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사냥 - 죽여야 사는 집
해리슨 쿼리.매트 쿼리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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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참전했던 해리의 전투 장면 회상으로 시작한다. "제가 처음으로 죽인 사람은 한 명이 아니었습니다. 둘이었죠. 한 번에 연달아서, 2초 안에 차례로 죽였습니다." 2010년 아프가니스탄 모슈타라크 작전이 시작될 때 마르자에서 일어난 전투에 해리는 참여했다. 이 소설의 첫 장(章)은 대부분 해리의 전투 장면 회상으로 이루어져 있다. 탈레반과의 전투. 해리는 첫 전투에서 탈레반 두 명을 사살한 것을 회상하며 그 기억에 대해 트라우마가 있는 듯하다. 병원에 의사와 상담을 하면서 회상하고 있다. 전쟁 후유증으로 트라우마 치료로 정신과 의사와 상담을 하면서 해리는 말과 기억으로 전투 장면을 세세하게 의사와 이야기를 나눈다. 전쟁 중의 아프가니스탄은 해리의 표현대로라면 똥 냄새의 기억이 강하게 남아 있다. 불에 탄 쓰레기와 염소 똥, 땀과 똥구명 냄새의 기억이 생생하다. 해리의 6년간의 군인 생활을 마치고 사샤와 결혼해 보금자리를 꾸렸다. 두 사람은 여생을 자연에서 보내기로 합의했다.

미국의 ‘진짜 서부’라고 할 만한 자연으로 이사 가서 필요한 것을 자급자족하고 가끔씩만 도시로 나오는 그들만의 월든을 꿈꾼 지 오래였기 때문이다. 꿈은 착착 이루어지는 것 같았다. 사샤는 재택근무를 직장과 협의했고, 해리는 낚시와 사냥에 통달해 있었다. 무엇보다 그들의 예산으로는 꿈도 못 꿀 아름다운 집을 운 좋게 매입했다. 울타리를 두른 7만 평짜리 대지 위로 300평짜리 집이 있는 매물이었다. 10년 전 어느 부동산투자회사가 정부와 거래할 목적으로 샀으나 거래가 불발되면서 남은 집이라고 했다. 웅장한 산봉우리들이 집을 두르고 있고, 목초지 아래를 내려다보면 저 멀리 국유림이 보였다. 전쟁을 치르며 사람에 지쳤던 해리는 그 집이 천국처럼 느껴졌다. 부부가 가장 마음에 드는 건 반경 2킬로미터 안에 이웃이 딱 하나뿐이라는 점이었다. 마을은 조용했고 아름다웠다.

 


 

이 책 『이웃 사냥』은 꿈에 그리던 신혼집을 마련한 해리와 사샤 부부의 보금자리 이야기로 시작한다. 미국 서부 티턴산맥 국립공원 근처의 산기슭에 위치해 웅장한 산맥과 광활한 초원이 펼쳐진 그림 같은 집이다. 자연을 벗 삼아 평화롭고 목가적인 삶을 꾸려갈 작정으로 마련한 집이다. 이 소설은 주인공 해리와 그의 아내 사샤가 번갈아가며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해리 시점에서 한 장(章)이 지나가면 다음 장에선 사샤 시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소설의 배경이 되는 미국 서부 티턴 산맥은 지각이 융기하여 생긴 거대한 산맥이자 로키산맥의 일부를 구성하고 있다고 한다. 천혜의 자연 풍광이 그대로 보존되어 국립공원으로 지정돼 관리받고 있는 지역이 인근에 많다. 티턴 국립공원도 그 중의 하나다. 40킬로미터 인근에는 유명한 옐로스톤국립공원도 있다. 높이 4,196m의 그랜드티턴산 외에 많은 빙하가 있는 험준한 12개의 산들이 연이어 있다. 동쪽 기슭은 급경사를 이루나 서쪽 사면은 완만하고, 티턴산맥에서는 티턴강(江)이 발원한다. 경관이 웅장하여 서부영화의 촬영장소로도 자주 이용된다고 알려져 있다.

 

긴 진입로로 들어섰을 땐 경외감마저 느꼈다. 진입로는 남쪽으로 돌아가면 국유림으로 이어지는 L자형 도로에서 북쪽으로 갈라져 나와 길게 뻗어 있었다. 쭉 따라가자 살짝 솟은 지대에 집과 차고가 있었고, 그 주위를 목초지와 포플러나무가 둘러쌌다. 집 너머로 보이는 뒷마당에는 커다란 목화나무 몇 그루가 자리 잡았고, 진입로 옆에는 포플러나무가 드문드문 자랐다. 3월의 산에는 아직도 눈이 꽤 쌓여 있었지만, 봄기운이 지금부터 왕성하게 피어날 기미 역시 분명했다. 이르게 자라난 잎새들은 파릇파릇한 초록빛이었고, 일찍 핀 야생화도 고개를 내밀었으며, 여기저기 새들 천지였다. 그 땅은 활기에 가득 차 콧노래를 부르는 것 같았다.(p.30)

 

 

그러나 이곳에서의 생활은 전혀 다르게 흘러간다. 집을 차지한 흉포한 악령의 저주가 그들의 삶을 점점 옥죄어오고, 부부는 그 저주에서 벗어나려 발버둥치다 애써 외면하던 과거와 마주하게 된다. 인간이 자연을 통제하거나 파괴하려 했을 때 어떻게 되는지, 섬뜩한 경종을 울리며 끝까지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독특한 호러소설이 시작된다.

경이로운 풍경을 즐길 사이도 없이 어느 날 이번 봄을 무사히 나기 위해 주의해야 할 것들에 대해 조언해 주겠다며 하나뿐인 이웃이라는 노부부가 두 사람의 집을 방문한다. 그들이 말하는 주의 사항은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 괴이하다. 연못에 정체불명의 빛이 떠오를 텐데, 그걸 보고도 불을 붙이지 않으면 산에서 북소리가 들려온다는 둥, 벌거벗은 남자가 곰에게 쫓겨 집 근처로 도망쳐 올 텐데, 곰이 아닌 남자를 죽여야 한다는 둥……. 미친 사람이라고 생각한 해리는 노부부를 사납게 쫓아버린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그 노부부가 경고한 일들이 차례차례 일어나기 시작하는데. 그들은 꿈꾸었던 평화로운 삶을 끝까지 지켜낼 수 있을까.

이 책 『이웃 사냥』에는 호러 독자라면 구미가 당길 흥미로운 설정이 다수 등장한다. 이유를 알 수 없이 싼 집, 왜인지 그 집에 최근 10년간 아무도 살지 않았다는 사실, 영문을 모르고 그 집에 이사 온 화목한 가정, 친절하지만 어딘가 섬뜩하고 꺼림칙한 이웃……. 초반에 호러 장르의 공식들을 충실히 지켜나가면서 독자는 점차 소설의 세계관에 빠져들게 된다. 거기다 공간적 배경인 미국 서부 와이오밍주의 광대하고 경이로운 자연이 공포심을 더한다. 반경 2킬로미터 내에 이웃이 한 가구밖에 없을 정도로 드넓은 목장들만 있는 이곳에서, 누군가가 내 집을 지켜보며 소름끼치는 미소를 짓고 있다면? 그가 집 안에 들어오려고 자꾸 소리를 내고 문을 두드린다면? 현실이라면 도무지 감당할 수 없을 공포가 밀려든다.

 


 

이 책의 저자 쿼리 형제(매트 쿼리와 해리슨 쿼리)는 단순히 호러의 공식을 따르는 데 그치지 않고 인간의 소유권 개념과 자연에 대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향해 한걸음 더 나아간다. 『이웃 사냥』이 미국 최대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Reddit)에 연재되던 시절부터, 책이 정식으로 출간되고 나서까지 독자평에서 한결같이 언급되는 내용은 “완벽한 결말이다”, “결말을 보고 울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저자 쿼리 형제는 자연은 기본적으로 인간을 품어주지만 마음만 먹으면 인간의 생명은 그 앞에 한순간에 스러질 정도로 강하고 광대한 존재라는 사실을 말하고자 한다.

『이웃 사냥』에서 티턴산맥 근처의 인디언 출신들은 땅을 개인의 것으로 생각하지 않고 부족이나 인간 전체에 속한 것으로 생각한다. 땅이 내린 저주가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 백인들의 토지 소유권 개념을 편의상 받아들였을 뿐이다. 자연이 보기에 인간이 행하는 일들, 무분별하게 자연을 개발하고 인위적으로 늑대의 개체 수를 줄이는 것은 모두 섭리를 거스르는 행위이고, 동족인 인간을 학살하는 전쟁은 그중 가장 잔인한 행위다. 집의 저주를 인간의 힘으로 통제해 보려던 해리는 집에 몰아닥치는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잊고 싶던 과거를 발견하고 가슴에 묻어왔던 죄책감을 인정한다. 『이웃 사냥』은 장르소설의 재미와 더불어 인간과 자연, 인간과 인간의 관계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남긴다.

 

불이 붙으면, 빛은 사라진다. 남향 창문으로 가서 빛이 아직도 있는지 보라. 만약 여전히 빛이 보이면, 불에 장작을 더 넣어라. 빛이 사라졌다면 악령은 떠난 것이다. 악령이 떠나면 곧바로 느낄 수 있다. 그러면 불이 알아서 꺼지게 놔두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하던 일을 계속 하면 된다.(p.107)

 


 

하지만 카메라에 잡힌 것은 아무것도 없고 공포에 떨게 만드는 연못의 빛 악령은 또 찾아온다. 해리와 사샤는 불을 피워 위기를 넘기고 이사올 때 찾아와 주의사항을 일러준 노인인 댄에게 전화를 건다. 댄 부부가 찾아와 추가로 들려준 여름 악령, 가을 악령의 이야기들은 너무도 무섭고 믿기 힘든 현상들이었다. 부부는 여름이 왔을 땐 곰에게 쫓기는 벌거벗은 남자의 악령을 겪어내며 베리크리크 목장에 사는 쇼쇼니족인 조가 악령을 물리칠 이 모든 의식들을 알려준 장본인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 골짜기 마을의 터줏대감인 조는 악령에 대해서 어떤 비밀들을 알고 있을까?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 믿으며 사샤는 루시에게 조에 대해 묻고 1996년에 시모어 가족이 겪은 일들과 절망에 빠질만큼 큰 새로운 사실들을 알게 된다.

해리와 사샤는 모든 비밀을 알고나서 노부부에게 화를 내지만 그들의 설명에 한편으론 어쩔 수 없었다는 것을 아무 것도 믿지 않았을 것이라는 걸 너무도 잘 알았기에 체념하는 동시에 좌절한다. 행복만을 꿈꾸던 이 신혼부부는 이 골짜기에서 벌어지는 악령의 저주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방법은 있는 걸까? 시모어 가족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사샤는 직접 시모어 가족을 찾아나서고 그들에게 벌어진 저주같은 일들에 두려움을 느낀다. 시모어 가족은 어떻게 된 것일까? 긴박하게 이어지는 이야기에 가슴이 서늘해졌다. 가을엔 허수아비의 모습으로 찾아오는 악령을 겪어내며 해리와 사샤는 마음을 굳게 먹지만 안타깝게도 사고가 일어난다.

계절마다 찾아오는 공포스러운 악령은 겨울엔 어떤 모습으로 찾아올까? 겨울의 악령이 모습을 나타내기 전 사샤는 해리에게 기쁜 소식을 하나 전하고 부부는 절망과 두려움 속에서도 희망을 마주한다. 인간은 어떠한 계기로 자신의 잘못을 참회하는 순간이 오게 되는 때가 있다. 설명 할 수 없는 자연의 섭리를 힘과 머리로는 이길 수도 거부 할 수도 없다는 사실을... 미스터리한 일들은 지금도 벌어지고 있다.

 


 

저자 : 매트 쿼리

 

매트 쿼리와 해리슨 쿼리는 콜로라도에서 태어나고 자란 형제다. 두 형제가 미국 최대의 커뮤니티 레딧(Reddit)에 쓴 이 놀라운 이야기는 매 게시물마다 수천 개의 추천 수와 댓글 수를 기록하며 화제를 빚었다. 또한 정식으로 도서가 출간되기도 전에 스토리 원고만으로 10개국에 번역 판권이 수출되었다. 『이웃 사냥』은 넷플릭스와 한화 10억대에 시나리오 판권 계약을 맺고 영상화 진행 중이다.

 

저자 : 해리슨 쿼리

 

매트 쿼리와 해리슨 쿼리는 콜로라도에서 태어나고 자란 형제다. 두 형제가 미국 최대의 커뮤니티 레딧(Reddit)에 쓴 이 놀라운 이야기는 매 게시물마다 수천 개의 추천 수와 댓글 수를 기록하며 화제를 빚었다. 또한 정식으로 도서가 출간되기도 전에 스토리 원고만으로 10개국에 번역 판권이 수출되었다. 『이웃 사냥』은 넷플릭스와 한화 10억대에 시나리오 판권 계약을 맺고 영상화 진행 중이다.

 

역자 : 심연희

 

연세대학교와 동 대학원에서 영문학을 공부하고 독일 뮌헨 대학교(LMU)에서 언어학과 미국학을 공부했다. 영어와 독일어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 소설 『덤플링』 『어둠의 눈』 『고양이는 내게 행복하라고 말했다』 『마쉬왕의 딸』 『미드나잇 선』, 그래픽 노블 『인어 소녀』 『스냅드래곤』, 시리즈물로 『이사도라 문』 『인더게임』 『캡틴 언더팬츠』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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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수의 페달은 멈추지 않는다 - 너의 불안보다 빠르게 나아가면 돼
이광수 지음 / 느낌이있는책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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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은 지금 중년들에게는 매우 오랫동안 들어왔던 어른들의 단골 멘트 중의 하나였다. 지금은 잘 쓰지 않는 말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를 실천하는 사람들은 아직 우리 주위에 많다. 이 책 『광수의 페달은 멈추지 않는다』를 읽으며 가장 많이 떠오른 말이었다. 그 격언이 언제부터 시작된 말인지 정확히는 모른다. 하지만 독자 나이의 중년까지만 해도 하루에도 몇 번씩 이 격언을 들어야 했다. 가난하고 어렵게 살던 시절이었다. 공부만 할 수 없던 시절이었다. 조선시대 이야기가 아니다. 불과 30~40년 전 우리나라 이야기다. 집에서는 집안 일(농사, 가사) 등 공부 이외에 할 일이 많았던 때였다. 노골적으로 싫다고 떼를 쓸 수도 없었다. 다른 집 아이들도 다 그렇게 공부하고 집안 일도 하는 이른바 '1인 다역'을 해야만 하던 시절이었다. 간혹 힘들다 꾀를 부리면 으레 부모로부터 듣는 핀잔 반 격려 반의 말이 바로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였다. 이 책의 저자 '광수'는 한창 때인 서른 넷의 젊은이다. 지금은 결혼도 했다. 2억 원의 고액 연봉자이다.

그가 자전거로 전국 일주를 결심한 것은 정확하게 10년 전이다. 20년 넘게 병원에 있는 아버지, 남편을 부양하고 자식을 키우느라 노후 준비라곤 못했던 어머니. 실제 저자는 이제 정식 가장으로 생활 전선에 뛰어들 무렵이었다. 어머니가 진 무게를 이젠 자신이 감당해야 했다. 그러나 취업 자체가 어려운 시절이라 가난하고 병약한 부모님을 모시는 책임까지 안고 있는 저자에게는 취업에 앞서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었다고 한다. "왜 나한테만 이런 일이?" 저자 스스로 이 말을 할 줄은 몰랐다고 털어놓는다. 대학 친구들은 취업을 하기 위한 스펙 쌓기에 바빴지만 저자에게는 그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이 생각을 정리하는 일이었다. 그리고 취업하기 이전에 자신에게 온전히 시간을 쏟고 생각을 정리할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현실을 외면하고 싶으면서도 한편으론 삶을 대하는 해법 같은 깨달음을 얻고도 싶었다. 그것은 책상에 앉아서는 불가능했다. 다양한 장소에서 여러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들으며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한 답을 얻고 싶었다. 이럴 때 흔히 '여행'을 떠올리지만 저자에게 여행은 여유 있는 사람만 누리는 '사치'였다. 그 시점에 자전거 전국일주를 생각한 이유는 '사치'라고 할 만큼의 비용이 발생하지 않아서였다. 그냥 학교에서 지내도 두 달간 기숙사비 77만원과 생활비 50만 원까지 총 127만 원의 지출이 발생한다. 그런데 전국일주에 드는 장비비, 식대 등의 비용을 계산해 보니 방학을 학교에서 지낼 때 생길 지출보다 낮았다. 한정된 금액으로 전국일주를 하는 챌린지 같았다.

주위의 만류도 많았다. "야, 그 중고자전거로는 안 돼.", "일주일 달리다 돌아올걸?" 주변에 자전거로 전국일주를 하겠다고 했을 때마다 저자에게 돌아온 말이었다고 한다. 그때마다 저자는 "할 수 있어. 할 거야. 할 수 있다니까!" 누구 하나 잘할 수 있을 거라고 말해주는 사람이 없었다. 전국일주라는 거사를 치르기에는 장비가 너무 부실하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저자는 평소 자전거를 즐겨 타지도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자신의 생각은 달랐다고 저자는 힘주어 말한다. 자신에게는 자전거 종류가 중요하지 않았다. 잘 굴러가기만 하면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다. 젊고 한 번 마음 먹으면 끝까지 해내는 열정이 엿보이는 부분이다. 저자는 〈프롤로그〉를 통해 이렇게 외치고 있다. "자전거가 앞으로 굴러가는 이유는 내가 힘을 주어 페달을 밟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에너지가 될 충분한 잠과 부족하지 않은 식사였다. 그리고 내 의지. 장비를 핑계로, 전국일주가 어렵다고 말하는 건 빈약한 의지 뒤에 숨어 자신을 합리화하는 그럴 듯한 말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계획은 그랬다."(p.6)

 


 

부모에게 물려받은 돈 한 푼 없이 맨땅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해야 하는 이 땅의 모든 청춘들이 그 시작을 응원받진 못할지언정 너무 쉽게 ‘흙수저’로 폄하되는 요즘이다. 그러나 주변에서 흙수저 아닌 사람을 찾기가 더 힘들 정도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한달벌이는 일상이다. 그럴 때 누군가는 현실에 안주하고 누군가는 남탓에 골몰하며 인생의 부족함을 논하는 데 시간을 허비한다. 하지만 『광수의 페달은 멈추지 않는다』의 저자 광수 씨는 사회에 발을 내딛기 직전, 지금은 아무것도 없지만 내가 가진 가능성이 과연 어디까지인지 확인해보기로 결심한다. 이는 앞서 언급한 대로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에 가장 적절한 예가 아닐까 한다. 저자는 흙수저 인생으로 대학 졸업을 목전에 둔 스물넷, 여기가 막다른 골목인 것만 같은 불안한 미래 앞에서 저자는 한번쯤은 고되게 떠나봐야만 찾아질 것 같은 ‘자기만의’ 인생의 정답이었다. 그리고 그때 광수 씨가 가진 거라곤 7만 원짜리 중고자전거 한 대가 전부였다.

저자는 주저없이 자전거에 올라탔다. 방안에 뒹굴던 축구복을 입고 슬리퍼를 신고 일인용 텐트를 안장에 싣고 두 달 치 기숙사비와 생활비를 합친 120만 원을 손에 쥔 채 그날로 전국일주 여행길에 올랐다. 남들은 광수 씨의 자전거 상태를 걱정했지만, 정작 광수 씨는 전국일주에 자신은 있었지만 그 끝에 과연 올바른 정답이 찾아질지가 더 걱정이었다고 한다.

 

“잠깐 보니까 자전거도 접이식 생활자전거던데 버틸 수 있을까요? 앞으로 천킬로미터는 넘게 타야 할 텐데. 반사등도 없고 전방 라이트도 희미하더라고요.” 내 생각은 달랐다. 어떤 일이든 갖추고 시작하면 좋겠지만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할 수 있다고 믿었다. 페달을 밟아서 앞으로 나아갈 수만 있다면 된다고 생각했다. 완벽하게 갖추어지지 않았다고 시작도 못해보고 포기했다면 나의 오늘은 없었을 것이다. 나는 전국일주를 더 성공시키고 싶어졌다.(p.21)

 

 

누구나 다 아는 "집 떠나면 개고생"이란 농담 반 진담 반의 말이 있다. 요즘 많이 쓰인다. 저자 광수 씨라고 다르겠는가? 더욱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전국일주를 하는데 중고자전거 한 대와 식사비에도 못 미치는 돈, 그리고 야영을 위한 텐트 정도가 전부인데... 고생은 집 떠난 날부터 예약해 놓은 것이다. 저자도 솔직하게 처음에 완주를 기대하진 않았다고 고백한다. 의기양양하게 시작은 했지만 집 떠나 길에서 겪을 수많은 난관을 어떻게 잘 헤쳐나갈 수 있을까가 걱정이긴 했다. 인터넷을 통해 사전 지식을 얻으려다 자전거 도난, 파손, 건강상의 문제로 중도 포기하는 사례가 훨씬 많았다고 한다. 어쨌든 저자 광수 씨는 전국일주를 떠났고, 49일째 되는 날 출발 지점인 서울로 되돌아왔다. 이 책은 그간의 여정을 기록으로 남겼다가 책으로 묶어 펴낸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아름다운 여행의 풍경이 아닌 광수 씨의 작지만 쉽지 않은 용기들로 반짝반짝 빛이 난다. 15억 원의 자산가, 2억 원의 연봉이라는 저자 광수 씨의 지금의 모습은 우연도 운명도 아닌 자기만의 정답에 따라 맨땅에서부터 불안을 딛고 한단한단 쌓아올린 노력의 결과물이라는 것은 누구보다 지금의 광수 씨 스스로가 잘 알고 있다. 불안했던 그 시절의 광수 씨가 자전거로 달리고 또 달리다 하늘을 보며 한번씩 내뱉은 덤덤한 말들 속에서 독자들이, 현재의 또 다른 광수 씨들이 어떤 위로를 마주할지 궁금할 뿐이다.

 


 

이 책은 저자 광수 씨의 여정에 따라 5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서해」, 2장 「제주도」, 3장 「남해」, 4장 「동해」, 5장 「다시 서울로」 등이다. 각 장마다 서로 다른 이야기, 색다른 만남, 우연한 인연, 비슷하지만 각기 다른 모습, 같은 것 같지만 조금씩의 다른 삶의 모습이 저자에게 새롭게 다가와 인연이 되고, 감동을 주고, 추억이 차곡차곡 쌓인다. 이 감동과 추억은 저자 광수 씨의 세상살이에 큰 자산이 될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역경을 딛고 일어서며, 다시 험난한 코스지만 도전해 이겨내는 과정은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도 커다란 도전 정신을 갖게 해준다. 서서히 그러나 날이 갈수록 자신감도 붙는다. 저자가 찾고자 하는 인생의 정답, 어떤 삶을 살아야 하나? 등에 대한 답은 여정의 길목마다 놓여 있었다. 누군가와 만나고, 어쩔 수 없이 비바람을 맞고 자전거를 타고 헤쳐나온 것도, 하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어떤 식으로든 도움도 생긴다는 자각 등 많은 것들이 버무러져 우리 삶은 아름답다는 느낌마저 든다.

많은 사람이 만류하는데도 저자가 전국일주를 결심하고 실행에 옮기기 위해 가진 마음가짐은 독자들을 감동케 함이 분명하다. 어릴 때부터 뭐라도 해보겠다고 하면 "너는 안 돼, 네가 무슨?, 돈이 어디 있어..." 등의 말이 꼬리표처럼 달라붙었다고 저자는 술회한다. 이는 도전도 못해보고 체념하고 포기했던 건 늘 후회로 남았기에 더 이상 후회하지 않는 인생을 살겠다는 발버둥이었다고 말한다. 이번 전국일주는 자신의 닮았다고 일종의 자기 최면을 걸었나 보다. 초라하고 보잘것없지만 의지 하나만 믿고 달리면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이, 저자에겐 있었다고 말한다.

초등학교 때부터 어머니와 같이 교회에 가서 기도를 드렸고 어머니가 하는 기도를 들었던 저자는 어머니의 기도는 늘 아버지에 대한 내용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아버지의 장애는 물리적으로 회복되거나 상태가 나아지는 것이 아니라 본인의 노력으로도 어떻게 할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장애였다. 그것을 낫게 해달라고 어머니와 저자는 빌고 또 빌었다.

 


 

이제 저자는 홀로서기가 답이라는 응답을 얻었다고 말한다. 신께 드린 기도는 응답이 없었기에 더욱더 시련을 스스로 딛고 일어나야 한다고, 그렇게 신께서 말하고 있다고 혼자 해석했단다. 정작 바뀌는 건 없었지만 계속 교회에 갔던 이유는, 그것을 신께 고하면 해결해줄 것이라는 얄팍한 믿음으로 속에 담아 두었던 이야기를 진실로 말하는 가운데 얻는 마음의 평안 때문이었다고 말하고 있다. 가난 때문에 하고 싶은, 많은 것을 포기했던 저자는 계속 가난하고 싶지 않았다고 속마음을 책에 쓰고 있다. 지금보다 더 나은 삶, 어머니가 좀 더 행복한 삶, 좀 더 잘 먹고 잘 사는 남들과 같은 평범한 삶을 살고 싶었다는 것. 그래서 종종 도전을 했다. 어머니의 희망은 우리 가족이었다. 저자는 어렸고, 내 삶을, 우리 삶을 바꿀 수 있는 기회의 시간들이 있었다. 도전은 돈 주고 사는 것은 아니었다. 물질적으로 부족한 것은 친구에게 빌렸고, 새것을 사지 못해 중고를 샀고, 몸으로 부딪치며 도전해 볼 수 있을 만한 환경을 꾸준히 만들었다. 지금 이 일주도 마찬가지였다.

출발 예정일날 태풍이 온다고 들었는데 깜빡 잊었다고 한다. 어쩌면 이것저것 준비하느라 미처 날씨를 따로 챙기지 못했는지 모른다. 그러나 태풍이라고 전국일주를 포기한다면 앞으로 닥쳐올 삶의 역경을 이겨낼 수 없을 것이라는 속마음이 더 강했는지도 모르겠다고 독자는 생각해본다. 그러나 작은 텐트 하나와 중고 자전거 한 대로 전국을 돌아보겠다는 결심은 첫날 맞이한 태풍에 혹독한 곤욕을 치른다. 야영지에 텐트를 쳤으나 한 시간, 두 시간... 태풍의 위력은 점점 더해 갔고, 새벽 4시께 급기야 텐트 자체가 더 버티지 못하고 지지대부터 무너져 내린 것. 새벽의 깜깐한 세찬 폭풍우를 맞고 저자는 무슨 생각이었을까. 걷기는커녕 제대로 서 있을 수조차 없었다. 결국 낮에 식당하던 민박에 찾아가 씻고 말리고 나니 오전 8시. 민박 주인의 배려로 12시까지인 퇴실 시간을 조금 더 연장할 수 있어 그나마 태풍을 이겨낼 수 있었다고 저자는 생각한다. 첫날 이었다.

 


 

전국일주 여행기라면 으레 담기는 멋진 사진이나 좋은 풍경을 보고 읊조리는 감탄의 문장 따윈 이 책에 없다. “목이 너무 말랐다.”, “쉬지 않고 달렸다.”, “오늘도 또 펑크가 났다.”라는 문장들처럼, 자전거에 한번 오르면 비가 와도 달리고 어두워도 달리고 그렇게 목이 말라비틀어질 때까지 달리고 또 달리는 저자 광수 씨의 멈추지 않는 자전거 페달 굴리는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이 책이 여행기치고는 너무 건조하다고 느껴질 때쯤 광수 씨의 묵직한 사연들이 하나둘 툭툭 튀어나온다. 흙수저 인생, 가슴 아픈 가족사, 시간만이 자기에게 공짜로 주어진 유일한 것이라고 생각할 만큼 끝이 보이지 않는 불안한 나날들. 우리는 불안한 미래 앞에서 얼마나 용감할 수 있을까 독자들에게 질문을 던지는 책. 저자는, 남들에겐 부족하기 짝이 없어 보이더라도 ‘지금, 여기, 당장’ 내가 가진 것만으로도 무엇이든 결국 해낼 수 있음을 온몸으로 증명하고 있다. 젊을 때 고생은 돈 주고도 산다는 옛 어른들의 말씀이 뼛속 깊이 각인되는 책이다.

 

저자 : 이광수

 

충북 단양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다섯 살에 혼자 네발 자전거를 타고 10킬로미터 되는 거리를 달려서 뽑기하고 올 정도로 모험심이 강했다. 아버지의 병환과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어떤 일을 해도 항상 할 수 없을 거라는 시선을 받으며 컸다. 그때부터 부족하더라도 가지고 있는 것을 최대한 활용하며 살았다.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할 때 옆에는 늘 자전거가 있었다. 힘들지만 자전거를 탔다. 다른 방법은 없었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환경을 개선하는 건설업에 뛰어들었다. 사람들에게 이로운 환경을 만들겠다는 책임의식이 강하게 작용했다. 그 외에도 인테리어, 건축 디자인 및 시각화, 부동산 경매도 병행 중이다. 현재는 자산 규모 15억에 연봉 2억의 수입이 있다. 현재 건설업 및 부동산 중개 사업을 준비 중이다. 원주가 고향인 아내와 결혼해 분당에 보금자리를 만들었다. 세상에 같은 성격을 가진 사람은 단 한 명도 없기에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며 사는 일이 즐겁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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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꿀벌의 예언 1~2 세트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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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가 인터넷 서점을 이용한 지 어느덧 15년이 넘었다. 아날로그 세대인 독자가 처음엔 어렵게 온라인 서점을 선택하게 된 이유는 바쁜 직장 생활 때문이었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독서한다는 게 만만찮아 온라인 서점 이용량은 한 달에 한 번 꼴도 안 될 정도로 드문드문 이용했다. 한 5년쯤 지날 무렵 관심을 갖게 된 작가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였다. 『개미』란 작품을 처음 읽었다. 『개미』는 베르베르가 개미를 관찰하기 시작한 열두 살 무렵부터 시작된 소설로 무려 20여 년의 연구와 관찰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라고 한다. 작가는 개미에 관한 소설을 쓰기 위해 12년 동안 컴퓨터와 씨름하면서 수없이 고쳐썼다고도 전해졌다. 그는 직접 집안에 개미집을 들여다 놓고 개미를 기르며 그들의 생태를 관찰한 것은 물론이고, 아프리카 마냥개미를 탐구하러 갔다가 개미떼의 공격을 받고 죽을 고비를 넘기기도 했다고 알려져 독자의 관심을 더 커졌다.

이 소설은 베르나르는 인간 중심의 세계관에서 벗어나 전혀 새로운 눈높이, 예를 들면 개미의 눈높이에서 바라본 세상을 바라보도록 함으로써 현실을 새로운 각도에서 살펴볼 수 있게 한다. 300만 년 밖에 되지 않는 인간의 오만함을 1억 년이 넘는 시간동안 살아남아온 개미들의 눈에 빗대 경고하고 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열네 살 때부터 쓰기 시작한 거대한 잡동사니의 창고이면서 그의 보물 상자이기도 한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이라는 책은 개미들의 문명에서 영감을 받고 만들어진 것으로, 박물학과 형이상학, 공학과 마술, 수학과 신비 신학, 현대의 서사시와 고대의 의례가 어우러진 독특한 작품 형식을 선보였다. 이후 그가 독자들에게 보여준 그의 작품들은 과학자의 눈으로, 때로는 환경학자, 때로는 지구학자 등 과학적 관찰을 통해 이뤄진 소설들이 많았다.

 


 

그의 왕성한 창작열로 대단하지만 독자로서는 그가 어떻게 방대한 지식을 갖게 되었는지가 더 궁금해지기도 했다. 작가 소개나 인터뷰 등 많은 기사를 통해 독자가 확인한 바로는 어렸을 때부터 엄청난 독서광이었고, 관찰력이 대단했으며 지식욕은 백과사전을 매일 들여다보며 외우다시피 했다는 사실에 경악하기도 했다. 그의 전작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을 통해 얼마간 엿볼 수 있었다. 아무튼 베르나르 베르베르를 오늘날 대(大) 작가로 키워준 근본은 독서에 있었음이 부인할 수 없는 명백한 사실이다. 지금도 그의 독서에 관한 엄청난 욕구는 최근 펴낸 『베르베르 씨, 오늘은 뭘 쓰세요?』에서 하루 일상을 공개하면서 어느 정도 알게 됐다. 요즘은 쓰는 시간이 더 많아져서 독서할 시간이 많이 부족하지만 열심히 읽으려고 노력하는 것은 의지보다 습관으로 보이는 듯한 말도 책을 통해 밝혔다.

베르베르가 가장 최근에 펴낸 책 『꿀벌의 예언』은 그의 지금까지의 엄청난 지식의 양을 생각해보면 크게 새로울 것 없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깊이나 시공의 범위가 더욱 치밀하고 촘촘해졌다는 점을 들고 싶다. 물론 시공을 초월하는 구성과 시간 배경은 기본이지만. 이 소설 작품의 모티프는 인류를 구할 방법이 적힌 고대의 예언서 〈꿀벌의 예언〉이다. 꿀벌이 사라지고 인류 멸종의 위기가 닥친 30년 뒤의 지구를 목격한 르네는 미래를 바꾸기 위해 시공간을 넘나드는 모험을 떠난다. 과거와 미래를 오가는 르네는 예언서를 찾아 지구를 구할 수 있을까? 이 책은 특히 베르베르가 한국 독자들을 만난지 30주년이 되는 해라서 기념비적 작품이라는 데 출판사 측의 소개글은 집중하고 있다. 온라인 서점에 30주년 기념 특별판 전집이 이제 막 시판되고 있다.

 


 

출판사 측에 따르면 『꿀벌의 예언』은 그간 천재적 이야기꾼으로서 진화를 거듭해 온 베르베르의 여정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독특한 작품이다. 특유의 독보적인 과학적 상상력에 과거와 미래를 성찰하는 역사적 사유 또한 더해, 한층 확장된 스케일의 색다른 재미를 느끼게 한다. 표지에도 30주년에 걸맞은 특별한 비밀이 숨겨져 있다. 앱을 통해 표지를 촬영하면 표지의 이미지가 움직이며 완성도 높은 모션 그래픽을 선보인다고 한다. 내용은 물론 디자인까지, 이번 소설은 오랜 팬은 물론, 처음으로 베르베르를 만날 독자들도 만족할 뜻깊은 30주년 선물이 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이 책의 배경은 근미래인 2047년이다. 지구상에서 꿀벌이 사라졌다. 2053년 인류는 제3차 세계 대전을 벌인다. 식량이 부족하고 인구가 증가한 상태에서 사람들은 핵전쟁을 시작했다. 주인공은 1,000년 전 예언서에 숨겨진 꿀벌의 비밀을 찾아 여행을 떠난다. 개미, 고양이, 나비에 이어 이번에는 꿀벌이다. 꿀벌이 사라진 미래에서도, 우리의 '현재'는 미래를 바꿀 힘을 가지고 있다는 주제가 초지일관 책을 이끌고 있다.

이 작품은 주인공 르네 톨레다노가 꿀벌이 사라지고 인류 멸종의 위기를 맞은 2053년 지구를 보고 온 뒤, 미래를 바꾸기 위해 시공간을 넘나들며 고군분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르네가 다녀온 30년 뒤의 미래는 겨울임에도 지구 온난화가 극심해져 기온은 43도가 넘고, 전 세계 인구수는 150억 명에 달하는 충격적인 모습이다. 여기에 더해 꿀벌까지 사라지면서 식량이 부족해 곳곳에서 폭동이 벌어진다. 인간들은 식량 자원을 서로 차지하기 위해 핵무기까지 동원해 세계 대전을 벌인다.

 


 

미래의 르네는 현재의 르네에게 이 사태를 해결할 방법이 〈꿀벌의 예언〉이라는 책에 쓰여 있다는 걸 알려 주고, 르네는 인류를 구할 실마리가 적혀 있는 예언서를 찾아 전생의 자신을 찾아간다. 놀랍게도 예언서와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던 전생은 무려 1,000년 전, 예루살렘을 탈환하기 위해 출정한 십자군 기사였고, 르네는 전생의 자신과 함께 예언서에 얽힌 거대한 모험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들어간다. 과거와 현재, 미래를 끊임없이 오가면서, 르네는 미래를 구할 힘은 현재의 바로 이 순간에 있음을 깨닫는다. 이 메시지는 독자가 살아가는 지금 우리의 현실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우리 모두의 〈현재〉에는 미래를 보다 낫게 바꿀 힘이 있다. 꿀벌이 사라질 미래마저도.

읽은 독자들이 많겠지만 베르베르는 전작 『기억』에서 르네 톨레다노가 인류 역사를 되짚고 자신의 전생을 만나면서 〈나는 누구인가〉를 탐색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랬던 그가 이번에는 미래로 시선을 돌려 〈우리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를 묻는다. 개인의 삶이라는 미시적 관점에서 과거를 살폈던 베르베르가 이제 〈우리〉 즉 〈인류〉가 어떤 길을 걸어야 할지 역사라는 거시적 관점에서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인류의 미래를 그리며 베르베르는 〈꿀벌〉을 키워드 삼아 과학적 상상력을 발휘한다. 실제로 꿀벌의 집단 실종은 전 세계적인 현상으로, 인류의 생존과 직결되는 커다란 문제다. 인간이 소비하는 식물의 80퍼센트는 꽃식물이며, 꽃식물 수분의 80퍼센트를 담당하는 곤충은 꿀벌이기 때문이다.

소설은 꿀벌이 전부 사라진 뒤 식량난으로 인해 제3차 세계 대전이 발발한 미래를 보여 준다. 인류를 포함해서 지구에 존재하는 숱한 존재들은 서로의 생사를 가를 만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같은 사실을 무시하는 인류의 선택들이 쌓이고 또 쌓여, 결국 멸절의 위기를 맞이하고 마는 미래도 우리 앞에 하나의 가능성으로 놓여 있음을 소설은 경고한다. 독자들은 최악의 미래를 막으려는 르네의 모험을 따라가면서 꿀벌에 대한 과학적 지식을 자연스럽게 얻고, 그 과정에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게 된다. 〈멸망하지 않기 위해, 우리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 그 힌트는 꿀벌에게서 찾을 수 있다.

 


 

이 같은 〈과학적 상상력〉과 함께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또 하나의 축은 〈역사적 사유〉다. 르네의 모험 이야기와 번갈아 가며 나오는 〈므네모스〉는 일종의 역사서 역할을 하는 장으로, 그 첫 시작은 이렇다. 〈우리가 태어나는 이유는 세 가지 때문이다. ① 배우기 위해. ② 경험하기 위해. ③ 실수를 바로잡기 위해.〉(p.17) 소설을 끝까지 읽고 나면 여기서 방점이 찍힌 건 ③번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인류가 꿀벌이 모조리 사라지게 만든 실수를 바로잡는다면, 어떤 미래가 펼쳐질까? 이에 답하기 위해 베르베르는 여러 부족과 국가가 때로는 협력하고 때로는 갈등하며 현재에 이른 과정을 자기만의 시선으로 기술한다.

이 작품은 『꿀벌의 예언』은 이처럼 역사적 사실과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교묘하게 엮어, 이 모든 일이 실제로 일어나는 평행 세계를 엿보는 기분이 들게 한다. 과학적, 역사적 지식들이 기상천외한 상상력과 결합되는 세계, 〈베르베르 월드〉라고 부를 만한 이 독보적인 세계는, 늘 그래 왔듯 기대를 뛰어넘으며 매혹적인 이야기를 우리에게 펼쳐 보인다.

역자 전미연은 작품 뒷 부분에 〈옮긴이의 말〉을 통해 이 책의 성격과 베르베르 소설의 특징 등을 살피며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시간은 선형적으로 흐른다는 과학적 통념에 반하는 이 설정에서 생긴 틈은 소설적 상상력, 다시 말해 베르베르식 판타지가 채운다. 작가는 중세 시대에 활약했던 성전 기사단이 21세기에 벌어질 세계 대전을 끝낼 비밀이 적힌 예언서를 가지고 있었다고 설정한다. 역사적 사실과 허구가 만나고, 과거와 미래가 만나는 이 지점에서 베르베르의 신작 역사 판타지 소설은 시작된다."(2권, p.378)

 


 

역자에 따르면 베르베르에 익숙지 못한 독자들에게 전작을 포함해 연결성이 있는 내용을 언급한다. '꿀벌의 예언서'는 12세기에 한 십자군 기사가 써서 성전 기사단이 보관하고 있었으나 기사단 강제 해체 이후 행방이 묘연해졌다. 하지만 꿀벌의 실종이 촉발한 세계대전을 멈출 방법 역시 꿀벌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주인공 르네 톨레다노는 예언서를 찾아 시공간을 넘나드는 모험에 뛰어든다. 이 책에서 베르베르는 세 축으로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한 축은 역사다. 십자군 전쟁과 (프랑스인들이 주축이 됐던) 성전 기사단의 탄생과 해체를 중심에 놓고, 사라진 예언서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주인공이 만나는 중동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을 주변에 배치한다. 또 다른 축은 종교다. 서유럽에서 기독교가 탄생해 자리 잡는 과정에서 타 종교들과 맺은 때로는 일방적이고(따라서 폭력적인) 때로는 상호적인 관계를 해박한 지식으로 펼쳐 보여 준다. 두 가지 축을 하나로 묶어 이야기를 완성시키는 것은 생태와 환경이라는 현대의 이슈다. 〈꿀벌이 지구상에서 사라지는 순간 인간에게 남은 시간은 4년뿐〉이라는 아인슈타인의 말대로, 꿀벌의 실종이 세계 대전을 일으킨다는 가정이 이 소설의 출발점이다.

저자는 이번 소설을 끌고 나가는 동력 장치로 예언과 퇴행 최면을 활용하는데, 이 둘은 시간을 상대적으로 바라본다는 공통점이 있다. 예언은 아직 오지 않은 시간에 대해 말하고, 퇴행 최면은 이미 지나간 시간을 되돌린다.

 


 

지난 6월 28일, 광화문 '컨퍼런스하우스 달개비'에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개미』 한국어판 출간 30주년을 기념해 기자 간담회가 열렸다. 베르베르의 데뷔작인 이 책은 1993년 한국에서 출간된 이래, 지금까지 130만부가 판매됐다. 9번째로 한국을 찾은 저자 베르베르는 새 책 『꿀벌의 예언』(당시 출간 전)으로 한국 애독자들의 사랑에 감사한다며 특별한 기념사를 남겼다. "저는 30년간 30권의 소설을 썼습니다. 제 소설은 30개국의 언어로 번역되어 3500만 명의 독자를 만났죠. 30년간 이렇게 많은 업적을 이루었기 때문에, 저의 작가 생활 30주년을 한국에서 맞이하게 된 것이 특히 더 기쁩니다. 제가 한국에서 큰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모두 미래에 관심이 많은 한국 독자 여러분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첫 작품을 출간한 이래, 베르베르는 매일 5시간 30분씩 글을 쓰는 성실한 작가로도 정평이 나 있다.

이날 간담회에서 베르베르는 사회성을 가진 생물에게 관심이 많다고 밝히면서 『꿀벌의 예언』 출간을 예고했다. 사회 조직을 구성해서 도시를 건립해 살아가는 존재들에게 오래 전부터 관심을 가져왔다는 저자는 "그중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었던 것이 '개미'였고, 이번에는 '꿀벌'"이라고 말했다. 그의 이날 간담회는 곤충에 대한 과학적 관심을 언급하기도 해서 주목을 끌었다. "개미보다 꿀벌이 좀 더 흥미롭게 느껴지는 이유는 우리가 꿀을 먹을 수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꿀을 먹는 것은 벌이 세운 문명을 미각으로 탐험하는 작업입니다. 인간이 달콤함을 발견하게 된 것은 꿀벌이 꿀을 만든 덕분이죠. 결국 '디저트'라는 개념은 꿀에서부터 시작된 셈입니다. 그런데 살충제와 기후위기로 인해 벌들이 멸종위기에 처했습니다. 저는 꿀벌을 보면서 인간과 자연의 관계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죠. 우리가 섭취하는 채소와 과일의 70%는 꿀벌의 수고로 열매를 맺습니다. 아인슈타인의 말에 따르면 지구에서 꿀벌이 사라지면 인간이 살 수 있는 시간은 4년밖에 남지 않는다고 합니다. 우리는 꿀벌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해도 모자랄 판에 꿀벌을 사라지게 하고 있습니다. 또, 성경에서는 '약속의 땅'은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라고 했습니다. 결국, 약속의 땅이 되기 위한 필수 조건은 꿀인 것이죠. 저는 이러한 방향성을 쫓아서 이번 소설을 집필했습니다."

 

 

그는 이어 가진 인터뷰에서 자신의 데뷔 무렵 씁쓸한 기억도 되새겼다. "작가에게 최악의 상황은 책을 썼는데, 아무도 읽어주지 않는 것입니다. 제가 첫 책을 내고 사인회를 열었을 때, 아무도 오지 않아서 혼자 독자를 기다렸던 기억이 있습니다. 독자를 만나고 싶지만 아무도 찾아주지 않는 것처럼 큰 외로움은 없죠. 마치 잡히지 않는 물고기를 기다리는 낚시꾼의 심정과 같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사인회를 하면 수많은 독자가 저를 보러 와주십니다. 오늘도 이렇게 많은 기자님들께서 저를 찾아와주셨다는 사실이 정말 멋지게 느껴집니다. 이런 점에서 저는 작가로서 굉장히 행복하고, 작가로서 꿀 수 있는 꿈을 다 이루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특히 "저에게는 한국과 얽힌 한가지 재미있는 스토리가 있습니다. 맨 처음 저의 책을 편집해 준 편집자께서 당시 자신의 어린 딸을 소개해주신 적이 있는데요. 30년이 흐른 지금, 그때 만났던 어린이가 저의 편집인이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이렇게 한국과의 인연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신기합니다. 제가 한국에서 큰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열린 시야를 가진 출판사와 미래에 관심이 많은 한국 독자 여러분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고 화답하기도 했다.

작가가 되기를 희망하는 독자에게 덕담도 잊지 않았다. "저는 기억력이 좋지 못해서 모든 것을 메모합니다. 책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도 중요한 것을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서 집필했죠. 창의력에 관한 습관이라면 잠에서 깨자마자 자면서 꾼 꿈을 기록하는 것입니다. 저는 이 습관을 모든 사람에게 권장합니다. 머리맡에 스마트폰이나 수첩을 두고 잔 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꿈을 적어 두는 겁니다. 꿈이라는 것은 우리의 무의식이 보내는 메시지이기 때문에 해독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창의력을 유지하기 위한 또 하나의 습관은 규칙적으로 글을 쓰는 것입니다. 아무리 글을 못 쓰는 사람이라도 매일 글을 쓰면 결국에는 잘 쓰게 됩니다. 저의 창의성은 매일 글쓰기를 연습하고 수행하는 데서 나옵니다."

 


 

저자 : 베르나르 베르베르(Bernard Werber)

 

프랑스에서보다 한국에서 더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작가로도 알려져 있기도 하며, 톨스토이, 셰익스피어, 헤르만 헤세 등과 함께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외국 작가로 선정된 바 있는 소설가이다. 일곱 살 때부터 단편소설을 쓰기 시작한 타고난 글쟁이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1961년 프랑스 툴루즈에서 태어났다. 「별들의 전쟁」세대에 속하기도 하는 그는 고등학교 때는 만화와 시나리오에 탐닉하면서 『만화 신문』을 발행하였고, 이후 올더스 헉슬리와 H.G. 웰즈를 사숙하면서 소설과 과학을 익혔다.

1979년 툴루주 제1대학에 입학하여 법학을 전공하고 국립 언론 학교에서 저널리즘을 공부했다. 대학 졸업 후에는 『르 누벨 옵세르바퇴르』에서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면서 과학 잡지에 개미에 관한 평론을 발표해 오다 드디어 1991년 1백 20번에 가까운 개작을 거친 『개미(Les Fourmis)』를 발표, 전세계 독자들을 사로잡으며 단숨에 주목받는 프랑스의 천재 작가로 떠올랐다.

『여행의 책』은 타고난 이야기꾼 베르베르가 선보인 철학적 잠언의 성격을 띤 책으로, 도교 사상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도 알려졌던 그의 또다른 일면을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또한 『뇌』에서는 연인의 품 안에서 황홀경을 경험한 표정으로 죽은 신경정신 의학자 '핀처' 박사의 사인을 추적하던 아름다운 여기자 '뤼크레스'와 전직 경찰 '이지도르'는 마약이나 섹스를 넘어서는 인간 쾌락의 절정, 그 비밀의 문을 향해 한발한발 접근해 들어간다.

『인간』은 프랑스에서 출간 직후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하면서 이미 30만 부 이상 팔린 작품으로, 베르베르가 처음 시도한 희곡 스타일의 소설이다. 우주의 어느 행성의 유리 감옥에 갇힌 한 남자와 한 여자를 둘러싸고 펼쳐지는 경이와 서스펜스에 가득 찬 2인극으로,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나 관습들을 유머러스하게 성찰하고 있다. 베르베르는 죽음과 삶을 넘나드는 영계 탐사단을 소재로 한 『타나토노트』와 같은 전작들을 통해 끊임없이 「다르게 보고 다르게 생각하기」를 제시하며 인간의 삶과 사회, 체계 등에 관한 포괄적인 인간 탐구를 시도한다.

이외에도 천사들의 관점을 통해 무한히 높은 곳에서 인간을 관찰하고 있는 『천사들의 제국』, 허를 찌르는 반전으로 우리의 상식을 깨는 『나무』, 희망을 찾아 거대한 우주 범선을 타고 우주로 떠나는 14만 4천 명의 이야기 『파피용』, 웃음의 의미를 미스터리 형식으로 풀어낸 『웃음』, 새로운 시각과 기발한 상상력이 빛나는 단편집 『나무』, 사고를 전복시키는 놀라운 지식의 향연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 등 등으로 짧은 기간 내에 프랑스에서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읽히는 작가 중의 한 사람으로 자리를 굳혔다. 그의 작품들은 이미 3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었으며 1,500만 부가 넘게 판매되었다.

2008년 11월에 출간된 독특한 개성으로 세계를 빚어내는 신들의 이야기 『신』은 집필 기간 9년에 달하는 베르베르 생애 최고의 대작으로, 베르베르가 작품 활동 초기부터 끊임없이 천착해 온 '영혼의 진화'라는 주제가 마침내 그 여정에 마침표를 찍는 작품이다. 이 소설은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는 승자의 편에서 기록된 승리자의 역사이며, 진정한 역사의 증인이 있다면 그 답은 단 하나 '신'일 것이란 가정에서 출발한다. 한국에서는 『우리는 신』,『신들의 숨결』,『신들의 신비』를 묶어서 6권으로 출간하고 있다.

베르베르는 현재 파리에서 살며 왕성한 창작력으로 작품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2008년 10월 프랑스에서 출간된 소설집 『파라다이스 Paradis sur mesure』와『카산드라의 거울』등의 작품으로 꾸준히 한국 독자들을 만나고 있다.

 

역자 : 전미연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와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 한불과를 졸업했다. 파리 제3대학 통번역대학원(ESIT) 번역 과정과 오타와 통번역대학원(STI) 번역학 박사 과정을 마쳤다.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며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 겸임 교수로 재직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기욤 뮈소의 『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 『사랑하기 때문에』, 『그 후에』, 『천사의 부름』, 『종이 여자』,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기억』, 『죽음』, 『고양이』, 『잠』, 『파피용』, 『제3인류』(공역), 『만화 타나토노트』, 로맹 사르두의 『최후의 알리바이』, 『크리스마스 1초 전』, 『크리스마스를 구해 줘』, 아멜리 노통브의 『두려움과 떨림』, 『이토록 아름다운 세 살』, 『배고픔의 자서전』, 엠마뉘엘 카레르의 『리모노프』, 『나 아닌 다른 삶』, 『콧수염』, 『겨울 아이』, 카롤 마르티네즈의 『꿰맨 심장』, 폴 콕스의 『예술의 역사』, 발렝탕 뮈소의 『완벽한 계획』, 다비드 카라의 『새벽의 흔적』, 알렉시 제니외의 『22세기 세계』(공역) 등이 있다. [작은 철학자 시리즈]의 어린이 철학책을 여러 권 번역하기도 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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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다 컨스피러시 옥성호의 빅퀘스천
옥성호 지음 / 파람북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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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는 비종교인이다. 아무 종교도 갖지 않았다. 때문에 성경 공부라든지 불경을 한 권 오롯이 읽은 적도 없다. 물론 성경이나 불경 등 '위대한 종교' 경전은 꼭 신자만 읽는 것은 아니다. 경전에는 사람이 살아가는 데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성인들의 가르침이 있어 예술 저작물들이 늘 인용하곤 한다. 그만큼 올바른 삶의 지표가 되는 내용이 많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이들 종교 경전은 수천 년 간 인류의 삶에 기여하고 선한 영향력을 미쳤다고 독자는 생각한다. 그러나 막상 성경 공부를 한 사람도 예수의 가르침에는 알려진 것보다 과장·왜곡됐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있다. 또 이런 비판적 이론가들은 나름대로 예수의 실제 행적이나 성경을 통한 가르침이 제자들이 글로 남기는 과정에서 왜곡됐을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한다. 독자로서는 믿을 수도, 안 믿을 수도 없는 이야기들이다.

이 때문에 독자가 더 이상 보탤 말은 없다. 종교인도 아니고, 그렇다고 기독교를 공부한 적도 없는 독자로서는 무엇이 잘못 됐고, 무엇이 왜곡됐는지를 전혀 가늠조차 할 수 없기 때문에. 특히 기독교는 오늘날 가장 앞선 문화를 가졌다고 평가받는 유럽에서 일어났고, 대부분의 유럽인(미국 포함)들이 기독교인이나 가톨릭 신봉자라서 이에 대항 논리를 펴기에 만만찮다. 독자처럼 문외한은 그들의 논리나 이론은커녕 목회자들의 설교 한마디도 반박하지 못한다. 수천 년 간 내려오며 예수의 가르침 등을 직접 배우고 실천하는 생활을 해왔기에 그들의 논리는 신성불가침의 영역에 속한 것처럼 보인다. 누가 감히 기독교 관계자들의 논리에 반박할 수 있겠는가? 뒤늦게 출발한 이슬람교가 가장 강력하게 반발하지만(그 이유도 독자는 잘 모른다) 죽고 죽이는 치열한 전쟁만 치를 뿐 어느 한쪽 편을 들 수도 없다. 다만 우리 현대사에서 미국에 진 빚이 있다는 점에서 기독교에 반발심을 갖고 있지는 않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이 책 『유다 컨스피러시』는 "유다는 정말 예수를 배신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기독교에서 예수를 팔아먹은 '배신의 아이콘'으로 수천 년 간 인류의 머릿속에 각인된 유다가 배신자가 아닌 희생양일 수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저자 옥성호는 아버지는 목사이지만 자신은 목회자의 길을 가지 않고, 평범한 시민으로서의 저술가로서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아버지의 영향에서인지 기독교에 대한 책도 적잖게 낸 전문 저술가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유다와 예수, 사탄과의 관계를 설명한다. “유다를 새롭게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를 찾았다. 유다가 예수를 배신한 진짜 이유를 알 수 있다. 제자 중에서 유일하게 유다만이 예수가 십자가를 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적색신호를 감지한 게 분명하다. 자발적으로 하지 않겠다는 사람을 하게 만드는 길은 뭘까? 유다는 고민했을 것이다. 그가 생각한 방법은 대제사장을 찾아가 예수를 넘기는 것이었다. 결국 유다는 배신이라는 ‘십자가’를 지고 예수를 골고다언덕으로 몰아붙였다. ‘하드캐리’ 역할을 한 셈이다. 마음을 바꾼 예수와 예수의 변심을 알아챈 유다, 이것 외에 유다를 저주하는 예수를 이해할 수 있는 길은 없다.”(p.88)

기독교에서 유다는 배신의 아이콘이요, 예수가 십자가를 지게 한 사악한 존재로 묘사된다. 유다를 악마화하면 모든 것이 간단해지지만, 유다를 둘러싼 많은 것이 간단치 않다. 우선 12제자 중 유다가 재정을 담당하는 소임을 맡았다는 점에서 나름 머리가 좋고 또 예수의 신뢰를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 또 하나의 문제는 기독교의 대속교리에 따르면 예수의 십자가는 인간의 원죄를 사하기 위한 구원프로젝트인데, 그렇다면 유다야말로 그 프로젝트를 위해 최선을 다한 것이 아니냐는 주장도 심심치 않다. 영지주의 복음서 중 하나인 유다복음서에는 유다가 예수를 배반한 것이 실제로는 예수의 명령이었다는 내용을 담고 있기도 하다. 이 책은 유다를 둘러싼 수수께끼를 추적하는데, 유다와 예수 그리고 십자가와 기독교의 복잡한 상관관계를 저자의 예리한 시선으로 파헤치고 있다.

 


 

책에 따르면 가축을 도살장으로 인도하는 훈련된 염소를 ‘유다 염소’라고 부른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팀에 있던 피구는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한 후 ‘가롯 유다’라는 조롱을 받았다. 이처럼 ‘유다’라고 하면 비열하고 배신을 일삼는 이들을 떠올리며, ‘유다’라는 호명은 일종의 주홍글씨와 같다. 유다에게 그처럼 비열함과 배신의 아이콘으로 딱지를 붙이는 것이 정당한 일일까? 기독교 교리는 인간의 ‘원죄’와 그 원죄를 대속하기 위해 희생한 십자가를 진 예수를 기반으로 성립한다. 교리의 흐름으로 보면 비록 가능하다면 피해 갈 수 있게 해달라는 절규가 있음에도, 예수의 십자가 희생은 예정되어 있다. 그 예정된 흐름에서 유다는 어쩌면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아니었을까?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해봤을 기독교 신자가 적지 않을 것이다. 이 성서 속 문제적 인물은 많은 상상력을 자극하고, 기독교 교리와 관련해서도 많은 것을 숙고하게 하는 인물이다. 그와 관련된 시도는 몇몇 작품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오래전 만들어져 화제를 불러왔고 최근에도 지속해서 공연되는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에서는 유다가 심상치 않은 모습으로 등장해 전체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니코스 카잔자키스 원작으로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이 만든 영화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에서는 유다를 기존과 달리 해석한다. 스승을 등진 배반자가 아니라 십자가의 고행을 결심하도록 이끈 조언자로 그려진다. 이 책에도 소개되는 발터 옌스의 소설 『유다의 재판』에서는 재판 형식을 통해 유다를 변호하는데, 예수를 인간적으로 따랐지만 맹종하지 않고 비판적 관점을 견지했음을 여러 신학적 논거로 전개한다.

 

 

특히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는 독자도 공연을 직접 관람했기에 저자의 주장에 일부 동의하기가 쉽다. 이 공연은 뮤지컬로서 록 음악에 바탕을 두었지만, 구조적으로는 서곡과 라이트모티프 등이 존재하는 오페라적 요소들 때문에 록 오페라라고도 한다.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 일주일 전부터 십자가형까지를 다루고 있다. 성경 인물들에 대한 파격적인 해석으로 당대에 센세이션을 일으켰으며, 줄거리 자체는 복음서의 흐름을 벗어나지 않지만 파격적인 형식과 급진적인 해석으로 인해 등장하자마자 엄청난 파급력을 불러일으켰다. 독자도 매우 혼란스러웠던 기억이 있다.

이 처럼 이 책은 성경을 텍스트로 이후 수많은 저작물에서 인용되었지만 기독교적 해석(4복음서)의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성경을 논거로 꼼꼼하게 유다를 둘러싼 이야기를 추적해간다. 앞서 언급한 내용은 잘못된 성경 해석, 아니면 의도된 왜곡 해석으로 인한 성경의 오용에 해당되는 것이다. 그 중심에 유다가 있음을 우리는 알 수 있다. 저자는 4복음서를 중심으로 성경 속에서 그 근거를 찾는다. 구체적 이름은 언급되지 않지만, 유다가 가장 먼저 등장하는 곳은 마가복음 3장 14-15절이다. 저자는 마가복음에서 유다의 배신 동기를 '향유사건'에서 찾는다. 이 사건으로 유다는 적지 않은 충격을 받고, 마음이 완전히 돌아섰다고 본다. 마가는 유다를 애매하게 묘사하면서, 단 행여나 떨어질 수도 있는 떡고물을 예상했다는 암시를 줄 뿐이다. 오히려 너무도 스승을 믿었기에 그만큼 실망이 컸던 제자, 그리고 누구보다 예수를 과대평가했던 제자였던 가롯 유다를 좌절한 이상주의자로 보는 것이 어느 정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마가는 배신의 동기를 애매하게 처리하는데, 돈 이야기가 나오지만 그것 때문에 예수를 배신했다는 뉘앙스는 없다. 하지만 마태복음에서는 애매한 나쁜 놈을 돈독이 오른 진짜 나쁜 놈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저자에게 마태는 유다를 극악한 배신자로 그려야만 하는 기독교에게 선구자다. 마태복음에서 유다는 좌절한 이상주의자의 느낌은 완전히 삭제되고, 완전한 돈벌레로 전락한다. 그럼에도 마가와 마태가 그린 유다는 아직까지 유다의 배신과 사탄이 아무런 관계가 없다. 마가와 마태에게 사탄은 ‘당연히’ 예수의 십자가를 막는 존재다. 저자는 그렇다면 오히려 유다는 가장 ‘반사탄적’인 인물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누가는 단지 돈 욕심에 유다가 배신했다는 것에 만족할 수 없었다. 마가복음 속 돈 이야기를 수정하지 않으면서, 돈과 사탄을 결부시킨다. 배신의 결과로 돈을 받는 것은 사탄이 들어간 유다라면 얼마든지 가능해진다. 흔히 돈을 세상 악의 근원이라고 할 때, 결국 돈이 사탄이며 사탄이 돈을 거절할 이유가 없게 된다. 누가복음에 와서 유다의 배신은 이제 마태가 묘사한 탐욕의 결과에서 사탄이 개입한 전 우주적 차원의 선과 악의 싸움으로 격상되었다. 누가복음에서 사탄의 하수인으로 전락한 유다는 요한복음에 들어와서 더욱더 입체적인 인물로 묘사된다. 예수의 제자 중에서 회계 담당이며 돈 욕심이 많아서 공금을 수시로 훔치던 도둑이라는 것이다. 요한복음은 유다와 사탄을 연결한 누가의 구도, 선과 악의 싸움을 더 심화했다. 요한은 단지 우주적 악이라는 사탄의 역할에 만족하지 않았다. 예수가 유다의 배신까지도 사실상 다 기획했다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선과 악의 대결구도를 더 구체화했다. 예수의 신성을 강조했던 요한에게 유다는 완전한 사탄으로 진화한다.

 


 

저자는 복음서에서 유다가 어떻게 묘사되는지 추적하면서, 이성적으로 바라보면 유다야말로 희생자라고 본다. 하지만 기독교는 유다를 희생자로 받아들일 수 없었는데, 유다가 희생자가 되는 순간, 예수가 가해자가 되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렇게 유다를 희생시키고 성립한 기독교 구원교리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역설한다 저자가 보기에 예수가 살려면 유다가 죽어야 했고, 예수를 살리기 위해 지난 2,000년간 유다가 죽어야만 했던 것이 기독교의 교리였다. 문제는 이런 주홍글씨가 유다에게만 붙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종교 개혁가 루터는 아벨의 피에서 시작해 수많은 의인의 피로 영양분을 얻었던 거룩한 땅에 유다의 더러운 피가 흘러 들어가는 것을 참을 수 없어 하며, 유다의 피는 땅이 먹은 게 아니라, 유대민족이 달려와서 마셨다고 썼다. 그러나 차마 땅에 피를 흘릴 자격조차 없는 배신자 유다는 죽어서도 끊임없이 부관참시당했다는 것이다. 루터는 이처럼 유다를 악마화했을 뿐만 아니라, 대표적인 반유대주의자로도 잘 알려졌다. 이런 반유대주의의 흐름은 훗날 유대인 홀로코스트와도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다.

저자는 신화에 머물러야 할 예수 이야기가 역사 속에 자리 잡자, 이성은 마비되고 진리라는 이름으로 자행된 잔혹한 인간 사냥이 역사를 피로 물들였다고 말한다. 그에게 유대민족을 향한 증오와 복수야말로 마비된 이성과 권력 집착이라는 기독교의 속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사례였다. 역사로 자리 잡은 유다에 관한 증오의 창작이 인류의 재앙을 불렀다는 것이다. 저자는 성경의 복음서 속 유다의 모습을 비교 분석하면서, 유다가 어떻게 단순한 배신자에서 악마로 묘사되어갔는지를 밝혀낸다. 유다에 관한 전복적 해석과 총체적 접근은 저자의 견해에 대한 동의 여부를 떠나 성경을 읽는 데 독창적인 영감을 전해준다. 또한 현 기독교에 관한 깊은 성찰의 기회를 제공해주기도 한다.

 


 

이 책을 모두 읽고서도 '유다의 배신'은 성경에 쓰인 대로 예수란 인물에 대한 배신인지, 예수의 뜻에 의한 자의적 배신인지 아직도 헷갈리는 것은 마찬가지다. 그만큼 유다의 배신은 왜곡·확대된 것은 분명한 듯하다. 배신의 원래 목적은 반유대주의(anti-Semitism)에서 기인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반유대주의한 유대 교도 및 유대인에 대한 적의, 증오, 박해, 편견을 의미하는 말로 영어로는 anti-Semitism이라고 하는데, 반유대주의는 멀리는 성서시대부터 보이며, 그것이 19세기가 되어서 영어 호칭이 암시하고 있듯이 인종설에 의거한 새로운 반유대주의의 출현을 보았다. 여기에서 반유대주의는 종래의 종교를 주요인으로 하는 전통적인 반유대주의와 새로운 인종설에 의거한 반유대주의(좁은 의미의 안티세미티즘)로 구별할 수 있다고 종교학대사전(1998)은 기술하고 있다.

『구약성서』의 『에스더』에 이산한 유대인(디아스포라)에 대한 적의에 찬 반유대적 태도가 이미 기술되어 있다. 헬레니즘·로마시대에는 유대 교도와 그리스·로마인과의 마찰은 주로 일신교와 다신교간의 종교문화의 차이에 의거하였다. 그러나 헬레니즘 시대 여러 왕들의 유대 교도에 대한 관대함으로 인해서 이산 유대교도의 지리적 확대와 인구증가가 눈에 띠었다. 단, 그들은 독자적인 신앙과 관습을 고집하고, 타민족으로부터 격리된 강력한 지역사회 조직을 형성하였기 때문에, 주위에 공포감과 반감을 불러 일으켰다. 이에 기원후 38년에 알렉산드리아에서 반유대폭동이 발생했다. 한편 기원전 63년, 폼페이우스에 점령된 예루살렘에서는 로마지배에 대한 저항이 계속되었는데, 기원후 135년 발 코호바의 반란을 최후로 유대 교도는 예루살렘에서 추방되고, 모두 이산 유대 교도가 되었다.

 

저자 : 옥성호

 

한국외국어대학교 노어과를 졸업하고 미국 인디애나주 노터데임대학교(UniversityofNotreDame)에서 MBA를 취득했다. 특허 솔루션 전문기업인 위즈도메인에서 10년간 미주지사장을 그리고 2011년부터 2013년까지 국제제자훈련원 출판본부장을 역임했다. 2019년 현재 도서출판 은보와 테리토스 대표를 맡고 있다. 2007년 『심리학에 물든 부족한 기독교』 시리즈를 시작으로 『갑각류 크리스천』 시리즈, 『아버지, 옥한흠』 『진영, 아빠는 유학중』 『진리해부』 『야고보를 찾아서』 , 장편소설 『서초교회 잔혹사』 『낯선 하루』 『영적 대통령』 『숨쉬는 망각』 『아무도 후회하지 않아』 등 스무 권이 넘는 책을 저술했다.

최근 출간한 『유다 컨스피러시』는 『신의 변명』과 『부활, 역사인가 믿음인가』에 이은 ‘옥성호의 빅퀘스천’의 세 번째 저작이다. 사랑의 교회를 개척하고 교회갱신을 위한 초석을 만들었던 한국개신교의 거목인 옥한흠 목사의 장남으로 태생적으로 기독교에 해박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성장하였다. ‘부족한 기독교’ 시리즈를 통해 비판과 성찰이 사라진 한국교회에 일침을 가하여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저자는 이제, 질문과 상식이 사라진 한국교회를 깨울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가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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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가장 쉽게 쓴 민법책 - 변호사가 알려주는, 민법으로 바라보는 세상 이야기, 제10회 브런치북 대상 수상작
오수현 지음 / 시원북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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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모든 국가가 그렇듯이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다. 이는 우리의 가장 큰법 〈헌법〉에 명시돼 있다. 국가의 모든 행위는 법에 의해 규정되고 제한된다. 법치국가에 사는 이상 법에 규정된 법을 어기고 한 행위는 모두 무효 처리될 수 있다. 그러나 법치국가에 산다고 모든 시민·국민이 모두 법을 잘 아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모르고 살 수 있는 것이 법이 잘 지켜지는 나라이고 살기 좋은 나라라는 역설도 있다. 사실 살면서 모든 행위를 도덕적이고 기본적인 상식에 맞는 행위를 한다면 굳이 법을 따로 제정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인간은 집단 생활을 시작한 이래 모든 집단에는 일정한 법이 있었다. 그것은 국가를 다스리기 위한 것이든, 국민을 위해서든 필요에 의해서 제정된 것이다. 실제 적용하고 집행할 수 있는 국가에 일임한다. 법치국가의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우리들은 항상 법과 함께 살아가는 셈이다. 하지만 대부분은 법을 잘 모르고 살아간다. 법을 잘 몰라도 우리가 살아가는 데에는 크게 지장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법이 필요한 순간은 갑자기 다가올 수 있다. 어쩔 수 없이 법을 잘 아는 사람에게 의뢰해야 한다. 자신이 잘못했든, 상대가 잘못했든 말이다. 법을 잘 안다고 말할 수 있는 법조계 사람들도 모든 법을 다 잘 아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는무려 5,787개의 법령(2023년 5월 기준)이 시행되고 있다고 한다.(p.13) 아무리 뛰어난 사람이라도 이 많은 법령 내용을 모두 꿸 수는 없을 터, 법률전문가들에게 조언을 받기 전에 스스로가 기본적인 것들을 알고 있다면 훨씬 유리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쉽게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법치 국가인 만큼 법을 잘 아는 사람에게는 특별한 대우가 뒤따른 것도 사실이다. 살다가 억울한 일을 당해도 법에 호소해야 하고, 어떤 피해를 보아도 법에 의하지 않고 직접 보상을 받거나 보복을 하는 행위는 법으로 금지돼 있다. 개인적인 보복을 허용한다면 그야말로 무질서, 무법 천지가 될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 아니겠는가. 어차피 법에 호소할 문제가 생기면 자신이 법에 대해 조금이라도 더 알고 있으면 훨씬 자신에게 유리할 것이다.

 


 

이 책 『대한민국에서 가장 쉽게 쓴 민법책』은 표제어가 암시하듯이 법률 전문가들이 읽는 책은 아니다. 우리 삶에 가장 기본적인 민법, 가장 널리 적용되는 민법의 개요를 담아놓은 책이다. 민법은 헌법 아래 있는 여섯 가지 법률, 육법(六法) 중의 하나이다. 물론 이 책을 읽는다고 법이 필요한 순간 다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알고 겪는 것과 아예 모르고 겪는 것에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 책은 우리 생활과 밀접한 민법에 대해 큰 틀을 알려주는 책이다. 사실 우리가 의식하지 않아서 그렇지, 우리는 살아가면서 다양한 사람, 다양한 물건들과 수많은 관계를 맺으며 생활한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산 물건을 택배로 받기도 하고 중고거래 마켓에서 내 물건을 사람들과 무료나눔을 하기도 하며 친구의 물건이나 돈을 빌려서 쓰기도 한다. 이런 관계에서 생기는 모든 권리와 의무는 민법에서 규정된다. 앞서 언급한 행위들이 모두 법률 행위라는 말이다. 이에 따라 우리가 살아가는 곳곳에서 민법은 영향을 주고 있다.

우리와 상관없어 보이는 매매, 위임, 증여 같은 용어들이 우리의 일상에 숨어 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알 수 있다. 변호사인 저자 오수현은 민법이 사람과 물건을 어떻게 구분하는지, 우리가 소유하는 재산들은 어떻게 규율하는지 등 민법으로 바라보는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이 책에 썼다. 우리가 가장 광범위하게 겪는 법률이 민법인데도 우리는 크게 의식하지 않고 살아간다. 때문에 민법은 익숙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우리가 아는 다른 법들을 생각해도 그렇다. 민법은 뉴스에 자주 나오는 도로교통법이나 범죄를 다루는 형법에 비하면 우리와 너무 멀어 보인다.

 


 

하지만 우리 일상과 밀접하게 맞물려 돌아가는 법이 바로 민법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우리의 생활 속에서 맞닥뜨리는 많은 상황들은 민법을 필요로 한다. 작게는 쇼핑, 택배, 렌탈에서부터 크게는 전세계약, 주택담보대출까지 민법은 생각보다 우리의 삶에 깊숙하게 관여하고 있다. 이 책은 이런 민법을 친절하게 설명하며 어떤 구조로 작동하고 있는지를 알려준다. 저자에 따르면 이 책은 구체적인 사례를 나열하기보다는 민법의 기본적인 구조와 작용원리를 알 수 있게 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 어떤 문제이든 기본적인 구조와 원리를 파악하면 어떤 방향으로 해결 방법을 찾아봐야 하는지 그 방향을 찾아가기에 조금 더 수월해질 수 있다. 이 책은 민법에 관하여 그 방향을 잡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책은 실용적인 측면에서만 본다면 다소 아쉬울 수 있다. 하지만 법학 교양서이자 민법 입문서로써 민법의 도움을 받고자 하는 사람, 민법을 공부하고자 하는 사람, 민법이 궁금한 사람 모두에게 충분히 좋은 시작을 안겨줄 수 있는 책이 될 것이다.

이 책은 모두 8개 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세 가지 키워드로 보는 민법 개요」, 2장 「인스타그램과 민사사건의 공통점」, 3장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 4장 「쌍무계약과 마법 저울 이야기」, 5장 「약속과 처분의 차이」, 6장 「세 가지 그림으로 보는 물권법 개요」, 7장 「물건을 사용할 권리」, 8장 「약속을 어길 수 있으니 담보가 필요합니다」 등이다. 저자는 민법을 공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전체를 빠르게 훑어본 뒤 이를 여러 번 반복하는 것이라고 조언한다. 민법을 구성하는 논리 대부분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어느 한쪽 면만 보아서는 전체는 물론이고 그 단면조차도 온전히 이해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민법은 하나의 논리를 가지고 끙끙대는 것보다 다소 엉성하더라도 빠르게 나머지 논리와 함께 익히는 게 최선의 방법이라는 귀띔이다. 특히 이런 접근법은 낯선 전문 용어와 친해지는 데에도 매우 유리하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저자는 민법의 키워드로 세 가지를 제시한다. 첫째 '개인' 둘째 '관계' 셋째 '게임'이다. 저자는 우리가 예전에 배운 고조선의 〈8조 금법〉의 예를 들어 설명한다. 8개의 법조문인데 현재 전하는 것은 세 가지 조항만 남아 있다고 한다. ① 사람을 죽인 자는 즉시 사형에 처한다 ② 남에게 상처를 입힌 자는 곡물로써 배상한다 ③ 남의 물건을 훔친 자는 노비로 삼되, 용서를 받으려면 돈 50만 전을 내야 한다.로 돼 있는 법 조항을 배운 기억이 있다. 저자는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현대식으로 바꿔 알려준다. 첫 번째 조문은 바꿀 내용이 거의 없다고 한다. 현행 우리나라 법에 따르더라도 사람을 죽인 자는 사형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형법 제 250조 제1항) 이 조문은 개인과 국가간의 법률 관계를 다루고 있다. 사형이란 국가가 개인에게 내리는 형사 처벌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개인과 국가 간 법률관계를 다루는 법을 '공법(公法)'이라고 한다.

공법에는 형법, 행정법, 헌법이 대표적인 예이고, 민사소송법, 형사소송법 같은 절차법도 공법에 해당된다. 두 번째 조문도 바꿔본다. 남에게 상처를 입힌 자는 곡물로써 배상을 해야 합니다. 그 당시에는 곡물이 화폐 같은 역할도 겸했으므로, 이 조문은 남에게 상처를 입힌 자는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 정도로 바꾸면 된다. 우리 민법에도 비슷한 내용이 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민법 제750조) 이처럼 '개인과 개인 간 법률관계를 다루는 법'을 '사법(私法)'이라고 한다. 한자 뜻 그대로 개인에 관한 법이다.

마지막 세 번째 조문은 조금 까다롭다고 한다. 현대식으로 재해석하려면 고칠 부분이 많다는 것. 우선 현대 사회는 노비 제도를 알지 못한다. 이 부분은 감옥살이 정도로 바꾸면 될 것이다. "남의 물건을 훔친 자는 감옥에 가야 한다. 용서를 받으려면 돈 50만 전을 내야 한다." 이 대목에서 개인과 국가 간 법률에 해당하므로 공법이다. 개인을 감옥에 넣는 것(징역)은 국가가 내리는 형사처벌이기 때문이다. 실제 우리 형법에도 비슷한 조문이 있다. 타인의 재물을 절취한 자는 6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형법 제329조) 한 번 바꾸어야 할 필요가 있다. 우리 현행법은 합의금을 지급해 용서를 받더라도 국가로부터 처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법과 공법이 별개 절차란 이유다.

 


 

민법의 두 번째 키워드는 '관계'이다. 앞서 민법을 개인과 개인 간 법률관계를 다루는 법이라고 언급했다. 똑같은 문장에서 이번에는 '개인'이라는 단어 대신 '관계'라는 단어에 주목해본다. 저자는 좀 더 쉽게 풀어써 제시한다. "민법은 관계의 학문이다. 그래서 그림을 잘 그리면 민법 공부가 쉽다. 무슨 대단한 능력이 필요한 건 아니고 관계도를 그릴 수 있는 정도면 충분하다." 예를 들어 A가 2022년 1월 1일 B로부터 X아파트를 10억 원에 샀다고 해보자. 이 사건은 결국 A와 B의 법률관계이므로 그림으로 그리면 이처럼 된다.(p.21 참조)

동그라미 두 개와 직선 한 개, 그리고 네모 한 개. 이것이 민법의 전부이다. 나머지는 모두 주석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동그라미는 법률관계를 맺은 두 당사자를, 직선과 네모는 법률관계의 내용을 뜻한다. 앞서 언급한 사례에서는 '2022. 1. 1. X아파트, 10억' 같은 내용이 칸 안에 들어가면 적절하다. 이것이 민법의 큰 그림이고 나머지는 모두 응용일 뿐이라고 저자는 역설한다. 예를 들어 다른 사안에서 당사자가 더 많이 등장할 수도 있다. 그러면 동그라미를 더 그리면 된다. 혹은 당사자끼리 다른 법률관계를 맺을 수도 있다. 그러면 네모 안에 다른 내용을 적으면 된다. 이처럼 사안에 따라 세부사항은 조금씩 바뀔 수 있다. 그러나 큰 그림 자체는 변하지 않는다. 민법의 핵심은 결국 '관계'이기 때문이다. '관계'에서 저자는 민법과 형법, 그리고 행정법과의 관계를 덧붙인다. 마지막 세 번째 '게임'이란 키워드는 앞선 두 키워드가 민사의 '실체'를 이야기했다면 이 세 번째 키워드 '게임'은 민사 '절차'를 위한 것이다. 테니스 게임을 하려면 두 명의 선수와 심판, 이렇게 세 사람이 필요하듯 민사재판도 마찬가지다. 민사재판을 하려면 ① 원고 ② 피고 ③ 재판부까지 셋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원고'는 민사소송을 제기한 사람을 이르는 말로 재판으로 해결되길 바라는 바를 소장(訴狀)에 적어 법원에 제출하면 된다. 반면 '피고'는 민사소송을 당한 사람이다. 법원은 원고로부터 받은 소장 부분을 피고에게 전달하여 답변서(答辯書)를 제출토록 한다. 한편 여기서 피고는 민사사건에서 사용하는 용어이고, 피고인은 형사사건에서만 사용하는 용어이다.

 


 

팍타 순트 세르반다(Pacta Sunt Servanda).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라는 의미의 라틴어 격언입니다. 모두가 수긍하는 문장이지만 안타깝게도 항상 잘 지켜지는 원칙은 아니지요. 이번 장에서는 민법에서 말하는 약속에 대해 공부해봅시다. 민법이 바라보는 약속이란 무엇인지, 약속을 어기고 지킨다는 건 무슨 의미인지, 또 약속을 어기면 법적으로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해 차근히 알아보겠습니다.(p.86)

 

저자 : 오수현

 

성균관대학교 학부를 졸업하였다. 학문을 하는 가장 큰 즐거움은 배운 바를 렌즈 삼아 세상을 관찰하는 것인데 법을 통해 바라보는 세상이 궁금해져 이후 같은 학교 법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하였다. 그러나 ‘수험 법학’에 적응하지 못해 오랫동안 길을 헤매었고, 결국 1학년을 마치고 잠시 쉬어 가는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덕분에 두꺼운 교과서를 차근히 음미할 여유가 생겨 기초를 보다 탄탄히 할 수 있었다. 2019년도에 변호사시험을 통과하였고 지금도 변호사의 길을 걷고 있다.

좋은 변호사란 결국 좋은 글을 쓸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여 군법무관 시절 3년동안 부지런히 글을 썼다. 처음에는 개인적인 글쓰기 울렁증을 극복하기 위해 썼지만, 도중에 법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을 위한 글을 쓰고 싶다는 목표가 생겨 본인의 로스쿨 1학년 시절을 떠올리며 민법 교양서를 집필하였다. 그렇게 탄생한 그의 첫 작품이자 이 책의 모태가 된 <대한민국에서 가장 쉽게 쓴 민법책>은 제10회 브런치북 대상을 수상하였다. 뜨거운 학구열에도 불구하고 공부 방법을 몰라 길을 헤매고 있는 대한민국 학생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오늘도 부지런히 글을 쓰고 있다. 앞으로의 목표는 지금보다 더 쉽고, 보다 대중적인 법학 인문 교양서를 세상에 내놓는 것이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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