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프 Belief - 원하는 것을 모두 이루는 비밀
권미래 지음 / 미다스북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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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빌리프 Belief』는 자기계발서이다. 「원하는 것을 모두 이루는 비밀」이란 부제를 가진 이 책의 핵심 키워드는 표제어처럼 "스스로를 믿어라"이다. 성공을 부르는 가장 쉬운 방법, 인생의 변화가 시작되는 ‘빌리프’의 비밀을 담은 책으로 출판사 측은 소개하고 있다. 독자가 단박에 이해하기에는 어렵지만 책을 읽고 난 다음에 평가해도 늦지 않을 터다. 다만 '비밀'이 되기 위해서는 아직까지 어디에도 발표되지 않은 내용이어야 한다는 독자의 신념에는 변함이 없다. 이 책은 성공을 위해 가장 먼저 착수해야 할 일은 "당신을 믿어라"이다. 스스로 원하는 바를 다 이룰 수 있다는 생각을 굳게 가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평소 자신에 대한 믿음이 없는 사람이라면 자기 최면이든 자기암시든 할 수 있는 것을 통해 믿음을 확고히해야 한다는 말이다. 성공 여부를 떠나서 자기 신뢰가 쉽게 될까? 원하는 것, 희망이나 꿈은 누구나 가질 수 있고, 하기에 따라서는 이룰 수도 있다. 우리가 살면서 원하는 것을 이룬 사람은 굉장히 많기 때문이다. 그들은 한결같이 성공의 소감을 물으면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이다. 성공에 자신감이 없어도 될까? 분명 불가능하다. 성공을 추진하면서 자신이 없다면 그 일이 이루어질 리 없다.

저자 권미래는 20대 후반에 1억 2,000만 원을 사기를 당했다고 한다. 20대 후반에 자신이 번 돈이 1억 2,000만원이 결코 작은돈이 아니다. 무얼해서 벌었는지는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것은 성공과 신뢰를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자는 스스럼없이 털어놓는다. 사업을 하기로 한 사람(대표)에게 자신이 알지 못하는 방법으로 사기를 쳐서 어쩌면 전 재산일 한 사람의 청춘을 나락으로 빠뜨린다면 피해자는 운이 없는 걸까, 허수룩한 사람일까? 여기서 다시 독자는 주제에 어긋나는 상상은 할 필요없다고 생각한다. 저자가 솔직하게 털어놓는 말을 듣고서다. "돈이야 다시 벌면 되지만 사람으로 인해 받은 상처가 아물기까지는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 저자는 수많은 밤을 힘들어하며 보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를 지속하면 자신의 마음만 무너질 것임을 깨달았다고 말한다.

 


 

"마음을 다잡았다. 다시 일어서기 위해서는 훌훌 털고 빨리 일어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었다." 저자는 세상에 있는 모든 것이 기회라고 주장한다. 시련은 ‘변형된 축복’이라고도 설명한다. 변형된 축복 속에 숨겨져 있는 보석을 찾아가는 것이 우리 인생이라고 재기를 다짐했다고 밝힌다. 이때 재빠른 상황 판단과 젊음을 앞세운 저자의 도전은 시작됐다. 온전한 정신으로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했다. 저자는 지금도 매 순간이 목표로 향하는 삶의 여정이라고 생각하며 살아간다. 그가 성공을 이룬 방법이 이 책이 담겨 있다. 우리는 매일 쏟아져 나오는 자기계발서에서 자신과 잘 맞는 책을 찾기란 쉽지 않다. 성공이란 바늘 구명을 통과하려면 자신이 어떻게 해야 할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많은 책이 성공의 방법을 제시하지만 한결같이 공통된 것은 성공을 위한 첫 걸음은 "지금 당장, 여기서부터"이다. 이는 성공의 금과옥조이다. 저자는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누구든지 꿈을 이루기 위해 지금 당장 시작할 수 있는 일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성공과 행복은 결국 내 안에 있음을 깨닫고 현재에 감사할 수 있는 기적 같은 삶이 시작될 것으로 저자는 기대한다.

지금 꿈을 꾸는 사람은, 또 자신만의 방법을 모르는 사람들은 꿈이 이루기 위해 이 책은 상당 부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저자는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성공의 꿈을 꾸는 사람을, 저자는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으로 생각한다. 사람을 다이아몬드 원석에 비유하는 것이 적절한지, 표현이 알맞은지 독자는 모르지만, 저자는 나의 내면을 아름답게 가꿈으로써 다이아몬드로 거듭나는 그 날까지 매일의 감사함을 잊지 않고 실천해보라고 권유한다. 오늘보다 내일 더 빛날 당신의 미래를 저자와 이 책이 축복해줄 것이라며.

이 책은 모두 4부(PART)로 이루어졌다. 1부 〈실패한 자리에서 성공은 시작된다〉, 2부 〈원하는 것을 모두 이루는 7가지 비밀〉, 3부 〈흔들리지 않는 마음을 키우는 법〉, 4부 〈당신의 꿈을 이룰 새로운 출발〉 등이다. 각 부에는 7장(章)씩 모두 28개의 장으로 나뉘어 있다. 1부엔 「1억 2천만 원의 빚과 함께 우울증에 빠지다」, 「어제와는 분명 다르게 생각하라」, 「인생을 바꾸는 습관의 차이」,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드는 3가지 규칙」, 「건강을 찾자 자유가 왔다」, 「내 인생에 변화가 시작되다」, 「나는 매일 저녁 나를 응원한다」 등이다. 2부가 이 책에서 말하는 '비밀' '비법'이다. 1장 「당신을 믿어라」, 2장 「꿈을 이룬 모습을 글로 써라」, 3장 「당신이 성공했다고 인정하라」, 4장 「매일 아침 처음 한 시간을 성공하라」, 5장 「행복을 끌어당기는 감사일기를 써라」, 6장 「시각화로 성공에 이르는 비밀을 누려라」, 7장 「가장 먼저 나를 바꿔라」 등이다. 3부는 「당신은 누구의 인생을 살고 있는가?」, 「당신의 인생은 여전히 아름답다」, 「오늘은 행복할 계획입니다」, 「당분간이라도 나를 위해서만 살아보라」, 「No.1이 아닌 Only One이 되라」, 「드림킬러로부터 나를 지키는 법」, 「나 이외에는 신경 쓰지 않을 자유」 등으로 7개의 장을 이룬다. 대부분 성공 이후의 자기 관리나 유지를 위한 몸과 마음의 평온을 강조한다. 마지막 4부는 「익숙한 것과 단절하기」, 「흐르는 음악에 몸을 맡기기」, 「세상에 빛이 되는 사람 되기」, 「위대한 멘토 만나기」, 「내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은 무엇인가?」, 「바로 ‘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는 것들」, 「행복이 가득한 기적 같은 삶의 시작」으로 구성됐다.

 


 

앞서 언급한 대로 이 책에 담긴 비밀이나 비법은 사실 새로운 것들이 아니다. 사회적 유명 인사나 자기계발서를 쓴 저자들도 조금씩 다룬 내용이 많다. 이 점은 자기계발의 다양한 방법을 제시할 뿐, 실제 자기계발의 목적을 제시하지 않는다. 단순하게 '성공'이나 '행복', '재물' 등 추상적인 단어가 목적으로 제시되는 것이다. 이유는 많은 독자들의 환경이나 목적이 각기 다르기 때문에 '원하는 바'가 다르다는 데 있다. 또 구체적인 목적을 갖고 있지 않은 데서 같은 원리가 적용되면서 비롯된 일이다. 사회적 평가도 마찬가지다. 가령 예를 들면 목적에 따른 구체적 목표가 정해지 않은 상태에서 자기계발서를 독자들이 읽는다는 데 있다는 말이다. 이것이 이 책의 비밀이며, 비법이 담겨 있는 이유다. 따라서 저자는 매우 구체적이다. 그렇게 구체적이어야 계획을 세우는 것도, 방법을 찾는 것도, 실행으로 노력하는 것도 구체적이어야 한다는 저자의 노력이다.

저자는 꿈을 가진 사람을 '다이아몬드 원석'으로 비유한다. 꿈은 아름답지만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잘 다듬어져야 한다는 말과 비슷한 느낌으로 독자는 받아들이고 싶다. 다이아몬드는 투명도와 무게, 색깔과 모양 혹은 결에 따라 가치가 달라진다고 한다. 저자는 4부 「세상에 빛이 되는 사람 되기」라는 장에서 '다이아몬드의 가치와 인간의 가치'라는 소제목의 글에서 다이아몬드의 가치를 결정하는 기준으로 '4C'를 소개한다. 독자가 보석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라 언젠가 TV에서 보석 감정사가 말하는 것을 들은 기억은 있지만 구체적으로는 말하지 못한다. 이미 다이아몬드 감정사나 보석가공사들은 이미 아는 내용일 것이다. 무척 흥미로운 내용이다. 책에 따르면 다이아몬드와 인간의 가치를 결정하는 4C는 첫째, 투명도(Clarity)이다. 보석과 사람의 맑음의 정도에 따라 가치가 달라진다. 둘째, 무게(Carat)이다. 가벼울수록 다이아몬드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처럼 생각과 행동이 가벼운 사람은 인정받지 못한다. 셋째, 색깔(Color)이다. 가치 있는 보석일수록 신비한 빛을 발한다. 인간의 삶에도 나름대로의 빛과 향기가 있다. 넷째, 모양과 결(Cut)이다. 보석은 깎이는 각도와 모양에 따라 가치가 달라진다. 적어놓고 보니 그럴 듯한 비유다.

 


 

이 책의 독창성은 꿈을 이루는 것은 구체적인 목표와, 매일 꾸준히 자신의 성장을 위한 노력이 함께해야 한다는 점이다. 즉 어느날 갑자기 꿈이 이루어지는 법은 없다는 것이다. 사람이 구체적 목표를 세우고 달성하려는 의지를 갖고 목표를 향해 매일 실천해야 얻을 수 있는 매우 귀중한 것이다. 사람마다 다르기에, 처한 환경도 다르기에 자신만이 결정하고 실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이때 가장 먼저 할 일은 "지금 당장, 여기서" 자신을 믿어야 한다. 저자가 제시한 7가지 비밀 역시 특별히 새로운 것은 아니다. 굳이 말한다면 "자신을 믿고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① 당신을 믿어라 : 매일 매 순간, 자신 안에 있는 위대한 존재의 힘을 믿자. 내 안에는 모든 지혜와 해법이 있다. 내가 아직 꺼내보지 않았을 뿐이라는 사실을 기억하라.

② 꿈을 이룬 모습을 글로 써라 : 끌어당김의 핵심은 머릿속에 자신의 꿈을 구체적으로 상상하는 것에 있다. 막연하고 추상적이기만 했던 나의 꿈들을 구체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은 내면의 확신과 믿음에서 비롯된다.

③ 당신이 성공했다고 인정하라 : 성공했던 장면을 더 자주 상기할수록 미래에 더 많은 것을 창조할 수 있다. 스스로 해주는 말의 마지막에 ‘성공’을 부여해보자. 영원토록 내 안의 빛을 영롱하게, 오래도록 밝히기로 하자.

④ 매일 아침 처음 한 시간을 성공하라 : 태도와 마음가짐은 아침을 어떤 마음으로 시작하느냐, 어떤 생각으로 하루를 시작하느냐에 달려 있다. 상쾌하게 시작한 아침이 하루 전체를 밝고 눈부시게 만들어줄 것이다. 당장 오늘부터 조금씩 발을 내디뎌보자. 작은 습관을 꾸준히 유지할 수 있다면 큰일도 거뜬하게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길 것이다.

⑤ 행복을 끌어당기는 감사일기를 써라 : 인생의 행복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감사해야 할 일의 목록을 작성하는 것이다. 감사하는 마음이 더 풍요로운 삶으로 끌어당기기 때문이다. 감사일기로 인해 만들어진 긍정적인 에너지는 당신을 행복으로 데려다줄 것이다.

⑥ 시각화로 성공에 이르는 비밀을 누려라 : 소망을 마음속으로 그려보는 시각화의 위대한 힘을 자신의 의지로 사용할 수 있다면, 확대된 능력과 지혜가 생기고 미처 몰랐던 자신의 장점을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잠깐이라도 시간을 내서 무궁무진한 상상력을 발휘하여 자신의 일에 대해 생각하는 습관을 가져보자.

⑦ 가장 먼저 나를 바꿔라 : 아름다운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많은 생각보다 행동으로 실행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 오늘 결정하자! 나 스스로에게 가장 행복한 선택을 하기로.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자신의 건강도 중요하다. 건강이 나빠지면 건강을 회복한 다음에 성공적 삶을 꿈꿔야 한다. 이에 따라 저자의 '건강'에 관한 제안은 필수적이며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다만 모든 사람이 건강에 대한 인식은 저자가 강조하지 않아도 중요한 사실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1부에서 언급이 있다. 이에 따르면 "최고의 재테크는 건강관리이아. 노후의 가장 중요한 자산은 '건강'이다. 건강을 잃게 되면 돈도 시간도 다 잃게 되는 것이나 다름없다. 시대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모든 것이 다 변해도 절대적으로 변하지 않는 단 하나의 진리가 있다. 모든 일에서 건강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점이다. 벤자민 프랭클린도 건강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건강을 유지하는 것은 자기에 대한 의무인 동시에 사회에 대한 의무이다."

건강은 선택이 아닌 의무사항인 것이다. 아무도 내 건강을 대신 지켜줄 수 없다. 본인 스스로 지켜나가야 하는 것이다. 건강할 때 더 건강을 챙기란 말을 우린 자주 듣는다. 그러나 살면서 건강을 우선적으로 챙기는 일은 거의 없다. 크게 아프고 난 다음에야 비로소 건강에 대한 소중함을 깨닫는 존재이다. 저자가 건강을 강조하는 이유도 자연스럽다.

 

저자 : 권미래

 

시골에서 태어나 넉넉지 않은 가정 형편으로 힘든 유년시절을 보냈다. 대학교 졸업장이라도 있어야 먹고 살 수 있겠다는 생각에, 매일 아침 6시에 기상하여 대학 조교와 교수님의 일을 도우며 용돈을 벌고, 전액 장학금을 받으며 대학을 졸업했다. 20대에는 밤낮으로 내레이터 모델, 카페, 호프집 등 수 많은 곳에서 투잡, 쓰리잡으로 일했지만 인생이 나아지지 않았다. 20대 후반에 1억 2천에 달하는 큰 사기를 당하고 나서 내가 실패했던 이유는 마음가짐과 나의 생각에 달려 있었다는 것을 깨닫고 2019년, 경험을 살려 책을 출간했다. 어느 순간, 성공에는 어떠한 비밀이 있다는 것을 수많은 성공사례와 책들을 통해 배웠다. 그리고, 그 비밀을 연구하기 위해 수많은 성공자의 강의를 듣는 데 많은 시간과 돈을 쏟아부었다. 부자들의 습관과 생각을 체득하기 위해 500여 명의 성공자를 연구하고 그들의 습관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 20~30대 여성들의 롤모델이 되고 있으며, 오늘까지도 많은 사람에게 희망과 도전의 메시지와 동기부여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출간한 책으로는 『버킷리스트 20』과 『줌바댄스가 온다』가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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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성어를 알면 문해력이 보인다 - 10대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사자성어
신성권 지음 / 하늘아래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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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표제어 『사자성어를 알면 문해력이 보인다』에서 '문해력'이란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을 말한다. 저자 신성권이 오늘날 고사성어(故事成語)라고도 일컬어지는 사자성어를 알면 왜 문해력이 키울 수 있다는 주장을 할까? 그리고 그 주장은 맞는 것일까?란 질문에 봉착하게 된다. 사자성어(四字成語)란 옛 중국에서 일어난 일을 넉 자로 정리한 것들이다. 대부분 역사에 기록된 사건이나 어떤 일을 말하고 표현하기 위해 넉자로 정리된 것들이다. 그렇다고 고사성어가 꼭 넉 자로만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두 자부터 12자까지 고사성어의 글자 수는 다양하다고 한다. 다만 넉 자로 이루어진 것이 가장 많을 뿐이다. 이것은 옛 중국인들이 역사를 기록하거나 시를 읊을 때 석 자, 혹은 넉 자의 운율을 썼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언어적으로 분석했을 때 중국어 대조적 표현이 압도적으로 많고 그것은 대부분 잘 기억된다는 점을 들었을 때 입에 쉽게 달라붙는 특징이 있다는 것은 우리 한글도 마찬가지이다. 때문에 시조나 가사 역시 3·4조, 4·4조로 이루어진 것이 대부분이다. 이는 한자어의 영향으로 독자는 알고 있다. 한자어로는 싯구를 오언절구, 칠언절구 식으로 나뉘었는데 이는 다섯 글자씩 쉼을 주거나 일곱 자씩 쉼을 주는 우리의 조(調)와 같은 것이다.

이 사자성어가 왜 오늘날 우리들의 문해력을 좌우하는 걸까? 이는 우리가 현재 한글로 적는 대부분의 어휘가 실은 한자어에서 왔기 때문이다. 대부분이란 말은 과장이지만 〈한글대사전〉 중 70% 가까이가 한자어이라는 것을 주장하는 사람도 있는 것을 볼 때 우리가 언어적으로 중국의 영향력을 벗어나지 못했다고 분석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중국에서 한자로 표기한 것을 우리 한글로는 표기가 불가능할까? 이는 오늘날 우리가 많이 배우고 사용하는 영어를 예로 들어보면 더 명확해질 것 같다. 영어를 처음 배울 때 'school'이 학교라고 가르치고 수없이 반복해 학생들은 영어 발음 중에 '스쿨'이 들어가면 금세 학교란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school'을 써놓고 배우지 않은 사람에게 물어보면 "글자 같긴 한데 모르겠다"고 답할 것이다. 한자로 마찬가지다. 한자를 빌어 쓰고 그들의 문화도 받아들인 우리로서는 과학적이고 매우 쉽게 배울 수 있는 문자를 만들어놓고 널리 사용하거나 익히지 않았다.

 


 

이것이 오늘날 한글의 우수성을 인정받으면서도 그 우수한 언어를 점차 잃어가는 이유이다. 한글을 만든 지는 누가 언제 만들었는지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든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한글을 사용하고 연구한 사람은 누구였을까? 결코 대답이 쉽지 않다. 조선 초기에 한글이 만들었음에도 나라에서는 한글을 쓰지 않았다. 조선의 건국 이념 중 하나인 사대(事大)에 어긋난 것이다. 더욱이 한자가 아닌 한글을 사용한다는 것이 빌미가 되어 중국과 등을 돌리고 혹시라도 침략해 들어올 수도 있다고 한글 창조마저 반대한 많은 신하들이 있었다는 것은 너무나 유명한 이야기다. 이후 한글은 공문서는 물론, 사회 지도층에서도 철저히 배제됐다. 피지배 계급인 일반 양민이나 천민들과 바깥 생활이 자유롭지 못한 부녀자들 사이에서 쉽게 배워, 학문이 아닌 잡문이나 기타 개인적인을 적을 때 한글을 사용했을 뿐이다. 언어는 쓰지 않으면 퇴화한다. 모든 생물처럼 자꾸 사용해야 진화하고 발전하지, 사용하지 않는다면 퇴화하고 나중에는 사라진다. 언어는 살아 있는 생물이나 다름없다. 우리가 한글을 널리 사용하고 연구하고 발전시키는 일은 이제 100년도 안 된다. 그동안 잃어버린 순우리말 표기는 어쩌면 지금 국어사전에 있는 우리말보다 더 많을지도 모른다. 지금도 한글은 사라지고 있다.

저자는 이 같은 저간의 내용을 바탕으로 한자와 문해력을 연결시킨다. 순우리말로만 표기해서는 아직 우리말 연구가 제대로 되어 있지도 못한 상태에서 불가피하게 한자도 알아야 한다는 주장과 일치한다. 한글을 버리자는 의미가 아니라 한글로 표기해도 모든 사람이 알아들을 수 있을 때까지는 불가피하게 최소한의 한자는 알아야 한다는 의미로도 통한다. 저자 신성권은 이를 "한글은 알지만, 문장의 뜻을 이해하지 못하는, 문맹 아닌 문맹인 청소년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들어가는 말〉의 첫 문장을 쓰고 있다. 저자는 문해력의 기초는 어휘력이라고 주장한다. 우리말의 개념어들이 대부분 한자어로 되어 잇어, 한자어의 속뜻을 알지 못하면 문장에 대한 이해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한글로 문장을 쓰고 읽고, 이해할 때 한자 속에 감춰진 뜻이나 함유된 진의가 문자에 나타나지 않는 소리글자의 특성을 이야기한 점에 주목한다. 문해력을 낮아지는 이유가 한자어를 한자로 쓰자는 말이 아니라 한자어의 표기를 안다면 한글로 써도 그 뜻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는 저자의 주장은 설득력을 갖고 독자는 공감한다. 예를 들어 '개관사정(蓋棺事定)'이란 사자성어를 살펴본다. '개(蓋)'는 덮는다 뜻의 한자, '관(棺)'은 죽어 사람이 들어가는 나무로 만든 관', 사(事)'는 일이나 직업, 사업을 뜻을 가진 글자, '정(定)'은 '정하다' '안정시키다'는 뜻을 가진 글자라는 것을 알면 이 글자의 뜻을 어느 정도 짐작이 가능하다. 그러나 고사성어는 옛날 중국에서 직접 겪은 일이나 사건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알면 이 뜻을 더 정확하게 이해하게 되고 부수적으로 한 자 넉 자의 뜻을 알게 된다. 뿐만 아니라, 이들 넉 자가 들어가면서 파생된 낱말들은 무수히 많아 부수적으로 지식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자는 글자 수가 너무 많고 어려운 데다 발음도 지방마다 다양해져 통일된 문법 체계와 발성 체계는 오랜 시간 쌓아오며 틀을 잡았다.

이런 사정을 한글 창제한 세종대왕도 알았던 듯하다. 양각색으로 섲이 책 표제어는 말할 것도 없이 두 개의 단어가 한자어이다. '사자성어'와 문해력'이 한자를 우리 한글로 표기했을 뿐이다. 만일 문해력이란 단어의 뜻을 모르는 사람에게 한글로 '문해력'이란 뜻을 물어보면 거의 알아맞추기 힘들 것이란 주장에 근거한다. 즉 단어의 뜻을 모른 채 문장을 읽어나가면 문해력은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라고 독자는 공감한다.

한자로 표기하면 뜻을 아는데 한글로 표기했을 때는 뜻을 유추도 하지 못할 정도로라면 한글은 왜 만들었을까? 그것은 언어학에서 분류하는 한자는 '뜻글자'이고 우리 한글은 '소리글자'이기 때문이다. 즉 한자는 한 자 한 자가 뜻을 내포하고 그들의 발음법에 따라 발음하기 때문에 뜻이 통하고 문제가 없지만 다른 언어를 쓰는 사람에게는 소리로만 유추해 뜻을 알아내기 힘들다는 점이다.

 


 

〈훈민정음 해례본〉 해제에서 세종대왕은 한글 창제의 의의를 썼다. "나랏말이 중국과 달라~ "에 내포된 뜻은 조선에서 쓰는 한자 발음이 중국에서 쓰는 한자 발음이 서로 다르기에 통일시키기 위해 소리글자를 만든다고 첫 머리에서 밝히고 있다. 최소한 우리끼리 대화할 때는 통해야 하는 것이기에 '한자음 개신(改新)'의 뜻이 있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물론 나랏말을 만든 '국자 제정(國字 制定)'의 취지를 우선임은 말할 것도 없다. 그리고 하나 더 지금도 사투리가 심해 한반도 안에서도 위와 아래가 잘 뜻이 통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는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못 알아 듣겠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왕래가 잦고 학교에서 정식으로 표준말도 배우는 요즘도 그런데 옛날 왕래나 서신, 가르치는 학교도 없던 시절 함경도와 제주도 말이 다른 것들이 많이 있었을 것이다. 지방 언어, 즉 사투리 통일 취지다. 사투리를 표준으로 고쳐 발음하도록 소리나는 대로 적는 글자를 새로 만들었다고 해제에서 명백히 밝히고 있다. 우리가 쓰는 한자어 발음이 중국과도 다르고, 지방끼리도 통하지 않은 점을 개신하려 한 것이다. 이쯤 되면 저자의 사자성어와 문해력의 연결고리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셈이다. 중국의 언어가 우수해서 그들의 언어를 배우자는 뜻이 결코 아니다. 우리말 우리글을 쓰되 수천 년간 써온 말의 뜻을 우선 우리들의 소통을 위해 최소한의 것을 배워야 한다는 주장이다. 언어는 지역별로 비슷하면서도 때로는 정반대로 나타나기도 한다. 언어 계통이 달라서다. 그러면 어떻게 그들은 서로 통했을까? 간단하다. 서로가 서로의 필요에 의해서 배우는 것이다. 장사를 원한다면 장사를 위해서, 외교적이라면 나라의 외교상 배우는 것이다. 인류는 그렇게 해왔고 서로 다른 말을 쓰지만 소통해왔다. 그러면서 서로의 발전을 꾀하기에 필요는 언제나 배움을 가져왔다. 사대를 위해 한글 창제를 반대하는, 사대적 발상이 아니라면 한자를 배우는 것이 이상할 것도, 나쁠 것도 없다. 그것의 혜택은 필요해 배운 사람에게 돌아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저자 신성권이 전작 『사자성어를 알면 어휘가 보인다』에 이어 두 번째 10대를 한자 능력 함양을 위해 펴냈다. 전작은 어휘력을 증진한 데 중점을 뒀다면 이번 책은 문해력 제고를 위해 썼다. 특히 이 책은 고사성어의 재미있는 유래와 각 한자가 가지고 있는 속뜻을 풀어, 한자의 생성 과정과 함께 어휘를 이해하고 문해력을 키울 수 있도록 구성했다. 키워드로 보는 사자성어에서는 해당 주제와 관련된 다양한 사자성어를 소개하고 있으며, 각 말미에 적절한 예문을 제시해 서자성어를 일상에서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도 알 수 있도록 유도한다.

장(章)의 구별 없이 가나다 순으로 모두 94개의 고사성어를 정리했다. 우리말 발음과 함께 사자성어 한자로 적혀 있어 제목을 대신하고 있다. 이어 뜻을 풀어쓰고 유래를 찾아 적었다. 이어 각 한자 하나 하나를 음과 훈을 적어 놓아 독자들의 한자 실력 배양에 주력하고 있다. 유래와 해설들을 읽으면 언제 어떻게 생겨난 말인지도 알 수 있다. 비슷한 뜻과 용례를 일일이 적어 주석처럼 달아놓아 한자를 어려워하는 일반인들도 읽어보면 한자와 친해질 수 있도록 노력이 돋보인다. 특별히 어려운 한자가 없는 것으로 보아 일상에서 자주 쓰이는 기초한자 중심으로 사자성어를 찾아 정리한 것으로 분석된다. 무엇보다 한자를 전혀 배우지 않은 10대들을 위한 고사성어 책이라고 보면 가장 적절한 판단이다. 천자문이나 명심보감 같은 것이 아니라 왜 고사성어를 택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오늘날 한자로 쓰지는 못하지만 뜻은 아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옛날 속담처럼 널리 누구나 쓰던 말이기에 우리나라에서도 사용해 왔던 말이기에 고사성어를 선택했을 것이라고 독자는 추측한다. 고사성어는 교훈적인 것 말고도 생각해볼 많은 의미를 갖고 있다. 때로는 사회 생활에서 필요한 영감을 얻기에도 좋은 말들이 많다. 고사성어는 중국 사람들이 수천 년간 배우고 지켜온 말들이다. 인간의 삶에 유익하다고 생각해서일 것이다. 그것 몇 개 안다고 그들의 지혜를 통째로 가져올 수는 없지만 그 말을 통해 인간의 삶을 이해하고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10대이기 때문에 교훈적인 것보다는 흥미를 느끼는 것은 아무래도 고사성어에 많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을 한 번만 읽더라도 나중에 다른 책에서 비슷한 고사성어를 보면 연상되는 많은 부분이 있을 것이다. 그때 이 책을 읽은 힘과 보람을 같이 느끼게 될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책을 아직 읽지 않은 독자들을 위해 한 개의 용례만 여기에 적어본다.

'「전화위복(轉禍爲福)」-재앙이 바뀌어 오히려 복이 됨'(p.235)이다. 『사기열전』을 보면 관중을 평하기를 다음과 같이 하였다. "정치적으로 그는 번번이 화를 전환시켜 복으로 하고 실패를 전환시켜 성공으로 이끌었다. 어떤 사물에 있어서도 그 경중을 잘 파악하여 그 균형을 잃지 않도록 신중하게 처리했다."

전국시대 합종책으로 한(韓), 위(魏), 조(趙), 연(燕), 제(齊), 초(楚)의 여섯 나라 재상을 겸임하였던 소진도 다음과 같은 말을 하였다고 한다.

"옛날, 일을 잘 처리했던 사람은 화를 바꾸어 복이 되게 했고, 실패한 것을 바꾸어 공이 되게 하였다."

화가 바뀌어 오히려 복이 된다는 전화위복은 힘들고 불행한 일이 닥칠지라도 강인한 정신력과 불굴의 의지로 이겨내고 맞서면, 그것을 더 큰 행복으로 바꾸어 놓을 수 있다는 말이다. 불행을 맞고도 가만히 손 놓고 있는데 저절로 화가 복으로 바뀌지는 않는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고진감래(苦盡甘來)라는 말이 있듯이 어떤 어려움도 지혜롭게 맞선다면 행복은 찾아오게 마련이다. 그러다 보면 더욱더 성장한 자신을 발견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요즘 이 같은 의지력보다는 "전화위복이 될지 누가 알랴"라는 말로 요행이 강조되어 쓰인다. 이어 좋지 않은 일이 계기가 되어 오히려 좋은 일이 생김을 이르는 말을 할 때 쓰는 것이 원뜻에 맞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또 전(轉), 화(禍), 위(爲), 복(福) 등 각 글자에 대해 음과 훈을 쓰고 획수도 덧붙였다. 각 한자 해설에는 글자의 형성 과정을 알 수 있도록 설명이 붙어 있으며 '키워드로 배우는 사자성어'는 #복 #화 등에 해시태그를 붙여 사용례나 비슷한 사자성어도 3~4개씩 적어 놓아 응용의 예도 보여준다.

 

저자 : 신성권

 

인문사회 분야에 대한 다양한 글을 쓰는 지식연구가며 작가다. 1989년생의 젊은 작가로 전북대학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동대학교 경영학 박사과정에 있다. MENSA 정회원(IQ 156, Percentile 99%)이기도 한 그는 인간의 지능과 창조성을 다루는 다양한 인문교양서를 집필하고 있으며, 그의 책은 2021년, 2022년 두 번이나 문화체육관광부의 세종도서 교양부문 우수도서로 선정되기도 했다.

지은 책으로 『천재, 빛나거나 미쳤거나』(2021년 세종도서 교양부문 우수도서 선정),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 : 10대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2022년 세종도서 교양부문 우수도서 선정)『교양 개념어 사전』『나태해진 나를 깨우는 독설』『삶의지혜로 읽는 니체의 말』『서양 철학사』『동양 철학사』『영재, 똑똑한 아이가 위험하다』『사자성어를 알면 어휘가 보인다』『보통 사람들을 위한 창조성 수업』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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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펜하우어의 인생 수업 메이트북스 클래식 14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지음, 강현규 엮음, 이상희 옮김 / 메이트북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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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개인적인 이유로 철학이나 철학자에 대한 관심이 적었다. 특히 고등학교 다닐 때 세계사 수업 시간에 선생님으로부터 들은 이야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이 수업 시간에 독일의 철학자들 몇 명의 이야기를 해주었다. 니체와 쇼펜하우어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선생님은 "독일의 철학은 음악이나 문학 등과 함께 독일인이 세계문화에 기여한 것 중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고 전제했지만, 니체에 대해서는 '독설'로, 쇼펜하우어에 대해서는 '역설'로 잠깐 독자의 흥미를 끌었다. 그러나 쇼펜하우어가 염세주의자·비관론자 등으로 표현하면서 "그의 염세주의적 사상은 수많은 독일 청년들을 '자살'로 이끌었다."는 말씀이었다. 고등학생 시절이라 선생님의 말은 모두 정설로 들었다. 그 뒤에 하신 말씀이 "그리고 그는 90살이 넘도록 살았다."는 비난 섞인 어투로 말을 맺었다. 사실 충격이었다. 그때는 "Boys, be ambious!, 청년이여, 야망을 가져라)가 한창 유행어처럼 회자되고 있을 때였다. 그런데 이 독일 철학자는 자살을 유도하는 학문을 하다니. 어렵기도 했지만 매우 잘못된 학문이고 학자라고 생각했다.

이후로 니체의 책은 여러 권 읽었다. 니체가 쓴 책은 아니지만 그와 그의 철학을 해석해서 나름대로 접근한 많은 저자들이 그를 소개했다. 초인과 독설 등은 모두 공통되게 다루고 있어서 뭔 말인지 정확히 몰라도 겉멋으로 읽기도 했다. 그래도 이 책 저 책 한 철학자에 대한 책을 읽어 어느 정도 그의 철학이 단순한 생각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게 됐다. 그러나 쇼펜하우어의 책이나 그에 관한 책은 전혀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독자는 그에 대해 염증을 느끼고 있었던 듯하다. 그러던 것이 요즘에 와서 부쩍 쇼펜하우어에 관한 책이 많이 출판되면서 적잖게 놀랐다. 왜 그럴까? 이 책 『쇼펜하우어의 인생 수업』의 출판사 소개글 때문이었다. 소개글에 따르면 쇼펜하우어에게는 염세주의자, 허무주의자, 비관주의자, 아웃사이더 등의 부정적인 꼬리표가 늘 붙었지만 사실 그 누구보다 인생을 사랑했고 인간을 사랑했으며, 치열하게 인생의 본질을 찾고자 했던 철학자였다. 단지 그는 현실주의자이자 실존주의자로서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직시하고, 이를 냉철하게 가감 없이 이야기했을 뿐이다. 그는 이 세상이 고통과 불행으로 가득하며, 인간의 행복은 그 고통과 불행을 얼마나 줄이느냐에 달려 있지, 행복으로 충만한 파라다이스는 현실이 아닌 상상 속에서나 가능할 뿐이라고 단호하게 이야기한다.

 


 

이 책은 그렇게 읽게 됐다. 그리고 고등학교 수업 시간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 아마 선생님이 했던 말 중에서 독자가 "듣고 싶은 것만 들은 게 아니었나?" 생각됐다. 저자는 쇼펜하우어이지만 엮은이(편자, 編者) 강현규는 〈엮은이의 말〉을 통해 쇼펜하우어에 대해 "행복은 꿈일 뿐이지만, 고통은 현실이다. 이 세상이 결코 아름답지 않고, 우리 인간이 결코 합리적이지 않다는 것을 우리가 우선 인정하고 인간과 세상을 바라볼 때 그(쇼펜하우어)의 철학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의 이런 생각은 1851년 출간된 이 책 『소품과 부록』에 집대성되어 있는데, 그는 이 책에서 행복과 인생의 의미를 통찰력 있게 풀어냈고, 이 책은 17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여전히 많이 읽히며 위대한 고전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설명한다.

더욱이 편자는 쇼펜하우어의 첫 저서인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에 담아내지 못한 글들을 추려 『소품과 부록』이란 제목으로 출간했던 이 책은 엄청난 호평과 대중적인 성공을 안겨 주었다고 쓰고 있다. 그렇지만 여전히 현대의 독자들에게 완역본을 그대로 읽는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며 현대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자 원서의 품격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현대적 감각에 맞게 핵심 내용만을 뽑아내 칼럼 제목을 새로 달았다고 밝힌다. 쇼펜하우어는 이 책에서 인생은 고통 그 자체지만 이 고통이 살아갈 힘을 준다고, 부와 명예는 행복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남에게 보여주고 평가받기 위해 인생을 낭비하지 말라고, 덜 불행하고 사는 것이 행복하게 산다는 것의 진짜 의미라고 편자는 해석을 덧붙인다. 특히 이 책에 담긴 그의 철학은 프리드리히 니체, 아인슈타인, 카를 융, 밥그너, 찰스 다윈, 헤르만 헤세, 프란츠 카프카, 카뮈, 톨스토이, 도스토옙스키, 찰리 채플린, 토마스 만, 보르헤스 등 수많은 각계 거장과 명사들에게 큰 영향과 영감을 주었다고 강조한다. 우리가 교과서에서나 접할 수많은 인사의 이름을 나열하고 있을 정도인가? 쇼펜하우어는 이렇게 해서 독자의 관심이 되었다. 앞서 언급한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는 내용이 너무 난해한 데다가 문맥을 잡기가 너무 어려워 출판 후 몇십 년 동안 책이 몇 부 팔리지도 못했고, 그의 존재감은 희미했었다고 한다.

 

 

철저하게 외면 받았던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와 달리 대중들도 이해할 수 있게 쓰여진 이 책의 출간 이후 그의 철학에 대한 추종자들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점점 유럽을 넘어 세상 사람들에게 알려져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당시 『소품과 부록』을 출간한 출판사의 암울한 예상과는 달리 이 책은 얼마못가 쇼펜하우어의 책들 중에서 가장 인기를 끌었고 가장 많이 팔려나갔다고 언급하고 있다. 앞서 말한 독자의 고등학교 때의 추억을 다시 소환하는 대목은 "쇼펜하우어는 젊은 독자들을 염두에 두고 이 책을 집필했다고 한다."이다. 이러한 이유로 이 책이 출간된 이후 독일어권에서 쇼펜하우어의 문장은 최고급 산문이자 탁월한 문학적 글쓰기로 평가받기에 이르렀다.

세계 언어 중 학술 용어로 적당한 것은 역시 독일어라고 한다. 고등학교 때 독일어 수업을 들으면서 선생님이 "독일어는 울고 들어가서 웃고 나온다"고 한 말씀이 아직도 귀에 생생하다. 이유는 세계 언어 중에 예외가 가장 적은 언어라고 했다. 성·수·격에 따라 정관사·부정관사가 변형을 일으키는 복잡한 구조의 언어가 왜 예외가 가장 적을까? 아마 명사에 오기(誤記)가 있을 때 앞에 붙은 정관사·부정관사를 보고 오기를 바로잡을 수 있기 때문일까? 학문을 독일어로 해본 경험이 없어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복잡한 구조에서 예외가 없는 이유가 발견될 수 있을 것이란 추정은 가능하다. 역자 이상희에 따르면 독일 고전을 읽는 것은 독서에 익숙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문득문득 곤혹스러울 때가 많다. 아무리 읽어도 그것이 뜻하는 바를 이해하기가 쉽지 않을 때가 많기 때문에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기는 일 자체가 고역일 때도 분명히 있다. 쇼펜하우어의 저서도 분명 그러한 고전 중 하나로 꼽히지만 그의 책은 조금 다르다. 문장을 길고 길게 늘어뜨리고 비유에 비유를 거듭해 원뜻을 파악하느라 애를 먹었던 다른 작가들에 비하면 그의 문장은 간결하고 명확하다. 그는 자신이 하고자 하는 말을 정확하게 표현하고 비유와 은유를 가져올지라도 어디서 그런 구절을 보았고 읽었는지를 분명히 남겼다. 독자가 접한 독일어에 대한 세 분의 해석이 다른 듯해서 헷갈리긴 한다. 그러나 이 책을 조금 더 읽어보면 세 분의 말이 모두 맞다고 인정할 수 있게 된다. 세 분의 표현이 다를 뿐 모두 같은 말을 하고 있는 데 독자의 수용이 제대로 안 됐을 뿐이다.

 


 

이 책은 위대한 철학자 쇼펜하우어가 날카로운 현실 감각과 직설적인 언어로 글로 옮긴 아포리즘 모음이다. 쇼펜하우어의 사상과 철학에 더 가깝게 가게 해준다. 철학이나 철학 책이 난해하다고 생각하며 거리감을 느끼던 독자에게도 이 책은 철학이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고 바로 내 안에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해준다. 특히 역자의 고심에 찬 번역과 편자의 새로 뽑아낸 제목, 이해 가능한 설명으로 엮어낸 스킬 등은 독자 입장에서는 제대로 된 철학 책 한 권을 얻은 셈이다. 이 책을 통해 철학을 어렵게만 생각할 게 아니라, 읽는 것만큼의 시간과 그 시간만큼의 사유를 겸한다면 친근해질 수 있는 학문이라는 것도 배울 수 있다. 편자의 현대어법에 맞는 제목의 재정리에 감사드린다.

살다 보면 누구나 ‘이렇게 사는 게 맞는 건가’ 하는 걱정이 들 때도 있다. 때로는 살아가는 것이 고통스럽고 힘들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정신 없이 일에 매달려 경제적·사회적 안정을 얻었어도 공허함과 권태감이 여전히 내재해 있다는 사실에 문득 놀라기도 한다. 이런 감정이 잦아지면 우울해질 수도 있다. 이 같은 마음의 위기가 닥친다면 이 책을 펴들 것을 독자는 권유한다. 삶이 만족스럽지 않고, 따라서 행복감과 점점 멀어지는 것이 버릇처럼 몸에 배어 있는 것 같다. 이 책이 필요할 때다. 책을 펴드는 게 익숙지 않다면 일단 아무데나 펼쳐보면 된다. 이 책은 편의상 각 장으로 나뉘었고, 제목을 두었지만 언제 어디를 펴봐도 한결같이 '인생'과 '행복'에 대한 쇼펜하우어의 아포리즘(깊은 체험적 진리를 간결하고 압축된 형식으로 나타낸 짧은 글, 격언·경구·잠언 따위)이다. 대철학자 쇼펜하우어의 직설적인 조언을 담은 인생 지침서다. 쇼펜하우어는 이 책에서 인생은 고통 그 자체지만 이 고통이 살아갈 힘을 준다고, 부와 명예는 행복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남에게 보여주고 평가받기 위해 인생을 낭비하지 말라고, 덜 불행하게 사는 것이 행복하게 산다는 것의 진짜 의미라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마음의 위기는 부와 명예가 아닌 내면의 풍요로 극복된다고, 불행은 혼자 있을 수 없는 데서 생기기에 인간은 고독해야 한다고, 다독보다는 독창적 사고가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새 책이 아닌 과거의 위대한 고전부터 읽으라고 강조한다. 이 책에서 만날 수 있는 현명하고 솔직한 직언으로 세상일이 뜻대로 되지 않아 지친 현대인들이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며 삶을 온전히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이 책은 2부 15장(章)으로 구성돼 있다. 1부는 〈행복론-삶의 지혜를 위한 아포리즘〉, 2부는 〈인생론-온전한 삶을 위한 아포리즘〉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편의상 구분이다. 1부에는 「인간의 행복에 영향을 주는 것에 대하여」, 「인간을 이루는 것에 대하여」, 「인간이 지니고 있는 것에 대하여」, 「인간이 남에게 드러내 보이는 것에 대하여」, 「우리 자신에 대한 우리의 태도에 대하여」, 「타인에 대한 우리의 태도에 대하여」, 「나이가 든다는 것에 대하여」 등 7개 장(章)이 있다. 2부는 「죽음에 의해 소멸하지 않는다는 것에 대하여」, 「생존의 허망함에 대하여」, 「세상의 고뇌에 대하여」, 「박식함과 학자에 대하여」, 「독자적 사고에 대하여」, 「독서와 책에 대하여」, 「교육에 대하여」, 「인생의 본질을 들려주는 비유와 우화」 등 8개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쇼펜하우어는 「행복론을 시작하며」라는 제목의 〈머리말〉에서 "나는 이곳에서 인생의 지혜를 내재적인 개념, 즉 인생을 가능한 한 즐겁고 행복하게 사는 일종의 기술로 받아들이며, 이것은 또한 행복론에 대한 하나의 지침서라고 명명할 수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것은 행복한 존재의 안내서라 할 수 있겠다."고 썼다. 이러한 시각4은 다시 온전히 객관적으로 바라보거나 훨씬 더 냉정하게, 그리고 성숙하게 고찰해보면 이것이 존재하지 않는 것보다 우월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개념에서 보면 우리 스스로는 단지 죽음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 아니라 그 자체를 끊임없이 추구하고 있는 것이라는 결론이 나오며, 또한 그렇기에 우리는 그것이 영원히 계속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인간의 삶이 이러한 존재의 개념에 들어맞는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내게 한다면, 이에 대한 나의 철학적 관점은 부정적이다. 그 반면에 행복론은 긍정적인 결론을 전제로 하고 있다. 이것은 사실 오류를 내재하고 있는 것에 근거한 것으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문제 해결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 나는 나의 철학이 궁극적으로 가고자 하는 높은 형이상학적이고 윤리적인 관점을 포기해야만 했다."고 밝힌다.

이어 쇼펜하우어는 행복론이라는 단어 자체가 하나의 완곡한 표현에 불과하므로 그 가치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여기서 더 나아가보면 마찬가지로 완벽함을 요구할 수도 없다. 이 주제는 끝날 수 없는 데다가 어떤 면에서는 이미 다른 사람들이 말한 것을 내가 다시 반복해야만 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이고 있다.

 


 

인간의 행복, 말하자면 자신의 존재를 통틀어 중요한 것은 분명히 그의 내면에 존재하거나 생겨나는 것임이 확실하다. 즉 바로 그곳에 무엇보다 인간의 느낌과 의지, 그리고 생각의 결과인 내면의 편안함 또는 불편함이 분명히 자리 잡고 있다. 즉 외부의 상황 자체는 그저 그러한 감정에 간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에 불과한 것이다. 그러므로 외부의 상황이나 사정이 똑같다고 하더라도 개개인에게는 완전히 다른 영향을 미치는 것이며, 동일한 환경에 살아가는 개개인들은 각각 다른 세계를 살고 있다. 사람은 자신만의 생각, 감정 그리고 의지를 가지며 단지 그러한 것에만 직접적으로 반응하기 때문이다. 외부의 것들은 그저 그러한 것들의 원인이 되는 경우에 한해서만 그들에게 영향을 미친다.(p.31)

 

행복론은 그 이름 자체가 완곡한 표현일 뿐이다. 행복하게 산다는 것은 덜 불행하게 사는 것, 즉 참을 정도만큼 산다는 의미로 이해되어야 한다는 가르침으로 시작해야 한다. 물론 인생은 실제로 즐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고통을 견디고 끝내기 위해 있는 것이다. 이것을 라틴어를 표현하면 ‘degere vitam, vita defungi(그럭저럭 살아가며, 삶을 견뎌낸다)’이다.(p.108)

 

보통 젊은 시절을 인생의 행복한 시간으로, 노년기는 슬픈 시간이라고 부른다. 열정이 행복을 가져온다면 그것은 사실일 것이다. 젊은 시절에는 이러한 열정 때문에 이리저리 끌려 다니며 기쁨은 적고 고통이 크다. 차가운 노년기가 되면 열정은 그들을 내버려둔다. 노년기의 삶은 명상의 손길을 얻는다. 인식이 자유로워지고 우월적인 위치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이 인식은 그것 자체로는 고통이 없기 때문에 인식이 의식 속에서 우세할수록 인간은 더욱 행복해진다. 열정이 행복을 가져올 수 없고 어느 특정한 쾌락을 경험하지 못했다고 해서 노년을 한탄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모든 쾌락은 부정적이고 고통은 긍정적이라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모든 즐거움이란 어떤 욕구를 만족시키는 것일 뿐이기 때문이다. 욕구가 충족되면 더 이상 즐거움도 없어진다는 사실은, 식사를 한 후에는 더 이상 먹을 수 없고 잠을 푹 자고 난 뒤에는 깨어 있어야 한다는 것처럼 그렇게 한탄할만한 일이 아니다.(p.203)

 


 

저자 : 아르투어 쇼펜하우어(Arthur Schopenhauer)

 

독일의 철학자이자 사상가. 유럽의 항구 도시인 단치히에서 상인이었던 아버지 하인리히 쇼펜하우어와 소설가인 어머니 요한나 쇼펜하우어의 장남으로 출생했다. 실존 철학은 물론 프로이트와 융의 심리학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19세기 서양 철학계의 상징적인 인물이다. 흔히 염세주의자로 알려져 있지만, 인간 삶의 비극적 면면을 탐구한 사상가이며, 그의 철학은 근대 철학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1788년 단치히에서 부유한 상인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1793년 함부르크로 이주해 성장했고, 아버지의 바람에 따라 한동안 상인 교육을 받았다. 그러나 1805년 아버지의 급작스러운 죽음을 계기로, 자신이 그토록 꿈꾸던 학자가 되기 위해 김나지움에 입학했다. 1811년 베를린대학교에 들어가 리히텐슈타인, 피셔, 피히테 등 여러 학자의 강의를 들었고, 1813년 베를린대학교 철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따기 위해 「충분근거율의 네 가지 뿌리에 대하여」를 집필, 우여곡절 끝에 예나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1819년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를 출간한 후 1820년부터 베를린대학교에서 교편을 잡았고, 1839년 현상 논문 「인간 의지의 자유에 대하여」로 왕립 노르웨이 학회로부터 상을 받았다. 평생을 독신으로 살았으며, 1860년 9월 21일 자주 가던 단골 식당에서 식사 중 폐렴으로 숨진 후 프랑크푸르트 공동묘지에 안장되었다.

주요 저서로는 『논쟁에서 이기는 38가지 방법』『충족이 유율의 네 겹의 뿌리에 관하여』『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 등이 있다.

 

편자 : 강현규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했으며 대학 졸업 후에 줄곧 출판기획자의 길을 걸어왔다. 최근에는 ‘고전 다시 읽기’라는 취지로 고전들을 원전의 가치를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흥미롭게 재구성해 엮어내고 있다. 엮은 책으로 『키케로의 우정에 대하여』 『혼자 있는 시간이 가르쳐주는 것들』 『반 고흐, 인생을 쓰다』 『지금, 여기, 당신』 『하루에 5번 긍정하면 인생이 행복해진다』 『이순신의 말』 『류성룡의 말』 등이 있다.

 

역자 : 이상희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고 독일로 건너가 본대학교에서 번역학을 전공했다. 이후 출판사 편집팀장을 지내며 다양한 글을 기획하고 옮겨왔으며, 현재 번역 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에서 출판기획 및 전문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나는 아빠가 좋아요』, 『꼬마 거미의 질문 여행』, 『초등1학년 경제교육을 시작할 나이』, 『데미안』,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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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으로 간 고등어
조성두 지음 / 일곱날의빛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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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근대사 중 천주교 박해, 일제 강점기, 한국전쟁 등 참혹한 수난의 시대를 살다간 할머니 어머니 딸 3대가 겪은 한 많은 고등어에 얽힌 삶을 풀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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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으로 간 고등어
조성두 지음 / 일곱날의빛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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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작품을 읽을 때는 책부터 읽지만 가끔 출판사 측의 소개글을 먼저 읽는 적이 있다. 소개가 요란할 때다. 이 책에 대한 출판사 소개글은 소설가 황순원의 대표작 중 하나인 「소나기」를 떠올리기에 충분한, 소년·소녀의 순수한 사랑을 이야기한다고 쓰여 있었다. 황순원의 「소나기」와 알퐁스 도테의 「알프스의 소녀 하이디」, 박경리의 『토지』를 언급한다. 학창 시절 교과서에 실렸던 「소나기」는 아름답고 평화로운 느낌이어서 오래 기억에 남아 있다. 물론 그들의 순수한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은 채 비극으로 끝나지만 소설과 함께 '순수한 사랑'의 느낌은 독자의 가슴에 오래도록 남았다. 그때의 그 느낌으로 황순원이라는 작가를 좋아하고 그의 작품을 틈나는 대로 찾아 읽었다. 그 시절 기억이 이 소설 『산으로 간 고등어』를 통해서 다시 떠올랐다. 황순원의 문장은 간결하기로 유명하다. 아마 한국문학사에 길이 남을 간결체 문장으로 대표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산으로 간 고등어』 역시 간결한 문장이어서 읽으면 읽을수록 소설의 내용이 가슴에 차곡차곡 쌓인다. 「소나기」는 소녀의 죽음으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란 비극으로 끝난다. 읽는 내내 가슴 졸일 정도로 순수한 사랑의 감정을 느꼈다.

『산으로 간 고등어』는 시대가 시대니만큼 소년·소녀의 사랑은 피바람을 몰고 온다. 1866년 충청남도 천안시 서북구에서 동남구 북면에 걸쳐 있는 해발 579m 성거산에는 신앙의 박해를 피해 숨어살던 이들이 있었다. 화전과 옹기를 굽고 살던 이 산골 마을에 고등어를 들고 온 소년이 등장하며 피바람이 예고된다. 산골소녀 초향과 봇짐장수 아들이자 간잡이 소년의 순수한 사랑이야기가 소설의 발단이 된다. "아름다운 사랑은 늘 비극이다"는 소설의 전형인 양 이들의 사랑도 아름답지만 비극으로 끝난다. 곧 집안 내부 고발자로 인한 인간 사냥과 가정의 풍비박산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소설의 시대적 배경은 '서학', '천주쟁이' 등으로 비하하고 탄압한, 성리학으로 대표되는 조선말 위정자들의 왜곡된 시선을 우리는 역사를 통해 배웠다. 당시의 사건으로 오늘날 무수한 주검이 묻혀있는 제1, 제2 돌무덤이 있는 성거산에 남아 있다고 소설은 전한다.

 


 

이때 박해의 진실을 캐는 듯, 소설의 서사는 1801년 신유년, 1839년 기해년, 1866년 병인년을 오가며 충청남북도와 경상북도 일대에서 벌어진 순교의 현장을 생생히 담았다. 과정에서 소설은 보부상단의 거래를 비롯 사랑의 약속과 신뢰라는 한 측면을 부단히 다룬다. 결국 부모님의 처형과 첫 사랑을 뒤로 하고 초향은 경북 청송으로 숨어든다. 초향은 이곳에서 자신을 두 번이나 구한 새로운 인물 박춘삼과 운명적인 만남을 가진다. 춘삼은 초향보다 스무 살이나 위다. 아버지뻘 노총각과 소녀의 사랑이야기이다. 소설은 경상북도 청송의 구수한 사투리와 함께 전래동화 우렁각시와 우렁 총각의 쫀득한 사랑을 넘나들며 곡절 많은 이야기를 펼쳐 보여준다. 결국 두 남자와 한 여자 사이 가슴 아픈 사연은 두 번째 남자 춘삼과 결혼으로 외동딸 송이가 태어나고 첫 남자 고등어 소년은 가슴에 묻는다.

이후 그 춘삼마저 죽자 초향과 송이 모녀는 서울 경성으로 자리를 옮긴다. 두 번째 주인공 송이는 조기에 신학문과 외국 문물을 접하며 신여성으로 성장한다. 때는 1910년에서 1920년 일제 강점기 시절, 한일 강제 병합으로 조선(대한제국)을 송두리째 집어 삼킨 일제는 곳곳에서 일어나는 의병 등의 저항을 무자비하게 짓밟는 등 강력한 무력을 앞세워 진압해 나간다. 이 시기(1910년~1919년)는 일제가 가장 강력하고 무자비한 탄압을 펼치던 시기다. 의식 있는 일부 지식인들은 탄압을 피해 만주 등지로 가서 독립군에 가입해 무장투쟁을 하고, 일부는 아직 일본의 힘이 미치지 않는 상해 등 중국 내륙으로 피신해 독립운동을 펼친다. 일부 지식인이 친일로 돌아서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이다. 국내에는 민간인 비무장 저항 세력만 남은 상태로 우리 민족은 암울한 일제 강점기의 시대로 빨려 들어간 것이다. 이런 와중에 송이는 뛰어난 정구 실력과 빼어난 미모로 경성의 화형(꽃처럼 아름다운 여인)으로 주목받는다. 구한말 가톨릭계에 불어닥친 조선 정부의 탄압과 세계 열강들의 식민지 확대 다툼 한가운데로 내몰린다. 1894년 '개혁'이란 이름의 말뿐인 사회 변혁이 일어나지만 진짜 개혁이 필요한 소외 계층이나 신분이 낮은 계층의 개혁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구호뿐인 신분질서의 타파이고 사회 개혁이다. 일제 치하에서도 떠나지도 못한 채 조국에 남아 있던 민초들의 삶이야 오죽했겠는가? 이 소설은 송이 3대의 처절한 삶을 보여준다. 잘 살아도 비극이고, 못 살면 더 큰 비극인 시절이다.

 

 

『산으로 간 고등어』는 구한말부터 일제 강점기까지 삼대(3代)에 걸친 한 여인의 삶에 대한 150년의 기록이다. 배경 무대는 구한말 조선과 중국, 근대 한국을 종횡으로 몰리고 내쫒긴 유랑민 삶의 서사다. 신분 사회에서 피지배 계급, 하층민의 한스러운 상처들을 고스란히 감내해야 했던 여인들의 여정 이야기를 한 가정의 삼대에 걸친 서사로 담아냈다. 조선의 어머니와 딸들, 그녀들의 고단한 인생사라고 보면 맞다. 그러나 비극의 연속이지만 저자 조성두의 간결한 문체는 흐름을 빠르게 전개시켜 독자들의 지루함을 달래기에 충분하다. 비극은 감동을 자아내고, 눈물 짓게 하는 힘을 가졌다. 비극은 눈물로서 독자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주는 것 같다. 책을 펼치면 따라가야 하는 3대에 걸친 이야기는 물살을 가르는 시간과 공간은 잇댄 영화 속 파노라마를 보는 듯한 생생함이 살아 있다. 무엇보다 3대에 걸친 주인공 여인들의 강한 모습이 한몫한다. 딸 송이를 살리기 위해 이토히로부미와 함께 조선합병의 주역이었던 하야시 곤스케(はやしんすけ) 앞에서 고등어 회로 담판을 벌이는 장면도 자연스럽게 담아낸 저자의 능력은 이미 기성 작가들의 수준을 넘보는 듯하다. 2대 주인공 송이가 정구를 통해 펼치는 역동적 몸짓들은 하나같이 강렬하고 자주적인 캐릭터로서 읽는 이를 사로잡는다. 3대 주인공 유화(송이의 딸) 역시 전생과 피난사를 훑으며 인동초의 여인으로서 아려하면서도 끈질긴 인상을 준다. 이 소설이 개성 강한 주인공들의 이야기에 의해 독자들에게 깊이 각인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3대 주인공 유화는 독백처럼 말한다. "긴급한 피난이었다. 그렇게 떠난 피난 생활은 길 위에서 약 4년. 중국이라는 대륙을 종으로 북상했던 고등어 떠살이 가족이었다. 거리는 바다에 인접한 상하이에서 중국 서쪽 깊은 내륙인 충칭(重慶)까지 무려 1만 2천 리(약 4,700 킬로미터)."(p.226)

소설 속에서 고등어는 1대 주인공 ‘초향’과 봇짐장수의 아들인 ‘원이’와의 사랑의 계기가 된다. ‘원이’는 고등어를 염장해 파는 어머니가 간잡이기 때문이다. 또 이야기 흐름 내내 주인공들은 고등어를 각별히 자신들의 처지로 빗대고 있다. 또 지방에서 혹은 중국에서, 일본에서 불리는 명칭 그대로를 사용하며 시대성과 사실성을 높였다. 고등어 요리 역시 간고등어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회로 먹는 고등어' 등 여러가지 요리법도 나온다. 모두 저자가 '고등어'를 염두에 두고 소설을 구상했고, 고등어에 대해 많은 듣고 먹었던 경험이 글을 쓰는 데 도움이 됐던 듯하다.

 


 

저자는 〈작가의 말〉을 통해 집필의 계기를 밝히고 있다. "십수 년 인연을 맺고 있는 이도우 대표가 운영하는 한식당이 계기가 됐다. 식당 이름이 '산으로 간 고등어'이다. 워낙 맛집으로도 유명한 데다 올곧은 외식 철학을 갖춘 그와 어느 덧 형·동생 하는 사이로 발전했는데, 문득 그 집 이름에 꽂혔다. 특히나 그의 가계가 정성으로 차리는 '고등어와 고향', '고등어와 어머니'는 마치 맨삶이 맛처럼 이 이야기의 본류를 움직였던 것 같다. 그렇게 책의 중심이 되는 재료를 갖췄다."고 말한다. 저자는 이와 함께 본격적인 착상은 익투스(ΙΧΘΥΣ)였다고 말한다. 익투스는 '물고기’요, 초기 기독교 신자들이 비밀스럽게 사용했다고 전해지는 기독교의 상징이다. 이 향기는 아픔이자 탄식 그리고 순명이며 의지이다. 왜 우리의 지금은 이러한가?를 밝혀 들어가기 위해 쓰기 시작했다는 말이다.

고등어는 못 먹고 없이 살던 시대의 대표적인 단백질 공급원이었다. 특히 깊은 산골에서 먹었던 간 고등어는 산야채와 더불어 그리운 어머니의 손맛이요, 고향의 향수를 상징한다. 소설은 이렇듯 시종 고등어와 어머니, 또는 ‘어머니와 고향’으로의 고등어 모녀들의 변주곡이다. 1대 초향의 멋진 고등어 변주는 이렇다. “송이야. 엄마는 고등어를 구울 때 갸들의 고진 사연을 함께 굽지. 조림을 할 때는 방아잎으로 녀석의 소중한 기억을 싸서 올리고. 다른 아이들도 매한가지. 사실 손님들은 그들의 이야기를 먹는 게야. 향기를 넣어 아그들의 속살까지 배어든 각각의 바다 이야기를 먹는 게야. 향기를 넣어 아그들의 속살까지 배어든 각각의 바다 이야기를 먹으면서 떠올리는 거지.”(p.136)

소설 시작 부분에서 고등어 요리를 두고 초향의 아버지 배문호(베드로)가 했던 말도 다시 떠오른다.

“우리는 방앳잎처럼 세상에 거부된 자들이오나 기실은 향기를 가진 사람들로 하늘을 사모하는 사람들입니다. 또 이 고데이(고등어의 경상도 청소 사투리)가 그렇습니다. 바다에 사는 이들이 어찌하여 산으로 올랐습니다. 천주여. 저희가 바로 산에 오른 고등어가 맞습니다. 또 당신께서도 베드로에게 너희는 사람을 낚는 어부라 하셨던 그 말씀처럼 저희가 바로 물고기이니 또 이런 고데이가 아닐 수 없습니다.”(p.36)

 


 

소설 『산으로 간 고등어』는 사라진 우리 산하의 아름다운 생태들과 고어, 그리고 사투리를 인상적인 시적 묘사로 맛깔스럽게 풀어낸 점도 돋보인다.

“여 어딩교? 아즈메, 우예 산만디(산마루)에 구디(구덩이)요? 아, 우얄꼬! 그 고운 얼굴로 우짜 껄뱅이(거지)처럼 사시려 하우?”(p.67)

·“아서! 와 니는 그카노? 개골창(깊은 도랑) 도째비 멀꺼디(머리카락) 서는 야심한 밤에! 내 짝지(작대기)라도 들고 따라 나서꼬마!”(p.71)

·“으으 저! 아망시(똥고집) 참 마티다(고집스럽다) 마텨. 도시 해거름(해질녘)도 아니고 칠흑에 칭계(계단) 없는 만대이(산 정상)까지. 그러다 방구(바위)에 미끄리다 다치면 어찌하우? 소까지(관솔, 송진이 많이 엉긴 소나무 가지)나 아궁이 깔비(솔가리, 소나무 가지를 땔감으로 쓰려고 묶어 놓은 것)라도 챙기자고 암만 그캐도!”(p.72)

·“말세라! 시대가 일패의 끝에 있으니 이 시국은 풍랑이요. 아기씨, 이 바닥도 기예를 받을 자는 없어지고 권번으로 내몰리니 세류가 혼탁하지요.”(p.152)

·“눈이 먼 하얀 세월이 가을이면 눈앞에서 성성일 것만 같은 이곳은 바람결에 묻어나는 어느 소년의 눅눅한 비린내와 함께, 그의 열린 앞섶에서 나오던 허기진 인내를 맞았던 소녀의 고즈넉한 슬픔이 담긴 하얀 시간의 둔덕이다.”(p.205)

이 소설을 읽고 나면 조선시대 말부터 일제 강점기를 거쳐 광복까지 우리 근대 역사에 새겨진 여인들의 가슴 아픈 향기와 함께 잔잔한 박동과 여운이 남는다. 그건 인간으로서 품위를 지키며 또한 믿음을 사수하며, 자신과 가족을 지켜낸 우리의 어머니, 또 그 딸들로 이어지는 사랑과 헌신이 오롯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저자 : 조성두

 

“식물과 친해 웬만하면 죽이지 않고 오래 키운다. 27년째 동거 중인 녀석도 있다. 이런 친구들과의 이야기를 시와 함께 글을 써왔는데 문득 내 안에도 글나무가, 나의 시편들이 크고 있었음을 자각했다. 세상에!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제야 깨닫다니! 나는 너무 늦은 사람이다. 대학에서 불문학을 전공했다. 철학도 잠깐 했고 교육과 방송 미디어쪽에서 주요 이력 이후 몇 가지 사업을 했다. 생명과 섭리, 그리고 소망, 소명에 대해서 앞으로 꾸준히 쓰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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