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한 존재는 무리에 섞이지 않는다 - 군중심리
귀스타브 르 봉 지음, 김진주 옮김 / 페이지2(page2)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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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세계 역사에서 '1789년'이란 해가 매우 특별한 연도로 기억하고 있다. 왕이 다스리던 국가가 국민이 주인인 민주주의 체제로 전환한 때이기 때문이다. 프랑스 대혁명은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가 수천 년 동안 이어온 군주제를 폐지하고 공화제를 도입하는 기폭제가 되었다. 대부분의 역사책은 프랑스 대혁명을, 대다수인 민중이 소수 지배 세력의 압제에서 벗어나 주권을 갖게 된 의미 있는 사건으로 평가한다. 우리가 세계사 수업 때 배운 내용이다. 그런데 프랑스 대혁명은 역사책이 외면한 어두운 사실이 있다고 한다. 

프랑스 대혁명 당시 혁명 세력인 민중이 기득권과 지배층을 대상으로 잔인한 만행과 살해를 일삼았다는 점이다. 혁명 세력은 귀족과 성직자들을 발가벗긴 채 조리돌림을 하다가 끔찍한 방식으로 처형했고, 이를 지켜본 사람들은 환호성을 내질렀다고 한다. 폭력과 살해가 거듭되자 피아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무분별한 약탈과 살인 행각이 여러 곳에서 자행되었다. 놀라운 사실은 이때 학살에 가담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평소에는 선량하기 그지없던 상점 주인이나 소심한 공증인 등의 소시민이었다는 점이다. 프랑스 대혁명을 자세히 들여다봐야만 적시되는 내용들이다. 실제로 혁명의 피바람이 지나간 뒤 그들은 다시 선량한 주민이 되어 평화로운 일상으로 되돌아갔다. 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자신들이 저지른 만행들에 대해서 일말의 죄책감도 느끼지 않았다고 역사가들은 기록하고 있다.

이 책 『현명한 존재는 무리에 섞이지 않는다』는 대혁명이 진행되는 동안 일어난 일련의 사건과 현상들을 모티프로 집필됐다. 이른바 '군중심리(crowd mind)'다. 군중심리란 사회심리 현상의 하나로 여러 사람들이 집단으로 모였을 때 개별 주체의 일상적인 사고와 다르거나 혹은 같더라도 그 범위를 뛰어넘는 행동을 하게 되는 심리 상태라고 사전은 풀이하고 있다. 백과사전을 찾아 보면 군중심리 부문에 대해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전체란 단순히 개개의 부분 요소를 산술적으로 합한 것이 아니다. 예를 들면, 수소는 가연성 물질이고 산소는 조연성 물질이지만, 이들의 결합체인 H2O는 불에 타지 않을 뿐 아니라 불을 끄는 역할도 한다. 많은 사람들이 모인 군중이나 집단도 이와 같아서 군중 속에 있는 사람은 자기 이상의 행동을 하게 되는데, 이러한 자기 이상의 행동은 사회적으로 위험하고 억제할 수 없는 집단난동·폭동·파괴를 일으키기도 한다.

사람은 과거의 경험 속에서 다른 사람이 어떤 사태에 대하여 강한 반응을 나타내는 것을 보고 자기도 그와 마찬가지로, 또는 그보다 더 빨리 반응함으로써 보수와 강화를 받아 왔음을 체험한다는 객관적 사실을 바탕으로 군중심리는 설명된다. 이렇게 개인의 동인은 타인의 반응에 자극을 받아 상승하게 되어 결국은 군중의 흥분이 극에 달하게 되는 것이다. 군중심리한 우리 인간의 독특한 특성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것이란 게 이 책의 저자 귀스타브 르 봉은 말하고 있다. 인간은 개별적으로 독립된 인간이 지닌 인격과 성품에 상관없이 군중에 속하는 순간 전혀 다른 성격과 행동을 표출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현상은 반드시 역사적 변혁기에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현재의 일상에서도 심심찮게 경험하게 된다고 르 봉은 판단했다. 평소에 식견이 탁월하고 분별력을 가진 사람들조차 어떤 무리에 속하거나 그 무리를 대변할 때면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어리석은 판단과 선택을 할 뿐만 아니라, 지적 수준 역시 현저히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의사였던 르 봉은 프랑스 대혁명 때로부터 100년 가까이 이어온 프랑스 격동의 근대사를 관찰하면서 개별적 존재일 때와 군중의 일원일 때 인간의 인격과 심리가 현격히 다른 양상을 보인다는 사실을 발견했던 것이다. 그는 자신의 연구를 바탕으로 1895년 『군중 심리』를 펴냈고, 이 책은 사회심리학의 초석을 놓았을 뿐 아니라, 출간 이후 전 세계의 지도자 그룹이 교범으로 삼는 필독서로서의 지위를 단 한 번도 내려놓지 않았다.

이 책이 인간관계에서 오는 수많은 의문에 명확한 답을 제시하는 동시에 ‘군중’ 또는 ‘대중’이라는 대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움직일 것인가 하는 문제에 통찰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 탁월한 책은 인류 사회에 해악을 끼치기도 했는데, 히틀러와 무솔리니의 전제주의와 선동 정치에 영향을 미친 까닭이다. 즉 『군중 심리』는 누구의 손에 있느냐에 따라 약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는 그런 책이다. 『현명한 존재는 무리에 섞이지 않는다』는 『군중 심리』의 프랑스 원전을 완역했을 뿐만 아니라, 독자의 이해를 돕는 도판과 캡션, 해설을 풍부하게 덧붙인 최신 한국어판 버전이다고 한국 출판사 측은 밝힌다.

이 책은 3부 13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부 〈독립된 개인과 군중 속 개인의 의식은 어떻게 다른가?〉로 군중의 정신 구조를 다루고 있다. 2부 〈군중은 스스로 생각하지 않고, 다만 누군가의 생각을 따를 뿐이다〉에서는 군중의 견해와 신념을 이야기하고 있다. 또 3부 〈노동자들은 왜 같은 노동자 출신의 선거 후보자에게 투표하지 않는가?〉는 다양한 군중 범주의 분류와 정의에 대해 말한다. 1장 「군중 속에서 개인의 개성이 완전히 소멸되는 이유」에서는 군중의 정신적 단결에 관한 심리 법칙을 개괄한다. 2장 「군중은 선인가, 악인가?」는 군중의 감정과 도덕성을 지적하고 있다. 3장 「군중은 머리를 따르지 않고 심장을 따른다」에서는 군중의 사상, 추론 그리고 상상력을 설명한다. 4장 「종교가 없는 사람도 때때로 신을 따른다」에서는 종교적 형태로 구현되는 군중의 모든 확신 등을 짚어본다. 2부 1장 「각 나라의 국민과 민족이 저마다의 특성을 지닌 이유」, 2장 「이해시키지 말고 주입하라」, 3장 「우리는 왜 비인격적인 지도자를 선택하고 마는가?」, 4장 「여론의 주기가 점점 짧아지는 이유」 등으로 군중의 심리와 행동을 분석하고 있다. 3부 1장 「군중이 결합하는 다양한 방식들」, 2장 「다른 민족을 학살한 국민이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 이유」, 3장 「대학 교수들의 모임이 구두장이들의 모임보다 나은 결정을 내리는 것은 아니다」, 4장 「군중과 대등한 위치에 있는 지도자란 존재할 수 없다」, 5장 「의회는 집단 지성이 아니라, 소수 권력을 대변한다」는 명제를 살펴본다. 

저자는 「피지배층이었던 군중이 지배 세력으로 떠오른 오늘의 현상은 무엇을 말하는가?」란 제목의 〈머리말〉을 통해 "특정한 목적을 위해 모인 군중은 민족의 역사적 생애에서 언제나 큰 역할을 해왔으나, 그 역할이 오늘날만큼 중요했던 적은 없다"고 전제한 뒤 "군중과 관련한 난해한 문제들을 오직 과학적 방법으로만 다루어보려고 한다."고 의견을 피력한다. 

책에 따르면 군중이 보이는 대부분의 행위는 열등한 정신 상태라 할 수 있는 무의식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세상의 어떤 뛰어난 학파나 천재도 창조할 수 없는 민족의 언어를 만들어 낸 것은 이성이 아니라 축적된 무의식이었다. 군중의 무의식은 일견 투박하고 열등해 보이지만, 그 속에 잠재된 힘은 인간의 능력으로 가늠하기 힘들 만큼 강력하다.

저자 르 봉은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시대는 인간의 사고가 변화하는 중요한 시점이라고 보았다. 그는 변화가 찾아온 두 가지 근본 요인으로 ① 우리가 누려온 문명의 모든 요소를 형성한 종교적·사회적 신념의 붕괴와 ② 과학과 산업이 발전함에 따라 우리가 완전히 새로운 생활 여건에 처했고, 그에 따라 완전히 새로운 사고방식을 갖게 되었다는 점을 들었다. 다소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는 이런 시기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말하기란 쉽지 않다. 지금의 사회를 이을 미래의 사회는 어떤 사상의 토대 위에 세워질까? 우리는 아직 그 답을 알 수 없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그 사상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현시대 최후의 권력인 새로운 세력, 바로 군중 세력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가 살아갈 이 시대는 진정한 '군중의 시대'가 된 것이다. 이 책이 쓰여진 시점이 19세기 말인 점을 감안한다면 우리가 살아온 20세기를 두고 저자가 한 말이다. 그래서 출판사 측의 소개글에서는 우리 한국 사회에서도 다른 건 다 양보할 수 있어도 정치적 입장에 관한 한 한 치도 물러설 수 없다. 왜 그럴까? 일단 어떤 정치적 입장을 피력하는 순간, 지금 당장 그 자리에 없고 얼굴도 본 적 없지만 자신과 같은 생각을 가진 수많은 사람과 정신적 연대를 형성하면서 ‘심리적 군중’에 속하기 때문이라고 풀이한다. 

귀스타브 르 봉은 『군중 심리』에서 인간은 군중에 속하는 순간 독립된 개인의 인격을 완전히 상실하고 군중에 속한 구성원으로서의 새로운 특성을 갖게 된다고 말한다. 개별적 인간으로서의 인격과 군중의 일원으로서의 인격이 따로 존재한다는 말이다. 귀스타브 르 봉의 이러한 지적은 다양한 사람을 접촉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된다. 평소에는 남의 의견을 잘 수용하던 사람이라도 정치적 견해가 충돌할 때면 발끈하는 경우가 더러 있고, 자신이 속한 세대와 계층, 성별을 대변할 때면 주장과 말투가 평소보다 강고해지는 일이 다반사다. 이러한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군중이라는 존재의 실체를 먼저 알아야 한다. 군중은 특정한 지도자나 사건, 환경으로부터 전파된 신념과 사상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자기화한 사람들이 이룬 집단이다. 이때 군중은 그 신념과 사상을 감정과 동일시한다. 그래서 다른 견해를 가진 사람이 자신이 수용한 신념과 사상을 비판하는 것은 자신을 공격하는 행위로 다가오고 감정적으로 대응하게 되는 것이다. 군중이 신봉하는 신념과 사상은 쉽게 무너뜨릴 수 없기 때문에 그들을 설득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또한 군중은 도덕 수준이 현저히 떨어지는 모습을 보인다. 군중을 이룬 사람들이 쉽게 폭도로 변하거나 혼자서는 도저히 감행할 수 없는 일들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것은 수적 우세에서 오는 우월감과 익명성으로 인해 처벌받지 않으리라는 믿음이 심리 저변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또 한편으로는 다수의 사람이 한 가지 일을 행할 때면 그것이 비윤리적인 행위라 할지라도 응당 해야 할 사명을 수행한다는 착각에 빠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군중은 자신들이 수용한 신념과 사상을 점점 강화한다. 자신들의 신념을 해치는 것이라면 보편적 상식에 기대어 판단할 때 사실과 진실임이 분명한 사안이라도 철저히 거부한다. 반면에 거짓임이 너무나도 빤하며 왜곡되고 과장된 주장이라도 자신들의 신념에 부합한다면 적극적으로 수용한다. 실제로 저자 르 봉은 군중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여야 할 정치인과 지도자라면 논리적 근거를 내세우기보다는 군중의 환상을 부추기는 방향으로 연설해야 한다고 말한다. 프랑스의 사회심리학자 세르주 모스코비치가 르 봉에 대해 ‘대중 사회의 마키아벨리’라고 평한 이유다. 르 봉이 군중을 대하는 방식이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라는 마키아벨리의 가르침과 일견 유사해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군중 심리』가 히틀러와 무솔리니, 마오쩌둥 등 전제주의와 선동 정치를 표방했던 인물들에게 영감을 불러일으키고 정당성을 부여했다는 점은 잘 알려진 사실이하고 한다. 신념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거짓조차 진실로 받아들이는 군중의 특성이 오늘날 가짜 뉴스가 팽배한 현실을 형성한 밑거름인 셈이다.

우리 나라는 많은 유권자들이 선거철이 되면 한 가지 의문을 떠올린다. 국민 대다수가 노동자인데, 왜 우리 국회에는 노동자 출신 의원이 거의 없는 것일까? 왜 국민 대다수가 자신들의 처지를 가장 잘 알고 자신들을 대변할 수 있는, 같은 계층의 지도자를 선택하지 않는가? 이 책은 이 의문에도 답한다. 선거철이 되면 국민은 ‘유권자 군중’을 형성한다. 군중의 또 다른 특징 가운데 하나가 강력한 지도자를 원한다는 점이다. 인류 역사 속에서 선량하고 어진 군주가 드문 이유는, 군중이 항상 강력한 신념으로 무장하고 과감하게 행동하는 군주를 원했기 때문이다. 독립된 개인은 인간의 선하고 어진 면모를 미덕으로 여기지만, 군중의 도덕 기준에서 선의는 나약함의 일종이다. 그리고 군중은 자신들과 대등한 위치에 있는 지도자가 아니라 우러러볼 수 있는 지도자를 원한다는 것이다. 다만 지도자의 위신이 한 번 꺾이면 그때부터는 군중의 심판이 기다린다. 신격화된 지도일수록 저따위 인간에게 머리를 숙였다는 군중의 자괴감이 복수심으로 돌변해 더욱 가혹한 심판이 가해진다.

문명을 일으킨 것은 이성이 아니라 공상이었다. 역사 속에서 수많은 신전을 짓게 하고 광활한 제국을 건설하며 신의 권능을 지닌 위대한 지도자를 탄생케 한 것은 감정과 공상이었다. 만약 군중이 하나하나 이성적으로 따졌다면, 역사 속의 그 모든 일들은 결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성으로는 군중을 계도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안타까워해야 할까? 반드시 그렇다고 말할 수는 없을 듯하다. 인간이 이성의 힘을 빌렸다면, 공상과도 같은 환상에 이끌려 열정적이고도 대담하게 문명을 일으킬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를 이끄는 무의식의 산물인 공상은 반드시 필요하다.(p.210~211)


저자 : 귀스타브 르 봉(Gustave Le Bon)


프랑스 부르주아 집안에서 태어난 르봉은 의학과 인류학을 연구하다 사회심리학으로 영역을 넓혀간 학자이자 사상가이다. 일찍이 부모의 유산을 물려받아 경제적으로 여유로웠던 덕분인지 유럽·아프리카·아시아 각국을 수시로 여행했고, 이 해외 경험과 다방면에 걸친 왕성한 호기심을 바탕으로 역사·민속학·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했다. 의사로서 사회 경력을 시작한 르봉은 파리 코뮌과 제3공화정의 혼란 속에서 대중사회의 문제를 해결할 방책을 찾고 현실 정치에 도움이 되고자 하는 소명 의식에서 사회심리학 연구에 몰두하게 되었다. 그 결실로 1894년 《민족 진화의 심리학적 법칙들》을 발표했고, 그다음 해인 1895년 《군중심리학》을 출간했다. 또한 자신으로 하여금 군중의 문제에 관심을 갖게 만든 파리 코뮌과 불랑제 장군 사건, 드레퓌스 사건과 같은 역사적 사건들을 모티프로 《사회주의의 심리학》, 《프랑스 혁명과 혁명의 심리학》 등을 펴냈다. 평생 독신으로 지내며 연구에 몰두한 르봉은 역사학과 심리학 관련 저서를 꾸준히 발표하다 90세를 일기로 숨을 거두었다.

《군중심리학》은 르봉에게 세계적 학자이자 문필가의 명성을 안겨주었을 뿐만 아니라 타르드와 함께 현대 사회심리학의 기초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게 했다. 프랑스의 사회심리학자 모스코비치에 의하면, 르봉의 이론은 독일의 사회학자 짐멜과 베버, 프랑크푸르트학파의 아도르노, 미국 시카고학파의 파크, 《정당론》을 쓴 미헬스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또 정치학 분야에서는 ‘정치심리학’이라는 영역을 개척했고, 프랑스 혁명의 역사가 르페브르에 의해서는 ‘역사심리학’이라는 형태로 수용되었다. 한편, 그가 처음 사용한 ‘집단무의식’ 개념은 프로이트에 의해서는 정신분석학으로, 그리고 융에 의해서는 분석심리학의 핵심 개념으로 수용되고 발전되었다. 프랑스 제5공화국의 기초를 마련한 대통령 드골과 미국의 국력을 크게 신장시킨 제26대 대통령 루스벨트 등 저명한 정치 지도자들이 리더십을 계발하는 데도 《군중심리학》은 큰 도움을 주었다.


역자 : 김진주


홍익대학교 예술학과/불어불문학과, 한국외대 통번역 대학원을 졸업했다. 현재 프랑스 르몽드신문 종합월간 지인 르몽드 디플로마틱그 번역 위원으로 있으며, 번역 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에서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혼자를 권하는 사회: 주눅 들지 않고 나를 지키면서 두려움 없이 타인을 생각하는 심리학 공부』 등이 있다.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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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토.이홍의 지음 / 굿모닝미디어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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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의 조직 사회는 무한경쟁을 요구한다. 영원한 적도, 친구도 없는 춘추전국시대 〈한비자〉에 살아남기 위한 처세술의 비결이 감추어져 있다. 상대방의 호의도 적대적으로 대하라. 살아남기 위한 방법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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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토.이홍의 지음 / 굿모닝미디어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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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현대인들의 삶은 옛 사람들과 사뭇 다르다. 사실 삶의 원칙이야 바뀔 리 없지만 인류가 세상을 바라보는 인식이 변했다고 봐야 한다. 현대인의 삶의 환경은 옛날과 엄청나게 달라졌다. 문명이 발전할수록 경쟁은 치열해지고, 더욱이 디지털 사회에서는 속도도 경쟁한다. 직장울 다니든 개인 비지니스를 하든 누구나 경쟁해야 한다. 경쟁 사회는 시기와 장소에 관계 없이 인간이 모여 있는 사회에서는 살아 남기 위해 경쟁해야 한다. 경쟁이 치열해지는 이유는 속도가 빠른 점도 있지만, 전쟁처럼 '승자독식'의 보상 체계에도 원인이 있다. 승자독식이란 시스템은 경쟁에서 지면 죽음이고 이기면 영웅이다. 아 시스템이라면 삶이 전쟁과 같을 수밖에 없다. 전쟁에서는 모든 편법과 불법도 승리를 위해서는 덕목으로 바뀐다. 인간이 삶을 위해 벌이는 경쟁은 전쟁과 다름없다. 이런 사회에서 살아가는 인류는 이미 스트레스라는 강력한 장애물이 훈장처럼 달려 있다. 이 스트레스마저 이겨내지 못하면 영웅도 순식간에 혜택의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 때문에 오늘날 인류의 삶을 위해 집필된 각종 책은 고대 '전쟁의 시대'에 뛰어난 학자와 사상가들의 지혜를 빌려온다. 우리로서는 중국의 '제자백가(諸子百家)'의 사상과 철학을 말한다. 당시 중국은 수백 년 동안 전쟁이 없는 날이 없을 정도로 전쟁과 함께 살았다.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서 인간이 선택하는 것은 매우 단순해진다. '살기 위해 뭐든지 한다'는 뚜렷한 원칙도 생긴다. 혼돈의 시대다. 이를 중국에서는 춘추전국시대라고 일컫는다. 연대별로는 BC 8세기에서 BC 3세기에 이르는 시기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주(周)왕조가 뤄양(洛陽)으로 천도하기 이전의 시대를 서주시대, 이후를 동주시대라고 한다. 이 가운데 동주시대는 춘추(春秋) 시대와 전국(戰國) 시대로 나누어진다. 춘추시대는 주왕조가 도읍을 옮긴 때로부터 진(晉)나라의 대부(大夫)인 한(韓)·위(魏)·조(趙) 삼씨가 진나라를 분할하여 제후로 독립할 때까지의 시대를 말한다(BC 403년). 전국시대는 그 이후부터 진(秦)나라가 천하를 통일한 BC 221년까지이다. 춘추(春秋)는 공자가 엮은 노(魯)나라의 역사서인 『춘추(春秋)』에서 유래됐고, 전국(戰國)은 한(漢)나라 유향(劉向)이 쓴 『전국책(戰國策)』에서 유래됐다고 전해진다. 앞서 언급한 제자백가 가운데 '제자'란 여러 학자들이라는 뜻이고, '백가'란 수많은 학파들을 의미한다.

제자백가란 곧 수많은 학파와 학자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사상과 학문을 펼쳤던 것을 나타낸다. 제자백가를 유가·도가·음양가·법가·명가·묵가·종횡가·잡가·농가 등으로 『한서』에 분류된 것이라고 한다. 이 가운데 공자의 유가가 가장 먼저 일어나서 인(仁)의 교의를 수립하였고, 그 다음으로 묵적이 겸애를 주창하여 묵가를 일으켰으며, 노자·장자를 비롯한 도가와 기타 제파가 나타나서 사상계는 제자백가의 시대라고 할 만큼 매우 활발하게 전개되었다. 이 시대는 중국사에서도 특색이 있지만 고대 그리스의 철학계와도 비교된다고 알려진다. 그 이유는 역시 사회적인 변화에 의한 것으로서 주왕조의 가족제가 붕괴되어 혈연의 일족에게 수호되어오던 영주가 농민과 경지를 확보하여 실력을 지니고 있는 신흥 지주계층에게 권력을 빼앗겨 가는 사회적 혼란 속에서 시대는 도리어 실력본위의 자유로운 활력에 넘친 유능한 인재의 발흥을 촉구했다는 점에서 유사성을 보인다. 제자백가의 대부분은 이 같은 상황에서 태어난 것으로, 수십대의 수레를 이어놓고 제후에게 유세한 맹자와 같은 호화로운 집단으로부터 형제가 농구를 메고 유랑하는 자까지 그 생태는 가지가지였다고 한다. 

이 책 『권력을 요리하는 레시피 84』는 현대인의 전쟁터인 조직사회에서 성공하기 위한 지혜로운 처세술에 관한 이야기다. 저자는 현대의 직장 생활이나 사회 생활을 잘해낼 수 있는 방법과 지혜를 제자백가 중 『한비자』를 텍스트로 인용한다. 출판사 측에 따르면 조직사회에서 더 많은 권력을 가진 자는 더 많이 성공의 단맛을 만끽하지만 그렇지 못하면 실패의 쓴맛을 거부할 수 없다. 조직인으로 사는 당신에게 권력은 무엇이며 그것을 차지하려면 어떻게 생각하고 처신해야 하는가? 이 책은 그 물음에 답한다. 이 책의 저자는 중국 역사상 가장 치열한 경쟁의 시대, 즉 전국시대를 살았던 한비자의 84가지 이야기와 가르침을 오늘날의 현대 조직사회에 적용하여 조직 내 권력투쟁에서 살아남는 생존 비법과 처세의 지혜로 전한다. 한비자가 당대의 군주들에게 권력의 냉엄함을 설파하면서 권력 투쟁에서 살아남는 생존 비법을 유세했다고 공동 저자 이재토·이홍의(이하 저자)는 말한다. 이 과정에서 잘 알려진 역사적 사실이나 전해오는 일화로 300여 가지를 후세에 전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현대 사회와 집필 목적에 부합한 것 중 이해하기 쉬운 것으로 80여 개의 이야기를 발췌했다고 저자는 〈서문〉을 통해 밝히고 있다. 이에 더하여 저자는 지난 25년간 기업 임원으로 활동하며 겪은 직장 체험을 바탕으로 조직체 속에서 생물처럼 살아 움직이는 권력의 적나라한 모습과 인간 행동을 고찰한다.

이 책은 모두 3부로 이루어져 있다. 1부 〈비겁해도 살아남아라〉, 2부 〈리더는 사랑을 구걸하지 않는다〉, 3부 〈세상의 비웃음을 거부하지 말라〉 등이다. 각 부의 제목만 보아도 심상찮다. 우리가 학교에서 배운 것들과는 반대되거나 도무지 연결이 되지 못할 것 같은 이야기가 많다. 물론 '처세' 관점에서 본다면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한비자』가 동양 고전의 자격으로 오늘날에도 읽히고 많은 책에서 인용하는 이유는 분명 있을 것이다. 당시는 전쟁 중이었지만 이후 평화로운 시기에도 이 책이 언급되고 더욱 발전시켜 나가는 학자들에 의해서 보완되고 있으니 말이다. 1부에는 1장(章) 「세력이 없으면 임금도 당한다」를 비롯, 30개 장에서 각각의 이야기를 한다. 2부와 3부는 각각 27개 장으로 구성됐다. 1부 1장 「세력이 없으면 임금도 당한다」를 먼저 살펴본다. 연(燕)나라 사람 이계는 멀리 출타하기를 즐겼다. 그가 출타하고 나면 그의 아내는 젊은 총각과 몰래 정을 통하였다. 어느 날 이계가 갑자기 집에 돌아오자 총각과 함께 내실에 있던 그의 아내는 매우 난처한 상황이 되었다. 계집종들이 이계의 부인에게 말했다. "시간이 없습니다. 총각이 그냥 벗은 채 빨리 밖으로 나가도록 하세요. 저희는 아무것도 못 본 것으로 하겠습니다." 그 말을 듣자마자 총각은 겨우 옷을 챙겨 쏜살같이 문밖으로 도망쳤다. 집안으로 막 들어서던 이계는 누군가 바람처럼 앞을 지나치자 어리둥절하여 계집종들에게 물었다. "방금 내 앞을 지나간 자가 누구냐?" 계집종들이 모두 한 입으로 말했다. "저희믄 아무것도 보지 못했습니다." "그럼 내가 귀신이라도 봤다는 것이냐?" 방에서 나오던 부인이 말했다. "그런 것 같습니다." "그래요? 내게 헛것이 보이다니 이 일을 어찌하면 좋겠소, 부인?" 그녀가 대답했다. "방법은 오직 하나, 다섯 가지 희생(犧牲)*의 오줌물을 받아서 그것으로 목욕을 하면 괜찮아진다고 합니다." "어쩔 수 없지. 부인 말에 따르리다." 마침내 이계는 다섯 가지 희생의 오줌을 받아 그것으로 목욕하였다. 또 다른 이야기에 따르면 난초 끓인 물로 목욕했다고 한다. 『한비자』 〈제31편 내저설 좌하〉

*희생(犧牲) : 고대 중국에서 국가 간 회맹의식을 치르거나 제사를 지낼 때 진설(陳設)하는 생고기를 가리키는데 소·말·양·돼지·닭 등이 주로 쓰였다.

『한비자』 중 하나의 에피소드에 저자의 「생각하기」가 이어진다. 오늘날 사내정치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왕조시대 궁정정치의 모습과 닮아 있다. 왕정시대의 궁정인들은 곁으로는 높은 수준의 교양과 세련된 품행을 보이면서 속으로는 온갖 음모와 술수를 마다하지 않는 이중적 삶을 살아야 했다. 이런 모순된 삶 속에서 정해진 규칙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순진한 신사는 물론 노골적 혹은 폭력적 방법으로 주변을 긴장시키는 무뢰한 역시 소리 없이 제거되곤 하였다. (중략) 예나 지금이나 조직인은 그 같은 선택의 딜레마를 숙명처럼 안고 사는 존재이다. 

저자에 따르면 누구나 조직에서 성공하고 싶어 한다. 여기서 성공이란 회사의 주요한 정책 결정에 발언권을 행사하고 구성원들의 행동에 유·무형의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힘을 갖는 것을 말한다. 그것은 곧 권력의 소유를 의미한다. 주지하듯 권력을 차지하는 것은 결코 혼자 힘으로 되는 것은 아니며 우군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우군이란 소극적으로는 적의 비난으로부터 당신을 감싸줄 방패막이이고 적극적으로는 옹호하고 지지해주는 지주목 같은 존재이다. 그럼 어떻게 그들을 얻을 수 있을까? 가장 쉽고 확실한 방법은 뜻을 같이하거나 이해를 나누는 특정 집단에 당신을 소속시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도움이 될 만한 회사 내 특정 서클에 가입하는 것으로 그것은 당신이 사내정치에 첫발을 내딛는 출발점이 된다. 

조직에서 살아남으려면 싫든 좋든 사내에서 벌어지는 정치게임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오늘날의 회사조직처럼 다양한 배경을 가진 수많은 사람들이 첨예하게 경쟁하는 공간 속에서 혼자 초연할 수 없다. 이 경제에서 루저가 되는 순간을 상상해보라. 어느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는 하찮은 존재가 될까 두렵다. 상상이 현실이 되지 않으려면 다른 도리가 없다. 우선 사내정치를 패거리 싸움 정도로 백안시하는 태도에서 벗어나 그것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이왕 마음먹고 참여하였다면 어리둥절하여 서툰 실수를 반복하기보다 차라리 그것을 활용하는 기술을 익히는 편이 낫다고 저자는 설명하고 있다.

한비자는 순자에 이어 법가의 전통을 잇는 법치를 주장하고 있다. 법기는 유가의 덕치를 부정하고 법치를 제창했으며, 덕치와 법치를 모두 부정하는 도가와는 근본적으로 입장을 달리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육반(六反)〉 〈충효〉 등에서는 강력한 반대를 나타낸다고 한다. 그러나 군주는 공평무사를 기반으로 신하에 대하여는 인간적 약점을 보이지 않는 심술(心術)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점에서 법가 중에도 도가의 허정(虛靜)의 설을 도입한 일파도 있음을 감안한다면 『한비자』의 전편은 정론이고, 후편은 편명 그대로 『노자』의 주석 또는 해설편으로 보기도 한다. 어쨌든 한비와 그 학파의 사상은 일반적으로 편견적인 인간관 위에 성립된 것으로 지적되며, 특히 유가로부터는 애정을 무시하는 냉혹하고도 잔인한 술책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고 알려진다.

확실히 급소를 찌르는 적평이라 하겠으나, 그들이 유가·법가·명가·도가 등의 설을 집대성하여, 법을 독립된 고찰대상으로 삼고 일종의 유물론과 실증주의에 의하여 독자적인 사상체계를 수립함으로써 진·한의 법형제도에 강력한 영향을 끼친 점, 또 감상을 뿌리친 그들의 간결한 산문이나 인간의 이면을 그린 설화가 고대문학의 한 전형을 이룬 점에 있어 커다란 문화적 사명을 다하고 있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고 후세에 전하고 있다. 이런 점이 현대의 직장인이 세상을 살아가는 법에 그대로 적용돼 무한경쟁의 시대에 경종을 울리는 것으로도 고전적 가치가 충분한 것으로 독자에게는 이해된다. 앞서 언급한 대로 각 장의 제목을 보더라도 현대에 적용될 만한 사항이 많다. 즉, 유가의 전통 인과 선의 정치로서는 해결할 수 없는 정치 역학적 문제점을 있는 그대로 지적한 저서로 평가되고 있는 것이다. 84개의 장(章)으로 이루어진 몇 개의 제목만 여기에 적어 본다. 「공짜 점심은 없다」 「상대방의 호의를 의심하라」 「사냥이 끝난 사냥개는 삶아 먹힌다」 「천재보다 충복이 되라」 「하극상은 역사와 함께했다」 「화를 돋우어 비밀을 알아내다」「인간은 이익을 좇는 동물이다」 「이해 충돌은 불가피한 것」 「표정을 관리하라」 「확신이 없으면 멈추라」 등 적잖은 제목이 해석에 따라 달리 행동을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많다. 유가 쪽에서 보면 인간에 대한 편견에 불과한 논리와 주장이라고 반박할 만하다. 마지막에 언급된 「확신이 없으면 멈추라」(3부 27장)의 내용을 살펴본다. 

혜자가 말했다. "명궁인 예(?)가 오른손에 골무를 끼고 왼팔에 헝겊 팔토시를 감은 뒤에 활을 당기면 저 멀리 사는 월나라 사람들조차 서로 다투어 과녁을 들어 올리려 합니다. 그러나 철없는 어린아이가 활을 잡으면 자애로운 어미마저도 방에 들어가 문을 닫아 버릴 것입니다. 그러므로 '그렇게 될 것이다'라고 믿으면 멀리 사는 월나라 사람도 명궁 예를 의심하지 않지만, 그것을 믿지 못하면 자애로운 어미마저도 제 자식으로부터 달아나는 것입니다. 『한비자』 〈제23편 설림 하〉

이 에피소드에 대해 저자의 주장은 어미가 자식을 믿지 못한다는 데 초점을 맞춘다면 주장이 옳지 않겠지만 현실은 한비자의 주장대로 이루어진다는 점을 강조한다. 일방적 자기 희생을 강조하는 모성에 대해서도, 인간애에 있어서도 반하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 대목에서 한비자의 주장은 이와 다르다. "요행을 바라지 말라. 확신이 서지 않으면 행동을 멈추고 더 준비하라. 악운은 주인이 따로 없다. 계획단계부터 이미 우려가 있다면 결과는 보나마나 뻔하다. 심사숙고하여 내린 결정도 때로는 예기치 못한 사태로 좌초하는 것이 다반사인데 하물며 믿음도 자신도 없는 성공이 가능할까? 무리하게 밀고 나아가다 행여 위험에 빠지기라도 하면 다시 기회를 잡기는 생각만큼 쉽지 않다." 만사를 튼튼하게 확실히 처리할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 해석되는 부분이다. 저자는 사마천의 『사기』의 한 부분을 인용하며 여기서 설명을 더한다. "행함에 의심이 있으면 명성을 얻기 어렵고 일에 의심이 있으면 공을 세우기 어렵다(疑行無名 疑事無功)" "우연한 행운을 노력의 대가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전제한 뒤 "그것에 도취해 잠깐이라도 자기를 잊는 것은 더 큰 문제이다. 우연은 그저 우연일 뿐 '우연한 행운' 같은 것은 없다고 여기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저자 : 이재토


이재토는 행정학 박사로서 제6회 입법고등고시에 합격한 후 공무원에서 기업인으로, 다시 대학교수로 25년의 직장 생활 중 세 번의 강제퇴출과 다섯 번의 이직을 겪었다. 다사다난했던 직장 경험과 자신의 전공을 바탕으로 조직 속 인간의 행동을 관찰하고 연구하는 데 관심이 높다. 특히 조직체 속에서 생물처럼 살아 움직이는 권력의 적나라한 모습을 경험적으로 고찰하는 혜안이 돋보인다. 간간히 직장생활에 대한 자신의 회한을 후학을 위한 솔직 담백한 충언으로 승화시키고 있는 점도 눈길을 끈다. 은퇴 후 동양고전을 공부하면서 고전 속 인물들의 천태만상에 매료되어 강의도 하고 책도 내면서 나름 즐겁게 살고 있다.


저자 : 이홍의


이홍의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이다. 전북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일산 백병원, 국립 춘천정신병원과 세브란스 병원에서 수련 과정을 거쳤다. 현재 〈선릉쉼표 정신건강의학과〉를 개설하여 봉직 중이다. 평소 직장인의 정신건강에 관심이 큰 그는 〈직장인마음 연구실〉 이름의 클리닉을 열고 직장인을 대상으로 정신건강 상담과 그룹 컨설팅을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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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자인이 한눈에 보이는 책방도감 - 공간 디자인으로 동네를 바꾼 일본의 로컬 서점 40곳
    건축지식 편집부 지음, 정지영 옮김 / 현익출판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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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의 읽은 후 첫 번째 느낌은 "일본인은 디테일에 강하다"는 것이다. 동양 문화권에서 가장 먼저 서구화하고 근대화를 이뤘던 일본이다. 일본은 제1차 세계대전 참전을 통해 승전국의 위치에 섰음에도 승전의 혜택을 거의 누리지 못했다고 판단하고 스스로 식민지 확대를 통해 강대국을 이루려는 욕망을 본격 드러냈다. 이때의 일본은 세상을 보는 눈을 서구 열강에 못지않게 근대화되었다. 자원빈국이었던 일본은 당시 가장 중요한 에너지인 석유를 수입해 쓰고 있었다. 그러나 미국은 일본이 태평양 제해권을 두고 야욕을 드려내자 석유 공급을 중단했다. 일본 입장으로서는 부족한 에너지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동남아 쪽의 무력 확장이 불가피했다. 만주 점령에 이어 중일전쟁을 일으켜 파죽지세로 중국의 베이징·상하이 등을 점령했다. 중국에서 어느 정도 목적을 달성한 후 일본은 급격히 동남아로 진로를 바꾼다. 에너지원 확보를 위해서다. 동남아에 식민지를 두고 있던 유럽의 강국들이 동남아를 막을 처지가 되지 못한다는 점을 간파한 것이다. 일본은 이때 미국보다 큰 항공모함과 성능 좋은 항공기를 갖출 정도의 무기 체계를 잘 갖추고 있었다고 한다. 이렇게 모든 나라들이 유럽에 눈을 두고 있을 때 일본은 태평양 제해권 차지에 가장 큰 걸림돌인 미국의 진주만 기습을 감행한다. 선전포고는 물론 없었다. 나중에 드러난 일이지만 기습이 성공한다면 제해권은 물론 미국이 태평양 함대 복구에 최소 6개월에서 최장 2년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판단했다. 

    패전국 일본은 세계적인 시선을 유지하기에는 너무 참혹한 수준으로 나락으로 떨어져 있었다. 전후 복구에 특히 여성들이 헌신적으로 참여했다고 들리지만 가장 큰 힘은 미국을 통한 경제적 부 창출이었다. 세계 패권을 차지한 미국은 일본을 공산주의에 맞설 중요한 요충지로 생각한 것이다. 군대의 수나 각종 무기를 제한하는 헌법을 통해 일본의 힘을 빼는 대신 경제적으로는 적지 않은 원조도 해준 것 같다. 특히 한국전쟁은 패전 일본의 경제 발전에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전쟁에 참전하기로 한 미국은 모든 군수 물자를 일본에서 만들어 한국으로 보급했다. 한국전쟁이 3년간 길게 이어지자 일본은 오히려 경제적으로 커다란 이익을 본 것이다. 일본은 다시 경제대국으로 올라서기에 패전 후 불과 20년도 걸리지 않았다. 독자는 중년에 들어섰지만 전후 세대다. 일본에 대해서는 학교에서 배운 대로 적대감을 갖고 있다. 또 일부는 일본의 영향이 아직 우리 사회에 잔재한 것도 알고 있다. 아직도 남은 잔재가 많다. 일본은 한국전쟁을 기화로 경제 대국의 기반을 닦았고, 이후 특유의 장인 정신을 일본 경제를 다시 일으키는 역할을 했다.

    이 경제 재건의 기간에 일본은 미국의 많은 것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일본에 접속시켰다. 자동차 분야 역시 미국의 영향이 컸다. 미국은 영토 자체가 크기 때문에 자동차 산업은 미국을 세계 최고의 경제 대국으로 만드는 길에 탄탄대로를 연 주인공이다. 이때 미국의 자동차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었고, 차체는 크고 단단해야 했다. 외관은 물론 차체가 큰 것이 미국의 대세였다. 이때 일본의 기업들은 소형 승형차를 만들기 시작했다. 1973년 휘발유값 폭등을 가져온 석유 파동을 기점으로 일본의 '미니멀화'는 '소형 승용차 붐'이 일었다. 일본의 소형 승용차는 이렇게 미국 시장을 장악했다. 유럽은 높은 인구밀도 때문에 주차 문제가 심각했다. 주차 비용이 너무 비쌌다. 소형차는 주차비용도 크게 줄였다. 최근까지 한참 붐을 이뤘던 '심플 라이프'도 일본 문화가 본산이다. 일본은 작게 만들되 세밀하고 정밀하게 만드는 문화를 정착시켰다. 세계에서 먹히는 문화가 되었다. 그들의 미니멀라이즈와 심플화는 장인 정신이 토대가 된 것이다. 

    일본이 장수국가로 인정받는 데에는 '소식'도 한몫했다. 실제로 과식은 건강을 해치는 것이 일반적 상식이다. 의학이 더해지면서 각종 성인병의 원인 중 첫 번째 요인으로 과식을 꼽고 있다. 물론 섬나라여서 해산물을 많이 섭취한 것도 장수의 원인이 될 것으로 의학계는 분석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육류, 특히 소고기는 메이지유신 전까지는 먹지 못하는 법도 있었다고 한다. 소는 농사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데 늘 식량 부족을 겪는 일본으로서는 해산물 섭취가 훨씬 자연스러웠을 것이다. 그들의 미니멀라이즈는 현재 진행형이고 당분간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 책 『디자인이 한눈에 보이는 책방도감』도 미니멀라이즈가 실현되는 건축과 디자인에 관한 책이다. "서점 이야기 아닌가?"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서점은 소재이고, 건축과 디자인이 주제로 읽힌다. 

    책에 따르면 문화적 중심지로 손꼽히는 매력적인 동네에는 반드시 이름난 로컬 책방이 있다. 누구나 온라인으로 손쉽게 책을 주문할 수 있는 세상에서 오프라인 서점은 이제 단순히 책을 사고팔기만 하는 장소가 아니다. 이제 서점은 지적 즐거움을 넘어 새로운 경험을 공유하며, 지역 정체성까지 살리는 공간으로서 로컬 문화의 소중한 자산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특히, 많은 독서 인구를 가진 만큼 서점에도 진심인 나라, 일본에서는 로컬 서점의 역할이 더욱 각광 받고 있다.

    『디자인이 한눈에 보이는 책방도감』은 동네를 살린 아름다운 일본 서점 40곳을 소개한다. 서점의 성패는 디자인과 건축에 달려 있다고 한다. 물론 경영에 관해 무지해도 좋다는 말은 아니다. 또 디자인이나 건축이 모두 해결해 준다는 뜻도 아니다. 좁은 공간 넓게 보이기, 주목 받기 위한 장식과 책장 등 세밀한 곳까지 빼놓지 않고 서점 영역에 혼합했다. '종이책이 사양산업'이라고 내칠 게 아니라 틈새를 살펴 집중 공략한다면 성공적 서점 경영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과연 주목할 만한 책이다. 이 책은 각기 다른 개성과 철학으로 꾸며진 서점들의 특색을 설명하며 실제 사진과 평면도를 함께 실어 공간 조성과 연출을 집중적으로 탐구한다. 실제 공간 운영과 설계에 도움을 주는, 점주들의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팁도 담겨 있다. 볼거리가 가득한 이 책은 로컬 공간을 기획하거나 발전시키려는 이들에게는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줄 것이며, 서점을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이색적이고도 아름다운 일본의 책방 40곳을 생생하게 경험하게 해줄 가이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 책은 3개의 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다만 책 앞 부분에 서장(序章)과 「꼭 알아 두어야 할 업계 용어」란 제목의 부록을 따로 두었다. 1장 〈고객을 위한 서점 만들기〉, 2장 〈책이 돋보이는 서점의 모든 것〉, 3장 〈알아 두면 좋은 기초 지식〉 등이다. 매우 간결하면서 필요한 말만(서점 운영자나 예비 운영자를 위한) 씌어 있다. 간결해 마치 설계도면과 사진으로만 설명하는 듯한 인상마저 든다. 또 설계도면이 페이지마다 거의 들어가 있어 다소 난삽한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1장에는 고객이 찾는 서점으로 인테리어를 권유하고 있다. "서점을 열 장소를 확정한 뒤 인테리어 공사에 들어가기 전에 책장이나 계산대의 위치를 결정해 매장과 고객의 동선을 확인한다. 매장 크기, 평면도, 카페나 갤러리의 유무 등에 따라 주의할 점이 달라진다."고 말한다. 1장은 계산대, 여유 공간, 복합형 매장, 건축서 전문점, 이동 서점, 전면부 연출법, 인테리어, 식물 등의 키워드를 담고 있다. 

    "공간의 인상은 책장의 설치와 배치에 따라 달라진다. 그러므로 서점은 책장 배치가 자주 바뀌는 상황에 대응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작은 서점이라도 매장을 설계하는 일이 쉽지 않은 이유다. 10평 미만의 서점은 어떡하면 공간이 넓게 느껴질지를 연구할 필요가 있다. 이때 천장고를 확보하는 방법을 꼭 염두에 두어야 한다. 천장재를 제거하는 노출 천장 기법을 사용하면 천장고가 높아져 방문객에게 더 넓은 공간감을 줄 수 있다."(p.14)

    오라이도 서점의 경우 약 20평의 면적에 2만여 권의 책을 소장, 배치하고 있다. 주요 고객층은 지역 주민이라고 한다. 매장이 안쪽으로 긴 형태여서 가장 안쪽까지 방문객이 들어올 수 있도록 서가를 구성해 둔 서점의 사례로 게재하고 있다. 보통 잡지와 계산대는 입구 근처에 두는 경우가 많짐나, 잡지의 흡인력이 강하기 때문에 그렇게 되면 고객이 다른 책은 보지 않고 잡지만 구매하고 나가게 된다. 이에 따라 서점 측은 다른 책도 볼 수 있도록 남성지를 매장 중간에, 여성지를 가장 안쪽에 배치했다고 설명한다. 또 이 장에서는 길쭉한 상가 주택공간을 멋지게 꾸민 교토 가와라마치에 있는 세이코샤는 2015년 문을 열었다. 오래된 상가 주택을 내진 수리해서 1층을 서점, 2중을 주거 공간으로 삼은 서점이다. 평범한 도서부터 취향을 많이 타는 책까지 모두 일일이 골라 구성했다고 저자 건축지식 편집부 측은 밝힌다. 관련된 책을 옆에 두는 식으로 배치해 진열된 책들을 비교해 보고 그중 궁금한 한 권을 집어 드는 즐거움을 주도록 설계했다.

    노스토스 북스는 2013년에 온라인에서 시작된 책방이다. 쇼인 신사 앞 상점가에 있던 옛 매장에서 2021년 현재의 위치로 이전했다. 중고 도서를 중심으로 신간 외에 책과 관련된 잡화도 취급하고 있다. 디자인, 공예, 예술을 주 분야로 삼아 주제에 따라 서가를 구성한 본보기로 이 책에 게재됐다. 이 밖에도 카페를 병행해 고객층을 넓힌 〈가모메 북스〉, 계단으로 만든 다용도 공간이 매력적인 〈책방 루누강가〉, 서점은 도롯가이고 카페는 안쪽으로 배치한 〈타이틀〉, 바닥 마감을 달리한 다용도 공간을 꾸민 〈책과 커피 테가미샤〉도 소개하고 있다. 서점에는 원목 마루 보호 도료를, 카페에는 모자이크 타일을 붙여 바닥 마감을 달리 한 특징을 최대한 살린다. 〈책과 커피 테가미샤〉의 경우 안쪽으로 길이가 긴 매장에서 복합형 서점을 운영한다. 칸막이를 설치하면 압박감이 생기기 때문에 채광이나 동선을 고려해 독립성을 유지하면서도 공간을 터 둔 사례다. 이로 인해 카페로 가는 동안 시선을 이리저리 돌려 책을 구경하면서도 카페와 서점의 경계선을 명확히 구분하는 일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 같은 안정적인 경영을 위한 복합형 매장에서 고객층 확대는 경영 안정으로 이어지는 중요한 요소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서점의 고객은 책을 찾는 사람으로 한정되어 있었으나 인테리어 설계를 변경해 앞으로는 새로운 고객층을 잡도록 노력할 방침이란다. 서점에 카페나 갤러리를 병설하는 것은 방문객 수를 늘려 경영을 안정화하기 위한 효과적인 수법의 하나로 이 책에 소개되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여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카페나 예술을 쉽게 접할 수 있는 갤러리는 서점과 잘 어울려 함께 운영하기 쉽다는 것이 카페 병설 서점은 SNS를 통해 이벤트나 전시회 정보를 알리면 더 많은 고객을 끌어올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새로운 서점을 설계할 때 가장 중요한 집기는 책장임을 강조하는 이 책은 책장을 그저 상자나 선반쯤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크기, 디자인, 디테일로 서점의 개성을 표현해 고객이 '저 매장의 책장을 보러 가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는 말이다. 서점의 전문 집기는 주로 스틸로 제작되어, 높이 150~180cm 정도의 본체(가동 책장)에 높이 50cm 정도의 매대가 붙어 있다. 많이 늘어 놓으면 통일감 있는 매장을 만들 수 있지만 10~20평 정도의 재고 수량도 적은 서점에서는 자칫 무미건조해 보일 수 있다는 주의 사항도 덧붙인다. 작은 서점은 벽면 책장(양면형을 사용하는 일은 적다) 여러 개와 매대로 매장을 구성하는 경우가 많다. 이것들을 서점의 콘셉트에 맞게 디자인해서 책장이나 책 하나하나가 방문객의 눈에 띄도록 주의할 것을 이 책은 당부하고 있다. 

    제작 비용을 줄인 저렴한 합판이나 재활용 소재를 활용한 책장도 설명하고 있다. 나왕 합판은 소박한 느낌의 소재이며 가성비도 좋아 책장에 적합한 재료라고 추천한다. 특히 짙은 색이 책을 돋보이게 한다는 것. 가까운 거리에서 책을 살피다 보면 횡단면이 눈에 잘 보이므로 이 부분을 테이퍼 가공해서 디자인에 공을 들일 것을 주문한다. 이런 요청에 잘 설계되고 인테리어한 〈다이키 서점〉이 기본 설계와 사진 등으로 책에 소개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서점은 인테리어로 승부한다는 것이 저자의 일관된 주장이다. 인테리어는 매장의 개성을 방문객의 기억에 남기기 때문이다. 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방문객도 다시 들르게 하고 싶다면 인테리어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렇지만 적은 자금으로 매장을 열고 싶다면 인테리어에 돈을 아낄 방법 또한 고민해봐야 한다. 저자에 따르면 인테리어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는 기존에 있는 물건을 사용하거나 도장 등을 직접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그러다 보며 정작 서점의 얼굴이 되는 공간을 어떻게 만들려고 했는지는 잊기 쉽다. 방문객들의 마음에 남는 인상적인 공간은 서점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적인 요소이다. 예를 들어 DIY 나무 상자를 대량으로 쌓아 올려 책장으로 사용하면 매장을 박력 있게 만들어 개성과 비용 절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여기에서는 디자인 사무소와 함께 비용 조절까지 협의하면서 만든 서점과 설계 사무소에 공간 설계를 맡기고 기존 자재를 활용하여 DIY로 비용을 절감한 서점을 소개하고 있다. 서점은 도로에서 보이는 모습이 중요하다 〈북스 큐브릭 게야키도리점〉, 기존 물건으로 매장의 얼굴을 만들다 〈책방 루누강가〉, 식물로 분위기 조성하기 〈루트 북스〉 등 서점 운영을 희망하는 독자들을 위한 여러 가지 사례를 일일이 소개함으로써 주먹구구식이 아닌 잘 설계된 서점으로 성공적 경영을 돕는다.

    3장 〈알아 두면 좋은 기초 지식〉에서는 서점을 운영할 생각이 있는 독자라면 놓쳐서는 안 될 기초 상식을 담았다. 책의 크기와 무게 정도는 알아두어야 한다. 책이 매장의 책장에 들어가지 않거나 선반이 무게 때문에 휘어지는 일은 없어야 한다. 책에는 판형이라는 규격 치수와 제본 사양이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책에는 다양한 판형이 있다. 대개 책의 종류에 따라 판형이 결정되지만 예외도 있다. 책의 무게는 종이와 제본 방식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새로운 분야의 책을 매입하거나 집기를 고를 때는 서점에 납품되는 책의 크기와 무게를 대형 서점 등에서 직접 관찰하고, 실제로 만져볼 것을 권유하고 있다. 또 책의 각 부위 명칭은 반드시 외워야 한다. 전화나 메일 등으로 일을 처리할 때 부위 명칭이 자주 사용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파본이 납품되었을 때 어디에 어떤 문제가 있는 정확하게 전달하지 않은면 일을 잘 처리할 수 없다고 귀띔한다.

    ① 실제 무게는 상상을 초월한다-한 권을 손에 들었을 때에는 별로 무겁지 않은 책이라도 한데 모아 납품을 받으면 상당히 무겁다. 책장이나 매대가 감당 가능한 하중을 넘어가면 넘어가거나 부서져 사고가 날 우려도 있다. 따라서 선반의 내하중을 넘지 않도록 항상 중량을 확인하자. ② 고정 선반의 높이는 견장정에 맞춰서-제본에는 견장정과 연장정이 있다. 연장정의 표지는 본문의 종이 크기와 같지만, 견장정의 경우 상하좌우로 3mm씩 커지므로 폭과 높이 모두 6mm 커진다. 책장을 고정 선반으로 만드는 경우 주의하자. ③ 사진집이나 화보집은 책의 무게에 주의-책의 분야에 따라 사용되는 종이의 종류가 달라진다. 예를 들어 사진집이나 화보집에 사용되는 코팅지는 일반 서적에서 사용되는 모조지 같은 종이보다 무겁다. 사진집이나 에술책 등을 두는 선반은 휘어지지 않도록 판을 두껍게 만들자. 


    저자 : 건축지식 편집부


    1959년에 창간된 일본의 건축 전문 월간지. 건축에 관해 명확한 법적 기준이 없던 시기부터 자재와 구조, 안전 등 전문적인 지식을 다뤄 오며 건축 현장에서 큰 도움을 주었고 출판을 통해 건축 문화 발전에 공헌해 왔다. ‘실무에 도움이 되는 주제를 다룬다’라는 목표를 가지고 현재까지도 꾸준히 잡지를 간행하고 있다.


    역자 : 정지영


    대진대학교 일본학과를 졸업한 뒤 출판사에서 수년간 일본도서 기획 및 번역, 편집 업무를 담당하다 보니 어느새 번역의 매력에 푹 빠져버렸다. 현재는 엔터스코리아 출판기획 및 일본어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주요 역서로는 『40세의 벽』『만화로 보는 워런 버핏의 투자전략』『부자들의 인간관계』『비즈니스 모델 디자인』『돈이 쌓이는 가게의 시간 사용법』 등 다수가 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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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두 개의 달 시화집 가을 필사노트 열두 개의 달 시화집
    윤동주 외 지음, 카미유 피사로 외 그림 / 저녁달고양이 / 2024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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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상 최악의 여름으로 기억될 폭염의 계절은 지났다. 지난 여름이 너무 가혹했기에 가을을 손꼽아 기다렸고, 시간의 흐름은 어김없이 우리를 가을의 문턱으로 안내했다. 그야말로 가을은 '느닷없이' 다가왔다. 기쁨을 맛보기도 전에 때아닌 폭우와 늦더위가 기승을 부렸다. 그러나 여름에 비교하며 참을 만했다. 이젠 제법 가을의 맛과 느낌이 완연하다. 가을이 깊어가는 느낌도 잠시 엊그제는 설악산 첫눈 소식이 들렸다. 말 그대로 봄·가을이 없어지나 싶다. 뉴스에서는 올 단풍이 일주일 가량 늦어질 거라고 기상 예보를 전한다. 사계절이 뚜렷하고 금수강산이라고 자랑했던 한반도도 이젠 기후 재앙의 한복판으로 들어갔나 보다. 여름·겨울 두 계절만 남기고 한반도에서는 봄과 가을이 영원히 없어지려나. 알 수 없는 불안이 온몸을 휩쓸고 지나가면서 소름이 돋는다.

    아침 저녁 기온으로 봐선 딱 가을이다. 지구 북반구에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가을운 최고의 계절임은 말할 것도 없다. 풍요로운 수확의 계절이고 날씨도 쾌적하다. 적어도 태양계 행성 중에서는 가장 풍요롭고 복 받은 땅이라는 걸 실감한다. 지난 여름 태풍과 폭우, 폭염을 견뎠던 것은 우리에게 가을이 있었기 때문이다. 폭염만 이겨낸다면 풍요롭고 눈물이 날 것 같은 아름다운 날씨와 자연이 우리를 기다린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렇게 살았던 조상들처럼 우리도 하늘에 감사하며 일상을 산다. 그러나 기후 변화로 이상 기온이 우리의 일상을 흐트려 놓는다. 순응해야 할 더위가 아니라 극복해야 할 기후다. 풍성한 수확을 기대하는 마음이 있었기에 불평하지 않고 받아들였다. 하지만 이 기후 재앙이 자연의 순리가 아니라 인간의 욕심과 편리함을 추구한 댓가라는 사실에 가끔 인간의 욕심에 절망한다. 

    이 책 『열두 개의 달 시화집 가을 필사노트』는 2018년 첫 출간 이후 현재까지 수많은 독자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열두 개의 달 시화집 시리즈〉의 하나다. 이번 출판본은 ‘필사노트’ 에디션(양장본)이다. 〈열두 개의 달 시화집 시리즈〉는 일년 열두 달의 아름다움을 시와 그림으로 담아낸 독특한 시화집이다.

    이 시리즈의 책들은 모두 계절의 정취와 감성을 섬세하게 표현한 시와, 시의 분위기를 한층 더 돋우는 따뜻하고도 감각적인 명화로 구성되어 있다. 계절의 변화 속에서 느낄 수 있는 자연의 아름다움과 인생의 깊이를 담아낸 이 시화집 시리즈는 첫 출간 후 독자들에게 큰 위로와 감동을 주며, 필독서로 자리매김했다고 출판사 측은 밝힌다. 6년이 지난 올 가을에 양장본으로 다시 출간한 것은 독자들의 호응이 그동안 꾸준히 있어왔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특히 이번 출간된 신간 『열두 개의 달 시화집 가을 필사노트』에는 우리가 그렇게 기다렸던 가을이 와서 더욱 시의적절하다. 독자들의 눈길이 자주 머물 만한 시와 그림이 독자들에게 잘 어필되도록 우리 모두 한마음으로 기다렸던 가을을 담아냈다. 윤동주, 백석, 정지용, 김소월, 라이너 마리아 릴케 등 모두 27명 시인의 가을 시를 모으고, 가을의 감성을 섬세하게 그려낸 3명의 화가 카미유 피사로, 빈센트 반 고흐, 모리스 위트릴로의 명화를 실었다. 가을의 정취를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시들을 손으로 직접 따라 쓰며, 시의 깊이를 느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글자 크기와 판형을 키우고 고해상도 그림으로 업그레이드한 것은 물론, 필사에 최적화된 제본 방식으로 제작하여 독자들이 더욱 편하게 감상하고 넉넉한 공간에서 시를 필사하며 그림 감상까지 즐길 수 있도록 퀄리티를 높였다고 출판사 측은 설명한다.

    가을이다. 선선한 바람, 높고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은 돌아왔다. 까만 밤하늘에 총총 박힌 별들을 바라보는 일은 대도시에 사는 바람에 어릴 적부터 누리지 못한 은혜로움이지만 가끔 가는 여행길에서 아직도 일부 지역에선 볼 수 있다는 위안이 남아 있다. 대신 일찍 거리에 흩날리는 낙엽들을 보고 가을의 정취를 느끼는 법을 배웠다. 이윽고 찾아온 가을의 정취를 듬뿍 느낄 수 있는 시와 그림을 이 책에 모두 담겨 있다. 이 가을, 우리가 사랑한 시인들의 시를 따라 쓰고, 시와 어우러지는 명화들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우리의 마음이 가을의 깊숙한 곳까지 와 있음을 깨달을 수 있다.

    "한국인은 시를 읽지 않는다"는 낭설을 이 책은 지우는 역할도 했을 것으로 보인다. 시와 그림을 곁들여 냈는데 독자들의 호응이 꾸준했다는 것이다. 이번 가을은 기다림이 유난히 컸던 계절이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가을과 함께 이 책은 선물처럼 우리의 삶 속에 들어왔다. 시뿐만 아니라 그림도 우리가 어렸을 적 바라봤던 가을 하늘을 생각케 하고, 온 산을 붉게 물들인 단풍과 거리의 노란 낙엽이 흩날리는 만추의 짙은 아름다움도 책 안에 있다. 또 눈이 올듯한 우중충한 날씨의 초겨을까지 가을의 고요한 순간들을 기록하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은 소중한 동반자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 책은 2018년 초판본은 필사노트 겸용은 아니었던 것 같다. 이번 양장본을 필사노트로 꾸몄다는 것은 시와 한층 가깝게 해주려는 편집진의 의도가 있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한국을 비롯, 세계의 명시 가운데 가을이 주제나 소재가 된 시들을 모았다. 언제 어느 페이지를 펼쳐도 그곳엔 가을이 있다. 어느 페이지든 아스라한 어렸을 때의 가을 정취가 묻어날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우리의 인쇄술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 책이 그 증거가 될 것이다. 시를 필사하는 마음이 습관으로 변한다면 독자들은 독자가 시를 짓는 날도 멀지 않을 것이다. 글을 잘 쓰려면? 이 질문은 어쩌면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것이다. 작가를 꿈꿨던 사람은 자신이 가장 많이 했던 질문에 대한 답을 해줄 수 있다. "글쓰기의 왕도는 없다. 다만 삼다가 있을 뿐이다." 이것은 누가 한 말인지 모르지만 오랫동안 해온 질문이고 답변이다. 이 책 『열두 개의 달 시화집 가을 필사노트』 편집진은 시를 쓰고 싶다는 마음과 시를 필사하는 마음이 반복되고 많이 읽는다면 누구에게나 가능성은 있다는 말도 하고 싶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삼다(三多)란 독자들이 대부분 알고 있듯이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쓰는' 것이다. 더 이상의 방법도 없고, 다른 방법으로는 글을 잘 쓸 수는 없다는 뜻이다. 작가가 되려는 사람들은 이미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 시화집에는 윤동주, 백석, 정지용, 김소월, 라이너 마리아 릴케 등 모두 27명의 세계적 시인들의 시와, 가을의 감성을 섬세하게 그려낸 3명의 화가 카미유 피사로, 빈센트 반 고흐, 모리스 위트릴로의 명화를 실었다. 독자 개인적으로는 고흐 이외의 두 분은 익숙지 않다. 그러나 책을 펼쳐 들면 잘 그린 그림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들의 가을에 대한 감성은 우리의 감성과 다를 것이 없다고 판단되는 순간이다. 그림의 배경이 대부분 19세기 유럽이어서 우리로서는 산업화 시대 앞뒤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출판사 측이가을의 정취를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시와 시의 깊이를 느낄 수 있는 그림을 선택해 꾸민 것으로 보인다. 이에 더하여 글자 크기와 판형을 키우고 고해상도 그림으로 업그레이드한 것은 물론, 필사에 최적화된 제본 방식으로 제작하여 독자들이 더욱 편하게 감상하고 넉넉한 공간에서 시를 필사하며 그림 감상까지 즐길 수 있도록 퀄리티를 높였다는 게 출판사 측의 주장이다.

    이 책의 시들은 삶에 지치고 더위에 영혼마저 잃을 뻔했던 우리 마음을 어루만지고 삶의 격려를 하는 듯 보인다. 따라서 가을이 시작된 이 무렵 책을 펼쳐 읽는 것이 가장 좋을 듯하다. 싯귀뿐만 아니라 그림도 가을의 시작부터 늦가울의 쓸쓸한 정취까지 모두 담아내고 있어 한층 더 감상적인 마음으로 이끈다. 이 책은 우리가 사랑한 시인들의 시를 따라 쓰고, 시와 어우러지는 명화들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우리의 마음에 기쁨이 차오르게 해준다. 가을의 고요한 순간들을 기록하고 싶은 이들에게는 소중한 가을의 동반자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시 「가을」을 목차에서 찾아 읽어본다. 


    잎들이 떨어집니다. 먼 곳에서 잎들이 떨어집니다.

    저 먼 하늘의 정원이 시들어버린 듯

    부정하는 몸짓으로 잎들이 떨어집니다.(p.204) <하략(下略)>

    오랜만에 백석의 시 「고향」도 찾아 읽는다. 새삼 감회가 남다른 것은 독자로서는 우리 시에 외국 화가의 그림이 붙어 있는 그림은 처음 보기 때문이다. 


    나는 북관(北關)에 혼자 앓아 누워서

    어느 아침 의원(醫員)을 뵈이었다.

    의원은 여래(如來) 같은 상을 하고 

    관공(關公)의 수염을 드리워서

    먼 녯적 어느 나라 신선 같은데

    새끼손톱 길게 돋은 손을 내어 

    묵묵하니 한참 맥을 짚더니

    문득 물어 고향이 어데냐 한다.

    평안도 정주라는 곳이라 한즉

    그러면 아무개씨 고향이란다. 

    그러면 아무개씰 아느냐 한즉

    의원은 빙긋이 웃음을 띠고 

    막역지간(莫逆之間)이라며 수염을 쓴다.(p.52) <하략>

    독자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박인환의 「목마와 숙녀」도 있다. 시를 오랜만에 읽어서인지 시인의 감성이 가슴속 깊숙이 스며들면서 한국전쟁 후 예술인들이 모여 대화를 나눴던 명동의 어느 커피숍을 그리며 버지니아 울프도 생각해본다.


    한 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한다

    목마는 주인을 버리고 거저 방울 소리만 울리며

    가을 속으로 떠났다 술병에서 별이 떨어진다

    상심한 별은 내 가슴에 가벼웁게 부서진다

    그러한 잠시 내가 알던 소녀는

    정원의 초목 옆에서 자라고 

    문학이 죽고 인생이 죽고

    사랑의 진리마저 애증의 그림자를 버릴 때

    목마를 탄 사랑의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세월은 가고 오는 것(p.166) <하략>

    이 시화집은 모두 3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오늘도 가을바람은 그냥 붑니다-with 카미유 피사로〉, 2장 〈달은 내려와 꿈꾸고 있네-with 빈센트 반 고흐〉, 3장 〈오래간만에 내 마음은-with 모리스 위트릴로〉 등이다. 3명의 화가의 그림들이 각각의 장을 하나씩 이루고 국내외 가을의 시를 그림 사이사이에 배치했다. 그림을 천천히 보았더니 문득 가을이 페이지를 넘길수록 깊어지고 있음을 느낄 수도 있다. 


    그림 : 카미유 피사로(Camille Pissarro)


    덴마크계 프랑스인의 인상주의 화가다. 가장 훌륭한 근대 풍경화가 가운데 한 사람이며, 감정은 섬세하고, 초기 농원의 연작 또한 아름다운 매력이 있다. 서인도제도의 세인트토머스 섬 출생. 1855년 화가를 지망하여 파리로 나왔으며, 같은 해 만국박람회의 미술전에서 코로의 작품에 감명받아 그로부터 풍경화에 전념하였고, 수수하고 담담한 전원의 모습을 주로 작품에 담았다. 피사로는 폴 세잔과 폴 고갱에게 큰 영향을 미쳤는데, 이 두 화가는 활동 말기에 피사로가 그들의 ‘스승’이었다고 고백했다. 한편, 피사로는 조르주 쇠라와 폴 시냐크의 점묘법 같은 다른 화가들의 아이디어에서 영감을 얻기도 했다. 1874년에 시작된 인상파그룹전(展)에 참가한 이래 매회 계속하여 출품함으로써 인상파의 최연장자가 되었다. 말년에 피사로는 인상주의 화가들이 명성을 얻게 되는 것을 목격했고, 후기 인상주의 화가들은 피사로를 존경했으며, 피사로는 인상주의 화가들 사이에서 중요한 인물이 되었다. 주요 작품으로는 〈붉은 지붕〉, 〈사과를 줍는 여인들〉, 〈몽마르트르의 거리〉, 〈테아트르 프랑세즈광장〉, 〈브뤼헤이 다리〉, 〈자화상〉 등이 있다.


    그림 :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


    네덜란드 후기 인상주의 화가. 서양 미술사상 가장 위대한 화가 중 한 사람으로 손꼽힌다. 화풍의 스승을 두지 않고 독자적인 회화 세계를 그려냈다. 10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제작된 그의 작품들은 강렬한 색채, 거친 붓놀림, 뚜렷한 윤곽을 지닌 형태를 통하여 그를 죽음으로 몰고 간 생의 고통을 인상 깊게 전달하고 있다. 네덜란드 뇌넌에서 서른일곱 해의 짧은 생을 살면서 지독한 가난에 시달리며 고독했던 그는 주로 파리, 아를, 생레미 등지에서 노동자와 농민 등 하층민의 모습과 자연의 풍경을 화폭에 담았다.

    네덜란드 뇌넌, 헤이그 시절에는 어두운 색채의 비참한 주제가 특징이었으나 1886~1888년 파리에서 인상파, 신인상파의 영향을 받은 뒤로 꼼꼼한 필촉과 강렬한 색채로 특유의 화풍을 전개했다. 1888년 아를에서 병의 발작에 의해서 자신의 왼쪽 귀를 자르는 사건을 일으켜 정신병원에 입원했으며 이후로도 입퇴원 생활을 거듭하다가 1890년 오베르쉬르우아즈에서 권총으로 자살했다.

    종교적인 신념, 인간에 대한 연민으로 가득했던 고흐의 삶은 현실과 타협하지 않은 채, 고독과 가난 속에서 온전히 예술을 위해 바쳐졌다. 그러나 살아 있는 동안에는 인정받지 못하고 비참한 죽음을 맞이한 후에야 그의 작품들은 불후의 명작이 되었다. 그는 생전에 단 한점의 작품만이 판매되었지만, 현대의 미술계는 최고가를 자랑하는 비운의 화가가 되었다.


    그림 : 모리스 위트릴로(Maurice Utrillo) 


    프랑스의 화가. 평생을 몽마르트 풍경과 파리의 외곽 지역, 서민촌의 골목길을 그의 외로운 시정에 빗대어 화폭에 담았던 몽마르트를 대표하는 화가이다. 다작을 넘어 남작으로도 유명한데 유화만 3.000점이 넘는다. 인물화도 그리긴 했지만 5점 정도밖에 없고, 높은 평가를 받지는 못했다. 모델 출신으로 훗날 여류화가가 된 발라동의 사생아로 태어났지만 9살에 1891년에 스페인인의 화가 · 건축가 · 미술비평가인 미구엘 위트릴로(Miguel Utrillo)가 아들로 받아들여, 이후 모리스 위트릴로라 불리었다. 일찍이 이상할 정도로 음주벽을 보였고, 1900년에는 알코올 중독으로 입원하게 되었다. 그것을 고치기 위해, 어머니와 의사의 권유에 따라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으나 음주벽은 고쳐지지 않아 입원을 거듭했다. 그는 거의 독학으로 그림을 배웠고 화단에서도 고립되었고, 애수에 잠긴 파리의 거리 등 신변의 풍경화를 수없이 그렸다.

    위트릴로의 작품은 크게 4개의 시기로 분류된다. 몽마니 등 파리 교외의 풍경을 그린 몽마니 시대(1903~1905), 인상파적인 작풍을 시도했던 인상파 시대(1906~1908), 위트릴로만의 충실한 조형세계를 구축해나간 백색 시대(1908~1914), 코르시카 여행의 영향으로 점차 색채가 선명해진 다색 시대(1915~) 등이다. 특히 백색시대 작품 중 수작이 많은데, 음주와 난행과 싸우면서 제작한 백색 시대 시절의 작품은, 오래된 파리의 거리묘사에 흰색을 많이 사용하여 미묘한 해조(諧調)를 통하여 우수에 찬 시정(詩情)을 발휘하였다. 그 후 1913년 브로화랑에서 최초의 개인전을 열어 호평을 받았으나, 코르시카 여행(1912) 후 점차 색채가 선명해졌으며 명성이 높아지면서 예전의 서정성이 희박해지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1935년 위트릴로의 작품 찬미자인 벨기에의 미망인과 결혼하여 신앙심 두터운 평화로운 가정을 꾸려, 만년에 유복한 생활을 하며 파리 풍경을 계속 그려나갔다. 대표작으로 [몽마르트르 풍경] [몽마르트르의 생 피에르 성당] 등이 있다.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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