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답은 독서에 있었다 - 당신의 꿈에 날개를 달아줄 독서 여행
Henrik Kim(헨릭 김)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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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인생의 답은 독서에 있었다』는 자기계발서이다. 보다 성공적이고 더 나은 삶을 살아가기 원한다면 '책을 읽어야' 한다는 주장이 실려 있다. 자본주의 아래서 더 나은 삶이란 두 가지 요건을 갖춰야 한다. 하나는 누가 뭐라도 '돈'이야기일 수밖에 없다. '경제적 자유'라고 표현하지만 많은 돈을 벌어야 얻을 수 있는 삶의 가지라고 생각된다. 이를 얻기 위한 답이 '책' 속에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경제적 자유가 주어진다면 이를 향유할 수 있는 '시간적 자유'를 말한다. 돈을 많이 번다고 평생 돈 벌이만 하다가는 삶에 의한 소중한 가치를 버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저자 헨릭 김의 주장은 논리적으로나 현실적 상황에 비추어볼 때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맞다고 생각할 것이다.

만약 책 속에서 길을 찾거나, 책 속에서 성공하는 방법을 알아내거나, 책에서 배운 대로 실천해 두 가지를 얻은 사람이 정말 셀 수 없이 많다. 유명 인사들 대부분 '삶에 가장 중요한 가치 있는 것'에서 '책'을 꼽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너무 널리 알려져 재삼 거론하는 것이 잔소리가 될 정도이니 책의 중요성을 강조한다는 것은 어떤 논리를 펴기에도 무리가 없을 터다. 외국의 유명 인사들, 버락 오바마, 스티브 잡스 등 정재계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책을 강조한 분들 중에 꼽힌다.

 


 

사실 책의 중요성을 말하는 사람은 우리 선조 때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에도 너무 많은 사람들이 있다. 다산 정약용뿐만 아니라 일제 강점기의 주요 인물들, 최근의 김대중 전 대통령, 문재인 전 대통령도 책을 가장 중요한 배움터로 삼았다고 말했다. 경제계 인사도 많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도 모두 책을 중요하게 생각했고 많은 독서를 통해 자신의 신념을 다지고 새로운 길을 모색하기도 했다. 이같은 현실은 우리 조상 대대로 공부를 해야 출세할 수 있다는 유교적 사상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한국전쟁 후 끼니를 잇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학교에 가서 공부하기를 원했고, 자식의 공부를 위해서라면 부모는 굶기를 밥 먹듯 해도 배고프지 않았다.

21세기 현재라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다. 디지털 세상이라 점차 종이로 만든 '책'은 줄어들 것이라고 예견하고 있지만 그 자리를 '디지털 책'이 대체할 뿐 '책' 자체를 부인하진 않는다. 그리고 세계 10위의 경제대국(2022년 기준으론 13위)이라고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금 자신의 삶보다 더 나은 삶을 살기를 원한다. 경제적 자유와 시간적 자유를 다 누리는 인생을 살고 싶어 하는 것이다. 경제적 자유가 없을 때에는 경제적 자유를 위해 올인했지만, 어느 정도 갖춰지고서는 '시간적 자유'를 원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먹고 살 것을 걱정하지 않을 정도라면 사람으로서 갖고 있는 혜택을 누려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 많은 사람들이 두 가지를 다 누릴 정도로 대한민국 사회는 풍요로운 상태가 아니다. 둘 중 하나를 포기하거나, 둘 다 포기하고 살아가는 사람이 훨씬 더 많을 것이다.

 

 

저자는 우리는 둘 다를 모두 누릴 수 있는 충분한 자격이 있다. 단지 그것을 깨닫지 못할 뿐이고, 현실에 자신을 맞춰 살아가는 것이 당연하다고 받아들이고 있을 뿐이다고 말한다. 물론 아니라고 주장할 만한 근거가 없으니 반론을 내기에는 어렵다. 더욱이 이 책은 둘 다를 가진 삶을 갖도록 해주는 길을 안내하는 책 아닌가. 저자는 친절하게 안내하는 말에 앞서 질문부터 시작한다. 어떻게 하면 둘 다를 가진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그것은 바로 독서를 하며 성공자의 마인드를 자신에게 장착하는 것이라는 게 저자의 답이자 더 나은 삶을 위한 길이라고 단언한다. "성공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의식 수준이 높은 사람들이다. 책을 읽고 긍정적인 생각을 하고, 자신의 내면의식을 더 크게 성장시키는 것이다."라는 주장도 한다. 이 주장의 옳고 그름은 따질 필요가 없다. 의식 수준이 높은 사람은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며, 보이지 않는 너머의 희망을 볼 줄 아는 사람들이라는 주장이 전혀 근거가 없지 않기 때문이다. 옳고 그른지를 정확하게 판별해 내는 일은 그리 녹록치 않은 주장이다. 옳고 그름을 따지기 위해서는 '실천' 여부를 봐야 할 것이다. 저자의 말대로 믿고 실천한다면 성공하는지에 대한 여부를 실례로 판단해야 할 일이다. "눈에 보이지 않아도 강력한 믿음이 있기 때문에 자신의 목표를 생생하게 상상할 수 있고, 그것이 이루어진 것과 같이 느낄 수 있다."는 추상적이라 믿음에는 다소 흠이 있는 발언이라고 독자는 생각한다.

그래도 더 나은 삶을 위한 단초를 제공하고, 풀어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저자의 접근은 훌륭한 선택이라고 독자는 생각한다. 그러기에 이 책의 내용 중 어디선가 읽은 듯한 느낌에 의심을 품을 필요가 없고, 어디선가 들은 듯한 이야기라도 오히려 더 설득력을 갖게 해준다. 책의 독창성을 따지지 않기에 그렇다.

 


 

저자는 책의 곳곳에서 지금 자신의 삶이 힘들다고 생각한다면 독서를 하며 스스로 자신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한다. 독서는 자신의 내면의식을 성장시켜주고, 마음의 여유 공간을 만들어준다. 독서를 통해 자신의 내면의식을 현재 겪고 있는 삶의 고민이나 어려움보다 더 크게 성장시킨다면, 그것은 고민이나 어려움이 아니라 자신의 성장과 성공을 위한 작은 과정의 일부분이 될 것이다. 이 책은 독서를 통해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것에 대한 중요성과 그 방법을 알려준다. 저자는 『인생의 답은 독서에 있었다』에서 일관성 있게 자신의 주장, "독서를 통해 내면의식을 성장시키는 방법을 활용해 성공을 향해 한 발짝씩 나아가자"는 주제를 뚝심 있게 초지일관 책 속을 가로지른다.

저자에 따르면 우리 모두는 누구나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특별한 존재임을 잊은 채로 살아가고 있다. 우리 스스로가 ‘나는 전혀 특별한 것이 없는 평범한 사람’이라고 정의하며, 그런 생각 속에 자신의 한계를 만들어버린다. 저자 역시 이런 생각을 깨고 나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이야기하며, 스스로 규정한 ‘한계 있음’이라는 생각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독서’라고 단언한다.

독서는 자신의 꿈과 희망, 그리고 가능성을 발견하는 과정이다. 독서를 해야 생각이라는 것을 하게 되고, 생각을 해야 행동하며, 행동을 해야 자신의 삶에 변화가 일어난다. 바쁘다는 핑계로 자신이 누구인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삶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외면하면 앞으로 다가올 작은 변화나 다른 사람들의 말 한마디, 미풍에도 쉽게 흔들리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독서는 기존에 자신이 가지고 있던 생각의 틀을 깨고 그 너머에 있는 또 다른 세계를 발견하게 해준다. 흔들림 없이 자신의 꿈을 찾고, 자신의 길을 가는 방법, 이 책에서 확실하게 배운다면 남은 것은 실천뿐이다.

 


 

저자의 책 쓰기는 책 속에 나와 있는 〈한국책쓰기강사양성협회〉란 단체의 일원으로서 책 쓰기를 시도한 것인지, 진심으로 자신의 필요에 의해 이 책을 쓴 것인지 조금은 파악하기 어렵게 글을 써 가고 있어 아쉽다. 독자의 입장으로서는 평소 저자의 신념에 의해 쓴 책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다시 말해 돈을 벌기 위해 책을 쓴 것이 아니라 책에서 언급한 대로 책을 쓰고 싶었던 내용을 그대로 적었기에 책이 되어 나올 수 있었는지가 다소 불분명하다는 이야기다. 책 속의 내용은 어디를 봐도 흠 잡을 데 없는 책 같은데 서두에 이 단체의 도움을 받았다고 '프롤로그'에 썼기에 하는 말이다. 그렇다고 이 단체를 폄훼하거나 나쁜 인상을 갖고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럴 정도로 이 단체에 대해 아는 것도 없을 뿐만 아니라, 이 단체에 대해 나쁜 얘기도 들은 바가 없다. 이 단체를 폄훼할 의도는 전혀 없다는 이야기다. 다만 요즘 자기계발서가 이 단체의 이름을 들먹이는 경우가 많아 오히려 이용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잠깐 들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모두 5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누구나 살면서 책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 2장 「평범하고 바쁜 사람일수록 독서에 미쳐라」, 3장 「삶을 성장시키는 독서 기술 7가지」, 4장 「최소의 노력으로 최대의 성과를 내는 독서법」, 5장 「주도적으로 삶을 살고 싶다면 독서하라」 등이다. 이 가운데 3장의 내용은 깊이 각인시켜 놓을 내용으로 독서의 보람을 느끼게 해준다. 이 7가지를 독자가 임의대로 번호를 매겨 여기에 적어본다. 필사하는 마음으로 더 깊이 각인시키기 위함이다. ① 관심 분야나 몸담은 분야의 책을 10권만 사서 읽어라 ② 구체적인 목적을 가지고 독서하라 ③ 스마트폰을 끄고 책을 읽어라 ④ 나만의 독서공간을 만들어라 ⑤ 새벽은 책 읽기 가장 좋은 시간이다 ⑥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버려라 ⑦ 질문들을 던지며 책을 읽어라.

 


 

책을 읽으면 왜 삶을 긍정하게 되는 것일까? 책을 읽게 되면, 자연스럽게 스스로 생각을 한다. 또한, 자신이 간절히 바라는 꿈과 소망이 무엇인지 탐구하기 시작한다. 독서를 하게 되면, 시간이 흘러가는 대로 아무 생각 없이 사는 사람들이나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던 사람들도 자기 자신의 존재와 자신의 미래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p.199)

 

저자 : Henrik Kim(헨릭 김)

 

책 쓰는 직장인, 직장인 멘토, 독서법 코치, 베스트셀러 작가 동기부여 강연가, 자기계발 코치. 세상의 모든 좋은 운을 끌어당기는 독서와 책 쓰기를 하며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 하는 직장인이다. 어제보다 성장하고 발전한 자기 자신을 마주하는 것은 최고의 기쁨이고 행복일 것이다. 현재 22년 차 대기업 직장인으로 HD현대글로벌서비스에서 선박 엔진 A/S 부품 관련 업무를 하고 있다. 대한민국이 국제통화기금(IMF)의 지원을 받던 정말 어려웠던 시기에 공대를 졸업하고 현대중공업에 입사해서 직장생활을 처음 시작했으며, 선박 엔진 설계 엔지니어로 12년 이상 근무했다. 이후 회사 업무혁신부서를 거쳐 HD 현대글로벌서비스에서 지금까지 근무하고 있다. 입사 후 항상 바쁘게 돌아가는 회사 업무만 생각하고, 정작 중요한 ‘앞으로 어떤 삶을 살 것인가’와 같은 자신의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고 살았다. 늦은 나이에 자기 자신에 대해 자문을 하며 답을 구하고자 독서를 하기 시작했다. 독서를 통한 깨달음과 즐거움을 발견하고, 현재 10년 이상 새벽 독서를 꾸준히 실천하고 있다. 독서와 등산을 좋아하며, 현재는 크루즈 여행에 관심이 많은 직장인이다. 또한, 경제적 자유와 시간적 자유를 모두 누리기 위해, 자기계발, 동기부여, 재테크, 독서법, 내면의식 성장과 당당하게 인생을 사는 방법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있다. 앞으로 매년 3권 이상의 책을 집필하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어, 독서를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나 독서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좀 더 쉽게 독서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자 한다. 독서를 하면서 스스로를 긍정하게 되었으며, 자신이 정말 소중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직간접적으로 인연이 있는 모든 사람 들이 소중하게 다가왔다. 저자는 이런 깨달음과 긍정에너지를 주위 사람들에게 마음껏 나눠주는 더 큰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

인스타그램 : @richdreamer_henrik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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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가혹했던 전쟁과 휴전
마거리트 히긴스 지음, 이현표 옮김 / 코러스(KORUS)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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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한국에 가혹했던 전쟁과 휴전』은 한국전쟁 종군기자의 생생한 기록이 담겨 있어 우리에게 의미가 크다. 우리 대한민국은 아직 70년 간 휴전 상태를 지속하고 있으며, 통일을 국가 제 1의 과업으로 지정했으면서도 이루어지지 않은 통일이 언제 이루어질까 염려가 큰 상황에서 이 책은 더 의미가 있다. 물론 우리의 의사나 의지만으로 통일을 이룰 수 있을 것이란 '꿈'은 '소원'으로 바뀌었지만 70년 전의 상태에서 더 이상의 진전을 보지 못한 안타까움이 만성화될 상태여서 이 책의 발견은 큰 전환점으로, 새 희망으로 삼은 만한 내용이 독자 입장에서는 더 없이 반갑고 고맙게 생각한다.

올해 2023년은 한국전쟁 휴전과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 70주년의 해이다. 이 책은 이를 기념하여, 미국의 전설적인 여류언론인이 남긴 한국전쟁과 휴전에 관한 글들을 엮어서 단행본 으로 펴냈다. 책의 기획과 제목을 정하고, 주석에 관한 조언은 물론 추천사까지 써준 분은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고, 번역과 주석은 이현표 전 주미국한국대사관 문화홍보원장이 맡았다. 차마 기억하기조차 싫은 한국전쟁의 기억을 다시 꺼내고 되돌아보며 통일에의 염원을 키워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많은 독자들과 함께 조심스럽게 제안하는 듯하다. 독자로서도 이 책이 북한에 대한 증오나 지구상에서 없애야 할 '적'보다는 대다수는 함께 살아가야 할 북한 주민들에 대한 동정심이 가슴 한 켠에 자리잡고 있어 이 책이 주는 의미는 남다르다. 특히 독자처럼 한국전쟁을 직접 경험하지 못한 대한민국의 한 시민으로서 인류의 나아갈 길을 함께 생각해볼 기회를 찾는다는 점에서 이 책은 반가움을 넘어 황홀함까지 선사해 준다.

이 책의 저자이자 한국전쟁 초기 6개월을 병사들과 함께 전장을 누비며 당시의 기록과 군의 움직임 등을 생생하게 담아낸 마거리트 하긴스(1966년 베트남전쟁 취재 중 풍토병으로 병사)에 대해 감사함을 표시하고 그를 기리는 계기가 된다.

 


 

하긴스는 한국전쟁 발발 나흘 후인 1950년 6월 29일 수원 비행장에서 전쟁상황의 시찰 차 방한 중인 맥아더 장군을 만나고, 그의 전용기에 동승해 도쿄로 가는 도중 ‘한국에 지상군 파병’에 관한 특종을 건진다. 이후 그녀는 6개월 동안 맥아더 장군의 특별 배려로 전선을 취재하며, 여러 특종 보도를 하고, 1951년에는 한국전쟁에 관한 세계 최초의 단행본 『War in Korea』를 발간하여 여성 최초로 퓰리처상을 수상한다.

기억하기 싫지만 이 책은 어쩔 수 없이 남침 상황의 기억을 꺼내야 한다. 1950년 6월 25일 새벽, 북한 공산군(인민군)이 한반도를 적화하기 위해 중공을 등에 업고, 소련의 군비지원과 조종하에 침략전쟁을 도발했다. 스탈린과 김일성의 초상화를 앞세우고, 한민족의 국기인 태극기를 배신한 채 소련이 디자인해 준 인공기를 앞세운 채 동족의 가슴에 총을 겨눴다.

휴전과 한미동맹체결 70주년에 하긴스를 다시 소환한 분은 이 책의 역자 이현표다. 〈역자 후기〉에 따르면 1999년 9월 어느 토요일 아침, 독일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문 근처의 유서 깊은 벼룩시장이다. 그곳의 어느 진열대 위에 수북히 쌓여 있는 〈데어 슈피켈〉 시사주간지에서였다. 1950년대 초에 발간된 잡지들이라 구미가 당겼다. 잡지를 얼마간 들추다가 우연히 미군 모자에 군복을 입은 미모의 표지인물이 눈에 띄었다. 마거리트 하긴스였다. 1951년 7월 11일자 이 잡지는 커버스토리로 「Kriegsschauplatz Korea(한국 정쟁터)」라는 책자의 저자인 그녀를 다루고 있었다. 궁금했다. 도대체 그녀가 누구이길래 독일 최고 시사주간지 표지인물이 되었을까? 그러나 역자가 히긴스의 이름과 얼굴을 알았을 때 그녀는 벌써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당시 주독한국대사관 문화홍보원장이라는 직책을 갖고 독일에 머무르던 역자는 그녀가 남긴 한국전쟁에 관한 저술이 우리에게 대단히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즉시 베를린의 고서점을 수소문하여, 독일어 번역본을 샀고, 미국의 고서점에 연락하여 영어로 된 원서도 구입했다. 당시 해외에 우리나라를 소개하는 일이 본업이다 보니 한국과 관련된 영어, 독일어 등 외국어로 된 많은 서적과 음반 등 자료를 수집했다고 역자는 말한다. 부끄럽게도 그때 처음 하긴스를 알았고, 그녀가 쓴 한국전쟁에 관한 책도 처음 알았다고 털어놓는다. 이 경험을 토대로 2000년 5월 28일 주독한국대사관 문화홍보원의 인터넷 웹진 'Koreaheute(오늘의 한국)'에 마거리트 히긴스에 관한 기사를 독일어와 한글로 실었다고 한다. 또 2005년 2월 주미한국대사관 문화홍보원장으로 부임해서는 2005년 8월 14일 워싱턴의 케네디 센터에서 〈히긴스의 눈에 비친 한국〉이란 음악을 선보였다. 그리고 2006년 7월에는 〈마거리트 히긴스에게 보내는 헌사〉라는 DVD를 제작했다.

누가 자신에게 히긴스가 누구냐고 물으면, 자신있게 이 책의 뒤표지에 실린 사진이라고 대답하고 싶다고 역자는 말한다. 앞서 언급한 이 장면은 한국전쟁 발발 4일 후인 1950년 6월 29일, 대한민국 수원 비행장에서 오른팔을 허리에 얹고 70세의 맥아더 장군과 마주 서 있는 30세의 당돌한 여기자 말이다.

하긴스는 트루먼, 아이젠하워, 케네디, 존슨 등 당대의 모든 미국 대통령과 인터뷰했던 여류 언론인이다. 심지어 케네디 대통령과 그의 동생 로버트 케네디 미 법무부장관과는 가족처럼 지냈고, 존슨 대통령은 히긴스의 자택을 방문했을 정도라고 귀띔한다. 이미 베테랑 종군기자이고 영향력 있는 언론인임을 반증하는 예로 이해된다.

 

 

히긴스는 한국전쟁 종군기자로서 전략 지휘관들뿐만 아니라 서울이나 전장의 민간인들도 만나 인터뷰 등 취재에 열과 성을 다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는 따뜻한 마음으로 한국인에 대한 애정을 보여주기도 한다. 전황이 급박한 가운데 불시 침략을 받은 한국군과 미군은 초반 밀리며 후퇴를 거듭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와중에도 전황을 예리하게 읽고 판단하는 눈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의 책에 한 대목을 옮겨본다.

해 질 무렵 우리는 호위를 받고 출발했다. 줄곧 앞길을 가로막는 짓궂은 빗줄기를 뚫고 부지런히 달렸다. 스코트 중령이 말했다.

"그들은 여기서 적어도 7마일 이상 떨어져 있습니다. 그러나 우물쭈물할 시간이 없습니다. 서울로 가는 길이 게릴라들에 의해 쉽게 차단될 수 있습니다."

서울에 이르는 길은 피란민들로 붐볐다. 수백 명의 한국 여인은 갓난아이를 등에 업고, 머리에는 커다란 짐보따리를 이고 있었다. 수십 대의 트럭은 나뭇가지로 교묘히 위장됐다. 한국군 장병들은 지프차와 말을 타고 양방향으로 줄지어 쉴새 없이 지나갔다.

비에 젖은 거리 위에서 피란민들이 우리 미국인의 작은 차량 행렬을 향해 환성을 지르며 손을 흔들었다. 그 모습은 가슴 뭉클하면서도 어딘지 겁나는 경험이었다. 그들은 미국이 무언가를 해줄 것이라는 애처로울 정도로 뚜렷한 확신을 가진 듯했다. 그때 문득 내 머릿속에는 하나의 간절한 소망이 자리 잡았으며, 이후에도 나는 종종 같은 생각을 했다.

"제발, 우리가 저 사람들을 낙담시키지 않았으면 좋겠어!"(p.25)

 


 

히긴스는 책을 통해 그가 한국전쟁뿐만 아니라 세계 정세와 국제 정세에 능통한 관점을 갖고 있다고 독자는 생각한다. 한국전쟁 동안 종군기자로 활동했지만 세계에서의 공산주의 사회의 확산, 제 2차 세계대전을 치르면서 국제적 힘이 어디로 몰리고 있는지, 그리고 그 힘의 잣대가 어떻게 작용하는지, 어떻게 균형을 맞추거나 우리에게 유리하게 작동하도록 해야 하는지에 대해 혜안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정세 판단을 정확하게 하고 있었다는 뜻이다.

나는 1948년 소련이 베를린 장벽을 설치한 순간, 미국의 지도자들이 가상의 전쟁을 위한 준비를 시작했어야 한다고 본다. 소련은 그때 힘을 사용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트루면 대통령이 350만 명의 병력으로 미국을 방어할 수 있다고 언급한 것은 웃음거리이다. 모든 책임 있는 장교는 우리가 승리하기를 바란다면, 1.400만 명에 근접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미국인이라면 다 같겠지만, 나도 전면전을 준비하여 긴장 상태를 조성하는 것은 자유를 위협하는 것임을 잘 안다. 그러나 이러한 위험은 우리가 대처할 수 있을 것으로 새악ㄱ하낟. 우리의 자유로운 바언과 자유로운 언론의 관행은 그 뿌리가 충분히 깊다. 따라서 우리는 군사독재체제가 되지 않고도 소련에 대항하는 군사력을 정비할 수 있다. (중략)

한국전쟁에서 공산주의자들은 비공산세계에 손쉬운 표적이 있다고 생각하면, 언제 어디라도 군사력에 호소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제 우리는 그들의 침략을 막을 수 있도록 압도적인 힘으로 무장해야만 한다. 한반도에서 우리는 준비하지 않은 전쟁을 치름으로써 값비싼 대가를 치렀다. 또한 승리는 더 많은 비용을 요구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패배할 때 치러야 할 비용보다는 훨씬 저렴할 것이다.(p.273~274)

 


 

섹스 심볼 마린린 먼로를 뺨치는 관능적 육체와 미모에 최고의 지성까지 갖춘 종군여기자가 한국전쟁 발발 이틀 후부터 미군과 동거동락하며 전선을 누비고 있었다. 그 이름은 마거리트 히긴스(Marguerite Higgins, 1920-1966). 270명의 종군기자 중에서 유일한 여성이었던 히긴스는 전쟁 초기 6개월간, 여러 번 죽을 고비를 넘기며, 한강 인도교 폭파·평택과 천안전투·대전전투·낙동강전투·인천상륙작전과 서울수복·장진호전투 등을 직접 목격한 산증인이었다.

『War in Korea』에는 맥아더라는 이름이 다른 인명들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많이 등장할 뿐 아니라, 히긴스와 맥아더의 사이가 무척 가까웠을 것이라는 의혹을 가질 만한 부분도 있다. 심지어 히긴스와 맥아더가 이 책을 공동 집필한 것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갖게 만든다. 또한 『War in Korea』에는 한국전쟁을 다룬 수많은 국내외의 저술과 차별화되는 매우 시사적이고, 객관적이며, 흥미롭고, 유용한 정보들이 담겨있다.

 

저자 : 마거리트 히긴스

미국 버클리대학교, 컬럼비아 대학원 졸업 후 1942년 뉴욕 헤럴드 트리뷴 신문에 입사하여 런던·베를린·도쿄·모스크바에서 특파원으로 1963년까지 활동하면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역량을 보여주었던 전설적인 여류언론인이다. 특히 한국전쟁 초기 6개월 동안 종군기자로 활약하며 여러 특종을 보도하고, 한국전쟁에 관한 단행본인 『War in Korea』를 발간하여 1951년 여성 최초로 퓰리처상 수상자가 되었다. 종군기자로 활동 후에도 1951년∼1954년까지 한국을 7차례 방문해 다양한 인터뷰를 통해 한국전쟁 휴전에 관한 귀중한 기록을 남겼다.

 

역자 : 이현표

고려대학교 독어독문과를 졸업하던 해인 1978년 제22회 행정고등고시 합격 후, 문화부 해외공보관에서 30년 동안 해외에 대한민국을 홍보하는 공무원으로 일했습니다. 주로스앤젤레스 한국문화원 문화관, 주독일한국대사관 공보관, 주독일한국대사관 문화홍보원장, 주미국한국대사관 문화홍보원장을 역임했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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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는 오랜만에 의학 책을 만난다. 이 책 『히포크라시』은 몇 년 만에 처음 읽는 의학서이다. 의학서라기보다 사실은 자연과학자, 의사, 혹은 의학 관련 종사자들이 읽어야 할 관한 책에 가깝다. 인체의 구조나 질병, 치료 등에 관한 이야기가 실려 있는 게 아니라서 하는 말이다. 표제어 '히포크라시(Hippokrasy)'도 부제 「히포크라테스를 배신한 현대 의학」에서 알 수 있듯이 표제어는 히포크라테스와 '위선'을 뜻하는 말로 이루어진 신조어이다. 의학은 과학이다. 그렇다면 현대 의학은 당연히 현대 과학…이 맞을까? 두 저자 레이첼 부크바인더와 이언 해리스는 이 책에서 과학적 근거에 기반하지 않는 현대 의학의 문제점들을 철저하게 고발한다. 출간 즉시 의료계에 큰 화제가 됐던 이 책은 호주 및 전 세계 의료계에서 존경받는 두 의사가 쓴 것이다. 이 책은 철저하게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을 근거로 삼는 ‘증거 기반 의학’을 토대로, 최신 연구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관행에 따르는 의료계를 비판한다. 이 책은 널리 알려진 의학적 오해와 과거의 시행착오부터 최신 연구 결과에 이르기까지 의료의 역사를 아우른다.

두 저자는 이 책의 제목처럼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바탕으로 의료계의 올바른 미래를 위한 변화를 촉구하며 의사와 환자 모두의 미래를 바꿀 수 있는 청사진을 그린다. 그들이 그리는 청사진은 기존 현대 의료 비판서와는 다르다. 이 책에서는 과도한 영리 추구로 타락한 의료 ‘시스템’만을 고발하는 다른 책과는 달리, 과학적 증거가 미비한 의료 행위가 만연하고 이를 비판 없이 행하는 의사들을 함께 겨냥한다. 이를 통해 기존 비판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의료 윤리적 담론을 형성한다. 독자는 이 책을 통해 최근 경험한 독자 개인의 일과 히포크라테스에 대해 더 배우고 깊이 생각해볼 기회를 갖게 된 것도 행운이고 행복하다.

 


 

독자는 의사에 대한 신뢰가 굉장히 높은 편이다. 의학을 알거나 의사들의 능력을 알아서기보다 개인적인 일이지만 작고하신 아버지가 어렸을 때 꿈이었고 결국 이루지 못한 의사에 대해 무한 동경심을 갖고 있고, 친구들 중에는 의사나 의학계에 계신 분들이 많았을 정도로 의학에 큰 관심을 갖고 계셨다. 그러나 아버지가 의학에 꿈을 두던 시절엔 일제 강점기라 한국인(조선인)들에게 의사가 되기 위해 의대를 졸업하고 의학을 공부하기에는 너무 힘들었던 모양이다. 일본의 큰 대학이나 한국의 경성제국대학(지금 서울대학교 전신) 뿐이었으나 경성제국대학의 의대도 결국 돈 많은 친일 귀족 계급이나 쳐다볼 수 있는 벽이 높았다고 한다. 결국 포기하고 사범학교로 진로를 바꿔 결국 교유계에 계셨다. 그러나 아버지는 의사가 늘 부러웠던 것 같기도 하다. 당인이 의사가 아니지만 의학계 친구가 꽤 있었다. 의사가 되고 싶었던 것도 아마 할아버지의 이른 사망이 원인이었던 듯하다. 독자의 할아버지는 아버지가 어렸을 때 지금으로서는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는 고혈압에 의한 심장마비가 아니었을까 추측하셨을 뿐이니까.

또 아버지는 당신의 몸이 건강한 편이 아니어서 더 의사가 되려는 꿈을 가졌던 것은 아닐까 생각해보는 것은 아들로서의 독자 개인의 추정일 뿐이다. 아버지는 아들인 독자에게 단 한 번도 의대에 갈 것을 요구하거나 제안을 하지 않으셨다. 아버지는 혈압도 높고, 당뇨도 조금 있는 만성질환자로서 평생 병원에 들락거리시며 사셨다. 큰 병은 아니지만 철저한 자기 관리와 꾸준한 약물 치료, 적당한 운동 등을 평생 병행하셨다. 좋아하던 술과 담배도 의사의 권유에 의해 평생 금했다. 독자의 기억으로는 아버지가 40대 초반의 일이다. 이후 평생 어긋남이 없이 생활했다. 의사의 권유가 평생 삶의 기준이 된 것이다. 그만큼 의사에 대한 신뢰도가 높으신 분이었다. 알게 모르게 독자도 영향을 받았으리라고 생각된다. 독자 역시 의사는 아니지만 의사에 대한 신뢰감이나 맹신에 가까울 정도로 의사들의 치료 행위를 믿는다.

 


 

그러다 독자의 맹신에 결정적 금이 가는 한 사건에 부딪쳤다. 아버지가 파킨슨씨 병이라는 판정을 받고 입퇴원을 세 번 반복하며 치료해 왔다. 1차의료기관인 대형 병원이다. 그러던 중 평소 불편을 끼치던 전립선비대증에 관한 수술 이야기를 주치의로부터 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수술을 하고 싶다고 어머니에게 말씀하셨다. 어머니는 두 말 없이 수술을 해달라고 병원에 요청했다. 아버지가 결정한 것은 주치의의 말을 듣고 했고, 수술동의서는 주치의 밑의 전공의가 와서 받아갔다. 주치의는 아버지에게 전립선비대증을 수술로 고칠 수 있는 신형 의료기를 수입해 왔다고 수술을 하겠느냐고 의사를 타진했다고 한다. 연세가 80인 노인에 당뇨와 부정맥이란 심장질환도 겹친 노령의 파킨슨씨 병자에게 수술을 권유하다니. 지금 같아서는 동의하지 않았거나 어쩌면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의료 지식도 전혀 없는 데다 외국의 신형 의료기기를 들여와 수술 장면도 환자가 앉아서 실시간으로 지켜볼 수 있을 정도로 최점단 신형 의료기라고 의사를 신뢰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수술은 이뤄졌고, 수술 일주일 만에 중환자실로 옮겨져 며칠 만에 숨졌다. 파킨슨씨 병으로 신경외과였던가 할 정도로 의료기관이나 의료절차 등에 무지했다. 독자로서 반성하지만 이미 일은 벌어졌다. 황망스런 가운데 의사를 찾아가는 길에 엘리베이터에서 만났다. "몇 말씀 듣고자 찾아뵈러 가던 중"이라고 하자 의사는 대뜸 화를 냈다. "뭘 물어보신다는 거예요? 내가 수술을 잘못했다는 것을 따지겠다는 이야기예요." 도무지 알 수 없는 말을 남기고 치료진을 이끌고 왕진을 가버렸다.

미심쩍고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어서 정확히 알고자 문의를 하려던 것이 오히려 무안 당하고 말았다. 의료 사고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기 때문이다. 국내에 처음 들여왔다는 의료기기라면 당연히 그 의료기기로 수술을 처음 해보는 것일 것이다. 그리고 80세의 노인환자에게 그런 수술을 권유할 수 있었는가 등 불안감과 불만이 함께 섞였다. 그러나 상을 당한 상주의 입장이라 이래저래 계속해서 알아보러 다닌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왜 독자의 개인적인 일을 서평란에 자세히 적었냐면 이 책에서 두 저자가 지적하는 '과잉진료'나 '문제 치료하기' 등의 문제와 직결된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어서다. 독자는 히포크라테스를 이 책 저 책 읽어서 꽤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모든 의사들이 대학 졸업 후 의사로서 첫발을 내딛기 전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한다고 들었다. 히포크라테스 선서문에는 의사로서 명에와 의무, 권한과 의료 행위에 대한 겸허함과 맹세 등으로 이루어졌다고 들은 바도 있다. 뿐만 아니라 철저한 개인 신상 보호 의무도 들어 있는 것으로 안다. 독자로서는 선서문 전체를 처음 본 것이 이 책의 맨 앞에 나와서이다. 그 선서문에 기초해 이 책 『히포크라시』도 이루어져 있다. 이 책은 모두 10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무엇보다 해를 끼치지 말라」, 2장 「과학이 중요하다」, 3장 「과잉 치료」, 4장 「온정과 공감」, 5장 「나는 모른다」, 6장 「탄생과 죽음」, 7장 「문제 치료하기」, 8장 「예방」, 9장 「정상의 의료화」, 10장 「치유」 등이다.

두 저자는 이 10개 장의 문제가 현대 의학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히포크라시'라고 지적한다. 최근 의사조력 자살, 의료화, 간호법 등의 문제가 뜨거운 화두가 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 기저에는 의료 윤리를 비롯한 의료계 불신 정서가 있다. 일반 대중은 의사가 대체로 과학적 원리에 따라 의료 행위를 한다고 여기지만, 실제로 의사가 지시하는 검사와 처방하는 치료의 상당 부분은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거나 증거가 미약하다. 임상만을 전가의 보도로 취급할 수는 없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관절 치환술, 척추 유합술 등 대표적인 14가지 수술의 효능성을 연구한 결과 수술을 하는 것이 하는 것보다 나을 바가 없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를 비롯해 과학적 증거가 있는 데도 많은 의사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거나 이에 따라 행동하지 않는다.

 

 

이 책의 두 저자는 이러한 사실을 바탕으로 과학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언급한다.(2장) 철저한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과잉 치료(스텐트 삽입술)과 과잉 진단(갑상선암 선별검사)의 예를 보여주면서,(3장) 환자에게 무감하며(4장) 자신의 의료적 실패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개선을 거부하는 의사들의 행태를 비판(5장)하기도 한다. 이러한 실제 예시들은 의사뿐만 아니라 (예비) 환자들 역시 곧 마주할 수 있는 ‘건강 위기’에 당황하지 않고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게 해준다. 이 책은 의사 개인뿐만 아니라 시스템까지도 조명한다. 6장과 7장에서는 출산과 최근 의료계의 뜨거운 화두인 의사 조력 죽음의 과도한 의료화를 다룬다. 10장에서는 이러한 비판에서 나아가 환자, 의사, 의료계, 제도권 등 다양한 의료계 주체가 각자 취할 수 있는 해결책을 내놓는다. 저자는 이러한 내용은 모두 ‘과학에 근거’해야 함을 거듭 밝힌다.

두 저자의 말처럼, “많은 이들이 현대 의학에 만연한 유해성과 과잉 치료를 인식하고 글을 썼다.” 실제로 과잉 치료, 의료적 위해, 과잉 진단과 같은 문제는 꾸준히 제기되었다. 하지만 이 책은 단순한 시스템 비판이 아닌, 개인 차원에서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실제로 이 책은 주로 두루뭉술한 ‘시스템’보다 구체적인 ‘사람’을 겨냥하며, 환자부터 의사, 언론, 정부 등 각 주체가 할 수 있는 방침을 제시한다. 요컨대 이 책은 과학적 증거가 미비한 의료행위가 만연하고 그것을 맹목적으로 행하는 의사들이 환자와 사회에 해를 끼치고 있다는 관점으로 현대 의료의 문제를 파헤친다. 과도하게 영리를 좇다가 타락해버린 의료 시스템을 고발하는 다른 책들과 구별되는 지점으로, 이 책이 윤리적으로 한 차원 더 높은 감각을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두 저자는 책의 〈들어가는 말〉에서 "오늘날 우리의 의료 시스템은 인간의 건강을 크게 위협하는 것 중의 하나가 되어버렸다."고 지적한다. 듣기에 따라서는 섬뜩하기도 하고, 과연 의학계에서 가만히 듣고만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폭탄 발언이다. 두 저자는 "의사이자 연구자로서 우리 두 저자는 의학의 상당 부분이 애초에 하기로 했던 일, 즉 건강 개선이라는 일을 하지 않고 있음을 경험으로 안다. 현대 의료는 대중이 의료에 접하는 횟수를 극대화하면서 끊임없이 처방, 수술, 검사, 스캔하도록, 또 과학보다 사업을 우선시하도록 설계되었다."고 말한다. '오늘날 의사가 돈을 따라 치료할지 말지를 결정한다' 즉 돈 있는 사람은 절대 죽지 못하게 치료하고, 돈 없는 사람은 빨리 죽게 치료한다"는 근거없는 말이 나올 정도로 돈과 자본주의 시스템에 예속되어 버렸다는 대중적 인식에도 책임은 결국 의료계에 있다는 지적으로 느껴진다.

그러나 의료계는 옛날 도제식 방식의 의사 양성의 모습을 보인다는 사실은 의사끼리의 결속력과 그의 직업적 자부심마저 결합돼 어떤 일이 이루어지든 자신들의 결정을 존중하게 되는 철옹성의 모습을 보여준다.

두 저자는 지난 200여년에 걸쳐 건강과 기대 수명 면에서 보인 주된 발전은 현대 의학 덕분이 아니라 깨끗한 물 공급, 상하수도 분리, 충분한 식량 확보, 전쟁 억제 등 공중보건과 정치 및 산업의 성취 덕분이라고 의학의 기여에 대해 부정한다. 물론 전혀 없다는 것은 아닐 터다. 그러나 오늘날 인식하는 것처럼 완전 의학에 의해 '100세 시대'가 열렸다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는 지적이다. 뿐만 아니라 의료가 보편적으로 혹은 지속적으로 건강이나 삶의 질을 개선한 것은 아니다는 주장도 서슴지 않는다. 상당 기간의 임상 경험, 진단과 치료, 연구와 상담 등을 거쳐 두 저자가 내놓은 주장은 획기적이지만 실현 가능할지에 대해 왜 불안감이 들까? 의료계가 그만큼 시스템으로 정교하게 복마전화된 탓일까? 더 지켜볼 일이다.

 


 

과학적 탐구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의사는 기존 관행에 의문을 제기하고 자신의 의료 행위를 뒷받침하는 과학적 증거가 충분한지 판단해야 한다. 현재 어떤 검사나 치료가 정당하다고 인정되는지 질문하는 것으로 시작해야 하고 그다음 ‘다른 대안과 비교해 이 검사 또는 치료를 지지하는 증거는 무엇인지’ 물어야 한다. 의사는 또한 증거가 존재할 때 그것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실무와 관련된 가장 타당하고 관련성 높은 연구를 찾기 위해 과학 문헌을 능숙하게 검색할 줄 알아야 한다. 체계적 검토연구를 비롯해 많은 진료 지침과 요약문을 사용할 수 있지만 그 정보들을 신뢰할 수 있는지 판단하기 위한 평가 기술도 갖춰야 한다.(p.320) - 「10장 치유」 중에서

 

저자 : 레이첼 부크바인더(Rachelle Buchbinder)

호주의 류머티스 전문의. 호주 국립보건의학연구소NHMRC 수석연구원이자 모내시대학교 역학 및 예방의학 교수로 있다. 류머티스학자이자 임상역학자로서 근골격계 질환과 관련된 광범위한 프로젝트와 임상 실습을 아우르고 있다. 600여 편의 논문을 발표하여, 전 세계 의학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2020년에는 역학과 류머티스학 연구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호주 국민훈장을 받았다.

 

저자 : 이언 해리스(Ian Harris)

뉴사우스웨일스대학교 의과대학 정형외과 교수이자 시드니대학교의 명예교수로 있다. 관절경 수술, 외상 및 골절에 관심을 두고 있다. 증거 기반 의학을 연구하며, 300여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2015년에는 정형외과학 분야에서 세운 공로로 호주 국민훈장을 받았다.

 

역자 : 임선희

예방의학 전문의이자 노인의학 인정의. 국립암센터와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에서 근무했다. 현재 에이스산업보건연구소에서 노동자 건강을 관리하고, 가톨릭대학교 생명대학원에서는 의료윤리를 가르치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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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스런 선데이 클럽 안전가옥 오리지널 26
엄성용 지음 / 안전가옥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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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모든 것을 이긴다.” 진리를 확인해주는 팬클럽 회원들의 캐릭터가 돋보이고 그들은 결국 누군가를 뜨겁게 사랑했던 이들의 자기 극복 이야기를 완성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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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스런 선데이 클럽 안전가옥 오리지널 26
엄성용 지음 / 안전가옥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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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가수 S가 토크 버라이어티 쇼에 출연해 무대서 노래를 부르기 전 너무 떨리고, 노래 가사마저 잊는 것 아닌가 하는 상태를 경험했다고 밝혔다. 독자는 이 상황을 TV를 통해 우연히 목격했다. 얼마 전 읽었던 이 책 『혐오스런 선데이 클럽』이 갑자기 떠올랐다. 이 책에 나오는 인기 절정의 한 연예인 자살 사건이 머리를 스친 것이다. S 가수는 이후 8년 가까이 무대에 서지 못했다고 한다. 병원에 가서 상담과 약물 치료로 받았다고 한다. 그렇지만 아직 완전히 치료되지 않아 무대에 서서 노래를 부르지는 못하지만 자신이 무대에 서지 않은 데 대대 심한 추측성 댓글에 진실을 밝히기 위해 나왔다고 토크쇼에서 밝혔다.

S 가수가 경험했던 상태를 의학계는 증세로 보고 누구에게나 이런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한다. 특히 정신의학계에서는 'phobia(포비아)'라고 이 같은 증세를 설명한다. 영어로 풀이한다면 ‘strong unreasonable fear’를 의미하는 것으로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매우 강력한 두려움’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포비아'란 용어는 고대 그리스 신화에서 적을 놀라게 하던 전쟁의 신 포보스에서 유래한 용어인데, 우리말로는 공포증(恐怖症)이다. 증(症)이란 정상을 벗어난 병적인 상태를 의미하는 것이다. 공포증이라는 말은 13세기 철학자들이 악마공포증 등에서 처음으로 사용했고, 19세기에 이르러 정신과학에서 많이 사용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공포증이란 현실성 없는 특수한 종류의 공포로, 설명할 수도 없고 합리적이지도 않으며 자신이 어찌할 수 없는 상황에서 나타난다고 정신의학계는 분석하고 있다. 그래서 공포증을 가진 사람들은 그 상황을 서둘러 피하려고 한다. 이러한 공포증은 당사자가 아닌, 공포증이 없는 사람들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한다.

 


 

『인간의 모든 감정』에 따르면 공포증에는 ‘특정공포증’, ‘사회공포증’, ‘광장공포증’ 등 세 가지가 있다. 특정(specific)공포증은 어떤 특정한 대상이나 상황에 대한 공포를 말한다. 공포의 대상은 크게 뱀이나 거미와 같은 동물, 높은 곳이나 물과 같은 자연환경, 혈액이나 주사, 비행기나 엘리베이터와 같은 상황 등 네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빈도별로는 비행기, 엘리베이터, 다리, 밀폐된 공간 등과 같은 상황이 가장 흔하고, 다음으로 자연환경, 혈액·주사, 동물 순서이다. 또 공포증은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다. 고대 그리스 아테네의 연설가 데모스테네스는 계단공포증이 있었고, 로마의 시저는 어둠공포증이 있었고, 셰익스피어는 고양이공포증이 있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오래 전 수면제 과다 주사로 숨진 마이클 잭슨은 마스크를 자주 쓰고 다녔는데,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감염될까 봐 극도로 무서워했기 때문이라고 알려지기도 했다.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은 전형적인 카우보이 스타일이지만 말을 무서워한다고 한다. 이러한 특정공포증은 일반인의 10%에서 나타나는데, 공포증이 없는 사람들은 이들을 이해하기가 힘들다고 의학계는 말하고 있다.

 

이선오. 지금 제일 잘나가는 연예인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십중팔구 이선오를 떠올릴 것이다. 배우로도 가수로도 성공하여 수많은 팬이 존재한다. 다른 연예인의 팬들이 종종 질투심에 선오의 과거를 캐서 흑역사를 찾으려고도 했지만, 까도 까도 미담만 나오는 인성에 혀를 내두르며 오히려 호감도가 올라가기도 했다. 그만큼 완벽한, 천생 스타인 셈이다. 그런 선오의 인성은 그 누구보다 문혁이 잘 알고 있었다. 예술고 시절 동급생이자 절친이었으니.(p.17)

 


 

특히 연예인 뉴스에 종종 나오는 대중 스타들의 경우 인정받아야 한다는 욕구가 자기가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보다 훨씬 강하면 무대공포증을 경험하게 된다고 의사들은 공통적으로 주장한다. 이것도 사회공포증의 일종이다. 대부분의 가수나 배우들은 공연 중 가사나 대사가 생각나지 않을까 봐 불안해한다. 이것이 심해지면 무대공포증이 된다. 마돈나, 마이클 잭슨, 파바로티 같은 대스타들도 종종 심한 무대공포증을 느꼈다고 하고, 가수 바브라 스트라이샌드도 뉴욕 공연에서 가사를 몇 번 잊어버린 실수를 한 뒤에는 심각한 무대공포증이 생겨 27년 동안 라이브 공연을 못 했다고 알려진 바 있다. 앞서 독자가 언급한 S 가수의 이야기는 현재까지 치료를 받고 있다는 의미이지 소설 속 연예인 이선오와 동일시해서는 안 될 일이다. 공포증, 특히 연예인의 공포증만을 한정해서 독자의 머릿속에서 생겨난 생각일 뿐임을 독자들은 먼저 이해해주길 바란다.

이 책 『혐오스런 선데이 클럽』는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잘나가는 연예인 이선오의 숨진 채 발견됨으로써 이야기가 시작된다. 배우로도 가수로도 성공해 수많은 팬이 존재하는 그는 명실상부 톱스타다. 다른 연예인 팬들이 종종 질투심에 사로잡혀 그의 흑역사를 찾으려고 했지만, 아무리 파헤쳐도 미담만 나오는 인성에 오히려 호감도가 올라가기도 했다. 그만큼 완벽한, 천생 스타가 바로 이선오다. 그런 이선오가 어느 날 새벽 숨진 채 발견된다. 발견 당시 만취 상태였던 점과 거주지 건물에서 추락한 것으로 보아 극단적인 선택으로 추정되는 상황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의 자살을 믿지 않는 이들이 있다. 선오의 옛 친구인 문혁과 아린, 그리고 아린을 중심으로 모인 선오의 팬클럽 ‘혐오스런 선데이 클럽’ 멤버들이다. 이들은 선오가 숨진 날 새벽 문혁에게 남긴 메시지를 근거로 선오의 죽음이 자살이 아닌 타살일지도 모른다고 추리한다.

 


 

“여전히 외우고 있어. 네가 써 준 모든 대사를.” 선오의 메시지는 문혁이 예술고 시절 선오를 주인공으로 쓴 극본 〈오필리어〉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7년 만에 옛 친구에게 전화를 걸고 메시지를 남긴 채 자살할 리가 없다고 생각한 선데이 클럽 멤버들은 자신들이 사랑한 스타의 죽음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혐오스런 선데이 클럽’의 멤버들의 이력이 다양하고 독특하기까지 하다. 성공한 로맨스 소설 작가 아린, 전국체전에서 금메달을 딴 복싱 선수 출신 주리, 천재 공대생 연모, 전직 연극배우 지찬, 그리고 한때 연출가를 꿈꿨지만 평범한 회사원이 된 문혁. 수사대로 보자면 오합지졸이고 소설적으로 보자면 개성 강한 캐릭터들이 뭔가 일을 내지 않을까 기대되기도 한다. 소설 속에서 이 다섯 사람은 매 작전마다 최고의 ‘케미‘를 선보이며 사건의 핵심으로 한 발 한 발 다가선다.

 

“어차피 대한민국에서 팬심으로 노는 SNS는 한정됐거든요. 그중에 삼대장은 공식 카페가 위치한 포털 사이트, 트위터, 유튜브. 이 삼대장만 잘 노려 살피면 대부분 알아낼 수 있어요. 공카에서 집착하거나 자극적인 게시글을 올린 이들 수소문, 그리고 그 아이디나 말투 등을 트윗과 유튜브 댓글로 검색. 아, 트위터야 워낙 유명하지만 유튜브도 만만치 않아요. 렉카들 판치니까. 얻어걸리는 일도 있어서.”

점점 자신감이 붙는 말투였다. 연모가 잠깐 주리를 봤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공카 집착 팬, 트위터 집착 팬, 유튜브 집착 팬. 아무튼 집착하는 인간들이 문제죠. 금방 나와요. 사생만 찾으면 되니까요. 그렇게…….”

연모가 마우스를 클릭했다. 화면에 비공개 트위터 계정이 떠올랐다.

“……또 찾았네요.”(p.195)

 


 

절대 자살할 수 없다는 정황을 믿고 수사(?)에 뛰어든 다섯 멤버들로 뭉친 『혐오스런 선데이 클럽』은 엄성용 작가와 안전가옥이 함께한 두 번째 작품이라고 출판사 측은 설명한다. 공포 소설로 데뷔해 다양한 장르의 소설을 발표해온 저자는 안전가옥에서 기획, 출간한 앤솔로지 『빌런』에 단편 〈치킨 게임〉으로 참여한 바 있다. 〈치킨 게임〉은 예측을 불허하는 전개로 닭에 대한 통념을 이용하고 비틀면서 인간의 오만과 편견을 겨냥한 SF 블랙코미디 소설이다. 이번에 출간한 『혐오스런 선데이 클럽』은 저자의 첫 장편소설이자 작가의 장기인 미스터리를 중심으로 로맨스, 액션 등 여러 장르를 접목한 복합적인 장르물이다.

이 소설 작품을 프로듀싱한 임미나 스토리 PD에 따르면 작가가 오랜 시간 구상했던 '포비아' 약물이 장르적으로 불기 시작하면서, 프로듀싱하는 자신도 푹 빠져 작가와 즐겁게 개발한 이야기였다고 털어놓는다. 현재 진행적인 포비아 약물 사건이 독자들의 피를 데운다면 과거에 있었던 문혁과 선오의 일들은 서늘하면서도 서정적인 텐션을 유지한다면 꽤 긴 여운을 남길 것으로 자신했다고 밝힌다.

이야기의 한 축은 인간의 혐오감과 공포를 극대화해 죽음으로 몰고 가는 ‘포비아‘ 약물이다. 다섯 명의 선데이 클럽 멤버들이 선오의 죽음을 파헤치면서 마주하게 되는 음모의 끝에는 바로 이 포비아 약물이 있다. 음모를 파헤치는 과정에서 등장하는 선오의 전 매니저 장태진, 소속사 본부장 전희서와 비서 황진수, 선오의 라이벌로 꼽히던 연예인 레이와 그 소속사 대표 나원일 등 여러 인물들이 얽히고설키며 독자들의 호기심을 끊임없이 자극한다. 또한 개성 강한 다섯 멤버가 각자의 능력을 발휘해 작전을 성공시키는 과정은 케이퍼 무비를 보는 듯한 쾌감을 선사한다.

 


 

이야기의 또 다른 축은 톱스타 선오와 옛 친구 문혁의 관계다. 선오와 문혁, 아린은 예술고 시절 동급생이자 늘 붙어 다니던 삼총사였다. 세 사람은 문혁인 쓴 극본 〈오필리어〉를 무대에 올리기 위해 함께 열심히 준비하고 연습하지만, 어느 날의 일을 계기로 멀어지게 된다. 문혁의 회상 속에서 전개되는 선오와의 에피소드들은 이야기에 서정성을 부여하며 독자들의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대체 두 사람 사이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한때 누구보다 절친했던 그들은 왜 멀어질 수밖에 없었을까. 두 사람의 이야기를 마지막 챕터까지 읽고 나면 쉽게 사라지지 않는 여운을 느끼게 된다.

『혐오스런 선데이 클럽』은 자신들이 사랑한 스타의 죽음을 파헤치는 팬덤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누군가를 뜨겁게 사랑했던 사람들이 모여 그 사랑에 보답하고자 자신의 난관을 헤쳐 나간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다. 사랑은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책 표지에 적힌 라틴어 격언처럼, ‘사랑은 모든 것을 이긴다(Omnia vincit amor)‘. 책을 읽고 나면 자신이 뜨겁게 사랑하는 누군가, 혹은 무언가를 떠올리게 될 것이다.

 

문혁이 뚫어져라 선오를 쳐다보았다. 대사를 해야 하는데 가슴 한구석이 탁 막힌 느낌이다. 문혁이 힘들게 입을 열었다.

“오필리어여. 나는…….”

“저를 사랑하나요?”

“나는…….”

“저를 사랑했었나요?”

“당연히. 내 사랑은 언제나 당신이었소.”

약을 타 가지고 돌아온 아린이 손뼉을 치는 소리가 들렸다.

선오가 눈을 감더니, 그대로 고개를 끄덕였다.

선오가 눈을 뜨더니, 그대로 문혁을 보며 씩 웃었다.(p.219)

 


 

주리가 상체를 숙이더니 빠르게 돌진했다. 갑자기 달려드는 주리에 놀란 경호원 중 하나가 팔을 내밀었지만, 순식간에 위빙으로 피한 주리가 허리를 틀며 그대로 경호원의 턱을 라이트훅으로 갈겼다. 턱이 제대로 돌아갔는지 휘청거리던 경호원이 그대로 바닥에 풀썩 쓰러졌다. 나머지 경호원과 레이가 놀란 눈으로 주리를 쳐다보았다. 쓰러진 경호원보다 덩치가 더 큰 경호원이 양팔을 들어 자세를 취했다. 주리가 씩 웃었다.

“복싱? 누구 앞에서 지랄이야!”

주리의 외침과 거의 동시에 경호원이 빠르게 다가왔다. 워낙에 덩치가 컸기에 위압감을 느낀 주리가 뒤로 잠깐 물러섰다. 카운터펀치를 노리는 순간, 덩치의 목이 꺾이며 기괴한 비명이 룸 안에 울리더니 그대로 고꾸라졌다. 주리가 놀라며 아린을 쳐다보았다.

“와…… 언니 방금 뭐예요?”

“하이킥. 나 킥복싱 유단자야.”(p.234~235)

 

저자 : 엄성용

 

공포 소설 창작 그룹 ‘괴이학회’의 창립 멤버 7인 중 하나이다. 딱히 장르를 가리지 않고 쓰고 싶은 대로 쓰지만, 데뷔는 공포 소설로 시작했다. 《한국 공포 문학 단편선》 시리즈를 비롯한 다수의 단편집에 참여했고, 장편 무협 소설 《무당 대사형》을 네이버 시리즈에서 연재하여 225화로 완결했다. 브릿G×네이버 YAH! 문학 공모전 가작, 제7회 교보문고 스토리 공모전 우수상, 제4회 대한민국 창작 소설 공모대전 작품상 등을 수상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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