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처음 세계사 수업 - 메소포타미아 문명부터 브렉시트까지, 하룻밤에 읽는 교양 세계사 인생 처음 시리즈 2
톰 헤드 지음, 이선주 옮김 / 현대지성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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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면 독자는 고등학교 시절까지 역사 수업 때, 대학입시를 위한 역사를 배웠을 뿐 진정한 의미의 역사를 배운 적이 없었던 것 같다. 7080세대로 일컬어지는 세대는 지금 중년이 되었지만 군부 독재의 기억으로 점철돼 있다. 당시에는 역사 수업뿐만 아니라 전 과목의 수업이 "대학입시를 위해" 이루어졌다. 대부분의 당시 학교 다닌 분들은 느꼈겠지만 우리나라 역사학계에서도 식민사관이라 하여 일본의 시각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사람도 있었고, 세계사 역시 서양 문명의 시각에서 기술된 것을 교과서로 삼았다. 역사 담당 선생님들은 대입 위주로 시험에 나올 만한 사건, 내용만을 열심히 가르쳤다. 왜 역사를 배우는가?에 대한 질문도 없었고, 역사를 알아야 한다는 가르침도 없었다. 그저 밑도 끝도 없이 중요하다는 것은 암기하는 방법이 최선이었다. 많은 학생들이 지루함을 느꼈지만 당장의 대입 때문에 마지못해 수업을 듣는 셈이다. 

그 세대는 대학에 들어가서야 인문 교양 책을 접할 수 있었다. 거기에 꼭 들어갔던 두 권의 역사 책이 기억난다. 하나는 『역사란 무엇인가?』(원제 : What is history?)란 책으로 E. H. 카(Edward Hallet Carr, 1892∼1982)의 역사이론서 혹은 역사철학서이다. 또 다른 하나는 아널드 J. 토인비(Arnold Joseph Toynbee, 1889~1975)의 『역사의 연구』다. 전자는 책에서 "역사는 과거와 현재와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명제를 남겼다. 카는 역사가의 주된 임무는 '있었던 일'을 기록하는 것만이 아니라 '있었던 일'을 평가하고 비판하는 일이며 따라서 역사적 사실이라는 것도 역사가에 의해 창조되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리고 역사가는 그가 속한 시대와 사회의 제약을 받기 때문에 역사적 사건을 해석하고 평가하는 기준도 그 당대의 가치관을 반영하는 것, 즉 역사가의 관점은 시대와 사회에 따라 다를 수 있음을 언급하고 있다.(시사상식사전) 

후자는 이전과는 다른 독자적인 문명사관을 제시해 주목을 받았다. "유기체적인 문명의 주기적인 생멸이 역사이며 또, 문명의 추진력이 고차문명의 저차문명에 대한 '도전'과 '대응'의 상호 작용에 있다고 주장했다. 19세기 이후의 전통 사학에 맞서 새로운 역사학을 개척했다고 평가받았다고 한다. 토인비는 그리스 이후 쇠퇴하였던 역사의 반복성에 빛을 부여함으로써 고대와 현대 사이에 철학적 동시대성을 발견하고 역사의 기초를 ‘문명’에 두었다. 문명 그 자체를 하나의 유기체로 포착하고, 그 생멸(生滅)이 역사이며, 그 생멸에 일정한 규칙성, 즉 발생·성장·해체의 과정을 주기적으로 되풀이하는 것으로 보았다. 또 26개의 문명권을 병행적·동시대적으로 나열하고, 이들 모두가 규칙적인 주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구명하였다. 토인비는 또 문명의 추진력을 고차문명(의 저차문명에 대한 ‘도전’과 ‘대응’의 상호작용에 있다고 보았다. 이 밖에 ‘내적·외적 프롤레타리아트’, ‘세계교회’ 등 특수한 용어에 의한 개념이 사용되고 있는데, 19세기 이후의 전통사학에 정면으로 도전함으로써 새로운 역사학의 길을 개척한 점에서 크게 주목되었다.(두산백과)



모든 학문은 처음 발을 들여놓을 때 올바른 가르침을 받아야 발전을 꾀할 수 있다. 역사도 마찬가지다. 올바른 역사관을 갖고 과장 왜곡 없이 기록된 사실을 바탕으로 연구하고 규명된 후 평가된 사실을 가르쳐야 배운 사람들이 역사 발전의 방향으로 학문을 지속할 수 있다. 지금도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사용된다. 사실 이는 잘못된 역사관을 가진 사관의 잘못이라고 오류를 지적해야 한다. 앞서 언급한 대로 역사를 대학입학 시험용으로 배우다보니 역사의 흐름에는 둔감하고 단편적 지식만 외워 군데군데 기워진 역사관이 형성되어 있어서인지 요즘 출판된 역사 책을 읽어보면 과거 학창 시절에 얼마나 앝은 역사를 배웠는지 실감난다. 이젠 우리도 역사를 보는 눈이 많이 높아지고 깊어졌다는 점만으로 씁쓸한 마음을 달랠 수 있다. 과거 잘못된 역사 기술은 얼마든지 바로잡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역사를 안다는 것은 단순히 지나간 사실을 안다는 즐거움보다는 잘못된 것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를 잘 짚어내는 일이라고 독자는 말하고 싶다. 특히 우리 대한민국의 역사는 잘못된 역사가 많다. 외침을 받았을 때나 식민지로 전락해 비참한 생활을 해온 부끄러운 역사가 있다. 독자의 주장은 이를 까발려 스스로 수치심을 자극하자는 의미가 아니다. 그런 상황에 처했을 때 우리가 떳떳하게 행했던 일과 수치스러웠던 기억들까지 모두 기억해서 남겨야 한다는 말이다. 그것이 후손들에게 해야 할 첫 번째 책무다. 돈 잘 벌어 잘 먹고 잘 살게 해주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일이다. 독립운동가 신채호 선생의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이 새삼 떠오른다. 앞서 언급한 '승자의 기록'이라는 말도 사실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역사는 '누가 기록했느냐'보다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느냐'가 훨씬 중요한 일이라고 독자는 생각하기 때문이다. 

독자는 이 책 『인생 처음 세계사 수업』도 재밌게 읽었다. 이 책은 세계사를 기술한 것이어서 연대순으로 기록하는 것을 피하지 못했다. 유사 이래의 인류사는 6,000년이란 세월을 건너 우리 손에 들어온 기록들이다. 인류가 6,000년 동안 무엇을 했느냐에 중점을 두고 생각을 해보면 역사는 지루할 틈이 없다. 전쟁 중심이나 권력자 중심의 역사는 지루하다. 그러나 조금만 시각을 달리해 바라보면 역사는 흥미롭기까지 하다. 시간과 인간의 관계가 문명에 어떻게 나타나느냐에 중점을 두고 본다면 인류 역사 최근 6,000년은 어떻게 보일까. 이 책은 6,000년 동안 인류의 삶을 '문명'이란 핵심어 초점을 맞췄다. 당연히 많은 이야기가 나온다. 그 이야기는 그대로 '스토리'가 된다.



현재 지구상에서 가장 앞선 문명의 주인공은 서양(서유럽) 중심의 문명이라고 한다. 이의를 제기할 생각은 없다. 그들 문명의 기원을 그리스·로마제국에 두고 있다는 말도 폄훼할 이유가 없다. 실제 이 책에서도 조그만 한 도시에 불과한 로마가 제국이 실현되기까지 반도 한 구석에서 500년이 넘는 세월을 숨죽이며 살았다. 그리고 절제된 생활과 부지런함으로 먹을 것을 챙기고 개인들의 힘을 키웠다. 앞선 문명을 배우기 위해 그리스를 수시로 오가며 배웠다. 좋다고 판단되면 따라 하기도 했다. 인구도 많지 않은 나라가 대제국을 건설하고 2,000년 이상을 끌어온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독자들은 책에 기술된 내용만으로 생각을 더하면 로마가 대제국으로 번성한 원인이 되는 키워드를 잡아낼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집필 취지도 같다. 그것이 우리가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가 아닌가? 이 책은 직접적으로 지적하진 않지만 로마인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실천했느냐로 독자들의 시선을 유도하고 있다. 또 서로마 제국이 무너진 이유에 대해서도 독자들이 생각을 더하여 답을 찾아내도록 역사적 기록에 근거해 제시해준다. 로마 제국에 관심이 없는 독자들은 굳이 알아야 할 필요가 없을 테니 숟가락으로 떠서 먹여주는 역사 기술 방법은 옳지 않다. 그냥 반찬과 밥을 지어 밥상에 올려놓는 정도가 가장 적당하다. 객관적 사실만 올려놓아도 관심 있는 독자들은 거의 모든 저자의 의도를 알아낸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 『인생 처음 세계사 수업』은 잘 기술된 세계사 입문서라고 말할 수 있다. 핵심 내용만 뽑아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면 된다. 이 책에는 모두 63개 핵심어가 나온다. 이것만 제대로 알 수 있다면 6,000년의 세계사를 금세 따라잡을 수 있다. 저자 톰 헤드는 인문학 박사이자 역사 스토리텔러라고 한다.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줄 독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시기와 장소로 초대해 식사를 제공한다. 메소포타미아 문명과 로마 제국 등 세계사의 단골 소재는 물론이고 멕시코의 비밀스러운 올메카 문명과 아프리카의 중세 유적 그레이트 짐바브웨 등 우리에게 생소했던 지역의 역사까지 균형 잡힌 시각으로 밥상에 올린다. 독자들은 입맛에 맞지 않는다면 읽지 않아도 된다. 전부 다 읽어야 세계 문명사를 아는 것은 아닐 테니 말이다. 그러나 밥상에 올린 음식을 편식을 하다 보면 자칫 영양 불균형으로 균형 잡힌 건강을 유지하기 어렵다. 가끔은 먹기 싫은 음식도 건강을 위해 먹어야 한다. 사실 못 먹어봐서 맛을 모르는 것이다.



이 책은 특히 현대 문명사로 들어오며 많은 지면을 할애한다. 유럽과 미국에서 반복되는 인종 차별과 백인 우월주의, 이란 민주주의의 퇴보 등 오늘날의 국제 이슈까지 알차게 담았다는 증거다. 세계사에서 꼭 들여다봐야 할 현대사가 생략된 채 책을 썼다면 일반 식당에 가서 조선시대 밥상을 차려줄 것을 요구하는 것과 같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어느새 세계사의 전체 흐름이 머리에 들어온다. 사진이나 지도 등 다양한 시각 자료를 함께 게재해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120여 개의 컬러 이미지와 지도는 주요 국가와 사건, 인물을 부연 설명하며 역사의 현장을 더 생생하게 보여준다. 본문 중간중간 삽입된 ‘한 걸음 더’라는 팁 박스는 세계사 지식뿐만 아니라 철학 사상, 국제 이슈, 인문 교양까지 다루어 더 알고자 하는 독자의 호기심을 충족시켜줄 것이다. 이 팁 박스를 잘 이용하면 역사에 대한 새로운 인식으로 나아갈 수도 있다. 어떤 독자들은 미래에 대한 영감을 얻을 수도 있고, 어떤 독자들은 기존 분석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논란이나 이슈가 되는 이유를 더듬어 보면 뜻하지 않은 역사 인식 확대도 경험할 수 있을 것으로 독자는 기대한다. 

저자는 「미래를 위해 알아야 할 역사」란 제목의 〈에필로그(나오는 글)〉을 통해 "스탠퍼드 대학교 정치학과 교수 프란시스 후쿠야마는 1992년 저서 『역사의 종말』에서 '평화의 시대가 도래하면 인류의 역사는 끝날 것이다'라고 썼다. 민주주의가 전 세계에 뿌리내리고 갈등과 반목이 끝나면 더 이상 기록하고 연구할 만한 큰 사건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30년이 지난 오늘, 전 세계는 평화는커녕 다시 분열과 갈등의 시기에 접어든 듯하다. 2022년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해 여전히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고, 2023년에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연이어 발생해 무수한 희생자를 낳고 있다. 갈등의 원인을 찾고자 외신 방송과 현지 소식에 귀 기울여도 단편적인 뉴스만으로는 왜 이런 분쟁이 일어났는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단서를 찾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있다.

저자는 현대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과제 중 상당수는 세계사와 긴밀한 연결점이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세계사를 공부하면 세상을 보는 관점이 넓어지고 판단력과 통찰력이 생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해묵은 갈등은 냉전 시대와 북대서양 조약, 소비에트 연방의 붕괴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레반트 지역을 차지하고자 벌였던 중세의 십자군 전쟁과 2차 세계대전의 홀로코스트 그리고 이스라엘 건국을 돌아보면 된다. 역사 속에서 갈등의 이유와 화해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이렇듯 세계사는 복잡한 문제와 국제 관계를 이해하는 단초가 되어준다. 세계사를 알면 세상이 예전과는 다르게 보이는 이유다.




저자는 이 책에서 소개하는 63개의 키워드들은 그 자체로 세계사의 지식 허브 역할을 한다. 가령 「페르시아 제국」 항목을 보면, 키루스 대왕(성경의 고레스 왕)과 조로아스터교가 현대 민주주의보다 2,500년을 앞서 민주주의적 가치를 실천했다는 사실이 그저 이슬람 제국이니 무자비한 악당일 거라는 우리의 무지와 편견을 여지없이 깨뜨린다. 각종 매체에 나오는 단편적인 모습만으로 오해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고 페르시아 제국이 고대에 이미 생각보다 많은 선진 시스템을 도입했다는 데 감탄하게 된다. 이렇듯, 이 책에 나온 63개의 키워드를 역사의 중추 삼아 현재 일어나는 대부분의 세계사 이벤트들을 해석할 프레임까지 얻을 수 있다.

고대 영웅 길가메시의 여정부터 중세 십자군 원정과 근대 산업 혁명을 지나 두 차례의 세계대전까지, 세계사 속 주요 사건들의 이면에는 흥미진진한 배경과 서사가 깔려 있다. 이 이야기들은 지금도 끊임없이 영화와 소설의 소재가 되고, 온라인 게임으로 재해석되고, 교양 프로그램에서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세계사는 교양 지식을 쌓아주고 사고의 폭을 넓혀주지만 무엇보다 그 자체로 재미있는 이야깃거리다. 만약 당신이 카이사르라면 루비콘강을 건너 로마로 진격할 것인가? 당신이 프랑스혁명을 주도했던 급진파 리더 로베스피에르라고 가정하고 어떤 정책을 폈을지 생각해보자. 소비에트 연방이 무너지지 않았다면 오늘날까지 미국과 소련 사이 냉전 체제가 유지되었을까? 이렇듯 세계사에서 건져낼 수 있는 이야기의 소재는 무궁무진하다.

거대하고 근사한 콘텐츠에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이야기를 짓고 전달해왔다. 세계사 속 사건과 인물은 우리의 일상에도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주변 동료와의 스몰 톡(잡담), 오랜만에 만난 지인과의 티타임, 가족들과의 식사 자리를 즐겁고 풍성하게 꾸며준다. 이 책은 역사 지식을 얻는 것을 넘어 일상 속 대화를 풍성하게 꾸며주고, 더 나아가 삶의 문제를 고민하고 결정할 때 도움이 될 만한 안내서 역할까지 톡톡히 할 것이다.


카르타고와 로마의 분쟁은 땅, 특히 이탈리아 남부 시칠리아섬과 관련이 있었습니다. 카르타고가 시칠리아와 이탈리아 반도 사이의 폭 3.2킬로미터의 메시나 해협을 장악하려 하자 로마는 적의 막강한 군사력에 봉쇄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그 전에 로마는 카르타고를 선제공격했고, 역사가들이 포에니 전쟁(Punic Wars)이라 부르는 세 차례의 전쟁을 치렀지요. 포에니라는 단어는 페니키아에서 왔습니다. 카르타고가 동지중해 연안에서 건너온 페니키아인들이 세운 나라였기 때문이지요.(p.103) - 「로마 공화국: 일곱 언덕 위에 세운 도시」 중에서



인류 역사상 가장 넓은 국가였던 소비에트 연방(소련)은 러시아 제국이 붕괴된 후 건국된 인류 역사상 최초의 공산주의 국가입니다. 소련의 역사는 잔인한 탄압과 숙청 그리고 이념에 치우친 사건들로 점철되었고, 결국 해체되어 러시아와 주변국으로 나뉩니다. 그럼에도 아직 채 검증되지 않은 정치 철학 아래에서 소련은 어느 나라보다 많은 사상자를 감내하며 나치 독일을 막아냈고, 힘과 영향력이 최고조에 달했던 미국과 대적하며 40년의 냉전을 버텨내기도 했습니다.(p.263~264) - 「소비에트 연방 탄생: 공산주의를 표방한 국가」 중에서


그러나 이제는 세계의 다른 나라들도 빠르게 성장하고 발전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유럽의 경제적, 군사적 이점은 줄어들고 있지요. 전문가들은 2050년까지 중국과 일본이 세계 경제 대국이 될 것이라고 예측합니다. 중앙아메리카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를 포함한 남반구도 무시할 수 없는 존재로 성장하겠지요. 중동의 이슬람교가 유럽에서 지배적인 기독교를 뛰어넘어 세계 최대의 종교가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p.338) - 「유럽 연합의 위기: 세계주의와 국수주의」 중에서


저자 : 톰 헤드(Tom Head)


최근 미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역사 스토리텔러. 종교, 사상, 인문학 지식을 바탕으로 어바웃닷컴(지금의 닷대시Dotdash, 전문가 검증 기반의 온라인 미디어 플랫폼)에서 9년간 시민의 자유와 권리에 대한 글을 기고했다. 구독자 300만인문교양 유튜브 채널 《와이즈크랙Wisecrack》에서 작가로 일하며 《조커》, 《주토피아》, 《스타워즈》에 관한 영상으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인생 처음 세계사 수업』을 포함해 역사, 사상, 철학 등 광범위한 주제로 30여 권의 책(공저 포함)을 펴냈고, 『칼 세이건의 말Conversations with Carl Sagan』을 편집했다. 현재 프리랜서 작가로 꾸준히 글을 쓰며 대중에게 역사를 쉽게 알리고자 힘쓰고 있다. 미시시피주 잭슨에서 태어나 뉴욕 엑셀시어 대학교에서 학사, 캘리포니아 도밍게즈힐스 주립대학교에서 인문학 석사를 마치고 호주 에디스코완대 대학원에서 종교학과 사회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역자 : 이선주


연세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미술사를 공부했다. 《조선일보》 기자, 월간지 《톱클래스》 편집장을 지냈다. 현재는 바른번역 소속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코끼리도 장례식장에 간다』, 『세계사를 바꾼 16가지 꽃 이야기』, 『혼자 보는 미술관』, 『매일매일 모네처럼』, 『퍼스트맨』, 『히틀러를 선택한 나라』, 『절대 성공하지 못할 거야』,『애프터 라이프』, 『상처받은 관계에서 회복하고 있습니다』 등이 있다.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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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정뱅이 연대기 - 술 취한 원숭이부터 서부시대 카우보이까지, 쉬지 않고 마셔온 술꾼의 문화사
마크 포사이스 지음, 임상훈 옮김 / 비아북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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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주정뱅이 연대기』는 표제어처럼 '술꾼'의 역사를 다룬다. '술'의 역사는 조금 밋밋하고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이 들 테니 '술꾼(주정뱅이)'으로 바꿔 훨씬 생동감 있는 제목이 됐다. '연대기(年代記)'란 단어가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건을 연대순으로 적은 기록'이라는 사전적 풀이가 맞다면 술의 역사를 되짚는다는 것은 재밌는 이야기가 얼마나 많을까?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저자 마크 포사이스의 집필 취지에 맞는 흥미롭고 유쾌한 이야기가 이 책에 담겨 있다. 독자는 지금은 술을 마시지 않지만 한때는 지나치게 마셨기에, 지금도 술에 관한 책은 유난히 눈에 띈다. 우리 속담에 "제 버릇 개 주랴?"와 일맥상통한다. 이 책이 즐겁고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을 것이란 생각은 표제어로 쓰인 '주정뱅이'로부터 드러난다. 술의 역사라고 썼다면 쉽게 눈이 가지 않았을 터, 독서욕은 표제어부터 강렬하게 일어나게 한다. 

우리도 음주가무를 즐긴 민족이었다는 것은 어렸을 때 역사 수업이나 예체능 수업 때 자주 들었다. 그만큼 '흥'이 있는 민족이란 뜻의 표현일 것이다. 좋은 일이나 슬픈 일이나 인류는 '술'과 함께했다. "인류는 술과 함께 역사를 같이 했다"는 말대로 일상에서 술은 매우 요긴하게 쓰였다. 우리의 음주 문화가 지나치게 많이 마신다는 비판적 시각도 있지만, 이는 서양의 음주 문화와 다른 태생이었다는 단순 증거일 뿐 동양이든 서양이든 관계 없이 인류는 똑같이 술과 함께 역사를 꾸려 왔다. 이 책은 4부(部) 18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저자 포사이스는 1장 「첫째 잔-태초에 원숭이와 술이 있었다」 첫 머리에 "우리는 인간이기 전부터 이미 술꾼이었다."는 엄포성 발언으로 시작한다. '엄포성 발언'이란 말은 독자가 과장되게 표현한 것이긴 하다. 그러나 저자의 주장은 단호하다. "알코올은 자연적으로 만들어졌고, 지금까지도 그렇게 만들어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45억 년 전쯤에 생명체가 처음 등장했을 때, 이 단세포 미생물은 원시 스프 안에서 부족이라고는 전혀 모르는 상태로 이리저리 떠다니며 단당류를 먹고 에탄올과 이산화탄소를 배설했다고 주장한다. 이 역사는 너무나 오래 전(지구의 나이와 같다)이어서 정확한 설명인지 모르겠지만 배설하는 성분이 맥주였던 셈이라는 게 저자의 친절한 말이다. 독자들도 아다시피 에탄올은 알코올의 주성분이라는 것을 중고등학교 시절 배웠던 대로다. 

이후 생명체는 진화를 거듭하여, 우리에겐 나무와 과일이 생겼다. 인류의 조상이 원숭이처럼 나무에서 살았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과일을 썩도록 내버려두면 자연적으로 발효가 되고, 발효는 당과 알코올을 낳는다고 한다. 원숭이뿐만 아니라 모든 동물은 알코올을 즐긴다(?)는 것도 저자의 주장이다. 그러나 동물들에게는 섭섭한 일이겠지만 자연 상태에서 알코올은 파티를 벌일 만큼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저자는 설명을 추가한다. 



저자는 1장의 서술에서 "인간은 원래 술을 마시도록 만들어졌다"고까지 주장한다. 우리는 술 마시는 일에는 정말 능숙하다. 어떤 포유류보다 뛰어나다고 한다. 단, 말레이시아 나무두더지는 예외라는 말로 주의를 준다. 저자는 말레이시아 나무두더지와 절대로 술 내기를 하지 말 것을 귀띔한다. 혹시 내기를 약속했다면, 체급을 참작해달라는 수작은 귓등으로도 들은 척하지 말아야 한다. 이 녀석들은 인간으로 치면 와인 아홉 잔쯤은 눈 하나 깜박거리지 않고 마시는 놈들이라는 것이다. 술 마시는 능력이 인간보다 뛰어나다는 의미인 것 같다. 저자는 술 마시는 동물의 종류를 이 책의 1장에서 여러 종을 제시한다. 쥐, 코끼리, 오랑우탄, 코뿔소, 개미, 개코원숭이 등 거의 대부분의 동물들이 술을 마신다는 사실을 실험과 가설을 토대로 알려준다. 

앞서 언급한 나무두더지가 술꾼으로서는 우승을 차지하지만 우리 인간도 그다지 꿀리지 않는 모양이다. 우리 역시 술을 마시도록 진화해 왔다는 것. 천만년 전쯤 우리 선조들은 나무에서 내려왔다. 이유는 확실치 않지만, 너무 익어서 숲 바닥에 떨어진 향기로운 과일을 좇아 내려왔을 수도 있다는 가설을 슬쩍 내민다. 이 과일에서 당분과 알코올이 듬뿍 담겨 있다는 말은 앞서 말한 대로다. 이에 따라 우리는 멀리서도 알코올 냄새를 맡을 수 있는 후각이 발달했다는 주장이다. 알코올은 우리를 당분으로 인도하는 안내자였다고 책에 적고 있다. 과학자들은 이를 '아페리티프 효과'라고 부른다고 한다. 알코올의 맛, 알코올의 냄새가 식욕을 증가시키는 현상을 이르는 말이다. 독자도 열심히 일하고 퇴근 후 한잔 하고 싶은 욕구가 일어나는 일을 자주 경험했다. 어쩌면 그 욕구도 배가 고플 때가 되기에 당분을 섭취하려는 뇌신경의 작용 아닐까 생각해본다. 

인간은 이렇듯 배고픔과 당분 섭취, 알코올과 당분이 들어 있는 너무 익은 과일 등이 어우러져 인간은 술을 마시도록 자연선택이 이루어졌다고 생각해도 좋을 것 같다. 그 다음 인간에게는 가장 중요한 최종 진화가 남아 있었다. 술 마시는 방법의 진화다. 우리는 대체적으로 함께 어울려 술을 마신다. 함께 마시며 주변 사람들에게도 권한다. 같이 술 마시는 사람들에게 실없는 이야기며, 비밀스런 이야기 등을 늘어놓는다. 술 취한 원숭이 가설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라는데, 이 모든 것이 진화적으로 프로그램되어 있다고 저자는 전한다. 우리가 술에 취하는 걸 즐기는 이유는 이 모든 칼로리 섭취에 대한 보상 심리 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 옛날 '검치 호랑이'가 포식자로 군림할 때 인간이 혼자서 술 마시다 쓸데없는 만용으로 검치 호랑이에게 대들다간 무슨 일을 당할지 너무나 뻔한 일이다. 먹잇감이 될 뿐이다. 그러나 취한 사람이 스무 명이라면 배고픈 검치 호랑이라도 재고해 볼 것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살아남는 생존 본능에 따른 진화 현상으로 설명하려는 것이다. 물론 아직 많은 생물학자들은 이에 동의하지 않는 수준이지만.



이 책은 유사 이전 시대부터 술꾼의 진화가 이루어지는 과정을 설명을 한다. 1부 〈선사〉, 2부 〈고대〉, 3부 〈중세〉, 4부 〈근대〉 등으로 나뉘었다. 1부는 앞서 말한 1장 「태초에 원숭이와 술이 있었다」와 2장 「술이 인류의 문명을 발전시키다」로 이루어져 있다. 2부엔 3장 「수메르에 강림한 맥주의 여신」, 4장 「만취한 이집트인들의 축제」, 5장 「디오니소스의 후예들과 심포지엄」, 6장 「술을 경계한 중국인들」, 7장 「하느님이 인간에게 주신 좋은 것」, 8장 「로마와 모욕의 술잔」이 기술되어 있다. 이어 3부는 9장 「암흑시대의 수도사와 건배」, 10장 「코란과 술이 흐르는 강」, 11장 「바이킹의 숨블」, 12장 「여관과 선술집과 에일하우스」, 13장 「아즈텍과 400마리의 술 취한 토끼」에 이어, 4부 14장 「런던을 휩쓴 진 광풍」, 15장 「럼 위에 세운 나라」, 16장 「카우보이 살룬」, 17장 「독재자와 보드카」, 18장 「금주법의 예상치 못한 결과」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책의 뒷 부분에는 저자의 〈에필로그〉가 「나가며 한잔-우주에서도 우리 곁에 있을 믿음직한 한 모금」, 역자의 「옮긴이와 한잔-포사이스식 ‘빅히스토리’」가 마지막을 장식하고 있다. 

독자는 고대 로마 제국을 좋아한다. 당시 로마 정치인들은 앞선 문화국인 그리스로부터 배우고 더 좋은 나라로 만들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고 책을 통해 배웠기 때문이다. '로마'는 서로마 멸망(A.D. 476) 동로마 멸망(A.D. 1453)까지 무려 2,000년이 넘는 동안 유지됐다. 서로마 멸망으로 사실상의 로마제국이 멸망했지만 기독교 공인 제국으로서 기독교권을 결속시킨 동로마 제국은 이후 1,000년 간 더 지속되었다. 로마 제국을 이르는 말로 "로마는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모든 길은 로마로",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 등 정치제도 상의 개선을 거듭하며 제국을 유지했다. 강력한 군대로 시작했지만 제국이 완성된 후엔 로마 시민과 제국의 안정을 이루는 각종 법과 질서를 바로잡는 최대 제국, 최고 문명국이란 칭호를 얻었다. 뿐만 아니라 서양 문명권이라는 현재의 서유럽과 신대륙의 아메리카 등 많은 강대국은 자신들이 '로마의 후예'라고 내세울 정도로 로마는 서양 문명에 가장 강렬한 유산을 남겼다. 로마는 읽을수록 볼수록 매력적이었다. 독자가 로마를 좋아하는 이유다. 많은 영화에서 로마 군단의 잔인함을 표현하지만 당시 문명으로서는 앞선 문명임에는 틀림없다는 생각이다. 과연 그들은 술을 어떻게 마셨을까. 이 책에서 찾아본다. 

8장 「로마와 모욕의 술잔」에서 짧게 기술되어 있다. 저자는 "초기 로마는 대단히 엄격했고, 술을 멀리하는 곳이었다."고 말머리를 잡는다. 로마 제국이 형성되기 전 본격 공화국 시절인 B.C. 200년경만 하더라도 사람들은 모두 말끔하게 면도하고, 머리를 짧게 자른 군인 스타일을 하고 다녔고, 워낙 물을 좋아해서, 이 영원한 도시에 영원히 물을 공급하기 위한 커다란 수도관을 짓기도 했다고 한다.



저자에 따르면 와인은 있었지만 그다지 풍부하지는 않았다. 로마에도 물론 와인의 신은 잉ㅆ었다. (자유로운 자라는 의미의) 리베르(Liber)라는 이름이었는데, 그다지 중요한 신은 아니었다. 그는 밀의 여신 케레스(Ceres)의 자식이었고, 언론의 자유와 연관이 있었던 것 같다. 로마인들은 만취한 사람들을 보면 얼굴을 찌푸리며 경멸하는 표정을 지었다. 로마인들은 보기에 술에 취해 해롱대는 것은 머리를 길게 기르고 수염이 덥수룩하며 호사스러운 삶을 즐기는 그리스인들이나 하는 짓이었다. 당시 그리스인 들은 모든 면에서 로마인들과 상반되는 특징을 가진 사람들로 정의되었다. 여성들은 남성들보다도 술을 적게 마셨다. 1세기 역사책 『기억에 남는 행적』(大플리니우스의 책)에는 다음과 같은 교훈이 기록되어 있다.

"에그나티우스 메텔루스는 몽둥이를 들어 아내를 죽을 때까지 때렸다. 아내가 꽤 많은 양의 와인을 마셨기 때문이었다. 그 누구도 나서서 그를 고발하지 않았고, 심지어 비난하는 사람 하나 없었다. 모든 사람은 이 행동을 금주법 위반에 대한 처벌의 훌륭한 예라고 생각했다. 와인을 과도하리만큼 마신 여성은 미덕으로 향하는 모든 문을 닫고, 악으로 향하는 모든 문은 여는 법이다."(p.113)

전해지는 말에는 술을 마시다가 발각된 여성을 죄다 사형에 처한다는 법은 로물루스(로마의 건국자, 케레스가 그를 키웠다고 한다)가 만들었다고 한다. 따라서 에그나티우스는 어차피 죽을 운명이었던 아내를 좀 더 빨리 죽인 것뿐이다. 여성들은 친척들을 볼 대마다 키스해야 했는데, 이는 친척들이 냄새를 맡고 술을 마셨는지 아닌지를 하나의 격언에 잘 요약되어 있다. 이 모든 관습에 대한 초기 로마의 태도는 하나의 격언에 잘 요약되어 있다. '세 가지가 나쁘다. 밤, 여자, 그리고 와인이다.' 이제 우리는 기원전 186년에 일어났던 기묘한 사건을 이해할 수 있는 준비를 마쳤다. 저자는 로마에서 술꾼은 배척당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로마인들은 술에 취한 사람들을 정말 좋아하지 않았다고 결론을 내린다. 그리고 이들은 제국을 얻엇다. 그리고 모든 것이 바뀌었다고 적고 있다. 

로마제국은 본질적으로, 세상의 부 전체가 하나의 도시로 수렴되는 시스템이었다. 이 시스템의 결과 지구상에 존재했던 도시 중 가장 부유한 도시가 탄생했다. 돈은 부패를 낳고, 엄청난 양의 돈은 엄청난 양의 재미를 낳는다. 그 결과는, 어린아이라도 알고 있듯이, 도덕적 타락이었다고 저자는 밝히고 있다. 로마인들은 물보다 와인을 더 즐기기 시작했고 여성들의 음주마저 권장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몇몇 그리스 서적을 읽고 난 후에는, 마침내 술이 좋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또 동성애도 허용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이는 격랑을 불러왔다고 저자는 지적하고 있다.



저자가 이 책에서 강조하려는 대목은 술이 인간을 타락시키는 도구가 되는 것은 맞지만, 이는 유전학적으로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의 과정에서 나온 결과이므로 강제로 금주를 시키는 사회는 비정상적이라는 점이다. 술을 지나치게 마시면 자신의 안전은 물론 사회 안정에도 큰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사실을 여러 시대 여러 술꾼들의 비도덕적 타락의 예를 들어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저자의 진정한 의도는 권력이 술을 이용해 사람들을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는 시대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로마 제국도 그 사례 중의 하나라는 점을 8장에서 보여주는 것이다. 제국의 전성기에 로마 제국은 술에 대한 인식이 바뀌면서 허영과 뻐기며 잘난 척하는 데 이용했으며, 자신의 권력과 지위를 이용해 아랫사람들을 조롱하기도 했다. 또 인종 차별과 계급적 대우 등 제국의 멸망을 앞당기는 역할을 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적시하고 있는 것이다. 로마의 콘비비움 제도는 일종의 사교 모임인데 이 자리에 아랫사람들을 초대해 자신을 중심으로 좌우편으로 갈라 각각의 자리에 앉힌다. 자리 배치, 노예, 와인 품질, 와인 양, 음식, 와인 잔, 와인을 버리는 곳 등은 목적에 따라 치밀하게 준비한다. 자신은 비스듬히 누운 채 손님들과 대화를 나누지만 그 대화가 별로 의미도 없는 것이라서 주인에게 아부하는 자리일 뿐이라는 것. 또 집 전체는 기어다니는 노예들로 가득 찼으며 주인은 권력을 과시할 목적으로 노예를 채찍질했다고 한다. 일일이 소개하는 일이 벅찬 듯 콘비비움에 대한 명쾌한 설명은 페트로니우스가 쓴 『사티리콘』에 남아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17장 「독재자와 보드카」에서 1914년 차르 니콜라스 2세는 러시아 전역에서 보드카 판매를 금지했다. 1918년 차르 니콜라스 2세와 황족 모두가 예카테린부르크 시 한 지하실에서 처형되었다. 두 사실이 전혀 관계가 없다고는 할 수 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니콜라스가 어떤 생각을 했는지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논쟁은 명백히 두 편으로 나뉘어 진행되었다. 한편에서 보자면 1차 세계대전이 발발했고, 러시아 병사들은 최근 전투에서 계속 패배하고 있었다. 그 원인은 병사들이 고래처럼 술을 마셔댔기 때문이었다. 다른 편에서 보자면, 국가 수입의 4분의 1이 알코올 세금에서 나왔다. 따라서 전쟁을 시작하면서 주 수입원을 갑자기 감축하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었다. 역사가들은 보드카가 러시아 혁명에 어느 정도까지 영향을 미쳤는지를 놓고 흥미 있는 논쟁을 많이도 벌여왔다고 주장한다. 주세가 줄어들어서 나라가 망가졌는가? 금주법은 사회적 긴장을 악화시켰는가? 지금과 마찬가지로 당시에도 러시아 법은 오두막에서 얼어 죽어가는 평민들에게만 적용되었다는 지적이다. 평민들은 자기들이 사랑하던 '작은 물'을 저택에서 살아가는 부자들은 여전히 마음껏 마시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그들은 러시아 황제와 정부에게 어떤 기분이었을까? 값비싼 레스토랑에서도 여전히 보드카를 살 수 있었다. 다만 가난한 사람들만 돈이 없어 사지 못할 뿐이었다는 말이다.



러시아 독재자들은 나라 수입의 상당 부분을 보드카에 의존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제정 러시아 때도, 혁명 후 두 번째 집권자 스탈린도 마찬가지였다는 것. 자신은 즐기지도 않고, 거의 마시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스탈린도 고위 간부들의 반정을 두려워했기 때문에 끊임없이 그들에게 수치심을 줄 목적으로 자신의 권력에 복종시키기 위해 술을 이용했다고 한다. 이는 로마 제국의 부자 귀족들이 그렇듯 아랫사람들의 수치심을 자극해 권력을 지키는 방법으로 기시감마저 든다. 러시아는 아시아와 유럽에 걸쳐 광대한 영토를 지녔지만 추운 날씨로 독한 술이 인기가 있었던 듯하다. 저자의 지적을 바탕으로 출판사 측의 소개글은 러시아 권력자들은 술을 이용해 자신을 권력을 유지하거나, 혹은 자신이 실권으로 가는 길을 걸었던 많은 지도자들의 몰락을 지적하고 있다. 

"러시아의 권력자들은 국민이 술을 마시지 않을까 끔찍하게 걱정했다. 이반뇌제는 러시아 모든 술집을 국영화해 국가 수입을 보드카에 의존하게 만들었다. 독재자 스탈린은 공포와 더불어 과음으로 소비에트 공화국을 통치했다. 고위 간부들은 매일 밤 스탈린의 저녁 식사 자리에 초대받아 인사불성으로 술을 마셔야 했다. 술은 그들에게 수치심을 주고, 서로 반목하게 했으며, 실수로 본심을 드러내게 만들었다. 스탈린이 축출되지 않았던 이유이기도 하다. 술을 거부한 지도자는 자신의 권력을 잃었다. 니콜라이 로마노프가 그랬고, 미하일 고르바초프가 그랬다.

음주가 주는 여러 해악과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술은 여전히 살아 있으며 우리와 함께한다. 저자는 이 모순적인 관계에서 역사화되지 않은 과거의 존재들을 수면 위로 이끈다. 술은 가난한 사람의 위안이자 가난의 원인이며, 도피의 수단이자 강력한 해방의 상징이었다. 인간 사회 깊은 곳에 흔적을 남긴 술꾼들의 목소리를 통해 독자들은 현대 사회에서 취함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저자 : 마크 포사이스(Mark Forsyth)


작가, 언론인이자 편집인이다. 1977년 런던에서 태어났다. 언어에 대한 무한한 열정과 방대한 지식, 그리고 무엇보다 이를 누군가에게 털어놓지 않고는 못 배기는 ‘수다쟁이’가 이번에는 크리스마스 파티를 파투 내러 돌아왔다. 지금껏 누구도 의문을 품지 않았던 크리스마스의 수상한 관습과 그 뿌리를 집요하게 파헤친다. 크리스마스가 무료한 괴짜들을 위한 터무니없이 괴상하고, 특별하게 재미있는 선물! 주의하시라, 이 책을 펼친 순간부터 다시는 크리스마스를 예전과 같은 마음으로 볼 수 없을테니.

『콜린스 영어사전』의 편집자로 서문을 썼으며,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영어 단어의 어원을 다룬 『걸어 다니는 어원 사전』, 사람을 홀려온 위대한 문장들의 비밀을 본격적으로 파헤친 『문장의 맛』 등을 펴냈다.


역자 : 임상훈


서강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영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동료 번역가들과 ‘번역인’이라는 작업실을 꾸려 번역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 『침묵을 보다』, 『설득의 심리학』, 『자본주의 대전환』, 『골드: 금의 문화사』, 『건축 다시 읽기』(공역) 등이 있으며 『재즈로 시작하는 음악여행』을 집필했다.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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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나무의 여신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소미미디어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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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녹나무의 여신』은 저자 히가시노 게이고의 전작 『녹나무의 파수꾼』의 속편이다. 저자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가 데뷔 35주년 기념 작품이기도 하다. 이를 기념해 전작에 이어 이 소설 작품도 전 세계 동시 출간했다고 출판사 측은 밝히고 있다. 이 작품은 속편이니만큼 표제어 녹나무에 대한 일본 사람들의 신비로운 힘을 믿는 전설 같은 이야기를 알아둘 필요가 있다. 이 소설을 번역한 양윤옥은 소설 마지막 뒷 부분에 〈옮긴이의 말〉에 녹나무의 실재에 대해 썼다. 전작 출간이 독자들의 큰 사랑을 받고, 녹나무가 실제로 있다는 독자들의 제보 같은 메시지를 많이 받았고, 검색을 통해 알아본 내용을 적었다.

"소설 속 녹나무가 실제로 어디엔가 있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일까요. 일본의 한 사찰에 있는 나무가 '그 나무'와 흡사하다는 얘기가 올라와 있었다. '다케오 녹나무'를 검색하면 우리 여행자들의 사진이 꽤 많이 나옵니다. 규슈 사가현 다케오시의 사찰인데, 뒤쪽으로 울창한 대나무 숲길을 걸어 들어가면 문득 주위의 공기마저 서늘해지면서 거대한 나무가 나타난다고 합니다. 추정 수령은 3,000년, 높이는 27m, 나무뿌리 둘레는 26m에 달한다고 하네요. 가장 중요한 나무 기둥 아래쪽 동굴은 넓이가 20제곱미터라고 합니다. 이 소설에서 예념과 수념이 이루어진 곳. 그리고 구메다 고사쿠 씨가 하룻밤을 보내며 이런저런 궁리를 했던 장소가 이런 곳이겠지요."(p.394~395)

『녹나무의 여신』이 속편이니만큼 전작 『녹나무의 파수꾼』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이 많다. 전작에서는 불우한 가정환경에서 자라 절도범이 된 레이토가 월향신사 관리인이자 녹나무 파수꾼으로 일하며 녹나무의 신비한 기념 의식에 관해 알게 되고, 개과천선하는 과정을 다뤘다. 이번 속편은 레이토가 여러 사건에 휘말려 우여곡절을 거듭하며 '기적'의 진정한 의미를 찾아가는 여정을 그렸다. 이번 『녹나무의 여신』은 세계관이 더욱 확장되면서 별개로 보이던 에피소드들이 톱니바퀴처럼 치밀하게 그리고 빠르게 서로 맞아 들어가며, 단 한 장도 놓치기 힘들 만큼 숨 가쁘게 전개된다. 또한 전편에서 채 마무리하지 못한 이야기들이 함께 진행된다. 정돈된 일상을 지내며 어른스러워진 레이토가 기지를 발휘해 사건의 실마리를 찾고 약자를 돕기도 하지만, 여전히 잔꾀를 부리는 탓에 파수꾼의 도리를 두고 치후네와 설전을 벌이기도 한다. 전작을 읽은 독자라면 곳곳에 놓인 익숙하고도 반가운 장면을 찾아내는 즐거움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출판사 측은 소개글에서 장담하고 있다. 다만 독자가 전작을 읽지 못해 이번 소설 속 생소한 단어들에 대해 미리 공부한 것으로 독자들의 양해 바란다. 우선 녹나무는 신비한 영험을 가진 나무로 역자가 설명한 다케오 녹나무를 연상하면 될 듯하다. 



'예념'과 '수념'이라는 단어도 생경하다. 당연히 우리 국어사전에는 없는 말이다. 다행히 이 책에 설명되어 있다. 주인공 레이토가 녹나무에 염원을 기원하는 의식을 치르기 위해 약속하고 찾아온 사카가미란 사람과의 대화하는 부분이다. 사카가미는 자그마한 몸집의 60대 남자다.

"녹나무 장소와 기념 절차는 알고 계십니까?"

"야나기사와 치후네 씨한테 설명 들었어요."

"알겠습니다. 그러면 잘 다녀오십시오. 사카가미 님의 염원이 녹나무에 전해지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고마워요."

사카가미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걸음을 뗐다. 그 발걸음은 망설임 없이 가뿐해 보였다. 레이토는 안심하고 발길을 돌렸다.

녹나무의 기념에는 두 종류가 있다. 예념과 수념이다. 예념은 초승달이 뜨는 초하루 무렵에 행한다. 녹나무 안에 들어가 밀초에 불을 켜고 자신이 전하고자 하는 것을 염원하는 것이다. 그러면 그 염원이 녹나무에 새겨진다. 염원을 받는 것을 수념이라고 하는데, 보름달이 뜨는 날 밤에 행한다. 예념한 이와 혈연관계인 사람이 녹나무 안에서 밀초에 불을 켜고 예념자에 대해 깊이 생각하면 염원이 전해져 온다. 기적과도 같은 이 현상은 함부로 발설해서는 안 되기에 오랫동안 야나기사와 가문에 의해 엄중히 관리되었다. 그리고 현재 실질적인 관리자가 레이토였다.(p.37~38)


월향신사의 좁은 덤불숲을 따라 들어가면 길 끝에 거대하고 장엄한 녹나무 한 그루가 있다. 초하룻날과 보름날 밤마다 나무 기둥의 동굴 속으로 들어가 밀초에 불을 켜면 한 사람의 염원을 주고받을 수 있다. 녹나무에 염원을 새기면 예념이고 받으면 수념이라고 하는데, 예념자와 수념자를 이어 주는 사람이 바로 파수꾼이다. 소설 속 주인공 레이토이다. 파수꾼에게는 규칙이 몇 가지 있다. 매일 월향신사를 청소하고 관리하며 기념의 내용을 함부로 물어보거나 발설하면 안 된다는 것. 레이토는 치후네의 뒤를 이어 새로운 파수꾼이 돼 매일같이 경내를 청소하고 기념이 있는 밤마다 손님을 안내한다.



『녹나무의 여신』에서 녹나무 기념을 위해 온 사카가미 씨가 갑자기 쓰러져 병원 응급실로 후송되면서 사건이 시작된다. 종무소에서 밀린 과제를 하고 있던 레이토의 스마트폰이 울리고 전화가 왔다. 화면을 확인하자 치후네의 이름이 떴다. 

"네, 저예요. 무슨 일이세요?"

레이토, 지금 바로 녹나무 쪽에 가 보도록 하세요."

"예? 왜요, 무슨 일인데요?"

"사카가미 씨한테서 전화가 왔어요."

"사카가미 씨라니, 지금 기념을 하는 분 말이에요?"

"그렇죠, 무슨 일이냐고 물어봐도 대답이 없고 뭔가 신음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요."

"신음 소리?"

"아무래도 심상치 않아요. 무슨 일인지, 얼른 가서 상황을 살펴보도록 하세요."


사카가미가 여기서 머문 건 채 삼십 분이 안 된다. 밀초는 두 시간용을 가져갔다. 그렇다면 약 한 시간 반 동안 아무도 없는 상태에서 촛불만 타고 있었던 셈이다. 그 사이에 돌풍이 들이쳐 촛대에서 불이 붙은 초가 떨어지기라도 했다면······. 

레이토는 문단속도 하지 못한 채 종무소를 급히 비웠고, 다음 날 돌아와 보니 무언가 이상하다. 빗물에 젖거나 쓰러져 있어야 할 밀초가 멀쩡히 다 타 있는 것이다. 그리고 며칠 뒤 월향신사에 형사가 느닷없이 찾아오면서 한 집에 두 명의 절도범과 강도범이 연달아 침입한 사건에 레이토는 휘말린다. 더구나 시집을 대신 팔아 달라는 여고생과 잠들면 기억을 잃는 소년까지 나타나며 이야기는 걷잡을 수 없이 흘러간다.



이 소설 속에서 벌어지는 여러 사건 사고는 후에 녹나무와 레이토를 분기점으로 삼아 영향을 주고받으며 신비롭게 소용돌이치는 하나의 드라마를 완성시켜 간다. 벌어진 인과의 틈새를 매끄럽게 메워 가며 예상보다 훨씬 큰 이야기가 펼쳐지는 구성 방식은 히가시노 게이고가 삶의 눈부신 순간을 은유할 때 즐겨 사용하는 방식이라고 한다. 의도하지 않은 우연한 만남과 별것 아닌 호의로 우리가 함께 살아갈 용기를 얻을 때처럼 말이다. 또한 신비한 녹나무 이야기는 여러 에피소드가 중첩되면서도 집중력을 잃지 않고 결말까지 힘 있게 나아간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서술 방식과 은유, 그리고 유기적 구성 능력에는 혀를 내두르게 된다. 눈앞에 영상이 펼쳐지듯 자연스러운 장면 전환과 명쾌하고 스피디한 문장은 클라이맥스에 이르러서는 뜻밖의 반전과 감동으로 이어진다. 히가시노 게이고 특유의 문장력과 구성은 『녹나무의 여신』을 추리와 판타지를 혼합해 신비로운 분위기를 형성해 내며 따뜻한 감동까지 녹아들어 독창성 있는 하나의 완전한 작품으로 탈바꿈한다. 우리가 히가시노 게이고를 좋아하는 이유이다. 

실제로 한국에서 가장 많은 독자를 가진 소설가는 히가시노 게이고라고 한다. 물론 공식적인 집계는 아니지만 출판업계에서는 많은 분들이 동의하는 듯하다.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이 가장 많이 팔렸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10여 년 전에는 독자도 무라카미 하루키 외의 일본 소설가는 잘 몰랐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대히트작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 돌풍을 일으킬 때도 몰랐다. 그리고 어쩌다 마주친 그의 작품 대다수는 추리소설 같았다. 공포 스릴러는 아니지만 어쩐지 범죄보다는 분위기 자체가 추리 사건 같았다. 그의 작품을 모두 읽지는 않았지만 100권이 넘는 소설을 썼다고 하니 자신이 쓴 게 맞아? 하는 정도의 놀라움을 주었다. 마치 베르나르 베르베르와 더 많이 쓰기 경주라도 하듯이. 일본의 소설은 옛날 노벨상 수상자의 작품은 명성에 의해 읽었지만 일본 소설 자체를 별로 안 좋아했던 일본 문학 문외한이었다. 사실 독자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이름을 처음 기억했던 게 코로나 팬데믹으로 재택 근무가 잦을 때였다. 우연히 멋진 양장의 책 한 권을 선물 받았다. 『숙명』이라는 제목이었다. 매우 재밌게 읽은 기억도 있지만 이후 정신 없이 쏟아지듯 출간되는 작품이 너무 많아 "혹시 다른 사람이 대필하나" 할 정도로 많은 작품이 출간된 것으로 기억한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암울한 상황의 사회 분위기와 그의 소설 성향이 잘 맞아 떨어졌는지 독자로서는 평가하기 어렵지만, 히가시노 게이고는 그렇게 독자의 머릿속에 각인됐다.



소설 서평은 스토리를 전했다가는 스포일러라고 마땅치 않아 한다. 저자도, 출판사도 다 그러는 것 같다. 아무래도 스토리를 알고 읽으면 흥미를 떨어뜨리고, 판매도 줄어들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저에서 소설 서평은 어렵다. 사실 소설을 잘 몰라서 못 쓰기도 하지만 스포일러 제약은 무척 제한적인 서평을 요구한다. 소설 서평을 쓸 때마다 느끼지만 다른 방법을 아직 못 찾고 있다. 전문 서평인도 아닌데 뾰족한 서평이 나올 리 없고 의뢰한 쪽도 큰 기대는 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출판사 측의 소개글을 참고해 스토리 전개를 각자가 정해서 맞춰야 할 것 같다. 출판사 측은 소개를을 통해 이 소설의 흥미를 담보하는 면만 쓰기에는 어려운 듯하다. 소설 전체에서 느껴지는 분위기와 소설 내용이 지향하는, 어쩌면 메시지라고 해도 좋을 내용을 써놓았다. "선하다고 해서 모두 지루하고 뻔하지만은 않다. 선을 악보다 재미있게 묘사하기란 어렵지만, 레이토가 녹나무를 이용해 복잡하게 뒤얽힌 사건을 풀어 나가는 모습은 꽤 흥미롭게 관전해 볼 만하다. '그런 건 아무 상관 없어. 중요한 건 자신의 길을 찾는 것이지. 동전 던지기 따위에 기대지 말고.'(p.69)라고 이와모토 변호사가 조언하듯이, 레이토는 제 마음이 끌리는 대로 눈앞의 사람을 선뜻 돕기를 선택한다. 과연 그 일이 합리적인지 따지는 건 행동의 근거를 외부상황에서 찾는다는 점에서 동전 던지기와 별반 다를 게 없다. 레이토를 따라 몰입하다 보면 모든 사람은 완벽할 수 없고 조금씩 부족하고 어긋나 있지만, 서로 모서리를 비스듬히 이어 맞추며 살아갈 때 그 순간이 얼마나 눈부시고 가슴 벅찬지 보여 준다. 인간은 본래 추악할 수밖에 없다고도 하지만, 누군가 우연히 건넨 호의도 한 사람의 구성 요소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면 인생 한번 살아 볼 만하지 않을까."

등장인물의 성격 평가는 본받을 만하다. 소설의 여주인공 치우네는 후한 평가를 받는다. 꽤 높은 교양을 갖추고 자존심도 무척 강한 치후네는 인지증을 앓는 탓에 때때로 조금씩 혹은 완전히 기억을 잊어버린다. 그럴 때마다 치후네는 내면 깊은 곳까지 통째로 흔들린 듯이 좌절하지만, 시간이 흘러 "그리 생각하면 차례차례 잊어 가는 것도 나쁜 일은 아닌지도 모르겠군요."(p.324)라며 낯선 오늘에 적응하고 새롭게 배워 나가는 기쁨을 맛본다. 잠들면 기억이 사라지는 모토야도 매일 일기를 쓰고 읽는 행위를 통해 이 세상에 자신이 존재하고 살아가고 있다는 걸 증명하며 천천히 어른이 된다. 

책의 끝에 다다르면 기적의 새로운 의미가 우리 마음속에 자연스레 스며든다. 녹나무의 여신이 독자들에게 남기는 메시지가 강렬하다. 기적은 어쩌면 신비한 녹나무가 아니라, 함께 있는 사람과 마음을 나누는 지금 이 순간이라고. 봄바람만큼 따뜻한 감동과 반전을 일으키며 언제든 곁에 두고 읽기 좋은 소설이다. 그러다 보면 이 착한 이야기가 우리를 신비롭게 물들일 수 있기를. 마지막으로 히가시노 게이고가 이 소설을 통해 남기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 대목을 몇 줄 발췌해 여기 남긴다.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가운데 한 소년이 사막을 걷고 있었습니다.” 고요히 가라앉은 행사장에 치후네의 허스키한 목소리가 울렸다. “소년이 찾고 있는 건 신비한 영험을 가진 여신이었습니다. 그 영험이란 미래를 보여 준다는 것입니다. 소년은 왜 미래가 보고 싶은 걸까요? 그건 지금까지 너무도 힘겹고 고통스러운 나날이었기 때문입니다. 전쟁이 일어나고 전염병이 퍼져 사랑하는 사람들과 헤어지지 않으면 안 되었습니다. 연달아 재해가 닥쳐 소중하게 여겨 온 것들을 모두 잃고 말았습니다. 이토록 끔찍한 일들뿐이라니, 내 인생은 대체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걸까, 하고 불안에 떠는 나날이었습니다. 그때 미래를 보여 준다는 여신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래서 소년은 여신을 찾아 긴 여행을 떠났습니다.”(p.350)


여신이 신비한 주문을 외우자 소년의 눈앞에 길이 나타난다. 언젠가 지나온 듯한 기나긴 길이었다. 그곳을 한 남자가 걷고 있다. 찬찬히 바라보니 그는 어른이 된 소년의 모습이었다. 10년 후인 것이다. 

"소년은 10년 후의 자신에게 물었습니다. 당신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그러자 남자는 대답했습니다. 음, 지금 나는 미래를 보여 주는 여신을 찾고 있어. 지금까지 살아오는 동안 좋은 일이라고는 하나도 없었어.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알 수 없어서 미래를 알고 싶은 거란다. 그러자 소년은 깜짝 놀랐습니다. 대체 어떻게 된 건가. 이래서야 지금의 나와 완전히 똑같지 않은가. 아무것도 변한 게 없지 않은가. 여신님, 좀 더 나중의 미래를 보여 주세요. 이번에는 20년 후를 보여 주세요. 그러자 눈앞의 풍경이 바뀌었습니다. 험준한 바위산을 한 남자가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그건 20년 후의 소년이었습니다. 소년은 다시 물었습니다. 당신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남자는 대답했습니다. 열심히 산다고 살아왔으나 고통에 허덕일 뿐, 내가 어디로 나아가면 행복해질 수 있는지 도무지 알 수 없구나. 그래서 좀 더 나중의 미래를 보여 달라고 부탁하기 위해 여신을 찾고 있단다. 소년은 놀랐습니다. 20년 후에도 여전히 제대로 된 길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소년은 여신에게 빌었습니다. 부탁입니다. 좀 더, 좀 더 나중의 미래를 보여 주세요. 나는 답을 알고 싶습니다."

소원을 빌자 소년의 눈앞에 여러 풍경이 차례차례 나타난다. 그곳에는 30년 후, 40년 후, 50년 후로 이어지는 소년의 미래가 있었다. 하지만 상황은 언제나 똑같았다. 여전히 기을 헤매고 여전히 여신만을 찾으며 방황했다. 소년은 탄식하며 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묻는다.

"이제 알겠느냐, 하고 여신은 말했습니다. 몇 년이 흘러도 아무리 미래로 나아가도 인간은 언제나 길을 찾아 헤매는 것이니라. 곧 다가올 앞날에 대한 불안이 사라져 없어지는 날은 영원히 오지 않는 것이니다. 너뿐만이 아니다. 모두가 그러하다. 하지만 괜찮지 않으냐, 인간에게는 미래를 아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으니. 소년은 물었습니다. 그것은 무엇입니까? 그러자 여신은 대답했습니다······."(p.352~353)



저자 : 히가시노 게이고(ひがしの けいご, 東野圭吾)


일본 추리소설계를 대표하는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 추리소설 분야에서 특히 인정받고 있는 그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소재를 자유자재로 변주하는 능력을 가진 탁월한 이야기꾼이다. 그의 작품은 치밀한 구성과 대담한 상상력, 속도감 있는 스토리 전개로 처음부터 끝까지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해 독자를 잠시도 방심할 수 없게 만든다. 일본을 대표하는 소설가이자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히가시노 게이고는 첫 작품 발표 이후 20년이 조금 넘는 작가 생활 동안 35편이라는 많은 작품들을 써냈음에도 불구하고 늘 새로운 소재, 치밀한 구성과 날카로운 문장으로 매 작품마다 높은 평가를 얻고 있다. 1958년 2월 4일 오사카에서 태어나 오사카 부립대학 전기공학과를 졸업했다. 곧바로 일본 전자회사인 '덴소사'에 입사해 엔지니어로 활동하며 틈틈이 소설을 쓴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1985년 『방과후』로 제31회 에도가와 란포 상을 수상했고 이를 계기로 전업작가가 되었다. 이공계 출신이라는 그의 특이한 이력은 『게임의 이름은 유괴』에서도 인터넷의 무료메일, 게시판, 불법 휴대전화, FAX, 비디오 카메라 등 하이테크 장비를 이용해 무사히 몸값을 받아내고 유괴를 성공해내는 장면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이과적 지식을 바탕으로 기발한 트릭과 반전이 빛나는 본격 추리소설부터 서스펜스, 미스터리 색채가 강한 판타지 소설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장르의 작품들을 꾸준히 발표해왔다. 이 중 상당수의 작품이 영화와 텔레비전 드라마로 제작되어 큰 사랑을 받았다. 에도가와 란포 상은 그 해의 가장 우수한 추리 작품에 수여되는 상으로 데뷔작이자 수상작인 『방과후』로 화려하게 등단한 그는 일본 내에서 매우 높은 평가를 받는 작가이지만, 유독 한국에서 그 명성과 실력에 맞는 인지도를 쌓지는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었다. 하지만 1999년 제52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을 수상한 『비밀』을 계기로 우리 나라 독자들에게도 가까워지게 되었다. 엄마의 영혼이 딸에게 빙의된다는 다소 충격적인 소재를 다루었다. 이 작품은 청순한 이미지로 한국에서도 인기가 높은 히로스에 료코 주연으로 영화화되어 한국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은 바 있다.

그의 소설은 치밀한 구성과 속도감 있는 스토리 전개, 예상치 못한 반전으로 마지막 페이지를 넘길 때까지 독자를 방심할 수 없게 만든다. 또한 빙의나 의료 사고 등 녹록치 않은 소재를 능수능란하게 다루며 당대 첨예한 사회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려 추리소설에 국한되지 않은 다양한 소설을 쓰고 있다. 늘 새로운 소재와 치밀한 구성, 생생한 문장으로 매번 높은 평가를 받는 저력 있는 작가인 그는 일본을 대표하는 소설가답게 작품 중 19편이 영화와 드라마로 다시 독자들과 관객들을 만났다. 이제는 한국에서도 가장 사랑받는 작가 중 하나로 꼽히며, 전세계적 팬덤을 형성하고 있다. 데뷔작 이후 20년이 넘는 작가 생활 동안 50편이 넘는 작품을 써내면서도 자신의 사생활을 절대 밝히지 않는 '비밀'의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 그는 독자들에게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퀄리티 높은 다작의 작품과 한 장의 사진이 남긴 강한 인상으로 스타성을 보여주는 독특한 작가로, 20세기 중반의 하드보일드 소설과는 완전히 다른 형태의 드라이한 문체는 극명하게 사건과 행위 위주의 전개 방식을 지향한다. 감정은 휘발되고, 독자들은 등장인물과 함께 다음 퍼즐의 조각을 찾아 매 페이지를 바쁘게 내달려야 한다. 결과적으로 종종 '읽는 엔터테인먼트'로서의 소재주의라는 함정에 빠지기도 하지만, 그만큼이나 동시대의 현실 감각을 놓치지 않는 재능에 감탄하게끔 만들어버린다.

『비밀』로 1999년 제52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을 수상했으며, 2006년 초에는 『용의자 X의 헌신』으로 제134회 나오키상과 제6회 본격미스터리대상 소설부문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2012년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으로 제7회 중앙공론문예상, 2013년 『몽환화』로 제26회 시바타렌자부로상, 2014년 『기도의 막이 내릴 때』로 제48회 요시카와에이지문학상을 수상했다. 이제까지 나오키 상에 『비밀』, 『백야행』, 『짝사랑』(片想い), 『편지』(手紙), 『환야』(幻夜)등 다섯 작품이 후보로 추천받은 바 있으나 전부 낙선하여, 나오키 상과는 인연이 없는 남자라고 불리기도 했지만 여섯 번째 추천작 『용의자 X의 헌신』으로 결국 상을 거머쥐게 되었다. 2012년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으로 중앙공론 문예상을, 2013년 『몽환화』로 시바타 렌자부로상을 수상했으며, 2014년에는 『기도의 막이 내릴 때』 로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상을 수상했다.


역자 : 양윤옥


일본 문학 전문 번역가. 2005년 히라노 게이치로의 『일식』으로 일본 고단샤에서 수여하는 노마문예번역상을 수상했다. 사쿠라기 시노의 『호텔 로열』, 『별이 총총』,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오쿠다 히데오의 『남쪽으로 튀어』, 스미노 요루의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또다시 같은 꿈을 꾸었어』 『밤의 괴물』 히가시노 게이고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눈보라 체이스』, 『그대 눈동자에 건배』, 『위험한 비너스』, 『라플라스의 마녀』, 『악의』, 『유성의 인연』, 『매스커레이드 호텔』, 『매스커레이드 나이트』,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지옥변』,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 아사다 지로의 『철도원』 『칼에 지다』, 마스다 미리의 『5년 전에 잊어버린 것』 오카자키 다쿠마의 [커피점 탈레랑의 사건 수첩] 시리즈, [가가 형사 시리즈], [라플라스 시리즈], [매스커레이드 시리즈], 사쿠라기 시노의 『굽이치는 달』 등 다수의 작품을 우리말로 옮겼다.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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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었다는 착각 - 어른들을 위한 문해력 수업
조병영 외 지음 / EBS BOOKS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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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는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우연히 교육방송(EBS)에서 방영 중이던 〈당신의 문해력〉이라는 프로그램을 시청한 적이 있다. 평소에 교육방송을 잘 보는 편이 아니라 조금은 건성으로 봤던 듯하다. 그 프로그램은 '문해력(文解力: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 literacy)’을 높이는 교양 프로그램이다. 당시 강사가 책을 읽을 때 "문해력에 따라 이해도의 높낮이가 달라진다"는 말에 잠깐 멈춰서 보았던 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문해력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었지만, 독자 입장에서는 책을 오랫동안 읽지 않은 자격지심에 책을 다시 읽게 된 계기가 됐다. 문해력에 대한 뉴스를 인터넷에서 찾아 보았다. 눈에 띈 것은 「한국인 문해력 OECD 최하위?」란 기사였다. 이 기사는 〈NEWSTOF〉란 인터넷 신문 기사다. 「판정결과-대체로 사실 아님」이란 부제가 더 관심을 끌었다. 

이 기사는 교육방송(EBS)에서 방영했던 〈당신의 문해력〉 프로그램을 시청한 일부 시청자들이 ‘한국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문해력 최하위’란 내용의 게시물이 자주 올라온 데 대해 '팩트 체크' 차원의 기사였다. 이 기사의 결론은 ‘한국인의 문해력은 OECD 최하위’라는 주장은 20년 전 자료를 근거로 했으며, 최근 자료로는 한국이 중위권 혹은 중상위권이라고 밝히고 있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러나 단서가 하나 붙어 있음을 간과해선 안 된다. "세대별로 구분하면 일부 연령대에서 최하위권인 경우도 있었다"는 사실이다. 

한국인 문해력 OECD 최하위의 근거는 과거 언론보도에서 찾을 수 있다. 동아일보 2002년 1월 2일 발행한 「한국인 문서 해독능력 형편없다··· OECD국 중 최하위수준」라는 기사를 게재했다. 동아일보 기사는 한국교육개발원 이희수 연구위원의 발언을 인용해 “우리나라 사람들이 문서를 읽고 해독하는 능력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이 기사에서 이 연구위원은 “지난 해(2001년) 8월 16세 이상 65세 미만의 국민 1200여명을 대상으로 국제성인문해조사(IALS)를 실시한 결과 문서문해력 영역에서 908명(75.7%)이 영수증, 열차시간표, 구직원서, 지도, 약 설명서 등의 그림이나 도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최하 수준인 1, 2등급으로 분류됐다”고 밝혔다.

관련한 내용은 한국교육개발원의 〈한국성인의 문해실태 및 OECD 국제비교 조사연구〉 논문에서 확인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한국은 대졸 성인의 2.4%만이 고급문서를 읽고 이해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OECD평균 22%에 현저히 미달되는 수치로 24개국 중 22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비판 게시글들은 20년 전 자료를 근거로 현재 한국인의 문해력을 평가한 것으로, 〈NEWSTOF〉는 보도 당시로 가장 최근인 자료에 의한 기사가 덧붙여져 있다. OECD의 가장 최근 〈국제성인역량조사(PIAAC: Programme for the International Assessment of Adult Competencies〉에 따르면 한국의 ‘문해력’은 273점으로 OECD평균인 266점보다 상당히 높았다. 그런데 청년층(16~24세)에서는 OECD 국가 중 4위이지만, 25세를 기점으로 급격히 하락해, 35∼44세에는 평균 아래, 45세 이후에는 하위권, 55∼65세에는 최하위권으로 떨어졌다. 연령이 높아질수록 문해력 측정 점수가 떨어지는 현상 자체는 일반적이지만 한국의 경우 그 격차가 매우 크다는 점이 다른 나라들과 달랐다는 조사결과를 근거로 제시했다. 이는 2012년 발표된〈 OECD 학업성취도 국제비교 연구(PISA: Programme for International Student Assessment)〉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 조사에서도 만 15세 한국 청소년의 문해력은 세계 최상위권으로 조사됐다는 것. 그러나 이 조사도 역시 세대별로 문해력 차이가 큰 것으로 확인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최상위권이던 우리 청소년들도 점차 순위가 뒤로 밀리는 등 문해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NEWSTOF〉 보도는 건국대학교 인문학연구원이 2015년 발간한 〈OECD 성인역량조사결과에 나타난 세대 간 문해력의 차이(황혜진)〉 논문에서 “우리나라의 학생들은 2012년도 국제학업성취도 평가(PISA)의 ‘읽기 영역’에서 전체 참여 국가 중 일본에 이어 2위를 차지했는데 성인역량 중 문해력 평가에서는 조사에 참여한 22개 나라 중 12위를 기록하였다.”며, “이를 해명할 단서가 되는 것은 세대 간 문해력의 차이이다. 즉, 한국의 청년층은 문해력이 세계 최고인 데 비해 노년층은 세계 최저 그룹에 속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한국 학생들의 문해력도 점차 낮아지고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국제학업성취도평가 읽기 영역에서 2006년 세계 1위를 차지했던 한국은 가장 최근인 2018년에는 6위로 떨어졌다고 이 논문은 지적하고 있다.

이 논문은 한국인의 문해력이 점점 낮아지는 이유는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대해 "일부에서는 한자교육을 게을리 한 탓이라는 주장을 내놓고 있지만, 한자교육을 의무적으로 실시했던 기성세대가 그렇지 않았던 최근세대에 비해 문해력이 낮게 나타난 것을 감안하면 적절한 설명은 아니다"고 설명한다. 많은 전문가들은 ‘독서 부족’을 지적한다는 것이다. 문해력은 독서를 통해서 높일 수 있는데, 디지털 시대와 스마트폰의 일상화가 독서를 멀리하도록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국제연합(UN)에 따르면 2015년 한국인 독서량은 192개국 중 166위였다. 성인의 25%는 1년에 단 한 권의 책도 읽지 않았다. EBS 〈당신의 문해력〉에서도 이 같은 점을 지적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문해력 저하는 인터넷에 떠도는 영상이나 한자 교육 폐지 등에 따른 결과가 아니라 '독서 부족'이 원인이라는 것이다. 이 책 『읽었다는 착각』은 문해력 저하에 대해 관련 계층의 인사들이 연구하고 논의한 대안이 담겨 있다. 6개 분야의 '읽고 이해하기(문해력)' 능력를 향상시키고자 7명의 저자가 공동 집필했다. 이 책은 「읽는다는 것에 관하여」란 제목의 〈서문(책머리에)〉을 통해 책읽기의 개념과 이해력의 관념과 기능의 원천을 밝히고, 문해력 향상을 위해 어떤 점을 특별히 주력해야 하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또 문해력 저하라는 추상적 개념을 책의 표제어 '읽었다는 착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읽는다는 것'은 일반적인 생존 행동과 달리 생명체가 살아가기 위해 자동으로 취하는 행동들과는 거리가 멀다"고 전제하고, "하지만 인간은 의식성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그리고, 타인에게 공감하며, 상황을 이해하고, 삶의 과정을 성찰할 수 있다"고 독서의 의미를 강조한다. 나와 남, 관계와 맥락에 관한 표상, 공감, 이해, 성찰이라는 의식적 경험을 통해서 인간은 생존 행동을 넘어서 사유하고 판단할 수 있게 된다."고 주장한다. 

이에 따라 공동 저자들은 읽는다는 것은 가장 의식적인 인간 경험에 가깝다고 말한다. 읽는다는 것은 자동성에 갇힌 생존 행동이 아니라, 맥락적 이해와 공감적 성찰을 의도하는 실천 작업이란 주장이다. 의식의 읽기는 텍스트의 불확정성을 최소화하고, 동시에 응집된 이해를 도모하는 특별한 노력과 주의를 요하는 일이라는 점을 역설하고 있다. '읽었다는 착각'은 생존 행동의 읽기가 의식성의 읽기를 압도할 때 일어난다고 잘라 말한다. 이 책은 '제대로 읽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위해 쓰였다. 특히, 어른들의 문해력에 주목하면서 생활의 읽기, 일의 읽기, 소통의 읽기를 다룬다. 우리나라 성인들의 문해력의 실상을 보고하고, 일상에서 한 번쯤 경험하게 되는 오독의 실제적 예시를 흥미로운 퀴즈와 함께 살핀다. 그리고 그 안에 내포된 의미와 구조를 파악하고 우리가 잘못 읽게되는 오류에 어떻게 빠지는지 함께 찾아본다. 이 책 『읽었다는 착각』은 대한민국 최고의 리터러시 전문가들이 제대로 읽고 싶은 모든 이에게 드리는 일종의 '워크북'이다.

이를 위해 이 책은 어른들의 문해력을 다룬다. 우리 사회 어른들은 학력 수준도 높고 지적 수준도 훌륭하지만, 간혹 일상 생활뿐만 아니라 일의 맥락에서도 정보, 문서, 글, 자료, 텍스트를 정확하게 읽고 이해하는 일에 소홀한 경우들이 많다는 것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경험하는 몇 가지 읽기 상황, 가령 이메일 소통, 법 읽기, 계약서 읽기, 온라인 읽기, 통계 자료 읽기 등을 제시하고, 이때 우리가 흔히 범하는 실수나 오독의 문제를 보여준다. 조금 더 잘 읽는 법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앞서 언급한 대로 이 책은 6개의 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마주하지 않은 대화-업무 메일 읽기〉, 2장 〈숫자의 함정에 빠지지 않는 법-생활 속 통계 읽기〉, 3장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힘-온라인 읽기〉, 4장 〈화내지 않고 몰입하다-논쟁 읽기〉, 5장 〈문서로 지키는 권리와 의무-계약서 읽기〉, 6장 〈법으로 살아가는 법-법 문서 읽기〉 등이다. 맨 앞에 〈나의 문해력 향상 전략-읽지 못하는 어른들의 시대〉라는 〈서문(Introduction)〉을 두고 「문해력의 쓸모」「의심과 질문」「의식과 성찰」이라는 항목에서 '문해력이 좋으면 '좋은 어른'이 될 수 있을까?', '지금 우리는 제대로 읽고 있을까?', '그래서 어떻게 읽어야 할까?'를 다루고 있다. 〈서문(Introduction)〉에서도 2021년 한국인의 독서 실태 조사 결과를 인용하고 있다. 아이들의 문제가 아니라, 어른 세대의 문제라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종이책, 오디오북, 전자책을 막론하고 가장 읽지 않는 세대가 어른이었다고 말한다. 앞서 신문에 보도된 내용과 비슷한 독서량과 문해력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 책에서는 2021년 독서량 조사 결과가 세대가 위로 올라갈수록 독서량이 점점 떨어진다는 점을 들고 있다. 연령대가 올라갈수록 문서를 이해하고 정보를 활용하는 역량이 눈에 띄게 저하되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과학적 연구와 이론에 기대어 볼 때, 독서량과 문해력 사이에 상당한 정도의 상관관계가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사실 우리의 삶을 가만 살펴보면 글, 문서, 자료 등 특정 정보와 의미를 담고 있는 '텍스트(text)'를 읽고 쓰는 일을 빼놓고 설명하기 어렵다. 책과 같은 완결된 출판물이 아니더라도, 우리의 일상은 이메일이나 문자 메시지를 비롯해서 인터넷 뉴스, 생활 문서, 안내문, 광고문 등 읽어야 할 것들로 넘친다. 계약서나 약관, 공공 문서와 청구서는 물론이고, 흥미로운 웹소설과 웹툰, 매일 쏟아지는 언론 기사, 여론조사, 카드 뉴스, 뉴스레터, '짤'과 밈(meme)도 텍스트다. 다양한 사람, 다양한 집단, 다양한 주체들이 세상 곳곳에서 제작, 생산, 유통하는 영상 정보들도 이제 보는 것을 넘어서 읽어야 하는 시대이다. 스마트폰이 대세인 요즘에도 책을 읽는 환경, 글이 필요한 상황, 정보를 생산하고 공유하는 맥락이 바뀌었을 뿐, 여전히 문해력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여기서 '문제'란 말은 골칫거리이기 이전에 매우 '중요하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여전히 문해력은 어른들의 삶에서 쓸모가 많으며, 그 의미와 가치도 변화된 우리 삶에 맞게 계속해서 새롭게 이해할 필요가 있는 것이 책의 저자들의 공통된 견해이다. 



책읽기(글읽기)는 책쓰기(글쓰기)와도 직접적이며 깊은 관련이 있을 것으로 독자는 생각한다. 문해력이 독서량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고 이미 여러 경로를 통해 검증된 바 있다. 이로 인해 문해력 높이기에는 '많이 읽기'가 바탕이다. 글을 잘 쓰기 위해서 많이 쓰는 것처럼. 문해력 높이기에서 더 중요한 건, '읽기'라는 행위에 대한 스스로의 인식과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게 공동 저자들의 의견이다. 문해력이라고 해서 글자나 문자에 너무 사로잡힐 필요는 없다고 저자들은 말한다. 문자와 글자, 다양한 감각적 상징 기호들을 읽어내는 것이 문해력이지만, 그 핵심에는 나 자신이 '의미 구성자(meaning-maker)'라는 생각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 아마 집중력과 동기 등이 함께 결합되어야 문해력 높이기에 필요하다는 주장인 것으로 독자는 이해된다. 

책의 저자 중 한 분인 조병영은 책 속에 길이 있고 답이 있다고 하지만, 사실 책은 그 길과 답의 예를 보여주는 것일 뿐, 그것이 정말 자신에게 길이고 답인지는 독자 스스로 해석하고 판단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출간 후 예스24와의 인터뷰를 통해 문해력 향상에는 평소에 '인지적 유연성'도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늘 자기가 어떻게 읽고 있는지에 대해서 글을 읽기 전후에 스스로 질문해 보는 것을 말한다. 문해력 전략으로는 관성적으로, 습관적으로, 늘 하던 대로 읽는 것을 넘어서 스스로의 글 읽는 과정을 의식적으로 만들어주는 전략들이 있다. 우선 먼저, 글 읽기의 효용을 느껴야 한다. 읽기의 가장 큰 효용은 지식의 구성과 배움이다. 이 때문에 글을 읽기 전 후에 어떤 주제 또는 문제에 관한 나의 앎과 시야가 실제로 바뀌었는가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밖에도 독서할 때 메모하고 요약하고 질문하고, 책을 읽으면서 그 질문에 스스로 답해 보고, 다른 책과 글에서 다른 방식의 답을 찾아보고 더 정교화된 질문을 만들어보는 것 등의 전략들은 모두 독자의 의식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이런 전략들을 사용하는 일이 처음에는 아주 번거롭고 어렵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하지만 완벽하지 않더라도 조금씩 꾸준히 연습하면 나중에는 편하고 쉽게, 적은 노력으로도 실천할 수 있게 된다고 강조한다. 문해력 향상에도 "왕도는 없다, 꾸준히 노력하고 천천히 쌓아가면 된다"는 격언이 다시 떠오른다.


전제를 읽는다는 것은 나와 상대가 기본적으로 무엇을 가정하는지 읽어 내는 것이다. 이때 서로(글을 쓴 필자의 전제와 가정, 그리고 그 글을 읽는 독자의 전제와 가정)의 전제와 가정에서 무엇이 유사하고 무엇이 다른지 읽어 내는 것이 핵심이다. 위 예시를 통해 각 사람의 전제를 파악해 보면서, 사람마다 자신의 글쓰기 능력을 무엇을 전제로 하여 판단하는지 이해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사람들이 글쓰기 능력에 대한 자신의 견해에 어떻게 접근하는지 간파할 수 있다. 그리고 전제를 이해하기 위해 상이한 전제들을 연결해 보는 것은 논쟁적 이슈의 복잡성(complexities)을 이해하는 데에도 크게 도움이 된다는 점도 알 수 있다. 누군가는 학교 시험 성적만으로 글쓰기 능력을 판단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주장을 분석해 보면 또 다른 전제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전제 읽기는 이렇게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다른 관점에서 특정 문제와 주제에 접근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강력한 힘을 가진 읽기다.(p.291~292) - 「4장 논쟁 읽기」 중에서



저자 : 조병영

한양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 및 대학원 러닝사이언스학과 리터러시 전공 교수. 미국 피츠버그대학교와 아이오와주립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했다. 미국에서 15년 동안 읽기와 리터러시를 교육하고 연구했으며, 리터러시, 언어, 문화에 대한 교육과 연구를 병행하며 심리학 및 컴퓨터 공학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융복합 연구를 진행했다.

한양대학교 IC-PBL 강의 혁신상을 받았고, 국제리터러시학회에서 올해의 박사학위논문상을 받았으며, 미국교육학술원 및 카네기 뉴욕 재단에서 청소년 리터러시 박사연구자상을 수상했다. 유럽리터러시통합학회의 명예회원, 외국인 최초로 ‘2026 개정 미국 국가교육발전평가 위원’으로 위촉, 유럽리터러시정책네트워크 전문위원, 국제리터러시학회 평가 위원으로 활동하는 등 명실공히 리터러시 분야의 최고 권위자이다. 또한 EBS 「당신의 문해력」을 기획해 이끌면서 전문가 패널로 출연, EBS 지식 e채널 「당신의 문해력, 리터러시」 강의를 진행하는 등 리터러시의 중요성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꾸준히 다방면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자 : 이형래

서울대학교사범대학부설초등학교 원로교사, 이화여자대학교 겸임교수. 30년 넘게 교사, 교감, 교장, 겸임교수로 재직하면서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학교 현장에 기반한 리터러시 교육에 관심 갖고 연구하고 있다. 고려대학교에서 직업문식성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고 독서교육 프로그램 개발, 교과 융합 리터러시 평가 문항 개발, 독서자서전 쓰기, 교육부와 교육청의 교육과정 연수, 교원 연수 및 부모 연수를 수행해 왔으며, 국어 교과서와 교사용 지도서룰 심의하고 집필했다. 『독서교육의 이해』(한우리북스, 2011), 『내 아이는 초등학교 1·2학년』(지학사, 2014), 『성인 문해 교과서』(교육부·국가평생교육진흥원, 2019), 『문해력 교과서』(창비, 2022) 등을 저술했다.


저자 : 조재윤

목원대학교 교수. 목원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로 의사소통교육, 국어과 교육과정 및 평가, 청소년 언어문화에 대하여 연구하고 있다. 20 여년 간 교사로 재직하였고, 고려대학교에서 국어교육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국어과 교육과정 연구진, 국어과 교과서 및 검정 심의진, 성인문해 교과서 연구진 및 집필진으로 참여하였다. 『화법 용어 해설』(박이정, 2014), 『독서교육의 이론과 실제』(한우리북스, 2017), 『생각하고 표현하는 글쓰기』(인문과교양, 2020) 등을 저술했고, 국립국어원 〈청소년 언어문화 프로그램〉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저자 : 유상희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부연구위원.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현재와 미래 교육을 위한 평가 방안을 연구 중이다. 미국 오하이오주립대학교에서 언어교육으로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고려대 한국어문교육연구소 연구교수 및 서울대 국어교육연구소 선임연구원을 역임했다. 미국교육연구학회(AERA), 리터러시연구학회(LRA), 국어교육학회, 한국어교육학회, 한국작문학회, 한국화법학회, 한국리터러시학회 등에서 활동하며 다수의 학술 발표를 하고, 연구 논문을 집필하였다. 사고력과 표현력 신장을 위한 논증 교육 방안, 학습자 주도성 기반의 탐구 수업 방안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저자 : 이세형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부연구위원.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미래 교육과 평가의 방향을 탐색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수학 텍스트를 읽고 문제를 해결하는 학습자의 인지부하(Cognitive load)에 대한 연구로 경북대학교에서 수학교육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수학교과서 분야 연구 이외에 교과서 읽기, 텍스트 반복 읽기에 관한 논문을 출판하였으며, 수학교육이 ‘만인을 위한 수학(Mathematics for all)’이 될 수 있도록 수학적 사고와 통계 리터러시 교육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저자 : 나태영

리터러시 연구소 공감과 동행 소장. 중고등학생들의 리터러시를 향상시키고자 연구하며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고려대학교 국어교육과 대학원 교과교육과 석사과정을 수료하고 7차 교육과정 중학교 국어 교과서 개발 연구원으로 참여하였으며,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 등에서 학생들을 지도하였다. EBS 〈당신의 문해력〉(2021)의 성인 문해력 테스트를 출제하였으며, 『훈련도감 문학/비문학』(쏠티북스), 『생각독해』(디딤돌), 『문학 필수개념 독해 연습』(메가북스) 등 다양한 중고등학생용 학습 도서를 집필하였다.


저자 : 이채윤

한양대학교 연구원. 한양대학교 러닝사이언스학과 박사과정 연구원이자 뉴리터러시학습연구실의 코디네이터이다. 사람들이 ‘잘 읽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으로 현대 사회 읽기 현상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독자 요인에 관심을 갖고 공부하고 있다. 인터넷 읽기에서 인식론적 신념의 작용 양상을 분석한 논문을 작성하였으며, 중학생 문해력 신장 방안 연구와 초등학생들의 주관적 웰빙 증진을 위한 리터러시 프로그램 효과성 검증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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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어른을 위한 최소한의 한국사 - 읽기만 해도 역사의 흐름이 잡히는 요즘 어른을 위한 최소한의 시리즈
임소미 지음, 김재원 감수 / 빅피시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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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요즘 어른을 위한 최소한의 한국사』는 '한국사' 교과서 같은 느낌을 준다. 저자 임소미는 역사 전문 유튜브 채널 〈쏨작가의 지식사전〉을 운영하고 있는 유튜버이기도 하다. 현재 그의 유튜브 채널은 56만 명이 구독하고 있다. 가장 쉽고 빠르게 읽는 ‘초압축 한국사’라는 점에서 전작 『요즘 어른을 위한 최소한의 세계사』의 시리즈 속편에 해당한다. 저자 임소미는 전작을 통해 방대한 세계사의 맥락을 순식간에 잡아 독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이번 출간한 책 『요즘 어른을 위한 최소한의 한국사』는 교과서에서는 맛볼 수 없는 역사의 참재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도록 풍부한 자료 조사를 거쳤다고 밝히고 있다. 교양으로 역사의 기본기를 알고 싶었던 '잘알못(‘잘 알지 못하다’라는 뜻) 어른들을 위해 친절한 우리 역사의 길잡이가 되어 줄 것으로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저자의 집필 능력은 전작에서 이미 보여준 대로 맛깔나는 입담과 역사의 흐름을 단박에 머릿속에 그려지게끔 서술한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우리 역사는 고조선부터 시작된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이 책 역시 고조선부터 시작하고 있다. 1960년 이전에는 우리나라의 기원을 밝힌다는 의미에서 '단기(단군기원)'를 썼다. 단군이 고조선을 세운 때가 서력기원으로 기원전 2333년이어서 올해를 단기로 표기한다면 "2024+2333=4357" 즉 단기 4357년이 되는 것이다. 우리 한민족은 "5,000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는 말이 여기서 나온 것이다. 이미 교과서를 통해 중고등학교 때 배운 대로다. 

오늘날 우리는 한반도 최초의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에 살고 있다. 넓은 시각으로 볼 때 대한민국은 빛나는 성취를 이뤄냈다고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쓰고 있다. 20세기에 탄생한 신생 국가 중 경제성장과 민주주의의 눈부신 발전을 동시에 이룩한 몇 안 되는 나라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대한민국이 이젠 어디와 견주어도 당당하고 내세울 만한 나라가 됐다는 자긍심을 심어주기에 충분하다. 세계사의 한 측면에서 볼 때 대한민국은 선진국 대열에 들어서는 등 36년의 식민지 시대와 내전(한국전쟁)을 딛고 불과 반세기만에 '기적'처럼 부활한 나라다. 그러나 한반도 내부에서 볼 때는 여전히 분단이 아픔과 대치를 그대로 남겨두고 있는 상태다. 이는 가슴 아프고, 발전과 번영에 큰 걸림돌이기는 분명하다. 그러나 이를 기회로 본다면 앞으로 남은 '통일'로 간다면 폭발적인 번영의 원동력이 남아 있는 상태로 생각해도 될 것이다.



한 나라의 번영과 발전에는 반드시 뼈아프고, 심각한 과거가 있다. 세상의 모든 일은 원인이 있다. 그냥 이루어지는 성취도 없고, 나쁜 일도 우연히 일어나지 않는다. '양자역학'이라고 하는데 이는 역사야말로 양자역학 이론에 따르는 것이라고 독자는 생각한다. 독립운동가이며 역사학자인 단재 신채호가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고 했다는데, 그야말로 양자역학 이론과 딱 맞아떨어진다. 뼈아픈 역사를 잊지 않고, 발판 삼아 변화한다. 그것이 역사다라는 점을 단재 선생은 지적하고 있다고 독자는 생각한다. 

저자 임소미도 오늘날 우리 한국인 앞에는 복잡다단한 해결 과제가 산재해 있다고 말한다. 우리는 개인과 사회가 당면한 문제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지난 역사에 눈을 돌려보아야 한다고 늘 배웠다. 역사가 그것이다. 역사에는 앞으로 나아갈 길에 대한 해답이 있다. 현재의 난제에 고민하고 있다거나 앞으로의 발전 전망이 불투명하다면 반드시 지난 역사에서 배워야 한다. 세계의 모든 사람이 인정하고 있는 제안이다. 저자는 한민족으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이같은 난제에 부닥쳤다면 반드시 역사를 되돌아봐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저자는 〈프롤로그〉를 통해 "가까운 과거에 일제 강점기가 있었고, 그 이전에 조선이 있었다. 조선 역시 고려의 여러 제도를 답습하고 개편하며 이전 시대의 유산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한국의 뿌리는 이렇게 점점 더 깊은 과거로 뻗어 간다. 그 뿌리를 만나는 과정에서 우리는 각각의 시대가 오늘날 우리 사회에 남긴 흔적들을 찾아볼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저자의 집필 취지를 읽을 수 있다.

저자에 따르면 한반도에서 앞서 산 선조들이 어떤 세상을 만들었고, 어떤 실수를 반복했으며, 어떤 좌절과 성취를 겪고 이루었는지 살피고 나면 오늘 우리가 사는 세상을 더욱 깊이 이해하게 된다. 또한 축적된 역사 속에서 삶의 지혜를 터득함으로써 다양한 문제에 다각적으로 접근할 힘을 키우게 된다. 이로써 무엇을 선택하고 어떤 삶을 만들어갈지 각자의 답을 찾아낼 수 있다면 한국사를 알야야 할 충분한 이유가 된다.

이 책은 과거 정책을 살피거나 실책을 비판하기 위해 쓰인 책이 아니다. 한민족으로 대한민국의 오늘을 만들어 나오는 과정에서의 굵직한 흐름을 독자들에게 전하기 위해 집필했다. 이 역사의 흐름을 한 권으로 압축한 한국사 입문서이다. 주로 정사(正史)에 의지해 썼으며, 너무 딱딱할 경우나, 맥락이 앞뒤가 다를 경우(승자에 의해 쓰여지기 때문에) 역사에 재미를 붙이기 위해 야사(野史)의 재미를 더했다. 한국사에 관심 있는 모든 어른을 위해.



이 책은 역사적 배경지식 없이도 술술 읽히고, 역사책을 한 번도 읽지 않은 사람조차도 끝까지 페이지를 넘기게 하는 재미까지 모두 갖췄다고 평가되고 있다. 고조선부터 일제강점기까지 우리 역사의 흥망성쇠를 읽다 보면 세상에서 가장 쉽고 빠르게 한국사 교양을 머릿속에 넣을 수 있음은 물론,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귀중한 통찰력을 얻을 수 있어서일 것이다. 역사가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는 바로 여러 사건이 실타래처럼 엉켜 있어 전체를 한 번에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역사를 배우는 사람들은 말한다. 어떤 사건이든 이해 관계가 상충되는 사람들끼리 사건이 있고, 또는 이해 관계가 맞아 떨어지는 사이에서도 미묘한 차이점 때문에 역사의 흐름이 바뀌기도 한다. 역사를 살펴보면 힘 있는 자가 늘 승리하기 때문에 이들이 역사를 주도하게 된다. 잘 됐든 잘못 됐든 역사는 그대로를 알아야 한다. 이것이 역사의 흐름이다. 역사에서 잘잘못을 따지는 일은 무의미하다. 이미 흘러간 과거의 일을 잘잘못을 따져 가린 후에 무엇에다 쓸 것인가? 지금 공부하려는 사람들은 복잡미묘한 사안이나 정책까지 모두 알려고 하면 역사의 흐름을 놓치기 쉽다. 일단 역사의 흐름을 잡고 이해하는 일이 먼저다. 이 책은 지금의 대한민국 사람들이 가장 먼저 읽어야 할 책이다. 또 대한민국을 잘 모르는 외국인이지만 대한민국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 거쳐야 할 책이기도 하다. 

이 책은 저자 전작 『요즘 어른을 위한 최소한의 세계사』를 통해 ‘역사계의 셰에라자드’라는 칭호가 붙을 정도로 탁월한 스토리텔링을 보여줬다고 출판사 측은 소개한다. 셰에라자드는 러시아 작곡가 니콜라이 림스키코르사코프(Nikolai Rimskii-Korsakov)의 관현악 모음곡을 이르는 말이다. 유명한 아라비아 설화 《천일야화 Alf laylah wa laylah》에 림스키코르사코프 자신의 상상을 가미한 작품으로 1888년에 완성하여 1910년에 초연했다고 두산백과는 설명하고 있다. 우리가 〈아라비안 나이트〉로 알고 있는 설화다. 모든 여자들이 성실하지 못하다고 믿는 술탄 샤리아르는 어떤 아내든 첫날밤을 지낸 뒤에는 죽이겠다고 맹세한다. 그러나 셰에라자드는 첫날밤 재미있는 이야기로 술탄의 관심을 끌어 목숨을 보존하는 데 성공하고, 셰에라자드의 이야기에 호기심을 갖게 된 술탄은 마침내 자신의 맹세를 포기하고 만다는 일화에서 알 수 있듯이 딱딱한 역사를 흥미롭게 구성해 재창조한 데 따른 별칭으로 이해된다. 

"임소미 저자의 역사 이야기가 한 편의 드라마를 보듯이 펼쳐진다. 저자는 수백 권에 달하는 책과 논문 등 방대한 자료를 검토하며 정확한 고증을 거친 것은 물론 현대에 꼭 알아야 할 한국사의 결정적 장면들을 쏙쏙 골라 한 권에 담았다. 고구려·백제·신라의 삼국 통일 과정, 고려 무신정권, 조선시대 붕당 정치, 예송 논쟁 등 한 번쯤 들어봤지만 이해하기 어려웠던 역사적 사건들의 흐름이 단박에 잡힌다."



출판사 측은 또한 풍부한 도판 자료를 본문에 더해 이해를 돕는 것은 물론, ‘시대별 주요 사건 연표’를 삽입해 역사적 흐름을 한눈에 정리할 수 있도록 했다고 이 책을 소개하고 있다. 더불어 ‘한국사 전체 연표, 고려·조선 왕 계보도’를 부록으로 수록해 핵심을 요약하는 데 큰 도움이 되게 하였다. 마지막으로 다양한 방송에 출연하며 대중에게 친숙한 가톨릭대학교 국사학과 김재원 교수의 감수로 역사적 사실 관계의 정확성과 신뢰도를 높였다고 덧붙이고 있다. 이 책은 모두 5부(PART)로 이루어져 있다. 1부 〈한반도 역사의 시작, 고조선과 삼국시대〉, 2부 〈삼국 통일의 대업을 이룬 신라〉, 3부 〈한국사의 중세를 연 고려〉, 4부 〈조선 왕조 500년의 시작〉, 5부 〈격동의 시대를 거쳐 조선에서 대한제국으로〉 등이다. 이 책은 앞서 언급한 대로 우리 역사 흐름을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하는 핵심만 선별해서 담았다. 한반도 역사의 시작을 연 고조선과 초기 국가부터 삼국시대를 통일한 신라를 거쳐 고려와 조선까지 각 시대마다 변곡점을 만든 역사적 사건을 생생하게 눈앞에 펼쳐놓는다. 꼭 기억해야 할 인물과 전쟁을 중심으로 서술되어 있어, 이 책 한 권만 읽어도 한국사의 기본기를 완벽하게 갖출 수 있다고 독자는 기대한다.

역사를 조금 아는 사람들은 사극을 통해 많이 등장하는 연산군 때 생긴 말 ‘흥청망청’의 유래를 알 것이다. 지금 이 말은 '돈이나 물건을 마음대로 쓰는 것'을 표현하는데 이 말은 연산군 때 ‘흥청망청’이라는 비난조의 말이 유래다. 술과 여자에 빠져 지내던 연산군이 '채홍사'라는 관리를 파견해 각 지방의 아름다운 처녀를 궁궐로 뽑아 오게 해요. 그 숫자는 무려 만 명에 가까웠다고 한다. 하지만 아무래도 과장된 숫자 같기는 하다. 아무튼 이들 중에서도 특히 외모가 예쁘고, 노래를 잘 부르고, 춤도 잘 추는 여자들을 ‘흥청(興淸)’ 이라고 했다. 한자를 보면 '맑은 기운을 일으킨다'는 뜻이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연산군이 흥청들과 놀아나다 망했다는 뜻에서 백성들은 ‘흥청망청’이라고 비꼰 것이다. 앞서 말한 '야사적 흥미'에 해당하는 대목이다. 

또 4부 〈조선 왕조 500년의 시작〉 중 「조선의 부흥과 발전을 이룬 예종과 성종」 장(章)에서 1468년 세조의 둘째아들인 해양대군이 세조에게서 왕위를 이어받는다. 8대 예종의 즉위다. 첫째아들인 의경세자가 이유없이 시름시름 앓다가 20세의 나이로 요절했기에 둘째아들에게 왕위를 물려준 것이다. 그러나 의경세자의 부인, 그리고 두 아들이 있어 두 아들 중 누구를 왕위를 물려줄까도 관심이었다고 한다. 세조는 왜 의경세자의 아들이 아닌 자신의 둘째아들에게 왕위를 물려주었을까? 예종은 강력한 왕권을 추구하는 왕이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즉위 전부터 예종은 신하에게 권세가 옮겨지면 기강이 무너져 나라가 망할 수 있다고 여겼기 때문에 장성한 둘째아들이 적임자라고 생각했던 듯하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이미 세조는 예종이 세자 시절부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고도 한다.



특히 세조가 죽은 뒤 예종이 강단 있는 왕임을 저자는 주장하고 있다. 세조의 묘호를 정할 때 신하들이 '신종'으로 하자고 했지만 예종은 이를 거부하고 '세조'라는 묘호를 쓰자고 고집해 관철시켰다는 것. 저자는 이를 두고 임금이 죽은 뒤 종묘에 올리는 이름인 묘호엔 조 또는 종을 썼는데 원칙적으로 나라를 세운 왕에게만 '조'라고 붙일 수 있었다고 밝히고 있다. 저자의 분석이나 자료가 맞겠지만 나중의 인조와 영조와 정조 등엔 맞지 않는 말인 것 같다. 나라를 세운 왕에게는 당연히 조를 쓴다. 새 왕조를 열었으니 붙이는 것이리라. 이는 중국에서 시행되는 묘호제를 그대로 따라서 했던 것이 아닌가? 중국의 왕조에 태조 이외에 '조'를 붙인 왕이 없었는지를 함께 살펴봐야 할 것 같은 문제이다. 또 하나 독자가 듣기로는 임금이 세자로 세운 후 중국 황제(조선시대는 명 황제)로부터 책봉을 받아야 '종'을 쓰지 않았는가 생각해볼 수도 있다. 

얼마 전 KBS 대하사극 〈고려거란전쟁〉이 방영돼 큰 인기를 끌었다. 거란의 3차례에 걸친 침공 때 가장 훌륭한 장군으로 우리는 강감찬 장군을 배웠다. 그런데 마지막 부분에서를 제외하고는 양규가 더 훌륭한 장군으로 표현되고 있다. 이는 목숨을 걸고 거란의 침략에 맞선 것은 양규나 강감찬 모두 마찬가지지만 강감찬은 20만 대군으로 후퇴하는 거란 침략군 10만을 상대해 전멸될 정도의 혁혁한 전과를 올렸지만 양규는 겨우 1,000명 안팎의 수비 결사대 병력으로 6,000명의 거란 침략군이 주둔하던 성을 쳐들어가 빼앗고 거란군을 제압하고 포로 구출 수만 3만 명에 이른다니... 더욱이 양규는 마지막 전투에서 적장을 죽이려고 다가서다 무수한 화살을 맞고 장렬하게 전사하는 장면은 시청자들의 눈시울마저 붉게 했다. 이때의 기억으로 우리 대한민국 국민들은 양규의 애국심과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이 큰 존경하는 장군의 이미지로 바꿔놓았다. 그런데 과거 왜 양규가 그토록 훌륭한 장군인데도 우리 역사에 길이 남겨 후손에게 알리지 않았을까. 그것은 역사적 자료가 부족하다고 한다. 나중에 들은 말이지만 정사인 〈고려사〉에 아주 짧게 언급돼 있어 안타깝다는 어느 역사연구가의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책 역시 양규에 대한 부분은 짧게 언급되고 있다. 정사에 기초해 써야 하는데 자료가 부족하다면 어찌할 도리가 없잖았을까 하는 생각에 저자의 고충도 십분 이해되기도 한다. 

어느 나라가 흥망의 흐름이 있기 마련이다. 세상의 모든 나라가 그렇다. 우리는 이 책에서 지적한 대로 우리 역사의 흐름을 제대로 알기 위해 이 책을 읽었다. 전쟁은 나라의 존망에 깊숙이 관여한다. 전쟁을 중심으로 민족과 역사의 흐름을 짚어보는 저자의 시점은 적절하다고 본다. 사실 세계 역사상 로마를 제외하고는 우리 조선처럼, 고려처럼 오랜 역사를 지속한 왕조는 없다고 한다. 더 깊이 살펴야겠지만 우리 민족성이 전쟁을 싫어해서일까? 이 책 한 권은 우리 역사의 흐름을 잘 짚어볼 수 있게 쓰였고, 읽다 보면 역사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자주 하게 된다. 이것이 역사 공부의 기본이지 않을까 싶다.



대신들은 명을 배신하고 오랑캐와 화친하려는 광해군이 못마땅했어요. 서인 세력은 광해군을 왕위에서 끌어내릴 작정으로 약점을 파기 시작했어요. 궁궐 복원 공사와 권력 남용 등 문제가 많았지만, 특히 주목한 광해군의 약점은 바로 폐모살제였습니다. 폐모살제는 어머니를 폐하고 동생을 죽였다는 뜻입니다. 왕권 강화에 집중하는 과정에서 광해군과 대북파는 여러 무리수를 두었어요. 특히 존재만으로도 위협이었던 영창대군은 결국 강화도로 유배된 뒤 살해되었어요. 영창대군을 낳은 인목왕후는 궁에 갇혀 창덕궁 출입도 못 하게 되었고요. 이런 행동은 대의와 명분과 효를 중시하는 유교적 윤리에 어긋났습니다. 결국 서인 세력이 광해군을 패륜 왕으로 낙인찍으며 인조반정을 일으켰고, 남인도 이에 동조하면서 광해군이 쫓겨납니다. 1623년, 그의 나이 49세였어요.(p.243) - 「청나라에 굴복한 인조의 굴욕」 중에서


저자 : 임소미


한국사와 세계사를 넘나들며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를 전하는 역사 스토리텔러. 교육업에 종사하며 역사 콘텐츠를 만들면서 본격적으로 그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되었다. 수십 권에 달하는 책과 논문 등의 방대한 자료를 찾아 읽으며 정확한 고증은 물론이고,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세계사의 흥미진진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발굴했다. 인류가 지난 세월 동안 거쳐온 전쟁과 협력의 과정을 알면 알수록, 세상이 돌아가는 원리를 깨우치는 느낌을 받았다. 역사를 통해 세상을 보는 시야가 180도 달라지는 놀라운 변화를 사람들과 나누고자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세계사를 추려 《요즘 어른을 위한 최소한의 세계사》를 집필했다. 더 많은 이들과 역사 지식을 나누고자 역사 전문 유튜브 채널 〈쏨작가의 지식사전〉을 시작했고, 첫 영상을 올린 지 8개월 만에 구독자 10만 명을 돌파하며 대중의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낯설기만 한 타국의 역사를 한 편의 영화를 보듯 핵심만 쏙쏙 골라 전하는 특유의 스토리텔링 덕분에 입소문을 타고 현재 구독자 53만 명의 대표 역사 채널로 성장하며, 명실상부한 차세대 역사 스토리텔러로 주목받고 있다.


감수 : 김재원


가톨릭대학교 국사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에서 한국사 전공으로 석사와 박사를 수료했다. 현재 가톨릭대학교 국사학과 겸임교수, 서울시립대학교 국사학과 강사 등을 맡고 있다. MBC 〈선을 넘는 녀석들 시즌5: 더 컬렉션〉 출연, 유튜브 〈14F〉 ‘본스토리’와 〈엠장기획〉 ‘역사 뇌피셜 그 놈’ 〈SBS DALI〉 ‘과몰입 조선사’ 등을 진행했다. 대표 저서로는 《울게 되는 한국사》, 《세상에서 가장 짧은 한국사》, 《꿰뚫는 한국사》(공저) 등이 있다. 역사를 전공하고 오랜 시간 역사를 공부해 온 역사 연구자로, 현재는 여러 방송과 유튜브 채널에 출연하며 우리 역사를 제대로 알리고자 노력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역사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을 전하고, 아이들이 호기심과 질문을 품어 보며 역사를 재미있게 배울 수 있도록 이제는 역사의 새로운 차원을 열어 주는 史(사)차원 재원 쌤이 되어 다가가려고 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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