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명령
오세영 지음 / 델피노 / 202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미얀마(당시 버마) 아웅산 테러(암살폭파사건)이란 수도 랭군(현재의 양곤)의 아웅산묘소에서 한국 대통령을 암살하려는 북한공작원에 의해 저질러진 폭파사건을 말한다. 1983년 10월 9일에 발생했으며, 이 사건으로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장관 서석준, 외무부장관 이범석, 상공부장관 김동휘, 동자부장관 서상철, 대통령 비서실장 함병춘, 민주정의당 총재 비서실장 심상우, 청와대 경제수석 비서관 김재익 등 대통령 공식 수행원과 수행 보도진 17명이 사망하고, 10여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사고 당시 전두환 대통령은 묘소에 도착하기 전이어서 위기를 모면했다.

당시 전두환 대통령은 서남아시아 및 대양주 6개국을 순방중이었으며, 첫 방문지에서의 이같은 사건에 따라 나머지 순방일정을 취소하고 급히 귀국하였다. 귀국 즉시 열린 비상국무회의에서는 비상경계태세를 결정했으며 10월 13일 희생된 17위에 대한 국민장 거행 후 연일 벌어진 북한만행규탄대회를 고비로 대북보복론까지 대두되었다. 그러나 10월 20일 대통령 특별담화를 통한 대북한 경고와 더불어 자제론이 천명됨으로써 고조되었던 남북한간의 위기국면은 진정되었다. 미얀마 정부는 사건발생 즉시 5인 특별조사위원회를 만들고 암살범 추적수사에 총력을 기울여 10월 11일과 12일 사이에 북한에서 온 강민철과 진 모 등 2명을 체포하고 1명을 사살하였다.

미얀마 정부는 외무장관을 진사조문사절로 파한했으며, 10월 17일 이 사건이 북한의 특수공작원에 의해 저질러진 것임을 공식발표하고, 11월 4일 북한에 대한 외교단절 및 정권승인 취소조처를 취하였다. 이 조처에 따라 미얀마 주재 북한공관원들이 이틀 뒤 미얀마를 떠났으며, 다음날인 11월 7일 일본 정부가 대북한 제재조처를 취했으며 잇따라 미국 등 우방국들의 대북한 제재조처가 이어졌다. 한편 북한은 이 암살사건과 무관함을 강변했으나 11월 22일 미얀마 검찰당국에 체포된 범인들이 죄상을 밝힘으로써 북한에서 전대통령과 수행원들을 살해하기 위해 인민군 장교들로 구성된 암살단을 애국동건호에 탑승, 밀파했다는 사건전모가 공개되었다. 그 뒤 12월 9일 랭군지구 인민법원 제8특별재판부에서 두 테러범에 대해 사형선고가 내려졌다.

 


 

아웅산 테러에 대해서 이 책 『마지막 명령』은 자세히 다루지는 않지만 전두환 전 대통령의 정통성 없는 정권과 국제 관계 등에 대해 12·12 쿠데타부터 이어지는 전두환 정권의 불안정성에 대해 충분히 설명할 필요가 있어서다. 쿠데타로 잡은 정권이 얼마나 불안정했는지, 이런 가운데 암살테러 시도가 잇따랐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독자가 임의로 사건 개요를 추가한 것이다.

이 책을 이끌어가는 주요 인물은 대한민국 특전사 팀장 한태형 대위와 그의 육사 동기 장재원이다. 그들은 12·12 사태 이후 전혀 다른 길을 걷는다. 한태형은 신군부 쿠데타에 협조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불명예제대를 당하고 미국으로 쫓겨나지만 장재원은 안기부 실세 보좌관이 되어 집요하게 그를 쫓는다. 전두환 정권의 출범은 한태형뿐 아니라 반정부인사들과 북한 정찰국 최정예 멤버까지 대통령을 노리는 이들이 많아졌다. 그러나 북한이 대한민국 대통령을 저격하도록 두고 볼 수만은 없다. 대한민국 법정에 세우기 전까지는 그를 어떻게든 지켜야 한다. 과연 스나이퍼가 된 한태형의 총구가 겨누는 곳은?

저자 오세영은 〈작가의 말〉을 통해 이 책 "『마지막 명령』은 역사적 사실에 작가의 상상력을 결합한 팩션(Fact+Fiction=Faction)이다."고 발히고 있다. 실제로 일어났던 사건을 소재로 하는 작품은 스토리 골격이 정해져 있다는 면에서는 편하지만, 시간이라는 날줄과 공간이라는 씨줄에서 벗어날 수 없기에 제약이 따르는 것도 사실이다."고 밝히고 있다. 작가는 사학 전공자다운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여 치밀한 자료 조사와 고증을 거쳐 그 어떤 작품보다 생생하게 독자들을 현대사의 한 장면으로 데리고 간다. 동시에 잘 짜여진 플롯과 담박한 필체로 책장을 펼친 독자들이 도무지 작품의 매력에서 빠져나올 수 없도록 만든다.

 

 

〈작가의 말〉에서 저자는 "역사에서 가정은 의미가 없다고 한다. 10·26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12·12 때 전두환의 신군부가 정권을 장악하지 못했다면, 그리고 아웅산까지 이어지는 전두환 대통령의 암살 계획이 성공했다면 대한민국은 어떻게 되었을까. 아무도 모르고, 알 수도 없고, 알려고 할 필요도 없는 일이다. 역사는 현실이고, 우리는 현실 속에서 살고 있다. 그리고 주어진 직분을 성실하게 수행하는 게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하는 제일 확실한 방법일 것이다."고 말한다. 역사를 전공한 저자의 역사관 한쪽을 읽는 것 같아 독자에게는 귀중한 삶의 지헤로 들리기도 한다.

저자는 조심스럽게 역사와 우리 대한민국의 현대사 한 부분을 함께 되새겨봄으로써 우리 삶의 지혜를 얻어낼 수 있다는 교훈적 의미가 이 책에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하게 한다. 저자는 다음과 같은 말을 이어간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법치국가다. 그리고 대통령은 국군 최고통수권자며 군인은 상명하복을 생명으로 하고, 나라를 수호하는 사명을 띠고 있다. 복잡한 상황과 혼란한 현실 속에서 대한민국 대통령이 북한에 의해 암살당하는 것을 막고, 대한민국의 법정에 세운 것은 최상의 선택이었을 것이다. 일에는 선과 후, 경과중이 있는 것이다."

역사는 거울이라고 한다. 20세기 말, 격동의 역사를 돌이켜봄으로써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위기에 대처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저자는 기대하고 있다.

 


 

이 책은 우리 현대사의 가장 뜨거운 순간인 격동의 80년대 안팎을 배경으로 한다. 1979년 10월 26일, 야수의 심정으로 유신의 심장을 쏘았다는 수 발의 총성, 최측근이 현직 대통령을 살해함으로써 18년간의 독재정권이 종지부를 찍은 바로 그 사건의 시점으로부터 소설은 시작된다. 대통령 저격. 결코 트렌디하거나 가볍지 않은 소재이지만, 뉴욕, 앙골라, 모나코, 홍콩, 필리핀, 가봉 등을 오가며 쫒고 쫒기는 최정예 스나이퍼의 이야기가 그 어떤 액션 영화보다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이 소설 『마지막 명령』은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하지만 절대로 단순 역사 기록에서 맛볼 수 없는 상상력과 스케일이 보태진 긴장감의 연속이다.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전두환을 용서할 수 없는 소신파 한태형과 그의 육사 동기이지만 당시 안기부 보좌관이 된 장재원이 각기 다른 신념을 갖고 서로를 쫒고 또 서로에게 쫒기는 추격전을 스펙타클하게 담아내었기 때문이다. 우리 현대사의 가장 암울한 시긴인 10·26부터 전두환 집권, 아웅산 테러에 이르는 현대사의 흐름을 씨실로 뉴욕,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등으로 장소를 옮겨가며 국제적으로 펼쳐지는 스나이퍼의 사투를 날실로 하여 촘촘하게 구성됐다. 이에 따라 이 소설은 역사적 배경을 토대로 첩보물에 비견될 만큼 역사와 흥미,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더욱이 이 소설은 철저한 사료 검증과 특히 소설의 배경이 되는 지역들에 대한 방문 조사로 작품의 완성도를 높여 독자들이 더욱 몰입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이 백미로 꼽힌다.

 

“무슨 이유로 남조선 동무가 앙골라에서 싸우는지 궁금하군. 그런데 어째 동무는 어디서 본 듯하오?”(p.110)

 


 

이 책의 표제어인 '마지막 명령'은 무엇일까? 책 속의 인물 석 사령관으로부터 받는 명령을 '마지막 명령'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것은 전두환 대통령을 암살이나 저격 등이 아닌 방법, 즉 법에 의해 법정에 새워 법의 심판을 반드시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다. 석 사령관은 강제 예편 당한 10·26 이후 전두환 측근으로부터 각종 핍박과 박해로 결국 강제 예편된, 실재한 인물을 생각나게 한다. 소설 속에서는 청빈한 인물로 혼란을 수습할 강력한 인물이었으나 더 강력한 군부의 실권자인 전두환에게 밀려 10·26 가담자로 누명을 쓰고 수모를 당한 끝에 강제 예편된 인물이다. 죽을 고비를 여러 번 넘기며 한국에 다시 돌아온 한재형이 물어물어 그를 찾는다. 서울 월계동 허름한 아파트에서 홀로 살던 석 사령관은 밀린 이야기를 나눈다.

 

"그래, 그간 어떻게 지냈나"

"이것저것 하며 부지런히 살았습니다."

한재형은 미국으로 쫒겨간 일부터, 용병이 되어 아프리카에서 싸웠던 일, 그리고 필리핀에서의 일을 간략하게 이야기했다. 놀라움을 금치 못하던 석 사령관은 한태형이 홍콩에서 북한 대외조사부 간부를 만났다는 부분에 이르러서는 큰 충격을 받았는지 표정이 굳어졌다.

"저도 뒤에 북한이 있다는 사실에 많이 놀랐지만, 그 전에 이미 마음을 굳혔기에, 그리고 차라리 내 손으로 끝내는 게 좋을 것 같아서 그대로 결행했습니다."

(중략)

"사령관으로서 마지막 명령을 내리겠다! 전두환을 대한민국 법정에 세워라! 그게 정당한 응징이다! 방법은 귀관의 재량에 일임하겠다."(p.231~232)

 


 

소설 속의 한재형은 한국 현대사를 환기하고 파란만장한 삶을 살지만 독자들을 역사 소설의 새로운 장르인 팩션(Faction)의 매력에 빠뜨리기에 충분하다. 한재형이라는 인물이 실제 있었던 인물인지 독자로서는 알 수 없다. 다만 한재형은 동기이자 신군부에 밀착된 장재원과의 쿠데타에 동조하지 않았다고 친구 사이에서 대립 갈등 구조로 바뀐다. 일반 사람들은 알 수 없지만 이때 갈라선 육사 출신 군 관계자들은 억울한 옥살이, 예편, 심지어 목숨까지 위태로운 이들이 무척 많았다고 한다. 두 주인공은 우나연이란 여인을 두고 연적 관계로도 대립된다. 우나연은 미국 양부모들에 입양된 후 대학은 물론 미국 CIA 출신으로 한국 보안사에서 분석관으로 일하고 있는 여성이다. 우나연으로서는 한재형에게 더 마음이 있었지만 한국의 현실은 두 사람 사이를 더 이상 유지할 수 없게 한다. 한재형이 미국으로 추방된 이후 소식이 끊긴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한재형은 미국에서 일당직 잡일을 하며 겨우 끼니를 이어가고 1년쯤 지난 후엔 우연한 기회로 용병으로 입대하기로 한다. 돈 때문이겠지만 특수부대 출신인 자신에게 맞는 일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아프리카 앙골라 내전에 참여하고 꽤 잘 나가기 시작할 무렵 우나연의 생각해서 한국으로 다시 가거나 그녀가 나오기를 기대하는 마음은 있지만 결코 이룰 수 없는 일이라는 현실적 판단 속에 그리움만 쌓인다. 그러나 우나연도 자신의 신분이나 미국의 양부모를 통해 그를 수소문하지만 '사망'으로 확인될 뿐 다른 행적을 찾을 수 없다. 당연히 우나연을 사이에 둔 삼각관계는 장재원의 승리가 된다. 두 사람은 결혼한다.

 


 

전두환대통령 암살 기도가 확인된 아웅산 테러 이전에도 이미 여러 번 암살 시도가 있었다고 알려져 있다. 정당성 인정받지 못한 전두환 정권은 국내에서 쉽게 바뀌지 않을 것 같은 국민 정서보다 외교를 통해 외부로부터 먼저 인정을 받으려 했다. 미국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등 아웅산 테러 이전 외교적 각국 순방에 힘을 쏟았다. 아웅산 테러 이후 붙잡혀 미얀마 정부로부터 사형을 선고받고 집행된 북한공작원의 진술에 따르면 해외에서 암살 시도가 실제로 여러 번 있었다. 특히 아프리카 순방 때 암살 시도가 계획대로 진행되는 과정에서 단순한 공작원의 실수가 있었고, 이때의 암살 계획이 아웅산 테러 때까지 연기된 셈이다.

 

전두환을 대한민국 법정에 세우려면 우선 대한민국 대통령이 북한에 테러를 당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p.274)

 

저자 : 오세영

 

1954년 충청남도 홍성에서 태어났으며, 경희대학교에서 역사를 전공했다. 흩어진 기록을 모으고 상상력을 동원해서 사서의 행간을 채우는 일을 즐겼던 오세영에게 역사를 이야기로 꾸미는 역사 작가는 잘 어울리는 직업인 셈이다. 오세영에게 역사는 내일을 보여주는 거울이며, 소설은 역사를 쉽게 풀어쓰는데 매우 유용한 수단이다. 그는 역사학계에서는 깊이 있게 다루지 않고, 문단에서는 크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그러나 시대와 삶에 커다란 의미가 있는 소재를 발굴해서 독자들을 새로운 이야기의 세계로 초대하고 있다. 주요 작품으로는 『베니스의 개성상인』,『구텐베르크의 조선』, 『원행』, 『만파식적』, 『타임 레이더스』, 『화랑서유기』, 『포세이돈 어드벤처』, 『창공의 투사』, 『소설 자산어보』, 『콜럼버스와 신대륙 발견』 등이 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빅 트리 - 꿈꾸는 작은 씨앗들의 모험
브라이언 셀즈닉 지음, 이은정 옮김 / 니케주니어 / 202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 『빅 트리』는 「꿈꾸는 작은 씨앗들의 모험」이란 부제를 갖고 있다. 지구에서 큰 나무가 되기 전까지의 과정을 지구 역사와 함께한 '씨앗'의 모험 여정을 다뤘다. 씨앗의 존재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우주의 역사로 거슬러 올라간다. 어떻게 작은 씨앗이 오늘날 지구의 큰 식물들의 기원을 보여주는 과정이다. 어린이용 모험 소설처럼 씨앗을 의인화하고 엄마 나무가 따로 존재함을 작품에서 보여준다. 저자 브라이언 셀즈닉이 그림과 함께 쓴 동화 같은 책이다. 어린 씨앗이 태어난 시대는 지구 지질학 분류로 백악기에 해당된다. 백악기의 오래된 숲속에서 엄마 나무의 보살핌을 받으며 자라던 작고 어린 씨앗 남매 머윈과 루이스가 주인공이다. 그들은 플라타너스 나무 씨앗이다. 그들은 언젠가 땅에 뿌리를 내리고 커다란 나무로 자라나는 희망을 품고 있다. 그러던 어느 순간부터 루이스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목소리가 말을 걸어오는 꿈을 계속 꾸게 된다. 어느 날 숲속에 큰불이 나고, 엄마 나무를 잃고 아직 영글지 않은 상태로 세상 밖으로 나와 숲에서 멀리 떨어진 미지의 세계로 떠밀려 가게 된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홀로 남겨진 남매는 재치와 상상력을 발휘해 공룡과 유성, 화산으로 가득한 위험한 세상을 헤쳐 나와야 한다. 물론 뿌리를 내리고 큰 나무로 자랄 수 있는 안전한 곳을 영영 찾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까지도 함께 안고 가야 할 숙명이다. 꿈속에서 들리던 알 수 없는 목소리가 점점 크게 들리면서 루이스는 자신들의 삶에 주어진 사명이 누구도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클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 작품은 어린이들에게 상상력을 충분히 자극한다. 작은 씨앗이지만 의인화해 이들은 대화도 나누고 이별도 경험한다. 물론 다시 재회하기도 하는 모험을 다룬다. 『빅트리』라는 제목에 걸맞은 '빅북'이다. 520페이지에 달하는 책에 300여 컷에 달하는 방대하고 독창적인 삽화가 실려 있다. 그림만으로 읽어도 지질학이나 지구과학을 조금이라도 배운 사람이 읽기에는 충분할 정도로 풍부한 과학 지식이 밑바탕된다.

 

 

유머와 경이로움, 신비로움과 희망으로 가득한 이 책 『빅 트리: 작은 씨앗들의 모험』은 유례없는 모험을 다룬 책이다. 지금까지 셀즈닉의 작품 중 가장 상상력이 풍부하고 예리한 관찰력과 따뜻한 감성이 돋보이는 수작으로, 전 세계 평론가들의 평가를 받았다. 어린이들뿐만 아니라 성인이 읽어도 될 전 세대 독자를 아우를 수 있는 책이다.

버섯 전령사들을 통해 숲과 식물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우드 와이드 웹Wood Wide Web’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은 엄마 나무에게 외부 위험을 알리고, 파괴된 숲이 죽은 나무와 잎사귀 들의 순환 과정을 통해 새롭게 되살아나게 한다. 사랑스러운 풀잠자리는 씨앗들의 모험에 기꺼이 날개를 내어 주고, 바닷속 해조 임금을 위해 일하는 유공충 ‘과학자’들은 새롭게 발견한 정보를 자신들의 몸에 새겨 넣는다. 이처럼 책은 자연의 관점에서 바라본 자연 이야기인 만큼 크고 작은 자연의 주체가 등장인물로 나오며, 아파하는 지구를 보호하도록 북돋는 강력한 환경 메시지를 담고 있다.

 

루이스는 곤충의 한쪽 날개에서 작게 갈라진 상처를 발견했다. 고치 안에서 긁혔거나 찢어진 걸까?

“이 상처 좀 봐, 오빠. 점박이가 잘 날 수 있을지 모르겠어.”

“날아?!” 머윈이 소리쳤다. “그래! 바로 그거야! 점박이를 타고 날아서 여기를 나가면 되겠다! 아름다운 산으로 바로 갈 수 있겠어.”

“그게 될까? 난 잘 모르겠어.” 루이스가 말했다.

“당연히 되지. 완벽한 계획이야.”

루이스는 점박이 옆에 앉아서 아직 붙어 있는 날개를 솜털로 살살 떼어 주었다.

머윈이 그 모습을 초조하게 지켜보며 말했다. “조심조심.”

머윈은 남매의 미래가 갓 태어나 바들거리는 이 생명체에게 달려 있음을 알고 있었다.(p.220~221)

 


 

인간을 포함해 자연 생태계를 이루는 모든 생명체는 저마다 소중한 꿈과 희망을 품고 살아간다. 이 책의 플라타너스 씨앗들처럼 말이다. 이 작고 약한 존재들이 수억 년간 푸르른 지구를 지켜온 나무가 되었듯 이 책은 우리가 뿌리내리고 사는 이 지구가 얼마나 위대하고 경이로운지 다시금 깨닫게 한다. 꿈, 희망, 공동체, 연대, 환경의 중요성뿐만 아니라 자연의 신비와 아름다움, 가족과 우정의 소중함 등등 읽을 때마다 새로이 발견할 수 있는 다양한 주제와 감동이 이 한 권에 가득 담겨 있다. 특히 아동문학 삽화가에게 수여하는 칼데콧상을 2회나 수상한 셀즈닉만의 섬세하면서도 생동감 넘치는 흑백 연필화는 이야기의 흐름과 한데 어우러져 상상 속 모험을 생생하게 그려낸다.(특히 이 책은 ‘지속가능한 산림자원 보호’를 위해서 FSCⓡ 인증 종이를 사용해 호평을 받았다.)

출판사 측에 따르면 미국 아동·청소년 출판 분야에서 독보적 위치를 차지하는 브라이언 셀즈닉의 작품들은 지금껏 출간 즉시 미국 주요 언론들의 주목을 받으며, 할리우드에서 종종 영화화되었다. 이번 신작 소설 『빅 트리』는 기획 단계에서부터 할리우드의 거장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과 〈미니언즈〉를 탄생시킨 애니메이션계의 전설 크리스 멜러단드리 회장이 참여해 만들어졌다. 이 관련 내용은 책 뒷 부분에 〈이 책의 씨앗〉이란 글에 명기돼 있다. 이에 따르면 2017년 저자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과 공동 제작자인 크리스 멜러단드리가 만나는 자리에 초대받았다. 두 사람이 저자에게 영화 시나리오를 부탁하기 위해서다. 스필버그 감독은 당시에 다른 프로젝트를 작업 중이었는데, 문득 자신이 자연의 시각에서 자연을 기리는 영화를 본 적이 없음을 깨달았다고 말한다. 당시에 스필버버그 감독은 공룡시대 이전을 배경으로 하는 스토리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 시기에는 세상이 식물로 뒤덮여 있던 때다. 매우 흥미롭게 들렸지만 나중에야 그 시기의 세상이 지금과 많이 다르다는 사실을 저자도 깨닫게 되었다. 물론 그때도 육지에 몇 종류의 곤충, 물속에 다수의 생명체가 서식했고, 이끼와 우산이끼, 쇠뜨기 그리고 다양한 종류의 양치류를 포함해 식물들이 살기는 했다. 아무튼 스필버그 감독의 말은 듣는 사람들에게 낯설게 느껴지는 세상에서 스토리가 전개될 것이라는 의미로 이해됐다. 저자는 백악기로 불리는 공룡시대가 끝나는 2억3.200만 년 전의 시점으로 옮길 것을 제안했다. 그 시기의 숲이 현재의 숲과 비슷하다는 점이 저자에게는 중요했다고 한다. 아울러 자연의 시각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니만큼 우리 모두가 아파하는 지구를 보호하도록 북돋우는 강력한 환경 메시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저자는 이 책을 읽고 난 뒤 독자들이 책에서 본 나무와 식물들 사이에 우리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기를 바란다고 기대하고 있다.

저자는 2년에 걸쳐 스필버그 감독, 멜러단드리와 함께 이 영화를 만드는 작업을 했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이 강타하고 세상이 거의 멈추면서 이 영화가 결코 만들어지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즈음 이 이야기에 흠뻑 빠져 있던 저자는 다른 방식으로 사람들과 공유하면 어떨까 생각했다고 털어놓는다. 이에 따라 책으로 만들 것을 제안했고 스필버그 감독과 멜러단드리는 응원해 주었다는 것. 특히 스필버그 감독은 이 책에 보내는 찬사를 통해 “자연의 시각에서 바라본 자연 세계 이야기”라는 점을 높이 평가해 주목을 끌었다. 또 『빅 트리』는 미국에서 오디오북으로도 제작 발매되었는데,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영화배우 메릴 스트립이 내레이션을 맡고, 1996년에 영화 『캔터빌의 유령』으로 에미상을 수상한 음악감독 어니스트 트루스트가 음악을 맡아 또 한 번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빅 트리』는 애니메이션 시나리오로 탄생했지만,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제작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그림책으로 세상에 먼저 소개된 작품이다. 애니메이션 제작을 위해 창작된 세계관과 스토리라인을 가진 소설인만큼 모든 장면에서 보다 생생한 재미와 감동, 살아 숨 쉬는 듯한 캐릭터들의 면모를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과학적 상식이든 전문적 지식이든 우리가 알고 있는 이상의 세상을 보여준다. 너무 커서 볼 수 없는 모습인 지구, 달, 행성, 그리고 우주의 모습을 볼 수 있고, 너무 작아서 볼 수 없는 미시의 세상을 저자의 지삭과 상상력을 통해 독자들에게 보여준다. 이것만으로도 획득할 수 있는 과학적 사실과 지식은 물론 성인이 된 이후 더욱 잘 보이지 많는 상상력의 세상을 보여줌으로써 오늘날 지구에게 닥친 환경 위기와 우리가 할 일 등에 관한 메시지도 담겨 있다. 글자 수가 많지 않은, 어릴 때 읽었던 그림책처럼 천천히 읽고 많이 생각하는 데에는 안성맞춤의 책이다.

이 책은 모두 26장의 여정을 내포하고 있다. 1장 「별들」부터 26장 「6천6백만 년 후」까지 어린 씨앗 남매의 시각으로 그려진다.

1장의 경우 새까만 바탕(우주) 하늘에 별들이 반짝이는 그림이 먼저 나온다. "안녕, 별들아." 커다란 태양인지 행성인지 달인지 별인지 모를 밝게 빛나는 곳에서 말이 들려온다. "너희가 날 불렀니?" 다시 밝은 불빛 위로 새까만 우주의 별들이 보인다. "별들아, 나한테 무슨 할 말이 있니?" 다시 묻는다. 밝게 빛나는 하나의 별에서 비치는 어두운 하늘 뒤에는 여전히 별들이 군데 군데 보인다. 좀 전 장면과는 다른게 두 개의 산봉우리 뒤로 밝은 빛이 비치고 그림 전면에는 숲인 듯 거뭇한 물체들이 완전한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얽히고설킨 형태만 내보이고 있다.

 


 

"하늘에서 내가 보여?" 질문이 다시 이어지고 커다란 나무가 나타난다. 다시 말소리. "너희가 하는 말을 알아듣고 싶은데." 큰 나무 뒤의 밝은 빛이 비추기 시작한다. "아, 벌써 아침이 오나 봐." 그림은 나무껍질 사이에 작은 꽃잎이 보이고 한 마리 곤충이 나타난다. 머뭇거리던 곤충은 밝은 곳을 향해 날아오르고... 다시 말소리가 들린다. "밤이 되면 너희를 다시 볼 수 있을까?" 화면이 바뀐다. 아침인지 밝은 빛이 배경에 비추고 나무에 매달린 열매가 여러 개 매달려 있다. "내 이름 잊지 마···," "난 루이스야! 루이스! 루이스!" 크고 둥그런 열매가 클로즈업된다. 한 마리의 곤충이 앉아 있다. 열매의 모습은 멜론을 닮았지만 겉모습은 솔방울 껍질처럼 우둘투둘하다. 빼곡이 까만 점이 낱개의 알알마다 박혀 있다. 각각의 열매 부분이 클로즈업되며 알알이 박혀 있는 열매 표면에 집중한다. 멀리서는 동그랗게 보이던 것이 가까이 확대하니 육각형, 오각형 등 각각의 모습으로 보인다. 같은 모습은 쉽게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자신들의 모습을 하고 있다. 촘촘하지만 아주 자연스럽게 보인다. 비로소 루이스와 머윈의 대화가 시작된다.

"루이스, 일어나!"

루이스의 형제자매들이 깜짝 놀라 동시에 루이스를 쳐다보았다가 방금 소리친 머윈만 빼고 곧 다시 잠들었다.

"루이스." 이번에는 머윈이 더 작게 속삭였다.

"너 또 잠꼬대했어."

"꿈을 꿨어."

"그래, 넌 항상 꿈을 꾸지." 머윈이 말했다.

"별들을 보는 꿈이었어."

"알아. 네 잠꼬대 들었어."

"꿈에서 별들이 나를 불렀어. 나한테 뭐라고 얘기를 했는데 알아들을 수가 없었어."

 


 

씨앗 남매가 머나먼 여정을 마치고 돌아온 시대는 6천6백만 년 후 지구이다. 비 내리는 어느 도시의 모습이 독자로서는 반갑기 그지 없다. 이제서야 눈에 익숙한 그림이기 때문이다. 어린 아이들 발 밑의 작은 틈에서 새싹이 돋아난 모습도 보인다. 손을 내밀어 소중하게 감싸는 모습이 그려진다. "안녕, 친구야!" 어린싹이 말했다. "넌 누구니?" 새싹을 소중하게 감싸안고 방 안으로 들어선다. 유리병 속에 새싹을 담아 다른 어린이에게 건네는 모습이 보인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새싹에 대해 부드러운 미소와 함께 관찰하는 듯하다. 집 안 창가에 큰 화분의 식물 옆에 어린 새싹의 유리병이 놓여 있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굿나잇 인사를 건네는 모습. 아들은 침대에 누워 아버지를 바라본다. "졸려요." 어린싹이 말했다.

"오늘 많이 피곤했을 거야. 푹 자렴."

"옛날이야기 하나 해주세요."

"좋아, 어디 보자. 이건 우리 엄마가 들려주신 이야기란다."

옛날 옛적 아주 오래된 숲에 두 개의 작은 씨앗이 살았단다. 엄마 나무는 씨앗들에게 뿌리와 날개를 주겠다고 말했어. 뿌리는 언제나 나의 자리인 집이 되어 주고, 날개는 아주 용감하게 나의 자리를 찾아갈 수 있는 힘이 디어 주기 때문이지···,"

글그림 : 브라이언 셀즈닉(Brian Selznick)

 

브라이언 셀즈닉(1966 ~ )은 어린이 책을 위한 삽화를 그리는 미국 출신의 화가이다. 그는 로드 아일랜드 디자인 스쿨을 졸업하고 맨해튼의 출판사에서 3년 간 일했다. 그의 첫 작품인 The Houdini Box는 그가 그곳에서 일하면서 출간된 것으로 알려져있다. 셀즈닉은 칼데콧 상을 비롯하여 블루 보넷 상, 로드 아일랜드 어린이 도서상, 크리스토퍼 상 등 많은 상을 수상하는 등 그 실력을 인정받았다. 가장 최근에 그는 The Invention of Hugo Cabret이라는 작품으로 2008년 칼데콧 상을 수상한 바 있다.

저서로는 『The Invention of Hugo Cabret (author and illustrator; Scholastic 2007)』,『Amelia and Eleanor Go For a Ride: Based on a True Story Pam Munoz Ryan』,『The Dinosaurs of Waterhouse Hawkins: An Illuminating History of Mr. Waterhouse Hawkins, Artist and Lecturer Barbara Kerley』,『The Doll People Ann M. Martin』,『The Dulcimer Boy Tor Seidler』,『Frindle Andrew Clements』,『The Houdini Box Brian Selznick』,『The Landry News Andrew Clements』,『The Meanest Doll in the World Ann M. Martin』,『Riding Freedom Pam Munoz Ryan』,『The School Story Andrew Clements』,『Walt Whitman: Words for America Barbara Kerley』 ,『When Marian Sang Pam Munoz Ryan 』등이 있습니다.

 

역자 : 이은정

 

숙명여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한 뒤 전문번역가로 일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와일드우드》 《언더 와일드우드》 《와일드우드 임페리움》 《나는 혼자 여행중입니다》 《올빼미는 밤에만 사냥한다》 《찰리와 소매치기단》 《지방은 어쩌다 공공의 적이 되었나》 외 다수가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셰익스피어 카운슬링 - 인생의 불안을 해소하는 10번의 사적인 대화
체사레 카타 지음, 김지우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셰익스피어 작품을 한 번쯤 읽어보지 않은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글을 모르는 사람이라도 그의 이름이나 작품 내용에 대해 사는 동안 누구나 한 번쯤은 접했을 것이다. 물론 가정이지만 이 가정에 대해 반론하려는 사람은 없을 듯하다. 셰익스피어 작품은 글로 쓴 작품의 우수성보다는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캐릭터)가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존재하는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그를 대문호라고 칭하고, 그를 인도와도 바꾸지 않을 정도로 큰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라는 생각에서일 것이다. 셰익스피어의 위대성은 작품을 통해 단순히 이야기의 감동만을 전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는 내면의 상처를 보듬고, 인생의 갈림길에서 방향을 제시하며, 어떻게 해야 성숙한 영혼이 될 수 있는지를 작품을 통해 알려준다. 바로 이 점 때문에 그는 우리에게 ‘뛰어난 작가’를 넘어 혼란스러운 인생의 문제를 해결하고 성숙된 자아를 만들어 줄 ‘인생의 카운슬러’가 된다.

이 책 『셰익스피어 카운슬링』은 삶의 어려움에 부닥쳐 방황하고, 길을 잃어 헤매고 있는 우리 인간에게 해결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읽은 사람들은 처음엔 매력적이고 사실적인 캐릭터에 빠져들어 그들의 문제에 공감하며 함께 울고 웃게 된다. 그리고 점차 캐릭터와 하나 되면서 자연스럽게 삶의 고민을 제대로 직면하고 이를 풀어낼 용기와 지혜를 얻는다. 수백 년 간 셰익스피어를 읽은 사람들은 그의 작품을 통해 삶의 해법을 얻고, 그를 통해 새로운 방향을 잡는 지혜와 용기를 얻는 것이다. 그는 우리에게 문학의 치유 능력도 증명해준 것이다. 저자 체사레 카타는 지금 이 순간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할 고민을 안고 있다면, 그리고 그 고민을 해결해 줄 사람이 필요하다면 따뜻한 손길로 당신을 안아주는 친절한 셰익스피어를 만날 것을 권유하고 있다.

 


 

저자는 책의 〈프롤로그〉를 통해 위대한 작품이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문학의 역사를 간단하게 되짚어 본다. 고대부터 전해 내려오는 점성술 중의 하나인 '서적점' 이야기다. 서적점이란 신이 내린 영감이나 예언의 힘으로 집필된 성스러운 책에서 고민의 해답을 찾는 점의 일종이다. 고대 그리스에서 호머의 『오디세이아』, 헤시오도스의 『신통기』, 헤라클레이토스의 저서가 서적점에 쓰였다고 저자는 말한다. 로마 시대에 와서는 베르길리우스의 작품도 서적점에 사용됐고, 기독교 시대가 도래한 이후로는 『성서』를 예로 든다. 이런 서적점은 서양 문화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세계의 변화에 관한 원리를 기술한 책이라 하여 '변화의 책'이라고도 불리는 중국의 『주역』 역시 가장 오랜 고전이자 인간의 가장 깊은 고민에 책이 어떤 방식으로 해답을 제시하는지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고 밝힌다.

이 같은 관점에서 셰익스피어의 희곡도 서적점에 사용하기가 매우 유용하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이는 그의 작품 속에 인간사의 집단 기억이라 할 만큼 다양한 인간 군상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의 극작품은 놀라운 방식으로 인간 본질을 묘사하는데,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그의 희곡은 그 자체로 인간의 본성, 감정, 삶의 축약본이라고 저자는 판단한다. 셰익스피어는 형이상학적인 안테나 같은 것이 있었던 것으로 본다는 것이다. 그는 그 안테나로 무한한 우주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들을 낚아채고 펜촉을 통해 이를 다양한 인간의 원형을 지닌 등장인물로 녹여냈다고 저자는 밝히고 있다. 그리고 이를 독자가 읽고 관찰하고 귀 기울이고 해석하여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 묘사, 탐구할 수 있게 했다고 저자는 단언한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셰익스피어 작품은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자 하는 이들을 위한 해답을 담은 보물상자'라고 불리운다고 극찬하고 있다.

 


 

저자의 주장이 옳고 그른 것을 따지는 문제에 속하지 않을 터, 바로 다음의 문장으로 그의 주장을 해석하면 될 일이다. 서적점에 사용하든 하지 않든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바로 독자 자신에 언제든지 대입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사랑에 미쳐 있다면 로미오나 줄리엣이 되고, 예기치 않은 곳에서 사랑을 찾았다면 베아트리체 혹은 베네디크가 된다. 삶이 너무 불안하다면 오셀로가 될 수 있고, 진실을 찾아 헤매다 이성을 잃은 사람은 햄릿이 된다. 또 내면의 어두움에 이끌려 폭력과 공포의 세계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다면 맥베스가 된다. 셰익스피어 작품은 우리와 동떨어져 있지 않다는 점을 저자는 강조한다. 인생이란 초연을 펼치고 있는 이라면 누구나 셰익스피어 작품의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독자들이 보물을 얻었다고 생각하면 셰익스피어와 상담을 하는 효과를 얻을 것이라고 저자는 기대하고 있다.

이런 점에 비추어볼 때 저자는 이 책을 자기계발서는 진정 아니라고 말한다. 이 책이 건강하고, 평온하고, 효율적인 삶으로 우리를 이끌어주는 데 목적이 있지 않다는 점을 밝힌다. 이 책이 자기계발서와 다른 근본적인 이유는 셰익스피어가 우리를 직접적으로 도와주거나 구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저자에 따르면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도덕적 규율을 강요하지 않는다. 가야 할 길을 제시하지도, 반드시 희망의 메시지를 주려고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인생에서 크고 작은 골치 아픈 문제를 마주할 때 셰익스피어는 마치 우리에게 직접 말을 거는 것처럼 다가와 지금 마주한 문제가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는 것임을, 그래서 혼자라는 장벽을 부수고 아무리 사소한 문제라도 작품을 통해 삶을 채워주는 법을 깨달아 마음의 위안을 얻도록 돕는다. 저자는 이와 함께 왜 셰익스피어인가도 중요한 문제라고 설명한다. 수많은 명성 깊은 작품들도 각기 숭고한 교훈이나 위로의 힘이 있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꼭 셰익스피어 작품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는 그의 작품만이 가진 고유성 때문이라는 말이다.

 


 

셰익스피어가 창조한 인물들은 사랑 혹은 권력 다툼으로 인해 운명적으로 자기 영혼의 무한한(동시에 위험하기 짝이 없는) 가능성을 자각하는데, 이는 그리스 희곡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라고 저자는 잘라 말한다. 셰익스피어 작품 속 히어로와 히로인은 우연히 외적 요인과 충돌하지 않는 점을 다른 점으로 들고 있다. 그의 작품에서 비극의 원인은 (희극일 경우 문제 해결의 요인은) 주인공 자신에게 있다는 것이다. 이들의 정체성 문제는 결국 우리가 겪는 정체성 문제와 같기에, 셰익스피어 작품은 인간의 가장 내밀한 본성을, 그 무한하고 경이롭고 눈부신 우주를 자극한다고 해석한다. 또 셰익스피어가 들려주는 거의 모든 이야기는 전통적인 서사를 재탄생시킨 것이라고 주장한다. 셰익스피어 작품을 읽으면서 스포일러 걱정을 할 필요는 없다고도 말한다. 막이 다 오르기도 전에 관객은 이야기가 어떻게 끝날지 너무나 잘 알고 있다고 한다. 그것은 셰익스피어 당대 청중(관객)도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중요한 것은 결말이 아니라 어떻게 이야기가 전재되는지이라고 저자는 역설한다.

책에 따르면 생각해보면 존재의 결말은 정해져 있다. 인간은 죽기 위해 태어나며, 그 과정에서 아무런 이유 없이 사랑하는 이들과 이별한다. 선형적으로 보면 이게 끝이다. 하지만 아무도 이것이 결정적인 스포일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서사와 마찬가지로 인간의 삶에서도 중요한 것은 누구나 아는 예정된 결말이 아니라, 서사의 방식(과정)에 있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성스러운 서적처럼 참고하는 것이 의미 있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인간의 소소하고 시시한 불만, 치유할 수 없는 고통과 바보 같은 행복이 셰익스피어의 서사를 통해 무한한 의미를 가지게 되기 때문이다. 마법이 깃든 것처럼 등장인물이 모두의 원형이 되고, 뻔하고 비참한 인간의 삶의 구조가 놀라운 우화로 거듭나는 것 모두 그의 고유한 스토리텔링 덕분이라는 것이 저자가 말하는 요지이기도 하다.

 


 

셰익스피어는 자신의 작품을 통해 우리 내면의 복잡한 감정과 갈등을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했다. 그의 작품이 뛰어난 점은 단순히 아름다운 이야기나 언어 때문만이 아니다. 그는 작품 속에서 생생히 움직이는 인물을 통해 사랑의 열정과 슬픔, 질투와 분노, 죄책감과 욕망 등 다양한 인간의 감정과 갈등을 표현하고, 그들과 우리를 만나게 해 자기 자신을 발견할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인간의 내면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그의 작품을 통해 우리는 본성과 감정에 대해 깊은 통찰을 하게 되고 자신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그리하여 지금 겪고 있거나 앞으로 만날 모든 상처에 대해 ‘공감’과 ‘위로’라는 마음의 갑옷으로 자신을 보호할 수 있을 것이다.

셰익스피어는 우리의 내면을 보다 깊게 이해하고, 각자의 고독과 아픔에 대해 대면하며 공감할 수 있는 창을 열어주었다. 우리는 이 창을 통해 ‘나’라는 작은 세계를 벗어나 모두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확장된 자아를 얻게 된다. 만약 지금 내면의 문제로 고통에 빠져 있다면, 앞으로 이러한 문제에 시달리지 않도록 성장하고 싶다면 이제 그와 만나 나의 내면으로 여행을 떠나보기를 저자는 권유한다.

셰익스피어는 희곡과 시를 통해 인간의 내면에 미치는 영향과 상처에 집중한다. 그의 작품에서는 사랑, 질투, 애도, 분노, 배신 등 다양한 감정들이 주요 소재이며 이를 적극적으로 묘사하기 때문에 읽는 독자에게 고통과 슬픔을 느끼게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것은 내면의 힘을 키우기 위해 반드시 겪어야만 하는 것이다. 우리는 흔히 슬프거나 화나는 감정을 회피하려고 하거나 마음 한구석에 묻어버리곤 한다. 이렇게 가려진 감정은 잠깐 동안은 사라지지만 이내 더 크게 곪아서 우리를 덮치고 만다. 이러한 상황을 피하기 위해선 상처를 무조건 피할 게 아니라 제대로 바라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셰익스피어의 작품 속에는 우리가 흔히 부정하거나 회피하는 내면의 어둠과 싸우는 장면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등장인물들은 자신들의 내면을 솔직하게 드러내며 내부의 갈등과 상처를 직시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행동하는데, 이 과정을 통해서 자신의 문제를 극복하고 더욱 성숙된 존재가 되는 것을 방법을 우리에게 전달한다. 셰익스피어 작품이 주는 교훈이 바로 이것이다. 우리는 그의 작품을 통해 내면에 드리운 어둠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배울 수 있다. 그는 우리에게 용기를 주고 고독과 아픔을 인정하며 직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리하여 우리에게 문학적인 즐거움뿐만 아니라 상담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여 우리를 내면의 탐구와 성장으로 인도한다. 저자와 함께 책 속으로 들어가볼 것을 먼저 읽은 독자로서 권유한다. 들어가는 순간 보물 상자는 독자들의 손에 들어오는 것이다.

삶이라는 건 필연적으로 불완전할 수밖에 없고 이 때문에 우리의 마음은 때때로 상처를 입거나 힘들어 지게 된다는 저자의 말에 귀 기울여보자. 우리는 이때 삶의 동력을 잃기 쉬운데, 이 문제 앞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이다. 셰익스피어는 바로 이때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해답을 전한다고 저자는 우리에게 말한다. 어째서 삶이 계속 꼬이는지, 나를 괴롭히고 흔드는 이 불안을 잠재울 수 있는지, 심지어 평생의 사랑을 할 수 있는지까지도 답을 찾아주는 친절한 셰익스피어 덕분에 우리는 마음의 위로와 지혜를 얻고 어떤 상황에서든 희망을 품고 살아갈 수 있다. 그와의 상담을 통해 우리는 고난과 고통으로 삶의 동력을 잃기 전에 내면을 탐구하고 직면한 문제의 답을 내릴 수 있게 된다. 그리하여 자신을 이해하며 삶의 가치와 의미를 깨달아 자아를 성장시키고 더 나은 인간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이 책은 10막(幕)으로 이루어져 있다. 1막 「하는 일마다 꼬인다면-한여름 밤의 꿈」 2막 「문득 타인이 괴물처럼 느껴진다면-맥베스」, 3막 「평생 사랑하지 못할까 봐 두렵다면-헛소동」, 4막 「스스로 그 무엇도 해낼 수 없다고 생각된다면-헨리 5세」, 5막 「이유 없는 불안이 내 마음을 지배한다면오셀로」, 6막 「감당하기 힘든 일이 폭풍처럼 밀려온다면-템페스트」, 7막 「이별의 상처로 그 누구와도 만나고 싶지 않다면-안토니와 클레오파트라」, 8막 「삶에서 가장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다면햄릿」, 9막 「내 감정을 원하는 대로 관리하고 싶다면-로미오와 줄리엣」, 10장 「한번은 원하는 인생을 살고 싶다면-뜻대로 하세요」 등이다.

 

저자 : 체사레 카타(Cesare Cata)

이탈리아 출신 철학자이자 교사, 작가, 연극 연출가. 이탈리아 마체라타대학교에서 르네상스 철학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미국 하와이대학교 철학 학부에서 방문 학자로 연구 및 강의를 하며 비교 철학 및 문학을 심화 연구했다. 이후 독일 트리어대학교에서 중세 및 르네상스 플라톤 텍스트 연구에 전념했으며, 같은 해에 동양 및 비교철학, 미국 문학에서의 선불교 연구 등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또한 프랑스 파리고등연구원에서 르네상스 예술과 신플라톤주의의 철학적 미학에 초점을 맞춘 프로젝트로 연구를 수행했다. 현재는 신플라톤주의, 르네상스 예술, 해석학, 영문학과 비교문학 등 광범위한 유럽 철학과 문학을 토대로 《허핑턴포스트》에 문학 칼럼을 쓰고 있으며, 10종의 책을 출간하고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여러 연령층을 대상으로 강의하고 있다. 이 밖에도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주제로 그가 연출한 「마법의 오후」가 3년 동안 300회 이상 무대에 오르는 등 대중을 위한 문학과 일상의 다양한 접점을 만들어내고 있다.

 

역자 : 김지우(金志祐)

이탈리아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한국외국어대학교 이탈리아어과를 졸업했다. 동 대학교 국제지역대학원에서 유럽연합지역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은 후 현재 이탈리아대사관에서 근무하고 있다. 주요 번역 작품으로는 엘레나 페란테의 ‘나폴리 4부작’과 ‘나쁜 사랑 3부작’, 『어른들의 거짓된 삶』, 『엘레나 페란테 글쓰기의 고통과 즐거움』이 있다. 그 외에도 로셀라 포스토리노의 『히틀러의 음식을 먹는 여자들』, 2019년 이탈리아 스트레가상 수상작 산드로 베로네시의 『허밍버드』, 발렌티나 잘넬라의 『우리는 모두 그레타』, 카를로 콜로디의 『피노키오』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살인자의 숫자
스콧 셰퍼드 지음, 유혜인 옮김 / 하빌리스 / 202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소설 『살인자의 숫자』는 한마디로 재밌다. 출판사의 표현을 빌자면 '지독하게' 재밌다. 범죄, 사이코패스의 연쇄 살인 사건을 다룬 소설 작품인데 잠시도 눈을 뗄 수 없는 사건의 발생과 뒤쫓는 경찰과의 '머리 싸움'은 극한의 서스펜스를 자아내 독자들의 몰입감을 한껏 끌어올린다. 참혹한 살인 현장, 단서를 찾기 어려운 현장에서 로마숫자를 발견한 경찰은 범인이 의도적으로 남긴 것으로 추정한다. 로마숫자가 의미하는 것은? 사건에 투입된 런던 경찰 그랜트에게 일주일 사이에 세 건의 살인 사건이 넘어온다. 은퇴를 앞둔 경찰인데 마지막 임무인가, 아니면 사건을 남겨두고 해결하지 못하고 은퇴하는 불명예 은퇴가 될 것인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일들이 얽히고설키면서 독자들의 흥분까지 불러일으킨다.

일면식도 없는 희생자들의 이마에 로마 숫자, 그것도 순차적으로 커지는 숫자 표식이 새겨져 있었고, 그랜트는 연쇄 살인임을 직감한다.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사건들로 골머리를 앓던 그랜트는 뉴욕 경찰 프랭클에게서 이마에 그다음 숫자가 남겨진 살인 사건 희생자가 발생했다는 연락을 받는다. 그랜트는 뜻하지 않게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뉴욕으로 날아가 프랭클과 공조를 시작한다. 접점이 전혀 없는 사건들을 조사하던 두 경찰은 범인이 구약 성서의 십계명을 어긴 사람을 희생자로 삼는다는 사실을 밝혀내는 동시에, 그랜트가 오래전에 해결한 사건과도 관련이 있음을 알아냄으로써 범인의 실체에 한발 더 다가가게 된다.

이 책 『살인자의 숫자』는 할리우드의 저명한 시나리오 작가인 스콧 셰퍼드의 ‘오스틴 그랜트 형사 시리즈’ 첫 번째 소설이다. 한번 보면 손에서 책을 놓을 수 없게 하는, 흥미진진한 플롯과 빠른 전개는 수십 년간의 텔레비전 시리즈, 이른바 ‘미드’ 집필 경험에서 우러난 작가의 전매특허로 이 작품에서도 그 빛을 발하고 있다.

 


 

십계명에 의한 살인이라는 범행 동기는 이해했지만 어떤 모순이 잠재돼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십계명을 어긴 사람을 차례차례 죽인다는 설정은 한 영화를 생각나게 한다. 독자가 무척 재미있게 봤던 영화 〈세븐〉이다. 독자들 중에서도 본 분들이 많을 것이다. 워낙 유명하고 인기 있었던 영화다. 영화 〈세븐〉은 3억3,000만 달러(북미 1억, 해외 2억3,000만 달러) 이상의 관람 수익을 올린, 철저한 범죄 스릴러로 지금까지도 1990년대를 대표하는 영화 중 하나로 남아 있다. 그 영화는 배우 브래드 피트, 모건 프리먼, 케빈 스페이시, 기네스 펠트로 등 화려한 출연진이 참여해 1995년 개봉되었다. 성경에서 금기로 하는 인간의 7대 죄악을 모티브로 살인을 저지르는 연쇄살인범과 그를 쫓는 두 형사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네오 느와르 장르를 설명할 때 항상 좋은 예시로 선택되는 명작이다.

〈세븐〉은 스콧 셰퍼드의 저작은 아니지만 성경에서 모티브를 가져왔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이름 없는 도시를 배경으로 하는 칙칙하고 음침한 영상미가 특히 일품이며, 그 외에도 훌륭한 캐릭터 구축, 상징적이고 짜임새 있는 플롯들, 그리고 스릴러의 구성요소를 두루 훌륭히 갖추었다고 관객과 평단으로부터 매우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 영화를 본 독자는 이 책 『살인자의 숫자』의 범죄 현장이나 범죄 동기 등을 그 영화의 모습으로 상상하게 돼 오히려 약간의 방해를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건의 전개나 범행 방식 등의 차이점을 보이는 데다, 성서에 등장하는 7대 죄악은 ‘탐식’, ‘탐욕’, ‘태만’, ‘욕정’, ‘교만’, ‘시기’, ‘분노’로서 '살인'에 대한 언급은 없지만 십계명엔 여섯 번째 계명에 '살인하지 말라'고 분명히 적시돼 있다. 그렇다면 신의 대리인으로서의 연쇄 살인마는 범죄 동기가 정당화되지 못한다는 모순이 있다. 이를 어떻게 극복하는지 파악하는 것도 소설 『살인자의 숫자』를 즐기는 한 방법이다.

 


이 사진은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저작권 문제 없는 <네이버영화 예고편>의 한 장면 캡처한 것임.

 

십계명에 의한 살인이라는 범행 동기는 이해했지만 어떤 모순이 잠재돼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십계명을 어긴 사람을 차례차례 죽인다는 설정은 한 영화를 생각나게 한다. 독자가 무척 재미있게 봤던 영화 〈세븐〉이다. 독자들 중에서도 본 분들이 많을 것이다. 워낙 유명하고 인기 있었던 영화다. 영화 〈세븐〉은 3억3,000만 달러(북미 1억, 해외 2억3,000만 달러) 이상의 관람 수익을 올린, 철저한 범죄 스릴러로 지금까지도 1990년대를 대표하는 영화 중 하나로 남아 있다. 그 영화는 배우 브래드 피트, 모건 프리먼, 케빈 스페이시, 기네스 펠트로 등 화려한 출연진이 참여해 1995년 개봉되었다. 성경에서 금기로 하는 인간의 7대 죄악을 모티브로 살인을 저지르는 연쇄살인범과 그를 쫓는 두 형사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네오 느와르 장르를 설명할 때 항상 좋은 예시로 선택되는 명작이다.

〈세븐〉은 스콧 셰퍼드의 저작은 아니지만 성경에서 모티브를 가져왔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이름 없는 도시를 배경으로 하는 칙칙하고 음침한 영상미가 특히 일품이며, 그 외에도 훌륭한 캐릭터 구축, 상징적이고 짜임새 있는 플롯들, 그리고 스릴러의 구성요소를 두루 훌륭히 갖추었다고 관객과 평단으로부터 매우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 영화를 본 독자는 이 책 『살인자의 숫자』의 범죄 현장이나 범죄 동기 등을 그 영화의 모습으로 상상하게 돼 오히려 약간의 방해를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건의 전개나 범행 방식 등의 차이점을 보이는 데다, 성서에 등장하는 7대 죄악은 ‘탐식’, ‘탐욕’, ‘태만’, ‘욕정’, ‘교만’, ‘시기’, ‘분노’로서 '살인'에 대한 언급은 없지만 십계명엔 여섯 번째 계명에 '살인하지 말라'고 분명히 적시돼 있다. 그렇다면 신의 대리인으로서의 연쇄 살인마는 범죄 동기가 정당화되지 못한다는 모순이 있다. 이를 어떻게 극복하는지 파악하는 것도 소설 『살인자의 숫자』를 즐기는 한 방법이다.

 


 

이 책 『살인자의 숫자』에서 성경을 모티브로 일어나는 사건의 발생과 범죄자를 쫓는 영화 〈세븐〉을 설명하는 것이 맞다. 스포를 줄이기 위해서다. 눈치 빠른 독자들은 서평에서 줄거리나 범죄자의 결말 등을 미리 알아보는 데 익숙하다. 서평을 쓸 때 가장 주의할 점이다. 독자는 영화 〈세븐〉과 비슷하다는 이야기 이외에는 비밀에 부치고 싶다. 형사들도 비슷한 점이 연상된다. 영화 〈세븐〉의 주인공 윌리엄 서머셋(모건 프리먼)은 은퇴를 1주일 앞두고 있는 노련한 형사다. 서머셋은 사건현장을 둘러보는 중에 새로 부임한 데이비드 밀스 형사(브래드 피트)를 만난다. 밀스는 아내 트레이시(귀네스 팰트로)와 함께 도시에 온 젊은 혈기가 가득한 신참으로, 서머셋은 일하기 괴로운 도시에 자원해서 부임한 밀스를 신기하게 여긴다. 혈기만 넘치는 밀스를 처음에는 탐탁치않게 여겨 탐문수사정도만 맡기던 서머셋은 트레이시의 초대로 저녁식사를 함께한 이후로 가까워지며 그에게 선배로서 많은 조언을 해주는 사이로 발전한다. 그런데 두 형사 앞에 7대 죄악을 모방한 기이한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밀스와 서머셋은 이 사건의 수사에 나선다. 다음은 범인이 저지른 살인과 그 죄악이다.

식탐(Gluttony): 거구의 비만 남자에게 머리 뒤로 총구를 겨눠 협박해 스파게티를 위가 터질 만큼 먹였다. 이후 복부를 발로 차서 음식으로 가득찬 장기가 터져버리게 해 살인한다. 인색(탐욕)(Greed): 어느 변호사에게 스스로 1파운드[3]의 살을 도려내어 저울에 달게 했고, 변호사는 복부를 도려낸 뒤 과다출혈로 사망했다. 셰익스피어의 희곡 《베니스의 상인》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나태(Sloth): 마약유통업자를 1년 동안 침대에 묶어 감금한 채 대소변과 사진 등을 모아두었다. 죽지는 않았지만 경찰에 의해 발견되었을 때는 카메라 플래시에 쇼크를 받아 사망할 만큼 약해져 있었다. 범인은 피해자의 손목을 자른 뒤 '인색'의 범죄 현장에 그 지문을 남겨 경찰을 끌어들였다. 색욕(Lust): 피해자는 매춘부였으며, 한 남자를 협박해 30cm에 가까운 칼날이 달린 인공 성기로 강제 성행위를 시켰다. 여담이지만, 이 인공 성기 제조업자는 경찰의 추궁에 이것보다 더 심한 걸 주문한 사람도 있었다고 발언했다. 교만(Pride): 한 미인 여성의 코를 잘라낸 뒤, 양손에 아교로 전화기와 수면제를 붙여뒀다. 흉측한 얼굴로 살아남을 것인지 아니면 자살할 것인지를 선택하게 한 것. 결국 피해자는 수면제로 자살했다.

 


 

밀스의 아내 트레이시는 자신이 임신을 하였다는 사실을 알자 흉악 범죄가 빈번이 일어나는 위험한 도시에서 아이를 키워도 될지에 대해 고민한다. 그래서 남편의 가장 친한 조력자인 서머셋을 불러 상담을 한다. 서머셋은 그녀를 위해 본인도 예전에 사귀던 여자와 아이를 임신한 후 같은 고민을 했었고 결국 아이를 낳지 않기로 결정했었다고 밝힌다. 그리고 트레이시에게 혹시라도 낙태를 하게 될 수 있으니 임신 사실을 밀스에게는 잠시 비밀로 한다. 그럼에도 서머셋은 만일 아이를 낳기로 마음먹겠다면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모든 걸 해주라는 말을 해준다. 사건을 조사하던 서머셋은 한계를 느끼고 도서관의 이용 내역을 불법적으로 얻어내[6] 범인의 이름과 거주 지역을 알아낸다. 그렇게 알게 된 범인의 거주 지역을 습격하지만 범인을 코앞에서 놓쳐버리고, 밀스는 범인을 쫓던 중 팔이 부러지고 이마가 찢어진다. 범인의 매복에 당해 죽을 위기에 처하지만 어째서인지 범인은 밀스를 살려주고 떠난다. 범인은 전화를 통해 여기까지 자신을 쫓을 줄은 몰랐고 진심으로 존경한다며 조롱한다.

거주지가 경찰들에게 철저하게 수색되고 밀스와 서머셋의 추격이 심화되자 범인은 갑작스레 온 몸에 피를 묻힌 채로 경찰서에 나타나 자수한다. 그 동안 단 하나의 지문도 발견할 수 없었던 이유는 범인이 열손가락의 지문을 모두 잘라냈기 때문이었다. 잡힌 범인은 나머지 2명의 시체가 있다고 말하곤 자신의 범행을 법정에서 자백하는 대신, 밀스와 서머셋 단 둘이 그와 함께 시체가 있는 곳까지 같이 가야한다고 말한다.

서머셋과 밀스, 그리고 범인이 탄 검은세단은 범인의 말대로 차를 운전하고 경찰은 헬리콥터로 그들을 뒤쫓는다. 운전 중 서머셋과 밀스는 범인과의 이런저런 대화를 하지만 범인은 태연하게 둘을 갖고 논다. 전신주가 가득한 사막지대로 들어선 바람에 경찰은 셋의 대화를 도청하는데 애를먹고 셋은 결국 범인이 말한 마지막 범행장소에 도착하고 차에서 내린다. 그때 저편에서 셋을 향해 트럭 하나가 맹렬히 달려온다.

 

 

십계명에 대해 알아본다. 앞서 언급한 대로 영화 〈세븐〉은 인간의 7가지 죄악을 저지른 자에 대해 살인을, 『살인자의 숫자』는 '십계명'에 의한 연쇄 살인 사건이다. 동기와 방법은 다소 다르면서도 같다. 십계명은 두산백과에 기술된 것에 따른다. 십계명은 하느님이 시나이산(山)에서 모세를 통하여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주셨다는 열 가지 계명을 말한다. '모세의 십계(十誡)' 또는 '십계'로도 불리는데, 원래 두 개의 돌판에 새겨졌었다고 한다. 그 내용은 구약성서의 《출애굽기》 20장과 《신명기》 5장에 거의 비슷한 형태로 쓰여 있다. 이 계명은 후대 이스라엘의 모든 율법의 기초가 된 것으로, 이집트에서 탈출한 이스라엘 민족이 농경문화를 이루고 있던 가나안의 토착민들과의 대결에서 필연적으로 자기들의 사회의식 ·종교의식 ·윤리의식 등의 고유 전통을 보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이 십계명은 이스라엘 왕국시대는 물론, 초대교회 이후 오늘날까지도 모든 그리스도인들의 기본 생활규범이 되고 있다. 이 십계명이 새겨진 원래의 돌비는 후에 ‘언약의 궤(법궤)’에 담아 예루살렘 성전의 지성소에 간직되었다.

개신교와 가톨릭교회의 십계명이 약간 다르다. 이는 개신교의 경우 유대인인 필론의 구분법을 따르고, 가톨릭교회의 경우 아우구스티누스의 구분법을 따르기 때문이다. 각각의 십계명을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① 야훼 이외의 다른 신을 섬기지 말라. ② 우상을 섬기지 말라. ③ 하느님의 이름을 망녕되이 부르지 말라. ④ 안식일을 거룩히 지키라. ⑤ 너희 부모를 공경하라. ⑥ 살인하지 말라. ⑦ 간음하지 말라. ⑧ 도둑질하지 말라. ⑨ 이웃에 대하여 거짓 증언을 하지 말라. ⑩ 네 이웃의 아내나 재물을 탐내지 말라.

가톨릭교회의 십계명은 대동소이다. ① 한 분이신 하느님을 흠숭하여라. ② 하느님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말라. ③ 주일을 거룩히 지내라. ④ 부모에게 효도하여라. ⑤ 사람을 죽이지 말라. ⑥ 간음하지 말라. ⑦ 도둑질하지 말라. ⑧ 거짓 증언을 하지 말라. ⑨ 남의 아내를 탐내지 말라. ⑩ 남의 재물을 탐내지 말라.

 


 

『살인자의 숫자』는 십계명에 따라 열 건의 살인을 예고한 사이코패스와 런던과 뉴욕의 두 형사 사이에 벌어지는 숨 막히는 추격전을 그리고 있다. 크리스마스 연휴를 앞두고 런던에서 세 건의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피해자 셋은 서로 연관성이 전혀 없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이마에 일련의 로마 숫자가 새겨진 채로 살해되었다는 점이다. 첫 번째 피해자부터 세 번째 피해자까지 모두 로마 숫자 I부터 III이 이마에 표식처럼 남아 있었던 것이다. 사건을 담당한 런던의 오스틴 그랜트 총경은 우연찮게 피해자들이 십계명을 어긴 사람들이라는 접점을 찾아내고, 혹시 모를 네 번째 살인을 막기 위해 총력을 다한다. 하지만 불행히도 다음 피해자는 런던이 아닌 대서양 건너 뉴욕에서 발견된다. 마치 심판이라도 하듯 십계명에 따라 사람을 죽이는 사이코패스 연쇄 살인범을 쫓아 뉴욕으로 온 그랜트는 NYPD(뉴욕 경찰)의 프랭클 형사와 함께 범인을 추적한다. 그런데 수사를 할수록 범인이 그랜트에게 개인적인 원한을 가지고 그를 노리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혹이 짙어진다. 이에 두 형사는 그랜트가 해결한 과거 사건의 범인이나 주변 인물 위주로 수사 범위를 좁혀 나가게 된다. 이 작품은, 십계명에 따라 강박적으로 연출된 살인 사건, 항상 다른 모든 이들보다 한발 앞서 있는 사이코패스 살인자, 그리고 이를 쫓는 유능하고 헌신적인 형사들과 조력자들이라는 흥미로운 소재가 작가의 냉철하고 담백한 필력으로 흥미롭게 버무려져 빠르게 전개되는 웰메이드 범죄 소설이다.

다음은 출판사 측의 작품 소개글에 나온 내용이지만 독자들이 알아두어서 나쁠 건 없다는 판단에서 몇 자 여기에 옮긴다. 이 소설의 작품 구성 기법을 말하고 있다. 버디 캅(buddy cop)은 매우 다른 면을 가진 두 경찰이 범죄를 해결하기 위해 함께 일하면서 겪는 일련의 에피소드를 줄거리로 하는 영화나 텔레비전 시리즈 장르를 말한다. 대부분의 버디 캅 영화나 드라마는 클리셰 범벅이거나 재미는 있지만 내용 전개 과정이 뻔하고 전형적인 결말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러나 "레전드 드라마 ‘마이애미 바이스’의 창작자 스콧 셰퍼드의 손에서 탄생한 버디 캅 소설은 다르다. 일단 런던과 뉴욕, 심지어 스위스의 마터호른산까지 오가는 스케일을 허황되지 않으면서도 사건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개연성을 이어 가는 데서 할리우드 인기 작가의 여유가 느껴진다. 뿐만 아니라 고품격 미국 드라마를 보는 것 같은 착각이 들 만큼 두 형사를 비롯한 등장인물들의 설정과 디테일이 살아 있다. 무엇보다 식스 센스급 반전 결말이 주는 여운으로 말미암아 읽는 이로 하여금 이 작품을 n차 정독하게 만들 것이다."

 


 

크리스마스이브를 몇 시간 남기고 경찰청 형사들은 그랜트가 어떤 식이든 절도 혐의로 감옥에 집어넣은 사람을 명단에서 여섯 명 추려 냈다. 죄다 형을 살고 출소한 사람들이었다. 한 명당 순경을 하나씩 배정해 연락을 취하고 추가 지시가 있을 때까지 감시하라고 했다.

사적인 관계를 전제로 깔고 프라이어 실버의 파일을 살피며 강도질을 함께한 공범 중에 표적이 될 만한 이가 있는지 찾아봤지만 아무도 없었다. 실버가 복역한 웨이크필드와 헤트필드에서 감방을 같이 쓴 사람도 몇 명 만나 봤다. 역시나 쓸 만한 정보는 나오지 않았다. 실버가 교도소에서 절도 혐의로 들어온 다른 재소자와 갈등이 있었고 이에 앙심을 품은 그가 현 시점에서 그 재소자를 범행 대상으로 노릴 가능성도 염두에 뒀지만, 하나같이 그런 다툼은 없었다고 했다. 실버는 작은 검은색 성경 책에 코를 박고 늘 혼자 다녔다고 했다. 어쩌면 혼자만의 믿음에 매몰되고 그 믿음을 왜곡해 광란의 살인을 저지르는 건지도 몰랐다.(p.320~321)

 

저자 : 스콧 셰퍼드(Scott Shepherd)

 

25년이 넘는 경력의 베테랑 작가이자 프로듀서로서 다수의 텔레비전 시리즈를 제작하고 흥행시켜 왔다. 그가 제작하고 시나리오를 쓴 작품으로는 ‘더 이퀄라이저’, ‘마이애미 바이스’, ‘제3의 눈’, ‘헤이븐’, ‘사선을 넘어’ 등이 있다. 뉴욕에서 태어나 로스앤젤레스에서 성장했으며 현재 미국 텍사스대학교에서 텔레비전 시나리오 창작을 가르치고 있다. 《살인자의 숫자The Last Commandment》는 그의 첫 미스터리 장편소설이다.

 

역자 : 유혜인

 

경희대학교 사회과학부를 졸업했다. 글밥아카데미 출판번역 과정을 수료하고 현재 바른번역에서 영어 번역가로 활동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봉제인형 살인사건』 『꼭두각시 살인사건』 『인 어 다크, 다크 우드』 『우먼 인 캐빈 10』 『아임 워칭 유』 『나는 상처받지 않기로 했다』 『나는 오늘부터 달라지기로 했다』 『정신 차리기 기술』 『여덟 가지 삶의 태도』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조선의 밥상 - 우리의 밥상은 어떻게 만들어져 왔을까
김상보 지음 / 가람기획 / 202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조선시대 사람들은 어떤 음식을 먹었으며, 조선 민초의 삶 속에서 음식 문화는 어떻게 전개되어 왔을까? 외침 때마다 일시적 변화가 있었지만, 밥�탕�나물�육류 등 전통 고유 음식을 제대로 계승돼 오늘날 우리 먹는 밥상으로 이어져 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