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설렘의 시작 - 50대 이후 또 다른 나 찾아가기
조인숙 지음 / 두드림미디어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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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우리나라 이혼율이 예전에 비해 크게 높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이혼한 사람들에 대한 사회적 시선은 그리 곱지 않다. 더욱이 이혼한 여자라고 하면 남자에 비해 행동에 많은 제약이 따른 게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모르지만 이혼한 여자들은 혼자서 아이를 키우기가 너무 힘들다고 입을 모은다. 사회적 냉대가 여전하다는 이야기다. 이 책 『50, 설렘의 시작』의 저자 조인숙도 첫 마디가 "싱글맘들이 참 살아나가기 힘든 나라"라고 말한다. 이혼율은 증가하고 있지만, 제도적 보호장치나 실질적인 지원책은 너무나 미비한 실정이라는 것이다. 국가적 지원책이 미비하다는 것은 사회적 여론이 곱지 않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가족의 모습이 다양해지고 있음에도, 여전히 아직 한부모 아이들을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 역시 좋지 않다는 말이다. 이 책은 이혼하고 싱글맘이 된 지 올해로 20년이 된 저자가 세상과 홀로 마주하며 두 딸을 키워야 하는 막막함과 아무에게도 도움을 요청할 수 없는 절망감에 휩싸였던 과거를 돌아보며 자신처럼 깊이 아파봤거나 아파하는 사람들에게 전하는 따뜻한 위로를 에세이 형식으로 담았다.

저자는 〈프롤로그〉를 통해 이혼 후 처음에는 "들판에 홀로 버려진 들개처럼 두려움과 외로움에 몹시 힘들었다고 털어놓는다. 그러나 정신을 수습하고 혼자서라도 두 아이를 키워야 한다는 생각은 오랫동안 좌절만 하게 두지 않았을 것이다. 저자는 엄마만을 바라보는 두 딸의 눈망울을 보면서 정신을 차리고 스스로를 일으켜 세웠다고고 한다. 저자의 당시 상황이라면 엄마들은 새로운 의지가 생기는 것일까? 희망을 아이들의 눈망울에서 읽어내고 새로운 각오를 다졌다고 저자는 말한다. 아마 우리 사회의 대부분의 엄마들이 그럴 것이다. 요즘 우리 사회가 혼탁해져 뉴스에 등장하는 이혼녀의 일탈은 말 그대로 '뉴스감'일 뿐이라고 독자는 생각한다. 독자 주위에도 이혼한 사람들은 많다. 물론 대부분 남자들이어서 여성의 경우 얼마나 힘들까?라는 안타까움만 더할 뿐이지만.

 


 

저자 역시 처음에는 막막했을 것이다. 안타까워서 배려하거나, 특혜를 베푸는 분위기는 아직 우리 사회에서 찾을 수 없다. 아이 양육에는 돈이 들어가야 한다. 결혼율이 떨어지고, 아이 출산도 꺼리는 시대다. 나라의 장래를 걱정할 만큼 출산율이 떨어지고 인구가 줄어들자 정부가 지원책을 내놓기 시작한 지 몇 해 되지 않았다. '인구 절벽'을 벗어나기 위해 시행되는 고육책이다. 이마저도 저자가 이혼할 당시였던 20년 전에는 꿈도 꾸지 못할 일이다. 양육비를 내준다는 조건에 합의했더라도 그것마저 주지 않는 아이 아빠인 남편들이 주지 않는다는 뉴스도 자주 나온다. 여성이 사회 진출이 늘어남에 따라 경제적 독립이 가능한 지금은 조금 사정이 다를지 몰라도 예전에는 혼자 먹고 살기 어려워 이혼을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독자는 남자이고, 주위에 이혼한 친구들도 있지만 이들이 이혼한 전처에게 양육비 지원을 해줬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 저자가 이혼 당시 직장인이 아니었으면 홀로 독립해 아이 둘을 키운다는 것은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일 터다. 그러나 이혼은 대부분 돈 문제보다는 서로의 의견 차이나 성격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해 하는 것이 사회적 추세임을 볼 때 이제 남겨진 아이와 자신의 생계도 오롯이 여성 혼자서 담당할 몫이 된다.

어느새 아이 둘은 20대가 되어 지금은 여전히 싱글맘인 작가와 함께 어른이 되어가는 중이라고 옛날 일 이야기하듯 저자가 고백하지만 20년의 세월 동안 저자가 감내했을 고통과 난관은 눈앞에 떠오를 정도로 공감이 된다. 저자는 이혼을 경험한 '돌싱 남녀'들에게 작가 자신이 살아온 경험을 솔직하게 나누며, 이혼 당사자들뿐만 아니라 그들의 부모님이나 자녀들에게도 세상을 헤쳐나갈 희망과 용기를 건네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밝힌다. 저자는 깊이 아파 본 사람에게는 깊은 치유력이 있다는 말에 용기를 내고 자신이 가진 공감이라는 치유력으로 싱글맘, 싱글대디, 그 가족들의 아픈 마음을 치유하고 싶어 이 글을 쓴다고 고백한다. "누군가 무심코 던진 돌에 아파하지 말자. 우리의 마음은 작은 물고기가 아니다. 우리의 마음 안에는 단단한 코뿔소가 들어앉아 있다." 저자의 말에 깊이 독자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읽고 있다. 저자의 바람대로 싱글맘, 싱글대디들이 책을 통해 위안받고, 아픔을 뛰어넘는 힘을 얻어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기를 기대한다.

 

 

이혼은 결코 무겁고 아픈 것만은 아니며, 새로운 인생을 향한 출발점이다. 이혼을 계기로 좀 더 나은 새로운 세계를 향해 변화해가는 자신을 맞이하자. 현재의 자신의 모습을 인정하고 즐기자. 저자가 이 책에 쓰는 내용의 요지이자 주제이다. 사실 이혼 당시 저자를 가장 힘들게 한 것은 스스로 이혼녀 딱지를 붙이고 위축되었다는 점이라고 말한다. 힘들어도 힘들다고 말하지 못하고, 아파도 아프다고 말하지 못하고, 참고 버티며 아무렇지도 않은 척했다고 한다. 부모님께도 알리지 않았다. 그러나 어차피 알게 될 일이고 부모님께는 알려야 한다는 마음에 알리고서는 일체의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다고 저자는 털어놓는다. 비난의 시선이 두려워서일지, 자존심을 세워야 했기에 그랬는지는 독자로서 알 수 없지만 철저히 혼자 되는 연습을 한 것으로 보면 될 일이다. 여동생은 지방에 거주하고 있어서 아이들을 맡길 형편도 되지 않아 오롯이 혼자서 아이들을 키워야만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인 것으로 독자는 생각하고 싶다.

저자가 혼자 아이와 스스로를 책임질 수 있다는 의지는 자신을 독려하는 용기에서 나왔을 것이고, 한편으론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없는 막다른 곳으로 자신을 밀어내야만 가능할 일이기에 독한 마음을 갖게 되었는지 모른다. 새로 이사한 아파트 동마다 돌아 다니면서 영어 과외 모집 광고지를 붙이고 다닌 일부터 시작했다. 아이들을 돌보려면 집에서 할 수 있는 공부방이 제격이라고 판단해서 내린 결론이라고 한다. 아무리 잘 하는 일이라도 남의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것은 막중한 책임이 주어지는 일이다. 수업 준비를 하느라 하루 2~3시간의 수면으로 버텼다. 투 잡도 아닌 포 잡도 마다하지 않고 뛰어야만 했다. 이렇게 30대 중반의 저자는 초슈퍼맘과 초슈퍼대디를 겸한 '억척'의 대명사가 되어갔다. 최선을 다해 가르치는 동안 과외하는 아이들도 많아져 수입도 안정되어 갔다. 자신의 아이들도 엄마를 자랑스럽게 생각했던 것 같다고 지난날을 돌이키는 저자는 자신의 아이들을 위해서는 서울로 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착수하며 대신 늘어난 생활비며 학비를 감당하느라 더 일에 매달렸다고 말한다. 집도 아파트는커녕 빌라 전세도 얻을 수 없을 정도로 비싼 서울에서 아이들을 학교 보내고 돌보는 일은 말처럼, 바라는 것처럼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해내야 한다'는 강박 관념이 저자를 밤 10시가 훌쩍 넘은 시간까지 일하게 했다. 그래서 마음에도 없는 짜증도 내고, 꾸중도 했단다.

 


 

이 때문인지 모르지만 막내 아이의 사춘기 서막이 시작됐다. 중학교 1학년 때 시작된 사춘기의 방황은 그 후로도 6년 동안 이어졌다고 한다. 단 하루도 바람 잘 날 없었고,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고 그 시절을 저자는 되짚어본다. 심지어는 '인생의 암흑기'였다고 표현한다. 막내 아이의 방황이 오래 지속된 데다 비행을 일삼아 학교와 경찰을 오가며 뒤치다꺼리를 했다는 말과 선생님과 교장선생님을 찾아가 부모의 잘못이니 아이는 졸업만이라도 시켜 달라고 떼를 쓰듯 매달렸다고도 말한다. 우여곡절 많은 막내는 고등학교를 간신히 졸업한 뒤 아예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다행히 잘 적응해 이제는 여엿한 직장인으로 살아가고 있다니 '대단한 엄마'인 것은 틀림없다. 별 말썽이 없었던 첫째는 음악 전공 대학에 가서 기쁨을 주기도 했다고 한다. 엄마와의 싸움도 잦았고 방황하고 비행도 일삼던 막내 아이가 더 저자 자신을 살갑게 대한다고 삶의 즐거움을 맛보는 말도 한다. 지금은 세상에서 엄마를 제일 사랑하고, 죽을 때까지 같이 살고 싶다는 말을 하는 막내가 대견하고 즐거움을 주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이 책은 모두 5부(PART)로 구성돼 있다. 1부 〈내가 싱글맘이 될 줄이야〉, 2부 〈아이 둘 싱글맘, 혼자 세상과 마주하다〉, 3부 〈재혼보다 아이를 선택한 이유〉, 4부 〈50, 설렘의 시작이다〉, 5부 〈행복에는 책임이 필요하다〉 등이다. 각 부는 6~8개의 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제목만 봐도 연도 순으로 담담하게 그리고 즐거운 마음으로 썼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진심이 엿보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지나온 길에 추호의 거짓이 없이 오직 마음이 시키는 대로 했다는 진심이 책 곳곳에 녹아 있다는 느낌이다. 지금에서야 자신감을 갖고 할 수 있다는 말이 곳곳에서 보인다. 특히 4부에선 설렘이 시작되는 나이가 되었다고 말하고 있다. 나이가 50이 넘었는데 말이다. 여자 50이 넘으면 "다 살았다고" 말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저자는 어떻게 설렘이 시작될까? 독자는 이 부분을 읽다가 설렘의 이유를 판단할 수 있는 근거를 발견했다. 보통 나이 50이면 슬럼프가 온다고 말한다. 남자든 여자든... 저자는 설레는 이유를 슬럼프에서 찾았다. "슬럼프가 온다는 것은 노력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이다. 운동 선수들도 슬럼프는 최선을 다해 노력하다가 한 번쯤 찾아오는 데 비유한 것이다. 여성으로서는 '갱년기'가 그 슬럼프일 수도 있다. 그때 저자의 생각은 기발하다. 기발하다기보다는 남들과 다른 생각을 해내고 실천했던 것 같다. 슬럼프가 오면 세 가지를 꼭 기억하기를 주문한다. 첫째, 내가 참 열심히 사는구나. 둘째, 원하는 바를 이루는 날이 곧 오겠구나. 셋째, 그러니 계속 가야겠구나.라고...

 


 

저자는 이젠 자신 있게 말한다. "살다보면 앞이 막혀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때도 있다. 하지만 분명히 노력하는 과정 중에 내공이 쌓여가고 있고, 의미 있는 성장을 하고 있다."(p.163) 5부는 버킷리스트도 담아냈다. 저자는 자신의 첫 번째 버킷리스트는 "내 이름 석 자가 들어간 책을 내는 것이다"고 말한다. 이 책을 내는 순간 하나의 버킷리스트는 달성한 셈이다. '독파만권 행만지로'라는 말을 한다. '만 권의 책을 읽고 만리길의 여행을 떠나라'는 뜻이란다. 그리고 "내가 창조한 운명과 데이트를 즐겨라"고 권유한다. 바딤 젤란드의 『리얼리티 트랜서핑』에 나오는 구절로 예전에 읽었던 책에서 따온 명언을 가슴에 새기고 살았다는 증거다. 엄청난 중압감의 삶을 살아내면서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기에 얻을 수 있는 삶의 지혜로 판단된다. 책을 읽는 게 정적인 영역이어서 삶에 큰 보탬이 되지 않을 것 같지만 정반대라는 주장이다.

" 내 머릿속은 책 속의 세상에 동화되어 춤을 추고, 책 속의 주인공이 되어 하루에도 수천 킬로를 달린다. 만 권의 책을 읽는다는 것은 만 번의 간접 경험을 한다는 의미다. 또한, 책은 내가 실의에 빠지거나 우울할 때, 위로의 말을 건네준다."(p.218)

저자 : 조인숙

 

중학교 때부터 글을 끄적거리곤 했습니다. 중고등학교 시절 사춘기 내면의 소용돌이를 글로 휘갈기며 일기를 썼던 기억도 있고요. 결혼이라는 그 흔한 제도에서 실패와 아픔을 겪고 아이들을 혼자의 힘으로 키웠습니다. 쉽지 않았죠. 아이들도 저도 성장통을 겪으며 진정한 어른이 되어가는 중입니다. 아이들이 20대 어른으로 성장하고 나서 더 이상 저라는 사람의 존재가치가 없어졌다는 불안감에서 바둥거리다 다시 펜을 들게 되었네요. 글을 쓰면서 50대는 인생에서 나만의 꽃을 피울 수 있는 나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때로는 아프고 쓰라린 인생의 경험이 자신을 치료하는 약이 됩니다. 이 책과 함께 새롭게 태어나는 제2의 인생을 맞이하게 되어 너무 신나고 좋아요. 눈을 뜨고 오늘도 설렘의 시작입니다.

E-mail : joink20070@naver.com

Instagram : essay_writer

Blog : https://blog.naver.com/joink20070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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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마디 툭 던지는 상대의 말투에 상처 많이 받으시죠? - 예의에 진심인 이들의 유쾌한 인간관계를 위한 말 습관
요시하라 타마오 지음, 황미숙 옮김 / 나비의활주로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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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코 던진 한마디가 무례하지 않는 말 습관을 들여놓으면 좋은 인간관계를 맺을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상대로부터 신뢰감을 얻어 사회에서 인정받는 지름길로 들어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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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마디 툭 던지는 상대의 말투에 상처 많이 받으시죠? - 예의에 진심인 이들의 유쾌한 인간관계를 위한 말 습관
요시하라 타마오 지음, 황미숙 옮김 / 나비의활주로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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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일본에서 아침에 유치원에 가는 어린이들에게 부모들이 하는 말이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는 말을 독자가 어렸을 때 들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기 죽지 마라"이고, 일본은 "폐 끼치지 마라"였다고 한다. 독자가 어렸을 때 들은 이야기라 그 말을 귀담아 듣지는 않았지만, 나중에 그 말에 대한 기억을 되살릴 때가 있었다. 한국과 일본의 관광객에서 엄청난 차이가 있다고 했을 때다. 고등학교 때인지 정확한 기억은 안 나지만 우리에 비해 10배 이상이라고 뉴스에서 보도했었다. 그런데 그 이유가 일본에 관광객이 많이 몰려든 이유가 "친절'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일본은 누구든지 친절하게 대한다는 인식이 세계에서 인정했다고 보도했었다. 그때 뉴스만 보면서 일본 사람들은 친절하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했었다. 그러나 일본에게 나라를 잃고 고생한 우리 민족의 한을 생각하면서 '친절'은 진정성이 없는 것 아닐까?란 의심을 하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우리가 일본에 당한 피해 의식 때문이었으리라 추측된다. 그 마음의 상처와 분노는 아직도 간직돼 있다. 때문인지 해외 여행 갈 때도 여행지에서 일본은 의식적으로 제쳐놓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저런 이유로 들은 일본인의 친절은 사실인 것 같다.

이 책 『첫 마디 툭 던지는 상대의 말투에 상처 많이 받으시죠?』는 대화와 소통을 위한 자기계발서이지만 특히 상대에게 갖춰야 할 기본적 '예의'에 관한 책이다. 영어 표현을 빌자면 '에티켓' 같은 것이다. 저자는 일본 분으로 일본인의 '친절'이 어떤 것인지 책을 통해 접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 선택했다. 이 책은 「예의에 진심인 이들의 유쾌한 인간관계를 위한 말 습관」란 부제를 갖고 있다. 상대가 누구이든 대화법을 담고 있는 것이다. 일본인들의 친절이 진심인지, 가면인지 파악할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었다. 언어 습관이란 오랫동안 살아오면서 한 나라 혹은 한 민족이 자연스럽게 들인 습관이다. 언어 자체가 습관인데 굳이 언어 습관이라고 말한 이유도 있을 듯하다. 대인 관계의 시작은 아무래도 첫 마디 말의 종류에 따라 구별된다. 우리 속담에도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도 곱다"라고 했다. 속담을 100% 믿는 편은 아니지만 사회 분위기를 파악하기에는 더 없이 좋은 수단이다. 누구라도 지금껏 만나온 이들에 대해 위와 같이 생각해 본 적이 있거나, 예상치도 못한 상황에서 상대방의 무례한 말과 행동으로 기분이 상한 적도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독자도 마찬가지다.

 


 

처음 만난 사람에게 무례한 말을 건넨다는 것은 예의에 어긋나는 일이다. 어려 보이는 사람에게도 함부로 '반말'을 쓰지 않아야 하는 게 우리 사회 기본이고, '예의의 나라'인 상징이기도 하다. 독자는 선생님으로부터 배웠던 이런 언어 습관은 지금 중년의 나이가 넘어섰지만 지키고 있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동방예의지국'이란 별칭도 있을 정도로 '예'를 중시하는 나라 아닌가? 물론 지나치게 예의로 대하는 것은 자칫 '비굴'이란 오명으로 덮어질 때도 있지만, 그래도 상대를 존중해야 나도 상대로부터 존중받을 수 있다는 공자의 말은 지금도 우리 사회에 살아 있는 격언이기도 하다. 서양 사회에서는 이를 황금률이라고도 한다. 서양인들은 언어가 존대말, 반말 구별도 없다는데 상대에 대한 존중을 몸짓이나 표정으로 표현하나보다. 우리로서는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반말이나 적의를 보이는 것은 일반인들에게는 찾아볼 수 없는 무례한 일이다. 상대에게 들은 말 중에서 예의에 벗어난 말을 듣게 되면 감정이 상하고 스트레스도 받는다. 그와는 대화도, 더 이상의 관계도 지속되지 않는다. 우선 자신은 온화한 태도로 사람들을 대하고 싶은데, 상대가 몰상식한 한 마디로 짜증이나 화가 나는 것은 생각보다 오래 간다. 불편한 마음은 즐거운 마음보다 오래 가슴에 남는 것일까? 상처받은 채 하루를 불편한 마음으로 지낸다면 자신만 손해인 데도 그렇다.

이 대목에서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상대방의 예의 없는 말과 행동에는 발끈하거나 상처받으면서도, 정작 자신이 악의 없이 상대방에게 던진 한 마디나 행동이 사실이 ‘무례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미처 하지 못하는 이들도 많다. 자신이 무례한 말과 행동을 당했을 때는 불쾌함을 느끼기 쉽지만, 반대로 자신이 누군가에게 그렇게 해버렸을 때는 잘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이다. 당신과의 중요한 약속에 늦었으면서도 “제가 늦었네요.”라는 말만 하고 한마디 사과도 없는 이에게서 진정한 사과라는 마음이 드는가?라고 책의 저자 요시하라 타마오는 질문한다. 그러나 저자는 이에 그치지 않고, 잃어버린 신뢰를 필사적으로 되찾으려 한다는 느낌은 있는가? 이런 사람들은 결국 계속 그렇게 행동하다가 주위에 사람들이 점차 사라지게 되진 않을까?라는 걱정까지 한다. 독자 입장으로는 지나치게 '예의'에 민감한 탓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

그러나 저자는 이처럼 사과를 제대로 하지 않는 것은 매우 무서운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말과 행동이 예의 없는 사람은 그것이 상대방에게 주는 불쾌함에 대해 몰랐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사실 이러한 문제는 생각을 바꾸고 의식적인 훈련을 통해 크게 나아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저자는 커뮤니케이션이나 프레젠테이션을 전문으로 하는 이미지 컨설턴트라고 한다. 이에 따라 일하면서 다양한 세대, 업종에 종사하는 이들을 많이 만나고 있다. 만났던 사람들 중에는 ‘무례한 말과 행동’에 대해 이해하고 더 깊이 사귈 수 있는 이가 있는가 하면, 성격도 좋고 열정적인데도 이를 알 기회를 얻지 못한 사람, 사실은 똑똑한데도 무례한 한마디 때문에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고 털어놓는다. 그러므로 우리는 사람과 만날 때는 늘 상대방을 소중히 여기고, 이를 상대방이 분명히 느낄 수 있도록 말과 태도에 대해 돌아보고 고민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이 책은 모두 3부(PART)로 이루어져 있다. 1부 〈무심코 던진 한마디가 무례하지 않기 위한 말 습관〉, 2부 〈'나는 옳다’고 여기는 실수를 줄이기 위한 말 습관〉, 3부 〈적이 없는 사람이 되는 품격 있는 말 습관〉이다. 각각 13~20개의 짧은 장(章)으로 모두 50개의 장을 다룬다. 한 장(章)씩 읽어나가다 보면 ‘무례한 말과 행동’이란 무엇인지 확실하게 이해하게 되고, 누군가에게 더욱 신뢰받는 사람이 되기 위한 실천적인 화법과 태도 등을 담았다. 만일 무례하게 구는 사람이 당신 곁에 있다 하더라도 ‘어떻게 반응하면 스트레스를 줄이고 자신을 지킬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게재했다. 책을 읽기 전에 다음의 세 가지를 기억하고 소중한 가족과 친구, 직장동료들과 공유하면서 이 책을 활용하면 좋다고 출판사 측은 소개하고 있다. 말과 행동을 바꾸면 되돌아올 장점이다.

 

① 무의식적으로 무례한 말과 행동을 하는 일이 없어진다.

② 몰상식한 말과 행동을 하는 사람과 스트레스받지 않고 교류할 수 있다.

③ 예의 바르고 신뢰받는 사람이 된다.

 


 

사회 분위기가 다르고 품성이 다른 것은 개인적인 일이지만 지구촌 한 동네인 현대 사회에서는 상대 나라나 사람들에게 신뢰를 쌓는 가장 좋은 방법은 '예의'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 책의 진의를 무시할 것이 못 된다. 일본도 사실 예의가 없는 민족이라고 생각해 왔다. 근대 사회로 들어오기 전까지 일본은 우리에게 '예의는 물론 도리(道理)도 모르는 무지한 무리'쯤으로 인식돼 왔다. 우리는 그들을 '왜구(倭寇)'라고 일축했다. 맞다. 일본은 13~16세기 먹을 것이나 사람들을 찾아 우리를 침략하고 약탈하는 해적이나 다름없었다. 이 때문에 그들을 '키 작은 도적 무리'라는 의미로 왜구라고 경시했다. 일본이 바뀐 것은 사실 임진왜란도 아니고 불교를 믿어서도 아니다. 그렇다고 유교(성리학)에 뛰어난 인재가 많아서도 아니다. 외국(특히 서양) 무역상들이 물건을 사고 팔기 위해 풍랑을 만나 어쩌다 표류해 들어온 서양인들과 접촉하면서부터다. 가장 먼저 눈독을 들인 것은 사실 무기였다. 총을 말한다. 그래도 우리나라 조선을 쳐들어왔고, 명나라까지 넘봤다. 그러나 그렇게 수입한 문물은 일본 전체를 바꾸기에는 역부족이었으리라. 비로소 메이지유신 이후 서양 문물을 그들이 직접 가서 배우고 보고 들었다. 그렇게 나라에서 직접 인재를 서양에 보내 양성했다. 그리고 드디어 정식 정치체제를 갖추고 선진국으로 발돋움했다. 알 수는 없지만 동양에서 배척 당한 한을 서양에서 배운 학문과 과학적 지식 등을 이용해 군(軍)을 양성하고 나라를 다시 일으킨 것이다. 이때부터 조선의 국격과 일본의 국격은 뒤집어진다. 그들은 서양 특히 당시 최강대국이었던 대영제국으로부터 배웠다. 직접 캠브리지 대학과 옥스포드 대학 유학생을 보냈다. 아마 대영제국이 원래 섬나라였던 점과 가장 강한 나라였기에 모방했던 것 같다. 물론 추측이다. 그리고 서양 귀족들이나 왕족의 예의도 배워왔다. 그들은 세계의 선진국 대열에 이른 것이다. 동양에서는 유일한 선진국이었다.

"예의란 자신이 다른 사람들에게 상상력과 객관성이 있다는 것을 드러내고, 상대방을 받아들일 여유와 순간적인 판단력이 겸비되어 있음을 뜻한다"는 말이 「무심코 한 내 말과 행동이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될지도 모릅니다」란 제목으로 〈프롤로그〉에 실려 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당신은 무례한 말과 행동으로 인한 손해를 명확히 알게 되고, 자기만족이나 잔머리를 쓰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상대방이 기뻐할 ‘예의’를 확실히 익힐 수 있을 것으로 저자는 기대한다. 세부적인 면에서 우리와는 조금 다른 부분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서양식 예의를 동양인인 자신들에게 적절하게 고쳐 전해내려온 그들의 민족성을 엿볼 수도 있다는 점에서 '대화법'이나 '말을 많이 하는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책이란 점을 깨닫게 된다. 이 책을 통해 무심결이라도 ‘무례한 말과 행동’을 하지 않는 품위 있는 사람에 한 걸음 더 다가가고, 결국 유쾌한 인간관계를 만드는 ‘진정한 예의’라는 무적의 보물을 손에 넣게 될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속담처럼 지적인 사람일수록 남들 앞에서 많은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어요. 참고로 저는 질문을 할 때 늘 ‘나만 알고 싶어 하는 정보인가?’ 혹은 ‘나 외에도 이 질문의 답을 알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는가?’를 생각합니다. 전자의 경우에는 개별 질문이 가능한 상황이라면 그렇게 하고, 가능하지 않다면 짧고 간결하게 질문하여 시간을 빼앗지 않아야겠지요. 짧고 간결하게 질문하기만 해도 주위 사람들에 대한 배려는 당신을 더욱 지적인 사람으로 보이게 하고, ‘나중에 저 사람이랑 이야기해 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합니다.(p.168)

 

세세한 일에 신경을 쓰려면 상대방의 입장에서 오감을 전력으로 가동하여 한 걸음 앞을 상상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상대방에게 일어날법한 일을 예상한다면 상대방으로서는 가장 반가운 ‘사소한 정보’를 발견하고 전달하여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p.194)

 

저자 : 요시하라 타마오

 

이미지 컨설턴트로 프레젠테이션과 커뮤니케이션 중심의 컨설팅을 진행 중이며, ‘체감하며 배우기’라는 오리지널 메서드로 기업 대상 연수와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또한 ‘스트레스 프리’를 콘셉트로한 화장품, 패션 아이템 등을 취급하는 ‘퓨라 도쿄(PURA Tokyo)’를 설립하여 회사를 경영 중이기도 하다.

저서로는 《또 만나고 싶은 사람이 되는 38가지 법칙》, 《더 이야기하고 싶은 사람이 되는 44가지 법칙》, 《사람과 물건을 자유롭게 고르게 되는 책》,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지 마라》, 《파워우먼 되는 법》, 《선택받는 여성의 심플한 40가지 습관》, 《심플하지만 마음을 울리는 어른의 배려》 등이 있다.

 

역자 : 황미숙

 

이와이 슌지 감독의 영화들이 계기가 되어 시작한 일본어로 먹고사는 통번역사. 늘 새롭고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즐거움과 깨달음을 얻고, 항상 설레는 인생을 꿈꾼다. 경희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 일본어과 석사를 취득했다. 현재 번역 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 출판기획 및 일본어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역서로는 『안 먹는 아이 잘 먹게 만드는 엄마의 말』, 『살 안 찌는 체질로 바꿔주는 아침주스』, 『체온1도 올리면 면역력이 5배 높아진다』, 『적당히 육아법』, 『공부머리 최고의 육아법』, 『조금 느린 아이를 위한 발달놀이 육아법』, 『화날 때 쓰는 엄마 말 처방전』, 『어른의 말공부』, 『한 문장으로 말하라』 외 다수가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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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사랑 권하는 사회 - 진짜 사랑을 잊은 한국 사회, 더 나은 미래로 어떻게 나아갈 것인가?
김태형 지음 / 갈매나무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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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모두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는 ‘기본사회’ 구축은 비현실적인 이상론이 아니라 인간의 본성을 발휘하며 살기 위한 필요조건이다. 사랑이 충만한 세상으로 바꾸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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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사랑 권하는 사회 - 진짜 사랑을 잊은 한국 사회, 더 나은 미래로 어떻게 나아갈 것인가?
김태형 지음 / 갈매나무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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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사랑'은 무엇인가? 이 책 『가짜 사랑 권하는 사회』는 무엇을 지목하는 것인가? 책은 인간의 존재 이유가 되기도 하는 '사랑'이 우리 사회에서 사라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대신 가짜 사랑이 남발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저자 김태형은 부모의 자녀 학대, 데이트 폭력 등이 난무하는 현실을 인류의 앞날에 절대적인 악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사랑이라는 마음의 상태는 단순히 남녀의 육체적 쾌락을 뜻하는 것 이상의 마음 상태를 표현하는 것이란 사실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순수한 사랑은 자신의 몸과 마음을 희생해서라도 상대를 사랑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결혼은 상대를 사랑하기에, 그 사랑의 마음을 지속시키기 위해 남녀가 한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가기로 한 약속이다. 또 부모의 자식 사랑은 상대에게 무엇을 바라는 것을 이루기 위한 도구로 사용하는 일시적 마음이 아니다. 이것들을 '진짜 사랑'이라는 주장은 '가짜 사랑'의 '진짜 사랑'의 탈을 쓰고 있다고 저자는 판단하는 듯하다. 독자는 공감한다.

저자에 따르면 최근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묻지마 범죄’가 연달아 일어나며 사람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게다가 이런 범죄에 호응하듯 인터넷에 무차별 살인을 예고하는 글이 다수 올라오면서 공포는 더욱 커졌다.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낙오되었다는 박탈감, 그로 인한 타인을 향한 적대감이 현재 한국 사회에 만연함을 보여주는 현상이었다. 이처럼 한쪽에선 박탈감과 소외감이 위태롭게 분출되는 반면에, SNS와 대중 매체에선 그린 듯 완벽한 행복과 사랑의 모습을 경쟁하듯 전시하고 있다. 현대 대한민국 사회가 진정한 사랑이 아닌 ‘가짜 사랑’에 빠져 있는 심각한 괴리 현상이라 할 만하다. 가짜 사랑이란 필요에 따라 상대를 이용하는 도구적 사랑이며 필연적으로 심리적 고통과 인간 소외를 초래한다. 가짜 사랑이 만연할수록 사람들은 점점 더 불행해지는데, 이 불행함을 감추거나 해소하는 수단으로 행복을 과시하는 것이다. 저자는 가짜 사랑은 우리 사회가 만들어낸 '죽음의 키스'*라고 말한다.

* 죽음의 키스 : 에리히 프롬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서 사랑을 해보지만 가짜 사랑을 함으로써 결과적으로는 상대방을 괴롭히거나 파괴하는 사랑은 '죽음의 키스'라고 표현했다.(주 : 저자)

 


 

『가짜 사랑 권하는 사회』의 저자 김태형은 이와 같은 가짜 사랑의 유형과 그 폐해를 낱낱이 분석하며 진정한 사랑을 방해하는 근본적 원인을 현재 우리 사회의 살풍경한 얼굴에서 찾는다. 사랑은 보통 사적인 감정으로 여겨지며, 사랑에 실패하는 이유 역시 개인적 문제로 치부되곤 한다. 실제로 주류 심리학에서는 사랑의 실패를 개인의 성격적 결함이나 정신 병리 탓으로 돌린다. 그러나 이는 사회라는 근본적 원인을 은폐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이기주의를 조장하는 사회에서 상대를 조건 없이 사랑하는 능력을 함양하기란 지극히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는 자본주의적 생존 경쟁이 극에 달해, 사람들은 경쟁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생존이 위태로워질 거라는 극심한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가짜 사랑의 진짜 이유는 이러한 불안이 초래하는 이기주의와 공동체 붕괴다. 저자가 진정한 사랑이 가능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선 반드시 사회문제 해결이 동반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전작 『가짜 자존감 권하는 사회』와 『가짜 행복 권하는 사회』에서 개인의 심리 문제와 대한민국 사회의 인과관계를 밝히고 주류 심리학의 한계를 날카롭게 비판하며 ‘싸우는 심리학자’로 활동해온 저자는 이번 책에서는 ‘사랑’을 중심으로 한국 사회의 현주소를 진단한다. 저자는 「진정 사랑할 수 있는 사회를 위하여」란 제목의 〈들어가며〉에서 "우리는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에 살고 있다"고 주장한다. 치열한 개인 간 경쟁과 갈등이 지배하는 사회 역시 사랑을 허락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사랑이 불가능해진 결과 사람들은 지독한 외로움과 고독으로 신음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인간은 사랑 없이는 살 수 없는 존재이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인간에게 사랑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사랑의 결핍과 실패가 모든 정신장애와 불행, 온갖 사회악의 근본 원인이라는 점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현대에도 사람들은 모두 사랑을 원하고 나름대로 열심히 사랑하며 살아가지만 사랑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여러 이유 때문에 그들의 사랑은 진짜 사랑이 아닌 가짜 사랑으로 왜곡되고 변질된다고 역설한다.

 


 

오늘날 사회는 왜 가짜 사랑이 판치고 있을까? 인류는 왜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에서 살아가게 되었을까? 어떤 이들은 사랑이 불가능해진 원인을 사랑에 대한 무지나 오해에서 찾는다. 또 다른 이들은 개인의 정신건강 악화를 꼽기도 한다. 이들은 사랑이 불가능해진 이유, 사랑에서 실패한 원인을 개인에게서 찾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지적한다. 저자는 사랑이 불가능해진 근본적인 원인은 병적인 사회라고 진단한다. 물론 사랑에 대한 무지나 오해, 정신건강 악화도 그 주요한 원인 중 하나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것들은 본질적으로 병든 사회가 초래하거나 강요한 것이어서 "근본적인 원인으로 보기에는 무리"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병든 사회'가 원인이라면 사랑에 대한 교육이나 선전, 심리 상담이나 치료만으로는 사랑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사후약방문', '미봉책'일 뿐이라는 저자의 주장은 이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기에 이른다.

이는 병든 사회를 개혁해서 건강한 사회로 다시 회복시켜야 한다는 처방전을 저자는 제시한다. 서구 사회에서 사랑의 문제를 다룬 수많은 심리학 논문이나 책이 출간되었지만, 인류가 여전히 사랑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며 오히려 그 정도가 심해지고 있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회복시킬까?

우선 개인적 차원에서는 진짜 사랑, 특히 인간에 대한 사랑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사랑하기 위해 노력하고, 사랑을 할 수 있는 사회적 존재로서의 능력을 쌓아야 한다. 저자는 이 대목에서 의미 있는 한 학자의 책을 제시한다. 심리학자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이다. 프롬은 인간에 대한 사랑의 본질이 인간 본성에 대한 사랑임을 밝히고, 사랑의 능력이란 곧 사회적 존재로서의 인간의 능력이므로 우리가 사랑의 능력을 키우지 못한다면 사랑에서 실패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책은 모두 3부 8장(章)으로 구성돼 있다. 1부 〈진짜 사랑을 잊어버린 한국 사회〉에서는 오늘날 한국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가짜 사랑의 면면을 살펴보며 그 폐해를 제시한다. 2부 〈주류 심리학은 왜 문제의 원인을 은폐하는가〉에선 본격적으로 가짜 사랑의 유형과 원인을 분석하며, 주류 심리학이 왜 사랑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진짜 원인을 숨기는지 알아본다. 마지막으로 3부 〈진짜 사랑은 왜 사회개혁을 향하는가〉에서는 진짜 사랑의 의의를 해설하고 진정한 사랑이 왜 사회개혁의 원동력이 되는지를 살펴본다.

 

 

요즘 젊은 층 사이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호화로운 프러포즈를 자랑하는 문화가 퍼지고 있다는 기사가 두루 공유되며 주목받았다. 오늘날 많은 사람이 완벽한 사랑의 이미지에 일상적으로 노출된 채 생활하면서, 가까이 있는 사람이 자신보다 더 부유하고 행복하게 생활하는 모습을 보면서 박탈감을 느낀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연인 사이가 불안정할 때 더욱 열심히 관계를 과시하는 SNS 게시글을 올린다는 한 연구 결과에서도 볼 수 있듯, 이런 전시 행위는 그 사람의 삶이 실제로 행복한지와는 별 관계가 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오히려 행복마저 경제적 성공의 척도로 보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패배자로 비치지 않기 위해 보여주기에 집착하는 것에 가깝다고 주장한다. 더 큰 문제는 이런 행위가 다시 타인의 열등감을 자극해 사회를 더 불행하게 만든다는 점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저자는 얼마 전 서울 신림동에서 칼을 휘둘러 무차별적으로 사람을 살상한 사건과 분당에서의 유사 사건을 주목한다. 특히 이런 사건들이 발생하자 상당히 많은 청소년과 청년이 무차별 살인을 예고하는 글을 인터넷에 올리기도 했다. 또 경복궁 등 문화재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사건이 잇달아 일어난 데다 범행 청소년들이 자신의 SNS에 '예술 행위'라며 자랑하는 듯한 글과 사진을 올렸다는 보도도 나온다. 저자가 만났던 한 젊은이는 "인간은 본성적으로 악해요. 다 죽어버려야 해요. 특히 한국 놈들이 제일 문제예요. 다 죽어버렸으면 좋겠어요."라고 해서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신림동 칼부림' 살인에 대해서도 주저 없이 범인의 마음에 공감한다고 대답했다니 섬찟하기까지 하다. 이 문제는 한국 사회가 미국처럼 사랑에서 심각한 문제를 겪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저자는 진단한다. 이에 대한 사회의 흐름과 분위기는 더 심각한 것 같다. 저자는 '신자유주의 사회'가 만들어낸 부조리라고 보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그는 "신자유주의는 사랑을 실제로는 불간능하게 만들어놓고, 사랑에 매달리도록 유혹하고 부추긴다"고 원인을 지적하고 있다. 신자유주의 사회는 각종 매체를 통해 사랑에 대한 환상을 지속적으로 유포한다는 점에 주목한다. 영화나 드라마, 대중가요 등은 여전히 사랑만이 유일한 탈출구라거나 현실의 온갖 문제를 사랑으로 다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현실에서는 거의 찾아보기 힘든 마법 같은 사랑 이야기들을 꾸준히 생산하고 퍼뜨린다는 주장이다.

 


 

저자에 따르면 오늘날 대한민국 사회는 진짜 사랑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요소로 가득하다. 사람은 아무런 조건 없이 사랑받는 경험을 통해 성장하고, 나아가 공동체의 지지를 받으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존재다. 그러나 현대 한국의 신자유주의 무한경쟁 체제는 인간을 포함한 모든 것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여 도구화한다. 이러한 체제를 내면화한 사람들은 자연히 인간관계에서도 이해득실을 따져 가며 손해 보는 사랑을 하지 않으려고 애쓰는데, 이는 필연적으로 인간 소외와 개인화를 초래한다. 거기다 경쟁에서 패배해 돈을 벌지 못하면 생존 자체를 위협받을 거라는 생존 불안, 그리고 다른 사람보다 경제적으로 빈곤하면 사회에서 멸시받을 거라는 존중 불안은 모든 타인을 잠재적 경쟁자로 여기게 만들어 주변 사람을 향한 적개심을 부추겨 공동체를 파괴했다. 사회가 낳은 생존 불안과 존중 불안이라는 이 두 원인이 사람들의 정신건강을 악화하여 사랑에 실패하도록 만드는 주범이다.

 

"신자유주의 시대를 지나면서 한국은 생존 불안의 거대한 무게에 짓눌려버린 개인이 자기 밥그릇을 확보하기 위해, 극소수 부유층이 던져주는 빵조각을 차지하려고 서로 치열하게 싸우는 끔찍한 개인이기주의 사회로 전락했다. 홀로 고립되어 생존 불안을 겪는 사람은 자기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는 데 급급하기에 공동체에는 거의 관심을 돌리지 못한다. 그의 관심은 온통 제 밥그릇에만 쏠리고 그 결과 개인이기주의자로 전락한다. 이기주의자가 진짜 사랑, 건강한 사랑을 하기란 불가능하다."(p.78~79)

 

앞서 언급한 대로 미국의 '주류 심리학'은 대체로 사랑을 방해하는 주요한 원인을 개인에게서 찾는다. 이를테면 어린 시절에 부모한테 사랑을 못 받아 마음의 상처나 정신장애가 생기는데, 그것 때문에 건강한 사랑을 못 한다는 식이다. 그러나 집단적, 사회적 문제의 원인을 부모의 양육이나 개인 심리에서 찾는 것은 비과학적 견해이다. 나아가 그것은 진정한 원인을 은폐하고 호도하여 사람들이 사회개혁으로 나아가는 일을 방해하는 반개혁적인 견해이기도 하다. 사회가 병 들었다는 사실은 외면한 채 사랑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개인에게만 책임을 전가하는 방식이라고 지적한다. 대한민국 사회도 생존 불안의 거대한 무게에 짓눌려버린 개인이 자기 밥그릇을 확보하기 위해, 극소수 부유층이 던져주는 빵조각을 차지하려고 서로 치열하게 싸우는 끔찍한 개인이기주의 사회로 전락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자본주의적 가치관이 당연해지면서, 경쟁하는 삶이 인간의 본성이라는 말까지 공공연한 현대에 이러한 사회심리학적 시선은 더욱 절실하다. 이 책의 저자 김태형은 이 같은 맥락에서, 오늘날 한국인 사이에 널리 퍼진 심리적 고통의 진짜 원인이 사회라는 사실을 알리고자 꾸준히 노력해 왔다. 저자는 ‘자존감’과 ‘행복’처럼 한국인이 집착하는 심리 요소의 허상을 밝히면서, 피상적인 만족에 몰두하기보다는 그 집착의 근원인 사회를 개혁하여 모두가 건강한 삶을 누리도록 힘써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 바 있다. ‘핵개인화의 시대’를 논하며 인간관계가 어느 때보다 파편화된 지금, 가짜 사랑을 비판하는 저자의 날카로운 시선이 더욱 힘을 얻는 이유다.

그렇다면 어떻게 진짜 사랑을 하는 능력을 회복할 수 있을까? 일단 선행되어야 할 점은 인간의 본성을 깨닫는 것이다. 어떠한 생명체를 사랑한다는 건 그 생명체의 본질을 사랑한다는 의미이므로, 악화한 인간관계를 재정비하고 진짜 사랑을 되찾으려면 먼저 인간의 본성을 알아야 한다. 이 인간 본성의 핵심은 사회적 존재로서 살아가고자 하는 욕구다. 사회적 존재로서의 인간은 다른 사람들과 결합하여 공동체가 되고자 하는 욕망을 가진다. 소통과 융합의 욕구는 사람에게 너무나 중요해서, 타인과 단절된 고독한 상태에 놓이면 다른 모든 조건이 양호하다 해도 고통을 느끼게 된다. 따라서 바로 이러한 인간의 본성을 발휘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게 우리가 사랑을 회복하는 근본적인 방법이다. 인간이 인간이라는 이유로 존중받는 사회에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주변인과 다투기보단 연대하기를 택한다. 이런 경향은 곧 모두가 함께 잘사는 사회를 향한 열망으로 연결되어 사회와 역사 발전의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사회적 존재인 인간의 본성은 사랑으로 타인과 하나가 되고, 세상의 주인으로서 자유롭게 자주적으로 살아가며, 세상에 기여하는 생산적이고 창조적인 활동을 하는 것이다. 따라서 인간 본성을 귀중히 여기고 그것을 사랑한다는 의미는 이웃을 사랑하면서 이웃들과 하나가 되어 살아가고, 불의에 맞서 사회를 개혁하기 위해 싸우며, 사회에 기여하는 활동을 하면서 살아가도록 다른 사람을 지지하고 격려해준다는 뜻이다. 동시에 누군가가 인간 본성에 맞지 않는 삶을 살아가면 비판도 하고 이끌어주기도 하는 것이다."(p.177~178)

 


 

저자는 이 책에서 사랑이 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선 앞서 언급했던 생존 불안과 존중 불안을 없애는 게 급선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두 가지 불안이 개인에게 주는 공포는 너무나 극심해서, 현재처럼 사회가 이를 강제하는 이상 사람들이 사회적 존재로서의 인간 본성을 제대로 발휘하기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 문제의 해결책으로 ‘기본사회’를 제시한다. 자본주의가 저성장 시대에 들어선 오늘날일수록, 국가는 국민의 기본적인 생활을 위한 조건들-소득, 직업, 주택 등-을 보장하는 기본사회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한. 기본사회가 실현되면 최소한 사람들은 경쟁에서 낙오될 시 생존 자체가 어려워질 거라는 생존 불안에서는 해방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신자유주의에 이미 깊숙이 들어와 있는 한국 사회가 과연 회복 가능할까? 독자의 짧은 소견으로는 감히 예상치 못하지만 저자처럼 사회 병리나 심각한 부조리에 대한 끊임없는 지적도 한 방법이 된다고 저자의 해결방법에 동의한다.

 

"오늘날 한국에서 일어나는 가짜 사랑의 근본적 원인은 사회이기에, 진짜 사랑을 되찾기 위한 해결책은 필연적으로 사회개혁이 될 수밖에 없다. 국가가 모두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는 ‘기본사회’ 구축은 비현실적인 이상론이 아니라 인간의 본성을 발휘하며 살기 위한 필요조건인 셈이다."

 

저자 : 김태형

 

심리학자. 심리연구소 ‘함께’ 소장. 고려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임상심리학을 공부했다. 주류 심리학에 대한 실망과 회의로 학계를 떠나 사회운동에 몰두하다가 중년에 이르러 다시 심리학자의 길로 돌아왔다. 기성 심리학의 오류와 한계를 과감히 비판하고 ‘올바른 심리학’을 정립하기 위해 매진하고 있다. 2005년부터 활발한 연구, 집필, 교육, 강의, 상담을 통해 연구 성과를 대중에게 소개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가짜 자존감 권하는 사회』, 『무의식의 두 얼굴』, 『자살공화국』(2017년 세종도서 교양 부문 선정 도서), 『실컷 논 아이가 행복한 어른이 된다』(2016년 세종도서 교양 부문 선정 도서), 『싸우는 심리학』, 『누구에게나 어린 시절의 상처가 있다』, 『트라우마 한국 사회』, 『거장에게 묻는 심리학』, 『불안 증폭 사회』(2011년 세종도서 교양 부문 선정 도서), 『사이코패스와 나르시시스트』, 『새로 쓴 심리학』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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