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후 세계를 여행하는 모험가를 위한 안내서 - 천국과 지옥 그리고 연옥까지 인류가 상상한 온갖 저세상 이야기
켄 제닝스 지음, 고현석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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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는 '사후 세계'란 어휘가 요즘 책 표제어에 자주 등장하는 점을 주목한다. 최근 '사후 세계'가 문학뿐만 아니라 영화 등 예술의 주요 소재로 자주 등장하고 있다. 아마 SF(과학판타지)의 영향일 것으로 추정된다. 신비스럽고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상상의 세계에 푹 빠질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후 세계란 단어는 사실 인류의 역사와 함께할 정도로 오래된 말이다. 사후 세계는 한 단어가 아니라 두 개의 명사가 합쳐진 복합명사이다. 사후(死後), 즉 '인간이 죽고 난 이후 가는 세상'이란 뜻이다. 영어로는 'an afterlife', 'the other side'쯤으로 해석된다. 인류가 기록으로 남긴 사후 세계만 보더라도 이미 고대 이전부터 시작되었음을 알 수 있다.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발상지 수메르 문명에서는 BC 4000년 경 사후 세계에 대한 이야기가 점토판 문자에 기록됐다고 하니 말이다.

주로 종교적 의미에서 사후 세계를 창출해 낸 것은 살아서 좋은 일 많이 하고, 선(善)하게 살아라는 의미에서 비롯된 것으로 쉽게 해석할 수 있다. 위대한 세계 종교인 기독교, 불교, 이슬람교, 유대교 등 모든 종교가 경전을 통해 사후 세계를 언급하고 있다.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조로아스터교, 힌두교 등도 마찬가지다. 사후 세계는 인간의 삶에 결정적 영향을 미쳐서인지, 아니면 죽음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뜻인지는 무신, 무교인 독자로서는 알 수 없지만 종교에서 가장 먼저 개념을 도입한 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사후 세계는 영적인 면, 민간 신앙적인 면 등을 가정하는 만큼 과학과는 정반대의 입장일 것으로 생각해 왔지만 독자는 최근 그 생각마저도 달라졌다. 과학의 영역인 한 정신과 의사의 책 『애프터 라이프(원제: AFTER)』를 읽고서다. 의사가 사후 세계를 들먹이는 것조차 과학자가 미신을 믿는 것처럼 어색한 것은 독자만의 느낌일까? 인간은 본능적으로 죽음을 두려워한다. 인간뿐만 아니라 살아 있는 생물체는 모두 죽음을 피하려 한다. 오히려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는 생물체는 인간밖에 없기 때문이다.

 


 

『애프터 라이프』는 50년 전 '죽었다 살아난' 사람을 치료한 경험을 했다. 그 환자가 들려준 사후 세계 경험 이야기에 충격을 크게 받았다고 한다. 의사가 직접 치료한 사람에게 직접 들은 사후 세계는 정신분열증에 의한 환각을 말한 것이 아닐까 생각도 했지만 실제 있기는 한 듯하다. 어떻게 죽고 난 후에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신자를 갖고 있다는 기독교에서도 예수가 신(神)의 아들이냐, 사람의 아들이냐로 한때 논란이 있었다. 아마 '부활'했다는 사실 때문일 것이다. 아무 종교도 없는 독자로서 무지한 탓인지 믿기지 않지만, 교계에서도 예수는 사람의 아들이라고 인정하는 듯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평범한 사람이 죽었다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 오래 전부터 이 사실에 주목하고 그들의 사례를 찾아 직접 이야기를 듣는 등 한 과학자의 연구와 노력으로 '사후 세계'를 경험한 사람들의 생생한 증언을 토대로 『애프터 라이프』는 쓰여졌다. 종교인도 아닌, 과학자가 이런 연구를 한다는 사실이 중세라면 마땅히 처형감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렇듯 저자 브루스 그레이슨은 50년 전 의과대학을 졸업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무렵, 응급실에서 자기가 진료한 환자가 말한 임사체험(Near Death Experience) 이야기에 충격을 받고 연구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40여 년간 1,000건 이상의 임사체험 사례를 모아, 병원에 입원한 환자들의 경험과 대조하면서 세계 최초로 임사체험의 다양한 주제와 의미를 통합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 특히, 개인의 독특하고 신비한 체험을 둘러싼 사회적 맥락과 의미, 그리고 임사체험을 경험하지 않은 독자들에게도 적용될 만한 여러 인사이트는 죽음 이후의 삶, 과학과 영성, 삶의 의미에 관심이 있는 모든 사람에게 큰 충격과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독자는 기대하고 있다. 어쩌면 한 번도 사후 세계를 경험한 적이 없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은 새로운 영역에서의 관심을 갖게 해줄지도 모른다.

 


 

이 책 『사후 세계를 여행하는 모험가를 위한 안내서』는 미국의 한 작가 켄 제닝스가 쓴 ‘죽음’ 이후의 세계를 여행하는 법에 관한 가이드를 유머러스하게 전한다. 책 등 예술에서의 '사후 세계'에 대한 인문학적 고찰이다. 인간의 가장 오래되고 근원적인 물음에 대한 100가지 이야기(Afterlife), 즉 사후 세계란 사람 혹은 생명체가 죽은 뒤에 가게 된다고 여겨지는 세계를 말한다. 모든 생명체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늙고 병들어 죽기 마련이지만, 오직 인류만이 죽음을 걱정하고 이 사후 세계를 상상하고 준비하였으며 철학과 종교를 통해 영혼과 내세의 존재에 관한 논쟁을 벌여왔다.

이에 따라 이 책은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예언자, 시인, 신비주의자, 예술가, 드라마 작가들이 5,000년 동안 꿈꿔온 사후 세계를 총망라한 여행서이자, 죽음을 맞이한 이후 나만의 버킷 리스트를 상상해보게끔 돕는 가이드 역할의 책이다. 책에 따르면 실제로 고대인들은 죽음을 일종의 여행이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이 책은 사후 세계에 관한 ‘쓸데없지만 알아두면 좋은’ 각종 지식까지 제공한다. 우리가 잘 아는 대문호 단테의 '지옥' 중 가장 멋진 숙소가 있는 곳은 어디일까? 고대 이집트 지하 세계의 최고급 식당은? 힌두교의 저승에서 살인 뱀을 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하데스, 오딘의 발할라, 더 굿 플레이스에 숨겨져 있는 보물은? 잡학의 대가이자 매력적인 글솜씨로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오른 저자 켄 제닝스가 이 별난 여행의 동반자로 나선다.

이 책은 ① 신화(MYTHOLOGY) ② 종교(RELIGION) ③ 책(BOOKS) ④ 영화(MOVIES) ⑤ 텔레비전(TELEVISION) ⑥ 음악과 연극(MUSIC AND THEATER) ⑦ 기타 다양한 사후 세계들(MISCELLANEOUS) 등 7개 분야로 분류돼 있다. '사후 세계'를 다룬 각종 기록물과 책, 영상, 음악 등을 망라했다.

 

 

저자는 〈서문〉을 통해 ‘나는 어디에서 왔으며 어디로 갈까?’라는 인간의 근원적인 질문을 내놓는다. 저자는 지역과 풍습, 시대와 자연환경에 따라 다르게 표현되어왔다고 전제하고, 수천 년 동안 전 세계의 신화, 종교, 책, 영화, 텔레비전, 음악과 연극 등에 그려진 사후 세계를 모두 100곳으로 간추려, 일곱 파트의 각 주제별 출처들이 정의한 사후 세계관을 자세히 다룬다.

이집트 지하 세계부터 이누이트 얼음 지옥 등의 신화, 가톨릭의 연옥과 불교의 열반 등 종교, 단테의 시와 길가메시 서사시부터 현대의 팝송, 게임, 〈심슨 가족〉 같은 애니메이션, 히에로니무스 보쉬의 지옥 풍경, ‘긱 경제’로 돌아가는 2020년대의 천국까지... 시대와 국경, 장르를 넘나드는 방대한 스케일의 인용에 읽을수록 감탄하게 되는 이 책은 매우 독특하고 흥미로운 인문서일 뿐 아니라 신화와 전설의 상상력이 어떻게 근사한 문화 상품으로 탄생하였는지 창작자들에게 영감을 주는 레퍼런스로도 부족함이 없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사후 세계에 대한 문명별 사유의 특징과 핵심을 재치 있게 풀어내는 저자는 공포와 죄의식, 욕망과 믿음, 삶과 죽음의 의미에 대한 인류 오랜 고민의 역사들을 편견이나 난해함 대신 흥미진진함으로 다가오게끔 만들어준다.

우리는 보통 전쟁이나 집단 학살, 대형 참사 같은 참혹한 소식을 접할 때마다 인간의 운명과 죽음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다양한 문화권에서 인류가 상상하고 믿어온 ‘내세’에 대한 이야기를 만나고 싶은 이들, 문화권마다 다른 삶과 죽음에 대한 사고방식이 현대문화에 어떻게 스며들어 왔는지 궁금한 이들에게 이 책은 새로운 시각을 제시해준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갖는다.

“먼저 지금 할 수 있는 일의 점검이 끝났다면, 여행지 선정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영원은 엄청나게 긴긴 시간이다. 계획을 잘못 세워 엉뚱한 곳에 ‘영원히’ 머무르는 재난은 피해야 한다. 게다가 언제 이 여행을 떠나게 될지는 누구도 알지 못하지 않는가. 자, 이제 책장을 넘겨 “미지의 세계”를 발견하러 가자. 이 여행은 수십억 명의 사람들이 꼭 해보고 싶어 하는 여행이니 말이다.”(p. 11)

 


 

저자에 따르면 사후 세계는 죽은 후에도 영혼으로서 계속 존재할 수 있다는 점을 전제로 하기에, 죽음에 대한 인간의 두려움을 크게 달래주기도 했다, 그 믿음은 수많은 종교들을 흥하게 하였고 때론 사람들로 하여금 도덕적인 행동을 이끌어내도록 하였으며, 〈스타트렉〉 클링온제국 용사들이 그러하듯 전쟁에서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싸우게 하는 힘이 되어주기도 했다.

죽음은 신의 영역이니, 우리는 그저 현생을 충실히 살아가면 될까? 혹은 다음에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태어날지는 이번 생의 노력에 달렸다고 믿으며 수행을 거듭해야 할까? 과학적 시각에서 인간의 정신활동은 뇌(육체)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뇌가 죽은 이후에도 정신이 유지되어 다른 세계를 여행한다는 개념은 현대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부정된다. 저자 역시 천국이 있는지, 진짜 환생을 하는지는 증명할 수 있는 성격의 영역이 아니라는 점을 인정한다. 그러나 무언가를 향한 ‘믿음’을 가지는 것도 나쁠 건 없지 않을까? “죽고 나서 어떻게 될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상상하면서 우리는 자기 삶의 방향을 찾아가는 진정한 모험가가 될 수 있을지 모른다.

이 책은 죽음에 대한 자신만의 관점을 오래된 인류의 상상을 통해 마주하고, 위트 있지만 결코 가볍지만은 않게 생각할거리를 던져준다. 죽음이 두렵지 않으면 삶 또한 두렵지 않다. 고대 문명인들이 상상한 내세에서부터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그려지는 천국까지, 저자 켄 제닝스가 심혈을 기울여 셀렉트한 이 별난 여행지들은 우리가 앞으로 더 단단한 삶을 살아가도록 안내하는 중요한 표지판이 되어줄 것이다. 인간의 가장 큰 두려움을 들여다볼 준비가 된 독자들은 이제 기상천외한 모험의 세계로 들어간다.

 

“전생에 향수를 훔쳤다면 암컷 사향 쥐로 환생하게 되고, 금을 훔쳤다면 끔찍한 손톱을 가진 인간으로 다시 태어나게 되며, 스승의 배우자와 바람을 피웠다면 지상에서 풀 한 덩어리가 될 수도 있다. 풀 덩어리로 사는 것은 매우 지루하겠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했을 때 딱히 끔찍한 죄를 짓기도 어려울 테니 다음 환생에서 유리할 수도 있을 것이다. 풀 덩어리가 벌통을 파괴하거나 생선을 거래할 수는 없을 테니 말이다.”(p. 126) - 「2장 종교: 나라카(힌두교)」 중에서

 


 

앞서 언급한 한 의사의 연구보고서 『애프터 라이프』는 과학자가 썼고, 이 책 『사후 세계를 여행하는 모험가를 위한 안내서』는 인문 서적이다. 더 중요한 점은 의사가 쓴 사후 세계 임사체험자들은 모두 천국을 묘사하고 있지만, 작가가 쓴 이 책은 천국과 지옥 또는 연옥 등을 표현하고 있다. 이 점이 앞으로 사후 세계에 관심을 가진 모든 사람들의 상상력 세계를 더욱 깊고 확대하게 해줄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독자가 가장 인상적으로 읽었던 부분은 '② 종교(RELIGION)' 파트에서 「열여덟 지옥」을 말한 불교의 장(章)이다. 저자는 이 장에서 "세계의 종교 대부분에서 지옥의 불은 영원하지는 않다. 하지만 불교에서 말하는 지옥의 불은 기독교만큼이나 영원히 지속되는 것 같다."고 말한다. 불교에서는 생전에 부처의 가르침을 성실하게 실천하기 위해 정진하지 않았다면 사후 세계에서 반드시 고통을 겪게 된다고 경전의 내용을 밝힌다. 탄생과 죽음의 순환인 '삼사라(Samsara, 윤회)'는 모든 사후 세계가 끝이자 시작이며, 망자는 이승 또는 저승으로 결국 다시 환생하게 된다는 뜻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불교의 지옥에 관한 최초의 산스크리트어 문헌과 팔리어 문헌에 따르면 땅 밑에는 여덟 개의 불타는 지옥이 존재한다. 각각의 지옥은 각 변의 길이가 1.000km가 넘는 정사각형 모양의 요새로, 철벽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철로 만든 지붕의 높이도 1,000km가 넘는다. 이 요새는 바닥도 철로 돼 있으며, 이 바닥에서 솟아오르는 불길은 사방 몇 km까지 퍼진다.

불교에서는 정확하게 누가 누구를 괴롭히는지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지만, 지옥의 무자비한 간수들이 부리가 쇠로 된 까마귀, 불을 뿜는 당나귀, 뾰족한 입으로 죄인의 뼈를 뚫고 골수를 파먹는 짐승 등 끔찍한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저자는 역설한다. 지옥에서 이렇게 죄인들은 몸을 해부당하고 뜨거운 쇳물을 먹기도 하지만, 이승에서 겪는 실명, 문둥병, 광기, 추함, 자식이 없이 느끼는 외로움 같은 고통을 당하기도 한다. 또 여덟 개의 불타는 지옥 외에도, 후기 불교 경전에서는 하늘 끝에 위치한 산에 있는 열 개의 '차가운' 지옥을 다루고 있다. 이 지옥은 생전에 가난한 사람들과 따뜻함을 나누지 않은 사람들의 업보에 대한 형벌을 가하는 곳이라고 강조하며 생전 선한 행동을 저자는 귀띔하고 있다.

 


 

“이 사후 세계에서 여러분은 전날 살았던 모든 기억을 간직하지만, 다른 사람은 전혀 기억을 하지 못한다. 매일 같은 사건이 일어나고, 같은 대화를 하게 되고, 날씨까지 끊임없이 똑같이 반복되기 때문에 마치 폐소공포증 환자가 된 것처럼 느껴지겠지만, 어떻게 보면 이런 상황은 기회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허무주의, 쾌락주의, 도피주의, 이타주의 등 다양한 삶의 철학을 매일 새로 시험해 볼 수 있으니 말이다.”(p. 250) - 「3장 책: 시간 거품 『7번째 내가 죽던 날』」 중에서

 

저자 : 켄 제닝스(Ken Jennings)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 역사 · 문학 · 예술 · 대중문화 · 과학 · 스포츠 · 지질학 · 세계사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는 미국 유명 텔레비전 퀴즈 쇼 [제퍼디Jeopardy!]에 출연해 기록적인 74연승을 거두며, 무명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에서 일약 지식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올해의 가장 매력적인 인물’, ‘상식 세계의 제왕’, ‘상식계의 마이클 조던’ 등의 수식어를 보유한 그는 2022년부터는 해당 프로그램의 진행자로도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미국 문화의 이모저모를 다룬 『브레이니악Brainiac』, 지도 마니아들의 이야기를 담은 『맵헤드Maphead』 등의 베스트셀러를 쓴 그가 이번에는 ‘죽음’ 이후의 세계를 여행하는 법에 관한 가이드를 유머러스하게 전한다· 저자는 책을 쓰는 과정에서 100개가 넘는 다양한 사후 세계를 조사하면서, 죽음의 개념에 대해 다시금 진지하게 생각하며 새로운 관점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역자 : 고현석

 

연세대학교 생화학과를 졸업하고 〈서울신문〉 과학부, 〈경향신문〉 생활과학부, 국제부, 사회부 등에서 기자로 일했다. 과학기술처와 정보통신부를 출입하면서 과학 정책, IT 관련 기사를 전문적으로 다루었다. 현재는 과학과 민주주의, 우주물리학, 생명과학, 문화와 역사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기획하고 우리말로 옮기고 있다. 옮긴 책으로 다마지오의 『느낌의 진화』와 『느끼고 아는 존재』를 비롯하여 『지구 밖 생명을 묻는다』, 『코스모스 오디세이』, 『의자의 배신』, 『세상을 이해하는 아름다운 수학 공식』, 『측정의 과학』, 『보이스』, 『제국주의와 전염병』, 『큇Quit』, 『우리 몸은 전기다』 등이 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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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프터 라이프 - 한 정신과 의사가 40년을 탐구한 사후세계, 그리고 지금 여기의 삶
브루스 그레이슨 지음, 이선주 옮김 / 현대지성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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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본능적으로 죽음을 두려워한다. 인간뿐만 아니라 살아 있는 생물체는 모두 죽음을 회피한다고 보는 게 맞을 듯하다. 오히려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는 생물체는 인간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종종 '죽었다 살아난' 사람도 있다고 한다. 전설이나 허풍으로 들리는 이야기지만 실제 있기는 한 듯하다. 어떻게 죽고 난 후에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신자를 갖고 있다는 기독교에서도 예수가 신(神)의 아들이냐, 사람의 아들이냐로 한때 논란이 있었다고도 한다. 아마 '부활'했다는 사실 때문일 것이다. 아무 종교도 없는 독자로서 무지한 탓인지, 교계에서도 예수는 사람의 아들이라고 인정하는 듯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평범한 사람이 죽었다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 오래 전부터 이 사실에 주목하고 그들의 사례를 찾아 직접 이야기를 듣는 등 한 과학자의 연구와 노력으로 '사후 세계'를 경험한 사람들의 생생한 증언을 토대로 이 책은 씌어졌다. 종교인도 아닌, 과학자가 이런 연구를 한다는 사실이 중세라면 마땅히 처형감이 아닐까 생각해보며 이 책 『애프터 라이프』를 펼친다.

정신과 의사이자 이 책의 저자인 브루스 그레이슨은 50년 전 의과대학을 졸업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무렵, 응급실에서 자기가 진료한 환자가 말한 임사체험(Near Death Experience) 이야기에 충격을 받고 연구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40여 년간 1,000건 이상의 임사체험 사례를 모아, 병원에 입원한 환자들의 경험과 대조하면서 세계 최초로 임사체험의 다양한 주제와 의미를 통합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 특히, 개인의 독특하고 신비한 체험을 둘러싼 사회적 맥락과 의미, 그리고 임사체험을 경험하지 않은 독자들에게도 적용될 만한 여러 인사이트는 죽음 이후의 삶, 과학과 영성, 삶의 의미에 관심이 있는 모든 사람에게 큰 충격과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독자는 기대하고 있다. 어쩌면 한 번도 사후 세계를 경험한 적이 없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은 새로운 영역에서의 관심을 갖게 해줄지도 모른다.

 


 

저자는 미국정신의학협회 평생회원이자, 석학회원(Distinguished Life Fellow)으로 인정받은 정통 의학자로 버지니아 의대 정신의학과 신경 행동과학 명예교수이다. 여러 의학 저널에 100편 이상의 관련 논문을 발표했으며, 그의 학술 연구는 20개 언어로 번역되고, 전 세계에서 수백 건의 연구에 인용되었다. 책에 따르면 앞서 언급한 '임사 체험'은 사람이 죽음에 가까워질 때, 예를 들어 심장마비나 사고 등으로 생명이 위협받을 때 겪는 일련의 감각, 인지 및 정서적인 변화와 경험을 의미한다. 이때 사람들은 ‘사후세계’를 경험했다고 여기며, 때로는 인생관과 가치관, 삶의 태도가 통째로 바뀌기도 한다. 이러한 경험은 문화와 개인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몇 가지 공통된 특징이 있다. 저자는 책 속에서 여러 가지 임사 체험 결과 9개를 정리했다. 여기서는 독자가 임의로 몇 개만 뽑아 소개한다.

① 몸 밖의 경험: 자기 육체를 벗어나 마치 제3자처럼 자기 몸을 바라보는 경험

② 급속한 이동: 어두운 터널을 지나거나 광속처럼 움직이는 느낌

③ 초자연적 존재와의 만남: 이미 세상을 떠난 친구나 가족 혹은 영적인 존재(종교적 위인들)와의 만남

④ 360도 시야: 전방 180도가 아닌 360도로 모든 방향에서 모든 것을 보는 경험

⑤ 지식의 한계 초월: 알고자만 하면 모든 것에 대해 안다거나 우주의 비밀에 대해 깨닫는 경험

⑥ 생애 회고: 자기 생애 전체를 순간적으로 회상하며 그동안의 행동에 대한 정직한 평가

⑦ 강력한 정서적 반응: 평화, 사랑, 기쁨 등 강력하게 긍정적인 감정, 혹은 공포나 외로움 같은 부정적인 감정 (흔히 천국과 지옥 경험이라고 느낀다)

⑧ 광경/시야: 종종 매우 실제감이 넘치는, 선명한 ‘다른 세계’를 목격

⑨ 선택 혹은 반환 명령: ‘아직 당신의 시간이 아니다’와 같은 메시지를 받아 다시 육체로 돌아옴

 

 

저자는 거의 50년에 걸쳐 찾아낸 ‘임사체험’ 사례는 현대에 들어와 새롭게 발견된 것이 아니라 고대 그리스와 로마 시대 문헌에서도 나타난다고 말한다. 모든 주요 종교 전통은 대부분 포함하고 있으며, 19~20세기 초의 의학 문헌들에서도 빈번하게 확인된다고 설명한다. 한마디로 광범위하고 일상적이며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신약 성경에서도 사도 바울이 이방세계에 복음을 전하다가 돌에 맞아 죽을 뻔한 사건이 기록되어 있는데(사도행전 14장), 그 자리에서 곧바로 일어나 자기를 핍박한 그 도시로 다시 들어간다. 후에 이 경험을 적었는데 임사체험의 여러 요소와 정확히 일치한다고 밝힌다.

“내가 그리스도 안에 있는 한 사람을 아노니 그는 십사 년 전에 셋째 하늘에 이끌려 간 자라 (그가 몸 안에 있었는지 몸 밖에 있었는지 나는 모르거니와 하나님은 아시느니라) 내가 이런 사람을 아노니 (그가 몸 안에 있었는지 몸 밖에 있었는지 나는 모르거니와 하나님은 아시느니라) 그가 낙원으로 이끌려 가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말을 들었으니 사람이 가히 이르지 못할 말이로다”(고린도후서 12장 2~4절).

연구 방법이나 임사체험의 정의에 따라 달라지지만, (사고나 병으로) 죽음에 가까운 경험을 한 사람 중 10~20% 정도, 자살 시도 후 생존자의 경우에는 25% 정도가 임사체험을 경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체 인구 중에서는 대략 4~5%로 추정된다(미국 기준). 하지만 지금까지는 지극히 사적이고 은밀한 경험이자, 누구에게도 이해시킬 수 없는 ‘고립된’ 경험으로 쉬쉬할 뿐이었다. 이런 사실을 말한다면 사고 사건 후 '정신 장애'가 있다고 주위의 손가락질을 받을 우려 때문으로 저자는 말하고 있다. 실제 정신병 환자로 판별되면 지금도 함께하기를 꺼리는 것은 21세기인 지금에도 엄연한 사실이다. 우리 주위에서 정신병원을 꺼리는 이유와 맥락이 닿아 있다. 특히 살인 등 흉악 강력 범죄의 일부가 정신병 장애를 가진 자로 밝혀지는 요즘은 사회에서 격리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는 사람도 많다.

 


 

저자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인생을 다시 보다」라는 〈머리글〉을 통해 50년 전 의사 생활을 시작할 무렵 한 여성(홀리, 대학 신입생)의 자살 시도와 그에 대한 치료를 맡으면서 겪었던 일로, 뇌와 정신 그리고 인간에 대해 갖고 있던 저자의 생각을 완전히 뒤흔들어 놓았다. 이때부터 50년 동안 평생을 바쳐 임사체험이라는 분야를 과학적으로 탐구하여 개척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특히, 그레이슨은 어떠한 종교적, 개인적 편견을 배제한 채 회의주의자의 입장에서 이 분야에 대한 연구를 해오고 있다고 한다. 저자의 노력은 단순한 호기심 차원을 넘어서서 국제임사체험연구협회(IANDS)의 설립과 전 세계에서 유일한 학술지 〈임사체험연구〉의 책임 편집자로도 활동했다.

저자는 일생 연구하면서 1,000명이 넘는 임사체험 사례를 모았고, 그들의 사례와 심장 마비, 뇌졸중, 자살 미수 등으로 입원한 환자들의 임사체험 사례와 비교했다. 그리고 ‘임사체험은 허구’라고 주장하는 다른 학자들에게서 저자의 연구 방법에는 허점이 없다는 인정을 받기도 했다.

이를 바탕으로 이 책에서 저자는 임사체험에 대한 다양한 질문에 대답한다. 즉, 시간 초월 경험, 인생을 파노라마처럼 보기, 몸에서 분리되는 경험, 죽음과 임사체험의 차이, 뇌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천국과 지옥은 있을까? 신은 있을까? 현실에 대한 새로운 관점 등이 소개된다.

저자의 연구는 과학의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우리의 정신과 뇌에 대해 새롭게 생각할 여지를 되돌아보게 한다. 결국, 우리가 누구이고, 어떻게 우주와 조화를 이루는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를 다시 고민하게 된다. 독자 입장에서 책에 관심을 갖게 되는 이유는 저자가 과학과 영성이 서로 충돌하고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부족한 부분을 우아하게 메운다는 사실을 아름답게 증명해낸 까닭이다. 세상을 과학적으로 접근하면서도 얼마든지 영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가장 정직하고 객관적으로 '사후 세계'를 연구해보려는 한 정신과 의사의 결실을 이 책에서 만날 수 있다.

 


 

이 책은 모두 20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과학은 설명할 수 없는 일들」, 2장 「시간을 초월한 경험」, 3장 「인생 되돌아보기」, 4장 「인간의 언어는 감당할 수 없는 체험」, 5장 「무엇이 진짜인지 어떻게 알까?」, 6장 「몸에서 분리되는 경험」, 7장 「환각일까, 임사체험일까?」, 8장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임사체험」, 9장 「죽음과 임사체험은 어떻게 다른가?」, 10장 「죽어갈 때의 뇌」, 11장 「정신은 뇌가 아니다」, 12장 「죽은 후에도 의식은 지속되는가?」, 13장 「천국과 지옥은 있을까?」, 14장 「신은 계실까?」, 15장 「임사체험으로 변화된 삶」, 16장 「임사체험의 의미」, 17장 「새로운 삶」, 18장 「임사체험의 후유증」, 19장 「현실에 대한 새로운 관점」, 20장 「죽음 이전의 삶」 등이다.

저자가 소개하는 수십 명의 신비롭고 아름다운 사후세계 체험담은 이 책을 읽는 또 다른 묘미다. 에피소드와 흥미 위주의 체험담이 중심은 아니지만, 저자가 1,000명이 넘는 사람에게서 들은 수많은 경험과 그들이 전한 메시지를 책 곳곳에 녹여내면서 아직은 과학이 설명하지 못하는 높은 차원의 이야기가 우리에게 얼마나 힘이 되어주는지를 전한다. 가령 다음과 같은 경험이다.

 

"시간을 초월해 영원을 체험하는 게 뭔지 알게 되었어요. 그걸 누군가에게 설명하려고 하는 게 가장 어려워요. 시간이 한 시점에서 다른 시점으로 흐르는 게 아니라, 모든 시점이 한꺼번에 있고, 우리가 완전히 거기에 빠져들어 있는, 시간을 초월한 상태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3분이든 5분이든 상관없었어요. 그것은 오직 여기에서만 통하는 개념이지요.(p.62~63) - 2장 「시간을 초월한 경험」 중에서

 

"당신이 현실이라고 생각해왔던 게 사실은 당신을 둘러싼 어마어마한 불가사의 속의 티끌에 불과했어요. 당신은 모든 다양한 부분들이 어떻게 서로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지, 그것 모두가 어떻게 서로 화합하는지, 어떻게 모든 게 서로 어울리는지 볼 수 있어요. 한 번도 본 적 없고, 이렇게 화려하고 찬란한 색채로 존재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해본 적 없는 것들이 창고 안에 얼마나 다양하고 많은지 알아차려요. 그런데 그것은 당신이 이미 알고 있는 모든 것과 함께 있어요. 그리고 당신이 알던 물건들조차 전적으로 새로운 맥락을 갖게 되어 완전히 새롭고, 이상하게 초현실적으로 보여요."(p.202) - 11장 「정신은 뇌가 아니다」 중에서

 


 

임사체험은 우리에게 일어날 수 있는 가장 큰 사건인 죽음조차도 인생의 과정에 불과함을 명징하게 깨닫게 한다. 책에서 들려주는 임사체험자들의 변화된 삶과 가치관, 삶 전체를 둘러싸고 있는 비물질적인 세계와 가치들이 우리가 직면한 여러 어려움과 시련을 좀 더 느긋하게 볼 수 있도록 한다. 임사체험에 대해 우리가 관심을 갖는 이유 중 많은 부분은 죽음 이후의 삶에 대해 알려줄지도 모른다는 기대 때문이다. 그리고 정말, 대부분 임사체험자는 우리의 일부가 죽음 이후에도 계속 삶을 이어간다고 확신한다. 그들은 또한 임사체험으로 얻은 깨달음이 죽음 이전의 삶을 위해서도 똑같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자신의 연구가 죽음 이전과 이후 모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내려고 이 책의 제목을 『애프터 라이프』(원서명은 '애프터'(AFTER)이다-편집자 주)라고 지었다고 밝힌다.

저자는 마지막 장인 20장 「죽음 이전의 삶」에서 연구 결과를 정리해 결론처럼 독자들에게 '깨달음'이라고 겸손하게 재정리한다. 재정리란 말은 독자가 임의로 붙인 것으로 책의 내용에 이미 포함된 내용들을 더 간결하게 정리했기 때문이다. 독자가 임의로 번호를 붙여 여기에 적는다. 독자들의 편의를 위해서다.

① 임사체험은 누구에게든 일어날 수 있는 흔한 경험이다.

② 임사체험은 이례적인 상황에 놓인 사람들에게 일어나는 정상적인 경험이다.

③ 임사체험은 깊고 오래가는 여러 후유증을 남긴다.

④ 임사체험이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줄인다.

⑤ 임사체험은 체험자들이 과거나 미래의 꿈에 연연하기보다 현재 이 순간에 더욱 충실하게 살도록 이끈다.

⑥ 임사체험이 정신과 뇌의 관계에 대해 의문을 갖게 한다

⑦ 임사체험은 죽은 후에도 의식이 지속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궁금증을 갖게 한다.

 


 

심장 박동이 멈추고, 호흡도 멈추고, 산소와 연료를 운반하는 혈액이 더 이상 뇌로 흘러들어 가지 않으면 10~20초 안에 뇌에서 전류를 전혀 찾아낼 수 없다. 그러면 그 사람은 임상적으로 사망했다고 판단한다. 그런 위기를 겪고 살아남은 사람들은 보통 심장 박동이 멈춰 있는 동안 명료한 생각과 인식을 할 수 없다. 그리고 보통은 다시 살아난 다음에도 무의식이었을 때를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그런데도 그런 사람들 중 10~20퍼센트는 심장 박동이 멈췄을 때 겪은 임사체험을 생생하고 자세히 기억하고, 몇몇 임사체험자는 그 당시에 실제로 벌어졌던 일들을 정확하게 이야기하기도 한다.(p.195) - 「10장. 죽어갈 때의 뇌」 중에서

 

저자 : 브루스 그레이슨(Bruce Greyson)

 

저자의 본업은 버지니아 의대 정신의학과 신경 행동과학 명예교수이다. 미국정신의학협회의 평생회원이자, 미국정신의학회에서 수여하는 최고 영예인 석학회원(Distinguished Life Fellow)으로 선출된 정통 의학자로서 전공 분야 의학 연구로 여러 차례 중요한 상을 받았다. 미시간 대학교와 코네티컷 대학교에서도 의대 교수로 재직하며 정신과 임상 과장을 역임했다.

그레이슨이 임사체험에 관심을 두게 된 것은 50년 전, 의과대학을 졸업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무렵, 응급실에서 의식을 잃은 환자가 전한 임사체험 이야기에 충격을 받은 뒤였다. 자신과도 연관되었던 그 사건은 마음과 뇌에 대한 그의 평생 신념에 도전을 주었고, 결국 임사체험을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여정으로 이어져, 국제임사체험연구협회(IANDS)의 설립과 전 세계에서 유일한 학술지 《임사체험연구》의 책임 편집자로도 활동했다. 그때부터 여러 의학 저널에 100편 이상의 관련 논문을 발표했으며, 그의 학술 연구는 20개 언어로 번역되고, 전 세계에서 수백 건의 연구에 인용되었다. 저자는 40여 년간 1,000건 이상의 임사체험 사례를 모아, 그들의 사례와 심장마비, 뇌졸중, 자살 미수 등으로 입원한 환자들이 경험한 임사체험을 비교했고, 탐구 과정에서 각 사람의 태도, 믿음, 가치관과 성격에 끼치는 영향뿐 아니라, 문화적 해석을 넘어서는 보편적인 주제들을 발견했다. 특히 임사체험을 겪은 사람들의 삶에 일어난 영향과 의미에도 초점을 맞추면서 에피소드와 흥미 위주를 넘어서서 학문적 기반을 놓은 학자로 인정받고 있다. 그레이슨은 과학과 영성, 이 두 가지 큰 믿음이 서로 충돌하지 않고 모두 옳을 수 있음을 여러 과학적인 증거를 토대로 소개한다. 독자는 우리의 마음과 뇌에 대한 새로운 생각으로 도전을 받고, 충만한 삶을 위한 핵심 통찰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역자 : 이선주

 

연세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미술사를 공부했다. 《조선일보》 기자, 월간지 《톱클래스》 편집장을 지냈다. 현재는 바른번역 소속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코끼리도 장례식장에 간다』, 『세계사를 바꾼 16가지 꽃 이야기』, 『혼자 보는 미술관』, 『매일매일 모네처럼』, 『퍼스트맨』, 『히틀러를 선택한 나라』, 『절대 성공하지 못할 거야』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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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단의 세일즈 카피라이팅
간다 마사노리 지음, 김수연.이수미 옮김 / 두드림미디어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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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금단의 세일즈 카피라이팅』은 마케팅, 그중에서도 세일즈맨이 꼭 알아두어야 할 '비법'을 담았다. 서점 분류상 세일즈 분야의 책이다. 회사에 의해 영업 실적의 부담에 시달리는 세일즈맨이라면 필수적으로 알아야 할 내용을 매우 요령 있게 소개를 했다. 독자들에게 보여준다기보다 영업 사원들에게 강의해야 할 중요한 내용이 많다. 표제어에 '카피라이팅'이라는 단어 때문에 광고 카피 작성하기 위한 책이 아니란 말이다. 즉 영업할 때 흔히 사용하는 세일즈 노하우를 전수해주는 책이다. 고객에게 상품을 판매하기 위한 전략이 담겨 있다. 우리가 흔히 보내는 레터 등 글로 작성하는 것에 대한 설명이 중심적으로 이 책에 담겨 있다. '팔리는 문장'의 핵심 기술을 독자들에게 전하기 위해 쓰였다.

팔리는 문장을 쓰는 비결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것처럼 임팩트가 있는 글자나 문구를 쓰는 게 아니라고 저자 간다 마사노리는 주장한다. 사람의 감정은 임팩트가 있는 개별 문구가 아닌, 무엇이 어떤 순번으로 전달되는 것인지에 따라 변하기 까닭이다. 이렇게 고객이 물건을 구매하고 싶은 기분을 일으키는 구입 모델이 바로 이 책에서 소개하는 'PASONA의 법칙'이다. 간다 마사노리는 이 법칙을 기본으로 한 세일즈 카피라이팅 작성 비법을 책에서 소개하고, 수많은 사례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저자는 효과적인 세일즈 카피를 쓰려면 우선 고객을 깊게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고객의 입장에서 고객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 스스로 가지고 있는 경험과 재능을 끌어내어 지속해서 제공해야 한다는 것. 팔리는 카피라이팅은 그 깊은 이해심에서 탄생한다. 고객이 고민하는 것을 잘 이해하고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고객은 스스로 행동하게 된다고 저자는 책을 통해 보여준다.

저자에 따르면 세일즈 레터는 고객이 듣고 싶어 하는 소리를 써야 한다. 고객이 마음속에서 생각하고 있는 것을 전달해야 고객은 ‘이 회사가 우리의 마음을 알아주는구나’라고 생각하고 반응을 보인다. 실전적인 세일즈 카피라이팅이 무엇인지 알고 싶다면, 제대로 카피라이팅을 배우고 싶다면 이 책은 필독서가 된다.

 


 

이 책의 표제어에 등장하는 '금단'이라는 어휘에 휘둘릴 필요는 없다. '금단'이란 ① 어떤 행위를 못하도록 금함 ② 어떤 구역에 드나들지 못하도록 막음이라는 사전적 풀이다. 비밀스럽고 남에게 들켜서는 안 될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듯한 뉘앙스를 갖고 있다. 이로 인해 금단의 뜻을 적용해 '비밀의 방법'에 해당되는 것처럼 들릴 수도 있으나 그것은 독자의 눈을 잡아두는 역할을 할 뿐 '굉장히 중요하고도 기본적인' 전략을 말한다. 쉽게 표현한다면 영업 기술, 영업 전술 등에 해당하는 말이라고 생각하면 독자들이 이 책을 이해하기에 더 쉬울 것 같아 이 문장을 쓴다. 물론 저자의 말대로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이해하려면 저자의 말에 귀 기울이면 금세 누구나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가 책 속에 빨간 글씨로 제목으로 뽑아놓은 문장을 예로 들어본다. "제가 여기서 전달하고자 하는 것은, 단순한 HOW가 아닌, 다 타버린 야생의 벌판에 서 있다고 해도 당장 내일부터 종이와 펜만으로도 일어설 수 있는 힘이기 때문입니다."(p.7)

저자는 책 서두에서 세일즈 라이팅을 제대로 배운다면 매상을 올릴 수 있을 뿐 아니라 아주 빠른 속도로 인간성의 향상도 도모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의 세일즈 라이팅과 인간성 향상은 한 시스템 안에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함으로써 올라가는 계단 오르기식 전법이다. 저자에 따르면 일단 수입이 증가하면서 자신에 대한 만족도가 올라가고, 자신에 대한 만족도가 충족되면 주위를 돌아보는 여유가 생긴다. 물론 그사이에 여러 실패나 좌절을 경험할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에고', 즉 나 자신이 교정된다. 그러면서 경험에서 얻은 진짜 재능을 사회에 제공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세일즈 라티팅을 통해 인간성이 향상되는 것은 왜 그럴까? 바로 나 자신을 주어로 하는 글쓰기가 아닌, '상대를 주어로' 생각해 글을 써야만 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어 효과적인 세일즈 카피 쓰는 법에 대해 언급한다. 세일즈 카피를 잘 쓰려면 상대를 깊게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상대의 입장세 서서 상대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 내가 가지고 있는 경험과 재능을 끌어내어 지속해서 제공하는 점을 저자는 강조한다.

 


 

이 책에 〈추천사〉를 쓴 프랜차이즈 사업가 이근우 (주)빌드업벤처스 대표는 "간다 마사노리 마케팅의 핵심은 '감정 마케팅'이다. 어떻게 글쓰기로 풀어내어 비즈니스에 접목했는지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다"고 독자들에게 말한다. 이 대표는 이 책은 두 개의 주제를 동시에 다루고 있으며, 이 두 가지 개념이 비슷해 보이지만 전혀 다르다고 설명한다. 저자 간다 마사노리는 이 차이점을 알고 시작하는 비즈니스는 분명 시작점부터 다르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고 설명한다.

이 책은 모두 다섯 개의 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금단의 법칙’ 편〉, 2장 〈‘금단의 DM’ 편〉, 3장 〈‘금단의 편지’ 편〉, 4장 〈‘금단의 세일즈’ 편〉, 5장 〈‘간다 마사노리의 세일즈 레터’ 편〉 등이다. 각각의 장에는 모두 23개의 소제목이 달려 있다. 소제목 역시 더 작은 항목의 제목이 각각 장의 특성에 맞게 잘 나열돼 있다. 한마디로 모든 제목이 체계적이고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어 '세일즈 비법'을 설명해주는 것이다. 독자들은 읽다가 중요한 부분에는 밑줄을 치거나 메모를 남겨 놓는다면 잊기 전에 다시 읽어보면서 암기하기에 매우 높은 효과를 얻을 것으로 먼저 읽어본 독자로서 추천하고자 한다.

5개의 장 중 4개의 장에 '금단'이란 단어가 들어가는 것은 저자가 숨기고 있는 무언가를 찾아야 하는 부담감을 느낀다면 앞서 독자가 설명한 대로 암기를 위해 다시 한 번 읽을 때 비로소 뜻을 이해할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즉 한 번 읽기는 '이해'를 위해서, 두 번째 읽기는 '암기'를 위해서라는 말이다. 바쁜 시간에 왜 두 번씩 읽어야 하느냐?는 질문이 있을 수 있지만 '암기'는 두 번 읽으면 제대로 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이해하기에는 한 번 훑어보아도 가능할 것으로 독자는 판단한다. 어려운 단어가 없는데다 워낙 단계적이고 유기적으로 잘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1장의 설명을 통해 '세일즈 라이팅'은 당신의 회사, 당신의 비즈니스를 '한 방에' 바꿔버릴 정도의 위력을 가지고 있다고 주(註)처럼 쓰여 있다. "이 책에서는 간다 미사노리의 '효과를 끌어내기 위한 문장술'의 기본을 소개한다. 제일 먼저 필요한 것은 '쓰는 힘'을 기르는 것, 그것을 손에 넣기 위해 잊지 말아야 할 규칙을 알아본다."

 


 

저자는 2장 〈‘금단의 DM’ 편〉에서 "DM(다이렉트 메일)은 혹시 시대에 뒤떨어진 수법일까?"라고 전제하고 지금까지 소개한 글쓰기 기초는 인터넷 상에서 제품을 판매하기 위한 다이렉트 마케팅의 기본이라고 밝힌다. 2장에서는 다이렉트 마케팅에 필요한 사고 방식과 모든 것을 포함한 사례를 공개한다. 실천회의 테크닉을 이 장에서 정리한다. ① 제목으로 끌어들여 본문을 읽게 하라 ② 문장의 첫 부분에서 상대에게 장점을 전달하라 ③ 상대의 진짜 니즈와 원츠를 이해하라 ④ 모든 결점은 장점이 된다 ⑤ 시각, 청각, 촉각을 묘사하라 ⑥ 상품에 대한 자신감을 확신하게 만드는 보증의 표현 ⑦ 추신으로 다급함을 끌어내라 ⑧ 보낸 사람이 아닌, 받은 사람의 기쁨의 소리 ⑨ 고객이 일하게 하자 ⑩ DM 뒷면의 카피 ⑪ 다음에 팔 물건을 즉석에서 생각하라 등이 설명과 함께 제시된다.

이 내용 역시 구체적 사례를 들어 설명해간다. 실제 DM 발송문을 책에 실었다. 하나 하나 구체적으로 설명을 곁들이기 때문에 11개의 항목이 등장한다. 모두 읽으면서 깨닫게 되는 형식을 취했다. 아마 한 번에 외우는 것보다 두 번 세 번 의미를 익히면서 머릿속에 집어넣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3장은 '뉴스레터'를 다루고 있다. 뉴스레터라면 독자들은 무엇을 생각할지 모르지만 혹시 '스팸' 처리한 적이 없는가 곰곰 돌이켜 볼 것을 주문하고 싶다. 독자도 그런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뉴스레터의 작성 요령과 함께 뉴스레터의 효능과 이점을 번호를 붙여 설명하고 있다. 제목만 읽어도 이해할 수 있지만 오래 기억을 하기 위해서는 제목 정도는 암기해두면 좋을 것 같다. 전단지 혹은 DM과 다르게 정기적으로 발행하는 것이 포인트인 뉴스레터는 실행하려는 사람 입장에서는 상당히 어렵게 느껴지는 도구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저자는 여기서 알려주는 것처럼 많은 장점이 있는 마케팅 도구라고 역설한다. 특히 '메일 매거진'의 발행은 뉴스레터의 역할을 보다 실천하기 쉽게' 만드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고객을 키우는 행위는 모객 비용의 압도적인 차이를 일으킨다. 그 엔진이 바로 뉴스레터다."(p.162) 다음 8가지 항목을 주목해기를 권유한다.

① 고객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② 자기만의 노하우가 생긴다 ③ 뉴스레터를 모으면 카탈로그가 된다 ④ 고객이 먼저 말을 걸어온다 ⑤ 소개가 쉬워진다 ⑥ 상품에 대한 고객 교육이 이뤄진다 ⑦ ‘여기에 내가 있을 곳이 있다’라고 고객이 느끼게 된다 ⑧ 캠페인을 생각할 필요성에 직면한다

 


 

"설득하면 안 됩니다. 설득하려 하면 할수록 고객은 물건을 구매하고 싶은 마음이 점점 사라집니다. 그 결과, 고객은 도망가게 된빈다. 그러니까 '단 한 사람의 고객뿐이 없어. 이 고객을 놓치면 오늘 점심은 먹을 수 없어'라는 상황에서도 이를 악물고 고객을 거절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계약 성사율이 좀처럼 오르지 않습니다. 고객이 계약하지 않는 회사는 그 회사가 애원하기 영업을 하기 때문입니다. 팔리지 않는 영업맨은 고개를 숙이는 법입니다. 최고의 고객맨은 고객을 버립니다. 최고의 영업맨은 밀당에 능숙합니다. 밀당하지 못하는 영업맨든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실적이 오르지 않습니다. 머리를 숙이면서 자신의 비즈니스 인생을 소비합니다."(p.218)

 

저자 : 간다 마사노리(かんだ まさのり, 神田 昌典)

경영컨설턴트, 작가이며, 일본 최대 규모의 독서회 ‘리드 포액션’의 발기인이다. 조지대학교 외국어학부를 졸업하고, 뉴욕대학교 경제학 석사, 펜실베니아대학교 와튼스쿨 경영학 석사를 취득했다. 대학 3학년 때 외교관 시험에 합격하고, 4학년부터 외무성 경제부에 근무했다. 전략컨설팅회사, 미국 가전업체 일본 대표로 활약 후, 1998년에 경영 컨설턴트로 독립했다. 컨설팅 업계를 혁신한 고객 획득실천회를 창설했다(현재는 ‘차세대 비즈니스 실천회’로 발전). 이 모임은 연인원 2만 명에 달하는 경영자와 기업가를 지도하는 최대 규모의 경영자조직으로 발전, 급성장기업 경영자, 베스트셀러 작가 등을 다수 배출했다. 1998년에 작가로 데뷔했으며, 이해하기 쉬운 언어와 문체로 기존의 비즈니스 서적 독자층을 확대해 실용서의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출판계에서는 ‘비포 간다 마사노리’, ‘애프터 간다 마사노리’라 불릴 정도다. (2007년 11월호)에서는, ‘일본의 톱 마케터’로 선출됐다. 2012년 아마존 연간 비즈니스 서적 매출 순위 1위였고, 현재 비즈니스 분야뿐만 아니라 교육계에서도 정력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 또 주식회사 ALMACREATIONS 대표이사, 공익재단법인·일본평생교육협의회의 이사를 맡고 있다.

저서로 《입소문 전염병》, 《불변의 마케팅》, 《간다 마사노리의 매니지먼트》, 《전뇌사고》, 《성공자의 고백》, 《2022-앞으로 10년, 활약할 수 있는 사람의 조건》, 《당신의 회사가 90일 안에 돈을 번다!》, 《비상식적인 성공 법칙[신장판]》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역자 : 김수연

어릴 때 일본 치바현에서 살았던 기억으로 일본을 늘 고향처럼 친근하게 생각하고 있다. 일본 애니메이션을 너무 좋아해 현재 애니메이션 작가,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하며, 서울시 50플러스 재단 등에서 글쓰기 강의도 하고 있다. 쉬운 언어로 글 쓰며 타인과 소통하기에 관심이 많다. 현재 콘텐츠제작소 수작팩토리에서 번역가로 활동하며, 번역도 독자가 이해하기 편안한 언어로 다가갈 수 있도록 노력 중이다. 역서로는 《간다 마사노리의 매니지먼트》, 《게으름뱅이 다이어트》, 《하루 1분 눈 마사지》, 《밝히는 세계사》 등이 있다.

 

역자 : 이수미

돈의 흐름에 관심이 많은 방구석 경제학자. 현재 콘텐츠제작소 수작팩토리에서 경제·경영서 전문 번역가 겸 콘텐츠 기획자로 활동 중이다. 역서로는 《불변의 마케팅》, 《금단의 세일즈 카피라이팅》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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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로컬, 브랜드 - 좋아하는 곳에서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을까?
곽효정 지음 / 지금이책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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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제주에서 먹고살 수 있을까?” 좋아하는 곳에서 반짝이며 일하는 열여섯 로컬브랜드에 물어본 ‘가장 궁금한 것’에 대한 해답이 그들의 삶 속에 드러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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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로컬, 브랜드 - 좋아하는 곳에서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을까?
곽효정 지음 / 지금이책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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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는 조선 500년 내내 유형의 땅이었다. 우리나라 가장 큰 섬이기도 한 제주도가 해방 후 1946년 하나의 자치도로 분리됐다. 현재는 제주특별자치도이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천혜의 자연 경관 덕분에 해외여행 자유화 조치(1989년) 이전까지는 국민의 관광지, 특히 결혼 기념 관광지였다. 지금은 국제적인 관광 휴양지로, 세계 교류의 장으로 발전하고 있다. 지금의 제주특별자치도는 전체 인구가 56만 명 정도로 전국에 있는 광역시, 도 중에서 인구가 가장 적다. 제주도는 제주도를 포함해서 우도, 추자도, 비양도, 가파도, 마라도 등 사람이 사는 8개의 섬과 사람이 살지 않는 55개의 무인도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조선 500년 간 제주도민은 뭍인 육지로 나가 살 수 없었다. 당시 법이 출륙금지령이었다. 관리들의 수탈과 왜구의 노략질 그리고 해마다 닥치는 기근 때문에 제주도 사람들은 기회가 닿고 틈만 생기면 뭍으로 도망치려 했고, 관리들은 막기에 급급했다. 서울서 정치인들의 유형지로도 유명하다. 교통, 특히 뱃길이 자유롭지 못했던 시절 한양(제주)에서 가장 먼 거리의 유배지였다. 우리가 잘 아는 추사 김정희가 유배 가 있었던 곳이다.

조선 성종 2년인 1477년에는 경상도 관찰사에게 “이들을 내쫓으면 놀라 바다로 나가서 해적이 될지도 모르니 잘 달래어서 살게 하고, 그들이 드나드는 것을 엄중히 하라”고 유시를 내렸다. 또 그들을 그 지방에서 정착해 살게 하면서 그 지방에서만 나는 해산물을 조정에 바치는 역할을 맡기기도 했고, 떠돌아다니도록 자유를 주기도 했다. 그럼에도 제주를 빠져나가는 사람들은 자꾸 늘어나기만 했다. 하지만 잦은 흉년과 왜구들의 노략질에 시달린 제주 사람들은 죽기를 두려워하지 않고 나가서 유민으로 떠돌았다. 당시 제주 유민들은 전라도·경상도 해안과 심지어 중국의 해랑도(海浪島) 지역까지 떠돌았다. 결국 인조 7년인 1629년 8월 13일 조선 정부에서는 제주도민이 육지로 나가는 것을 금지하는 출륙금지령을 내렸다. 특히 제주도 여자가 육지로 시집가는 것은 철저히 막았다. 도망친 노비들도 많았는데, 그 수가 만 명을 넘었다고 『현종실록』은 전하고 있다.

 


 

제주도는 온난한 해양성 기후대에 속해서 연중 따뜻한 기후로 지금은 천혜의 경관과 아울러 국민 관광지로 품격을 높였다. 야자수가 있는 거리는 이국적 풍경을 자아내기도 해서 우리 국민들의 관광휴양지로 거듭났다. 한라산 화산 폭발시 나온 용암 등이 굳어진, 저수 능력이 부족한 암석과 토양으로 이루어져 쌀농사를 지을 수 없다고 한다. 제주도민들은 밭농사와 어업, 육지에서 들여온 쌀로으로 생계를 이었다고 한다. 제주도는 국내인들의 신혼여행지로서 역할을 했으며, 해외여행 자유화 조치 이전 국민들은 바다 너머의 지역이라서 "해외 여행"으로 불리기도 했다. 산업 시설의 거의 없고 관광지로 지정됨으로써 개발은 더뎠다. 중국과의 수교 이후 많은 관광 시설이 들어서 지금은 해외 관광객들의 메카로서도 역할을 하고 있기도 하다.

돈을 벌기에는 인프라가 부족한 제주도이지만 한때 부동산 업자들과 일부 돈 많은 사람들은 제주 땅을 탐욕스럽게 먹어 치우기도 해서 돈벌이에 이용하기도 했다. 제주는 예로부터 '삼다도(三多島)'로 표현했다. '돌, 바람, 여자'다. 이 가운데 '여자'는 해녀가 많아서 붙여진 이름일 것이다. 주로 어업에 종사하던 제주도 남자들은 배 타고 나가 풍랑을 만나 죽는 경우가 많아 여자들이 바다로 나가 해녀로 일하면서 가계를 이어갔다는 이야기가 전설처럼 들리기도 한다. 2000년 새 밀레니엄에 들어서면서 제주가 또 한 번 국민들의 주목을 받았다. 웰빙, 환경 위기 등이 이슈로 부각되면서 제주는 그런 점에서 무척 자유로웠다. 산업 시설이 없고 인구도 많지 않아 자동차도 자연스레 적었다. 환경 오염이 덜 된 것이다. 연예인과 예술인들이 제주도의 아름다운 풍경과 낮은 인구밀도에 끌리듯 와서 새 삶을 꾸렸고 심플 라이프, 쉼이 있는 삶에 적절했기 때문이다. 한때 해외의 살고 싶은 도시에서 '한 달 살기'가 유행처럼 퍼졌다. 이후 국내에서는 '제주에서 한 달 살기'도 인터넷 상에서 인기가 높았다. 이 인기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이 책 『제주, 로컬, 브랜드』는 여행이나 관광 차원이 아닌 '제주에서 살기'를 작정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즉 제주에 삶의 터전을 마련하고 삶을 위해 제주에 정착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저자 곽효정은 잡지사 기자, 출판사 편집자, 프리랜서 작가를 거쳐 우즈베키스탄에서 국제협력단 활동가로도 2년을 살았다. 이처럼 다양한 일을 했으나 쉽사리 정착하지 못하는 마음의 이유를 찾다가 우연한 기회로 제주에 오게 됐고, “어디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고민을 시작했다고 한다. 저자에 따르면 오랜 시간 풀지 못했던 의문을 ‘제주’와 ‘브랜드’를 통해 해답을 찾는 실마리가 되었다. 포털 사이트 지식백과에 적힌 브랜드(brand)라는 단어의 어원은 노르웨이 고어 'brandr'이다. 독자도 처음 알았다. 이 단어는 '태운다(to burn)'라는 뜻을 지니고 있는데, 고대 유럽에서 가축의 소유주가 자신의 가축에 낙인을 찍은 것에서 유래된 말이다. 브랜드라는 단어는 시간이 흘러 한 제품의 속성, 이름, 포장, 가격, 역사를 뜻하는 의미로 발전되었고, 지금은 ‘자기다움’과 ‘정체성’을 상징하는 단어가 되었다고 저자는 이 책의 첫머리에 「제주도에서 나만의 브랜드를 만나다」라는 제목의 〈프롤로그〉에서 밝히고 있다. 제주에 뿌리내리고 성장하는 로컬브랜드의 ‘가장 나다운’ 이야기가 이 책에 담겨 있다는 말이다.

저자가 브랜드라는 단어의 유래를 굳이 설명하는 까닭은 제주도에서 오랫동안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고민해온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저자와 같은 고민을 해온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저자도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친 후에 '브랜드'라는 단어를 갈고 닦으며 제주도에 정착하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이곳 로컬 브랜드를 운영하는 이들은 가게, 회사 등이 곧 자신의 삶을 표명해주는 수단이 되고, 그 운영방식을 통해서 자기다움을 보여주는 브랜딩을 계속해서 실천해가고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그들은 이미 '생계'와 '삶'을 연결하는 일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자신의 삶과 일의 균형을 이뤄가고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들은 로컬에서 자신만의 브랜드를 꾸려나간다는 공통점과 소신이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고 저자는 털어놓는다. 이 책은 소상공인들의 인터뷰를 주로 담아 냈고 제주도라는 로컬에서 무엇에 가치를 두고 어떻게 일해야 할지를 고민하며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 책은 4개의 파트(PART, 부)로 나뉘었으며, 각 부는 4장(章)으로 나뉜다. 4부 16장의 구성을 갖고 있다. 각 장마다 '제주, 로컬, 브랜드'에 맞는 한 사람이 소개되고 있다. 1부는 〈나의 브랜드는 거룩한 노동〉이라는 제목 아래 「할머니와 손녀의 합작떡 라이스나이스」, 「가장 정직한 방법으로 농사 짓기 하윤이네농원」, 「문사수의 태도로 만드는 비건버터 문사기름집」, 「스스로 서서, 함께 자립하는 삶 소농로드」 등 4개의 일터가 소개된다. 2부 〈내가 아닌 타인의 ‘가치’를 알리는 일〉에는 「배려와 존중으로 결을 만들다 제주로부터」, 「환경의 해를 최소화하는 의류브랜드 그린블리스」, 「이 시골에 ‘즐거움’ 하나쯤은 있어야죠 요이땅삐삐」, 「소리소문없이, 이 좋은 책들이 알려지길 소리소문」 등이 담겼다. 3부 〈너와 나의 이야기를 기다리는 시간〉은 「단단한 진심으로 뿌리내리기 카페단단」, 「오롯이 타고 사라지는, 아름다운 빛 랄라밀랍초」, 「반짝이는 아이들의 꿈을 응원합니다 워터벨롱」, 「우리에게 필요한 이야기가 있는 공간 목리」 등으로 구성돼 있다. 4부 〈좋아하는 것이 ‘일’이 될 때〉는 「사각사각 연필의 세계 클래식문구사」, 「다정한 기억이 켜켜이 쌓인 공간 여행가게」, 「살던 곳이 일터가 되려면? 키라네책부엌」, 「먹고 마시고 머물러라! 버거스테이」가 선보인다. 부록으로는 16개의 「로컬브랜드 찾아보기」를 실었다. 제주도 지도와 로컬브랜드의 위치가 실렸다.

앞서 언급한 대로 저자는 열여섯 브랜드의 대표들을 인터뷰하면서 브랜드와 브랜딩은 비단 유명 상표에만 붙여지는 단어가 아님을 깨달았다. 한 사람이 자신의 삶을 잘 꾸려가기 위해 자기 자신을 바로 아는 것이 ‘브랜드’이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나가는 것이 ‘브랜딩’임을 알게 된 것이다. 스스로 ‘브랜드’가 되어 자신의 삶을 자기답게 ‘브랜딩’ 해나가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며, 자신도 성장할 기회를 찾게 되었다고 저자는 밝힌다. 저자는 ‘제주도’라는 로컬에서 무엇에 가치를 두고 어떻게 일해야 할지를 고민하는 각 브랜드의 대표들의 인터뷰를 통해 그들만의 고유한 이야기를 발견했고, 자신만의 원리와 원칙으로 일과 삶을 지속해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저자는 "제주의 각 로컬브랜드들은 제주로 이주하면서 그전에 했던 일들과는 다른 일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밝힌다. 또한 그것은 ‘생계’와 ‘삶’을 연결하는 일이었다. 특히 ‘제주’라는 공간은 연대하기에 좋은 곳이었다. 지역의 일과 주변 브랜드와 소통할 기회들이 열려 있었고, 같은 일을 하더라도 ‘경쟁’의 개념으로 보기보다 ‘함께’ 살아갈 고민을 하는 큰 장점이 있는 로컬이다. 제주에서 자신만의 브랜드를 꾸려가는 공통점이 있었기에 ‘상생’하는 일을 자주 도모하는 모습을 저자는 발견한다. 그들이 어떻게 각자의 길을 걸으면서도 함께하는 일을 꾀하게 되었는지, 인터뷰이들의 다양한 답변을 통해 알 수 있다.

제주 원도심에 7평도 되지 않은 구옥을 개조해 만든 카페,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진 세계 곳곳의 연필을 파는 가게, 주 3일은 비건버터를 만들고, 3일은 판매하는 시골 가게, 버려진 밀랍으로 만든 초를 파는 가게, 제주에서도 가장 끝자락에 있어 사람이 살까 싶은 곳에 위치한 공연하는 술집… 사실 이런 가게들이 과연 장사가 될까? 싶지만, 그들만의 가치관과 철학으로 만들어진 브랜드는 대규모 수익은 아니더라도 지속할 힘이 있다. 짧게는 2년, 길게는 7년 이상 이 브랜드는 ‘망하지’ 않고 제주를 누리고 있으며, 작지만 강한 소상공인으로 지역 곳곳에서 활발히 활동한다.

저자 역시 인플래닝이라는 작은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로컬매거진 〈sarm〉을 발행하는 곳이기도 하며, 다른 소상공인의 브랜드들을 브랜딩해주거나, 여러 외부에서 기획한 일을 실행한다. 각 브랜드 대표를 인터뷰한 매거진 〈sarm〉의 수익은 크지 않으나, 로컬매거진은 다른 일들을 불러주는 통로가 되었고, 다른 이들을 연결해주는 매개체가 되어 현재까지 계속 발행하고 있다. 그들의 목표는 동일하다. “하고 싶은 일을 가장 좋아하는 곳에서 오래 하는 것.” 그래서 제주에 생겼다가 무수히 사라지는 오로지 ‘수익’만을 위한 가게와 기업들 속에서도 오래 반짝이고 있다.

 


 

제주에서 환경에 피해 주지 않으면서 핸드메이드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했어요. 그러던 중 룰루와 저 사이에 늘 켜져 있던 초가 눈에 들어왔어요. 룰루가 언젠가 다도 자리에서 선생님이 밀랍초를 태웠던 이야기를 들려줬어요. 그는 초가 연소되어 사라지는 모습에서 온전해지는 느낌을 받았다고 이야기해주었어요. 우리는 함께 밀랍초를 통해 아름다운 빛을 만들어보기로 마음먹었어요. 양봉장에서 쓸모를 다해 버려지는 밀랍을 사용하는 일은 양봉장에도 도움이 되고 나아가 꿀벌 생태계에도 도움이 돼요. 우리가 만들어내는 빛을 통해 자연과 인간, 개인과 이웃이 함께 공존하며 살아가는 삶을 이야기하고 싶었어요.(p.198)

 

마음가짐은 늘 태도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태도’를 염두에 두고 살피려고 합니다. 목리에서 함께 일하는 분들께도 드러나지 않으나 느낄 수 있는 마음과 사소한 태도에 대해 당부합니다. 밀린 주문에 급해진 마음에 따른 물줄기가 원두의 향을 휘발시킬 수 있고, 답답한 상황에 성급하게 와인병을 치워버릴 수도 있습니다. 대부분의 일이 그럴 수밖에 없기 때문에 벌어지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순간에 집중하고 정성을 기울일 때 전달되는 진심이 존재합니다. 저는 그 진심이 목리를 찾아온 손님과 그분의 시간을 존중하는 데 있길 바라며 늘 정성을 기울이는 태도를 지켜가는 것을 목리의 철칙으로 삼고 싶습니다.(p.246)

 

저자 : 곽효정(J. 페페)

 

서울에서는 기자로, 제주에서는 로컬매거진 을 창간해 편집장으로 일하고 있다. 제주 정착 이전에는 우즈베키스탄의 소도시 페르가나에서 아이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쳤다. 낯선 나라에서 이웃이 곧 친구이며 친구가 곧 이웃인 로컬 중심의 삶을 산 덕분에 ‘제주’라는 곳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조금 더 명확하게 알 수 있었다.

나답게 살아가는 이웃이자 친구 같은 소상공인의 인터뷰를 시작했고, 좋아하는 곳에서 좋아하는 일을 하는 이들과 여러 콘텐츠를 기획하고 있다. 아리랑 라디오 <원더스 오브 제주>의 구성작가를 겸하고 있으며, 지은 책으로는 《페페의 필름통》과 《서른, 비로소 인생이 달콤해졌다》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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