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변의 역사 - 확장판, 쿠데타·혁명에 의한 ‘정치상 대변동’
최경식 지음 / 갈라북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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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변(政變)은 혁명이나 쿠데타 따위의 비합법적인 수단으로 생긴 정치상의 큰 변동을 뜻한다고 사전을 풀이하고 있다. '정변'이라는 단어가 직접 들어간 예는 우리가 역사 책을 통해 배운 '갑신정변(甲申政變)'을 들 수 있다. 갑신정변은 조선 고종 21년(1884)에 김옥균, 박영효 등의 개화당이 민씨 일파를 몰아내고 혁신적인 정부를 세우기 위하여 일으킨 정변이다. 거사 이틀 후에 민씨 등의 수구당과 청나라 군사의 반격을 받아 실패로 돌아갔다. 이 책 『정변의 역사』는 지난 1300여 년간 한반도의 역사에서 중대 변곡점이 됐던 20가지 결정적 사건에 대해 저자 최경식이 유의미한 해석과 설명을 더했다. 정사에는 기록되지 않은, 의심이 가는 대목은 저자가 직접 야사나 관련 서적들까지 뒤져 사실 해석에 신중을 기했다. 특히 구술되어온 야담이나 정식으로 인정받지 못한 '야사'를 인용할 때는 출처를 밝혀 설득력을 높였다. 저자는 고구려 대막리지 연개소문 정변부터 현대의 신군부 12.12 쿠데타까지 시대를 뒤흔든 ‘정치상 대변동’의 원인과 결과, 당시 사회와 역사에 미친 영향 등을 세밀하고 폭넓게 분석해 독자들의 올바른 역사 인식과 교훈을 바로 잡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정변은 긍정적 결과를 가져왔든 부정적 결과만 도출한 채 실패로 돌아갔든 당시 국가와 국민에게는 많은 시련을 준다는 점에서 많지 않은 게 좋은 것이 대부분이지만 우리 인류 역사에서 크고 작은 정변은 전쟁보다 더 잦은 일이다. 눈을 세계로 돌려본다면 정변은 미처 헤아리기도 힘들 것이다. 구 소련에서의 흐루쇼프 서기장의 갑작스런 해임이나 중국의 마오쩌둥 시대 문화대혁명 당시의 실권파 추방 등도 정변의 범주에 있는 사건들이다. 다만 당사국들만큼 타 국민들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경우 대부분 묻히는 것도 있을 터, 각국의 사정과 상황에 따라 판단할 일이다. 이런 관점에서 5,000년 역사를 가진 우리 한반도에서의 정변도 엄청나게 많았을 것이다. 이 가운데 20개를 선정하는 작업도 아마 전수 조사를 할 만큼의 노력이 필요했을 것으로 본다. 이 책이 한국사를 다룬 무게감 있는 책이 되는 이유다.

저자는 「드라마틱한 인간사 '정변'에 대한 탐구」란 제목의 〈서문〉에서 역사의 흐름을 크게 뒤바꾼 정변을 보다 정밀하게 들여다보기 위해 "거사 준비 과정에서의 비밀과 음모, 권력을 향한 인간의 욕망, 정변 진행 과정에서의 무력투쟁, 성공한 자의 권력독점과 실패한 자의 전략 등 인간사의 드라마틱한 요소들을 많이 담았다"고 밝힌다. 이는 독자들이 역사에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불가피한 대목일 것으로 이해된다.



이 책은 5부(部) 20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부 〈정치상 대변동〉, 2부 〈지배체제 변혁〉, 3부 〈극적인 상승과 몰락〉, 4부 〈고난과 좌절〉 등 테마별로 나뉘어져 있다. 이 책에 기술된 순서가 주제별로 나누었는데 연대순으로도 정리가 된 것은 저자의 또 다른 노력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고구려 「연개소문 정변」부터 고려 「무신정변」까지 5개 장이 1부를 이루고 있고, 고려말「공민왕 피살」부터 조선 초기 「계유정난」까지가 2부를 이루고 있다. 또 3부는 「중종반정」부터 조선 말 「동학농민혁명」까지 기록돼 있다. 이후 마지막 4부에서는 「을미사변」부터 현대 대한민국에서의 「12.12 쿠데타」까지 등 5개장으로 나뉘어 실렸다. '또 다른 정변'이란 제목의 〈부록〉에는 우리 역사에 늘 밀접하게 관련돼 있는 중국 당 태종의 「현무문의 변」, 명의 세 번째 황제인 영락제의 「정난의 변」, 명나라 멸망에 관련된 「이자성의 난」을 추가해 다뤘다. 

"선악현부(善惡賢否)는 별 문제로 하고 당시 동방아시아 전쟁사에서 유일한 중심인물이었으며, 조선 역사 4,000년 이래 최고의 영웅이다··· (중략)··· 봉건세습의 호족공치제의 정치를 타파하여 정권을 한곳에 집중시켰으니, 이는 분립의 대국을 통일로 돌리는 동시에 그 반대자는 군주나 호족을 묻지 않고 한꺼번에 소탕하여 영류왕 이하 수백 명의 대관을 죽였다. 아울러 침노해 온 당 태종을 격파하였을 뿐 아니라 도리어 당을 진격하여 전국을 놀라 떨게 하였으니, 그는 다만 혁명가의 기백을 가졌을 뿐 아니라 또한 혁명가의 재능과 지략을 갖추었다고 함이 옳겠다."(p.15)

우리 역사서 첫 머리를 신채호의 『조선상고사』를 인용한 저자의 역사 기술의 탁월함이 돋보인다. 신채호는 역사학자이자 독립운동가로 일제 강점기 일부 학자들의 식민사관을 비난하고, 국민들에게 올바른 우리 역사를 알리고 민족정체성을 확립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 직접 우리 역사서를 집필했다. 중국으로 망명해 무장독립운동에 참여하고 의열단을 지원하는 등 독립운동의 최전선을 이끈 열혈 독립운동가로 우리가 배운 인물이다. 독립운동서 서명자로 참여했고 역사서 외에 『조선혁명선언』을 집필했다. 『조선혁명선언』은 무정부주의 독립운동을 하던 의열단원들이 품속에 지니고 다녔다는 책이다. 그는 강경한 독립운동 신념으로 행동하고, 의열단과 함께하며 독립운동자금을 위해 행동에 나섰으나 일경에 체포돼 여순 감옥에서 1936년 옥사 순국하였다.



앞서 인용한 문장은 신채호의 『조선상고사』의 일부이며 내용에서 '혁명가'로 지칭되는 인물은 고구려의 '연개소문'이다. 저자 최경식은 "한국근대역사학의 중요한 저작 중 하나로 손꼽히는 『조선상고사』에서 인용했다고 밝히고 있다. 사대주의 사관이 깃들어 있는 김부식의 『삼국사기』와 객관성이 결여된 중국의 역사서 등에서 평가절하됐던 인물을 우리 독립운동사의 고매한 인물로 생각한 까닭이다.

저자는 고구려 말기의 실권자, 대막리지(오늘날 수상)였던 정통 고구려인의 기개를 갖춘 인물이었다고 평가한 신채호의 기록을 인정하고 저자도 공감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호전적인 성격 탓에 주변 사람들이 어려워했고 역사적 평가가 엇갈리는 부분도 있지만 대륙에 있는 제국들에 대항해 고구려가 나아가야 할 방향, 즉 '자주적 기조'를 명확히 각인시킨 인물이라는 연개소문에 대한 신채호의 평가다. 저자는 이에 따라 연개소문의 리더십 하에서 고구려는 우리나라 역사상(광의적 의미에서의) '중화 패권주의'에 대등하게 맞섰던, 어쩌면 능가하는 모습을 보여줬던 유일무이한 세력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고 이 책에 적고 있다. 저자는 이후 자주적인 한민족의 마지막 불꽃, '혼(魂)'으로 평가받는 연개소문은 지금도 중국의 경극에서 중국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존재로 부각되고 있다고 말한다. 고구려는 대륙의 하수인이 아닌 '천자의 제국'이라고 선포하며 단행했던 '연개소문 정변'의 전말을 책의 첫 장에서 보여준다.

고구려인의 기개는 우리 모두 역사 책에서 학교 다닐 때 배워 온 바다. 다만 교과서 기술이나 역사 수업 시간은 많지 않은 탓에 당시 국제 정세나 시대 상황에 대해 자세히 배울 기회가 거의 없다. 그러나 다행히 우리 국민들은 역사의 질곡에서 어렵게 헤쳐나온 덕분인지 역사에 대한 관심은 어느 국민 못지 않게 강하다. TV드라마에나 영화에서 사극이 많았던 것은 이 같은 국민적 관심에 기대어서다. 시청률이 높고, 관객이 많이 온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대한민국이 점차 민주주의와 산업화에 성공하자 역사 기술에도 과거 식민사관은 거의 배제된 것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이로 인해 과거 알고 있던 사실과 다르다는 시청자와 관객들이 보고 어떤 느낌이었을까.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 국민의 한 사람으로 생각해봐도 공통의 시선이다. "제대로 된 역사를 바로 배워야 한다"는 점이다. 예전의 비극을 다시 겪지 않으려면 역사를 알아야 한다는 역사의 중요성을 깨달은 대한민국 국민들이다.



이 책은 20개 사건(정변)을 다루고 있다. 고구려 연개소문이 실행한 정치 개혁을 '연개소문 정변(막리지의 난)'이라고 표현한 것은 독자의 마음에 차지 않는다. 당시 왕의 기준에서 본 것 같아서다. 고구려는 중국에 통일 정부(수와 당)가 들어서는 격변기에 동북아 정세에 능동적으로 맞서기 위해 막강한 군사력보다 우선 외교적 차원의 대비를 해야 했고, 또 최후의 방법(군사적 대치)도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다행히 고구려를 침략했던 중국의 두 통일 정부는 야욕을 채우지 못하고, 수나라는 30년만에 멸망에 이르고 당나라는 태종이 눈을 감을 때까지 뜻을 이루지 못하고 오히려 고구려 침공을 하지 말라는 유언을 남겼다고 한 것으로 보아 결코 만만한 나라가 아님을 입증한 셈이다. 이때 고구려의 힘에는 연개소문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감안할 땐 그가 개인의 정치적 욕망보다는 고구려의 미래와 국민들의 안전을 위해 정변을 일으키지 않았나 한 번쯤 생각해볼 일이라고 독자는 생각한다. 특히 고구려의 역사를 '동북공정'이라는 구실로 완전히 중국 변방의 역사로 고정시키려는 현 중국 정부의 의도에 우리가 동의할 수 없다는 명분을 위해서라도 연개소문의 당시 행위에는 재조명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도 같은 시각에서 당시 중국의 정세와 주변국과의 외교 관계, 고구려 왕의 국제 정세 판단력 미숙 등이 수와 당에게 침공 틈을 보인 것일 수도 있다. 이제 막 새 제국으로 탄생한 중국 통일 정부가 나라의 기틀이 제대로 서지도 않은 채 막강한 군사력을 가진 고구려를 왜 침공했을까에 대해 명분이 부정확하고 설득력을 갖지 못한다는 점을 제시하고 있다. 이때 수, 당 중국 통일 정부가 동원한 군사력이 보급군까지 합치면 100~200만쯤 되니 아무리 큰 나라일지라도 쉬운 일이 아니다. 수나라 침략은 을지문덕이란 빼어난 장군, 당나라 침략은 연개소문과 양만춘 등의 전략·전술에 능한 장군들이 막아내긴 했지만 장군들의 영웅화로 끝낼 일이 아니다. 이제 막 통일한 정부가 국운을 걸고 고구려를 침공한 사실에 시각을 고정하고 정당한 명분을 찾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또 고구려 역시 이번 침공을 막아냈다고 중국의 통일 정부를 되치고 들어가는 전술을 펴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도 후손의 역사학자들이 찾아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결국 고구려의 멸망은 연개소문의 사망이 빌미가 되었고, 아들들의 권력 다툼 때문이라고 역사는 기록하고 있다. 이때 당나라는 우리가 알다시피 신라와 협력하여 백제를 멸망(660)시킨 직후라서 고구려의 국운도 풍전등화 상태였다. 역사 기술의 눈을 고구려 연개소문 아들들의 권력 다툼이라는 시각에서 신라로 돌려 외세를 끌여들여 작은 통일을 이루었다는 점은 당나라를 대적할 힘이 없었기에 외교전으로 외세를 끌어들였다는 점에서 추적해 들어가야 할 필요성이 대두된다.



이 책은 고구려의 기개와 연개소문의 등장, 중국 정세의 급변, 수의 침공과 멸망, 당의 침공 등 약 100년도 안 된 기간에 숨 막히게 돌아가는 정세를 상세히 기술하고 있다. 특히 당 태종 이세민이 분노한 것은 수의 포로로 잡힌 중국인 포로 송환 요구를 고구려가 거부해 고구려 침공을 결정했다는 점은 아닌 사실을 확인하고 있다. 책에 따르면 당 태종은 중국인 포로들의 대거 송환을 요구했다. 고구려 입장에서는 본국으로 돌아가지 못한 적국의 포로를 잡아두는 게 당연한 일이었지만, 당나라의 일방적 요구대로 1만여 명에 달하는 포로들을 아무 조건 없이 풀어줬다. 또한 당나라 요구에 따라 고구려 요충지들이 세세하게 나와있는 지도(봉역도)까지도 넘겨줬다. 지도를 획득한 당나라는 추후 고구려 침공 때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며 유리한 국면을 조성할 수 있게 된다. 호의적 외교를 침공으로 되갚은 셈이다.

고구려는 왜 포로뿐만 아니라 군사적 목적의 지도까지 넘겨줬을까? 「연개소문 정변」의 중요한 이유는 고구려 내부의 군부 소장파의 변화 요구와 원로 대신들의 갈등이 원인이자 발화점으로 저자는 판단하고 있다. 소장파의 수장인 연개소문의 세력 확장으로 위기 의식을 갖고 있던 원로 대신들이 연개소문 견제를 시작한 것이다. 이들은 영류태왕을 설득해 연개소문 제거 계획을 세운다. 그 첫 단계로 당나라의 침공에 대비해 축조하고 있던 '천리장성'에 대한 감독 업무를 연개소문이 맡도록 했다. 천리장성은 수도에서 멀리 떨어진 고구려의 서쪽 국경에 위치해 있었다. 연개소문을 중앙정치 무대가 아닌 변방으로 보낸 후 서서히 힘을 약화시키려는 복안이었다. 저자는 또 다른 설(說)도 함께 적시하고 있다. 당초 연개소문이 천리장성 축조 책임자로 일하고 있었는데, 조정에서 당나라의 요구에 순응해 천리장성 축조를 중단시켰고 연개소문이 이에 격분해 정변을 일으켰다는 의견이다. 하지만 장년·원로 대신들의 계획은 연개소문에게 은밀히 보고됐다. 그는 당하기 전에 먼저 거사를 일으키기로 마음먹었다. 연개소문은 642년 자신이 관장하는 부에 소속된 사병들을 동원해 평양성 남쪽에서 열병식을 거행하기로 했다. 열병식 날 연개소문의 의도대로 수많은 대신들이 척살됐다고 역사 기록은 전하고 있다. 이후 많은 이야기가 진행되지만 연개소문이 일으킨 정변이라는 점에서는 벗어나지 못한다. 정확한 정사 기록이 없는 것인지, 아니면 중국에서 기술한 기록 탓인지 여간해선 연개소문의 치적보다는 불법 무력에 의한 정변에 초점이 맞춰진 것에 독자로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 책의 마지막 장으로는 가장 최근의 「어둠이 내려앉다」라는 제목의 신군부에 의한 '12.12쿠데타'를 되돌아보고 있다. 이는 1979년 12월 12일 당시 정승화 육군참모총장 공관에서 계엄사령관인 정승화 육참총장을 연행하면서 시작된다. 전두환 보안사령관과 노태우 9사단장을 필두로 한 패륜적 하극상 사건이다. 전두환 신군부는 10.26의 김재규와 사전 모의한 혐의로 연행한다는 것이지만 당시 대통령 최규화의 재가도 없이 저지른 쿠데타가 명백하다. 더욱이 전방부대 병력과 수도권 일부 병력을 동원한 것도 쿠데타가 사전 모의됐다는 명백한 증거다. 12.12쿠데타로 '참 군인'은 몰락했고, 육사 11기(정규 육사 1기)를 중심으로 한 '하나회' 정치군인들이 득세하게 됐다. 이 나라에서 민주주의에 대한 희망은 사라지고 군부 독재가 불필요하게 연장되는 '어둠이 내려앉았다.'

하나회는 구 군부를 견제하기 위해 박정희 대통령이 의도적으로 키운 군내 사조직이다. 자신이 5.16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장악하며 대통령에 오르기 직전 예편하는 자리에서 "나 같은 불행한 군인이 다시 나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라는 말과도 정면 배치되는 것이다. 사실 구 군부에 대한 견제는 아마도 장기집권에 반발하는 군부 내 일부 장성들을 제압할 목적이 아닌가 추정된다. 물론 독자의 판단이라 여기에 적시할 이유도, 명분도 없는 추정일 뿐이다. 다만 그렇게 생각해볼 수도 있다. 박정희의 장기 집권은 3선 개헌을 거쳐 유신 체제로 변화되며 사실상 종신 집권이 가능한 상황이었다. 자신의 장기 집권을 위해서는 헌법마저 고치는 상태이니 박정희에 대한 지지는 점점 반대로 돌아서기 시작했다. 물론 40여년 전에 일어난 쿠데타는 이제 우여곡절 끝에 쿠데타로 판명됐고, 권력욕에 의한 사전모의 등도 밝혀짐에 따라 법적 판결도 나왔지만 정작 본인들은 수긍하지 않은 채 생을 마쳤다. 다만 5.18 관련해서는 노태우가 장남을 시켜 사과와 위로의 뜻을 전한 것으로 보도된 적은 있다. 이제 남은 사실 확인과 역사 기록은 우리들의 몫으로 남았다. 그러나 지금까지 결과에 만족하는 순간 우리는 또 같은 일을 다시 겪게 된다는 역사의 모순적 아포리즘을 잊어서는 안 될 일이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정변은 발발 배경부터 당대 상황, 비밀과 음모, 권력을 향한 욕망 그리고 승자의 득세와 패자의 퇴장 등 역사적 사실에 대한 입체적인 분석이 담겨야 제대로 들여다볼 수 있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는 점에서 보면 정반대 시선을 갖고 있어야 제대로 기록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 책의 탁월함이 드러나는 이유로서 저자의 역사 인식이 있었기 때문이리라는 데 독자는 동의한다. 특히 저자가 압축적이고 간결한 문장으로 전달하는 관련 지식과 정보는 단순히 학습을 위한 교과서나 참고서가 아닌 역사교양서로써 이 책을 읽는 재미를 배가시킨다는 출판사 측의 리뷰 문장에도 공감한다. ‘연개소문 정변’에서 저자는 고당 전쟁 및 그 전후 과정을 매우 생동감 있고 긴박하게 서술한 것을 좋은 예로 들 수 있다. ‘10.26 사태’에서의 주요 장면들도 저자의 글로 전달되는 긴장감은 영화와 드라마 등에서 보았던 흥미로움과 사뭇 다른, 깊숙한 의미를 전달해 준다. 글과 영상의 극명한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는 독서의 즐거움을 한껏 고조시켜 준다. 역사에 관심이 있든 없든 이 책은 집어든 순간 끝까지 읽지 않고는 책을 손에서 내려놓지 못할 것 같다.


저자 : 최경식


어릴 때부터 역사에 남다른 애착이 있었다. 한국사, 세계사, 전쟁사 등 역사 관련한 책들을 많이 읽었다. 역사 이해에 도움이 될 것 같아 한자능력자격증을 취득했고, 한국사능력검정 시험에도 응시, 합격했다. 대학에서 정치외교를 전공으로, 역사는 부전공하다시피 했다. 현재 브런치스토리와 헤드라잇에서 역사 작가로 활동하고 있고, 틈틈이 일반인과 학생 등을 대상으로 한 역사 강의에도 출강하고 있다. 국민일보, 한국경제, 파이낸셜뉴스에서 기자로 활동하며 국회, 금융위, 금감원, 기재부, 중기부, 한국거래소, 산업은행, 교계, 각종 기업, 시민단체 등을 출입했다. 저서로 『숙청의 역사 _ 한국사편 / 세계사편』 『암살의 역사』 등이 있다.

ajdehfdk@naver.com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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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은 어디까지 설명할 수 있는가 - 현대 물리학의 존재론적 질문들에 대한 도발적인 답변
자비네 호젠펠더 지음, 배지은 옮김 / 해나무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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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물리학은 어디까지 설명할 수 있는가』의 표제어는 두 가지를 함유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현대 물리학의 현재 위치를 묻는 질문일 수도 있고, 기존 이론이 현대 물리학의 이론으로 자리를 잡았는지를 묻는 질문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20세기 들어 아인슈타인의 특수·일반 상대성 이론이 포문을 연 현대 물리학은 원자폭탄으로 오용됨으로써 그가 물리학에서 이룬 엄청난 업적을 반감시킨 것으로 평가되었다. 이후 현대 물리학은 양자역학, 입자 물리학, 이론 물리학으로 영역을 넓히면서 이 물리학으로 어떤 발달에 기여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물리학에 대해 잘 아는 과학자들이 어떤 설명을 해도 쉽게 알아듣지 못하는 일반 사람들은 현대 물리학 이론이 무엇을 위해 발전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먼저 묻는 이유는 아마 원자폭탄이라는 트라우마가 아닐까?라는 차원에서 생각해보면 질문의 이유가 당연하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이 책은 현대 물리학에서 제기된 거대한 질문에 물리학자들이 어떻게 답변하고 있는지를 비판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저자 자비네 호젠펠더에 따르면 과학은 이론과 관측, 실험으로 이루어진다. 실체를 간접적으로나 직접적으로 확인할 수 없는 것을 과학이라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저자는 현대 물리학의 한계를 날카롭게 진단하고자 한다. 호젠펠더는 물리학자들의 아이디어와 과학의 영역에 있는 물리학을 구별하면서, 스티븐 호킹, 숀 캐럴, 카를로 로벨리 등 저명한 물리학자들의 주장에 대해서도 예외가 없다. 이 책을 통해 물리학이 어디까지 답할 수 있는지 확인해보는 것은 일반인들이 과학에 관심을 갖게 하는 소중한 작업이기에 무용한 질문일 수 없다고 독자는 판단한다. 

저자는 우리가 보는 별빛이 수억 광년 전의 별빛인 것처럼 어딘가에서 우리의 과거를 볼 수 있지 않을까? 정말로 다른 우주에 우리의 복제본이 있는 걸까? 정신은 물질의 작용일 뿐 우리는 자유의지가 있다고 착각하는 걸까? 이런 질문들은 일부 물리학자 등 물리학계에서 꾸준히 내놓는 질문들이다. 물리학이나 우주물리학 책을 읽어본 독자들은 질문의 이유를 이해하겠지만 문외한인 독자로서는 질문조차 하기 어렵다. 물론 물리학을 공부하지 않은 독자가 현대 물리학이 내놓은 이론에 대해 전혀 모르는 입장에서는 물리학에서 주로 쓰이는 용어마저 생소한 탓에 어떤 질문을 해야할지에 대해서도 입을 닫고 있을 수밖에 없는 상태다. 그러나 만일 이슈가 될 만한 질문을 물리학계에서 제시하고 그에 대한 답변을 내놓는다면 독자로서는 현대 물리학 이론의 실용성 여부를 판단할 정도를 배울 수 있는 기대감을 갖고 있다. 독자가 이 책을 읽으려는 목적이기도 하다.



물리학이 본질을 파고들수록 물리학은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한다는 저자의 주장에 독자는 공감한다. 이에 더해 물리학자들의 설명은 어디까지 진실일까?라는 질문을 저자는 덧붙이고 있다. 이는 현대 물리학을 설명하는 물리학자들의 답변이 충분치 않거나, 혹은 무슨 뜻인지 모를 독자들에게는 굉장히 중요한 지적을 하고 있다. 저자 호젠펠더는 물리학자들은 인류가 궁금해하는 질문들에 관해 탐구해왔으며 새롭게 등장하는 질문들에 “기가 막히게” 답을 잘 찾아낸다고 말한다. 이는 새로운 문제를 접근하는 데는 이미 그들의 연구 과정이기에 별 문제 없이 답을 잘 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으로 읽힌다. 저자가 지적하는 문제는 물리학자들이 답을 찾는 데 몰두하느라 그 답이 애초의 질문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왜 그런 답을 내놓았는지를 설명하는 데는 능숙하지 못하다는 점을 말하고 있다. ‘과거는 실제로 우주 어딘가에 존재하는가, 우리는 원자로 이루어진 일종의 사물에 불과한 것인가, 또 다른 우주에 나의 복제본이 있는 것인가···.’ 

이 책은 세상과 인간에 관해 우리의 경험적 인식과 다른 내용을 내놓는 현대 물리학에 궁극적으로 묻고 싶은 것을 질문하며 물리학자들의 이론을 연결시킨다. 거대한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나가다 보면 물리학 이론이 명쾌하게 답할 수 없는 지점을 만나게 된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잘 팔리는 상품을 내놓는 것이 연구 목적인 분야가 있다고 저자는 슬쩍 내민다. 저자가 연구하는 분야인 기본 물리학의 주요 생산품은 지식이라고 털어놓는다. 동료들과 저자는 이 지식을 지나치게 추상적인 말로 발표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애초에 왜 이걸 들여다보게 되었는지 그 이유를 이해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고백한다. 저자의 고백은 사실 물리학자들의 이론과 설명이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언어로 포장돼 있어 알아듣기 힘들 뿐만 아니라 이론이 채택될 때 수혜자가 될 일반 사람들에게도 이해할 수 없도록 설명한다는 주장을 하기 위해서다. 

이는 전문가와 비전문가 사이의 간극을 크게 벌리는 작용을 할 뿐 아니라 관심에서조차 멀어지게 한다는 주장으로 독자에게는 이해된다. 저자는 이에 관해 이미 지적한 학자들의 말을 인용한다. 사회학자 스티브 풀러는 학자들이 알아듣지조 못할 용어로 빈약한 통찰을 값진 것처럼 보이게 한다고 주장했다.



또 미국의 언론인이자 퓰리처 수상자인 니콜라스 크리스토프는 학계가 "통찰을 복잡하고 따분한 산문으로" 암호화하고 "대중이 소지하지 못하도록 이중 잠금장치를 걸어놓은 후, 이 까다로운 말 잔치를 난해한 학술지 안에 숨겨버렸다"며 불만을 토로했다고 폭로한다. 여기에다 저자 호젠펠더는 중요한 점을 하나 더 얹어 불편한 심정을 드러낸다. 사람들은 양자역학이 예측 가능하거나 말거나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사람들은 자신의 행동이 예측 가능한지를 알고 싶어 한다. 그들은 블랙홀이 정보를 파괴하든 말든 관심이 없다. 그보다는 인류 문명의 집단 지식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에 더 관심이 있다. 그들은 은하 필라멘트(galactic filament)가 뇌신경망을 닮았는지 어쨌는지 그런 건 개의치 않는다. 그들은 우주가 생각을 할 수 있는지가 더 궁금하다. 사람은 생각할 수 있어서 사람이다. 그런데 또 뭐가 생각한다고? 저자의 지적은 아무리 어려운 물리학이고 이론이라 할지라도 인간이 관심을 두는 것을 명확하게 이해하고 연구하고 이론을 세우고 실제 적용해 나가는 것이 어떤 학문이든 채택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호젠펠더는 과학적으로 그르다고 분명하게 판정할 수 있는 주장인 ‘비(非)과학’과 구분해, 증거가 없어 옳다 그르다를 판정할 수 없는 가설을 ‘무(無)과학ascience’이라 칭한다. 이런 기준에 따르면 초기 우주에 관한 설명이나, 양자역학의 해석에서 비롯된 다중우주 가설은 과학이 아니라 무과학에 해당한다. 호젠펠더는 물리학자들의 이론적 주장들 중 일부는 실은 과학이라기보다 믿음에 기반한 추측에 가깝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물리학 이론의 한계를 폭로한다. 물리학자들이 말하는 것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기에 앞서 우리가 궁금해하는 질문이 무엇인지, 물리학자들의 답변이 과학적으로 신뢰할 만한 것인지에 집중해 보기를 독자들에게 권유하고 있다. 이 책이 현대 물리학에서 과학적으로 좀 더 생산적인 논의를 가려낼 수 있는 안목을 길러줄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호젠펠더는 물리학 지식을 공유하는 것은 당연히 공유할 가치가 있어서일 뿐 아니라, 이 지식을 우리끼지만 가지고 있으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게 되기 때문이라고 밝힌다. 인간의 경험에 관해 물리학이 알려주는 것들을 물리학자들이 앞장서서 설명하지 않으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이들이 끼어들어 우리가 만들어낸 암호 같은 용어를 유사과학 증진에 써먹는다는 논리다. 양자 얽힘과 진공 에너지가 대체 요법 치료사, 영매, 약장수들이 자주 들먹이는 이론이 된 것은 우연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물리학 박사 학위가 없는 사람이라면 우리가 만든 난해한 말들을 그런 사람들의 헛소리와 정확히 구분하기가 꽤 어려울 것이라는 당연한 결과를 제시하면서. 그렇다고 이 책의 목적이 단순히 유사과학의 정체를 밝혀내려는 것이 아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영적인 개념 중 어떤 것은 현대 물리학과 완벽하게 양립할 수 있으며, 심지어 어떤 아이디어는 현대 물리학의 지지를 받기도 한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고 말한다. 물리학이 우리와 우주의 관계에 관해 뭔가 할 말이 있다는 것은 그리 놀랄 일이 아니라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과학과 종교는 같은 뿌리에서 나왔고, 오늘날에도 여전히 같은 문제를 다루고 있다. 이를 테면 우리는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는가? 우리 지식의 한계는 어디일까? 이런 문제들에 관해 물리학자들은 지난 한 세기 동안 많은 것을 배웟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과학의 한계는 정해져 있지 않다는 것을 확실히 알게 되었다고 주장한다. 우리가 세상을 더 많이 배울수록 한계는 계속 뒤로 물러난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이에 따라 믿음을 바탕으로 한 설명은 한때는 세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고 우리에게 위로를 주기도 했으나 이제는 옳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고 말한다. 예컨대 어떤 물체가 살아 있는 이유는 특별한 물질을 부여받았기 때문이라는 아이디어(앙리 베르그송의 '엘랑비탈')는 200년 전의 과학적 사실과 완벽하게 부합했다. 그러나 이젠 아니다는 점을 저자는 역설하고 있다.

저자가 몸담고 있는 기본 물리학은 가장 기본적인 수준에서 작동하는 자연의 법칙을 다룬다고 한다. 여기서도 과거 100여 년 동안 얻은 지식이 믿음 기반의 낡은 설명을 대체하고 있다. 그런 오래된 설명 중 하나는, 의식이 존재하려면 여러 입자 사이의 상호작용 외에 무언가가 더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이를테면 엘랑비탈 같은 일종의 마법 가루가 물체에 특별한 성질을 부여해야 한다는 의미다. 현재 이것은 아무것도 설명하지 못하는, 시대에 뒤처지고 쓸모없는 아이디어라고 저자는 짚어내고 있다.



이 책은 모두 9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과거는 정말 어딘가에 존재하는가〉, 2장 〈물리학은 우주의 시작과 끝을 밝혀낼 수 있는가〉, 3장 〈물리학적으로 젊음을 되돌릴 수는 없는가〉, 4장 〈우리는 그저 원자가 든 자루일 뿐인가〉, 5장 〈정말 다른 세계에 또 다른 내가 존재하는가〉, 6장 〈물리학은 자유의지를 부정하는가〉, 7장 〈우주는 우리를 위해 만들어졌는가〉, 8장 〈우주는 생각하는가〉, 9장 〈인간은 예측 가능한 존재인가〉 등이다. 또 4개의 인터뷰 내용도 게재돼 독자들의 관심을 끌 것으로 보인다. 각 장의 뒤에 내용에 부합하는 학자들과의 인터뷰를 저자가 풀어 썼다. 2장 뒤에는 팀 파머와의 「과연 수학이 전부인가」, 4장 뒤에는 데이비드 도이치와의 「지식은 예측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인터뷰를 통해 그의 말을 경청했다. 세 번째 인터뷰는 로저 펜로즈와의 「의식은 연산 가능한가」란 제목으로 마지막 네 번째는 자야 메릴리를 통해 「우리는 우주를 창조할 수 있을까?」란 내용을 실었다. 「그래서 이 모든 것의 목적은 무엇인가」란 제목의 〈에필로그〉를 마저 읽으면 물리학 문외한 독자들도 현대 물리학의 위치와 현주소를 확인할 수 있고, 현대 물리학 이론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독자는 믿는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천천히 한 번 정독을 한다면 독자들의 물리학에 대한 지식은 물론 방향과 현 단계, 그리고 기존 이론들의 실체에 접근할 수 있는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두 번째 인터뷰 「지식은 예측할 수 있는가」에 대해 살펴본다. 인터뷰에 응한 데이비드 도이치는 양자 연산 분야에 중대한 기여를 한 사람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2017년에는 그 공을 인정받아 국제이론물리학센터(ICTP)에서 디랙 메달을 받으면서 그의 길고 긴 수상 목록에 하나를 더 보탰다고 저자는 소개한다. 사실 저자는 도이치와 양자 연산 이야기를 하려고 했던 게 아니라고 밝힌다. 그의 대중 과학서인 『실재의 구조』와 『진리는 바뀔 수도 있습니다: 옥스퍼드대 물리학자 데이비드 도이치가 바라보는 세상』을 감명 깊게 읽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데이비드는 자기 생각의 논리와 근거를 신중하게 제시할 뿐 아니라, 시대를 앞선 과학자로서 현대 기술보다는 과학 지식의 성장에 더 관심이 많았고, 그것이 우리 사회에 어떤 이득이 되는지 그리고 애초에 과학적 지식이란 무엇인지를 고민한다. 그 점이 놀랍고 반가웠다고 털어놓는다. 데이비드는 환원주의의 한계를 상담할 적임자로 보았다는 것이다. 호젠펠더는 이론적 환원주의와 존재론적 환원주의에 대한 질문으로, 도이치에게서 "둘 다 철학적 원리로서는 틀렸다'는 답변을 듣게 된다. 양자중력 이야기, 입자물리학에 대한 입장을 들어보고 주제 「지식은 예측할 수 있는가」에 대해 "누구도 앞으로 지식이 어떻게 성장할지 예측할 수 없다"는 그의 생각을 이 책에 기록하고 있다.



저자 호젠펠더는 이 밖에도 자연상수들이 왜 지금의 값인지를 알아내려는 시도나 관측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평행우주를 끌어들이는 이론들은 수학이라는 허울을 뒤집어쓰고 과학으로 변장한 종교라며 신랄하게 비판한다(〈에필로그〉 참조). 특히 물리학자들은 수학을 도구가 아니라 실재라고 인식하는 오류에 빠진다는 점을 지적한다. 물리학자들의 그런 탐구나 가정들을 틀렸다고는 할 수 없다. 다만 과학이라고 말하지는 말자는 것이다.

이 책은 다른 물리학자의 견해도 담았다는 점은 앞서 독자가 언급한 대로다. 근본적인 설명을 찾는 물리학자들은 종종 몸과 마음이 독립적으로 존재한다는 이원론, 합성체는 구성 물질의 작용에 의해 결정된다는 환원주의, 구성 요소 수준에서 정의될 수 없는 상위 계층의 성질이 나타남을 인정하는 창발성 등 철학적 개념에 닿는다. 호젠펠더는 과학과 철학, 종교에 관해 대화를 나누며 물리학자들의 생각을 듣는다. 이 책은 물리학자들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좋은 과학적 설명이 무엇인지에 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독자들에게 제공한다는 점에서 탁월한 저서다. 


저자 : 자비네 호젠펠더(Sabine Hossenfelder)


1976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태어났으며 프랑크푸르트 대학교에서 이론물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애리조나 대학교,UC 샌타바버라, 페리미터 이론물리학 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재직했으며, 노르디타 연구소 조교수를 거쳐 현재 프랑크푸르트 고등과학원에서 연구하고 있다. 표준모형, 현상학적 양자중력이론, 일반상대성이론 등에 관한 70여 편의 연구논문을 발표했다. 2006년부터 과학블로그 Backreaction에 물리학계의 잘못된 관행을 비판하는 글을 쓰기 시작했다. 『포브스』, 『네이처』, 『피직스 투데이』,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퀀타 매거진』 등에 기고했다. 남편과 두 자녀와 함께 하이델베르크에서 살고 있으며, 유튜브,SNS, 블로그 등을 통해 대중과 활발하게 소통하고 있다.


역자 : 배지은


서강대학교 물리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휴대전화를 만드는 엔지니어로 일했다. 이후 이화여자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에서 번역학을 전공하고 소설과 과학책을 번역하고 있다. 『엿보는 자들의 밤』, 『밤의 새가 말하다』, 『열흘간의 불가사의』, 『최후의 일격』, 『꼬리 많은 고양이』, 『퀸 수사국』, 『무니의 희귀본과 중고책 서점』, 『맹인탐정 맥스 캐러도스』, 『아파트먼트』, 『물질의 탐구』, 『입자 동물원』, 『일상적이지만 절대적인 양자역학지식 50』, 『전자부품 백과사전』(전 3권)을 우리말로 옮겼다.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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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지배자 - 사피엔스를 지구의 정복자로 만든 예지의 과학
토머스 서든도프 외 지음, 조은영 옮김 / 디플롯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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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누구든지 어렸을 때부터 시간의 중요성을 배워왔다. 매일 매일 스승으로부터, 부모로부터 듣고 배웠다. 시간은 우리 일생의 모든 일에 관여한다. 공부든, 놀이든, 또 일이든 모두 시간으로부터 비롯된다. '시간은 금이다' '오늘은 어제 죽은 이가 그토록 갈망하던 시간이다' 등 수많은 격언을 마음속에 새기며 시간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말에 신뢰감을 가졌다. 대학 시험을 치르는 동안에는 '4당5락'이란 말로도 스스로를 격려하기도 했다. 4시간 자는 사람은 붙고, 5시간 자면 떨어진다'는 뜻을 새기고 한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으려 했다. 그러나 그 많은 시간 동안 배우고 뼈에 새긴 말들에 들어 있는 '시간'이 무엇인지에 대해선 알아보지 않았다. 그냥 주어진 것이기에 뜻 깊고 의미 있는 데 써야 한다는 '시간'의 속성에 대해서는 그리 많은 것을 배우지도 못했고, 알지도 못한 채 수십 년을 살아왔다. 이젠 중년을 넘어선 나이에 도달했을 때 비로소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이에 따라 '시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관심이 생긴다. 나에게 남은 시간은 얼마인가?란 질문에 답을 구하기 위해서다. 

이 책 『시간의 지배자』는 인간이 가진 '예지력'에 관한 저서다. 또 예지력으로 진보된 문명을 만들어내고 뒤로는 많은 해악을 남기기도 했다. 예지력이 미래 일어날 일을 미리 예측하는 능력일 텐데 '시간'과는 무슨 관계일까? 공동 저자(토머스 서든도프, 조너선 레드쇼, 애덤 벌리, 이하 저자)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예지력은 사람들로 하여금 가까운 미래에 닥쳐올 기회와 위협을 준비하게 한다."고 전제한 뒤 "미래를 상상하는 능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세상이다. 인공지능의 도래로 매일 목도하는 숨 가쁜 변화와 그로 인해 가능해질 예측만 생각해봐도 알 수 있다."고 선언한다. 왜 지금 미래를 상상하는 능력이 중요한가? 인간은 수백 년 동안 진화를 거듭하며 현대의 문명 수준에 이르렀다. 인간의 이런 능력이 가능했던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저자는 인간의 예지력은 독보적으로 강력하고 다른 동물이 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앞일을 예측하고 계획하게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인간의 예지력이 지닌 힘은 미래가 어떻게 될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는 한계를 스스로 인지하는 데서 비롯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인간은 현재에서 출발하는 여러 버전의 미래를 상상할 수 있으므로 주어진 선택권을 얼마든지 저울질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인간의 위기 극복 능력과 문명 창조 능력이 예지력에 의한 여러 버전 중에서 가장 좋은 버전을 선택하는 등 삶의 궤적을 자신이 통제한다는 자유의지를 느낄 수 있다고 역설한다.



이 책은 모두 8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저마다의 타임머신〉, 2장 〈미래의 창조〉, 3장 〈자아의 발명〉, 4장 〈뇌가 하는 일〉, 5장 〈다른 동물은 그저 현재에 갇혀 있는가〉, 6장 〈4차원의 발견〉, 7장 〈시간여행의 도구〉, 8장 〈우리 시대의 시간〉 등이다. 1장에서 저자는 5,000년 전에 알프스 산맥에 오른 한 사내가 추위에 얼어죽은 채 1991년 발견됐다. 그의 시체와 함께 발견된 옷과 칼, 모자와 신발, 석기 도구와 불을 지필 때 쓰는 황철석 등으로 미루어 우리는 많은 것을 알아낸다고 저자는 말을 꺼낸다. 이 사내의 시체는 부상당한 채였으며 그가 지닌 물건들은 현재의 우리에게 무엇을 말할 수 있을까. 저자는 우선 그가 부상당한 채 산에 오른 점에 관심을 둔다. 적으로부터 공격을 받아 골절된 손가락 등을 통해 확인한다. 또 그를 추적할지 모르는 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칼도 발견된다. 추운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옷과 신발, 그리고 불을 일으킬 수 있는 황철석도 발견됐다. 

저자는 이 사내와 물건들로부터 과거의 경험을 되새겨 미래에 요긴하게 쓰일 것들을 미리 짐작하는 우리 종의 보편적 능력을 예시한다고 말한다. 인간의 정신은 사실상 일종의 타임머신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이 타임머신을 타고 우리는 과거에 있었던 일을 한 번 더 경험하고, 비슷한 일을 겪은 적이 없어도 미래를 상상한다는 설명이다. 인간은 정신의 시간여행자이기에 사내가 그랬듯 미래를 자신이 계획한 대로 설계하며 기회와 위험을 사전에 대비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앞으로 일어날 일을 예상하고 그에 따라 행동하는 '예지력(foresight)'은 어쩌면 인류에게 주어진 가장 강력한 도구일 것이란 주장이다. 

책에 따르면 과학자들은 지구의 수명을 약 46억 년으로, 최초의 생물체인 원핵생물이 약 38~41억 년 전에 기원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지구상 생명의 역사를 대략 40억 년으로 상정하고 이를 다시 한 달로 축소해본다면, 최초의 영장류는 불과 10시간 전(약 6000만 년 전)에 진화했으며, 인류가 현생 침팬지와 마지막으로 조상을 공유하고 갈라진 시점은 고작 60분, 그러니까 고작 1시간 전(약 600만 년 전)이다. 지구의 역사에서 마지막 1시간 만에 일어난 격동은, 그 이전의 모든 변화를 합친 것보다 많을 것이다. 특히, 현생 인류인 사피엔스는 불과 2분 전에 등장했고, 30초 전에 동굴 벽화를 그렸고, 6초 전에 최초의 달력을, 2초 전에 최초의 컴퓨터를, 0.5초 전에 시계를 만들었다. 그리고 눈 깜짝할 사이에 인류는 로켓을 타고 우주를 탐험한다.



2006년 옥스퍼드대학교 국제생물의학센터와 영국왕립과학연구소가 공동 주최한 ‘무엇이 우리를 인간이게 하는가’라는 주제의 심포지엄에서 세계적인 석학들과 함께 발제자로 참여했던 토머스 서든도프는 인간과 동물의 격차에 관한 세계적인 연구자다. 그는 인간과 동물의 근본적인 격차가 예지력(foresight), 즉 미래를 상상하는 능력에서 기인한다는 것을 밝혀내며, ‘멘탈 타임머신(mental time machine)’ 능력이 인간 진화의 핵심적인 원동력이었다는 개념을 최초로 제안했다. 인간은 자신이 계획한 대로 미래를 설계하며, 다가올 기회와 위험을 대비하는 능력이 꾸준히 진화되어온 결과가 현재 문명이라는 말이다. 예지력은 인류에게 주어진 가장 강력한 도구로, 사피엔스가 예지력을 발휘하기 시작한 이래 지구는 놀라운 진보와 격변의 시대를 맞이하게 됐다는 것. 

당연한 말이지만 우리가 미래를 상상할 수 있다는 것이 실제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안다는 뜻은 아니다. 앞서 언급한 알프스 설산에서 발견된 사내도 자신이 등에 화살을 맞고 5,000년 동안 얼음 위에 엎드려 있으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을 테니까. 세상에는 우리가 미처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숱하게 닥치고, 예상한 일들은 아무리 기다려도 일어나지 않는다. 대신 인간이 '멘탈 타임머신'을 조종하는 서툰 솜씨를 두고 할 말은 많다. 인간의 역사는 가공할 결과를 초래할 엉터리 계획들이 차고 넘친다. 지금까지 인간은 시간을 앞당겨 볼 수 있는 대담한 기술들을 고안해왔다. 먼지, 모래, 쌀알, 연기, 재 등으로 앞일을 맞히는 점술에서부터 새, 개미, 염소, 당나귀의 행동을 보고 앞날을 예언하는 행위까지. 미래를 내다보는 방법은 다 열거할 수 없을 만큼 많다. 이 점들의 한 가지 공통점은 잘 들어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멘탈 타임머신이 부여한 자유의지는 자기 행동에 책임감을 느끼게 할 뿐 아니라 다른 이들의 행동까지 판단하고 처벌, 응징하게 한다고 저자는 보았다. 이 자유의지는 예지력이 불러온 윤리적 딜레마 등 많은 난제를 해결해나가는 힘으로 작용하며, 부닥친 거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힘을 갖는다는 것이다. 이로써 인간의 멘탈 타임머신은 사실상 언제든, 어디서든, 무엇이든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게 해주는 복잡하고 강력한 장치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미래에 관해 생각하는 힘은 확실히 강력하다. 그러나 미래에 관한 생각에 관해 생각하는 힘은 더욱 강력하다. 나는 내가 상상하는 미래가 그저 나의 상상에 불과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 상상은 현실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나의 예측이 얼마나 비참한 실패로 끝날 수 있는지, 또 최선의 계획이 어떤 식으로 틀어질 수 있는지 충분히 예상할 수 있고 그래서 미흡함을 보완하려고 한다."(p.37)



저자는 2장 〈미래의 창조〉에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예지력을 발휘한 덕분에 이제 우리는 선사시대는 말할 것도 없고 증조할아버지 세대조차 꿈꾸지 모산 운송 수단과 통신의 편안함으 즐기고 있다고 말한다. 바다의 썰물과 밀물은 더 이상 예측할 수 없는 변화가 아니라 선원들이 배를 몰고 뭍으로 올라오지 않으려면 반드시 숙지해야 하는 잘 알려진 주기다. 신이 내린 형벌로 보였을 지진해일도 이제는 예측 가능한 지질학적 사건의 결과라는 사실을 누구나 알고 있으며, 초기경보 시스템은 지진해일이 육지에 도달하기 전에 사람들이 높은 곳으로 대피할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을 벌어준다. 모두 예지력에 의한 진보된 실천을 꾸준히 한 결과다. 

이에 비해 우리는 인류의 진보가 빚어낸 결과가 분명한 여러 해악들도 인지해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사실 저자의 이 주장은 단순히 인지해야 한다는 의미를 훨씬 뛰어넘는다. 지금 지구의 숲은 불에 타고 있고, 빙하는 녹고 있고, 감당하기 힘든 수의 생물 종이 죽어가고 있다. 우리 인간은 지구에서 원하는 것을 무한정 캐내면서 우리가 지나간 길 뒤로는 산더미 같은 쓰레기만 남긴다. 인간이 버린 쓰레기는 가장 깊은 심해의 해구부터 대기 바깥에서까지 발견된다. 인간이 지구에 끼치는 영향이 극한의 수준에 이르렀다고 판단한 과학자들은 인류세라는 새로운 지질시대를 선언했다. 1940년대와 1950년대의 핵무기 실험이 지구 전체의 암석층에 방사성 원소의 흔적을 남겨 이 시대의 줄발점을 표시했다. 오염, 기후변화, 대량 멸종에 관한 수많은 과학적 예측이 이제 더는 물러설 수 없는 기로에 있음을 알린다. 지금이야말로 우리를 여기까지 끌고 온 예지력을 실험할 적기다. 

이 책에서 저자가 주장하는 바를 인지하기에는 이미 충분한 설명이 된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작별 인사를 나누는 유일한 종인 인간은 ‘내일’이라는 개념을 발명해내고, 진화의 승자가 되며 지구의 정복자가 되었다. 인간은 과거를 성찰하며 미래를 예측하며 현재를 살아냈다. 이 책은 인간의 정신이 일종의 ‘멘탈 타임머신’이라는 점을 밝혀내며 인지심리학과 진화생물학의 가장 뜨거운 주제인 ‘무엇이 우리를 인간으로 만드는가’에 대한 과학적 통찰을 제공하고 있다.



저자는 6장 〈4차원의 발견〉에서 "‘내일’은 하룻밤 사이에 발명된 개념이 아니다"(p.196)고 말한다. 저자에 따르면 인류가 다른 동물에게서 볼 수 없는 정교한 수준의 예지력을 발휘했다는 증거는 180만년 전 구인류인 호모 에릭투스가 제작한 양날손도끼에서 발견되었다. 양날손도끼는 적합한 원자재를 선택하고 대칭 모양으로 만들기 위한 정밀한 타격까지 여러 단계를 거쳐 제작되었다. 그들은 새로운 방식으로 미래를 보았고 도구 제작 기술을 공동체가 함께 연마했으며 자식에게 물려주었다. 현생 인류는 5만년 전에 운반 도구를 발명했으며 4만 년 전부터 아름다운 동굴 벽화나 섬세한 조각품을 창작했다. 정교한 계획, 혁신, 추상적 사고, 상징의 사용으로 요약되는 ‘행동 현대성(modern behavior)’이 시작된 것이다. 예지력이 없으면 정교한 계획을 세울 수 없으며, 추상적 사고와 상징을 활용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예지력은 혁신과 협력을 촉진하며 사회적 힘을 촉발시켰다. 즉 네 번째 차원인 시간의 개념을 발명해낸 인간 사회는 비약적인 문화적 진화를 이뤄냈다.

7장 〈시간여행의 도구〉에서는 인간은 매일 아침저녁 같은 장소에서 해가 뜨고 지는 것을 바라보며 서서히 변화가 일어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강조한다. "7000년 전 독일의 고제크 사람들은 천문학 관측소를 만들어 태양의 일출과 일몰을 추적하며 내일, 한 달 뒤, 1년 뒤에는 어떻게 변화할지 예측해냈다. 4000년 전 바빌론 사람들은 12개월로 구성된 달력을 발명했으며 다양한 문화권에서 모래시계나 물시계 같은 최초의 시계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문자와 쓰기를 발명한 인간은 시간을 측정하는 방식을 합의하고 단기든 장기든 일정을 계획할 수 있게 되었다. 돈의 발명은 거래를 확장시키고 깨지기 쉬운 협력의 약점을 보완해냈다. 문자, 쓰기, 달력, 시계와 같은 멘탈 타임머신의 도구들은 과거를 기록하고 현재를 관리하고 미래를 설계하는 능력을 극적으로 변화시키며 혁신을 견인했다. 동물에게는 불가해한 세계를, 인간은 창조해냈다."(p.239))

이 책은 인간의 예지력이 숨 가쁘게 열어젖힌 흥미진진한 진보의 역사를 톺아보고 인류세의 재앙을 예견하며 예지의 과학을 펼쳐낸다. 현재를 제대로 살아내기 위해선 반드시 미래를 예측해야 한다. 그러므로 이 책은 과거를 성찰하고 미래를 설계하며 현재를 살아내기 원하는 모든 시간여행자를 위한 안내서로서 훌륭한 역할을 위해 쓰였다.



저자는 인류세를 살아가는 사피엔스의 예측 가능한 타임라인은 무척 절망적이라고 이해하고 있다. 인간의 예지력은 도리어 인류세의 재앙을 앞당기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에 따라 인류세의 위기를 극복하는 것도 예지력, 즉 멘탈 타임머신 능력에 달려 있다고 이 책을 통해 선언하고 있는 셈이다. 저자는 멀지 않은 미래에 닥칠지도 모를 공멸의 디스토피아를 내다보며 멘탈 타임머신 능력을 어떻게 발휘해야 하는지에 관한 몇 가지 제안을 이 책에서 덧붙인다. “기후변화, 핵전쟁, 생명공학적 팬데믹은 우리 스스로 초래하여 직면하게 된 위협의 몇 가지 예에 불과하다”고 단언하며 지금 우리는 “돌이킬 수 없는 티핑포인트” 앞에 서 있다는 것을 거듭 주장하고 있다.


저자 : 토머스 서든도프(Thomas Suddendorf)

퀸즐랜드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독일에서 태어나 자랐으며 오클랜드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인간 정신의 본질과 진화에 관한 연구로 호주사회과학원, 호주심리과학협회, 미국심리과학협회 등에서 여러 상을 수상했다. 자아, 시간, 정신의 이해에 중점을 두고 진화심리학과 인지과학을 연구하며, 그의 논문은 《사이언스》 《가디언》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뉴사이언티스트》 등의 매체에 실렸다. 2006년 옥스퍼드대학교 국제생물의학센터와 영국왕립과학연구소가 함께 개최한 ‘무엇이 우리를 인간이게 하는가’ 심포지엄에서 인류학·생물학·신경과학·의학·뇌과학·기술과학·철학 등의 분야에서 활동하는 세계적인 석학들과 함께 발제자로 참여했다. 첫 책 《간극: 우리를 다른 동물과 구분하는 것의 과학(The Gap: The Science of What Separates Us from Other Animals)》(2013)은 인간을 인간으로 만드는 근본적 이유에 대한 과학적 탐구로, 《퍼블리셔스 위클리》 《가디언》 〈BBC〉 등으로부터 올해의 과학책으로 선정되었으며 비평가들의 극찬을 받았다.


저자 : 조너선 레드쇼(Jonathan Redshaw)

퀸즐랜드대학교 박사후연구원. 인간과 동물이 미래를 어떻게 인지하는지를 연구하며 멘탈 타임머신의 본질과 진화에 관한 여러 논문을 발표했다. 2021년 미국심리과학협회로부터 라이징스타어워드(Rising Star Award)를 수상했다.


저자 : 애덤 벌리(Adam Bulley)

하버드대학교와 시드니대학교 박사후연구원으로 있으면서 예지력과 의사결정에 관한 진화심리학과 인지과학을 연구했다. 현재는 영국 국무조정실 산하의 행동통찰팀(Behavioral Insights Team, BIT) 수석 고문으로 일하며 정신건강, 장애, 고용 등에 관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역자 : 조은영

서울대학교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천연물과학대학원과 미국 조지아대학교 식물학과에서 공부했다. 어려운 과학책은 쉽게, 쉬운 과학책은 재미있게 우리말로 옮기고 있다. 옮긴 책으로 『파브르 식물기』 『바이러스, 퀴어, 보살핌』 『암컷들』 『다른 몸들을 위한 디자인』 『언더랜드』 『허리케인 도마뱀과 플라스틱 오징어』 『나무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10퍼센트 인간』 등이 있다.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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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의 꿈
정담아 지음 / OTD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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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는 어렸을 적 갖고 있던 꿈속 캐릭터다. 성인이 된 21세기 인어는 왕자나 사랑보다 생존을 위한 집이 먼저다. 2024년 대한민국 사회 현실이다. 육지로 온 인어들이 전세 사기를 당한다는 꿈 같은 이야기는 사람들 가슴속 꿈이 지구 환경처럼 재앙으로 다가온 결과와 무관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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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의 꿈
정담아 지음 / OTD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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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신화는 세이렌을 매우 아름답지만 치명적인 마력을 가진 님프(요정)로 묘사하고 있다.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에서 오랜 전쟁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던 오디세우스는 자신의 몸을 돛대에 묶어 세이렌의 유혹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노래로 치명적 유혹을 하는 세이렌은 선원들을 스스로 바닷물에 뛰어들게 한다는 신화 속의 인물(?)이다. 아름다운 목소리로 부르는 노래의 가사는 전하지 않고, 시대에 따라 세이렌의 외모가 바뀌어 간다. 로마 시대에는 상반신은 인간의 모습이고, 하반신은 물고기 형상으로 바뀐다. 로마의 시인들은 세이렌들이 지중해에 있는 작은 바위섬에 산다고 기록했다고 한다. 더 나아가 그녀들은 노랫소리로 남자를 유혹해서 잠들게 한 다음 잡아먹거나 죽이는 괴물로, 19세기에 이르러서는 '치명적인 여인(Femme fatale)'으로 진화한다. 현대에 쓰이는 응급차, 소방차 등에서 울리는 '사이렌'의 어원이라고 한다. 

독자는 인어에 대한 이야기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어렸을 때 읽은 〈안데르센 동화집〉으로 기억한다. 『인어공주』(The Little Mermaid)는 우리나라 사람들도 잘 아는 안데르센 동화 중 하나다. 안데르센도 아마 그리스·로마 신화에서 원형을 찾았을 것으로 추측된다. 『인어공주』는 아름다운 문장을 통해 순수한 사랑을 그린 안데르센의 대표작으로 안데르센 자신이 가장 감동적인 동화라고 여기는 작품이었다고 한다. 이후 전 세계 어린이들은 물론 어른들에게까지 큰 감동을 주는 명작으로 오랫동안 사랑받으며 영화와 연극으로 공연돼 왔다. 안데르센의 『인어공주』는 육지의 왕자를 만나기 위하여 마녀에게 자신의 영혼까지 저당 잡히지만, 결국에는 물거품이 되고 마는 인어공주의 애절한 사랑을 주제로 한 작품이다.

백과사전에 따르면 안데르센은 『인어공주』의 바닷속 주인공들을 만들어내면서 여러 가지 요정에 대한 민담과 문학적인 전통을 참고했다. 셀키(인간과 물개의 모습을 한 상상 속 존재), 님프(그리스어 ‘님페(Nymphe)’의 영어식 발음으로 그리스인들은 자연계에 여러 정령이 깃들어 있다고 믿었고, 이것을 님프라고 하였다), 닉시(게르만 신화 속 물의 요정), 운디네(물의 요정) 등이 그것이다.



그중에서도 바다의 암초에 누워 햇볕을 쬐며 인간을 유혹하면서 아름다운 인간으로 변하기도 하는 물개 셀키에 관한 이야기는 스코틀랜드 연안 오크니 섬에 널리 알려져 있으며, 닉시는 인간을 꾀어 죽게 하는 그리스 신화 속의 세이렌과 비슷하다. 또한 바다 왕의 딸과 사랑에 빠진 기사가 그녀를 배신한다는 내용인 푸케가 1811년 발표한 단편 소설 「운디네(Undine)」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도 한다. 『인어공주』의 줄거리는 대부분의 독자들이 알고 있지만 기억을 되살리는 의미에서 간단하게 소개한다. 

먼 바다의 바다 왕에게는 여섯 명의 공주가 있었다. 모두가 아름답고 예쁜 마음씨를 가졌는데, 그중에서도 막내 공주는 호기심이 많으며 조용하고 사려 깊었다. 공주들은 열다섯 살이 되면 물 위로 헤엄쳐 올라 인간 세상을 구경할 수 있었는데, 막내 인어공주도 열다섯 살이 되던 해에 바다 위의 인간 세상을 구경하러 간다. 물 바깥세상을 구경하던 인어공주는 배의 갑판 위에 서 있는 잘생긴 왕자를 보고 사랑에 빠지게 되고, 왕자가 탄 배가 난파되어 왕자가 죽을 위기에 처하자 그를 구해 해안가로 데려온다. 잠시 후 사람들이 왕자를 데려가고, 인어공주는 다시 바다 속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왕자를 사랑하게 된 공주는 혹시 왕자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아침, 저녁으로 해안가로 가보지만 왕자를 만나지 못한다. 인어공주는 왕자가 다른 사람과 결혼하면 그녀가 물거품이 되어버린다는 마녀의 말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아름다운 목소리를 마녀에게 주는 대신 인간의 다리를 얻어 왕자의 궁전에 도착한다.

왕자는 인어공주가 자신의 생명을 구해주었다는 것을 알지 못하고, 인어공주에게 그녀가 누구인지, 어디서 왔는지 묻는다. 하지만 마녀에게 목소리를 빼앗긴 인어공주는 대답을 하지 못한다. 왕자는 인어공주를 아끼고 귀여워하지만 이웃 나라의 공주와 약혼식을 올린다. 왕자의 약혼식날 밤 인어공주의 언니들은 자신들의 머리카락을 마녀에게 주는 대신 칼을 하나 가지고 인어공주를 찾아온다. 언니들은 인어공주에게 칼을 주며 왕자의 심장을 찌르면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인어공주는 그 칼을 파도 속에 던져버리고 결국 물거품으로 변한다.



인어가 21세기 대한민국에서는 "왕자보다 집, 사랑보다 생존"을 우선하는 생활밀착형 인간으로 변이됐다. 이 소설 작품 『인어의 꿈』은 바다 생태계가 오염되자 새 터전을 찾아 '육지로 올라온 인어'들의 생존 분투기를 그렸다. 전세 사기로 절망한 인간 친구를 도와 새로운 미래를 그려나가는 인어들의 유쾌·통쾌한 희망 스토리이다. 이 소설은 문학의 예향으로 불리는 전남 목포시가 ‘2023 목포문학박람회’의 대표프로그램으로 진행한 청년신진작가 출판오디션 소설 부문 수상작이다.

출판사 소개글에 따르면 상반신은 인간과 같고 하반신은 물고기의 모습을 지닌 인어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신화와 전설의 소재로 자주 등장하곤 한다. 절반의 정체성을 갖고 있지만 인어는 언제나 사람과 다를 바 없이 희노애락을 느끼는 고등생물로 묘사되었다. 또한 이야기 속에서 인어들은 대개 인간과 관계를 맺기 시작하며 자신의 반쪽 정체성에 대해 깊은 회의를 느낀다. 언제나 인간의 모습이 가장 완벽한 피조물로 묘사되고, 인어는 인간이 되기를 열망하지만 운명 앞에 절망하는 슬픈 존재로 그려진다. 그러나 신인작가 정담아의 『인어의 꿈』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어는 기존의 인어상과 다른 주체적인 새로운 종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들은 인간을 부러워하지도, 인간의 도움을 갈구하지도 않는 정반대의 강인한 종족들로 묘사되고 있다.

바다 생태계가 오염되자 인어들은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기 위해 육지로 사전 탐사대를 파견한다. 파견대원으로 뽑혀 육지에 오게 된 이나는 인어 브로커를 통해 인간인 시현의 집에서 새로운 생활을 하게 되지만 이나가 점차 육지 생활에 적응해 갈 무렵, 동거인 시현은 전세 사기를 당해 길거리에 나 앉게 될 상황을 맞는다. 이때 이나는 인어의 방식으로 슬기롭게 위기를 대처해 나가고 인간인 시현을 도와 그에게 자립의 기반을 마련해준다. 인간보다 의연하고 현명한 인어의 모습은, 사뭇 낯설면서도 눈부시다. 인간과 인어가 공존하는 신인류의 세계는, 지금보다 고차원적인, 보다 아름다운 세상이다. 저자 정담아는 〈작가의 말〉을 통해 "상상과 다른 방식으로 존재하는 등장인물들을 떠올리며 집필했다"고 밝힌다. 어디선가 나름의 삶을 살아갈 그들이 행복하기를 바라며 나와 다른 당신을 응원하고 있다. 그리고 혐오와 차별이 없는 사회를, 다양성이 존중받는 사회가 되기를 기원한다.



이 작품 〈프롤로그〉에서 저자는 자신이 바닷속 인어 등 생물이 되어 바닷속을 묘사하고 있다. "검고 푸르다. 어둡고 빛난다. 슬프고 찬란하다. 짙은 어둠 속을 유영하는 하얀 빛무리가 보인다. 눈부신 어둠 속에서 움직임을 잠시 멈춘다. 은하수. 실제로 마주한 적 없는 그 단어를 머릿속에서 한참을 굴려본다. 은하수는 저토록 찬란하게 빛나는 존재일까. 아니면 우리 생에 침투해 서서히 슬픔을 조여오는 위험한 존재일까. 이제 답해줄 수 있는 어른들은 없다. 어쩌면 둘 다일지도 모른다. 멀리서 바라볼 땐 탄성을 자아내지만, 실은 절규를 통하게 하는 저 미세 플라스틱처럼. 알게 뭐람. 중요한 건 이렇게 한눈팔 시간이 없다는 사실이다. 매번 볼 때마다 속절없이 넋을 잃는 게 한심하다. 이래서야 저 먼 곳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 제대로 도착이나 할 수 있을까. 잡생각을 떨치기 위해 힘껏 꼬리를 흔든다. 더는 꾸물거릴 시간이 없다. 새로 둥지를 틀 곳을 찾아 이제 떠나야 한다."(p.6~7)

미세 플라스틱으로 오염된 바닷속 생물은 깜깜한 어둠 속에서 마지막을 맞이할 운명에 처했다. 그동안 우여곡절을 겪으며 살아온 바닷속 삶이 이젠 끝나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나머지 살아 남은 생명체라면 살 수 있는 곳(?)으로 도망쳐야 한다. 누가 가르쳐 준 것이 아니다. 바닷속에는 위험과 안전을 판단해줄 '어른들은 없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생명체들이 아직 남아 있는 바닷속은 소설 속 화자(話自)의 눈으로 다시 화려하고 찬란하다. 마지막 빛인 줄 모르지만 다채로운 빛깔과 황홀하고 신비로운 풍경을 연출해 낸다. "알록달록한 옷을 입고 있는 어류, 온몸을 흔들어 춤추는 수초들이 보였다. 처음 보는 풍경도 아닌데 또다시 넋을 놓고 말았다. 속절없이 아름다웠다. 스치면 그대로 물들어 버릴 것만 같은 쨍한 색감도. 단색인 이 세계에 함부로 불경한 색을 던졌지만 그래서 황홀했다."(p.11)

이 소설은 1부와 2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소설 속 화자 '나'가 인간에 대해 처음 배우는 과정이다. 그들의 겉모습만 알 뿐 아무것도 몰랐지만 이젠 제법 그들에 대해 점차 적응하고 있다. 아직 그들의 언어도 못 알아듣지만 보고 느끼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을 알게 된다. "인간이 만들어 낸 것들은 무수히 많았다. 논에보이는 건 그나마 이해하기 쉬웠지만, 기술과 시스템 같은 것들은 도무지 상상할 수 없었다. 그나마 로빈이 설명해 주었던 내용에서 몇 개의 단서들을 주워 희미하게 밑그림을 그려보았다."(p.48)



앞서 언급한 대로 오늘날 지구는 온난화, 기후변화, 바닷속 오염 등 지구 어느 한 곳도 성한 곳이 없다. 미세 플라스틱이 점령한 바닷속은 인간에게만 심각한 게 아니다. 우선 그 안에 살고 있는 생명체에게 생존의 위협이다. 인간뿐만 아니라 어류에게 더 심각한 재앙이다. 신화나 동화에서만 등장하던 인어를 오늘날 되살린 것은 인어의 특성상 '반인반어'라는 개념에서 출발한 것으로 풀이해도 좋을 듯하다. 우리의 머릿속에 아름답고 황홀한 꿈을 심어준 인어가 인간들이 저지른 재앙에 의해 강제로 소환됐다. 바닷속에서는 더 살 수 없는 존재로 이젠 바다 바깥 즉, 육지에서 살아남는 법을 배워야 한다. 저자가 아직 우리 꿈속에 간직해 온 인어를 소설에 등장시킨 것은 인간과 인간의 고향이었던 바닷속 존재의 중간적 의미의 인어가 현재 재앙에 대한 객관적 판단을 기대해서일 듯하다. 여전히 인간은 함깨하기 어렵다고 느끼는 부분이 자주 소설 속에 등장한다. 저자의 의도된 노출이라고 보는 게 맞지 않을까. 

우리 꿈속에 존재하던 인어가, 바닷속에 산다는 인어가 갈 곳은 지구상에 없을 것이다. 그것은 인간의 미래가 더 이상 없다는 점을 암시한다. 지금과 같은 재앙을 초래하는 일을 멈추고 다시 회복에 힘써야 할 때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함일 것으로 독자는 판단한다. 그것은 바다가 인간 생명의 원초적 기원이라는 설(생명기원0과 맞닿아 있으며 바다에 더 이상 생명이 존재할 수 없다면 인간의 미래도 더 이상 없다는 점을 강력하게 시사한다. 


오랫동안 능력주의 신화에 기대어 살아왔고, 지금도 온전히 벗어나지 못했지만, 이제는 안다. 이 세상엔 노력과 능력만으로 되지 않는 일이 참 많음을. 때로는 타이밍이라는 운명과 인연이라는 우연 이 겹쳐 만들어 내는 기적이 필요하다는 것을.(p.279) - 「작가의 말」 중에서


저자 : 정담아


어디서든 살아내고, 어떻게든 써내려는 사람. 글쓰기와 문장, 배움을 통한 위로를 지향하는 ‘감정업사이클’, ‘어른들의 사회생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진행하며, 문장과 책으로 전할 수 있는 감동과 재미를 고민한다. 오랫동안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괜찮은 어른으로 익어가는 게 꿈이다. 살아가면서 만나는 무수한 사람들과 감정들을 따뜻하고 단단한 이야기로 엮어내려 노력중이다.

서울대학교 사범대학에서 공부했다. 가르치는 걸 좋아했지만 더 좋아하는 것을 하기 위해 학교를 벗어났다. 끄적였던 글을 모아 독립출판 에세이집을 출간했고, 이후 꾸준히 글을 쓰고 책을 만들며, 문장으로 전할 수 있는 감동과 재미를 고민한다. 오랫동안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괜찮은 어른으로 익어가는 게 꿈이다. 2023년 목포문학박람회 청년신진작가 출판오디션 단편소설 부문에 출품한 계기로 생애 첫 장편 소설을 쓰게 되었다.

독립출판 에세이 『평범예찬』, 『전문 팩트폭격러의 고백』, 『길의 마음』, 『서울 캥거루의 독립운동기1,2』를 쓰고 만들었으며,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 ‘어른들의 사회생활’을 운영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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