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돌에 쉬었다 가는 햇볕 한 자락
장오수 지음 / 지식과감성#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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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를 읽는 독자들의 마음은 어떤 것일까.

독자들이 시를 읽는 이유는 각각 다르겠지만 마음의 평온을 위해 읽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응축된 언어로 형상화된 시어들의 아름다움은 물론 시의 내용이 인간의 가장 깊은 곳에 자리한 감정에 울림을 주기 때문이다.

또 시인의 시 세계에 들어 있는 이른바 시심을 엿볼 수 있는 것도 독자들에게는 관심을 모으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특히 공감하는 시인들의 시에 천착하고, 시인의 눈을 빌어 내 마음을 투영시킬 수 있어 시가 좋다.



<섬돌에 쉬었다 가는 햇볕 한 자락>은 책의 제목이기도 하고 시집 속 시 제목이기도 하다.

제목에서와 같이 어렸을 때 추억을 쉽게 떠올릴 수 있다. 이 시집 속 대부분의 시가 우리 일상과 비슷하게 닮은 것이 많아 유독 관심이 간다.

시인의 추억을 공감하고 공유할 수 있는 이유다.

삶은 고달픈 것이지만 지나고보면 아름답고 행복한 기억으로 가슴속에 남아 있다.

시인은 그런 눈을 가졌다. 그것을 우리에게 전해주고 있다.



시인은 '작가의 말'을 통해


한 편의 글을 세상에 내놓는 마음은

언제나 부끄러움이다.

말들이 다 빠져나간 허허로움을

다시 채우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또 다른 말들이 필요할까.


라고 읊조린다. 겸손함과 시에 대한 열정을 드러내고 있다.



시인은 낙담과 절망이 횡행하는 이 시대에도 언어적 아름다움을 끊임없이 모색하는 존재이다.

<섬돌에 쉬었다 가는 햇볕 한 자락>은 자연과 사람, 도시, 동물, 그리고 시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들을 느낄 수 있는 시집이다.

‘돌아볼 무엇이 그리도 남아 떠나지 못하’는 많은 이들에게, 62편의 시들은 ‘섬돌 위 햇볕 한 자락’처럼 잠깐의 쉼이자 위로가 돼 준다.


한 몸 건사하기도 힘든데

자기 허리 휘는 줄도 모르고

그 많은 새끼들 다 끌어안고 사는

늙은 애비

먼저 철든 나라도

입 하나 덜어줘야지

모두 잠든 새벽

홍시 하나

떨어진다


- 「홍시」 중에서



서울 구로공단이 언젠가부터 지식산업센터로 변화하고 그 안에 있던 공장 근로자들은 떠나고 대신 IT 연구원이나 직원으로 채워졌다.

이러한 상황은 우리나라의 성장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공장 근로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외로움이 더해졌을 시기이다.

시인은 그들의 마음도 어루만져 주고 있다.

혼자 피었다 시드는 장미처럼 그들의 화려했던 시절을 떠올려 주며 그들의 외로움을 이해해 주고 있는 것이다.

시인은 우리 일상생활의 모든것에 의미를 부여하여, 사람이 아닌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해 준다.

항상 곁에 있고, 항상 쓰고 있지만 그들에게 고마움을 느끼는 것은 거의 없는 「수건」은 시인의 마음에서는 고이 간직하고 싶은 물건이다.

그래서 시인의 시들은 더욱 친근하고 마음 한켠에 고이 모아두고 싶어진다.



초코파이로 이렇게 감동을 줄 수 있을까.

시를 읽다 보면 시인이 아내를 대하는 태도를 볼 수 있다.

얼마나 사랑하며 아끼는지 몇 자 안 되는 시를 통해서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주름살은 힘듦과 고달픔을 나타낸다.

하지만 그 안에서 사랑을 볼 수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사랑하는 만큼 늘어나는 주름살, 그래서 더욱 아내의 주름살이 사랑스러워 보였나보다.



아이들과의 소원해진 관계도 시로 풀어준다. 그 시 안에서도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다.

방문은 늘 그곳에 같은 모습으로 있지만 아이들이 커가면서 아이들과의 관계도 소원해지며, 그로 인해 아이들의 방문을 여는 것조차 힘들다.

방문은 그렇게 점점 두꺼워지고 조용해지는가 보다.

시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감동이 시집을 덮고 나면 더욱 따뜻하게 남아 있다.

이 시집의 장점이자 특징이다. 쉬운 말을 쉽게 쓰는 것이 시인의 재주 아닌가.

시의 제목처럼 따스한 햇볕 한자락 쐬고 있는 나의 모습이 그려져 더욱 따스함을 느낄 수 있는 시이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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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많이 지쳐 있습니다 - 일, 관계, 삶의 과부하 속 내 마음 회복수업
로라 판 더누트 립스키 지음, 문희경 옮김 / 더퀘스트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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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하루 하루를 성실하게 최선을 다하는데도 일에 대한 의욕이 떨어지거나 무기력한 상태의 자신을 발견할 때가 있다.

왜 그럴까. 곰곰 생각해봐도 특별한 이유가 없을 때가 종종 있다.

스스로 생각해 원인을 찾으면 원인 제거나 문제 해결을 통해 다시 의욕과 에너지를 되찾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특별한 원인이 없는데 이 같은 증상은 왜 생길까. 대개는 내부적 요인 때문에 생기는 경우가 더 많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개인적인 경험으로도 대부분 내부적 요인이 나를 무기력하게 했다.

삶의 목적이 불분명해지거나 반복되는 일상이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되면 적신호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삶의 목표를 다시 세우거나, 좋아하는 일(취미 등)에 집중하면서 해결해왔다.

적신호를 감지하고 스스로 해결책을 찾지 못할 경우 일부 사람들은 심리상담가를 찾아가 조언을 듣는다.

심하면 정신과 의사의 충고를 받아들여야 할 상황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

마음에 부담이 되는 요소를 해소함으로써 평온을 되찾으면 일정 기간은 예전처럼 다시 성실하고 최선을 다하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왜 이렇게 다 버겁지?’

이 책의 저자 로라 판 더누트 립스키(Laura van Dernoot Lipsky)는 상시적인 긴장과 불안을 넘어 무기력에 빠져드는 우리를 ‘과부하’에 걸린 상태로 진단하고, 구체적인 마음 처방을 내린다. 이 책을 쓰는 목적이기도 하다.

정신적 외상치유의 세계적 권위자이자 30년간 전쟁, 병원, 교도소, 학교, 기업, 학대피해자그룹 등 곳곳의 현장에서 상처받은 개인과 조직의 심리자문을 해온 저자는, 우리 삶의 생각지도 못한 측면에서 각종 과부하가 스며들고 있음을 밝힌다.

많은 사람들이 삶의 어느 순간 방전돼버리는 문제를 자기 자신에게서 찾곤 한다.

무리했다고, 내가 약한 거라고, 잠시 스트레스가 심해진 거라고 말이다.



하지만 《사실은, 많이 지쳐 있습니다》는 무기력을 개인의 잘못 아닌 시대의 문제로 진단하며 너무 많은 일과 관계,

원치 않는 정보의 노출부터 유전적, 역사적, 세계 기후의 과부하 요인까지 짚어간다.

회복의 최우선은 이렇게 내가 지친 ‘진짜’ 이유를 바라보고 원인에 맞춰 행동하는 것이다.

특히 이 책은 이미 힘든 일상에 부담을 더하지 않고도 시선의 초점을 돌리는 것만으로 변화의 시작이 가능함을 알려준다.

나의 마음을 움직이고 큰 울림을 주는 부분이다.



“눕고만 싶고 내일도 두렵습니다.”

“동정은 해도 이해해주진 않는 것 같아요. 결국 혼자라는 느낌.”

살아갈 에너지를 잃은 기분에 많은 이들이 공감한다.

이러한 과부하가 지속되면 풍선이 터지듯 포화상태에 이르고 타인과 나 자신에게 분노나 좌절 등으로 해로운 영향을 끼친다.

이 책은 어떤 힘든 상황에서도 당신을 위한 선택지가 있다고 밝힌다.

그 행동은 작을수록 좋다. 가방을 미리 챙겨두기, 매일 아침 우선 물병 채우기, 10분간 아무것도 안 하기 등 마음이 허락하는 일이라면 뭐든 중요한 시작이 될 수 있다.

《사실은, 많이 지쳐 있습니다》는 미치게 바쁜 일상의 부작용부터 인간관계의 상처까지 공감 가득한 사례와 조언,

뼈 있는 웃음을 주는 카툰이 곁들여진 책이다.

이 책을 통해 지쳤던 당신의 마음에 다시 살이 붙고 숨이 돌기를, 나 자신이 회복되는 느낌을 충분히 누리기를 바란다.



“요샌 뭘 할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아. 의욕이 없어.”

기진맥진한 상태, 진이 빠진 상태, 기운이 없는 상태는 내가 일하는 모든 분야에서 나타나는 공통분모다. 단순히 피곤한 정도가 아니다.

사실상 ‘아무것도 못하겠다’ 싶은 감각이다. < p.190 >

인생에는 타인과 연결되는 시기와 소외되는 시기가 교차한다.

사람들과 가까워지고 멀어지는 경험이 후회로 물들거나 항상 자기가 부족하다는 느낌에 시달릴 때 과부하에 걸리기 쉽다. < p.68 >



적을수록 좋다고 여기는 태도가 효과적일 때가 있다. 자기를 피폐하게 만드는 일을 ‘줄이고’, 지탱해주는 일을 ‘많이’ 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면 나중에는 노력을 적게 해도 된다. < p.102 >

‘결정 피로’라는 것이 있다. 정신적으로 지친 상태이거나 선택지에 장단점이 모두 뚜렷한 경우에는, 한마디로 좋은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

판사라면 하루 중에 어느 시간대에 판결을 내리는지에 따라 판결 내용이 크게 달라질 수도 있다.

혹은 자동차 구매자들이 협상하다가 결국 기본 옵션을 선택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하물며 결정 능력이 이미 소진된 상태에서 중요한 결정을 마주한다면 어떻게 될까? < p.194 >



우리가 느끼는 과부하는 안 그래도 버거운 일상에 고단한 미션을 추가하지 않고서도, 단지 초점과 관심을 미세하게 조정하기만 해도 ‘상당 부분’ 해결된다.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Jean-Paul Sartre)는 천재성을 “타고난 능력이 아니라 절박한 상황에서 길을 만들어가는 방식”이라고 말한다. < p.99 >

자기를 지키는 가장 중요한 선택 가운데 하나는 언제 멈출지 선택하는 것이다. < p.228 >



Laura van Dernoot Lipsky

정신적 외상치유 분야의 전 세계적 권위자로, 30년 이상 세계 각지의 개인과 단체가 그의 심리 자문을 받았다.

외상관리협회(The Trauma Stewardship Institute) 설립 이사이자 만성적인 스트레스와 무기력 등 마음에 피해를 일으키는 과부하(Overwhelm) 문제를 연구하였으며, 동시에 사회정의 운동에 참가했고 제도적 억압과 해방 이론에 관한 주제로 강연했다.

사람과 환경으로부터 상처 입은 사람들에게 살아갈 힘을 건네는 TED 강연은 여성 교정시설 안에서 최초로 상영된 강연 가운데 하나다.

그 외 저서로 정신의학 분야 베스트셀러 《외상 관리(Trauma Stewardship)》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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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해봐야 시체가 되겠지만 - 유쾌하고 신랄한 여자 장의사의 좋은 죽음 안내서 시체 시리즈
케이틀린 도티 지음, 임희근 옮김 / 반비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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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는 모든 인간에게 공통으로 찾아오는 삶의 마무리 의식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경건하고 엄숙하다. 그러나 죽음이 비극이고, 슬픈 일이라는 인식 때문에 어둡다.

다만 장례를 치르는 예식 분야 담당자는 슬퍼만 할 수 없는 일이고 가끔은 너무 무겁지 않게 분위기를 유도하려 엄숙함을 가장하기도 한다.

독자도 부모님을 최근 10여년 내 모두 여의었다.

마지막 모습을 직접 보고 장레를 치렀지만 슬픔과 두려움에 장례 절차 따위는 주위에서 하는 대로 방관했다.

그래서 장례식을 치르는 시신부터 장지에 묻힐 때까지의 과정에 참석한 많은 사람들의 분위기를 살필 겨를이 없었다.

이 책을 접하면서 그때 그 분들이 왜 그랬나 하는 생각을 추슬려봤을 뿐이다. 다시 한 번 그분들께 감사드리며 이 책을 읽어 나갔다.

제목마저 무척 가볍게 다뤘지만 글 내용은 전혀 가볍지 않다. 저자가 너무 무겁지 않게 쓰려는 흔적이 보일 뿐 내용은 소설처럼 술술 읽힌다.



저자 케이틀린 도티는 20대에 여성 장의사로서 장례업계에 발을 들였다.

이 책에는 화장터에서 일하며 죽음과 함께한 경험들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시체 한 구 한 구에 얽힌 흥미진진한 에피소드와 함께, 시신을 운반하고 화장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저자와 함께 재로 가득한 화장장을 거니는 듯한 간접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문장 곳곳에 위트가 가득하지만 그 안에 담긴 사유는 결코 가볍지 않다.

시카고 대학에서 중세사를 전공한 저자는 역사와 종교, 문학의 경계를 넘나들며 죽음을 다양한 맥락에서 사유한다.

백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채널 「장의사에게 물어보세요」의 운영자이기도 한 그는 유쾌하고도 깊이 있는 글쓰기로, 죽음과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전한다.



우리 모두는 죽음을 마주하기 어려운 사회에 살고 있다. 시신을 직접 본 적이 있는가? 죽어가는 사람의 곁을 지켜본 적은?

늙고 병든 몸이 요양원과 병원을 거쳐 시체가 되고, 영안실, 장례식장, 무덤과 화장터에 이르러 해체되는 과정은 모두 일상과는 유리되어 있다.

다들 죽음에 관한 것은 멀리하지만, 젊음에 다가가기 위해서는 애쓴다. 운동과 식이요법, 기능성 식품을 부지런히 챙기는 것은 죽음을 하루라도 늦추기 위함이다. 이런 문화에서는 무방비 상태에서 죽음을 맞이하기 쉽다.

그때가 되면 내가 원하는 나의 죽음은 어떤 형태이며, 사랑하는 사람을 어떻게 추모해야 할지 충분히 숙고할 새도 없이, 장례업계의 표준화된 프로세스를 따라가기에도 벅찬 상황에 놓이게 된다.

결국 죽음을 회피하는 것은 삶을 주체적으로 마무리할 권한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

『잘해봐야 시체가 되겠지만』은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죽음을 직시할 것을 권하며, 저자는 특유의 유머러스하면서도 신랄한 어조로 독자를 시체들의 공간으로 초대한다.



우리는 최선을 다해 죽음을 가장자리로 밀어내고, 시신을 강철 문 뒤에 두고, 환자와 죽어가는 사람들을 병실에 몰아넣는다.

죽음을 너무나 잘 숨기는 바람에, 우리가 죽지 않는 첫 세대라고 거의 믿어도 될 지경이 되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우리는 모두 죽을 것이며 우리도 그 사실을 안다. 위대한 문화인류학자 어니스트 베커는 이렇게 말했다.

“죽음에 대한 생각과 두려움은 다른 무엇보다도 인간이라는 동물을 따라다닌다.” 죽음이 두려워서 우리는 대성당을 세우고, 아이를 낳고, 전쟁을 선포하며, 새벽 3시에 고양이 동영상을 본다.(p 21)

시신들은 산 사람으로 하여금 현실에 매여 있게 한다. 웨스트윈드에서 일하기 전까지, 나는 상대적으로 시신을 못 본 삶을 살아왔다.

이제 나는 화장장 냉장고에 쌓인 시신들을 수십 구씩 다룬다. 시신들을 대하다 보면, 나 자신의 죽음과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죽음을 대면하지 않을 수 없다.

아무리 영광스럽게 포장해도 시체는 우리가 먹고 싸고 끝내 죽을 수밖에 없는 동물이라는 사실을 확실하게 알려준다.

우리는 모두 앞으로 시신이 될 사람들인 것이다.(p 240)



죽음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사랑하는 누군가가 죽었을 때 충격을 받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다.

그건 “왜 사람들은 죽는가?”, “이런 일이 어째서 나한테 일어나는가?” 같은 더 큰 실존적 물음의 짐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슬픔에 초점을 맞출 수 있을 거라는 뜻이다. 죽음이란 당신에게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죽음은 우리 모두에게 일어나는 일이다. 죽음을 부정하는 문화는 잘 죽는 데 장애물이 된다.(p 323~324)

이러한 부정은 여러 형태를 띤다. 젊음에 대한 집착, 몸이 자연스레 노화하는 것이 괴상한 것이라는 생각을 파는 사람들이 굳이 쓰라고 강요하는 크림과 화학물질과 각종 해독 식이요법 같은 것들이 그것이다.

어린이 500만 명 중에 310만 명이 굶주려 죽는데, 우리는 노화방지 상품을 만드느라 1년에 1000억 달러 이상을 쓰고 있다.

죽음에 대한 부정은 우리의 기술과 건축에서도 나타난다. 이는 우리가 도로에 치여 죽는 동물들보다는 맥북의 매끈한 선과 더 비슷한 점이 많다는 환상을 만들어낸다.(p 235)



역사적으로, 죽음 의례는 말할 것도 없이 종교적 신앙과 결부되어 왔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은 점점 더 세속적으로 변해간다.

미국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는 종교는 ‘무교’로, 미국 인구의 약 20퍼센트를 차지한다.

자신이 강한 종교적 신념을 가졌다고 하는 사람들조차도, 한때 강력했던 죽음 의례가 요즘은 편의 위주로 바뀌었고 그 의미가 덜해졌다고 느낀다.

이런 시대에 현대 생활에 관한 의례를 만들어내는 창조성에는 한계가 없다. 자유는 짜릿하지만 또한 짐이기도 하다.

우리는 죽는다는 사실과 무관하게는 살 수가 없으며, 죽음을 마주하는 세속적 방법을 계발하는 것은 매년 더 중요해질 것이다.(p 301)



우리 사회에서 구할 수 있는 ‘죽음의 기술’에 대한 교과서는 없다. 그래서 나는 나름대로 그 책을 쓰기로 했다.

종교인만 읽으라는 것이 아니라 점점 그 수가 늘어나는 무신론자들, 불가지론자들, 그리고 막연히 ‘정신적인 것을 추구하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

내가 볼 때 좋은 죽음이란, 지금까지 하던 일을 잘 정리하고, 전할 필요가 있는 좋고 나쁜 말을 전하고, 죽을 준비가 되었다는 뜻이다.

좋은 죽음이란 수많은 고통과 괴로움을 견딜 필요 없이 죽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좋은 죽음이란 죽음을 불가피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죽을 시간이 왔을 때 싸우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좋은 죽음이지만, 전설적인 정신분석가 칼 융의 말대로 “내가 죽음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 이야기를 들어봤자 도움이 안 될 것이다.” 인간이 죽음과 맺는 관계는 오직 그 사람만의 것이다.(p 310)



저자는 죽음의 언저리에서 몸소 겪은 아주 생생한 경험들을 기록하며 우리를 죽음 가까이로 데려간다.

이 책은 저자가 화장장에 취직해 시체를 면도하던 출근 첫날부터 시작된다.

그는 어제 죽은 시신부터 부패한 시신까지 무엇이 튀어나올지 모르는 시체 박스를 확인하고, 화장로에서 삐져나온 재를 들이마시고, 인간의 지방이 녹아내린 기름을 뒤집어쓰기도 하며, 시체를 둘러싼 온갖 에피소드를 유머러스하게 들려준다.

또한 시체 운구부터 씻김, 화장, 분쇄에 이르는 과정을 구체적으로 묘사하며 생생한 화장터 르포르타주를 완성한다.

20대 여성으로서 장의사라는 직업을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가 이토록 죽음에 천착하는 것은 어린 시절 목격한 죽음 때문이다.

우연히 쇼핑몰에서 추락사한 아이를 보고 당시 여덟 살이었던 그는 큰 충격에 빠진다.

그러나 죽음을 부정하는 문화 안에서 어떤 설명도, 위로도 들을 수 없었다. 이때부터 죽음에 대한 병적인 집착이 시작되었다.

대학에서 중세사를 전공한 것도 죽음을 학문적으로 가까이 접하고자 했던 욕망의 결과물이었다.

졸업 후 그는 화장터에서 일하며, 이 경험을 어린 시절 트라우마를 스스로 치유하기 위한 방편으로 삼는다.

저자는 다른 사람들은 이런 일을 겪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우리 사회가 죽음에 관해 터놓고 생각할 수 있도록 다방면의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는 인기 유튜브 채널 「장의사에게 물어보세요」를 운영하며, 초등학생부터 백세 노인까지 다양한 이들이 보내오는 죽음과 관련된 질문에 솔직한 답변을 들려준다. 또 대안적인 죽음 문화를 탐구하는 장례업 전문가, 연구자, 예술가 집단인 ‘좋은 죽음 교단’을 이끌고 있기도 하다.



이 책은 죽음을 진지하게 다루면서도 유쾌한 태도를 잃지 않는다.

저자는 집착에 가까운 호기심으로 온갖 기이한 시신들을 현미경처럼 들여다보며, 멀리서 보면 비극인 죽음을 가까이에서 희극으로 승화시킨다.

그는 시신을 정성껏 닦고 입히고 단장시키며, 그들이 한때는 누군가의 사랑을 받았던 인간이었음을 잊지 않는다.

대답 없는 시체에게 농담을 건네고, 그들이 지닌 사연에 울고 웃을 수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무뚝뚝한 상사 마이크, 말 많은 운구차 기사 크리스, 재미없는 농담만 골라 하는 방부처리사 브루스까지 정 많은 화장터 동료들이 등장해 소름끼치게 음울하고, 이상하게 웃긴 저자의 캐릭터와 어울리며 인간미 넘치는 드라마를 보여준다.

여기에 저자의 감각적이며 깊이 있는 글쓰기가 읽는 재미를 더한다.

바람 잘 날 없는 ‘웨스트윈드’ 화장터의 일상을 킬킬대며 따라가다 보면, 어느덧 죽음을 친숙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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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상위 1퍼센트의 비밀 (리커버 에디션) - 신호를 차단하고 깊이 몰입하라
정주영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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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하버드란 단어는 특별한 사람들을 거론할 때 늘 따라다니는 미국의 사립대학 이름이다.

역사도 오래된 데다 세계 인류의 삶에 많은 영향을 끼친 사람들을 거론할 때 특히 자주 거론되기도 한다.

그만큼 좋은 대학이고, 걸출한 인물을 많이 배출했던 명성 때문일 것이다. 독자도 대학에 들어가기 전부터 알고 있었다.

유명한 사람들 이름을 대라고 해도 지금까지 생각나는 인물이 많다.

어떤 사람들이 들어가고, 어떤 것을 배우기에 특출한 인물을 많이 배출한 걸까.

궁금하지만 명쾌한 답변을 들어본 적은 없다.

다만 사회 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 있고, 알게 모르게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친 사람들이 많다.

이들은 무엇이 일반 사람들과 다를까?

하버드 상위 1%는 어떤 측면에서 무엇이 다른지 궁금하고 알고 싶다.

이 책을 통해서 하버드 상위 1%의 비밀을 알 수 있다면 그들의 방식을 따라 해보고 싶은 생각에 이 책을 집어들었다.



하버드에서 똑같은 수업을 들으면서도 자신들은 다른 하버드생들과 다르다고 선 긋는 집단이 있다.

그들은 하버드에서도 가장 폐쇄적인 투자자 집단인 ‘블랙 다이아몬드’다. 그들은 사회가 기대하는 성공 곡선을 따라가지 않는다.

입학 순간부터 월스트리트에 투자하며 워런 버핏의 꿈을 깊게 그려간다.

그리고 그들은 애초부터 다른 씨앗이었던 것처럼 월스트리트에서 화려하게 성공한다. 하버드는 이들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하버드 최고 교육심리학자 하워드 가드너는 ‘블랙 다이아몬드’와 같이 한 분야에 깊게 빠져드는 집단을 지켜보며,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었던 성공의 공식은 잘못되었다고 결론 내린다.

이 책의 저자는 다양한 사례와 연구 내용을 근거로 들며, 부정적 신호에 대한 차단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은 성장하면서 본인을 특별하게 만드는 신호보다는 그저 계속 평범하게 살도록 유도하는 신호를 받게 된다.

평범한 신호를 받는 학생들은 아무도 “내가 똑똑하니까”라고 말하지 않는다. 반대로 “나는 평범하니까”라고 말하는 데 익숙해지는 것이다.

주변의 신호가 1등의 신호가 아니라면 이제 우리는 그 신호부터 차단해야 한다. 이 책이 전편에 걸쳐 주장하고 있는 내용이다.



이후 부정적인 신호를 차단한 뒤엔 자신의 분야에 대한 깊은 몰입이 요구된다.

차단과 깊은 이해가 가져다주는 빛 또는 힘. 다시 말해, 블랙 다이아몬드(Black Diamond)=Block(차단)×Deep(깊은 이해).

이것이 바로 저자가 발견한 이 시대의 가장 강력한 성공 공식이다.

부정적인 평을 듣던 야구선수 페드로이아가 슈퍼스타가 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학업 성적이 좋지 않았던 키신저가 불과 몇 년 만에 하버드를 최우수 성적으로 졸업하고 성공의 길을 걸었던 이유, 똑같은 최악의 환경에서 어떤 이는 테러리스트가 되고, 또 다른 이는 하버드 최연소 교수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이 책에는 세상의 많은 블랙 다이아몬드들이 새로운 성공을 밝히는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독자들은 사회가 평가한 성적 그대로를 자신의 한계로 생각해왔던 것을 버리고, 신호를 차단할 수 있는 용기와 자신의 분야에 깊어질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사회는 평균적인 시기에 가장 빛나는 사람들을 찾고 승자와 패자를 나누지만, 그 사회가 보내는 신호를 받아들이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허커비의 곡선처럼 모두의 빛은 상당히 다양하게 그리고 다르게 켜진다.

그리고 그 신호를 어떻게 받아들이는가에 따라서 각자의 성적표에는 상당히 많은 변화가 일어난다.

그 변화는 키신저가 만난 놀라운 힘이 될 수도 있고, 사회가 예상한 대로 번아웃되어 나가떨어지는 모습이 될 수도 있다. [2장, 신호의 힘] 중에서

하버드에서 가장 인상적이면서도 가장 폐쇄적인 공간으로 같이 들어가보자. 하버드 졸업장이 가장 빛나는 곳이 어디일까?

그들의 끈기와 열정 그리고 뛰어난 학식에 가장 많은 돈을 부를 줄 아는 곳은 월스트리트다.

그리고 그 월스트리트를 정복하기 위해 미래의 월가 스타들이 하버드 졸업장 이후를 계획하며 만든 조직이 ‘블랙 다이아몬드’다.

그곳은 가장 폐쇄적인 공간으로 월가의 미래를 책임진다는 사명감으로 하버드대 학생 중에서도 엘리트들로 뭉쳐 있다. 블랙 다이아몬드에 들어가려면 하버드 입학장 이외에도 한 가지 특별한 조건이 필요하다. 하버드 등록금 일 년치를 걸고 가장 위험한 투자에 가장 높은 수익을 목표로 참여해야 한다. 하버드를 졸업할 때까지 그 돈은 찾을 수가 없다. 케빈 루스는 이 모임에 들어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그들은 금융 외골수들로 월스트리트를 인생의 종착지로 여겨온 이들이었다.

심지어 벤저민 그레이엄의《현명한 투자자》를 베개 밑에 끼고 자고, 워런 버핏과 조지 소로스의 포스터를 벽에 붙여놓기도 하며, 중학교 때는 엑셀 단축키를 익히며 시간을 보낸 친구들이기도 했다.

나아가 금융 위기를 겪은 이후에도 월스트리트에서 일하는 것에 대해 거리낌이 없었고, 얘기를 나눌 때면 금융업계의 도덕성을 옹호하곤 했다.” [4장, 하버드에서 빛나는 ‘블랙 다이아몬드] 중에서


오늘날에는 얼마나 많은 매캐덤과 그로테펜트들이 스스로를 낮추고 무언가를 포기해버렸을까?

보통 학생들도 여러 분야가 아닌 한 분야를 학자처럼 생각하고 깊게 이해하면 매캐덤과 그로테펜트가 발견한 것이 가능하다는 게 하버드에서 발견한 가드너의 교훈이다.

우리는 이 분야 저 분야의 4천 킬로미터를 잘 돌아다니며 안정적인 미소를 띠고 있을 명문 대학의 많은 학생들보다 실제로 4만 8천 킬로미터의 길을 따라가며 한 분야에서 위대한 발견을 한 매캐덤 같은 단 한 명의 인재가 필요하다.

그 인재는 시대의 신호 속에 갇혀 있지 않고 새로운 신호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6장, 혁신적인 발견의 비밀] 중에서



거의 한 세기에 가까웠던 질문이 풀렸다. 하버드에서 배우는 지식을 어떻게 가장 완전하게 흡수할 수 있을까?

그것은 하버드와 상관없이 그 분야를 당신이 얼마나 오랫동안 소중하게 지켜가는가가 결정한다. 그게 성취를 만드는 전부다.

세계 최고의 학자들은 예외 없이 이 누적의 시간들을 거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 분야에서 가장 높은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단기간의 노력보다 노력의 정도가 같더라도 얼마나 장기간 그 분야에 몸을 담았는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은 수백 건의 논문들에서 반복적으로 발견되고 있다. 그리고 세계 최고의 학자들은 이것을 ‘간격 효과’라고 부른다.

간격 효과는 당신이 어느 분야에 있던 간에 그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 분야에 대해서는 정통해질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7장, 간격 효과] 중에서




보통 사람들은 교실에서 밀려난 학생들을 노력의 부족으로 판단하지만 심리학자들은 노력을 하게 만드는 환경의 신호에 주목한다.

그들이 관찰할 때 성적이 낮은 학생들은 상위권 학생들처럼 행동하지 않는다.

고난이도 문제를 의욕적으로 풀려 하지 않고 이미 자신은 풀 수 없다고 먼저 생각한다. 이것은 노력과 무관한 문제다.

만약 이 부정적 신호들을 차단하고 다시 공부를 시작한다면 어떨까?

1995년 심리학자 클로드 스틸은 특별한 현상을 발견한다.

공부를 못하는 학생들에게서 ‘너는 공부를 못한다’는 주변의 신호들을 차단하자 성적이 상위권까지 올라간 것이다.

학생들이 얼마나 지능이 높은지, 사고력이 뛰어난지를 확인할 필요도 없었다.

공부를 못하는 학생들이 일상처럼 받았던 교사들의 무시, 은연중 있었던 동료 학생들의 집단적 무시 그리고 스스로 못한다고 생각했던 신호들을 차단시켜버렸을 뿐인데 교실 뒷자리의 학생들은 놀라운 속도로 바뀌었다.

스틸이 최초로 발견한 이 현상에서 더 인상적인 지점은 이러한 변화를 위해 자신의 유전자나 부모의 직업, 또는 얼마나 공부를 열심히 해왔는지 따위를 꼬치꼬치 캐묻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다.

한편 하버드대학의 마가렛 쉬 교수는 실험을 통해 상위권 학생들을 향한 성적에 대한 긍정적 신호를 꺼버렸다.

그러자 자신의 우월함을 더는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 된 상위권 학생들이 고난이도 문제를 풀 때의 성적이 현저하게 떨어졌다. 그러나 다시 중위권 학생들과 경쟁을 치르게 하자 상위권 학생들의 성적은 눈에 띄게 올라갔다. 쉬의 연구에서 우리가 놀라게 되는 부분은 중위권 학생들이 가지는 열등감이 상위권 학생에게는 우월감을 느낄 수 있는 연료로 쓰여진다는 점이다.

이들의 연구 결과는 우리의 의지보다 의지를 만드는 긍정적 신호들이 훨씬 강력하다는 것을 알려준다.

이제부터라도 환경의 신호를 차단하고 목표에 온전히 집중하라. 당신에게도 의미 있는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어떤 학생이 하버드에 입학하게 되었다고 하자.

그 학생은 세계 최고 강의를 듣게 되겠지만, 그것은 수십 년 동안 한 분야를 파고들었던 교수의 머릿속에서 나온 것들일 뿐이다.

학자들은 이 문제를 연구하면서, 보통 사람들의 생각과는 달리 하버드대 학생이 거기서 배운 지식들을 얼마나 현란하게 내놓는가는 아무 의미 없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수천 편의 논문이 쌓일수록 학자들이 결론 내리는 것은 어디 학교 출신인가, 어느 정도의 화려한 성적표를 갖고 있는가보다 한 분야에 대해 얼마나 ‘오랫동안’ 매달리고 있는가가 중요하며, 이것이 바로 한 분야에서 높은 성과를 낼 수 있는 길이라는 것이다.

하버드대학 4학년생들 중 다수가 제대로 된 동기 부여 없이 월스트리트의 금융권으로 진출하는 실정이다.

세계 최고의 인재로 불리다가 갑자기 돈을 보며 우르르 뛰어든 그들은 결국 경쟁이 치열한 그곳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얼마 못 가 밀려나기 일쑤다.

그러나 하버드 입학 또는 그 이전부터 오로지 월스트리트만을 바라보며 차단의 공간에서 몰입하며 꿈을 키워온 이들은 그곳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며 다른 길을 걷는다. 이들이 바로 하버드 상위 1퍼센트에 속하는 엘리트 집단 블랙 다이아몬드다.

‘블랙 다이아몬드’는 하버드생들이 만든 단어이기도 하지만 불모지였던 아프리카에서 새롭게 성장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단어이기도 하다.

이제 우리도 그 신호를 강하게 성장시켜야 할 것이다.

자신이 걷는 분야를 통해 이 세상을 보다 의미 있게 바꿀 수 있다는 초월적 신념과 믿음 그리고 자신이 걸어가는 발걸음들이 모두 의미가 있다는 것을 인지할 때, 우리는 적대적인 많은 환경 신호 앞에서 단단해질 수 있으며 또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이 책 《하버드 상위 1퍼센트의 비밀》이 담고 있는 주된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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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방 The Black room K-픽션 26
정지아 지음, 손정인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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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아 작가의 「검은 방」은 이미 읽은 소설이다.

6.25의 잔혹한 참상을 당시 빨치산과 후손의 삶을 통해 그린 작품이다.

좌익이자 남한에서 빨치산 경력의 여성이 어떻게 지금까지 살아왔는지, 얼마나 힘들고 팍팍한 삶을 이어왔는지 알 수 있는 소설이다.

독자로서 특별히 이 작품을 주목한 것은 이번에 〈K-픽션〉의 한영대역판이기 때문이다.

영어 실력이 어줍잖은 독자로서 공부도 할 겸 택한 선택이다. 손에 들고 읽는 순간순간 영역의 어려움을 느낄 수 있었다.

또 새로운 표현도 배움으로써 원작의 행간 의미까지 되새길 수 있어 좋았다.



박민규의 「버핏과의 저녁 식사」로 문을 연 〈K-픽션>.

최근 발표된 가장 우수하고 흥미로운 작품을 엄선하여 한영대역으로 소개하는 시리즈다.

한국문학의 생생한 현장을 국내외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기획되었다.

매 계절 새로운 작품을 선보이고 있으며 권여선, 장강명, 손보미, 김금희, 최은영 작가들의 단편을 거쳐 현재 총 25권이 출간되었다.



번역은 제2의 창작물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문화적 배경이 다른 한 나라의 언어를 다른 언어로 번역하는 일은 지난한 작업의 결과물이다.

작품의 내용을 그대로 옮기면서도 해외 영어권 독자들에게 유려하게 번역된 글을 읽을 수 있도록 하여 작품에 대한 감동을 그대로 전한다.

〈K-픽션〉 시리즈의 번역에는 세계 각국의 한국문학 전문 번역진이 참여했다.

번역과 감수 그리고 원 번역자의 최종 검토에 이르는 꼼꼼한 검수 작업을 통해 영어 번역의 수준을 끌어올렸다.

〈K-픽션〉은 아마존을 통해서 세계에 보급되고 있다.

아시아 출판사는 〈K-픽션〉 시리즈를 활용하여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 독자뿐만 아니라 한국문학을 사랑하는 전 세계 독자들에게 한걸음 가깝게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정은경 문학평론가는 「검은 방」은 30년 전부터 시작된 정지아 작가의 ‘긴 전투’라고 명명한다.

「검은 방」은 빨치산 경력을 지닌 노모와 딸의 일상을 담은 이야기지만,

정지아 작가는 이런 거울과 같은 서사를 통해 ‘눈송이’ 같은 경쾌한 삶의 태도를 시적인 감각으로 변형시켜 놓았다고 평했다.



작가 정지아는 전남 구례 출생으로,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1990년 장편 『빨치산의 딸』로 작품활동을 시작했으며 소설집 『행복』 『봄빛』 『숲의 대화』 등을 출간했다.

이효석 문학상, 한무숙 문학상, 올해의 소설상, 노근리 평화문학상 등을 수상한 한국을 대표하는 소설가 중 한 사람이다.

언제나 과거와 현재의 그늘을 직조하며 그 속에서 좌절과 희망을 동시에 선보이곤 하는 정지아 작가는 이번 K-픽션 『검은 방』을 통해 삶에 관한 깊은 통찰을 다시금 독자들에게 안겨주고 있다.



<리뷰어스클럽 서평단으로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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