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공부하는 독심술 - 공감과 소통을 위한 마음의 레시피
김문성 지음 / 스타북스 / 2023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 표제어에 들어가 있는 '독심술'은 '상대의 마음을 읽는 기술'을 일컫는 마음이다. 심리학을 공부하지 않아도 독심술이 무엇인지, 어디에 쓸 때 유용한 것인지 알고 있다. 예전 드라마 〈태조 왕건〉에서 궁예의 '관심법'도 독심술의 다른 표현의 단어일 뿐이다. 상대의 마음을 읽는 기술이 왜 과학일까에 의심이 생긴다면 요즘 방송에서 자주 나오는 프로파일러들이 그 기법을 말하는 것이 바로 과학이라는 증거다. 일부 시청자들이 사이코패스의 심리나 범죄의 행위 등을 알아내는 게 '과학'이라는 말에 적지 않게 부인하는 듯한 점도 보인다. 의학적 지식을 수사에 이용하면 과학 수사란 말을 인정하는데 왜 심리 상태을 이용해 범죄 심리를 밝혀내는 일은 과학 수사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은 심리학의 과학의 범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그리 오래되지 않아서일 것이다.

심리학은 매우 과학적으로 진화된 방법으로 대상자의 심리 상태를 알아내는 방법은 과학적이지 않으면 결코 프로파일링은 수사 범위에 포함시킬 수 없었을 것이다. 과학에서는 100%는 아니더라도 완전·완벽에 가까운 원리나 원칙을 발견하고 이를 수학적 공식으로 세워서 거의 예외 없이 물건이나 우주의 특성 등을 풀어낸다. 이를 적용하면 거의 100%에 가깝게 우주 만물의 법칙이나 원리를 밝혀낸다. 심리학은 대상이 물건이나 우주가 아니라 인간일 뿐이란 점만 다르다. 심리학을 과학으로 받아들여지는 데는 인간의 습관을 연구한 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독자는 책에서 읽은 것을 기억한다. 인간은 살면서 누구나 습관이 있다. 후천적으로 반복된 행동이 습관이 된다. 그리고 이 습관은 말이나 몸짓 그리고 행동으로 나타난다고 한다. 따라서 상대의 언어나 표정에 나타나는 행동을 보면 그 사람의 생각이나 심리를 읽을 수 있다. 궁예의 관심법과 프로팡일링이 다른 점이다. 저자 역시 책의 〈머리글〉을 통해 자신을 이해하고 타인을 알아가는 데서 시작되는 커뮤니케이션은 심리학이라는 과학적 학문으로 발전되어 왔다고 말한다.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는 말뿐만 아니라 표정, 몸짓, 눈짓 등이 영향을 끼친다. 심지어 소지품까지 당사자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요소이라고 밝힌다. 이 책은 말, 몸동작, 소지품 등 전반적인 영역에 걸쳐 상대방의 심리를 분석하고 상황을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만드는 지침을 소개한다고 기술하고 있다.

 


 

사실 상대의 마음을 얻으려는 이유는 자신의 안전을 위한 행위이고, 자신의 우월함을 상대에게 인식시키는 데 있다고 봐야 한다. 상대를 위해서는 자신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내보이는 것이 최선일 텐데 굳이 상대의 마음을 읽을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윗 사람에게 복종의 의미에서 그 사람에게 존대하고 예의를 갖추기 위한 행위라 해도 상대의 마음까지 읽어서 할 필요는 없다. 상대가 자신의 마음을 읽을 수 있든 없든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고,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살아가는 것을 피할 수 없다. 사회적 인간이라는 의미에는 개개인의 능력의 여부에 관계 없이 '대인 관계'가 포함되어 있다. 그럼 대인 관계에서는 왜 독심술이 필요할까? 우리는 누구나 대인 관계를 통해 사회와 집단으로부터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시키고, 자신의 안전을 위한 방법으로 상대의 심리를 파악하면 관계 우위에 설 수 있다. 상대의 심리를 알 수만 있다면, 대부분의 대인 관계에서는 우월한 위치에 있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학문으로서 심리학은 상대보다 우월한 위치에 서기 위한 방법으로 '독심술'을 다루지 않을지 모르지만 결국은 자신을 위한 학문이라는 말에 독자는 더 큰 비중을 둔다. 심리학은 학문의 여러 분야에서 가장 늦은 시기에 과학의 범주에 들어갔다고 알려져 있다. '심리'는 인간이면 누구나 심리적 작동을 일으키는, 태어날 때부터 갖고 있는 마음의 움직이는 이치다. 지구상에 인류 등장 이후 모든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심리가 작동된다는 점에 주목하면, 인간의 모든 행위에 작동하는 마음의 변화가 심리다. 책에 따르면 예전에 궁예의 관심법이나 요즘 방송에 자주 등장하는 프로파일러의 프로파일링 기법은 상대의 표정과 행동에서 모든 진실을 유추할 수 있다. 사람은 누구나 습관이 있고 습관은 말이나 몸짓 그리고 행동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상대의 언어나 표정에 나타나는 행동을 보면 그 사람의 생각이나 심리를 읽을 수 있다. 자신을 이해하고 타인을 알아가는 데서 시작되는 커뮤니케이션은 심리학이라는 과학적 학문으로 발전되어 왔다.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는 말뿐만 아니라 표정, 몸짓, 눈짓 등이 영향을 끼친다. 심지어 소지품까지 당사자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요소이다. 따라서 이 책은 말, 몸동작, 소지품 등 전반적인 영역에 걸쳐 상대방의 심리를 분석하고 상황을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만드는 지침을 소개한다. 이 책은 의식적으로 하는 말이든 무의식적으로 하는 표정과 행동이든 그 모든 것에서 심리를 읽고 대응할 수 있도록 친절하게 정리한 유익한 책이다. 말, 몸동작, 소지품 그리고 이를 실전에서 응용할 수 있는 부분까지 꾸민 구성대로 읽어도 좋고 흥미가 있는 부분을 골라서 읽어도 좋다. 재미를 느끼며 읽는 동안 사람의 심리를 꿰뚫고 자기를 이해할 수 있다. 부담 없이 읽는 것만으로 타인을 이해하는 심리학에 가까워지는 것이다. 몰라도 되지만 알면 알수록 마음이 풍성해지고 오감이 깨어나는 느낌에 기분이 좋아질 것으로 저자는 기대한다.

이 책은 모두 3부, 16개 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부에서는 〈말〉에 대해 다룬다. 말은 감정을 가장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수단이다. 말에는 그 사람의 성격, 취향은 물론 인생관과 가치관이 담겨 있다. 따라서 그 사람이 자주 쓰는 말을 들으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다. 심리학적으로 접근해 말버릇, 대화법, 어떤 발언을 하는가를 구체적으로 파악한다. 쉽게 간과하는 점은 비언어(눈짓, 손짓, 발짓, 표정 등)를 언어의 보조 수단으로만 알고 있다는 것이다. 「말버릇으로 들여다보기」, 「난처한 상황 빠져나가기」, 「말의 본심을 들여다보기」, 「속마음은 말로 표출된다」, 「마음을 사로잡는 말의 힘」, 「상황을 이끄는 대화」로 나누어 알아본다.

2부에서는 〈몸짓〉에 숨겨진 심리를 담았다. 이러한 비언어적 메시지는 일상생활에서 막연히 느끼고 있다. 말로 하지 않아도 상대방의 심리나 진의를 알 수 있는 것은 우리가 ‘감’으로 비언어적 메시지를 눈치채기 때문이다. 그러나 ‘감’으로 말하지 않아도 소통하는 상황이 생기는가 하면 오해도 생긴다. 앞서 말한 말 또한 마찬가지다. 직접적인 감정 전달이지만 그 이면에는 복잡한 심리가 숨겨져 있다. 같은 말을 들었다고 해서 모두 같은 해석이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이 책은 심리학자의 이론과 사례가 녹아 있는 내용을 짤막하게 소개함으로써 그 ‘감’에 구체적 근거를 불어넣는다. 「눈이 말하는 심리학」, 「얼굴에 숨겨진 심리학」, 「표정으로 읽는 심리학」, 「손동작에 숨겨진 심리학」, 「행동으로 읽는 심리학」, 「몸짓이 말하는 심리학」 등 6개 장이다.

 


 

3부에서는 〈스타일〉이나 〈패션〉, 〈기호품〉으로 읽을 수 있는 심리를 정리했다. 우리가 입는 옷, 신발, 안경, 휴대전화 등 소지품에서도 상대의 심리를 알 수 있다. 따라서 의식적으로 하는 말이든 무의식적으로 하는 표정과 행동이든 그 모든 것에서 심리를 읽고 대응할 수 있도록 친절하게 정리한 유익한 책이다. 몰라도 되지만 알면 알수록 인간관계와 사회생활이 즐거워지는 이 책은 마음을 비우고 가볍게 읽기를 권한다. 심리학을 아는 이는 이 책의 내용이 심리학자의 이론과 실험이 녹아있는 내용임을 알 것이다. 그러나 모르는 상태로 읽어도 자연스럽게 심리학을 체득할 수 있다. 순간마다 변하는 상황들에도 대처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상황들은 우리가 자주 부딪히는 상황들이다.

말, 몸동작, 소지품 그리고 이를 실전에서 응용할 수 있는 부분까지 꾸민 구성대로 읽어도 좋고 흥미가 있는 부분을 골라서 읽어도 좋다. 재미를 느끼며 읽는 동안 사람의 심리를 꿰뚫고 자기를 이해할 수 있다. 부담 없이 읽는 것만으로 타인을 이해하는 심리학에 가까워지는 것이다. 몰라도 되지만 알면 알수록 마음이 풍성해지고 오감이 깨어나는 느낌에 기분이 좋아질 것이다.

대화할 때 상대방의 말을 그대로 믿어도 좋을지 의문이 들 때가 많다. 우리가 대화할 때 상대에 따라 자연스러운 의심이다. 또는 상대의 말과 표정, 동작이 맞지 않아 위화감이 들 때도 있다. 이는 커뮤니케이션을 하며 살아가는 모두가 겪는 일이다. 다른 경우를 예로 들어 보자. 겉모습만으로 상대를 판단했다가 알고 보니 전혀 다른 사람이었던 적은 없는가. 겉으로 드러나는 말과 모습만으로는 그 사람의 성격이나 심리를 파악하기는 어렵다. 이 책은 여기에 오해가 발생한다고 보고 상대의 성격, 스트레스, 고민, 상황 등을 유추하는 방법을 심리학적으로 소개, 커뮤니케이션에 도움이 되고자 한다고 저자는 강조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 책은 사회생활을 하는, 직장을 다니는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누구나 성인이 되면서 사회생활을 하고 많은 변화를 느낀다. 실수가 실패로 이어지거나 오해가 사고를 부르기도 한다. 자기의 감정을 마음껏 노출할 수도 없기 때문에 억지로 웃거나 마음을 숨긴다. 이는 상대방도 마찬가지다. 사회생활에서 맺는 인간관계에서는 불편한 감정을 느껴도 그 불편함을 드러낼 수 없다. 억지로 웃어야 하거나 비위를 맞춰야 한다. 그 상대가 상사이거나 고객이거나 거래처 사람 등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위의 분위기를 잘 읽는 사람이 있다. 재빠르게 상사의 기분을 알아채고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하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은 비언어적 표현을 잘 읽는 사람이며 커뮤니케이션에도 능숙하다. 이런 점을 감안해 유형별로 나눠 상대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방법과 대처하는 방법, 그리고 성공적인 대인 관계를 위한 커뮤니케이션의 방법을 다루고 있다.

현대사회는 일만 잘해서 성공할 수는 없다. 업무 외의 것들, 특히 소통을 잘하는 사람이 더 직장 생활에서의 성공에 가까이 간다. 이런 사람은 직감적으로, 경험적으로 비언어적 표현의 중요성을 아는 것이다. 그걸 모르는 사람에게는 지식이 필요하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비언어적 표현이 지시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면 보다 나은 삶에 가까워진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다. 비언어적 표현도 중요한 소통의 수단이 된다는 점을 강조하는 이유다. 이들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비언어적 표현이 무엇을 뜻하는지, 무슨 심리에서 나타나는 것인지를 알기 위해 독심술이 중요한 기술로 부각되는 이유이다.

저자는 무엇보다 마음을 비우고 가볍게 읽기를 추천한다. 심리학을 아는 이는 이 책의 내용이 심리학자의 이론과 실험을 녹인 내용임을 알 것이다. 그러나 모르는 상태로 읽어도 자연스럽게 심리학을 체득할 수 있다. 순간마다 변하는 상황들에도 대처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상황들은 우리가 자주 부딪히는 말, 몸동작, 소지품 그리고 이를 실전에서 응용할 수 있는 부분까지 꾸민 구성대로 읽어도 좋고 흥미가 있는 부분을 골라서 읽어도 좋다. 재미를 느끼며 읽는 동안 사람의 심리를 꿰뚫고 자기를 이해할 수 있다. 부담 없이 읽는 것만으로 타인을 이해하는 심리학의 의의에 가까워지는 것이다. 저자의 책 출간 이유다.

 


 

지하철을 매일 타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습관이 생긴다. 예를 들어 구석 자리만 찾는 사람, 문 앞의 자리에 앉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 등 다양하지만 그중에는 바로 내리지도 않으면서 문 앞에 서 있는 자세를 고수하는 사람이 있다. 게다가 역마다 내리고 타는 사람이 많아도 계속 그 자리에 서 있다. 이런 사람은 아주 고집이 세다. 지하철뿐만 아니라 회사에서나 사생활에서도 자신이 한 번 결정한 일은 생각을 바꾸려 하지 않으며 자신과 다른 의견에도 그다지 귀 기울이지 않는다. 또한 좌우로 흔들리는 지하철 안에서 고정된 난간을 잡거나 기댐으로써 고집이 센 사람은 안정과 공감을 느끼고 있는지도 모른다.(p.216)

- 「지하철 안에 있을 때 자세로 아는 성격」 중에서

 

저자 : 김문성

 

중앙대학교 교육학과를 졸업하고 미국에서 어학연수를 마쳤으며 귀국한 뒤 출판사, 잡지사 등에서 근무했다. 이후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였으며 다시 미국으로 건너가 공부와 작가 생활을 병행하고 있다. 번역서로 『걸리버 여행기』 『지그문트 프로이트』 『알프레드 아들러』 『아들러 심리학 입문』 『아들러 심리학 활용』 『심리학 콘서트 스페셜 2: 프로이트의 심리학 입문』 『심리학이란 무엇인가』 『좋은 인생 좋은 습관』 『30대에 다시 읽는 동화: 안데르센과 그림 형제의 만남』 『마흔에 읽는 그림 형제 동화』 『유식의 즐거움』 외 다수가 있다. 저서로 『마음공부』 『이기는 심리학 1·2』 『마법의 거짓말』 『심리학의 탄생』이, 편저로는 『심리학 개론 : 심리학의 탄생부터 마음의 치유까지』 『교양의 즐거움 』 『심리학의 즐거움』 『이렇게 이겨라』 등이 있으며, 『독서와 논술』의 주요 집필진으로 참여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대한민국 미스터리 사건 수첩 - 금은방 강도 사건부터 도깨비집 사건까지, 기이하고 괴상한 현대사
곽재식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3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 『대한민국 미스터리 사건 수첩』은 한국 현대사에서 일어난 사건 중 상식하지 않은, 매우 특이한 범죄를 중심으로 사건을 기록한 공문서나 신문 보도를 바탕으로 재구성했다. 여기서 재구성은 저자의 상상력을 가미했다는 의미가 아니라 독자의 시선으로 궁금한 점을 찾아들어갔다는 의미다. 소설(fiction)이 아니라 사실(fact)라는 말이다. '대한민국 현대사'라고 규정하는 것은 사실 좀 애매하다. 조선의 마지막 왕과 실제로 국권을 상실한 왕이 조선의 '이(李)씨 왕가'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들은 조선의 왕이기도, 대한제국의 새로운 국가 명칭의 황제로 불리웠기에 현대 국가의 통치자로 볼 수 없다는 데는 동의할 수도, 주장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대한민국 정부'가 정식으로 출범한 것은 해방 후 1948년이지만 일제 지배하에서 망명 정부가 '대한민국 임시 정부'로 공식 발족한 데서 이견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사나 정치·외교 분야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사회에서의 '사건'을 다루고 있기에 굳이 가름할 필요는 없다고 독자는 생각한다. 저자 곽재식 역시 그 점을 언급하지 않은 이유가 거기에 있다고 독자는 생각한다.

아무튼 대한민국은 전쟁으로 얼룩진 세계 현대사가 격변하는 과정에서 최빈국과 가장 낙후된 나라의 멍에를 지고 세계 현대사 속으로 빨려들어갔다. 일제 강점기에는 수탈과 전쟁물자 생산에 시달려오느라 우리 민족의 삶은 얼마나 피폐해졌을지는 눈에 보이듯 선하다. 역사의 기록을 살펴보면 노예의 삶과 다를 바 없었다. 그래도 정식으로 출범했으면 우리의 의사와 관계 없이 반쪽으로 나뉜 영토와 겨레의 통일에 매진해야 하는데 이 또한 이념에 의해 하나로 합칠 수 없는 차이가 극명했다. 이는 민족 최대의 비극인 한국전쟁으로 이어지고 우리 나라의 위상과 국민의 삶은 비참하기 이를 데 없었다. 이런 사회 분위기 속에서 너도 나도 삶의 의지는 강렬했다. 말 그대로 허리가 휠 정도로 일해도 가족의 생계마저 위협받는 현실에서 상식적으로는 일어나지 않아야 할 이상한 사건들은 꼭 일어나는 것이 인간들이 사는 세상인가 보다.

 


 

이 책은 표제어가 된 '미스터리 사건'을 다룬다. 미스터리 사건이란 흥미롭다는 의미보다는 사회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않은 데서 오는 사건들이란 의미가 강하다. 저자도 이 책을 쓰는 동안 어수선한 사회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재구성하는 동안 두 가지 기준을 미리 정했다고 〈머리말〉에서 기술하고 있다. 하나는 가능한 한 다른 사람의 삶에 무례를 저지르지 않으면서 그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한다. 대략 60여년 동안의 사건을 다루어 사건과 관련된 사람들이 이제는 세상에 없거나 충분히 잊힐 수 있는 시간이 경과한 사건들을 다루고자 했다는 것. 아무리 실체를 명확히 내세우면 더 흥미 있을 만한 사안이라고 하더라도 가능하면 본명이나 정확한 주소 등은 드러내지 않았다고 한다. 아울러 간접적인 경로로 추가 확인한 사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굳이 다 드려내기보다는 이미 신문 기사와 언론 보도를 통해 충분히 세상에 알려진 적이 있었던 사실만을 다루려고 했다. 이러한 기준이 언제나 완벽한 것은 아니겠으나, 그나마 다른 폐해를 최대한 줄이면서 과거의 사건을 다루어보려고 최선을 다한 흔적은 되리라고 밝히고 있다.

또 한 가지 글을 쓰면서 힘을 기울였던 것은 글에서 다루는 이야기의 초점을 개인의 사생활에 두기보다는 사건의 배경이 되는 시대와 사회에 두려고 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사회가 혼란스러울 때 일어나는 사건들이 어떻게 미스터리로 남는지를 독자들이 판단 가능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는 정치적 배후나 관련이 있을 경우에도 사건의 진실은 가리워질 수 있는 일이기에 불확실함에 대해서 우리 국민의 판단 수준이 높다는 전제 하에서 가능한 일이라 저자가 독자들에 믿는 바도 크게 작용했으리라 독자는 믿는다. 저자는 이에 따라 과거의 사건 기록 속에는 미스터리 범죄가 일어날 수 있었던 그 시대의 배경이 녹아 있기 마련이라고 암시적 표현으로 대체했다. 동시에 그 사건에 대처하기 위한 당시 사회의 반응도 드러나 있다는 점도 저자의 표현 방법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특히 이런 기술 방법은 높은 사람들이나 부유한 사람들이 아닌 그 사건에 엮인 평범한 사람들의 삶이 어떠했고, 무슨 문제 때문에 고민하며 무엇이 그들의 생활을 위협했는지 그대로 살펴볼 수 있다는 점을 저자는 강조한다.

 


 

1959년 4월 20일, 남대문 금은방에 20대 후반의 남자가 들어와 금팔찌를 보여달라고 했다. 금은방 직원이 금팔찌를 건네자 그는 주머니에 그것을 넣고 허리춤에 있던 권총을 꺼내 위협했다. 남자가 꺼낸 권총은 미제 45구경이었다. 강도는 “물건은 꼭 갚겠다. 그러나 따라오면 죽이겠다”고 적혀 있는 쪽지를 건네고 금은방을 유유히 사라졌다. 그는 도망을 가면서 총 한 발을 쏘며 시장 상인들과 행인들을 위협했다. 금은방은 큰길 하나를 건너 옛 한국은행 건물과 가까웠고, 그 바로 옆에 파출소가 있었다. 경찰이 뛰어나온다면 불과 몇십 초 안에 올 수 있는 거리였다. 그 후 강도는 사건 발생 177일 만에 체포되었는데, 도주 경로가 왜 그렇게 이상했는지, 범인은 왜 금을 녹여서 팔지 않고 가게 상표만 대충 지운 금팔찌를 통째로 팔려고 했는지, 왜 대담하게 파출소 근처에 있는 금은방을 표적으로 삼았는지 등은 여전히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다.

1959년 3월 4일, 서울 용두동 인근에서 잡화점을 운영하는 유 사장은 자동차 한 대가 달리는 모습을 보았다. 그런데 자동차는 제 길을 달리지 못하고 언덕길을 내려오면서도 속도를 줄이거나 방향을 트는 게 아니었다. 그대로 자동차는 도로를 벗어나 결국 전봇대에 충돌했다. 유 사장이 운전자나 동승자를 확인하기 위해 자동차로 갔을 때, 자동차 안에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도대체 운전하는 사람이 없는 자동차가 어떻게 서울 시내 한복판을 달리고 있었던 걸까? 그렇다면, 이 자동차의 운전기사를 찾으면 되는 일이었다. 자동차 주인은 명동에서 호텔을 경영하는 옥 사장이었고, 이 자동차의 운전기사는 임씨였다. 그런데 임 기사는 시신으로 돌아왔다. 그의 시신은 자동차 사고가 벌어진 그날 밤 발견되었다. 그는 오물이 섞인 진흙탕 구덩이에 박혀 있었다. 유령 자동차의 수수께끼는 이제 살인 사건이 되어버렸다.

 

 

위 두 사건의 사례처럼 대한민국에는 신문과 언론에 보도는 되었지만,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가 꽤 많이 있다는 것이 저자의 말이다. 이 사건들은 대부분 짤막한 기사로 보도되거나, 대중의 관심 밖으로 사라진 사건들이다. 이 사건들은 강도 사건부터 밀수 사건까지, 소매치기부터 사기꾼까지, 도난 사건부터 도깨비집 사건까지 다양하다. 한국 최초의 방송국인 HLKZ는 어떻게 화재가 발생해 전소되었을까? 1962년과 1963년에 걸쳐 경기도 양주군에서 발생한 어린이 납치 사건의 범인은 정말 괴물일까? 워싱턴 메일호는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쓰레기를 여러 의심을 받으면서 아주 중요한 거래를 하는 것마냥 운반했을까? 범인은 왜 자신을 잡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려운 일”이라는 내용이 담긴 편지를 경찰서에 보냈을까?

이 책 『대한민국 미스터리 사건 수첩』에는 과거 한국에서 벌어진 사건 중에 그 시대에는 상당히 화제가 될 정도로 많은 관심을 모은 이상한 사건이었지만, 지금은 어느새 잊혀 거의 언급되지 않는 '15가지 사건'이 수록되어 있다. 이 사건들은 정치적인 의미가 있는 몇몇 사건을 제외하고 별로 알려져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기이하면서도 괴상하고, 그 진실이 무엇인지 미스터리한 것도 많다는 것이 이 사건을 다시 들춰내는 이유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저자는 이 사건들을 사건의 배경이 되는 시대와 사회에 두고자 하기 때문이다. 저자에 따르면 과거의 사건 기록 속에는 그런 범죄가 일어날 수 있었던 그 시대의 배경이 녹아 있고, 동시에 그 사건에 대처하기 위한 당시 사회의 반응도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

가령 1950년대 HLKZ 방송국의 화재 사건에 대한 정황을 설명하다 보면 자연히 그 시대 한국의 언론과 방송 문화에 대해 현장 풍경을 살펴보게 되고, 1930년대 소매치기 사건을 이야기하다 보면 당시 한반도 사람들의 상업과 교통에 대한 감각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저자는 신문 기사에 나타나는 과거 사건 기사들을 당시 시대상에 대한 이야기와 다른 자료들과 함께 재구성했다. 이는 이 사건들이 더 정직하고 다양한 모습으로 한국 사회의 과거를 볼 수 있는 자료가 될 수 있고, 그런 과거의 사건들이 한국 사회의 변화 과정에 대해서도 더 깊은 이해를 얻는 데에도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엄격한 의미의 '한국 현대사'는 해방 이후부터라고 주장하는 사학자도 있다. 세계가 현대라고 분리하는 분기점으로부터 수십 년, 심지어는 백 년 이상 뒤져 있다. 조선 말 권력 다툼과 세도 정치 등으로 세계의 흐름에 함께하지 못한 탓이다. 1945년 8월 15일, 일왕 히로히토가 “미국, 영국, 중국, 소련 4개국의 공동선언을 수락한다”며 제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의 무조건 항복을 선언했다. 당시 한반도에 거주하던 일본인들은 부랴부랴 짐과 재산을 싸들고 일본으로 떠났다. 그러나 미군의 법령에 따라 대부분 재산을 한반도에 두고 떠나는 수밖에 없었다. 그로부터 16년 만인 1961년 가을, 일제강점기에 번화가로 성장한 ‘명동’에 보물이 숨겨져 있다는 이야기가 퍼졌고, 이씨·김씨·강씨 세 사람은 보물찾기 사업에 뛰어들었다.

누구나 한 번쯤 지나쳤던, 너무나 친숙한 명동 어딘가에 보물이 숨겨져 있다는 이야기에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었다. 9월 26일, 20여 명의 작업자가 땅을 파기 시작했고, 만약의 혼란을 대비해서 경찰관 10여 명도 배치되었다. 무슨 이유인지 중앙정보부 직원이 와서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나 일본 청주병만 발견되었을 뿐 보물 상자는 발견되지 않았다. 세 사람은 보물이 묻혀 있다는 사실을 얼마나 굳게 믿고 있었을까? 아니면 정말로 아주 약간의 차이로 빗나간 위치에 보물이 여전히 묻혀 있고, 수십만 명의 시민이 오가는 명동 거리 아래에 아직도 그대로 남아 있을까?

당시 보도 조선일보 기사를 인용했다. 1961년 9월 22~23일 기사에 따르면 여성인 이씨와 남성인 김씨는 모두 서울 용산구에 거주했다. 육촌간이었던 두 사람은 부산에 사는 사람에게서 보물에 대한 정보를 얻었다고 하는데, 앞뒤 정황을 보면 부사 사람이 요청한 탐사를 수행하기만 하는 하수인들은 아니었던 듯싶다. 이 부산 사람은 나중에 강씨로 밝혀진다. 이씨, 김씨, 강씨 세 사람이 동업자로서 보물찾기 사업을 벌였던 것인지, 아니면 강씨는 정보만 전달하고 나머지 두 사람이 보물 발굴에 소요되는 비용을 대거나 당국의 허가를 받아내는 역할을 맡기로 약조하고 협력한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이 이야기가 재미있어지는 대목은 보물이 묻혀 있는 장소가 외딴섬, 산속 같은 데가 아니라 명동 한복판이라는 것이다. 당시 조선일보 9월 26일자 신문의 제목을 보면 입이 딱 벌어진다. "20世紀의 寶物찾기" 「찾아내면 四億圓어치」

 


 

이른바 〈나일론 백 사건〉도 국민들의 비난을 사고 미스터리로 남는 사건이라고 저자는 소개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1967년 12월 30일, 인천에서 굉장히 이상한 배 한 척이 발견되었다. 이 배는 ‘워싱턴 메일호’로, 동남아시아 방면으로 정기 운항하는 화물선이었다. 그런데 이 화물선에 있는 233개 상자 속에 ‘나일론 백’이 들어 있다고 서류에 기재되었지만, 사실은 쓰레기 148톤이 정성스럽게 포장되어 있었다. 다시 말해 서류상 화물과 실제로 배 안에 실려 있던 화물이 전혀 달랐다는 것이다. 이것은 자주 보는 보통의 밀수나 밀매 범죄와는 거리가 멀다. 밀매 범죄는 별 가치가 없어 보이는 물건 속에 원래 목표인 물건을 숨겨두기 때문이다.

이 ‘나일론 백 사건’은 중앙정보부와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 사건을 처음 조사해 발견한 주체가 경찰이나 세관이 아니라 육군 방첩대(현재 국군방첩사령부)였다는 것. 육군 방첩대는 적의 스파이 행위를 막기 위한 활동을 지휘하던 부대였고, 다양한 정보 수집과 기밀 활동을 담당했으며, 군대 조직 내에서 중앙정보부와 비슷한 업무를 수행할 때도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해서 육군 방첩대가 ‘쓰레기 수출 작전’을 알아낼 수 있었을까? 이 무렵 육군 방첩대와 중앙정보부가 어느 정도 갈등 관계나 경쟁 관계에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에서 육군 방첩대가 중앙정보부를 공격하기 위해 사건을 터뜨린 것이라면 어떻게 될까?

서울의 유명 호텔에서 한 남자의 시신이 국민들의 궁금증을 자아낸 사건도 있다. 1953년 9월 23일,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남자의 시신이 발견되었다. 독약을 먹고 사망한 남자는 6통의 유서를 남겼다. 그 유서 중 하나에는 우라늄의 행방에 관한 정보가 적혀 있었다. 이는 남자가 핵무기 개발의 중요 열쇠인 물질을 구할 수 있었다거나 적어도 원자력 연구나 방사능 실험에 큰 가치를 지닌 정보를 알고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그는 한국어 본명과 가명을 쓰고 있었고, 미국의 정보기관에서 근무하던 첩보원이었다. 즉, 미국 첩보 당국의 요원으로서 냉전의 절정기에 냉전의 최전선인 한반도에서 일하는 인물이었다.

 


 

책에 따르면 사건이 발생한 지 1개월 정도가 지난 10월, 수사 결과 이 모든 것이 거짓말이라고 밝혀졌다. 남자는 1952년 7월 미군 수사기관에서 파면되었으며 이후 밀항선으로 한국으로 돌아왔고, 다시 일본에 갔다가 생활고와 빚에 시달렸으며, 다음 해 8월 초순 일본에서 강제송환 당해 귀국했다. 이때 과거 내연의 관계였던 여성을 부산에서 만났는데, 그 여성은 생활고를 못 이겨 화류계에서 일하고 있었다. 남자는 부산을 떠나 서울로 왔으며 그 후에도 생계를 이을 별다른 방법을 찾지 못했다. 어쩌면, 빚에 시달리던 중 돈을 갚을 귀중품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우라늄 이야기를 만들어낸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과연 그의 삶이 전부 거짓이었을까?

저자의 언급대로 혼란한 사회에서 일어나는 미스터리 사건을 단지 흥미로만 읽고 넘길 수는 없는 사건들이 대부분이다. 수사가 중단되거나 당초 밝히지 못할 수사를 시작한 것인지 모르지만 권력 기관이 개입하면 대체적으로 '대형 사건'임이 분명하다. 문제는 고위 공무원 사건도 군이나 정보 당국이 개입하는 때부터는 수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들 사건들은 부정부패 사건일 가능성이 큰 것은 오늘날 우리 국민의 눈이나 당시 국민들의 눈이나 같았기 때문일까? 우리가 지금도 눈 뜨고 지겨봐야 할 사건들의 속성이다.

 

저자 : 곽재식

 

공학박사이자 작가로, 숭실사이버대학교 환경안전공학과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2006년 단편소설 「토끼의 아리아」가 MBC <베스트극장>에서 영상화된 이후 작가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과학적 상상력과 방대한 과학 지식을 바탕으로 『곽재식과 힘의 용사들』, 『곽재식의 유령 잡는 화학자』, 『그래서 우리는 달에 간다』, 『지구는 괜찮아, 우리가 문제지』, 『곽재식의 아파트 생물학』, 『곽재식의 세균 박람회』 등 다수의 논픽션을 집필했다. 또한 『곽재식의 역설 사전』, 『곽재식의 도시 탐구』, 『곽재식의 고전 유람』, 『괴물, 조선의 또 다른 풍경』, 『한국 괴물 백과』 등의 인문 교양서를 집필하기도 했다. EBS <인물사담회>, KBS 라디오 <주말 생방송 정보쇼>, SBS 라디오 <김영철의 파워FM> 등 대중매체에서도 과학 입담꾼으로 활약하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폭풍의 언덕 (양장) 앤의서재 여성작가 클래식 5
에밀리 브론테 지음, 이신 옮김 / 앤의서재 / 202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소설은 영혼을 잠식하는 광기 어린 사랑에서 그려낸 인간의 본성과 심연을 드러낸 작품으로 작가 사후에 평가된 작품이다. 영미문학 3대 비극으로 고전문학의 반열에 올랐다. 요절한 비운의 주인공인 작가 에밀리 브론테가 남긴 유일한 작품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폭풍의 언덕 (양장) 앤의서재 여성작가 클래식 5
에밀리 브론테 지음, 이신 옮김 / 앤의서재 / 202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소설 『폭풍의 언덕』은 서른의 짧은 생을 살다 간 비운의 영국 작가 에밀리 브론테가 남긴 유일한 소설로 잘 알려져 있다. 이 소설은 폭풍 같은 바람이 휘몰아치는 황량한 대지 위에 자리한 한 저택에서 벌어지는 히스클리프와 캐서린의 비극적인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소설의 배경이 되는 시공간은 1801년 영국 요크셔 지방이다. 소설의 시작 부분에서부터 황량한 곳이라는 느낌을 물씬 풍긴다. 우리로서는 동해가 가까운 산골의 한 마을쯤으로 추정된다. "1801년, 방금 집주인 댁에 다녀왔다. 그는 앞으로 내가 신경 써야 할 유일한 이웃이다. 참으로 아름다운 동네가 아닌가! 잉글랜드 땅을 샅샅이 뒤졌다 해도 세속의 번잡함에서 이토록 완벽하게 동떨어진 곳을 찾아낼 수는 없었으리라. 사람 싫어하는 이들에게는 다시없는 천국이다."(p.11)

이 시기는 영국이 대영제국으로 엄청난 세계 재패의 엄청난 무력과 경제적 부를 충분히 쌓아 안정기로 접어들 무렵이다. 우리가 잘 아는 세계 최강국으로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불리울 정도록 세계 거의 모든 대륙에 식민지를 두고 지배할 때다. 19세기 접어든 대영제국으로서 위상은 대적할 나라가 없었다는 이야기다. 식민지로부터 막대한 부를 수탈한 경제력은 산업혁명의 주 동인이 되었고, 무력뿐 아니라 특히 산업혁명으로 기술혁신과 이에 수반하여 일어난 사회·경제 구조의 변혁까지 모두 영국이 나서 이끌던 시대다. 이 소설의 배경이 되는 요크셔 지방은 지금은 여러 주로 나뉘었지만 당시에는 하나의 주로 많은 인구가 살던 곳이라 한다. '요크셔'라는 말은 바이킹 왕국이었던 '요르빅'과 고대 노르어나 고대 영어에서 ‘돌보다’는 뜻의 의미의 '샤이어'가 합쳐져 이루어진 단어가 보여주듯이 막강한 힘을 가진 곳이었다고 역사는 기록하고 있다. 잉글랜드에서는 흔히 요크스라고도 불리며 문화와 지역 산업 측면에서 영국 잉글랜드의 축소판이라고 한다. 현재의 요크셔는 잉글랜드 북부의 대표 지역이긴 하지만 여러 개의 주로 나뉘었다고 한다.

 


 

소설가 백온유는 책 〈추천사〉에서 "시시때때로 폭풍우가 들이치는 음산하고도 황량한 저택, 위더링 하이츠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은 기묘하고도 매력적이라 위험하다는 걸 알면서도 관음의 욕구를 불러일으킨다."고 썼다. 물론 작품 속의 요크셔는 황량한 곳이다. 백온유는 소설의 두 주인공에 대한 인물의 성격(캐릭터)을 먼저 짚어본다. "히스클리프는 그 어떤 작품 속 인물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독보적인 야만성과 비정함으로 똘똘 뭉친 인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히스클리프의 마지막을 목격하는 순간, 내 마음속에 슬픔이 솟구쳤던 이유는 무엇일까. 한 인물이 일생 동안 느낀 수많은 감정이 나의 가슴을 관통하는 듯한 느낌이 들자 참담함을 능가하는 연민의 감정이 나를 장악했다"고 언급하고 있다. "또 다른 주인공 캐서린은 자기감정에 충실하며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여성이다. 다소 일관적이지 않고 자주 신경증적인 면모를 드러내지만 자신의 감정을 숨기거나, 돌려 말하지 않는다. 자신의 사랑을 지키기 위해 전력을 다하는 강인함, 파멸을 마다하지 않으며 영혼을 불사르는 이 여성의 힘은 어디서 기인한 것일까. 얼핏 광인과 구별되지 않는 강력하고 정렬적인 캐서린의 사랑은 히스클리프의 생애를 사로잡는다." 두 주인공의 성격이 뚜렷하다. 이 두 주인공의 성격을 묘사한 어떤 평보다 더 적확한 의미가 두드러지는 성격 묘사라고 독자는 생각한다.

소설 『폭풍의 언덕』이 현재까지 고전 작품으로 인정받으며 게속 독자들에게 읽히는 이유가 주인공들의 뚜렷하고 개성 있는 성격이 살아가는 모습을 가감없이 그려낸 저자 에밀리 브론테의 능력에 따른 것이지만 단 한 권의 소설로 고전 문학으로 격상된 이유는 독자로서는 독창적 인물의 창조와 인물들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습과의 연관 관계가 잘 반영되었기에 독창적 성격이 일반적 성격의 대표성을 띠기 때문일 것으로 생각한다. 독자가 이 소설을 처음 읽은 때는 10대 후반이었다. 그때는 인물의 성격이라든지 시대상보다는 스토리의 전개에 초점을 맞추고 읽었기에 인물의 독창성에는 별로 신경을 쓰지 못했다. 더욱이 그때 읽었던 책은 원문 전체를 번역 게재한 것이 아니라 발췌본이었기에 스토리 중심으로 쓰여 있던 것으로 기억한다.

 

 

『폭풍의 언덕』 저자 에밀리 브론테는 히스클리프를 통해 자신에게서 캐서린을 앗아간 신분 체계, 완고한 인간들과 그들의 가문, 그리고 초라하느 자신의 생을 원망하며 오로지 복수를 위해서만 살아가는 인간상을 보여줬다. 당시 영국 귀족 가문의 일부가 보여주는 모습을 반영한 것으로 이해된다. 소설가 백온유에 따르면 소설 속에서 "히스클리프는 오랜 세월 악행을 일삼는다. 이 흉악하고 오만불손하며 미개한 인물이 지키고자 했던 유일한 기준이자 목표를 가늠하자면 그의 사투가 측은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끝이 없을 것만 같던 히스클리프의 발악은 연인의 부름 앞에 초월적인 형태로 막을 내린다."고 말한 뒤 "나는 소설을 읽으며 사랑은 무자비한 것이고, 불가해한 것이며 천박하고 상스러우며 순수한 것이라는 진리를 깨닫게 되었다."고 말하고 있다. 소설가는 이어 "에밀리 브론테는 어떻게 이렇게까지 연약하고 남루한 인간의 내면을 낱낱이 보여줄 수 있었던 것일까. 고작 서른 살에 요절한 작가의 유일한 소설이라는 사실에 전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털어놓는다. 그리고 "에밀리 브론테는 『폭풍의 언덕』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인간 내면의 극한을 그려내었고, 인간의 수많은 가능성을 보여주었다."고 말하며 간악한 인간에게 현혹되는 경험과 광적이고 야만적인 감정이 지극한 사랑으로 느껴지는 경험을 동시에 하게 되었다고 강조한다.

이 소설에서 배경의 시기가 1801년부터 시작되고, 당시를 배경으로 전개된다. 당시 대영제국이라는 시공간의 배경에서 귀족들의 삶과 사고방식, 남녀 결혼 등에 대한 가치관과 사랑 등이 소설 속에 모두 나타나고 있다. 저자 에밀리 브론테가 벽촌에서 나고 자라면서 현실에서 여러 가지 부조리하고 비이성적인 관습의 횡포를 직접 겪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또 어쩌면 사랑하는 사람과의 연애도 관습적 현실의 벽에 막혀 이루지 못한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도 생긴다. 당시 여성의 사회적 대우, 관습에 묶인 행동의 제약 등의 부당함을 소설 속 히스클리프와 캐서린으로 묘사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현실에서 이루지 못한 사랑을 잔인한 복수로 대갚음하려는 히스클리프의 광기 어린 집착을 작품에서 강렬한 필치로 담아냈기에 독자가 해본 생각이긴 하지만. 더욱이 이 작품은 발표 당시(1847년) "야만적이고 비도덕적인 인물 묘사"로 혹평이 이어졌다고 한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저자가 사망한 이후 작품의 비극성과 시성을 인정받으며 서머싯 몸과 버지니아 울프로부터 극찬을 받았다는 사실은 문학사를 통해 밝혀졌다. 세계 10대 소설은 물론 영문학 3대 비극으로 손꼽히게 되면서 소설의 진가가 인정되었다고 하니 독자로서는 당시 여성의 사회 진출은 우리 조선시대처럼 힘들었고, 사회에서 인정하지 않았던 것을 확실히 알게 되었다. 이 작품은 또한 지난 170년간 수많은 연극과 영화, 오페라 등으로 끊임없이 재생산되며 전 세계를 통틀어 가장 사랑받는 고전 중 하나임가 되었다. 독자 역시 이번 출간된 이 소설을 읽기 전에 발췌본과 영화로 먼저 『폭풍의 언덕』을 만났다. 읽을 때마다 느낌이 조금씩 다르고, 특히 영화를 보았을 때는 등장하는 귀족들이 특별히 크게 거슬리지는 않았는데, 이 소설 완번본을 보니 어느 사회나 지배 계층과 피지배 계층은 서로 화합하기 힘들구나 하는 생각도 다시 한 번 하게 되었다.

소설의 줄거리는 변하지 않은 만큼 이번에도 꽤 흥미있게 읽었다. 다만 인물의 성격 규정을 먼저 읽고 보니 주인공이나 인물들의 성격이 한층 두드러진 특징을 보여주고 있어 더욱 실감나게 읽을 수 있었다. 이 소설은 히스클리프와 캐서린의 격정적인 사랑과 증오, 그리고 처절한 복수가 제3자의 입을 통해 회상체 형식으로 그려져 있다. 즉 작품의 화자는 내레이션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야기의 시작은 영국 북부의 조그마한 마을에 위치한 '워더링 하이츠'라는 저택에 록우드라는 사람이 찾아온다. 그는 이웃에 있는 스러시크로스 저택에 세를 든 사람으로 집 주인을 만나기 위해 워더링 하이츠를 찾은 것이다. 눈보라 때문에 발이 묶인 그는 가정부 넬리 딘으로부터 워더링 하이츠의 언쇼 집안과 스러시크로스의 린튼 집안에 얽힌 사연을 듣게 된다.

 


 

워더링 하이츠의 주인 언쇼 씨는 리버풀에 일을 보러 갔다가 고아 히스클리프를 데려온다. 그는 자신의 아들 힌들리와 딸 캐서린과 함께 그를 친자식처럼 키운다. 힌들리는 아버지가 히스클리프를 지나치게 아끼는 것에 반감을 품고 그를 미워하지만, 캐서린은 그와 사이가 좋다. 아버지 언쇼가 죽자, 힌들리는 히스틀리프를 하인 취급하며 학대한다. 그럴수록 캐서린과 히스클리프의 관계는 더욱 끈끈해지고 사랑으로 발전한다. 캐서린은 어느 날 저녁 우연히 스러시크로스 저택의 린튼 가족과 만나 친분을 쌓게 되고, 얼마 후 그 집 아들인 에드거의 청혼을 받게 된다. 캐서린은 히스클리프를 사랑하면서도 신분에 대한 미련 때문에 에드거의 청혼을 받아들인다. 그것을 안 히스클리프는 배신의 상처를 안고 종적을 감춘다. 3년의 세월이 흐른 뒤, 히스클리프는 부유한 신사가 되어 워더링 하이츠로 돌아온다. 그러나 그의 마음은 캐서린에 대한 사랑과 힌들리에 대한 복수심으로 가득 차 있다.

히스클리프는 우선 아내를 잃고 크나큰 상실감에 빠진 힌들리에게 접근해 그를 도박으로 파멸시키고 워더링 하이츠를 손에 넣는다. 또한 힌들리의 아들 헤어턴을 하인으로 부리며 학대한다. 그리고 마음에도 없는 에드거의 여동생 이사벨라를 유혹해 결혼하고, 급기야 캐서린에게까지 손을 뻗쳐 에드거를 괴롭힌다. 캐서린은 히스클리프에 대한 사랑으로 괴로워하다 결국 자신의 마음을 히스클리프에게 고백하고 딸 캐시를 낳다가 숨을 거둔다.

한편, 남편의 학대를 견디다 못해 집을 나간 이사벨라는 아들 린튼을 홀로 낳아 기르다가 세상을 떠난다. 에드거는 조카 린튼을 데려다 키우려하지만, 히스클리프에게 발각되어 빼앗긴다. 그리고 그 역시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난다. 히스클리프는 스러시크로스 저택마저 손에 넣기 위해 계략적으로 캐시와 자신의 병약한 아들 린튼을 결혼시킨다. 린튼은 곧 죽음을 맞이하고 이로써 그의 잔혹한 복수는 끝이 난다. 록우드가 몇 달 동안 스러시크로스 저택을 떠났다가 다시 워더링 하이츠를 방문했을 때 그는 히스클리프가 캐서린의 영혼을 찾아 밤낮없이 헤매다가 쓸쓸히 숨을 거뒀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 복수의 끝에서 새롭게 싹튼 헤어턴과 캐시의 진실하고 순수한 사랑 이야기도 전해 듣는다.

 


 

저자 : 에밀리 브론테(Emily Bronte,Emily Jane Bronte, 필명 : 엘리스 벨 Ellis Bell)

 

19세기 영국을 대표하는 소설가이자 시인이다. 1818년 영국 요크셔주 손턴에서 목사인 패트릭 브론테와 마리아 브랜웰 사이에서 여섯 남매 중 다섯째로 태어났다. 그중 셋째 딸이 『제인 에어』로 영국 문학사에 길이 남은 작품을 쓴 샬럿 브론테다. 아버지는 목사였지만 문학에 조예가 깊었고 아버지의 영향을 받은 남매들은 10대 초반부터 산문과 시로 습작을 한다. 목사였던 아버지를 따라 하워스 교구에서 자라났는데, 세 살 때 어머니가 사망하고 청소년기에 세 명의 언니들도 병사했다. 월터 스콧, 바이런, 셸리 등의 작품을 좋아했고, 이야기를 짓고 일기 쓰기를 즐겼다. 에밀리는 1847년 엘리스 벨이라는 남성의 가명으로 『폭풍의 언덕』을 출간한다. 목사의 딸로서 교사 생활을 잠깐 한 것이 전부인 평범해 보이는 그녀가 모든 사람에게 강렬한 충격을 주는 작품을 내놓은 것이다.

1846년 샬럿이 에밀리의 시를 발견하고는 출판사에 시집 출판을 문의하여 세 자매의 가명을 제목으로 한 공동 시집 『커러, 엘리스, 액튼 벨의 시 작품들』을 냈다. 1847년 에밀리의 『폭풍의 언덕』과 앤의 『아그네스 그레이』가, 그리고 샬럿의 『제인 에어』가 출간되었다. 언니 샬럿이 쓴 『제인 에어』가 출간 즉시 큰 인기를 얻으며 성공을 거둔 것과 달리 『폭풍의 언덕』은 출간 당시 작품 내용이 지나치게 야만적이고 잔인하며 비윤리적이라는 비판을 많이 받았다. 에밀리는 마치 자신이 직접 그 폭풍을 맞은 듯, 작품을 출간한 이듬해인 1848년, 폐결핵에 걸려 30세의 짧은 생을 마감한다.

에밀리는 『폭풍의 언덕』이라는 한 권의 대작으로 국내 소설가로만 알려져 있으나, 영미권 대학의 영문학과에서는 중요한 시인으로서 인정받고 있다. 에밀리는 어릴 때부터 가족의 잇따른 죽음을 경험해야 했지만 상상력을 통해 “죽음에서 아름다운 생명을 불렀”으며, 피아노와 외국어를 독학하면서 좁은 집에 머물렀지만 “성스러운 목소리로, 현실의 세상에 대해 속삭”였다.

 

역자 : 이신

 

영미권 도서 번역가. 원저자의 문체와 의도를 최대한 살리면서 한국 독자들이 편하게 읽을 수 있는 번역을 추구한다. 옮긴 책으로는 문학수첩의 [펜더개스트] 시리즈와 [셀렉션] 시리즈를 비롯해 《죽기 위해 산다》, 《신비한 소년 44호》, 《그렇게 한 편의 소설이 되었다》, 《파크 애비뉴의 영장류》, [블레이드] 시리즈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살아갈 날들을 위한 공부 - 아직 늦지 않았을 오십에게 천년의 철학자들이 전하는 고전 수업
김범준 지음 / 빅피시 / 2023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이 들고 삶이 어려워진다면 이 책을 읽고 조언을 들어라. 2,500년간 인류가 삶의 위기를 느꼈을 때 가르침을 배우고 깨달아 훌륭하게 극복해 냈다. 위대한 철학자들의 가르침이 꽉 차 있는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