 삶의 끝에는 행복이 기다리고 있는지’ 의구심이 들 때, 인문학 책을 한번 읽어보라고 저자는 권한다. 이 책에 언급한 50권의 필독서는 저자가 임의로 선정한 책이다. 그러나 쉬운 책과 어려운 책, 오래 전 고전부터 최근 베스트셀러까지, 어렵고 두껍다고 소문이 나서 아무도 함부로 도전하지 않는 책도 일부러 제시했다고 말한다. 막상 읽어보면 어렵지 않고, 읽을 만하다는 걸 알려주기 위해서.

이 책에는 『쇼펜하우어의 행복론과 인생론』부터 알랭 드 보통의 『불안』까지 인생이 던진 막막한 숙제 앞에 해답을 찾고 싶은 이들을 위해 엄선한 인문학 책 50권이 실렸다. 물론 '함께 읽으면 좋은 책'까지 합치면 200여 권에 달한다. 필독서 50권은 7개 장(章)으로 나뉘어 있다. 1장 「인생의 전환점에서 나를 발견하는 책 읽기」, 2장 「무력감을 느낄 때 책에서 발견하는 삶의 의미」, 3장 「지금 내가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이유」, 4장 「역사와 종교를 통해 인간을 이해하기」, 5장 「냉혹한 현실을 마주할 때 힘이 되는 책 읽기」, 6장 「불안하고 흔들릴 때 마음을 다독여주는 책 읽기」, 7장 「나와 타인의 심리를 더 깊이 이해하고 싶다면」 등이다. 

저자는 인생의 전환점에서 나를 발견하고 진정한 행복의 길을 다시 찾고 싶을 때 도움이 되는 책으로 『행복의 정복』, 『자기 결정』, 『에밀』, 『몰입의 즐거움』 등을 권한다. 고된 일상에 지쳐 마음이 흔들릴 때는 인문학 고전 『명상록』, 『도덕경』, 『논어』, 『다산 산문선』 등에서 시대와 공간을 뛰어넘어 마음을 다독여주는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다. 만약 지금 무력감에 빠져 있다면 『두 번째 산』,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아직도 가야할 길』, 『자기 신뢰』 등의 책을 읽기를 권유한다. 이 책들은 현대인의 고질병인 ‘허무주의’를 극복하고 삶의 의미를 발견하며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성찰하게 만든다.

저자에 따르면 지금 내가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꼭 나의 내부에만 있지 않다. 우리를 둘러싼 사회 구조를 파악함으로써 불안의 원인을 이해하게 해주는 책들을 슬며시 제시한다. 『피로사회』, 『소유냐 존재냐』, 『평균의 종말』. 『액체 현대』 등은 현대 사회 시스템의 문제를 직시함으로써 나의 문제를 새롭게 인식할 수 있게 한다. 이와 더불어 『총 균 쇠』, 『사피엔스』, 『축의 시대』, 『제국의 시대』 등 역사와 종교에 대한 통찰을 돕는 책들은 우리는 누구이며 어디로 가는지 문명과 역사의 긴 흐름 안에서 겸손하게 우리 자신을 고찰할 수 있게 한다. 냉혹하고 폭력적이며 때로 혐오가 만연한 현실에 염증을 느낄 때, 그럼에도 인간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을 이유를 일러 주는 책들도 있다. 저자는 이러한 책으로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타인에 대한 연민』, 『바른 마음』 등을 소개한다. 마지막으로 『인간 본성의 법칙』, 『사람을 얻는 지혜』, 『군주론』, 『생각의 지도』,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 등은 나 자신과 타인의 삶을 더 깊이 이해하며 더불어 살아갈 지혜를 전해 준다.

나이 마흔이면 열심히 일하던 시기를 갓 넘긴 사회의 중추 세력이고, 집안에서는 확실한 가정의 책임자로 있을 나이다. 공자는 '불혹'의 나이라고 했고, 링컨은 '자기 얼굴에 책임 질 나이'라고 했다. '100세 시대'라고 해서 아직 인생의 전반전이 계속된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 '전환기'라고 봐야 옳을 것이다. 아직 우리 사회 구조가 100세 시대에 맞는 시스템 변화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반이든 후반이든 가리는 기준이 나이에 따라서이기는 하지만 사실은 삶의 전체를 놓고 볼 때는 전환기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고 독자는 판단하고 있다. 2024년 대한민국에서 '마흔'은 행복한 삶을 위해 나를 다시 발견하고, 과거를 통해 현재를 이해하고, 냉혹한 현실 앞에 마주할 힘을 얻고, 타인과 더불어 성장하고자 할 때다. 

마흔을 앞두고 막연하게 불안하거나 혹은 새로운 삶을 계획하고 있는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하는 것도 돈 벌고, 가정을 책임지는 한 사람으로서의 역할에 중점을 두지 않기 때문이다. 보다 넓은 의미의 삶에서의 현재 위치, 앞으로 다가올 변화에 대한 대비, 그리고 노년기 삶의 계획 등을 깊게 고민할 나이라는 생각에서다. 마흔에 가장 필요한 것은 실용적인 삶의 기술이 아닌 삶의 의미를 찾는 질문이기 때문이다. 인생의 전환점에 선 이 시대 대한민국 40살은 이미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는 충분히 알고 있다. 이제 ‘왜’ 살아야 하는지 진정한 삶의 의미를 찾을 때라는 저자의 주장이 설득력이 있다. 독자도 공감하고 동의한다. 저자는 인문학 책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알려주진 않지만 '왜 살아야 하는지'를 알려준다고 저자는 말한다. 삶의 의미와 함께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주는 학문이 인문학이고, 여기에 적힌 50권의 책은 그 기준이 되는 책으로 충분한 역할을 해줄 것으로 독자는 기대하고 있다. 독자들이 완전히 소화하지 못하더라도 필독서 50권은 삶의 방향을 옳은 방향으로 가는 실마리를 제공해 줄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이 책을 읽으려는 독자들에게 미리 제공되는 자료로 활용할 것을 권한다. 이 책의 구성을 보면 이해된다. 이를 테면 1장의 두 번째 책 버트런드 러셀의 『행복의 정복』에 대해 시스템적 접근을 한다. 우선 저자 러셀에 대해 키워드를 제공한다. #행복의조건 #노벨문학상 #수학자 #철학자 등이다. 저자 안내를 통해 20세기 대표 지성인 러셀은 분석철학자의 기초를 세운 철학자이자 1950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가라고 적고 있다. 다음은 '이 책을 선정한 이유'를 간단하게 기술했다. 20세기를 빛낸 사상가는 많지만 철학과 수학뿐만 아니라 과학·역사·요육 등 다양한 분야의 학문에서 두각을 나타낸 사상가는 드물다고 쓴다. 이 책이 대중의 눈높이에 맞춰 쉽게 쓰인 에세이라는 사실도 미리 알려준다.

『행복의 정복』의 표제어에서 내포하고 있듯 행복이 저절로 굴러들어 온다면 얼마나 좋을까?란 의문문으로 저자는 독자들의 시선을 잡아당긴다. 표제어에 들어간 '정복'이란 단어에 강제적으로 행복을 쟁취해야 함을 말하고 있다고 본 것이다. 책의 내용에 대해 전체 아웃라인을 제시한다. "『행복의 정복』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앞 부분은 '행복이 당신 곁을 떠난 이유', 그러니까 우리가 행복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말한다. 뒷 부분은 '행복으로 가는 길'로, 우리가 행복해지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들에 대해 다룬다. 이 책이 100년 전에 쓰였지만 삶의 조건이 달라졌음에도 행복의 조건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는 저자의 소감이 이어진다. 이 책이 고전이 된 이유와 행복의 조건이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저자의 설명은 중간 중간에 인용문을 함께 적어 독자들이 단숨에 내리 읽도록 도움을 준다. 

"버트런드 러셀은 철학자답게 다양한 분석을 통해 행복의 조건을 제시한다. 그는 '취미', '다양한 관심', '관계', '열정', '중용', '사랑', '일' 등을 통해 외부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행복으로 가는 길이라 보았다. (중략) 『행복의 정복』에서 러셀이 말하는 근원적인 행복은 인간과 사물에 대한 따뜻한 관심에서 온다. 이는 사랑의 일종이다. 행복을 가져오는 사랑은 다른 사람들을 관찰하기 좋아하고, 개개인의 특성 속에서 기쁨을 느끼는 사라이다. 만나는 사라들을 지배하려거나 이들에게 열광적인 찬사를 받아내려고 하는 대신 그들의 관심과 기쁨의 폭을 넓혀주려고 하는 사랑이다. 이들은 칭찬 받길 원하기보다 칭찬하길 원한다. 이들은 먼저 관심을 건네고 그 결과 타인의 친절을 되받는다. 그리고 결국 행복해진다."(p.27~28)

저자는 마지막으로 러셀의 말처럼 행복은 사실 쉽지 않다고 공감을 표시한다. 헬스장에서 땀 흘리며 근육을 키워나가는 것처럼 행복 또한 꾸준한 운동이 필요하다고 독자들에게 조언한다. 특히 단기간에 소비하고 마는 행복이 아닌 꾸준한 행복을 원한다면 『행복의 정복』을 읽기를 추천한다. '함께 읽으면 좋은 책'으로는 대린 맥마흔의 『행복의 역사』(살림출판사, 2008)과, 서은국의 『행복의 기원』(21세기북스, 2014), 조너선 하이트의 『조너선 하이트의 바른 행복』(부키, 2022)를 추천했다.


저자 : 여르미


바닷가 옆 시골 마을에서 매일 읽고 쓰며 살아가는 책 탐닉자, 책벌레, 그리고 치과의사. 네이버에서 누적 조회수 600만, 3년째 도서 인플루언서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여르미 도서관’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추천한 책이 좋았다는 말을 들을 때 행복과 보람을 느낀다. 책으로 사람은 변할 수 있다고 믿으며 결국 책이 삶을 구원해 줄 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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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무기 도감 - 웹툰, 웹소설, 게임 시나리오의 캐릭터와 스토리를 풍성하게 하는 무기 350가지 창작자의 작업실 2
환상무구연구회 지음, 구수영 옮김 / 제이펍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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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세계 무기 도감』은 부제 

「웹툰·웹소설·게임 시나리오의 캐럭터와 스토리를 풍성하게 하는 무기 350가지」에서 나타나듯 

작품을 쓸 때 현실감을 생생하게 살릴 수 있는 무기를 총 망라하고 있다. 

물론 실제 전투 현장에서뿐만 아니라 전투에 대비하거나 위엄을 보이기 위해 과장된 무기도 있지만 

대체로 실제 전쟁에 사용된 무기들이 대부분이다. 무기 중에서도 총포가 등장하기

이전까지의 무기인 

칼과 창, 특수한 상황에서 사용된 무기들이다. 지금은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무기들이다. 

흔히 말하는 근거리에서 적을 살상하는 무기가 주를 이루며, 먼거리 적에게 사용하는 활도 함께 수록했다. 한 번도 직접 전쟁을 겪지 않은 사람들은 잘 알 수 없는 용도의 특수무기도 있다. 

대체적으로 현대 전쟁이라는 제1차 세계대전 이전까지 사용됐다.

석기 시대 이후 청동기 시대, 철기 시대인 

근대 이전에 실제 전쟁에서 사용됐고 이후에는 장식용이나 신분 표출형 등으로 사용된 화려한 무기도 있다. 

이 책의 용도는 게임이나 소설 등 전쟁 장면에서 사용될 칼과 창이 주를 이루고 있다. 

저자 황상무구연구회는 『세계 무기 도감』을 출판하는 분명한 이유를 밝히고 있다. 

"매력적인 무기는 캐릭터에 강력한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이 책은 유럽의 바이킹 소드, 중동의 샴쉬르, 

일본의 우치가타나, 중국의 언월도 등 전 세계에서 실제로 사용된 350가지

무기들의 기원과 사용 방식, 

그리고 시대와 문화적 배경을 꼼꼼히 분석하여, 

무기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제공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창작하는 사람들의 캐릭터에 현실성과 매력을 

더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독자들이 공감하고 몰입할 수 있는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많은 시간을 써야 하는 창작자들에게 캐릭터에 

알맞은 무기를 선택해서 한층 더 생생하게 현실감을 높이도록 돕는 취지다. 

이 도감을 잘 읽고 익히면 무기에 대한 지식은 물론 영감도 줄 수 있다는 

점을 어필하고 있다. 책은 근대 이전 시대까지 사용하던 무기(화약류 제외)를

여섯 가지 종류로 나누었다. 

① 도검 ② 단검 ③ 장병기 ④ 타격 무기 ⑤ 원거리 무기 ⑥ 특수 무기 등이다. 

책은 종류에 따라 6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저자는 〈서문〉을 대신해 '이 책을 보는 방법'을 그림과 함께 실었다. 이에 따르면 

① 무기 일러스트를 살펴보고 내 캐릭터에 맞는 매력적인 무기를 찾는다. 

② 디테일한 무기 정보를 꼼꼼히 읽는다. ③ 어려운 무기 용어는 도해(그림)를 참고한다. 

책에 실린 도검류는 108가지, 단검류 60가지, 장병기류 59가지, 

타격 무기류 58가지, 51가지, 특수 무기류 33가지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각 무기의 기원과 사용 방식을 설명함으로써 

단순한 무기 도감을 넘어, 무기들이 어떻게 사용되었는지를 

세밀하게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을 제시했다. 더불어 각 무기의 탄생 배경부터 

실제 전장에서의 활용 방식까지 다루어, 

그림과 함께 설명함으로써 독자들은 마치 직접 무기를 쥔 듯 

깊이 있는 경험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각 무기가 탄생한 시대의 

기술과 문화적 배경을 통해 그 의미와 역할을 설명하고 있다. 

무기의 기본적인 기능뿐만 아니라, 의례용, 장식용 등 

문화적 역할을 통해 그 시대의 상징물로서 어떻게 사용되었는지를 

탐구하는 데 적합함을 강조한다. 이 밖에도 풍부한 일러스트를 통해 

각 무기의 디테일을 정교하게 묘사했다. 텍스트와 함께 무기를 

더욱 생생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소설이나 게임 창작자들은 

이 책 『세계 무기 도감』을 통해 무기의 형태와 구조를 직관적으로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깊이 있는 세계관을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무기류의 차례만 알려줄 뿐 350개의 무기의 목차를 따로 제시하지 않았다. 

짧고 간단하지만 상세하게 그림과 함께 실었기 때문에 처음부터 쭈욱 훑어보면 

시대에 따라 전투에 사용된 도검류(칼)의 변화를 살펴볼 수 있고, 모양에 따라 

어떤 장소, 어떤 상황에서 사용하면 효과적일지 쉽게 판단이 가능하다. 

이를 테면 첫 번째 칼은 「바이킹 소드」가 나온다. 이 칼은 중세 시대 북유럽의 전사들이 

즐겨 사용하던 무기다. 

한 손으로 잡기 쉽도록 칼자루가 짧게 만들어졌다. 제강 기술이 없었기 때문에 도신을 넓고 두껍게 만들어 강도를 높였다. 칼의 무게를 줄이기 위해 도신에 큰 홈을 만들었다. 강도를 높이고자 고탄소강, 저탄소강을 두들겨 단조, 결합하여 하나의 검으로 만들었다. 검의 표면에는 비늘 문양이 나타나 

이로 인해 독사처럼 보이기도 한다. 단순한 무기 이상의 신비한 힘을 

가진 것으로 여겨졌다. '검에 의지가 깃들어 있다', '검이 적의 피를 빨아들이면 위력이 강해진다' 

등의 다양한 미신이 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설명 위에는 별도의 칸을 마련 길이: 60~80cm, 중량: 1.2~1.5kg, 시대: 5~12세기, 지역: 유럽이라고 눈에 쉽게 띄도록 적었다.

이어 두 번째 칼도 한 면에 실었다. 많은 칼을 수록하려다 보니 지면을 

아끼는 차원이기도 하지만 지금 만들어 사용할 무기들이 아니기에 칼의 용도와 제작 과정, 사용 연대, 사용 지역 등만 간단하게 부각시킴으로써 한눈에 파악하기 좋게 실었다. 그림과 함께 있어 

간결하게 쓴 것이 오히려 기억하기에는 효과도 더 클 것으로 기대되는 대목이다. 

두 번째 칼은 「우치가타나」로서 일본에서 사용되던 검이다. 저자에 따르면 

이 검은 '무로마치 시대' 이후에 보급된 무기다. 현대 일본도는 이 우치가타나를 가리킨다. 

전투 양상이 보병전으로 변화하자 크고 무거운 「다치」(p.18)보다 다루기 쉬운 우치가타나가 

더 많이 사용되었다. 휴대성을 높이고 쉽게 뽑을 수 있도록 칼날을 

위쪽으로 향하게 하고, 칼집을 허리끈에 끼워 휴대했다. 다치와 도신 구조에 큰 차이가 없어 

다치의 도신을 잘라 우치가타나로 변형한 것도 있다. 초기에는 다치와 마찬가지로 도신이 

휘어져 있었지만, 죽도로 검술 수련을 하는 시대가 되면서 휘지 않은 것을 선호하게 되었다. 

칼의 모양으로 보아 일제 강점기에 일본 경찰(순사)들이 찬 검으로 독자는 이해한다.

올림픽 때 펜싱 경기에서 많이 들었던 「에페」(23번)와 「플레뢰」(91번)도 나온다. 

23번째 에페의 경우 프랑스에서 발달한 찌르기용 검이라고 설명한다. 

에페는 프랑스어로 '검'을 뜻한다. 그릇 모양의 날밑과 손등을 보호하기 위해 

칼자루에 달린 너클 가드가 특징이다. 동시대 검인 「레이피어」(p.24)와 

마찬가지로 전장보다는 귀족들의 결투에서 사용되었다. 펜싱 세부 종목에는 이를 이용한 

에페가 있다. 펜싱에서의 에페는 공격과 수비의 순서가 없어 

자유로운 공격과 방어가 허용된, 결투에 가까운 형식이다. 

길이: 100~110cm, 중량: 0.5 `0.8kg, 시대: 17세기~현재, 서유럽이 사용지역으로 나와 있다. 

이에 비해 91번째 등장하는 플뢰레는 1630년대부터 사용하기 시작한 

유럽의 대표적인 검이다. 가늘고 날렵한 양날검으로 상대를 찌르기에 용이했다. 

날밑은 그릇 모양인 것이 많다. 당시 귀족들이 교양 수업의 일환으로 

검술을 많이 연습했는데 플뢰레 끝이 뽀족해 부상이 많았다. 

그래서 1750년대부터 칼끝을 둥글게 만든 플뢰레를 사용한 연습이 유행했고 

그것이 지금까지 이어져 현대 펜싱의 기초가 되었다고 기록돼 있다. 

길이는 에페와 비슷한 100~110cm, 중량: 0.3~0.5kg, 시대: 17세기~현대로 적혀 있다.

창, 칼, 활 등은 기본형에 시대나 지역에 따라 약간의 변형이 있을 뿐 큰 변화는 없다. 

활의 가장 큰 변형은 석궁 형상의 무기가 눈에 띄지만 이미 영화나 

드라마에서 모습을 이미 보았던 것이라 큰 관심을 끌기는 어려울 듯하다. 

형태가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역시 특수 무기다. 모양이 신기하고 이색적이어서다. 

어떻게 어떤 상황에서 사용하는지 알쏭달쏭하다. 농기구처럼도 보인다. 「뎃코카기」다. 

이 뎃코카기는 일본의 닌자나 무술가 등이 사용하던 무기다. 

고리 모양의 철제 손잡이에 갈고리가 4개 달려 있으며, 갈고리를 손등 쪽에 붙이는 것과 

안쪽 방향에 붙여 손가락 사이에 끼워 사용하는 2종류가 있다. 뎃코카기에 의한 상처는 

여러 군데에 평행하게 생겨 치료하기 어려웠고, 심하면 사망에 이르는 경우도 있었다. 

나무나 돌담을 오르는 도구로도 사용되었다.(p.274~275) 

길이: 20~30cm, 중량: 0.2kg 정도, 시대: 에도(17~19세기), 지역: 일본 등이 부가 설명돼 있다.


저자 : 환상무구연구회(幻想武具硏究會)

『세계 무기 도감』 의 저자이다.


역자 : 구수영

고려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고, 일본어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그리고 아무도 죽지 않았다』, 

『단단한 지식』, 『미치지 않고서야』, 『봄을 기다리는 잡화점 쁘랑땅』, 

『심플하게 먹는 즐거움』, 『우리의 새끼손가락은 수식으로 연결되어 있다』, 

『아무도 죽지 않는 미스터리를 너에게』, 『인스타그램 마케팅을 위한 상품 사진의 비밀 37』, 

『괴물 나무꾼』, 『만 권의 기억 데이터에서 너에게 어울리는 딱 한권을 추천해줄게』, 

『사원 제로, 혼자 시작하겠습니다』 등이 있다.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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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유럽 세계관 사전 창작자의 작업실 1
이와타 슈젠.히데시마 진 지음, 구수영 옮김 / 제이펍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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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중세 유럽 세계관』은 로마 제국의 멸망, 분열된 이후 약 1,000년 간의 시대를 말한다. 로마 제국은 다신교의 국가로 제국을 이룬 후에도 속국에 대한 종교적 탄압을 하지는 않았다. 그리스 선진 문명을 그대로 받아들인 로마는 제국이 된 이후에도 다신교를 그대로 유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황제의 권위를 부정하거나 저항하려는 민족이나 국가에게는 관대하지 않았다. 군대를 파견해 철저히 부수었다. 로마 제국 초기 예수 그리스도가 태어나 가르침을 펼쳐는데 로마 제국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다고 한다. 예수는 유대인이었지만 유대인들의 배타적 종교 정신에는 뜻을 달리 했다. 예수가 로마 제국으로부터 사형을 언도 받아 짧은 생애에 많은 가르침을 펴서 그의 열두 제자에 의해 가르침이 종교화됐고, 이것이 기독교의 모태가 됐다. 예수가 받게 된 사형 선고는 유대인들의 고발에 의해 재판 후 로마법에 따라 내려진 처벌이다. 

유대교든 기독교든 '우상을 섬기지 말라'는 율법에 따라 교인들이 황제를 황제로 받아들일 수 없었다. 당연히 신자들은 황제를 섬기지 못하는 상황에 처해진다. 당시 로마 제국은 기독교나 유대교 등 특정 종교를 탄압하지는 않았지만 황제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로마법에 의해 반역죄에 해당되는 일이다. 결국 유대인들은 로마 제국의 침략으로부터 자신들이 사는 땅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저항했으나 결국 수많은 목숨을 잃고 유대인으로 살아갈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렸다. 기독교와는 조금 상황이 다르지만 종교를 버리지 않는 한 탄압의 대상이었다. 유대인의 디아스포라는 이때부터 시작이다. 

예수 사후 300년 가까이 지나서야 로마는 콘스탄티누스 대제 때 밀라노 칙령(313)을 통해 그리스도교를 공인했다. 그리스도교에 다른 종교와 동등한 권리를 준 것이다. 그는 교회와 성직자들에게 재산을 기증하고 성당을 지어 주었다고 역사는 기록하고 있다. 이때부터 교회가 상속권을 가지게 되어 나중에 교황령의 기초가 되었다. 그러나 자신은 죽을 때가 되어서야 세례를 받았다. 이후 테오도시우스 황제가 그리스도교를 로마의 국교로 정했다.

로마 제국은 거대한 영토를 다스렸기 때문에 엄청난 세금을 거둬들일 수 있어 수도 로마에서는 사치와 향락이 극에 달했다. 국민의 과도한 세금이 귀족이나 지배층의 사치와 향락으로 들어갈 때는 이미 제국의 멸망으로 치닫는 징조다. 하루 아침에 이루어진 제국이 아닌 만큼 하루 아침에 무너지진 않았다. 그러나 부정부패, 사치·향락은 제국의 멸망을 부채질한 셈이다. 475년 천년 제국 로마는 드디어 멸망했다. 당시 프랑크족(현재 프랑스의 동북부 지역과 독일의 서북부 지역)을 중심으로 유럽 각지에 정착한 다른 게르만 부족과 왕국들을 제압하여 남쪽으로 영토를 광대하게 확장해 나갔다. 프랑크 왕국의 초대 왕인 클로비스 1세는 프랑크족의 수장이었던 킬데리크 1세의 아들로 프랑크 왕국 최초의 왕으로 기록됐다. 그는 5세기 후반 새로운 서유럽의 패권자로 성장했고, 아리우스파를 주로 신봉하던 다른 게르만족과 달리 아타나시우스파(가톨릭)로 개종한 사건은 이후 서유럽 지역의 게르만 왕국과 가톨릭교회 사이에 긴밀한 관계를 구축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역사가들은 평가한다. 

이후 동로마 제국은 콘스탄티노플(지금의 이스탄불)을 수도로 새로운 제국으로 남아 있다 오스만 제국에 의해 멸망했다.(1453) 이 시기 서로마 제국 멸망 후 비잔틴 제국 멸망까지 약 1,000년의 기간을 '중세'라고 서양사는 구분하고 있다. 중세는 서로마 제국 시대와 달리 철저히 가톨릭교 중심의 세상이었다. 이른바 '신의 세상'이라고 한다. 인간은 신 앞에 하잘것 없는 존재이며, 신의 말씀을 전하는 가톨릭 종교의 인물들에 의해 하나된 세상이다. 교황, 신부, 수도원, 수도사 등이 이때 생겨나고 막대한 권력을 쥐게 된다. 국가의 최고 지도자(왕)보다 더 막강한 권력을 가진 교황이 서로마 제국 시대 수도였던 교황청에 자리하고 유럽 모든 나라에 가톨릭의 힘이 미치도록 했다. 왕과 왕의 권력 다툼도 있었지만 신성로마제국(동로마)의 황제와 교황의 싸움도 있었다. 주교를 임명하는 서임권을 둘러싸고 신성로마제국(독일) 황제와 교황과의 싸움에서 일단 교황이 먼저 승리한 사건이 일어났다.(카놋사의 굴욕, 1075)

중세에는 오랫동안 유럽 사람들의 정신과 육체를 지배한 가톨릭이 새로 일어난 이슬람 여러 나라들과 대치하다 결국 200년에 걸친 '십자군 전쟁'을 치르게 된다. 이때부터 유럽과 중동의 종교 갈등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어느 집단이든 오랜 권력은 반드시 부패한다. 교황의 권력도 내부의 부정부패 등이 이어지면서 가톨릭교의 재정 압박을 받다가 면죄부 발행 등 자충수를 둔다. 결국 '종교 개혁'을 맞이하면서 붕괴된다. 신의 세상이 종말을 고한 것이다. 

1,000년 간 '비밀'과 '신비'가 중심인 신의 세상에서 인간은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이나 위대함보다는 상대적 절대자로부터 벗어날 수 없는 힘없는 존재일 뿐이었다. 반면 종교가 지배하는 세상이 오랫동안 이어지면서 수많은 이야깃거리가 생겨났고, 또 이를 신 중심 세상의 이야기로 치환해 놓음으로써 신성은 더욱 강화되고 상대적으로 인간의 존엄성은 약해지고 있었다. 신의 세상이었지만 전쟁과 살인은 여전했고, 지배와 피지배의 관계도 사라지지 않았다. 신분 이동도 어려웠다. 전쟁을 통해서는 용감한 전사와 영웅들의 이야기가 늘 있었지만 세상은 늘 지배층의 편이었지, 한 번도 피지배층의 편에 선 적도 없다. 지금의 시각으로 보면 그야말로 '암흑의 시대'다. 

현대에 들어와서도 호러·공포 또는 판타지 소설의 무대가 중세를 배경으로 하는 이유도 당시 세상의 분위기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때의 건물들은 현대의 지금까지 거의 원형 상태로 보존되어 있어 독자들의 상상력을 수월하게 끌어낼 수 있다는 게 예술 소재로서의 요인으로 평가되고 있다. 용맹하게 싸우는 기사, 석조로 쌓은 성, 상인이나 일반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도시, 우리의 농촌과 별로 다를 게 없는 당시 농촌의 모습 등은 현대인들도 쉽게 상상력에 의해 재창조될 수 있는 여지가 많다는 뜻이다. 

이 책 『중세 유럽 세계관』은 주로 판타지 소설을 쓰는, 작가가 되고자 하는 열망을 가진 독자들이 알아두면 좋을 중세의 모습을 디테일하게 전해 작품의 영감으로 작동될 수 있도록 세심하게 집필됐다. 종교가 타락하고 무너지진 자리에 휴머니즘(인본주의)이 들어섰다. 인간들의 세상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 중요하게 인식되기 시작한다. 이를 주로 예술 분야가 주도했기 때문에 문예부흥의 시대로 돌아가자는 말이 유럽인들의 가슴을 흔들어 놓은 셈이다.

책의 공동 저자 이와타 슈젠은 "우리가 떠올리는 (중세의) 모습은 어느 정도는 사실에 기반하고 있으나, 판타지 세계관에 어울리도록 현대인의 입맛에 맞게 변형된 것도 적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중세 유럽을 모티프로 한 판타지 작품에는 드래곤이 종종 등장합니다. 하지만 당연히 드래곤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상상 속의 생물입니다."고 등장하는 많은 인물과 여타의 것들에 주의를 기울일 것을 당부하고 있다. 하지만 중세 유럽은 오늘날과는 완전히 다른 사회 구조와 문화를 가지고 있기에 정말로 드래곤이 살았다고 해도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우리에게는 신비롭고 미지로 가득 찬 시대임을 설명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저자는 이 책에서 중세 유럽에 어떤 사회 계급이 실제로 존재했는지뿐만 아니라 신분에 따라 어떤 삶을 살았는지,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당시 유럽 사회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가능한 한 다각도로 알기 쉽게 해설하고자 노력했다고 〈서문〉을 통해 밝히고 있다. 

또 다른 공동 저자 히데시마 진 역시 "중세 유럽은 여러 사회 계급이 어우러져 다양한 사람들이 살았던 무척이나 매력적인 시대"라고 전제한 뒤 "왕족이나 영주, 성직자, 기사와 같은 지배층부터 일반 시민이나 농민, 나아가 하층민까지 도시나 농촌에서 자신의 일상을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여러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이해하는 것은 이야기를 창작할 때 큰 무기가 되므로 역사적 사실을 제대로 이해한 상태에서 생동감 있는 세계관을 만들어야만 비로소 독자는 이야기에 실감나게 몰두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이에 따라 책의 5부에서는 중세 유럽을 무대로 한 이야기를 만들 때 어떻게 이러한 소재를 도입하면 효과적인지를 소개한다고 말한다. 스토리를 만드는 순서나 등장인물을 설정하는 방법 등 작품을 더욱 매력 있게 만들고자 할 때 의식해야 할 포인트를 저자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기술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 책은 모두 5부로 이뤄져 있다. 1부 〈권력자들의 생활〉, 2부 〈평범한 서민들의 생활〉, 3부 〈중세 유럽 사회의 규칙과 개념〉, 4부 〈중세 유럽의 시설과 주거〉, 그리고 앞서 언급한 5부 〈중세 유럽을 무대로 이야기를 창작하자〉 등이다. 각 부에는 8~16개의 장(章)으로 나뉘어 상세하고 사실적으로 소개한다. 이를 테면 1부 〈권력자들의 생활〉에서 ① 왕궁의 사람들: 왕궁에는 누가 살았을까? ② 지역의 권력자: 영주는 관할 지역의 왕 같은 존재 ③ 영주의 생활: 아침부터 와인을 마시는 우아한 삶을 산 영주들 ④ 귀부인과 영애: 아내가 남편을 대신해 싸움에 나갈 때도 있었다 ⑤ 기사: 기사는 귀족일까, 평민일까? 일과 역할 ⑥ 교황: 교황은 절대적인 권력자? 성직자의 위계 제도 ⑦ 주교·대주교: 귀족과 비슷한 권력을 가졌던 주교들 ⑧ 수도원장: 수도원의 리더! 엄격한 생활을 했을까? ⑨ 성직자의 생활: 사회적 위치에 따라 달라지는 식생활 ⑩ 종교 기사단: 강대한 권력을 가진 기사 × 종교인 집단 ⑪ 한자동맹: 막대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강력한 발언권을 가진 상인 조직 등이 기술된다. 

1부 1장 ① 왕궁의 사람들: 왕궁에는 누가 살았을까?에서는 권력의 상징이었던 중세 유럽의 왕궁에는 어떤 사람이 살았고, 어떤 권력 구조였는지 살펴본다. 부제로 「중세 유럽 세계관에 빠질 수 없는 왕궁의 실제 모습」이란 소제목을 통해 삶의 모습을 상세히 설명한다. 책에 따르면 국왕이나 왕족이라고 하면 막강한 권력을 쥐고 있다는 인상이 있지만, 중세 유럽에서 항상 그렇지만은 않았다. 중세의 국왕이나 왕족은 자신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제후나 기사와 같은 신하들에게 토지를 나눠 주었다. 일단 토지를 나눠 주면, 그 땅은 나눠 받은 신하의 지배하에 놓이므로 국왕이라고 하더라도 그 권력이 해당 지역에 미치지 못했다. 국왕이나 왕족이 권력을 휘두를 수 있었던 곳은 왕령이라고 불리는 자신의 영지뿐이었다. 그래도 왕령에는 왕궁이 있었고 거기에는 많은 사람들이 살았다. 왕궁이라는 하나의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여러 사람의 손길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왕궁의 주민들은 국왕이나 왕족의 시중을 드는 시종과 시녀, 식자재를 조달하고 조리하는 요리사, 말과 마구를 관리하는 마구간지기 등의 사용인이 대부분이었다. 또한 이러한 사용인들을 관리하고 통제했던 이는 집사장이라고 불리는 관리였다. 집사장은 기사나 성직자 출신으로, 왕족을 보좌하는 역할을 했다. 한편 다양한 권력이 버글거리던 중세 유럽에서 왕궁을 유지해 나가기 위해서는 강력한 군사력도 필요했다. 따라서 성에는 원래 신하뿐만 아니라, 금전으로 고용하던 기사나 견습 기사를 우두머리로 병사들이 많이 상주했다. 그들은 성의 경비를 맡거나 군사 훈련을 했다. 다만, 왕궁의 유지는 국왕이나 왕족이 존재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들의 최대 관심사는 가문의 혈통을 지키는 것이었기에 후계자 문제로 골치 아파하거나 정략결혼을 추진하는 등 우리가 만들어낸 이야기에서나 볼 법한 드라마틱한 일이 실제로 벌어지곤 했다.

이어 보충 설명에서 중세 유럽의 군사 정세는 기본적으로는 꽤 불안정했다고 쓰고 있어 전쟁에 대비해 많은 노력을 해야만 하는 사실을 지적하고 있다. 인접국이 전쟁을 걸어올 위험성이 상당히 높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왕궁에는 병사들이 상주해 거의 매일 군사 훈련에 힘썼다고 한다. 병사(일반병)는 왕령에서 징집했고, 기사 또는 견습 기사 같은 관리직이 그들을 관리 및 통제했다. 또한 왕궁에 왕궁에 따라서는 금전으로 병사를 고용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책은 기술하고 있다.

마지막인 5부는 앞에서 설명한 1장부터 4장까지의 지식을 자신의 창작물에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 구체적으로 조언한다. 저자는 초보 작가에게 도움될 만한 작법 노하우를 알려준다. 우선 예비 작가가 자신이 쓸 수 있는 장르를 찾은 다음, 스토리의 골자와 테마를 정하는 법에 대한 자신의 노하우도 제공한다. 또한 이야기의 결말을 예상할 수 있는 플롯 구성을 통해, 주인공이 어떠한 시련을 겪을 것인지 구성하는 법을 소개한다. 모두 7개의 파일을 담고 있다.


저자 : 이와타 슈젠(祝田 秀全) 

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했으며 도쿄외국어대학 아시아·아프리카 연구소 연구원을 거쳐 요요기 세미나의 세계사 강사로 근무했다. 현재 대학과 입시학원에서 ‘도쿄대 세계사’를 가르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지역별로 흐름을 읽는 세계사』, 『도쿄대생이 배우는 교양으로서의 세계사』, 『세계사의 달인이 되는 책』, 『은의 세계사』, 『역사가 재밌어지는 도쿄대의 심오한 세계사 1·2』, 『2시간 만에 복습하는 세계사』 등이 있다. 한국에는 『배신과 음모의 세계사』, 『세계사의 달인이 되는 책』이 출간되어 있다.


저자 : 히데시마 진(秀島 迅)

일본 아오야마가쿠인대학 경제학부를 졸업했다. 2015년 일본 최고의 응모작 수를 자랑하는 전격소설대상(KADOKAWA)을 통해 선발되어 2018년에 단행본 《안녕, 너 없는 바다》로 데뷔했다. 소설을 비롯해 출판 기획, 연예인이나 저명 인사의 인터뷰, 자서전 집필 등 다방면으로 글 쓰는 일을 겸하고 있다. 현재는 카피라이터와 영상 작가로도 왕성히 활동하며 한 달에 십여 편 이상의 기업 CF의 시나리오를 작업한다. 대표작으로 2020년 출간한 장편소설 《그 1초 앞을 믿고》가 있고, 최근에는 《프로 소설가가 알려주는 크리에이터를 위한 어휘력 도감》을 선보였다.


역자 : 구수영

고려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고, 일본어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그리고 아무도 죽지 않았다』, 『단단한 지식』, 『미치지 않고서야』, 『봄을 기다리는 잡화점 쁘랑땅』, 『심플하게 먹는 즐거움』, 『우리의 새끼손가락은 수식으로 연결되어 있다』, 『아무도 죽지 않는 미스터리를 너에게』, 『인스타그램 마케팅을 위한 상품 사진의 비밀 37』, 『괴물 나무꾼』, 『만 권의 기억 데이터에서 너에게 어울리는 딱 한권을 추천해줄게』, 『사원 제로, 혼자 시작하겠습니다』 등이 있다.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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