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야 : 야 1
묘니 지음, 이기용 옮김 / 메타노블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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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어둠이 순환하는 호천의 세계에서 억울하게 누명을 쓴 한 가문이 몰살당한다. 소년 녕걸은 기적적으로 살아남아 복수를 꿈꾸며 기회를 엿본다. 과연 녕걸의 복수는 성공할까? 신비의 능력은 무엇일까? 궁금증이 계속되는 한 손에서 책을 놓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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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야 : 야 1
묘니 지음, 이기용 옮김 / 메타노블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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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 『장야』는 넷플릭스·왓챠·티빙의 인기 드라마 〈장야〉의 원작 소설이다. 2015 제1회 중국 인터넷 문학 비엔날레상 금상을 수상했고, 중국 현지 드라마 방영 6일 만에 5억 뷰를 달성하는 진기록도 세웠다. 제호 '장야'는 영원한 밤을 의미한다. 이 소설을 읽기 위해 새워야 할 밤은 몇 밤이나 될까. 분위기도 매우 어둡고, 혼란스럽기까지 하다. 시대적 배경은 당(唐)나라 때다. 당나라 때 실제 인물이 등장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 인물이 등장한다면 역사 소설에 해당될 터, 무협지의 특성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장르소설이자 SF 소설로 읽힌다. 방영은 '100부작'이라 하니 우선 숫자에 압도당한다. 100부작이라면 몇 권의 책으로 이루어진 것인지 쉽게 가늠이 안 되기 때문이다. 저자 묘니는 중국의 대표적 장르소설 작가로 꼽히고 있다. 그는 전작 『경여년 : 오래된 신세계』를 6권으로 발간했다. 소설의 스케일뿐만 아니라 책 권수에서도 대하소설처럼 독자를 압도한다. 마음 먹고 쓴다면 『삼국지』 전편도 하룻밤 새에 떠낼 작가로 보인다.

이 소설은 빛과 어둠이 순환하는 호천의 세계를 그리고 있다. 이곳에서는 천 년마다 명왕(冥王)에 의해 온 세상에 어둠이 깔리고 혹독한 추위가 닥치며 만물이 생명을 잃는, 영원한 밤(永夜)이 찾아온다. 억울하게 누명을 쓴 한 가문이 몰살당하는 '선위장군부 사건'이 발생한다. 이때 이곳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아이가 있었는데, 그의 이름은 녕결이다. 주인공이다. 녕결은 평생에 걸쳐 복수하기로 다짐하며 도성을 벗어난다. 그는 길가의 시체 더미에서 울고 있던 여자아이를 구해준다. 녕결은 그녀에게 상상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그녀를 시녀로 삼아 함께 살아간다.

 


 

상상과 함께 힘겹게 살아남으며 위성의 군졸이 된 녕결은 수많은 마적을 죽이는 매우 뛰어난 전투 실력을 발휘하며 주목을 받는다. 선위장군부 사건으로부터 십여 년 뒤, 우연한 기회로 귀인을 도성으로 안내하게 된 녕결은 도성에 도착하면 서원에 들어가 수행하며 힘을 기르기로 결심한다. 도성으로 향하는 길에서 귀인을 노리는 자객의 습격을 받은 녕결 일행, 그런데 이들을 습격한 동현 경지의 대검사는 녕결이 평생 복수를 다짐해온 하후 장군의 부하였다. 자객이 노린 귀인의 정체는 무엇일까? 과연 녕결은 무사히 도성에 도착할 수 있을까? 마침내 복수의 칼날이 그 한기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위성의 3백여 명 부하 중 적을 가장 많이 죽인 사람이 꼭 녕결 그놈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제가 장담컨대, 어떤 참혹한 전투에서도 살아남을 한 사람이 있다면 바로 그 소년입니다.”(1권, p.33)

영원한 밤의 세계여서 고요한 분위기지만 어둠 속에서는 치열한 암투가 벌어진다. 이 소설에는 무협지가 그렇듯 수많은 인물이 등장한다. 한 사람 한 사람 챙겨보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지만 앞으로 계속 읽어나갈 생각이면 인물에 중점을 둘 필요가 있다. 결국 인물들이 소설을 끌어갈 테니 말이다. 독자는 무협지 열혈 팬은 아니지만 이야기로나 TV를 통해 자주 접하는 편이다. 무협지의 재미를 옛날에는 책을 통해 읽어야, 그것도 밤을 새우며 읽어야 제 맛을 알 수 있다고 말한 사람이 많았는데 이젠 영상으로 보고 싶을 때 언제든지 볼 수 있도록 돼 있으니 심심풀이로 보기에는 더한 것이 없다. 역시 무협소설의 재미는 '복수'에 있다.

 


 

저자의 전작 『경여년』을 몇 권 읽었다. 비록 전 권(6권)을 다 꼼꼼이 읽지는 못했지만, 시작부터 강렬했다.

"나는 어디에서 왔으며, 어디에 있으며, 어디로 가는가.

어느 날 뜻하지 않게 미지의 세계에 초대받은 손님.

알 수 없는 이유로 해하려 하고 또 알 수 없는 이유로 도우려는 자들로부터, 그는 자라난다.

과거와 미래를 동시에 품고 있는 현재라는 시간속에서 신비의 존재들에 대한 궁금증은 더욱 커져만 가고,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시간 속, 숙명같은 소용돌이에 휘말려 진정한 나의 동지와 나의 적을 묻는다.

선과 악을 넘어 도달해야 하는 당신의 신묘.

당신은 그곳으로 안내할 상자의 열쇠를 쥘 준비가 되어 있는가?"

 

신비롭기도 하고, 지극히 평범한 인물이기도 한 주인공의 활약이 이야기를 끌고 가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이 작품 『장야』도 도입 부분이 만만찮다.

"아주 오래 전, 수없이 많은 불가지지(不可知地, 알 수 없는 곳)가 존재했다. 그리고 그곳에는 또한 수없이 많은 불가지인(不可知人, 알 수 없는 사람)이 존재했다.

황혼의 황야.

먼 곳에 걸려 있는 화염에 휩싸인 구(球) 하나. 붉은 빛이 불처럼 서서히, 하지만 분명하게 번져 나간다. 들판에 눈이 녹으며 자라난 이끼기 화상의 흉터에 새 살이 돋아나듯 번져간다.

고요(1권, p.8)

 

 

세상 사람들은 자신의 능력이 형편없음을 발견하고 꿈을 이루지 못할 때 고통스러워하거나 열등감과 자괴감에 빠진다. 고통이나 성공에 대한 환상에 빠져 스스로를 마음의 감옥에 가두고 끊임없이 발버둥 치며 과거로 돌아가길 희망하는 사람들이 많다. 녕결은 처음부터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1권, p.153)

죽을 때까지 한 우물을 파는 사람이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의지와 결심만 확고하다면, 새로운 길을 택하는 사람이 더 존경받을지도 모른다. 삶이라는 이 좋은 녀석에게는 하나의 길을 가게 하는 것보다 다른 곳으로 방향을 틀게 하는 데에 더 큰 용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1권, p.153)

 

이 책이 장르소설이란 것은 분명 지난 시대 있었던 나라이고, 눈에 익은 모습들의 사회인데 막상 읽어보면 시간이 혼재되어 나타난다는 점이다. '타임슬립'이나 '시간 여행'의 모습이 소설 속에 자주 등장하는 일이다. SF 판타지 소설은 독자로서는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편인데 이 책에서도 갑자기 등장한 어색한 단어들로 혼란스럽다. 시간을 뛰어넘는 신묘한 능력의 인물이란 점을 간과한 탓이리라. 당나라 때가 배경인데도 한밤중의 녕걸의 헛소리에는 이상한 단어들이 등장한다. 열이 심하게 나면 창백한 두 뺨에 건강하지 못한 홍조가 가득한 채 더 이상한 단어들이 더 많아진다.

"넋을 잃고 천장과 상상을 번갈아 보는 모습이 눈동자 초점도 제대로 맞추지 모하는 듯했다. 그리고 마르고 튼 입술을 벌려 쉰 목소리로 이상한 말을 지껄였다. 상상은 녕걸이 하는 말을 도저히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자전거 뒷자석, 등록금, 장작칼, 초콜릿, 피, 민산, 피, 위성, 피, 초원, 피, 장군 저택 안에 온통 빌어먹을 피······ 무엇 때문에?

무엇 때문에? 도대체······ 무엇 때문에!"(2권, p.185)

 


 

이래서 무협지의 고수인 지인으로부터 들은 말이 생각난다. "무협지는 인물에 대한 탐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수많은 인물 속에 독자는 빠져든 채 갈피를 잡지 못하고 갈팡질팡 따라만 가다가 등장인물의 행동이나 말, 생각 등을 암시하는 장치들을 놓치기 십상이다." 이 조언에 따라 주인공 녕걸의 정체를 다시 한 번 살핀다. 어린 소년이다. 가족의 몰살을 경험한 복수심 가득하지만 소년에 불과하다. 그럼 어떻게 복수를... 혹시 입산수도 후 장안에 내려와서 고수들을 차례로 꺾는다?

궁금증하고 소설을 제대로 끌고 갈지 걱정도 된다. 혹시 입산수도해 내공을 쌓은 뒤 복수? 그러나 이런 일은 현대의 무협지에선 통하지 않을 터, 쓸데없는 걱정에 오히려 소설의 줄거리를 놓칠까 후다닥 정신을 수습한다.

소설의 주인공이니만큼 뭔가 비장의 무기를 꺼내서 저자가 주인공에게 쥐어주지 않을까 기대되기도 한다. 저자가 마련한 비장의 무기는 뭘까? 그러나 저자 묘니는 이러한 독자들의 상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한계에 부딪치는 모습을 여과 없이 내보낸다. 이쯤 되면 저자에게 제발! 하면서 부탁하기에 이른다. 속도가 점점 빨라질 수밖에 없다. 녕걸의 행동과 그의 마음을 표현하는 저자의 눈치를 살피며 책장을 넘긴다. 저자는 요령 있게 한계가 나올 때마다 주인공의 무력함을 가까스로 넘어가는 안간힘만 보여주고 장면을 바꿔버린다. 이젠 정말 귀인을 만나는 수밖에... 그래도 독자들이 주인공을 믿을 만하다고 생각할 빌미를 아예 없애버리지는 않는다. 주인공 녕걸은 처음부터 공주를 호위하는 역할을 맡아 잘 수행하여 공주의 마음에 들게 된다. 저자가 무언가 복선을 깔지 않았나 예의주시한다. 어리지만 주인공 녕걸의 성격이 아주 까칠해서 어지간해서 고개를 숙이려 하지 않는다는 점도 녕걸의 비장의 무기가 무언가 있을 듯한 기대감이 커진다. 나이는 어리지만 복수를 위해 녕걸이 갖고 있는 무기는 과연...

 


 

“희망이 허망일 수도 있지만 희망이 없는 것보다는 나아. 그래서 노력해야 해.”

“도련님, 만약 호천께서 도련님을 끝내 수행의 길에 오르지 못하게 하면 어떻게 할 거예요?”

“호천께서 그렇게 나쁘다면…… 난 하늘을 거스를 거야.”(p.185) 하늘을 거스를 수 있다는 호기의 정체는?

 

저자 : 묘니(猫?)

 

1977년생. 중국 1위 장르소설 작가. 중국의 대표 장편소설 작가 김용 이 후 가장 뛰어난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그가 집필한 작품들은 저자만의 독특한 세계관속에 갖가지 사건들을 알차게 구성하였다. 수많은 등장인물들이 만들어 내는 복잡한 갈등속에서 한줄기 목표로 끊임없이 달려가는 맛이 그의 소설속에 잘 녹아 있다. 대표 작품으로는 『주작기』, 『경여년』, 『장야』, 『택천기』, 『간객』. 그의 작품 대부분은 드라마로 제작되어 중국에서 80억뷰가 넘는 조회수를 달성하며 큰 화제가 되었다. 최근 자신의 마지막 장편 소설 『대도조천』을 마감했다.

2007년 『주작기』로 제4회 시나 오리지널 창작대회, 무협판타지상 1등상, 2013년 『간객』으로 제1회 서호 장르문학상 은상, 2015년 『장야』로 제1회 인터넷문학상 금상, 2015년 텐센트 서원문학상, 올해의 작가상, 2017년 『간객』으로 인터넷 문학 20년, 20대 작품 1위, 2020년 『택천기』로 제1회 천마문학상을 받았다.

 

역자 : 이기용

 

경복고, 서울법대를 나왔다. 중국에 관심이 많아 중국의 부상에 한국인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고민중이다. '문화'를 화두로 떠돌다 '묘니'와 친구가 되었다. 영화와 출판에 관심있어 『경여년』 외에 『장야』 등 묘니 작품을 우선 번역할 생각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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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라이트 연가
백리향 지음 / 하움출판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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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 탓을 했을까, 자신 탓을 했을까. 쏟아 낸 눈물이 강을 이루고도 남는다 했다. 그 시절 청춘이었을 때 그들이 겪었던 사랑은 혹독한 아픔이었고 시린 사랑이었다. 이루어질 수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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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라이트 연가
백리향 지음 / 하움출판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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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블루 라이트 연가』의 표제어로 사용된 '블루 라이트'란 단어는 '우울'과 '슬픔'의 뜻이 내포돼 있다. 예술 작품에서는 특히 '블루'는 문학이든 미술이든 은유적 표현 방식으로 사용된다. 얼마 전 코로나 팬데믹 때도 '코로나19'와 '우울감(blue)'이 합쳐진 신조어로, '코로나 블루'가 널리 사용되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일상에 큰 변화가 닥치면서 생긴 우울감이나 무기력증을 뜻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국어원은 ’코로나 블루’를 대체할 쉬운 우리말로 ‘코로나 우울’을 선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책에 나오는 〈블루 라이트 요코하마〉는 일본 요코하마를 배경으로 한 노래로, 1968년 가수 이시다 아유미(いしだ あゆみ)가 불러 큰 인기를 모았다. 요코하마는 일본의 개항도시 중 하나이자 수도권의 대도시로서 요코하마의 문화와 관광 인프라는 잘 구축되어 있는 편이다. 요코하마는 19세기 중반부터 개항장이었던 칸나이(??)와 그 남쪽에 위치한 야마테(山手) 지역에 외국인들이 다수 거주하면서 다양한 외국의 문화가 유입되는 창구로 기능했다. 일본인이 아이스크림을 최초로 판매한 것은 1869년 요코하마 칸나이에서였고, 일본 최초의 맥주 양조장은 1870년 야마테에 만들어졌다. 빵, 식빵, 빙수, 토마토케첩, 경양식 스파게티가 일본에서 처음 판매된 곳도 요코하마였다. 심지어는 신문, 소방차, 구급차, 경마, 호텔, 바, 은행, 세탁소, 레코드회사, 사진관, 테니스코트, 재즈음악이 일본에 처음 도입된 곳도 요코하마로 알려지고 있다. 20세기 들어서도 요코하마는 미국을 포함한 서구 문화가 유입되는 거점으로 기능하였고, 1960년대부터는 이것이 도시 이미지를 형성하기 시작하였다. 이 노래 〈블루 라이트 요코하마〉는 요코하마의 서구적이고 도시적인 이미지를 가사로 활용하여 매우 큰 인기를 얻었다고 한다. 어쩌면 자신들이 전쟁에서 진 미국의 문화가 유입되면서 그 슬픔이나 우울함을 그대로 반영한 노래가 아니었을까도 생각해본다. 우리 나라에 들어와서는 당시 산업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시점이라 이런 류의 노래는 정부가 '금지곡'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지금 중년 이상의 사람들에게는 이 노래를 아는 분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독자도 일본어를 전혀 모르기 때문에 노래 가사까지 찾아가며 익힌 바가 아니지만 일본어로 부르던 가사가 일부 생각난다. 무슨 뜻인지 모르고 불렀던 터라 정확한 기억은 아니지만, "마찌노아 까리카 도테모 기레이네 요코하마, 블루 라이트 요코하마~"로 시작된 것으로 어렴풋이 떠오른다. 가사는 잘 모르지만 흥얼흥얼 따라부르던 그 노래는 짙은 애수가 흐르듯 곡조가 매우 애잔했던 기억도 떠오른다. 어쩌면 실연한 한 여인이 요코하마 항구의 밤에 부르는 듯한 곡조라면 잘 어울렸을 것 같다. 이 소설은 산업화에 박차를 가하던 시절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당시 서울을 중심으로 도시화가 진행되고 공장 등 대부분의 산업시설도 서울 외곽이나 경기도 일원인 경우가 많았다. 아마 물류 비용을 줄여 더 높은 이윤을 창출하려는 기업들이 정부가 마련해준 공업단지 내에 입주해 생산활동을 하던 때이다. 서울 구로동 일대의 '구로공단'도 마찬가지다.

이때 모자라는 노동력은 지방에서 일거리가 없어 무작정 상경한 사람들이 메웠다. 일부는 서울로 아주 이주를 했고, 또 일부는 집은 지방에 그대로 둔 채 서울로 올라와 공장이나 산업활동에 필요한 노동 인력을 채웠다. 당시 지방에서는 전후 복구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무수한 젊은 인력이 지방에서 밥 굶어 가며 농사를 짓던 때다. 이들에게 공단의 단순 노동직은 자신의 삶을 개척하는 사람들에겐 달콤한 유혹이자 매력 있는 일이었다. 독자가 여기서 고임금이란 표현을 쓴 것은 농사 짓는 것보다는 훨씬 수입이 좋다는 것이다. 너도나도 서울로, 서울로가 유행이었던 시절이다. 이 소설은 그때 산업노동자인 세 명의 여인들의 사랑과 또 당시의 삶의 고단함 등을 그리고 있다. 이들은 돈을 아끼기 위해 대부분 기숙사 생활을 했지만 모든 기업들이 기숙사를 갖고 있을 수는 없는 일. 공단 근처에는 공단 노동자들의 숙소이자 삶의 터전인 셋방이 우후죽순 들어서기 시작해 거대한 공단의 배후 도시화되었다.

 

 

휴일이나 휴식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열악한 노동 조건 하에서도 공단 노동자 특히 여성들은 지방 부모의 힘을 덜어주는 큰 역할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 중학교도 제대로 나오지 못한 사람들에게 월급 노동자의 일자리는 한 집안 아들의 공부를 위해 투자되는 밑거름이 되었던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남동생을 대학 공부시키기 위해 고단한 노동의 시간을 감내하고, 자신의 노동으로 부모 봉양은 물론 국가 산업 발전에도 이바지한다는 의식은 대단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들 여성들이 주로 일하던 곳은 당연히 공단의 노동자(이때 공돌이, 공순이라는 비어도 나왔다)이고, 버스를 타고 출퇴근하는 노동자나 학생의 발이 되는 버스의 차장 등이 많았다. 일부는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이곳저곳 떠돌다 술집 호스티스로, 일본인 현지처로도 신분을 숨기는 일로 빠져들어가기도 했다. 이들 여성들도 노동자로 일하는 한 삶을 이어가기 때문에 그들끼리, 혹은 다른 직종의 사람들과도 연애도 하고, 결혼도 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결혼한 여자는 공장에서 선호하지 않아(아마 출산이나 기타 개인적인 일로 회사를 빠지는 인력을 대체하는 인력이 쉽지 않은 터라) 중도 하차하는 경우도 많았으리라.

이 책은 당시 3명의 여성들이 그들의 삶과 사랑에 얽힌 일들을 글로 쓴 것이다. 이 과정에서 특히 연애와 사랑 등은 대부분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비련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을 수밖에 없을 터 그 이야기 속으로 들어간다.

이 소설 『블루 라이트 연가』는 실제 세 여자가 청춘 시절에 겪었던 사랑 이야기를 옴니버스 형태로 구성한 소설이다. 우리나라 산업화 절정의 시기였던 1975~1980년 사이가 배경이다. 등장인물 백영주, 김명자 그리고 이선희 세 청춘은 그 시절 영등포에서 각자 서로 잘 모르는 사랑을 숨기고 같이 생활했다. 모든 사랑의 패턴이 그렇듯이 세 여자의 사랑은 처음에는 우연히 또는 가볍게 시작해 불같이 타오르는 과정을 거치며 세상 모두를 얻은 희열을 맛보다 추락할 때는 어떤 고통보다도 힘든 고통을 겪는다.

 


 

『블루 라이트 연가』는 죽는 것이 편하겠다고 느낄 정도로 혹독한 아픔의 시기를 보낸 세 여자의 사랑 이야기를 담담하게, 하지만 정열적으로 그려 내고 있는 작품이다. 당시의 세 여자는 죽음을 옆에 두고 살 정도로 극심한 고통의 시절이었다고 한다. 세 여자의 사랑은 아프고 시린 사랑이고, 그 사랑의 내면은 아름다운 사랑이라는 표현보다는 열정적인 사랑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것 같다. 이 소설은 우리나라 산업화 시대의 절정인 70년대 중반 영등포 공장 지대에서 세 명의 청춘이 같이 한 방에서 보냈던 그 시절의 얘기를 담고 있다.

첫 번째 영주의 이야기는 현실은 슬프지만 하지 말아야 할 금지된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70년대의 삶에 대해 대부분의 독자들은 쉽게 이해하기 힘들 수도 있다. 당시 생산 노동자들의 생활은 성공적 경제 발전을 결과적으로 이뤄냈지만 당사자들은 비참한 생활과 작업 환경, 그리고 낯선 '서울 문화'에 적응해야 하는 어려움 등 한두 가지의 역경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때는', '나때는'이란 단어가 '꼰대'들의 전형적인 말투라고 해서 쏘옥 들어가버린 이제 생각한다면 어떻게 견뎌왔을까 하는 생각이 공통적으로 들 것 같다. 돈 벌러 온 서울 생활에서 무슨 연애고 사랑이냐라고 할지 모르지만 당시 청춘들은 그런 것마저 없었다면 아마 버텨내기 힘들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사회적으로 판단해도 지금의 젊은 층과는 완전 다를 것이다. 그래서 그들의 사랑을 비난할 수도 없는 일이다. 또 순수하고 열정적일 나이, 청춘이 아니던가. 결국 이별로 끝나리란 것을 알기에 더 슬픈 사랑이고, 더 슬프기에 더 아름다울 수 있다. 그때의 '사랑법'이랄까. 당시 유행가에도 이 같은 사랑을 주제로 한 노래들이 크게 히트칠 수 있는 분위기이기도 하다. 영주의 사랑은 그런 것이다.

 


 

두 번째, 명자의 이야기도 별반 다르지 않다. 셋이 함께 살 만큼 서로는 마음이 그런 대로 맞았다고 볼 수 있다. 당시는 휴대폰은커녕 집 전화마저 놓지 못하는 그들의 서울 생활은 연애하기에는 매우 부적절했을 것이다. 소설 속 명자는 조선시대처럼 '편지'가 통신 수단이다. 군인과의 연애담(?)이다. 영주와 조금 다르게 명자는 이미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갖고 있는 여성이다. 씩씩하고 당당한 성격의 여인이지만 결말은 예견되는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도 든다. 아니면 명자의 성격이 보기와는 다르게 내성적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자신의 삶을 씩씩하게 일궈나가는 여인에게도 연애는 마음대로 안 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이다. "내가 그를 보러 간 것도 아니고 그가 나를 찾아온 것도 아닌 그저 일 때문에 우연히 찾아온 그를 오늘 보았다. 내 엄마와 아버지에게 그리고 내 형제들에게 큰 상실의 시간을 안겨 준 그다. '지금은 다른 여자와 결혼해서 잘 살겠지.' 하는 분노, 그리고 잊고 있었던 좌절감을 다시 새겨 주고 있다."(p.177)

여기서 문득 든 의문점 하나. 당시에는 연인에게 '오빠'란 호칭을 안 썼을 텐데... 하는 점이다. 오빠란 명칭은 90년대 이후에 새로 생긴 것 아닌가? 결혼한 부인이 남편을 아빠라고 부르는 데 대해 결혼하기 전 남자를 '오빠'라고 불렀다는 게 "정말 그랬을까?" 하는 생각은 든다. 군인 남자가 야학을 운영하며 노동자를 위한 모임에 참여하다 감옥에도 갔던 경력 때문에 아이들을 교육하는 학교 선생님으로는 취업이 불가능한 대목도 나온다. 맞다. 당시 대학생들이 학생 운동의 일환으로, 또는 확대로 노동운동을 위해 현장으로 뛰어들어간 시기임에는 틀림없다. 이후 그들은 노동운동의 투사가 되기도 하고, 재야의 인사가 되기도 한다. 암울한 상황 속에 명자의 선택 부분이 나온다. 바로 임신 중절의 문제다. "자유 수출 공단 인원의 대다수가 여공이어서 공단 근처에는 산부인과 병원 및 내과 병원이 꽤 있다."(p.254) 자신을 버리고 떠난 남자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는 명자의 태도도 그 시대 우리 사회의 한 축이었으리라.

 


 

마지막 이야기는 짠한 슬픔과 분노마저 감도는 '현지처' 이야기가 있다. 일본은 2차 세계대전 패배 후 폐허에서 한국전쟁의 군수품 보급 기지가 된다. 일본이 전후 급속하게 발전이 된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한국전쟁이 꼽힌다. 돈이 되는 일이라 일본은 그들 특유의 단결심으로 한마음으로 산업 부활을 꿈꾼다. 그리고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길어진 한국전쟁의 영향으로 많은 돈을 벌게 된다. 결국 그들은 기존 기술이나 기술인력이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쉽게 경제 부흥에 성공한다. 그리고 기업들도 속속 들어선다. 한국은 한국전쟁 후에도 일본의 기업들 때문에 먹고 산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그들에게서 배우고 그들의 물건들을 수입해 쓴다. 산업화를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으리라. 그들 중 일부는 한국에 지사를 세우거나, 혹은 관광차 한국을 들를 때마다 필요한 여자를 한 명 이상씩 살 집을 마련해주고 여성들을 농락한다. 이때 '현지처'란 듣도보도 못한 이름의 직업이 등장하게 된다.

호스티스 문화도 이때 등장하는데 이를 테면 일본인 재력가의 일인 호스티스인 셈이다. 호스티스는 무작정 상경한 어린 여성이 꾐에 빠지거나 이곳저곳 공장 노동자 생활을 하다 우여곡절 끝에 벌이가 괜찮은 호스티스로 빠지는 경우가 많았다. 당시 호스티스 문화는 수많은 영화를 낳았다. 호스티스의 생활을 한 여성의 대부분이 슬픈 사랑의 경험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고, 심지어는 검사가 된 사람의 뒷바라지를 해주다 결국은 검사의 버림을 받는 슬픈 사랑의 주인공도 있었다. 이 책은 모두 슬픈 사랑의 세 주인공이 등장해 산업화 시대의 여성들의 삶이 얼마나 팍팍했을지 가늠하기에 좋은 작품이었다.

 

저자 : 백리향

 

기성 작가도 아니고 한번도 작품을 출간 해 본 경험이 없는 그저 평범한 일반인이다. 고등학교 대학 시절에 관심을 가졌던 분야가 창작이었지만 현실 생활을 쫓아 취업을 하고 주변의 다른 분들과 마찬가지로 평범하게 생업에만 종사해 왔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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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가루처럼 내려놓아라 - 애쓰지 않고 고요하게, 내면의 힘을 잡아주는 마음 안내서
이시현 지음 / 쌤앤파커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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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꽃가루처럼 내려놓아라』는 '명상(瞑想, meditation)'에 관한 책이다. 저자 이시현은 스스로 명상 안내자로 지칭한다. 명상은 아주 오래 전부터 인류 사회에서 있었던 것으로 현대 사회에서는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는 추세다. 사회가 디지털 사회로 바뀐 다음 더 복잡해지고 더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인간의 뇌보다 더 탁월한 능력을 가진 인공지능(AI)가 개발되어 우리 삶에 활용되고 있다. 지금은 창의력이나 상상력 등에서 인간의 능력보다 뒤질 뿐 자체 학습 능력을 통해 많은 영역에서 인간을 앞서고 있는 느낌이다. 이렇게 인간의 활동을 덜어주어 편리하게 이용하고자 만든 AI가 이젠 오히려 인간을 지배할 우려까지 발전하고 있는 셈이다. 우선 인간의 직업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 단순 능력을 넘어선 고도의 영역까지 능력을 확대한 인공지능은 인간의 생계를 위협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인간의 불안은 오히려 더 커지고 있는 형국이다.

명상은 마음을 자연스럽게 안으로 몰입시켜 내면의 자아를 확립하거나 종교 수행을 위한 정신집중을 널리 일컫는 말로 사전에서는 풀이하고 있다. 그러나 뜻을 자세하게 풀이한 백과사전은 매우 자세한 설명을 덧붙이고 있다. 라틴어로 메디타티오(meditatio)라고 한다. 어원으로 봐도 명상은 '치유', '치료'의 뜻을 내포하고 있다. 모든 생각과 의식의 기초는 고요한 내면의식이며 명상을 통하여 순수한 내면의식으로 자연스럽게 몰입하게 된다. 이러한 수행법은 그리스도교와 같은 서양종교보다는 힌두교나 불교, 도교 등의 동양종교에서 주로 사용되어 왔다. 특히 힌두교에는 다양한 명상법이 있으며, 요가의 한 분야로서 라자 요가, 쿤달리니 요가라고 부른다. 요가의 입장에서 본 명상은 여러 단계를 거쳐서 행해진다. 먼저 윤리적인 가르침을 지키며 몸을 수행하는데, 주로 몸을 부드럽게 만드는 체위법을 행한다. 체위법은 명상에서 가장 중요한 바른 호흡을 하기 위해서 꼭 필요하다. 바른 호흡은 배로 하며 될 수 있는 대로 천천히 들이마시고 내쉬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외적인 수행을 거치면 내적인 단계에 이르게 되는데, 모두 3과정으로 나뉜다.

 


 

이에 따르면 ① 다라나(dharana):마음을 한 곳에 모아서 흩어지지 않게 한다. ② 디야나(dhyana): 마음이 고요해져 순수하고 맑아진다. ③ 사마디(samadhi):정신이 최고로 집중되어 자신의 의식은 사라지고 대상(對象)만이 빛을 발하는 대우주와 합치된 상태가 된다. 힌두교에서 보면 사마디는 해탈 혹은 깨달음으로 불리는 상태이다. 불교의 명상법은 요가의 영향을 받았으며 각 종파에 따라 다르다. 선종에서는 모든 잡념을 떨어버리고 공(空)이나 무심(無心)의 상태인 무념무상(無念無想)을 목표로 삼았다. 밀교에서는 관심(觀心) 혹은 관찰이라고 하며 명상을 통하여 신들이나 부처의 세계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도교에서는 명상 수행을 통해서 영원무궁의 세계로 통하는 진인(眞人)을 수태하여 도(道)와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여겼다.

오늘날에는 명상이 긴장과 잡념에 시달리는 현실세계로부터 의식을 떼어놓음으로써 밖으로 향하였던 마음을 자신의 내적인 세계로 향하게 한다. 항상 외부에 집착하고 있는 의식을 안으로 돌려주므로 마음을 정화시켜 심리적인 안정을 이루게 하고 육체적으로도 휴식을 주어 몸의 건강을 돌보게 한다. 치료수단으로 이용하기도 하는데, 명상 상태에 있을 때는 좋지 않은 성격과 행동을 자신이나 타인의 암시로 바꿀 수 있다.

이 책은 저자가 영적인 경험을 통해 배운 지혜들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기 위해 집필했다. 저자는 「우리는 성장하기 위해 이곳에 왔습니다」란 제목의 '프롤로그'를 통해 "명상 안내자가 되기까지의 여정 속에서 분명히 깨달은 사실이 있습니다. 삶을 송두리째 바꾸는 힘이 있는 영적인 체험은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경험이며, 누구나 훈련을 통해 가능하다는 것이지요. 매일 전투적인 삶을 살지라로 그 안에서 모든 체험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라고 밝힌다.

 


 

누구나 훈련을 통해 가능지만 혼자서 영적 체험에 도달하기는 쉽지 않다고 저자는 말한다. 마음을 비집고 들어오는 수많은 정보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으로 저자는 지적하고 있다. 그 길에 마음과 삶의 균형을 잡아주는 다른 이의 경험은 영적 체험에 대한 이해를 도울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즉 저자는 자신의 경험과 성장 과정들이 누군가에겐 삶의 의미를 찾게 해줄 거라는 희망을 품고 이 책을 집필했다고 털어놓는다. 저자의 명상에 대한 소신은 확실하고도 명확하다. "우리는 성장하기 위해 이곳에 왔습니다.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되지요. 이 무한반복의 굴레에서 벗어날 방법은 존재합니다. 생각이 어디에서 오는지 알 수 있다면 생각하는 방법을 배움으로써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삶을 살 수 있습니다. 나는 그 방법으로 일상에 명상을 접목했습니다. 그 결과 삶을 대하는 태도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의식 상태를 나타낸다는 지혜를 발견했습니다."(p.6~7)

앞서 언급한 대로 현대 사회는 엔데믹과 AI 시대의 도래, 사람들의 일상과 내면은 이전과는 다른 패턴으로 전환되고 있다. 외적인 성장보다는 내면을 단단하게 만드는 마음챙김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된다. 인간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가장 뛰어난 능력 중 하나로 '마음챙김'을 꼽는 전문가들이 많다. 이는 오랫동안 인류가 해온 치유의 방법이다. 다만 명상을 해야 할 마음이 혼란한 사람들이나 불안, 스트레스로 인한 감정 혼돈의 상태인 사람들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선별적으로 이용했을 뿐이다. 그러나 지금이야말로 마음챙김이 선별적 채택이 아닌, 우리의 일상에서 필수불가결한 치유 행위라고 저자는 단언한다. 명상은 이미 나를 있는 그대로 봄으로써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에서 벗어나 일상을 지혜롭게 살게 해준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우리나라 성인 10명 중 4명이 불안장애를 겪고 있다고 한다. 직장 내 스트레스, 가족과의 갈등, 불확실한 미래, 바쁜 일상과 인간관계의 피로 등. 현대인들의 마음은 잠깐의 평온도 유지하기 힘들다. 그래서일까, 명상으로 스트레스를 다스리는 인구가 전 세계적으로 열풍처럼 증가하고 있고, 마음챙김이라는 말이 이제는 거의 일상어가 되었다. 너무도 빠르게 변하는 시대, 과연 우리가 원하는 내면의 성장과 성공은 무엇일까? 이 책에는 저자가 명상 중에 경험한 내밀한 영적 체험과 다양한 명상 훈련 방법이 안내되어 있다. 명상 훈련을 통해 내면 안내자를 만날 수 있는 의식의 힘을 맛보고 직접 실천할 수 있게 도와준다. 난세라 불리는 지금, 이전과는 다른 나로 살고 싶은, 삶의 변화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지침서라고 할 수 있다.

현대의 삶에서 인류에게 빛을 남긴 위인들도 명상의 힘을 말한 사람이 많다. 비틀즈, 마이클 조던,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 등에 이르기까지 유명 인사들의 명상 관련 일화는 유명하다.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이미 10여 년 전부터 직원 교육 프로그램으로 명상을 도입하여 마음 훈련을 해오고 있으며, 이곳의 CEO들도 절반 이상이 명상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고 이 책은 강조하고 있다. 또 구글이나 삼성 등 수많은 기업에서도 직원들의 멘탈 트레이닝으로 명상 프로그램을 현재 운영하고 있다. 특히 명상이 과학, 심리학과 연결, 스트레스 해소와 심리 치유에 탁월한 효과가 있음이 알려지면서 각 기업과 학교, 병원이나 스포츠 분야 등 다양한 곳에서 명상을 이용한 심리 치유 프로그램을 활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 책 『꽃가루처럼 내려놓아라』는 내면 성찰과 의식성장을 고민하는 사람들을 위해 영성 안내자인 저자가 명상을 통해 접속한 마음챙김으로 누구나 두려움 없이 살아갈 수 있는 탄탄한 내력(內力)을 키우는 방법을 안내한다.

 

 

이 책은 모두 5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마음챙김이 필요한 시간-내면을 단단하게 만드는 의식성장 가이드〉, 2장 〈내면 안내자를 만나는 문, 글명상〉, 3장 〈내면 안내자로부터 온 지혜의 메시지-나의 글명상 이야기〉, 4장 〈당당하게 살아가는 힘-온전한 나로 살아가는 변화의 시작〉, 5장 〈내 안의 신성이 눈을 뜨다-신의 사랑, 지혜, 능력을 사용하는 법〉 등이다. 이 책은 고요한 상태에서 내면에 집중하여 스트레스와 불안을 제거하고, 더 나아가 의식을 성장시킴으로써 원하는 것을 이루는 방법까지 밝히고 있다.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마음챙김 방법과 의식성장 솔루션, 실천 워크북, 마음챙김 가이드 명상 QR코드까지 수록해 혼자서도 훈련을 따라 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또한 의식성장 솔루션에 참여하여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고 내적 성장을 이룬 사람들의 다양한 체험 사례까지 수록했다.

저자는 본 내용에 들어가기 전 「삶의 절박함 속에서 의식이 깨어나다」란 제목의 Intro(들어가기 전에)'서 자신의 영적 체험에 관한 일을 자세하게 다룬다. 독자들에게 굳이 할 필요가 있는 내용인가 싶었지만 저자의 말은 곧 이해가 된다. 저자의 의도는 인간은 모두 영적인 존재다란 점에서 출발하기 위함이다. 또 이 글에서 저자는 가장 힘들 때 내면의 내가 해답을 준다고 설명한다. 이와 함께 저자는 '일상'이 깨달음을 얻는 가장 훌륭한 도구임을 역설한다.

"우리의 삶은 매 순간이 기회입니다. 깨달음을 얻기 위해 산속으로 들어갈 필요가 없습니다. 당신이 지나온 삶이 당신을 증명하고, 당신은 지금 새로운 삶을 증명해나갈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일상을 통해 삶을 완성해갑니다. 우리 삶의 여정이 곧 깨달음인 것이지요. 일상에서 올라오는 수많은 감정과 생각들, 예상치 못하게 벌어지는 일들, 뜻밖에 찾아오는 행운들… 우리 삶은 곳곳에 숨겨진 깨달음을 찾기 위해 펼쳐지는 스펙터클한 로드 무비와도 같습니다. 내 앞에 펼쳐진 배움과 깨달음을 알아차리기 위해 우선 일상의 모든 것들을 훈련 도구로 활용하는 방법을 익혀야 합니다."(p.27) - 「일상은 깨달음을 얻는 가장 훌륭한 도구」 중에서

 


 

본 내용에 들어가면 저자가 가장 강조하고, 역점을 두며 설명하는 부분과 이유를 금세 알 수 있다. 호흡법과 명상을 통한 성공적 알아차림에 이른 사례를 통해 방법을 더욱 확실하게 배울 수 있다. 호흡법 자체는 명상을 한 번이라도 해본 사람에게는 특별히 다를 게 없다. 수많은 영적 스승이나 요가, 명상 수행했던 위대한 종교지도자들이 말하는 것과 크게 다를 게 없다. 가장 편안한 호흡으로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내쉰다. 나를 통해 호흡이 들어오고 나가는 통로를 천천히 느낀다. 숨을 크게 들이마셔 호흡이 나의 가슴까지 내려오게 한다. 다만 명상을 하다가 일어나는 내용 중 의식 성장의 표징이 될 만한 내용을 그냥 지나치지 말 것을 저자는 강조한다. 예를 들면 '잠을 자다가 떨어지는 듯한 느낌으로 눈을 뜬다.' '새벽에 자주 깬다.' '명상 중에 다양한 빛을 본다.' 등이다. 이 책에 많은 현상들이 나와 있다. 놓치지 말고 읽어볼 것을 독자들에게 권유한다.

또 저자는 '글명상'과 이에 대한 훈련법 등도 소개한다. 경제적 자유와 관련한 명상도 안내하고 있다. "당신도 경제적인 자유를 얻어 즐기는 일을 하고 싶다면 지금 당장 내적 탐구를 시작하세요. 돈이 당신의 자유를 결박하지 못하도록 마음의 주인이 되기로 결심하세요. 그럴 때 당신은 경제적 자유뿐 아니라 마음의 자유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끊임없이 의심이 올라온다면 내면 안내자가 들려준 이야기도 다시 한번 중심으로 잡아 다시 시작해봅니다. 마음은 생각의 패턴이 변화되는 것을 싫어하고, 이미 기록된 세포에 새로운 기록을 받아들일 땐 의심하며 저항하는 상태가 되기도 합니다. 그 위기의 순간들을 지혜의 글로 중심을 잡아가며 풍요와 경제적 자유를 누리는 장면을 새롭게 심어봅니다."(p.150)

저자는 이 밖에도 「콤플렉스가 무기가 되는 마음 법칙」, 「진짜 내 마음을 만나는 시간, '홀로 있음'」, 「관념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사는 법」, 「당신의 인생을 하나의 스토리로 인식하라」, 「오직 나에게 집중해야 하는 이유」, 「깨어남을 위한 새 시대 명상 훈련」, 「당신 자신이 되어 살아가고 사랑하라」는 글들을 통해 명상의 모든 것을 될 수 있는 한 쉽게 풀어 전해준다.

 


 

명상과 영적 체험은 누구든지 가능하며 가장 큰 변화는 바로 '관계'라고 주장한다. 기존에 유지해오던 관계의 안전지대에서 벗어나보니 새로운 환경과 인연이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 새로운 사람들과 인연을 맺으며 그들과 함께 했던 의식 성장의 방법들을 공유했다고도 밝힌다. 명상 안내를 통해 그들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했고, 내면의 존재를 찾아가는 길을 안내했다고 한다. 또한 명상과 함께 각자에게 맞는 맞춤 솔루션을 제공하여 다양한 치유 효과를 경험했다는 말도 '에필로그'를 통해 밝히고 있다. 저자는 '앎은 실천을 통해서만 삶이 된다'는 말을 인용하며 알고 있지만 실천하지 않으면 빈 껍데기에 불과하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한다. 삶은 우리에게 선물과도 같다며 지나간 것을 심각하게 여기지 말고, 또 다가오지 않은 것을 미리 걱정하지 말고 자유롭게 살아가기를 권유한다. 삶을 놀이터 삼아 저자와 함께 즐기고 싶은 생각이 든다.

 

"나에 대한 알아차림 이후 발견한 것이 있습니다. 나는 아버지와 같은 사람을 절대 만나지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그 초점이 나의 연인을 아버지와 같은 사람으로 변화시키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 상대를 만난 것이 아니라, 내가 그런 상대를 만든 것이었지요. 무능력함을 발견할 때면 나도 모르게 무시하는 행동이 튀어나왔습니다. 엄마처럼 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무의식적으로 방어적인 행동을 했던 것입니다."(p.162~163) 「내 사랑은 매번 왜 이렇게 힘들까?」 중에서

 

저자 : 이시현(마이트리)

 

어린 시절의 상처를 치유하지 못한 채 두 아이의 엄마로 살던 중 명상과 마음공부를 통해 다양한 영적 체험을 하였다. 그 과정에서 내면의 존재를 만났고, 지금은 영성(명상) 안내자로서 영적 스승을 외부가 아닌 내면에서 만날 수 있도록 자신의 경험을 나누는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삶의 변화를 꿈꾸는 이들에게 명상을 통해 내면과 접속하여 숨겨진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게 도와주고 있으며, 의식성장을 위한 명상 솔루션을 진행하면서 마음을 활용하여 원하는 것을 이루는 다양한 길을 안내하고 있다. 제주에 거주하며, 내면 탐구와 의식성장을 위한 공간 Soul Rest를 운영하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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