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바다
고동현 지음 / 바른북스 / 2024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즘 'SF 소설' 전성시대라고 할 만하다. 사이언스 픽션(Science Fiction)의 약칭(SF)으로 쓰이니 우리말로는 과학 소설이라 해야 할 것 같다. 과학적 사실이나 가설을 바탕으로 상상의 세계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은 문학 장르이다. 과학소설(科學小說) 또는 SF 소설을 가리킨다. '대세'라고 할 만큼 문학 분야만 아니라 영화 등의 다른 매체들의 장르를 포괄하는 단어로 쓰인다. 과학 소설은 독자가 어렸을 때 기억으로는 '공상 소설'이란 말을 더 자주 썼었던 것 같다. 이 책 『검은 바다』는 가까운 미래, 아열대 기후로 변한 한반도를 무대로 펼쳐지는 SF소설이다. 

저자 고동현은 작품의 〈프롤로그〉를 통해 바닷속 환경과 생물체에 대한 묘사를 먼저 한다. 기이한 느낌의 묘사는 매우 신비하기도 하지만 공포를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입도 항문도 없다. 아무것도 먹지 않고 배설하지도 않는다. 그런데도 이것은 하루에 2밀리미터씩 자란다. 다 자란 것은 3미터가 넘기도 한다. 이것을 만나려면 한없이 깊은 바닷속으로 내려가야 한다. 천천히 심해를 향해, 온몸으로 심연을 맞아들여야 한다. 어둠을 두려워해서는 이것을 볼 수 없다. 바다의 수면에서 20미터만 아래로 가면 어둠이 밀려오기 시작한다. 100미터까지 내려가면 아예 빛은 사라지고 만다. 태양 빛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생명체의 활발함은 더 이상 보이지 안흔다. 이제부터는 태양이 지배하는 영역이 아니다. 육지에서 감각되는 빛깔들은 무의미해진다."(p.4)

저자가 묘사한 심해 속 광경은 현실적이지 않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깜깜한 바닷속을 들여다보는 저자는 생물체의 움직임에 주목한다. 절대 암흑이 지배하는 곳, 유일한 빛은 일부 생물의 순간적인 자체 발광이다. 이곳에서 날카로운 것에 의해 팔을 벤다면 그것에서 흘러나오는 잿빛 피를 보아야 한다. 수온이 급격히 떨어지고 수압이 오른다. 잠수정이 개발되기까지는 미지의 영역이라는 설명이다. 저자는 이곳을 '무의식의 세계를 탐험하는 기분'이라고 말한다. 이곳에서 만나는 생명체는 기이한 모습이다. 몸의 세 배가 넘는 긴 지느러미를 뻗어 다리 삼아 걸어 다니는 물고기, 우산 같은 촉수를 거느린 연체동물, 살이 투명해 내장과 뼈가 비치는 녀석들은 사체인지 생물인지 아니면 유령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이 소설 작품은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제외하고 8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고립」, 2장 「혼란」, 3장 「부러진 노」, 4장 「어둠과의 악수」, 5장 「해 질 녘의 하루살이」, 6장 「관(管)벌레」, 7장 「어둠 속의 생명」, 8장 「검은 바다」 등이다. 마지막 장 「검은 바다」가 이 소설의 표제어가 되었다. 「검은 바다」는 작품 속에서 탈영한 인물 '강 대위'의 노트의 제목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소설은 강 대위를 찾아 나서는 해군 긴급구조특기대 소속 장교 강 중위가 주인공이다. 소설을 이끌어가는 화자(話者)이기도 하다. 강 대위의 탈영 소식이 전해지자 강 중위는 C군도에 파견된다. 

이 소설은 그리 멀지 않은 미래의 이야기여서 마치 현실 세계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기후 변화 속 초대형 태풍과 쓰나미가 한반도를 휩쓴다. 소양강댐이 붕괴하고 한강이 범람하자 정부는 계엄령을 내린다. 소설 첫머리는 탈영한 강 대위를 찾으라는 명령을 받고 그가 실종된 곳에 강민 중위가 헬기를 타고 도착하면서 시작한다. "헬기가 꼬리를 틀며 수평선을 향해 날아갔다. 절벽 위해 내린 강민 중위는 먹구름 속으로 사라져 가는 헬기를 바라보았다. 검은 구름장 아래로 시커먼 바다가 죽은 듯이 잔잔했다. 추적거리는 비가 숨죽인 바다에 쉼 없이 내리고 있었다. 먹물처럼 번진 하늘과 바다는 수평선을 감추었다. 그는 헬기에서 받은 작전 명령서를 배낭에 넣었다."(p.10) 

강 중위는 그곳에서 거대한 기름띠가 초승달 형태로 펼쳐져 있고, 해변에서 20여 미터쯤 되는 높이의 절벽 등 스산한 풍경과 마주한다. 이곳에서 강 중위는 태풍을 맞아 험난한 길임을 예고한다. 다행히 고생 끝에 70~80미터쯤 되는 난파한 대형 범선을 마주친다. 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소설인데 "웬 범선?"이란 생각으로 배에 남은 사람들을 만난다. 비현실적이고 상식에 어긋나는 생각과 행동을 지녔다. 강 중위는 혼란을 겪다가 차츰 그들의 논리에 동화되어 간다. 인간은 재난을 어떤 관점으로 바라봐야 하는가, 그 과정에서 희생자는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 지구를 전일적 생명체로 바라보는 세계관 속에서 그들의 충격적 과거가 하나씩 밝혀진다.

범선에 다가선 강민은 한 명의 여인 '마리'를 만나고 그의 소개로 범선과 범선에 타고 있던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주고 받을 정도로 낯을 익힌다. 음식과 술(보드카)을 나누고 안정을 찾은 강민은 작전 명령서 서류를 자세히 살핀다. "작전 지역 SN16-24. 유조선 자이언트호(號)가 침몰한 제주도 서북부로부터 12킬로미터 지점의 군도(群島). 군도의 모든 거주자는 섬을 떠난 상황. 동북쪽 암석 무인도에 배수량 4,000톤급 범선 발견. 한 명의 여자를 포함한 민간인 4~5명이 거주하는 것으로 파악됨. 무장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음. 통신망 사용 불가 지경. 김진혁 대위의 송수신기에 무전이 잡힌 곳. 김 대위의 실종 경위를 조사하고 민간인을 설득해 임시 보호소로 인도할 것. 나흘 후 수송용 헬기 도착 예정.(p.18)

아내를 찾기 위해 긴급구조특기대에 자원했던 강민에게 이번 임무는 의문투성이다. 강민은 혼란스러운 마음을 정리하면서 아내의 얼굴을 떠올리려 노력한다. 미래를 예견한 듯 쓸쓸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던 아내. 그것이 그가 본 아내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강민의 개인사가 하나 하나 저자의 묘사로 그려진다. 십일 년간의 군 생활을 접은 강 중위는 아내의 간청을 받아들여 남해안 고향 마을로 돌아왔다. 결호한 지 일 년이 채 되지 않은 때였다. 사실 그는 바다와 멀리 떨어진 곳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가 배운 거라고는 어렸을 적부터 몸으로 익힌 고기잡이와 해군으로 복무하면서 배운 항해 기술뿐이었다. 고향 마을은 그다지 변한 게 없었다. 아내는 어촌에 살면서부터 얼굴에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그녀가 태어난 동남아시아 섬나라로 되돌아온 양 야무지게 일하면서도 지친 기색이라곤 없었다. 생선의 배를 쉼없이 따고 말렸다. 그녀는 한국에서 받아왔던 낯선 시선을 더는 의식하지 않아도 되었다.

봄인데도 후덥지근한 어느 일요일 아침. 강 중위가 일어났을 때 아내가 보이지 않았다. 지난밤, 아내가 쓸쓸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모습이 마음에 걸렸다. 해상에서 일어난 지진으로 마을이 흔들리자, 아내는 처음엔 두려움에 떨었다. 그러다 초조해했고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기도 했다. 마침내 그녀는 모든 걸 체념한 듯 힘없이 누웠다. 해변을 찾아봤지만 헛수고였다. 강 중위는 포기하고 읍내를 향해 트럭을 몰았다. 뭔가 찜찜했고 왠지 모를 불안이 차올랐기에 그는 갑자기 차를 세웠다. 서둘러 집을 향해 차를 돌렸다. 때때로 말썽을 일으키던 트럭이 그날따라 말을 듣지 않았다. 펑크 난 타이어를 갈고 보닛을 손봐야 했다. 언덕을 넘어가려고 할 때였다. 수많은 증기기관차가 동시에 증기를 내뿜은 것 같은 소리가 울렸다. 천둥소리는 아니었다. 구름 한 점 없는 날씨였고 하늘에 번쩍임은 없었다. 이어 거센 파도 소리가 밀려왔다. 그 속에는 연달아 터뜨리는 비명이 섞여 있었다. 간신히 언덕을 넘어섰을 때 그는 넋 빠진 모습으로 마을을 둘러봐야 했다. 해안은 바다에 잠겼고 그 위로 뒤집힌 어선과 자동차, 기와지붕과 탁자, 냉장고 따위가 뒤섞여 떠다녔다. 강 중위는 자신이 들었던 소리가 무엇인지 깨달았다. 설마, 해일이······. 

저자의 내레이션이 이어진다. 지진, 쓰나미, 대홍수…. 인간은 그런 재난을 끔찍하게 여긴다. 하지만 지구를 하나의 생명체로 가정해 보자. 그 생명체는 인간의 재난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볼까. 단 한 번의 재채기? 가벼운 몸살? 반면, 인간보다 더 짧은 삶을 누리는 개체도 있다. 그것들은 또 다른 시각을 가진다. 인간이 겪는 평범한 일상이 그 존재에겐 종말이기도 하다.

이 작품은 ‘가이아’ 이론을 관통한다. 그 이론은 지구를 살아 숨 쉬는 거대한 생명체라고 주장한다. 인간은 어둠에서 벗어나기 위해 찬란한 문명을 발전시켰다. 그 과정의 본질은 무엇일까. 수많은 희생자는 단지 어두운 기억에 묻혀야 하는 걸까.

1장 「고립」의 각 장에는 제목 밑에 바다에 범선이 떠 있고, 그 밑에 〈- 김 대위의 노트 '검은 바다' 中〉이란 원전을 밝히며 성경처럼 귀절이 들어 있다. 1장 「고립」의 경우 다음과 같은 노트 내용이 소개된다. "태초에 태어난 생명을 생각해 보자. 당시 지구는 불안정한 대기에 싸여 있었고 화산과 지진이 서로 경쟁하듯 반발했다. 바다는 시커먼 입을 벌리며 보이는 것은 무엇이든 삼킬 기세였다. 그곳에서 생명이 탄생했다. 그리고 최악의 환경을 이겨내 왔다. 최초의 생명은 고립 그 자체였다. 어디로든 움직이려면 죽음의 도박을 받아들여야 했다. 2장 「혼란」에는 "척박하고 어두운 환경에서 탄생한 생명체, 그것이 해야 했던 최초의 갈등은 무엇이었을까. 빛이 존재한다는 것을 감지한 순간부터 그들은 혼란에 빠지기 시작했다. 어둠 속에 그대로 머문 것인가, 아니면 빛을 향해 나아갈 것인가······."라고 적혀 있다. 

4장 「어둠과의 악수」 아래에는 "생명은 어둠에서 시작한다. 어머니 자궁 또는 알 속에서 생명체가 제일 처음 먹는 것은 어둠이다. 그렇게 태어난 생명은 영원히 살 것처럼 바둥거리나 곧 깊이를 헤아리지 못할 어둠 속으로 사라져 간다. 생명은 단 한 번의 번쩍임을 위해 영겁의 어둠을 잉태한다. 

8장 「검은 바다」에서 드디어 생명이 바다속에서 나와 빛을 향해 나아간다. "태초에 태어난 생명체들은 끝없이 퍼져나갔다. 그들 대부분에게 산소는 치명적이었다. 내리쬐는 태양의 빛도 끔찍한 것이었다. 주위는 모두 검었다. 그러나 생명은 차츰 극복했고 해로운 환경을 필수적인 것으로 만들어 냈다. 지금 있는 환경에 맞춰 끊임없이 적응하며 변해가는 것, 그것이 생명이다."(p.228)

강 대위의 노트에 적힌 내용을 일부 발췌해 각 장의 표지에 적어 놓은 저자의 의도를 엿볼 수 있다. 앞서 언급한 가이아 이론에 따른 생명의 진화를 책 속에 담은 것이다. 다소 성경처럼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문장도 있지만 인간은 바닷속 생명체에서 점차 바다 밖으로 나와 볼 수 없던 모든 환경에 적응하며 자신에 맞게, 혹은 자신이 맞춰가며 진화해 왔다는 점을 말하고 싶은 게 저자의 의도가 아닐까. 이유는 환경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인간은 결국 적응하고 극복하며 살아낼 것이란 점을 이 소설이 품은 뜻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빛은 어둠을 사르고 어둠은 빛을 삼킨다. 그 순환 속에서 생명은 순간의 반짝임이다. 생명의 본질은 어둠이며, 생명의 어머니인 바다의 본질 또한 그러하다. 빚을 얻지 못한 생명은 절망하지만, 어둠이 없는 생명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난파한 범선에서 다양한 개성을 지닌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각자 사연을 가졌으나 그들의 목적은 오로지 파두아라는 범선을 다시 움직여 항해하는 것이다. 그 욕망은 현실과 어긋나며 범선에 파국을 가져오지만·····. 

저자는 〈에필로그〉를 통해 인간의 존재와 생명의 기원, 극악한 환경에 적응하고 변화시키며 살아왔음을 확인시킨다. "나는 한 방울의 물이다. 아주 오래전, 바다는 특이한 존재를 탄생시켰다. 그것은 스스로 움직였고 지구가 얼어붙거나 지글지글 끓는 동안에도 번식했다. 아무도 모른다. 그렇게 인내하며 지켜온 유전자는 그 어떤 물질보다도 값진 것이었다. 그 존재들은 다양한 생김새로 변했고 그것은 진정한 창조였다. 그들의 수가 늘어나면서, 포효를 그치지 않던 바다가 안정된 리듬을 보였다. 무엇이 불만이었을까. 그의 일부는 차츰 바다에서 벗어난 새로운 세계를 갈망했다. 그들의 힘은 놀라웠다. 무엇이든 꿈꾸는 대로 이루어내고 말았다. 그것을 위해 죽음도 불사했고 가혹한 도전도 마다하지 않았다. 마침내 최초로 바다에서 떠나기로 한 무리가 결심을 실행할 때였다. 나는 그들 중 하나의 몸에 실려 뭍으로 나왔다. 

나는 땅속 깊은 곳에서 이십억 년간 정화되었다가 바위 틈으로 새어 나왔고, 단 하루라는 삶의 주기를 가진 하루살이의 눈이기도 했고, 그것이 죽어 바람에 흩날리는 동안 기체가 되었다가, 떨어지는 빗방울과 함께 다시 땅에 떨어져 고이기도 했고, 예쁘장한 꿩이 나를 삼키자, 그것의 피가 되어 일 년간 순환했고, 그것이 죽은 뒤엔 썩은 물의 일부가 되었고, 썩은 내를 맡고 몰려온 박테리아 무리가 꿩을 분해하는 동안 떡갈나무의 뿌리 밑으로 스며들었고, 뿌리를 타고 올라와 줄기의 수액이 되었고, 한 인간이 그 나무를 베기까지 팔십년 동안 그 속에 머물렀고, 이갈이하는 들쥐에 의해 그것이 흘리는 침과 하나가 되기도 했고, 곧 참애의 입에 들어가 그것의 내장 속을 떠돌았고, 그것을 총으로 쏘아 죽인 인간의 입속에 들어가 육십 년간 그의 심상이 일으키는 진동을 느끼며 머물렀다.

아프리카 한 사막에서 그 인간의 시체가 말라붙는 동안 뜨거운 햇살이 내 몸을 조각조각 분해했다. 나는 하늘 높이 솟아올랐다. 그곳에서 솜털 구름이 되었다가 적란운이 되기도 했고 태양을 가릴 때면 먹구름으로 변했다. 회오리바람이 휘몰아치던 날 나, 아닌 구름은 갈가리 찢겼고 그중 한 조각의 일부분으로 남아 잇다가 차갑게 식으며 바다로 떨어졌다. 나는 고향으로 돌아왔다.


저자 : 고동현


성균관대학에서 공학을 전공하고 IT 기술자로 10여 년 근무했다. 다니던 회사가 한국에서 철수하는 일이 벌어지자, 전공을 포기하고 어린 시절 꿈꾸었던 문학에 다시 손을 댔다. 그렇게 글 쓰는 삶으로 새로운 인생의 길을 걸었다. 바라는 삶은 소박하다. 하루 책 한 권을 읽고, 네 시간 동안 글을 쓰며, 틈틈이 강아지와 산책을 즐기는 것이다.

2014년 전북일보 신춘 문예에 ‘청바지 백서’로 등단한 후, 오로지 글만 쓰는 삶을 살고 있다. 철도 문학상·대한민국 디지털 작가상·해양 문학상 등을 수상했고, 동인지·문예지·e-book·오디오북 등 다양한 경로로 작품을 발표하고 있다.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건강 수명 100세 습관 - 오늘부터 시작하는
이가세 미치야 지음, 김현정 옮김 / 지식서가 / 2024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0년 전쯤 대한민국은 '100세 시대' 열풍에 휩싸였었다. 정부의 공식 발표에 따른 국민들의 호응이 뜨겁게 달아올랐기 때문이다. 사실 인간이 100살을 산다는 것은 '꿈의 숫자'일 뿐이라고 알고 있었던 것과 달리 어느 날 갑자기 선물처럼 다가왔기에 그 열풍은 뜨거웠었다. 가히 '신드롬'이라고 할 만큼 엄청난 바람이었다. 사실 당시 '100세 시대'가 열렸다는 것도 평균 수명, 혹은 기대 수명을 참고로 정부가 '장수 국가'가 됐다는 발표를 쉽게 한 데서 비롯됐다. '100세 시대'라는 말이야 언론에서 만들어낸 말인지 모르겠지만 이미 오래 전에 잊혔던 트로트 가요 중 '100세 시대'의 가사가 적절했는지 리바이벌되며 국민들의 최애창곡이 되기도 했다. 현재 우리나라 평균 수명이 남성은 80대 초반, 여성의 경우 80대 중반까지 올라갔다. 그때나 지금이나 큰 변화가 없다. 평균 수명으로 본다면 '초고령 사회'가 된 것이다. 당연히 100세까지 산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렇다고 100세 시대에 비판을 가할 수는 없다. 불멸은 아니더라도 장수는 누구나 원하는 바이니까. 

그러나 청년들의 일자리가 줄어들고 수입도 그만큼 줄어든 터라 '오래 살되 어떻게 살아야 하나?'란 문제가 부각되기 시작했다. 또 저출산 문제는 오래된 숙제이기도 했다. 청년 일자리 부족은 자주 겪던 상황이긴 했지만 'MZ 세대'는 저소득 일자리는 쳐다보지도 않는다. 집안에서 한두 명 낳은 자녀로서 넉넉한 상황에서 자랐기에 결핍의 괴로움을 겪지 않은 세대다. 그들은 곧바로 직장 포기, 집 포기, 결혼 포기 등의 현상으로 치달았다. 더욱이 결정적 한 방은 코로나 팬데믹까지 겹쳤다. 초고령화 시대가 되면 국가 입장에서는 노인 복지에 훨씬 많은 돈과 정책 마련을 해야 한다. 이는 이미 초고령화 사회를 겪은 일본에서도 크게 사회문제화 되어 수많은 정책들이 나오긴 했지만 아직도 수렁에서 완전히 빠져나오지 못한 채 많은 돈을 들여 이 문제를 완화시키려 애쓰고 있는 모습이다. 이에 반해 우리 정부는 외관상 이 문제는 덮어두고 당면 현안 문제에 더욱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의료 개혁' 정책은 실시되기도 전에 좌초된 것으로 보인다. 지방권 의사 정원을 늘려 지방에서의 의료 수준을 높이려고 한 것이 의료계의 반발을 사면서 기존 의료 인력마저 현장에서 대거 빠져나가고 있다.
이런 사회 분위기에서 100세 시대 열풍은 찬물을 끼얹은 듯이 잠잠해졌다. 오히려 응급환자나 수술 환자 등이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상황이 빈발하고 있다. 1인 가구가 급증하면서 고독사도 늘어나고 있다. '100세 시대' 건강한 모습으로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장수를 누릴 것으로 부풀었던 꿈은 산산조각났다. 이에 이젠 '100세 시대'란 말보다 '건강 100세'란 말로 대체되었다. 그러나 의학계의 말로는 아무리 건강한 육체라도 100세를 산다는 것은 아직 무리라는 것이다. 의학이 인간 수명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것은 가능했지만 건강하게 100세까지 산다는 것은 희망이지 현실화된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초고령 인구가 늘어난다는 것은 설령 저출산이 아니더라도 비율적으로는 경제활동 인구 축소를 의미한다. 팬데믹 후 우리 사회에 나타난 두드러진 현상은 장수보다는 건강 생활로 옮겨간 것 같다. 최근에 건강한 몸 유지, 정신 건강 유지를 위한 책도 굉장히 많이 쏟아지고 있다. 하나같이 사는 동안 건강하게 사는 것이 가장 잘사는 점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오래 사는 것보다 건강하게 사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다. 그러나 건강 생활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나이 먹을수록 노화는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아무리 잘 먹어도 건강을 담보하지 않는다.

장수 국가로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국가는 일본이다. 일본의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29.1%로 단연 세계 1위이다. 100세 이상 인구가 무려 9만 526명으로 일본 정부는 밝히고 있다. 이는 점점 늘어나는 추세라고 한다(2022년 기준). 그런데 건강한 상태로 사는 것을 의미하는 ‘건강 수명’은 이와 다르다. 남성은 72.68세, 여성은 75.38세여서 평균 수명에서 건강하지 않은 시간이 10년 정도 차이가 있다. 이 시간을 줄일 방법이 혹시 없을까? 이 책 『건강 수명 100세 습관』의 집필 취지는 여기에서 출발한다.

일본 항노화·예방의료의 선두 주자로 일컬어지는 저자 이가세 미치야는 에히메대학의학부속병원 항노화·예방의료센터장으로서 환자들을 만나고 있는 현직 의사이다. 저자는 2006년부터 국립대학에 센터를 개설하고 4,000명 이상의 환자를 진료하며 노화라는 주제를 고민해 왔다고 한다. 그 결과 후기 노령화 사회에서 건강하게 나이 드는 방법을 분석해 ‘식사, 운동, 생활 습관, 뇌·정신 건강, 의료’라는 5가지 범주에서 쉽고 단순한 습관 100가지를 선별했다.
저자는 이 가운데 10가지를 필수로 하고 나머지는 흥미가 가는 대로 선택할 것을 권유한다. 부록으로는 증상별로 효과적인 습관을 정리했다. 저자에 따르면 여생을 누군가의 도움에 의지하면서 살아야 하는 원인에는 고혈압, 뇌졸중, 심장질환, 암, 치매 등이 있다. 이것들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것을 대사 증후군이라 하는데, 도미노처럼 연잇는다고 해서 ‘메타볼릭 도미노(metabolicdomino)’라고도 부른다. 노화 속도는 유전자와 생활 습관에 의해 사람마다 다르며, 유전자의 영향력은 25%에 불과하다. 즉 수명의 75%는 식사, 운동, 생활 방식 등을 종합한 ‘습관’으로 결정되는 것이다.

이 책은 모두 5부로 이루어져 있다. 1부 〈식사〉, 2부 〈운동〉, 3부 〈생활 습관〉, 4부 〈뇌·정신 건강〉, 5부 〈의료〉 등이다. 각 부에 모두 100장(章)으로 나뉘어 세심하게 기술돼 있다. 1부에서는 식생활의 서구화로 육식을 선호하면서 내장지방, 고혈압,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증가함으로써 혈관이 노화되어 동맥경화, 심근경색, 뇌졸중의 원인으로 작용하므로, ‘배부르기 전에 숟가락을 내려놓는다’나 ‘등 푸른 생선을 먹는다’ 등 혈관 건강을 지키는 식사법에 중점을 준다. 2부는 나이 들수록 약해지는 근육을 유지하는 방법을 제안한다. 특히 대퇴사두근 근육량 감소는 동맥경화에 큰 타격을 준다는 점에서 근력과 뼈의 노화를 막는 쉽고 간단한 운동을 소개하며, ‘균형력을 키운다’나 ‘하루에 4,000 보 이상 걷는다’를 강조한다. 3부에서는 자율신경의 건강이 혈관 건강으로 직결된다는 점을 짚어준다. 혈액순환이 원활하면 혈액 속 노폐물과 피로물질이 사라져 동맥경화를 예방할 수 있다. 우울증과 치매 위험을 높이는 자율신경 불균형을 해소하는 올바른 생활 습관도 포함되어 있는데, 주요 습관으로는 ‘보청기를 끼고 대화한다’와 ‘꼼꼼히 양치한다’ 등이 있다.

4부 〈뇌·정신 건강〉’에서는 2025년에 되면 65세 이상의 20%가 치매를 겪을 것임을 예측하며, 치매가 발생하는 원인을 분석한다. 현대의학으로 완치가 불가능한 병이므로 결국 뇌를 건강하게 관리해 예방하는 방법밖에 없다. 특히 알츠하이머 환자는 생활 습관 질병이 있는 경우가 많다는 연구 결과에 주목한다. 좋은 습관으로는 ‘장내 환경을 개선한다’, ‘당당히 젊어 보이게 꾸민다’를 강조한다.
마지막으로 5부에서 저자는 오랜 의사 생활 동안 큰 병을 앓고 나면 건강 수명을 지키기 어렵다는 사실을 실제로 많이 맞닥뜨렸으며, 의학과 치료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건강하게 오래 살려면 예방의학이 필요함을 역설한다. ‘약은 최대 다섯 종류까지만 먹는다’, ‘마음에 안 드는 의사는 피한다’ 등 의료와 의사 활용 방법을 장(章)으로 나누어 개략적으로 서술한다.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는 말은 이제 너무 흔해서 식상한 표현이 되어버렸으나, 결코 틀린 말이 아니라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30년의 연구를 담은 이 책을 통해 ‘노화라는 강에 습관의 모래주머니를 쌓아’ 보기를 권유하고 있다. 스스로 건강을 지킴으로써 웃으면서 즐겁게, 행복감을 느끼며 매일을 보낼 수 있을 것으로 저자는 기대하고 있다. 

저자는 「60세 이후 40년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란 제목의 〈서문〉에서 건강상의 문제가 없어 특별한 제약 없이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기간을 '건강 수명'으로 정의한다. 일본인의 건강 수명은 남성이 72.68세, 여성이 75.38세이다(2022년 기준). 평균 수명과의 차이는 남성이 8.79년이고 여성은 12.19년이다. 저자는 장수하는 사람들 중에도 마지막 10년 전후에는 누워서 생활하거나 치매를 앓는 사람이 매우 많다는 의미라고 말한다. 그 이유 중 하나가 일본인의 경우 순환기 질환(고혈압, 뇌졸중, 심질환과 악성 신생물(암), 치매 등 개호*가 필요한 질병의 이환율**이 높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고도의 의료 기술 덕분에 오래 살 수 있게 되었지만, 몸의 이곳저곳에 관을 꽂은 채 침대에 누워 있어야만 하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한다면 이런 모습을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냥 '100세까지 산다'는 것만으로도 절대 행복해질 수 없다는 저자는 노화 속도를 늦추고 건강 수명을 조금이라도 늘려 '건강하게 나이 먹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개호(介護) : 곁에서 돌보아 줌.

**이환율(罹患率) : 병에 걸리는 비율.(독자 주)
책에 따르면 인간의 노화는 20대부터 시작되며, 40대 이후부터는 그 속도가 점점 빨라진다. 노화 속도를 늦출 수 있다면 100세를 넘어 건강한 장수를 누릴 수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이 거기까지 도달하지 못하는 이유는 중년기 즈음부터 앞서 언급한 '대사 증후군(메타볼릭 신드롬)'에 걸리는 사람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대사 증후군이 무서운 이유는 내장 지방형 비만을 시작으로 혈압과 콜레스테롤 수치, 중성 지방 수치, 혈당 수치 등이 하나씩 하나씩 도미노가 쓰러지듯 연이어 악화되기 때문이다. '안타까운 노화'를 유발하는 지표 중에는 '노쇠'라는 개념이 있다. 직역하면 '허약함'이란 뜻으로 장기 기능과 인지 기능, 의욕, 근력 등이 쇠해져 자립도가 떨어진 상태를 가리킨다. 개호 전 단계라고 생각하면 된다. 

현재 개호를 필요로 하는 원인 중 1위가 치매이다. 2025년에는 고령자 5명 중 1명이 치매에 걸릴 것이라 예상되며, 메타볼릭 도미노나 암과 마찬가지로 치매에 걸리지 않는 것이 건강한 장수를 누릴 수 있는 비결 중 하나이다. 저자는 암과 치매는 대사 증후군처럼 예방할 수 있는 질병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고 단언한다. 암도 일종의 생활 습관병이라는 주장이다. 암을 유발하는 위험 인자 중에 대사 증후군의 인자와 공통된 것이 있으므로 식사와 운동, 생활 습관을 개선해 나간다면 암 발병 위험도 줄일 수 있다고 저자는 강조하고 있다. 의사들이 개인의 노화도를 진단할 때는 ① 혈관 연령 ② 뇌·신경 기능 ③ 호르몬 분비 ④ 골 연령 ⑤ 근육량 등 5가지를 체크한다. 이 책 『건강 수명 100세 습관』에는 〈서문〉에서 간단히 설명하고 구체적 내용은 책 속의 각 장(章)에서 다룬다. 

① 혈관 연령 : 의사들 사이에서 흔히 하는 말 중에 '사람은 혈관과 함께 늙는다'는 말이 있다. 혈관은 나이가 들면서 서서히 딱딱해지고 탄력성을 잃어 약해지는데, 이를 '동맥 경화'라고 한다. 또 혈액은 전신 세포에 산소와 영양소를 보내는 역할을 한다. 혈관이 노화되면 혈액 순환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아 몸 전체가 노화되고 만다. 혈관 노화를 늦추는 효과적인 방법은 '식사'와 '운동'이다. 

② 뇌·신경 기능 : 앞서 언급한 대로 치매는 노쇠를 초래하고 건강한 장수를 위협하는 중대한 요인이다. 뇌와 신경의 기능을 산출하는 검사는 아주 많지만, 전부 과학적 근거가 충분하다고 보기는 힘들다. 또 치매에 걸리면 현재의 의료 기술로는 치료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무엇보다 예방이 가장 중요한 까닭이다.
③ 호르몬 분비 : 노화와 호르몬 분비도 뗄 수 없는 관계이다. 남녀 모두 나이가 들면서 호르몬, 특히 성호르몬 분비가 감소하고 운동 능력이 저하되며 시력 감퇴, 근련 저하, 의욕 저하 등이 일어난다. 호르몬 분비를 감소시키는 요인으로는 연령의 증가 말고도 스트레스, 수면 부족, 과로, 운동 부족 등을 꼽을 수 있다. 이 책에는 여성 호르몬을 대신할 만한 물질을 섭취할 수 있는 '식습관' 눈여겨볼 것을 귀띔한다.

④ 골 연령 : 뼈는 한 번 생성되면 평생 변하지 않는 불변의 물질이 아니다. 나이가 들면 뼈도 노화된다. 뼈의 밀도가 감소해 발병하는 것이 바로 '골다공증'이다. 골다공증이 있으면 작은 충격에도 쉽게 골절되기 때문에, 골다공증은 고령자가 노쇠해지는 큰 요인이라 할 수 있다.

⑤ 근육량 : 근육량이 감소했는지 알아볼 수 있는 간단한 방법이 있다. '한 발 서기' 자세를 1분간 유지하지 못하는 사람은 근육량과 골량이 감소했다는 것을 저자의 연구팀에서 밝혀냈다고 밝히고, 근육량이나 골량이 감소한 사람은 뇌가 위축되는 경향이 있으며, 치매 전 단계(경도 인지 장애)일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저자 : 이가세 미치야


에히메대학의학부속병원 항노화·예방의료센터장. 일본 에히메대학교 의학부를 졸업하고 순환기내과 의국에 입국해 수련을 받았다. 그 후 긴키중앙병원 순환기내과(연수의), 미국 웨이크 포레스트 대학교 고혈압혈관병센터(리서치 펠로), 에히메대학교 대학원 노년신경종합진료내과 특임 교수를 거쳐 2019년 4월부터 항노화·예방의료센터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2006년 당시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던 노화 예방(안티에이징) 분야를 연구하는 항노화센터(현 항노화·예방의료센터)를 국립대학에 개설한 뒤, 4천 명 이상의 환자를 진료하며 항노화 의학 연구의 선두 주자로 자리잡았다. 일본고혈압학회, 일본순환기학회, 일본항노화의학회, 일본노년의학회 등 다수의 학회에서 활동 중이다.

저서로는 『장수를 위한 1분 한 발 서기』, 『혈압이 쑥쑥 내려간다! 8초 점프』, 『1분 점프 다이어트』 등이 있으며, 〈NHK 스페셜〉, 〈세계에서 제일 받고 싶은 수업〉 등 다수의 방송에 출연했다. 설령 당신이 80세가 넘었다 해도 결코 늦은 것이 아니다. 반대로 아직 50세밖에 되지 않았다고 해도 너무 이른 것은 아니다. 인생에서 가장 젊은 날은 ‘바로 지금’이니까.


역자 : 김현정


이화여자대학교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동대학 통번역대학원에서 한일통역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동북아연합(NEAR)에서 일본전문위원으로 근무하다가, 과감히 사표를 던지고 현재 바른번역 소속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좋은 책을 한 권이라도 더 소개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출판기획 및 번역을 진행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정의중독》, 《선생님, 저 우울증인가요?》, 《팬 베이스》, 《불멸의 과학책》, 《기적의 장 스트레칭》 등이 있다.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24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
조경란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한국 문학의 지평을 더욱 넓혀줄 중견 작가들의 단편소설 수상집이다. 이 책은 김승옥문학상 수상자 7인이 한국 현대사 속에서 무명씨들이 삶을 이어가는 방식과 그들의 이야기를 조명하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24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
조경란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 『2024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은 표제어대로 1960년대 한국문단을 대표하는 소설가 김승옥을 문학적 업적을 바탕해서 제정된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이다. 김승옥은 1960년 학생혁명을 주도한 '4·19 세대'로서 강제적 일본어 교육을 받지 않고 우리말로 정규교육을 받은 첫 '한글세대'의 상징이기도 하다.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난 김승옥은 전남 순천에서 소년시절과 청소년기를 보냈다고 한다. 1960년 서울대학교 불문과에 입학한 후 1962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생명연습」이 당선되어 문단에 데뷔했다. 그는 뛰어난 문재(文才)를 발휘했고, 동인지 〈산문시대〉를 펴내는 동시에 「환상수첩」, 「건」을 발표하고 1964년 「무진기행」, 1966년 첫 창작집 『서울, 1964년 겨울』을 발표함으로써 '감수성의 혁명'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이어 1965년 제10회 〈동인문학상〉 최연소 수상, 1977년 제1회 〈이상문학상〉 수상으로 한국문단에 우뚝 섰다. 

김승옥은 앞선 세대의 무기력한 1950년대 전후문학과 결별하고 "태초와 같은 어둠 속에서" 안개 속의 낭떠러지로 전 인격을 내던진 소설가로 평가되었다. 탁월한 감수성을 무기로 단편소설이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경지를 개척해 한국문학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가 당시 그의 작품에 대한 평론가들의 일반적인 평가다. 그의 대표작들은 대부분 1960년대 초반에 발표되었고 단편소설이 중요한 몫을 차지한다. 암울하면서도 폭발적인 젊음의 세계를 그만의 감각적이고 개성적인 문체로 형상화함으로써 단숨에 우리 현대소설의 정점에 섰다. 압축적인 창조성으로 미루어 지극히 예외적으로, 작가의 생존 중에 〈김승옥문학상〉이 제정됨으로써 한국문단에 있어서 최소한 1960년대는 그가 이룬 문학적 성과에 크게 기대어 있다. 

2013년 첫 수상자(이기호)를 낸 후 박솔뫼, 김경욱, 윤성희, 김금희, 문진영, 편혜영 등이 대상을 수상했다. 〈김승옥문학상〉은 등단 후 10년이 넘은 작가들이 1년 동안 발표한 단편소설 가운데 가장 뛰어난 작품들을 뽑고 그중 대상 1편과 우수상 6편을 선정한다. 〈김승옥문학상〉은 가을마다 든든한 수확을 고대하는 독자들에게 한 해 한국문학의 결산을 안기는 자리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올해는 조경란 「그들」이 대상을 수상했다. 문학평론가 권희철은 심사평을 통해 "이 소설은 그 어리석고 하찮은 인생들이 자기 삶에 쏟아지는 부당한 고통과 무의미한 우연들을 얼마나 간절하게 받아들이고 또 그것에 절박하게 대처하려 하는지를 세밀하게 보여주는 바람에 우리가 그 인생들을 더이상 어리석고 하찮은 것으로는 볼 수 없게, 오히려 탄복하게 만든다."고 썼다.

『2024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은 2023년 7월부터 2024년 6월까지 27개 문예지에 발표된 165편의 소설을 심사 대상으로 삼았고, 〈김승옥문학상〉만의 특별한 블라인드 심사를 눈부신 단편으로 꿰뚫은 조경란, 신용목, 조해진, 반수연, 안보윤, 강태식, 이승은 작가가 영광의 수상자가 되었다. 이 가운데 조경란 작가의 단편 「그들」이 “그 자체로 우리 시대의 삶에 대한 진실한 표현”이라는 심사평과 함께 올해의 단편이 되었다. 두번째로 〈김승옥문학상〉에 반가운 모습을 보인 안보윤, 조해진 작가와 더불어, 첫선을 보인 강태식, 반수연, 신용목, 이승은, 조경란 작가는 사람의 내면을 향해 오방으로 뻗어나가는 헤아림과 일곱 가지 다채롭고 견고한 문체로 〈김승옥문학상〉에 걸맞은 품격을 증명해낸다.

이 책은 대상과 6편의 수상작품을 실었다. 우수상 수상 작품은 「양치기들의 협동조합」(신용목), 「내일의 송이에게」(조해진), 「조각들」(반수연), 「그날의 정모」(안보윤), 「그래도 이 밤은」(강태식), 「조각들」(이승은) 등이다. 대상 등 7편의 각 작품의 뒷 부분에 〈작가노트〉와 문인들의 〈리뷰〉를 배치해 독자들의 작품 이해를 돕고 있다. 책의 뒷 부분에는 〈김승옥문학상 취지〉와 〈심사 경위 및 심사평〉을 따로 두었다. 

대상 수상작인 조경란의 「그들」의 첫 문단은 이렇게 시작한다. 

"종소는 양파를 물에 담가두고 뒤를 돌아다봤다. 어머니는 식탁에 앉아 돋보기를 끼고 조간신문을 읽고 있어야 했다. 싱크대에서 식탁까지 겨우 네 걸음, 그 정도의 거리에서 분명히 어머니를 보고 있어도 가슴이 무거워질 때가 있는데. 지금 어머니는 방에 있다. 어머니가 닫은 방문을, 종소가 물기 묻은 손을 앞치마에 문지르곤 다시 걸어가서 한 뼘쯤 열어두고 왔다. 그런데도 어머니가 도로 문을 닫을까봐 신경이 쓰였다. 후배에게 돌아가신 어머니 이야기를 들어서만은 아니어도 그 영향이 크기는 컸다." 일주일에 두 번, 오늘같이 강의가 없는 월요일과 금요일이면 종소는 후배의 출판사에 가서 일을 도왔다. 출판사 사정이 어려워졌다는 말을 후배가 어렵게 꺼낸 지난달까지는. 그날 후배와 출판사 앞 중식당에서 술을 마셨고 자리가 길어졌다.(p.9)

대상작 「그들」은 삶이 중단될 위기에 내몰린 두 사람의 이야기를 그렸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우울증을 앓아 방안에 홀로 둘 수 없는 어머니와 단둘이 살아가는 종소, '지금껏 지켜온 생활이 모두 무너져버릴 거란 불안'에서 언제든 벗어날 수 있게 매일 같은 에코백에 단출한 짐을 챙기는 영주. 종소는 자신을 교수 임용 과정에서 배제시킨 최교수에게 복수하기 위해 그의 아내 영주가 운영하는 카페에 찾아간다. 그러나 카페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동안 비로소 평온을 찾은 종소는 어느샌가 복수의 순간이 미뤄지기를 바라게 된다.

단지 주어진 일을 겨우 해내고 있었을 뿐인데, 이유도 모르는 채 그 불안하고 버거운 삶조차 속절없이 무너져간다. 하지만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재활용쓰레기를 정리하고 튿어진 주머니를 꼬매며 가까운 사람의 마음을 돌보는 매일의 일을 포기하지 않고 해낼 때 그들에겐 '새로운 리듬이 도래할지도 모를 틈새들”(권희철 리뷰)이 생겨난다. 그런 진실을 「그들」은 적당히 그럴싸한 응원이나 당위로 갈무리하지도 않는다. “한 편의 소설이 다루기에는 너무 많은 요소를 끌어들이'면서도 그것들을 지극히 '촘촘'하게 배치해, 손쉽게 요약되기 어려운 복잡다단한 삶의 궤적을 놀라운 솜씨로 구현해내는 데 이르는 것이다. 그 정도의 매조지가 아니고서는 독자는 결코 탄복하지 않는다는 걸 조경란 작가의 바지런한 손은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는 심사평을 이끌어냈다.

권희철 문학평론가는 "「그들」은 시간의 흐름이 더이상 같은 박자로 지속되지 못한다는 표시가 빈번하다. 이런 표현들은 그 안에서 별다른 문제 없이 살아갈 수 있게 해주었던 누군가의 일상적인 리듬이 더이상 작동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표시한다. 생각해보면 종소의 박자들은 정말이지 계속해서 중단돼오기만 했다." 그 어리석고 하찮은 인생들이 자기 삶에 쏟아지는 부당한 고통과 무의미한 우연들을 얼마나 간절하게 받아들이고 또 그것에 절박하게 대처하려 하는지를 세밀하게 보여주는 바람에 우리가 그 인생들을 더이상 어리석고 하찮은 것으로는 볼 수 없게, 오히려 탄복하게 만든다고 평가했다. 그것은 무슨 현란한 문학적 장식물 같은 것이 아니고 삶에 대한 정직하고도 탁월한 관찰에서 비롯된 표현일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5월 17일. 무 5개와 밀 10홉. 저녁은 밀을 갈아서 무와 함께 먹음.

7월 4일. 알리샤 집 마당에서 옥수수 반 가마니를 따 옴. 알리샤에게 축복을.

9월 7일. 오랜만에 내린 비. 아이들을 위해 23알의 감자를 삶음. 성인들은 금식.

노트를 덮은 레닌은 어떤 시간을 만져보라는 듯 자색 가죽 노트를 나에게 내밀었다.

그곳에서 나온 물건이라네. 자기로 만든 상자 속에 단정하게 놓여 있어서 유일하게 타지 않은 거였어.”(p.98)


「양치기들의 협동조합」은 '기억할 수 없는 슬퍼서 아름답고 아름답도록 슬픈 이야기'라는 소설가 김경욱의 평가를 받았다. "시는 어디까지 참말이고 소설은 어디까지 거짓말일까. 기억은 얼마만큼 거짓말이고 상상은 얼마만큼 참말일까. 이야기는 이야기일 뿐. 시만으로는 상상할 수 없고 소설만으로는 기억할 수 없는" 작품이라고 김경욱은 말했다. 김경욱은 「지구가 스스로 돈다는 거짓말」이라는 제목의 〈리뷰〉를 통해 "이를테면 산티아고 순례길에 감춰진 금괴 이야기는 어디부터 시고 어디까지 소설일까?라고 묻는다. 그는 "스페인 내전 때 쿠데타군에 맞서 싸운 사람들을 지원한 외국 군자금이 / 세속과 가장 동떨어진 길 어딘가 잠들어 있다는 이야기. / 조지 오웰은 총을 집어들고 헤밍웨이, 생텍쥐페리는 취재 카메라를 집어들고 달려간 그 전쟁에 / 어떤 공화국들은 히틀러와 무솔리니에 맞서려 금괴를 보낸 것인데. / 미래의 파시스트 독재자를 멈춰 세우는 탄환이 되었어야 할 황금이 근 백 년 녹슬고 있다지. / 세상 신실한 순례자들도 건너뀌는 지루한 메세나 대평원 이름 모를 공동묘지 아래."라고 적고 있다. (중략) 4월의 제주가, 5월의 광주가 그랬던 것처럼 / 슬픔은 복수가 아니라 더 작다 함부로 말할 수 없는 또다른 슬픔이 알아봐주는 순간 완성되지." (중략) '이것은 시적 우연일까 소설적 필연일까'를 묻고 있다.

2004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에 중편소설 「여자에게 길을 묻다」가 당선되어 등단한 조해진은 신동엽문학상, 무영문학상, 이효석문학상, 김용익소설문학상, 백신애문학상, 형평문학상, 대산문학상, 김만중문학상, 동인문학상, 2014년 젊은작가상 등 많은 문학상을 수상한 역량 있는 중견작가가이다. 이번에 수상한 「내일의 송이에게」도 심사위원들의 호평을 받았다. 이 소설은 세월호 참사 십 년을 기록한다. 살아 있는 사람, 살아남은 사람. 참사 십 년에 조해진은 생존자들에게 이렇게 묻는다. 어떻게 살고 있느냐고, 괜찮으냐고. 이런 간절한 질문들이 이어진다면 우리는 적어도 우리의 삶에 '백기'를 들지 않을 수 있다고 소설가 하성란은 「내일의 송이에게」를 평가하고 있다. 소설의 대부분은 망각 속으로 사라지는 참사와 대부분의 사람이 생존자의 죄의식 속에서 살아가는 그곳의 일상을 살핀다. '그들'은 이제 이십대 후반이 되었다. 소설의 제목 속 '송이'가 누구일지 헤아려보면 이름이 속속 드러나는 이들 속에서 이름으로 불리지 않는 이가 단둘이라는 눈치채게 된다고 하성란은 강조한다. 


“여자가 혼잣말을 하든 소리 내어 울든, 정상인의 범주에서 벗어난 사람을 바라보는 온기 없는 시선은 그대로였다. 학교에 가는 대신 걷고 또 걸었던 그때, 그녀도 그런 시선을 받았는지 모른다. 학교에 있어야 어울리는 교복 차림으로 간간이 훌쩍이며 걷곤 했으니까. 더 혹독하게 가난해지고 외로워질 부모의 미래를 생각하면서, 왜 그애가 전화를 해도 받을 수 없는 곳으로 떠났는지 알 수 없어서, 가끔은 어째서 아무도 그녀에게 괜찮으냐고 묻지 않는지 궁금했으니까.”(p.137~138)


이야기의 끝에 다다라 터널 건너편에 "인간의 땅과 신전, 죽음의 표상이 있는" "부서지거나 훼손되지 않은 온전한 형태"의 동네를 만든 것은 그녀의 간절함일 것이다는 〈리뷰〉를 통해 내놓았다. 작가 조해진은 「어제를 겪고 오늘을 지나 내일을 살아갈 송이들에게」란 제목의 〈작가노트〉에서 "송이가 / 오늘에 머무르지 않고 내일로 나아가길. / 삶 앞에 나타나게 될 수많은 터널을 무사히 지나가길. // 소설을 발표하고 몇 달이 지난 지금도 / 남몰래 / 자주 소망하곤 한다라고 썼다.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은 올해 발표된 이 소설 「내일의 송이에게」는 꼭 그만큼의 시간이 지난 안산의 풍경을 차분히 살펴보면서 시작한다. 떠난 이들을 아프게 기억하면서도 그후의 삶을 나름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이들의 구체적인 모습은 우리로 하여금 지난 10년과는 다른 내일을 기약하게 한다.

안보윤의 「그날의 정모」는 정신질환을 겪는 어린아이에게 가해지는 잔인한 시선과 기만적이고 가혹한 세계를 폭로한다. “마침내 지옥을 향해 함께 손잡고 가는 남매의 행복한 악몽의 기록”(소설가 권여선 〈리뷰〉)으로서 가해와 피해, 정상과 비정상이라는 공고한 이분법을 찢어발기고, 그 폭발적인 에너지로 시종일관 눈을 고정시킨다. 강태식의 「그래도 이 밤은」의 주인공은 바람을 피우는 아들의 뒤를 쫓는 노인이다. 그의 기묘한 행적을 따라가던 독자는 사건의 진실과 함께 소설이 삶을 위무하는 방식 또한 깨닫게 된다. 이 소설은 누구라도 반드시 한번 더 읽게 되는 소설이란 평가를 받았다. 여행을 떠난 집주인 대신 ‘사모님’으로 행세하는 ‘이모님’의 이야기인 「조각들」(이승은)은 영화 〈기생충〉을 연상시키는 소재뿐만 아니라 스피디하고 흥미진진한 전개가 독자에게 이어질 비극을 기대하게 한다. 마침내 벌어지는 클라이막스의 순간, 이승은은 그 비극의 돌파구로 "허위와 당위를 동시에 품은 자기 서사를 기어코”(백지은 문학평론가 〈리뷰〉) 만들어낸다.


저자 : 조경란(趙京蘭)

1969년 서울 출생. 199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불란서 안경원」이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불란서 안경원』『나의 자줏빛 소파』『코끼리를 찾아서』『국자 이야기』『풍선을 샀어』『일요일의 철학』『언젠가 떠내려가는 집에서』『가정 사정』, 장편소설 『식빵 굽는 시간』『가족의 기원』『혀』『복어』, 짧은소설집 『후후후의 숲』, 산문집 『조경란의 악어 이야기』『백화점-그리고 사물, 세계, 사람』『소설가의 사물』 등을 펴냈다. 문학동네작가상, 현대문학상, 오늘의젊은예술가상, 동인문학상, 이상문학상 등을 받았다.


저자 : 신용목(愼鏞穆)

1974년 경남 거창 출생으로, 고려대학교 대학원 국문과 등에서 현대문학을 공부했다. 2000년 작가세계 신인상에 「성내동 옷수선집 유리문 안쪽」 외 4편이 당선되어 등단하였다. 시집으로는 『그 바람을 다 걸어야 한다』, 『바람의 백만번째 어금니』, 『아무 날의 도시』, 『누군가가 누군가를 부르면 내가 돌아보았다』, 『나의 끝 거창』 등이 있다. 시집 『백만번째 어금니』로 제2회 시작문학상을 수상했다.


저자 : 조해진(趙海珍)

1976년 서울 출생. 2004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에 중편소설 「여자에게 길을 묻다」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천사들의 도시』, 『목요일에 만나요』, 『빛의 호위』, 장편소설 『한없이 멋진 꿈에』, 『로기완을 만났다』, 『아무도 보지 못한 숲』, 『여름을 지나가다』, 『단순한 진심』, 『환한 숨』 등이 있다. 신동엽문학상, 이효석문학상, 김용익소설문학상, 백신애문학상, 형평문학상, 대산문학상, 김만중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영화를 장면으로 기억하는 내게는 인생 영화가 딱 한 편 있지 않고, 대신 끊임없이 재생해보는 ‘장면들’이 있다. 지금까지 잊은 적 없고 앞으로도 잊고 싶지 않은 두 장면이 있는데, 슬픔이 차오를 때마다 내 마음 깊은 곳에서 잔잔하게 일렁이는 차이밍량 감독의 [애정만세] 엔딩 신과 언제라도 나를 웃게 해줄 수 있는 시드니 루멧 감독의 [허공에의 질주] 속 생일 파티 장면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명화의 발견, 그때 그 사람
성수영 지음 / 한경arte / 2024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독자는 며칠 전 신문을 통해 어린이들의 겨울 방학을 아름답게 해줄 전시회를 안내하는 기사를 보았다. 「반 고흐, 클림트, 에곤 실레··· 낙엽 지면 명화가 걸린다」란 제목에 '연말연시 블록버스터 미술전'이란 부제가 달려 있었다. 주문(註文)에는 "고통받는 예술가의 원형 반 고흐 천재이자 살인자인 화가 카라바조, 세기말 퇴폐미의 대표자 클림트와 에곤 실레··· 미술 애호가가 아닌 이들도 들어본 적 있는 미술사의 별들이다. 이들을 다룬 블록버스터 명화 전시가 연말연시와 겨울방학을 앞두고 속속 개막하고 있다."(중앙일보 2024. 11, 23. 16~17면) 이 기사는 카라바조의 삶과 작품을 미리 알고 가는 것이 관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하며 간략하게 그의 일생과 작품 해설을 해준다. 

기자는 이어 이 전시의 바로 아래층에서 카라바조와 비슷하게 37세에 요절한 화가, 그러나 성격은 정반대였던 반 고흐 회고전에 대해 언급한다. 너무나 유명해서 설명이 별로 필요없는 화가다. 기사에 따르면 이 전시 〈불멸의 화가 반 고흐〉는 국내 최초의 본격적인 반 고흐 회고전이었던 2007년 서울시립미술관 전시와 제목이 동일하다. 뿐만 아니라 반 고흐의 작품들을 시기별로 전시하는 형식도 비슷하다. 어두운 색채로 농민의 삶을 그린 초기 네덜란드 시기(1881~1885), 인상파의 영향으로 밝은 색채로 전환한 파리 시기(1886~1888), 그의 특징인 다양한 황색과 청색의 조화가 발전한 아를 시기(1888~1889), 정신병원에 입원해 자연 속 생명력과 에너지의 흐름을 통찰한 생레미 시기(1889~1890), 그리고 마지막 오베르 쉬르 우아즈 시기(1890)로 구분되어 있다. 

기자는 반 고흐와 이번 전시의 성격에 대해 꽤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2007년 당시에는 가장 유명한 '별이 빛나는 밤'이나 '해바라기' 연작 등은 없었으나 반 고흐 작품 소장 규모로 전세계 '투톱'을 달리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반 고흐 미술관과 네덜란드 오털루의 크뢸러 미술관에서 '사이프러스와 별이 있는 길'과 '아이리스' 같은 명작들이 와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크뢸러뮐러 미술관 소장품 76점으로 구성되는 이번 전시의 경우에도 '별밤'이나 '해바라기' 등은 없으나 아를 시기의 명작인 '씨 뿌리는 사람'이 눈길을 끈다고 기자는 밝히고 있다.

또 반고흐가 생레미 정신병원에서 그린 〈착한 사마리아인〉('민중을 이끄는 자유'로 유명한 낭만주의 화가 들라크루아의 그림을 재창조한 것)이 나온다. 그리고 배우 윌렘 데포가 반 고흐로 나와 100% 싱크로율을 자랑하던 영화 〈반 고흐, 영원의 문에서〉(2018)의 제목에 영감을 준 그림 〈슬픔에 잠긴 노인(영원의 문에서)〉도 전시된다. 특히 이 그림이 나란히 걸려 있는 모습을보면 인간을 사랑했고 자신도 사랑과 구원을 받기를 갈구했던 반 고흐의 모습이 떠올라 울컥할 관객도 많을 것이라고 기자는 말한다. 에곤 실레는 국립중앙박물관의 〈비엔나 1900, 꿈꾸는 예술가들〉 전시에 초대된다. 19세기 말 20세기 초 오스트리아 모더니즘 미술, 특히 에곤 실레 작품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소장한 레오폴트미술관의 소장품으로 구성된 전시다. 비엔나 분리파를 공동 창립한 '황금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를 비롯해 마니아 팬을 거느린 표현주의 화가 라하르트 게르스틀과 오스카 코코슈카, 에곤 실레 등을 소개한다. 

책 서평에 독자가 갑자기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전시회 소식을 전한 것은 이 책에 나오는 화가들이 대부분 실려 있기 때문이다. 책으로 읽는 전시회나 작품 설명, 또는 작가의 생애를 확인할 수 있는 전시회이기 때문이다. 독자들은 두 가지 모두를 경험한다면 책과 실제 그림의 간극을 체감할 수도 있고 더 풍요로운 그림 감상을 위한 지식을 쌓을 수 있다. 

이 책 『명화의 발견, 그때 그 사람』은 성수영은 미술관, 박물관 등에서 관람객들에게 작품, 작가 그리고 각 시대 미술의 흐름 따위를 설명하여 주는 사람인 도슨트(docent)는 아니다. 한 신문사에서 문화부에서 미술 담당 기자로 재직 중이라고 한다. 한경arteTV에도 매주 토요일 고정 출연해 같은 분야에서 구독자 수가 압도적 1위라고도 한다. 저자는 「한 걸음 더 들어가 볼게요」라는 제목의 〈서문〉을 통해 "어떤 그림은 천 마디 말보다 더 강렬한 여운을 남긴다. 작가의 삶부터 미술계 흐름과 시대 상황까지, 좋은 그림 한 점에는 한 권의 책보다 더 풍부한 정보와 깊은 고민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술 작품은 친절한 해설과 함께할 때 더 색다르게 감상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은 화가의 삶과 시대를 중심으로 그림 이야기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간다. 저자는 전작 『명화의 탄생, 그때 그 사람』에 이어 두 번째 '그림 이야기'다. 전작이 주로 화가들의 열정적인 사랑이나 예술을 향한 꺾이지 않는 의지를 중심으로 작품을 설명했다면, 이 책에는 철부지 청년(에곤 실레), 예술에 미쳐 가족에게는 소홀했던 가장(폴 고갱, 폴 세잔), 천재성과 광기를 넘나드는 기인(살바도르 달리) 등 선악을 판별하기 어려운 더 복잡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이는 책에 담긴 삶과 예술의 빛깔은 더욱 풍부해는 요소다. 고갱, 세잔 등은 연재된 내용을 상당 부분 보강해 실었고, 구스타프 클림트와 에곤 실레, 고지마 도라지로, 후안 데 파레하의 삶을 조명하는 원고를 더했다고 저자는 밝힌다. 뿐만 아니라 '르네상스 3대 천재'라고 불리우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등을 천재성을 부각했으며, 쟁쟁한 예술가들의 라이벌 관계를 다룬 글들도 적잖다. 이들의 경쟁과 우정이 빚어낸 드라마를 통해 작품들을 더욱 입제척으로 즐겁게 감상하다 보면 그동안 어렵게만 느껴지던 미술도 어느새 친근하게 다가올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 책은 4개 파트(부) 27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부는 〈신념, 나를 잃지 않기 위한 여정의 시작〉에서는 구스타프 클림트를 시작으로 에곤 실레, 오스카 코코슈가 등 6명의 화가의 생애와 작품을 분석, 설명한다. 2장 〈애증, 사랑과 증오가 얽힌 감정의 실타래〉에서는 앞서 언급한 르네상스 3대 천재와 오귀스트 로댕과 카미유 클로텔의 광기와 파멸로 향한 스승과 제자의 뒤틀린 사랑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3장에는 〈극복, 어려움을 딛고 나아가며 얻는 깨달음〉이란 제목 아래 프리다 칼로, 폴 고갱, 알폰스 무하, 카미유 피시로 등 비극적 인생과 혹은 좌절을 넘어 예술혼을 불태운 화가들이 다수 등장한다. 마지막으로 4부 〈용서, 상처를 넘어 새로운 시작을 향하여〉에서는 자신의 눈으로 본 세상을 그리려 한 현대미술의 창시자로 불리우는 폴 세잔을 비롯, 살바도르 달리·조르주 쇠라·오딜롱 르동이 현대 미술의 태동기에 활동한다. 특히 근대화된 일본에서 '화가 모범생' 고지마 도라지로의 생애와 작품 등을 소개한다. 이 화가는 독자도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인물이어서 관심이 간다.

저자는 하나의 작품에는 한 사람의 인생이 담겨 있다고 단언한다. 따라서 예술을 가까이할수록 수많은 작품을 통해 다양한 사람의 가치관과 인생을 이해하며 삶의 경험을 확장해 나갈 수 있다는 말이다. 1장 「구스타프 클림트-인생은 고통이란 사실을 예술로 잊은 모순의 남자」라는 제목 아래 ‘황금빛의 화가’로 유명한 클림트를 다룬다. 클림트는 당시 미술에 관심 없는 사람도 그의 이름을 알 정도로 유명한 화가였다고 한다. 그의 화려한 그림은 한 점당 집 한 채 값에 팔렸음에도 그림을 갖고 싶다는 사람들이 줄을 섰다고 하니 열광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를 보면 클림트의 삶이 화려하고 행복했을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고 저자는 기록한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그는 어릴 때부터 대가족을 먹여 살려야 했고, 나이가 든 뒤에도 정신이 온전치 못한 어머니와 여동생을 홀로 돌봐야 했다. 예술적으로도 클림트는 외톨이에 가까웠다. 클림트의 독특하고 급진적인 그림은 적잖은 사람에게 비난받았고, 그에게 돌을 던지는 사람 중에는 친하게 지내던 예술적 동지도 있었다. 그의 작품 속 쇠퇴와 죽음의 상징들처럼 알고 보면 클림트의 삶에는 여러 겹의 불행이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클림트에게 삶과 세상은 늘 정반대의 요소가 뒤섞인 모순덩어리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예술에 전념하는 삶을 살며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세상을 떠날 때까지 클림트는 꾸준히 그림을 그리며 더 큰 아름다움을 추구했다. ‘영원한 시공간 속 찰나의 덧없는 인생에 의미를 부여하는 건 아름다운 예술뿐’이라는 클림트의 인생철학처럼, 그는 갔지만 그가 남긴 그림들은 우리에게 전해지고 있다.

그의 제자이자 아들 같았던 에곤 실레가 2장에 이어진다. 저자는 실레를 「인간의 근원적 외로움을 날카로운 선에 담은 청춘의 아이콘」으로 정의하고 있다. 실레는 1890년 오스트리아 빈 인근의 중산층 집안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철도 공무원이었다. 잘생긴 멋쟁이었다고 평판받았다. 그러나 집안 분위기는 그리 좋지 않았던 듯하다. 아버지는 매독에 걸렸지만 이를 숨기고 어머니와 결혼했고 아버지가 옮긴 매독균 때문에 어머니는 뱃속에서 두 아이를 잃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나중에 털어놓았지만, 뒤늦은 고백이다. 매독 때문인지 확실치 않지만 실레의 누나마저 열 살 대 세상을 떠났다. 빈에서 만난 클림트와 실레는 클림트와 평판과는 무관하게 끈끈한 사제지간을 정을 나눈다. 

실레는 클림트의 보살핌 아래 천재성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그러나 실레의 사춘기는 다른 사람과 비교해도 그야말로 강렬했다는 것이 저자의 전언이다. 주체할 수 없는 열정을 품고 있었지만, 인생 경험이 부족한 탓에 생각이 짧고 대인 관계도 서툴러 큰 실수를 저지르곤 했다고 알려지고 있다. 성적 충동에 약하고 멋 부리기 좋아하고 잘난 척하기도 좋아했다고 한다. 이 시기는 실레에게 대가의 기량과 소년의 마음이 공존한 셈이라고 저자는 풀이하고 있다. '한 인간이 정체성이 형성되는 과정'과 '성적 욕망의 발달'이라는 두 가지를 실레만큼 직접적으로 다룰 수 있는 화가는 전무했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마침내 실레는 1910년을 전후해 자신만의 화풍을 찾는 데 성공한다. 실레의 삶에는 그림만큼이나 강렬하고 드라마틱한 사건이 많았다.

실레는 연애도 드라라틱했던 모양이다. 아버지를 닮아 미남에 멋쟁이였던 실레는 인기가 많았다고 한다. 그림 모델 발리 노이질을 만나 동거를 시작했다. 그녀는 실레를 진심으로 사랑해서 다방면으로 헌신적인 뒷바라지를 했지만, 실레는 스물네 살 때 좋은 집안 출신인 에디트 하름스에게 적극적으로 구애해 양다리를 걸친 후, 발리와 서서히 멀어지기 시작했다. 당시 천한 직업이던 그림 모델보다 자신의 출세를 위해서는 에디트와 결혼하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란다. 자신의 출세를 위해 발리를 배신한 것으로 보인다. 실레는 결혼 후 삶과 예술이 큰 변화를 일으켰다고 저자는 판단한다. 직접적인 계기 중 하나는 군 입대였다. 실레는 1914년 발발한 제1차 세계대전 때문에 군대에 징집돼 군 생활을 했고 총을 들고 싸우는 전투병이 아니고 행정병으로 근무했기 때문에 목숨은 보전했던 모양이다. 하지만 실레에게 이런 변화가 꼭 반가운 것은 아니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실레의 예술가로서의 가장 큰 장점은 자신의 내면을 아주 깊숙이 들여다보고 그 디테일을 예민하게 감지해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전쟁이 가져다 준 충격이 실레의 삶과 예술을 바꿔놓았다는 것은 그림으로 볼 때 달가운 현상이 아니라는 저자의 주장이다. 

실제로 실레의 그림에는 20대 후반에 접어들면서 내적 혼란이 반영돼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의 작품 세계가 인격과 환경이 안정되면서 변화 속도가 점차 느려진다는 것. 하지만 다행히 그의 작품을 관통하는 핵심적인 주제, '인간의 근원적인 외로움'은 변하지 않았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저자에 따르면 아내가 임신한 뒤 그린 걸작 〈가족〉이 대표적이다. 실레의 가족을 상징하는 아버지와 어머니, 아기는 가까이 있지만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다. 아무리 가까운 가족이라도 인간은 모두 혼자이며 외로운 존재라고 말하는 것처럼.

3부에서 인상주의 화가 베르트 모리조의 이야기는 '묵묵한 의지'를 보여준다. 19세기 여성에게는 좋은 집안의 남자와 결혼해 아이를 낳고 가정을 이루는 것이 당연한 삶이었다. 그러나 모리조는 화가가 되겠다는 꿈을 잊지 않고 묵묵히 그림을 그렸다. 억압과 핍박에도 그의 의지는 꺾이지 않았다. 시대가 바뀌며 여성에 대한 제약이 점차 약해지면서 베르트 모리조의 이름은 미술계에 알려지기 시작했고, 화가로서의 커리어를 꽃피울 수 있었다. 모리조의 구도와 색채는 모네, 드가, 르누아르의 작품에 영향을 주었으며, 오늘날 베르트 모리조는 인상주의의 핵심 화가로 재평가받고 있다.

저자는 이처럼 오늘날 유명한 화가들의 삶도 굴곡이 많았다는 점을 이 책을 통해 짚어내고 있다. 열등감에 사로잡히기도 했고,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많았다. 그렇기에 이들의 삶과 작품을 살펴보는 것은 오늘날에도 큰 울림을 준다고 저자는 역설하고 있다.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간 예술가들의 삶 속으로 독자들을 초대하는 저자의 이유다. 과거 저 먼 나라에 살았던 예술가들을 지금 바로 내 앞에 살아있는 실체로 느끼게 해 주는 설명은 저자의 특장점이다. 저자가 도슨트가 아니라 기자이기 때문이다. 


알마가 자신보다 일곱 살 연하의 화가 코코슈카를 만난 건 1912년입니다. 당시 알마는 서른세 살, 코코슈카는 스물여섯 살이었습니다. 코코슈카는 비범한 재능의 소유자였습니다. 클림트가 1908년 자신의 전시회에 스물두 살에 불과한 코코슈카의 작품을 함께 걸며 “젊은 세대 중 가장 위대한 재능을 갖고 있다”고 칭찬하기도 했습니다. 코코슈카는 자신만의 기괴한 화풍으로 빈 상류층 인사들을 그린 초상화로 특히 유명했습니다. 당시 사람들은 그를 혁명가, 도발적인 괴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천재로 평가했습니다.(p.46) -「오스카 코코슈카-내면에 휘몰아치는 사랑과 광기를 화폭에 담은 희대의 집착남」 중에서


저자 : 성수영


연세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한 뒤 한국경제신문에 입사해 사회부와 경제부를 거쳐 현재 문화부에서 미술 담당 기자로 일하고 있다. 문화·예술 케이블 채널 한경arteTV에도 고정 출연 중이다. 매주 토요일마다 미술과 문화재에 관해 연재 중인 〈성수영의 그때 그 사람들〉은 고정 구독자 수 6만 명(네이버 기자 페이지 기준)을 넘기며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으며, 국내 문화·예술 분야 최고 인기 칼럼으로 손꼽힌다. 독자들의 출간 요청에 힘입어 그동안 연재됐던 글을 모아 다듬은 첫 책 《명화의 탄생, 그때 그 사람》은 예술 분야 베스트셀러를 기록하며 큰 사랑을 받았으며, 현재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