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이 건넨 말들 - 영광과 몰락이 교차하는 유럽 도시 산책
권용진 지음 / 초록비책공방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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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도시가 축적한 풍경과 기억 사이를 걸으며 중동부 유럽 5개국을 돌며 그들이 걸어온 영광과 몰락의 시대를 경험한다. 유럽의 도시들이 저자에게 어떤 대답을 했을까. 책을 통해 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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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이 건넨 말들 - 영광과 몰락이 교차하는 유럽 도시 산책
권용진 지음 / 초록비책공방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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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유럽은 제2차 세계대전의 결과로 지형 변동의 결과로 새로운 길을 걷게 됐다. 러시아 중심의 구 소련 공산주의 체제로 변화했다. 2차 세계대전의 최대 피해국이었던 소련이 연합군 측으로 참전해 승전함으로써 독일 인근의 나라들이 소련의 체제 속으로 편입된 것이다. 그러나 이들 국가들은 대부분 유럽 문화권으로서 종교, 사회, 경제 및 정치 체제가 서부 유럽과 별 차이가 없는 같은 문화권이어서 얼마나 유지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더욱이 유럽의 변방으로 유럽으로부터 한 수 아래 국가이었다는 데 큰 이의가 없는 형편이었다. 모두 신흥 지식인 중심의 민주주의로 체제를 변화해 가는 마당에 러시아는 민주주의 체제도 어울릴 수 없는 자국 내 사정으로 이질적인 문화를 유지한 채 공산주의(프롤레타리아) 혁명의 시작지가 된 것이다. 러시아가 공산주의 체제를 인정하고 받아들인 것은 러시아 혁명 때까지 유지된 '농노 제도'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었기 때문이다. 왕족과 귀족 중심의 지배 계급이 농노제를 유지한 채 세상의 흐름과 단절될 수밖에 없는 상태에서 국민의 대부분이 농민과 농노로 이루어지고 극심한 경제난이 계속됐기에 말 그대로 프롤레타리아 혁명의 온상지가 된 탓이다.

이 책 『유럽이 건넨 말들』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소비에트 연방으로 흡수될 수밖에 없는 상태가 됐다. 소련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스탈린의 강경한 주장으로 승전국 중에서도 최고의 전리품을 챙겼다고 봐야 한다. 동유럽과 중부유럽까지 모두 소련 체제로 흡수되는 것을 미·영·프 3국의 승전국이 최대 인명 피해를 본 소련에 양보한 성격이 크다. 나름대로 경계는 했지만 서부 유럽을 지켜야 하는 부담도 작용했으리라 생각된다. 이 결과로써 동부와 중부 대부분의 국가들은 공산주의 체제를 받아들였고, 우리나라와의 수교도 이루어질 수 없었다. 우리나라가 경제적 발전을 토대로 해외 여행 자유화가 실시된 이후에도 실제 동유럽으로 여행을 가는 것은 왠지 꺼림칙하고 두려움이 남아 있었다. 이들 나라와 수교하고 여행 자유화 조치에 따른 동유럽 여행은 이제 겨우 30년밖에 되지 않았다.

 


 

이 책의 저자 권용진도 동유럽을 여행하며 직접 보고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유럽 유학 중이어서 더 강렬한 여행의 이유가 되었을 것이다. 서부 유럽과 별로 다를 것 없는 건물과 도시 형태, 그리고 사람들이 모두 유럽인 그대로이기 때문에 동유럽(독일 포함) 5개국 도시 여행을 단행하기가 쉬웠던 것이다. 다만 유학 중이어서 짧은 기간만 허용되는 상태에서 많은 것을 보려는 저자의 목적이 이루어졌으리란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그래도 동유럽 나라들에 대한 기존의 지식과 서부 유럽에서 이해되는 동유럽에 대한 인식으로 어느 정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고 저자는 자평했다.

저자가 이들 국가의 도시들을 방문하기에 앞서 적잖은 자료를 통해 공부도 했을 터, 알고 여행하는 데 따른 유리함은 저자에게 많은 것을 보게 해주었 것이다. 저자는 책의 〈서문〉인 「독자에게 건네는 글」에서 이들 5개국 여행에 대한 의미와 수확에 대해 소감을 밝힌다. "미디어에서 본 멋진 유럽을 기대하며 떠난 여행, 마주하는 건물, 거리, 사람, 음식마다 모두가 새롭고 흥미롭다. 하지만 설렘도 며칠뿐 같은 가톨릭 문화권에 통치해온 왕조가 겹치는 유럽 도시의 풍경은 어느새 다 고만고만해진다. 머릿속에 여러 궁금증이 떠오르지만, 권태로움에 눌려 발길만 머무르다 여행의 마지막 시간이 다가온다. ‘아는 만큼 보인다’라고 하는데 같은 줄기의 역사를 지닌 각 유럽 도시들을 권태롭지 않게 여행하는 방법은 없을까?"

이 책 『유럽이 건넨 말들』은 저자의 목적과 결과를 짐작할 수 있는 ‘그랜드 투어’를 제시한다. '그랜드 투어'란 유럽 대륙으로 떠나 견문을 넓혔던 17세기 영국의 젊은이들이 유행처럼 유럽의 문물을 배우고 느끼는 데 큰 영향을 미쳤던 여행 프로그램이었다. 이로써 이 책은 연륜이 부족해도 경험이 많지 않아도 얼마든지 지적인 여행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여행을 꼭 공부와 연관시키지 않아도 유럽은 역사가 스며든 예술 작품과 건축물과 온갖 문물이 도시를 이루고 있어 공부할수록 즐거워지고, 볼수록 공부하고 싶어지기 때문이다.

 


 

기왕 하는 여행이라면 밀도를 높여 이를 지적 자산으로 삼으면 어떨까. 게다가 통념상의 유럽과는 달리 이 책에 소개하는 폴란드-체코-독일-오스트리아-헝가리, 중동부 유럽 5개국은 서로 경쟁하며 영광과 몰락을 거듭하고 경계하며 상처와 흔적을 남겼다. 각국의 주요 도시에 얽힌 역사와 시사에 대해 깊게 사유하며 설레는 걸음을 걸었던 저자의 여행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들도 지적 탐구심이 생길 것이다. 유럽 여행을 꿈꾸며 계획을 세우거나 유럽을 추억하며 사유를 확장하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 『유럽이 건넨 말들』을 건넨다. 이 책을 갖는다는 것은 새로운 여행법도 함께 터득하리라는 선한 영향력도 영감으로 받을 수도 있다.

대부분의 유럽 여행객처럼 독자도 90년대 초 유럽 여행을 갔다. 9개국을 정신 없이 다니는 이른바 여행사 투어 프로그램인 관광이었다. 주마간산식이었지만 맛을 보기에는 충분했다. 돌아올 때는 다음에 다시 오겠다는 결심을 다지다 보니 목록에 이름들이 쌓여만 갔다. 그러나 기회는 쉽게 찾아오지 않았다. 시간이나 경제적 여유가 생겨 리스트에 있는 도시를 찾으려면 자유 여행을 해야 하는데 언어가 짧아 불안하기만 했다. 어쩔 수 없이 여행사 프로그램을 되풀이하면서 꼭 다시 가겠다는 인상 깊었던 도시들도 머릿속에서 점점 퇴색해 갔다. 저자가 이 책에서 쓴 첫 인상소감도 별반 다르지 않다.

"유럽 여행에서의 처음 며칠은 보이는 건물, 거리, 사람, 풍경, 예술 작품마다 눈을 뗄 수 없이 신기해서 감탄이 나온다. 허나 이름만 바꿔 펼쳐진 듯한 광장, 언어만 바꿔서 건네준 듯한 식당의 메뉴판, 다른 박물관에서 본 듯한 그림 등 새로움도 며칠뿐, 이내 관심을 잃고 만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여행 책자를 뒤적이고 공부를 해봤지만 막상 여행 중 만나는 유럽 도시의 풍경은 비슷비슷하다. 내 눈에만 그렇게 보이는 걸까?"

 


 

기왕 다시 가겠다는 결심을 하고 리스트를 작성해 놓은 만큼 이 책을 통해 저자의 여행법이라도 충실하게 배워 보고자 한다. 저자는 홈볼트 대학교 교환학생으로 베를린에 머물면서 서로 국경을 접하는 중동부 유럽 5개국(폴란드-체코-독일-오스트리아-헝가리) 주요 도시가 품고 있는 역사와 시사 지식에 자신의 관심사인 정치?외교적 관점에서 바라본 이야기까지 이 책에 담았다. 여행 중에 떠오르는 무수한 물음표에 그냥 발걸음을 돌리지 않고, 꾸준한 지적 탐구심으로 도시가 품고 있는 맥락을 읽고 감정을 해석했다. 관심 갖고 머물지 않으면 잘 볼 수 없는 오래된 도시가 건네는 말들을 들어보면 여행할 때 많은 도움이 되리란 확신이 든다.

이 책은 5개국 주요 도시에 얽힌 역사와 시사를 이해하기 쉽게 유럽사의 주요 인물과 사건, 구조적 배경 등과 연관 지어 흥미롭게 풀어냈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폴란드 오시비엥침의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선 ‘악의 평범성’을, 프라하 바츨라프 광장에선 민주주의에서 광장의 역할을, 무너진 베를린 장벽에선 자유를 향한 몸짓을, 뮌헨에선 반성으로 꽃피운 민주주의를, 빈에서는 황제와 제국주의 역사를, 부다페스트에서는 유럽의 미래를 떠올리며 사유를 확장할 수 있었다.

앞서 언급한 대로 폴란드-체코-독일-오스트리아-헝가리의 주요 도시는 중세 시대부터 냉전 시기, 오늘에 이르기까지 종교, 민족, 전쟁, 이념에 피 흘리고 경쟁하여 살아남았다. 그로 인해 새겨진 영광과 몰락, 상처와 흔적은 도시 곳곳의 풍경이 되었고 전혀 다른 언어, 문화, 제도, 공간, 인물은 도시의 기억이 되었다. 인문 수업을 듣는 학생의 눈높이로 쓴 이 여행기는 오래된 유럽 도시의 새로운 발견이면서 한국 사회에 관한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유럽 여행을 꿈꾸며 계획을 세우거나 유럽을 추억할 때 이 책은 꽤나 유익한 길잡이가 될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이 책은 모두 5부로 이뤄져 있다. 각 부마다 나라와 대표되는 도시, 스토리가 풍부한 도시, 역사나 현대사에 변동이 심했던 도시 등 영광과 멸망, 침략과 저항 등을 담은 도시를 중심으로 각 장을 별도 구성해 마치 투어하듯이 움직인다. 유럽의 도시들은 겉 모습은 비슷하지만 내부적으로는 모두 특색 있는 독창적인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1부 〈폴란드 - 동유럽의 오뚝이〉, 2부 〈체코 - 자유롭고 희망차게〉, 3부 〈독일 - 반성에서 공존으로〉, 4부 〈오스트리아 - 영광의 뒤안길에서〉, 5부 〈헝가리 - 굳세게 미래를 향하여〉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 가운데 1부, 2부, 5부는 두 차례 세계대전과 냉전 시기, 굴곡진 역사를 가슴에 묻은 다시 일어서려는 폴란드, 체코, 헝가리의 이야기를 담았다. 3부에서는 눈부신 발전에도 죄악과 죄의식, 파괴와 폐허를 함께 안고 있는 독일이 공존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4부에서는 도시 전체에서 묻어난 옛 제국의 영광과 상처에도 꿋꿋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오스트리아를 이야기한다.

폴란드는 역사와 문화 어느 쪽을 봐도 유럽의 강자다. 서부 유럽에 비해서도 별반 꿇리지 않는 나라다. 지금은 공산주의 체제에서 탈피, 옛 모습을 되찾고 있지만 아직은 2차 세계대전의 악몽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느낌이다. 이 나라에는 마리 퀴리라는 천재 과학자와 음악에서는 '피아노의 시인'이라는 쇼팽도 배출했다. 유명한 인물들이 많이 나왔을 만큼 역사도 깊고, 대체로 안정된 정치 제제로 잘 살아온 나라였다. 이 모든 과업이 한순간에 허물어졌다. 나치 독일이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키면서 가장 먼저 침공한 나라가 됐다. 그만큼 약한 군사력이었고 경제력도 약했다. 독일 입장에서는 바로 옆에 붙어 있는 나라이니 '재3제국의 꿈'을 이루기 위한 첫걸음으로 적절한 먹잇감이었으리라. 저자는 이런 과정을 전부 알고 있는 차에 바르샤바로부터 여행을 시작했다. 특히 문화과학궁전을 봤을 때는 놀라움도 있었나보다. 이 문화과학궁전은 스탈린이 폴란드를 점령하고 소련 체제 선전을 위해 '소련 인민의 선물'이라고 지어줬다고 한다. 저자는 "일단 높이 쌓고 보자는 고딕 주의에 사회주의 체제 특유의 억지스러운 검소함이 더해져 기괴하다"고 표현했다. 이른바 '스탈린 건축 양식'으로 지어졌단다. 높이가 237m에 이른다고 하니 현대식 건물 높이에 해당한다.

 


 

이 책에 등장하는 도시들은 대부분 역사가 오래됐고, 풍경이 아름답다. 역사가 풍경이 되고, 풍경이 역사가 되는 도시들이. 여행 안내만 쓰더라도 한 도시 당 수십 권은 써야 할 듯하다. 저자가 1·2차 세계대전의 중심국, 피해국, 심지어 멸망한 가문 등을 중심으로 살펴본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독자도 상당 부분은 아는 도시들이다. 물론 가보질 못해 안다고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또 역사적으로 유명한 도시들의 전쟁 당시의 상황을 설명하기에도 얼마나 많은 분량의 책이 필요할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개인적으로 가장 잘 몰랐던 헝가리에 대한 언급을 책의 내용을 중심으로 소개해 본다. 책에 따르면 (헝가리의 수도) 부다페스트 하면 야경을 빼놓을 수 없다. 야경을 보러 가기 전에 저녁 식사로 글라쉬를 먹으러 갔다. 큼직하게 깍둑썰기한 채소와 소고기가 내는 담백함, 파프리카로 맛을 낸 약간의 얼큰함이 우리나라 갈비찜과 유사했다. 익숙한 방식으로 만든 음식이라 그런지 입에 무난히 잘 맞았다. 가격도 비싸지 않았다. 가이드북에 소개된 식당은 손님 절반 이상이 한국인이었다. (하략)

부다페스트는 학교에서 세계사 시간에 배울 때 소련 체제하에서 민주화 운동(1956)을 한 최초의 도시로 기억되고 있다. 저자가 야경을 찾아간 후 느낌은 '비현실적으로 낭만적'이라고 썼다. 그 중심에 네오고딕 양식의 장대한 헝가리 국회의사당이 있었다. 건국 1,000주년을 맞아 민족정신을 선양하는 의미에서 1884년부터 20년 동안 자국 기술과 인력만으로 지은 국회의사당은 중앙의 돔을 중심으로 뾰족한 첨탑들이 기세 좋게 뻗어 있다. 국회의사당은 도나우강에서 수직으로 불과 몇 미터 떨어진 거리에 딱 붙어 서 있다. 오후에 어부의 요새에서 국회의사당을 보았을 땐 외벽이 새하얗게 칠해져 있어 그 자체가 하나의 유람선으로 보였는데 건물 불이 대부분 꺼진 밤이 되자 도나우강변은 칠흑같이 어두웠다. 가까이 가면 강물은 흐느적거리며 우릴 빨아들일 것처럼 느껴졌다. 빛이라곤 가로등 조명이 유일한 도나우강변에서 국회의사당은 홀로 빛났다. 조명이 빈틈없이 비추어 황금 궁전처럼 보였다.(p.339)

 


 

헝가리는 유럽 중남부와 북동부 길목에 터를 잡은 내륙국이라다. 국토는 남한보다 약간 작고 인구는 975만 명(2020년 기준), 화페 단위는 포린트이다. 주요 민족은 '마자르족'이다. 헝가리는 국토 주변이 평원이다. 오스트리아, 슬로바키아, 우크라이나, 루마니아, 세르비아,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와 국경을 접하고 도나우(다뉴브)강이 국토를 관통한다. 수도 부다페스트의 이력이 흥미롭다. 책에 따르면 부다페스트는 오래전부터 헝가리의 수도였다. 본래 '부다'와 '페스트'는 도나우강 좌우에서 따로 발전하다가 1873년 '부다페스트'로 합쳐졌다. 마자르족이 900년경 이 지역을 점령한 이래 이슈트반 1세가 1000년 가톨릭을 받아들이고 페스트를 수도로 삼아 헝가리 왕국을 창건했다.

이후 헝가리 왕국은 가톨릭 유럽의 동부 최전선에서 숱한 고난을 겪었다. 1200년대 중반 헝가리 왕국은 몽골에 점령당해 파괴되었다가 몽골이 쇠퇴하자 인근에서 가장 높은 지대인 부다를 수도로 삼고 부흥을 도모했다. 그러다 부다는 1541년 오스칸 제국에 점령당했고 페스트는 그때부터 오랫동안 서민 거주지로 버려져 있었다. 합스부르크가의 히호 아래 부다페스트는 헝가리 왕국의 중심지로 되살아났다. 1686년 오스트리아가 헝가리를 도와 오스만을 몰아내고 부다와 페스트를 함께 점령하면서 왕위 계승권을 가져갔다. 부다 지구는 1723년부터 제국의 행정 기관을 유치하며 발전을 거듭했고 19세기에는 페스트 지구도 행정 구역 통합이 되면서 함께 발전했다. 1873년 부다와 페스트 두 구역을 잇는 세체니 다리가 놓이고 마침내 부다와 페스트가 '부다페스트'로 통합되었다.

 

저자 : 권용진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졸업. 안동에서 더 넓은 세상을 꿈꾸며 자랐다. 2019년 베를린 홈볼트 대학교 교환학생으로 생활하며 부지런히 유럽을 여행했다. 역사, 정치사상, 철학에 관심을 두고 사람 사는 모습과 세상을 관찰하여 흥미로운 이야기를 발굴하려 한다. 현재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에서 공부하며 변호사의 꿈을 키우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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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으로 과학하기
박재용 지음 / 생각학교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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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의 현상을 과학의 시선으로 살펴보면, 지식을 쌓고 근거 없는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도 있다. 이 책은 과학적 상식에 사회와 역사까지 배울 수 있는 1석 3조 과학교양서로서 우리가 알고 있는 과학 지식을 한층 더 높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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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으로 과학하기
박재용 지음 / 생각학교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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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과 과학은 서로 잘 어울리지 않는 단어다. 어떤 면에선 정반대의 입장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거나, 한편으론 극복해야 할 대상이기도 하다. 과학은 19세기부터 우리 삶에 깊숙이 관여해 왔다. 어쩌면 그 전 수천 년간 인류가 쌓아온 과학의 지식은 최근 200년 동안 발전해온 과학이 더 많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산업혁명시부터 과학과 기술은 우리 삶에 크게 기여했다. 과학의 분야는 크고 복잡하기도 해서 많은 분야로 나뉜다. 우주 천제부터 인간의 몸까지 크고 작은 생명 운동에도 과학은 적용된다. 인류는 과학의 힘으로 많은 두려움이 공포를 극복해 왔고, 앞으로도 더 빠른 속도로 과학의 힘을 커질 것이라고 독자는 예상한다. 과학은 괴담뿐만 아니라 종교와도 대립각을 이뤄왔다. 사실 종교와 과학은 서로가 멀게만 느껴질 것이다. 과학적 원리보다는 인간이 가진 감정, 특히 믿음을 바탕으로 하는 종교는, 결과와 예외 없는 원리 원칙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두 분야가 함께 서로를 인정하기에는 어려울 뿐이다. 과학은 종교가 이룰 수 없는 분석과 결과로 인간의 믿음을 과학 쪽으로 돌려놓았으며, 종교는 인간의 공포심이라 두려움으로부터 해방시켜 주는 역할을 했다. 당초 경쟁 관계가 아니었기에 지금까지는 공존하는 듯하다.

이 책 『괴담으로 과학하기』는 종교와의 대치점에 있는 것을 밝히는 목적이 아니다. 민간에서 전해지는 각종 괴담들-옛날 흡혈귀부터 오늘날 인공지능까지-을 과학적으로 풀어헤치고 분석해 괴담을 과학을 통해 근거없는 낭설임을 밝혀내려 한다.

허구인 괴담에서 과학을 본다는 것은 어불성설인 듯하지만, 저자 박재용은 괴담은 허구이기 때문에 인간의 상상력이 개입할 여지가 생긴다고 말한다. 오히려 과학처럼 자명한 사실일수록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보며 그 환한 빛 뒤에 숨은 그림자를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과학을 즐겁게 공부하고 싶은 청소년 독자들, 특히 요새 과학이 어디까지 발전했는지 궁금한 학부모들, 그리고 과학적 이슈로 어떻게 토론(과학페어)을 진행할지 고민하는 선생님들께 이 책은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켜줄 것이라고 저자는 기대한다.

 


 

누구나 살면서 유령, 귀신, 혹은 외계인, 흡혈귀 등의 이야기를 듣는다. 그럴 듯한 스토리가 장착되어 있다. 스토리가 없다면 널리 전해지기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믿거나 말거나 이야기해도 인간의 호기심은 이야기를 듣는 순간부터 두려움을 극복하려는 의지도 생긴다. 사실 모든 괴담이나 기묘한 이야기, 믿기 어려운 일은 있었던 일을 과장해서 꾸미거나, 일부러 거짓으로 지어낸 것도 많을 것이다. 특히 과학의 시대라고 일컫는 19세기 이전에는 인간의 두려움을 이용하기 위해 일부러 꾸며낸 괴담들도 많았을 것이다. 상대에게 극도의 두려움을 안겨 주기 위해, 제압하기 위해 공포의 괴담들을 이용하기 위해서이다. 스토리가 있어야 상대의 두려움을 호기심으로 바꾸고 어떻게 극복할지 교훈도 줄 수 있게 꾸미면 되는 일이다. 사실이 아니지만 스토리를 얹어 그럴 듯한 이야기가 된 것 중 11가지를 이 책에서 풀어 설명해 준다. 물론 과학적 방법으로 현상을 여러 각도에서 분석해 결과를 얻은 것들을 말한다. 그러나 모든 학문이 그렇듯이 아직까지 과학 역시 100%는 아니다. 100%로 가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이 과학의 길로 가는 것임을 알기에 과학자들의 노력은 계속될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뱀이나 귀신 같은 한국적인 괴담뿐만 아니라 폴터가이스트와 도플갱어 같은 해외의 괴담 소재 11가지를 끌어와 청소년들의 눈높이에 맞춰 설명한다. 마녀, 흡혈귀를 지나 평행우주와 인공지능 시대의 괴담에 대해 풀어내면서 동시에 우리가 알지 못했던 과학의 발전, 그리고 그 이면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괴담에 나오는 이상한 현상을 과학의 시선으로 살펴보면, 흥미진진한 지식을 쌓을 수 있을 뿐 아니라 근거 없는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도 있다. 우리를 두렵게 만드는 괴담의 소재와 연결된 과학적 개념을 알아보는 일은, 괴담을 읽는 것만큼이나 신기하고 흥미로운 과정이 될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저자는 이 책에서 괴담의 유형을 세 가지로 분류한다. 책에 따르면 첫 번째 유형은 초인간적 존재에 대한 것이다. 옛날 사람들은 자연현상을 너무나 궁금해했고, 그 궁금증을 유령, 흡혈귀, 좀비, 도플갱어 등 초인간적 존재를 통해 풀고자 했다.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을 접하면, 귀신이나 유령이 한 짓이 아닐까 추측했던 것. 논리적으로 설명 가능한 현상들이 이들의 등장으로 설명됐던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미지의 자연현상을 설명하기 위해서만 필요했던 것은 아니다. 아이들에게 경계심을 갖게 하거나 교훈을 전하려고, 유령이나 흡혈귀 이야기를 이용하기도 했다. 이런 괴담들에는 밤에 돌아다니지 말고, 휘파람도 불지 말고, 묘지에 가지 말라는 가르침이 담겨 있다.

괴담의 두 번째 유형은 동물에 관한 것이다. 이 책에서는 고양이, 뱀과 관련되 괴담만 소개했지만, 개·소·호랑이 등 여러 동물에 대한 괴담이 많다. 신기하게도 지역에 따라 괴담에 등장하는 동물이 다르다. 우리나라 동물 괴담은 고양이·뱀·개·쥐·호랑이 등이 대표적 주인공인데, 아프리카에선 코끼리·사자·하이에나·원숭이 등이 이야깃거리다. 또 유럽에는 박쥐와 늑대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사실 괴담은 과거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사람들이 대부분 도시에 거주하는 오늘날에는 도시 생활과 관련된 괴담이 늘어나고 있다. 우리가 접하는 괴이한 일들이 주로 도시에서 일어난다. 건물에 대한 괴담이 대표적이다. 폐가 이야기, 아무도 없는 밤의 학교에서 벌어지는 일, 엘리베이터 괴담 등이 그것이다. 또 이동 수단과 관련된 괴담도 많다. 지하철 괴담, 택시 괴담, 버스 괴담 등. 그리고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일상화된 요즘은 온라인 괴담도 많아지고 있다.

 


 

괴담이 퍼지는 과정도 많이 바뀌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옛날에는 당연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다. 책이 지금처럼 흔하지 않았고, 글자를 아는 사람도 적었으니까. 그리고 사람들의 입을 통해 퍼지는 과정에서 괴담의 변형이 이루어지곤 했다고 저자는 단언한다. 예를 들어 처음에는 호랑이가 주인공이었는데, 괴담이 전파되는 과정에서 어느덧 주인공이 사자로 바뀐 경우도 있다. 우리나라는 17~18세기, 유럽은 16세기 이후 책 출판이 활발해지면서 괴담집이 등장했다고 저자는 전한다. 그리고 20세기에 접어들어 많은 나라에서 괴담집이 인기를 끌면서, 더욱 많은 사람에게 괴담이 퍼져나갔다. 책을 통해 다른 나라의 괴담도 소개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 돌아다니는 괴담들은 그 기원이 일본인 경우가 많은데, 20세기 중후반 일본 괴담을 번역해 소개한 책들이 다수 출판됐기 때문이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지금도 책은 괴담을 확산시키는 중요한 매체이다. 여기에 더해 텔레비전이나 라디오 등도 괴담이 퍼지는 데 한몫하고 있다. 하지만 20세기 후반에부터는 무엇보다 인터넷이 괴담의 주요 유포 경로가 되었다고 한다.

인터넷의 발달은 괴담의 세계화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전 세계의 사람들이 거의 실시간으로, 여러 나라의 괴담을 접하고 있는 것이다. 독자들이 지금 알고 있는 괴담들도 대부분 인터넷으로 접한 경우가 많을 것이다. 과학의 눈부신 발달은 괴담의 성격을 바꾸기도 한다. 이제 동물이 사람으로 둔갑했다는 이야기는 잘 등장하지 않는다. 유령이나 좀비, 도플갱어에 관한 이야기도 새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대신 괴담의 소재는 외계인이나 비밀 조직, 연쇄살인범, 사이토패스, 스마트폰 등으로 옮겨지고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이렇듯 괴담의 소재와 주제 등은 시간에 따라, 또 사회의 발전에 따라 계속 바귄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것도 있다. 괴담의 존재 그 자체다. 괴담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고 저자는 잘라 말한다. 과거의 자연 현상처럼 우리의 상식으로 풀 수 없는 것, 또 오늘날의 흉악 범죄처럼 좀처럼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끊임없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책의 각각의 항목 뒤에 괴담에 얽힌 과학적 사실이나 근거를 살펴보는 란을 따로 마련했다. 괴담에 나오는 이상한 현상을 과학의 시선으로 살펴보면, 흥미진진한 지식을 쌓을 수 있을 뿐 아니라 근거 없는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도 있다. 우리를 두렵게 만드는 괴담의 소재와 연결된 과학적 개념을 알아보는 일은, 괴담을 읽는 것만큼이나 신기하고 흥미로운 과정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렇다고 과학만 다뤄서는 안 된다. 사회적·역사적 맥락도 따져봐야 한다. 예전에 만들어진 괴담이 아직까지 생명력을 잃지 않고 있는 이유는, 사회적 의미를 가지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보고 있는 것이다. 즉 대부분의 괴담은 당시 사회상을 담고 있기에, 배경과 의미를 따져보는 것도 좋은 공부가 된다고 저자는 권유한다. 이를 통해 인간과 세상에 대한 이해를 확장시키는 것은, 우리가 괴담을 즐기면서 얻을 수 있는 귀한 수확물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각 항목의 괴담과 관련해 함께 생각해볼 문제를 〈더 알아보자!〉 코너에 실었음을 저자는 미리 밝힌다. 괴담에 담긴 현대적 맥락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면, 재미에 더해 지식과 교양까지 얻을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이 책은 괴담의 11개 소재에 각 한 장(章)씩 모두 11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흡혈귀: 피를 빠는 광견병 환자」, 2장 「좀비: 죽었니? 살았니?」, 3장 「폴터가이스트: 우리가 감지하지 못하는 진동」, 4장 「유령: 뇌의 장난 혹은 착각」, 5장 「외계인: 그들이 지구인을 찾지 않는 이유」, 6장 「도플갱어: 겉모습은 닮아도 커넥톰이 다르다」, 7장 「마녀: 가장 약한 사람과 가장 악한 사람」, 8장 「고양이: 너무 귀엽지만 절대 길들여지지 않는」, 9장 「뱀: 지혜와 치유의 상징이자 혐오의 대표」, 10장 「평행우주: 다른 우주에 사는 또 다른 ‘나’」, 11장 「인공지능: 인간을 지배할 수 있을까?」 등이다. 저자는 「만나지 못한 괴담도 생각해보기」란 제목의 〈에필로그〉를 통해 "책에서 언급하지 못한 괴담도 무척 많다면, 괴담을 들으면 흘려버리지 말고 친구나 독서 동아리 등을 통해 '과학적으로는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시대적 배경은 어떠했을까?' '사회적 의미는 무엇일까?' 등을 이야기해봄으로써 괴담을 즐기면서 과학적 사고 능력을 배양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이고 있다.

 


 

SF 영화나 소설에 나오는 것처럼 상호 교류를 원한다거나, 아니면 우리를 노예로 삼으려는 외계인이 존재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친선이 목적이라면 은밀하게 행동할 이유가 없습니다. 게다가 지구를 찾을 정도의 기술이라면 전파를 자유자재로 이용할 테니, 직접 오기보다는 통신을 통하는 게 훨씬 수월할 겁니다.(p.111)

 

우리가 무엇인가를 볼 때, 그 물체의 현재를 본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제 우리가 보는 것은 과거입니다. 이상하게 들리나요? 좀더 생각해보면 간단합니다. 빛의 속도가 유한하기 때문이지요. 멀리서 다가오는 친구를 본다고 칩시다. 친구와 나의 거리가 1킬로미터쯤 떨어졌다면, 햇빛이 친구의 몸에서 반사되어 나에게 오기까지는 30만 분의 1초가 걸립니다. 즉 우리는 1킬로미터 떨어진 친구의 30만 분의 1초 전의 모습을 보는 거죠. 하지만우리의 눈과 뇌는 이 정도 차이는 구분할 수 없기 때문에, 과거라고 느끼지 못합니다.(p.210)

 

저자 : 박재용

 

과학과 일상을 연결하는 과학 커뮤니케이터. 책을 쓰고 강연을 한다. 주로 과학과 사회, 과학과 인간이 만나는 경계에 대해 공부하고 글을 쓴다. 주로 과학 분야에 대한 책을 쓰고 있지만, 사회의 불평등에 문제의식을 느껴 자료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 첫 결실이『불평등한 선진국』이다. 근거를 가지고 글을 써야 망해도 남는 게 있다고 생각한다. 자료를 열심히 뒤지고, 통계를 찾아 그 사이의 연관성을 파악하는 것이 자신의 몫이라 여긴다. 안토니오 그람시의“이성으로 비관하되 의지로 낙관하라”는 구절을 좋아한다. 개별 존재로서의 인간에 대한 신뢰와는 별개로 집단으로서의 인류의 미래에 대해 비관하는 회의주의자다. 역사에서의 커다란 몫을 자임할 생각도 능력도 되지 않기에 그저 할 수 있는 역할을 열심히 다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지은 책으로 《녹색성장 말고 기후정의》, 《탄소 중립으로 지구를 살리자고?》, 《1.5도, 생존을 위한 멈춤》 등이 있다. ‘기후 위기의 본질과 대책’, ‘생명 진화 40억 년의 비밀’, ‘과학, 인문에 묻다’ 등의 강연을 진행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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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당신이 원했던 괴담실록 2 : 동아시아 편 - 유튜브 채널 <괴담실록>의 기묘한 이야기 어쩌면 당신이 원했던 시리즈
괴담실록 지음 / 북스고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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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다소 누그러졌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좀비'는 영화뿐만 아니라 각종 문화예술에 등장하는 '아이콘'이나 마찬가지로 문화예술계를 휩쓸었다. 안방의 TV 드라마에서도 거침없이 좀비물의 각종 영상들이 차지했다. 그런가 하면 케이블 TV 역사 다큐 전문채널에서는 외계인의 실체를 규명하기 위한 연속 다큐멘터리를 기획 방영하기도 했다. 이 가운데 일부는 외계인의 존재를 과학적으로 규명하려는 듯한 느낌을 줄 정도로 과학자와 수많은 관련 학자들이 인터뷰나 설명을 곁들여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는 시청자들의 반응을 이끌어내는 등 꽤 설득력 있는 프로그램을 연속적으로 방영하기도 했다.

이 책 『어쩌면 당신이 원했던 괴담실록 2』는 〈동아시아 편〉은 듣기에도 으스스한 괴담이나 기묘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제목에서 말하는 것처럼 두 번째 책으로 〈동아시아 편〉이다. 전작은 '조선환담'이라는 부제로 우리나라 조선시대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전설의 고향’을 보는 듯하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괴담이 그리 많은 편은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의외로 폭발적 반응이 있어 이젠 무대를 넓혀 〈동아시아 편〉이다. 동아시아는 우리나라를 비롯, 중국과 일본의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독자는 전작을 보지 못해 비교할 수는 없지만 중국이나 일본은 우리보다 괴담이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저자 괴담실록도 이 점을 주목했으리라.

괴담실록은 유튜브 채널 이름이기도 하고, 이 책의 저자이다. 흔히 아는 이야기지만 괴담은 시대를 막론하고 늘 흥미를 유발하는 대표적인 이야기다. 비록 괴담이라고 표현을 하였지만, 대부분 옛 기록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며 전설이나 신화, 야사 등으로 재가공 되어 생생한 재미와 교훈을 제공하기도 한다. 그만큼 괴담은 시대의 반영이라고 할 만큼 우리의 생활을 투영하며 삶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에, 시대의 ‘희노애락’을 담은 사회 현상이자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고단함일 수도 있다. 특히 여름철에 읽는 호러나 공포 소설, 미스테리, 괴담 등은 무더위를 잊을 수 있는 이야기라서 말로 듣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겠지만 책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겐 상상력을 끌어올릴 수 있어서 책을 더 선호할 것이다.

 


 

독자는 괴담이나 호러, 공포·미스터리 소설을 즐겨 읽지는 않았지만 최근 일본의 미스터리 소설이 굉장한 인기를 얻고 있는 데 대한 호기심으로 몇 권 읽어봤는데 저자들이 워낙 출중해서인지 꽤 재미를 느꼈다. 일본 공포·미스터리 소설은 단연 압도적이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일본 괴담은 6편에 불과하지만 구전돼 온다는 괴담들의 구성과 스토리텔링이 뛰어나다고 느꼈다. 중국이나 조선 괴담처럼 간혹 나오는 '우연'이 거의 없이 작가의 창의력에서 나온 듯한 이야기들이다. 현실을 바탕으로 전해져 내려 온 이야기들이라 실감도 훨씬 더하는 느낌이다. 저자 괴담실록에 따르면 두려움은 인간의 가장 오래된 감정이다. 미지에 대한 공포와그것을 피하고자 하는 본능에서 비롯된 것이기에 공포심은 무자비한 자연으로부터 생존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다. 하지만 동시에 인간이 필연적으로 넘어서야 하는 벽이기도 하다. 불을 두려워하던 인간은 그것을 다룰 수 있게 된 후에야 추위와 어둠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지옥불이 기다린다는 수평선으로 나아간 후에야 세상의 끝에 발을 디딜 수 있었다.

이 같은 공포심은 오랜 세월 함께해온 만큼 인류 문명에 짙은 흔적을 남겼는데, 바로 '이야기'라고 저자는 말한다. 시대와 문화에 상관없이 인간이사는 곳이라면 초월적이고 기괴한 존재가 등장하는 무서운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는 것이 반증이다. 인간에게 벌을 주고 갈등을 만들어 내는 신이나 인간을 해치고 질투하는 요물이 등장하기도 한다. 단순히 옛사람들의 허무맹랑한 이야기라고 치부하기엔 그 존재들은 인간을 끈질기게 괴롭혀온 '그것'과 너무나도 닮았다고 오랫동안 이 문제를 다뤄온 저자는 주장한다. 그것은 자연과 질병, 축음, 피할 수 없는 재앙이며 신화와 전설 속 존재들은 옛사람들의 두려움이 투영된 상징이자 정서였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저자의 주장대로 옛사람들의 두려움은 이야기라는 생명력을 얻어, 어떤 것은 글의 형태로, 어떤 것은 입에서 입으로 수천 년을 살아남았다. 현대에 이르러서는 수많은 콘텐츠의 원형이 되어 시대를 초월해 사랑받기도 한다. 이 이야기가 가진 힘의 원천은 공포가 갖는 매력과 동일하며, 본능에 내재된 공포를 끌어내 몰입을 자아낸다. 이 책이 그 두려움의 유산들을 풀어내 독자들 앞에 풀어낸다. 무섭고 기괴한 이야기에는 단순한 재미 그 이상을 내재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우리는 이 이야기를 통해 은유와 암시에 가려진 옛사람들의 두려움을 엿볼 수 있고, 베일에 싸인 미스터리한 사건 뒤로 있었을 어떤 일을 상상하기도 한다는 것. 이 책 2권은 동아시아의 이야기를 담아 우리의 조상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살았던 옛사람들의 괴이한 이야기들을 모았다. 각국 괴담의 정서와 함께 우려움의 키워드를 담아 이야기를 엮은 것은 저자의 역할이었다. 다만 원전에서 과도하게 짧거나 개연성이 부족한 부분을 각색하고 살을 붙여 '괴담실록'만의 해석을 녹여 냈다고 저자는 밝힌다.

옛사람들은 다양한 이유로 괴담들을 남겼을 것이다. 후대의 사람들에게 그 위험을 전하기 위해서일 수도, 두려움에 맞섰던 이들의 좌절과 성공의 지혜를 남기기 위해서일 수도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죽음과 두려움에 맞서 끝내 패배한 사람들, 영원히 괴물과 피해자로 남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며 그 어떤 것이든 나름의 감상을 느껴 보길 바란다고 저자는 털어놓는다.

이 책은 모두 4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신과 인간의 경계〉, 2부 〈한국 괴담: 원한과 인간〉, 3부 〈중국 괴담: 욕심과 인간〉, 4부 〈일본 괴담: 재앙과 인간〉 등이다. 각 부에는 10편 안팎의 장(章)과 괴담 중 대표적인 스토리를 실었으며 이해를 돕기 위한 〈외전〉도 필요할 때마다 덧붙였다. 각 부의 제목에서 느껴지는, 동아시아 3국의 대표적 괴담에는 각 지역의 자연 환경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듯하다. 한국은 '원한', 중국은 '욕심', 일본은 '재앙'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일본 괴담 중 하나를 먼저 따라가 본다. 「아홉 손가락 하녀」의 이야기다. 일본에서는 '사라야시키 괴담'으로 전해져 내려온다고 저자는 말한다. 책에 따르면 일본 에도시대 하리마스라는 영주에게는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보배가 있었는데, 바로 열 개의 귀한 그릇이었다. 그는 그 그릇들이 자신을 암살로부터 지켜 준다고 믿어 몹시 애지중지하였다. 저택에 아예 그릇을 보관하는 방을 따로 두어 관리할 정도였다. 영주는 소중한 그릇의 관리를 그가 평소에 가장 신뢰하던 하녀에게 맡겼는데, 그녀는 오키쿠라는 여인이었다. 오키쿠는 원래 가난한 농부의 딸이었으나 뛰어난 외모로 영주의 눈에 띄어 저택에서 일하게 된 여인이었다. 그녀는 항상 영주에게 은혜를 입었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매일 그릇들을 깨끗이 씻고 정성 들여 관리하였으며, 작은 실수도 일으키지 않으려 노력했다. 그녀의 수려한 용모는 결국 화근이 된다. 많은 젊은이들의 구애를 받았는데, 영주의 가신 중 한 사람이었던 데츠잔이라는 무사는 누구보다 진심으로 그녀를 흠모하였다. 평소 오키쿠를 마음에 두고 있던 데츠잔은 어느 날 영주가 자리를 비운 사이 그릇이 있는 방으로 들어가 그녀에게 구애했다.

"영주님께 내리신 은혜를 저버릴 수 없으니 나리의 제안을 받을 수 없습니다." 그렇게 거절 당했지만 데츠잔은 포기하지 않았다. 갖은 선물과 함께 열렬한 구애를 더 적극적으로 계속했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매몰찬 거절뿐이었다. 여느 날처럼 오키쿠는 그릇을 씻다가 혼비백산하여 자리에 털썩 주저앉고 만다. 그릇이 하나 없어져 아홉 개 뿐이었기 때문이다. 나중에 이를 확인한 영주는 오키쿠를 다그쳐 그릇의 행방을 묻지만 오키쿠는 용서를 구하며 빌었으나 오키쿠를 의심하기에 이른다. "에제 그릇이 아홉 개가 되어 열 개를 셀 일이 없어졌으니, 네 손가락 하나도 더 이상 필요가 없겠구나." 칼을 빼들어 그녀의 손가락 하나를 잘라 버렸다. 그릇을 찾을 때까지 매일 손가락 하나씩을 자르겠다고 엄포를 놓고 오키쿠를 가두라고 명한다. 이때 방 안으로 몰래 들어온 데츠잔이 "나는 당신이 훔치지 않은 것을 알고 있소. 영주님께서는 나를 신뢰하시니, 내가 잘 말씀드리기만 한다면 이 어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오." 그러나 오키쿠는 거절하고 강제로 제압하려는 데츠잔을 피해 몸을 틀어 근처 우물에 몸을 던진다.

이후 우물에서 밤마다 그릇 세는 여자 목소리가 들리는데, 귀신이 열까지 세는 것을 들은 사람은 모두 죽게 된다는 이야기다.

 

 

「도쿄를 불바다로 만든 저주받은 기모노」 장도 흥미롭다. 이를 '후리소대의 저주'라고 한다. 17세기 일본 에도에 혼묘지라는 사찰이 있었다. 당시 일본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주로 사찰에서 장례를 치르곤 하였는데, 혼묘지는 에도 안에서도 큰 곳이었기에 수많은 사람이 장례를 치르고자 찾던 곳이었다. 추운 겨울 어느 날에 가면 장수 부부가 시신 한 구를 가지고서 혼묘지를 찾았다. 장례를 치르는 승려가 관을 받아 열어 보니 그 안에는 한 묘령의 여인이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죽어 있었다. "짝을 찾지 못해 죽은 아이이니 죽은 뒤에라도 그 한을 풀 수 있도록 빌어 주십시오." 승려는 더 이상 묻지 않고 소녀의 장레를 치러 주었다. 시신을 묻을 때가 오자 가면 장수 부부는 딸의 몸 위에 화려한 후리소데 한 벌을 덮어 주었다. "딸아이가 생전에 아끼던 것입니다···." 후리소데란 당시 결혼하지 않은 여인들이 성인식이나 혼례를 올릴 때 입던 예복으로, 본래 화려한 것이지만 그 중에서도 유독 눈에 띄었다. 짙은 보랏빛 천에 아름다운 무늬가 빈틈없이 수놓아져 있는 것이 전에 본 적 없이 화려했다.

한 해가 지나고 어느 날 도착한 시신 또한 공교롭게도 젊은 여인이었다. 승려는 문득 1년 전 절에 왔던 가면 장수의 딸이 떠올랐다. 날짜를 헤아려 보니 그날은 그녀의 시신이 온 지 딱 1년째가 되는 날이었다. 절차에 따라 장례를 치르다가 관을 덮을 때 그녀의 부모가 딸이 생전 아끼던 물건을 관속에 넣어주는데, 이를 본 승려가 깜짝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것은 다름 아닌 1년 전 가면 장수 부부가 딸의 시신 위에 덮어 주었던 그 보랏빛 후리소데와 같은 것이었다. 그리고 또 1년이 지난 날 그 후리소데가 또다시 죽은 여인의 몸에 덮인 채 사찰에 돌아온 것이다. 시체를 옮기는 일을 하는 일꾼의 고백이 이어진다. 자신이 옷을 빼돌려 시장에 내다 팔았다고 고백한 것이다. 그러핟고 이번에도 같은 날 이곳으로 돌아오다니··· 승려가 가면 장수 부부를 찾아가 들은 사연인 즉 딸을 엄하게 키운다고, 바깥 출입을 금했다고 한다. 다만 1년에 단 두 번 마을의 큰 축제 때만 밖으로 나가는 것을 허락했다. 손꼽아 기다리던 소녀는 열일곱 살 되던 해 마을을 떠나 세상 구경을 하다 화려한 무늬의 보라색 예복을 입은 사내와 눈이 마주쳤는데 흔히 말한 사랑에 빠진 것이다. 집에 돌아와 상사병에 걸려 앓아눕게 되자 부부가 사내의 행방을 찾아 결국 찾아냈다. 그러나 딸에게 그 사실을 말해 줄 수 없었다고 한다. 사내의 직업은 남자 귀족들의 잠자리 수발을 드는 와카슈도였기 때문이다.

 


 

결국 승려는 절에 돌아와 그녀의 후리소데를 두고서는 제를 올렸다. '당신의 한은 잘 알겠으나, 억울하게 죽은 처녀들은 무슨 죄겠소? 생전의 한은 그만 잊고 이제 편히 잠드시요···' 그러자 주변에 한차례 신선한 바람이 불어왔다. 마치 오키쿠의 혼이 응답하는 듯했다. 승려는 안심하여 제의 마지막 순서로 오키쿠의 후리소데에 불을 붙였다. 오키쿠의 화려한 후리소데가 타들어 가는 것을 보고 발길을 돌리지 문득 숲에서 바람이 거세게 불기 시작했다. 활활 타오르는 후리소데가 오키쿠의 모습이 보이는가 싶더니 법당으로 불이 번지고 하늘 높이 올라 삽시간에 사찰을 집어 삼켰고 마침내 근처 민가까지 번졌다. 후리소데에서 시작된 불길은 금세 온 도시에 번져 이윽고 에도를 잿더미로 만들어 버렸다. 이 사건이 바로 1657년 일본에서 일어난 '메이래키 대화재'다. 화재는 사흘이나 계속되면서 동경의 7할을 불태웟고, 무려 1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저자 : 괴담실록

동아시아 야사와 전설, 괴담을 들려주는 유튜브 채널이다. 괴담 특유의 으스스한 분위기와 과하지 않은 효과음, 묵직하지만 차분한 목소리로 역사적 인물들이 겪은 기이한 이야기부터 괴이하고 기묘한 이야기를 모두 들려준다.

 

유튜브 괴담실록

인스타그램 @goedamsilok

페이스북 괴담실록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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