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인문학 - 뮤지컬이 묻고 인문학이 답하다
송진완.한정아 지음 / 알렙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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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musical)은 화려한 조명과 스펙타클한 무대, 음악, 연기, 노래, 춤이 드라마와 결합하여 관객들을 매료시킨다. 뮤지컬은 음악과 춤을 중심으로 공연하는 무대 예술이로 우리나라에서는 1990년대 이후 성행했다고 한다. 영국에 최초의 뮤지컬을 선보였고, 미국에서 꽃피웠다고 할 만큼 오페라 이후 무대 예술을 압도하고 있다. 흔히 뮤지컬과 오페라의 차이가 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독자 역시 꽤 여러 편의 뮤지컬과 오페라를 감상하는 동안 이를 명쾌히 설명하지 못해 난감한 상황에 처한 적이 있다. 예술이라고는 해보지도, 배우지도 못한 채 재미와 화려한 무대에 이끌려 몇 번 공연에 참석한 독자로서는 당연한 일일 수도 있지만. 이후 간략하게 들어 독자가 알고 있는 바에 따르면 오페라는 고전적 성악곡을 이용하고 동작이 크지 않고 성악에 중점을 두나, 뮤지컬은 대중적인 노래와 연극을 이용하면서 율동이 많고 연기와 노래에 비중을 두는 차이점이 있다.

이 책 『뮤지컬 인문학』은 「뮤지컬이 묻고 인문학이 답하다」란 부제를 갖고 있다. '뮤지컬의 인문학적 고찰'으로 본다면 될 것 같다. 아직은 조금 낯선 뮤지컬. 얼마 전 '인문학 열풍'이 일었지만 아직도 인문학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해답을 갖지 못한 독자라면 이 한 권의 책으로부터 잘 배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책은 한국인이 사랑하는 일곱 편의 명작 뮤지컬을 인문학적으로 분석하고 이해하기 위해 쓰인 책으로 송진완, 한정아 저자가 공동으로 펴냈다. 저자 한정아는 뮤지컬 배우 출신이고, 저자 송진완은 공연기획자이다. 직접 뮤지컬 배우로 활동해 온 한정아는, 뮤지컬 장르의 다양한 가치와 매력을 오롯이 들려준다. 인문과 예술 콘텐츠를 새로운 포맷으로 융합해 대중에게 전달해온 송진완은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카바레〉, 〈지킬 앤 하이드〉, 〈빌리 엘리어트〉, 〈미스 사이공〉, 〈레미제라블〉, 〈라이온 킹〉과 같은 뮤지컬 명작과 넘버*를 통해 그 안에 스며 있는 인문학적인 요소를 발견하는 묘미를 선물한다. 그동안 미술, 영화, 음악, 연극 등 다양한 형태의 문화예술 장르가 독자와 인문학을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해왔다. 이번에는 뮤지컬과 함께 인문학을 탐험하는 새로운 지적 여정을 떠난다.

* 넘버 : 뮤지컬에서 곡을 가리켜 사용하는 용어. 뮤지컬은 곡의 길이가 길고, 순차적인 음악에 따라 곡이 진행되어 제목 대신 이 용어를 흔히 사용한다.(주 : 저자)

 


 

뮤지컬은 음악과 춤이 극의 플롯 전개에 긴밀하게 짜 맞추어진 연극을 말한다. 뮤지컬 코메디 또는 뮤지컬 플레이의 약칭이다. 뮤지컬은 19세기 영국에서 탄생하였는데, 그 근원은 유럽의 대중연극, 오페라·오페레타·발라드 오페라 등이라고 한다. 백과사전 등에 따르면 1728년 이와 형식이 비슷한 존 게이의 〈거지 오페라〉가 런던에서 상연되었는데, 조지 에드워드(George Edwardes)가 제작한 〈거리에서(In town)〉(1892년 초연)를 첫 뮤지컬로 본다. 미국은 최초의 뮤지컬 코메디를 탄생시켰다. 19세기 미국에서 성행한 벌레스크(해학적인) 희극에다, 유럽에서 발달한 오페레타를 조화시킨 것이다. 작곡가 제롬 칸, 대본에 리처드 로저스, 작사자 오스카 해머스타인 2세 등이 등장하였다. 이들은 미국인의 꿈과 향수를 제재로, 미국의 민요와 흑인음악의 멜로디, 그리고 리듬을 적극 수용하는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이 일환으로 미시시피강을 내왕하는 쇼보트를 무대로 인생의 애환을 그렸는데, 바로 〈쇼보트〉(1927)다. 이것은 오늘의 뮤지컬의 기초를 다졌다.

G.거슈윈은 G.S.카프만과 리스킨드의 대본으로 〈나는 너를 위해 노래한다〉(1931)로 퓰리처상을 받았다. 이 작품은 문학적 가치가 높은 뮤지컬을 시도하였다. 거슈윈은 만년에 흑인생활을 리얼하게 그린 〈포기와 베스〉(1935)를 만들었는데, 경쾌한 리듬과 나른한 멜로디를 특징으로 하는 노래를 썼다. 작사와 작곡의 귀재 콜 포터는 복잡한 각운과 도시적인 기지가 특징이며, 뮤지컬 작자로는 세련된 인물이다. 〈키스 미 케이트〉(1948) 등이 그 대표작이다. 로저스는 해머슈타인 2세와 손잡고 〈오클라호마!〉(1943)를 비롯, 〈회전목마〉(1945), 〈남태평양〉(1949), 〈왕과 나〉(1951), 〈사운드 오브 뮤직〉(1959) 등을 발표하였다. 이 무렵 〈마이 페어 레이디〉(1956)의 대본·작사자 A.J.러너와 작곡자 F.로가 등장한다. 또 인종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1957), 유대민족의 애환을 그린 〈지붕 위의 바이올린〉(1964), 〈라만차의 사나이〉(1965), 베트남전쟁을 반영하여 히피의 생태를 그린 록 뮤지컬 〈헤어〉(1967)가 있다.

 


 

1970년대에 들어와 줄거리다운 줄거리가 없는 〈코러스 라인〉(1975), 로큰롤에 의한 〈그리스〉 등이 뮤지컬의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으며, 앤드류 로이드 웨버가 제작한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1970), 〈에비타〉(1978), 〈캐츠〉(1981), 〈스타라이트 익스프레스〉(1984), 〈오페라의 유령〉(1986) 등의 뮤지컬이 대성공을 거두었다. 지금의 뮤지컬 관객들도 한 번쯤 접했거나 최소한 제목이라도 알 정도로 히트를 치기 시작한 뮤지컬이 줄을 잇는다. 이때부터를 뮤지컬의 전성시대로 보는 평론가들도 있다.

한국의 뮤지컬은 1950년대 말 드라마센터에서 막을 연 〈포기와 베스〉가 첫 시도라고 볼 수 있다. 그후 1961년 예그린악단이 설립되어 〈삼천만의 향연〉(1962)과 〈흥부와 놀부〉(1963)를 공연함으로써 일반에게 알려졌고, 1966년 본격적인 뮤지컬이라 할 수 있는 〈살짜기 옵서예〉를 공연, 많은 인기를 끌었다. 이후 많은 극단들이 생기면서 창작 뮤지컬 〈시집가는 날〉(1974), 〈아리랑, 아리랑〉(1988), 〈아리송하네요〉(1989), 〈그날이 오면〉(1991), 〈꿈꾸는 철마〉(1992) 등을 공연하였다.

한국에서의 본격적인 서구식 뮤지컬의 첫 작품은 1966년 동랑레퍼토리극단의 〈포기와 베스〉로 본다는 것이 평단의 일반적인 해석이다. 이 작품은 1950년대 말 드라마센터에서 공연하였으나, 컷이 많고 음악이 제대로 살지 못하여 본격적인 뮤지컬이라 할 수 없었다. 그후 많은 극단들이 〈빠담,빠담,빠담〉(1979), 〈피터 팬〉(1979),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1980), 〈사운드 오브 뮤직〉(1981), 〈올리버〉(1983),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1987), 〈캐츠〉(1990), 〈넌센스〉(1991), 〈코러스 라인〉(1992), 〈레미제라블〉(1993) 등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수입·공연하였다. 그중 1983년의 〈아가씨와 건달들〉은 1991년까지 9년 동안 반복 재공연되기도 하였다. 창작 뮤지컬로는 〈번데기〉, 〈마지막춤은 나와 함께〉, 〈명성황후〉, 〈쇼코미디〉 등이 있으며, 소형 뮤지컬로 〈넌센스〉, 〈지하철 1호선〉 등이 장기 공연을 하고 있다.

 


사진은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뮤지컬 <명성황후> 포스터 캡처. 저작권 위배 없습니다.

 

이 책은 뮤지컬이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모습 속에서 인문학과 뮤지컬의 관계를 이야기하는 1부와 2부의 작품 해설은 한정아가, 일곱 편의 뮤지컬 작품으로 인문학적 사유를 펼치는 2부는 송진완이 썼다. 저자들은 뮤지컬을 통해 ‘사람이 그리는 무늬’를 이해하는 인문학적 통찰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인류의 태고부터의 기억을 생생하게 불러오며, 미래의 바람을 노래와 춤, 그리고 드라마로 표현하는 뮤지컬은 인류가 그린 역사적 무늬를 탐구하는 인문학과 관련”(김성우)되기 때문이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뮤지컬이라는 장르와 일곱 편의 명작 뮤지컬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더불어, 인문학 고전과 뮤지컬 작품을 넘나드는 인문학적 사유를 복합적으로 음미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모두 2부 11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부 〈뮤지컬이 함께하는 인문 여행〉, 2부는 〈인문학 뮤지컬 이야기〉이다. 각 부에는 3~8장으로 세분화됐다. 1부는 1장 「뮤지컬, 그 오묘한 세계 속으로」, 2장 「뮤지컬, 인문학과 동행하다」, 3장 「뮤지컬의 이중적인 성격」으로 이루어졌다. 2부는 1장 「오페라의 두 번째 죽음, 뮤지컬의 첫 번째 삶」, 2장 「록의 이름으로 써 내려간 20세기 에반게리온」, 3장 「뮤지컬, 구조주의와 만나다」, 4장 「난 네 안에 영원히 살아」, 5장 「가난한 자가 가난한 자를 돕는다」 6장 「냉전이 쏘아 올린 마지막 불꽃놀이」 7장 「민중의 노래가 들리는가?」, 8장 「변화와 혁신」 등으로 구성됐다. 1부는 원론과 총론, 2부는 작품 각론이로고 보면 된다.

1부 2장 「뮤지컬, 인문학과 동행하다」에서 저자 한정아는 뮤지컬 무대에서 인간의 삶이 어떠한 방식으로 표출되는지, 인간의 가치 탐구를 위한 방법으로 미술과 문학이 뮤지컬에 접목되면서 어떻게 공감이라는 감정과 연결되는지를 이야기한다. 저자는 이러한 연결과 공감의 원천은 뮤지컬이 우리를 경험해 보지 못한 수천수만 가지의 인생 속으로 초대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인간의 삶을 음미하며 더 나은 삶을 생각해 보도록 자극하는 데 바로 ‘뮤지컬이 특별한 이유’가 있다고 이야기한다.

3장 「뮤지컬의 이중적인 성격」에서는 상업성과 예술성이라는 뮤지컬의 이중적인 성격을 다룬다. 저자에 따르면, 시대가 요구하고 관객이 원하는 카타르시스를 잘 구현해 냈을 때 상업적으로도 가치가 있는 것이기에, 인간에 대한 이해가 상업적인 이득과 직결되는 것이 예술의 양면성이다. 다시 말해, 대중성은 인간의 보편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뮤지컬은 현대인의 삶을 반영하며 인간의 삶에 밀착되어 있고, 인간 역사의 흐름과 동행하고 있다. 대중에게 가장 널리 알려져 파급력과 영향력이 엄청나게 커진 영화가 대표적인 예이다.

 


 

2부에서 저자 송진완은 뮤지컬 작품들의 예술적인 면모를 관통하여 인문학적인 통찰을 펼친다. 저자는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카바레〉, 〈지킬 앤 하이드〉, 〈빌리 엘리어트〉, 〈미스 사이공〉, 〈레미제라블〉, 〈라이온 킹〉이라는 한국인이 사랑한 일곱 편의 명작 뮤지컬과 함께하는 인문학 여행에 독자들을 초대한다. 본격적인 뮤지컬 인문학 여행에 앞서, 저자는 2부 1장 「오페라의 두 번째 죽음, 뮤지컬의 첫 번째 삶」에서, ‘인문학’이란 무엇인지에 먼저 답한다. 저자는 인문학이란, “‘사람이 그리는 무늬’를 알게 해주는 학문”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인간의 무늬’를 생산하는 가장 기본적인 도구인 언어와 음악이 끊임없이 투쟁하고 협력하며 진화하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뮤지컬은 인문학의 공간과 대상이 된다고 이야기한다.

6장 「냉전이 쏘아 올린 마지막 불꽃놀이」는 베트남전쟁을 소재로 한 「미스 사이공」을 통해 냉전이라는 문제에 다가선다. 저자는 〈미스 사이공〉이 베트남전쟁을 예술의 소재로 삼으면서도 균형 잡힌 역사 의식은 부족했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이와 같은 문제를 윌리엄 J. 듀이커의 『호치민 평전』 속 호치민의 시선을 통해 들여다본다. 저자는 〈미스 사이공〉에서 틀에 박힌 모습으로 묘사된 베트남전쟁의 여러 단면들이 『호치민 평전』에서는 어떻게 묘사되고 설명되는지를 비교하며, 우리 안의 냉전 이데올로기를 성찰한다. 7장 「민중의 노래가 들리는가?」는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 세계 4대 뮤지컬, 〈레미제라블〉을 톺아보며, 작품의 배경이 되는 근대 혁명기이자 근대 자본주의 이행기의 프랑스와 유럽으로 시선을 돌린다. 이때 저자는 〈레미제라블〉과 동일한 시대정신을 담고 있는 『공산당 선언』을 참고한다. 정치철학의 관점에서 쓰인 ‘매운맛 『레미제라블』’이 바로 『공산당 선언』이라는 것이다. 그리하여 저자는 〈레미제라블〉의 노랫말과 『공산당 선언』을 교차해 읽는다.

마지막으로 8장 「변화와 혁신」에서는 상상력과 창조력이라는 인문학적 효용에 기초해 성공한 뮤지컬 작품 〈라이온 킹〉을 다룬다. 저자는 뮤지컬 〈라이온 킹〉이 브로드웨이에서 기념비적 성공을 거둔 이유가 오롯이 인문학적 사고방식에 있다고 말한다. 책에 따르면 뮤지컬 〈라이온 킹〉에서 단연 시선을 끄는 것은 인간미 넘치는 동물 캐릭터인데, 그 바탕에는 다양한 예술적 원천과 극장주의 이론에 기초한 인문학적 사고가 있었다. 그러나 저자는 이를 상상력, 창조력과 같은 좁은 의미에 묶어 두지 않는다. 그 대신 어떤 억압으로부터 자유롭게 사유할 수 있는, 개념을 다룰 수 있는 능력인 ‘추상적 사고’라고 말한다.

 


 

이렇게 뮤지컬이 우리의 마음을 만지는 이유는 역사의 흐름 속에서 공존하며, 인간의 삶의 무늬를 드라마, 노래, 춤으로 멋지게 통합하여 승화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또 다양한 표현 방법을 찾기 위해 명화, 고전문학, 등의 다양한 예술 요소가 작품의 근간이 되기도 하고 문화, 경제, 역사, 사상 등의 요소를 녹여 작품을 보다 풍부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그리고는 무대에서 그 무엇보다 큰 에너지로 응집된 음악으로 뮤지컬 관객들에게 매력을 뿜어내죠. 이때 뮤지컬은 판타지란 속성으로 우리를 그 매력에 취하게 만듭니다. 그러고는 힘들 때마다 꺼내어 볼 수 있도록 삶의 위로를 전합니다. 이것이 뮤지컬 인문학의 힘이기도 하겠죠.(p.253-254)

 

저자 : 송진완

 

대학에서 인문학과 미디어를 전공했다. 인문과 예술 콘텐츠를 새로운 포맷으로 융합하여 대중에게 전달하는 다수의 프로젝트들을 진행했다. 현재는 공연예술과 인문학 고전을 결합한 교육 프로그램들을 기획하여 일선 학교, 기업, 공공기관 등에 제공해 오고 있다. 인문 콘텐츠를 코미디 연극으로 재구성한 청소년 체험 학습 프로그램 [논술개그 시리즈]가 교육계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으며, 해당 프로그램은 『열여덟을 위한 논리개그 캠프』(공저)라는 책으로 도 출간되었다.

 

저자 : 한정아

 

‘예술문화 기업 강의’ 교육기관 아트스프링 대표로서, 삶의 위로와 희망을 전하는 강의를 모토로 뮤지컬 인문학 강의를 비롯한 다양한 예술문화 분야 메신저로 활동 중이다. 어릴 적 보았던 「사운드 오브 뮤직」을 인생 최고의 작품으로 꼽으며, 힘든 시절 작품에서 받았던 긍정적 영향을 사람들에게 전하기 위해 지금 이 길을 가고 있다. 뮤지컬 「토요일 밤의 열기」, 「루나틱」, 「라이온 킹」 등의 다수 작품에서 뮤지컬 배우로 활동했으며, 중앙대 예술대학원에서 뮤지컬을 전공하며 「서사극 관점으로 바라본 뮤지컬 「카바레」 연구」 논문을 남겼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및 관공서에서 강의를 하며, 지치고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예술문화로 꿈의 의미와 삶의 가치를 선물하는 일을 하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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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타 어댑트 오어 다이
코리나 베츠코 지음, 베니 R. 로벨 외 그림, 삐맨 옮김 / 북캣(BOOKCAT)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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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아바타 어댑트 오어 다이』는 영화 〈아바타〉를 그래픽노블로 재탄생시켰다. 줄거리는 영화 〈아바타〉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내용이다. 그러나 그래픽노블로 재탄생한 책은 이 분야에서 7년을 달려온 삐맨의 살아있는 번역으로 그 맛과 감동을 더하고 있다. 그 생생했던 아바타의 세계를 글로써 다시 보여준다는 의도다. 그만큼 번역에 심혈을 기울였다는 반증이다. 우리가 인터넷에서 주로 사용하는 아바타(Avatar)는 원래 가상사회에서 자신의 분신을 의미하는 시각적 이미지로 산스크리트어 '아바따라(avataara)'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인터넷 채팅, 쇼핑몰, 온라인 게임 등에서 자신을 대신하는 가상육체로 각광받고 있으며 상업적으로 이용가치가 급증하고 있다. 아바타는 분신(分身)·화신(化身)을 뜻하는 말로, 사이버공간에서 사용자의 역할을 대신하는 애니메이션 캐릭터이다. 산스크리트어 아바따라는 '내려오다'라는 뜻을 지닌 동사 '아바뜨르(ava-tr)'의 명사형으로, 신이 지상에 강림함 또는 지상에 강림한 신의 화신을 뜻한다. 산스크리트 '아바따라'는 힌디어에서 '아바따르'로 발음되는데, '아바타'는 힌디어 '아바따르'에서 맨 끝의 '르'발음이 탈락된 형태이다.

고대 인도에선 땅으로 내려온 신의 화신을 지칭하는 말이었으나, 인터넷시대가 열리면서 3차원이나 가상현실게임 또는 웹에서의 채팅 등에서 자기 자신을 나타내는 그래픽 아이콘을 가리킨다. 아바타는 그래픽 위주의 가상사회에서 자신을 대표하는 가상육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아바타가 이용되는 분야는 채팅이나 온라인게임 외에도 사이버 쇼핑몰·가상교육·가상오피스 등으로 확대되었다. 최근 가장 각광받는 분야는 온라인채팅서비스로, 아이콘채팅, 3차원 그래픽채팅 등의 아바타를 이용한 채팅서비스가 도입되었다. 기존의 아바타는 2차원으로 된 그림이 대부분이었다. 머드게임이나 온라인채팅에 등장하는 아바타는 가장 초보적인 수준이었고 이러한 현실감이 떨어지는 문제점을 보완하여 등장한 것이 3차원 아바타다. 3차원 캐릭터는 입체감과 현실감을 함께 지닌 것이 장점이다.

 


 

아바타는 현실세계와 가상공간을 이어주며, 익명과 실명의 중간 정도에 존재한다. 과거 네티즌들은 사이버공간의 익명성에 매료되었지만 이제는 자신을 표현하려는 욕구를 느끼게 되어 이 두 가지를 모두 충족시켜주는 아바타가 생겼다. 대부분의 게임이나 채팅서비스에는 주로 몇 가지의 캐릭터를 조합하거나 이미 완성된 아바타를 제공하지만 그래픽기술이 향상되면서 서비스 제공자가 이미 만들어놓은 기성품(ready-made)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문자ID처럼 사용자가 자신만의 개성있는 아바타를 직접 만들 수 있는 나만의 아바타도 등장하였다. 우리가 알고 있던 아바타는 2009년 영화 감독 제임스 카메론(James Cameron)에 의해 일대 변혁이라할 만큼 대단한 영화가 등장하면서 산스크리트어 아바타가 의미하는 내용에서 판도라 행성에 사는 '나비족'을 의미하는 고유명사처럼 쓰이게 된 것이다. 지금 누구에게나 '아바타'가 뭐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영화 제목'이라는 답이 되돌아올 정도이다.

〈아바타〉 블록버스터 할리우드 3D 영화로 탄생하면서 완전히 다른 대우를 받기 시작한다. SF·모험·액션 장르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로, 2009년 12월 개봉하면서부터다. 〈터미네이터〉, 〈타이타닉〉 등을 감독한 제임스 카메론이 감독을 맡았고, 배우 샘 워싱턴(Sam Worthington), 조 샐다나(Zoe Saldana), 시거니 위버(Sigourney Weaver) 등이 출연하였다. 실사촬영과 CG가 혼합된 3D 영화이며, 상영시간은 162분이다.

2154년, 지구로부터 4.4광년 떨어진 행성 판도라(Pandora)를 무대로 대체자원을 찾기 위하여 행성 파괴 하려는 지구인과 판도라를 지키려는 원주민 나비(Na’vi)족과의 갈등과 전쟁을 중심으로 자신의 아바타를 원격조종하며 나비족에 침투한 지구인 남자 제이크와 나비족 여인 네이티리의 사랑 등을 그리고 있다.

이 책 『아바타 어댑트 오어 다이』는 무엇보다 영화에서는 나오지 않았던 에피소드를 만날 수 있다는 점이 소장 가치를 더 높인다. 영화 〈아바타〉의 팬들에게는 큰 선물이 될 것이다. 모앗(네이티리의 어머니)과 그레이스 어거스틴 박사의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에이투칸, 셀프리지 등 낯익은 인물들의 새로운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만화계의 아카데미상, 아이스너상 후보에 오른 코리나 베츠코의 탄탄한 서사와 베니 R. 로벨의 수준 높은 작화도 책의 소장가치를 한층 높였다.

 


 

서기 2154년, 지구는 에너지 고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구로부터 멀리 떨어진 행성 '판도라'에서 대체 자원을 채굴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판도라의 독성을 지닌 대기로 인해 자원 획득에 어려움을 겪게 된 인류는 판도라의 토착민 '나비'(Na'vi)의 외형에 인간의 의식을 주입, 원격 조정이 가능한 새로운 생명체 '아바타'를 탄생시키는 프로그램을 개발한다. 이 생명체 아바타는 나비 족의 유전자와 아바타 주인의 유전자 일부를 섞어서 만들어지며, 그렇기 때문에 한 사람당 하나의 아바타만을 가지게 되며 그들의 신경 또한 서로 연결되어 있다. 이러한 아바타는 인간이 아바타의 신경에 접속한 상태에서 활동하며, 접속이 끊어졌을 때는 잠들어 있는 상태가 된다.

하반신이 마비된 전직 해병대원 '제이크 설리'는 아바타 프로그램에 참가할 것을 제안받아 판도라 행성으로 향한다. 그러나 본래는 과학자인 그의 쌍둥이 형이 아바타 프로그램에 참가할 예정이었고, 아바타 역시 그의 쌍둥이 형의 유전자로 만들어진 것이다. 그런데 형이 사고로 죽자, 어쩔 수 없이 절름발이이며 아바타 프로그램 훈련조차 받지 않은 제이크 설리를 데려오게 된 것이다. 그는 아바타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아바타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다. 그의 하반신 마비를 치료하기 위한 돈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형과 유전자가 같은 제이크는 자신의 아바타를 통해서 자유롭게 걸을 수 있게 된다. 하루는 제이크의 아바타가 속한 탐색조가 갑작스런 야생동물의 습격으로인해 위기를 맞게 되고, 가까스로 따돌리지만 제이크는 탐색조에서 떨어진다. 그날 밤, 제이크는 개 형상의 동물들의 공격을 받던 중 네이티리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하게 되고, 그녀로부터 나비 족들이 있는 곳으로 인도된다. 처음에 나비 족들은 '악마', '꿈꾸는 자'와 같은 표현으로 그를 기피하였다. 그러나 네이티리가 그의 아버지이자 추장인 에이투칸을 설득한 덕으로 제이크는 그들의 무리에 합류할 수 있었다.

한편, 아바타가 있는 위치에 상관 없이 제이크의 의식이 본래 육신으로 돌아오면 인간들과 접촉할 수 있다. 그가 나비 족들과 접촉하였고, 그들의 무리와 합류한 것을 안 마일즈 쿼리치 대령은 지구에 가서 다리를 치료받게 해준다는 조건으로 자원 채굴을 막으려는 나비족을 원래 서식지로부터 이주시키라는 임무를 받게 된다. 그들이 살고 있는 서식지 땅 속에는 '언옵타늄'이라는 대체 자원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나비족이 계속 거기서 살고 있었기 때문에 자원을 캐내는 데 많은 어려움이 따랐었다. 따라서 그는 나비족과 같이 생활하며 그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 그들의 문화와 전통을 배우고, 전사가 되기 위한 노력을 한다. 그들의 신뢰를 얻어 그들이 다른 곳으로 이주하게 설득을 하고, 그렇게 대체 자원을 캐내기 위해서였다. 군사적 침략도 가능했지만 원주민들을 죽이면 지구에서 여론이 좋지 않을 것을 우려한 것이었다.

 


 

제이크는 처음에는 나비 족의 무리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말을 잘 타지도 못하고 나비 족의 언어도 잘 익히지 못했다. 하지만 제이크는 '네이티리'와 함께 지구에서는 겪을 수 없었던 다채로운 모험을 경험하면서 네이티리와 사랑에 빠지고, 나비 족들과 하나가 되어간다. 하지만 쿼리치 대령이 제이크가 네이티리와 나비 족과 사랑에 빠진 것을 알게 되었고, 평화적 방법으로 자원을 캐내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판도라의 자원을 강탈하기 위한 지구인들의 군사 침략이 시작된다. 하지만 제이크는 판도라의 생활에 익숙해져가고 네이티리와의 사랑에까지 빠져 결국 지구인들의 자원 채굴계획에 반감을 가지게 되어 같은 생각을 가진 동료들과 함께 싸우며 판도라를 지켜낸다. 그리고 나비족의 의식을 통해 그는 인간의 육신에서 나비족의 육신으로 다시 부활한다.

영화 〈아바타〉는 영화사에 새로운 획을 그은 작품이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작품이라며 높은 평가를 받았으며, 위에 보다시피 거의 모든 한국 전문가들이 극찬하였다. 개봉 당시에는 단순하지만 이해하기 쉬운 스토리와 혁신적인 영상미로 매우 큰 반향을 일으킨 영화이다. 현재에도, 국내 평론가들 평균 점수 8.83점과, 메타크리틱 83점, 로튼토마토 83%라는 기록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그다지 돋보이지 않는 평범한 스토리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유명한 이유는 독보적인 영상미에 있다. 특히나 3D 입체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 수많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3D 상영관의 낮은 보급률과 일반 영화보다 비싼 관람료 때문에 이전까지 일부 마니아 층에서만 즐기던 3D 영화의 시장을 확대하는 데 성공한 작품이다. 또한, 아이맥스 포맷의 본격적인 지평을 열었으며, 더욱 발전한 모션 캡처 기술을 사용하여 나비족이라는 가공의 캐릭터들에게 사실적이고 인간적인 감정을 부여하는 혁신을 이루었다.

 


 

한 평론가는 기존 영화의 영상 수준이 1이라면, 아바타는 20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그만큼 당시 기준으로는 오버 테크놀로지에 가까운 수준의 충격을 선사했던 영화다. 예고편만 보면 트랜스포머 시네마틱 유니버스 같은 사실적인 CG가 아니고 3D 애니메이션 느낌이 나는 CG라 어색하게 보이는데, 3D 영화이기 때문에 직접 가서 안경을 쓰고 보면 전혀 다른 느낌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아예 이 영화의 2D 버전과 3D 버전은 별개의 물건으로 취급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을 정도이다.

 

글 : 코리나 베츠코

뉴욕타임스 선정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휴고상과 아이스너상 후보에 오른 작가이다. DC, 마블 등의 다양한 코믹스를 집필하고 있으며, 어린이를 위한 과학책을 썼다. 주요 작품으로 《스타워즈 : 레거시》, 《세비지 헐크》, 《원스 어폰 어 타임》 등이 있다.

 

그림 : 베니 R. 로벨

스페인 출신의 일러스트레이터. TV 프로그램, 코믹스, 웹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러스트레이터, 컬러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작품으로 《블랙리스트》 시리즈, 《퍼시픽림 : 펜테코스트》 등이 있다.

 

그림 : 웨스 디지오바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로, 1998년부터 전문적으로 만화를 채색하고 레터링을 해오고 있다. 다크호스, 마블, DC 엔터테인먼트, 디즈니 퍼블리싱 월드와이드, 니켈로디언을 비롯해 여러 출판사의 작품에 참여했다.

 

번역 : 삐맨

영어영문학과를 수료하고 영화, 코믹스 전문 유튜브 채널 ‘삐맨 B Man’을 운영 중이다. 2019년 한국 프리미엄브랜드지수 유튜버 1위에 오른 바 있다. 디즈니, 소니픽처스 등 글로벌 콘텐츠 회사와 협업해 영상을 제작하고 있으며, <아바타 : 물의 길>을 시작으로 <던전 앤 드래곤 : 도적들의 명예>,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3> 등 영화에 출연한 할리우드 배우들의 영어 인터뷰도 진행하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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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는 솔직하다
신세연 지음 / 우주북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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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피는 솔직하다』는 소설 작품으로 "돈과 범죄는 서로의 그림자처럼 늘 가까이에 있다"는 말이 실감나는 한 편의 느와르 영화 같다. 돈이 최고의 가치를 갖는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돈 때문에 일어나는 각종 범죄가 날이 갈수록 다양화하고 수법도 끊임없이 진화한다. 범죄 관련 돈의 액수도 놀랄 만큼 단위가 커지고 있다. 아무리 현대 과학을 이용한 첨단 과학 수사를 해도 미제 사건이 남을 정도로 범죄도 치밀하다. 뿐만 아니라 돈을 위해서라면 생명까지 하찮게 다룬다. 뿐만 아니라 사회를 이끄는 계층도 돈의 권력은 정치 권력 못지 않은 힘을 가진 존재이다. 정치·사회의 부정부패도 모두 돈과 관계가 있다. 이렇게 사회에 미쳐 돌아가도 제재할 방법이 없다. 간혹은 권력기관마저 돈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경우도 있으니 범죄가 뿌리뽑힐 수 없다는 사실은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범죄에 사용되는 돈은 물론, 돈 때문에 벌어지는 범죄는 잔혹하다. 검다는 의미에서 느와르가 떠오르고 잔혹하다는 뜻으로 늘 검붉은 피가 연상된다. 암흑가란 단어의 표현도 어둡고 검은 거리란 한자어다. 프랑스어 느와르(Noir)란 말도 영어의 Black이다. 어둡고 긴장감 있는 서스펜스 영화를 느와르 영화로 지칭하는 이유다. 전형적인 느와르영화는 카르네(M. Carne) 감독, 장 가방 주연의 〈시작되는 하루(Le Jour se Leve)〉다. 할리우드에서는 2차 세계대전 후 널리 퍼져 갱스터 영화, 폭력물 등에 차용되었다고 한다. 할리우드 대표작은 존 휴스턴 감독의 〈말타의 매(Maltese Falcon)〉(1941)다. 느와르라는 말이 우리에게 널리 사용되게 된 계기는 1980년대 중반 오우삼 감독, 주윤발 주연의 영화들 〈영웅본색〉, 〈첩혈쌍웅〉등 홍콩느와르가 우리나라에 본격적으로 들어오면서부터다. 그 당시 우리나라 평론가들이 홍콩영화들의 어둡고 암울한 정서, 반영웅적 주인공, 범죄가 배경이 되는 점 때문에 홍콩 느와르라는 이름을 붙여 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책의 주제가 느와르라는 의미보다는 소설 속에서 일어나는 사건의 전개가 느와르의 세계인 어두운 곳에서 돈을 위해 불법과 폭력, 급기야 살인까지 주저하지 않는 볌죄의 세계를 다루기 때문이다. 우리가 사는 일상이 매우 평범하고 견고할 것 같지만 마음 먹기에 따라 '특별한' 일상으로 바뀐다. 욕망, 특히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에 대한 욕망은 일상을 '지옥'보다 처절한 세상으로 만든다. 욕망이 범죄를 낳는다는 것은 누구나 알지만 욕망을 자제하지 못하고 돈을 쫓는다는 것은 자신의 일상과 평범한 삶을 완전히, 헤어나올 수 없는 구렁텅이로 몰아넣는다는 '진리'를 이 소설 작품은 확인해준다. 이 작품에서 저자 신세연은 평범한 일상이 완전하게 뒤틀리는 것은, 아주 미세한 균열 하나면 충분하다고 말하는 듯하다. 아주 보통의 회사원, 누군가의 남편, 그리고 한 아이의 아빠였던 '최선'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만나는 평범한 사람이다. 공부를 잘해 대기업에도 단숨에 합격하고 안정된 직장으로 결혼하고 딸도 낳아 키우는 지극히 보통의 사람이다. 단지 돈 욕심이 조금 과했는지 모른다.

친구의 유혹에 빠져 불법 토토의 세계에 발을 담그고, 일궈놓은 모든 것을 잃는다. 예고되고 조작된 파국에 직면했지만, 여전히 도박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 최선은 우연히 만난 남자 진수혁과 기이한 인연을 맺고 이전과 다른 세상을 조우한다. 불법 토토, 조직 폭력배, 대한민국의 재벌과 검찰·경찰까지 복잡하게 얽힌 관계의 틈에서 분주한 최선과 진수혁은 각각 감당할 수 없는 진실에 서서히 다가서고 있음을 느낀다.

거듭해 예측을 뒤엎고, 반전의 반전을 선사하는 돈과 피냄새로 점철된 두 남자의 느와르가 시작된다. 출판사 측에 따르면 이 소설은 교차 편집된 영상처럼 평범한 회사원 '최선'의 일상과 어두운 범죄의 단상이 불규칙하게 포개진다. 그리고 그 면이 맞닿은 순간, 예측 불허의 스토리가 더 속도감 있게 펼쳐진다.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맞춰지는 퍼즐. 과연 진수혁은 최선의 삶을 치료할 구원자인가, 아니면 또 다른 파괴자인가. 지극히 입체적으로 펼쳐지는 다채로운 캐릭터의 향연은, 신세연 작가의 필력으로 짙은 생명력을 부여받았다.

 


 

표제어뿐만 아니라 16부 구성된 각 부의 제목도 심상찮다. 1부 「거짓된 빛은 쉽게 꺼진다」에서 16부 「피는 솔직하다」까지 소설의 사건은 거칠 것 없이 펼쳐진다. 마치 독서의 마감 시간이 정해져 있는 책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이는 마치 시간을 늦추거나 생각할 틈을 주면 실패하기 십상인 범죄처럼 모양새를 갖춘다. 속도감 있게 읽어내기 위해서는 범죄 현장에서 사용되는 이른바 '전문 용어'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어야 하는 부담이 있지만, 몰라도 사건 전체를 이해하는 데는 큰 문제는 없다.

"(서울) 도산대로에 있는 김청아 부티크는 도박장이라는 소문이 있다. 목 좋은 자리여서 비싼 월세임이 틀림없을 텐데 20년째 그 자리 그대로 영업 중이기 때문이다. 장사도 잘되지 않는 것 같다. 심지어 주인이 있는 모습을 본 적도 없다. 가끔 마네킹에 입혀진 옷이 바뀌는 것을 보면 영업은 하고 있는 것 같은데 말이다."(P.9)

첫 문장부터 강남의 간선도로 이름과 도박장이란 단어가 나온다. 돈과 관련된 사건이 벌어진다는 암시이기도 하다. 강남이란 지역은 대한민국 부의 상징이라고 할 만큼 부자들이 살고, 일하고 놀고, 먹는 지역의 대표적 명소(?)다. 그들 부자들에게 말이다. 이곳의 아파트는 평당 1억 원이 넘은 지 수십 년이 되었다. 상업지역의 번화가나 큰길가는 말할 것도 없이 수억 원씩이다. 돈 많은 부자들이 그곳에서 어떻게 돈을 불리는지, 어떻게 노는지, 어떤 생각을 하며 사는지 이 책은 수시로 독자들에게 부자들의 삶의 행태를 각인시켜 준다. 돈을 쉽게 벌고, 그만큼 쉽게 쓰기도 하는 사람들 중에 으뜸은 어쩌면 범죄자들일지도 모른다는 예상은 이 소설 작품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범죄 조직과 범죄 행위가 돈에 몰입될수록 독자들의 호흡은 빨라진다. '이렇게 쉽게 돈을 벌 수도 있는 거구나'라는 신세계를 처음 접한다면 호흡은 점점 더 가쁘게 쉴 것이다.

 

 

토토란 스포츠 게임에 돈을 걸고 하는 일종의 도박이다. 경마에서 돈을 걸듯이 각종 프로 스포츠 게임에 승부 맞히기, 스코어 맞히기 등 여러 가지 게임이 있고, 게임의 종류도 여러 가지다. 10여년 전 프로 스포츠의 '승부 조작' 파동이 일어났다. 이는 토토 게임에 돈을 건 도박꾼들이 돈을 따기 위해 조직적으로 실제 경기의 승부를 선수들이나 감독 등과 짜고 조작한 사건이다. 당연히 경찰이 수사에 나서 해당 선수들과 조직 관련자들이 구속되고, 해당 스포츠에서 영구 제명 당한 사건이다. 이에 가담한 선수들은 일부러 경기에 나가 져준다는 식으로 가담해 아마 수수료로 얼마간의 돈을 챙긴 혐의로 구속 처벌 받았던 것으로 독자는 기억한다. 야구, 축구 등 몇몇 인기 스포츠에서 일어난 일이다. 이 소설에는 '환치기'도 등장한다.

독자는 잘 모르지만 외환거래를 이르는 말로 이해하고 있다. 불법 외환거래를 환치가라고 한다는 것. 시사상식사전에 따르면 통화가 다른 두 나라에 각각 계좌를 만든 후에 한 국가의 계좌에 입금한 후 다른 국가에서 해당 국가의 환율에 따라 입금한 금액을 현지화폐로 인출하는 불법 외환거래 수법을 일컫는다. 국가 간 오가는 외환거래를, 환전업자가 국내에 마련한 계좌를 통해 마치 국내에서만 거래가 이뤄진 것처럼 위장하는 것을 말하는 불법 외환거래의 속칭이다. 다시 말해, 한국 내 거주자와 외국내 거주자 사이에 발생하는 현금을 포함하는 자본거래에 있어 적법한 외환취급허가를 받은 금융기관을 통해 거래를 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들 간에 사적으로 거래하거나 유사금융기관을 통해 거래하는 것이다. 이러한 환치기는 세금탈루나 외국에서 사용할 유흥자금 또는 해외도박·마약밀수 등의 불법자금을 조달하는 데 이용된다.

 


 

저자가 강남 지역에서의 돈에 대한 그곳 사람들의 인식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이 있다. 처음 시작 부분이다. 앞서 언급한 문장 다음에 썼다. "김청아 부티크가 있는 건물과 바로 옆에 붙어 있는 건물 1층의 월세는 삼천이다. 평수가 두 배 정도이긴 하나 같은 라인에 있는 매장 월세가 삼천이다. 평수가 두 배 정도이긴 하나 같은 라인에 있는 매장 월세가 삼천이라는 말은 1층에 위치한 김청아 부티크의 웰세는 못 해도 천은 된다는 소리다. 정확하게 월세가 얼마인지 알 수는 없지만, 월 천 정도는 무난하게 넘을 것이란 건 강남에서 학교를 다니는 초등학생도 알 것이다." 보통의 독자들은 저자가 쓴 이 문장을 보면 너무 품위 없이 쓰인 것 아니냐는 비난을 할지 모른다. 그러나 저자의 의도는 돈에 대한 인식을 강남 사는 사람들이 어떤한지를 알리기엔 무리 없는 문장으로 독자는 본다. 거친 문장이 이어진다. "강남 바닥이라는 곳은 초등학생 때부터 돈에 대한 개념이 천 원, 만 원이 아닌 월 오백, 월 천 이런 식으로 이해를 하는 곳이다. 이처럼 돈에 의해 움직이고 돈 때문에 무엇이든 벌어지는 곳이 강남 바닥이다."고 쓰고 있다.

이 소설의 성격상 소설의 시작으로는 꽤 성공적인 문장들이라는 게 독자의 생각이다. 아직 전문 용어도 나오지 않았다. 시작이니만큼 이 세상 사람들이 돈에 대해 인식하는 부분을 설명하고 있는 문장들이다. 부동산 가격이 돈의 가치를 결정 짓는 곳이라는 느낌도 든다.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는 풍자적 표현도 실감나게 하는 지역이 강남지역이다. 건물 하나 갖고 있다면 월세 수입만으로도 1억~2억원은 보통이라는 인식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건물의 크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10층 미만의 상업용 건물은 대부분 월 임대료가 수천 만원씩 하는 곳이 신문이나 방송 뉴스에도 자주 나온다. 이들의 수입을 연봉으로 계산하면 수십억 원이라는 계산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어쩌다 이런 곳에 발을 들여놓는 보통 사람도 돈 욕심이 날 수밖에 없지 않은가 말이다. 이 소설은 돈에 대한 이런 의식이 범죄에 쉽게 빠져들고, 한 번 빠지게 되면 인생은 완전히 한없이 추락한 채 막을 내린다는 교훈을 이 풍자적 느와르 소설로부터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이 책에 나오는 범죄와 관련된 각종 범죄 행위나 가담자들의 심리를 비교적 잘 묘사하고 사건의 전개를 빨리 함으로써 저자는 독자의 생각을 한곳에 모으기를 바라는 것 같다. 돈에 대한 욕심은 범죄와 일상의 경계에서 갈 곳을 몰라 방황하는 사람들에게 명확히 갈 곳을 지정해주는 이정표가 될 것이다. 인류 역사상 사람의 욕심은 늘 범죄를 낳았고, 범죄에 빠져드는 순간 일상적인 보통의 삶과는 작별해야 한다. 그들만이 사는 곳이지만, 그곳으로 들어오기를 바라는 사람은 늘 있기 마련이다. 사람의 욕심은 그렇게 인간의 삶을 비틀리고 왜곡시킨다. 자본주의가 더 깊어지면서 돈에 대한 인간의 욕심은 수그러들기는커녕 점점 더 크고 발전되는 양상을 띤다.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은 법을 피해 요리조리 잘 만들어내고 실제 정치계, 심지어 검찰·경찰까지도 일부 있다고 하니 자본주의의 끝은 어디인가? 가늠하기도 쉽지 않고, 이젠 가늠하고 싶지도 않다. 관심을 가지는 순간 유혹의 대상이 된다니까. 돈이란 아담과 이브의 선악과인가, 창조주의 시험용인가? 소설의 마지막 파트인 16부 「피는 솔직하다」는 부제가 표제어가 된 이유를 책을 다 읽는 순간 알게 된다. 돈에 대해 욕심이 없는 사람과 돈에 대해 욕심이 많은 사람들은 이 소설을 한 번쯤 읽고 깊게 생각해보기를 먼저 읽은 독자로서 권유한다. 출판사 측의 책 소개글이 머릿속을 맴돈다. "읽을수록 축적된 몰입감과 긴장감은, 비로소 마지막 장에 도달해 폭발한다. 활자의 모양새를 차용했지만, 도서가 아닌 느와르 영화 한 편을 관람한 기분에 사로잡히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내일 당장 영화로 만들어진다고 해도 전혀 놀랍지 않은, 그런 소설." 영화화는 확정되었다고 한다.

 

저자 : 신세연

 

사회에 숨겨진 어두운 이야기를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부터가 허구인지 알 수 없도록 풀어내는 이야기꾼. 2018년 장편소설 『처절한 계획』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으며, 대표작인 장편소설 『피는 솔직하다』는 2023년 2월 새롭게 출간되었으며, 영화화가 확정되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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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 표현하면 모든 슬픔이 사라질 거야 - 나도 몰랐던 내면의 상처까지 치유하는 언어의 심리학
가바사와 시온 지음, 이주희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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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한반도에 사는 사람들을 종족으로 분류할 때 '한민족'이란 말을 쓴다. 여기서 한민족은 중국의 한족과 다르다. 한자로도 우리 한민족 '韓'(나라이름 한)이라 쓴다. 중국은 '漢'(한수 한)을 쓴다. 옛날 중국의 두 번째 통일을 이룬 유방의 한나라에서 비롯된다고 한다. 한민족의 한은 고대 삼국시대 이전의 삼한(三韓)에서 비롯됐다. 아직은 정식의 국가 기틀을 갖추지 못한 상태여서 흔히 '부족 국가'라고 불리우던 때다. 주로 한강 이남의 지역을 가리키기도 했다. 이렇게 유구한 역사의 한민족은 수많은 외세의 침략에도 굴하지 않고, 때로는 무너지면서도 다시 일어서는 것을 두고 '은근과 끈기'를 민족의 정서로 말하는 학자도 있었다.

그래서인가? 은근과 끈기의 민족에게는 참아내는 데서 오는 한(恨)의 정서가 들어섰을까? '한이 서려 있다'는 표현이 자연스러울 정도로 우리 민족은 수많은 민족적 수모에도 결국에는 굴하지 않고 딛고 일어서는 저력을 보여 주었다. 이런 민족적 자긍심 속에는 '한이 서린다'는 표현처럼 할 말 못하고, 할 일 못해서 생기는 원한의 의미를 품고 있기도 하다. 말이라도 시원스럽게 하면 한이 서리지는 않을 텐데... 우리 민족을 핍박하는 놈들에게 폭력이라도 분풀이를 할 수 있다면 '한(恨)의 나라'라는 듣기 거북한 말은 안 들었을 텐데... 이렇게 답답한 마음을 풀어 헤쳐 공중으로 날려 보내는 한풀이는 스트레스 해소 차원에서 좋은 일이다. 행동 역시 마찬가지다. 무자비한 폭력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정당성이 있고, 오히려 최소한의 저항이라는 차원의 폭력을 의미하고 우리 민족의 한을 풀어주는 행동 말이다. 일제강점기 직전 안중근 의사를 일본 제국은 '테러리스트'로 규정했다. 이를 테러로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재판 과정에서도 이미 밝혀졌고 그들마저도 대부분 '의거'로 인정하기도 했다. 이는 세계에 대한 식민지 저항의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행위인 것이다. 우리 민족의 기개를 세계에 떨치고 영향을 주는 의거이다.

 


 

이 책 『말로 표현하면 모든 슬픔이 사라질 거야』는 이런 한풀이에 대해 말하고 있다. 저자 가바사와 시온이 일본의 정신과 의사로서 심리학에서 말하는 '언어화'의 마음 치유 효과를 이 책에서 말하고 있기에 독자의 생각을 서평 맨 앞에 써본 것이다. 저자는 답답한 마음을 누군가에게 속 시원하게 털어놓은 후 마음이 후련해지거나 혹은 자신의 경험담을 솔직하게 기록하는 과정에서 ‘아, 그러고 보니 내가 이래서 힘든 거였구나’라고 느낀 적이 있는가?라고 독자들에게 질문하며 '언어화'의 힘을 이야기하고 있다. 당연히 살다 보면 답답한 마음을 누구에겐가 풀어낼 경우 '후련한 마음'을 느꼈을 것이다. 이상하게 막연했던 고통도 일단 말로 설명할 수 있게 되면 마음이 훨씬 편안해지고 왜 힘든지 그 이유도 알게 된다는 것이 저자가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심리학에서 말하는 ‘언어화’의 놀라운 힘이라고 저자는 제시한다.

30년이 넘는 임상 경험의 정신과 의사, 가바사와 시온은 바로 이 점에 주목했다고 한다. 그는 이 책 『말로 표현하면 모든 슬픔이 사라질 거야』에서 고통을 언어로 표현하는 방법만 터득해도 상처의 90%가 치유된다고 말한다. 모든 심리 상담의 1차 목표가 바로 ‘언어화’라는 것이다. 만약 언어화가 가능하다면 그것은 이미 과거의 속박에서 벗어났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또한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말과 글과 행동으로 표출하는 능력은 심리적 안정감뿐 아니라 인간관계와 사회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여러 사례를 통해 저자는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우선 문제 해결에 집중하지 말고 느끼는 바를 정확하게 표현하는 일에 집중하라고 조언한다. 비록 문제가 생겨도 그것을 웃으면서 말할 수 있는 심리적 내공이 있다면 이미 90%는 해결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말이다. 물론 여기에도 원칙이 있다. 예를 들어 험담이나 부정적인 경험을 표출할 때는 딱 한 번만 제대로 ‘가스 빼기’한 이후, 흘려보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부정적 경험을 반복 재생하면 뇌에 각인되어 장기 기억으로 저장되기 때문에 오히려 위험하다. 또한 경험과 지식과 정보가 많을수록 내가 겪은 일을 객관화하고 구조화해서 바라보는 힘이 생기기 때문에 그것을 키우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고 말한다. 사회적 맥락을 이해하게 되면 훨씬 덜 힘들기 때문이다.

저자는 첫 사례로 수면제가 없으면 잠을 잘 못 자는 30대 후반 여성 N 씨에 대한 상담 경험을 말한다. 그녀는 병원에서 처방받은 수면제뿐 아니라 여러 약국에서 조금씩 조금씩 수면제를 사서 과다 복용했고 점점 약물 중독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10년 이상 여러 병원을 전전하며 중독 치료를 시도했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그런데 한 정신과 의사에게 심리 상담을 받은 후 어느 날부터인가 ‘일기 쓰기’를 처방받는다. 처음에 그녀는 단 한 글자도 쓰지 못했다. 그러다가 한 줄 , 두 줄, 세 줄 쓰기 시작하더니 점점 오늘 있었던 일뿐 아니라 과거의 일들에 대해서도 한 페이지 이상을 쓸 수 있게 되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일기를 쓰는 과정에서 점점 약물 중독에서 벗어나더니 건강을 되찾았던 것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녀는 가족과의 관계가 좋지 않아 거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약물에 의존했던 것인데, 그녀 자신도 일기를 쓰는 과정에서 그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고 말했다.

 


 

저자는 누구나 한 번쯤은 N 씨와 비슷한 경험을 해봤을 것이라며 답답한 마음을 누군가에게 속 시원하게 털어놓은 후 마음이 후련해지거나 혹은 자신의 경험담을 솔직하게 기록하는 과정에서 ‘아, 그러고 보니 내가 이래서 힘든 거였구나’라고 느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상하게 막연했던 고통도 일단 말로 설명할 수 있게 되면 마음이 훨씬 편안해지고 왜 힘든지 그 이유도 알게 된다. 저자 스스로가 자신의 임상 경험 30여 년, 그리고 유튜브를 운영하는 약 9년 동안 고민 상담에 답한 4,000개의 영상 내용을 집대성한 작품이라고 밝힌 이 책은 2022년 11월 출간 이후 아마존 종합 10위에 올랐고 지금도 여전히 수많은 독자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고 한다. 또한 그 인기를 입증하듯 일본 글로비스(Globis)에서 주관하는 ‘독자가 뽑은 비즈니스서 그랑프리 2023 자기계발 수상작’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 책은 모두 9장(章)으로 이루어졌다. 1장 「어차피 고민은 사라지지 않는다」, 2장 「고민을 분석하는 3가지 축」, 3장 「고민을 해소하는 3가지 방법」, 4장 「관점을 살짝 바꾸면 다른 세상이 보인다(관점 전환 #1)」, 5장 「혼자 고민하지 않기(관점 전환 #2)」, 6장 「말로 표현하는 순간 고민이 사라진다(언어화 #1)」, 7장 「 ‘있는 그대로의 나’를 드러내라(언어화 #2)」, 8장 「행동하면 고민은 사라진다(행동화)」, 9장 「고민이 사라지는 궁극의 방법」 등이다. 저자는 「고민은 자기 성장의 다른 말이다」는 제목의 〈들어가는 말〉을 통해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고민'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나?를 알아보기 위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투표수 1066표)고 말한다. 이 결과에 따르면 '고민이 있다'가 75.9%, '(심각한) 고민은 없다'가 24.1%였다고 밝힌다. 저자는 오히려 4명 중 1명이 '고민이 없다'고 답한 사실에 더 놀랐다고 한다. 이에 다시 '당신은 고민을 해결할 수 있습니까?'란 설문 조사를 다시 실시했다.(투표수 633표) '해결하기 어렵다'가 77.4%, '(비교적 간단하게) 해결한다'가 22.6%였다고 전한다. 이 결과로 '고민이 없는 사람'과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의 비율이 거의 비슷하다. 이는 '고민이 없다'고 대답한 사람은 애초에 고민이 전혀 없는 마음 편한 사람이기보다는 고민이 생겨도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결론을 이끌어냈다고 밝힌다.

 


 

저자에 따르면 만약 고민이 있는데 그것을 극복하면 반드시 '자기 성장'을 이루게 된다. 그리고 자기 성장을 하게 되면 문제 해결력이 생기기 때문에 그 이후에 생긴 고민은 더 쉽게 극복할 수 있다. 고민이 있는데 해결하지 못하는 75%의 사람은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정체돼 있다. 그와 반대로 나머지 20%의 사람은 고민이 생겨도 얼른 해결하고 자기 성장의 계단을 성큼성큼 올라간다. 만약 이들처럼 고민을 해결하는 힘을 갖고 있다면 어떻게 될까? 인생이 훨씬 더 가벼워진다. 만약 내 안에 이런 힘을 장착할 수만 있다면 자신감과 긍정적인 생각이 우러나오고 이는 선순환으로 이어진다.

고민이란 무엇인가? '걱정되는 일. 마음의 고통'이라고 사전은 풀이하고 있다. 저자는 약간의 해석을 덧붙여 '곤란하고 괴로운 문제에 부딪혀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정체된, 제자리걸음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한다. 제자리걸음 상태가 바로 고민의 본질이라는 저자의 주장이다. 저자는 그동안 증상이 나아지지 않는 내담자를 많이 만나면서 이렇게 생각했다고 제안한다. "사람이 아무리 힘들어도 조금이라도 앞으로 나아갈 힘이 있다면 상황은 조금이라도 나이지고 고민은 서서히 가벼워진다. 바로 이 점이 키포인트이다."(p.15)

저자는 〈들어가는 말〉을 통해 고민과 자기 성장을 등치시킴으로써 이 책을 읽기 전에 대전제에 독자들을 참여시키고 있다. 대전제로서는 "① 고민을 해소하면 마음이 편해진다 ② 모든 사람이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 ③ 고민을 간단히 해소하자"라는 말을 강조하고 있다. 저자는 본론 1장에 들어서자마자 '고민의 3가지 특징'에 대해 귀띔한다. 고민이 있는 사람의 공통점이라고 보면 된다. 첫째,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여 있다. 둘째, 뭘해야 할지 모른다. 그리고 셋째, 생각이나 행동이 정지된다는 것. 이에 따라 고민을 해결하려 하지 말고 조금씩 해소하라고 조언한다. 어차피 고민의 원인을 없앨 수 없기 때문이다. 단계적으로 조금씩 해소를 하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고민을 스트레스를 주는 '나쁜 것'이라고 생각할 게 아니라 자기 성장을 위한 조건이고 오히려 필수적으로 거쳐야 할 과정으로 생각하라고 말한다. 거의 모든 사람이 고민을 부정적인 것으로 생각하고 대단히 나쁜 것, 한시라도 빨리 떨쳐버리고 싶은 마음의 이물질 정도로 생각한다는 말이다. 고민하는 인간 즉, 자신을 고민을 해결하지 못하는 '못난 인간' '최악의 인간'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자존감도 떨어진다고 주장한다. 이에 따라 고민은 인생의 양념으로 바라보고 마음 근육의 트레이닝으로 생각할 것을 주문한다. 마음 근육 트레이닝을 하지 않으면 '유리 멘탈'이 되고, 성장은 정체된다는 논리다. 저자는 성장이란 어제 하지 못했던 일을 오늘 할 수 있게 되는 것을 말하며, 또는 새로운 일을 (전보다 효과적으로)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고민을 분석하면 자기 자신이 보이고 성장을 위해, 차근차근 해소해 가는 전략적 접근을 강조한다. 이 책은 끝까지 독자들의 성장을 위한 고민 해소의 여러 가지 방법을 제시하고 독자들의 요구에 철저히 부응할 것임을 설명하고 있다.

 

부정적인 관점을 긍정적인 관점으로 바꿔보라고 아무리 말해도 성공 경험이 많지 않아 자존감이 낮아진 사람에게는 쉽지 않다. 그런데 이들이 알아야 할 게 하나 있다. 만약 ‘나는 안 돼’, ‘나는 쓸모없어’라는 말을 하고 있다면 당장 그것부터 중단해야 한다. 이렇게 부정적인 말을 내뱉으면 노르아드레날린이 분비되는데 이는 강력한 기억력 강화 물질이기 때문이다.(p.304)

 

저자는 ‘나는 정말 무능해, 쓸모없는 인간이야’ 등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말들을 많이 한다는 건 무의식의 바다에 끊임없이 해양 쓰레기를 버리는 것과 같다고 비유한다. 인간은 무의식에 지배받는 동물이므로 만약 이런 언어들이 무의식의 바다를 떠돌고 있다면 그 사람 인생의 모든 영역에서 튀어나오게 마련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습관적으로 자기 자신을 북돋고 자존감을 높이는 말을 들려주며 노르아드레날린 대신 도파민이 분비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도파민 역시 ‘학습 물질’이라고 불릴 정도로 기억력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는 호르몬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마지막에 〈나가는 말〉을 통해 이 책의 키워드인 '언어화'를 다시 한번 강조 설명한다. "언어로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고민이 사라진다. 기분이 상쾌해진다. 그리고 말은 다른 사람에게 용기를 주고, 스스로에게도 용기를 줄 수 있다. 말에는 굉장한 힘이 담겨 있다. 그것을 '언어화의 마력'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언어화'를 풀어서 말하자면 자신의 의견을 언어로 분명히 표현하고, 쓰고, 전달하는 행위다. 이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일어나는 소통, 사적인 인간관게뿐만 아니라 사회적 인간 관계에까지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친다.(p.352)

 

저자 : 가바사와 시온(樺澤 紫苑)

정신과 의사이자 저자. 1965년 일본 삿포로에서 태어나 1991년 삿포로 의과 대학 의학부를 졸업했다. 2004년부터 미국 시카고 일리노이 대학교에서 3년간 공부한 후 일본으로 돌아와 심리학 연구소를 세웠다. ‘정신 질환 및 자살 예방을 위한 정보 제공’을 일생의 사명으로 삼고 유튜브 채널 ‘가바사와 시온의 가바 채널’과 뉴스레터를 활용해 50만 명 이상에게 정신 의학, 심리학, 뇌 과학 관련 지식을 전달하고 있다. 일본에서 대중적인 활동을 가장 활발하게 하는 정신과 의사로 유명하다. 시리즈로 내놓아 일본에서 70만 부 판매를 기록한 베스트셀러 《아웃풋 트레이닝》, 《하루 5분, 뇌력 낭비 없애는 루틴》과 각각 16만 부, 10만 부 판매를 기록한 《외우지 않는 기억술》, 《신의 시간술》을 포함해 30권 이상의 저서를 출간했다.

《나는 이제 마음 편히 살기로 했다》는 2020년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가 전 세계를 휩쓴 후 저자가 각종 스트레스와 피로와 불안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위해 써 내려간 종합 처방전 같은 책이다. 일본에서는 ‘코로나 시대 필독서’로 불리며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18만 부 판매를 돌파했다.(2021년 1월 기준) 혼자서 힘겨운 일상을 버티고 있을 때, 인간관계가 어려워서 포기하고만 싶을 때, 이런저런 사정으로 생의 끈을 놓고 싶다는 충동이 들 때, 이 책은 단순한 위로를 넘어 즉각 효과를 볼 수 있는 훌륭한 행동 지침서가 되어 줄 것이다.

 

역자 : 이주희

한국외대 일본어과를 졸업한 후 해외의 좋은 책들을 국내에 소개하는 저작권 에이전트로 오랫동안 일했다. 옮긴 책으로는 『말로 표현하면 모든 슬픔이 사라질 거야』, 『자존감이 쌓이는 말, 100일의 기적』, 『집에서 혼자 죽기를 권하다』, 『무조건 팔리는 카피 단어장』, 『이상하게 돈 걱정 없는 사람들의 비밀』, 『N1 마케팅』, 『아, 그때 이렇게 말할걸!』,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드는 기획력』, 『매력은 습관이다』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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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신화를 무심코 지나쳐온 사람들에게도 인문학적 품위를 재정비하는 행복한 경험을 열어줄 뿐만 아니라 청소년들에게는 영원히 잊지 못할 지적 경험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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