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암시 - 자기암시는 어떻게 우리의 몸과 마음을 치유할 수 있을까
에밀 쿠에 지음, 김동기 옮김 / 하늘아래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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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표제어로 쓰인 '자기 암시'란 단어는 어디서 들어본 것 같기도 하지만 무슨 뜻으로 어디에서 자주 쓰이는지에 대해서는 자세히 설명하기 어렵다. 들어는 봤지만 어디에 사용하는 말인지 잘 모르기 때문이다. 물론 의학 등 학문을 통해 배운 사람들이야 잘 알겠지만 일반적으로 널리 사용되는 단어는 아니다. 이처럼 낯설음과 친근함을 동시에 가진 말 중 '자기 암시'와 연관되어 떠오르는 단어는 '자기 최면'이란 말이다. 우리가 '최면술'이란 단어는 익숙하기에 금세 떠오른다. 특히 최근 사이코패스 범죄나 오래된 강력 범죄 수사에 최면술이나 최면 기법이 자주 거론되기 때문에 더 잘 알려져 있다. '자기 암시'를 치료에 사용하기 시작한 사람이 이 책 『자기암시』의 저자 에밀 쿠에(Emile Coue)다. 이렇게 생소하지만 친근함은 자기암시가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오랫동안 우리 주변에 존재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낯선 느낌을 받게 되는 까닭은 자기암시의 개념이 제대로 연구되지도 않은 데다가 그마저도 왜곡되어 알려졌기 때문이다.

책에 따르면 자기암시는 그것을 인식하든 못 하든 인간이라면 누구나 태어날 때부터 지니고있는 도구이며, 그 도구는 신비하고도 무한한 힘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그 힘은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따라 최상의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고 최악의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최고의 결과와 최악의 결과를 결정하는 것은 이 힘 자체가 아니라 사용하는 사람의 기술에 달려 있다. 따라서 자기암시라는 도구의 본질을 이해하고 그것이 가진 힘을 이용하는 기술을 습득하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그것으로 인해 우리 자신의 인생이 전혀 다른 방향과 방식으로 전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안에는 무한한 힘의 원천이 있다. 그 힘은 올바로 인식하지 못하고 아무렇게나 사용하면 자신에게 피해를 입히기도 하지만, 제대로 인식하게 되면 자기 스스로를 제어할 수 있게 되고 마음과 질병을 치료하고 예방할 수 있다.

 


 

저자 에밀 쿠에가 이 책을 쓴 이유이고, 쿠에는 '자기 암시 치료'의 창시자라고 불리운다. 환자 자신의 치료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다른 사람의 고통을 치유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도 자신의 삶을 행복하고 아름답게 가꿔나갈 수 있다는 데서 이 치료법은 자주 사용되어 왔다고 한다. 이 책을 통해 자신이든 타인이든 갈 길을 찾지 못해 방황하는 마음을 올바르게 인도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의식적 자기암시뿐이다"는 점을 에밀 쿠에는 강조한다. 대부분 사람들은 자신의 의지를 최고의 가치로 여긴다. 의지로써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과 다르게 저자 에밀 쿠에는 의지와 상상의 싸움에선 항상 상상이 이긴다고 말한다. 의지를 더하면 더할수록 원하는 대로 되지 않으며, 오히려 원하는 바와는 정확히 반대의 결과가 이루어진다고 설명한다. 예를 들어 불면증으로 고생하는 사람은 잠을 자려고 노력하면(의지를 다하면)할수록 더 잠을 들 수가 없다. 하지만 자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편안히 잠을 잘 수 있게 된다.

또 어떤 사람의 이름을 기억해 내려고 애를 쓰면 쓸수록 입안에서 맴돌 뿐 기억나지 않는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생각나겠지 하고 마음먹으면 어느새 기억이 난다. 이것은 우리의 '무의식'이 우리 몸 각 부분의 기능을 지배함은 물론 우리의 모든 행동을 지배하기 때문이다. 그 무의식의 작용이 상상이며, 의식적인 노력이나 의지를 통해서 생각을 바꾸지 말고, 무의식을 길들여 자신이 원하는 바를 성취하라는 것이다. 무의식이 의식을 상상이 의지를 이기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이 책에서 역설한다. 쿠에(Emile Coue, 1857~1926)는 1882~1910년 토르와에서 약국을 경영하던 중 당시 신약을 찾는 고객들이 내용보다는 포장이나 선전에 따라 보다 강한 효과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최면술에 흥미를 가지게 되었다고 전해진다.

 

 

쿠에는 우선 낭시의 A. 리에보로부터 이에 대한 공부를 하면서, 환자에게 최대의 조건은 자기 암시이고, 약물이나 다른 것은 암시에의 매개물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1910년 그는 낭시에 그의 독특한 암시요법 시술소를 세웠다. '나는 좋아지고 있다. 하루하루가 좋아지고 있다' 혹은 '나는 고통이 줄어들고 있다' 와 같은 언어 암시가 중심인데 그 방법은 현재 재평가되고 있다.(인명사전) 현대인들은 많은 정신적으로는 현실에 대한 좌절감, 의욕상실, 자신에 대한 자괴감과 육체적으로는 온갖 질병 등으로 마음과 몸이 상처와 고통, 자존감을 상실한 채 살고 있다. 그것은 급변하고 있는 현실과 자신의 인생이 행복해지는 것, 건강해지는 것, 원하는 목표를 성취하는 것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라는 것이 의학계의 정설이다.

이 책은 이러한 문제를 안고 있는 사람들에게 몸과 마음의 치유를 위한 자기 암시법을 소개하며, 구체적인 치료와 수행의 방법을 제시한다. 자기암시는 일상생활 속에서 절실한 자기 변화와 절망의 순간에 자신감을 회복시키고, 마음의 힘, 믿음의 힘, 긍정의 힘의 위력을 체험과 동시에 자기 자신 속에 숨겨져 있는 힘을 믿고 그 힘을 끌어내는 하나의 기술을 제시한다.

책에 따르면 자기암시의 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나는 날마다 모든 면에서 점점 더 좋아지고 있다” 이 말을 하루에 스무 번씩 반복하는 것이다. 이 말은 자기암시로 무의식에 각인되어 뇌에 명령을 내리고 뇌는 그 명령에 따라 삶의 모든 것을 움직인다. 반복적인 암시 행위를 통해 인간의 잠재의식에 특정한 의도를 전사하면서 그 거대한 잠재의식의 힘이 현실화의 메카니즘을 실행한다.

 


 

이 책은 이에 따라 몸과 마음의 치유를 위한 자기 암시법과 일상생활 속에서의 구체적인 수행 방법을 정리하고 있다. 절망의 순간에 자신감을 회복시키고, 실패를 성공의 기회로 전환하고 단점을 장점으로 변화시키는 자기암시는 우리 인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킨다.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 속에 숨겨진 힘을 믿는 것이다. 그 힘을 통해 의심하지 않고 행복한 상상을 하면 그 모든 것들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에밀 쿠에는 말한다. 독자는 의학과 약학 등 과학적 지식이 일천해 이 책을 읽기 위해 최소한의 단어 의미를 미리 정립할 필요를 느낀다. 자기 암시란 의미와 방법, 효과를 기대하기 위한 최소한의 기본 단어들이다.

간호대백과에 따르면 자기암시법(Auto-suggestion-Methode)은 자신의 이성에 호소하는 일없이, 무비판적으로 수용되는 심리과정을 암시라고 하는데, 자기자신이 암시를 관념으로서 가지는 것을 자기암시라 한다. 쿠에는 치료적 암시를 사용한 자기 암시법을 행했으나, 자율훈련법에서도 이 방법이 사용되고 있다. 또 자기최면(Autohypnose)에 대해서도 기술하고 있다. 최면이란, 일정한 암시조작으로 인도되는 심리생리학적으로 특유한 상태인데, 자기의 힘으로 타자최면과 마찬가지의 상태를 얻는 것을 자기최면이라하고 이 상태를 간단하고도 효과적으로 얻는 방법으로서, 자율훈련법과 점진적 근이완법이 있다. 자기최면은 자력으로 최면상태가 얻어지므로 간단히 행할 수가 있어 심신증 등의 질환에 대한 예방적, 치료적 효과가 크다.

자기 암시와 자기 최면의 차이를 독자로선 발견하기 힘들다. 공통점은 심리 치료란 점에서는 같은 의미로 쓰이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한 설명도 '최면(hypnosis)'에 집중돼 있다. 최면이란 최면법 또는 최면술이라고 불리는 일정한 방법으로 의도적·인위적으로 야기되는 인간 유기체의 특수한 상태 및 그것이 원인이 되어 생기는 심리적·생리적인 일련의 현상들을 일컫는다.

 


 

최면 상태는 수면과 각성의 중간적 특징, 특히 잠들 때의 상태와 비슷하나 수면과 분명히 구별된다. 피암시성이 현저히 앙진되어 평소와는 다른 의식성이 특징이며, 의식이나 운동·지각·기억·사고·상상·감정 등의 여러 심리학적 활동, 뇌파와 근전도, 위장, 순환기계, 자율신경계 등의 생리학적 활동의 변화를 볼 수 있다. 최면을 유도하는 수단을 ‘최면법’이라 하고 타인에 의해 유도되는 것을 ‘타자최면’, 자기 자신이 유도하는 것을 ‘자기최면’이라 한다. 둘 다 준비된 일련의 암시 계열에 차례차례 반응시킴으로써 암시에 대한 반응의 용이성, 즉 피암시성을 서서히 항진시키면서 아울러 의식성의 변화도 강화하는 것이 골자이다.

이때 타자최면에서는 유도자와 피험자 사이에 특히 밀접한 인간관계가 필요한데, 그것을 라포르(rapport)라 부른다. 자기최면에서는 심신의 이완과 암시반응을 위한 학습 및 훈련이 필요하다. 최면은 인류역사와 더불어 존재했다고 일컬어질 만큼 예로부터 세계의 어느 지역에서나 행해졌고, 특히 원시적 종교의식이나 의료 ·사회적 습관 등에 가지가지 형태로 이용되어 왔다. 과학적 연구는 F.A.메스머와 J.브레이드에 의해서 시작되었다고 하여 최면을 메스머리즘, 브레이디즘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있다. 특히 브레이드는 이것을 수면의 한 형태로 생각했기 때문에 잠을 의미하는 히프노(hypno)라는 말에서 히프노티즘(hypnotism)이라는 용어를 만들어 현재도 그것이 사용된다.

최면 중에는 ‘∼이 된다’느니 ‘∼라는 현상이 일어난다’는 등의 암시에 의해 몸이 뒤로 넘어지기도 하고, 팔이 떠오르거나, 또는 눈꺼풀이 감기는 등의 관념운동현상을 흔히 볼 수 있다. 손이 벌어지지 않고, 팔이 구부러지지 않으며, 발이 방바닥에서 떨어지지 않는 등 이른바 강경증(catalepsy)도 있고, 실제의 지각자극이 없는데도 지각경험을 하는 것 같은 환각은 미(味) ·후(嗅) ·촉(觸) ·청(聽) ·시(視) 운동 등의 여러 영역에 나타난다. 또 자기의 이름이나 연령, 그 밖의 기억을 잃었다고 느끼는 건망, 심신기능이 개체발생적으로 과거로 되돌아가는 퇴행, 현실적으로는 존재하는 것을 없다고 인지하는 부(負)의 환각 등도 보인다. 최면중의 경험을 각성 후에 잊어버리는 후최면건망(後催眠健忘), 최면중의 특정암시만이 각성 후에 특히 명료하게 재생 ·수행된다는 후최면암시 등도 보인다.

 


 

최면과 암시는 이처럼 심리학에서는 같은 뜻으로 쓰이지만 나타나는 현상에 대해서는 다소 차이를 보인다. 아마 최면에 대한 연구가 더 지속적으로 활발하게 이루어진 탓인 것으로 독자는 생각한다. 특히 이를 응용한 치료법에서도 거의 유사한 방법이 쓰인다. 다만 최면과 암시는 혼용돼 사용하는 바람에 최근에 와서야 다른 방법과 현상 등을 별도로 기록하는 것 같다. 이에 따르면 최면은 심신기능을 강화하기 때문에 이것을 의료에 이용하려는 시도가 일찍부터 행해져 여러 가지 새로운 치료법을 탄생시켰다. 메스머는 최면중에 비상한 항진을 나타내는 피암시성을 이용해서 ‘암시요법’을 행하였기 때문에 뒷날 최면요법이라고 하면 암시요법으로 받아들이는 것으로 오해하게 되었다. 그 후 에밀 쿠에가 자기 자신에게 암시하는 자기암시요법을 썼기 때문에 그것을 쿠에이즘(Coueism)이라고 부른다. 뒤에 J.H.슐츠가 자기최면에 의한 치료체계를 만들어 자율훈련법(autogene training)이라 명명했는데 오늘날 치료법·건강법으로서 널리 쓰인다. 브레이드는 최면중에 통각역이 저하하는 것을 이용하여 대퇴절단 등의 외과수술을 최면무통 상태에서 성공시켰다. 그 후 치과에서 최면은 치과적 처치를 위한 무통과 마취효과 촉진에 쓰이고, 입에 관한 정신신체현상이나 습벽 등의 컨트롤에 원용하게 되었다.

또 분만시의 무통이나 정신적 안정을 위해 최면암시가 쓰인다. 심신의 과도긴장을 배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상의 정신적 건강의 유지, 운동선수의 ‘흥분’ 대책, 뇌성 마비자 등의 지체부자유자의 리허빌리테이션에도 이용되는 길이 열렸다. 또한 최면의 역사는 수많은 현행 심리요법을 탄생시켰음을 보여준다.

이 책은 모두 7부로 구성돼 있다. 1부 〈상상은 언제나 의지를 이긴다〉, 2부 〈몸을 치유하고 마음을 변화시키는 자기암시법〉, 3부 〈모든 곳에 자기암시의 힘을 이용하라 질병을 치료하는 자기암시〉, 4부 〈믿음과 자신감을 위한 자기암시〉, 5부 〈자기암시에 관한 질문들〉, 6부 〈에밀 쿠에에게 온 감사의 편지〉, 7부 〈자기암시를 돕는 몇 가지 수행법〉 등이다. 이 책을 관통하는 문구는 "“나는 날마다 모든 면에서 점점 좋아지고 있다.”이다. 독자들의 일독을 권한다.

 


 

"인간의 능력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의지가 아니라 상상이다. 의지를 훈련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큰 실수를 범하는 것이다. 의지가 아니라 상상을 다루는 법을 배워야 한다."(p.33)

"의식적인 자기암시는 자연스럽고, 단순하게, 확신을 갖고 행하라. 절대로 의지로 '노력'을 해서는 안 된다. 무의식이 한 잘못된 자기암시 후 자주, 쉽게 나쁜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이유는 바로 '노력하지 않았기' 때문이다.(p.202)

"자기 통제는 '그렇게 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손이 떨리고 다리가 후들거리면, 곧 멈출 것이라고 자신에게 말하라. 그러면 그 증세가 사라질 것이다. 시술자를 믿지 말고 당신 자신을 믿어라. 당신을 치료할 수 있는 힘은 오로지 당신 자신 안에 있다. 나는 그저 그 힘을 사용하는 법을 알려줄 뿐이다.(p.203)

 

저자 : 에밀 쿠에(Emile Coue)

 

1857년 2월 26일 프랑스 트로와에서 태어났다. 어렸을 때부터 과학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했던 에밀 쿠에는 순수 화학자가 되고 싶었으나, 가정형편 때문에 약사가 된다. 28세에 리에보를 만나 최면술을 본격적으로 연구하다가 ‘플라세보 효과’를 확인하게 되고, 이를 더욱 발전시켜 ‘자기암시법’이라는 자신만의 요법을 창시했다. 그 후 진료소에서 자기암시법으로 정신과 몸에 병이 있는 수많은 사람들을 치료하였고, 명성이 널리 알려진 후에는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환자를 치료하고 자기암시법을 전파하는 데 평생을 바쳤다. 일반 환자들은 물론 의사들과 정치가에게까지 영향을 끼친 그의 치료법은 질병과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위로와 희망이 되었다.

 

역자 : 김동기

 

독일 뷔르츠부르크대학교에서 독어독문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같은 대학에서 영어영문학을 부전공했으며, 불어 고급 과정을 수료했다. 졸업 후 주로 한국과 독일 기업에서 독일어, 영어 통역과 번역 업무를 담당했으며, 을 영역했다. 지금까지 기술, 심리, 교육, 인권에 관련된 다수의 서적을 한국어로 번역하거나 영역했으며, 현재도 통역과 번역 일을 병행하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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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세기의 재판 이야기 - 그 재판이 역사가 된 이유! 고대부터 현대까지 세기의 재판으로 알아보는 흥미진진한 법과 세계사
장보람 지음 / 팜파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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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세기의 재판 이야기』는 단순한 법이나 재판 이야기라면 쉽게 읽기 힘든 책이란 생각이 먼저 든다. 법이나 재판은 우리 일상과 그다지 직접적 연관성이 없는 게 대부분이니까. 그런데 이 책에 등장하는 12개의 재판은 우리의 삶, 즉 역사를 바꾸는 데 인용되는 유명한 재판 이야기이다. 흔히 '역사적 재판'이라고 일컬어지는 재판들이다. 법과 인간의 존엄성이 맞부딪치는 경우 어떤 것을 우선해야 하는가에서부터 우리 삶의 경계선에서 우리의 삶을 오히려 압박하는 사건들의 재판도 있다. 우리는 일상 생활을 하는 가운데 흔히 법은 재미없고 어렵다고 생각한다. 사실 되도록 가까이 하고 싶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법에 의해 유지되고, 법에 의해 발전된 방향으로 진전된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법의 필수불가결의 요소다.

살면서 개인의 신체 안전과 재산 보호는 법이 아니면 살기 어려울 만큼 항상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사회 인구가 많아지고, 문명 발전으로 인간의 문명이 복잡하고 빠르게 변화하고 있어 자신의 신변 안전과 재산 보호만 생각하면서 살 수는 없다. 이때문에 살면서 되도록 가보고 싶지 않은 곳이라면 병원과 재판정이라는 속담도 전해 내려온다. 현대 법에서는 재산 문제가 굉장히 많아지며 민감하게 삶과 관련된 경우 재판이 쉽지 않다. 재판 결과가 나오기까지(소송 기간) 너무 길어지기도 한다. 개인과 이해 관계가 걸린다면 어느 한 개인의 손을 쉽게 들어줄 수 없다. 서로의 이익을 위한 주장을 내세우기 때문이다. 형사 사건의 경우 대개 법에 규정한 범죄자를 다루기 때문에 재판 과정이 단순하고 짧을 수도 있지만 민사의 경우 "몇 년이 기본"이라는 말도 유행된 지 오래됐다. 조선시대에도 재산을 물려줄 피상속인에게 상속인이 당부하는 유언이 "절대 송사에 휘말리지 말라"는 유언을 많이 남겼다고도 우스갯소리처럼 전해 내려온다.

 


 

민사든 형사든 모두 법정에서 이루어진다. 재판이 수천 년간 인류 사회에서 이어져 내려온 데는 '공정'해야 하고 잣대도 '정확'해야 한다는 원칙을 만족시키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재판 역시 사람 사는 사회에서 사람들이 다투는 일이라 모든 재판이 공정하게 이루어지기에는 어려울 것이다. 재판의 주체는 재판장(판사)이지만, 재판장 역시 그 사회 집단의 구성원임에 틀림없다. 또 재판장이 인간인 이상 '공정'이 흔들릴 수 있다. 다만 그보다 더 공정하게 문제를 해결해 줄 곳이 없기에 재판에 마지막 희망을 건다. 법정은 엄숙하고 까다로운 인상을 주고 소모전처럼 느껴지는 이유다. 하지만 법과 재판은 우리의 삶에 밀접하게 닿아 있고 또 우리가 사는 사회의 커다란 변화를 이끌어내는 존재임에는 틀림없다. 더 좋은 방법이 없다면 가장 공정한 '재판'이라는 절차를 거쳐야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법 관련하는 사람들은 법의 엄격함을 내세워 '정의'의 편에 선다. 그러나 법을 다루는 사람들이 모두 '정의'일 수는 없다. 사회 구성원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특히 사건이 정치적으로 비화할 경우 재판의 공정성이 더욱 크게 요구되지만 항상 공정성이 담보되지 않는다. 이때는 '법'이라는 무거운 '적'이 하나 더 생기게 되는 셈이다.

사회에서 통용되는 법은 우리 사회에서 정의의 편에 서서 피해자를 구하기 위해 존재한다. 즉 선량한 피해자를 법이 보호해 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반면 법정에 선 다른 한편은 '부정의'가 돼야 한다. 법조계 사람들은 법은 우리가 관심을 가지는 만큼 더 흥미진진한 존재로 변모한다고 말한다. 우리는 수많은 근현대사의 불행한 일들에 대해 모두 법이 처리해줄 것을 기대한다. 법이 존재하고 있는 사회에서는 마땅히 법이 개인이나 집단의 불행한 일에 대해 올바른 판단으로 피해자를 구제해야 한다. 이 책에 나오는 12가지 재판은 대체로 인간 사회는 정의와 부정의가 교묘하게 서로 숨바꼭질하면서 자신이 유리한 쪽으로 고개를 내미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법이 정치에 예속될 때, 법이 돈에 종속될 때, 법이 폭력에 무너질 때 등이다.

 

 

이런 사건들에 대한 재판은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고, 드라마보다 더 흥미진진하다. 지나간 사건들이니 더욱 그렇다. 자신이 재판 당사자라면 흥미롭게 바라볼 수는 없을 터이니. 보다 공정한 세상, 보다 살 만한 세상, 보다 풍요로운 인간들의 세상을 만드는데 기여하는 일은 법이나 정치나 같은 목적인데 왜 법과 정치가 만나면 늘 말썽이 되는지... 법의 원리나 정치가 방향을 잘못 잡을 때 얼마나 많은 피해자가 억울한 일을 당하는지도 이 책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세기의 재판 이야기』를 만나면 이유를 가늠할 수 있다. 이 책의 저자 장보람은 현역 변호사로서 우리 청소년들이 법과 재판에 관해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12가지 재판을 선정해 재판의 역사를 보여준다. 물론 인류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친 재판들이다. 법과 멀리 하더라도 최소한의 정도는 알아야 불이익을 당하지 않으며 살 수 있다. 어디까지 알아야 할까. 이 책이 청소년들에게 사회 생활을 하는 데 혹시 불이익에 대비할 충분한 소양을 키워준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세기의 재판이 열린 역사적 법정으로 이 책과 함께 떠나면 된다. 이 책을 다 읽고 덮는 순간, 법이 어떤 것이고 어떻게 사회에 작동하고, 결국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인지 충분히 알 수 있도록 저자가 쉽게 풀어 소개한다.

이 책은 한마디로 고대부터 현대까지 당시 사회를 뒤흔들 만큼 논란이 있던 재판들을 모아 법이 얼마나 치열하게 우리 사회를 변화시켜 나갔는지를 살펴보는 청소년 법 교양서이다. 큰 틀로 보면 법의 역사, 재판의 역사가 담겨 있다. 책장을 넘기는 순간, 재미있는 법정 드라마보다 더 흥미진진했던 세기의 재판이 열린 역사적 법정으로 여행을 떠난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역대급 재판을 보며 세계사적 배경과 역사적 인물들, 시대상, 그리고 기존의 가치와 대립한 새로운 가치의 분투를 만나볼 수 있다.

 


 

이 책은 역사적 재판 때 다루었던 사건들과 매우 닮은 현재의 분쟁들을 보여주며 우리가 어떤 눈으로 그런 분쟁들을 바라봐야 할지 생각해 보게 한다. 법에 관한 지식은 물론 법의 흐름까지도 짚어낼 수 있도록 해준다. 법정 분쟁의 치열한 대립은 영화보다 더한 긴박함을 안겨 주고, 대립 끝에 얻어낸 법적 정의는 진한 감동을 선사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 책이 청소년들에게 유용하게 쓰였다는 말이다. 생생한 재판장으로 떠나는 시간 여행을 통해 더 성숙한 법치 사회를 이루기 위한 소양과 리걸 마인드를 길러 낼 수 있을 것으로 저자는 기대하고 있다.

앞서 독자가 언급한 대로 법과 재판은 평소 우리의 일상과는 관련이 없는 전문가들의 영역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법은 우리의 생활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으며 우리의 생각과 행동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사실 법이 시작된 것도, 재판이 시작된 것도 '억울한 개인'을 구하고 피해 집단의 손해를 만회해준다는 취지에서 시작된 것이다. 즉 개인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생긴 것들이다. 관련된 법을 발전시켜오고 또 만들어 온 것이 전문가가 아닌 보통의 사람들이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이에 따라 이 책은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를 변화시키고 사람들의 사고를 성장시킨 세기의 재판을 모아 소개한다. 이 책에 나오는 '세기의 재판'들은 대개 고등하교 교과서에 짧게나마 언급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다만 교과서에서는 조목조목 따져가며 실을 수 없기에 많은 페이지를 할애할 수 없기에 이 책을 통해 더 깊은 법 지식과 재판을 알도록 하는 게 저자의 집필 취지이다. 당시 사회를 뒤흔들 만큼 논란이 많았던 재판들을 모아 법이 얼마나 치열하게 죄의 유무를 판단하고, 우리 사회를 발전시켜 나갔는지를 살펴본다. 그 과정에서 당시 시대상과 역사적인 배경을 알아보고, 역사적 인물들의 이야기, 기존 가치관과 대립하는 새로운 가치관의 분투를 이해할 수 있다.

 


 

역사적인 재판 때 다루었던 사건들과 매우 닮은 현재의 분쟁 사례도 함께 소개하며, 우리가 어떤 눈으로 지금의 분쟁을 바라봐야 할지 생각해보게 한다. 이 책을 통해 십 대 청소년들은 법적 정의와 법이 수호하는 가치에 대해 다시금 되새기게 될 것이다. 더 성숙한 법치 사회를 만들기 위한 기본 소양과 단단한 리걸 마인드(Legal Mind)를 지닌 채 성장하게 될 것이다. 드라마틱한 재판에 담긴 양심과 광기, 인간다움에 대한 이야기, 세상을 발전시킨 재판에서 시대착오적 재판까지 대표적인 사례와 현대 쟁점이 되고 있는 문제와 연결해 본다.

아무리 견고해 보이더라도 법에는 빈틈이 있다. 이 책은 법이 덜 성숙된 시절, 반면교사로 삼을 만한 시대착오적 재판에 관한 이야기도 들려주며 법에 대한 다양한 시각도 키워준다. 광기 어린 군중 심리에 휩싸여 끔찍한 만행을 저지른 ‘마녀 재판’, 양심을 지키기 위해 목숨까지 바쳐야 했던 ‘토마스 모어의 재판’, 인간다움을 지키기 위해 일부러 유죄를 받아야 했던 ‘로자 파크스의 재판’ 등 인류의 삶과 역사를 바꾼 사건들이 많다. 이 책에 등장하는 사람 이름이나 사건의 개요쯤은 많은 사람들이 안다고 말하지만 대체적으로 정확하게 아는 사람은 드물다. 이 책은 역사적 재판에 담긴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며 우리는 사회와 철학, 가치관의 성숙에 따라 법과 재판 역시 발달하거나 혹은 퇴보하기도 했음을 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우리가 인문적 사고를 끊임없이 키워야 하는 필요성을 느끼게도 한다.

이 책은 모두 12개의 재판을 다룬다. 12개의 장(章)으로 나뉘어 있다. 모두 시대는 물론 재판의 성격도 다르다. 무엇보다 '정의가 항상 승리한다'는 대원칙에 벗어나기도 한다. 하지만 결국은 정의로 귀결된다. 부정의의 승리는 시대상이나 관련자들의 면모에 따라 일시적으로 승리를 거머쥔 것처럼 보이지만 대부분은 인류가 정의롭다고 판단하는 쪽으로 바뀌어 간다.

 


 

1. 소크라테스의 재판(기원전 399) : 민주주의와 시민 불복종 / 시민이 성장해야 민주주의도 바르게 자란다

2. 토마스 모어의 재판(1535) : 헌법상 기본권과 양심 선언 / 과연 양심에도 법적 권리가 있을까?

3. 세일럼의 마녀재판(1692) : 군중 심리와 잊힐 권리 / 죄송하지만 마녀재판은 처음이라서요

4. 드레퓌스의 재판(1894) : 언론인의 항거와 재심 절차 / 여론의 힘으로 잘못된 재판을 바로잡다

5. 전범 재판(1945) : 역사에 대한 판단과 정의 / 추악한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법이 할 일

6. 로자 파크스의 재판(1955) : 인종 차별과 흑인 인권 운동 / 인간다움을 지키기 위해 일부러 죄를 짓다

7. 미란다의 재판(1966) : 미란다 원칙과 증거 능력 / 법에서는 결과만큼이나 과정이 중요하다

8. 제인 로의 재판(1970) : 낙태와 여성의 자기 결정권 / 낙태를 두고 벌인 윤리, 종교, 과학의 치열한 싸움

9. 워터게이트 재판(1974) : 대통령 탄핵과 헌법 재판소 / 부정한 권력은 시민이 심판한다

10. 카렌 앤 퀸란의 재판(1976) : 인간답게 죽을 권리 / 법이 허락하는 죽음은 과연 무엇일까?

11. 에린 브로코비치의 사건(1996) : 환경권과 손해 배상 / 부도덕한 기업과 훼손된 환경, 법으로 심판하다

12. 벌링턴 산업의 재판(1998) : 성희롱과 성차별 / 직장 내 성희롱을 재판장으로 가져오다

 

저자 : 장보람

 

변호사이며, 어린이/청소년 교양서 저자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는 서울중앙지방법원 상임조정위원직을 맡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명화로 배우는 미술의 모든 것』, 『말과 글에도 주인이 있어요』, 『신나는 법 공부』 등이 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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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인의 햇빛 일기
이해인 지음 / 열림원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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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이해인의 햇빛 일기』를 처음 접한 독자의 느낌은 감사와 감동이었다. 시인 이해인이 투병 중이라고 들었었는데 시집을 낼 정도로 치유가 되었다는 생각에 대한 감사가 먼저였다. 그 다음 8년 만에 낸 시인의 시집에 감사가 가득함에 감동이었다. 암 투병을 오랫동안 해온 데 대해서도 맑고 고운 심성이 전혀 변함이 없고, 오히려 모든 사람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독자에게는 더 따뜻하고 위로가 되는 시 100여 편을 선물 받은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실제 이해인 시인은 이 시집이 8년 만에 낸 책이라고 한다. 시인을 좋아하는 독자이지만 벌써 8년이나 됐나? 하는 생각에 말로만 좋아하고 위로를 받았지만 한 번도 진정한 위로는 전해 드리지 못한 점에 대해 성찰하는 기회를 주었다.

수도자의 삶과 시인으로서의 사색을 조화시키며 늘 따스한 사랑을 전해온 이해인 수녀는 이 시집을 통해 다시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왔다는 사실만으로도 독자에게는 위안이 된다. 병마와의 치열하게 사투를 벌이면서도 따뜻한 마음과 사랑을 전하는 이 시집의 시들은 어느 한 편 버릴 것 없이 소중하게 독자의 마음에 와 닿는다. ‘위로 시인’이자 ‘치유 시인’으로서 아픈 이들에게 건네는, 반짝이는 진주처럼 맑게 닦인 시들이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겼다. 모두 4부로 구성된 시집은 1부 〈내 몸의 사계절〉, 2부 〈맨발로 잔디밭을〉, 3부 〈좀 어떠세요?〉, 4부 〈촛불 켜는 아침〉이란 제목이 달려 있다. 이 가운데 1부와 2부는 투병 중에도 나날이 써낸 신작 시만 오롯이 실려 있다.

투병 중 어느 정도 차도가 보이자 시인은 햇빛을 쏘이며 「햇빛 향기」를 듬뿍 들이마신다. 그 햇빛이 "하도 황홀하여 눈이 멀 뻔했네 // 다시 한번 / 살아 있는 기쁨 / 숨을 쉬는 희망 / 내 남은 시간들을 / 어찌 살라고 // 햇빛은 저리도 눈부신지!"(p.19~20)라고 읊조리며 햇빛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득 담아 독자들에게 보낸다.

 


 

절망적인 병의 악화와 맞서 이겨낸 환자들은 누구보다 삶에 대한 강렬한 의지를 내보인다고 의사들은 전한다. 생명에 대한 감사가 희망으로 빛날 때 사람들의 삶의 의지는 다른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투병 중에 깨닫기 때문일 것이다. 시인 이해인은 병마를 마주 하기 전 "하늘에서 숲에서 / 새들이 노래하고 / 땅에는 꽃들이 많이 피고 / 나비가 날아오면 / 여기가 천국인가 / 늘 / 감탄하곤 했지요"라고 세상에 감사했다. 하느님을 섬기고 하느님의 말씀에 따라 사는 저자가 사는 세상이 천국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병마가 닥치고 힘든 투병 생활을 이겨낸 후 천국에 대한 저자의 생각은 달라진 듯하다.

 

"나이를 먹을수록

기억력이 감퇴할수록

내가 나를 알아보고

다른 이를 알아보고

매일매일 함께 사는 기쁨을

새롭게 감사할 수 있으니

여기가 천국인 것 같네요

아주 먼 그 나라는

안 가봐서 모르겠고

지금 여기야말로

미리 누리는 천국이란 생각을 하며

명랑한 웃음을 되찾는 중이에요"(p.85~86)

- 「천국에 대한 생각」 중에서

 

 

시인은 이제 작은 햇빛 한줄기로 가닿고자 한다. 때로 생경하고 낯선 고통 앞에서도 “아파도 외로워하진 않으리라” 결심하며 다시 하늘을 올려다보는 시인의 맑고 고운 언어들이, 우리의 상처와 슬픔에도 “환한 꽃등” 하나씩 밝혀줄 것이다. “저마다 무슨 일인가로 잠들지 못하고 뒤척이다 날을 샌 존재들에게” 시인은 작은 햇빛 한줄기로 가닿고자 한다(황인숙 시인)고 추천의 글을 내놓았다. 때로 생경하고 낯선 고통 앞에서도 “아파도 외로워하진 않으리라” 결심하며 다시 하늘을 올려다보는 시인의 맑고 고운 언어들이, 우리의 상처와 슬픔에도 “환한 꽃등”(「아픈 날의 일기 1」) 하나씩 밝혀줄 것이다. 이에 시인은 “이 시집의 제목을 ‘햇빛 일기’라고 한 것은 햇빛이야말로 생명과 희망의 상징이며 특히 아픈 이들에겐 햇빛 한줄기가 주는 기쁨이 너무도 크기 때문입니다.”고 답하고 있다.(〈시인의 말〉 중에서)

시인은 "언제부터인가 제게는 '위로 시인' '치유 시인'이라는 단어가 이름 앞에 자연스럽게 붙긴 하는데 민망하긴 하면서도 한편으론 이 말이 반갑게 들립니다. 지난 수십 년간 우정, 사랑, 기도 등등 특정한 주제를 가지고 시를 쓴 적이 있지만 처음부터 아픔이나 고통을 주제로 글을 쓰거나 책을 엮을 생각을 하진 않았습니다. 그러나 예기치 않게 암 환자가 된 2008년부터는 자연스레 아픔, 고통, 이별이 글에 자주 등장했고 이를 읽은 독자들이 공감의 표현을 해주니 계속해서 쓰게 된 것 같습니다."고 털어놓는다.

또 자신이 신분이 수도자여서 그런지 참으로 많은 분들이 이렇게 저렇게 자신의 아픔을 호소하며 위로받고 싶어해 때로는 감당하기 힘든 적도 있었다고 〈시인의 말〉을 통해 고백하기도 한다. 벙마와 싸우면서 큰 수술 후 회복실에서 듣던 사람들의 웃음소리, 다시 바라다본 푸른 하늘, 미음과 죽만 먹다 처음으로 밥을 먹던 시간의 감사한 설렘 등 어느 것 하나 새롭지 않은 것이 없었다는 시인의 솔직한 심정을 토로한다.

 


 

시인에게는 지난 날 독자들의 이러한 호칭에 공감도가 낮았으나 오랜 투병 끝에 서서히 깨닫게 됐다는 사실을 털어놓는다. 자신의 아픔을 한 발 떨어져 객관적으로 바라보려는 시도가 그리 쉽진 않았으나 그런 노력을 구체적으로 할 수 있을 때에만 다른 이에게도 비로소 조금 더 좋은 위로자가 될 수 있음을 투병하는 동안 경험했다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이 시집을 내기까지 시인은 혼신의 힘을 쏟았음을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이 있다. "이 시집 안의 시들이 누군가에게 다가가 작은 위로, 작은 기쁨, 작은 희망의 햇빛 한줄기로 안길 수 있기를 소망해봅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또 하루를 살아야겠다' 밤에 잠자리에 들 때는 '또 하루를 살았구나' 감탄의 기도를 바치면서, 기도하면서 우리 함께 길을 가기로 해요"라며 독자들에게 권유한다. '몸이 아파도 시는 계속 나오는 게 신기하네?'라며 감탄하는 수녀님들, 특히 힘겹게 투병 중인 수녀님들께 이 시집을 바친다"고 덧붙인다.

아파도 외로워하진 않으리라

아무도 모르게 결심했지요

 

상처를 어루만지는

나의 손이 조금은 떨렸을 뿐

내 마음엔 오랜만에

환한 꽃등 하나 밝혀졌습니다

- 「아픈 날의 일기 1」 중에서

 


 

암 투병을 시작할 무렵 지난 2011년 에세이 『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를 출간 후 시인은 인터뷰를 통해 “사람이기 때문에 미련이 있거나 사소한 물건에 집착하게 될 수 있잖아요. 기껏해야 나는 메모지, 편지지, 스티커 몇 장에 애착을 가지지만. 그리고 조개껍질하고. 요즘에 물건들을 정리하고 있어요. 법정 스님이 그런 얘길 했지만, 물건은 그 사람이 살아 있을 때 빛이 나는 거지, 죽고 나면 빛을 잃거든요. 주고 싶은 물건이 있으면 건강할 때 나누라는 그 말이 항상 깊이 와 닿아서, 나도 요즘 애착 갖고 있는 책들은 도서관에 보내고, 물건은 나눠주고 있어요. 어떤 수녀님은 눈물을 글썽이면서, ‘수녀님, 왜 이래. 떠날 준비하는 거야?’ 하지만, 물건이 빛날 때 정리하는 거예요. 기쁘더라고요. 거기서 자유로움을 느꼈어요. 비우려고 하니까, 어디에도 걸림, 매임이 없어요.”라고 말했다.

투병에 대해 비교적 가벼운 마음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8년 간의 고통스럽고 지리한 암 투병 후 내놓은 시들이 이 책 1부 ‘내 몸의 사계절’과 2부 ‘맨발로 잔디밭을’은 투병 중에도 나날이 써낸 신작 시들로 엮었다

 

"그래 천국 가는 길은

다시 천진한 어린이가 되어

밝게 웃고 맑게 살고

자신을 온전히 내맡기는

믿음을 배우는 거라고

그게 비법인 것 같다고

답을 할까보다"(p.52)

- 「천국 가는 길」 중에서

 


 

이해인 수녀가 시집을 낸다는 소식을 누구보다 일찍 알았을 시인 황인숙이 이 책의 뒷 부분에 〈추천의 글〉을 썼다. 아마 기쁘고 행복한 느낌이었을 것으로 독자는 생각한다. 황인숙 시인은 이 글을 통해 "이해인 수녀님은 얼마나 행복한 시인이신지요! 시인이 궁극적으로 사랑의 전도사라며, 이해인 수녀님은 바탕이 그 궁극이시네요. 이해인 수녀님 시에 '행복하다'는 시어가 드물지 않은데, 그냥 시인인 저는 평소에도 '다행'이라는 말을 자주 씁니다. 다행의 '행'은 '행복'보다 '행운'을 뜻하지요. 썩 나쁘지는 않은 것이니 아슬아슬 제 인생도 '그냥 그냥' 다행입니다만."(p.255) 황인숙 시인은 이해인 수녀의 시 가운데 묵상적인 아름다움이 드러나는 시 「가을 편지」를 꼽아 맺음말을 대신한다.

 

이름 없이 떠난 이들의

이름 없는 꿈들이

들국화로 피어난 가을 무덤가

흙의 향기에 취해

가만히 눈을 감는 가을

 

(······)

 

누구나 한 번은

수의를 준비하는 가을입니다

 


 

저자 : 이해인(李海仁)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녀회 수녀. 1945년 강원도 양구에서 태어나 삼 일 만에 받은 세례명이 ‘벨라뎃다’, 스무 살 수녀원에 입회해 첫 서원 때 받은 수도명이 ‘클라우디아’이다. ‘넓고 어진 바다 마음으로 살고 싶다’는 뜻을 담은 이름처럼, 부산에 있는 바닷가 수녀원의 ‘해인글방’에서 사랑과 위로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수십 년간 폭넓은 독자층의 사랑을 받고 있는 그의 시는 교과서에도 여러 편 수록되어 있고 전국의 산과 공원에 수많은 시비로도 새겨져 있다.

수도자로서의 삶과 시인으로서의 사색을 조화시키며 기도와 시를 통해 복음을 전하는 수녀 시인. 1945년 강원도 양구에서 태어나 필리핀 성 루이스 대학 영문학과와 서강대 대학원 종교학과를 졸업했다. 현재 부산 성 베네딕도회 수녀로 봉직중이다. 1964년 수녀원(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녀회)에 입회, 1976년 종신서원을 한 후 오늘까지 부산에서 살고 있다. 1970년 『소년』지에 동시를 발표하며 등단했으며, 첫 시집 『민들레의 영토』를 출간한 이후 『내 혼에 불을 놓아』 『오늘은 내가 반달로 떠도』 『시간의 얼굴』 『서로 사랑하면 언제라도 봄』 『다른 옷은 입을 수가 없네』 『작은 위로』 『꽃은 흩어지고 그리움은 모이고』 『작은 기쁨』 『희망은 깨어 있네』 『작은 기도』 『이해인 시 전집 1· 2』 등의 시집을 펴냈고, 동시집 『엄마와 분꽃』, 시선집 『사계절의 기도』를 펴냈다. 산문집으로는 『두레박』 『꽃삽』 『사랑할 땐 별이 되고』 『향기로 말을 거는 꽃처럼』 『기쁨이 열리는 창』 『풀꽃 단상』 『사랑은 외로운 투쟁』 『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 시와 산문 을 엮은 『필 때도 질 때도 동백꽃처럼』 등이 있다. 기도시 그림책 『어린이와 함께 드리는 마음의 기도』, 동화 그림책 『누구라도 문구점』을 냈다. 그밖에 마더 테레사의 『모든 것은 기도에서 시작됩니다』 외 몇 권의 번역서 와, 프란치스코 교황의 짧은 메시지에 묵상글을 더한 『교황님의 트위터』가 있다. 그의 책은 모두가 스테디셀러로 종파를 초월하여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으며 초·중·고 교과서에도 여러 시들이 수록되어 있다. 제9회 새싹문학상, 제2회 여성동아대상, 제6회 부산여성문학상, 제5회 천상병 시문학상을 수상했다.

이해인 수녀는 어머니 1주기(2008년 9월 8일)를 기념한 열 번째 시집의 원고를 탈고하자마자 뜻밖의 암 선고를 받았다. 곧바로 대수술을 받고 잠깐 동안의 회복 기간을 거쳐 다시 항암치료를 시작했다. 시인으로서 40년, 수도자로서 50년의 길을 걸어온 이해인 수녀는 오늘도 세상을 향해 시 편지를 띄운다. 삶의 희망과 사랑 의 기쁨, 작은 위로의 시와 산문은 너나없이 숙명처럼 짊어진 생활의 숙제를 나누는 기묘한 힘을 발휘한다. 멀리 화려하고 강렬한 빛을 좇기보다 내 앞의 촛불 같은 그 사랑, 그 사람을 잃지 말라는 메시지는 ‘조금씩 사라져가는 지상에서의 남은 시간들’, 아낌없는 사랑의 띠로 우리를 연결 짓게 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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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방에 아무나 들이지 마라 - 불편한 사람들을 끊어내는 문단속의 기술
스튜어트 에머리 외 지음, 신봉아 옮김 / 쌤앤파커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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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가까이 있는 사람들이 당신의 인생을 만든다.” 내 마음의 방을 관리하는 ‘방의 규칙’을 정해, 가치 있는 사람들로 주변을 채우는 인간관계의 기술을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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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방에 아무나 들이지 마라 - 불편한 사람들을 끊어내는 문단속의 기술
스튜어트 에머리 외 지음, 신봉아 옮김 / 쌤앤파커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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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참 오랜만에 해보는 질문이다. 어렸을 적 사춘기 무렵 선생님, 혹은 부모로부터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었던 말이 생각난다. "어떻게 살 것인지 인생관을 세우고 원하는 길로 매진하라." 교과목이 달라도 각 교과 선생님들도 수업 이외 여담을 할 때마다 강조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우리들은 자연스레 무엇을 하고 살 것인지, 즉 직업으로 무엇을 택할지에 대해 고민하고, 또 생각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대체적으로 이때 정한 인생관을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 갖고 살아왔는지는 별도의 문제다. 아마 대부분 그때의 생각에 차이가 있으리라 짐작된다. 독자도 변했으니까. 또 주변 친구들 중에도 그때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고 있는 사람은 별로 없다. 살아오면서 많이 변한다. 이때 생각의 변화를 가져온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 사회 생활을 하면서 만난 사람들이 가장 큰 영향을 주었으리라 생각한다. 그들은 삶에 대해 생각하게 해주는 원동력이었다. 좋은 이유든 나쁜 이유든 영향을 받았기에 독자도 그런 생각의 변화를 일으켰다.

그때로부터 수십 년이 지나온 동안 오늘날 세상은 거대하고 복잡하게 변했다. 그것도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변화해 맞춰 가기 힘들고 버거울 정도로 빠르게 변화했다. 누구나 사회에서 다양한 관계를 맺고 살아간다. 좋든 싫든. 문제는 바로 거기에 있다. 독자는 딱히 내키지 않는 사람들을 거절하지 못하는 바람에 떠밀리듯 인연을 맺은 뒤 고통을 겪었다. 지금은 어떻게 하면 이 골치 아픈 관계를 끊어낼 수 있는지 고민할 필요도 없이 사전에 아예 차단하기에 이르렀다. 인간관계만큼 시대와 세대를 넘어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고통을 안겨주는 문제는 없을 것 같다. 이 책 『당신의 방에 아무나 들이지 마라』는 매우 폐쇄적인 삶을 요구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표제어가 명령형에 부정의 의식이 깔려 있다. '아무도'라는 말로 미루어 사람을 의미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구체적으로 누구를 말하는 것일까? 이 책의 저자는 CNN이 ‘현대 네트워킹의 아버지’라 칭하는 비즈니스 네트워크 분야의 세계 최고 권위자인 아이반 마이즈너는 "현명한 사람은 불편한 관계를 잘 끊는 사람이 아니라 애초에 나쁜 관계를 시작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만약 우리가 누군가와 관계를 맺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사전에 올바로 결정할 수 있다면 이후 발생할 고통과 에너지 낭비를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마이즈너와 스튜어트 에머리, 더그 하디가 공동 집필했다. 모두 자기계발서 집필하는 작가들이다. 공동 저자(이하 저자)들은 사회에서 비즈니스 네트워크 개발, 책, 잡지, 인터넷 편집자로 일하는 동안 각각 엄청난 양의 책과 기사 등을 배출한 자기계발 베테랑들이다. 이들이 모든 삶이 좋든 나쁘든 간에 겹겹의 인간관계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 인간관계의 진실을 파헤침으로써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다는 만고불변의 진리를 바탕으로 이책을 썼다.

이 책은 출간 이후 입소문만으로 미국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고 한다. “당신의 방에는 누가 있습니까?”라는 간단하지만 통찰력 있는 질문이 독자들의 눈길을 끌었다고 생각된다. 독자들의 눈길 끝에는 당연히 저자들이 함께하는 인간관계에 대한 새로운 해결책이 제시돼 있다. 이 개념은 지금까지 살면서 만난 모든 사람들이 하나의 방에서 함께 산다는 독특한 가정에서 출발한다. 물론 '방'이란 개념은 은유적이다. 자신의 마음속을 은유한 것이다. 과학자들이 밝힌 바로 살펴보면 이 책의 주장은 진실과 맞닿아 있다. 뇌과학 분야의 연구에 따르면 인간이 생각하고 행동하고 살아가는 방식에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알고 지낸 수많은 사람들의 영향이 알게 모르게 남아 있다. 나와 가까운 사람일수록 그 영향력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결국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이 내 모습을, 내 인생을 만드는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인간관계는 마치 피아노의 현과 같아서 좋은 사람, 함께 하면 편하고 잘 맞는 사람과 함께하면 공명이 일어나는 반면 신뢰할 수 없는 사람, 불편함과 불쾌감을 주는 사람을 보면 불협화음이 발생한다. 따라서 내 방 안에 있는 사람들, 즉 나와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을 찬찬히 살펴보면 이들과의 관계가 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다. 삶이 혼란스럽다고 느껴진다면 높은 확률로 이상한 사람들이 설치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누구를 방 안에 들여야 하고, 이미 방에 들어온 사람들은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이 책이 쓰인 이유이자, 책의 주제를 이끌어가는 강력한 질문들은 모두 이 방에서 일어난다. 앞으로도 함께할 사람과 지워야 할 사람이 함께 있는 방이다. 다만 거리로서 차이를 두고 평생 함께할 존재들인 것이다.

저자들은 인간관계라는 방에 한번 들어온 사람은 결코 나갈 수 없고 영원히 함께 있다고 전제한다. 과거의 시간은 되돌릴 수 없고, 한 번 일어난 과거의 일은 다시 바꿀 수 없다. 오직 미래의 자신을 위해 스스로가 가진 마음에서 친소 관계를 따져 선택해 가까이 둘 수 있다. 또 자신의 미래에 도움이 안 되는, 혹은 장애가 된다면 멀리 떨어지게 할 수는 있다. 이에 따라 누구를 방에 들어오게 할지, 일단 들어온 사람들은 어디에 머물게 할지 스스로 신중히 결정해야 자기 삶을 원하는 대로 이끌어갈 수 있다. 이 책은 ‘문지기’와 ‘관리인’의 개념으로 이에 대한 솔루션을 제공한다. 문지기는 문단속을 하는 사람이다. 즉, 누군가 방에 들어오려고 할 때 허락하거나 거절하는 역할을 한다. 자기 마음 안에 '문지기'와 '관리인'을 따로 둔다는 말은 얼핏 무슨 뜻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하지만 차분히 생각하면 금세 이해 가능하다.

 


 

'관리인' 역시 말 그대로 방을 관리하는 사람이다. 내 마음과 일상의 안정과 평화를 위해 시끄럽고 골치 아픈 사람은 안 보이는 방구석으로 보내고 때로는 가방에 넣어 자물쇠를 잠가버리기도 한다. 문지기와 관리인의 역할은 단순해 보이지만 인간관계를 제대로 이끌어가는 중요한 장치이다. 각자 자신의 문지기와 관리인의 이미지를 최대한 효율적인 모습으로 구현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자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와 관계를 추구할 수 있다. 이 책은 문지기와 관리인이라는 흥미롭고 효과적인 방법을 비롯해 여러 도구를 제시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아무나 방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문단속을 할 수 있으며, 일단 들어온 사람들을 통제하고 관리할 수 있다. 이 책에서 알려주는 핵심적인 기술은 인간관계를 바라보는 근본적인 인식을 바로잡아주며, 이를 통해 관계에서의 무게중심을 나 자신에게 가져오도록 한다.

이 책에서 말하는 '자신의 방'이 중요한 궁극적인 이유는 자신의 방이 곧 자신의 인생과 같기 때문이다. 우리는 관계 속에서 영향을 받고, 때로는 닮아가고 때로는 반발하며 살아간다. 인간관계는 삶의 축소판이고, 우리의 세계는 결국 그 속에 있는 사람들에 의해 결정된다. 자주 어울리는 친구 세 명을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스스로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를 깨뜨리는 사람이 자꾸 다가올 때 거절하지 못하고 끌려 다닌다면 어느 순간 내가 싫어하는 그 모습이 바로 내 모습이 될 수 있다. 그 사실을 인지하면 관계는 한층 더 중요하고 무게감 있게 다가온다.

우리는 자신의 방문을 두드리는 사람을 보며 훗날 이 사람과 어떤 관계를 맺게 될지 예측하고 예방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렇다고 우리가 모두 미래를 점치거나 관상을 보는 능력을 가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내가 어떤 삶을 살고 싶고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스스로의 기준과 가치를 명확히 하고, 그에 부합하는 사람들만 내 인생의 방에 받아들일 수 있는 안목과 규칙이다.

 


 

이 책이 알려주는 방의 개념과 방을 올바로 운영한다면 앞으로 어떻게 사람들과 관계를 맺을지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얻게 될 것이고, 궁극적으로 더 나은 삶으로 향하는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 삶은 자기 곁에 좋은 사람이 가득하다는 기쁨이 있는 삶이고, 서로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만족이 있는 삶이다. 기억하라, 당신은 당신의 방의 주인이다. 그리고 이 방은 한 가지 규칙이 있다. 이 방의 문은 일방통행이다. 입구는 될 수 있지만 출구는 될 수 없다. 즉, 모두 들어오기만 할 뿐 아무도 나가지 않는다. 이 문으로 들어오는 사람들과 그들이 가져오는 짐들은 결코 이곳을 떠날 수 없다. 영원히. 그들과 그들의 짐은 당신의 방에 평생 남게 된다. 이 개념이 중요한 이유는 방에 누가 있는지에 따라 당신 삶의 질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 방의 역할은 스스로가 목표를 명확히 인식하고 건강한 인간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돕는다. 설명을 덧붙이자면 살아가면서 자신이 원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가고 있는지에 대한 점검을 하는 방이고, 외부에서 벌어지는 상황의 변화나 대인관계에 있어 적절한 대처를 위해 필요한 방이다. 굳이 형태를 띄지는 않지만 무형으로 지은 '마음의 방'이다. 어떻게 보면 인생관의 방, 가치관의 방이라고 생각하고 매우 견고하게 잘 지키고 유지한다면 훌륭한, 자신이 원하는 삶으로 이끌 수 있다는 말이다. 앞서 독자가 언급한 인생관은 열다섯 살 무렵 세워야 한다는 말은 지금 여기서부터는 지나간 일이다. 이 마음의 방은 지금 이 순간부터 시작된다고 저자들은 강조한다. 이 책은 독자들이 삶을 제한하는 과거의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부터 시작해, 미래의 사람들과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할지에 관한 새로운 통찰을 주기 위해 쓰였다. 저자들은 평생 사람들이 더 나은 선택을 하도록 돕는 일을 해왔기에, 이 단순한 은유가 지닌 힘을 알고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은 독자들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 이미 시험 운전까지 마친 확실한 방법을 제시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 해답은 삶의 모든 면을 조명하고 변화시킬 것이라고 역설한다. 독자들은 이 책을 읽는 동안 그 방법을 발견할 능력이 있고,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확언한다.

 


 

이 책은 모두 10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모두가 한 방에서 산다고 상상해보라」, 2장 「방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들」, 3장 「내 방 안에 들어와 있는 사람들」, 4장 「딜메이커와 딜브레이커」, 5장 「당신의 가치가 당신의 삶을 만든다」, 6장 「방을 관리하는 여러 도구들」, 7장 「거절을 통한 해방과 충만함」, 8장 「방의 기쁨과 함정 이해하기」, 9장 「좋은 방에서 나쁜 일이 벌어질 때」, 10장 「밀랍이 아닌 불꽃 속에서 살기」 등이다.

이 책의 '마음의 방'에 있는 '문'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세상의 변화를 받아들이는 것도, 받아들이지 않는 것도 이 문을 통해 이루어진다. 또 세상의 많은 사람들과의 인간관계에서 그 사람을 받아들일지의 여부도 이 문을 통해야 한다. 즉 자신의 삶의 가치관과 같고 도움이 된다면 받아들이면 되고, 그렇지 않다면 무시하거나 문에 접근을 허락하지 않으면 된다. 필요할 때마다 직접 나서기 힘들다. 때문에 '문지기'에게 맡기면 된다. 은유적 표현이지만 매우 중요하다. 자신이 선택할지 선택하지 않을지를 결정하기 위해 신중하기 위해서다. 이 책에 소개되는 중요한 기술 중 몇 가지를 소개한다.(번호는 독자가 임의로 매김)

 

① 내 마음의 방에 ‘문지기’를 세워 들어오려는 사람들의 출입을 가려내는 법

② 내 마음의 방에 ‘관리인’을 두어 들어와 있는 사람들을 정리하고 단속하는 법

③ 상대나 상황이 아니라 나에게 의미 있는 방식으로 관계를 정의하는 법

④ 주변 사람들이 내 생각, 감정,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탐지하고 제어하는 법

⑤ 내 방에 들어와도 되는 사람과 들어와선 안 되는 사람 구분하는 법

⑥ 사람들이 내 방의 어디에 머물지, 나와 가까이 혹은 멀리 있을지 정하는 법

⑦ 다루기 어려운 사람들이 다가올 때 대처하는 법

 


 

저자 : 스튜어트 에머리(Stewart Emery)

 

글로벌 컨설팅 회사 벨베데레 컨설턴츠의 공동 창립자이자 사장이다. 조직문화, 리더십, 멘토링, 성과 코칭 등 여러 방면에서 개인과 기업이 지속적인 성과와 성공을 일궈낼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존 F. 케네디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했고, 스탠퍼드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여러 프로그램을 주도했다. 세계적인 학습?개발 조직인 ‘액추얼라이제이션(Actualizations)’을 설립했으며, 인간잠재력운동 분야의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인으로 선정되었다. 지은 책으로 베스트셀러 《애플과 삼성은 어떻게 디자인 기업이 되었나》, 《성공하는 사람들의 열정 포트폴리오》 등이 있다.

 

저자 : 아이반 마이즈너(Ivan Misner)

 

세계 전역에 1만 개 이상의 지부를 운영하고 있는 비즈니스 네트워크 단체인 BNI의 창립자이자 최고비전제시책임자이다. 〈포브스〉와 CNN이 ‘현대 네트워킹의 아버지’라 칭할 정도로 비즈니스 네트워크 분야의 세계 최고 권위자 중 한 명으로, 전 세계 주요 기업과 협회에서 강연과 연설을 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뉴욕타임스〉는 물론, CNN과 BBC, NBC 등 여러 언론에 소개되었다.

 

저자 : 더그 하디(Doug Hardy)

 

인적자본 관리, 기술, 다양성과 소속감, 조직문화의 통합을 통한 조직 변화의 전문가로, 유수의 기업, 교육기관, 개인 고객을 위한 리더십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수십 년간 비즈니스 관리, 심리학, 기술, 역사, 고등교육, 경력 등의 주제로 많은 글을 집필했다.

 

역자 : 신봉아

 

이화여자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영번역학과를 졸업하고 전문번역가로 활동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미래의 지구』 『인생 사용자 사전』 『레오나르도 다빈치』 『실내식물의 문화사』가 있으며 〈마스터스 오브 로마〉 시리즈를 공역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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