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 카운슬링 - 인생의 불안을 해소하는 10번의 사적인 대화
체사레 카타 지음, 김지우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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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 작품을 한 번쯤 읽어보지 않은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글을 모르는 사람이라도 그의 이름이나 작품 내용에 대해 사는 동안 누구나 한 번쯤은 접했을 것이다. 물론 가정이지만 이 가정에 대해 반론하려는 사람은 없을 듯하다. 셰익스피어 작품은 글로 쓴 작품의 우수성보다는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캐릭터)가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존재하는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그를 대문호라고 칭하고, 그를 인도와도 바꾸지 않을 정도로 큰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라는 생각에서일 것이다. 셰익스피어의 위대성은 작품을 통해 단순히 이야기의 감동만을 전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는 내면의 상처를 보듬고, 인생의 갈림길에서 방향을 제시하며, 어떻게 해야 성숙한 영혼이 될 수 있는지를 작품을 통해 알려준다. 바로 이 점 때문에 그는 우리에게 ‘뛰어난 작가’를 넘어 혼란스러운 인생의 문제를 해결하고 성숙된 자아를 만들어 줄 ‘인생의 카운슬러’가 된다.

이 책 『셰익스피어 카운슬링』은 삶의 어려움에 부닥쳐 방황하고, 길을 잃어 헤매고 있는 우리 인간에게 해결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읽은 사람들은 처음엔 매력적이고 사실적인 캐릭터에 빠져들어 그들의 문제에 공감하며 함께 울고 웃게 된다. 그리고 점차 캐릭터와 하나 되면서 자연스럽게 삶의 고민을 제대로 직면하고 이를 풀어낼 용기와 지혜를 얻는다. 수백 년 간 셰익스피어를 읽은 사람들은 그의 작품을 통해 삶의 해법을 얻고, 그를 통해 새로운 방향을 잡는 지혜와 용기를 얻는 것이다. 그는 우리에게 문학의 치유 능력도 증명해준 것이다. 저자 체사레 카타는 지금 이 순간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할 고민을 안고 있다면, 그리고 그 고민을 해결해 줄 사람이 필요하다면 따뜻한 손길로 당신을 안아주는 친절한 셰익스피어를 만날 것을 권유하고 있다.

 


 

저자는 책의 〈프롤로그〉를 통해 위대한 작품이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문학의 역사를 간단하게 되짚어 본다. 고대부터 전해 내려오는 점성술 중의 하나인 '서적점' 이야기다. 서적점이란 신이 내린 영감이나 예언의 힘으로 집필된 성스러운 책에서 고민의 해답을 찾는 점의 일종이다. 고대 그리스에서 호머의 『오디세이아』, 헤시오도스의 『신통기』, 헤라클레이토스의 저서가 서적점에 쓰였다고 저자는 말한다. 로마 시대에 와서는 베르길리우스의 작품도 서적점에 사용됐고, 기독교 시대가 도래한 이후로는 『성서』를 예로 든다. 이런 서적점은 서양 문화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세계의 변화에 관한 원리를 기술한 책이라 하여 '변화의 책'이라고도 불리는 중국의 『주역』 역시 가장 오랜 고전이자 인간의 가장 깊은 고민에 책이 어떤 방식으로 해답을 제시하는지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고 밝힌다.

이 같은 관점에서 셰익스피어의 희곡도 서적점에 사용하기가 매우 유용하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이는 그의 작품 속에 인간사의 집단 기억이라 할 만큼 다양한 인간 군상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의 극작품은 놀라운 방식으로 인간 본질을 묘사하는데,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그의 희곡은 그 자체로 인간의 본성, 감정, 삶의 축약본이라고 저자는 판단한다. 셰익스피어는 형이상학적인 안테나 같은 것이 있었던 것으로 본다는 것이다. 그는 그 안테나로 무한한 우주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들을 낚아채고 펜촉을 통해 이를 다양한 인간의 원형을 지닌 등장인물로 녹여냈다고 저자는 밝히고 있다. 그리고 이를 독자가 읽고 관찰하고 귀 기울이고 해석하여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 묘사, 탐구할 수 있게 했다고 저자는 단언한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셰익스피어 작품은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자 하는 이들을 위한 해답을 담은 보물상자'라고 불리운다고 극찬하고 있다.

 


 

저자의 주장이 옳고 그른 것을 따지는 문제에 속하지 않을 터, 바로 다음의 문장으로 그의 주장을 해석하면 될 일이다. 서적점에 사용하든 하지 않든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바로 독자 자신에 언제든지 대입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사랑에 미쳐 있다면 로미오나 줄리엣이 되고, 예기치 않은 곳에서 사랑을 찾았다면 베아트리체 혹은 베네디크가 된다. 삶이 너무 불안하다면 오셀로가 될 수 있고, 진실을 찾아 헤매다 이성을 잃은 사람은 햄릿이 된다. 또 내면의 어두움에 이끌려 폭력과 공포의 세계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다면 맥베스가 된다. 셰익스피어 작품은 우리와 동떨어져 있지 않다는 점을 저자는 강조한다. 인생이란 초연을 펼치고 있는 이라면 누구나 셰익스피어 작품의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독자들이 보물을 얻었다고 생각하면 셰익스피어와 상담을 하는 효과를 얻을 것이라고 저자는 기대하고 있다.

이런 점에 비추어볼 때 저자는 이 책을 자기계발서는 진정 아니라고 말한다. 이 책이 건강하고, 평온하고, 효율적인 삶으로 우리를 이끌어주는 데 목적이 있지 않다는 점을 밝힌다. 이 책이 자기계발서와 다른 근본적인 이유는 셰익스피어가 우리를 직접적으로 도와주거나 구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저자에 따르면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도덕적 규율을 강요하지 않는다. 가야 할 길을 제시하지도, 반드시 희망의 메시지를 주려고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인생에서 크고 작은 골치 아픈 문제를 마주할 때 셰익스피어는 마치 우리에게 직접 말을 거는 것처럼 다가와 지금 마주한 문제가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는 것임을, 그래서 혼자라는 장벽을 부수고 아무리 사소한 문제라도 작품을 통해 삶을 채워주는 법을 깨달아 마음의 위안을 얻도록 돕는다. 저자는 이와 함께 왜 셰익스피어인가도 중요한 문제라고 설명한다. 수많은 명성 깊은 작품들도 각기 숭고한 교훈이나 위로의 힘이 있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꼭 셰익스피어 작품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는 그의 작품만이 가진 고유성 때문이라는 말이다.

 


 

셰익스피어가 창조한 인물들은 사랑 혹은 권력 다툼으로 인해 운명적으로 자기 영혼의 무한한(동시에 위험하기 짝이 없는) 가능성을 자각하는데, 이는 그리스 희곡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라고 저자는 잘라 말한다. 셰익스피어 작품 속 히어로와 히로인은 우연히 외적 요인과 충돌하지 않는 점을 다른 점으로 들고 있다. 그의 작품에서 비극의 원인은 (희극일 경우 문제 해결의 요인은) 주인공 자신에게 있다는 것이다. 이들의 정체성 문제는 결국 우리가 겪는 정체성 문제와 같기에, 셰익스피어 작품은 인간의 가장 내밀한 본성을, 그 무한하고 경이롭고 눈부신 우주를 자극한다고 해석한다. 또 셰익스피어가 들려주는 거의 모든 이야기는 전통적인 서사를 재탄생시킨 것이라고 주장한다. 셰익스피어 작품을 읽으면서 스포일러 걱정을 할 필요는 없다고도 말한다. 막이 다 오르기도 전에 관객은 이야기가 어떻게 끝날지 너무나 잘 알고 있다고 한다. 그것은 셰익스피어 당대 청중(관객)도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중요한 것은 결말이 아니라 어떻게 이야기가 전재되는지이라고 저자는 역설한다.

책에 따르면 생각해보면 존재의 결말은 정해져 있다. 인간은 죽기 위해 태어나며, 그 과정에서 아무런 이유 없이 사랑하는 이들과 이별한다. 선형적으로 보면 이게 끝이다. 하지만 아무도 이것이 결정적인 스포일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서사와 마찬가지로 인간의 삶에서도 중요한 것은 누구나 아는 예정된 결말이 아니라, 서사의 방식(과정)에 있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성스러운 서적처럼 참고하는 것이 의미 있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인간의 소소하고 시시한 불만, 치유할 수 없는 고통과 바보 같은 행복이 셰익스피어의 서사를 통해 무한한 의미를 가지게 되기 때문이다. 마법이 깃든 것처럼 등장인물이 모두의 원형이 되고, 뻔하고 비참한 인간의 삶의 구조가 놀라운 우화로 거듭나는 것 모두 그의 고유한 스토리텔링 덕분이라는 것이 저자가 말하는 요지이기도 하다.

 


 

셰익스피어는 자신의 작품을 통해 우리 내면의 복잡한 감정과 갈등을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했다. 그의 작품이 뛰어난 점은 단순히 아름다운 이야기나 언어 때문만이 아니다. 그는 작품 속에서 생생히 움직이는 인물을 통해 사랑의 열정과 슬픔, 질투와 분노, 죄책감과 욕망 등 다양한 인간의 감정과 갈등을 표현하고, 그들과 우리를 만나게 해 자기 자신을 발견할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인간의 내면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그의 작품을 통해 우리는 본성과 감정에 대해 깊은 통찰을 하게 되고 자신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그리하여 지금 겪고 있거나 앞으로 만날 모든 상처에 대해 ‘공감’과 ‘위로’라는 마음의 갑옷으로 자신을 보호할 수 있을 것이다.

셰익스피어는 우리의 내면을 보다 깊게 이해하고, 각자의 고독과 아픔에 대해 대면하며 공감할 수 있는 창을 열어주었다. 우리는 이 창을 통해 ‘나’라는 작은 세계를 벗어나 모두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확장된 자아를 얻게 된다. 만약 지금 내면의 문제로 고통에 빠져 있다면, 앞으로 이러한 문제에 시달리지 않도록 성장하고 싶다면 이제 그와 만나 나의 내면으로 여행을 떠나보기를 저자는 권유한다.

셰익스피어는 희곡과 시를 통해 인간의 내면에 미치는 영향과 상처에 집중한다. 그의 작품에서는 사랑, 질투, 애도, 분노, 배신 등 다양한 감정들이 주요 소재이며 이를 적극적으로 묘사하기 때문에 읽는 독자에게 고통과 슬픔을 느끼게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것은 내면의 힘을 키우기 위해 반드시 겪어야만 하는 것이다. 우리는 흔히 슬프거나 화나는 감정을 회피하려고 하거나 마음 한구석에 묻어버리곤 한다. 이렇게 가려진 감정은 잠깐 동안은 사라지지만 이내 더 크게 곪아서 우리를 덮치고 만다. 이러한 상황을 피하기 위해선 상처를 무조건 피할 게 아니라 제대로 바라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셰익스피어의 작품 속에는 우리가 흔히 부정하거나 회피하는 내면의 어둠과 싸우는 장면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등장인물들은 자신들의 내면을 솔직하게 드러내며 내부의 갈등과 상처를 직시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행동하는데, 이 과정을 통해서 자신의 문제를 극복하고 더욱 성숙된 존재가 되는 것을 방법을 우리에게 전달한다. 셰익스피어 작품이 주는 교훈이 바로 이것이다. 우리는 그의 작품을 통해 내면에 드리운 어둠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배울 수 있다. 그는 우리에게 용기를 주고 고독과 아픔을 인정하며 직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리하여 우리에게 문학적인 즐거움뿐만 아니라 상담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여 우리를 내면의 탐구와 성장으로 인도한다. 저자와 함께 책 속으로 들어가볼 것을 먼저 읽은 독자로서 권유한다. 들어가는 순간 보물 상자는 독자들의 손에 들어오는 것이다.

삶이라는 건 필연적으로 불완전할 수밖에 없고 이 때문에 우리의 마음은 때때로 상처를 입거나 힘들어 지게 된다는 저자의 말에 귀 기울여보자. 우리는 이때 삶의 동력을 잃기 쉬운데, 이 문제 앞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이다. 셰익스피어는 바로 이때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해답을 전한다고 저자는 우리에게 말한다. 어째서 삶이 계속 꼬이는지, 나를 괴롭히고 흔드는 이 불안을 잠재울 수 있는지, 심지어 평생의 사랑을 할 수 있는지까지도 답을 찾아주는 친절한 셰익스피어 덕분에 우리는 마음의 위로와 지혜를 얻고 어떤 상황에서든 희망을 품고 살아갈 수 있다. 그와의 상담을 통해 우리는 고난과 고통으로 삶의 동력을 잃기 전에 내면을 탐구하고 직면한 문제의 답을 내릴 수 있게 된다. 그리하여 자신을 이해하며 삶의 가치와 의미를 깨달아 자아를 성장시키고 더 나은 인간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이 책은 10막(幕)으로 이루어져 있다. 1막 「하는 일마다 꼬인다면-한여름 밤의 꿈」 2막 「문득 타인이 괴물처럼 느껴진다면-맥베스」, 3막 「평생 사랑하지 못할까 봐 두렵다면-헛소동」, 4막 「스스로 그 무엇도 해낼 수 없다고 생각된다면-헨리 5세」, 5막 「이유 없는 불안이 내 마음을 지배한다면오셀로」, 6막 「감당하기 힘든 일이 폭풍처럼 밀려온다면-템페스트」, 7막 「이별의 상처로 그 누구와도 만나고 싶지 않다면-안토니와 클레오파트라」, 8막 「삶에서 가장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다면햄릿」, 9막 「내 감정을 원하는 대로 관리하고 싶다면-로미오와 줄리엣」, 10장 「한번은 원하는 인생을 살고 싶다면-뜻대로 하세요」 등이다.

 

저자 : 체사레 카타(Cesare Cata)

이탈리아 출신 철학자이자 교사, 작가, 연극 연출가. 이탈리아 마체라타대학교에서 르네상스 철학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미국 하와이대학교 철학 학부에서 방문 학자로 연구 및 강의를 하며 비교 철학 및 문학을 심화 연구했다. 이후 독일 트리어대학교에서 중세 및 르네상스 플라톤 텍스트 연구에 전념했으며, 같은 해에 동양 및 비교철학, 미국 문학에서의 선불교 연구 등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또한 프랑스 파리고등연구원에서 르네상스 예술과 신플라톤주의의 철학적 미학에 초점을 맞춘 프로젝트로 연구를 수행했다. 현재는 신플라톤주의, 르네상스 예술, 해석학, 영문학과 비교문학 등 광범위한 유럽 철학과 문학을 토대로 《허핑턴포스트》에 문학 칼럼을 쓰고 있으며, 10종의 책을 출간하고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여러 연령층을 대상으로 강의하고 있다. 이 밖에도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주제로 그가 연출한 「마법의 오후」가 3년 동안 300회 이상 무대에 오르는 등 대중을 위한 문학과 일상의 다양한 접점을 만들어내고 있다.

 

역자 : 김지우(金志祐)

이탈리아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한국외국어대학교 이탈리아어과를 졸업했다. 동 대학교 국제지역대학원에서 유럽연합지역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은 후 현재 이탈리아대사관에서 근무하고 있다. 주요 번역 작품으로는 엘레나 페란테의 ‘나폴리 4부작’과 ‘나쁜 사랑 3부작’, 『어른들의 거짓된 삶』, 『엘레나 페란테 글쓰기의 고통과 즐거움』이 있다. 그 외에도 로셀라 포스토리노의 『히틀러의 음식을 먹는 여자들』, 2019년 이탈리아 스트레가상 수상작 산드로 베로네시의 『허밍버드』, 발렌티나 잘넬라의 『우리는 모두 그레타』, 카를로 콜로디의 『피노키오』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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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의 숫자
스콧 셰퍼드 지음, 유혜인 옮김 / 하빌리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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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 『살인자의 숫자』는 한마디로 재밌다. 출판사의 표현을 빌자면 '지독하게' 재밌다. 범죄, 사이코패스의 연쇄 살인 사건을 다룬 소설 작품인데 잠시도 눈을 뗄 수 없는 사건의 발생과 뒤쫓는 경찰과의 '머리 싸움'은 극한의 서스펜스를 자아내 독자들의 몰입감을 한껏 끌어올린다. 참혹한 살인 현장, 단서를 찾기 어려운 현장에서 로마숫자를 발견한 경찰은 범인이 의도적으로 남긴 것으로 추정한다. 로마숫자가 의미하는 것은? 사건에 투입된 런던 경찰 그랜트에게 일주일 사이에 세 건의 살인 사건이 넘어온다. 은퇴를 앞둔 경찰인데 마지막 임무인가, 아니면 사건을 남겨두고 해결하지 못하고 은퇴하는 불명예 은퇴가 될 것인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일들이 얽히고설키면서 독자들의 흥분까지 불러일으킨다.

일면식도 없는 희생자들의 이마에 로마 숫자, 그것도 순차적으로 커지는 숫자 표식이 새겨져 있었고, 그랜트는 연쇄 살인임을 직감한다.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사건들로 골머리를 앓던 그랜트는 뉴욕 경찰 프랭클에게서 이마에 그다음 숫자가 남겨진 살인 사건 희생자가 발생했다는 연락을 받는다. 그랜트는 뜻하지 않게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뉴욕으로 날아가 프랭클과 공조를 시작한다. 접점이 전혀 없는 사건들을 조사하던 두 경찰은 범인이 구약 성서의 십계명을 어긴 사람을 희생자로 삼는다는 사실을 밝혀내는 동시에, 그랜트가 오래전에 해결한 사건과도 관련이 있음을 알아냄으로써 범인의 실체에 한발 더 다가가게 된다.

이 책 『살인자의 숫자』는 할리우드의 저명한 시나리오 작가인 스콧 셰퍼드의 ‘오스틴 그랜트 형사 시리즈’ 첫 번째 소설이다. 한번 보면 손에서 책을 놓을 수 없게 하는, 흥미진진한 플롯과 빠른 전개는 수십 년간의 텔레비전 시리즈, 이른바 ‘미드’ 집필 경험에서 우러난 작가의 전매특허로 이 작품에서도 그 빛을 발하고 있다.

 


 

십계명에 의한 살인이라는 범행 동기는 이해했지만 어떤 모순이 잠재돼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십계명을 어긴 사람을 차례차례 죽인다는 설정은 한 영화를 생각나게 한다. 독자가 무척 재미있게 봤던 영화 〈세븐〉이다. 독자들 중에서도 본 분들이 많을 것이다. 워낙 유명하고 인기 있었던 영화다. 영화 〈세븐〉은 3억3,000만 달러(북미 1억, 해외 2억3,000만 달러) 이상의 관람 수익을 올린, 철저한 범죄 스릴러로 지금까지도 1990년대를 대표하는 영화 중 하나로 남아 있다. 그 영화는 배우 브래드 피트, 모건 프리먼, 케빈 스페이시, 기네스 펠트로 등 화려한 출연진이 참여해 1995년 개봉되었다. 성경에서 금기로 하는 인간의 7대 죄악을 모티브로 살인을 저지르는 연쇄살인범과 그를 쫓는 두 형사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네오 느와르 장르를 설명할 때 항상 좋은 예시로 선택되는 명작이다.

〈세븐〉은 스콧 셰퍼드의 저작은 아니지만 성경에서 모티브를 가져왔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이름 없는 도시를 배경으로 하는 칙칙하고 음침한 영상미가 특히 일품이며, 그 외에도 훌륭한 캐릭터 구축, 상징적이고 짜임새 있는 플롯들, 그리고 스릴러의 구성요소를 두루 훌륭히 갖추었다고 관객과 평단으로부터 매우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 영화를 본 독자는 이 책 『살인자의 숫자』의 범죄 현장이나 범죄 동기 등을 그 영화의 모습으로 상상하게 돼 오히려 약간의 방해를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건의 전개나 범행 방식 등의 차이점을 보이는 데다, 성서에 등장하는 7대 죄악은 ‘탐식’, ‘탐욕’, ‘태만’, ‘욕정’, ‘교만’, ‘시기’, ‘분노’로서 '살인'에 대한 언급은 없지만 십계명엔 여섯 번째 계명에 '살인하지 말라'고 분명히 적시돼 있다. 그렇다면 신의 대리인으로서의 연쇄 살인마는 범죄 동기가 정당화되지 못한다는 모순이 있다. 이를 어떻게 극복하는지 파악하는 것도 소설 『살인자의 숫자』를 즐기는 한 방법이다.

 


이 사진은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저작권 문제 없는 <네이버영화 예고편>의 한 장면 캡처한 것임.

 

십계명에 의한 살인이라는 범행 동기는 이해했지만 어떤 모순이 잠재돼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십계명을 어긴 사람을 차례차례 죽인다는 설정은 한 영화를 생각나게 한다. 독자가 무척 재미있게 봤던 영화 〈세븐〉이다. 독자들 중에서도 본 분들이 많을 것이다. 워낙 유명하고 인기 있었던 영화다. 영화 〈세븐〉은 3억3,000만 달러(북미 1억, 해외 2억3,000만 달러) 이상의 관람 수익을 올린, 철저한 범죄 스릴러로 지금까지도 1990년대를 대표하는 영화 중 하나로 남아 있다. 그 영화는 배우 브래드 피트, 모건 프리먼, 케빈 스페이시, 기네스 펠트로 등 화려한 출연진이 참여해 1995년 개봉되었다. 성경에서 금기로 하는 인간의 7대 죄악을 모티브로 살인을 저지르는 연쇄살인범과 그를 쫓는 두 형사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네오 느와르 장르를 설명할 때 항상 좋은 예시로 선택되는 명작이다.

〈세븐〉은 스콧 셰퍼드의 저작은 아니지만 성경에서 모티브를 가져왔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이름 없는 도시를 배경으로 하는 칙칙하고 음침한 영상미가 특히 일품이며, 그 외에도 훌륭한 캐릭터 구축, 상징적이고 짜임새 있는 플롯들, 그리고 스릴러의 구성요소를 두루 훌륭히 갖추었다고 관객과 평단으로부터 매우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 영화를 본 독자는 이 책 『살인자의 숫자』의 범죄 현장이나 범죄 동기 등을 그 영화의 모습으로 상상하게 돼 오히려 약간의 방해를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건의 전개나 범행 방식 등의 차이점을 보이는 데다, 성서에 등장하는 7대 죄악은 ‘탐식’, ‘탐욕’, ‘태만’, ‘욕정’, ‘교만’, ‘시기’, ‘분노’로서 '살인'에 대한 언급은 없지만 십계명엔 여섯 번째 계명에 '살인하지 말라'고 분명히 적시돼 있다. 그렇다면 신의 대리인으로서의 연쇄 살인마는 범죄 동기가 정당화되지 못한다는 모순이 있다. 이를 어떻게 극복하는지 파악하는 것도 소설 『살인자의 숫자』를 즐기는 한 방법이다.

 


 

이 책 『살인자의 숫자』에서 성경을 모티브로 일어나는 사건의 발생과 범죄자를 쫓는 영화 〈세븐〉을 설명하는 것이 맞다. 스포를 줄이기 위해서다. 눈치 빠른 독자들은 서평에서 줄거리나 범죄자의 결말 등을 미리 알아보는 데 익숙하다. 서평을 쓸 때 가장 주의할 점이다. 독자는 영화 〈세븐〉과 비슷하다는 이야기 이외에는 비밀에 부치고 싶다. 형사들도 비슷한 점이 연상된다. 영화 〈세븐〉의 주인공 윌리엄 서머셋(모건 프리먼)은 은퇴를 1주일 앞두고 있는 노련한 형사다. 서머셋은 사건현장을 둘러보는 중에 새로 부임한 데이비드 밀스 형사(브래드 피트)를 만난다. 밀스는 아내 트레이시(귀네스 팰트로)와 함께 도시에 온 젊은 혈기가 가득한 신참으로, 서머셋은 일하기 괴로운 도시에 자원해서 부임한 밀스를 신기하게 여긴다. 혈기만 넘치는 밀스를 처음에는 탐탁치않게 여겨 탐문수사정도만 맡기던 서머셋은 트레이시의 초대로 저녁식사를 함께한 이후로 가까워지며 그에게 선배로서 많은 조언을 해주는 사이로 발전한다. 그런데 두 형사 앞에 7대 죄악을 모방한 기이한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밀스와 서머셋은 이 사건의 수사에 나선다. 다음은 범인이 저지른 살인과 그 죄악이다.

식탐(Gluttony): 거구의 비만 남자에게 머리 뒤로 총구를 겨눠 협박해 스파게티를 위가 터질 만큼 먹였다. 이후 복부를 발로 차서 음식으로 가득찬 장기가 터져버리게 해 살인한다. 인색(탐욕)(Greed): 어느 변호사에게 스스로 1파운드[3]의 살을 도려내어 저울에 달게 했고, 변호사는 복부를 도려낸 뒤 과다출혈로 사망했다. 셰익스피어의 희곡 《베니스의 상인》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나태(Sloth): 마약유통업자를 1년 동안 침대에 묶어 감금한 채 대소변과 사진 등을 모아두었다. 죽지는 않았지만 경찰에 의해 발견되었을 때는 카메라 플래시에 쇼크를 받아 사망할 만큼 약해져 있었다. 범인은 피해자의 손목을 자른 뒤 '인색'의 범죄 현장에 그 지문을 남겨 경찰을 끌어들였다. 색욕(Lust): 피해자는 매춘부였으며, 한 남자를 협박해 30cm에 가까운 칼날이 달린 인공 성기로 강제 성행위를 시켰다. 여담이지만, 이 인공 성기 제조업자는 경찰의 추궁에 이것보다 더 심한 걸 주문한 사람도 있었다고 발언했다. 교만(Pride): 한 미인 여성의 코를 잘라낸 뒤, 양손에 아교로 전화기와 수면제를 붙여뒀다. 흉측한 얼굴로 살아남을 것인지 아니면 자살할 것인지를 선택하게 한 것. 결국 피해자는 수면제로 자살했다.

 


 

밀스의 아내 트레이시는 자신이 임신을 하였다는 사실을 알자 흉악 범죄가 빈번이 일어나는 위험한 도시에서 아이를 키워도 될지에 대해 고민한다. 그래서 남편의 가장 친한 조력자인 서머셋을 불러 상담을 한다. 서머셋은 그녀를 위해 본인도 예전에 사귀던 여자와 아이를 임신한 후 같은 고민을 했었고 결국 아이를 낳지 않기로 결정했었다고 밝힌다. 그리고 트레이시에게 혹시라도 낙태를 하게 될 수 있으니 임신 사실을 밀스에게는 잠시 비밀로 한다. 그럼에도 서머셋은 만일 아이를 낳기로 마음먹겠다면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모든 걸 해주라는 말을 해준다. 사건을 조사하던 서머셋은 한계를 느끼고 도서관의 이용 내역을 불법적으로 얻어내[6] 범인의 이름과 거주 지역을 알아낸다. 그렇게 알게 된 범인의 거주 지역을 습격하지만 범인을 코앞에서 놓쳐버리고, 밀스는 범인을 쫓던 중 팔이 부러지고 이마가 찢어진다. 범인의 매복에 당해 죽을 위기에 처하지만 어째서인지 범인은 밀스를 살려주고 떠난다. 범인은 전화를 통해 여기까지 자신을 쫓을 줄은 몰랐고 진심으로 존경한다며 조롱한다.

거주지가 경찰들에게 철저하게 수색되고 밀스와 서머셋의 추격이 심화되자 범인은 갑작스레 온 몸에 피를 묻힌 채로 경찰서에 나타나 자수한다. 그 동안 단 하나의 지문도 발견할 수 없었던 이유는 범인이 열손가락의 지문을 모두 잘라냈기 때문이었다. 잡힌 범인은 나머지 2명의 시체가 있다고 말하곤 자신의 범행을 법정에서 자백하는 대신, 밀스와 서머셋 단 둘이 그와 함께 시체가 있는 곳까지 같이 가야한다고 말한다.

서머셋과 밀스, 그리고 범인이 탄 검은세단은 범인의 말대로 차를 운전하고 경찰은 헬리콥터로 그들을 뒤쫓는다. 운전 중 서머셋과 밀스는 범인과의 이런저런 대화를 하지만 범인은 태연하게 둘을 갖고 논다. 전신주가 가득한 사막지대로 들어선 바람에 경찰은 셋의 대화를 도청하는데 애를먹고 셋은 결국 범인이 말한 마지막 범행장소에 도착하고 차에서 내린다. 그때 저편에서 셋을 향해 트럭 하나가 맹렬히 달려온다.

 

 

십계명에 대해 알아본다. 앞서 언급한 대로 영화 〈세븐〉은 인간의 7가지 죄악을 저지른 자에 대해 살인을, 『살인자의 숫자』는 '십계명'에 의한 연쇄 살인 사건이다. 동기와 방법은 다소 다르면서도 같다. 십계명은 두산백과에 기술된 것에 따른다. 십계명은 하느님이 시나이산(山)에서 모세를 통하여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주셨다는 열 가지 계명을 말한다. '모세의 십계(十誡)' 또는 '십계'로도 불리는데, 원래 두 개의 돌판에 새겨졌었다고 한다. 그 내용은 구약성서의 《출애굽기》 20장과 《신명기》 5장에 거의 비슷한 형태로 쓰여 있다. 이 계명은 후대 이스라엘의 모든 율법의 기초가 된 것으로, 이집트에서 탈출한 이스라엘 민족이 농경문화를 이루고 있던 가나안의 토착민들과의 대결에서 필연적으로 자기들의 사회의식 ·종교의식 ·윤리의식 등의 고유 전통을 보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이 십계명은 이스라엘 왕국시대는 물론, 초대교회 이후 오늘날까지도 모든 그리스도인들의 기본 생활규범이 되고 있다. 이 십계명이 새겨진 원래의 돌비는 후에 ‘언약의 궤(법궤)’에 담아 예루살렘 성전의 지성소에 간직되었다.

개신교와 가톨릭교회의 십계명이 약간 다르다. 이는 개신교의 경우 유대인인 필론의 구분법을 따르고, 가톨릭교회의 경우 아우구스티누스의 구분법을 따르기 때문이다. 각각의 십계명을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① 야훼 이외의 다른 신을 섬기지 말라. ② 우상을 섬기지 말라. ③ 하느님의 이름을 망녕되이 부르지 말라. ④ 안식일을 거룩히 지키라. ⑤ 너희 부모를 공경하라. ⑥ 살인하지 말라. ⑦ 간음하지 말라. ⑧ 도둑질하지 말라. ⑨ 이웃에 대하여 거짓 증언을 하지 말라. ⑩ 네 이웃의 아내나 재물을 탐내지 말라.

가톨릭교회의 십계명은 대동소이다. ① 한 분이신 하느님을 흠숭하여라. ② 하느님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말라. ③ 주일을 거룩히 지내라. ④ 부모에게 효도하여라. ⑤ 사람을 죽이지 말라. ⑥ 간음하지 말라. ⑦ 도둑질하지 말라. ⑧ 거짓 증언을 하지 말라. ⑨ 남의 아내를 탐내지 말라. ⑩ 남의 재물을 탐내지 말라.

 


 

『살인자의 숫자』는 십계명에 따라 열 건의 살인을 예고한 사이코패스와 런던과 뉴욕의 두 형사 사이에 벌어지는 숨 막히는 추격전을 그리고 있다. 크리스마스 연휴를 앞두고 런던에서 세 건의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피해자 셋은 서로 연관성이 전혀 없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이마에 일련의 로마 숫자가 새겨진 채로 살해되었다는 점이다. 첫 번째 피해자부터 세 번째 피해자까지 모두 로마 숫자 I부터 III이 이마에 표식처럼 남아 있었던 것이다. 사건을 담당한 런던의 오스틴 그랜트 총경은 우연찮게 피해자들이 십계명을 어긴 사람들이라는 접점을 찾아내고, 혹시 모를 네 번째 살인을 막기 위해 총력을 다한다. 하지만 불행히도 다음 피해자는 런던이 아닌 대서양 건너 뉴욕에서 발견된다. 마치 심판이라도 하듯 십계명에 따라 사람을 죽이는 사이코패스 연쇄 살인범을 쫓아 뉴욕으로 온 그랜트는 NYPD(뉴욕 경찰)의 프랭클 형사와 함께 범인을 추적한다. 그런데 수사를 할수록 범인이 그랜트에게 개인적인 원한을 가지고 그를 노리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혹이 짙어진다. 이에 두 형사는 그랜트가 해결한 과거 사건의 범인이나 주변 인물 위주로 수사 범위를 좁혀 나가게 된다. 이 작품은, 십계명에 따라 강박적으로 연출된 살인 사건, 항상 다른 모든 이들보다 한발 앞서 있는 사이코패스 살인자, 그리고 이를 쫓는 유능하고 헌신적인 형사들과 조력자들이라는 흥미로운 소재가 작가의 냉철하고 담백한 필력으로 흥미롭게 버무려져 빠르게 전개되는 웰메이드 범죄 소설이다.

다음은 출판사 측의 작품 소개글에 나온 내용이지만 독자들이 알아두어서 나쁠 건 없다는 판단에서 몇 자 여기에 옮긴다. 이 소설의 작품 구성 기법을 말하고 있다. 버디 캅(buddy cop)은 매우 다른 면을 가진 두 경찰이 범죄를 해결하기 위해 함께 일하면서 겪는 일련의 에피소드를 줄거리로 하는 영화나 텔레비전 시리즈 장르를 말한다. 대부분의 버디 캅 영화나 드라마는 클리셰 범벅이거나 재미는 있지만 내용 전개 과정이 뻔하고 전형적인 결말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러나 "레전드 드라마 ‘마이애미 바이스’의 창작자 스콧 셰퍼드의 손에서 탄생한 버디 캅 소설은 다르다. 일단 런던과 뉴욕, 심지어 스위스의 마터호른산까지 오가는 스케일을 허황되지 않으면서도 사건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개연성을 이어 가는 데서 할리우드 인기 작가의 여유가 느껴진다. 뿐만 아니라 고품격 미국 드라마를 보는 것 같은 착각이 들 만큼 두 형사를 비롯한 등장인물들의 설정과 디테일이 살아 있다. 무엇보다 식스 센스급 반전 결말이 주는 여운으로 말미암아 읽는 이로 하여금 이 작품을 n차 정독하게 만들 것이다."

 


 

크리스마스이브를 몇 시간 남기고 경찰청 형사들은 그랜트가 어떤 식이든 절도 혐의로 감옥에 집어넣은 사람을 명단에서 여섯 명 추려 냈다. 죄다 형을 살고 출소한 사람들이었다. 한 명당 순경을 하나씩 배정해 연락을 취하고 추가 지시가 있을 때까지 감시하라고 했다.

사적인 관계를 전제로 깔고 프라이어 실버의 파일을 살피며 강도질을 함께한 공범 중에 표적이 될 만한 이가 있는지 찾아봤지만 아무도 없었다. 실버가 복역한 웨이크필드와 헤트필드에서 감방을 같이 쓴 사람도 몇 명 만나 봤다. 역시나 쓸 만한 정보는 나오지 않았다. 실버가 교도소에서 절도 혐의로 들어온 다른 재소자와 갈등이 있었고 이에 앙심을 품은 그가 현 시점에서 그 재소자를 범행 대상으로 노릴 가능성도 염두에 뒀지만, 하나같이 그런 다툼은 없었다고 했다. 실버는 작은 검은색 성경 책에 코를 박고 늘 혼자 다녔다고 했다. 어쩌면 혼자만의 믿음에 매몰되고 그 믿음을 왜곡해 광란의 살인을 저지르는 건지도 몰랐다.(p.320~321)

 

저자 : 스콧 셰퍼드(Scott Shepherd)

 

25년이 넘는 경력의 베테랑 작가이자 프로듀서로서 다수의 텔레비전 시리즈를 제작하고 흥행시켜 왔다. 그가 제작하고 시나리오를 쓴 작품으로는 ‘더 이퀄라이저’, ‘마이애미 바이스’, ‘제3의 눈’, ‘헤이븐’, ‘사선을 넘어’ 등이 있다. 뉴욕에서 태어나 로스앤젤레스에서 성장했으며 현재 미국 텍사스대학교에서 텔레비전 시나리오 창작을 가르치고 있다. 《살인자의 숫자The Last Commandment》는 그의 첫 미스터리 장편소설이다.

 

역자 : 유혜인

 

경희대학교 사회과학부를 졸업했다. 글밥아카데미 출판번역 과정을 수료하고 현재 바른번역에서 영어 번역가로 활동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봉제인형 살인사건』 『꼭두각시 살인사건』 『인 어 다크, 다크 우드』 『우먼 인 캐빈 10』 『아임 워칭 유』 『나는 상처받지 않기로 했다』 『나는 오늘부터 달라지기로 했다』 『정신 차리기 기술』 『여덟 가지 삶의 태도』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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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밥상 - 우리의 밥상은 어떻게 만들어져 왔을까
김상보 지음 / 가람기획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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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사람들은 어떤 음식을 먹었으며, 조선 민초의 삶 속에서 음식 문화는 어떻게 전개되어 왔을까? 외침 때마다 일시적 변화가 있었지만, 밥�탕�나물�육류 등 전통 고유 음식을 제대로 계승돼 오늘날 우리 먹는 밥상으로 이어져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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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밥상 - 우리의 밥상은 어떻게 만들어져 왔을까
김상보 지음 / 가람기획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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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사극 전성시대'라고 할 만큼 각 방송국에서 사극 경쟁을 하다시피 한 시절이 있었다. TV 평론가들은 "일주일 내내 사극을 즐길 수 있는 시대"라고 평가하면서 사극이 우리가 옛날 사는 모습을 철저한 고증을 거쳐 극에 반영했기 때문으로 인기 요인을 꼽았다. '일주일 내내'란 의미는 3개 방송국에서 월·화, 수·목, 토·일로 요일을 두루 이용했기 때문이다. 시간 대도 뉴스가 막 끝난 후 '프라임 시간'이라 시청률이 높은 데 한몫 했다고 평자들은 풀이하기도 했다. 독자도 사극을 좋아했기 때문에 일부러 시간에 맞춰 TV 앞에서 충분한 시간 시청할 수 있었다. 〈대장금〉이란 프로그램은 최고의 시청률을 올리는 프로그램으로서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주요 내용은 '조선 시대 왕들은 무엇을 먹었나'에 맞춰져 있었지만 높은 인기를 유지했다. 프로그램은 동남아시아 등 외국으로 팔려나가 최근까지도 그곳에서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그때 독자는 양반과 일반 백성들은 무얼 먹고 살았을까? 하는 의문을 가졌지만 자세하게 방송했던 사극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독자 역시 사학이나 음식을 전공하지 않았기에 그저 의문으로 그치고 말았다. 그러나 이 책을 보면서 다시 그때의 궁금증이 되살아났다. 왕들이 먹은 음식이야 우리나라에서 나는 것 중 최고의 재료로 최고의 음식 장인들이 만들어 제공했기에 신기함은 있었지만 약간의 위화감마저 느껴지기도 했다. 당시 조선 백성들은 굶어 죽는 예가 많았다고 들었는데 왕의 음식은 호화롭기 짝이 없고, 특히 듣도 보도 못한 진귀한 음식이 자주 나왔기에 하는 말이다.

 


 

이 책 『조선의 밥상』은 조선시대에 백성들이 무얼 먹고 살았나에 중심을 둔 것은 아니고, 주로 양반이나 잔치 음식 등이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어 아쉬운 대로 궁금증은 조금 면한 보람은 있었다. 어쩌면 기록에 남아 있는 것이 양반 이상 계층의 음식이었을 것이란 추정은 쉽게 할 수 있다. 일반 백성이나 천민들이 먹던 음식을 누가 기록으로 남기지는 않았을 것이란 추측은 쉽게 할 수 있으리라. 책에 따르면 우리 민족은 이미 화려한 음식문화를 향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화려한 음식'은 모두 양반 계층에서 먹는 것을 의미한다고 보면 맞을 것 같다. 저자 김상보는 이익의 『성호사설』에 “부유하거나 귀한 집에서는 하루에 일곱 차례 먹는데, 술과 고기가 넉넉하고 진수성찬이 가득하니, 하루에 소비하는 것으로 백 사람을 먹일 수 있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는 외국인의 시선에서 보아도 마찬가지였는데, 일본인이 쓴 『조선만화』에는 “신선로 속에 들어가는 국물은 소머리를 끓여서 만든 즙으로 이 속에 잣, 밤이 들어가기 때문에 맛이 있다. 신선로 냄비를 중심으로 4~5명이 둘러앉아서 먹는데, 건더기를 다 먹고 즙만 남으면 이번에는 조선 명물 우동을 넣어 끓여 먹는다. 신선로의 묘미는 이 우동을 끓여 먹는 데에 있다. 특히 기둥의 노와 냄비가 일체 되어 있는 것이 신선로의 특색이다.”라고 기술되어 있다. 또, 『조선의 실정』에서는 “조선인의 체격은 대개 우량하다. 키가 크고 골격도 조화를 이루고 있다. 한(민)족이 이러한 체질을 가지게 된 것은 일반의 풍습으로서 육식을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어육은 말할 필요도 없이 소고기, 돼지고기를 많이 먹고 있는데, 도저히 일본 민족에 비할 바가 아니며 옛날부터 조선의 집단지에는 어느 곳에도 상당의 도살장이 있다.”고 쓰여 있다. 종합해 보면, 조선시대 사람들은 하루 7끼 밥과 국수 등을 먹고, 화려한 모임 음식을 다양하게 즐겼으며, 1년 내내 고기를 즐겨 먹은 듯하다. 이때 조선 사람 중에는 양반 아래 계층은 없다. 슬프게도.

 


 

그러나 저자 김상보는 많은 자료를 취재하고 수집하고 분석 연구한 결과 이 책 『조선의 밥상』을 펴냈다. 임진왜란 이후부터 구한말까지를 중심으로 조선시대 사람들이 요리해 먹었던 이런 다양한 음식들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동시에 음식 문화와 조선 민중의 삶에는 어떠한 관련이 있으며, 어떻게 음식 문화가 전개되어 오늘에 이르렀는지를 폭넓게 예로 들어 기술하고 있다. 조선 민중의 범위는 위로는 왕에서부터 아래로는 서민까지 포함된다고 저자는 적고 있다.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듯이 궁중의 음식 문화가 일반 서민에까지 영향을 미치며 오늘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조선 사회는 철저한 신분제도가 사회를 유지하는 가장 큰 기틀이었다. 서양의 귀족 계급에 해당될 터다. 그런 중요한 규율이니만큼 의식주에 있어 반상의 법도가 아주 엄격했고, 일상생활의 규범에서도 세세하게 정해진 방식이 있었다. 『조선의 밥상』은 궁중, 관청, 양반가, 중인가로 나누어 왕족, 양반, 중인의 밥상을 들여다보고, 그 작은 상 안에 담긴 법도와 문화를 이해하기 쉽게 풀어 설명한다.

책에 따르면 조선왕조에서는 18세기 말까지만 하더라도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밥·국·반찬 모두를 포함해 왕과 왕족은 7기, 양반은 4기, 중인은 2기를 차려 먹었다. 그렇다면 ‘그 밥상을 차린 사람들’은 누구였을까? 궁중에서 왕족들이 직접 밥상을 차리지 않았음은 확실하고, 궂은일은 죄다 솔거노비에게 맡겼을 종가의 귀한 마나님들이 부엌 아궁이에서 불을 때고 있는 모습도 상상하기 어렵다. 더 나아가 사무역을 통해 양반을 뛰어넘는 부를 축적하여 호사스러운 생활을 영위하던 잘사는 중인 집안의 여인들이 요리하는 모습도 잘 연상되지 않는다.

 

 

지체 높은 집안의 안채 부엌에서는 한 달에 거의 한두 번 꼴로 있는 제사에 올릴 음식과 사랑채에 든 바깥손님을 위한 음식 및 일상 음식을 만들었다. 제사음식에서 가장 중요한 떡 치는 일은 물론 남자종의 몫이었다. 그 외에 솔거노비 중 통지기라는 여자종은 물통이나 밥통을 지거나 찬거리를 사 오는 여자종이었고, 대개 밥을 하거나 장 담그고 반찬을 만드는 여자종을 식모라 불렀으며 반찬 만드는 여자종을 찬모라고도 하였다. 한편 관아와 역의 부엌에서는 주방장 격인 총책임자 칼자, 그 바로 아래 부주방장 격인 국을 끓이는 갱자를 필두로 생선을 잡아 오는 사람, 채소를 기르는 사람, 꿩을 잡아오는 사람들이 소속되어 각자 식재료 공수의 역할을 맡고 있었다.

결혼의 풍습도 음식 문화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을 것이 뻔하다. 고려시대서부터 조선 초기까지 일반적으로 행해지던 처가살이혼은 조선시대 들어와 시집살이혼으로 정착되었다고 한다. 사실 고려시대 때부터 시집살이혼으로 사회 관행을 변화시키려는 지도자들의 시도가 있긴 했다는 게 저자의 연구 결과다. 1349년 공민왕이 노국공주와 결혼할 때 북경에서 친영(신랑이 신부집에 가서 신부를 직접 맞이하는 의식)함으로써, 시집살이혼의 서막이 올랐다. 그러나 고려 말의 개혁조치는 더 이상 그 빛을 보지 못하다가 다음 정권으로 이행되었다.

고려왕조가 멸망하고 조선왕조가 들어서면서 시집살이혼이 본격화됐다고 저자는 분석하고 있다. 우리가 알다시피 삼국시대 혼인은 물론 자유혼이었다. 이때 신랑집에서는 혼례 때 드는 잔치 비용의 부담을 덜어 주기 위해 돼지와 술을 피로연에 소용되는 ‘이바지’용으로 신부집으로 보내는 것이 전부였으며, 그 이외의 폐물을 신부집에 보내는 것은 수치스러워했다. 하지만 임진왜란 이후 가부장제가 강화되며 시집살이혼이 완벽하게 사회에 정착하게 되고, 혼례 과정에서 준비되는 음식들과 그 음식을 사용하는 관례가 변화하게 됐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그 변화한 관례들을 예식에 준비했던 음식과 더불어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또 이 책에서는 조선시대의 외식 메뉴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는데, 그 묘사들이 무척 생생하고 자세하여 흥미롭다. 장시에서 판매하는 국밥을 이야기하면서 서술된 그 앞에 꽂아 놓은 소머리와 밥을 먹으면 숙박까지 가능했던 주막의 풍경은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생경하기까지 하다. 가끔씩 사극에서 접하기는 했지만 기록에 남아 있는 것을 토대로 비교적 자세하게 기술돼 있어 이채롭다. 이 책에서는 특히 구한말 궁중음식을 술안주로 선보인 요릿집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기술하고 있는데, 한일합방 이후 세워진 조선식 요릿집의 대표 격인 ‘명월관’을 그 예로 들고 있다. 명월관은 궁내부 주임관 및 전선사장으로 있으면서 어선과 향연을 맡아 궁중요리를 담당했던 안순환이 1909년 지금의 세종로 동아일보사 자리에서 문을 연 곳인데, 그해 관기 제도가 폐지되고 기생조합이 생겨남에 따라 일본 요릿집에 게이샤를 두듯이 자연스럽게 관기들이 명월관에 모여들었다고 적고 있다. 이에 따라 궁중요리와 관기들이 일반인에게 공개되기도 했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지체 높은 양반 집안의 여성들은 주로 집안의 음식을 관리 감독하는 역할을 하며 직접 손에 물을 묻히진 않았던 듯하다고 저자는 밝히고 있다. 그렇다면 집안마다의 특색 있는 음식들과 가양주의 제조법은 어떻게 전수되어 왔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자신이 직접 만들어보지도 않은 음식 제조법을 어떻게 가르쳤으며 전승되어 왔을까? 하는 자연스러운 궁금증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조리서라 불리는 『음식지미방』은 다른 이름으로 ‘규곤시의방’이라고도 한다. 이는 ‘규방에 거처하는 부녀자가 쓴 책’이란 뜻이다. 이 외에도 『주식시의』나 『규합총서』 등과 같이 안주인이 쓴 필사본 조리서가 등장한 것은 며느리에게 술과 술안주를 포함한 집안 내력 음식에 대한 조리비법을 전하려는 시어머니들의 노력의 결과라 생각된다는 게 저자의 연구 분석 결과이다. 아울러 우리는 이와 같은 책을 통해 또 한 가지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즉, 비록 집안의 궂은일은 노비들이 도맡았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일부 안주인들은 직접 요리하기도 했을 것이란 추측이 그리 어렵진 않다.

 


 

또 조선왕조에서는 나라에서 큰일을 치를 때 후세에 참고를 위하여 그 일의 처음부터 끝까지의 경과를 자세히 적어 책으로 남겼다. 우리들이 잘 아는 ‘의궤’이다. 이 책 『조선의 밥상』에서는 『원행을묘정리의궤』에 기록된 것을 토대로 조선시대 궁중 밥상(수라)에 올랐던 주식류, 탕류, 찜류, 구이류, 젓갈류, 나물류를 포함하여 회, 버터(수유), 포와 다식 같은 음식과 유밀과, 떡 등의 간식과 술, 계절별·절기별로 먹었던 풍류 가득한 음식까지 두루 소개하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 살면서 숱하게 먹어 온 자연스러운 식단부터, 단 한 번도 들어 보지 못한 생소한 음식까지 다양하게 담겨 있는 『조선의 밥상』.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우리 음식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가끔은 책에 기술된 시기와 절기에 따른 음식들의 의미를 곱씹으며 챙겨 먹어 보는 것으로 옛 풍류를 재현할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난로회란 10월 초하루에 화로에 둘러앉아 술을 마시면서 먹는 모임으로, 이때 술안주로 화로 위에 올려놓은 번철 위에 양념한 소고기를 구워 먹는다는 것이다. ……전립꼴의 사면에서는 고기를 굽고, 가운데 우묵한 곳에는 고기를 구울 때 생기는 고기즙이 모이게 되고, 여기에 갖은 야채를 넣어서 잠시 끓여 먹는 음식이라는 것이다. 전철 또는 전립투는 냄비 이름이었다. ……이 전철을 19세기 말경에는 전골로 부르게 되었다.(p.198) - 「제2부 찬품 각론, 탕류」 중에서

 

저자 : 김상보

 

1986년 한양대학교 이학박사 학위 취득. 1993~1994년 일본 국립민족학박물관 객원교수. 1978~2015년 대전보건대학교 교수. 현재 전통식생활문화연구소 소장. 한국의 식음료 문화를 평생에 걸쳐 연구한 학자로, 우리 문화를 대중에게 쉽게 알리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 왔다. ‘문화체육관광부 우수 학술도서’에 다수의 저서가 선정되어 그 노력을 인정받고 있으며, 현재도 전통식생활문화연구소 소장으로서 연구에 전념하고 있다.

주요저서로는 《조선왕조 궁중의궤 음식문화》(1995), 《한국의 음식생활문화사》(1997), 《조선왕조 궁중음식》(2004), 《다시보는 조선왕조 궁중음식》(2011), 《약선으로 본 우리 전통음식의 영양과 조리》(2012), 《우리 음식문화 이야기》(2013), 《화폭에 담긴 한식》(2015), 《조선왕실의 풍정연향》(2016), 《한식의 도를 담다》(2017), 《전통주 인문학》(2022) 외 다수. 역서로는 《원행을묘정리의궤》, 《찬품조》, 《어장과 식해의 연구》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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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3-08-12 0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익한 내용이 많은 도서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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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알고 먹는 거니? - 그림으로 보는 우리 집 약국
최서연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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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화 시대 때는 약국을 찾는 일이 잦았다. 전 국민건강보험(의료보험) 시대가 열리기 전의 일이다. 병원비가 비싸서 웬만한 것은 약국을 찾아 해결했다. 가령 감기라든지, 타박상, 또는 사소한 피부병 같은 것들은 약국을 찾아 약사가 조제, 혹은 건네 준 약을 받아 치료했다. 지금처럼 의사에게 가서 진료받도 처방전으로 약국 가지 않았다. 병원으로 바로 갈 경우에도 처방전 발행을 하지 않고 병원에서 간호사들이 직접 조제약을 내밀곤 했다. 의약분업 전까지 그렇게 했다. 심한 의약 분쟁을 거치고 오늘날의 '약은 약사에게 진료는 의사에게' 시스템이 확립됐다. 의약분쟁 이후라고 해서 의료 문제가 완전 해결되진 않았겠지만 그나마 의약 갈등이나 조제의 문제 등에 대해서는 갈등이 수면 위로 불거져 다툼을 벌이지는 않은 모습으로 볼 때 '성공적'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오늘날의 약사도 예전에는 4년제 약학대학을 거친 후 시험을 치면 됐다. 그러나 지금은 약학전문대학원이 생겨 6년을 약학을 배워야 시험을 칠 수 있다고 자격이 바뀌었다. 약국의 숫자도, 병의원의 숫자도 많아진 것은 분명한데 왜 필요할 때는 모자라는 것일까. 지난 코로나 팬데믹 때 의사 부족으로 공중보건의, 지방의대 문제 등이 불거진 바 있지만 감염병이 유행병이라 극한의 상항을 지나니 의사 부족 문제는 잠잠해진 듯하다. 당국의 의료정책도 좀 더 세밀하게 진행되어야 한다는 독자의 생각은 여전하다. 약국도 의원(의원급 병원)들처럼 돈 잘 버는 약국과 못 버는 약국의 차이가 극심한 것 같다. 독자가 사는 동네에도 한 약국은 유별나게 잘 되는 것 같은데 그 이외는 자꾸 생겼다 폐업하고, 다시 생겼다 폐업을 자주 한다.

 


 

이 책 『약, 알고 먹는 거니?』는 저자 최서연이 직접 그림까지 그린 약 관련 건강에세이다. '광고 전성시대'라고 할 만큼 국내 광고시장은 여전하다. 잘 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봐온 광고 중에서 가장 많은 것이 아마 식품과 약 광고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약 광고는 많다. 특히 전문 치료약이 아닌 경우 '일반의약품'으로 분류돼 약국에서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의약품 수가 많아지면서 'OOO이 좋대'라는 입소문, 'XXX가 OO에 잘 듣는다던데...' 등의 소문만 나면 제약 회사는 이른바 '대박'이 나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약국에 가서도 약사에게 조언을 구하지 않고 'OOXX 주세요'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사람이 많다. 독자도 가끔은 그렇다. 그것은 자주 이용하는(습관적) 약품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감기약을 하나 사더라도 "감기약 좀 주세요. 증세가 ~해요. 감기 같긴 한데..." 정도였는데 이젠 아예 약 브랜드 이름을 대고 달라고 한다. 공익광고 "약 모르고 오용 말고 약 좋다고 남용 말자'가 무색하다. 감기약도 여러 제약 회사에서 만들어 내고, 콧물엔 어떤 약이 좋은지, 해열엔 또 어떤 약이 효과적인지 등은 당연히 약사가 더 잘 알 텐데 약사의 의견은 끼어들 여지가 없을 정도로 환자 본인이 의사처럼 약사에게 처방전을 내미는 꼴이다.

이 책은 앞서 언급한 공익광고 약의 오남용을 예방하고, 증세에 따라 구급약으로 집에 비치해 둘 정도의 약에 대한 지식과 개념을 독자들에게 알리기 위해 저자가 그림 솜씨까지 발휘해 그림 책으로 엮은 것이다. 저자는 대학은 약학을 공부했지만 대학원에서 미술사학 공부도 했다고 한다. 아마 약에 대한 지식과 그림 실력으로 광고 그림이나 웹툰 제작에도 참여한 것 같다. 해박한 약에 대한 지식을 그림으로 그려 체계적으로 설명하고 약리 작용도 필요할 경우 알려주는 가정상비약처럼 한 권 집에 비치해 둘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모두 6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가 약국을 찾는 순서일지도 모른다. 독자 입장에서 보면 자주 약국을 찾는 이유로도 보인다. 물론 아니더라도 상관 없다. 자신과 관련된 부분만 봐도 충분하다. 이 책을 시간이 없어서 못 읽는다면 감기 걸렸을 때나 몸에 상처가 났을 때 들여야 할 노력과 시간의 10분의 1이면 된다는 사실만 기억해 두면 된다. 이 책엔 우리가 약국을 자주 찾는 가벼운 질병 혹은 의사의 치료가 아니더라도 치료가 가능한 정도의 약과 질병에 대한 상식도 굉장히 높여줄 것이다. 이는 질병의 예방 차원에서 해야 할 일도 포함되고 있으니 병이 나서 찾는 약을 알려주기보다는 질병을 예방해야 할 때 할 일 등에도 중점을 두고 썼으니 좋은 참고서 혹은 치료 기본서 등으로 생각하면 될 듯하다. 구급약 상자와 함께 있으면 더욱 빛날 책으로 보인다.

1장 「감기에 걸렸어요」에서는 〈감기약 사는 법〉부터 감기 증상에 따라 〈해열제〉, 〈항히스타민제(콧물)〉, 〈비충혈 제거제(코막힘)〉, 〈진해거담제〉, 〈인후통 국소 제제〉 등의 사용법 등에 관해 쓰여 있다. 간결한 대화체인 데다 핵심 내용만 적어 놓아 독자들의 읽기와 이해하기가 말로 들은 것보다 훨씬 쉽다. 심지어는 책에서 일반 브랜드명을 잘 쓰지 않고 약품의 성분명으로 쓰는 게 보통인데 이 책에서는 일부 약 브랜드명도 그대로 제시하고 있어 그림만 보아도 독자들은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뿐만 아니라 약국에서 일반 의약품을 사다가 먹는 약의 일부 부작용도 주의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잘 나타나지 않은 부작용이지만 전혀 없는 부작용이 아니니 만큼 〈주의사항〉도 꼼꼼히 챙겨야 할 일이다. 또 연령별 복용 용량 등도 놓치지 말 것을 저자는 조언하다. 콧물 감기약에 들어 있는 항히스타민제는 졸음을 유발한다는 점도 주의할 사항이다. 기계 조작이나 운전할 때는 복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실제로 독자의 지인 한 분은 콧물 감기약을 약국에서 사먹고 운전하다고 사고를 내는 바람에 큰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

 


 

1장의 맨 끝에는 〈알고 먹자, 편의점 약〉에서는 편의점에서 일상적인 약을 판매 허가했는데 이에 대한 주의사항이다. 미리 알아두는 것도 좋은 일이다. 여기서도 역시 약의 브랜드명을 명기하고 있어 어린이용과 어른용, 증상에 따라 사서 주의사항을 통해 용량도 조절해야 할 일이다. 또 편의점 소화제는 모두 '소화 효소제'로서 음식물의 분해를 돕지만 만 7세 이하는 복용을 금지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아두어야 한다. 훼스탈, 베아제, 닥터베아제 등 브랜드명을 밝히고 있다. 소화 효소 부족으로 인한 증상이 아니라면 약국으로 가야 하며, 심하거나 만성적일 때는 의사 진료를 저자는 권유하고 있다. 이 밖에 편의점 안전상비의약품 중 파스는 '제일쿨파프', '신신파스 아렉스'라는 2개 제품이 있고 이와 다른 파스들은 의약품이 아니라고 저자는 말한다. 차이점은 진통 소염제의 유무다. 즉 의약외품 파스에는 진통소염제가 들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알고 사용해야 오용이 없을 터다.

2장 「상처」가 났을 때 예전에는 상처 부위의 무조건 소독부터 실시했지만 이는 상태를 봐야 한다는 것. 소독이 필요없는데도 소독부터 실시하면 본 치료가 늦어질 수 있고, 환자에게 고통만 안겨 줄 수도 있어 이를 구별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더러운 곳에서 상처가 난 경우(더러운 칼에 베이거나 공중 화장실에서 넘어져 피가 날 때)엔 소독의 필요성이 있지만 깨끗한 상처로서 2차 감염이 적은 경우에는 흐르는 물로 씻어내 감염원을 씻어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또 알코올과 과산화수소의 사용은 주의해야 한다. 환자에게 고통을 심하게 주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상처난 곳에는 주로 항생제 연고 약을 바른다. 감염을 막기 위해 항생제가 필수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저자는 연고 제품으로 후시딘과 마데카솔의 브랜드명을 밝히고 말한다. 후시딘은 상처 발생 초기와 감염 위험이 높은 경우에 좋고, 마데카솔은 아물기 시작한 상처로 감염의 위험이 낮을 때 사용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저자는 두 가지 약품이 워낙 오랫동안 쓰이다 보니까 국내 세균이 두 약에 대한 내성률이 높아졌다고 말한다. 내성률이 낮은 다른 연고를 추천 받으려면 약사와 상의하는 것도 필요할 것 같다. 이 밖에 습윤 밴드 사용상의 주의 사항도 빼놓지 않고 꼼꼼하게 챙기고 있다. 특히 흉터 치료는 매우 중요한 일로서 특히 외부로부터 노출되는 곳이 대부분인 만큼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보기 흉할 평생 흉터로 남을 수도 있으니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 저자는 흉터 치료의 열쇠는? '타이밍'과 '인내심'이라고 강조한다. 상처가 아물기 전도 안 되고, 너무 늦어지면 효과가 떨어지는 점을 감안 상처가 완전히 아물고 난 뒤 치료를 시작해 3~6개월, 경우에 따라서는 그 이상 꾸준히 인내심을 갖고 사용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흉터 치료제는 두 가지 성분으로 나눌 수 있는데 '헤파린 겔'(의약품)과 '실리콘 겔'(의료기기)이다. 색소가 침착된 흉터에는 헤파린 겔이, 볼록 튀어나온 흉터에는 실리콘 겔이 더 효과적이라고 하지만 두 가지를 병용할 때 가장 효과적이라고 꿀팁을 준다. 단 두 약 모두 피부 안쪽으로 패인 흉터에는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다니 유의할 사항이다.

특히 화상 치료는 주의 사항이 많다. 당연히 심각한 화상을 입었다면 병원으로 즉시 가야 하지만 이 책에서 다루는 것은 1도 화상부터 얕은 2도 화상까지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1도 화상의 경우 물집이 생기지 않은 상태를 말하며, 물집이 생긴다면 2도 화상 이상이 된다. 약국 이용으로 가능한 범위는 1도 화상이 대부분이다. 물집이 생기면 아주 작은 상태가 아니라면 병원으로 가야 한다. 이때도 특히 주의할 사항은 물집을 절대 터트리지 않고 가야 한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물집은 2차 감염을 막는 주요 예방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집에서 작고 가벼운 정도의 물집이어서 집에서 치료할 때도 물집을 터트리지 않고 연고나 바르는 약, 항생제 등을 물집 위에 사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3장 「속이 불편해요」에서는 '소화제'를 다루고 4장 「피부에 뭐가 나요」는 일반적인 피부 트러블(여드름 등)에 대한 치료를 언급한다. 5장 「여성들만 아는」에서는 여성 특유의 통증, 염증 등에 대한 치료를 다루고 있다. 마지막 6장 「이럴 땐, 어떤 약을 써야 하나요?」에서는 '잠이 안 와요'(수면 유도제) '눈이 건조해요'(인공 눈물) '머리가 빠져요'(탈모) '입에 빵꾸가 났어요'(구내염) '입술에 물집이 생겨요'(구순 포진)처럼 일상적이지만 생소한 정보들을 다룬다. 앞서 언급한 대로 각 장의 마지막에는 〈편의점 약〉, 〈칼슘제〉, 〈오메가3〉, 〈비타민D〉, 〈철분제〉, 〈눈 영양제〉 등 팁 항목을 넣어 실생활에 유용한 내용을 다루었다. 많은 사람들이 약에 대한 정보를 알고 싶어 한다. 하지만 약 사용법을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런 지식의 편차를 줄이기 위해 약사가 직접 약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말해 준다. 모든 가정에 한 권씩 보관해 둔다면 막상 일에 닥쳐도 그리 당황하지 않고 최선의 대처로 최대의 효과를 내는 응급처치 능력을 습관화시킬 수 있으리라고 독자는 믿는다.

 

저자 : 최서연

 

그림 그리는 약사. 이화여자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약사로 근무하면서, 접근하기 어렵지만 사실 누구에게나 필요한 정보가 약학이라는 생각이 들어 기본적인 약 사용법을 그림으로 그리기 시작했다. 이후 약사의 전문성을 요하는 광고 및 웹툰 등의 일러스트 작업을 해 오고 있다. 고등학생 시절에는 입시 미술을 했고,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미술사학 석사를 수료하고 미술업계에서도 일했다. 미술 곁을 맴돌던 학생은 돌고 돌고 돌아 그림 그리는 약사가 되었고, 텍스트의 문턱을 낮추어 주는 그림의 힘을 믿는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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