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을 씁니다 - 1%의 외로움, 나만 아는 이야기
김석현 지음 / 북스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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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의 외로움'. 부제로 사용된 문구다. 『외로움을 씁니다』란 제목 아래 왜 이런 부제를 달았을까. 친절하게 '나만 아는 이야기'란 풀이도 달았다. 한참 생각해야 뜻이 제대로 읽힌다. 독자가 SNS를 좋아하지 않아서 SNS 글쓰기에 서툴러서 그런 것 같다.

나만 아는 1%의 외로움은 내 삶에서 특정한 곳이나 상황에서 나만 느끼는 외로움을 의미할 것이다. 여기까지 생각이 이르자 이 책의 글들은 아주 쉽게 술술 읽힌다.

“외로움을 쓰는 것은 결국 나와 가까워지는 과정이다!”

"외로울 필요는 없지만, 굳이 외롭지 않을 필요도 없다!"는 구호 같은 문장도 무슨 의미인지 금세 알아차린다.

'미처 알지 못했던 ‘외로움’에 대한 반전 에세이'란 광고 카피 같은 문구가 오히려 거추장스러울 정도다.

작가 김석현의 외로움을 깨닫자 이젠 SNS 글쓰기를 읽는 것은 문제될 게 없다. 그냥 쓰고 싶은 것을 주제만 유지한 채 생각나는 대로 메모식이든 정리해 책으로 펴낼 땐 약간의 첨삭만 있으면 가능할 듯싶다. 나만의 외로움을 쓰는 데 문장의 격식 같은 게 필요없을 터. 그런 문장이 오히려 작가의 외로움에 대한 이해가 충분해진다.

지면 일부만을 활용해 글자의 크기나 글자체, 색을 바꿔가며 마치 SNS식으로 배열한 것은 작가와 편집진의 의견일 것, 독자는 그저 읽고 느낌으로 받아들이면 될 정도로 평온한 마음으로 독서에 임할 수 있다.




사실 인간은 모두 특별한 상황이 아니어도 알게 모르게 외로움을 느낀다. 마음에 둔 사람과 친해지지 못해 외롭기도 하고, 당장 놀 친구가 없어서 외롭기도 하고, 타인의 경쾌한 일상을 보며 괜히 외로워지기도 한다.

모두에게는 각자만의 외로움이 있다. 다만 외로움을 무겁고 쓸쓸한 감정으로만 바라볼 필요가 없을 뿐.

“1%의 외로움은 나를 위한 감정이다.” 이 책은 외로움이야말로 해소해야 할 감정이 아니라, ‘자신을 오롯이 마주하는 기회’라 이야기한다.

작가는 '외로움을 씁니다'라는 제목이 말하듯, 외로움이라는 마음의 공백을 관찰하고 글로 쓰는 동안 자연스럽게 자신과 가까워지게 되었다고 말한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언제 외로움을 느끼는지, 나를 행복하게 하는 일상의 장치는 무엇인지 알게 된 것이다.

다른 이들과의 관계에 집중하기보다 혼자만의 시간을 풍성하게 채우고 싶다면, 이 책을 통해 나만을 위한 시간을 가져보자. 어쩌면 가끔 나를 외롭게 하는 외로움이 또 다른 나를 발견하는 계기가 되어줄 것이다.





책에 따르면 혼자서도 시간을 잘 보내는 성향 덕에 살면서 외로울 일이 없을 거라 믿었던 작가는, 파리라는 도시에 살면서 난생 처음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마주한다. 여행자도 아니고 완벽한 현지인도 아닌, 모호한 경계인의 입장이 되어보니 자신도 얼마든지 외로울 수 있음을 실감한 것이다. 작가는 새로운 친구를 사귀거나 다른 이들에게 외로움을 털어놓는 대신, 자신의 외로움을 글로 써보기로 한다. 외로움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나름의 시도였다.

“외로움에 관해 쓰기 시작한 건 사실 어느 정도 외로움이 가신 후였다. 글쓰기를 통해 심리적 여유가 생기자 비로소 외로움을 관조할 수 있게 되었고, 덕분에 나의 외로움을 복기할 수 있었다. 일부러 시간을 낸 건 아니었다. 이동 중에, 식사 중에, 자기 직전에라도 외로움과 마주치면 기록을 남겼다. 하루 일과를 쓰듯 그날 느꼈던 외로움과 그에 대한 생각을 적고, 더러는 내 일상을 외로움의 관점으로 바라보고 해석하고 기록했다. 외로움에는 타인의 유려한 글보다 나의 서툰 글이 더 위로가 된다는 사실을 이때 알았다.”

- 본문 중에서





우리는 종종, 알게 모르게 외로움을 느낀다. 정도는 다르지만 외롭지 않은 사람은 없다. 또한 외로움은 상황에 따라 변하는, ‘관찰 가능한’ 감정이기도 하다. 저자는 자신이 언제 외롭다고 느끼는지, 다른 사람은 언제 그런지, 외로움이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나름대로 정리해갔다. ‘피할 수 없다면 어떻게 해야 외로움과 친해질 수 있을까?’

책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질문이다. 작가는 ‘이렇게 살아야 덜 외롭잖아’라는 고정관념에 집착하는 대신,

나만 아는 외로움에 대해 세밀하게 쓰면서부터 오히려 외로움의 눈금이 낮아지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외로움은 타인과의 거리 조절이 아닌 ‘나 자신’을 충족해야 해결되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선뜻 말하기 어려운 감정이었지만 외로움을 쓰는 동안 누구에게든 ‘털어놓을 수 있는 이야기’로 변해갔다.





“외로움을 말끔히 날려버리는 건 불가능하다 해도,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덜 외로워질 일상의 장치를 찾아낼 수 있다.

외로움이라는 마음의 공백을 관찰하고 채워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를 위한 시간을 갖게 된 것, 내가 끝까지 즐겁게 해주어야 하는 사람은 ‘나’임을 알게 된 것, 모두 외로움을 쓰면서 얻은 수확이다." <- 본문 중에서>

외로움에 대해 썼지만 결국 이 책은 나와 가까워지는 과정의 기록이다. 아울러 조금은 외로워도 괜찮다는 무언의 위로이다. 몰랐던 자신을 알고 싶은 사람, 마음속 이야기를 터놓고 써보고 싶은 사람, 외로움을 통해 소소한 행복의 장치를 찾아가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단언컨대 1%의 외로움은 나를 위한 감정이다. 어쩌면 외로움이야말로 우리의 삶을 활기차고 능동적으로 꾸려갈 에너지가 아닐까. 작가의 외로움의 색깔이 인지되자 빠르게 공감대도 형성된다. 당연이 독자도 나만의 외로움을 갖고 있으니까.

처음 겪는 감정 앞에서는 누구나 당황하기 마련. 파리에서 외로움을 마주한 나 역시 다르지 않았다. 타국에서 온 나는 외로움을 토로하고 위로받을 지인이 많지 않았다. 생각해보면 외로움이란 가까운 사람일수록 오히려 드러내기 어려운 감정이다.

누구에게나 ‘나만 아는 외로움’이 있는 이유다.

다만 인간은 이성적 존재이므로 곧 자신의 감정을 직시하고, 상황에 적응하고, 대안을 모색한다. 물건을 사거나, 먹고 마시는 데 탐닉하거나, 게임을 하거나, 친구를 사귀거나. 모두 외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한 시도들이다. 물론 모두 도움이 된다. 내 경우 의외로 효과가 없었던 건 읽기, 의외로 도움이 되었던 건 쓰기였다. 외로움에는 타인의 유려한 글보다 나의 서툰 글이 더 위로가 된다는 사실을 이때 알았다.

- 「프롤로그」 중에서




외로움에 대해 쓰면서 얻은 가장 큰 소득은 나에 대해 더 잘 알게 되었다는 점이다. 아무래도 혼자 있을 때 외로움을 느끼기 쉬운 만큼, 글을 씀으로써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자신에게 ‘집중’하는 것은 다른 사람을 알아가는 것만큼이나 흥미로운 일이다. 그동안 내가 별 뜻 없이 해온 행동에 의미를 부여하기도 하고, 내가 무얼 할 때 가장 신나는(!) 사람인지 알게 된다.

나는 기본적으로 먹고 마시는 걸 즐기는 사람이었다. 특히 쓰는 행위와 마시는 행위는 분리될 수 없다고 해도 좋을 만큼, 글을 쓰며 무언가 마시는 걸 즐겼다. 집에서 거리가 있는 카페까지 굳이 걸어가 원두를 사와 커피를 내리고, 실력 좋은 바텐더의 바에 일부러 찾아가 칵테일을 맛보고, 이왕이면 구하기 어려운 맥주를 찾아 마셔보는 것. 모두 쓰는 행위가 가져다 준 취미다.

- 「파리의 와인가게」 중에서


직장은 본질적으로 외로운 공간이다. 같은 공간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이해받지 못하는 기분은, 겪어본 사람만이 아는 외로움이다. 정직원과 ‘심리적 파티션’을 사이에 두고 앉은 인턴은 외롭다. 취준생과 회사원의 경계에 있는 신입사원은 외롭다.

이제 회사에 적응했나 싶었는데 슬럼프에 빠져버린 대리는 외롭다. 이대로 평생 부장처럼 살아야 하나 비관하는 과장도 외롭다. 이제는 패기 있게 사표를 쓸 수 없는 부장도 외롭다. 드라마 〈미생〉처럼 아름다운 장면이 존재하지 않는 걸 깨닫게 된 모든 직장인은 외롭다.

#스토브리그


종종 사람들에게 묻는다. “외로움이 뭐라고 생각해요?”

이때 사람들의 대답이 재미있다. 외로움이 무엇인지 정의하는 대신 자신이 언제 외로운지 말한다. 사랑이 뭐냐고 물었을 때와는 반응이 사뭇 다르다.

외로움을 정의하기 어려운 이유는 같은 외로움이라도 상황에 따라 색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외로움이라는 ‘상황’을 관찰하기 시작한 것도, 외로움을 외롭다고만 느끼지 않게 된 것도 이것을 알게 되고서다.

#다자키쓰쿠루





소울푸드가 뭐예요?” 미식의 도시 파리에 살아서인지 종종 듣는 질문이다. 라따뚜이? 꼬꼬뱅? 부야베스? 상대는 내심 프랑스 전통음식들을 기대하고 물었을 텐데 난 늘 머뭇거리다 결국 명확한 답을 하지 못한다. 심금을 울릴 만큼 애착이 가는 음식이 따로 있는 건 아니다. 그저 맛있으면 다행이고 맛없으면 서글퍼지며, 그날그날 기분에 따라 맛있는 음식도 달라진다.

생각해보건대 라비올리 역시 나의 소울푸드는 아니다. 내가 누구인지를 대변해주는 음식도 아니다. 하지만 누군가 나에게 파리에 대해 이야기해보라면, 파리에서 느꼈을 외로움에 대해 묻는다면, 라비올리로 이야기를 시작할지도 모르겠다.

처음으로 나만의 라비올리를 만들고 신기했던 기억, 어정쩡한 위치에서 더욱더 크게 느꼈을 소외감을 덜어준 레시피의 분투, 친구들과의 맛집투어를 대신해준 든든한 간식. 라비올리는 외로웠다면 외로웠을 나의 식탁을, 어쩌면 마음을 풍성하게 채워준 존재감 있는 친구다. 그게 소울푸드라면 소울푸드겠지만.

- 「라비올리 한 접시」 중에서





파리 사람들도 나처럼 카페에서는 덜 외로워지기 때문일까.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파리의 카페에서는 비교적 차가운 파리 사람들의 따뜻한 면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이를테면 카페를 나서는 길에 커피나 빵을 하나씩 더 사가는 이들이 종종 있다. 파리에는 노숙자가 많은데 빵 하나, 커피 한잔을 더 사서 이들에게 슬며시 쥐여주는 것이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돈을 주면 술이나 담배, 마약을 살 수도 있다는 염려가 깃든 사려 깊은 행동이다. 언젠가 나도 해봐야지, 하게 되는 시크한 배려랄까.

카페의 무엇이 파리 사람들을 따뜻하게 만드는지 정확한 이유는 모른다. 파리를 떠날 때까지도 알지 못했다. 그저 커피의 따뜻한(여전히 대부분의 파리 사람들에게 커피는 차갑게 마시는 음료가 아니다) 속성이 마음의 온도를 높여주는 건 아닐까 추측해볼 따름이다.

서울에서 나는 친구를 만나는 대신 카페에 앉아 조용히 노트북을 켠다. 친하게 지내는 친구가 많지는 않지만 카톡을 보내면 즉각 답을 보내주는 친구가 파리에 한 명, 팔로알토에 한 명, 서울에 한 명 있다. 셋이 각기 다른 시간대를 사는 덕분에 나는 이들 중 누군가와 늘 연결되어 있다. 누군가와 물리적으로 연결되었다는 사실보다 중요한 건 누군가와 끊김 없이 이어져 있다는 것 아닐까?

해가 지지 않는 대영제국의 영광은 내 인생에 찾아오지 않을지 몰라도, 카톡이 멈추지 않는 나의 삶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 대단히 흡족하다. 외로운 파리에서 터득한 삶의 요령이다

- 「카페의 온도」 중에서





“외로움에 대해 쓴다고?”, “외로움을 글로 쓸 수 있을까?”

외로움에 대한 책을 낸다고 했을 때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모두 비슷했다. 나 역시 처음에는 마찬가지였다. 외로움은 다른 이들에게 선뜻 말하기 망설여지는 감정인 데다, 외로움처럼 좀처럼 드러나지 않는 감정을 온전히 글로 풀어내기란 쉽지 않았다.

게다가 나라는 사람을 한마디로 표현하라면 꽤 이성적인 편이다. 평소 일상을 관찰하고 거기서 느끼는 것들을 연결해 나만의 관점을 만들어가는 글쓰기는 즐기지만,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은 나로서는 모험에 가까운 시도였다. 그것도 외로움이라는 낯선 주제로.

그런 내가 이 책을 쓸 수 있었던 것은 디지털, 그러니까 온라인이라는 존재 덕분이었다. 온라인은 오프라인과 또 다른 세상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완전히 떼어놓을 수는 없지만, 분명 온라인에서만 할 수 있는 이야기, 온라인에서만 튀어나오는 감정이 있다. 때로는 얼굴을 맞대고 말하는 것보다 메신저로 대화할 때 오히려 속내를 털어놓기 편한 것처럼, 온라인이어서 내려놓을 수 있는 순간이 있다.

무언가를 ‘쓴다’는 행위는 지극히 아날로그적인 속성을 띠는데도, 스마트폰으로 매 순간 스쳐 지나가는 감정을 남길 수 있었던 것은 그 때문일 것이다.

- 「에필로그」 중에서





우리는 무언가를 갖지 못해 결핍을 느끼지만, 마음 둘 곳이 없을 때에도 결핍을 느낀다.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앉아 있다 일어나기만 해도 마음이 채워지는 곳이 있다면 어떨까? 말하지 않아도 내 고민을 알아주는 곳이 있다면 어떨까? 영화 [카모메 식당]에도 그러한 장면이 나온다.

“여기 사람들은 왜 이렇게 여유로워 보일까요?”라고 혼잣말을 하는 마사코에게 핀란드인 토미가 말한다. “숲이에요, 여기엔 숲이 있거든요”라고.

마사코는 그 말을 듣자마자 숲으로 향한다. 숲에 간 그녀는 버섯을 따다 말고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를 한참 바라본다.

이 장면을 보면서 우리가 사는 도시에도 그 숲처럼 아무런 목적 없이 찾아갈 수 있는 공간이 생기길 상상했다.

굳이 구체적인 조건을 달아야 한다면 다른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기보다는 ‘내 이야기’를 쓸(할) 수 있는 곳이면 좋겠다. 쓰면서 나를 더 알아가는 곳이면 좋겠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밝히지 않고 나에 대해 쓸 수 있는 곳, 가끔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 공감을 표현할 수 있는 곳이어도 좋겠다. 온라인이어도 좋고 오프라인이어도 좋다. 지금도 이따금 카모메 식당에 가고 싶은 이유다.

- 「카모메 식당」 중에서


저자 : 김석현


SNS에서는 김투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며, 일상에서 느낀 엉뚱한 생각들을 논리적인 콘텐츠로 풀어내는 것을 즐긴다. 주기적으로 관심사를 바꾸어가며 다양한 영역에 발을 들이지만, 그중에서도 여행과 먹고 마시는 일에 유독 공을 들인다. 파리라는 도시에서 보낸 5년을 바탕으로 첫 책 『마케터의 여행법』을 썼다. 경영학을 공부했고 마케터와 투자자를 거쳐 지금은 콘텐츠 기획자로 일하고 있다. 언젠가는 ‘유능한 디지털 노마드’로 자신을 소개하기를 희망한다.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을, 뛰는 것보다 걷는 것을, 저녁보다 아침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스스로를 규정한다. 이 책 『외로움을 씁니다』를 쓸 수 있었던 것도 그러한 자아 덕분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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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무대는 계속될 거야 - 이채연, 청하, 찬희, 문빈, 호시, 유아, 레오, 제이홉 인터뷰, 개정증보판
박희아 지음 / 우주북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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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는 '아이돌 세대'도 아니고 음악의 특성상 요즘의 팝음악은 너무 시끄러워 좋아하지도 않는다.

한류를 이끄는 배우들도 마찬가지다. 그래도 워낙 매스컴에서 앞다퉈 프로그램을 편성하기 때문에 한때 유행일 뿐이라고 폄하해 생각한 적이 있다.

그러다가 세계 무대에서 인정 받고 실제로 20~30년 전에는 생각도 못한 상을 수상하고, 인기를 누리는 것을 보면서 조금씩 생각이 바뀌기도 했다.

그러나 다시 언급하고 싶지 않은 '버닝썬' '마약' 등에 연루된 일부 연예인의 일탈 때 다시 크게 실망하기도 했다. 심지어 한류나 K-POP의 종말이 오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도 한 적이 있다. 그것은 한류와 K-POP의 유행이 '한때'가 아니라는 것을 내심 인정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사건이 연거푸 일어났어도 여전히 세계 무대에서의 한류와 K-POP의 위치는 흔들리지 않고 있다. 한때의 유행이 아닌 진정 한국인들의 예술 감각과 열정이 뭉쳐 우리의 예술을 세계에서 인정 받은 것으로 생각하게 된 것이다.

그렇게 한 사람, 한 사람의 주인공들을 살펴보니 '그들의 세상'이 궁금해지기도 했다. 이 책을 읽게 된 이유다.





미국 빌보드어워드를 위시한 수많은 글로벌 시상식에서 K-POP 아이돌의 활약을 즐겁고 행복한 마음으로 마주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그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무대를 준비하고, 그 무대 위에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들어볼 기회는 그리 많지 않다.(앞서 언급한 대로 독자는 알아보고 싶다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우리의 무대는 계속될 거야』는 그런 갈증을 해소하고자 제작됐다고 저자는 밝히고 있다.

아이즈원 이채연, 청하, SF9 찬희, 아스트로 문빈, 세븐틴 호시, 오마이걸 유아, 빅스 레오, 그리고 방탄소년단 제이홉까지. 모두 8인의 K-POP 아티스트의 목소리로 무대 위 퍼포먼스에 서린 그들의 땀과 노력, 그리고 마음을 기록했다.

이를 통해 현 K-POP과 K-POP 아이돌에 대한 이해, 나아가 각자의 현실에서 자신만의 무대에 오르고 있는 세상 모든 이들에게 위로와 공감이 섞인 현실적인 조언으로 거듭난다.

이 책『우리의 무대는 계속될 거야』 는 2019년 출간된 『무대위의 아이돌』의 개정증보판이다. 기존 내용에 찬희, 문빈, 유아의 인터뷰가 추가된 것이다.





2018년 말~ 2019년 초, 시청자들의 인기와 드라마 내용이 화제가 됐던 화제작 <SKY 캐슬>.

조용하면서도 예쁜(남자를 이렇게 표현해도 되는지 모르지만 보통 그렇게 말한다고) 인물로 주목받은 배우가 바로 SF9의 메인 댄서 찬희(황우주역)다. 연기를 잘한다고만 생각했는데 이 책을 보니 아이돌 출신이네요. 아역배우였고.

책에 따르면 그는 스스로를 '느리다'고 표현한다. 아마 좀 게으른 편이나 행동이 느리다는 뜻으로 읽힌다.

그래도 메인 댄서라니? 굉장한 노력이 필요했을 터. 스타가 되고 인기를 얻고... 다 이유가 있다. 예전처럼 예쁘거나 잘생기거나 노래만 잘 부른다고 가수가 되지는 않은 시대니까. 그의 메인 댄서로의 춤 실력과 그가 말한 성격과는 대조적이다. 아마 땀과 열정으로 극복했을 것 같다.





MBC <전지적참견시점> 예능 프로그램에서 소탈하고 순수한 매력을 보여준 청하. 본명이 김찬미라고 한다. 이름과 외모가 잘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가벼운 웃음이 흘러나온다.

역시나 '프로듀스 101' 이야기가 빠질 수 없다. 몇 번 보진 않았지만 청하가 유독 예쁘다고 생각했다.

이 책을 읽으니 프로듀스 101 한 번 찾아서 꼭 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청하는 순위가 50위 정도에서 최종 4위까지 오른, 순위 급상승 인물 중 하나였다고 인터뷰 내용이다. 역시 멋진 매력과 노래 실력을 모두 차근차근 인정 받았다고 생각해야 할 듯.

춤도 굉장했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20대는 '청하하면 춤'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한다. 시작은 노래부터였다. 그런데 춤을 함께 추니 칭찬을 많이 받았다고.

그녀가 소중히 여기는 친구들과 함께하는 삶이 좋다고 한다. 알게 모르게 경쟁의식이 굉장할 텐데 친구를 이끌어주고, 친구와 함께 세상을 살아가는 모습이 아름답게 들린다. 이렇게 되면 너무 완벽한 연예인 아닌가? 질투심인가? 인터뷰 내용에 살짝 의심이 가기도 한다.





흔히 팬들은 취향에 따라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을 더 집중적으로 좋게 생각하겠지만 독자는 '누가 더 좋고 누구는 덜 좋고'는 없다.

노래 잘 부르고, 연기 잘 하고, 춤 잘 추면 다 좋다. 누구나 다 노력과 열정이 있고, 노력만큼 흘린 땀으로 보상받았을 테니.독자가 20대 때와는 좋아하는 연예인이 요즘 20대와는 차이가 있다. 딱 한 세대 차이. 이른바 '세대차'인가?

어쩌면 그때 사회 환경이나 인기 기준이 달랐다고 생각한다. 한 세대 전에는 배우는 외모, 가수는 노래실력이 가장 큰 기준이었으니.

여기에 언급하지 못한 분들은 개인의 호불호나 인기 여부에 관계없이 솔직히 독자가 잘 몰라서 쉽게 쓰기 어려워서다. 못 쓰면 인터뷰 내용을 그대로 실으면 되지 하고 사진을 모두 찍었으나 역시 호흡을 같이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 보고 듣고 느낀 게 잘 전달되도록 써준 저자에 감사하다.

또 한 가지 기쁜 일은 그들이 단순히 인기 연예인으로서가 아니라 예술 열정과 치열한 노력, 아티스트로서의 고민과 긍지를 모두 갖췄기에 오늘 이 자리에 있게 되고, 그만한 자격이 있다는 생각이 분명해졌다. 인기를 누린 데 대해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이 책을 읽기로 한 것은 사실 저자가 인터뷰한 내용을 다듬어 싣는다는 것을 알고 망설였으나 저자의 전직을 알고 마음이 바뀌었다. 사회부 기자였다는 사실. 사회부 기자는 취재 열정과 현장 중심의 기사를 써야 하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사실에 입각해 기사를 쓴다.

그렇게 훈련 받은 기자가 연예인 기사를 책으로 만들어낼 때는 자신의 노력이 가치 있다고 느꼈을 것이란 신뢰 때문이다.

그래서 인터뷰 하나하나가 소중했다. 특히 인터뷰를 통해 그룹으로 활동하는 멤버들은 팀을 위해 자신의 많은 것을 양보하고 포기하는 모습이 보여 기사를 통해 그들의 숨겨진 아름다운 모습을 보는 것 같아 귀한 내용이란 믿음도 생겼다. 한류, K-POP에 대해 더 믿고 좋아할 수 있게 된 '쉰세대'로서 대한민국의 젊은이의 신념이 믿음직하다는 느낌도 오랜만에 가져본다.


저자 : 박희아


사회부 기자였으나 문화 전문 기자로 방향을 바꾼 뒤, 웹진 아이즈(IZE)에서 취재팀장을 맡았다.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이며, KBS 1, 3라디오, 네이버 NOW 등에서 한국의 음악, 드라마, 예능에 관해 설명하는 일을 한다. 〈아이돌 메이커(IDOL MAKER)〉(미디어샘, 2017), 〈아이돌의 작업실(IDOL'S STUDIO)〉(위즈덤하우스, 2018), 〈내 얼굴을 만져도 괜찮은 너에게 - 방용국 포토 에세이〉(위즈덤하우스, 2019) 등을 작업했다. 무엇보다 아이돌을 같은 직업인으로서 바라보는 일에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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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흔들릴 때마다 자란다
박현주 지음 / SISO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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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통찰력을 발견할 수 있는 에세이를 만났다. 경험과 사색, 그리고 오랜 관찰을 하다가 얻은 통찰력일 게다.

작가 박현주에 들은 바도 없다. 당연히 어떤 분인지, 어디에 사는 분인지 몰랐다. 그의 에세이는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글귀가 많아 애착이 간다.

삶의 경험과 고독 속의 사색, 생명이나 사물에 대한 애정어린 관찰로 쓴 책 『나무는 흔들릴 때마다 자란다』이다.


"하지만 흔들릴 때마다 나는 모든 꽃이 따스한 봄날에만 피어나지 않음을 떠올렸다. 모든 사람의 때가 똑같지 않음을 상기했다. 따스한 기운을 받으며 피어나는 꽃이 있고 추위를 뚫고 맺힌 꽃망울에 하얀 눈을 맞으며 피어나는 꽃도 있다." (p. 17)


이 문장에 사로잡혔다. 얼마나 멋진 말인가. 표현이 멋진 게 아니고 말의 내용이... 이름 없는 작은 풀꽃에도 애정과 관심을 갖고 지켜보다가 생명과 삶에 대한 통찰력을 갖게 된 표현이라 믿는다. 마치 풀꽃, 나무, 보잘 것 없는 하찮은 작은 생명에 대한 의지와 삶을 모두 자연의 순리로 보는 통찰력이 생겨야 이 같은 표현이 가능하리라. 그래서 이 에세이는 그냥 나무나 풀꽃이나 사물이 아닌 자신이 주체가 되어 살아가는 모습을 발견해 낼 수 있다. 이 책을 읽은 독자들도 그 덕을 볼 수 있음에 어찌 애착이 가지 않겠는가.

이 같은 글은 독자들이 자신의 입장에서 어떻게 해석해도 금과옥조의 신념 하나를 심는 것이 되니까.

제각각 꽃이 피는 시기가 있듯이 사람도 마찬가지라는 말. 하던 일을 그만두고 새로운 일이나 새로운 공부를 시작한 사람에게 고민과 걱정을 덜어줄 뿐만 아니라 삶에의 희망과 의지를 북돋울 수 있는 말이어서 독자들에겐 깊은 인상을 남긴다.





『나무는 흔들릴 때마다 자란다』의 작가 박현주는 어릴 때 종교인을 꿈꾸었기에 수도원에서 6년을 보냈다.

이후 우연히 전시회에서 만난 한 화가의 드로잉에 깊은 인상을 받아 이탈리아의 미술학교로 진학 후 예술인으로 살고 있다.

이력이 조금은 독특하지만 그러기에 그의 책은 더 독자들의 관심을 모을 수 있다. 그러나 독특한 이력보다는 사실 그가 삶에서 얻어낸 각종 관찰력과 통찰력이 이 책이 담은 우리가 사는 삶의 지혜다.

글이 술술 읽히는 것은 쉽게 쓰는 작가의 역량이겠지만 누구나 갖고 있는 삶의 의지나 모습을 응축시켜 썼기에 독자들의 가슴에 바로 와 닿아서일 게다.

독자는 재밌고, 즐겁게 마음을 책장을 덮을 때까지 유지할 수 있었다. 그 시간 행복한 느낌과 삶의 기쁨을 얻었다면 최고의 독서 아닐까.

멋진 책이기에 가능할 것이다. 작가는 이탈리아에서 살며 그림을 배우며 느끼고 경험한 여러 가지 에피소드를 가볍게 썼지만 내용 하나하나가 작가의 진실성과 통찰력을 담고 있고 독자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작가라면 더 좋은 글을 많이 써내리란 기대감을 갖게 한다.

공간의 정리와 비움으로 저자가 깨우친 내용에 대해서도 독자에겐 삶을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새로운 다짐도 준다.





책의 내용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가본다. 출판사 측에 따르면 작가의 삶도 그렇게 잔잔하지는 않았다.

작가는 열아홉 살에 수도원에 들어갔다가 여섯 해를 보낸 후 수도원을 떠나 그림을 만나고 예술을 경험하면서 새롭게 마주한 삶에 대하여 담백하고 잔잔하게 고백한다.

삶의 시간이 더해지다 보면 의도하지 않아도 생각이 비슷하고 뜻이 같은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좋은 인연들은 나의 공로가 아니라 철저하게 거저 주어진 선물이고 행운이다.

힘들어하던 시절 그림을 만나면서 "예술은 특별한 사람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마땅히 즐겨야 할 놀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이 책을 통해 아무도 이 즐거운 놀이에서 소외되지 않기를, 사람마다 가진 고유함이 예술을 통해 피어나길 바란다는 게 작가의 글쓴 이유다.

책의 목자를 보면 작가의 그동안의 일상이 손에 잡히는 듯하다. 있는 그대로 진솔하게 쓰다보니 글이 됐다는 반증이다.





『나무는 흔들릴 때마다 자란다』는 어린 시절부터 소외된 사람들의 친구가 되고 싶었던 작가의 삶을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 이야기하고 있다.

Part 1에서는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꿈이었던 수도자의 길을 가다가 떠나온 일, Part 2에서는 나답게 사는 길을 찾던 방황의 끝에서 그림을 만난 이야기, Part 3에서는 이탈리아 예술 학교에서 그림과 사람을 통해 마음속 숨겨진 씨앗들을 발견한 여정을 고스란히 담은 책이다.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면서 저자는 삶을 새롭게 배웠고 마주하고 있다.

모든 사람 안에는 예술가의 씨앗이 숨겨져 있다. 단지 불씨가 아직 밖으로 드러나지 않은 사람들이 있을 뿐이다.

이 책을 읽는 모든 사람의 평범한 일상에 예술이 익숙한 얼굴로 자리 잡고, 그리하여 누구든지 창의적 활동에서 소외되지 않고 참여하기를 희망한다.





프롤로그_ 낯선 땅에서 무엇을 보았나


Part 1. 수도원을 나오다

모든 꽃이 따스한 봄날에만 피어나진 않는다

작은 생명의 말없는 존재감

세상 모든 일에는 늦은 것도 빠른 것도 없다


Part 2. 이탈리아 예술 학교

예술은 외롭지 않은 길이다

완벽한 삶, 완전한 사람은 없다

혼자 머무는 시간의 힘

어떤 일을 계속하는 것


Part 3. 캔버스 앞에서

나는 이제 노트를 찢지 않는다

변화가 따르지 않는 성장은 없다

예술은 당연한 권리이자 놀이


에필로그_ 매 순간이 선물이고 행운이다


목차에서 독자가 임의로 선택한 소제목들이다. 이 책을 읽는 독자가 자칫 놓치게 될까 두려워 여기에 적는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의 일치, 시간 순으로 정리했지만 매우 자연스럽게 삶을 따라가며 경험하고 느끼는 것에 대한 의식의 변화 등이 그대로 나타난다. 예술을 중심으로 쓰는 것 같지만 결국 작가가 의도하는 것은 살아가는 순간 순간 최선을 다하면 삶 자체가 선물이다는 뜻으로 읽힌다.




에세이의 전체 흐름을 보면 사실 예술의 면이 크게 중요한 얘기는 아닌 것처럼 보인다. 예술가로서의 삶보다는 새로 무언가를 시작한 사람의 삶이 더 돋보인다. 독자들에겐 그래서 익숙한 느낌의 이야기가 부담 없이 다가올 듯하다.

"가장 늦은 출발은 시도해 보지도 않고 포기하는 마음뿐이다." (p. 81)

"쓸데없는 일이라고 인식되었던 일은 실제로는 '쓸데없어 보이는 일'이었다." (p. 93)

"누구나 처음이 있고 성장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처음이니까 그럴 수 있겠지'라고 여길 수 있는 넉넉함은

그 배려를 받아 본 사람이 가장 잘할 수 있다." (p. 173)


저자 : 박현주(글 그림)


열아홉 살에 수도원에 입회했다. 꼬박 여섯 해를 수도원에서 보낸 후 수도원을 떠나 세탁공장 일, 아파트 청소, 일당 잡부 등을 하며 다양한 사람을 만났다. 무작정 1,000KM나 되는 순례길을 걷기도 했다. 걷는 동안 깨달음을 얻어 가방 하나만 들고 이탈리아로 떠났다.낯선 땅에서 예술학교에 다니며 저마다 가진 고유함이 예술로 피어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면서 삶을 새롭게 배웠고 마주했다. 그 여정에서 끌어올린 생각들을 첫 책 『나무는 흔들릴 때마다 자란다』에 담았다. 그가 직접 그린 드로잉도 본문에 수록했다. 저자는 바란다. 모든 사람이 자신답게 살아가기를, 자기 안에 숨겨진 창작의 씨앗을 발견하기를.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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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발전과 변화! 건국 70년을 읽다
박범종 외 지음 / 경진출판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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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중국과 수교를 맺은 대한민국. 미국과 일본을 대상으로 무역에 의존해 경제성장을 이어가던 우리나라는 중국과 수교를 맺은 지 약 20년만에 무역상대국 1위가 됐다. 그러나 우리는 무역과는 달리 다양한 매체와 도서를 통해 중국을 접하고 있지만, 중국을 잘 안다고 말하긴 어렵다. 사회주의 국가체제를 유지하는 중국의 특성상 그렇기도 하지만 아직 북한과 혈맹 관계인 중국이 정치 외교 문제와 경제 문제를 별도로 하는 투트랙 국가 발전 정책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G2라는 지위를 가진 나라로 급부상됐지만, 여전히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하고, 인물 중심으로 국정이 운영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을 정확하게 판단하고 올바른 정보를 제공해 주는 도구가 필요하다고 중국 전문가들은 공통된 의견을 보인다.

『중국 발전과 변화! 건국 70년을 읽다』는 중국을 공부하거나 연구하는 사람들에게 중국을 건국할 당시 상황과 중국 건국 이후의 다양한 방면의 발전과 변화에 관한 전문지식을 제공한다. 중국에 대한 편견과 선입관을 제거할 수 있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은 1949년 중국 건국 이후 역사를 살펴보고, 사회·경제통상·외교 등에서의 변화와 발전을 정리한 책이다.

책은 우선 건국 전에 열린 주요 회의와 건국 후 국가 기반 구축과 관련한 내용을 소개한다. 이어 시민사회, 도시화, 중국영화의 변화, 경제발전 등을 다룬다. 또 미·중 관계의 변화를 들여다보고, 건국 이후 주요 지도자들의 정책과 이론을 정리한다. 중국 건국 이후의 주요 대사기를 소개하고 있고, 중국 내에 일고 있는 사회에서의 민주의식을 다룬다.

또 중국 정부가 주도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도시발전계획, 찰리우드라 불리는 중국 영화의 변화, 경제발전 상황과 주요 통상정책, 미중 관계, 주요 정치인들의 사상과 이론을 담았다. 특히 G2 지위에 있는 중국과 미국 간의 관계 변화를 조망한 것은 시의적절한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중국 건국 후 주요 대사기를 비롯하여 사회, 문화, 경제통상, 외교, 정치지도자의 정책을 정리하였다.

첫 번째 내용인 “신중국(1949)을 건국하여 ‘21세기의 신중국’으로 나아가다”에서 중국 건국 전의 주요 회의를 소개하고, 건국 후 국가 기반 구축과 관련된 내용을 소개한다. 먼저 중국 국명이 어떻게 결정되었는지를 소개하고, 주요 국가 기구의 성립 과정을 소개한다. 그리고 10년 단위로 나눠 각 시기별 주요 개혁 정책과 사건 몇 가지를 선별하여 소개하면서 중국의 발전과 변화 과정을 알아본다.

특히 중국이 변화하게 되는 분기점을 소개하며 G2 지위 획득까지의 과정을 소개한다. 시진핑 정부에 들어와서 강조되고 있는 신시대의 중국은 무엇인지 소개하고, 코로나19 이후의 중국을 전망한다.

두 번째 내용인 “중국에 시민사회는 존재하는가?”에서는 중국 시민사회에 관한 내용이다.

‘중국에 시민사회가 존재하는가?’라는 논쟁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그러나 형식적이지만 중국에도 시민사회가 수용이 되었고, 중국 특색의 시민사회라는 이름으로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시민사회를 구성하는 사회조직 등은 매년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진핑 시대 들어 악화되고 있는 국민 통제 정책 등은 시민사회로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 향후 중국의 시민사회가 현재의 반시민사회(semi-civil society)에서 탈피해서 내용적인 발전으로 진전되기 위해서는 시민사회를 소프트 파워(Soft Power)로 인식하고 국가발전의 한 축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세 번째 내용인 “중국 건국 70년, 중국의 도시화 정책”에서는 최근 중국은 새로운 변화의 시기를 겪고 있다.

중국몽(中國夢)과 중국제조2025(中國製造2025), 일대일로(一帶一路)까지 중국의 미래를 짐작케 하는 여러 정책들이 연이어 발표되면서 변화와 전환의 물결이 빠르게 일고 있다. 이 전환의 과정에서 주목할 만한 변화가 ‘급속한 도시화’이다. 개혁개방 이후 중국은 인구의 도시 집중이 급물살을 타면서 거점도시를 중심으로 여러 도시들이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인 ‘도시군(城市群)’이 발전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현재 ‘도시군 발전전략’은 상호보완과 협력을 중점으로 한 새로운 지역발전전략으로 자리 잡았으며 중국의 도시화는 여전히 진행 과정 중에 있다.

네 번째 내용인 “건국 후 중국영화의 변천사”에서는 중국영화 탄생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중국영화 변화를 살펴보았다.

중국은 경제발전과 함께 자국의 문화를 세계에 알리고자 하는 문화굴기를 추구하고 있다. 자신들의 오랜 역사와 함께 21세기를 선도할 문화 역량을 발휘하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 중에서도 영화라는 장르는 매우 매력적이면서도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장르이기에 많은 관심과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최근의 중국영화의 행보를 보면 확연하게 알 수가 있으며, 영화를 통한 문화산업의 성장과 이와 아울러 자국의 우수함과 애국주의를 선전하고자 하는 양면적 목적을 취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의 세계적 위상과 함께 전개될 중국의 영화장르의 확장과 영화산업의 진로를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할 것이다.





발전 과정을 개혁개방 이전과 이후로 나누어 살펴본다. 개혁개방 이후의 주요 정책은 농업 구조의 개혁, 국유기업 개혁을 통한 사기업의 성장, 대외 개방, 호구제도 개혁 등의 내용을 담고 있으며 경제발전 과정을 살펴보았다.

중국의 고도성장 이면에는 눈부신 발전에도 불구하고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고 다양한 사회적 문제가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경제성장 전반에 걸친 궤도수정과 경제구조의 패러다임 전환으로 향후 변화가 기대된다.

여섯 번째 내용인 “중국의 통상정책과 수출입관리제도 변화와 발전의 역사”에서는 개혁개방을 분기점으로 한 중국의 대외무역정책 변화를 다루었다.

개혁개방 이전 중국의 대외무역정책은 경제발전의 단계와 세계 경제의 흐름과는 상관없이 중국 중앙지도층의 정책과 경제 노선의 변화에 따라 결정되었다. 중국의 대외무역의 기조는 경쟁적 차원에서의 비교 우위 이론에 입각한 것이 아니라 국가 독점관리 하에 계획적으로 운영된 것이다. 그러나 중국의 개혁개방은 점진적으로 사회주의 계획경제에서 시장경제로 전환하게 하였고, 중국은 점차 생산성과 주민 생활수준이 높아지며, 중국에 대한 투자, 수출 수요가 급속도로 증가하게 된다. 특히 WTO 가입으로 투자와 수출의 경제 견인 효과는 뚜렷하게 나타난다.





일곱 번째 내용인 “미국과 중국의 또 다른 전쟁이 시작되었나? 협력인가 경쟁인가”에서는 미중 관계의 변화를 다루었다.

1971년 핑퐁외교와 1978년 덩샤오핑(鄧小平)의 개혁개방정책 추진은 세계 경제의 1위 미국과 세계 경제 2위로 성장한 중국의 G2시대를 도래하게 했다. 그리고 시진핑(習近平)이 일대일로를 통해 중국몽(中國夢) 실현과 지역패권을 추진하고, 미국은 중국 부상을 견제하면서 양국은 새로운 기회와 도전에 직면해 있다. 무엇보다도 세계 생산량의 1/3, 교역량의 1/5를 차지하는 미중의 최근 무역전쟁이 하이테크기술, 금융, 군사안보로 확대되면서 21세기 패권을 둘러싼 새로운 전쟁이 시작된 것인지 궁금해진다.

여덟 번째 내용은 “신중국 수립 후 중국 지도자들의 주요 정책에 대한 정리”이다. 급부상·성장하는 중국을 이해함에 있어, 역대 주요 지도자의 정책은 신중국의 변화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중국 건국 이후, 주요 지도자들의 정책과 이론을 정리하고, 지도자에 대한 정치적 평가를 해본다.





1949년 10월 중화인민공화국 정부가 성립되면서 '신중국', '현대중국'이 건국되었다. 현대중국 역사의 흐름을 보면 1951년부터 도시호구관리잠정조례를 반포해 도시민의 출생, 사망, 전입전출, 사회신분 변동 등 항목을 등재하도록 규정하였다. 이 호적제도는 농민들의 계층상, 신분상 자유로운 유동을 엄격히 제한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또 중국은 한족과 55개 소수민족으로 구성된 국가인데 민족을 식별하고 언어와 문자를 정도하기 시작한다.

오늘날 중국에서 사용하는 글자인 간체자를 이때 발표한다. 그러나 1960년대 문화대혁명이 시작되고 암흑시대를 초래한다.

1980년대가 되면서 중국 사회는 변화와 안정을 갖게 된다. 드디어 2000년대가 되면서 중국은 세계 대국으로 가게 되는데 2001년 WTO에 가입하게 되고 서부대개발을 시작한다. 2010년대에 들어오면서 주도적으로 세계를 관려하기 시작한다.

중국 시민사회가 개혁개방 이후 경제가 발전하고 사회가 다원화되면서 중국의 시민사회에 대한 논의가 있어왔다.

시민사회는 서구의 개념으로 자본주의 경제의 부상과 근대의 관료주의 국가의 등장을 바탕으로 한 정치 발전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시민사회란 국민이 자율성을 향유하는 사회를 가리킨다. 중국은 오랜 공산국가로 시민사회를 국가가 통제했다.

하지만 중국에도 미비하지만 시민사회의 면모가 있다.





최근 중국과 가장 큰 마찰을 일으키고 있는 홍콩은 1997년 중국으로 반환되어 '홍콩특별행정구 기본법'에 의해 향후 50년간 사법적 독립성을 유지하고 홍콩 자체의 법률과 경제체제 등의 독립성을 보장받았다. 하지만 2020년 중국발 코로나19 사태를 겪은 중국정부는 홍콩 국가안전법을 통과시켜 홍콩인의 자유와 제한에 대한 우려가 예상된다. 이제 반발하는 홍콩인들을 무력으로 진압하는 등 세계적인 이슈가 되기도 했다. 중국에서는 형식적인 시민사회만 존재했다는 것이 드러나게 된다.

『중국 발전과 변화! 건국 70년을 읽다』에서는 중국을 공부하는 연구자와 학생들에게 중국 70년에 대한 정보를 줄 수 있다. 중국 역사와 경제, 사회문화, 도시화 정책, 세계정세, 정치 등 다양한 방면의 중국을 읽을 수 있다. 중국이라는 거대한 대륙의 지난 70년을 한 권으로 요약한 책이다.













저자 : 박범종

부경대학교 지방분권발전연구소 연구교수로 한국정치, 계량분석, 정치학 이론을 전공했다. 부산대학교 한국민족문화연구소, 신라대 한국재외국민선거연구소, 부산외국어대학교 국제관계연구소 연구원, 동아대 강사, 부산외국대학교 초빙교수를 역임했다.

저자 : 공봉진

부경대학교 중국학과, 부산외국어대학교 G2(영종)융합학부의 강사로 재직하고 있으면, 국제지역학(중국 지역학)을 전공하였다. 국제통상지역학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동아시아국제정치학회 편집위원장과 총무이사 등을 지냈다.

저자 : 김태욱

전 부경대학교 국제지역학부 강사로 국제지역학을 전공했다. 현재 한국세계지역학회 이사로 재임 중이며, 동아시아국제정치학회 편집이사를 역임했다. 최근 현대 중국에서 시민사회가 어떻게 변용될지를 연구 중이다.

저자 : 박미정

부산외국어대학교 경영학부 강사로 중국 지역학을 전공했다. 중국 사회 지역 환경 에너지 분야에 관심이 많으며, 관련 연구를 진행 중이다. 주요 저서로 <중국 신재생에너지산업의 발전 동향 및 정책에 관한 연구> 등이 있다.

저자 : 이강인

현재 부산외국어대학교 글로벌지즈니스대학소속 교수로서 중국 북단대학교에서 중국 현당대 문학의 화극과 영화를 전공했다. 부산대학교와 부경대학교에서 연구원으로 중국문학과 영화를 연구했다.

저자 : 서선영

부경대학교 지방분권발전연구소 연구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경제학을 전공했다. 도시지역경제, 인구경제, 경제발전 등에 관심이 많으며, 관련 분야를 연구 중이다.

저자 : 장지혜

다문화인재양성센터 글로벌문화교육연구소 연구소장 겸 대원대학교 항공서비스과 강사로 지역학, 중국 통상을 전공했다. 경성대학교 중국대학 중국통상학과 조교수를 역임했다. 대중국 투자 환경 및 마케팅에 관심이 많으며, 중국 e커머스와 관련된 마케팅과 관련해 연구 중에 있다.

저자 : 조윤경

부산외국어대학교 중국어학과를 졸업하고, 중국 중앙민족대학에서 석박사 학위 취득, 민족학을 전공했다. 중국에서의 민족학은 법학으로 구분되며, 소수민족의 문화 예술 등에 관시믈 가지고 연구했다. 부산외국어대학교와 동서대학교, 경남정보대학교 등에서 외래교수를 역임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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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초니에레 51~100 작가와비평 시선
프란체스코 페트라르카 지음, 김효신 옮김 / 작가와비평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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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나 사회에 나와서도 한 번도 배운 적이 없는 이름의 이탈리아 시인의 시집 한 권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정직하게 고백하자면 제목을 보고 '칸초네'라는 이탈리아 음악 형식의 시 모음집이라고 생각했다.

칸초네라는 이탈리아 음악 중 알고 있는 곡이 있기 때문이다. '오, 솔레 미오'와 '돌아오라 소렌토로'이다. 시집을 펼친 순간 낯이 붉어졌지만... 무지를 인정하고 번역시를 읽기 전에 뒤에 있는 번역자의 <작품해설>부터 읽었다.

해설에 따르면 중세와 근대를 연결하는 과도기적 인물이자 '최초의 르네상스인'이라는 평가를 받는 프란체스코 페트라르카(FRANCESCO PETRARCA, 1304~1374)는 이탈리아 인문주의를 대표하는 시인이자 라틴어 학자다.

그는 1304년 7월 20일 이탈리아 아레초에서 태어나 1374년 7월 19일 아르콰에서 생을 마칠 때까지 약 70년간의 삶을 통해 문학에 대한 사랑을 철저하게 실천한 계관 시인이다. 시집 『칸초니에레』는 이탈리아 시인 페트라르카의 불후의 명작으로, 이탈리아 서정시의 효시이다.

또한 서양 시문학사상 가장 절대적인 영향력을 보여준 시집이자, 서양 근대 서정시의 정전(正典)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 시집에 수록된 작품은 총 366편으로, 그중 317편은 소네트, 그리고 칸초네 29편, 세스티나 9편, 발라드 7편, 마드리갈 4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 책에는 그중에 51번째 소네트에서부터 100번째 소네트에 이르기까지 50편의 시작품들이 수록돼 있다.





『칸초니에레』는 천상과 지상 사이, 육체와 정신 사이의 치유될 수 없는 갈등을 지배하는 사랑 이야기다. 인간적인것, 특히 아름다움의 덧없음에 대한 묵상에서 갈등은 더욱 깊어진다. 그의 영혼 속의 이러한 대립 관계는 극적으로 발전되지는 않지만, 눈물과 탄식을 동반하는 우울한 것으로 나타난다. 이 시집은 첫 번째 소네트에서 마지막 칸초네에 이르기까지 일관성 있는 면모를 보여준다.

첫 번째 소네트에서 이미 페트라르카는 정열의 헛됨을 확신하고 있으며, 마지막 칸초네에서 그의 사상은 천상의 것들과 죽음 쪽으로 기울어져서 성모마리아에게 용서와 보호를 간청하고 있다. 산, 해변, 강, 숲 등으로 이루어진 자연은 페트라르카의 감정을 훌륭하게 반영하고 그의 즐거움과 고통을 함께하며 내면적인 교감을 통해 시인의 내부에 깊이 자리 잡고 있다.

여기에 실린 50편의 작품들은 라우라 생전의 시들에 속하는 것으로, 라우라를 향한 페트라르카의 찬양에 가까운 사랑과 그녀를 향한 열정을 고풍스러운 시어들을 통해 느껴볼 수 있으며, 700년도 더 된 시간의 흐름 속에서 과거의 사랑 노래가 지금의 사랑 노래와 무엇이 다르고, 또 무엇이 같은지 비교해 볼 수 있는 즐거운 시간여행이 될 것이다.





페트라르카에 대한 관심을 끌게 된 계기는 프란츠 리스트가 그토록 존경하는 작가 중 한 명이었고, 페트라르카 소네트 곡을 만든 것이 계기였다. 그에 대해 알아갈수록 페트라르카가 르네상스에 미친 영향을 알 수 있었다.

아버지가 단테 알리기에리와 친교를 나누는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난 페트라르카는 가업을 이어받아 공증인이 되려고 마음먹는다.

키케로, 베르길리우스의 고전 문학에 관심을 끌게 된 그는 법학 공부를 중단하고 아비뇽으로 가서 고전 문학을 공부한다. 그러던 중 1327년 4월 6일 성금요일에 생클레르 성당에서 운명의 여인인 ‘라우라’를 만난다.

하지만 그녀는 17세의 유부녀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의 대상이었다. 라우라는 평생에 걸쳐 페트라르카에게 시적인 영감을 불러일으켰다.

페트라르카는 페스트로 아버지를 잃고 남겨준 유산도 다 써버린 이후에는 성직자가 되기로 한다.

실재 교황청에 신임을 얻어 프랑스와 이탈리아로 여행을 떠나고 프로방스 지방에서 정착한다.





그가 중세시대 교황이 가지는 절대적인 권위를 벗어날 수 있었던 내적인 원인은 연인인 라우라를 너무 사랑하지만, 성직자로서 넘어선 안 되는 경계를 인식하는 동안 사랑의 강렬함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외적으로는 1077년 신성로마제국의 황제인 하인리히 4세가 카노사에 있던 교황 그레고리우스 7세를 방문하여 파문을 철회해달라는 부탁과 함께 3일간 무릎을 굴었던 <카노사의 굴욕>을 정점으로 교황의 권위가 추락하기 시작해서 14세기는 교황의 권위가 바닥에 떨어져 버린 <아비뇽 유수>의 시기(1309~1377)와 페트라르카의 생애(1304~1374)는 묘하게 일치한다.

교황의 추락하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았던 페트라르카는 중세의 기독교 세계관을 대체하는 것은 인간 본연에 관한 연구라는 걸 인식했을 것이다.

그리스 고전 문학에 관한 연구는 이를 확신할 수 있는 원인이 되었을 것이다.





라우라에 대한 사랑의 시를 주로 읊고 있는 <칸초니에레>는 700년 전 작품이라고는 믿기지 않은 정도로 세련되었다.

사랑에 대한 마음은 그 시절이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나 보다.

라우라에 대한 사랑으로 한 편씩 평생에 걸쳐 『칸초니에레』를 수정하고 완성하는 그는 과업을 이루고 말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시를 읽는 동안 셰익스피어의 시적인 표현을 읽을 때와 느낌이 유사하다. 셰익스피어 역시 페트라르카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또한 9살 적은 고향 후배인 『데카메론』의 저자, 조반니 보카치오에게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보카치오는 페트라르카의 죽음에 큰 상실감을 느껴 다음해 목숨을 잃는다.

최초의 르네상스인, 페트라르카의 『칸초니에레』를 읽는 동안 청년 시절 만났던 첫사랑을 평생토록 잊지 못하고 시를 만들었던 그의 정신이 르네상스라는 큰 물결을 이루는 시작이 되어 오늘날까지 큰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76. 소네트


사랑이여, 숱한 언약의 말로 나를 유혹하며

옛 감옥 속으로 다시 이끌다가는,

나의 적에게 그 열쇠를 주어

여전히 나를 추방 상태로 몰아넣는다네.

아아, 그 힘 안에 놓이고서야 비로서 나는

알게 되었다네. 온갖 노력을 다해서

탄식하며 자유로 돌아온다네.

참으로 고통받는 죄수처럼

내 사슬의 대부분을 끌고 다니며,

눈과 이마에 내 마음을 새겼다네.

나의 얼굴빛을 알아차리고는,

이렇게 말하리라. 내가 보고 판단한 것이 옳다면,

이 사람은 분명 죽음에 이른 것과 다름없다고.





다음은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이탈리아에서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시의 형식을 구분해 놓았다. 설명은 『두산백과사전』을 참조했다. 4가지 모두 이 책에 게재된 형식이다.


소네트


정형시(定型詩)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시의 형식으로 소곡(小曲) 또는 14행시(行詩)라고 번역한다.

13세기 이탈리아의 민요에서 파생된 것이며, 단테나 페트라르카에 의하여 완성되었고, 르네상스시대에는 널리 유럽 전역에 유포되었다.

페트라르카의 『칸초니에레』는 소네트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이라고 한다. 프랑스에서는 롱사르 등 플레이아드파(派)의 시인들과,독일에서는 슐레겔과 괴테 등의 작품이 유명하다. 영국에서는 와이엇과 사레 백작(伯爵)에 의하여 영국 형식의 소네트가 생겼으며 셰익스피어, 밀턴, 워즈워스, 키츠, 로제티, 브라우닝 부인 등에 의한 우수한 작품이 많이 남아 있다. 보들레르, 말라르메, 발레리, 릴케 등도 그들의 중요한 작품을 소네트 형식으로 썼다.


칸초네


이탈리아어로 ‘노래’라는 뜻으로서 이탈리아의 민요, 가요를 가리키는 말이며 일반적으로 오페라의 아리아와 같은 순 클래식곡은 제외한 널리 대중이 애창하고 있는 이탈리아의 파퓰러 송을 말한다. 음악적 특징은 무엇보다 아름다운 선율과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쉽고 솔직한 가사로 표현된 사랑 노래가 많다는 점을 꼽을 수 있으며, 이탈리아인 특유의 낙천적인 기질과 낭만, 정열이 느껴지는 정서적 특징을 가지고 있다. 칸초네는 이태리 안에서도 지역적인 특성을 따라 다르게 발전되고 시작되었는데 나폴리의 칸초네가 가장 대표적이며, ‘오 솔레 미오’, ‘돌아오라 소렌토로’ 같은 노래들은 지금까지도 칸초네를 대표하는 노래로 불리고 있다. 오늘날에는 북서부의 산레모가 대표적이다.





마드리갈


마드리갈(madrigal)이란 이 르네상스 후기인 16세기에 이탈리아에서 발전한 세속 성악곡이다. 목가적인 서정시에 붙인 악곡으로, 라틴어 마드리갈도 있긴 했지만 이탈리아어 마드리갈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칸투스 마트리칼리스(cantus matricalis. 모국어에 의한 노래)’, 또는 ‘칸투스 마테리알리스(cantus materialis. 세속적인 노래)’를 어원으로 한다. 어원에서 보듯, 이탈리아어로 쓴 시이며 종교적인 내용 대신 세속적인 내용을 담았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베르디와 바그너로 대표되는 19세기의 발전을 이루기까지 오페라가 400년 넘도록 발전해 오는 데는 여러 성악 장르의 음악들이 큰 영향을 미쳤다. 특히 르네상스 시대에 발전한 마드리갈은 초창기 오페라를 탄생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또 프랑스와 플랑드르를 제치고 이탈리아를 유럽음악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한 장르이다.


세스티나


6행으로 된 6연과 3행의 결구를 가지는 운문 형식. 중세 프로방스의 음유 시인 다니엘(Daniel, A)이 창안하였으며, 단테, 페트라르카, 파운드, 엘리엇, 오든 등이 이 형식으로 된 작품을 썼다.





역자 : 김효신


한국외국어대학교 이태리어과 및 동 대학원 졸업. 영남대학교 국문학 박사(비교문학전공). 현재 대구가톨릭대학교 한국어문학과 교수.

저서로 ≪한국문화 그리고 문화적 혼종성≫, ≪한국 근대문학과 파시즘≫, ≪시와 영화 그리고 정치≫, ≪이탈리아문학사≫, ≪세계30대시인선≫, ≪문학과 인간≫ 등이 있으며, 역서로 ≪칸초니에레≫, ≪이탈리아 시선집≫이 있다. 대표 논저로는 〈이상(李箱)의 시와 시대적 저항성〉, 〈르네상스 천재, 미켈란젤로의 서정시와 미적 갈등〉, 〈임화와 파솔리니의 시 비교연구〉, 〈1930년대 한국 근대시에 나타난 파시즘 양상 연구〉, 〈미래주의 선언과 한국 문학〉, 〈한국 근대 문화와 이탈리아 파시즘 담론: 1930년대를 중심으로〉, 〈동성애 코드, 파솔리니의 시와 정치 소고〉, 〈단눈치오와 무솔리니, 그리고 시적 영웅주의 연구〉, 〈한국 근?현대시에 나타나는 프로메테우스 수용양상 소고〉, 〈페트라르키즘과 유럽 문화 연구〉, 〈〈피노키오〉 문화에 대한 소고〉, 〈단테의 시와 정치적 이상〉, 〈문화 간 의사소통 문제와 한국문화 교육〉, 〈A. BARICCO의 노베첸토: 모노로그와 G. TORNATORE의 영화 〈피아니스트의 전설〉 비교연구〉, 〈이탈리아를 노래한 한국 시에 대한 연구〉, 〈프리모 레비의 시 연구〉, 〈캄파넬라(T. CAMPANELLA)의 이상향과 조선인의 이상향〉, 〈페트라르카의 서간집과 키케로〉, 〈이탈리아 한국학의 현재와 미래〉 외 다수가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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