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루스의 교육 - 키로파에디아 현대지성 클래식 51
크세노폰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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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소포타미아 문명(Mesopotamian Civilization)은 서아시아의 유프라테스강과 티그리스강, 즉 양강(兩江) 사이의 지역을 중심으로 발달한 고대문명을 말한다. 메소포타미아는 그리스인들이 이 두 강 사이의 지역을 지칭한 말에서 유래하여 ‘양강지역(兩江地域)’이라고도 한다. 북부는 아시리아 남부로 바빌로니아라고 부르며, 남부는 다시 북부의 아카드(Akkad)와 남부의 수메르(Sumer)로 나뉜다. 메소포타미아는 세계 유수의 고대문명 지역의 하나로 일찍이 신석기시대에 촌락이 형성되기 시작해 기원전 4000년경에 이르면 수메르 지역에 도시국가가 나타나 이미 문명의 싹이 텄다고 유적지나 유적지 점토판을 통해 확인되었다. 특히 우리가 가장 오래된 문학의 기원으로 배웠던 그리스의 『일릴아드』, 『오딧세이아』보다 훨씬 앞서 수메르 지역의 점토판을 통해 『길가메시』 서사시가 발견돼 세계 문학의 기원도 바꾸어 놓았다.

수천 년간 이 지역은 도시국가들이 명멸하며 대제국을 건설하기도 했으나, 기원전 538년 칼데아의 신바빌로니아가 페르시아에게 멸망함으로써 메소포타미아 문명은 사양길에 접어들었고, 페르시아 문명이 이 지역을 석권했다. 이 책 『키루스의 교육』은 페르시아 문명의 기원이 되는 페르시아 제국을 세운 키루스 대왕에 대한 이야기다. 오늘날 이란 지역에 해당하는 페르시아는 인접한 그리스와 수많은 전쟁을 치르며 세력을 넓혔다 좁혔다를 거듭하다 마침내 알렉산드로스 대왕에 의해 멸망했다. 이 책은 페르시아의 찬란한 문명의 제국을 열었던 키루스 왕에 대한 일대기를 그리스 역사가 크세노폰이 쓴 소설 역사책이라고 보면 된다.

 


 

이 책의 역자 박문재는 고대 그리스의 역사가이자 철학자인 크세노폰이 기원전 4세기에 집필한 『키루스의 교육』(그리스어로 〈키로파에디아〉)은 지난 2400년 동안 사랑받아온 인류 최고의 리더십 교본이라고 말한다. 역자에 따르면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 피터 드러커가 말했듯이 군주의 리더십 또는 지도력을 체계적으로 다룬 역사상 ‘가장 오래된’ 책일 뿐만 아니라 ‘가장 으뜸인’ 책이기도 하다. 역사가 이 책의 가치를 잘 증명한다. 동서 융합의 대제국을 건설한 알렉산드로스 대왕은 앞서 거대한 페르시아 제국을 세운 키루스 대왕을 롤모델로 삼았다. 그는 전장에 나갈 때마다 『키루스의 교육』을 지참해 애독서로 즐겨 읽었다.

유대인들도 키루스 대왕을 메시아로 칭송했다. 바빌론 포로 생활에서 해방시켜준 키루스를 '여호와의 목자'라고 찬양했다. 선민사상이 투철한 유대인들이 이교도의 왕을 높이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르네상스 시대 정치사상가인 니콜로 마키아벨리도 『군주론』에서 키루스 대왕을 역사상 가장 훌륭한 군주로 여겼다. 『키루스의 교육』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군주론』은 모세, 로물루스, 테세우스와 함께 키루스 대왕을 가장 이상적인 군주 모델로 제시했다. 오늘날은 어떠한가? 피터 드러커가 동서양 최고의 리더십 고전으로 꼽을 만큼 지금도 『키루스의 교육』은 훌륭한 지도자에 대한 지혜와 영감의 풍부한 원천이 되고 있다.

크세노폰은 『키루스의 교육』을 어떻게 저술하게 되었을까? 크세노폰은 그리스가 아테네와 스파르타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으로 혼란에 빠지자 암울한 시대를 구원할 참된 리더의 본보기를 탐색하기 시작했다. 그는 그리스 사람이었지만, 당시 라이벌 국가의 수장인 키루스에게서 본받을 만한 지도자의 덕목을 발견했다. 이른바 어느 한 ‘국가’, ‘민족’, ‘시대’의 이념적 편향에 빠지지 않고 오로지 인물의 됨됨이를 평가할 수 있었던 이유는 크세노폰의 생애나 철학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크세노폰은 그리스 아테네에서 태어났지만 페르시아 내전이 발생한 당시 용병으로 참여했다. 고국으로 돌아왔을 때 아테네에서는 적국 스파르타의 동맹국 페르시아에서 용병으로 활동했다는 이유로 추방당하고 만다. 크세노폰은 여생을 스파르타의 변방에서 보내야 했는데, 이때 『키루스의 교육』을 비롯해 여러 저작을 저술했다. 그리스와 페르시아라는 두 제국 사이에서, 그리고 아테네와 스파르타라는 두 도시 사이에서 어느 한쪽에도 속하지 않은 ‘경계인’이자 ‘주변인’으로 살아갔다. 경계에 설 때 비로소 현실을 객관적으로 냉철하게 꿰뚫어 볼 수 있는 법. 크세노폰은 그리스가 추구해야 할 참된 지도자상을 정확하게 찾아낼 수 있었다.

소크라테스의 제자인 크세노폰은 또 다른 제자 플라톤과 비견된다. 그리스가 위기에서 벗어나는 방법에 대해, 플라톤은 그의 저서 『국가』에서 ‘철인정치(哲人政治)’와 같은 그럴 듯하지만 이상적인 대안을 제시한 반면, 크세노폰은 『키루스의 교육』에서 지금 여기 발붙이고 사는 땅 위에서 실천할 수 있는 현실적인 해결책을 모색했다. 실천적 역사가 크세노폰은 직접 몸으로 겪고 성찰한 경험과 지식을 토대로 자신이 추구하는 철학을 『키루스의 교육』에 오롯이 녹여냈다.

크세노폰이 어느 한쪽의 정치나 이념에 치우치지 않고 모두에게 통하는 리더십의 진수를 찾아나선 덕분에 『키루스의 교육』은 지금까지 오랜 세월 동안 많은 이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키루스의 교육』은 어린 시절부터 시작해 세상을 떠날 때까지 키루스의 일대기를 다루는 전기 형식을 띠고 있지만, 단순한 위인전은 아니다. 크세노폰은 키루스의 덕목에서 영감을 받았으나, 거꾸로 자신이 추구하던 리더십의 철학을 키루스에게 투영하기도 한다. 이 점이 『키루스의 교육』의 전체 콘셉트와 구성 방식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 책 초반에 어머니가 키루스를 데리고 외할아버지 나라 메디아에 방문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 어머니에 그 아들이라고 했던가. 어머니는 아들에게 메디아와 페르시아가 추구하는 정의(正義)가 어떻게 다른지 비교해서 가르친다. 메디아에서는 군주의 명령이 곧 법이었지만, 페르시아에서는 군주 위에 법이 존재했다. 페르시아는 ‘만인 앞에 평등한 법’이라는 정의를 추구했는데, 이것은 크세노폰이 추구하던 가치이기도 했다. 키루스는 이러한 정의를 지도자로서 평생의 대원칙으로 삼았다. 『키루스의 교육』은 키루스가 전쟁의 선두에 서서 주변국을 하나씩 점령해가고 마침내 거대한 페르시아 제국을 세우는 과정을 전개했다. 이 과정에서 키루스가 일개 장군에서 제국의 군주로 점차 리더십이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리더로서 스스로를 절제하는 ‘자기관리’부터 주변 동료에게 인덕을 베푸는 ‘인간관계’, 다양한 민족으로 구성된 거대한 페르시아 제국을 갈등 없이 평화롭게 통치하는 ‘조직경영’까지 지도자가 갖춰야 할 거의 모든 덕목을 담고 있다.

오늘날에도 우리는 한 사람의 리더십이 가정, 학교, 회사, 사회, 국가, 세계 단위에서 공동체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지대한지 절실히 느끼고 있다. 모든 사람이 주인이 되는 민주주의 사회에 살고 있더라도, 공동체를 대표할 지도자는 불가피하게 필요하다. 리더십은 공동체를 이루고 사는 한 인류에게 영원한 과제일 수밖에 없다. 우리는 이 과제를 풀어가는 데 필요한 지혜와 통찰을 최고의 리더십 고전에서 풍부하게 얻을 수 있다. 『키루스의 교육』은 크세노폰과 후대 사람들에게 그랬듯이 지금 우리에게도 훌륭한 본보기가 되어줄 것이다. 역자가 이 시대에 크세노폰의 『키루스의 교육』을 번역 출판한 이유다.

 


 

책에 따르면 크세노폰은 『키루스의 교육』에서 떡잎부터 남다른 어린 시절부터 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거대한 제국을 효과적으로 경영하는 군주가 되기까지 키루스의 일대기를 돌아보며 참된 리더가 갖추어야 할 자질과 역량을 성찰했다. 이 책은 공정하게 정의를 실현하는 법, 남에게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책임지는 법, 자발적인 복종을 이끌어내는 법, 인재를 중용하는 법, 욕망에 휩쓸리지 않고 철저히 절제하는 법, 지속 가능한 제국을 운영하는 법 등 키루스 리더십의 진수를 가감 없이 선보인다. 또 키루스는 거대한 제국의 군주로서 모든 국가와 민족의 평화적 공존을 추구했다. 피정복 국가의 위정자는 엄중히 처단했지만 일반 민중에게는 한없는 자비를 베푸는 성군의 면모를 보였다. 또한 키루스 덕분에 바빌론에서 해방된 유대인들도 그를 칭송했다. 구약성경의 ‘고레스 왕’이 바로 키루스 대왕이다.

이번에 현대지성 클래식의 『키루스의 교육』은 그리스어 원전을 직접 옮겨 번역의 완성도를 높이고, 81개의 각주와 역자 해제를 수록해 고전 읽기의 즐거움을 제공한다. 더불어 오늘날 진정한 리더의 모습을 고민하는 독자들에게도 훌륭한 지혜와 영감의 원천이 되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당신은 평소에는 길잡이 없이 사냥감이 이끄는 곳이면 어디든 좇아 달려서 산을 오르락내리락하며 헤집고 다녔지만, 이번에는 다니기 어려운 곳은 가지 말고 길잡이에게 너무 돌아가는 길이 아니라면 가장 쉬운 길로 안내하라고 하십시오. 군대에게는 가장 쉬운 길이 가장 빠른 길이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산을 뛰어다니는 데 익숙하다고 병사들에게 뛰어가게 하지 말고 적절한 수준에서 서둘러 잘 따라올 수 있게 해야 합니다. 가장 힘이 좋고 열정도 있는 몇몇 병사들에게 뒤쪽에서 행군하면서 처지는 병사들을 격려하게 하는 것도 좋습니다. 행군하는 병사들 옆으로 그런 병사들을 일렬종대로 뛰어가게 하면, 그때마다 모든 병사가 그것을 보고 자극을 받아 서두르게 될 것입니다.”(p.107)

 


 

이 책은 모두 8권으로 이루어져 있다. 제 1권 「소년 키루스」, 제 2권 「총사령관 키루스의 출정을 위한 준비와 군대 훈련」, 제 3권 「아르메니아 원정」, 제 4권 「아시리아 연합군과의 제 1차 전쟁」, 제 5권 「고르리아스와 가다타스」, 제 6권 「아시리아 연합군과의 제 2차 전쟁을 앞두고」, 제 7권 「사르디스와 바빌론의 함락」, 제 8권 「제국의 건설과 키루스의 죽음」 등이다. 책 뒷 부분에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역자 박문재의 「해제」와 「크세노폰 연보」를 첨부했다. 이 서평은 대략적으로 역자 해제와 본문 주석 등에 따른 것임을 미리 밝힌다. 페르시아 제국, 고대 제국에 대한 독자의 지식 부족으로 감상평보다는 올바르게 내용을 전달하는 의미에서다. 독자들의 양해를 구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독자가 가장 깊게 배운 것은 한 나라를 경영한다는 것을 왜 '하늘이 내린 인물'이어야 한가"라는 이유를 알았다는 점이다. 이 책의 키루스 왕처럼 제국 건설을 위한 전쟁에 나서거나, 건설 후 나라를 다스림에 있어서 늘 국민(백성)을 위하는 마음이 밑바탕에 있어야 한다는 것을 배울 수 있었고, 일단 자리에 오르면 위민의 초심을 끝까지 밀고 나가는 신념을 어떤 역경에서도 굽히지 않아야 한다는 점도 배웠다. 뿐만 아니라 정의의 마음으로 밀고 무거운 책임감과 사명감을 갖고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올곧은 마음이 필요하든 것도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또 시대의 흐름과 주변 나라들과의 힘의 역학 관계도 늘 염두에 두고 대비해야 한다는 점을 뼛속 깊이 각인하는 기회가 되었다.

 

먼저 키루스는 늘 진심으로 사람들을 아끼고 따뜻하게 대했다. 우리를 미워하는 사람을 사랑하거나 악의를 지닌 사람을 선의로 대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것처럼, 자신에게 사랑과 선의를 베푸는 사람을 미워할 수는 없는 법이라고 생각했다. 키루스는 초기에는 재물을 이용해 사람들의 마음을 얻을 만한 형편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들을 배려하고, 잘되게 하려고 애쓰고, 기쁜 일이 생겼을 때는 함께 기뻐해주고, 좋지 않은 일이 생겼을 때는 함께 아파해줌으로써 그들의 마음을 얻고자 했다. 하지만 나중에 재물을 주어 사람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형편이 되자, 키루스는 똑같은 비용을 들였을 경우에 먹고 마시는 것을 사람들과 함께 나누는 일보다 사람들의 마음을 얻게 해주는 것은 없다는 사실을 처음부터 알았던 것으로 보인다.(p.349)

 


 

저자 : 크세노폰

 

고대 그리스의 역사가이자 철학자. 아테네 동쪽 에르키아에서 귀족 그릴로스의 아들로 태어나 어려서부터 귀족의 품격과 수준 높은 교양을 익혔다. 펠로폰네소스 전쟁 발발 이후 아테네에 들어와 살았고, 여기서 소크라테스를 만나 직계 제자가 되었다. 페르시아 내전 당시 반란군의 용병으로 참전한 크세노폰은 반란이 예상보다 빨리 진압되는 바람에 사면초가의 위기에 처한다. 그는 임시 지휘관이 되어 그리스 용병부대를 이끌고 천신만고 끝에 고국으로 귀환했는데, 이 과정에서 빛나는 지도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하지만 적국 스파르타의 동맹국 페르시아에서 용병대장으로 활동했다는 이유로 고향 아테네에서 추방당한다. 스파르타에서 여생을 보낸 크세노폰은 그리스와 페르시아 두 제국 사이, 아테네와 스파르타 두 도시 사이에서 ‘경계인’ 또는 ‘주변인’으로 살아가며 얻게 된 새로운 통찰력을 바탕으로 여러 저작을 남기는데, 이때 필생의 역작 『키루스의 교육』이 탄생한다. 소크라테스의 또 다른 제자 플라톤은 『국가』에서 혼란에 빠진 그리스의 정치에 대해 철학적이고 이상적인 대안을 제시했다면, 크세노폰은 『키루스의 교육』에서 실천적이고 현실적인 해결책을 마련하고자 했다.

이 밖에도 『향연』, 『경영론』, 『회상』, 『소크라테스가 배심원 앞에서 행한 변론』, 『소아시아 원정기』, 『그리스 역사』, 『기마술』 등 다양한 저작을 집필했다. 크세노폰의 저작들은 당대 아리스토텔레스와 이소크라테스에게 영감을 주었고, 르네상스 시대 정치사상가들에게 귀감이 되었으며, 오늘날에도 많은 이에게 불후의 고전으로 사랑받고 있다.

 

역자 : 박문재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법학과와 장로회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 및 동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독일 보쿰 대학교에서 수학했다. 또한, 고전어 연구 기관인 비블리카 아카데미아Biblica Academia에서 오랫동안 고대 그리스어와 라틴어를 익히고, 고대 그리스어와 라틴어 원전들을 공부했다. 대학 시절에는 역사와 철학을 두루 공부했으며, 전문 번역가로 30년 이상 인문학과 신학 도서를 번역해왔다.

역서로는 『자유론』(존 스튜어트 밀),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막스 베버), 『실낙원』(존 밀턴) 등이 있고, 라틴어 원전을 번역한 책으로 『고백록』(아우구스티누스), 『철학의 위안』(보에티우스), 『유토피아』(토머스 모어) 등이 있다. 그리스어 원전에서 옮긴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과 『소크라테스의 변명·크리톤·파이돈·향연』, 『아리스토텔레스 수사학』, 『아리스토텔레스 시학』, 『이솝우화 전집』 등은 매끄러운 번역으로 독자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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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트 아인슈타인 - 한 과학자의 위대한 꿈
이종호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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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독자가 어렸을 때 읽었던 위인전집 중의 한 권처럼 느낌을 받았다. 어렸을 때 위인전은 교과서 이외의 책 중에 가장 많이 권장되고 또 어린이들이 가장 많이 읽는 책이다. 위대한 일을 해낸 사람의 전기는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롤 모델로 삼을 만한 위인의 일대기를 읽음으로써 어린이들이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정하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독자 역시 어렸을 때부터 '아인슈타인'의 전기를 위인전은 물론 만화로도 많이 접한 기억이 있다. 물론 이 책은 그때의 위인전보다 훨씬 상세하고 생애의 빛과 그림자를 모두 조명하고 있어 문필가로 보면 '작가론'에 해당될 듯하다. 공과 실 모두를 가급적 자세하고 객관적으로 다룬 듯하다.

책에 따르면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세기가 낳은 천재 과학자다. 그가 100년에 한 명 정도 나오는 천재로 꼽히는 이유는 인간의 현대 문명사에서 큰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또한 인류 역사상 가장 폭넓게 현대 과학 문명의 한 장을 이끌었다는 데 있다. 아인슈타인의 업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이야기가 있다. 만약 아인슈타인이 2020년, 즉 140세까지 살았다면 노벨상을 여섯 개나 받았을 것으로 추정한다는 점이다. 노벨상은 사망한 사람에게는 수여하지 않는다. 아인슈타인은 살아생전 노벨상을 단 한 개밖에 받지 못했지만, 그의 이론은 사후에도 인류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이 책은 아인슈타인의 파란만장한 생애와 주옥같은 이론,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한 아름다운 도전을 이야기한다. '노벨상 여섯 개 수상 가능'이라는 이야기는 아인슈타인의 과학적 업적이 그만큼 훌륭하고 현대 과학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의미일 것이다.

 


 

물리학에서 상대성이론은 특수상대성이론과 일반상대성이론을 합친 것을 뜻한다. 전자는 아주 빠른 속도, 정확히 말해 광속에 가깝게 운동하는 물체의 운동학(kinematics)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고, 후자는 아주 무거운 물체가 주위에 미치는 힘을 다루는 동역학(dynamics)의 영역이라고 모든 백과사전은 풀이하고 있다.

상대성이론은 알베르트 아인슈타인(A. Einstein, 1879-1955)이 제안하고 발전시켰는데, 특수상대성이론은 1905년 논문 '움직이는 물체의 전기역학에 대하여'와 '물체의 관성은 에너지에 관련되어 있는가?'에서 발표된 것으로, 일반상대론은 1915년에 프러시아 과학 아카데미에서 중력장 방정식을 발표한 것으로 기준을 삼고 있다. 두 개의 이론은 10년 간의 격차가 있다. 그렇다고 10년 뒤 발표된 일반 상대론이 앞선 특수 상대론보다 진보한 이론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상대성이론의 요점은 시간, 공간, 물질, 에너지의 통합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전까지의 물리학은 보통 뉴턴역학 혹은 고전물리학이라고 하는데, 시간과 공간은 별개의 것으로 어떤 관찰자에게나 동일하게 적용되는 절대적인 시간의 기준, 공간의 기준이 있다고 생각했다. 물질은 공간 안에서 시간에 따라 운동할 수 있는데, 시간과 공간은 절대적으로 주어진 일종의 무대로서 물질은 시간의 흐름과 공간 구조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물질의 운동은 에너지를 변화시키는데, 따라서 에너지는 특정 물체의 중요한 성질이지만 분명히 구분되는 별개의 개념이었다. 이 설명은 『물리학백과』에 따른 것임을 미리 밝힌다.

 


 

물리학백과에 따르면 상대성이론에서는 시간과 공간이 통합되어 시공간이라 하며 관측자의 운동에 따라 시간의 흐름, 공간적 측정이 달라질 수 있다. 그 결과를 함축적으로 담고 있는 현상이 시간 지연과 길이 수축이다. 물질과 에너지가 서로 전환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공식이 유명한 E=mC2(광속의 제곱)이다. 그리고 빛은 정지질량이 0이지만 에너지는 갖기 때문에 무거운 물체는 빛도 끌어당기며, 빛도 빠져 나오지 못할 만큼 큰 중력을 가진 물체라는 뜻에서 블랙홀이라는 용어가 여기서 유래되었다.

일반상대론은 비교해 표현하자면 뉴턴의 중력 이론을 대체하는 아인슈타인의 중력 이론이다. 뉴턴 이론이 기반하고 있는 운동학의 기본적 가정들을 특수상대론에서 폐기했기 때문에, 뉴턴의 중력 이론이 그 자체로는 특수상대론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특수상대론을 발표한지 10년 후인 1915년에 일반상대론이 발표된 이유다. 일반상대론의 기반이 되는 핵심적 원리는 등가원리이다. 이것은 가속운동과 중력을 받는 것 두 가지는 구분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원래 특수상대론은 엄밀히 말해 두 관찰자가 서로 등속운동을 하는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의 영향을 받거나 해서 가속운동을 하는 경우에는 적용할 수 없고, 더 일반적인 물리 법칙이 필요하다. 일상생활에서 자동차가 출발하거나 엘리베이터가 움직이기 시작하거나 할 때 느낄 수 있듯이, 운동이 변화하는 경우 우리는 외력을 받는 것처럼 느낀다. 뉴턴역학에서 이것은 관성력이라 하며, 비관성계에 있기 때문에 작용하는 것이고 실체는 없는, 일종의 가짜 힘으로 취급한다. 등가원리를 생각하게 되는 중요한 착안점은 자유낙하하는 물체가 아무런 힘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다.

 

 

고전역학적으로는 중력의 영향과 비관성력이 정확히 상쇄되는 것이지만, 일반상대론에서는 휘어진 공간에 있는 물체가 시공간의 최단 경로, 즉 측지선을 따라 운동하는 것으로 통합적으로 이해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아인슈타인의 장방정식은 물질의 에너지와 운동량이 어떻게 시공간의 측량 텐서를 결정하는지를 알려준다. 이 책의 저자 이종호는 '상대성'이란 말을 더 쉽게 표현하기 위해 사람과 고래, 개미를 들어 비유한다. "사람은 고래보다 작다. 그러나 사람은 개미보다 훨씬 크다. 그렇다면 사람이 큰지 작은지 누가 알 수 있을까? 개미가 보면 엄청나게 크지만, 고래가 보면 사람은 매우 작다. 그렇다고 사람의 키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즉, 누가 사람을 보느냐에 따라서 사람의 키를 평가하는 것이 달라진다는 뜻이다."(p.8)

저자는 이를 정확하게 묘사한 것이 조너선 스위프트의 풍자 소설 『걸리버 여행기』다고 말한다. 책을 조금 읽는 독자라면 이 소설 역시 대체로 아는 소설이다. 걸리버가 소인국에 갔을 때 릴리퍼트 사람들을 소인이라고 생각하고, 릴리퍼트 사람들은 걸리버를 거인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만약 릴리퍼트 사람들이 걸리버에게 소인으로 보이면서 걸리버도 릴리퍼트 사람들에게 소인으로 보인다면 어처구니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다소 말이 안 되는 이야기인데 아인슈타인은 그런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상대성 이론은 내가 생각하는 것과 다른 사람이 생각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다를 수 있음을 각인시켰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또한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이 절대적인 지식이 아니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주었다는 주석을 덧붙여 내놓는다. 이러한 극적인 상황은 인간들이 평소에 생각하지 못하는 거대한 우주 분야로까지 펼쳐놓은 사람이 아인슈타인이다. 아인슈타인이 만들어준 세계가 남다르다는 뜻으로 그의 이야기를 찾아본다.

 


 

이 책은 머리말을 제외하고 모두 여섯 개의 장(章)으로 이루어졌다. 1장 「인지 발달이 늦은 외톨이」, 2장 「세계가 놀란 특허청 직원의 논문」, 3장 「아인슈타인 이론 검증」, 4장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 표절」, 5장 「'생애 최대의 실수'」, 6장 「내 몫을 다했습니다」 등이다. 위인전을 한 번이라도 읽은 사람이라면 아인슈타인의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들었을 것이다. 대개 그렇듯이 위대한 과학자 중에는 어린 시절엔 열등생, 말썽쟁이 등 학업 성적이 우수하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은 사람이 많다. 우리가 잘 아는 에디슨도 어린 시절 낙제생이었다는 일화도 읽은 적이 있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은 우리와 굉장히 친숙하다. 천재 과학자들의 얼굴은 대부분 아인슈타인을 모델로 했다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의 말을 듣고 보니 과학 만화 등에 단골로 등장하는 천재 박사의 모습은 아인슈타인의 노년 시절의 모습을 닮았다. 백발이 성성한데 빚어 넘기지 않고 산발하듯 엉성한 모습이 특히 그렇다. 거기에 결정적일 때 설명하는 것이 과학의 진수를 중심으로 보여준다. 이 책의 표지 사진은 아인슈타인의 젊은 시절의 모습으로 보여지는데 아마도 사진 보정을 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 책의 267페이지의 모습이다.

인지 발달이 늦고 외톨이로 지낼 수밖에 없었던 아인슈타인의 소년 시절은 그래도 어머니 파울린 코흐는 아인슈타인에게 '최고'가 아닌 남과 다른 '독창성'을 강조했다고 한다. 어쩌면 아인슈타인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쳤으리라고 보는 저자의 말에 독자 역시 공감한다. 상대성 이론 역시 남과 다르게 보는 눈, 사고력의 결실이라라고 볼 수도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물론 과학적 지식과 과학의 근본이 되는 자질은 이미 갖춘 후에 말이다.

 


 

이 책은 머리말을 제외하고 모두 여섯 개의 장(章)으로 이루어졌다. 1장 「인지 발달이 늦은 외톨이」, 2장 「세계가 놀란 특허청 직원의 논문」, 3장 「아인슈타인 이론 검증」, 4장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 표절」, 5장 「'생애 최대의 실수'」, 6장 「내 몫을 다했습니다」 등이다. 위인전을 한 번이라도 읽은 사람이라면 아인슈타인의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들었을 것이다. 대개 그렇듯이 위대한 과학자 중에는 어린 시절엔 열등생, 말썽쟁이 등 학업 성적이 우수하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은 사람이 많다. 우리가 잘 아는 에디슨도 어린 시절 낙제생이었다는 일화도 읽은 적이 있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은 우리와 굉장히 친숙하다. 천재 과학자들의 얼굴은 대부분 아인슈타인을 모델로 했다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의 말을 듣고 보니 과학 만화 등에 단골로 등장하는 천재 박사의 모습은 아인슈타인의 노년 시절의 모습을 닮았다. 백발이 성성한데 빚어 넘기지 않고 산발하듯 엉성한 모습이 특히 그렇다. 거기에 결정적일 때 설명하는 것이 과학의 진수를 중심으로 보여준다. 이 책의 표지 사진은 아인슈타인의 젊은 시절의 모습으로 보여지는데 아마도 사진 보정을 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 책의 267페이지의 모습이다.

인지 발달이 늦고 외톨이로 지낼 수밖에 없었던 아인슈타인의 소년 시절은 그래도 어머니 파울린 코흐는 아인슈타인에게 '최고'가 아닌 남과 다른 '독창성'을 강조했다고 한다. 어쩌면 아인슈타인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쳤으리라고 보는 저자의 말에 독자 역시 공감한다. 상대성 이론 역시 남과 다르게 보는 눈, 사고력의 결실이라라고 볼 수도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물론 과학적 지식과 과학의 근본이 되는 자질은 이미 갖춘 후에 말이다.

 


 

5장의 「'생애 최대의 실수'」는 누가 봐도 원자폭탄과 관련된 아인슈타인의 말인 것 같다. 제목에서부터 아인슈타인이 관여해 발명했다는 원자폭탄이 아니고서는 그의 과학적 업적에 실수랄 게 없을 듯해서 독자의 판단으로 하는 말이다. 이 장의 첫 번째 소제목이 〈우주와 세계대전에서 대폭발〉이다. 역시 원자폭탄 이야기다. 천하의 아인슈타인이 생전에 스스로 두 가지 실수를 했다고 공개한 점을 저자는 들고 있다. 하나는 현재까지도 과학계에서 논란이 되는 것으로, 아인슈타인이 일반 상대성 이론을 발표한 직후 학계의 여러 가지 지적에 부응해 나름대로 고심해서 첨가한 우주 상수에 대한 이야기다. 또 다른 하나는 아인슈타인이 당시 미국 대통령 프랭클린 루스벨트에게 원자폭탄을 독일의 아돌프 히틀러보다 먼저 개발해야 한다고 촉구한 편지다. 아인슈타인은 루스벨트에게 독일이 원자폭탄을 먼저 개발하면 제 2차 세계대전의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고 설명했고, 미국은 맨해튼 프로젝트를 발족시켰다. 물론 아인슈타인은 미국의 원자폭탄 개발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 하지만 미국은 원자폭탄을 곧바로 개발해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여했다. 이 일로 일본이 곧바로 항복해 태평양전쟁은 종식되었다. 아인슈타인은 원자폭탄의 위력에 놀라 자신이 루스벨트에게 보낸 편지에 서명했다는 것을 최대의 실수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2차 대전 중 원자폭탄 개발은 독일과 일본에서 이미 돌입한 상태였다. 미국은 아직 그럴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고 아무도 원자폭탄을 운운하지 않았던 듯하다. 아무튼 원자폭탄은 그만큼 개발하기도 어려운 상태이고, 또 개발해도 실제 사용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였다. 위험한 물건있었다는 뜻이다. 그러나 궁지에 몰린 독일과 일본은 더욱 원자폭탄 등 신무기에 박차를 가했지만 뒤늦게 개발에 뛰어든 미국이 가장 먼저 성공한 것은 순전히 '돈' 때문이었다고 한다. 원자폭탄의 위력을 전해들은 루스벨트가 미 전역 수십, 수백 군데에서 원자폭탄 개발 프로젝트를 실행시킨 것이다. 결국 우리가 잘 알다시피 미국의 승리로 전쟁은 끝을 맺었다.

 


 

한 가지 독자로서 아직 의문은 있다. 당시 원자폭탄이란 무게의 위력을 안 나라에서 개발을 서두르고 있는 상황에서 전쟁이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는데 미국은 엄청난 개발비와 인력을 투입했는데 왜 아인슈타인은 개발을 거부했을까. 그리고 거부하는 아인슈타인에게 아무 압력도 없었을까. 상식적으로는 납득이 되지 않는 일이다. 원자폭탄의 힘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아인슈타인이었는데 진정 그가 개발 참여는 하지 않았다? 또 전쟁 중인 미국 정부에서도 발을 뺀 아인슈타인에게 아무 압력이나 회유가 없었다? 아무래도 설득력이 조금 떨어지지 않나 싶다. 물론 독자가 자세히 알지 못하는 일을 미국 정부가 아인슈타인의 참여를 외부적으로 감추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는 유태인이고 독일 히틀러를 피해 미국으로 망명한 신분이다. 그가 상대성 이론을 발표하면 만들어낸 공식이 'E=mC2(광속의 제곱)'이다. 이는 에너지는 빛의 속도(300,000km)의 자승(2)의 엄청난 폭발력의 공식이다. 아무튼 독자도 아인슈타인의 원폭 개발 참여는 수수께끼로 남겨두고자 한다.

 

저자 : 이종호

 

고려대학교 건축공학과와 같은 대학원을 졸업하고 프랑스로 유학을 떠나 페르피냥대학에서 공학박사 학위와 과학국가박사 학위를 받았다. 프랑스 문부성이 주최하는 우수 논문상을 수상했으며 해외 유치 과학자로 귀국해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KIER) 등에서 연구했다. 과학기술처장관상, 태양에너지학회상, 한국발명교육학회 논문상, 고려대학교 이정덕 건축상, 국민훈장 석류장 등을 받았다. 프랑스 유학 시절부터 세계의 여러 유적지를 탐사하며 연구해 기초 없이 빌딩을 50층 이상 올릴 수 있는 ‘역피라미드 공법’을 비롯해 특허 10여개를 20여 개국에 출원하는 등, 이론과 실제를 넘나들며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현재 한국과학저술인협회장(과학저술가)으로 신문, 잡지 및 인터넷에도 활발히 기고하는 등 과학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4차 산업혁명과 미래 직업』, 『로봇은 인간을 지배할 수 있을까?』, 『피라미드』, 『역사로 여는 과학문화유산답사기』, 『영화 속 오류』, 『유네스코 선정 한국의 세계문화유산』, 『유적으로 보는 우리 역사』 등 100여권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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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탈역사 - 예술의 종말에 관한 단토와의 대화
아서 C. 단토.데메트리오 파파로니 지음, 박준영 옮김 / 미술문화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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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인공품은 예술품이 되고, 또 어떤 인공품은 예술품이 되지 못하는가?" 독자는 이런 질문을 속마음으로 해본 적이 있다. 특히 현대 미술 가운데 팝아트로 분류되는 일부 미술품들은 마치 낙서 같은 그림, 아무 의미도 없는 재활용 쓰레기처럼 보이기도 하는 물건들이 예술품이라고 전시된다. 뿐만 아니라 미술 비평가들의 호평을 받기도 하는 것을 보고 독자의 예술 지식을 탓하다가 이내 고개를 숙이곤 한다. 사실 기존의 예술 작품을 감상할 때도 별 지식 없이 작품을 접해 왔다. 그저 기존 평에 기대어 작품의 질을 높이 보기도, 또 좀 낮게 보기도 했다. 한마디로 남 감상을 따라 감상했다는 자책감이 들 때가 많다. 그렇다고 예술이나 미술 평론을 따로 배울 필요도 못 느꼈다. 생계와 관계 없이 그냥 예술을 즐기는 차원이라 절실하지는 않았던 듯하다. 때문에 작품 감상 기준이 비평가나 기존 예술가들이 평가한 대로 오락가락한다는 점은 인지하고 있었다.

이 책 『예술과 탈역사』는 사실 독자에게 굉장히 어렵다. 어렵다는 사실을 알고도 읽고 싶었던 이유가 저자이자 철학자인 아서 C. 단토가 예술의 종말을 주장해 굉장한 논란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부터다. 단토는 "예술의 존재 이유를 설명하려면 이제는 철학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책에 따르면 1964년, 단토는 앤디 워홀의 〈브릴로 상자〉를 보고 깊은 충격을 받는다. 그 충격은 단토의 미학에서 일종의 신호탄 역할을 했다. 왜 어떤 인공품은 예술이 되고, 또 어떤 인공품은 예술이 될 수 없는가? 앤디 워홀은 하고많은 상품 중 왜 브릴로 상자를 택했는가? 이것이 예술이 될 수 있다면, 이제 예술을 뭐라 정의내릴 수 있는가? 예술에서 철학은 어떤 역할을 하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던지고 사유했다. 그리고 통찰의 끝에, 그는 예술의 종말을 선언한다. 이 테제는 단토의 많은 저서들에서 여러 번 논의된 바 있지만, 그만큼 대중으로부터 여러 번 비틀리고 왜곡되고 오인되어 왔다.

 


 

이 책은 단토가 거듭 주장한 탈역사와 예술의 종말 개념을 재확인하고 오해를 바로잡으며, 더 나아가 워홀 말고도 다양한 현대 미술가들의 작품을 그가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소중한 기록이라고 한다. 역자 박준영은 책 뒷 부분의 〈역자 후기〉에서 이 책에 실린 단토와 이탈리아 미술 비평가 데메트리오 파파로니의 대화에 귀 기울이다 정합성을 갖춘 1인칭의 건조한 글에서는 느낄 수 없는 우발성과 어긋남의 소소한 즐거움을 발견할 수 있다고 했다. 대담자들은 상대방의 의견을 분명하고 솔직하게, 그러나 절대 오만하지 않게 전달한다고 평가한다. 역자는 또 상호 존중과 배려의 분위기 속에서도 시종 팽팽하게 유지되는 지적 긴장과 거기서 오는 지적 희열은 독자들이 이 책에서 맛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라고 평가한다.

물론 독자로서는 역자의 수준에서 이 책을 읽지 못했다. 두 저자가 대담한 내용 중에서 서로 상대를 존중하고 자신의 주장도 분명히 밝힘으로써 담화를 이어나간다는 느낌은 받을 수 있었지만 그들의 내용에서 독자가 즐거움이나 희열을 느낄 수는 없었다. 그들의 대담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탓이다. 독자 판단으로 굉장히 높은 수준의 예술론을 다루고 있으며, 누구도 감히 함부로 내세울 수 없는 예술의 종말론을 이끌어낸다는 것을 예술 공부라고는 책 한 권도 제대로 읽지 못한 독자가 잘 이해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소리일 것이다. 한마디로 책의 내용은 일반 독자들이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역자 후기〉로 역자의 설명을 들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서평에서 한두 줄 인용해야 할 내용을 이 책 서평에 원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하나는 단토의 예술 철학을 비판적으로 개관하는 서문이고, 나머지는 파파로니와 단토가 주고받은 대화록이다. 특히 이 책의 주된 부분을 차지하는 대화록은 그 형식의 특성상 딱딱한 논문에서는 포착하기 어려운 단토의 미묘한 생각과 태도를 엿볼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다. ‘예술의 종말’이라는 단토의 유명한 테제는 그토록 잘 알려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오해를 낳고 파악하기 힘든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런 상황에서 단토의 예술 철학을 대담의 형식으로, 그러니까 일상의 언어로 접할 수 있다는 것은 그의 사유를 입체적으로 헤아려 볼 수 있는 무척 좋은 기회가 된다. 또한 그가 미술, 그중에서도 예술 철학과 분석 철학에 입문하게 된 내밀한 이야기도 엿볼 수 있다.

이 책의 대담자들은 저마다 전문 분야가 다르지만 모두 어느 정도는 철학자고, 미술가며, 미술 비평가다. 사안을 바라보는 시각이 조금씩은 다를 수밖에 없으니 상대가 자신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고, 서로 오해가 생길 수도 있다(이런 오해는 때로 자기 논리의 허점을 회피하는 의도적 혹은 무의식적 전략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이야기의 초점이 미세하게 틀어지기도 한다. 역자도 사실 내용이 다소 전문적이고 난해한 대목이 적지 않다고 밝힌다. 하지만 이 책을 집어 들고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들이라면 이미 모두 조금씩은 철학자이자 미술 비평가, 예술가일 것이고, 따라서 이 책에서 저마다 자신에게 필요한 값진 정보와 가치, 영감을 얻어갈 수 있으리라고 역자는 확신한다. 이런 어긋남을 지켜보며 독자는 화자들, 특히 단토의 논지를 오히려 더 깊고 선명하게 이해하게 될 것으로 예상하기도 한다.

 

 

이탈리아의 미술 비평가이자 큐레이터, 편집자인 파파로니와의 대화는 그의 넓은 식견과 탐구 정신으로 단토 사유의 여러 측면을 잘 드러내 보여준다. 이 대화(화가 밈모 팔라디노와 철학자 마리오 페르니올라가 참여할 때도 있다)에서 우리는 서로 날카로운 질문을 주고받는 대담자들의 생생하고 즉흥적인 토론을 지켜볼 수 있다. 단토가 이 시대에 던진 두 가지 화두인 ‘탈역사’와 ‘예술의 종말’이 가리키는 방향은 곧 다원주의 시대라고 역자는 본다. 이런 점에서 단토의 사유가 가닿는 영역은 비단 예술에만 한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책의 담화가 예술과 철학, 미학의 범주 내에서 이루어지는 것이긴 하지만 그 내용은 우리가 지금 발 디디고 살아가는 이 세상과 시대, 사회의 현재와 과거와 미래를 되돌아보고 가늠해 볼 수 있는 비전을 제공한다.

“내가 말하는 것은 역사의 종말이지 예술의 죽음이 아닙니다. 우리는 역사로 구축된 세상에 얼마간 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탈역사’ 시대로 접어들었습니다. 우리에게는 남은 이야기가 없습니다. 그래도 사람들은 이야기를 단념하지 못하는데 인간의 마음이 늘 사태를 서사적 관점에서 보고 싶어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조만간 이야기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고 사태를 있는 그대로 보게 될 것입니다.”(p.84)

동시대의 예술의 주된 목적은 미적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기는 하지만 단토는 미학을 동원하는 예술도 있음을 부정하지 않았다. 한편으로 그는 미학을 추구하는 것은 "예술사가 전개되는 동안 제작된 예술 대다수의 주된 목표"가 아니었다고 말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많은 전통적 예술과 일부 동시대 예술에는 틀림없이 미적 요소가 있다."라고 확언한다.

 


 

역자는 파파로니가 「우연히 시작된 대화들」이란 〈서문〉에서 언급하듯 이 책은 단토와의 대담 외에도 단토의 예술 철학을 개관하는, 그러나 그것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면서 파파로니 본인의 독자적인 생각을 표명하는 해설 『주디의 방에서』를 포함한다. 역자가 이해한 바로 '주디의 방'은 예술과 삶, 혹은 허구와 실재가 공존하는(달리 말해 양자가 끊임없이 자리바꿈하는) 공간을 표상한다. 그리고 바로 이 사태의 핵심 계기는 역사 혹은 시간의 어떤 가능성과 불가능성에 있다. 파파로니는 이 해설에서 여러 개별 작품의 '시간관'을 구체적으로 분석하면서 예술과 진리, 차용과 독창성, 해석과 동기(의도), 모더니즘과 탈역사 등의 문제를 논하는데, 단순히 보론(補論)이라기보다는 1~4장의 대담과 별개로 그 자체로도 탁월한 통찰이 돋보이는 흥미로운 에세이라고 강조한다.

대서사들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무엇이라도 가능한 시대, 소서사들의 시대가 열렸다. 거실에서는 TV가 사라지고 셀 수 없이 많은 유튜브 채널들이 존재한다. 우리는 이 책에서 예술계의 오늘과 어제와 미래를 조망한다. 예술계는 우리가 사는 세상의 특수한 구역이 아니라 바로 이 세상을 축소한 모델-어느 영역보다 세계의 흐름에 예민하고 민첩하게 변화가 일어나는 곳-이다. 이런 뜻에서 『예술과 탈역사』는 예술의 범주에서 더 나아가 한 권의 인문·역사서로도 기능한다. 나아가 단토가 제기한 두 가지 화두, 탈역사 개념과 다원주의 비전은 우리가 현시대를 진단하고 각자의 지난날과 앞날을 조망하는 데도 유용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참고로 역자가 앞서 언급한 대로 파파로니의 해설 『주디의 방에서』의 일부를 여기에 게재한다. "아서 단토가 보기에, 작품에 점차 철학이 깃들면서 그것을 감상하고 해석하는 일을 눈이 아닌 정신이 맡게 되리라는 헤겔의 예언이 실현된 것은 뒤샹에 이어 워홀의 브릴로 상자가 제기한 질문들과 더불어 20세기에 와서였다. 단토가 그의 '예술의 종말'이론을 발전시키는 데 전념하게 된 중대한 순간은 그가 1964년 맨해튼 스테이블 갤러리에서 열린 워홀의 전시회를 방문했던 때와 일치한다. 어떤 것이 과거에는 그렇지 않았는데 역사의 어느특정한 시기에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여겨지게 되는 이유를 그가 탐구하기 시작했던 것이 바로 그때였다. (중략)

뒤샹의 레디메이드와 워홀의 브릴로 상자는 평범한 대상으로 제시된 예술 작품들로, 둘 다 구상 미술의 서사 구조도 추상 미술의 구성 구조도 없다. 단토에 따르면 평범한 대상과 예술품의 차이는 이제 그 형태가 아니라 해석 과정에 근거하는데 브릴로 상자의 경우에는 서로가 서로를 지시하는, 즉 원본과 사본을 구별하기 힘든 한 쌍의 대상을 비교하는 방법이 쓰인다. 예술품에 대한 단토의 철학적 해석은 바로 이런 동일성과 차이를 인식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뒤샹과 워홀의 작품에 대한 비교 분석은 예술품의 고유성과 항상성을 숙고하게 한다."(p.39~54)

이 책을 국내 독자들에게 처음 소개하게 된 올해가 단토의 타계 10주기다. 이탈리아어 초판은 2020년에, 개정을 거친 영어판은 작년에 출간되었다고 한다. 시점이 시점이니만큼 한 가지 의미를 부여해 이 책을 소개한다면, 동시대의 가장 중요한 예술 철학자의 성취와 자취를 뒤돌아보고 기리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고 역자는 소감을 밝혔다.

 


 

“내 견해는 ‘죽음’이 명백히 뜻하는 바대로 예술이 더는 존재하지 않으리라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 전개상 적절한 다음 단계로서 확신을 주는 서사에 힘입지 않아도 어떤 예술이든 탄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끝나는 것은 서사(narrative)이지 서사의 대상(subject)이 아니다.” 예술 자체가 끝난 것이 아니라 예술을 이해하는 하나의 방식과 더불어 예술을 비평하는 일정한 방식이 끝난다는 말이다.(p.84)

 

저자 : 아서 C. 단토(Arthur C. Danto)

미국의 철학자이자 미술 비평가. 웨인주립대학교에서 미술과 역사를 공부했으며 판화가로 활동하면서 컬럼비아대학교에서 철학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컬럼비아대학교에서 다양한 교수직을 역임하다가 1966년에 정교수가 되었다. 1984년부터 2009년까지 『네이션』의 미술 비평가로 활약했으며 미국철학회장과 미국미학회장을 역임했다. 그의 주 관심사는 사고, 감정, 예술 철학, 표상 이론, 철학적 심리학, 헤겔 미학, 그리고 메를로퐁티와 니체, 장폴 사르트르의 철학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했다. 단토는 1964년 앤디 워홀의 〈브릴로 상자〉를 보고 ‘어떤 인공품은 예술품이 되고, 또 어떤 인공품은 예술품이 되지 못하는가?’라는 논지의 화두를 미술계에 제기해 이목을 모았다. 같은 해 발표한 논문 「예술계」로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해부하면서 철학적 미학의 흐름을 바꾸어 놓았다. 2013년 10월 89세를 일기로 타계한 단토는 수많은 평론과 저서를 남겼다. 주요 저서로는 『예술의 종말 이후』와 1990년 미국도서평론가협회 평론 부문을 수상한 『만남과 성찰』을 비롯해 『일상적인 것의 변용』 『브릴로 상자를 넘어서』 『비자연적인 기적들』 『미래의 마돈나』 『앤디 워홀』 『무엇이 예술인가』 『미를 욕보이다』 등이 있다.

 

저자 : 데메트리오 파파로니(Demetrio Paparoni)

이탈리아의 미술 비평가이자 큐레이터, 작가, 편집자. 카타니아대학교에서 근현대 미술사를 가르쳤으며 지금은 이탈리아 신문 『도마니』에서 미술 비평가로 일하고 있다. 1983년에 현대 미술 매거진 『테마 첼레스테』와 동명의 출판사를 설립하여 2000년까지 운영했다. 주요 저서로는 『악마: 시각적 역사』(2019) 등이 있다. 단토 생전에 그의 담당 편집자로 일했으며, 단토와 주고받은 대화를 정리해 본서로 출간했다.

 

역자 : 박준영

한때 영화를 만들었고, 미학을 잠시 공부했다. 현재는 미학을 실천하는 내 나름의 방식이란 핑계로 번역을 하고 있다. 관심 분야는 분석 철학과 현대 예술이며, 옮긴 책으로는 나이절 워버턴의 『그래서 예술인가요?』와 벤체 나너이의 『미학』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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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벤션 - 발명의 성공과 실패 그리고 미래를 이야기하다!
바츨라프 스밀 지음, 조남욱 옮김 / 처음북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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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인벤션』은 표제어 '인벤션(invention)'이 의미하듯 '발명(품)'을 이야기한다. 저자 바츨라프 스밀의 말대로 "인류의 진화는 발명과 분리하여 설명할 수 없다. 그 이유는 발명이 인류의 역사에 물리적 변화와 행동 양식을 변화시켰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모든 발명이 인류를 편리하게, 더 많은 것을 소유하게 만들어주지는 않았다. 발명이 자본주의와 만날 때부터는 인류의 행복을 위한 발명품보다는 더 강력하고 폭발력이 강한 물체들이 발명돼 인류의 행복과 반대의 결과를 낳기도 했다. 인류의 행복과 편리한 일상을 위한 발명품 가운데 비경제적이라서 퇴출당한 것들이 있는가 하면 혁신적이지만 유해함이 입증돼 영원히 사라지는 것들도 있다.

이 책은 눈부신 기술 발전의 역사를 되돌아보면서 미래를 향한 교훈과 통찰을 제공하기 위해 쓰였다. 최점단 기술이 쏟아지는 현시점에서 근대 발명과 혁신의 흐름을 되돌아보고 미래를 전망하려는 저자 스밀의 시도는 매우 시의적절하다고 역자 조남옥도 동의한다고 〈옮긴이의 말〉을 통해 밝혔다. 이에 따르면 과거의 실패와 진행 중인 기술 가운데 대표적인 사례들을 통해 기술 발전의 역사를 조망하고 있다. 20세기에 화려하게 등장한 유연휘발유, DDT, 프레온가스는 초창기에 주목받으며 인류 사회에 큰 영향을 미쳤지만 결국 실패로 끝났다. 비행선, 핵분열 기술, 초음속 비행기는 세상을 지배할 것처럼 등장했지만 실망스러운 발명이다. 물론 핵분열에 의한 핵발전과 초음속 비행기는 여전히 기대되는 기술이며 발전이 진행 중인 기술이다. 하이퍼루프를 이용한 고속 이동, 화학비료가 필요 없는 바이오 농업 기술, 핵융합을 이용한 발전 기술, 탈탄소화 기술 등은 인류가 아직도 간절히 기다리는 기술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기본적으로 기술 발전에 의한 인류의 진보에 대해 확신하지만, 최근 기술에 대한 지나친 낙관은 경계한다. 최근 각국이 사활을 걸고 있는 반도체 산업도 마찬가지이다. 2023년 현재 최첨단 반도체 산업의 선폭 기준은 3nm이다. TSMC와 삼성전자 등 최첨단 반도체 기업들은 이 좁은 선폭의 반도체를 제조하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3nm의 다음 세대 반도체는 1~2nm이 될 것이라. 이 단계에 들어서면 반도체 산업은 극한의 물리적 한계에 봉착할 것이다. 선폭을 줄이기 위해 투입되는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수익을 담보하지 못하는 단계로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예견한다. 만약 지금까지의 반도체와는 달리 완전히 다른 구조의 반도체가 등장하지 않는다면 1970년대부터 이어진 반도체 무어의 법칙*은 이제 곧 한계를 드러낼 것이다.

* 무어의 법칙(Moore's Law) : 인터넷 경제의 3원칙 가운데 하나로, 마이크로칩의 밀도가 24개월마다 2배로 늘어난다는 법칙을 말한다. 1965년 페어차일드(Fairchild)의 연구원으로 있던 고든 무어(Gordon Moore)가 마이크로칩의 용량이 매 18개월마다 2배가 될 것으로 예측하며 만든 법칙으로, 1975년 24개월로 수정되었다. 마이크로칩 기술의 발전속도에 관한 것으로 마이크로칩에 저장할 수 있는 데이터의 양이 24개월마다 2배씩 증가한다는 법칙이다. '인터넷은 적은 노력으로도 커다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메트칼프의 법칙, '조직은 계속적으로 거래 비용이 적게 드는 쪽으로 변화한다' 는 가치사슬을 지배하는 법칙과 함께 인터넷 경제3원칙으로 불린다. 또한 컴퓨터의 성능은 거의 5년마다 10배, 10년마다 100배씩 개선된다는 내용도 포함된다. 이 법칙은 컴퓨터의 처리속도와 메모리의 양이 2배로 증가하고, 비용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효과를 가져왔다.

 

 

이 책은 모두 5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발명과 혁신의 역사」, 2장 「발명과 혁신의 역사」, 3장 「세계를 지배할 뻔한 발명」, 4장 「인류에게 꼭 필요한 발명」, 5장 「발명과 혁신의 현실적 전망」 등이다. 저자는 현대사회에서 퇴출당한 발명은 무엇이었나를 살펴본다. 또 세상을 지배할 뻔한 발명은 무엇인가에 대해서도 실제 발명품에 대한 원리와 뒷이야기도 알아본다. 이를 통해 인류에게 꼭 필요한 발명은 무엇인가?란 질문과 이야기로 이끌어간다. 지금 한창 진행 중인 인공지능, 신약, 전기차, 탈탄소화 기술 등의 현주소는 어디인가?도 함께 분석해본다. 또 퇴출되거나 인류의 행복에 반하는 발명과 혁신에 대한 기술적 과장과 미디어의 과대광고에 대해서도 이 책에 연구 결과로 나와 있다. 빌 게이츠가 가장 사랑하는 사상가인 바츨라프 스밀의 객관적인 시선으로 전하는 발명과 혁신의 이야기다. 인류의 발명과 혁신의 역사와 미래 기술 발전에 대한 바람직한 모습을 과학적, 통계적 분석을 통해 살펴보는 흔치 않은 기회가 될 것으로 독자는 기대한다.

저자 바츨라프 스밀는 세계적인 에너지, 환경 분야의 거장이다. 빌 게이츠가 사랑하는 사상가이기도 하다. 이 책은 발명과 혁신의 역사적 사례들을 조사하여 성공적으로 대중화된 것들과 실패로 끝난 것들을 분석하며, 인류에게 필수적인 발명에 대한 이야기를 전한다. 또한, 바츨라프 스밀은 기술의 발명과 혁신에 실패를 다루면서, 실패의 원인과 결과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기술 역사를 통해 학습하여 현재와 미래의 기술 발전에 대한 더 나은 이해와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책 『인벤션(THE INVENTION)』은 기술, 경제, 사회학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 있는 독자들에게 유익한 자료로 다가올 것이다. 이를 통해 독자들은 발명과 혁신의 성공과 실패, 그리고 이에 따른 사회적 영향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우선 저자는 현대사회에서 퇴출당한 발명품 세 가지를 집중적으로 알아본다. 앞서 언급한 대로 유연휘발유, DDT, 프레온가스 등이다. 이들 발명품은 발명 초기에는 환영받으며, 세계적으로 확산되었으나 결국 실패한 발명품으로 확인돼 지구상에서 퇴출당했다. 이런 발명들은 시간이 지나 인간과 환경에 바람직하지 않거나 해로운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이것들은 처음 발명된 용도로 사용되는 것이 완전히 금지되었다. 또 세계를 지배할 뻔한 발명에 대해서도 이 책은 써 놓았다. 비행선, 핵분열, 초음속 비행기 등 세 가지다. 틈새시장에서 유망해 보였으나 생각보다 기대에 미치지 못한 발명이다. 이러한 발명들은 상업화에 성공하기도 했고 어느 정도 확산되기도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기대했던 잠재력에 도달하지 못하리라는 것이 드러났다. 지금은 연구 대상으로 남아 있기만 할 뿐 실제 제작돼 실용화하지는 못하게 됐다.

그리고 인류와 지구를 위한 발명품으로 안내한다. 저자는 하이퍼루프, 질소고정 작물, 핵융합 등의 세 가지를 꼽았다. 인류에게 꼭 필요한 발명이라고 저자는 자신 있게 내세운다. 만약 이것들이 대규모의 상업화가 이루어진다면 세계적인 혁신을 일으킬 수도 있고, 실현되기만 한다면 오랫동안 성공이 보장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하지만 그 모든 것들이 요원한 단계에 있다고 한다.

인류는 더 나은, 더 안전한, 더 공평한 세상을 이루기 위해서 수많은 혁신적인 발명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저자는 역설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과장되거나 거짓이 있거나 부작용이 있지는 않을까? 바츨라프 스밀은 특히 발명과 혁신의 과대광고와 미디어 환경의 영향력에 초점을 맞추어, 이러한 요소들이 새로운 기술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기대를 형성하는 데 어떻게 기여하는지도 이 책에서 살펴본다.

 


 

현재 발전을 거듭하는 인류의 최근 발명품들은 현재 인류의 기술 발전이 어디까지 와 있나를 살펴볼 수 있다. 그 장단점과 전망 등을 살펴보는 일은 앞으로 인류의 기술이나 지향점이 어디인지 통찰력을 얻을 수도 있다. 인공지능은 우리의 능력을 확장하고 최적화하는 데 도움이 되며, 딥러닝 신경망을 통해 전례 없는 풍요로운 축복의 시대를 열 것으로 전망한다. 하지만 현실은 훈련 알고리즘보다 훨씬 더 복잡할 수 있기에, 딥러닝 신경망은 편향되기 쉽고 치명적인 망각(챗GPT의 오류: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에 빠질 수 있는 위험이 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의학 분야의 경우 언론에서 지나치게 좋은 소식으로 자주 보도된다. 의약 분야에서 실용적인 성과가 나올 수 있으며 상업화가 가까워졌다는 식으로 과학 연구를 과장하여 보도하는 관행은 흔한 일이다. 이는 진정한 의학 발전보다 의학의 상업화 쪽으로 기울 수도 있다는 사실을 경계한다. 저자는 특히 세계 여러 곳에서 탈탄소화를 외치며 새로운 발명과 혁신을 선보이고 있지만, 탈탄소화를 앞당길수록 화석연료를 더 사용하는 모순이 생기고 있다는 점을 경고한다. 더욱이 빌 게이츠는 “탄소 배출 제로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기술의 절반은 아직 존재하지 않거나 너무 비싸서 감당할 수 없다.”라고 언급한 적이 있다.

이처럼 이 책은 독자에게 기술 발명과 혁신에 대한 현실적인 시각을 제공하고, 이를 바탕으로 미래의 기술 발전에 대한 합리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쓰였다. 이와 함께 부유한 국가에 사는 10억 명과 반복되는 질병, 조기 사망률, 최저 생계 수준에서 살아가는 30억 명 간의 차이를 줄여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따라서 필수적인 물, 식량, 에너지, 물질적 필요를 충족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가 될 것으로 전망하기도 한다.

 


 

바츨라프 스밀은 이 책을 통해 우리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발명을 구별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그 방법은 바로 우리가 어떻게 현재 상황을 변화시킬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현재 시점에서 기존의 불평등을 크게 줄이고 건강, 교육, 소득 격차를 좁힐 수 있는 발명과 혁신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놀라운 발명을 통해 미래의 혜택을 추구하는 것과 이미 확립된 기술을 전 세계적으로 유용하게 활용하는 것 사이의 균형을 이야기하며 미래 기술이 올바르게 나아갈 방향까지 제시한다.

 

현실을 인정하고 과거의 실패와 교훈에서 배우려는 의지는 현대사회에서 점차 사라져 가는 추세다. 정확한 과학적 이해를 갖추지 못한 대중은 혁신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한 보고서와 과장된 새로운 발명에 대한 주장에 매일 노출되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뉴스 미디어가 종종 현대사회를 ‘변화’시킬 ‘파괴적’인 전환이 곧 도래할 것처럼, 거짓된 희망을 계속해서 제시한다는 점이다. 유감스럽게도, 우리는 지금 탈진실 사회에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p.265)

 

저자 : 바츨라프 스밀(Vaclav Smil)

에너지, 환경, 식량, 인구, 경제, 역사, 공공 정책까지 학문의 경계를 넘나들며 50여 년간 광범위한 분야의 연구를 선도해 온 환경과학자이자 경제사학자. 세계 발달사를 꿰뚫는 통계분석의 대가로 손꼽히며, 빌 게이츠가 가장 신뢰하는 사상가로 주목받았다. 캐나다 매니토바대학교 환경지리학과 명예교수이며, 캐나다 왕립과학아카데미 회원이다.

체코에서 태어나 프라하 카를로바대학교를 졸업하고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유럽연합을 비롯해 미국과 유럽의 다양한 국제기구에서 정책 자문을 했다. 세계의 에너지와 환경 정책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비미국인으로서는 최초로 미국과학진흥회(AAAS)의 ‘과학기술의 대중이해상’을 받았다. 2010년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가 발표한 ‘세계적 사상가 100인’에 선정되었고, 2013년 캐나다에서 민간인이 받을 수 있는 최고 훈장인 캐나다훈장을 받았으며, 2015년 OPEC 연구상(OPEC Award for Research)을 수상했다. 에너지 기술 혁신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등 에너지와 환경, 인류 문명에 관한 거시적 관점의 책을 집필해 왔다.

저서로 《대전환》, 《숫자는 어떻게 진실을 말하는가》, 《에너지란 무엇인가》, 《에너지 디자인》, 《How the World Really Works》, 《Growth: From Microorganisms to Megacities》 《Energy and Civilization: A History》 등 40여 권이 있다.

 

역자 : 조남욱

서울대학교 산업공학과에서 학사,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퍼듀 대학교에서 산업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알카텔-루슨트(Alcatel-Lucent)에서 엔지니어로 근무하였고, 삼성SDS 전자제조컨설팅실에서 책임컨설턴트로 일하였다. 2004년부터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산업공학과에서 교수로 근무하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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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 후의 삶 - 이별의 상처를 극복하고 홀로 서기 위한 치유가이드
사브리나 폭스 지음, 김지유 옮김 / 율리시즈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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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살면서 이별을 경험한다. 그것도 한두 번 정도에 그치지 않는다. 모두 다 만남의 횟수만큼 이별을 겪는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불교에서 쓰는 용어 '회자정리(會者定離)'라는 말이 맞다. 부처님이 자신의 임종을 슬퍼하자 위로하느라고 한 말이라지만 우리 삶에 딱 맞는 말이란 생각이 든다. 이별 중에는 기쁜 것도 있을 수 있으나 대개는 고통스럽고 슬프다. 때로는 고통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해 오랜 세월 괴로워하며 주변 사람까지 불행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다른 의미로 바라본다면 이별은 새로운 시작이기도 하다.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고 성장하는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

심리상담가, 소통전문가로서 활동해온 저자 사브리나 폭스는 이별은 결코 돌이킬 수 없는 일이 아니며, 실수도 실패도 아니라고 말한다. 누구나 관계를 맺을 권리가 있듯이 이별할 권리도 있는 것이라고, 그저 삶의 일부일 뿐이니 죄책감이나 지나친 고통으로 받아들일 이유가 없다고 위로한다. 아까 말한 부처님의 뜻과도 비슷하다는 느낌이 든다. 그러나 이 책 『이별 후의 삶』은 종교적 의미를 담은 것은 아니다. 훨씬 현실적이고 인간의 감정에 의해 분석하고 규정되어진 현실 감정에 의해 쓰였다.

실제로 저자 역시 두 번의 이혼을 겪으며 온갖 부침을 경험했다고 한다. 저자는 자신의 이야기와 더불어 30년간 상담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의 사례를 바탕으로 관계의 시작부터 끝, 이별의 아픔을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방법을 이 책에서 제시한다. 파트너 선택, 이별 전, 이별 과정, 이별 이후,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까지 각각 어떤 감정을 겪는지, 그 와중에 맞닥뜨리는 어려움은 단계적으로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이를 통해 비로소 객관화되는 진짜 내 모습은 어떤지…… 또한 부모의 이별로 아이들이 겪게 되는 슬픔, 아이들과의 이별, 아이들을 대하는 태도, 이별 후 새로운 가족 구성에 대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조언까지 비중 있게 살펴본다.

 


 

이 책은 450여 페이지의 두꺼운 책이지만 구성은 단순하다. 모두 12개의 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주제는 '이별'이지만 이별 전과 후의 모습을 모두 담았다. 사용된 언어도 지극히 평범한 언어가 대부분이며 이는 독자들의 이해를 쉽게 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 심리학 분야에서 다룰 법한 내용이지만 심리학 전문 용어를 가능한 배제시킨 것도 저자가 독자들의 쉬운 이해를 바랐기 때문이리라 짐작된다. 12개 장의 제목만으로도 이 책을 쓴 이유와 통흐름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1장 「이별,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 2장 「왜 당신이어야 했을까」, 3장 「두 번의 결혼과 이혼, 마침내 자유」, 4장 「사랑, 그리고 사랑이라는 착각」, 5장 「이별은 실패가 아니다」, 6장 「헤어질 결심」, 7장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 8장 「이별에도 의식이 필요하다」, 9장 「이별에도 의식이 필요하다」, 10장 「이별 후의 삶」, 11장 「아이들과의 이별, 그리고 패치워크 가족」, 12장 「아쉬워하지 말고, 아파하지 말고」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특히 「이별의 십계명」과 「이혼 후 새로운 가족관계를 위한 십계명」이 책 중간에 삽입되어 있다. 독자들의 특별한 관심이 요구된다. 또 〈부록〉으로 「이혼하려는 부부에 대한 현실적인 조언」, 「관계 개선을 시도하는 부부에 대한 조언」, 「이혼 후, 자녀와의 만남에 대한 조언」, 「패치워크 가족을 위한 유익한 정보」, 「이혼 후, 부모, 가족, 친구, 동료에게 쓰는 편지」 등이 첨부되어 있으니 관심 있는 독자들의 일독을 바란다. 이 책은 이별을 겪은 이들이 상처를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가도록 이끌어주는 이별 지침서이자 치유가이드다.

이별(이혼)에 앞서 부부 대다수가 "제대로 이별하지 않으면 다시 시작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해봤음 직하다. 분명 문제가 있고 행복하지 않다는 것을 서로 잘 알고 있지만, 이별에 대한 두려움에 결단을 주저한다. ‘사는 게 다 그렇지’라고 위안하며 미루거나 무시해버린다. 하지만 관계의 문제는 외면하고 억누를수록 곪아가며, 나중에는 비극적인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저자는 이런 문제를 겪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통해 도발적인 제안을 던진다. 문제를 안고 억지로 살아가기보다는 떨어져 각자의 시간을 갖는 것이 나을 수 있다면서, 잠시 휴식기를 통해 관계를 유지하고 회복시킬지, 아니면 완전히 새로운 시작을 감행할지 고민해보라는 것이다. ‘관계 안에서 길을 잃었다면, 나를 되찾는 유일한 방법은 이별뿐이다.’ 저자에 따르면 사랑의 관계에 속해 있는 동안에는 내 모습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 상대를 거울삼아 나 자신을 보거나, 내가 원하는 모습을 투영해서 상대방을 이해하려고 한다. 하지만 관계에서 빠져나오면 비로소 진짜 모습과 마주할 수 있다. 차라리 관계에서 빠져나와야 자기감정에 솔직해질 수 있다. 분노, 두려움, 수치심, 복수심, 애증, 미련 등, 상대를 향했던 부정적인 감정들을 떨쳐버릴 수 있다.

다만 헤어질 결심에는 이후에 뒤따를 온갖 불안을 감내할 각오가 있어야 한다. 특히 자녀들이 있다면 바닥까지 내보일 진흙탕 싸움이 기다리고 있기도 하다. 저자는 이렇듯 관계의 늪에 빠져 자신을 괴롭히는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이별의 가능성을 안내한다. 이 책은 이별 지침서인 동시에 관계 가이드북이다. 이별은 결코 관계와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을뿐더러, 새로운 관계를 시작하기 위한 관문이기 때문이다. 제대로 이별하지 못하면 그 누구와도 새로운 시작이 불가능하다. 왜 그 사람이어야 했는지, 그와 사랑에 빠진 이유는 무엇인지, 그와의 관계에서 어떤 습관을 갖게 되었는지를 알아야 과거의 아픔을 치유할 수 있고, 나아가 앞으로의 관계에서도 더 확실하고 현명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 기쁘고 행복했던 순간도, 악마처럼 못되게 굴었던 순간도, 휘몰아친 감정의 폭풍도 모두 지나간 지금, 그 모든 걸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지금이야말로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돌아볼 시간이다.

 

 

저자는 자신의 경험과 수많은 내담자와의 상담을 통해 이별에 대한 연구 자료를 충분히 확보하고 오랜 치유 경험을 더해 분석했다. 저자가 얻은 결론 중 하나는 "사랑에 빠질 때는 내가 되고 싶은 모습을 보여주고 헤어질 때는 진짜 내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이 주장에 앞서 저자는 먼저 자신의 경험을 솔직히 털어놓는다. 다른 사람의 삶은 비교적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으니 저자의 경험을 통해 각자의 삶을 명확히 들여다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두 번의 이혼, 남자친구와의 만남과 이별, 그로 인해 파생된 여러 관계를 서술하고, 이별을 통해 무엇을 배웠는지를 들려준다. 이를 바탕으로 30년간의 상담 생활 동안 만났던 숱한 사람들의 사례들이 등장한다.

이 책은 크게 과거, 현재, 미래의 세 부분으로 나뉜다. 즉 이별 이전, 이별하는 과정, 이별 후의 시간을 살펴보면서, 그와 더불어 관계를 시작할 때, 또는 관계를 쌓아가는 과정에서 어떤 선택들을 하는지, 왜 그러는지 이유도 들여다본다. 그 과정을 통해 독자는 이들의 관계 지형을 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 또한 아이가 있는 부부, 아이가 없는 부부의 이혼, 우정, 원가족, 죽음 등 여러 사례를 통한 다양한 형태의 이별도 살펴본다. 특히 후반부에서는 많은 분량을 할애해 부모가 이혼할 때 아이들이 어떤 마음인지를 중점적으로 다룬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부모가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이혼이 아이들에게 힘들고 슬프기만 한 과정은 아닐 수도 있다는 지점이다. 누가 원인 제공자인가를 따지기에 앞서, 아이들에게 죄인이 된 듯한 심정을 안고 사는 부모로서는 희망적인 메시지가 아닐 수 없다.

이 책은 저자가 상담한 수많은 사례와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별 전후에 벌어지는 거의 모든 경우의 수를 아우른다. 특히 실제 사례와 질문지를 활용하여 독자가 책에 서술된 내용을 자신에게 적용해볼 수 있는 구성이 특징으로, 수록된 질문들은 저자와 마주 앉아 속 깊은 상담을 나누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 만큼 예리하고 치밀하다. ‘관계의 본질을 이해하는 데 유용한 도구를 제시해준 연습문제집 같은 책’ ‘문제의 원인을 이해하고, 같은 행동 패턴을 반복하지 않으면서, 해로운 관계를 극복하는 데 도움을 준 책’이라는 추천들이 이어진 이유다.

 


 

이 책에서 저자는 '영성'을 부인하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영성에 기반을 두고 관계와 이별을 탐구한다고 밝힌다. 책의 「들어가기」에서 저자는 자신이 영혼을 소유한 것이 아니라, 영혼이 저자를 소유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힌다. 이에 저자는 '환생'을 믿는다고 종교적 입장 역시 인정하는 듯하다. 다만 우리가 흔히 말하는 '새로 태어남'의 환생이 아니라 삶의 다양한 측면을 경험하면서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 '다시 태어나는'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영혼과 정신은 서로 다릅니다. '영혼'이란 마음속 민감한 부분을 표현할 때 자주 사용되는 단어지만 그런 식으로 설명되어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영혼은 아픔을 느끼지 않습니다. 아픔을 느끼기 위해서는 감정이 필요한데, 감정은 영혼이 아닌 인격의 한 측면이거든요. 영혼은 그더 존재할 뿐이죠. 영혼은 기분족으로 사랑과 호의로 충만한 상태입니다. 반면 인격은 자신의 현재 상태, 성장, 만족감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감정을 필요로 하죠."(p.12~13)

앞서 언급한 대로 〈부록〉에는 이혼 관련 전문가들과의 인터뷰를 실어 각각의 경우에 실용적인 도움이 될 만한 팁을 제공한다. 이혼을 앞둔 부부, 관계 개선을 시도하려는 부부, 이혼 후 자녀와의 만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모, 패치워크 가족을 위한 유익한 정보도 덧붙였다. 저자가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메시지는 ‘이별은 실패가 아니다. 당신은 단지 결단을 내렸을 뿐이다.’도 포함된다. 누구의 잘못인지를 따지는 것은 사실 무의미하다. 누가 잘못했느냐가 아니라, 두 사람의 관계에서 나는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아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나를 정말 아프게 하는 것은 상대가 아니라, 상대의 행동에 대한 나의 반응이라는 사실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누구에게나 관계를 맺을 권리와 이별할 권리가 있다. 그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도, 관계에 대한 강박을 한결 내려놓을 수 있다. 이별은 실수도 실패도 아닌, 그저 삶의 일부일 따름이지만 그 이별을 어떻게 다룰지는 스스로 결정할 일이다. 이 책은 그 결정을 현명하고 지혜롭게 수행하도록 격려하는 안내서다.

 


 

이 책은 저자의 설명이 끝날 때마다 자문자답 형식의 별도의 난이 독자들 기다린다. 스스로 느낀 점을 적어볼 수 있고 질문에 대한 답을 충분한 시간을 두고 작성해 나간다면 세부적인 감정 정리를 통해 책 전제의 의미에 다가갈 수 있을 것을 독자는 기대한다. 또 일부는 외워두고 수시로 자문해볼 만한 내용도 있다. 이른바 〈이별의 십계명〉과 〈이혼 후 새로운 가족관계를 위한 십계명〉이다. 이 가운데 〈이별의 십계명〉을 여기에 적어본다.

① 서로를 존중하기

② 지금까지 함께한 시간에 감사하기

③ 상대 때문에 마음 아팠던 일 용서하기

④ 나 자신 때문에 아파했던 일 용서하기

⑤ 주도권 싸움을 하지 않기

⑥ 넓은 마음 갖기

⑦ 나를 부추기지 않고 편안하게 해주는 사람들과 함께하기

⑧ 감정을 진정시키는 법 배우기

⑨ 내 삶을 챙기며 살아가기

⑩ 실제 일어나지 않은 일로 지금 이 순간을 망치지 않기

 


 

건강하고 성숙한 사랑은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성숙한 사랑에서는 두 사람 모두 관계의 시작과 끝을 스스로 선택합니다. 당연한 것인데 이 사실을 모두가 분명히 아는 것은 아닙니다. 이별 후 슬픔에 잠겨 감정적으로 행동하거나 분노를 터뜨리는 사람도 있거든요. 이런 사람은 빌려준 물건을 다시 돌려받는 것처럼 상대방을 반드시 되찾으려고 합니다. 하지만 파트너는 소유물이 아닙니다. 그도 나와 마찬가지로 오롯이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는 거지요.(p.122)

 

우리 삶은 실수가 아닙니다. 살면서 경험하는 모든 일에는 의미와 당위성이 있어요. 그리고 자신을 더 잘 알수록 더욱 분명하게 자기 행동을 인지하고 살아갑니다.(p.401)

 

저자 : 사브리나 폭스(Sabrina Fox)

작가, 심리상담가, 소통전문가, 명상지도자. 저널리스트로 시작해 독일 텔레비전 프로그램의 진행자로 활동했고, 이후 30여 년간 임상최면치료사, 갈등해결코치, 중재자로서 몸과 마음, 영성간의 연결을 주제로 한 워크숍과 강연, 저술활동을 활발히 해오고 있다. 특히 모든 연령대의 여성을 대상으로, 내면의 지혜를 감지하고 직관을 신뢰하는 법, 자기결정적인 삶을 살기 위한 가이드를 전달하는 것에 주력한다. 저자는 영혼의 매개체인 인체를 주시하고 탐구함으로써, 영적인 신호를 감지하고 활용할 것을 당부한다. 각자의 삶에서 부여받은 숙제를 해결하고 자신만의 행복을 찾을 수 있도록, 20여 권이 넘는 책, 온라인 수업, 블로그, 워크숍을 통해 도움을 주고 있다. 온라인 수업의 주제는 정신, 영혼, 육체, 직감과 마음챙김, 자기애와 관계, 느낌과 감정, 소통, 내면의 평화 등이며, 지은 책으로는 《마침내 각성하다》 《위기를 치유하는 법에 대하여》 《바디 블레싱, 내 몸 사랑하기》 《영혼이 원하는 것》 《모든 여성은 나이가 든다, 문제는 어떻게 늙어가느냐》 등 다수가 있다.

웹사이트_www.SabrinaFox.com

인스타그램_Sabrinafoxspirit

페이스북_Sabrina.Fox.Spirit

 

역자 : 김지유

충남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 한독과 석사 과정을 수료했다. 대기업과 공공기관에서 통역사로 일했으며, 현재 출판번역 에이전시 유엔제이 소속 전문번역가로 활동하며 좋은 외국 도서를 한국에 소개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우리에게 닥친 기후재앙을 멈추는 법』이 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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