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벌이란 무엇인가 - 법과 제도로 본 돈의 흐름
정시몬 지음 / 초록비책공방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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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사회에 사는 이상 돈은 중요하다. 이는 먹고 살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돈을 벌려면 돈이 기본적으로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 사람들은 돈이 많으면 행복해질 것만 같아서 돈을 많이 벌기 싶어 한다."(p.197) 책의 뒷 부분 3부(部, Part) 〈행복한 돈벌이를 위해서〉의 첫 장 「돈, 얼마나 벌면 행복할까?」의 첫 문장이다. 책의 맨앞 첫 문장에 와도 괜찮을 말을 왜 뒷 부분에 썼을까? 각각의 부의 성격이 다르기 때문일까? 독자의 궁금증을 뒤로 하고 우선 책의 내용을 살핀다. 이 책 『돈벌이란 무엇인가』는 1부 〈공동체와 개인〉, 2부 〈자본주의 세상에서 살아남기〉, 3부 〈행복한 돈벌이를 위해서〉로 이루어져 있다. 부제는 「법과 제도로 본 돈의 흐름」으로 돼 있다.

1부에는 「비합리적인 인간과 법」, 「개인과 법과 자본주의」, 「한국의 근대사회와 자본주의」, 「신자유주의 체제 하에서 국가의 개입」, 「세금의 이유」로 각각의 장(章)을 구성했다. 저자 정시몬은 〈프롤로그〉를 통해 어려서부터 돈의 압박을 받지 않고 학교 생활을 했다고 한다. 비교적 넉넉한 집안 형편으로, 어머니는 늘 "돈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건 아니야"라는 말씀을 하셨다고도 한다. 지금은 프리랜서 생활을 하며 '행복한 돈벌이'로 만족할 만한 생활을 하고 있다. 대학을 마친 후 대기업에 입사해 순탄한 삶을 살 것으로 예상했지만, 돈의 원리를 알아야 돈을 빠르게 많이 벌 수 있다는 생각에 고민도 있었던 것 같다. 고민 끝에 많은 돈을 버는 것을 목표로 삼지 않기로 결심했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럭저럭 30대 초반까지 돈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도 집착하지도 않으며 살았다고 털어놓는다. 하지만 회사를 그만두고 로스쿨에 진학했다. 이후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저자는 말한다. 3년 간의 로스쿨 생활을 마치면 변호사가 되어 다시 돈을 벌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변호사 시험에 계속 떨어졌고, 부모님께 손을 벌릴 수 없는 상황에서 통장 잔고는 67만원을 찍기도 했다. 당시 저자가 살던 원룸의 월세가 43만 원이었다고 한다. 박사학위를 받으면 궁핍한 상활을 극복할 실마리라도 보일 줄 알았다. 착각이었다. 박사학위를 갖고 있다고 해서 그냥 채용해 주진 않았다는 것. 그렇다 보니 '돈'이 되는 일을 할 기회가 있으면 일단 일을 하기 시작했고, 그렇게 프리랜서가 되었다고 자신의 이력을 밝힌다.

 


 

저자는 ‘자본주의 사회’에 살면서 돈이 움직이는 원리와 흐름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노력한다 한들 ‘부’를 이루고 행복할 수 없다는 신념인 것으로 읽힌다. 이 책은 매일의 ‘밥벌이’에 힘쓰고 있는 우리에게 자본주의 ‘시스템’ 안에서 돈에 관한 관점과 기초적인 이해를 제공하고자 썼다고 저자는 밝힌다. 저자는 법학을 전공한 지식을 활용해 사회, 시장, 국가에서 만든 돈벌이의 환경과 이를 규제 혹은 완화하는 법제도가 시대에 따라 어떤 생성 및 진화 과정을 거쳐왔는지 소개한다. 또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중요한 돈과 돈벌이에 대하여 어떻게 해야 세상에 휘둘리지 않고 행복할 수 있는지 고민과 자신의 사유를 담았다. 이 책을 통해 직급이 낮은 직원의 연봉이 왜 부장보다 낮은지, 왜 수입의 일정 부분이 세금이라는 이름으로 빠져나가는지, 왜 기업이 큰 비용을 들여 광고를 꾸준히 집행하는지, 왜 정부가 복지제도와 경제정책을 내놓으면서 시장에 개입하는지 이해와 관심을 높이고 관점의 전환을 이룰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집필했다고 설명한다.

주식과 비트코인에 투자해서 큰돈을 벌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독자들처럼 저자도 부럽다고 한다. 퇴근길에 로또를 사거나 엄청난 부를 이룬 사람들의 성공담을 찾아서 읽고 그 공식대로 해보려고 하는 게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직장인으로 사는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이다. 또 열심히 공부해서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말을 여기저기서 듣고, 때로는 자신이 다른 사람들에게 같은 격려를 하기도 한다. 과연 성공과 부는 오로지 개인의 노력과 능력만으로 이룰 수 있을까?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고 있는 우리에게 ‘돈벌이’는 어렵다는 게 저자의 경험과 사유에서 얻은 결론이다. 그렇다면 자본주의 사회 시스템에서의 돈의 흐름을 몰라서 돈벌이가 괴로운 것이 아닐까?에 생각이 미친 것은 자연스러운 관심이다.

 

 

자본주의 경제 체제 안에서의 돈의 원리와 흐름을 잘 알아야 돈을 벌 수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경제 법칙을 법학이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존재로 전제하지 않는다녀서다. 만약 인간이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존재였다면 법 없이도 살 수 있었을 것이고, 그렇다면 법률은 기원전 18세기부터 지금까지 인간 사회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지 못했을 것이란 생각이 나온 저자의 법에 대한 이해다. 인간은 '제한적으로만' 합리적이고 이상적일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있다. 이런 점에 비춰볼 때 역사에 존재한 모든 법과 제도는 인간의 이기적인 면을 통제하는 것을 목적으로 했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하지만 역사에 존재한 법과 제도는 사회와 공동체의 안정과 이념보다는 지배 계급의 이익에 필요해서 만들어진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이 저자의 해석이다. '개인'과 '평등'애 대한 개념이 인식되기 전까지 개인은 국가와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 언제든 이용될 수 있는 도구에 불과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저자는 책에서 인권과 자유의 확장이 지배 계급의 지배 의식 전환이 필요했고, 산업혁명 역시 기술의 발전보다는 자유주의 이념 확산에서 기인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는 오히려 사회주의 실패라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저자에 따르면 사회주의는 인간의 이기심이 얼마나 큰지를 간과했기 때문에 실패했다. 사회주의자들이 꿈꾼 세상은 이론적으로는 아름다웠지만, 사회주의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이타심이 그들이 예상한 것보다 컸어야 했다는 것. 만약 인간이 기본적인 필요의 충족에 의해 만족하는 존재였다면 그들이 꿈꾸는 세상은 현실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자유주의 이념의 확산과 산업혁명도 자본주의의 기본인 ‘개인과 자유’의 개념이 생성된 근대사회를 시작으로 ‘신자유주의’의 물결에 휩쓸리게 되는 지금까지의 사회·경제적 변화에 따른 법제도의 생성과 진화 과정을 겪었다. 이를 살펴봄으로써 우리는 자본주의 시스템 안에서 돈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를 이해하고 자본주의 관점에서 자본의 흐름을 바라볼 수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정부의 시장 개입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자본주의의 가장 큰 약점인 빈부 격차가 점점 커지기 때문에 안전 장치로 마련한 제도라는 것이다. 국가 주도로 '부의 재분배'가 이뤄지지 않으면 빈부 격차는 갈수록 커진다는 게 저자가 판단하는 자본주의 원칙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이 돈을 벌어들인다. 즉 수익률이 10%라면 100만 원을 투자해서는 10만 원을 받지만 1,000만 원을 투자하면 100만 원을 번다. 빈부 격차는 당연한 일이다. 점점 격차가 벌어진다면 가난한 사람들은 구매력이 떨어져 시장 자체가 망가질 확률이 높다. 뿐만 아니라 가난이 구조화되는 순간 사람들은 일할 동기를 상실하게 되는데, 이는 경제 체제 전체에 위협이 된다. 저자는 세금도, 징수율도 빈부 격차를 중심에 두고 이뤄져야 원칙이라고 강조한다.

이 책 2부에는 「기업의 존재 이유」, 「자본주의와 광고」, 「투자의 이유」, 「빚의 이유」, 「돈벌이를 위해 사람을 볼 이유」, 「개인의 수입은 어떻게 결정될까?」, 「회사원으로 살아남기」, 「회사원으로 살아남기」, 「프리랜서의 돈벌이」, 「지속 가능한 스타들의 세계」, 「자본주의 시장 밖에서 살아남기」라는 10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2부는 기업과 개인, 개인과 기업의 관계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어떻게 보면 저자의 경험과 사유의 결과가 모두 모여 있는 장이다. 자본주의의 꽃은 기업이란 말이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은 단연 독보적 위치를 차지한다. 개인의 인권처럼 '법인'이라는 권리와 의무가 법에 의해 규정된다. 어찌 보면 우리 인간의 삶을 위해 움직이는 모든 활동이 기업과 관련을 맺고 있다. 자본주의 경제 체제를 움직이는 핵심이기도 하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022년 8월 기준 우리나라 임금 근로자는 전체 경제 활동 인구의 76.5%이다.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 4명 중 3명은 회사원이라는 의미이다.

 


 

크게 본다면 기업이 개인에게 주는 가장 큰 효용은 '임금'이다 임금은 개인의 삶의 모든 것을 관여된다. 혼자서는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지 못하지만 조직에서 일하면서 경제적 가치를 생산하고 돈을 벌 수 있다. 이것이 사회적 관점에서 기업의 가장 큰 존재 이유이며, 기업의 가장 큰 사회적 기능과 기여는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다. 국가의 입장에서는 사람들이 일해서 돈을 벌어야 시장이 돌아가고 세금도 징수될 수 있다 보니 기업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법제도와 정책을 만들게 된다. 기업은 이윤 극대화를 추구하는 집단이다. 이윤 극대화의 원리는 간단하다. 비용을 줄이고 매출을 늘리면 된다. 그리고 비용을 줄이는 간단한 방법 중 하나는 인건비를 줄이는 것이다. 기업이 고려해야 할 요소는 이제 하나 더 늘었다. 바로 '환경'이다. 화학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오·폐수, 농축산업의 오수와 분뇨 등 환경을 파괴하는 물질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산화탄소 문제도 예외는 아니다.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것이라면 반드시 환경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 이것도 정부의 정책 과정에서부터 가능한 일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국가나 기업이 망하지 않는 이상 경제는 계속 성장하게 되어 있고 그 안에서 살아남는 기업들도 성장하고 주가도 올라간다. 따라서 주가 상승으로 돈을 벌고 싶다면 신뢰할 수 있는 기업의 주식을 오래 보유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알려져 있다. 또 자본주의 체제에서 '투자'를 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다른 사람이 만든 경제적 가치를 투자를 통해 내 주머니로 들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투자를 해야 다른 사람이 만들어낸 경제적 가치 중 일부가 내 주머니로 들어와 나의 노동시간 대비 수익률이 높아진다. 이 원리는 산업화 초기부터 지금까지 유지된 자본주의 경제 체제 불변의 진리다.

 


 

최근 "저는 돈 받은 만큼만 일하겠습니다"는 말, 누구나 쉽게 자주 듣는다. 또 일할 때 자신이 한 번쯤 해보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산업화 시대에는 상상하지 못할 말이다. 저자 역시 그런 생각을 하던 경험이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요즘은 거의 하지 않는 이유가 자신의 수입이 단순히 노동 강도에 의해서 결정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돈이 움직이는 원리와 흐름을 이해하고 싶은 사람, 연봉의 수준이 정해지는 기준과 이유를 알고 싶은 사람, 지속가능한 돈벌이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사람, 사회생활에 첫발을 내딛은 초보 직장인에게 이 책을 권한다. 이 책으로 큰돈을 버는 방법을 얻거나 부자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내 연봉과 연예인의 개런티 수준이 정해지는 원리, 국가가 세금을 징수하는 이유, 대기업과 중소기업 시스템의 차이 등을 납득하게 되면 우리가 처한 사회경제적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그렇게 되면 좀더 ‘행복한 돈벌이’에 가까워지지 않을까? 저자의 바람과 독자의 희망은 일치점을 향해 간다. "국가의 시장 개입과 사회보장제도가 강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인류에게 아직 '완전한 자유가 주어지는' 세상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서"라는 저자의 말은 서서히 밝은 빛을 띄기 시작한다.

 

저자 : 정시몬

 

대기업 홍보실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으나 언젠가 회사를 그만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빠른 결단을 내리고 로스쿨에 진학했다. 변호사 시험에 합격하지는 못했으나 법을 향한 애착은 포기가 되지 않아 계속 공부하다 보니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밥벌이를 위해 디지털 마케팅 대행사를 다니다 지금은 프리랜서로 드라마 보조작가와 연구자로 일하면서 여전히 법을 공부하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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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낙엽 푸른사상 소설선 50
김유경 지음 / 푸른사상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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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 있는 3만5,000여 명의 탈북민들은 목숨을 걸고 탈북하고 남한으로 와 정착한다. 그러나 그 과정은 때론 목숨을, 때론 인간의 존엄을 버려야 하는 시험의 연속이다. ‘산 너머 산‘의 여정이 그들 앞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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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낙엽 푸른사상 소설선 50
김유경 지음 / 푸른사상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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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엥겔스의 '공산주의'는 실패로 막을 내렸다. 프롤레타리아 혁명임을 내세워 레닌이 창설한 구소련은 1990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면서 제풀에 쓰러졌다. 민주주의 중추 세력이었던 미국의 자본주의에 패배한 것이다. 특히 공산주의는 경제 혁명임을 감안한다면 구소련 붕괴는 경제 다툼에서 스러진 것이다. 자본주의 병폐에서 벗어나 공동생산, 공동분배를 앞세운 공산주의는 자본주의를 극복하지 못한 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물론 아직 사회주의 체제의 나라들이 많이 남아 있다. 그러나 이들 나머지 공산 세력은 경제 체제를 자본주의 식으로 바꿔가고 있어서 살아남았다. 중국이 그렇고 쿠바, 러시아 등이 어정쩡한 경제·사회 체제로 바꾸면서 그나마 몰락은 면한 셈이다. 동유럽 국가 대부분은 이미 거의 대부분이 러시아의 구소련 체제에서 민주주의·자본주의 체제로 바꿔가고 있는 중이다. 러시아는 구소련의 중심국으로 경제체제 일부를 바꿨고 선거 역시 대통령제 국민 직접 선거제로 바꾸면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최근 서방 나토 가입을 목적으로 러시아로부터 완전 탈피하고 친 서방 정책을 선언하자 러시아가 전쟁을 일으켰다. 전쟁은 2년 반이 지난 지금까지 기약없이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모양새를 바꾸며 전혀 변화하지 않은 유일한 나라가 북한이다. 변화는커녕 오히려 더 과거 체제를 더 강화하는 모양이다. 수령제 일당 독재 정권의 유지를 위해 개혁·개방은 실패하고 북한 주민 입장에선 새 '고난의 시대'가 온 셈이다. 21세기 지구상에 아직도 굶어죽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지역별로는 아프리카의 많은 나라이고 나머지 대륙에서는 유일하게 아시아 지역 북한이다. 경제 제제가 길어지면서 여러 문명은 물론 생필품마저 제대로 보급이 안 되니 굶어죽는 일이 발생한다. 독자가 알기로는 핵무기 때문이다. 이래서 고난의 시대 이후 수많은 탈북자가 생겼고 그 중 10분의 1 정도는 대한민국으로 왔다. 목숨을 건 탈출이다. 그 수가 대한민국 정착민만으로도 3만5,000여 명에 이른다.

 


 

코로나가 각 나라가 국경을 폐쇄한 바람에 탈북자 수가 급격히 감소한 것처럼 나타나지만, 국내 경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결코 멈출 수 없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탈북자들이 아사하느니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은 사람이 대부분이었던 것이 이젠 자녀 교육 등의 이유로 북한에서도 생활이 탄탄한 층에서도 가세한 점을 미뤄볼 때 언젠가는 다시 탈북 행렬은 다시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탈북민들이 출연한 방송 프로그램도 탈북민을 위한 일정한 역할을 했다고 한다. 탈북민들의 대한민국에서의 생활을 방송이나 인터넷 등으로 직접 보고 확인하고 탈북-대한민국 정착이 꿈이 커진다. 물론 한류 바람에 영향을 받은 바도 크다고 한다. 북한의 젊은이들이 민감해 TV 드라마나 음악, 영화 등을 몰래 밀반인 루트를 통해 구입해 감화된다고도 했다. 탈북민 TV 출연은 긍정적 영향을 미쳐 중국에서 떠돌던 탈북민들과의 연결로서의 역할도 했다.

모두 탈북에 성공한 것은 아니다. 탈북부터 대한민국 정착까지는 브로커라는 중개인이 필요하며 대한민국 정착까지는 수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방송에 나온 루트만으로도 얼마나 험난한지, 수많은 사람이 탈북 과정에서 희생된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도 자주 방영됐다. 수천 만 원의 탈북 비용도 감당하기 어렵지만 국경 감시가 더욱 조여들어 예전처럼 탈북자가 많지는 않은 듯하지만 코로나 팬데믹으로 국경 폐쇄 후 정식으로 해제하지 않은 탓이다.

이 책 『푸른 낙엽』은 탈북민 작가가 쓴 단편소설집이다. 이 책에는 모두 9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저자 김유경 역시 탈북민으로 ‘탈북시대’ 북한 실상을 다룬 것, 탈북해서 입국에 이르는 과정에서의 고충을 다룬 것, 입국 이후 정착해서 생기는 일을 다룬 것 등의 다양한 내용이 들어 있다. 탈북민이 장편 소설이나 수기를 써서 책을 내는 일은 더러 있었지만 단편만을 모아 단편집을 낸 것은 처음이 아닐까 생각된다. 물론 독자 개인의 생각이다. 단편을 쓰는 분들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고, 여러 작가가 한두 편씩 발표한 것을 묶어 낸 것은 있지만 한 작가가 쓴 단편만을 모은 것은 처음인 듯싶다. 탈북 문학의 새 지평을 내는 일이 될 것이다.

 


 

독자는 그간 탈북 작가들이 낸 책을 두세 권 읽은 기억이 있는데 많은 단어들이 많이 생소하다는 느낌이었다. 또 북한의 외래어 역시 영어보다는 러시아어, 중국어나 유럽 언어의 말들이 많다. 영어가 배제되는 듯한 느낌이다. 묘사나 표현이 매우 직설적이라는 느낌도 받았다. 문예사조로 보면 사실주의, 자연주의, 낭만주의의 신경향에따른 묘사가 주로 쓰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마 강렬한 단어의 뜻을 직접 전해야 하기 때문일 것으로 독자는 생각했다.

책 뒷 부분에 「증언에서 질문으로」란 제목의 〈작품 해설〉을 쓴 문학평론가 박덕규에 따르면 지금까지 탈북민의 체험 세계라는 관점을 위주로 설명했지만 『푸른 낙엽』은 미학적 관점에서도 여러 가지 얘깃거리를 낳을 수 있는 소설집이다. 가령 ‘소설은 인간의 이야기이며 그것이 던진 질문을 형상화하는 것’이라는 명제와 관련해 『푸른 낙엽』이 창출한 캐릭터를 주목할 수 있다. 탈북민 소설에서 탈북의 실제 경험을 수행하는 인물을 설정하는 일은 실은 그리 어려운 게 아니다. 「정 선생, 쏘리」의 ‘정’, 「푸른 낙엽」의 ‘미선’, 「밥」의 ‘순녀’ 같은 인물이 탈북 시대의 탈북민의 전형을 보여준다면 그로부터 보다 창조적 전형의 자리에 「사생아」의 ‘경수’, 「붉은 낙인」의 ‘진미’ 같은 미성숙한 인물이 놓인다고 할 수 있다. 나아가 「평양 손님」에서 체제에 비순응으로 맞서는 허수혁, 「자유인」에서 엘리트 탈북민의 지위를 버리고 무위도식하는 삶을 지향하는 ‘자유인’ 등 전에 없이 질문거리를 안기는 문제적 캐릭터들이 탈북민 문학을 한국문학사에 내적 지위로 자리매김하는 동력이 되지 않을까 한다.

그는 또 "탈북민의 문학은 작가 자신의 실제 경험을 기반으로 한 자전 고발 성격이 강했다"며 "이젠 탈북 과정뿐만 아니라 정착 과정에서 겪는 고충을 단편에 담아내고 있다는 사실은 '탈북민은 과연 어떤 존재인가'를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데 성공적으로 기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책은 탈북민 작가 김유경의 세 번째 소설집이다. 이 책에는 삶과 목숨을 건 사투 끝에 한국 사회로 정착하는 과정에서 겪는 탈북민들의 고민과 갈등을 생생하게 그리고 있다. 체제의 폭력 아래 부서지는 북한 주민들의 실상을 비롯해, 탈북 이후 남한에 정착하면서 마주하는 극한의 상황들을 여실하게 보여준다. 남과 북, 상반되는 두 제도를 체험한 등장인물들의 다양한 삶을 통해 이념과 고통의 무게에 가려져 있던 탈북자들의 민낯을 낱낱이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남한 사회에 녹아들어 한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같은 뿌리를 가진 한민족의 이해와 화합의 장을 여는 데도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으로 독자는 기대한다.

「평양 손님」에서는 한때 주목받는 물리학 박사로 성장하다가 연좌제로 인해 변방으로 숙청된 자, 「사생아」에서는 인민을 수령에 충성하도록 만든 북한 체제로부터 세뇌되어 ‘시대가 빚어놓은 사생아’가 되어버린 인물을 통해 탈출할 수밖에 없는 북한의 비인간적인 사회 체제를 보여준다. 이들에게는 사활을 걸고 국경을 넘은 후에도 한 가지 과제가 남아 있다. 바로 남한 사회에서 정착하는 일이다. 「장첸 씨 아내」에선 낯선 곳에서 원치 않는 결혼 생활을 하다가 몰래 도망치거나, 「정 선생, 쏘리」에서는 인신매매로 참담한 일을 당하기도 하는 등 온갖 수모와 고초를 겪는다. 「붉은 낙인」은 북에 둔 가족을 빼내오는 일로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표제작인 「푸른 낙엽」에서는 중국 노래방에 예속된 한 탈북 여성이 자신의 탈출을 도와준 남자를 버리면서까지 생존을 위해 치열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저자는 〈작가의 말〉을 통해 "(탈북민들은 갑작스러운 한파에 단풍으로 미처 물들지 못한 채 땅에 마주한 푸른 낙엽과도 같은 이들"이라고 말한다. 때 이르게 땅에 팽개쳐진 낙엽을 닮은 탈북민들은 북한이라는 나무에서 거센 폭풍에 휘말려 어쩔 수 없이 세상 밖으로 던져졌기에 은유한 것이다. 기본권을 박탈당한 북한에서 목숨 걸고 탈출하여 끝내 한국으로 입국했지만, 신분 없는 유민으로서 여러 후유증에 시달리는 그들이 우리 사회에 얼마나 가까이하고 있는지를 이 소설을 통해 깨닫게 된다. 그동안 목소리 없는 존재로 살아온 이들의 이야기를 그려내어 그들을 이해하는 계기를 마련해줄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저자에 따르면 탈북민을 다문화로 보는 시선도 있지만, 언어도 문화도 뿌리도 같은 한민족이다. 다만 남과 북, 상반되는 두 제도를 삶으로 경험한 사람들일 뿐이다. 더 분명한 것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탈북 디아스포라가 아니라 남한 사회에 녹아들어 같은 구성원으로 사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일이다. 탈북민이 남한 사회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는 북한 사람들의 큰 관심사라고 한다. 한류를 통해 북한 사람들이 한국을 동경한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목숨 걸고 한국 영화를 보고 문화를 따르려 한다. 동경은 곧 희망이다. 탈북민의 삶이 북한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었으면 좋겠다.

대한민국에 대한 탈북민의 사랑과 자유에 대한 각성은 남다르다. 나 자신이 그러하니까. 한반도의 절반 땅에나마 자유롭고 선진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사회가 존재한다는 것은 한민족의 커다란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그 경이로움이 짝사랑이 아니기를 소망한다. 탈북민의 애환을, 이해와 화합의 바람을 그리고 희망을 소설에 담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앞서 언급한 박덕규 문학평론가는 〈작품 해설〉에서 "탈북은 살아남았으되 완성이 아닌 과정"이라는 말로 '푸른 낙엽'의 현주소를 밝힌다. 탈북 결정이나 과정이 목숨을 담보로 한 위험천만의 난관이지만, 대한민국 정착 또한 만만치 않은 살아남기가 남아 있는 것이다. 사실 이 책의 여러 부분에서 보여지지만 통제 시스템의 고리 안에서 기본권을 박탈당한 자신의 처지를 자각하지 못하고 수령지상주의에 세뇌된 일상을 사는 북한 주민의 실상은 지엽적일수록 구체적이고, 구체적이니만큼 충격적이다. 탈북은 그들 사이에 거의 본능적으로 촉발된 행동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그 탈북으로 끝이 아닌 데 있다. 박덕규는 탈북은 '기본권 없는 인민'에서 '신분 없는 유민'을 거쳐 '상처 많은 실향민'으로 완성된다고 말한다. 가슴 아픈 일이지만, 그 진행 과정에서 죽거나 실종되거나 잡혀 가거나 갇혀 있거나 묻혀 살아야 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지적한다. 이 책의 인물들은 탈북에 가까스로 성공해도 막상 정착의 어려움이 기다린다는 사실을 생각에 담아놓지 않았다. 생각지도 못한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살아남기 경쟁이 기다린다. 탈북민들에게는 '산 너머 산'이 있는 형국이다. 그러나 살아온 만큼 치열하게, 앞으로도 살아가야 할 것임을 인식하고 기꺼이 끼어들어 이겨내길 진심으로 독자는 바란다.

 


 

“진미야, 걱정 마. 보위부 감시망에서 벗어났어. 여기는 안전해. 보위원하고 통화하던 전화기는 그 방에 버리고 왔어. 그래야 널 찾지 못하니까. 안심해.”

진미는 고개를 푹 수그리며 늙은이처럼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진미의 눈동자가 불안하게 떨며 눈물을 밀어냈다. 도르르 눈물이 굴러가는 흰 볼이 창백하게 반들거렸다.

“언니야, 난 그 집으로 돌아가야 해. 언니하고 같이.”

“그게 무슨 소리야? 거긴 보위원이 포위하고 있는 위험한 곳이야.”

“아니야. 보위원 동지는 언니를 구원하려고 왔어. 언니를 조국의 품으로 데려가려고 나와 함께 왔어. 남조선 괴뢰들로부터 언니를 구원하려고. 지금 애타게 나를 찾고 있을 거야. 어쩌면 나까지 조국을 배반한 줄로 오해할지 몰라. 어서 그 집으로 가야 해!”(p.253)

- 「붉은 낙인」 중에서

 

저자 : 김유경

 

북한 조선작가동맹 소속 작가로 활동하다가 2000년대에 한국으로 들어왔다. 북한에 남은 가족이 감당해야 하는 위험 때문에 실명과 과거 행적을 숨긴 채 살아가야 하지만, 작가로서의 의무를 포기할 수 없어 글로써 세상과 소통하고 있다. 장편소설로 『청춘 연가』 『인간 모독소』가 있다. 『인간 모독소』는 Le camp de l’humiliation이라는 제목으로 프랑스에 번역 출판되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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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YES of HOPE - 새로운 세계로부터
오태석.전다형.박민초 지음 / 꽃씨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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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해외자원봉사 활동을 마친 3명의 저자가 캄보디아의 아이들에게 미술과 사진을 가르쳐준 활동보고서다. 저자가 "아이들에게 가장 좋은 친구이자 피사체는 자연"이라는 말은 독자들에게 사진예술을 이해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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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YES of HOPE - 새로운 세계로부터
오태석.전다형.박민초 지음 / 꽃씨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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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EYES of HOPE : 새로운 세계로부터』은 해외 자원봉사 청년들의 귀국 보고서 성격의 사진첩이다. 저자 오태석, 전다형, 박민초 등 청년들은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해외봉사단 일원으로 캄보디아에서 어린이 교육, 특히 '미술'과 '사진'을 가르쳤다. 저자 3인은 그들이 어렸을 때 자원봉사자의 도움으로 카메라를 접하고 배워 대학을 다니고, 성인이 되어 캄보디아에 봉사단원을 자원, 더욱 의미가 깊다. KOICA는 개발도상국의 빈곤감소 및 삶의 질 향상, 여성, 아동, 장애인, 청소년의 인권향상, 성평등 실현, 지속가능한 발전 및 인도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된 해외봉사단체다. 협력대상국과의 경제 협력 및 우호협력관계 증진, 국제사회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하고 있어 민간 차원의 외교를 하는 셈이다. 이들 저자는 캄보디아에서 그곳의 아이들에게 사진을 가르치며 나눔의 선순환의 가치를 높였다. 아이들과 함께 지내며 오히려 많은 것을 배웠다는 이들은 자신들의 시선으로 본 세상을 카메라를 통해 독자들에게 보여준다.

대부분이 캄보디아 봉사 현장 사진으로 이루어진 이 포토에세이에서 꽤 긴 분량의 프롤로그(PROLOGUE : TAESEOK, OH)의 부분이 독자의 눈길을 끈다. 저자 3명이 각각의 프롤로그를 썼지만 첫 번째 프롤로그이어서인지 해외자원봉사 지원 동기와 과정, 현장 모습 등을 비교적 전혀 수식 없이 담담하게 기록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르면 코로나가 터지고 유야무야 졸업을 하자마자 무엇을 할지 모르는 차에 좋은 기회로 알게 되어 코이카 YP 인턴십 프로그램을 지원하게 되었다. 원래 비영리 쪽 분야에 관심은 있었지만 자세히 알지는 못했다. 하지만 7개월 인턴십을 경험하면서 비영리 NGO 생테계에 대해서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되었으며 YP 인턴십 프로그램을 진행하던 도중 코이카에서 해외 봉사단 파견을 재개한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지도에서만 보던 개발도상국이란 나라들에 직접 몸과 마음을 담아 생활한다는 것이 어떤 것일지, 두려우면서도 막연한 궁금증이 생겼다.

 


 

저자 오태석은 지원 후 과연 1년 봉사활동이 나의 인생에서 어떤 의미를 가져다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깊이 생각했다. 코로나로 인해 모든 해외 출국이 자유롭지 못하던 지난 2년 동안 내적으로 쌓여왔던 출국에 대한 갈망이 적지 않았고, 해외 봉사에 대한 호기심과 기대로 설레는 마음을 적고 있다. 다음 문장으로 우리 나라 청년들의 불안의 단초를 챙겨 들을 수 있다. "하지만 1년 여 시간 동안 개발도상국에서 나의 청춘을 보내게 되면 혹시나 주변 친구들의 행보보다 뒤처지지는 않을까?라는 불안이 엄습했다."

이럴 때 '청춘은 기지개를 켠다'. 불안하다고 생각하고 생각을 계속하면 나중에 정말 불안해서 하고 싶던 일을 못하게 한다. 그래서 청춘이니까 한다는 생각 말이다. 저자 오태석의 생각은 오래 가지 않았다. 긍정의 마음을 가진 것이다. 이 모든 걱정들과 우려는 상상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다. 무엇이든 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것이 아닌가. 직접 가서 겪고 경험해 보지 않는 이상 해결되지 않을 고민들이란 생각이 들었다고 저자는 털어놓는다. 청년의 패기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수많은 번복과 고민을 했지만 봉사활동을 결심한 것이다. 문득 떠오른 17세 고등학교 때, 10년 후 무엇을 하고 있을지 막연히 미래를 상상해서 적었던 수업 시간이 도움이 되었다고 말한다. 당시 저자는 개발도상국에 가서 봉사활동을 1년 했을 것이다라고 적었다고 한다. 별 생각 없이 상상했던 자신의 모습을 10년 후 일치하는 모습이 떠오른 듯하다.

저자는 캄보디아에 가기 전 캄보디아가 어디에 위치했는지도 몰랐고, 무슨 언어를 쓰는지도 몰랐던 저자가 이 나라는 자신의 청춘의 일부를 채워주는 나라가 되었다. 꿈과 희망은 청춘의 특혜다. 청춘에게만 꿈과 희망이 오롯이 주어진다. 청춘이 지나면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 모르고 살게 되는 날들이 많아진다. 삶이란 그런 것이다. 그래서 현인들은 꿈과 희망을 잔뜩 갖고 그 길로 가는 것을 주저하지 말라고 늘 조언하지 않던가. 개인적인 꿈과 희망이지만 나라에서도 그들은 꿈과 희망이다.

 


 

저자는 캄보디아에 내렸을 때의 첫 느낌도 여기에 적었다. 상상했던 더위보다 무척 더웠다. 습도가 높은 탓이리라. 한 달 가량은 고온다습한 기후에 적응하느라 애 좀 먹었다는 말도 빠뜨리지 않는다. 더욱이 더위에 굉장히 약한 체질의 저자로서는 8개월 간의 생존이 걱정되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극한의 환경 속에서 적응할 수 있는 최소한의 능력은 있다는 연구 학자들의 말에 힘을 내면서 봉사활동을 지속할 수 있었고, 자신이 생각하던 것보다 생존능력이 훌륭하다는 것도 깨달았다고 말한다. 저자는 수도인 프놈펜에서 4시간 가량 떨어진 〈뽀샷〉에서 활동했다. 캄보디아에서는 네 번째로 큰 도시이지만 우리나라 읍내와 같은 정겨운 분위기라고 전한다. 이곳에서 사진과 미술 선생으로 방과 후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훌륭하게 끝냈다.

이곳의 아이들(10~13세)에게 미술과 사진을 가르치는데 언어가 가장 문제였을 것이다. 처음엔 주로 눈빛과 이미지로 대화를 나누었다. 그것으로 해결되지 않을 경우엔 구글 번역기의 도움을 받아 간신히 소통을 하며 수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이들은 카메라를 처음 대면했을 때 무척 신기해 했다고 저자는 기억한다. 휴대폰조차 모르는 아이들이 대부분이었을 텐데 당연히 사진을 보고 찍는 행위를 낯설고 신선하다고 느꼈을 아이들이다. 사진 수업을 한다는 핑계로 아이들과 마을 이곳저곳 다양한 곳에 갈 수 있었고, 저자로서는 캄보디아를 속속들이 알게 된 계기이고, 아이들에게는 같은 핑계로 소풍을 다닌 셈이다. 차량으로 이동할 때 차문을 여는 법도 모르는 아이들이 멀미에 시달릴 때 안타까운 심정과 심지어는 안 간다고 떼를 쓴 아이들마저 한없이 맑은 눈빛을 읽어내는 데 부족함이 없었을 터, 아이들의 티없는 모습이 이 책의 사진에 잘 잡혀 있다.

 


 

저자 전다형은 「기억이라는 선생님」이란 제목으로 이 책에 사진 기록을 담았다. 주로 풍경과 집 구조나 주변 환경 등을 사진에 담아냈지만 '조용한 나라 캄보디아'를 표현하는 데 주력한 것으로 보인다. 그가 카메라에 담은 것은 더위를 머금은 듯한 수목, 집과 인공 설치물들이지만 무척 자연스러운 모습이 주위 풍경과 잘 어울린다는 느낌을 준다. 커다란 슬픔을 갖고 있는 나라이고 사람들이지만 그 기억들이 아직 남아서인지 톡톡 튀는 활동적인 모습을 애써 담지 않은 것은 저자의 의도적 사진을 짐작케 한다. 그래도 별장과 같은 번듯한 가옥과 자연 웅덩이에 물이 가득한 정원의 모습은 한없이 평화로운 느낌이다. 역시 저자의 의도가 풍긴다. 녹음이 우거진 숲속의 유물은 방치된 듯 폐허로 변해가는 모습엔 안타까운 저자의 시선이 느껴지기도 한다. 무슨 꽃인지는 모르지만 노란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숲속에 버려진 노란 샌들이 과거의 한 장면을 이끌어내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독자의 오버센스일까? 캄보디아라는 점을 강조하듯 고유 토종 키큰 나무를 아래에서 윗쪽으로 카메라 시건을 두어 하늘이 배경이 된 사진들은 너도나도 캄보디아를 대표하는 듯한 끈질기게 뻗어오르는 캄보디아인의 기상을 닮았다.

저자 박민초는 캄보디아 봉사활동은 '사적 호기심과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시작되었다고 언급한다. 학창 시절 매년 국내에서 봉사활동을 했었기에 해외라고 해서 크게 다를 것 없다는 생각이었다고 고백한다. 자신의 근거 없는 자신감이 후회로 남았음을 말하고 혹시 해외봉사 활동을 가려는 이들에게 주의 사항부터 건넨다. "계획했던 모든 것은 바뀌었고,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상황 속에서 활동을 준비해야 했다." 많은 과정이 있었지만, 그 덕분에 초등학교 전 학년 학생들을 만날 수 있었다는 점은 행운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철저하지 못한 사전 준비에 소통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은 후회감을 나타낸다. 짧은 시간에 영어와 크메르어 두 가지 언어를 하기는 쉽지 않을 터, 고초를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다행히도 아이들은 이미 안다는 듯 언제나 웃으며 반겨주었다고 한다. 주변 선생님들의 도움 등을 얻어 아이들과 소통할 수 있게 될 때까지 아이들과 더 많은 소통을 하지 못한 점에 대해 후회를 남겼다.

 


 

이들 3명의 저자들은 캄보디아 봉사활동에 대한 소감을 하나같이 "가서 나누어준 것보다 받고 배운 것이 많아 감사하고 마음이 따뜻해진다."고 피력했다. 이 책의 뒷 부분에 저자들이 활동한 하비에르 국제학교의 아동들이 촬영한 사진들을 따로 묶었다. 사진을 잘 모르는 독자에게는 훌륭한 예술품이다. 저자들은 "하비에르 아이들에게 가장 좋은 친구이자 피사체는 자연이다"고 말한다. 아이들은 꽃을 친구 삼아 사진을 찍고, 사진 한 장 한 장 초록빛을 담는다는 저자들의 말에서 사진 예술의 한 부분을 이해하게 해준다. 사진은 피사체와 사진을 찍는 사람이 '몰아일체物我一體)'일 때 가장 좋은 작품이 된다는 교훈 말이다. 저자들은 책 마지막 부분에 셀로판지를 통과한 세상이 알록달록한 모습으로 비춰진 사진을 설명하면서 "평범했던 풍경이 다양한 색으로 채워지는 모습이 마치 피어오르는 아이들의 꿈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저자들의 봉사활동과 아이들의 마음이 한마음으로 될 때 아이들의 꿈은 점점 무르익어갈 것이라고 독자는 믿는다.

 

TAESEOK, OH(오태석)

나의 두 번째 유년 : 캄보디아 뽀삿

 

DAHYUNG, JEON(전다형)

기억이라는 선생님 : 하비에르

 

MINCHO, PARK(박민초)

마음에 더하는 색 : 하비에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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